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16

리틀 윙 2016. 6. 18. 19:20

일요일, 나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약을 만들기 위해서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화장실 한 칸으로 들어가서 변기 안에 불을 피워두고 그 위에 낡은 냄비를 올려놓고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중에, 병동에서 퇴원한 해리가 이곳으로 들어왔다.


"팔은 어때?"

"괜찮아."

"널 만나러 가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폴리주스 약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작업을 하기엔 이곳이 가장 안전할 것 같아."


해리가 콜린에 대해서 말하려는데, 헤르미온느가 끼어들었다.


"우린 이미 알고 있어... 맥고나걸 교수가 오늘 아침에 플리트윅 교수에게 하는 말을 들었거든. 약을 빨리 만드는 게 좋겠다고 결정한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었어..."

"하루라도 빨리 변신해서 말포이의 고백을 받아 내는 게 좋잖아."


론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내 생각엔 말야, 그 녀석이 퀴디치 시합에서 지니가 화풀이를 콜린에게 한 것 같아."

"말할 게 또 있어."


헤르미온느가 마디풀 다발을 뜯어 약물 속으로 던져 넣을 때 해리가 말했다.


"한밤 중에 도비가 왔었어."


해리의 말에 우린 고개를 들어서 그를 쳐다보았다. 해리는 우리에게 도비가 했던 말을 설명까지 곁들여서 몽땅 해주었다. 


"비밀의 방이 전에도 열린 적이 있단 말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러면 답은 분명하군."


론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시우스 말포이가 학교 다닐 때 그 방을 열었던 게 틀림없어. 그리고 이제 아들 드레이코에게 그것을 여는 방법을 말해준 거야. 그리고 이제 아들 드레이코에게 그것을 여는 방법을 말해준 거야. 하지만 도비가 그 안에 어떤 종류의 괴물이 있는지 말해 주었더라면 좋았을걸. 그런데 그 괴물이 학교를 몰래 돌아다니고 있는 걸 어떻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까?"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헤르미온느가 거머리를 냄비 바닥에다 대고 누르며 말햇다.


"아니면 변장할 수 있다던가. 갑옷이나 뭐 그런 것으로 말야.... '카멜레온 굴 귀신'에 대해서 읽은 적이 있거든."

"넌 책을 너무 많이 읽었어, 헤르미온느."


론이 죽은 풀잠자리들을 거머리 위에 쏟아 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기차를 타지 못하게 막은 것도, 네 팔을 부러뜨린 것도 다 도비 짓이란 말이지... 너 이거 아니, 해리? 그 도비인지 뭔지 하는 요정이 너의 생명을 구하려고 하는 짓을 당장 그만두지 않는다면 잘못하다간 넌 진짜 죽게 될지도 몰라."


론이 빈 풀잠자리 봉지를 팡 터트리고 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콜린 크러비가 습격을 받아서 병동에 죽은 듯이 누워있다는 소문이 월요일 아침에 학교 전체로 퍼져나갔다. 무성한 소문과 의심으로 분위기가 갑자기 살벌해졌다. 1학년들은 혼자 다니다가 습격을 받을까 봐 꼭 무리를 지어 다녔다. 

지니는 마법 수업 시간에 옆에 앉던 콜린이 그렇게 되자 넋이 반쯤 나가 있었는데, 프레드와 조지는 지니를 위로한답시고 엉뚱한 장난들을 쳤다. 그들은 번갈아 가며 털이나 부스럼을 얼굴에 잔득 붙이고는 그녀를 놀래키곤 했다. 결국 위즐리 부인이 퍼시의 편지를 받고, 지니를 놀리는 일을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혼이 날 줄 알라는 경고를 하고나서야, 프레드와 조지는 그만두었다. 그러는 사이,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교수님들 몰래 부적 같은 것을 사 들이고 있었다. 네빌역시 그것을 샀는데, 주위의 사람들이 그는 순수혈통이니까 습격받을 일이 없다고 말을 했지만 네빌은 자신이 스큅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겁에 질려있었다. 바보아냐?


**

12월 둘째 주가 되자, 예전처럼 맥고나걸 교수가 크리스마스에 학교에 남아있을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갔다. 우리는 목록에 주저없이 이름을 썼는데, 말포이역시 남아 있을 거라고 했다(말포이가 남자 자동적으로 크레이브와 고일도 남고 로우도 남는다).


마법의 약 수업을 듣는 목요일 오후. 마법의 약 수업이 다가오자 헤르미온느가 입을 열었다.


"스네이프 교수 말야 잠깐 다른 데 신경쓰도록 해야 해. 그때 우리 중 하나가 스네이프 교수의 개인 창고로 몰래 숨어 들어가서 필요한 걸 가져오는 거야. 훔치는 건 내가 하는 게 낫을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너희 셋은 더 이상 말썽을 피웠다가는 쫒겨날 게 뻔하지만 난 학교 규칙을 어긴 적이 별로 없잖아. 그러니까 너희들은 5분 정도만 스네이프 교수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릴 수 있도록 소란을 좀 피워봐."

"거의 무리된 부탁이거든, 헤르미온느...."


해리는 어처구니없어서 그만 웃어버렸다. 점점 가까워지는 수업 시간. 세베루스의 수업에 고의적으로 소란을 피우는 건 잠자는 용의 콧털을 건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거든! 


"프레드! 조지!!"


내 눈 앞에 보이는 위즐리 형제들과 리 조던의 모습에 내가 그쪽으로 걸어갔다. 


"로라? 왜? 무슨 일이야?"


프레드는 내가 부르자 엄청나게 당황했다. 뭐야, 그 반응은? 내가 부르는 것이 그렇게 싫은 것일까나?


"필리버스터 불꽃놀이 가지고 있니? 내가 필요해서 그런데 주면 안 될까?"

"헤에- 로라가 장난이라니, 드문 조합이네."

"나도 그렇게 모범생은 아니야."


모범생이라면 애초에 금지된 숲으로 들어가는 짓거리는 하지 않았겠지.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퀴렐과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고... 조지가 놀리듯이 말하자 나는 생각하는 척을 하면서 미소를 짓으며 말했다.


"가져가!"


프레드가 내 손에 필리버스터 불꽃놀이를 올려놓았다.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을 보니까 그걸 언제나 가지고 있는 거냐? 


"고마워, 프레드."


프레드에게 말하고는 그의 필리버스터 불꽃놀이를 챙기고는 해리들에게 걸어갔다. 이제 수업 들으러 가야겠지.


"그걸로 뭐하려고?"

"소동 일으키려면 불꽃놀이만큼 좋은 것은 없잖아."


론이 질문하자 내가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세베루스에게는 미안하지만...

마법의 약 수업은 커다란 지하 감옥에서 이루어졌다. 오늘 수업역시 평상시와 다름없이 딱딱하게 진행되었다. 놋쇠 저울과 각 재료가 담긴 병들이 놓여 있는 나무 책상들 사이에서 스무 개의 냄비가 김을 뿜어내고 있었다. 세베루스는 김 사이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며 그리핀도르의 학생들의 실험에 대해 일일이 트집을 잡자 슬리데린들이 고소하다는 듯 낄낄거렸다. 


정상치보다 너무 묽게 만들어진 해리의 부풀어 오르는 약을 트집잡던 세베루스가 네빌의 약물을 트집잡기위해서 돌아섰을 때, 헤르미온느가 눈짓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신호에 나는 필러버스터 불꽃놀이를 꺼내 지팡이로 쿡 찔렀다. 그러자 푸푸하며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시간이 별로 없었으므로 얼른 그것을 고일의 냄비 속으로 툭 던져 넣었다. 그러자 고일의 약이 크게 폭발하며 아이들에게로 튀었다. 아이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 냄비 맞은편에 서 있었던 말포이의 코가 풍성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고일은 아무것도 모르고 양손을 눈에 갖다댔다가, 눈이 커다란 접시만 하게 팽창해 버리고 말았다. 정신을 차린 세베루스가 곧 학생들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 혼란 속에서도 헤르미온느가 살그머니 빠져나가 그의 창고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


"조용히! 조용히 해!"


세베루스가 큰 소리로 말했다. 오클러먼시로 정신을 무장하면서 약물을 살펴보는 척을 했다.


"약물이 튄 사람들은 수축하는 약을 줄 테니 앞으로 나오세요. 대체 어떤 자식이 이렇게 한 거야?"


말포이가 수박만 해진 코의 무게때문에 고개를 푹 숙이고 허둥지둥 앞으로 걸어갔다. 어떤 아이는 양팔이 곤봉처럼 굵어졌고, 또 어떤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입술이 부풀어 올랐다. 반 아이들 거의 반 정도가 세베루스의 책상 앞으로 몰려나갔을 때, 망토 앞이 불룩해진 헤르미온느가 지하 감옥으로 다시 슬그머니 들어오는 걸 보았다.

아이들이 해독제를 마신 뒤 부풀어 오른 게 가라앉자, 세베루스는 고일의 자리로 휙 날아와 냄비 속에서 까만 재만 남은 불꽃놀이를 발견하고 끄집어내었다.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이걸 던진 녀석이 누군지 알아내기만 하면."


그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드시 퇴학시키고 말 테다."


세베루스는 해리가 한 짓으로 단정 짓었는지 계속해서 해리를 쳐다보았고 해리는 태연한 척을 억지로 하고 있었다. 10분 뒤 울린 종소리가 울렸다. 


"휘~ 로라, 다시 봤어."

"나도 한다면 하는 여성이니까."


론이 휘파람을 불며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하자 나는 풋 웃으면서 능글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로 급히 들어갔다. 헤르미온느는 새로 구한 재료들을 냄비 속에 집어넣고 힘껏 휘젓기 시작했다.


"이제 2주일만 있으면 될 거야.'


그녀가 만족스럽게 말했다. 약이 거품을 일으키며 부글부글 끓는 것을 바라보았다. 


일주일 뒤, 현관 안의 홀로 걸어가던 우리는 게시판 주위에 학생들이 모여있는 걸 보았다. 그들은 방금 게시된 양피지에 쓰인 공고문을 읽고 있었다. 시무스와 딘이 흥분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손짓을 했다. 


"결투 클럽이 생긴대!"


시무스가 말했다.


"오늘 밤에 첫번째 모임이 있을 거래! 결투 수업은 괜찮을 거야. 요즘 같은 날에는 여러 모로 쓸모 있을 거야."

"뭐야, 그럼 그걸 들으면 슬리데린의 괴물과 결투를 할 수 있다는 거야?"


론이 이렇게 말했지만, 그 역시 공고문을 흥미롭게 읽었다.


"괜찮을 것 같은데."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론이 해리와 나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우리도 갈래?"


우리는 모두 동의했다. 

그날 저녁 8시에 다시 연회장으로 내려갔다. 긴 식탁들은 모두 치워지고,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수천 개의 촛불로 밝혀진 황금빛 무대가 한쪽에 마련되어 있었다. 벨벳처럼 까만 천장 아래에 아이들이 하나같이 흥분한 얼굴로 지팡이를 들고 서 있었다. 전교 학생이 다 모였는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누가 가르칠까?"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아이들을 헤치고 나아가며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플리트윅 교수가 젊었을 때 결투 챔피언이었다고 하던데... 어쩌면 그가 가르칠지도 몰라."

"내 생각엔....."


해리가 말하려는 순간, 록허트가 눈부시게 반짝반작 빛나는 진한 자줏빛 망토를 입고 세베루스와 함게 무대 위로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해리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세베루스는 평상시처럼 까만 망토를 입고 있었다. 록허트가 팔을 흔들어 조용히 하라고 한 뒤, 큰 소리로 말했다.


"이쪽으로 모이세요, 이쪽으로 모여요! 모두들 내가 보입니까? 모두들 내 말이 들립니까? 좋습니다! 자,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제가 이 결투 클럽을 만들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제 자신이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늘 그래왔던 거처럼, 아 물론 상세한 것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출간된 제 책들을 보면 압니다만, 어쨌든 이 클럽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분들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모임입니다. 저를 도와주실 스네이프 교수를 소개합니다."


록허트가 입이 찢어지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분은 결투에 대해선 조금밖에 모르지만 수업을 시작하기 전 간단한 시범을 보일 때 기꺼이 절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아무 걱정 마세요. 저를 잠깐 도와주신 뒤에는 다시 마법의 약을 가르치러 가실 테니까요, 절대 두려워할 것 없어요!"

"... 뭘 모르는구만."


대부가 얼마나 강한데. 싸움에 대해서 조금밖에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이 알고있을 겁니다. 제임스 패거리-그 당시엔 호그와트의 천지개변인 마루더즈라고 불렸다.-와 언젠나 앙숙처럼 으르렁거리는 대부였으니까. 

록허트와 대부가 서로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눴다. 아니, 적어도 록허트는 그럴듯한 예의를 차렸지만, 세베루스는 무뚝뚝하게 머리만 살짝 끄덕였다. 그 뒤 그들이 지팡이를 몸 앞으로 들어올렸다. 


"이것이 바로 결투 자세입니다."


록허트가 청중을 향해 설명했다.


"셋을 세자마자, 첫번째 주문을 외울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치명적인 주문은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 둘... 셋....."


둘 다 지팡이를 머리 위로 크게 휘두르고는 상대쪽으로 갖다댔다. 세베루스가 "엑스펠리아르무스!"라고 외쳤다. 눈부신 자줏빛 불빛이 번쩍 하더니 록허트가 벌렁 나가떨어졌다. 그는 뒷걸음으로 도망가다가 벽에 세게 부딪힌 뒤 마룻바닥으로 주르르 미끄러져 팔다리를 뻗고 누워버렸다. 말포이와 다른 슬리데린 몇 명이 환호를 했다. 나도 마음같으면 환호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


"괜찮을까?"


헤르미온느는 발끝으로 서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알게 뭐야."


해리와 론이 동시에 대답했다.

록허트가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있었다. 모자는 떨어지고 구불구불하던 머리카락은 빳빳이 서 있었다. 


"어... 다들 잘 보았지요?"


그가 비틀거리며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면서 말했다.


"이건 무장해제 마법이었습니다. 여러분이 보신 것처럼 제가 지팡이를 놓치고 말았잖아요. 학생들에게 이런 마법을 보여주신 건 훌륭한 아이디어였어요. 스네이프 교수,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전 교수님의 의도를 대번에 알 수 있었답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그 주문의 효과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길 대단히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대부가 살기등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는지, 록허트는 이렇게 말했다.


"시범은 이만하면 충분한 것 같군요! 이제 여러분들을 둘씩 짝 지워줄까 합니다. 스네이프 교수,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그들은 학생들 사이로 들어와 서로 짝을 지워 주었다. 록허트는 네빌을 저스틴과 짝을 짓어주는 사이 세베루스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단짝을 갈라놓을 시간이 된 것 같구나."


그가 비웃으며 말했다.


"위즐리, 넌 피니간하고 해라. 포터는...."


해리가 무심코 내 쪽으로 움직였다.


"그러면 안 되지."


세베루스는 차갑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말포이군, 이리와요. 유명한 포터와 한 번 붙어 봐야지. 그리고 그레인저, 넌 벌스트로드와 짝 짓고. 에반스, 넌 파킨슨과 해라."


말포이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거들먹거리며 걸어왔다. 그의 뒤에서 슬리데린의 여자 두 학생이 걸어왔다. 흑발의 여자아이는 나를 살기등등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짝과 마주 서세요!"


록허트가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 외쳤다.


"그리고 상대방을 향해서 경례."


나는 인사를 했지만 팬시는 노려보면서 인사도 하지 않았다.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런 눈동자인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듯이 팬시 파킨슨을 바라보았다.


"지팡이 준비!"


록허트가 외쳤다.


"셋을 세면, 상대방에게 무장 해제 주문을 외우세요. 그저 무장 해제만 시키는 겁니다. 사고가 나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하나... 둘... 셋!"


몸집이 큰 슬리데린 여학생, 밀리센트 벌스트로드와 짝이 된 헤르미온느가 걱정이 되자 그쪽으로 힐끗 쳐다보았을 때 둘에서 파킨슨이 주문을 외웠다. 냄비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고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시야 속으로 떨어지는 금색 물체. 파킨슨이 그것을 보더니 주워들었다.


"더러워. 이런 더러운 것을 어떻게 들고 다니는 거지, 에반스?"

"이리 내놔, 파킨슨."


어머니의 유품을 더러운 것이라고 치부하지마. 나에게는 엄청나게 소중한 것이니까.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내밀면서 파킨슨을 응시했다. 하지만 파킨슨은 비틀린 미소를 짓으면서 나에게 주지 않고 오히려 목걸이를 바닥으로 부실 것처럼 던져버린다. 그리고는 발로 짓밟았다. 


"엑스펠리아르무스!"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면서 화가 나서 외치자 파킨슨은 뒤로 벌러덩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주문을 외웠다.


"아씨오! 목걸이."


소환 마법을 하자 금방 내 손으로 들어온 금색 목걸이. 더러운 여자의 손에 닿다니... 소독 시켜야겠다. 손으로 먼지를 털어내면서 꼭 끌어안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온통초록빛 연기로 휩싸여 있었다. 네빌과 저스틴 모두 마룻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론은 얼굴이 창백해진 시무스를 잡고 자신의 망가진 지팡이가 한 짓을 사과하고 있었다. 해리는 퀵스텝을 밟고 있었고 말포이는 웃으나 정신이 없었다.


"그만! 그만!"


록허트가 소리만 지르고 있자, 세베루스가 대신 수습을 맡았다.


"피니트 인칸타템!"


그가 소리쳤다. 그러자 해리는 춤추는 걸 멈추었고 말포이는 웃는 걸 멈췄다. 


"조심해, 로라!!"


누군가가 외치고 뒤에서 날아오는 자줏빛 섬광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프레드의 품 속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자마자 이상하게도 얼굴이 붉어졌다. 전에 느꼈던 고동만큼이나 쿵쿵거리면서 울리는 심장... 


"로라? 왜 그래, 어디 아퍼? 얼굴이 붉은데."

"아... 아니... 괘, 괜찮아... 응... 괜찮아... 헤르미온느!"


프레드에게 횡성수설하다가 그러다 헤르미온느와 벌스트로드가 여전히 결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벌스트로드가 헤르미온느의 머리를 겨드랑이에 끼고 세게 짓누르자 헤르미온느가 아파서 훌쩍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지팡이는 다 마룻바닥에 뒹글고 있었다. 헤르미온느의 이름을 부르면서 프레드의 품에서 벗어나서는 둘의 싸움을 떼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집이 훨씬 더 컸으므로 쉽지가 않았다.


"악!"


벌스트로드를 밀치면서 헤르미온느를 구출해낼 때, 그녀의 반항하는 손길에 뺨이 맞고 말았다. 


"로라!"

"괜찮아."


프레드는 과민 반응을 보이면서 벌스트로드를 노려보자 나는 대답했다. 손톱이 긁혔는지 볼에서 선혈이 흘러내렸다. 내 귀한 얼굴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하지만 프레드가 더한 반응을 보이고 있자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럴 수가, 이럴 수가."


록허트는 결투가 벌어진 현장을 바라보며 맥없이 중얼거렸다. 


"여러분에게 악의가 있는 주문을 막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지원자 한 쌍 나오세요. 롱바텀과 핀치 플레츨리, 너희들은 어떠니?"

"그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군요, 록허트 교수. 롱바텀은 가장 간단한 주문으로도 모든 걸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는 아이거든요. 그 앨 시켰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볼그스름한 네빌의 동그란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말포이와 포터는 어떻소?"


세베루스가 미소를 짓으며 말했다.


"좋은 생각이오!"


학생들이 그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뒤로 물러서자 록허트가 해리와 말포이에게 연회장 한가운데로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세베루스는 말포이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귀에 대고 무어라고 속삭였다. 


"셋.... 둘.... 하나... 시작!"


록허트가 외치자 말포이가 얼른 지팡이를 들어 올려 큰 소리로 말했다.


"세르펜소르티아!"


그랒 그의 지팡이 끝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일어난 지팡이 끝에서는 기다란 까만 뱀 한 마리가 튀어나와, 마룻바닥으로 툭 떨어지더니 몸을 일으키고 공격 태세를 취했다.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까만 뱀을 보자 속이 좋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왼쪽 옆구리도 동시에 아파오기 시작했다. 쿡쿡 찌르면서 내장을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그래서 옆에 있는 프레드의 팔을 꽉 잡고 있었다. 


"로라, 아퍼."


프레드가 아프다고 호소했지만 지금 그것에 대해서 신경쓸 수가 없었다.


"움직이지 마라, 포터."


성난 뱀을 똑바로 쳐다보며 꼼짝 않고 서 있는 해리의 모습이 매우 재미있다는 듯, 세베루스가 빈들빈들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없애주마..."

"내가 하겠소!"


록허트가 소리쳤다. 그가 지팡이를 뱀에게 휘두르자 펑 하는 큰 소리가 났다. 그러나 뱀은 사라지기는커녕, 공중으로 3미터쯤 날아 올라갔다가 철썩 하며 다시 마룻바닥으로 떨어졌다. 저 멍청이는....뱀이 화가 났는지 미친 듯이 쉬쉬거리며 저스틴 핀치 플레츨리 쪽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여 가더니, 몸을 일으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 그럴 때 해리가 뱀에게 다가갔다.


【얌전히 있어.】


해리의 입에서 나온 쉭쉭거리는 소리. 그리고 뱀은 까만색의 굵은 수도 호스처럼 온순하게 마룻바닥으로 축 늘어지더니 해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해리는 저스틴을 향해서 씩 웃으며 쳐다보았다.


"너 지금 무슨 장난 치고 있는 거니?"


저스틴이 고함을 치더니 해리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홱 돌아서서는 화를 내며 연회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세베루스가 앞으로 걸어나와 지팡이를 한 번 휘두르자 그 뱀이 까만 연기로 사라져버렸다. 그는 뜻밖의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론, 헤르미온느. 해리를 데리고 나가. 어서!"


사방으로 불길하게 수근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자 내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속삭였다. 그러자 론이 해리의 망토 자락을 잡아당겨서 그를 연회장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헤르미온느가 허둥지둥 둘을 따라나갔다. 다른 학생들은 마치 어떤 전염병이 옮겨 붙기라도 할 것처럼 뒤로 슬슬 내뺐다. 


"미안, 프레드..."


프레드의 팔을 놓으면서 내가 사과했고 목걸이를 움켜쥐고는 연회장을 빠져나가고 병동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점 아파오는 통증에 발걸음이 느려졌지만 그래도 걸음을 옮겼다.


"로라, 괜찮아?"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자 상냥하게 질문하는 프레드가 보이자 안도되어서 무릎이 굽혀지는 것을 프레드가 단번에 알아차리고는 나를 부축해주었다.


"괜찮아?"

".... 괜찮아..."


프레드에게 말하고는 손에 쥐고 있는 목걸이의 모난 부분이 손바닥을 찌르는 것이 느껴지자 주먹 쥔 손을 풀었다. 그리고 목에 목걸이를 걸었다.


".... 굉장히 소중한 가봐."

"응. 어머니의 유품이니까."

"굉장히 이쁘다. 너의 어머니의 안목이 대단하신가봐."

"... 어머니의 가문, 나에겐 외촌에 해당되는... 가문의 문양인데?"

"그. 그렇구나! 어쩐지 고풍스럽네!"


프레드는 횡설수설하면서 나랑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보니 그 반지는 언제나 하고 있는데, 그것도 유품인 거야?"

"이건 선물... 받았어. 마법력 제어용 반지거든. 과거에 마법력이 딱 한 번 폭주해서 사람이... 다친 적이 있어서... 미안."


두 손을 맞잡으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좋지 않는 기억이 떠올라서 그런지 속이 더욱더 좋지 않아졌다. 프레드를 쳐다보지 않고 짧게 사과를 한 후에 그를 두고는 몸을 돌려서 재빨리 그리핀도르의 휴게실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면서 여자 기숙사 계단을 올라갔다. 


**

다음날 아침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심한 눈보라로 변하는 바람에 그 학기의 마지막 약초학 수업이 그만 휴강되고 말았다. 스프라우트 교수가 직접 맨드레이크에게 양말과 목도리를 씌워주고 싶어했던 것이다. 맨드레이크를 잘 보호해서 노리스 부인과 콜린를 회복시킬 수 있을 만큼 빨리 자라게 하는 것이 중요했기 대문이다.

해리가 난로가에서 고민하는 동안, 난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 대한 책을 읽었고 론과 헤르미온느는 마법사 체스 게임을 했다.


"그렇게 앉아 있지만 말고, 해리."


론의 비숍 중 하나가 헤르미온느의 나이트를 말에서 떨어뜨려 체스 판 밖으로 끌어냈을 때 헤르미온느가 화를 내며 말했다.


"그렇게 걱정되면 저스틴을 찾아가서 직접 해명을 하는 게 어때."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말대로 저스틴을 찾아 나서기로 하고 초상화 구멍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응시하다가 나역시 책을 덮고는 해리의 뒤를 쫒아서 나갔다. 


"왜 따라오는 거야?"

"나도 뱀의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 같이 해명해줄게. 너가 그때 얌전히 있어라고 뱀에게 말했다는 것을 들었으니까."

"너도 할 줄 알아?"

"... 사고를 당한 다음에 뱀의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지."


난 피델마우스가 아니였지만 애드밀과 그의 여동생은 피델마우스였지. 

창문마다 굵은 회색빛 눈발이 날리고 있었으므로 성은 평상시보다 더 어두웠다. 맥고나걸 교수가 수업하는 교실을 지나갔다. 맥고나걸 교수는 고함을 지르고 있었는데, 들리는 소리로 판단하건대, 학생 중의 하나가 오소리로 변한 것 같았다. 그리고 해리가 도서관으로 향하자 나역시 그쪽으로 향했다.

약초학 수업을 듣는 후풀푸프 아이들은 정말로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길게 늘어선 높은 책꽂이 사이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든."


어니 맥밀란이 말했다.


"저스틴에게 우리 기숙사에 숨어 있으라고 했어. 포터가 만약 그 애를 다음 희생자로 점찍었다면, 한동안 눈에 띄지 않는 게 최선일 거라는 얘기지. 저스틴은 언젠가 우연히 자신이 머글 태생이라는 말을 포터에게 했었는데 그 이후로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불안해했었대. 해리에게 글세 이튼 학교에 가려다가 이리로 오게 되었다고 말했었다나 봐.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슬리데린의 후계자에게 떠들어대다니, 그 애도 참 한심해."

"그럼 넌 그게 다 포터가 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어니?"


한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한나."


어니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 애는 뱀의 말을 했어. 그 앤 어둠의 마법사가 틀림없어. 넌 좋은 마법사 치고 뱀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봤어? 사람들은 슬리데린을 뱀의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불렀어. 벽에 쓰여진 말 기억하니? '후계자의 적들이여, 조심하라'라는 말 말야. 포터는 필치와 약간 언쟁을 벌였어. 그런데 그 다음에 어던 일이 벌어졌니? 필치의 고양이가 공격받았잖아. 1학년생 클러비는 퀴디치 시합에서 포터를 화나게 했었어. 그가 진흙 바닥에 누워 있는 사진을 찍는다고 말야. 그런데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니? 크러비가 당했잖아."

"하지만 그렇게 착해 보이는 애가 어떻게."


한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뭐랄까, 그 앤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한 장본인이잖아. 그런 애가 그렇게 나쁜 아이일 리가 없어, 안 그래?"


어니가 목소리를 속삭이듯이 낮추자, 아이들이 더 가까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해리역시 좀더 잘 듣기 위해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 애가 그 사람의 공격을 받고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는 아무도 몰라.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앤 그저 갓난아기에 지나지 않았어. 그 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야 해. 그런데 봐, 그 애는 멀쩡히 살아남았잖아. 그런 저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건 그 애가 아주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라는 증거야."


지금 어니가 뭐라고 말을 하는 거니?


"그 사람이 애당초 그 앨 죽이고 싶어했던 건 어쩌면 바로 그 때문인지도 몰라. 쉽게 말하면 자신에게 필적할 만한 또 다른 어둠의 마법사를 없애 버리려 했다는 얘기지. 포터가 숨기고 있는 다른 힘들은 무엇일까?"

"그런 것은 전혀 없거든. 쓸데없는 억측은 하지 말아줄래."


내가 후풀푸프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는 말하자 그들은 흠칫했다. 


"태어나면서 어둠의 마법사라는 존재는 없어. 뒤에서 속닥거리지 말고 차라리 앞에서 말하는 것이 더욱더 낫지 않아? 아주 멍청이같거든."

"로라, 그만해."


내가 사납게 그들을 몰아붙이자 해리가 나를 말렸다. 해리가 책꽂이 뒤에서 걸어나와자 후플푸프의 아이들은 돌처럼 굳어버렸다. 어니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사리지고 있었다.


"안녕."


해리가 말했다. 


"저스틴 핀치 플레츨리가 어디에 있는지 혹시 아니?"


후플푸프 아이들이 가장 우려했던 일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들 모두 걱정스러운 얼굴로 어니를 바라보았다. 


"그 애는 왜?"


어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결투 클럽에서 일어난 뱀 사건 때문에 말야. 그 애에게 정말로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건지 설명하려구."


해리가 말했다. 어니가 새하애진 입술을 깨문 뒤, 심호흡을 했다.


"우리들 모두 그 자리에 있었어. 그리고 우린 그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다 봤어."

"그러면 내가 뱀에게 말한 뒤, 뱀이 뒤로 물러섰다는 걸 다들 알겠네?"

"아냐."


어니가 완강하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넌 뱀에게 저스틴 쪽으로 가라고 말했어."

"난 뱀에게 그 애를 쫒아가려고 하지 않았어!"


해리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뱀은 그 앨 건드리지도 않았잖아!"

"하마터면 그럴 뻔했어."


어니가 말했다.


"그리고 네가 엉뚱한 생각을 할까 봐 말하는데."


그가 급히 말했다.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우리 가족은 위로 9대까지 모두 다 마법사야. 내 혈통은 어느 누구보다도 순수해. 그러니까..."

"누가 그런 것 알고싶다고 했니!"


해리의 화가 전염되었는지 내가 어니에게 날카롭게 말했다. 


"해리는 왜 머글 태생을 습격하고 싶어하겠어?!"

"난 그가 함께 사는 머글들을 지독히도 싫어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누구든 더즐리 가족와 함께 살게 본다면 다 그렇게 될 거야."


해리가 말했다.


"너도 한번 그 집에서 살아 보라구."


해리가 그렇게 말하고는 홱 돌아서서 발을 쾅쾅 구르며 도서관에서 나가는 바람에, 금박을 입힌 커다란 마법책의 표지를 닦고 있던 핀스 부인에게 따가운 눈초리를 받았다. 나는 해리를 대신해서 핀스 부인에게 사과를 하고는 도서관을 나가서는 해리를 뒤쫒았다. 해리는 너무나 화가 나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곧 그는 어느 복도로 들어섰는데, 해그리드와 부딪히는 바람에 그만 마룻바닥으로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오, 안녕, 해그리드."

"안녕하세요, 해그리드."


그의 얼굴은 어깨까지 덮는 큰 양털모자로 완전히 가려져 있었지만, 두더지 가죽 코트를 입고 복도를 다 막고 서 있는 것으로 보아 해그리드가 분명했다. 장깐을 낀 그의 커다란 손에 죽은 수탉이 들려 있었다.


"잘 지냈니, 해리, 로라?"


그가 털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왜 수업에 안 들어가고?"

"휴강됐어요."


해리가 일어서며 말했다.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해그리드가 축 처진 수탉을 들어 올렸다. 


"이번 학기에 벌써 두 번째야."


그가 설명했다.


"여우도, 피 빨아먹는 도깨비의 짓도 아냐. 그래서 교장 선생님의 허가를 받아 닭장에 마법을 걸어 두려고 가는 참이야."


그가 눈이 묻어 희끄무레해진 눈썹을 모으고 해리를 더 주의깊게 살폈다.


"너 정말 괜찮니? 굉장히 흥분하고 화난 것처럼 보이는데."

"아무것도 아니에요. 전 이만 가 보는 게 좋겠어요, 해그리드. 다음 시간이 변신술 수업이라 책을 가지러 가야 하거든요."


해리가 말했다. 그는 빠르게 해그리드를 지나가자 나는 난처하듯이 해그리드를 보면서 웃고는 그의 뒤를 쫒았다. 그는 계단을 쾅쾅 밟으며 올라가 또 다른 복도로 방향을 돌렸다. 그곳은 훨신 더 어두웠다. 꽉 닫히지 않은 창문 사이로 불어닥친 세찬 바람때문에 횃불들이 다 거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도를 반즘 걸어갔을 때 그는 마룻바닥에 누워있는 뭔가에 걸려 곤두박질치며 넘어지고 말았다.

해리 근처로 가까이 왔을 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저스틴이 뭔가에 충격을 받은 듯 굳은 표정으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뻣뻣하고 싸늘하게 식은 채 마룻바닥에 누워있엇다. 그의 옆에는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있었는데, 뽀얗고 투명한 진줏빛은 온데간데없고 새까맣게 그을린 채, 마룻바닥 위 20여 센티미터 되는 높이에 길게 누워 미동도 하지 않고 둥둥 떠 있었다. 머리는 반쯤 떨어져 있었고 역시 저스틴처럼 충격으로 얼어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해리, 그만 가자. 응?"

"하지만...."

"이러다가 또 너가 뒤집어 쓰게 될 지도 몰라."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옆에 있는 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소리의 요정 피브스가 튀어나왔다. 


"이런, 꼬맹이 포터와 에반스로군! 뭐하니? 왜 숨어 있...."


공중제비를 하던 피브스가 한 반쯤 돌았을 때 갑자기 멈췄다. 물구나무를 선 채, 저스틴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을 발견한 것이다. 피브스는 얼른 몸을 바로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우리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소리소리 질렀다.


"습격이에요! 습격! 습격이 또다시 일어났어요! 사람도 유령도 안전하지 못해요!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나세요! 습겨-억!"


쾅-와르르-쾅! 복도에서 문이 잇따라 활짝 열리며 사람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한참 동안이나 계속되는 혼란 속에서, 사람들이 저스틴을 밟고 지니가거나 목이 달랑달랑한 닉을 뚫고 지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교수님들이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맥고나걸 교수가 변신술 수업을 받던 학생들과 함께 달려왔는데, 한 아이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흑백으로 온통 줄무늬가 쳐진 채로였다. 그녀는 지팡이를 이용해 펑 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어 조용히 시킨 뒤 모두를 교실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아이들이 다 교실로 들어가 버릴 때쯤 어니가 숨을 헐떡이며 도착했다.


"모두 얘가 그런 거예요!"


어니가 얼굴이 새하얗게 되어, 손가락으로 해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만하면 됐다, 맥밀란!"


맥고나걸 교수가 날카롭게 말했다. 피브스는 머리 위에서 심술궂게 웃으며 까불까불 움직이며 그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교수님들이 허리를 굽혀 저스틴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을 살피자, 피브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 포터, 이 천덕꾸러기야. 오, 무슨 짓을 한 거야. 학생들을 죽이다니, 넌 그게 재미있는지 모르겠지만..."


"시끄러워, 피브스! 해리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내가 큰 소리로 외치자 피브스가 해리에게 혓바닥을 쏙 내밀고는 뒤로 붕 날아가 사라져 버렸다. 

저스틴은 플리트윅 교수와 천문학의 교수인 시니스트라 교수에 의해 병동으로 옮겨졌지만 목이 달랑달랑한 닉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결국, 맥고나걸 교수는 마법으로 허공에서 커다란 부채를 하나 만들어 내더니 그것을 어니에게 주며 목이 달랑달랑한 닉을 계단 위로 둥둥 떠가게 하라고 지시했다. 어니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고 이제 해리와 나, 맥고나걸 교수만 남게 되었다.


"이쪽으로 와라, 포터, 에반스."

"교수님. 전 맹새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이 일은 내 소관 밖이다, 포터."


맥고나걸 교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린 말없이 복도 끝의 모퉁이로 돌아가 커다랗고 굉장히 이상하게 생긴 이무기 석상 앞에서 멈춰섰다,


"레몬 방울!"


그녀가 말했다. 그게 암호였는지, 갑자기 이무기 석상이 움직이더니 뒤에 있는 벽이 둘로 쩍 쪼개지며 옆으로 비켜섰다. 그 벽 뒤에는 꼭 에스컬레이터처럼 위로 매끄럽게 움직이고 있는 나선형의 계단이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와 해리와 함께 계단 위에 발을 들여 놓자, 벽이 쿵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빙글빙글 돌며 계속해서 위로 높이 올라갔고, 마침내 눈앞에 놋쇠로 만든 그리핀 모양의 고리쇠가 달린 박달나무 문이 어슴푸레 빛나고 있었다. 교장실로 우리를 데리고 온 맥고나걸 교수.

맨 위에 다다르자 돌계단에서 내려섰다. 맥고나걸 교수가 톡톡 노크를 하자 문이 스르르 열렸다. 


"잠시 기다려라."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리고 우리를 내버려둔 채 어디론가 가버렸다.

덤블도어 교수의 사무실을 둘러보기로 했다. 커다란 원형의 방 안에는 온갖 이상한 소리들이 났다. 가느다란 다리를 가진 긴 탁자 위에는 쌍 하는 소리를 내며 연기를 뿜어 내는 기이한 은빛 도구들이 잔뜩 놓여져있었다. 사방의 벽에는 온통 역대 교장들의 초상화들로 뒤덮여있었는데, 사진틀 속의 교장들은 하나같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또한 갈고리 모양의 다리가 달린 굉장히 큰 책상이 하나 있었는데, 그 뒤쪽에 놓여있는 선반에는 다 낡아빠지고 해진 기숙사를 배정하는 마법사 모자가 놓여있었다.

해리는 조용히 책상 앞으로 걸어가, 선반에서 모자를 내려 천천히 머리에 썻다.


흰머리 몇 가닥 남아있을 뿐 거의 대머리인 쭈글쭈글한 마법사의 초상화를 앞에 섰다. 


"아르만도 디펫 교장..."


대모의 어머니가 다녔을 때 시절의 교장인가. 이번에도 그분을 만나면 좋을 텐데 말이지. 이런 저런 얘기도 잘 하시고 잘 통하기도 하니까. 이번 여름 방학때 대모를 졸라서 만나러 와줄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틀렸어요."


해리가 마법사의 모자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그 후 기침하는 소리가 났다. 문 뒤에 있는 황금빛 횃대에 새 한 마리가 앉아있엇다. 칠면조를 닮은 그 새는 꽤나 늙어보였고 아파보였다. 눈동자에는 생기가 없었으며, 꼬리에서 깃털 두어 개가 떨어졌다. 

그 새가 갑자기 확 불길에 타올랐다. 해리는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혹시 물컵이 있나하고 주위를 열심히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금새 새는 불덩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꽥 하고 한 번 크게 비명을 지르더니 마룻바닥에 검게 탄 버린 잿더미만 남았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덤블도어가 들어왔다.


"교수님... 교수님의 새가... 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그냥 불이 붙어 버렸어요."

"해리, 그건 불사조야. 죽을 때가 되서 불타오른 것이지."

"맞다. 그 새는 며칠 동안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 가야할 때가 임박했기 때문이야."


그는 해리의 얼굴에 나타난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고 싱그레 웃었다.


"퍽스는 불사조란다, 해리. 불사조들은 죽을 때가 되면 갑자기 확 타올랐다가 잿더미에서 다시 태어나지. 저걸 봐라..."


아주 작고 쭈글쭈글한, 금방 태어난 새 한 마리가 잿더미에서 얼굴을 삐죽 내밀었다. 


"퍽스가 불타 버리는 모습을 보다니 안됐구나."


덤블도어 교수가 책상 뒤로 가 앉으며 말했다.


"그 새는 원래 빨간색과 황금색 깃털을 갖고 있는 굉장히 멋진 새란다. 불사조들은 대단히 매혹적인 생물이지. 굉장히 무거운 짐도 나를 수 있고, 눈물은 병을 고치는 힘이 있으며, 또 대단히 충실한 애완동물이 되기도 한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사무실 문이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며 확 열리더니 해그리드가 텁수룩한 까만 머리에 털모자를 쓰고, 흥분한 얼굴로 불쑥 들이닥쳤다. 손에는 아까 보았던 그 죽은 수탉이 여전히 흔들거리며 들려 있었다.


"해리가 그런 게 아닙니다, 덤블도어 교수님!"


해그리드가 다급하게 말했다.


"저 아이가 발견되기 조금 전에 제가 해리와 로라와 함께 말을 나누었어요, 얘는 그럴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덤블도어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해그리드는 흥분해서 수탉을 이리저리 흔들어 깃털을 사방에 흐트러뜨리며 고함을 질러댔다.


"해리가 그랬을 리가 없어요. 전 필요한다면 마법부 장관 앞에서라도 맹세할 수 있어요."

"해그리드, 난..."

"사람을 잘못 보신 거예요. 해리는 절대로..."

"해그리드!"


덤블도어가 큰 소리로 말했다.


"난 해리가 다른 사람들을 습격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


해그리드가 수탉을 옆으로 툭 떨어뜨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전 그럼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교장 선생님."


그리고 그는 무안한 표정으로 걸어갔다.


"제가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신다구요, 교수님?"


덤블도어 교수가 책상에서 수탉의 깃털을 털어 낼 때 해리가 희망을 가지고 물어봤다.


"그렇단다, 해리.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그러나 덤블도어 교수의 표정은 웬일인지 다시 침울해졌다.


"하지만 네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란다. 에반스양도 마찬가지고."


덤블도어 교수가 긴 손가락 끝을 한데 모으고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혹시 내게 말하고 싶은 건 없니? 어떤 것이든 말이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아뇨. 아무것도 없어요, 교수님."


해리는 늦게 말을 했고 우리는 교장실을 나올 수가 있었다. 수업을 가기엔 이미 늦었으므로 나는 땡땡이치고 했다. 바로 부엉이장으로 향했다. 대모에게 편지를 보낼 생각이였다.


**

저스틴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동시에 습격을 받은 사건 이후 사람들은 이제 그저 막연히 겁먹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공포에 떨고 있었다. 특히 목이 달랑달랑한 닉이 그렇게 된 게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것 같았다. 도대체 정체가 뭐길래 유령에게까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무서운 힘이길래 이미 죽은 사람까지 해칠 수 있을까? 학생들은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앞다투어 호그와트 급행 열차 표를 샀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우리밖에 안 남겠어."


론이 우리에게 말했다.


"우리와,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레스트랭과 고일. 굉장히 즐거운 휴일이 되겠군."

"사람이 없는 편이 더욱 낫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을 떠나는 게 오히려 기뻤다. 해리가 마치 자신의 입에서 송곳니가 자라거나 독액을 뿜어 내기라도 할 것처럼 사람들이 복도에서 슬금슬금 피해 가는 데 질려있었다. 또 지나갈 때면 수군거리며 손가락질을 하거나, 불평을 해대는데도 넌더리가 났다. 

그러나 프레드와 조지는 이 모든 게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복도에서 해리 앞으로 걸어나가 이렇게 소리쳤다.


"사악하고도 위대한 마법사 슬리데린의 후계자가 나가시니 모두 길 좀 비켜라."


퍼시는 이런 행동을 굉장히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이건 재미로 삼을 일이 아니야."


그가 차갑게 말했다.


"저리 비켜, 형."


프레드가 말했다.


"해리는 급해."

"그래, 해리는 지금 송곳니가 돋아난 하인과 차 한 잔 하러 비밀의 방으로 가는 길이야."


조지가 깔깔거리며 말했다. 지니도 그걸 전혀 재미있어하지 않았다.


"그러지 마."


지니는 프레드가 해리에게 큰 소리로 다음 번엔 누굴 습격할 계획이냐며 물을 때마다, 혹은 해리와 마주친 조지가 커다란 마늘 한쪽을 내보이며 해리를 피하는 척할 때마다 불평을 해댔다. 

프레드와 조지는 적어도 그가 슬리데린의 후계자라는 착상 자체가 아주 어이없다고 생각하고 이런 장난을 치기 때문에 그렇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익살스러운 장난이 말포이를 약오르게 했던지 말포이는 위즐리 형제가 그렇게 장난 치는 걸 볼 때마다 심술궂게 굴었다.


"그건 바로 말포이 녀석이 자기가 슬리데린의 후계자라는 걸 말하고 싶어 좀이 쑤신다는 뜻이야."


론이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녀석은 원래 자기보다 잘난 사람은 못 봐 주는 성격이잖아. 그런데 일은 다 자기가 했는데 엉뚱하게도 네가 유명해니까 심술이 난 거지 뭐."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폴리주스 마법의 약이 거의 다 됐거든. 이제 언제라도 말포이에게서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흡족한 어조로 말했다.

마침내 학기가 끝나자, 성에도 정원에 쌓인 눈만큼이나 깊은 정적이 찾아왔다. 헤르미온느와 위즐리 남매들과 해리와 함게 그리핀도르 탑에 마음대로 드나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며 카드 놀이도 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몰래 결투 연습까지도 할 수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와 지니는 위즐리 부부와 함게 이집트에 있는 빌에게 가지 않고 학교에 남아 있기로 했다. 퍼시는 그들의 행동이 유치하다며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그리핀도르 휴게실로는 거의 내려오지 않았다. 그는 전에, 자기가 크리스마스 동안에 학교에 머무는 것이 이런 곤란한 시기에 교수님들을 돕는 것이 반장으로서의 의무이기 때문일 뿐이라고 그들에게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에 갑자기 내 독방으로 쳐들어온 헤르미온느때문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 난 늦게 잤어."

"마법의 약은 나보다 너가 잘 안다고. 어서 가자."


헤르미온느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잠옷을 벗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정신은 아직 몽롱한데 말이지.


"로라."

"응?"

"그 옆구리의 문신, 굉장히 이쁘다."

"변태~ 헤르미온느가 그렇게 변태일 줄은 몰랐어. 난 언젠가 헤르미온느에게 겁탈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아니거든! 절대 그런 일은 없어!!!"


헤르미온느의 말에 내가 능글거리면서 장난끼 섞인 어조로 말하자 헤르미온느는 얼굴이 확 붉어져서는 꽥 소리를 지르고 문을 쾅 닫고 독방을 나가버렸다. 


"장난이였는데."


내가 킬킬거리면서 말하고는 꽃 문신을 바라보았다.


".... 진행되었어."


면적이 조금 더 커진 꽃 문신을 응시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옷을 단정히 차려입고 지팡이마저 챙기고는 방을 나왔다. 그리고는 휴게실로 내려가자 헤르미온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그대로 헤르미온느의 손에 이끌려서는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로 가야했다. 졸려죽겠는데, 헤르미온느와 함께 마법의 약을 만들어야하다니 왠지 모르게 심신이 지쳐버렸다. 


"난 가서 애들을 깨울께."

"난 가서 잘께. 그럼 폴리 주스 마시고 감상평 좀 가르쳐달라고 해줘."

"넌 안 마시는 거냐!"

"싫어."


헤르미온느에게 당당히 말하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방으로 들어가자 브라이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자마자 브라이언은 바로 내 머리 위에 편지를 떨어뜨렸다.


사랑하는 대녀, 로라에게.

너가 그렇게 우리 엄마를 보고싶으면 내가 이번 여름 방학 때 엄마와 함게 프리벳가에 찾아갈께. 걱정하지말고 크리스마스 잘 보내렴.

사랑하는 대모, 아빌.


"블랙 부인이 오는구나..."


쉽게 허락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호그와트 크리스마스 만찬을 모든 사람들이 맘껏 즐기고 있었다. 서리가 덮인 크리스마스 트리 십여 그루가 곳곳에 서 있었고, 서양호랑가시나무와 겨우사이의 굵은 줄기가 천장을 열십자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천장에서는 마법에 걸린 눈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따뜻했으며 물기도 없었다. 덤블도어는 그들에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캐롤 송을 몇 곡 부르게 했는데, 해그리드는 에그노그가 한 잔씩 들어갈 때마다 점점 더 소리 높여 시끄럽게 불러댔다. 프레드는 퍼시의 반장 배지가 '바보'라고 읽히도록 마법을 걸었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퍼시는 아이들이 자신만 보면 깔깔거리자, 왜 그렇게 웃는 거냐고 계속 묻고 다녔다. 

해리와 론이 세 접시째의 크리스마스 푸딩을 다 먹어 치우자 나와 헤르미온느가 그들을 연회장 밖으로 데리고 나가 그날 저녁의 계획을 다시 한 번 일러 주었다.


"아직 너희들이 변신할 사람의 몸의 일부가 필요해."


헤르미온느가 마치 그들에게 간단한 쇼핑을 위해 슈퍼마켓에 보내기라도 하는 듯이 사무적으로 말했다.


"크레이브와 고일의 것을 구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 그 애들은 말포이의 단짝 친구들이니까, 녀석이 뭐든지 말할 게 틀림없어. 그리고 또 우리가 그 녀석에게 물어보고 있는 동안 진짜 크레이브와 고일이 불쑥 나타나지 않도록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어. 하지만 그 방법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두었어."


그녀가 해리와 론의 놀란 표정을 본체만체한 채, 먹음직스런 초콜릿 케이크 두 개를 들어 올리며 계속해서 말했다.


"이 케이크 안에 간단한 수면제를 넣었어. 너희들은 그저 크레이브와 고일이 쉽게 이 케이크를 발견하도록 적당한 곳에 놓아 두기만 하면 돼. 일단 그 애들이 잠들면, 머리카락을 몇 가닥 뽑고 그 애들을 빗자루 벽장 속으로 옮겨 놓도록 해."

"헤르미온느, 내 생각엔..."

"그렇게 했다간 일이 크게 잘못될 수도 있어."


하지만 헤르미온느의 눈빛은 맥고나걸 교수처럼 아주 완고해보였다.


"그 마법의 약은 크레이브와 고일의 머리카락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될 거야."


그녀가 엄격하게 말했다. 


"너희들 말포이 조사해 보고 싶지 않니?"

"아,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너흰? 너흰 누구의 머리카락을 뽑을 생각이니?"

"난 안 할 거고 헤르미온느는 벌스트로드의 머리카락을..."

"난 벌써 준비해 뒀어!"


헤르미온느가 호주머니에서 아주 작은 병 하나를 꺼내 그 안에 있는 머리카락 한 가닥을 보여주며 밝게 말했다. 


"결투 클럽에서 나와 몸싸움을 벌였던 밀리센트 벌스트로드 기억나니? 그 애가 내 목을 조를 때 내 망토에 이게 묻었지 뭐야! 그 앤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집에 갔어. 하지만 그저 다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고 말하기만 하면 돼."


헤르미온느가 부산을 떨며 폴리주스 약을 다시 살펴보러 가버리자 나역시 해리와 론의 불평어린 시선을 무시하고는 헤르미온느를 따라갔다. 


"아."

"왜 그래, 로라?"

"세탁실 좀 갔다올게. 슬리데린 망토가 필요하잖아!"


헤르미온느에게 말을 하고 세탁실로 향했다. 세탁실에서는 슬리데린 망토를 큰 것을 3개 빌려왔다. 나중에 다시 갖다놓으면 되겠지. 화장실 내부는 헤르미온느가 젓고 있는 냄비에서 나오는 자욱한 검은 연기때문에 앞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익숙하게 화장실 칸을 노크하자 문을 열어준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 로라?"


목소리가 들려오자 헤르미온느가 자물쇠를 열었다. 끈적끈적한 약이 거품을 일으키며 부글부글 끓고 있었고 변기 위에는 커다란 유리컵 세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구했어?"


헤르미온느가 숨을 죽이며 물었다. 그러자 해리와 론이 머리카락을 보여주었다.


"좋았어, 세탁실에서 이 망토들을 슬쩍 집어왔어. 너희들이 크레이브와 고일이 된다면 더 큰 망토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야."


냄비 속의 약을 바라보았다. 거무스름한 색의 걸쭉한 진흙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 같았다.


"폴리주스는 완성됐어."

"그래. 들어갈 건 다 들어갔어."


헤르미온느가 《모스테 포텐트 마법의 약》 책의 얼룩진 페이지를 초조하게 다시 훑어보며 말했다.


"모양이 꼭 책에서 설명한 대로야.... 이걸 마신 뒤 정확히 한 시간 뒤, 우린 원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

"이제 뭘 하지?"


론이 작은 목소릴 말했다.


"이걸 석 잔으로 나눈 뒤 머리카락을 넣은 거야."


헤르미온느가 그 약을 국자로 푹 더서 각 유리컵에 담았다. 그리곤 떨리는 손으로 벌스트로드의 머리카락을 병에서 흔들어 빼니어 첫번째 유리컵에 넣었다. 그러자 그 마법의 약이 끓어오르는 주전자처럼 큰 소리로 쉬쉬거리며 거품이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뒤, 메스꺼운 노란색으로 변했다.


"에구, 밀리센트 벌스트로드 그 애랑 똑같은 색깔이네."


론이 그것을 보고 질색하며 말했다.


"맛도 틀림없이 메스꺼울 거야."

"너희들도 넣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리는 고일의 머리카락을 가운데 유리컵에 떨어뜨렸고, 론도 크레이브의 것을 마지막 컵에 넣었다. 두 유리컵 모두 쉬쉬대면서 거품이 일었다. 그리고 고일의 머리카락을 넣은 컵은 국방색으로 크레이브의 머리카락을 넣은 건 거무스름한 갈색으로 변했다.


"잠깐만."


론과 헤르미온느가 컵을 집으려고 손을 뻗자 내가 말했다.


"다같이 이 안에서 마시면 안 될 것 같아. 알다시피 크레이브와 고일, 밀리센트의 몸집이 크잖아. 그러면 여기가 너무 비좁을 거야."

"좋은 생각이야."


론이 문의 자물쇠를 열며 말했다.


"각자 다른 칸으로 들어가자."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론이 각자 다른 칸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준비 됐니?"


해리가 소리쳤다.


"준비됐어."


론과 헤르미온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둘... 셋..."


그리고 각자 마시는지 침묵 소리가 흘렸다. 밖으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자 크레이브와 고일이 화장실 칸에서 나왔다. 하지만 내 눈동자에서는 
해리와 론의 모습도 보였다. 흐릿하긴 하지만... 


"이건 정말로 믿을 수 없어."


크레이브-로 변한 론-이 거울 앞으로 다가와 납작한 코를 찌르며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

"서두르는 게 좋겟어."


고일-로 변한 해리-가 굵은 손목을 조이고 있는 손목시계를 느슨하게 하며 말했다.


"그런데 슬리데린의 휴게실은 어디에 있지? 누군가 쫒아갈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헤르미온느?"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헤르미온느를 생각하면서 그녀가 들어간 화장실 칸 앞에서 노크를 했다.


"난.... 난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난 놔두고 그냥 가."


헤르미온느의 목소리가 아닌 벌스트로드의 높은 음조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헤르미온느, 밀리센트 벌스트로드가 못생긴 거 다 알아. 그게 너라는 건 아무도 모를 거야..."

"아냐... 정말이지.... 난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너희 둘 빨리 서둘러, 시간 허비하지 말고..."

"너희 가서 슬리데린 휴게실로 가도록 해. 여긴 내가 있을 테니까. 어서!"


내가 말하고는 그들을 화장실 밖으로 내보냈다. 1시간 안에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지... 것보다 내가 슬리데린 휴게실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었던가? 지하에 있는 축축한 돌벽에 암호를 말하면 슬리데린의 휴게실로 들어갈 수 있는데... 뭐, 잘 알아서 하겠지.


"헤르미온느, 설마... 너... 동물의 털을 먹은 것은 아니겠지?"

"나, 나, 어떻게 로라!"


역시나 먹었군. 폴리주스에는 동물의 털은 사용해서는 안 되는 걸로 되어있는데. 그 칸 안에서 헤르미온느는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1시간 후, 해리와 론이 양말만 신은 채 원래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언가 알아냈니?"

"말포이가 슬리데린의 후계자가 아니였어. 그 사건은 50년 전에 일어났다고 해."

"헤르미온느, 이제 나와. 네게 말할 게 아주 많아."


론이 헤르미온느의 화장실 문을 탕탕 쳤다.


"저리가!"


헤르미온느가 우는 소리로 말했다.


"왜 그래? 너도 지금쯤은 정상으로 돌아왔을 텐데, 우린..."

"그게 문제가 생겼어. 헤르미온느. 일단 나와. 그래야지, 병동으로 가지."


헤르미온느에게 나오라고 했는데, 어떻게 머틀이 미끄러지듯이 나왔다. 그 애가 그렇게 행복한 얼굴을 짓고 있는 건 처음 보는 것 같군.


"우으으으, 조금 있다 봐."


머틀이 말했다.


"정말 끔찍해."


그리고는 자물쇠를 미는 소리가 들리더니 헤르미온느가 망토를 머리 위로 끄집어 올린 채로, 훌쩍이면서 나왔다.


"무슨 일이야?"


론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말했다.


"아직도 밀리센트의 코나 뭐 그런 걸 갖고 있는 거니?"


헤르미온느가 망토를 내리자 론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녀의 얼굴이 까만 털로 뒤덮여있었다. 눈은 노랗게 변했고 머리카락 사이로는 길고 뾰족한 귀가 삐죽이 나와 있었다.


"그건 고... 고양이 털이었어!"


그녀가 울며 말했다. 나는 그녀를 품에 안고는 머리카락을 쓰담으면서 토닥여주었다.


"미... 밀리센트 벌스트로드가 고양이를 가.... 갖고 있는 줄은 몰랐지 뭐야!"

"폴리주스에는 동물의 털은 사용해서는 안 되거든."

"으으."


론이 신음했다.


"너 굉장히 놀림받겠다."


머틀이 유쾌히 말햇다.


"괜찮아, 헤르미온느. 우리가 병동으로 데려다 줄게. 폼프리 부인은 절대 많이 물어보지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를 설득해 화장실에서 나오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너한테 꼬리가 달렸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면 정말 재밌겠다, 하하."


우리들 뒤에 대고 모우닝 머틀이 큰 소리로 웃어대며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