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27

리틀 윙 2016. 8. 6. 15:27

시합 전날이 되자 바람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거세게 몰아쳤으며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내렸다. 복도와 교실이 어찌나 어두웠던지 횃불과 초롱들을 더 밝혀 두어야 했다. 이런 날시를 보면서 슬리데린 팀은 노골적으로 기분이 좋은 내색을 보였다. 말포이는 특히 더 했다.


"아, 내 팔만 조금 더 나아졌더라면 좋았을걸!"


사나운 바람이 창문을 때리자 그가 한숨을 쉬는 척햇다. 내일 후플푸프와 시합을 한다는 소리에 우드는 수업 시간 사이사이 허둥지둥 그를 찾아와 조언을 해주었다. 새로운 수색꾼이자 퀴디치 주장인, 케드릭 디고리.... 


**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로 와서는 교수님을 기다리고 있을 때, 루핀 교수 대신해서 세베루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어째서 세베루스가?! 


"조용히 해라."


수근거리는 아이들을 단번에 조용히 시켜놓은 그의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


"루핀 교수는 지금까지 여러분이 배운 내용을 전혀 기록해놓지 않았어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루핀 교수님, 전...."


해리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로 달려가 다급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 수업은 10분 전에 시작했다, 포터. 그러니 그리핀도르에 10점을 감점해야 할 것 같구나. 앉아라."


하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루핀 교수님은 어디 계시죠?"


그가 물엇다.


"오늘 몸이 좀 좋지 않으셔셔 수업을 하지 못하겠다고 하셨다."


세베루스는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앉으라고 말한 것 같은데?"


하지만 해리는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어떻게 안 좋으신대요?"


세베루의 까만 눈이 반짝거렸다.


"생명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그리핀도르 5점 더 감점하겠다. 그리고 앉으라는 말을 한 번만 더 하게 했다간 50점 감점할 줄 알아라."


해리는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세베루스는 학급 아이들을 죽 둘러보았다.


"포터가 들어오기 전에 말했던 것처럼 루핀 교수는 지금가지 여러분이 배운 내용을 전혀 기록해 놓지 않았어요."

"교수님, 저희들은 보가트와 레드 캡과 카파와 그라인딜로우들을 배웠는데요."


헤르미온느가 얼른 말했다.


"그리고 저희들은 막...."

"조용히 해요.'


세베루스는 차갑게 말했다.


"난 그런 걸 말해 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난 그저 루핀 교수의 수업 구성 능력 결여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던 것뿐이에요."

"그분은 지금가지 저희를 가르쳤던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님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분이세요."


딘이 용감하게 말하자, 나머지 아이들도 모두 동의했다. 세베루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위협적인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은 아주 만족하고 있군요. 하긴 루핀 교수는 여러분을 결코 힘들게 하지 않으니까 그럴 만도 하죠. 내가 볼 때 레드 캡이나 그라인딜로우는 1학년생들도 다를 수 있는 주제들이에요. 오늘 우리는..."


그는 교과서를 손가락 끝으로 휙휙 넘기더니, 학생들이 아직 배우지 않았다는 걸 분명히 알 텐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을 펼쳤다. 


"... 늑대 인간."

"하지만 교수님."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헤르미온느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저희는 늑대 인간을 배우려면 아직 멀었는데요. 오늘 저희들은 힝키펑크를 배우기로 되어 있었어요..."

"그레인저."


세베루스는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은 나지, 네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모두들 394쪽을 펴요. 모두! 당장!"


그가 또다시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 아이들은 불만스런 표정으로 슬쩍슬쩍 옆 사람을 보는가 하면 뿌루퉁하게 투덜거리며 책을 펼쳤다.


"늑대인간과 진짜 늑대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누가 말해 볼 수 있을까?"


세베루스가 물었다. 모두들 말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예외였다. 늘 그렇듯이 그녀의 손이 번적 들어 올려졌다. 내가 잘하는 것은 마법의 약이지,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 아니다. 헤르미온느처럼 공부에 그렇게까지 열정적이지 않으니까, 난....


"아무도 없나?"


세베루스는 헤르미온느는 거들떠보지 않고 물었다. 


"루핀 교수가 그 기본적 차이도 아직 가르쳐 주지 않았다니..."

"말씀드렸잖아요. 저희는 아직 늑대인간까지 진도를 나가지 않았어요. 저희는 그저..."

"조용히 해!"


느닷없이 말하는 패르바티의 말을 차단시키는 세베루스가 버럭 외쳤다.


"난 늑대인간도 알아보지 못하는 이런 멍청한 3학년 학급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 덤블도어 교수에게 너희들의 진도가 얼마나 늦어 있는지 말씀드려야겠다..."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여전히 손을 들어 올린 채 말했다.


"늑대인간은 몇 가지 사소한 면에서 진짜 늑대와 다릅니다. 늑대인간의 주둥이는..."

"네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한 게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그레인저. 비위에 거슬리게 아는 체 하는 벌로 그리핀도르에 5점을 더 감점하겠다."


세베루스의 냉담한 말에 헤르미온느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손을 내리고 눈물이 가득고인 눈으로 마룻바닥만 내려보았다. 학급 아이들은 모두 세베루스를 노려보았다. 그건 그들이 그를 얼마나 싫어하느냐를 말해 주는 확실한 증거였다. 왜냐면 그들은 모두 적어도 헤르미온느를 잘난 체 하는 아이라고 놀려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주일에도 몇 번씩 잘난 체한다고 헤르미온느를 놀려댔던 론까지 더 이상 참아내지 못하고 큰 소리로 대들었다.


"질문을 하셨으면 대답을 들으셔야죠! 대답이 듣고 싶지도 않으면서 도대체 왜 물으신 거죠?"

"론!"


순간적으로 그가 너무 지나쳤다는 걸 알았다. 세베루스는 론에게로 천천히 다가가자 아이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징계다, 위즐리."


세베루스가 얼굴을 론에게 바짝 갖다대고 능글맞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만 더 내 수업 방식을 비난햇다간, 평생 후회하도록 만들어 줄 테다."


그 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누구 하나 찍 소리도 못햇다. 앉아서 교과서에 있는 늑대 인간에 대한 내용을 노트에 쓰는 동안, 세베루스는 책상들 사이를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며 루핀 교수와 함께 공부했던 내용들을 들추어보았다.


"제대로 설명되어 있지가 않아... 이건 틀렸어. 카파는 일본에서 더 흔히 발견되지.... 루핀 교수가 이걸 10점 만점에서 8점을 주었단 말이지? 나라면 3점밖에 주지 않았을 게다..."


마침내 종이 울리자, 세베루스는 우리가 쓴 것을 거둬들었다.


"늑대인간을 구별해서 죽이는 방법에 대해 글을 써서 제출하도록 해요. 양피지 두루마리 두 개 분량으로 작성해서 월요일 아침까지 내세요. 이 학급은 기합이 빠져서 좀 단련이 필요할 것 같군요. 위즐리, 넌 남아 있거라. 언제 어떤 벌을 줄지 결정해야 하니까."


다른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나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론을 기다리고 있던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세베루스를 격렬히 비난하기 시작했다.


"스네이프 교수는 다른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님들에게는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잖아. 그가 아무리 그 자리를 탐낸다해도 말야."

"루핀 교수가 싫으신가 보지."

"넌 이럴 때까지 스네이프 교수님을 응호하는 거니, 로라?"

".... 루핀 교수님은 대체 어디가 아프신 걸까?"


해리가 비난하자 나는 말머리를 돌려버렸다. 


"몰라. 하지만 루핀 교수가 정말로 빨리 회복되셨으면 좋겠어..."


헤르미온느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론이 5분 뒤 골이 잔뜩 난 얼굴로 걸어왔다.


"저게 글쎄....(그가 세베루스를 그런 식으로 부르자 헤르미온느가 주위를 주었다.) 나한테 뭘 시켰는지 알아? 나더러 글쎄 병동에 있는 변기들을 닦으라지 뭐야. 마법도 쓰지 않구 말야! 블랙은 왜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숨어 있지 않은 거지? 블랙이라면 우리를 위해 스네이프를 끝장내 줄 수도 있을 텐데 말야!"


그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한숨을 푹 쉬었다.

다음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정신을 차렸다. 바깥은 여전히 어두웠다. 우르르르거리는 천둥 소리와 성벽을 사정없이 때리는 바람 소리와 금지된 숲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때문에 잠이 더 이상 오지 않았다. 몇 시간 후면 해리는 퀴디치 경기장에 나가 저 사나운 바람을 헤치고 날아다니며 경기하고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지팡이를 꼭 챙기고 나가자고 결심하고는 헤르미온느와 론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해리는 그리핀도르 팀의 선수들과 함께 미리 먹고 있었다.

평사시처럼 전교 학생이 모두 시합을 보러 나올 정도로 퀴디치의 인기는 대단했지만, 사납게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우산마저 날아가버리자,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퀴디치 경기장을 향해 잔디밭을 달려가야 했다. 바람이 어찌나 강했던지 경기장으로 걸어나가는 선수들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또한 천둥소리는 군중들의 한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요란했다. 이런 날씨 속에서 도대체 어떻게 스니치를 볼 수 있을까? 후풀푸프는 카나리아빛 노란색 망토를 입고 그리핀도르의 선수들의 맞은편에서 나오고 있었다. 각 팀의 주장이 앞으로 걸어나와 서로 악수를 했다. 후치 부인이 "빗자루에 올라타세요"라고 말하고 선수들이 모두 빗자루에 올라타자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러자 선수들 모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바람 소리 때문에 경기 해설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망토와 낡은 우산으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모두가 힘뻑 젖어 있었고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을 때 우드가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그러자 번개 처음으로 번쩍였다. 그리핀도르 선수들이 밑으로 내려갔다.


"해리, 안경 잘 보일까?"

"내가 방수 마법을 걸어주고 올게!"


내가 중얼거리자 헤르미온느가 밝게 웃어서 망토를 뒤집어쓰고는 달려갔다. 그리고는 해리에게 달려가서는 안경에 마법을 거는 것을 바라보았다. 곧 헤르미온느가 돌아오고 다시 시합은 시작되었다.

갈라진 번개가 번쩍하더니 뒤이어 천둥이 또 한 번 쳤다. 경기가힉가 점점 더 위험해졌다. 그 순간 번개가 또 한 번 번적이는 순간 내 옆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검은 개....


"시리우스 블랙...?"


그 개를 보면서 나는 비춰지는 남자의 얼굴에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개가 들었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서로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잊어버리고는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해리!!"


우드가 해리를 부르자 나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케드릭이 경기장 위로 돌진하고 있었다. 비가 주륵주륵 쏟아지는 허공에 작은 황금빛 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옆을 다시 보자 어느 새 그 개는 사라지고 없었다. 해리와 케드릭이 서로 스니치를 향해서 달려들고 있었다. 

경기장에 등골이 오싹한 정적이 흐르자 밑을 보자 백여 명이 되는 디멘터들이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채 서 있었다. 


"해리!!!"


디멘터들을 보자마자 나는 해리를 쳐다보았다. 해리도 디멘터들을 발견하는 순간 정신을 잃고는 떨어지는 모습에 망토에서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해리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패트로누스?

-응. 디멘터 같은 것을 물려쳐주는 수호자라고 할까나? 

-하지만... 난 잘 모르겠는데. 엄마처럼 고양이로 만들어 질까나?

-분명히 연습하면 모양이 만들어 질 거야.


"익스펙토 패트로눔!"


내가 주문을 외우자 지팡이에서 은빛 물질이 튀어나왔다. 그 은빛 물질은 암사슴으로 만들어지더니 디멘터를 들이박았다. 


-암사슴은 네 아버지와 네 고모의 패트로누스란다. 그리고 세베루스도 그거겠지.

-대모는?

-난 개야. 덩치 큰 늑대개.

-왠지 대모랑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많이 들었단다.


은빛 암사슴의 패트로누스를 피해서 허둥지둥 달아나는 디멘터들. 덤블도어가 경기장으로 달려와 지팡이를 휘들자 해리를 안전하게 땅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스니치는 케드릭 디고리가 잡아서 후플푸프가 이겼다.


해리가 병동에 누워있었고, 바람에 날린 님부스 2000는 되받아치기 나무에 부딪쳐서 부셔졌다. 나는 해리의 옆자리로 가서 앉고는 해리의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선수들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해리의 침실 쥐에 모여있었다.


"땅이 부드러웠길 천만다행이야."

"난 얘가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안경도 깨지지 않았잖아."

"난 그렇게 무서운 건 난생 처음 봤어."


소근거리면서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에 해리가 눈을 번쩍 떴다. 나는 눈물을 닦고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 괜찮아? 정신이 들어? 어디 아프지 않고?"

"해리! 기분이 어떠니?"


프레드가 진흙투성이가 된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해리가 일어나 앉으며 묻자 우리 모두 깜짝 놀랐다.


"네가 기절했었어. 아마... 한 15미터쯤은 떨어졌을걸?"

"우린 네가 죽는 줄 알았어."


앨리샤가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훌쩍거렸다. 그녀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있었다.


"그럼 시합은?"


해리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다.


"어떻게 됐어? 우리 다시 경기하는 거야?"


해리의 질문에 모두들 말이 없었다.


"설마... 졌어?"

"디고리가 스니치를 잡았어."


조지가 말했다.


"네가 떨어진 직후에. 그 애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몰랫대. 뒤돌아보니까 네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대. 그 앤 경기를 연기하려고 했어. 재시합을 원했지. 하지만 그 애들은 공평하게 이긴 거야.... 심지어 우드도 그걸 인정했어."

"우드는 어디에 있어?"

"여전히 빗속에 있어. 죽기라도 하려나 봐."


해리가 우드가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묻자 프레드가 다소 풀죽은 모습으로 말했다. 해리가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프레드가 그의 어깨를 잡고 거칠게 흔들었다.


"제발, 해리. 전에는 스니치를 놓친 적이 없었잖아."

"딱 한 번 놓친 건데 뭐."

"아직 다 끝난 건 아냐. 우리가 100점 차이로 졌어, 그렇지? 그러니까 만약 후플푸프가 래번클로에게 지고 우리가 래번클로와 슬리데린에게 이긴다면..."

"후플푸프가 적어도 200점 차이로 져아만 할걸."


조지가 말했다. 퀴디치 얘기는 이쯤 하는 것이 어떨까나?


"하지만 만약 그 애들이 래번클로를 이긴다면..."

"그럴 리가 없어. 래번클로는 아주 잘하니까. 하지마나 만약 슬리데리니 후플푸프의경기에서 진다면..."

"모두 다 점수에 달려 있어. 어느 쪽이든 100점 정도의 점수 차이가 있어야 해."


해리는 한 마디도 없이 가만히 누워있기만 했다. 10분쯤 뒤 폼프리 부인이와서 이제 해리는 쉬어야 하니 나가달라고 말했다. 


"다시 올게. 너무 마음 쓰지 마, 해리. 넌 여전히 우리의 최고 수색꾼이니까."


프레드가 그에게 말했다. 팀 선수들이 진흙 발자국을 남기며 떼지어 나갔다. 폼프리 부인이 못마땅한 듯 문을 쾅 닫았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침대로 가까이 다가왔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굉장히 화내셨어."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이 그렇게 화내시는 건 처음봤어. 네가 떨어질 때 그분이 경기장으로 달려와 지팡이를 휘두르자 네가 땅에 천천히 내려왔어. 그리고 은빛 암사슴이 디멘터를 들이박자 디멘터들이 허둥지둥 도망갔고.... 그분이 그들이 정원에 들어온 걸 알고 펄펄 뛰셨어. 그 분이 글쎄..."

"그 뒤 교장선생님이 마법으로 널 들것 위에 올려놓으셨어. 그리고 그 위에 누워 둥둥 떠 있는 널 데리고 학교로 걸어가셨어. 모두들 네가..."


론이 이어서 말했다. 


"내 빗자루는 누가 갖고 있니?"


해리가 말하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건..."

"뭐야?"


해리가 우리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네가 기절했을 때, 그게 바람에 날아가 버렸어."


헤르미온느가 잠시 해리의 눈치를 살피다가 말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것이... 그것이... 있잖아, 해리... 그게 커다란 버드나무에 부딪혔어."

".... 그래서?"

"어... 너도 커다란 버드나무를 알잖아."

"그건... 얻어맞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 플리트윅 교수가 네가 깨어나기 직전에 빗자루를 주워 갖고 돌아오셨어."


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천천히 발치에 있는 가방을 들더니 침대 위에 수십개의 부서진 나무 조각과 작은 가지들을 꺼내 놓았다. 


폼프리 부인은 계속해서 해리에게 주말 동안은 병동에서 쉬어야 한다고 우겼다. 해리를 찾아오는 방문객은 줄을 이었고, 모두들 그를 격려하려고 애썼다. 해그리드는 꼭 노란 배추처럼 생긴 꽃을 한 다발 보냈고, 지니는 새빨개진 얼굴로 직접 만든 회복 카드를 들고 나타났는데, 카드는 열기만 하면 날카로운 소리로 끊임없이 노래를 불러댔다. 해리는 그 카드를 과일 그릇 밑에다 눌러 놓아서 열리지 않도록 했다. 그리핀도르 팀 선수들은 일요일 아침에 다시 왔는데 이번엔 우드도 함께 왔다. 그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해리를 조금도 탓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겉치레라는 것을 그곳에 있는 누구도 알 수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와 나는 온종일 해리의 침대 옆에 붙어 있다가 밤이 되서야 기숙사로 돌아갔다. 

월요일이 되자 말포이는 그리핀도르의 패배에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는 마침내 붕대를 풀었고, 빗자루에서 떨어지는 해리 흉내를 힘차게 내는 것으로 양팔을 다시 쓰게 된 것을 축하했다. 그런데 말포이가 마법의 약 시간 내내 디멘터가 지하 감옥을 지나가는 흉내를 내자, 론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미끌미끌한 커다란 악어 심장을 말포이에게 세차게 내던졌다. 결국 론이 악어 심장을 말포이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힌 벌로 세베루스는 그리핀도르에 50점을 감점하고 말았다.


"스네이프가 만약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또다시 가르치면 난 수업을 빼먹을 거야."


점심을 먹은 뒤 루핀 교수의 교실 쪽으로 향하며 론이 말했다.


"안에 누가 있나 살펴 봐,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가 교실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괜찮아!"


다행이도 루핀 교수가 다시 돌아온 것이어다. 그는 확실히 아파보았다. 그의 낡은 망토는 더 헐렁해보였고 그의 눈 밑은 시꺼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학급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들은 즉시 루핀 교수가 없는 동안 세베루스가 수업에 대신 들어와 보였던 행동에 대해 강한 불만들을 털어놓았다.


"그건 온당치 않아요. 그저 잠깐 대리로 들어왔던 것뿐인데, 왜 저희에게 숙제를 내는 거죠?"

"저희들은 늑대 인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요."

"... 양피지 두루마리 두 개라뇨!"

"스네이프 교수에게 아직 거기까지 진도를 나가지 않았다는 말을 했나요?"


루핀 교수가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그러자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느라 다시 한 번 왁자지껄해졌다.


"네, 하지만 스네이프 교수님은 저희 진도가 아주 늦엇다고 했어요."

"저희들 말을 도무지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 양피지 두루마리 두 개라뇨!"


루핀 교수가 분개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걱정들 말아요. 내가 스네이프 교수에게 말할 테니까. 여러분은 그 작문 숙제는 하지 않아도 돼요."

"이럴 수가. 난 이미 다 했는데!"


헤르미온느가 매우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랜만에 매우 재미있는 수업을 받았다. 루핀 교수 힝키펑크라는 생물이 들어 있는 유리 상자를 갖고 왔는데, 그건 꼭 연기로 만들어진 것처럼 허약하고 순진하게 생겼으며 다리가 하나 달린 작은 생물이었다.


"여행자들을 늪으로 불러들여요."


루핀 교수가 설명하자 필기하기 시작했다. 


"저 생물의 손에 손전등이 매달려 있는 거 보이나요? 저게 앞으로 깡충깡충 뛰면 사람들이 그 불빛을 따라가죠. 그러면..."


힝키펑크가 유리를 긁어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냈다.

종이 울리자 모두들 책가방을 챙겨 문으로 향했다.


"잠깐만, 해리. 할말이 있단다."


루핀 교수가 힝키펑크의 상자를 천으로 덮으며 말했다. 나는 해리를 잠깐 보고는 가방을 챙겨서는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게 나가고 둘만 있을 수 있도록 문을 닫았다.

11월 말, 래번클로가 후플푸프를 이겼다는 소리에 우드는 생기를 되찾았고 12월이 들어서까지 으스스하게 계속 내리는 빗속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열심히 훈련을 시켰다. 더 이상 정원 안에서는 디멘터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덤블도어 교수의 강한 반대때문에 그것들은 입구에 있는 주둔지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학기가 끝나기 2주일 전, 온세상이 갑자기 밝아지며 눈부시게 하얗게 변했고 질퍽질퍽한 정원은 어느 날 아침 반짝이는 서리로 뒤덮였다. 서 ㅇ안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북적댔다. 플리트윅 교수는 일찌감치 자신의 교실을 희미하게 반작이는 등불로 꾸며 두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들은 날아다니는 진짜 요정들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방학 동안 뭘 하고 놀지 얘기하면 신나게 떠들어댔다. 우리들은 호그와트에 남아 있기로 했다. 론은 퍼시와 함께 2주일을 보낸다는 게 참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헤르미온느는 도서실을 이요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라고 우겼지만 그들은 나와 해리와 함께 있어주기 위해서 일부로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학기 마지막 주말에 호그스미드 답사가 또 한 번 하게 된다는 공고문이 걸리자 모두들 기뻐했다. 해리만 빼고.


"크리스마스 쇼핓은 거기서 다 해도 되겠어! 허니 듀크에서 이빨 사이에 낀 것을 제거해 주는 실껌을 사다드리면 엄마와 아빠가 아주 좋아하실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호그스미드 답사를 떠나는 토요일 아침에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먼저 출발하라고 어제 미리 말해둬서 다행이다. 설마 늦잠을 잘 줄이야.


"로라?"

"아?"

"위험!"


허둥거리면서 계단을 내려가다가 미끌어지는 나를 붙잡아준 프레드. 나는 그대로 프레드의 품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또 다시 뛰는 심장 고동 소리에 나는 놀라서 얼어버렸다.


"로라?"

"아.... 아, 고마워! 붙잡아줘서! 그럼!"


나는 프레드의 품에서 빠져나와서는 후다닥 가려고 할 때, 프레드가 내 손목을 잡았다.


"잠깐만, 기다려."


나를 불러세운 프레드를 쳐다보자 프레드가 작게 헛기침을 했다. 


"이미 호그스미드에 가려면 늦은 것 같은데...."

"여기서들 뭐하는 거야? 어째서 호그스미드에 가지 않은 거야?"


3층 복도 중간쯤에 있는 외눈박이 곱사등이 마녀 조각상 근처에서 해리가 우리를 보면서 질문했다. 


"가기 전에 널 잠깐 즐겁게 해주려고 온 거야."


조지는 뭔가 은밀한 얘기라도 하려는 듯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이리 와."


그가 고개로 외눈박이 마녀의 조각상 왼쪽에 있는 빈 교시을 가리켰다. 해리가 조지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자 프레드가 나에게도 가자는 제스처를 취했고 안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문을 조용히 닫은 뒤 돌아서서 해리를 보고 밝게 미소지었다.


"크리스마스 선물 미리 주는 거야, 해리."


조지가 말하자 프레드가 망토 속에서 뭔가를 휙 끄지벙내 책상 위에 놓았다. 그것은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커다란 정사각형 모양의, 매우 낡은 양피지 조각이었다.


"이게 뭐야?"

"이게, 해리, 우리의 성공 비결이야."


조지가 그 양피지를 다정하게 두드리면 말했다. 


"이걸 네가 주는 게 가슴 아프기는 하지만."


프레드가 말했다.


"우린 어젯밤에 결정했어. 네가 우리보다 더 필요할 것 같다구 말야."

"어쨌든, 우린 다 외우고 있으니까."


조지가 말했다.


"네게 물려주는 거야. 우린 이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거든."

"그런데 이 낡은 양피지 조각을 뭐에다 쓰라는 거야?"


해리가 물었다.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네. 


"낡은 양피지라니!"


프레드가 마치 해리가 그를 대단히 화나게 하기라도 한 듯 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명해, 조지."

"그러니까.... 우리가 1학년이었을 때 말야, 해리, 로라. 어리고 근심 걱정없고 천진난만했을 때..."


해리는 코웃음을 쳤다. 나는 그 말에 어색하게 웃어버렸다. 프레드와 조지가 천진난만했던 적이 있기나 했을까 의심스러웠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보다 더 천진난만했을 때 말야... 우린 우연히 필치가 귀찮아하느 장소에 들어갔었어."

"복도에서 똥 폭탄을 터뜨렸는데 그게 글세 어떤 이유에선지 그를 몹시 화나게 한 거지..."

"그래서 그는 우릴 자기 사무실로 끌고 가서는 위협하기 시작했지. 늘 하는 것처럼 말야."

"가둬버리겠다느니..."

"배를 갈라버리겠다느니..."

"그런데 우린 그가 서류들을 보관해 두는 캐비닛에서 '대단히 위험한 압수 물품'이라는 표시가 붙은 서랍을 보게 되었어."

"그 다음은 말 안해도 훤히 알겠네."

"글세, 너라면 어떻게 했을까? 조지가 똥폭탄을 하나 더 떨어뜨려서 주의를 딴 데로 돌린 사이, 난 그 서랍으로 급히 달려가 낚아채 왔지. 이걸 말야."

"그렇게 나쁜 짓 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분명 필치는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모르고 있었을 거야, 이게 뭔지 수상쩍게 여기긴 했겠지만 말야. 그렇지 않았다면 이걸 압수해서 그냥 처박아 두진 않았을 테니까."

"그러면 형들은 사용법을 알고 있다 이거지?"

"물론이지."


프레드가 히죽히죽 웃었다.


"이 작은 양피지 조각은 이 학교의 모든 교수님들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어."

"날 놀리는 거지?"


해리가 초라한 양피지 조각을 바라보며 여전히 못 미더운 듯 말했다.


"오, 우리가?"


조지가 말했다. 그가 지팡이를 꺼내 양피지를 살짝 건드리며 주물을 외웠다.


"나는 천하의 멍텅구리임을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그러자 즉시 가느다란 잉크 선이 조지의 지팡이가 건드린 점에서부터 거미줄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 연결되고 교차하며 양피지의 구석구석으로 부채꼴로 퍼지면서 굉장히 꼬불꼬불한 초록색 글자를 만들어냈다/


금지된 마법의 장난을 좋아하는 모든 이를 위하여 무니와 웜테일과 패트풋과 프롱스가 자부심을 갖고 제작한 호그와트의 비밀지도


그것은 호그와트 성과 정원을 상세히 그린 지도였다. 그러나 정말로 놀라운 것은, 지도에서 돌아다니는 아주 작은 잉크 점들이었다. 각 점마다 작은 글시로 쓰인 이름이 붙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왼쪽 위에 있는 점은 덤블도어 교수가 서재로 걸어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학교 관리인의 고양이 노리스 부인은 이층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피브스는 지금 트로피 보관실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지도는 비밀 통로도 상세히 보여주고 있었다.


"호그스미드로 곧바로 통해 있어."


프레드가 손가락으로 그 중 하나를 따라가며 말했다. 


"모두 일곱 개야. 그런데 필치는 이들 중 네 개를 알고 있어."


프레드가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머지 세 통로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어. 4층 거울 뒤에 있는 통로는 신경쓰지 마. 우리가 작년 거울에 가 봤는데, 함몰되었더라구. 완전히 막혀버렸어. 그리고 이 통로는 입구에 커다란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아무도 이용하지 않아. 하지만 여기 이거 말야, 이건 허니듀크의 지하실로 곧장 통해 있어. 우린 그 통로를 엄청 많이 이용했었지. 그리고 알아챘을지도 모르지만, 그 입구는 이 방 바로 앞에 있어. 저 외눈박이 곱사등이 할멈 조각상을 지나서 말야."

"무니와 웤테일과 패트풋과 프롱스. 우린 이들에게 굉장히 많은 신세를 지고 있어."

"훌륭한 사람드링야."


조지가 꼬불꼬불한 글자를 톡톡 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세대 범법자들을 도와 꾸준히 일해주었지."


프레드가 진지하게 말했다. 


"맞아."


조지가 힘차게 말했다.


"이걸 이용한 뒤엔 지워버리는 거 잊지 마."

"혹시라도 누가 이걸 읽을지도 모르니깜 ㅏㄹ야."


프레드가 주위를 주었다.


"그저 다시 한 번 톡 치고, "마법의 장난 끝!"이라고 주문을 외워. 그러면 다시 모두 지워져 버릴 거야."

"그러니까, 해리. 행동 조심해."


프레드가 퍼시의 거만한 말투를 흉내내어 말했다.


"허니듀크에서 보자."


조지가 윙크를 하며 말했다. 그들은 만족스럽게 히죽거리며 그 방을 나갔다. 나는 프레드와 조지의 뒤를 빠르게 나갔다.


"프레드! 조지! 고마워!"


내가 외치자 의아하게 쳐다보는 프레드와 조지. 그리고 까치발을 들어서 조지와 프레드의 볼에 입맞추었다. 


"정말로 고마워."

"아니... 별로..."

"서로 그렇게 좋아하면 어서 사귀면 될 텐데."

"조지!!!"


조지의 말에 프레드는 얼굴을 붉혀버렸다. 곧 그의 시린 목덜미가 보이자 나는 내 노랑색 목도리를 풀어서 그의 목에 걸어주었다.


"에?"

"따듯하지?"

"프레드! 어서 가자."


조지는 잔뜩 얼굴이 붉어져버린 프레드를 끌고는 허니듀크의 지하실로 가는 비밀통로 속으로 사라져버렷다. 그들이 사라지자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려버렸다. 뒤늦게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려..... 이거 프레드에게만 해당되는 거지?"


프레드의 옆에만 있으면 이렇게나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나 정말로 병에 걸린 것일까나? 


"로라?"

"해리."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어서 우리도 호그스미드로 가자."


내가 말하자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리는 지도를 보고는 지팡이를 꺼내들고는 조각상을 톡톡 두르렸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다시 지도를 바라보았다. 


"디센디움!"


해리가 돌 마녀를 다시 두드리며 속삭였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 마녀 석상의 곱사등이 웬만큼 마른 사람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게 열렸다. 해리와 나는 복도 이쪽저쪽을 힐끗 본 뒤,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그 구멍으로 들어갔다. 

돌 미끄럼을 타는 것 같은 기분으로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리고 차갑고 축축한 땅에 내렸다. 주위가 칠흙같이 새까맣자 해리가 "루모스"라고 중얼거리자 지팡이 끝에서 불빛이 나왔다. 아주 좁다랗고 낮은 통로가 보였다. 그는 지도를 들어 올리고 지팡이 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마법의 장난 끝!"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지도가 다시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보통의 양피지로 변했다. 해리가 지도를 옷 속에다 쑤셔넣고 출발했다. 

그 통로는 거대한 토끼 굴처럼 꼬불꼬불하게 뒤틀려 있었다.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가끔씩 발부리가 걸려 넘어지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그 통로를 따라갔다. 한 시간쯤 걷자 서서히 오르막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후 10분쯤 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돌계단이 나타났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발만 내려다보다가 올라가다 해리가 무언가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문인 것 같았다. 해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천천히 그 문을 밀어 올렸다. 살짝 밖을 내다보았다. 그곳은 나무 상자들로 가득찬 지하실이었다. 지하실 문 밖으로 기어 나와 문을 닫았다. 그 지하실 문은 먼지투성이의 바닥과 어찌나 흡사했던지 문이 그 자리에 있다는 걸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감쪽같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아래층으로 내려오려는 것 같았다.


"그러면 민달팽이 젤리 한 박스 더 가져와요, 여보. 다 팔려서 하나도 없어요."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났다.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났다. 나와 해리는 얼른 잔뜩 쌓여 있는 상자들 뒤로 달려가 발소리가 지나갈 때까지 가디렸다. 그러다니 곧바로 상자들을 맞은편 벽 쪽으로 옮기는 소리가 들렸다. 해리가 먼저 움직이자 나는 그 뒤를 조용히 따라서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 맨 위에 있는 문에 도달해 밖으로 살짝 빠져나가자 허니듀크의 계산대가 나왔다. 몸을 홱 숙이고 옆으로 살금살금 기어 나간 뒤 똑바로 일어섰다. 

허니듀크는 호그와트 학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지만 해리를 신경써서 보는 사람은 없었다. 별난 맛이라는 표지판이 매달려 있는 곳에서 론과 헤르미온느가 피맛이 나는 사탕을 살펴보고 있었다.


"욱, 이럴 수가. 흡혈귀라면 모를까, 해리는 이런 건 좋아하지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이건 어때?"


론이 헤르미온느 코 밑으로 바퀴벌레 모양의 과자가 들어 있는 병을 들이대며 말했다.


"절대로 안 되지."

"해리가 그런 걸 좋아할리가 없잖아."


해리가 말했고 내가 말했다. 론은 하마터면 병을 떨어뜨릴 뻔했다.


"해리!"


헤르미온느는 숨이 멎을 듯 잠시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어떻게... 네가 어떻게..."

"와!"


론이 매우 감명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너 순간이동 배웠구나."

"물론 아니지."


해리가 말했다. 그는 6학년생들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추고 그들에게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에 대해 모두 말해주었다.


"프레드와 조지 형은 어떻게 그걸 너한테 줄 수 있을까!"


론이 격분해서 말했다.


"동생이 여기에 있는데 말야!"

"하지만 해리가 그걸 계속 갖고 있지는 않을 텐데, 뭐!"


헤르미온느가 마치 그런 생각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해리는 그걸 맥고나걸 교수에게 갖다드릴 거야. 안 그러니?"

"아니, 안 그럴 건데!"


해리가 어림도 없다는 듯 말했다.


"너 정신 나갔니?"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그렇게 좋은 걸 왜 갖다 바치니?"

"갖다드리면, 어디서 났는지 말해야 할 거야! 필치는 당연히 프리드와 조지가 그걸 슬쩍 했다는 걸 알 거구 말야!"

"하지만 시리우스 블랙은 어떻게 하구? 그는 그 지도에 있는 비밀 통로를 이용해서 성 안으로 들어왔을 수도 있어! 교수님들은 틀림없이 알고 계실 거야!"

'블랙이 비밀 통로로 들어왔을 리가 없어. 지도에서 일곱 개의 터널이 있어, 그렇지? 프레드와 조지는 그 중 네 개는 이미 필치가 알고 있다고 말했어. 그리고 나머지 세 개 중 하나는 함몰되어서 아무도 지나갈 수 없고, 또 한 통로 입구에는 커다란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나올 수가 없구 말야. 그리고 우리가 막 들어온 통로는 저 아래 지하실에서 학교로 가는 입구를 보기가 아주 힘들어."


헤르미온느에게 내가 조리있기 말했다. 론이 의미심장하게 목을 가다듬더니 과자 가게의 문 아쪽에 붙어져 있는 공고문을 가리켰다.


공  고

마법부의 명령에 의해, 또 다른 공고가 있을 때까지, 일몰 후 매일 밤 디멘터들이 거리를 순찰하게 된다는 점을 고객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이러한 조치는 호그시므드 거주자들의 안전을 위해 취해진 것이며, 시리우스 블랙이 체포되자마자 풀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해가 지기 전에 쇼핑을 마쳐 주시기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알겠어?"


론이 말했다.


"저렇게 디멘터들이 떼지어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블랙이 감히 허니듀크를 침입할 수 있겠어? 어쨌든, 헤르미온느, 그가 침입했다면 허니듀크 주인이 분명히 소리를 들었을 거야, 그렇지 않니? 그들은 주로 가게에서 지내니까 말야!"

"그래,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해리는 호그스미드에 와서는 안 돼. 허가서에 사인을 받지 못했잖아! 만약 누가 해리를 알아보기라도 하면, 해리는 큰 곤란에 빠지게 될 거야! 그리고 아직 해가 지지 않았어. 시리우스 블랙이 나타나기라도 하면 어떻게? 당장 말야?"

"이곳에서 해리를 발견하기는 힘들 거야."


론이 창살이 쳐진 창문 사이로 굵게 흩날리고 있는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헤르미온느, 크리스마스야. 해리도 잠깐 머리를 식히는 게 당연하잖아."


헤르미온느가 몹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일러바칠 거니?"

"아... 물로 아니지. 하지만 솔직히, 해리..."

"피징 위즈비 봤니, 해리?"


론이 그를 잡고 그 샤베트가 있는 쪽으로 데려가며 말했다.


"민달팽이 젤리는? 시큼한 산성 캔디는? 일곱 살 때 프레드 형이 내게 하나를 주었는데 혀가 타서 구멍이 났었어. 엄마가 빗자루로 형을 호되게 때렸던 기억이 나."


론이 시큼한 산성 캔디를 생각에 잠겨 바라보았다.


"내가 땅공이라고 하면서 주면 프레드 형이 바퀴벌레 과자를 먹을까?"


과자값을 치르고 나서, 심한 눈보라가 치는 밖으로 나왔다.

호그스미드는, 이엉으로 이은 작은 집들과 가게들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고 문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디ㅗ어 있었으며 나무에 마법에 걸린 촛불들이 매달려있었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피해 머리를 숙이고 걸어가고 있었다. 


"저게 우체국이야..."

"종코의 장난감 가게는 저 위에 있어...."

"우린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에도 갈 수 있을 거야.."


론과 헤르미온느가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쳤다.


"저, 우리 스리 브룸스틱스에 가서 버터 맥주 마실까?"


론이 추워서 이빨을 딱딱 맞부딪치며 말했다. 바람이 거세고 손이 꽁꽁 얼었으므로, 걸음을 재촉해 길을 건너 자그마한 주점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몹시 붐볐으며 시끄러웠다. 또한 후텁지근하고 연기가 자욱했다. 바에서는 예쁘장한 얼굴의 여자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마법사들을 시중 들고 있었다.


"저 여자는 로즈메르타 부인이야."


론이 말했다.


"내가 가서 맥주 가져올까?"


론이 얼굴을 약간 붉히며 덧붙였다. 우리는 주점 안쪽으로 향했다. 벽난로 옆에 서있는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와 창문 사이에 작은 빈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론은 5분쯤 뒤, 거품이 이는 뜨거운 버터 맥주 잔을 들고 다시 왔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가 잔을 들어 올리며 유쾌하게 외쳤다. 잔을 들어 쭉 들이켰다. 그걸 마시자 온몸에 따뜻한 온기가 퍼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바람이 한차례 훅 일더니 주점ㅇ 문이 다시 열렷던 것이다. 맥고나걸 교수와 플리트윅 교수가 그 술집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뒤이어 해그리드가 들어왔는데, 그는 라인빛 초록색 중산 모자에 가는 세로줄 무늬가 있는 망토를 입은 한 뚱뚱한 남자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마법부 장관, 코넬리우스 퍼지였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순간적으로 동시에 해리의 머리를 테이블 밑으로 밀어넣었다. 교수님들과 퍼지 장관은 바 쪽으로 움직이다가 멈춘 뒤, 돌아서서 곧바로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자 지팡이를 꺼내서는 "모빌리아부스!"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테이블 옆에 있던 크리스마스 트리가 땅에서 몇 센티미터 정도 떨어져서 둥둥 떠가더니 우리가 앉아 있는 테이블 바로 앞에 살짝 내려서 우리를 가려주었다. 교수님들고 장관님은 옆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뒤에서 반짝이는 하늘색 하이힐을 신은 로즈메르타 부인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작은 질리워터."

"제 거예요."

"2000시시짜리 꿀술."

"고맙소, 로즈메르타."

"우산 장식에 얼음 넣은 체리 시럽과 소다."

"음."

"그러면 장관님게서는 빨간 건포토 럼 술이겠군요."

"고마워요, 로즈메르타."


맥고나걸 교수, 해그리드, 플리트윅 교수가 말하고 장관님이 말했다.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우어요. 당신도 한 잔 하지 그래요? 이리 와서 우리와 함게 앉아요."

"대단히 고맙습니다, 장관님."


로즈메르타 부인은 잠시 바로 갔다가 자신의 음료수를 가지고 와서는 그들과 합석했다. 


"그런데 어쩐 잉ㄹ로 이런 누추한 곳을 찾아오셨나요, 장관님?"


로즈메르타 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리우스 블랙 말고 무슨 문제겠소? 할로윈 데이에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아마 들었겠죠?"

"저도 소문을 들었어요."

"술집마다 다니며 다 말했어요, 해그리드?"

"

맥고나걸 교수가 쏘아붙였다.


"블랙이 여전히 이 지역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장관님?"


로즈메르타 부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이오."

"디멘터들이 마을 전체를 두 번이나 수색했었다는 건 아시죠?"


로즈메르타 부인이 목소리에 날을 세워 말했다.


"전 그 덕분에 고객을 다 놓쳤어요... 그건 영업에는 아주 좋지 않아요, 장관님."

"로즈메르타, 당신보다 그것들을 더 싫어하는 건 바로 나요. 부득이한 예방 조치에요.... 유감스럽지만, 어쩔 수 없어요... 나도 막 몇 명을 만났어요. 그들은 덤블도어 교수에게 굉장히 화가 나 있었어요... 그들은 성의 정원 안에 들여놓지 않으려 했다고 말이오."

"하지만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저 소름끼칠 것 같은 생물들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저희가 어떻게 가르칠 수 있겠어요?"

"맞아요. 동감이에요!"

"그렇지만 그들은 훨씬 더 나쁜 것으로부터 당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오. 우리 모두 블랙이 어떤 짓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지 않소."

"하지만 전 아직도 그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로즈메르타 부인이 생각에 잠겨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둠의 세계로 건너갔지만, 전 시리우스 블랙이 그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제 말은, 호그와트 학생 시절의 그를 생각하면 그렇다는 거예요. 만약 그 당시에 당신이 그가 이런 사람이 될 거라고 말했다면, 전 당신이 과음한 탓에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한다고 했을 거예요."

"당신은 잘 몰라요, 로즈메르타."


퍼지 장관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가 저지른 정말로 나쁜 짓은 세상에 그다지 알려져있지 않아요."

"정말로 나쁜 짓이라뇨?"


로즈메르타 부인의 목소리가 호기심으로 생기가 돌았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것보다 더 나쁜 짓이라는 뜻인가요?"

"물론이오."

"전 믿을 수 없어요. 그보다 더 나쁜 짓이란 게 도대체 어떤 거죠?"

"호그와트 학생 시렂의 그를 기억한다고 말했죠, 로즈메르타. 그의 단짝 친구가 누구였는지 기억해요?"

"당연하죠."


맥고나걸 교수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로즈메르타 부인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둘이 그림자처럼 붙어다녔죠. 안 그래요? 그들은 여기 올 때마다... 오, 날 웃시곤 했어요. 둘이 콤비를 이루어서 말이죠, 시리우스 블랙과 제임스 포터!"


해리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맥주잔을 떨어뜨리자 론이 그를 발로 찼다.


"맞아요. 블랙과 포터. 그들은 일종의 골목 대자이었죠. 물로 ㄴ둘 모두 굉장히 똑똑했어요... 사실 비범했죠... 하지만 그 애들 같은 악동도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는 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거예요."


해그리드가 킬킬 웃었다.


"블랙과 포터는 꼭 형제 같았어요! 한시도 떨어지고는 못 사는 친구 사이였죠!"


플리트윅 교수가 동의한다는 듯 끼어들었다.


"물론 그랬죠. 포터는 다른 어떤 친구보다도 블랙을 믿었어요. 학교 졸업 후에도 그 우정은 전혀 변함이 없었어요. 블랙은 제임스가 릴리와 결혼할 때 들러리를 서 주었고, 그 뒤엔 해리의 대부가 되었죠. 해리는 전혀 모르지만 말이오, 물론. 그걸 알면 그 애가 얼마나 괴로워할지 눈에 선해요."

"그런 블랙이 그 사람과 결탁한 것으로 드러나서 말인가요?"

"그것보다 더 나쁜 게 있어요."


퍼지 장관이 목소리를 낮추고 나직이 울리는 소리로 계속했다.


"그 당시 포터 부부는 그 사람이 자신들을 쫒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덤블도어 교수는 물론 끊임없이 그 사람에 대항해서 싸웠고, 곳곳에 그 사람을 감시할 수 있는 정보원을 심어 두었었죠. 그런데 그들 가운데 한 명이 귀띔해 주자, 덤블도어는 제임스와 릴리에게 즉시 주의를 주었어요. 급히 몸을 피하라고요. 글세요, 물론, 그 사람을 피해 숨는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말이오. 덤블도어 교수는 그들에게 '피델리우스 마법'을 쓰는 수 밖에 없다고 했어요."

"어떤 마법인데요?"


로즈메르타 부인이 굉장히 흥미로운 듯 물었다. 플리트윅 교수가 목을 가다듬었다.


"굉장히 복잡한 주문이죠. 마법으로 단 한 명의 살아있는 사람 속에 비밀을 숨기는 것이죠. 그 정보는 선택받은 사람 즉 비밀 파수꾼 속에 숨겨져 있고 따라서 알아내는 게 불가능하죠... 물론 그 비밀 파수꾼이 그걸 폭로하지 않는다면 말예요. 비밀 파수꾼이 말하지 않는 한, 그 사람은 릴리와 제임스가 머물고 있는 마을을 아무리 뒤져도 그들을 찾아낼 수 없겠죠. 심지어 그가 그들이 앉아 있는 창문에 코를 대고 있다 해도 말이오!"

"그러니까 블랙이 포터 부부의 비밀 파수꾼이었다는 건가요?"

"물론이죠. 제임스 포터는 덤블도어 교수에게, 블랙이라면 그들이 있는 곳을 말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할 것이며, 블랙 자신도 행방ㅇ르 감출 작정이라고 말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덤블도어 교수는 걱정스러워했어요. 전 덤블도어 교수께서 직접 포터 부부의 비밀 파수꾼이 되겠노라고 나섰던 기억이 나요."

"그가 블랙을 의심했나요?"


로즈메르타 부인은 맥고나걸 교수의 말에 놀라서 숨이 막혔다.

"덤블도어는 포터 부부와 가까운 누군가가 계속해서 그 사람에게 그들의 거동을 알려주고 있다고 확신했어요. 실은, 덤블도어는 꽤 오랫동안 우리쪽의 누군가가 반역자가 되어 그 사람에게 많은 정보를 넘겨주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어요."

"하지만 제임스 포터는 블랙을 비밀 파수꾼으로 하길 고집했겠군요?"

"그랬어요. 그런데 피델리우스 마법을 건 뒤 일주일도 못 가서...."

"블랙이 그들을 배신했다는 건가요?"

"그랬어요. 블랙은 이중 첩자 노릇에 지쳐서,언제든 자신이 그 사람을 지지한다는 걸 만방에 선언할 각오가 되어 있었는데, 그 나름대로는 포터 부부가 사망하는 순간에 그렇게 할 계획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어린 해리 포터와 부딪히자마자 그 사람이 몰락학데 되었던 거예요. 그는 힘을 잃고 지독하게 허약해져서 달아났죠. 일이 이렇게 되자 불랙은 매우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어요. 자신이 반역자라는 진정한 색갈을 보여준 바로 그 순간에 자기네 우두머리가 몰락해 버렸으니까 말이오. 그는 달아나지 않을 수 없었죠."

"더럽고 비열한 배반자 같으니라구!"


해그리드는 어찌나 큰 소리로 말했던지 바가 조용해져삳.


"쉬!"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전 그 놈을 만났어요! 그가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 그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틀림없이 저였을 거예요! 릴리와 제임스가 살해된 뒤 그들의 집에서 해리를 데리고 나온 게 바로 저니까요! 그 애를 폐허 속에서 구해 냈죠. 가엾은 녀석, 이마에 커다란 상처가 나 있었어요. 그 아이의 부모는 죽고.... 그런데 뜻밖에도 시리우스 블랙이 자신이 늘 타고 다니던 날아다니는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어요. 전 그가 거기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전 그가 릴리와 제임스의 비밀 파수꾼이었다는 걸 몰랐어요. 그저 그 사람이 습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와주려고 온 줄로만 알았죠. 그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어요. 그때 제가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살인자이자 반역자인 그놈을 위로했어요!"

"해그리드, 제발! 목소리 좀 낮춰요!"


해그리드가 고함을 질렀다. 맥고나걸 교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그가 릴리와 제임스의 죽음을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는 걸 제가 알기나 했겠어요? 그가 관심 있는 건 그 사람밖에 없다는 걸 말예요! 그 뒤 그가 말했어요. '해리를 제게 주세요, 해그리드. 전 그 애의 대부예요. 제가 그 애를 돌보겠어요...' 하! 하지만 전 덤블도어 교수의 명령을 들엇야 했으므로, 블랙에게 안 된다고 말했죠. 덤블도어 교수가 해리는 이모와 이모부 집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요. 블랙은 고집을 피웠지만 결국 양보했어요. 그리고 제게 자신의 오토바이로 해리를 데려가라고 했어요. '전 그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니까요.'라면서 말예요. 전 그때 뭔가 좀 수상하다는 걸 알아챘어야 해요. 그는 저 오토바이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그가 그걸 무엇 때문에 제게 주겠어요? 그에게 왜 더 이상 오토바이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뻔한 거죠, 뭐. 덤블도어 교수는 그가 포터의 비밀 파수꾼이었다는 걸 알고 계셨어요. 블랙은 그날 밤 달아나야만 한다는 걸 알았죠. 마법부가 잡으러 오는 건 시간 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해리를 그에게 주었더라면 어떻게 되었겠어요? 그는 틀림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날아가 그 애를 내던져 버렸을 거예요. 단작 친구의 아들을 말예요! 어둠의 세계로 넘어간 마법사들에겐 어떤 것도 어떤 사람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해그리드가 말을 마치자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사라지지 못했잖아요, 그렇죠 마법부가 그 다음날 그를 잡았잖아요!"

"아아, 그랬기만 했다면 얼마나 좋았겠소."


퍼지 장관이 가차없이 말했다.


"그를 찾아낸 건 우리가 아니었어요. 그건 피터 페티그루였다오... 포터 부부의 또 다른 친구죠. 그는 물론 슬픔으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블랙이 포터 부부의 비밀 파수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블랙을 잡으러 갔었어요."

"페트그루라... 호그와트에서 항상 블래과 포터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던 뚱보 소년 말인가요?"

"블랙과 포터를 영웅 숭배하다시피 했죠."


로즈메르타 부인이 묻자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들처럼 똑똑하지는 않았지만, 재능 있는 아이였어요. 전 종종 그 애에게 다소 거칠게 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얼마나 후회스러운지..."


그녀가 갑자기 코감기에 걸린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미네르바."


퍼지 장관이 위로하듯 다정하게 말햇다.


"페트그루는 용감하게 죽었어요. 목격자들은- 물론 머글들이죠. 우린 나중에 그들의 기억을 다 없애야 했어요- 우리에게 페티그루가 블랙을 어떻게 궁지로 몰아넣었는지 말해주었어요. 그가 흐느껴 울며 '릴리와 제임스를, 시리우스! 네가 어떻게?'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곤 그가 지팡이를 집어 들었대요. 하지만 물론, 블랙이 더 빨랐죠. 페티그루를 산산이 날려버렸대요...."


맥고나걸 교수가 코를 횅 풀고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 바보같은 사람.... 그는 늘 결투에서는 가망이 없었어요... 그 일은 마법부에게 맡겨 두었어야 했어요..."

"정말로, 내가 어린 페티그루보다 먼저 블랙에게 갔더라면, 난 바보같이 지팡이를 휘두르지는 않았을 거예요. 사지를 갈기 갈기 찢어 놓았을 거예요."


해그리드가 성내어 말했다.


"그런 말 말게, 해그리드. 일단 궁지에 몰리면 특별히 훈련받은 마법부의 수사요원들 말고는 블랙을 당해 낼 재간이 없다네. 마법부가 파국을 맞았던 그 당시는 내가 장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네. 난 블랙이 많은 사람들을 살해한 그 현장을 가장 먼저 본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네. 난.... 난 절대 잊지 못할 걸세. 난 아직도 가끔 그 꿈을 꾼다네. 거리 한가운데에 생긴 구멍이 어찌나 깊었던지 그 밑에 있는 하수 본관이 부서졌을 정도였네. 여기저기에 시체들이 널려 있고. 머글들은 비명을 지르고 잇고. 그리고 블랙은 페티그루의 남겨진 잔해를 들고 제자리에서 웃고 서있었네... 피투성이가 된 옷가지와 산산이 부서진 조각들을 들고 말이네..."


퍼지 장관의 목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다섯 사람이 코 푸는 소리가 들렸다.


"얘기가 그렇게 된 거요, 로즈메르타."


퍼지 장관이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블랙은 마법부 수사요원 스무 명에게 잡혀갔고 페티그루는 1급 멀린 훈장을 받게 되었소. 그것이 그의 가엾은 어머님께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길 바랄 뿐이오. 블랙은 그 이후 쭉 아즈카반에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미쳤다는 게 사실인가요, 장관님?"

"정말로 그렇다면 오죽이나 좋겠소. 그의 우두머리의 패비가 그에게 한동안 정신적 혼란을 가져온 건 확실한 것 같아요. 페티그루와 그 모든 머글들을 살해한 건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절망한 사람의 행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으니까 말이오. 잔인하고.... 헛된 짓이었죠. 하지만 최근에 아즈카반을 시찰했을 때 난 블랙을 만났어요. 알다시피,그곳에 있는 죄수들 대부분은 어둠 속에서 혼자 중얼거리고 앉아 잇지 않소. 그들에게는 아무 감각이 없어요... 하지만 블랙은 어찌나 정상적으로 보였던지 난 깜짝 놀랐어요. 그는 내게 아주 이성적으로 말했어요. 기겁을 할 일이었죠. 그저 지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는 내게 아주 침착하게 신문을 다 읽었냐고 묻고는, 글자 맞추기를 몹시 학 싶다고 말했으니까 말이오. 그래요, 난 디멘터가 어떻게 그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지 깜짝 놀랐어요... 그곳에서는 디멘터들이 그의 감방 문 앞에서 밤낮으로 지키면서, 가장 엄하게 감시를 하고 있었느데도 말이오."

"그렇다면 그가 무엇 때문에 탈출했다고 새각하세요? 어머나, 장관님, 그가 설마 그 사람과 재결합하려는 건 아니겠죠, 그렇죠?"

"경우에 따라서는, 에... 그것이 최후의 계획일 수도 있겠죠."


퍼지 장관이 얼버무렸다.


"하지만 우린 그 전에 블랙을 잡기를 바랄 뿐이오. 사실, 그 사람이 혼자이고 친구도 하나 없을 때와.... 오른팔 격인 부하가 같이 있을 때는 사정이 다르지요. 그의 세력이 얼마나 빨리 재건될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오..."


유리잔이 나무에 부딪혀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잔을 내려놓은 것이었다.


"코넬리우스 장관님, 교장 선생님과 저녁을 드시려면, 이제 그만 성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한 사람씩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스리 브룸스틱스의 문이 다시 열리면서 눈보라가 또 한 번 안으로 몰아치는 것으로 보아 교수님들이 모두 나간 것 같았다.


"해리?"


우리는 테이블 밑으로 고개를 내려서 그를 쳐다보았다. 해리는 얼빠진 얼굴로 거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