화제의 하네가 13
합숙에 처음 참여하는 세이죠의 실력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특히 오이카와의 세트업, 살인 서브, 그리고 주장의 자격. 그 외에도 노련한 3학년과 큰 키와 무심함이 매력적인 1학년까지. 분명히 세이죠는 전국구 실력이었다. 어째서 전국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는지 오히려 의아해 했지만 시라토리자와의 '우시지마 와카토시'라는 이름에 다들 '아……'하고 짧은 탄식을 내뱉는다.
해가 어둑어둑 저물고 1일차 합숙 연습이 끝나자, 제각각의 휴식시간이 쥐어졌다. 자율연습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목욕을 하며 피로를 풀기도 했다. 조용해진 주변을 걸어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강하시네요."
스가와라를 보며 세츠카가 말했다.
"에? 나에게 한 말이야?"
"네. 스가와라 씨는 팀에게 신뢰받는 세터라고 느껴져요. 때론 신뢰와 팀워크가 개인의 실력을 뛰어넘어요. 그러니 스가와라 씨는 강한 세터예요."
"칭찬 고마워."
"보고 싶네요. 당신과 카게야마의 투세터."
"!!"
세츠카의 부드러운 미소에 스가와라는 깜짝 놀랐다.
"구멍은 많지만, 튀어나온 못이 자신을 감싸줄 곳을 찾았으니, 분명 카라스노는 강해질 거에요."
카게야마가 그렇게 만들 거라는 확신 찬 어조로 세츠카는 히나타와 평범한 속공 연습을 하는 카게야마를 보았다.
"투세터라…."
"스가와라 씨?"
"응, 고마워."
"네?"
"하네는 카게야마랑 똑같네."
스가와라는 환하게 웃었다. 보는 이까지 상쾌하게 하는 미소였다.
"세츠카라고 부르세요. 오빠와 헷갈리거든요."
"그럼 그럴까?"
카라스노를 칭찬 한 세츠카를 스가와라는 흐뭇하게 보았다.
"점프 플로터 서브!"
공의 낙하지점이 예상되지 않아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점프 서브. 야마구치의 서브를 본 세츠카가 외쳤다.
"멋진 공격을 가지고 계시네요."
"그, 그런가."
"실력은 아직 엉성해요. 하지만 연습을 거듭하다보면 향상될 수 있어요."
미소녀가 자신을 보고 칭찬(?)하자 야마구치는 얼굴을 붉혔다.
"서브는 절대로 물러나서 안 되는 궁극의 공격이에요."
"응?"
"설사 자신이 친 공이 네트에 맞아 자기팀 코트에 떨어진다고 해도, 공격하려는 의지를 잃어서 안 되요. 절대."
"그렇구나…."
"네. 하루가 입버릇처럼 달고 있는 말이 있어요. 배구, 정말 즐기고 싶다면 강해져야 한다고 해요. 핀치 서버. 가진 무기는 서브 단 하나. 주어지는 기회는 불과 단 한 번의 서브권. 그 하나에 프라이드도, 시합의 흐름도 모두 싣고 승부하는 핀치 서버는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해요. 야마구치 군은 점프 플로터 서브를 향상시키면 핀치 서버로 시합에 쓸 수 있을 거에요. 야마구치 군. 강해지세요."
"!!!! 응!!"
"그리고 미들 블로커인 츠키시마 군은 리시브하고 블로킹을 더 단단히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손가락을 단단하게. 손은 위가 아니라 앞으로 내미는 형식으로 해야 해요."
"난 지도 부탁한 적 없는데."
"? 하지만 하면 좋아요."
동문서답이었다. 그러다가 저쪽 코트에서 점프 서브 연습을 하는 우부가와 선수가 친 공이 빠르게 세츠카에게 향한다.
"셋짱!"
카에데가 공을 쳐 내 세츠카가 맞을 뻔한 공을 막았다.
"캇짱."
"위험하잖아. 코칭도 좋지만 주위를 살피라고."
"괜찮아?"
시미즈가 다가와 물었다.
"문제 없어요. 그것보다 저녁 다 되었답니다."
카에데는 맞은 손을 움켜쥐었다가 펼쳐서 문제 없다는 것을 눈앞에서 보인 후 체육관에 다시 온 이유를 밝혔다. 체육관을 나가기 전에 우부나가 선수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괜찮아요."
"손목이 빨개졌는데, 뭐가 괜찮나요. 함부로 굴리지 마요. 화낼 거에요."
"!!!"
카에데는 분노를 품은 청안에 놀란 눈동자가 되어 세츠카가 이끄는 대로 졸졸 따라갔다. 세츠카가 붉어진 손목 위에 붙이는 파스를 붙이는 것을 보며 카에데는 슬그머니 웃었다.
"왜 웃고 계세요?"
"음…. 조금 기뻐서."
"?"
"다시 너에게 이런 걱정을 받아보다니 기뻐. 밥 먹으러 갈까?"
치료가 끝나고 카에데가 말했다. 아까와 반대로 이번엔 세츠카가 카에데 뒤를 따라갔다.
"둘이 함께 오네."
"어서 와."
"쿠짱."
식당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쿠레나에에 카에데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요리한 것 아니지?"
"안 했어."
"정확히는 내가 못하게 했지."
"아 다행이다. 저녁밥은 안전하겠다."
"쿠짱, 요리 못 해요?"
"응. 쿠짱은 엄청난 요리치거든."
쿠레나이는 카에데의 말이 사실이기에 반박하지 못하고 볼에 바람을 빵빵히 집어넣었다.
"칫. 사람이 못 하는 것이 있어야 사람다운 거라구."
투덜거리며 쿠레나이는 사람들의 밥을 퍼줬다. 미인이 퍼준 밥에 기뻐하는 니시노야, 타나카, 야마모토, 야하바는 빠르게 먹고 한 그릇 더 받았다. 다 먹은 신젠 매니저에게 바톤터치한 쌍둥이들은 뒤늦게 자리에 앉고 근처에 앉은 히나타와 경쟁하듯 밥을 먹는 카게야마를 보았다.
"진짜 닮았네."
"이게 씨도둑은 하지 못한다는 걸까?"
"어차피 그쪽과는 연이 끊어졌지만."
"뭐가 말이야~?"
셋 쌍둥이들의 대화에 끼어든 쿠오로와 자연스럽게 합류하도록 내버려둔 히마와리 태도에 하나마키는 뭔가 열받은 표정을 했다.
"쿠로오는 몰라도 되는 거야."
"오야오야~? 잠깐 안 본 사이에 우리 공주님 꽤나 매정해졌네~!"
쿠로오는 히마와리에게 허물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아니꼬운 표정을 한 세이죠 선수들에게 얄미운 미소를 지었다.
"전학 간 학교는 어때?"
"쿠로오가 그걸 물으니 신기하네."
"오야? 이 오빠는 히마와리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늘 걱정인걸."
"네가 제일 위험해."
"으악!"
야쿠가 앉아있는 쿠로오의 머리통을 퍼억 때렸다. 하루토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나이스, 야쿠."
"히마와리."
야쿠가 히마와리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리에프 녀석이 널 만나면 연락 해달라고 하도 떼를 써서."
"그걸 왜 지금 말해?"
"잊어버리고 있었어. 오래만에 하루토랑 시합을 했으니까."
"리에프가 삐지지 않았으면 좋겠네."
야쿠의 모습이 완전히 철없는 아들의 행동에 대신 사과하는 엄마 같아서 살풋 웃은 히마와리는 전화를 받았다.
[히마와리 누나!!]
전화를 받자마자 울리는 억울함 가득한 목소리에 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응, 리에프. 잘 지내고 있어?"
[잘 못 지내요! 주전만 참가할 수 있다니! 그런 게 어딨어요?! 전 에이스가 될 남자인데! 저도 히마와리 누나랑 세츠카, 하루 형 보고 싶은데!]
"우리 이름은 빠졌는데?"
옆사람에게까지 들리는 목소리 성량에 쿠레나이가 카에데게에게 소근거렸다. 카에데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누오카랑 시바야마는 가는데 전 못 가다니, 이건 불공평해요!]
"그거야 이누오카 군이랑 시바야마 군은 너보다 잘하잖아."
[누나아아아아!!]
"아하하하. 너무 그러지 마. '아직은'이잖아?"
[-아! 그렇죠! 전 에이스가 될 남자니까여!]
허허허 웃으며 단순한 리에프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에 쿠로오가 히죽거렸다.
"이야, 켄마도 애먹는 천하의 리에프를 저렇게 쉽게 다루다니. 누가 맹수 조련사 아니랄까봐."
"그 오글거리는 별명 제발 좀 집어치워. 누가 혈액성애자 아니랄까봐."
"오야~?!"
쿠로오에게 한방 먹인 하루토의 말에 보쿠토들은 낄낄 웃었다.
"혈액성애자…. 풋."
"켄마!!"
켄마마저 웃자 쿠로오는 버림받았다는 표정을 짓었고, 카이는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허허 보살처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