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빛 눈동자의 유혹 01
나루코가 개명했기에 서류 변경과 더불어 편입 서류를 작성하려고 키메츠 학원에 오게 된 쿄코는 입구에 서서 학교 부지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 분위기가 묘한걸."
"역시 그렇게 느껴지시나요?"
"게다가 꾸물꾸물 이상한 것도 있고."
학교를 감싸고 있는 검은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저게 대체 뭐지?
"1년 전에는 없었지?"
"없었죠. 게다가 쿄코 님의 술법을 깨고 들어오는 존재는 거의 없어요. 당신은 나와 계약한 영력 강한 술사니까요."
"술법이 깨진 것을 못 느꼈어. 내부의 학생들이 불러낸 건가?"
"학교 괴담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괴담과 비슷한 종류겠지. 말에 힘이 모이면 언령이 되니까. 내가 다니는 중학교 때도 유명했어. 불가사의 7대 괴담이라고! 하지만…."
"쿄코 님?"
"괴담은 미신일 뿐이야. 자 저것은 나중에 처리하도록 하고. 교장실로 갈까?"
"네."
두 사람은 교문을 통과했다.
"오늘 봄방학식이라고 하더니, 다들 강당으로 이동하나보네."
제일 커다란 강당으로 움직이는 블레이저 고등부 학생들과 검정 가쿠란과 검정 세라복 중등부 학생들을 보며 쿄코는 웃었다.
"꽤 일찍 왔나보군요."
움직이는 학생들을 멀리서 보며 준코가 말했다. 강당으로 이동 중인 인파 속에서 시오리코를 찾았다. 시오리코도 나루코도 외모는 평균 이상이니까, 인파 속에 섞여도 금방 찾을 수가 있었다. 다만 성격은 정반대지만.
"괜찮으십니까? 동생 분."
"도움이 필요하면 청하겠지. 그게 선생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그 아이가 직접 청하기 전까지는 도와줄 생각이 없다.
"…내가 매정하다고 생각해?"
"아뇨. 당신이 화가 나면 누구도 못 말리니까요."
"응. 그래서 카가야 님도 일부러 사건이 종료되고 나에게 알려주신 거겠지. 내가 나서지 않게, 슬픈 일이야…."
분노해서 조절하는 것을 잊어버리면 큰 피해를 입혀버릴 테니까. 조절할 수 없는 힘은 폭력이다. 그러니 그 폭력을 타인에게 휘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힘은 항상 억제하고 있어야했다.
"앗!"
시오리코에게 장난을 치는 존재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네. 시오리코를 겨냥해서 물벼락을 맞게 하려는 남학생 무리가 보이자 쿄코는 달렸다.
"시오리코!!!"
쿄코는 시오리코를 보호하고 자신이 대신 쏟아지는 물벼락을 맞았다.
"쿄코 님!!"
"언니?!"
이쪽에 시선이 몰리고 술렁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시오리코, 안 젖었어?"
"아…, 응! 언니는 괜찮아?"
"응! 동생을 지키는 게 언니의 일인걸."
시오리코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거북스러운지 쿄코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미안! 손이 미끄러졌다!"
층계참 위에서 낄낄거리는 웃음 소리와 함께 전혀 미안하지 않는 말투에 발끈했지만 교사들 쪽이 더 빨랐다.
"이-자-식-들!"
"!!"
품에 얼굴을 묻은 시오리코를 떼어내고 준코에게 시선을 주었다. 굉장히 잘생긴 남성 모습이 된 준코는 시오리코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들었다.
"꺅~! 쥰-?!"
"보건실로 가죠. 시오리코."
준코가 시오리코를 데려가자 쿄코는 교사들에게 설교를 듣는 남학생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쿄쥬로. 그 아이들이 시오리코가 괴롭히는 학생들이야?"
"으음."
"그럼 다르게 물을까? 저번에 나루코가 맞은 학생들이 이 아이들이야?"
렌고쿠는 쿄코의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생글생글 웃는 그녀의 상쾌한 미소과 달리 내뿜고 있는 오오라는 거무튀튀한…, 전혀 상쾌하지 않았다. 저런 웃음을 전생에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빡쳤을 때 짓는 얼굴이었으니까.
"과거에 저렇게 웃고 코브라 트위스트 당했지."
"난 업어치기."
우즈이와 사네미가 뒤에서 소근거렸다.
"무언은 긍정이란 의미겠지."
"잠,"
토미오카가 말리기도 전에 쿄코의 발이 움직였다. 쾅, 하고 울리는 소리에 한 남학생은 자신의 옆으로 고개를 끼익 돌렸다. 쿄코가 발을 들어올리자 산산조각이 난 바닥이 보였다.
"야. 너희들."
"히익!"
"한 번도 내 동생들에게 손 대는 순간, 이 바닥과 똑같은 꼴 날 줄 알아."
그녀의 협박에 셋 명의 남학생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꼴사나워. 여자에게 차였다고 괴롭히는 짓은 초등학생도 안 한다고, 요즘은."
"?!"
"…처벌은 교사인 너희들에게 맡길게."
중앙에 있는 남학생의 얼굴이 불타는 것처럼 새빨개졌다. 아, 정답이군. 쿄코는 화낼 기운이 사라졌는지 큰 한숨을 내쉬고 렌고쿠들에게 말하고 보건실로 걸어갔다. 뒤에서 들려오는 남학생들의 비명은 당연히 BGM삼아서 걸었다.
보건실로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있는 시오리코를 볼 수 있었다.
"잠든 거야?"
옆에 있는 (여성 모습으로 돌아온) 준코에게 물었다.
"네. 안색도 좋지 않고 눈밑에 다크써클이 있는 것 같아서요."
"역시. 나루코가 없으니까 쓸쓸했구나."
저번에 다친 걸로 나루코는 본가 쪽 저택에서 머물게 되었으니까. 집에서 혼자 쓸쓸했겠네.
"혼자는 쓸쓸하지…."
"으응."
"괜찮단다. 곁에 있어줄 테니까."
쿄코는 시오리코의 머리를 쓰담으며 좋은 꿈을 꿀 수 있도록 자장가를 불렀다. 꿈결이라도 자장가는 듣고있는지 시오리코의 표정이 부드럽고 안도하는 것처럼 변해갔다.
"실례합니다!"
상냥한 노랫소리는 보건실로 들어오는 침입자에 의해 멈췄다.
"아."
침입자는 노랫소리가 끊어지자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
쿄코는 안으로 들어온 갈색 머리색에 흑갈색 눈동자를 지닌, 블레이저 교복 위에 레몬색 브이넥 풀오버니트를 입은 여고생을 보자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방금 전에 노래 부르신 분은 당신인가요?"
"…그래."
"굉장히 아름다웠어요."
"고마워."
보자마자 칭찬하는 건 전생과 다르지 않네. 몽주의 츠구코인 쿠즈노하 쿄카(葛葉 恭香)의 사저, 후시미 치카네(伏見 千歌音)의 칭찬에 쿄코가 미소를 짓었다. 치카네는 그 미소에 얼굴에 홍조를 띄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싫어."
"들어보지도 않고요?!"
"노래, 가르쳐달라고 할 거잖아?"
"!! 어떻게 아셨어요?!"
말을 하는 순간 알았다. 치카네에게는 전생의 기억이 없다. 그러면 얽히지 않는 편이 좋다.
"족집게시네요!"
"감이야. 대체로 잘 맞는 편이고."
"우와!"
"아무튼 싫어."
쿄코는 자신을 반짝이는 시선으로 보는 치카네의 시선에서 고개를 돌렸다.
"부탁해요! 가르쳐주세요!"
"싫어."
싫다는데 불구하고 치카네는 끈질기게 부탁해왔다. 보건실에서는 "부탁해요!" "싫어!"라는 목소리가 반복해서 들려왔고, 그 소리에 시오리코가 눈을 떴다.
"시끄러…?"
"미안, 시끄러웠지?"
"괜찮아."
"몸은 괜찮은 것 같네. 그럼 봄방학식도 했겠다, 언니랑 놀러 갈까?"
"저…."
"네가 알고 싶은 건 그때 얘기할테니까, 교문 앞에서 기다려줘. 나도 할 일이 끝나고 합류할 테니까. 알았지?"
"응, 알겠어."
"착하다."
쿄코는 시오리코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보건실을 나섰다.
"방금 그 사람, 미케츠카미 상의 언니입니까?"
"네, 쿄코 언니인데…."
"쿄코 씨라고 하는군요!! 저에게 소개시켜주세요!"
"에?!!!"
"아까 전에 노래를 불렀는데 굉장히 아름다웠어요! 성악부 소속으로서 꼭 배우고 싶어요!"
"쿄코 언니에게 부탁해보는 건…?"
"방금 전에 대차게 거절당했어요!"
"풋."
과장스러운 몸짓에 시오리코는 웃음을 터트렸다. 치카네는 시오리코를 보며 눈동자를 깜박였다.
"아, 미안해요."
"아뇨. 미케츠카미 상은 예쁘게 웃는군요. 웃으니까 더 미인이네요!!"
"부, 부끄러워!!!"
"부끄러워할 필요 없잖아!"
"반말…."
"같은 반이니까 말 놓을게! 놓은 김에 시오리코라고 요비스테해도 돼?"
"네…."
"시오리코도 말 편히 해! 난-"
"알아요, 아니 알아. 후시미 상."
"치카네라고 불러!"
치카네는 시오리코를 향해 활짝 함박 웃음을 짓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