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몽환-그대를 만나기를 02

리틀 윙 2020. 5. 24. 22:18

쿄코는 타카히로와 코스케의 고교 생활을 듣는 걸 즐거워했다. 특히 코스케의 연애 실패담을 듣고는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잠, 쿄코! 너무 심하게 웃는 거 아니야?!”

 

쿄코가 웃음을 터트리자 코스케가 버럭 외쳤다.

 

“실제로 너무 웃긴걸!”

 

쿄코는 너무 웃어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그건 완전 여동생 취급이잖아.”

“어쩔 수 없잖아! 가까운 여자라고는 여동생들뿐이니까!”

“차여도 할 말 없네.”

“나라도 결별한다.”

“코스케 오빠가 여친들과 오래 못 가는 이유가 있었네.”

“그래도 귀가했을 때 뺨에 생겨진 단풍잎 자국은 꽤 재미있었다구?”

“맞아!”

“크윽-! 너희들까지!!”

 

여동생들까지 합세하자 쿄코는 코스케의 어깨를 토닥였다.

 

“돈마이~! 위로주로 맥주 어때? 위로주로는 맥주가 딱이지.”

“위로하지 마! 쿄코, 네가 제일 나빠! 알아?!”

 

코스케가 수치감에 붉어진 얼굴로 빼액 소리쳤다.

 

“그래서 마시기 싫어?”

“쳇!”

 

혀를 세차게 차며 고개를 홱 돌린 코스케의 행동에 쿄코는 후후 웃고 일어섰다.

 

“히로, 무거우니까 같이 가죠.”

“알겠어.”

“나도 도와줄게, 언니!”

“고마워, 유리!”

“누나! 나도!”

“두 사람이면 충분할 것 같아.”

 

요시미츠가 따라오려는 걸 막은 쿄코가 타카히로와 치유리와 함께 방을 나섰다.

 

“저 녀석, 저렇게 잘 웃는 녀석이었던가.”

“우리 차녀는 언제나 잘 웃지요. 특히 날 놀릴 때 실컷 웃는다고!”

 

쿄코들이 나가자 우즈이의 중얼거림을 들은 코스케가 부루퉁한 어조로 말했다.

 

“환한 그런 미소는 가족 한정 미소지만.”

“에? 그랬어?”

“그랬어, 코스케 형.”

“!!”

 

요시미츠의 말에 귀살대원들을 알아버렸다. 그 시절에는 아까 전처럼 환한 웃음을 짓을 수 없던 거다. 그럴 수 없게 되어버린 거다. 가족이……, 그녀 곁을 떠났기 때문에 쿄코는 더 이상 환한 미소를 짓을 수가 없게 된 거다. 한편 쿄코는 복도를 걸어가던 도중 입을 열었다.

 

“…잘 됐다고 생각해.”

“응?”

“뭐가?”

“나 두 사람에게 묻고 싶던 것이 있었거든.”

 

쿄코가 물었다.

 

“키요들, 학교생활은 어때? 특히 교우관계에 대해서 묻고 싶었거든.”

“!!”

 

쿄코의 질문에 두 사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까 전에 친구들에 대해 물었을 때 변한 쌍둥이들의 얼굴과 비슷했다. 지뢰를 밟았다는 얼굴과 비밀을 들켜버렸을까 걱정하는 초조한 얼굴.

 

“히로와 유리는 그 세 사람과 같은 고등학교에 있잖아? 그러니 알려주지 않을래?”

“…….”

 

침묵이라는 건가.

 

“글쎄, 모르겠는걸. 거의 성인인 여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참견하는 걸 싫어하니까.”

“확실히. 유리는?”

“나도 잘 몰라. 학년이 다르니까.”

“선후배인데도?”

“미안….”

 

침묵 다음에 이어진 의심을 피하려 짓은 어색한 미소. 저건 오히려 비밀이 있다고 스스로 까발리고 있는 거다.

 

“……그래. 알겠어.”

 

말해줄 생각이 없다면 다른 방법을 알아보는 수밖에 없겠지. 타카히로와 치유리가 주방으로 들어가 14명이 마실 맥주와 잔을 챙기러 가자 미케가 옆으로 다가왔다.

 

【약속한 걸 잊어버린 건가.】

“…잊지 않았어. 하지만 알아보는 것 정도는 해도 되잖아.”

 

약속을 했으니 도움을 청할 때까지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을 거다. 하지만 조사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쿄코 언니, 핸드폰 울려!”

“아…!”

 

생각에 빠져있어서 전화가 온 줄 몰랐다. 화면에 뜬 발신자 이름에 쿄코는 눈살을 찌푸렸다.

 

“안 받아?”

“받을 필요도 없는 전화야.”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는다는 걸 알았는지 바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 메시지에 쿄코의 표정은 아주 험악하게 변했다.

 

“쿄코?”

“…미안. 잠깐 누구 좀 만나러 갔다 올게.”

“누구길래?”

“빌어먹을 놈.”

“?!!”

 

욕설을 내뱉은 쿄코에 타카히로와 치유리는 깜짝 놀라서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경악한 두 사람의 표정을 보지 못한 채 쿄코는 주방을 벗어났다.

 

“나갔다 올 테니까 결계를 강화해줘, 미케.”

【내가 안 따라가도 되겠냐?】

“명목상 ‘약혼자’를 만나러 가는 거니까 데려갈 수는 없어.”

【날 느낄 정도로 힘이 있는 자라고는 생각 못 한다만. 몰래라도!】

“룰은 지키라고 있는 거잖아.”

【…알았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걱정할 필요 없어, 쿄코는 미케를 쓰담았다. 약 40분 정도의 외출 준비를 끝내고 침실을 나왔다.

 

“코스케!”

 

접대실로 들어가 코스케를 불렀다. 하지만 안에는 전생의 동료들만 있을 뿐이었다.

 

“어라? 다들 어디 갔어?”

“히로와 코스케는 창고로 술을 가져온다고 갔어. 요시미츠? 그 남동생은 짐꾼으로 끌려가던데.”

“그 술고래들!!”

 

나중에 돌아오자마자 창고로 가서 남아있는 술을 확인해야겠군. 내 비장의 술까지 마셨다면 나중에 묵사발을 놓을 거다. 쿄코는 속으로 다짐하고 “여자애들은?”라고 물었다.

 

“여자아이들은 음식 리필로 주방으로 갔어.”

 

대식가인 렌고쿠와 칸로지가 있으니까 리필은 당연한 일인가. 그래서 방 안에는 전생의 동료들만 있게 된 거로군. 남아있는 그들을 보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쿄코 씨?”

 

마침 잘 됐다. 그들에게만 할 말이 있었으니까. 가족의 눈을 피하려고 애쓰는 짓거리를 하지 않아도 좋군.

 

“…너희들에게 부탁이 한 가지 있어.”

“부탁?”

“전생에 대한 걸 가족들 앞에서 절대로 꺼내지 말 것. 내색조차도 하지 마.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접촉도 피해주면 좋겠어.”

 

소중한 가족이 끔찍한 전생의 기억이 기억하지 않길 바란다.

 

“그건 무리다.”

 

조용히 침묵이 내려앉은 그곳에서 토미오카가 단호히 말했다. 아마 저 뜻은 직장 동료인 타카히로와 학생인 여동생들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 거겠지. 여전히 그는 말이 부족하네.

 

“…역시 그런가. 하지만 난 가족들이 전생의 기억을 떠오르지 않길 바래.”

“왜?”

“그야 떠오르면 또다시 붕괴되어버릴 거야….”

 

기껏 가족이 되었는데, 쿄코가 어두워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침묵에 감싸져 있는 방 분위기에 모두가 그녀의 작은 소망을 들었다.

 

“어라? 누나?”

“아.”

 

술을 가지러 간 형제들이 돌아오자 쿄코의 분위기는 빠르게 변했다.

 

“코스케, 차키 좀 빌려줘. 만날 사람이 있거든.”

“대체 누굴 만나러 가는 거야? 그렇게 질색했으면서?”

“혹시….”

“일족 어르신들이 주선해준 자리니까 빠질 수 없거든.”

 

요시미츠가 무언가 알아차리고 말하려고 하자, 쿄코가 먼저 선수쳐 말하고 코스케의 손에 들린 차키를 빼앗듯이 가져가버렸다.

 

“술은 작작 마시도록 해. 덧붙여 말하자면 내 비장의 술들은 건들이지 말도록. 만약 건들었다면…,”

“(꿀꺽)”

“알았지?”

““네!””

 

싱긋 웃는 미소가 무서워 타카히로와 코스케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군기 잡힌 두 사람에 쿄코는 큭큭 웃으며 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