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빛 눈동자의 유혹 14
백화점 사건이 일어나고 3일째 되는 아침식사 시간에 마사히로가 물었다.
"후시미 쿄카라는 여학생에 대해 아십니까, 쿄코 씨?"
치카네와 쿄카가 같은 성을 사용하다니, 이번 생에서는 피가 이어진 자매로 태어난 걸까?
"그 애는,"
식사를 이미 끝낸 시오리코가 머리를 묶으며 입을 열었다.
"치카네의 여동생으로 눈에 띄는 1학년 후배야."
"눈에 띈다고?"
"응! 쿄카도 눈에 뜨지만, 그녀의 친구들도 개성적이거든!"
"카마도 탄지로, 아가마츠 젠이츠, 하시비라 이노스케, 츠유리 카나오, 칸자키 아오이, 시나즈가와 겐야 말이지? 쿄카를 포함해서 그 일곱명은 중등부에서도 꽤 유명했나 봐. 덤으로 츠유리 카나오와 칸자키 아오이는 코쵸 선생님들의 사촌이래."
나루코도 덧붙여서 말했다. 헤에, 카나오와 아오이가 카나에와 시노부의…….
"흐음."
"왜 그래, 언니? 역시 아는 사이-"
"아니. 시오리코가 짝사랑하는 남자가 대체 누굴까 생각하고 있었어."
"!!"
"트윈테일 머리, 싫다고 했잖아. 누구에게 칭찬이라도 받았어?"
"그리고 보니 렌고쿠 담임 선생님에게-읍!!"
"아, 아니, 이건! 언니가 준 생일선물이 아까워서! 부적이라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트윈테일 헤어스타일은 싫다고 했으면서 시오리코가 나루코의 입을 틀어막고, 새빨개진 얼굴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듣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쿄쥬로인가. 확실히 쿄쥬로는 멋진 남자지."
신념이 굉장히 뜨거운 사내지. 그럼 시오리코, 나루코, 마사히로 그리고 카이가쿠랑 치카네의 담임이 쿄쥬로가 된 건가.
"그런 거 아니라니까!!! 언니가 부적으로 준 선물을 매일 사용하고 싶어서 그런 거야!!"
"뭐 그런 걸로 해둘까."
"그런 걸로 해두는게 아니라 진짜 그런 이유거든!!"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진정하렴."
"솔직하지 못하네, 시오리~!"
"너에게 듣고 싶지 않아!!"
나루코가 능글거리며 놀리자 시오리코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아무튼 모르는 사람입니까?"
마사히로가 주제를 되돌렸다. 이런이런~ 둥리뭉실 넘어가려고 했는데, 실패했네.
"알면 아는 거고, 모른다면 몰라."
"네?"
"전생 쪽의 인연이거든. 전생에서는 아는 사이지만 현생에서는 무관계야."
"만나고 싶습니까? 그쪽은 만나게 해달라고 청하고 있어서요."
잠깐 침묵한 후 쿄코는 고개를 젓었다.
"아직은 만나고 싶지 않아."
"아직은 말입니까…?"
"만나게 될 때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되어있어. 필연이라고 하지."
"필…, 연?"
"그래."
식사를 끝낸 쿄코는 곰방대를 피웠다.
"아무리 사소한 만남이나 사건도 반드시 그 뒤에 영향을 미쳐. 사람이 지나는 길은 도중에 끊어지는 일 없이 계속 이어지는 것. 아무리 하찮은 사건이라도, 설령 그것이 극단적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기억에 남지 않고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더라도 맺어진 인연은 사라지지 않아."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떻다는 거야?"
"인생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는 의미가 있단 얘기야. 그러니 만날 때가 되면 저절로 만나게 될 거야."
일부러 만나게 할 필요도 없이. 피할 의미도 없어질 정도로….
"엄마는 여전히 쿄카 누나를 껄끄러워하네."
"아픈 손가락이니까."
먼 곳을 보면서 흰 연기를 내뿜는 그런 쿄코에 쿄야는 쓴 것을 삼킨 얼굴을 했다.
"아픈 손가락?"
이해할 수 없는 시오리코, 나루코, 마사히로를 알았지만 쿄코는 자세한 설명을 피했다.
"알겠습니다."
"뭘?"
마사히로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사히로?"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거 안 하는 게……."
마사히로는 쿄코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거실을 나갔다.
"좋을 텐데…."
마사히로들이 등굣길에 오르자 쿄코와 쿄야는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정원 화초를 다듬었다.
"엄마."
정원 잡초를 뽑고 있는데 쿄야가 불렀다.
"쿄카 누나에게 밝힐 생각이 없지?"
"…쿄야는, 진실을 알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 적 없어?"
"살면서 그런 적은 여러 번 있지. 차라리 몰랐던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적이 여러번 있었어. 그래도 다친다면 차라리 진실 때문에 아픈 편이 더 낫아. 진실이 주는 상처가 숨기는 거짓말이 주는 상처보다 더 낫거든."
"……."
"쿄카 누나는 술사로서는 재능이 없어 호흡의 검술 밖에 쓸 줄 모르지만, 바보는 아냐."
"…그렇겠지."
아마 그 아이도 자기 출생에 대해서 대충 예상을 하고 있을 거다.
"게다가 곪은 상처는 이제 아물게 해야 해, 엄마."
"아물 수 있을까? 또 다른 상처만 늘리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사람이 사람과 만나는데 평생 상처를 안 받고 살아갈 수는 없어."
"그건 그렇지.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하는 거라고 했으니까."
"만약…!!"
"?"
"만약에!!! 엄마를 경멸하거나 환멸하는 놈들이 생기면 나에게 말해! 내가 쳐죽일 테니까!"
소매를 걷어올리며 쿄야가 험악한 얼굴로 말했다. 핏줄이 선 눈동자의 험악한 인상을 짓은 쿄야의 얼굴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때리는 것도 아니라 죽이는 거야?"
"당연하지! 내가 세상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욕하는 사람을 살려둘 가치는 없죠오~!"
험악한 말투까지 사용하니까 진짜 누군가와 겹쳐져보이네.
"후후훗, 말만이라도 기뻐."
"말만이라도 아니야!"
"뭔가 마음이 가벼워졌어."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말해줘! 나, 열심히 할게!"
"고마워. 그럼 빨리 잡초를 뽑고 엄마랑 티타임을 즐길까?"
"좋아!"
쿄야는 힘내자면서 빠르게 정원을 돌아다녔다. 힘낸 덕분에 정원 손질을 금방 끝났고 두 사람은 티타임을 즐겼다.
"역시 홍차에는 카스테라지!"
"맞어. 맛있어."
"응! 엄마는 카스테라를 다이쇼 때 처음 먹고 완전 반해버렸다니까~!"
달달한 홍차에 단 카스테라를 먹으며 치유되는 시간을 방해하는 전화 벨소리. 준코가 전화기를 쿄코에게 가져왔다.
"나에게 온 거야?"
"네."
"회사?"
"아뇨. 키메츠학원입니다."
"에? 키메츠 학원에서? 뭔 일이 터진 거야?"
"일단 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 엄마?"
"그래. -여보세요?"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며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상대방은 안 좋은 소식을 전했다. 역시나 불길한 감은 맞아떨어졌다. 쿄카가 마사히로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할래? 만나러 오겠니?]
카가야가 물었다. 만나러? 누구를? 쿄카를 만나러 가라고? 이 저주받은 신체로, 조금만 대화해도 그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어버리는 신체로 만나러 가라고?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