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19

리틀 윙 2016. 6. 19. 22:07

다음날 아침을 먹으면서 론이 너무 아쉽다듯이 말했다.


"우린 그 화장실에 내내 있었잖아. 머틀과는 세 칸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 그 애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는데, 이제..."


거미를 찾아다니는 것은 힘들 일이었다. 하지만 교수님들은 피해 여자 화장실에, 더욱이 첫번째 습격이 현장 바로 옆에 있는 그 여자 화장실에 오랫동안 몰래 숨어들어가 있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1교시인 변신술 수업시간에, 몇 주일만에 처음으로 비밀의 방 생각을 싹 잊어버리게 하는 일이 발생햇다. 수업이 시작되고 10분쯤 뒤, 매곡나걸 교수가 오늘부터 일주일 후인 6월 1일부터 시험을 보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시험이오?"


시무스는 전혀 뜻밖이라는 듯 악을 쓰며 말했다.


"요즘같은 시기에 시험을 꼭 봐야 하나요?"


뒤에서 쾅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네빌의 지팡이가 옆으로 스르르 넘어지면서, 책상다리 하나를 없어지게 했던 것이다. 맥고나걸 교수가 지팡이를 한 번 휘둘러 책상다리를 다시 복구하고는 시무스에게로 돌아서서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시기에 학교를 계속 개방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끊임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녀가 엄하게 말했다.


"그러므로 시험은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며, 여러분 모두 열심히 공부하리라 믿습니다."


교실 여기저기서 불평 불만의 소리가 쏟아져 나오자, 맥고나걸 교수가 훨씬 더 험악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학교를 가능한 한 정상적으로 계속 운영하라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지시가 있으셨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 시험은 내가 굳이 지적할 필요는 없겠지만, 여러분들이 금년에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 스스로 진단해 보자는 의미일 것입니다."

"내가 이걸로 시험을 볼 수 있을까?"


론이 막 시끄럽게 호루라기 소리를 냈던 지팡이를 들어 올리며 우리에게 물었다. 


첫번째 시험이 시작되기 사흘 전, 맥고나걸 교수가 아침식사 시간에 또 다른 발표를 했다.


"좋으 소식이 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연회장이 오히려 더 소란스러워졌다.


"덤블도어 교수가 돌아오나 봐!"

"슬리데린의 후계자를 잡으셨군요!"


몇 명이 기뻐서 소리쳤다.


"퀴디치 시합이 다시 시작되는 거죠!"


우드가 흥분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소란이 좀 가라앚자,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마침내 맨드레이크들을 자를 때가 되었다고 스프라우트 교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밤, 우린 돌처럼 변해 버린 친구들을 우리 곁으로 되돌아오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 중 한 명쯤은 누가, 아니 무엇이 그들을 습격했는지 말해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끔찍한 해가 끝나기 전에 꼭 범인을 잡게 되길 바랍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보았다.


"그럼 이제 머틀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괜찮겠네!"


론은 더 없이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헤르미온느가 깨어나기만 하면 모든 걸 알게 될 거야! 그 앤 사흘 뒤 시험을 본다는 걸 알면 아마 죽으려고 할 거야. 공부를 하나도 못했잖아. 어쩌면 시험이 끝난 때까지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그 애를 더 도와주는 일인지도 몰라."


바로 그때, 지니가 다가와 론 옆에 앉았다.그녀는 긴장하고 초조해 보였다. 손을 무릎에 놓고 비비 틀고 있었다.


"무슨 일이니?"


론이 포리지를 더 덜어 먹으면서 말했다. 지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리핀도르 테이블을 흘끗흘끗 바라보았다. 


"말해."


론이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말할 게 있어."


지니가 해리를 바라보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작은 목소리로 웅얼웅얼 말했다.


"무슨 얘긴데?"


해리가 물었다. 지니는 적절한 단어를 차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뭔데?"


론이 물었다. 지니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해리는 상체를 앞으로 숙여 우리만이 들을 수 있도록 조용히 말했다.


"비밀의 방에 관한 거니? 뭔가 봤어? 누군가가 이상하게 행동하는 거?"


그런데 지니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는 순간, 퍼시가 지치고 창백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너 다 먹었으면 나 좀 앉게 비켜, 지니. 배고파 죽겠어. 막 순찰을 돌고 오는 길이야."


지니가 마치 의자에 전기가 통하기라도 한 듯 벌떡 일어나 겁먹은 표정으로 퍼시를 흘끗 바라보고는 급히 달아났다. 퍼시가 앉더니 테이블 한 가운데서 머그잔 하나를 잡았다.


"퍼시 형!"


론이 화가 나서 말했다.


"지니가 막 우리에게 뭔가 중요한 말을 하려고 했었단 말야!"


차를 쭉 들이켜던 퍼시가 캑캑거렸다.


"무슨 말인데?"


그가 기침을 하며 말했다.


"내가 지니한테 뭐 이상한 거 봤느냐고 그랬더니, 그 애가 막 말하려던 참이었.."

"아... 그건... 그건 비밀의 방과는 아무 관계없어."


퍼시가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말했다.


"어떻게 알아?"


론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어, 그렇게 묻는다면, 지나가, 어, 일전에 내게 왔었어... 이거 원, 신경쓰지마... 요점은, 내가 뭔가를 하는 걸 지니가 봤는대 내가, 음, 내가 지니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는 거야. 분명히 말하지만, 난 지니가 약속을 지킬 줄 알았어. 그건 아무것도 아냐, 정말이야. 난 그저...."

"뭐라고 하는 거야, 퍼시 형?"


그렇게 불안해하는 퍼시를 본 적이 없었다. 론이 씩 웃으며 말했다.


"어서 말해, 웃지 않을게."

"저 롤빵 좀 건네줄래, 해리? 배고파 죽겠어."


그러나 퍼시는 미소짓지 않았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이 끝나고 마법의 역사 교실로 가는 오전. 머틀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록허트는 모든 위험이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있느 듯, 학생들을 복도에서 살피는 일도 건성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머리카락은 평상시처럼 윤기가 나지 않았다. 4층 순찰을 도느라 밤을 거의 꼬박 새운 탓인 것 같았다.


"내 분명히 말하지만."


그가 학생들을 한쪽 구석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돌처럼 굳어진 저 가엾은 사람들이 말하는 첫 마디는 '해그리드가 그랬어요'일 거야. 솔직히, 난 맥고나걸 교수가 이 모든 안전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짓을 보고 깜짝 놀랐어."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교수님."


해리가 이렇게 말하자 우린 깜짝 놀랐다. 론은 놀라서 책을 떨어뜨렸다.


"고맙구나, 해리."


록허트가 후플푸프 아이들이 줄지어 나가는 것을 기다리며 상냥하게 말햇다.


"내 말은, 우리 교수들이 굳이 학생들을 교실까지 데려다 주거나 뱀새도록 보초를 서지 않아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다는 얘기야."

"맞아요."


론이 해리의 이해한 듯 말했다.


"그럼 저희들은 이곳에 두고 그냥 가시는 게 어떠세요, 교수님. 이제 복도 하나만 더 가면 되잖아요."

"위즐리, 나도 그럴까 한다."


록허트가 말했다.


"어서 가서 다음 수업 준비를 해야 하거든."


그리고는 황급히 가버렷다.


"수업 준비를 한다구."


론이 그의 뒤에다 대고 코웃음을 쳤다.


"가서 머리나 말겠지, 뭐."


그리핀도르 학생들을 먼저 지나가게 한 뒤, 옆 통로로 쏜살같이 달아나 허둥지둥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쪽으로 갔다. 


"포터! 에반스! 위즐리! 뭐하고 있니?"


맥고나걸 교수가 성난 얼굴로 서 있었다.


"저흰... 저흰...."


론이 더듬더듬거렸다.


"저흰 가서 헤르미온느를 만나려고 했어요."


내가 재빠르게 말하자 론과 해리와 맥고나걸 교수가 나를 쳐다보았다.


"그 애를 한참 동안 보지 못했어요, 교수님. 저희는 병동으로 몰래 숨어 들어가서 그 애에게 이제 맨드레이크가 거의 준비되었으니, 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했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우리를 빤히 보았다. 잠시, 그녀는 우는 듯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두 눈에 놀랍게도 구슬 같은 눈물이 반짝거렸다.


"물론, 친구가 그런 일을 당하면 이 모든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도 남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 에반스, 그레인저양을 방문해도 좋다. 빈스 교수에게는 내가 너희들이 어디에 갔는지 말해 주마. 폼프리 부인에게는 내가 허락했다고 말하렴."


의아해하는 해리와 론을 데리고는 모퉁이를 돌자, 맥고나걸 교수가 코를 휑 푸는 소리가 들렸다.


"어쨌든 헤르미온느를 보러 가자."


이제는 병동으로 가서 폼프리 부인에게 헤르미온느를 방문해도 좋다는 맥고나걸 교수의 허락을 받았다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폼프리 부인은 마지못해 우리를 들여보내 주었다.


"돌처럼 굳어진 사람에게 말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니?"


헤르미온느 옆에 앉았을 때, 폼프리 부인의 말뜻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녀는 방문객이 찾아왔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얘가 습격자를 보기나 했을까?"


론이 헤르미온느이 뻣뻣한 얼굴을 슬프게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뒤에서 기습을 당했다면 못 봤을 거야..."


굳어진 헤르미온느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헤르미온느의 오른손을 응시했다. 그 손은 꽉 주어진 채 담요 위에 올려져있었는데, 주먹 안에 종이 쪽지 하나가 꽉 주어져 있는 게 보였다. 폼프리 부인이 가까이 있는지 살핀 뒤, 해리와 론에게 이것을 알려주었다.


"빼내 봐."


폼프리 부인이 해리를 보지 못하게 막아서기 위해 의자를 당기며 론이 속삭였다. 론이 지키고 있는 동안 해리는 당겼다가 비틀었다가 몇 번 했고, 마침내 몇 분의 긴장된 순간이 흐른 뒤 종이가 빠져나왔다.

그건 도서관의 아주 오랜된 책에서 쨎어 낸 것이었다. 해리가 종이를 얼른 펴자 가까이 다가와 읽었다.


우리의 땅에서 돌아다니는 많은 무시무시한 짐승과 괴물들 가운데, 뱀의 왕으로도 알려져 있는 바실리스크보다 이상하고 끔찍한 것은 없다. 이 뱀은 두꺼비 품에서 부화된 닭의 알에서 태어났는데, 크기가 엄청나게 크며 수백 년은 묵엇을 것이다. 살인 방법또한 대단히 불가사의하다. 바실리스크는 독이 있는 치명적인 송곳니 외에도, 눈초리가 매서워, 그 눈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된다. 거미가 비실리스크 앞에서 달아나는 것은, 그것이 거미의 천적이기 때문이며, 바실리스크가 수탉의 울음 소리만 들으면 도망치는 것은, 그것이 바실리스크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이 밑에는 헤르미온느의 필체인 것 같은 단 한 개의 단어가 쓰여져 있었다.


수도관


마치 누군가가 뇌에 전등을 켜기라도 한 듯, 번쩍 뇌를 스쳤다.


"그렇구나."

"론."


해리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바로 이거야, 이게 해답이야. 비밀의 방에 있는 괴물은 바로 바실리스크야. 거대한 뱀! 나와 로라가 여기저기서 들은 목소리를 다른 사람은 아무도 듣지 못했던 건 바로 그때문이었어. 그건 우리가 뱀의 언어를 알아듣기 때문이야. 바실리스크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을 죽인다고 했지? 하지만 아무도 죽지 않았어. 그건 아무도 그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거야. 콜린은 카메라를 통해 그걸 보았어. 그래서 바실리스크는 카메라 안에 있는 필름은 몽땅 태웠지만, 콜린은 그저 돌처럼 굳어지게 한 거야. 저스틴은... 저스틴은 바실리스크를 목이 달랑달랑한 닉을 통해 본 게 틀림없어! 닉은 그 독기 어린 시선을 받았지만 이미 죽었기 때문에 다시 죽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헤르미온느와 저 래번클로 반장이 발견되었을 대는 그 옆에 거울이 있었어. 헤르미온느는 그 괴물이 바실리스크라는 걸 알았던 거야. 그래서 그 애는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인 래번클로 반장에게, 거울을 통해 구석진 곳을 둘러보라고 주의시켰던 게 분명해! 그리고 그 여자애가 거울을 꺼냈지... 그리고...."


론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러면 노리스 부인은?"


그가 몹시 궁금한 듯 속삭였다.


"물..."


내가 천천히 말하자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에서 흘러 넘친 물이야. 노리스 부인은 틀림없이 그 물에 비친 모습만 봤을 거야."


그는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열심히 훑었다. 보면 볼수록 앞뒤가 맞았다.


"... 수탉의 울음 소리... 치명적이기때문이다! 해그리드의 수탉이 계속 죽어나갔잖아! 일단 그 방이 열리자 슬리데린의 후계자는 성 근처에서 수탉들이 돌아다니는 걸 원하지 않았던 거야! 거미들은 그것을 피해 달아나고 말야! 모든 게 딱 맞아 떨어져!"

"하지만 바실리스크가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는 거지? 거대한 뱀이... 누군가는 보았을 텐데."


론이 물었다.


"수도관. 그건 수도관을 이용하고 있었던 거야. 우린 벽속에서 나는 목소리를 들었던 거였어."


론이 갑자기 해리의 팔을 잡았다.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 말야!"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만약 화장실이라면 어떻게 되지? 그게 만약...."

"...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에."


해리가 말했다. 


"이건, 이 학교 안에서 뱀의 언어를 할 수 있는 게 우리만이 아니라는 뜻이야. 슬리데린의 후계자도 그렇다는 거지. 그가 바실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때문이야."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론이 눈을 번득이며 물었다.


"맥고나걸 교수에게 곧장 가야 할까?"

"교무실로 가자."


해리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10분 뒤면 맥고나걸 교수님이 그곳에 오실 거야. 수업이 끝날 시간이 다 되었거든."


우리는 아래층으로 달려갔다. 또다시 복도에서 어물거리다가 들키고 싶지 않앗으므로, 곧장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교무실로 갔다. 커다란 교무실 안에는 거무스름한 나무 의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지 않고 대신 마법을 써서 크게 한 맥고나걸 교수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모든 학생들은 즉시 기숙사로 돌아가십시오. 모든 교수님들은 교무실로 돌아가십시오. 다들 즉시 돌아시기 바랍니다."

"습격이 또 있었던 건 아니겠지? 설마 지금?"

"어떻게 해야 하지?"


론이 아연실색하며 물었다.


"기숙사로 돌아가야 할까?"

"안 돼."


내가 말했다. 그리고 왼쪽에 교수님의 망토들로 가득한 보기 흉한 옷장이 하나 있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서 무슨 일인지 들어보자. 그리고 나서 우리가 알아낸 걸 교수님들께 말하면 돼."


옷장 안에 숨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머리 위에서 우르르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있을 때, 교무실 문이 갑자기 쾅하고 열렸다. 둘둘 접힌 곰팡내 나는 망토들 사이로, 교수님들이 그 방으로 하나 둘씩 들어오는 게 보였다.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교수님들이 있는가 하면, 잔뜩 겁에 질려 있는 교수님들도 있었다. 그 뒤 맥고나걸 교수가 도착했다.


"일이 끝내 터지고야 말았어요."


그녀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교수들에게 말했다.


"학생 하나가 괴물에게 잡혀갔어요. 비밀의 방으로요."


플리트윅 교수가 꽥하고 소리를 냈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두 손으로 얼른 입에다 갖다댔다. 세베루스는 의자 등받이를 꽉 잡고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 거죠?"

"슬리데린 후계자가."


맥고나걸 교수가 창백해져서 말했다.


"또 다른 메세지를 남겼어요. 첫번째 메세지 바로 밑에요. '그 애의 뼈는 비밀의 방에 묻힐 것이다'라구요."


플리트윅 교수가 별안간 울음을 터트렸다.


"그게 누구죠?"


후치 부인이 무릎을 후들거리면서 의자에 맥없이 주저앉으며 말했다.


"어느 학생이죠?"

"지니 위즐리예요."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론이 옷장 바닥으로 스르르 주저앉은 걸 느꼈다.


"내일 모든 학생들을 집으로 보내야 해요."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이제 호그와트의 미래는 없어요. 덤블도어 교수는 늘 말씀하셨어요...."


교무실 문이 다시 한 번 쾅 열렸다. 록허트가 환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죄송해요... 깜박 졸았어요... 무슨 얘기들 하셨죠?"


그는 다른 교수님들이 혐오스러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세베루스가 앞으로 걸어갔다.


"마침 잘 왔네."


그가 말했다.


"이 일을 해결할 사람은 자네 밖에 없어. 여자아이 하나가 그 괴물에게 잡혀갔네, 록허트. 비밀의 방으로 붙잡혀 갔단 말이네. 마침내 자네가 나서야 할 때가 왔네."


록허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맞네, 질데로이."


스프라우트 교수가 끼어들었다.


"바로 어젯밤에 자네가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고 말하지 않았나?"

"전... 이거야 원, 전..."


록허트가 당황해서 말했다. 그러니까 조심해야지. 스스로 고립되었잖아.


"그래, 자네는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실히 안다고 하지 않았나?"


플리트윅 교수가 갑자기 소리를 높여 말했다.


"제... 제가요? 전 잘 기억이 나지.."

"난 자네가 해그리드가 잡혀가기 전에 그 괴물을 처지할 기회를 가져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고 말했던 걸 확실히 기억하네."


세베루스가 말했다.


"자넨 모든 일이 망쳐져 버렸다고 하지 않았나? 처음부터 자네가 그 일을 맡아 해결했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어?"


록허트가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동료들을 빤히 바라보앗다.


"전... 전 정말로 절대...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게..."

"그럼 당신에게 맡겨 두겠어요, 질데로이."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 일을 하기엔 오늘 밤이 더없이 좋을 거예요. 우린 모두 물러나 있을게요. 그 괴물을 당신 혼자서 처지할 수 있도록 말예요. 이제야 비로소 당신의 실력을 맘껏 발휘할 때가 온 것 같군요."


록허트가 절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구원해 주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당당해 보이지 않았다. 그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고, 평상시에 늘 보여주던 이빨이 다 드러나는 웃음은 온데간데없고, 기운없고 허약해보였다.


"조, 좋습니다."


그가 말했다.


"제 사무실에서... 준비...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가 교무실을 나갔다.


"잘하셨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콧구멍을 깔때기 모양으로 벌리며 말했다.


"속이 다 시원하군요. 각 기숙사 담당 교수님들께서는 학생들에게 가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길 발바니다. 그리고 내일 호그와트 급행 열차가 집으로 데려다 줄 거라고 말씀해 주세요. 나머지 교수님들은 단 한 명의 학생도 기숙사 바깥에 남아 있지 않도록 조치해 주셨으면 합니다."


교수들이 하나씩 일어서서 나갔다.


론과 프레드와 조지와 함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리핀도르의 휴게실 한쪽 구석에 앉아있었다. 퍼시는 거기에 없었다. 그는 위즐리 부부에게 부엉이를 보내러 갔다가, 자기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있었다. 

그날 오후만큼 그렇게 길었던 날도, 그러핀도르 탑이 그렇게 북적거렸던 적도, 그럼에도 또한 그렇게 조용했던 적이 없었다. 해질녁이 되자, 프레드와 조지는 더 이상 앉아 있지 못하고 자러 올라갔다. 프레드의 뒷모습을 보면서 무슨 위로라도 하고 싶었지만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를 그대로 가게 내버려뒀다.


"지니가 뭔가 알고있었던거야."


론이 교무실 벽장에 들어갔던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잡혀간 거야. 전에 지니가 하려 했던 말은 결코 퍼시에 대한 어떤 시시껄렁한 말이 아니었어. 그 애는 비밀의 방에 대해 뭔가를 알아냈던 거야. 그래서 틀림없이 그 애가..."


론이 눈을 세게 문질렀다.


"그것말고는 다른 이유가 있을리가 없어. 해리. 그 애가 죽는다면.... 그러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그런 생각하지마, 론."


뻔한 위로를 내뱉는 내가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론이 말했다.


"가서 록허트 교수를 만나는 거야. 그리고 그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걸 말하는 거야. 그러면 그가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려고 할 거야. 그게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말하고 그 안에 있는 게 바실리스크라는 말도 하는 거야."


론의 말에 동의한 우리는 그리핀도르 휴게실을 가로질러 초상화 구멍으로 나갔다. 주위에 있는 그리핀도르 학생들은 너무나 큰 슬픔에 잠겨 있는데다, 위즐리 형제에 대해 한없이 딱하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인지 아무도 말리려 하지 않았다.

록허트 사무실로 걸어갔다. 바깥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록허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에서 긁는 소리며, 쿵 떨어지는 소리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렸다. 해리가 노크를 하자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리고는 문이 조금 열리더니 록허트가 빠끔히 한쪽 눈만 내밀고 내다보았다.


"오... 포터군, 위즐리군, 에반스양."


그가 문을 조금 더 열며 말했다.


"난 지금 좀 바쁜데... 하지만 잠깐이라면...."

"교수님, 말씀드릴 게 좀 있어요."


해리가 말했다.


"교수님께 도움이 되실 거예요."

"어... 글쎄... 과연 그럴까..."


한쪽만 보이는 록허트의 얼굴은 아주 난처해하는 것 같았다.


"내 말은... 그러니까... 아, 좋아."


그가 열어준 문으로 들어갔다. 그의 사무실은 거의 완전히 비워있었다. 마룻바닥에는 커다란 가방 두 개가 열린 채로 세워져있었다. 비취색, 라일락색, 어두운 푸른색의 망토들이 한쪽 가방 속에 아무렇게나 접혀져있었다. 다른 쪽 가방 속에는 책들이 어수선하게 흐트러져있었다. 또 벽을 뒤덮었던 사진들은 이제 책상 위에 있는 상자 속에 쑤셔 넣어져 있었다.


"어디 가세요?"


해리가 물었다.


"어, 뭐라고 해야할까, 그래."


록허트가 문 뒤에서 실물 크기의 자기 포스트를 떼어 내며 돌돌 말며 말했다.


"긴급 소집이 있어서 말야... 피할 수 없는... 가야 해...."

"제 동생은 어떻게 하라구요?"


론이 불쑥 말했다.


"글쎄, 그 문제라면... 너무나 안됐지만..."


록허트가 서랍을 열어 안에 든 것들을 가방 속에 채우면서 말했다.


"정말로 유감스럽게 생각해...."

"교수님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가르치는 분이잖아요."


해리가 말했다.


"지금은 가실 수 없어요! 여기서 이렇게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가실 수는 없다구요!"

"글쎄... 내가 이 일자리를 택했을 때는..."


록허트는 이제 망토 위에 양말을 쌓아놓으며 말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를 모집하는 안내문에는 아무것도 써 있지 않았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그 말은 도망치려는 거라는 뜻인가요?"


내가 그에게 책망하듯이 날카롭게 물었다.


"책에느 교수님이 그 모든 일들을 했다고 써있는데...."

"책은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하지."

"교수님이 쓰셨잖아요!"


미묘하게 말하는 록허트의 말에 해리가 소리쳤다. 


"얘야.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사람들이 내가 직접 그 모든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내 책은 반도 팔리지 않았을 거야. 못생기고 늙은 아르메니아의 마법사에 대해 읽고 싶어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그가 아무리 늑대인간들로부터 어떤 마을을 구했다고 해도 말야. 그런 사람이 책의 앞면 표지에 얼굴을 디밀고 있으면 몹시 불쾌할 테니까 말야. 책을 만드는 감각이 전혀 없는 거지. 그리고 밴든 밴시를 추방한 마녀는 언청이였단다. 내 말은, 그러니 제발..."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했던 일을 교수님이 한 것처럼 꾸몄다는 거로군요?"

"해리, 해리."


록허트가 조바심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내가 한 일이 전혀 없었던 거 아냐. 난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야만 했어. 그리고 그들에게 그런 일을 정확히 어떻게 해냈는지 물었고 말야. 그 뒤 난 그들이 그렇게 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도록 기억력 마법을 걸어야 했어. 만약  내가 자랑으로 여기는 게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나의 기억력 마법이야. 아니, 그건 정말로 엄청난 작업이란다. 해리, 그저 책에 사인하고 광고 사진을 찍고 하는 게 전부가 아냐. 명성을 얻고 싶으면, 넌 지루하고 힘든 일을 꾸준히 해 나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해."


그가 가방들을 쾅 닫더니 자물쇠를 채웠다.


"어디 보자. 이제 다 된 것 같군. 그래, 남은 게 딱 하나 있어."


그가 지팡이를 거내더니 우리에게로 돌아섰다.


"정말 미안하지만, 얘들아. 이제 너희들에게 기억력 마법을 걸어야겠구나. 너희들이 내 비밀을 주책없이 사방에다 지껄여대게 할 수는 없거든. 그랬다간 난 또 다른 책을 절대 팔 수 없을 테니까 말야."

"팔 필요도 없을 거야, 사기꾼 자식아!"


내가 지팡이를 꺼내서 록허트에게 무장해제마법을 외쳤다. 록허트의 몸이 뒤로 휙 날아가더니, 가방 위로 털썩 떨어졌다. 그리고 그의 지팡이가 공중으로 높이 날아가자 론이 얼른 잡아 창문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스네이프 교수가 저희들에게 이 주문을 가르쳐 주도록 하지 말았어야죠."


해리가 화가 나서 록허트의 가방을 옆으로 툭 걷어차며 말했다. 록허트가 비굴한 모습으로 해리를 올려다보았다. 해리는 지팡이를 그에게 대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니?"


록허트가 무기력하게 말했다.


"난 비밀의 방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운 좋은 줄 아세요."


해리가 지팡이 끝으로 록허트를 위협해서 그를 일어서게 하며 말했다.


"저흰 그게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그리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도요. 가죠."


록허트를 앞세워 사무실을 나와서 가장 가아운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는 벽면에 쓰여진 메시지들이 반짝이고 있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 모우닝 머틀의 화장실 문 앞으로 갔다. 록허트를 먼저 안으로 들여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모우닝 머틀은 맨 끝에 잇는 변기 수조 위에 앉아있었다.


"오, 너구나. 이번에는 뭘 알고싶니?"


그녀가 해리를 보자 말했다.


"네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어."


해리가 말했다. 그러자 머틀의 표정이 금방 달라졌다. 그렇게 자기 맘에 꼭 드는 질문은 한번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우으, 참으로 지독했어."


그녀가 재미있게 말했다.


"바로 여기서 일어났어. 난 이 작은 화장실에서 죽었어. 똑똑히 기억나. 올리브 혼비가 내 안경을 가지고 놀리고 있어서 숨어 있었던 거지. 난 문을 잠그고 울고 있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어. 그들은 이상한 말을 했어. 색다른 언어였어, 틀림없이 그랬던 것 같아. 어쨌든, 날 정말로 화나게 한 건 말을 하고 있는 얘가 남자아이였다는 거였지. 그래서 난 문을 열었지. 그 애에게 남자 화장실을 사용하라고 말하려고 말야. 그런데 그리곤..."


머틀은 감정이 복받친 듯 얼굴이 반짝거렸다.


"난 죽었어."

"어떻게?"


해리가 물었다.


"몰라."


머틀이 나즈막히 말했다.


"난 그저 한 쌍의 굉장히 큰 노란 눈을 보았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나. 온몸이 얼어붙는가 싶더니 어느새 둥둥 떠돌아다니고 있었어..."


그녀가 몽롱한 얼굴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그 뒤 난 다시 돌아왔어. 올리브 혼비를 괴롭히기로 굳게 마음먹었던거지. 물론, 그 애는 내 안경을 놀렸던 걸 대단히 후회했어."

"그 눈을 정확히 어디서 봤니?"


해리가 물었다.


"저기 어디였을 거야."


머틀이 막연히 자기가 앉아있는 칸 앞에 있는 세면대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린 급히 그리로 갔다. 록허트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뒤에 멀찌감히 떨어져 서 잇었다. 그건 그저 보통 세면대처럼 보였다. 세면대 아래에 있는 수도관을 포함해, 세면대 안쪽과 바깥쪽을 구석구석 살폈다. 구릿빛 수도꼭지들 가운데 한 수도꼭지 옆에 아주 작은 뱀 한 마리가 새겨져있었다.


"그 수도꼭지는 고장났어. 꼼짝도 안 해."


내가 그걸 돌리려고 하자 머틀이 밝게 말했다.


"파셀통그라면 열릴 수도 있겠지."


작은 뱀을 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그러자 목소리에서 쉭쉭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열어.】


그 수도꼭지가 눈부시게 하얀 빛을 내더니 뱅뱅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세면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면대가 아래로 툭 내려앉더니, 사람 하나가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을 만큼 굵고 커다란 수도관 하나가 나타났다. 


"난 저 아래로 내려갈 거야."

"나두."

"나도 갈 거야."


우리는 일심단결이 되어서 말했다.


"이제부터는 내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난 그저..."


록허트가 희미하게 예전의 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가 문의 손잡이를 잡았을 때, 모두 지팡이를 그쪽으로 갖다댔다.


"교수님 먼저 가세요."


론이 딱딱하게 말투로 말했다. 창백하게 질린 록허트는 지팡이도 없이 비밀의 방 입구로 다가갔다.


"애들아."


그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들아, 이렇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니?"


해리가 그의 등을 지팡이로 쿡 찔렀다. 록허트가 수도관쪽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난 정말로 그렇게 생각...."


그가 말하는 순간, 론이 한번 툭 밀자 그가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갔다. 해리, 론이 얼른 뒤따르자 나역시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건 마치 끈끈하고 어둡고, 끝이 없는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는 것 같았다. 비틀리고 빙빙 돌며 가파르게 내려갔다.

지하 감옥보다 더 깊숙한 곳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수도관이 평평해지면서 그 끝으로 튀어나왔다. 간신히 서있을 수 있는 높이의 어두컴컴한 돌 터널의 축축한 바닥으로 쿵하고 내려앉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록허트가 마치 유령처럼 하얀 점액을 뒤덮인 채 일어섰다. 


"학교 밑으로 한참으로 내려온 것 같아."


해리가 말하자, 목소리가 어두컴컴한 터널에 울려퍼졌다.


"어쩌면 호수 밑일지도 몰라."


론이 거무스름하고, 끈적끈적한 벽을 흘끗 둘러보며 말햇다. "루모스!"해리가 지팡이에서 중얼거리자 그 끝에 다시 불이 커졌다. "자, 어서." 해리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우리는 다같이 앞으로 출발했다. 걸을 때마다 축축한 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터널이 어찌나 어두웠는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잊지마. 뭔가 움직이면, 곧바로 눈을 감아...."


조심스럽게 걸어나가며 해리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터널은 무덤처럼 조용했다. 갑자기 우두둑하는 커다란 소리가 들렸지만, 알고보니 쥐의 두개골을 밟은 것이었다. 작은 동물들의 뼈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저기에 뭔가가 있어..."


론이 해리의 어깨를 잡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거대하고 구부러진 것이 터널 바닥에 누워있었다. 


"뱀 허물같은데...?"


내가 그쪽으로 걸어가서는 지팡이의 빛으로 그것을 살펴보았다. 밝은 초록색의 거대한 뱀가죽만이 돌돌 말린 채로 널브러져있었다. 


"깜짝이야!"


갑자기 론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햇다. 뒤에서 별안간 뭔가가 움직였기 때문이었는데, 알고보니 질데로이 록허트가 털썩 주저앉아 버렸던 것이다. 


"일어나세요."


론이 지팡이를 록허트에게 들이대며 날카롭게 말했다. 록허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일어섰다. 그리더니 론에게 와락 달려들어, 론을 땅바닥에 넘어뜨렸다. 해리가 펄쩍 뛰어갔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록허트가 론의 지팡이를 들고 얼굴에 다시 희미한 미소를 띠면서 헐떡이며 일어서고 있었다.


"모험은 이제 끝이야, 얘들아!"


그가 말했다.


"난 이 뱀가죽을 학교로 조금 갖고 올라가, 그 여자아이를 구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그리고 너희 둘은 토막토막난 그 아이의 시체를 보고 그만 비참하게도 미쳐버렸다고 말해야겠다."


그는 스카치테이프로 붙인 론의 지팡이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온 뒤 "오블리비아테!"하고 외쳤다. 그러자 지팡이가 작은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위력으로 폭발했다. 터널 천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해리는 얼른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떨어지는 돌덩이를 피해 쏜살같이 돌돌 말려있는 뱀가죽 위로 달려갔다. 다음 순간, 커다란 돌덩이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리면서 앞을 가로막았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 돌덩이들쪽으로 걸어갔다.


"론!"

"괜찮니, 론?!"


우린 소리쳤다.


"난."


돌덩이들 뒤에서 소리를 죽인 목소리가 들렸다.


"난 괜찮아... 하지만 이 멍텅구리는... 내 지팡이가 또 엉뚱하게 뒤로 발사됐나 봐."


둔하게 퍽 하더니 "아야!"하는 큰 소리가 났다. 론이 록허트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차는 소리 같았다.


"이제 어떡하지?"


론의 목소리가 절망적으로 들렸다.


"지나갈 수가 없어. 한참은 걸릴 거야."

"거기서 기다려."


해리가 말했다. 


"록허트 교수와 함께 기다려. 난 로라와 함께 계속 갈 테니까... 만약 한 시간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한참동안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난 이 돌덩이들을 좀 치워볼게."


론이 말했다. 그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애쓰고 있는 것 같았다.


"너희가, 너희가 다시 지나올 수 있도록 말야. 그리고 해리, 로라."

"그럼 잠시 후에 보자."


떨고 있는 론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해리와 난 거대한 뱀가죽을 지나 출발했다. 


"해리, 손 잡지 않을래?"

"아, 응."


앞으로 나아갈 공포를 이기기 위해서 해리의 손을 잡았다. 적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감정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론이 돌들을 옮기려고 용쓰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터널은 구불구불했다. 

마침내 살금살금 모통이를 하나 더 돌아갔을 때, 뒤엉킨 뱀 두 마리가 새겨진 단단한 벽이 눈앞에 나타났다. 뱀들의 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커다란 에메랄드가 박혀 있었다. 


【열러라.】


진짜 뱀이 있어야만 뱀의 언어를 할 수 있는 해리와 다르게 난 아무렇지 않게 파셀통그가 가능했기에 내가 말했다. 그러자 벽이 지끈하며 열리면서 뱀들이 갈라지더니, 눈앞에서 스르르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