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요(4부) 139
마을 복귀 작업이 한창인 거리를 보고 멘마는 조용한 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도착한 묘지에서 익숙한 등이 보이자 그쪽으로 걸어갔다. 아스마는 천천히 몸을 돌려 다가오는 멘마를 보았다.
"시에미."
"…?"
"아, 저기… 장기 규칙에 대해 알고 있니?"
난데없이 그렇게 질문을 던지는 아스마에 멘마는 잠시 그의 얼굴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장기의 왕, 그러니까 구슬의 진정한 의미는 알게 되셨나요?"
"!?"
구슬의 진정한 의미. 아스마는 그걸 알지 못하고 3대와 부자(父子)싸움을 하고 마을을 나가 수호닌자12닌이 되었다.
"사람들은 착각을 하죠. 제일 높은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지켜야 가치가 있다고 말이죠. 확실히 그 사람도 중요하죠. 하지만 자라나고 있는 어린아이들이, 태어날 아기가 없으면 인류의 미래는 종말합니다. 그때가 되면 높고 고귀한 신분이 소용이 있을까요."
"……."
"그리고 또 알아야 할 것이 있어요."
"내가 알아야할 것?"
"네. 아이는 약하기 때문에 보호해줘야 하는 대상이고, 지켜야하는 소중한 보물. 허나 그 보물은 언젠가 자신의 날개를 피고 하늘을 날아야하죠. 그렇기 때문에 엄하더라도 아픔이 있더라도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것이 부모가, 어른들이 할 일이죠."
"…너는 어린데도."
그 말에 멘마의 눈이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어린 아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아니,"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나요? 아기도 전부 알고 있어요. 단지 표현할 방식이 적어, 많지 않아 어른들은 모른다고 착각을 하죠. 나루토가 정말 바보라서 마을 내부에서 장난을 쳤을 것 같나요? 그렇게 짙은 증오의 살기를 눈치 못 챌 정도로 둔하다고 생각하세요? 모두가 자기를 미워하는 걸 알고 있는데도 장난을 쳤어요. 왜냐면……, 혼자는 너무나도 고독하고, 외롭고, 아프니까요. 무관심 보다 차라리 미움이라도 낫으니까, 그 작은 시선이라도 얻어보려고 한 필사적인 몸부림을 마을 사람들은 언제나 언짢은 시선으로 봤어요. 구미를 품고 있는 것이 나루토의 잘못도 아닌데…. 존재 자체가 죄라도 되듯이!"
괴롭다듯 인상을 찌푸리며 멘마는 역대 호카게 이름이 적힌 비석을 노려보듯 보았다. 그녀의 옆얼굴을 보고 아스마는 조용히 침묵했다. 그런 아스마의 기척을 눈치챈 멘마는 심호흡을 하고 아스마를 보았다.
"미안해요, 아스마…. 당신에게 아무 잘못이 없는데 화풀이를 했네요."
"아니…."
"-멘마!!!"
멀리서 들려오는 이타쿠의 목소리에 멘마는 아스마에게 고개짓으로 인사하고 묘터를 빠져나갔다.
"멘마!!!"
"이타쿠."
멘마를 발견한 이타쿠는 재빨리 그녀를 끌어안았다.
"어디 갔던 거야!"
"잠깐 산책 좀 하고 왔어."
"다음엔 나도 데려가! 알았지?"
"생각해볼게."
"우우, 데려가겠다고 해줘~!"
"생각해볼게."
"멘마는 구두쇠!"
"그래서 손 안 잡을 거야?"
멘마가 작은 손을 내밀자 이타쿠는 냉큼 잡았다. "멘마는 약았어…."라고 이타쿠는 중얼거리고 삐진 것으 녹아 사라졌는지 싱글벙글 미소짓었다.
"멘마 손 작아."
"5살이니까."
손을 잡고는 이타쿠는 자신과 멘마의 어린 손을 비교했다.
"아이의 손이라는 건 진짜 작구나. 이 작은 손으로 지키고 있던 건가…."
"이타쿠?"
이타쿠는 멘마의 작은 손을 만지작거리더니 손등에 입을 맞췄다. 길거리에 있던 마을사람들은 그런 이타쿠의 행동에 경악한 표정으로 보았다.
"흑신은 로리콤이었건가…."
"저렇게 작은 아이에게 애정표현을?!"
이타쿠가 길거리에서 한 행동에 로리콤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걸 듣자마자 레이는 헐레벌떡 이타쿠의 집으로 찾아왔다.
"이타쿠!!"
"응? 레이?"
"이타쿠! 네가 로리콤이라고 소문이 도는데!"
"로리콤이라니…. 난 언제나 멘마, 아니 시에미 뿐인걸. 물론 지금 시에미는 굉장히 어려져 타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것이겠지."
로리콤이 아니라 시에미빠돌이인걸.
"그걸 자랑스럽게 말하지 마!!"
'자신은 시에미빠돌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타쿠에 레이는 빠직해서 그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이타쿠…?"
딱, 하는 소리에 안쪽에서 막 욕실에서 나왔는지 머리에 물기를 잔뜩 묻힌 채 멘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멘마. 감기 걸리려면 어떻게 하려고 해."
"침입자인가 해서…."
"네가 걱정할 일은 일어나지 않아. 이리 와, 머리 말려줄게."
이리오라는 손짓에 멘마는 쪼르르 이타쿠의 품 안쪽으로 들어갔다. 레이는 어리광부리는 그녀의 드문 모습에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편 타에는 자신을 찾아온 텐텐과 사치코를 의아하게 보았다.
"타에!"
"놀러가자!"
"하-아?"
마을 상황을 보고 말하는 걸까.
"무리잖아. 마을 복귀 작업이 한창이잖아."
"슬슬 마무리 단계잖아! 그리고 1박 2일인걸!"
"쿠노이치들끼리 모임이야!"
그녀들이 격하게 외쳤다. 특히 텐텐이 강력하게 어필했다.
"여자들끼리만 논 적이 별로 없잖아. 우리들도 우리들끼리의 친목을 더 단단히 다질 필요가 있다구!"
"음."
"으으, 정말이지. 시커먼 남자 녀석들은 최악이라니까."
"그거…."
텐텐의 팀메이트인 네지, 리, 가이를 떠올렸다.
"그러네."
확실히 텐텐이 그럴 만도 하군. 절로 고개가 주억거렸다. 사치코는 쌓인 게 많았는지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는 텐텐의 등을 이해한다듯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알았어. 허락받아볼게."
"오예 좋았어! 이제 다른 애들한테도 이야기하러 가야지!"
"다른 애들? 모미지와 후유미들?"
"응! 이노랑 사쿠라, 히나타랑 카오리에게도 말해줘야지!"
"카린도 잊어서 안 돼!"
결론은 임무가 들어온 모미지와 후유미, 카오리 그리고 병원 일 때문에 바쁜 이노랑 사쿠라를 제외하고 전부 오케이였다. 텐텐과 사치코는 멤버가 정해지자마자 기다렸다듯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이거 봐! 여기가 요즘 갑자기 떠오르는 관광지래. 나뭇잎 마을이랑도 그다지 멀지 않고. 1박 2일 정도론 딱이라구!"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전단지 같은 것을 들고선 열성적으로 브리핑하는 텐텐이었다.
"온천…."
"왜? 온천 싫어?"
"아니 그건 아냐."
조금 과거의 일이 생각이 났을 뿐이다. 타에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뭔가 두근두근하네."
"응."
카린과 히나타는 텐텐과 사치코에게 동조했다. 온천이 좋다기보다는 궁금하다는 반응에 가까웠지만. 타에는 찬물 끼얹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되어서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날짜를 맞춰서 숙소를 예약하고 휴가를 받았다.
"빠뜨린 건 없지? 아 참, 그 옷은 챙겼어?"
그리고 놀러간다는 소리에 당사자보다 더 들뜬 칸나를 상대하는 건 타에의 몫이었다. 출발 당일 아침까지도 이러다니….
"으응…. 뭐 하루 있다가 올 건데."
타에가 미적미적거리며 대답했다.
"그래도 친구들이랑 처음으로 놀러 가는 거잖아? 예쁜 옷은 중요해."
"하-아."
대체 1박 2일에 옷을 몇 벌이나 챙겨 가야 하는 거야? 아침, 점심, 저녁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건가. 타에는 칸나의 성화에 못 이겨 유카타 한 벌을 더 챙겨넣었다.
"잘 다녀와."
타에는 동기들이 기다리고 있을 마을 입구로 향했다. 약속시간보다 십여 분 가까이 일찍 도착했지만 이미 네 사람 다 약속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다들 일찍 왔네?"
"놀러갈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으, 응…. 어쩌다 보니…."
텐텐과 사치코는 치아를 환하게 드러내면서 음하하하, 하고 크게 웃었다. 저 웃는 방식, 어쩐지 텐텐의 같은 반 누구들과 비슷한데 느낌은 180도 달랐다. 그쪽은 부담스럽고 느끼하고 거북스럽다면 이쪽은 상큼하고 귀엽다.
"그럼 출발하자구."
카린이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잘들 따라오라구!"
"응…."
"안내나 잘해."
"오우."
그렇게 다섯 명은 출발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때는 몰랐다. 크나큰 납치사건에 휘말리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