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29

리틀 윙 2016. 8. 9. 18:28

눈을 뜨자 새하얀 병동 천장이 보였다. 그 천장을 무의미하게 보다가는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 그것들 성장하겠다."


내가 자각해버렸으니까. 내 사랑을 받아먹으면서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다. 원래 그것들이 꽃피우는 시기가 4~5년이라고 했던가. 짧으면 4년 길면 5년인가. 앞으로 남은 수명은...


"... 비참하네."


앞으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비참했다. 물론 오래 살 생각도 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적어도 어느 정도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신이 드니, 에반스?"


옆에서 들려오는 루핀 교수의 목소리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떠야했다.


".... 시간이 얼마나 흐르는 거죠?"

"한 5일동안 잔 것 같구나. 오늘 토요일이란다. 모두들 호그스미드 방문이라서 갔을 거다."

"그래요..."

"3일 내내 고열에 시달려서 폼프리 부인이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지병이 있었던 거예요. 호그와트 들어와서는 괜찮을 줄 알았는데... 다시 재발할 줄은 몰랐네요."

"로라."

"아무것도 아니에요, 루핀 교수님."


나는 루핀을 쳐다보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교수님."

"응?"

"해리가... 장난쳐서 세베루스에게 호그와트 비밀 지도에 대해서 들킬 거예요."

"응?"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님의 사무실로 가보세요. 전 더 자야할 것 같으니까요.... 우리 어머니에게 예지력이 있다는 거 알고 계시죠? 전 예지몽을 가끔씩 꾸는 것이에요. 호그와트의 마루더즈의 브레인, 무니씨."


루핀 교수에게 말하고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듯이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곧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병동을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내 예지는 맞았다. 루핀 교수가 나서서 해리를 구해주었지만 호그와트 비밀 지도는 루핀이 빼앗아가버렸다). 나는 눈을 감고 있다가는 병동을 나왔다. 휴게실로 올라가는 길에 론과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만나게 되었다.


"여기서 뭐하니?"

"로라! 이제 아픈 것은 어떠니?"

"멀쩡해."


머리는 여전히 복잡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기로 했다. 헤르미온느의 손에는 편지가 들려있었다.


"로라, 너도 알아야 할 것 같아.... 해그리드가 소송에서 졌어. 벅빅이 죽게 될 거야."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그리드가... 내게 이걸 보냈어."


헤르미온느가 편지를 내밀며 말했다. 해리가 편지를 받아들었고 나는 그의 가서 편지를 바라보았다. 양피지는 축축했고 커다란 눈물방울 때문에 곳곳의 잉크가 번져서 읽기가 아주 어려웠다.


헤르미온느와 로라에게.

우린 소송에서 졌어. 녀석을 호그와트로 데려갈 거야. 사형 날짜는 정해졌어. 녀석은 런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우릴 도와준 거 잊지 않을게.

해그리드.


"이럴 수는 없어."


해리가 말했다.


"이럴 수는... 벅벅은 위험하지 않아."

"말포이의 아버지가 위원회를 위협해서 그렇게 하도록 한 거야."


헤르미온느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위원회 사람들은 그저 허약하고 멍청한 늙은이들에 불과해. 겁먹은 거지 뭐. 하지만 항소가 있을 거야. 절차가 항상 그렇거든. 다만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게 걱정이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론이 맹렬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모든 일을 너희 둘만 하게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 내가 도와줄게."

"오, 론!"


헤르미온느는 론의 목을 끌어안더니 정신없이 울었다. 론은 와전히 겁먹은 표정으로 어색하게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거렸다.

마침내 헤르미온느가 몸을 뒤로 뺐다.


"론, 스캐버스에 대해서는 정말, 정말 미안해..."


그녀가 훌쩍거리며 말했다.


"어... 녀석은 늙었었어."


헤르미온느가 그를 놓아주자 론이 안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좀 쓸모없기도 했어. 어쩌면 이참에 엄마와 아빠가 내게 부엉이를 사주실지도 몰라."


블랙의 두 번째 침입 이후 더 철저해진 안전 조치 때문에 우리는 저녁에 해그리드를 만나러 갈 수가 없었다. 따라서 그에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은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시간뿐이었다. 그는 히포그리프의 평결에 대한 충격으로 망연자실해 있는 것 같았다. 


"모두 내 잘못이야. 당항해서 말문이 막혔었어. 그들이 까만 망토를 입고 앉아서 모두 나만 바라보고 있잖아. 난 계속해서 노트를 떨어뜨렸고 헤르미온느와 로라가 찾아준 날짜들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어. 그런데, 그런데... 루시우스 말포이가 일어서서 녀석의 형기를 말했고, 사람들은 그저 말포이 말대로 했어..."

"아직 항소가 있어요."


론이 맹렬하게 말했다.


"아직 포기하지 마세요. 저희들이 계속 조사하고 있어요!"


우리는 학급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다시 성으로 향했다. 앞에서 말포이가 크레이브와 고일과 함께 걸어가면서 계쏙 뒤를 흘끔흘끔 돌아보며 조롱하듯 웃고 있었다.


"아무 소용 없어, 론."


성 계단에 도달했을 때 해그리드가 슬프게 말했다.


"그 위원회는 말포이의 수중에 있어. 난 그저 벅빅이 남은 시간 동안 행복하게 보내길 바랄 뿐이야. 아니 꼭 그러게 되어야 해..."


그러더니 해그리드는 홱 돌아서서 손수건을 얼굴을 묻고는 급히 오두막쪽으로 걸어갔다.


"엉엉 울고 있는 저 꼬락서니 좀 봐!"


말포이는 크레이브와 고일과 함께 성 안쪽에 서서 귀를 기울리고 있었다.


"너희들을 저렇게 애처로운 모습 본 적 있니?"


말포이가 비웃듯이 말했다.


"저런 사람이 우리의 교수라니!"


모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말포이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어느새 헤르미온느가 먼저 그에게 갔다. 찰싹! 그녀가 있는 힘껏 말포이의 따귀를 때렸다. 말포이가 비틀거렸다. 우리는 깜짝 놀라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때 헤르미온느가 또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해그리드가 애처롭다고? 이 비열한 자식아..."

"헤르미온느!"


론이 가냘프게 그녀를 부르며 손을 잡으려고 하자 그녀가 마지못해 손을 내렷다. 그러나...


"저리 가, 론!"


헤르미온느가 다시 지팡이를 꺼내자 말포이가 엉거주춤 뒤로 물러섰다. 크레이브와 고일이 어쩔 줄 모르고 말포이의 지시를 기다리며 바라보았다.


"가자."


말포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들 셋 모두 지하 감옥으로 들어가는 통로로 사라졌다.


"헤르미온느!"


론이 어리벙벙하기도 하도 감동받기도 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말했다.


"해리, 퀴디치 결승전에서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려!"


헤르미온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해. 슬리데린이 이기는 꼴은 절대 못 보겠어!"

"마법의 수업시간이야."


론이 여전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는 게 좋겠어."


대리석 계단을 올라가 허둥지둥 플리트윅 교수의 교실 쪽으로 갔다.


"늦었구나!"


해리가 교실 문을 열자 플리트윅 교수가 꾸짖듯이 말했다.


"자, 빨리빨리, 지팡이를 꺼내거라. 오늘은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법'을 실슴할 거란다. 우린 벌써 두명씩 지었단다..."


우리는 서둘러 교실 뒤편의 책상으로 걸어가 가방을 열었다. 론이 뒤를 돌아보았다.


"헤르미온느가 어디로 갔지?"

"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헤르미온느는 교실로 들어오지 않았는지 자리에 없었다. 이상하네, 해리가 문을 열 때만 해도 그녀는 바로 옆에 있었는데...


"이상하네. 혹시 화장실 가지 않았을까?"


해리가 우리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수업 시간 내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 애도 수업에 들어왔으면 좋았을 텐데."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론이 씩 웃으며 말했다.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법은 확실히 우리의 기분을 굉장히 종하지게 만들었다. 헤르미온느는 점심을 먹으러 오지도 않았다. 다소 걱정이 되어서는 들고 있는 애플파이를 입 속에 쑤셔넣었다.


"설마 말포이가 헤르미온느에게 무슨 짓을 한 건 아니겠지?"


급히 이층으로 올라가 그리핀도르 탑으로 향하며 론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트롤 경비원을 지나 뚱보 여인에게 암호("수다쟁이")를 말한 뒤 초상화 구멍을 통해 휴게실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헤르미온느는 테이블에 앉아서 펼쳐진 산술점 책에 얼굴을 대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우리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해리가 그녀를 건드려 깨웠다.


"뭐, 뭐야?"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멍하니 둘러보았다.


"갈 시간이니? 아, 이제 어느 수업이지?"

"점술 수업. 하지만 아직 20분 정도 여유가 있어."


해리가 말했다.


"헤르미온느, 너 왜 마법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니?"

"뭐라구? 이런!"


헤르미온느가 우는 소리로 말했다.


"마법 수업에 가는 걸 까먹었어!"

"하지만 어떻게 잊을 수 있어?"


해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으며 물었다.


"그 교실 문 앞까지 우리와 함께 있었잖아."

"나도 모르겟어!"


헤르미온느가 울면서 말했다.


"플리트윅 교수가 화내셨니? 오, 말포이 때문이었어. 그 애 생각하다가 그만 다른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거야."

"헤르미온느."


론이 헤르미온느가 베개로 사용한 커다란 산술점 책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 몸이 쇠약해지고 있는 거 가탕. 너무 많은 걸 하려 드니까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몇 과목 정도는 그냥 포기하는 것이..."

"아냐,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머리를 쓸며 올리며 가방을 바라보았다.


"그저 실수한 것뿐이야. 그게 다야! 난 가서 플리트윅 교수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야겠어... 그런 점술 수업 시간에 보자."


20분 뒤 헤르미온느는 매우 초조한 얼굴로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로 올라가는 사다리 앞으로 왔다.


"내가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법'을 놓치다니 믿을 수가 없어! 그건 분명히 시험에 나올 거야. 플리트윅 교수가 넌지시 그렇게 말했거든!"


함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어둡고 숨막힐 듯한 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테이블마다 진줏빛 안개가 가득 찬 수정 구슬이 빛을 내고 있었다. 우리는 흔들흔들하는 테이블에 함께 앉았다.


"난 다음 학기나 되어야 수정 구슬을 시작할 줄 알았어."


론이 혹시나 트릴로니 교수가 근처에 숨어있을까 봐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


"불평하지 마. 이젠 더 이상 그 지긋지긋한 손금 보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일 테니까."


해리 역시 소근소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그 교수가 내 손을 볼 때마다 움찔움찔 하는 데 질렸거든."

"안녕들 하세요!"


귀에 익은 희미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트릴로니 교수가 평상시보다 어둠 속에서 극적으로 나타났다. 패르바티와 라벤더는 우윳빛 나는 수정에 얼굴을 비추며 흥분했다.


"여러분에게 예정보다 조금 일찍 수정 구슬을 소개해드리기로 했습니다."


트릴로니 교수가 난로에 등을 대고 앉아 주위를 둘럽며 말했다.


"내가 점을 쳐본 결과 6월 있을 여러분의 시험이 수정 구슬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충분히 연습할 기회를 주려고 이렇게 결정했어요."


헤르미온느가 콧방귀를 뀌었다.


"웃겨.... '내가 점을 쳐 본 결과'라고? 시험은 누가 내는데? 바로 교수님 자신이잖아! 굉장히 놀라운 예측이로군!"


그녀가 굳이 목소리를 낮추려고도 하지 않고 말했다. 해리와 론은 웃음을 참느라 정신잉 없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못 들은 것처럼 계속했다.


"수정 구슬을 보는 건 특히 정교한 마법입니다. 난 여러분이 무한히 깊이 구슬을 들여다보고 단번에 모든 걸 읽어낼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선 여러분의 의식과 눈의 긴장을 푸는 연습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론은 웃음을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와 소리가 나는 걸 막기 위해 입 속에 주먹을 집어넣어야만 했다.


"내면의 눈과 초의식이 깨끗하게 되도록 말입니다. 운이 좋다면 여러분 가운데 몇 명은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읽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트릴로니 교수는 꿈결 같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나를 쳐다보다가 주위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는 예언자가 아니라, 단지 미래를 살짝 볼 예지력 밖에 안 가지고 있다니까. 나 역시 꿈 속에서만 봤지... 

수정 구슬을 바라보았다. 론은 숨을 죽이고 계속해서 낄낄거렸으며, 헤르미온느는 계속 툴툴거렸다. 


"뭐 좀 보이니?"


해리가 15분쯤 유리 규슬을 들여다보다가 우리에게 물었다. 


"응. 이 테이블에 탄 자리가 보여. 누군가가 촛불을 뒤엎어 버렸었나 봐."

"이건 완전히 시간 낭비야. 뭔가 유용한 걸 해야지.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법'이나 연습해야 겠어..."


론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불만을 터뜨렸다.


"개랑... 늑대와... 쥐가 보이는데."

"로라, 넌 영적 재능이 있나 봐."

"농담하지마. 그런 재능은 필요도 없으니까."


해리가 작게 중얼거리자 나는 속삭이듯이 말했다. 트릴로니 교수가 옆으로 지나가자 쨍그랑대며 팔찌와 목걸이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혹시 수정 구슬에 나타난 희미한 전조를 해석해 주길 바라는 사람 있어요?"


트릴로니 교수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전 도와주지 않으셔도 돼요."


론이 작게 말했다.


"이 의미는 뻔하거든요. 오늘 밤 안개가 잔뜩 낄 거라는 뜻이죠."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 과연 그렇군요!"


트릴로니 교수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의 고개가 우리 쪽으로 쏠렸다. 패르바티와 라벤더는 화난 표정으로 짓고 있었다.


"너 때문에 투시 전파가 흐트러지잖아!"


트릴로니 교수가 다가와 우리의 수정 구슬을 들여다보았다. 


"여기에 뭔가 있어요!"


트릴로니 교수가 구슬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무언가 움직이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뭐죠? 이럴 수가..."


트릴로니 교수는 한숨을 쉬며 해리를 올려다보았다.


"여기에 있구나.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이럴 수가. 네게로 걸어오고 있어. 점점 더 가까이... 그것이...."

"오, 제발!"


헤르미온느가 짜증나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 터무니없는 죽음의 개 타령 좀 그만 하세요!"


트릴로니 교수가 커다란 눈을 치켜 뜨고 헤르미온느를 노려보았다. 패르바티와 라반데는 서로 뭐라고 속닥이더니 함께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트릴로니 교수가 일어서서 성난 얼굴로 헤르미온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얘야. 난 네가 내 수업에 들어온 순간부터 네게는 점술이라는 고상한 기술이 필요로 하는 잠재 능력이 전혀 없다는 걸 알았단다. 사실 난 너처럼 세속적인 학생은 만난 적이 없단다. 에반스양은 잠재력은 뛰어난 학생인데 말이죠."

그런 잠재 능력따위 필요없다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좋아요!"


헤르미온느가 벌딱 일어서서 《미래 들여다보기》 책을 다시 가방 속으로 쑤셔 넣으며 느닷없이 말했다.


"좋다구요!"


그러더니 그녀는 가방을 어깨에 휙 둘러멨다. 론은 하마터면 그 가방에 맞아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


"포기하죠! 그만두겠어요!"


헤르미온느는 뒤도 안 돌아보고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발로 툭 차서 연 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학급은 몇 분이 지나서야 겨우 흥분이 가라앉았다. 트릴로니 교수는 우리의 테이블에서 홱 돌아서더니 다소 힘에 겨운 듯 숨을 쉬면 걸치고 있던 얇게 비치는 숄을 바짝 끌어당겼다.


"어어어!"


라벤더가 갑자기 괴상한 소리를 내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어어어. 트릴로니 교수님, 이제 막 기억이 났어요! 그 애가 떠나는 거 보셨죠, 그렇죠? 그렇죠, 교수님? '부활절 즈음에 우리 중 하나가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날 것이다!' 교수님이 첫 수업 시간에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트릴로니 교수가 라벤더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얘야. 난 그레인저가 우리를 떠나리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단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이상해서 그런 안 좋은 징조들을 보면 자신이 잘못 본 것이기를 바란단다.... 그래서 영적인 눈을 갖고 있다는 건 때로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지."


라벤더와 패르바티는 깊이 감명을 받은 표정으로 트릴로니 교수가 자신들의 테이블로 올 수 있도록 자리를 좁혀 앉았다.


"헤르미온느가 오늘은 톡톡히 당하는데?"


론이 위압당한 것 같은 얼굴로 우리에게 속삭였다.


"그래..."


해리는 수정 구슬을 들여다보았다. 

부활절 휴일 동안 편히 쉴 수가 없었다. 3학년생들은 해야할 숙제가 산더미 같았다. 네빌은 거의 신경 쇠약에 걸릴 지경이엇지만 네빌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이런 게 무슨 휴일이야!"


시무스는 어느 날 오후에 휴게실에서 볼멘소리로 말했다.


"시험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교수님들은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야?"


하지만 헤르미온느보다 할 일이 더 많은 사람은 없어 보였다. 점술 수업을 그만두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과목을 듣고 있었다. 휴게실에 가장 밤 늦게까지 남아 있는 사람도 보통 그녀였으며, 다음날 아침에 가장 먼저 도서실에 나오는 사람도 그녀였다. 헤르미온느는 루핀 교수처럼 피곤해 보였으며, 늘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울상을 짓고 다녔다. 

이제 벅빅의 항소 준비 책임은 나와 론이 떠맡고 있었다. 숙제를 다하고 나면 그는 《히포그리프의 심리학》이나 《가금인가 아닌가?《히포그리프의 야만성 연구같은 제목의 두꺼운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그는 어찌나 몰두해 있었던지, 크룩생크를 괴롭히는 것도 잊어버렸다. 한편 해리는 우드와 끊임없이 전술 논의를 해야 했으며, 매일 있는 퀴디치 연습 사이사이에 숙제도 해야만 했다. 

그리핀도로와 슬리데린의 경기는 부활절 휴일이 지나고 첫번째 토요일에 열릴 예정이다. 슬리데린은 선수권 쟁탈전에서 정확히 200점을 앞서가고 있었다. 그들이 우승컵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 점수보다 더 많은 득점해서 이겨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우드는 스니치를 잡아봤자 150점밖에 얻을 수 없으므로 먼저 그리핀도르 팀이 60점 이상 앞선 후에 스니치를 잡으라고 해리에게 매일 주의를 주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 전체가 온통 다가오는 시합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리핀도르는 찰리 위즐리가 수색꾼이었던 이후 퀴디치 우승컵을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었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두 팀과 두 기숙사 간의 긴장은 고조되어갔으며, 휴일이 끝날 즈음 긴장은 극에 달했다. 복도에서는 작은 난투가 수없이 벌어졌고 결국엔 거친 싸움으로 번져, 그리핀도르의 4학년생과 슬리데린의 6학년생 각각 한 명이 귀에 부추가 싹튼 채로 병동에 입원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슬리데린 아이들이 해리가 수업을 받으러 갈 때마다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 했었다. 우드는 그 뒤 슬리데린 아이들이 고의로 해리를 다치게 해서 경기에 나가지 못하도록 할 경우를 대비해 해리에게 꼭 아이들과 함께 다니라고 지시했다.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모든 아이들이 해리의 보호에 어찌나 열성적이었던지 해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도저히 수업 시간에 맞춰 제때에 들어갈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해리는 그 자신보다 파이어볼트의 안전에 더 신경을 썼다. 그는 그 빗자루를 쓰지 않을 때는 큰 가방 속에 넣어 안전하게 잠가두었으며, 쉬는 시간마다 그리핀도르 탑으로 올라가 잘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시험 전날 밤 그리핀도르의 휴게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술렁거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평상시에 하던 모든 일들을 접어두고 삼삼오오 모여 떠들어대거나 장난을 치고 있었다. 심지어 헤르미온느조차 책을 내려놓았다.


"공부할 수가 없어. 집중이 되지 않아."


그녀가 초조하게 말했다. 

휴게실은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 형제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시끄럽고 요란하게 장난을 치고 있었고, 안젤리나와 앨리샤와 케이티는 그들을 보며 깔깔거리며 웃어대고 있었다. 올리버 우드는 한쪽 구석에 있는 퀴디치 경기장 모형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 위에 있는 작은 숫자들을 지팡이로 쿡쿡 찌르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역시 긴장한 표정이었다.


"넌 파이어볼트가 있잖아."


론이 말했다.


"그래...."

"모두들! 취침!"


해리가 말하고 우드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가 꿈나라에 가 있는 새벽쯤에 깨어나서는 조용히 발소리를 죽여서 휴게실로 내려왔다. 그리고는 밖에는 트롤 경비원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창문을 열고는 한 마리의 붉은 새가 되어서는 휴게실을 빠져서 하늘을 날아갔다. 정원은 조용했다. 바람 한 점도 없었다. 커다란 버드나무는 꼼짝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경기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인 것 같았다. 그럼 벅빅에게 가봐야겠다고 생각할 때, 크룩생크와 검은 개가 함께 있는 것이 보였다. 날개짓을 하면서 하늘에 있다가는 땅으로 내려왔을 때, 인간으로 변했다.


"난 분명히 후회하겠죠."


바닥에서 찍찍거리고 있는 스캐버스를 보면서 작게 중얼거리고는 가운 주머니에 있는 과자를 그에게 넘겨주었다. 스캐버스는 과자를 물고는 크룩생크의 정반대 방향으로 사라져버렸다. 도망치려고 하는 스캐버스를 간단히 잡아챘다.


"살고 싶으면 해그리드의 오두막에서 숨어지내세요."


스캐버스가 내 말을 이해했는지 못 했는지는 상관없다. 그를 내려놓고는 붉은 새로 변해서는 휴게실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사람으로 변해서는 창문을 닫았다.


"아직은 죽게 할 수는 없으니까..."


자고 싶지만 오늘이 퀴디치 결승전이었다. 그 사실을 상기하자 방으로 올라가서는 빠르게 씻기시작했다. 

다음날 해리와 그리핀도르 팀의 선수들은 우레 같은 박수를 받으며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래번클로와 후플푸프 테이블에서까지 그들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왔다. 그러나 슬리데린 테이블에서는 그들이 지나가자  큰 소리로 야유를 해댔다. 말포이의 얼굴은 평소보다 핏기가 더 없어보였다. 우드는 아침 식시 시간 내내 자신은 음식에 손도 대지 않고 팀 선수들에게 얼른 먹으라고 재촉했다. 그 뒤 우드는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기도 전에 그들을 서둘러 경기장으로 내보냈다. 경기장 상태를 먼저 익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연회장을 떠날 때도 모두들 박수 갈채를 보내주었다.


"행운을 빌어, 해리!"


초 챙이 외쳤다. 그러자 해리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설마....?

식사를 끝내고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관람석으로 향했다. 전교생들이 잔디밭으로 우르르 걸어갔다. 군중의 4분의 3이 진홍색 장미꽃 장식을 달고 그리핀도르의 사자가 그려진 진홍색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또 '잘해라, 그리핀도르'나 '우승컵은 사자에게로!'와 같은 응원 문구가 쓰여진 현수막들을 휘두르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슬리데린의 골대 뒤에는 초록색 옷을 입은 2백여 명의 학생들이 은빛 뱀이 반짝거리는 깃발을 들고 있었다. 맨 앞줄에는 세베루스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초록색 옷을 입고 앉자 불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 그리핀도르 선수들입니다!"


평소처럼 경기 해설을 맡고 있는 리 조던이 큰 소리로 말했다.


"포터, 벨, 존슨, 스피넷, 프레드 위즐리, 조지 위즐리, 그리고 우드입니다. 다 알고 계시다시피 호그와트가 오랜만에 보게 되는 최고의 팀이죠..."


리의 해설은 슬리데린 측에서 터져 나온 아유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이제 주장 선수 플린트가 이끄는 슬리데린 팀이 나오고 있습니다. 팀에 약간 변화가 생긴 것 같은데 기술보다는 크기에 비중을 둔 것 같군요..."


슬리데린 응원석에서 더 많은 아유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리의 말 속에 뼈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포이는 물론 슬리데린 팀에서 가장 작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하나같이 몸집이 컸던 것이다.

후치부인의 말에 주장들이 서로 나와 서로의 악수를 했다. 다시 한번 후치 부인이 말하자 선수들이 빗자루에 올라타고 호루라기를 불자-군중의 함성소리 때문에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열네 개의 빗자루가 동시에 공중으로 올라갔다. 


"그리핀도르가 갖고 있습니다. 그리핀도르의 앨리샤 스피넷이 퀘이플을 가지고 슬리데린의 골대로 곧장 향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앨리샤! 아으, 이럴 수가... 위링턴이 퀘이플을 가로챘습니다. 슬리데린의 위링턴이 경기장 위로 내딛고 있습니다.... 쾅! 조지 위즐리가 쳐낸 멋진 블러저가 그곳으로 날아가는군요. 위링턴이 퀘이플을 떨어뜨립니다. 존슨이... 잡았습니다. 그리핀도르가 다시 가졌습니다. 제발, 안젤리나... 몬태큐 주위로 멋지게 빗나가는 군요... 머리를 숙여요, 안젤리나. 블러저예요.... 안젤리나 선수가 득점했습니다. 10 대 0으로 그리핀도르가 앞서갑니다!"


안젤리나가 허공에다 주먹을 날리며 경기장 끝으로 날아갔다. 진홍색 입은 군중들이 좋아서 소리치고 있었다. 안젤리나가 마커스 플린트와 부딪히는 바람에 하마터면 빗자루에서 떨어질 뻔했다. 군중이 우우거리며 아유를 보내자 마커스는 마지못해 사과하는지 입모양이 보였다. 잠시 후 프레드 위즐리가 몰이꾼의 클럽을 플린트의 뒤통수를 향해 던지자, 플린트의 코가 그의 빗자루 손잡이에 부딪혀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후치 부인이 그들 사이로 날아가 경고를 주었다.


"추격꾼에게 까닭없이 공격받았으므로 그리핀도르에게 자유투를 주겠어요! 그리고 추격꾼에게 고의로 상해를 입혔으므로 슬리데린에게도 자유투를 주겠어요!"


후치 부인이 호루라기를 불자 앨리샤가 자유투를 던지기 위해 앞으로 날아갔다. 


"제발, 앨리샤!"


조용한 군중들 속에서 리가 소리쳤다.


"그럼 그렇지1 앨리샤 선수가 잘해 냈습니다! 현재 20 대 0으로 그리핀도르가 리드하고 있습니다."


플린트가 여전히 코피를 줄줄 흘리며 슬리데린의 자유투를 던지러 골대 앞으로 날아갔다. 우드가 입을 꾹 다물고 그리핀도르의 골대 앞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우드는 물론 뛰어난 파수꾼이죠!"


플린트가 후치 부인의 호루라기 소리를 기다리고 있자, 리 조던이 말했다.


"훌륭했습니다! 어림도 없습니다... 어림도 없어요.. 그러면 그렇죠!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잘 막아냈습니다!"


그리핀도르가 50점 앞설 때까지는 해리는 말포이가 스니치를 잡지 못하게 중요했다.


"그리핀도르가 잡았습니다. 아니, 슬리데린이 잡았군요... 아니! 그리핀도르가 다시 잡았습니다. 케이티 벨이로군요. 그리핀도르의 케이티 벨이 퀘이플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가 경기장을 질주하고 있습니다... 저건 고의였습니다!"


슬리데린의 추격꾼인 몬태규가 케이티 앞으로 나가서는 퀘이플을 잡지 않고 그녀의 머리채를 잡은 것이다. 순간 케이티는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다가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빗자루 위에 앉았다. 하지만 그 바람에 그녀는 퀘이플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호루라기가 다시 울렸다. 후치 부인은 몬태규에게로 날아와 소리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케이티는 또 하나의 자유투를 성공시켰다.


"30 대 0이야! 인정해, 이 비열한 자식아. 반칙을 범했잖아..."

"조던, 양 팀에 공정한 해설을 하지 않는다면....."

"전 그저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교수님."


해리는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파이어볼트를 몰고 슬리데린 쪽으로 질주했다. 그러자 말포이가 해리의 뒤를 쫒아서 질주했다. 몸집이 큰 슬리데린의 몰이꾼 데릭이 쳐낸 믈러저 하나가 해리의 오른쪽 귀를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곤 다시 한 번.... 두 번째 블러저가 해리의 팔꿈치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또 다른 몰이꾼, 볼이 다가오고 있었다. 볼과 데릭이 클럽을 들어 올리고 양쪽에서 그를 향해서 날아왔다. 해리가 아슬아슬한 순간에 파이어볼트를 위로 몰자, 볼과 데릭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하하하!"


슬리데린의 몰이꾼들이 머리를 잡고 비틀거리자 리 조던이 외쳤다.


"안 됐군요! 파이어볼트를 상대하려면 동작이 더 빨랐어야죠! 자, 다시 그리핀도르가 잡았습니다. 존슨이 퀘이플을 가졌습니다... 옆에 플린트가 있습니다.... 그의 눈을 찔러요, 안젤리나!.... 농감이었습니다, 교수님. 농담이었다구요.... 저런, 플린트가 잡았습니다. 플린트가 그리핀도르의 골대 쪽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제발, 우드. 막아요...!"


하지만 플린트가 득점했다. 슬리데린 측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리 조던이 어찌나 심하게 욕설을 퍼부엇던지 맥고나걸 교수가 그에게서 마법의 확성기를 빼앗으려고 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자, 그리핀도르가 30 대 10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그리핀도르가 잡았군요..."


반칙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리핀도르가 계속해서 앞서가자 분개한 슬리데린이 퀘이플을 잡으려고 수단과 바법을 가리지 않았다. 볼은 클럽으로 앨리샤를 쳐놓고 그녀가 블러저인 줄 알앗다고 둘러댔다. 그러자 조지 위즐리가 그 보복으로 볼의 얼굴을 팔꿈치로 쿡 쳤다. 후치 부인은 양 팀 모두에게 자유투를 주었고, 우드가 또 한 번 멋지게 막아냄으로써 그리핀도르가 40 대 10으로 앞서게 되었다. 

케이티가 득점했다. 50 대 10. 슬리데린이 보복할 경우를 생각해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 형제가 클럽을 들어 올리고 케이티 주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볼과 데릭이 프레드와 조지가 없는 틈을 타서 블러저 두 개를 동시에 우드에게 쳤다. 블러저 두 개가 차례로 복부를 치자 우드가 빗자루를 움켜잡고 공중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후치 부인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퀘이플이 득접 구간 내에 있지 않는 한, 파수꾼을 공격해선 안 돼요!"


그녀가 볼과 데릭에게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리핀도르 자유투!"


안젤리나가 자유투를 성공시켰다. 60 대 10. 잠시 뒤 프레드 위즐리가 블러저를 위링턴에게로 세차게 쳐내 퀘이플을 그의 손에서 떨어뜨렸다. 그리고 앨리샤가 그걸 잡아 슬리데린의 골대 속으로 집어넣었다. 70 대 10. 광중석에서는 그리핀도르 아이들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핀도르가 60점을 앞서 있었으므로 해리가 만약 지금 스니치를 잡는다면, 우승컵은 그리핀도르의 것이 된다. 

해리가 스니치를 발견하고는 달려갈 때, 파이어볼트 속도가 느려졌다. 말포이가 몸을 앞으로 내밀어 파이어볼트의 꼬리를 잡고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는파이어볼트를 잡고 헐떡거리고 있었다. 


"자유투! 그리핀도르에 자유투! 저런 반칙을 쓰다니!"


후치 부인이 날카롭게 외차자, 말포이가 다시 니부스 2001 위로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저 비열한 자식이 그냥!"


리 조던이 맥고나걸 교수가 잡지 못하도록 몸을 이리저리 빼며 확성기에 대고 악을 쓰고 있었다.


"이 더러운 자식...."


그러나 맥고나걸 교수는 그를 책망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 역시 말포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앨리샤가 자유투를 시도했지만, 너무 화가 난 상태라서 그런지 조금 빗나가고 말았다. 그리핀도르 팀이 흔들리고 있었고 슬리데린 팀은 말포이가 해리에게 반칙을 한 것을 보자 기뻐서 더 힘을 내고 있었다.


"슬리데린이 잡았습니다. 슬리데린이 골대로 향하고 있군요.... 몬태큐가 득접하는군요."


리가 투덜댔다.


"70 대 20으로 그리핀도르가 앞서고 잇습니다."


해리는 이제 말포이와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서 그를 마크했다. 말포이가 스니치 근처에 가지 못하게 하려는 작전이었다. 


"그리핀도르의 안젤리나 존슨이 퀘이플을 갖고 있습니다. 제발, 안젤리나, 제발!"


말포이만 빼고 파수꾼까지 슬리데린의 모든 선수가 안젤리나 쪽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 그녀를 막으려는 것이었다. 해리는 파이어볼트를 홱 돌려 앞으로 몰았다. 그는 총알처럼 슬리데린 선수들 쪽으로 날아갔다. 파이어볼트가 붕 날아오자 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안젤리나 앞엔 이제 방해물이 하나도 없었다.


"안젤리나가 득점했습니다! 득점했어요! 그리핀도르가 80 대 20으로 앞섭갑니다!"


해리는 말포이가 스니치를 향해서 급강하하는 것을 보자 급히 파이어볼트를 아래쪽으로 몰았다. 말포이가 몇백 미터 더 앞서 있었다. 해리는 빗자루를 재촉했는지 그는 말포이를 따라잡고 있었다. 볼이 해리 쪽으로 블러저를 쳤다. 해리는 빗자루 손잡이에 바짝 엎드렸다. 말포이가 바로 코앞에 있었다.... 말포이를 다라잡았다. 해리는 양손을 빗자루에서 떼고 쭉 뻗었다. 그리고 말포이의 팔을 쳐냈다. 

그가 급강하를 멈추고 손을 번쩍 치켜들자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해리는 군중 위로 높이 날아올랐다. 작은 황금빛 공이 해리의 주먹 속에 꽉 주어진 채로 날개를 퍼덕거리고 있었다. 


"그리핀도르가 이겼어...."


우드가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질주해 와 해리의 목을 끌어안고 흐느껴 울었다. 프레드와 조지도 내려와 그들을 얼싸안았다. 이어서 안젤리나와 앨리샤와 케이티가 "우리가 우승컵을 따냈어! 우리가 우승컵을 따냈다구!"라면서 서로를 얼써안고 쉰 목쇠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리핀도르 팀이 땅으로 내려오자 그리핀도르 으원석에서 아이들이 울타리를 넘어 물밀듯이 경기장으로 몰려나와 그들의 등을 두드려주옸다. 환호하는 군중들이 그리핀도르 팀 선수들을 무등을 태웠다. 


"이겼구나, 해리. 이겼어! 벅빅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알려주어야겠어!"


해기르디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외쳤다. 퍼시 역시 점잔 빼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펄쩍펄쩍 뛰어다니고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우드보다도 훨씬 더 큰 소리로 흐느껴 울며 커다란 그리핀도르 깃발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와 나는 군중을 헤치고 해리에게로 달려갔다. 

해리는 어깨를 쫙 펴고 덤블도어 교수가 커다란 퀴디치 우승컵을 들고 서 잇는 관중석 쪽으로 힘차게 걸어갔다. 우리는 그런 해리의 모습을 바라보며 밝은 미소를 던져웠다. 훌쩍이던 우드가 우승컵을 해리에게 건네주었다. 해리는 우승컵을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

6월 다가오면서 하늘은 구름 한 점 맑은 날씨는 찌는 듯이 더웠으므로 사람들은 누구나 정원을 한가로이 걸어다니거나, 차가운 호박 주스를 들고 잔디밭에 앉아 있거나, 곱스톤 게임을 하거나 호수 표면을 꿈껼같이 밀고 나가는 대왕 오징어를 지켜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얼마 안 있으면 시험이었으므로 학생들은 바깥에 나가 빈들거리는 대신 열린 창문을 통해 둥둥 떠오는 여름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책상 앞에 붙어 앉아 책과 씨름해야 했다. 심지어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 형제가 공부하는 모습까지 눈에 띄었다. 그들은 O.W.L.을 통과하는 게 목표였다. 퍼시는 호그와트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자격증 시험인 N.E.W.T.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퍼시는 마법부에 들어가길 희망했으므로 최고 점수를 받아야 했다. 그는 점점 더 초조해하고 있었고 누구든 휴게실의 조용한 분위기를 깨기라도 하면 호통을 쳐대기 일쑤였다. 


"큰일났네."

"로라?"

"헤르미온느, 월요일 1시에 시험이 두 개나 있어. 마법과 고대 룬 문자가 1시에 동시에 있어."

"그거 큰일이네."

"그러니까- 나도 같이 써도 될까?"

"응?"

"모래 시계."


내가 말하자 헤르미온느는 눈동자를 크게 뜨면서 대체 그것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궁금한 얼굴이었지만 난 검지를 입가에 가져가서는 쉿하는 제스처를 취할 뿐이었다. 

창가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더니 헤드위그가 부리에 편지를 물고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들었다.


"해그리드가 보낸 거야."


해리가  편지를 뜯으며 말했다.


"벅빅의 항소야... 6일로 되어 있어."

"우리의 시험이 끝나는 날이군."


헤르미온느가 산술점 책을 찾으며 말했다.


"그들이 이곳으로 온대."


해리가 계속 편지를 읽으며 말했다. 


"마법부에서 온 사람과... 사형 집행인이야."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항소에 사형 집행인을 데려오다니! 그렇다면 이미 결정을 내렷다는 말이잖아!"

"그래, 맞아."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그럴 수는 없어! 내가 그녀석에 대해 연구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들이 그걸 그렇게 간단히 무시할 수는 없어!"


론이 악쓰며 말했다.

시험 주간이 시작되자 성 전체가 잠잠해졌다. 월요일 점심 시간에 변신술 수업 시험을 마친 3학년생들이 맥빠지고 창백한 얼굴로 나타나 서로 결과를 비교하면서 찻주너자를 거북이로 바꾸는 것을 포함해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며 탄식을 늘어놓았다. 


"내 거에는 꼬리 대신 여전히 주전자 주둥이가 달려있었어. 정말 큰일이야..."

"거북이가 증기를 뿜고 있는 거 봤니?"

"내 거북이는 찻준저에 있던 버들 무늬 등딱지를 그대로 갖고 있었어. 감점되지 않을까?"


그 뒤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곧장 마법 시험을보러 이층으로 갔다. 플리트윅 교수는 헤르미온느의 말대로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법'을 테스트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나와 헤르미오느는 머틀의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자 헤르미온느는 망토 속에 손을 넣어 목에 걸려 있는 긴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는 모래시계가 달린 목걸이를 내 목에도 걸어주었다. 그러더니 모래 시계를 한 번 돌렸다. 머틀의 화장실이 점점 희미해졌다. 아주 빨리 꺼꾸로 날아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옆으로 흐릿한 색깔과 모양들이 휙휙 지나갔다. 귀가 멍멍했다. 

그 뒤 발밑의 땅이 딱닥해지는 게 느껴지더니 모든 게 다시 똑똑히 보였다.


"속이 좋지 않아....."

"자, 이제 고대 문자 시험을 보러 가자."


우리는 주위의 시선을 피해서 고대 문자 시험을 보는 교실로 향했다. 

저녁 식사 후 학생들은 부리나케 다시 휴게실로 갔다. 하지만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비한 동물 돌보기와 마법의 약과 천문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다음날 아침 해그리드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험 감독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마음은 온통 딴 데 가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금방 잡은 플로버웜 한 통을 주고는 한 시간이 끝날 때까지 각자의 플로버웜이 살아 있으면 시험에 통과하는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플로버웜은 그냥 내버려 두기만 하면 잘 살아있는 동물이었으므로 다른 시험에 비하면 누워서 떡 먹기였다. 덕분에 우리는 해그디르와 말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벅빅은 약간 의기소침해 있어."


해그리드가 허리를 굽혀 해리의 플로버웜이 살아 있는지 살피는 척하며 우리에게 말했다.


"비좁은 곳에 너무 오래 갇혀 있거든.... 하지만 내일 모레면 결정나겠지... 어느 쪽이든 간에...."


그날 오후에 있었던 마법의 약 시험은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마법의 약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 것을 보자 흡족한 얼굴이었던 세베루스는 해리의 마법의 약을 보자 심술궂은 얼굴이 되었다. 그 뒤 자정에는 가장 높은 탑에서 천문학 시험이 있었다. 

수요일 아침에는 마법의 역사 시험이 있었고 수요일 오후에는 뜨거운 햇볕이 내려쬐는 온실에서 약초학 시험을 본 뒤 목덜미가 새까맣게 탄 채로 휴게실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거의 끝나는 거다. 

목요일 아침에는 루핀 교수의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험이 있었는데 그 시험은 정말 별났다. 루핀 교수는 양지에 장애물 코스 같은 걸 마련해 두고 그라인딜로우가 들어 있는 깊은 물놀이터를 건너간 다음, 레드 캡들이 가득 찬 죽 이어진 구멍들을 지나, 갈피를 못 잡게 혼동시키는 힝키펑크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습지를 가로질러 간 뒤 낡은 가방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보가트와 대결을 해야 했다. 가방을 나오자 해리가 씨익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로라, 너도 만점이다."


루핀 교수가 은밀하게 말했다. 해리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론과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론은 힝키펑크에 도달할 때까지는 아주 잘했지만 힝키펑크의 속임수에 넘어가 그만 허리 높이까지 되는 수렁 속에 빠지고 말았다. 헤르미온느는 보가트가 들어가 있는 가방에 도달할 때가지는 모든 걸 완벽하게 해냈다. 하지만 1분쯤 뒤 가방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헤르미온느!"


루핀 교수가 깜짝 놀라 말했다.


"무슨 일이지?"

"매- 매- 맥고나걸 교수예요!"


헤르미온느가 가방 속에 가리키며 헐떡거렸다.


"교- 교수님이 제가 모든 과목을 F를 받았다고 했어요!"


헤르미온느는 한참 뒤에야 겨우 진정되었다. 함께 성으로 들어갈 때 론은 헤르미온느의 보가트 대문에 여전히 키득거리다가 계단 위에서 이상한 광경을 보자 웃음을 멈췄다. 가는 세로줄 무늬 망토를 입은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이 땀을 뻘뻘 흘리며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해리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잘 있었니, 해리! 로라도 있었구나. 시험 봤니? 이제 거의 끝났겠구나?"

"네."


해리가 말했다. 헤르미온느와 론은 마법부 장관과는 말을 건넬 정도의 사이가 아니었으므로 뒷마당에서 어색하게 쭈벗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날씨가 좋구나."


퍼지 장관이 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딱하군... 딱해...."


그가 깊은 한숨을 쉬고는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난 사실 오늘 그다지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 때문에 여기에 온 거란다. 위험한 동물 처리 위원회가 미친 히포그리프의 사형 집행에 입회인 자격으로 와다랄고 요청했거든.  어차피 블랙의 일은 조사하기 위해 호그와트에 와야 하니, 온김에 참가해 달라더구나."

"그 말은 항소가 이미 있었다는 뜻인가요?"


론이 앞으로 걸어오며 끼어들었다. 


"아니, 아니다. 그건 오늘 오후로 예정되어 있단다."


퍼지 장관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 장관님께서 사형 집행에 입회하실 필요가 없잖아요!"


론이 단호하게 말했다. 퍼지 장관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뒤에 있는 성문으로 두 명의 마법사가 들어왔다. 한 명은 어찌나 늙었던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고 또 다른 한 명은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에 가느다랗고 까만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이것 참, 난 이런 일을 하기엔 너무 늙었어... 2시지. 안 그런가, 퍼지?"


늙은 마법사가 말했다. 까만 콧수염을 기른 남자는 굴은 엄지손가락으로 허리띠의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그게 번득이는 도끼날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론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헤르미온느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슬쩍 찌르며 현관 안의 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대체 왜 말을 못하게 한 거니?"


점심을 먹으러 연회장으로 들어가며 로닝 볼멘소리로 물었다.


"너 그 사람들 봤어? 그들은 도끼까지 준비하고 왔단 말야! 이건 공평하지 않아!"

"론, 너희 아버지께서 마법부에 근부하시는데 아버지 상상께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헤르미온느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굉장히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번엔 해그리드가 침착하게 제대로 말하기만 하면 그들도 벅빅을 무작정 사영히키진 못할 거야..."


헤르미온느 역시 자신 없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위에는 아이들이 점심을 먹으며 그날 오후에 있을 마지막 시험에 대해 예상해 보며 흥겹게 떠들어대고 잇었지만 우리는 그런 분위기에 휩싸이지 못하고 해그리드와 벅빅에 대한 걱정만 하고 있었다. 우리의 마지막 시험은 점술이었고, 헤르미온느의 마지막 시험은 머글 연구였다. 

7층까지 올라가자 많은 아이들이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로 가는 나선형 계단에 앉아 마지막 순간까지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교수님은 우리를 모두 개별적으로 만날 거래."


네빌 옆으로 가서 앉자 그가 알려주었다. 그는 《미래 들여다보기》 책에서 수정 구슬 부분을 찾아 무릎에 위에 펼쳐 놓고 있었다.


"너희들 수정 구슬에서 뭐라고 봤니?"


네빌이 비참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


론이 아물허게나 말하며, 계속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론이 벅빅의 항소가 시작되는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교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줄이 서서히 짧아졌다. 아이들이 은빛 사다리르 ㄹ타고 기어 내려올 때마다 나머지 아이들이 "무러 물었니? 괜찮았니?"라고 한 마디씩 물었다. 하지만 아무도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너희들에게 말하면 내가 끔찍한 사고를 당하게 될 거라고 수정 구슬에 나와 있대!"


네빌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우리 쪽으로 오며 말했다.


"그것 참 편리하군."


론이 콧방귀를 뀌었다.


"트릴로니 교수에 대한 헤르미온느의 판단이 옳았던 것 같아."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머리 위에 잇는 뚜껑문 쪽으로 가리켰다.


"엉터리 점쟁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


해리가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햇다. 이제 2시였다.


"빨리 좀 하지..."


패르바티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교수님이 그러시는데 내가 글쎄 진정한 예언자의 모든 자질을 다 갖추고 있대."


그녀가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난 많은 걸 봤거든.... 행운을 빌게!"


패르바티는 라벤더가 서 있는 나선 계단 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론 위즐리."


머리 위에서 귀에 익은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론은 우리에게 얼굴을 찌푸려 보이고는 은빛 사다리를 타고 기어올라갔다. 이제 남아있는 사람은 해리와 나뿐이었다. 해리는 벽에 등을 기대고 마룻바닥에 앉아있었다. 

20분쯤 뒤 사다리에 론의 커다란 발이 나타났다.


"어떻게 됐어?"


해리가 일어서며 물었다.


"시시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그냥 아무렇게나 지어냈어. 교수님이 수긍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휴게실에서 보자."


론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트롤리니 교수가 '로라 에반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자 그가 얼른 말했다. 

탑 방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웠다. 커튼은 쳐져 있었고 난롯불은 활활 타고 있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커다란 수정 구슬을 앞에 놓고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있었니, 얘야? 구슬을 응시해 보거라... 천천히... 그리고 보이는 걸 말해 다오..."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수정 구슬을 보고 있자 별로 좋지 않는 것이 보였다. 사슴과 쥐와 개와 늑대 한 곳에 모였다. 


"뭐가 보이니?"

"사슴과... 쥐와.. 개와.. 고양이와 늑대인간이요."

"이런.... 더 가까이 들여다보거라."


트릴로니 교수가 무릎 위에 올려진 양피지에 열심히 휘갈겨 쓰며 속삭였다. 하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듯이 나는 고개를 젓었다. 그러자 트릴로니 교수가 한숨을 쉬었다.


"수고했다."


나는 은빛 사다리를 타고는 밑으로 내려갔다. 


"뭐가 보였지?"

"해리."

"응?"

"쥐를 경계해. 늑대와 검은 개는 네 편이니가 믿어도 돼."


내 말을 들은 해리가 어리둥절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위에서 "해리 포터"라고 트릴로니 교수가 부르자 해리가 올라가고 난 휴게실로 향했다. 오늘 밤이다. 오늘 밤에 모든 것이 밝혀지겠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정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휴게실로 들어가자 한쪽 구석에 론과 헤르미온느가 앉아있었다. 나는 빠르게 그들에게 갈 때, 그들의 어두운 표정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햇다. 


"트릴로니 교수가 방금 나한테..."


해리가 초상화 구멍으로 들어오면서 말하다가 말을 멈췄다.


"벅빅이 졌어. 해그리드가 막 이걸 보냈어."


해그리드의 편지는 이번엔 눈물로 젖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마나 떨리는 손으로 썼던지 글씨를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항소에서 졌어. 해질텩에 사형 집행을 할 거야.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내려오지 마. 너희들은 안 봤으면 좋겠어.

해그리드


"우린 가야 해."


편지를 읽자마자 해리가 즉시 말했다.


"해그리드 혼자서 사형 집행인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

"하지만 해질녘이잖아."


론이 흐리멍덩한 눈으로 창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우린 나가지 못해. 특히 넌 안 돼, 해리."


해리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생각에 잠겼다.


"투명 망토에 있으면 있다면..."

"어디에 있는데?"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해리는 그걸 외눈박이 마녀 석상 밑에 있는 통로에 두고 왔다고 말해주었다.


"... 만약 내가 또다시 그 근처에 있는 걸 스네이프 교수가 본다면 난 그땐 정말 끝장이야."

"맞아. 그가 만약 널 본다면... 그 마녀의 곱사등은 어떻게 여니?"

"그걸 톡톡 치면서 '디센디움'이라고 말하면 돼. 하지만...."


해리가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그의 나머지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가 뚱보 여인의 초상화를 열고 나가 버렸다.


"헤르미온느가 설마 그걸 가지러 간 건 아니겠지?"


론이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15분쯤 뒤 그녀는 옷 속에 은빛 망토를 조심스럽게 접어 넣은 채 돌아왔다. 론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헤르미온느, 난 요즘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통 모르겠어! 네가 말포이를 때린 것도 그렇구, 트릴로니 교수의 교실에서 나가 버린 것도 그렇구...."


헤르미온느는 다소 우쭐해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내려갔지만 그 뒤 그리핀도르의 탑으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앗다. 해리는 옷 속에 투명 망토틀 숨겼으므로 앞이 불록한 것을 가리기 위해 계속해서 팔짱을 끼고 있어야 했다. 현관 안의 홀에서 슬그머니 빈 방으로 숨어 들어가 사람들이 다 없어질 때까지 귀를 기울리고 있었다. 마지막 두 명이 급히 걸어간 뒤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헤르미온느가 문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됐어. 아무도 없어... 망토를 입어..."


그녀가 속삭였다. 우리는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몸을 바짝 붙인 채로 망토를 뒤집어 쓰고 발소리를 죽이고 홀을 가로질러 간 뒤, 정원으로 가는 돌계단으로 내려왔다. 해는 벌써 금지된 숲 너머로 넘어가며 나무 꼭대기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도착해 문을 두드리자, 그가 문을 열며 누가 찾아왔는지 보려고 주위를 휘둘러보았다. 해그리드는 창백한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저희들이에요."


해리가 조용히 말햇다.


"투명 망토를 입고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야 망토를 벗을 수 있어요."

"오지 말라니까, 참!"


해그리드가 작은 소리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뒤로 물러섯으므로 안으로 들어갔다. 해그리드가 문을 얼른 닫자 망토를 벗었다. 해그리드는 울고 있지도 않았으며 우리의 목에 매달리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렇게 자신을 어쩌지 못하고 망연자실해 있는 모습은 눈물 흘리는 것보다 지켜보기가 더 딱했다. 


"차 마실래?"


해그리드가 물었다. 주전자를 잡은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벅빅은 어디에 있어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바- 밖에다 두었어."


해그리드가 단지에 우유를 채우다가 탁자에 엎지르며 말했다. 


"호박밭에 매어두었어. 녀석이 나무들도 보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해야 할 것 같았더 말야... 죽기 전에...."


해그리드의 손이 어찌나 심하게 떨었던지 우유 단지가 그만 마룻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제가 할게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부리나케 달려가 치윅 시작했다.


"찬장에 또 하나 있어."


해그리드기 이렇게 말한 뒤 앉아서 옷소매로 이마를 훔쳤다. 론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묵서도 없어요, 해그리드? 덤블도어 교수님은..."


해리가 그의 옆에 앉으며 물었다.


"애쓰셨지. 하지만 그분은 위원회의 결정을 뒤엎을 만한 힘이 없으셔. 그분은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하셨지만 위원회 사람들은 겁먹고 있거든... 루시우스 말포이가 어떤 사람인지는 너희도 알잖아... 그들이 위협했겠지... 하지만 그건 빠르고 깨긋하게 끝날 거고... 녀석 옆에 내가 있을 거야...."


해그리드가 침을 꿀꺽 살켰다. 그는 마치 한 줄기 희망이나 위안을 찾고 있기라도 한 듯 오두막 이곳저곳을 째발리 둘러보았다.


"그- 그 일이 있을 때 덤블도어 교수님이 내려오실 거야. 오늘 아참에 편지를 보내셨어. 나와... 함께 있고 싶다고 하셨어. 훌륭하신 분이야, 덤블도어 교수님은...."


울음을 꾹 참고 또 다른 우유 단지를 찾으려고 찬장을 뒤적거리던 헤르미온느가 새 단지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저희들도 함께 잇을게요, 해그리드."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텁수록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엇다. 


"너희들은 성으로 돌아가야 해. 내가 말했잖아, 너희들이 지켜보는 건 원치 않느다구. 어쨌든 너희들으 ㄴ여기에 내려오면 안 돼... 만야 퍼지 장관이나 덤블도어 교수가 네가 허락도 없이 나온 걸 알기라도 하면, 해리, 넌 되게 혼날 거야."


헤르미오는느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해그리드는 보지 못하다로고 부산스럽게 차를 끓이는 시늉을 했다. 그 뒤 그녀가 우유를 단지에 붓다 말고 놀라 비명을 질렀다.


"론! 미-믿을 수가 없어.... 스캐버스야!"


론이 을 벌리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우유 단지를 탁자로 가져가 뒤집어엎었다. 그러자 스캐버스가 찍찍거리며 다시 안으로 기어 들어가려고 안간힘ㅇ르 쓰다가 탁자 위로 스르르 미끄러져 나왔다.


"스캐버스! 스캐버스, 여기서 뭐하는거야?"


론이 머앟니 말했다. 그는 발버둥치는 쥐를 잡아 불빛으로 가져갔다. 스캐버스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몸은 전보다 훨씬 더 말랐으며, 털은 거의 다 빠져 듬성듬성 나 있었다. 그 쥐는 몹시 벗어나고 싶은 듯 론의 손에서 몸부림을 쳤다.


"괜찮아, 스캐버스. 고양인 없어! 여기서 널 해칠 게 아무것도 없어!"


론이 말했다. 해그리드가 갑자기 일어서서 창문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평상시 혈색 좋게 불그스레하던 그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그들이 와...."


우리가 급히 창가로 달려갔다. 남자 몇 명이 성 계단을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앞에서는 알버스 덤블도어 교수가 저물어 가는 해에 은빛 수염을 반짝거리며 걷고 있었고, 옆에서는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이 총총걸음으로 급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 뒤에는 허약하게 생긴 위원회 노인과 사형 집행인 맥네어가 있었다.


"너희들은 가야 해. 여기 있는 걸 들키면 안 돼, 어서 가..."


해그리드가 다급히 말했다. 그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었다. 론이 스캐버스를 주머니 속에 쑤셔넣자 헤르미온느가 투명 망토를 집어들었다.


"내가 뒷마당까지 데려다줄게."


해그리드가 서두르며 말했다. 그를 따라 뒷마당으로 나갔다. 해그리드의 호박밭 울타리에 매어져 있는 벅빅을 보았다. 벅빅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뾰족한 얼굴을 이쪽저쪽으로 돌리며 신경질적으로 땅을 긁고 있었다.


"괜찮아, 벅빅. 괜찮아...."


해그리드가 부드럽게 말했다.


"어서 가. 빨리."


그가 우리에게로 돌아섰다.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해그리드, 저흰..."

"정말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저희가 말할게요...."

"그들이 벅빅을 죽이도록 내버려 둬선 안 돼요..."

"가!"


해그리드가 사납게 말했다 


"너희들까지 얽히면 문제가 정말로 심각해져."


어쩔 수가 없었다. 헤르미온느가 투명 망토를 우리의 머리에 뒤집어씌었을 때, 오두막 앞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얼른 가. 듣지 말구...."


해그리드가 우리가 사라진 방향을 보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오두막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자마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우리는 천천히 오두막을 돌아다나갔다. 반대편에 거의 다다랐을 때 앞문이 쾅 하며 닫혔다.


"제발, 서두르자. 참을 수가 없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단 말야..."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성으로 향하는 비탈진 잔디밭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해는 이제 빨리 떨어지고 있었다. 하늘은 보랏빛이 도는 잿빛으로 변해 있었고 서쪽은 루비빛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론이 갑자기 발을 멈췄다.


"오, 제발, 론."

"스캐버스 때문에 그래.... 녀석이... 가만히 있으려 하질 않아..."


론이 스캐버스를 계속주머니 속에 넣으려 했지만 그 쥐는 점점 더 광폭해지고 있었다. 스캐버스는 미친 듯이 찍찍대거나 몸을 비틀거나 머리를 흔들어대며 론의 손을 물려고 했다.


"스캐버스, 나야. 이 멍청아, 론이라구."


론이 짜쯩을 내며 말했다. 그때 뒤에서 문이 열리며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 론. 제발 좀 가자. 그들이 그걸 하려고 해!"


헤르미온느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앞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나직이 들리는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론이 또 다시 멈췄다.


"녀석을 잡고 있을 수가 없어.... 스캐버스, 조용히 해. 들킨단 말야..."


그 쥐가 미친 듯이 찍찍대고 있긴 했지만 해그리듸의 정원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희미하게 남자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더니 정적이 흘렀다. 그리곤 느닷없이 휙,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도깨 휘두르는 소리가 분명했다. 헤르미온느가 몸을 떨었다.


"그들이 했어! 미-믿지 못하겠어... 정말 하고야 말았어!"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우리는 충격으로 투명 망토를 뒤집어 쓴 채로 꼼짝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정원을 석양의 마지막 빛줄기가 비추고 있었다. 뒤에서 거칠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해그리드."


해리가 중얼거리며 아무 생각도 없이 무턱대고 돌아서 가려는 순간 그의 팔을 잡았다.


"우리는 가면 안 돼. 우리가 해그리드를 만나러 여기에 왔었다는 걸 그들이 알게 되면 더 해그리드는 큰 곤란에 빠지게 될 거야...."


헤르미온느의 숨소리가 가쁘게 들렸다.


"어떻게... 그들이... 이럴 수 있지?"


그녀는 감정이 북받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가자."


론이 말했다. 그는 이빨을 뿌드득 갈고 있는 것 같았다. 망톨로 몸을 가리고 다시 천천히 성으로 향했다. 날은 이제 빨리 어두워지고 있었다. 

정원에 도달했을 때쯤 주위는 완전히 어둠에 휩싸이고 있엇다.


"스캐버스, 가만히 좀 있어."


론이 스캐버스를 가슴팍으로 쑤셔 넣으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 쥐는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론이 갑자기 멈춰 서더니 스캐버스를 주머니 속으로 더 깊이 쑤셔 넣으려고 애썼다.


"왜 그래, 이 멍청한 같은 쥐야? 가만히 있어... 아야! 녀석이 날 물었어!"

"론, 조용히 해! 조금 잇으면 퍼지 장관이 올 걸나 말야...."

"녀석이- 가만히- 있으려 하지- 않잖아-."

"녀석이 왜 이러지?"

"무서운가 보지."


스캐버스는 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크룩생크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크룩생크! 안 돼, 저리가. 크룩생크! 저리 가!"


헤르미온느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스캐버스... 안 돼!"


쥐가 꽉 움켜쥔 론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땅바닥으로 내려가서는 재빨리 달아나 버렸다. 그러자 크룩생크가 그 쥐를 잡으려고 펄쩍 뛰어올랐고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미처 붙잡기도 전에 론이 투명 망토를 벗어 던지고 어둠 속으로 달려갔다. 


"론!"


헤르미온느가 신음 소리를 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고는 뒤따라 달려갔다. 하지만 투명 망토를 입은 채로 달리기는 힘들었다. 망토를 벗어 졎혔다. 앞에서 론이 달려가는 발소리와 그가 크룩생크에게 고함을 질러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리 가지 못해! 저리 가! 스캐버스, 이리와."


요란하게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잡았다! 저리 가, 이 지독한 고양이 같으니라구."


론은 땅바닥에 팔다리를 쭉 뻗고 엎어져 있었지만, 스캐버스는 다시 그의 주머니 속에 있었다. 그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불쑥 튀어나온 주머니 양손으로 꼭 잡고 있었다.


"론... 어서 망토 속으로 들어와... 덤블도어 교수와 마법부 장관이 곧 올 거야."


헤르미온느가 헐떡이며 말했다. 망토로 몸을 가리고 미처 숨을 죽이기도 전에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커다란 발소리가 들렸다. 희마한 눈을 가진 새까만 색의 커다란 개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해리가 검은 개를 보자마자 지팡이 손을 뻗엇지만 개가 펄쩍 뛰어오르더니 앞발로 그의 가슴팍을 쳤다. 


"해리!"


해리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개가 또다시 공격하려고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개가 다시 튀어 오르자 일어나 있던 론이 나를 옆으로 밀쳤다. 개의 주둥이가 론의 팔을 덥석 물었다. 해리가 달려가 개의 털을 한 움큼 잡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론은 마치 종이 인형처럼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서는 론에게 가려는 순간 무언가가 얼굴을 세게 대렸다. 해리와 헤르미온 역시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컬러 렌즈가...."


오른쪽 눈에서 무언가 떨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나는 지팡이를 꺼내들어서 "루모스"라고 주문을 외웠다. 지팡이 끝에 빛이 나오자 굵은 나무 줄기가 보였다. 커다란 버드 나무가 마치 강풍 속에 흔들거리기라도 하는 듯 끽끽 소리를 내며 다가오지 못하도록 나뭇가지들을 앞뒤로 세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론!"


지금 컬러렌즈가 문제가 아니다. 나무 밑에서는 그 개가 론을 뿌리 근처의 커다란 틈새로 질질 끌고 들어가고 있었다. 론은 거세게 몸부림치고 있었지만 그의 머리와 몸통이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가더니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가까이 가려고 하면 나뭇가지가 세차게 때렸으므로 뒤로 물러났다. 이제 보이는 거라곤 개가 지하로 더 깊숙이 끌어당기지 못하게 하려고 론이 간신히 뿌리에 걸고 있는 한쪽 다리뿐이었다. 하지만 우지직 하는 끔직한 소리와 함께 론의 다리가 부러졌다. 그리고 조금 뒤 그의 발마저 사라졌다. 


"도움을 요청하러 가야 해..."


헤르미온느가 피를 흘린 채 숨 넘어갈 듯 말했다. 


"안 돼! 그러다간 저놈이 곧 론을 잡아먹을 거야. 시간이 없어..."

"해리....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야..."

"저 개가 들어갈 만ㄴ 크기라면 우리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나뭇가지가 할퀴기라도 할 듯 끝을 꼬부리고 우리를 향해 휘둘렀다. 휘둘러대는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갈 길을 찾으려고 이쪽저쪽을 재빨리 살폈다. 하지만 나뭇가지들이 어찌나 심하게 휘둘러대던지 도저히 뿌리까지 다가갈 재간이 없었다.


"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제발...."


헤르미온느가 어쩔 줄 몰라하며 미친 듯이 속삭였다. 그때 크룩생크가 쏜살같이 앞으로 돌진했다. 그 고양이는 휘둘러대는 나뭇가지 사이로 마치 뱀처럼 요리조리 피해 들어가 앞발을 나무 몸통에 있는 옹이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갑자기 나무가 돌로 변하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작은 나뭇가지 하나 씰룩거리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크룩생크. 녀석이 어떻게 알았을까?"

"저 개의 친군가 보지. 녀석들이 함께 있는 걸 본 적 있거든. 가자. 지팡이는 계속 꺼내 들고 있어야 해."


헤르미온느가 멍하니 속삭이자 해리가 험악하게 말했다. 단숨에 나무 몸통이 잇는 곳까지 다가갔다. 하지만 뿌리에 난 틈새에 도달하기 전에 크룩생크가 멈저 꼬리르 휙 치며 구멍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고양이를 따라 경사진 땅을 내려가자 매우 낮은 터널이 나왔다. 


"론은 어디에 있어?"

"이쪽이야."

"이 터널을 지나가면 어디가 나오는 거지?"

"몰라.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에 표시되어 있기는 했지만 프레드와 조지는 이곳으로는 아무도 들어간 적이 없다고했어. 이 터널은 지도 가장자리에서 끝나 버려. 하지만 호그스미드로 통하는 것 같아..."


허리를 굽히고 될 수 있을대로 빨리 움직였다. 잠시 후 오르막길이 나오기시했다. 그리고 터널이 휘어지더니 작은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숨을 돌린 뒤 서서히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