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30
구멍을 빠져나오자 매우 난잡하게 어질러진 먼지투성이의 방에 도착하게 되었다. 벽지는 벽에서 다 떨어져 늘어져 있었고 마룻바닥은 온통 얼룩투성이였으며, 가구들은 누군가가 때려부수기라도 한 듯 박살이 나 있었다. 또 창문마다 다 널빤지가 쳐져 있었다. 귀신들이라면 절대 하지 못하는 한쪽이 무지막지하게 부서져 있는가 하면 다리 하나는 뚝 부러져 나간 나무 의자가 눈에 들러왔다.
"우리가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 와 있는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바로 그 순간 머리 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층에서 무언가가 움직이자 우리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가능한 조용히 기어 나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계단 위로 올라갔다. 켜켜이 먼지가 쌓인 마룻바닥에 무언가가 이층으로 끌려가면서 만들어 놓은 듯한 넓은 줄무늬가 나 있었다.
어두운 층계참에 도착했다.
"녹스."
우리는 동시에 속삭이자 지팡이 끝에 있던 불이 꺼졌다. 문이 딱 하나만 열려 있었다. 살금살금 걸어가는데 안에서 나지막한 신음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어서 굵게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팡이를 집어넣자 해리가 지팡이를 단단히 들어 올린 채로 문을 발길로 홱 걷어찼다. 먼지투성이의 커튼이 쳐진 커다란 침대 위에 누워있는 크룩생크가 우리를 보자 큰 소리로 가르랑거렸다. 고양이 옆에 있는 마룻바닥에는 론이 이상한 각도로 비어져 나와 있는 다리를 움켜쥐고 앉아 있었다. 우리는 론에게 급히 달려갔다.
"론, 괜찮아?"
"개는 어디에 있어?"
"개가 아니야."
론이 끙끙거리며 고통스러운 듯 이를 악물었다.
"해리, 그건 덫이었어...."
"무슨..."
"개가 아니라... 그는 애니마구스야. 동물로 변신한 사람 말야..."
론이 해리의 어깨 너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홱 돌아서자 어둠 속에 있던 남자가 문을 쾅 닫았다. 지저분하고 텁수룩한 머리카락이 팔꿈치까지 늘어져 있었다. 피골이 상접한 ㅇ러굴이 어찌나 창백했던지 꼭 해골처럼 보였다. 그가 씩 웃자 누런 이빨이 다 들어났다. 그는 시리우스 블랙이었다.
"엑스펠리아르무스!"
시리우스는 론의 지팡이를 우리에게 갖다대며 쉰 목소리로 외쳤다.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손에 들려 있던 지팡이가 공중으로 휙 날아가자 그가 얼른 잡았다. 그 뒤 그가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
"친구를 도와주러 왔구나. 네 아버지도 나를 위해서라면 똑같이 했을 게다. 교수님을 부르러 가지 않다니 용감하구나. 고맙다... 덕택에 모든 일이 훨씬 더 수월하게 풀릴 것 같구나..."
해리가 앞으로 걸어나가자 론과 헤르미온느가 양쪽에서 그를 끌어당겼다.
"안 돼, 해리!"
헤르미온느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그러나 론은 달랐다.
"해리를 죽이려면 우리도 함게 죽여야 해요!"
그가 시리우스를 노려보며 사납게 소리쳤다. 하지만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었던지 몸이 약간 흔들렸다.
"눕거라. 잘못하다간 다리를 못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 말 들었어요?"
론이 똑바로 서 있기가 힘겨운 듯 고통스러운 얼굴로 해리에게 매달리며 소리쳤다.
"당신은 우리 넷을 몽땅 죽여야 할 거예요!"
"오늘 밤 여기에서는 딱 한 명만 죽이면 된단다."
시리우스가 씩 웃으며 말했다.
"왜죠?"
해리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서 몸을 비틀어 빼려고 하며 내뱉듯이 말했다.
"지난번에는 상관하지 않았잖아요? 페티그루를 죽이기 위해 그 많은 무고한 생명들을 죽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웬일이죠? 아즈카반에서 지내면서 마음이 관대해지기라도 했나요?"
"해리, 말이 너무 심해."
"조용히 해!"
내가 해리를 말리려고 하자 해리가 고함을 쳤다.
"저 사람은 우리 엄마와 아빠를 죽였어!!"
해리가 헤르미온느와 론의 팔을 홱 뿌리치고 앞으로 돌진했다. 해리가 앞으로 돌진하자 나는 시리우스 블랙과 해리의 사이에 껴서는 해리를 보면서 시리우스를 보호하는 자세를 취했다.
"로라?"
내 행동에 해리는 내가 이런 행동을 알 줄은 몰랐다듯이 경악한 표정을 지으면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은 아니야."
"로라! 비켜!!"
"안 돼, 해리. 네가 이 사람을 죽게 할 수 없어."
"그는 우리 부모님을 죽였어!!!"
"그걸 부인하지는 않으마."
시리우스가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모든 이야기라뇨? 당신이 우리 부모님을 볼드모트에게 팔아 넘겼잖아요. 내가 알아야 할 건 그것뿐이에요."
"그건 진실의 일부분에 불과해. 해리, 너는 알아야 해. 그러니까 이야기를 모두 알아야 해. 그의 말에 귀담아야 해. 내가 말했잖아, 늑대와 개는 네의 편이라고. 난 쥐를 조심하라고 했어, 해리. 그의 얘기를 듣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
"무슨 후회?! 난 그가 새각하는 것보다 훨씨 더 많이 알고 있어."
해리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해리의 지팡이를 주워들고는 그의 손에 그의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내 심장에 지팡이를 겨누었다.
"무슨?"
지팡이를 쥐고 있는 해리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주었다. 해리는 당황했는지 내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려고 했다.
"부탁이야, 들어줘. 이야기를 듣고도 시리우스 블랙을 죽이고 싶으면 그때 나도 말리지 않을게. 하지만 지금은 안 돼. 모든 것을 알고도 지금 생각이 변하지 않으면 나를 아즈카반에 처 넣어도 돼. 시리우스 블랙을 도왔으니까. 나는 진심이야, 해리."
나는 손을 바닥에 내리고는 그의 녹안을 피하지 않은 채로 말했다. 해리는 내 오드 아이-컬러 렌즈가 떨어져서 오른쪽의 녹안이 들어나졌다.-를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에 내가 비춰졌고 내 눈동자에는 그가 비춰졌다. 해리는 지팡이를 들어 올린 채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침대 근처에서 론의 지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헤르미온느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때 새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잔뜩 죽인 발소리가 마룻바닥에 울퍼지고 있었다.
"저흰 여기 위에 있어요!"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소리쳤다.
"저흰 여기 위에 있어요... 시리우스 블랙이에요... 빨리요!"
요란한 발소리를 내며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나와 해리 그리고 시리우스는 멈춰있었다. 별안간 방문이 열리며 붉은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루핀 교수가 지팡이를 들어 올린 채 핏기가 하나도 없는 얼굴로 들이닥쳤다.
"엑스펠리아르무스!"
루핀 교수가 소리쳤다. 그러자 해리의 손에 들려 있는 지팡이와 헤르미온느가 들고 있는 두 개의 지팡이가 날아갔다. 루핀 교수가 솜씨 좋게 그 지팡이들을 모두 잡은 뒤, 시리우스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방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그는 어디에 있나, 시리우스?"
루핀 교수가 아주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리우스는 잠시 동안 몸이 얼어붙기라도 한 듯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 뒤 아주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론을 가리켰다. 론을 보자 그는 당황해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럼..."
루핀 교수가 시리우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그가 왜 더 일찍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거지? 만약... 만약 그 쥐가 바로 그자가 아니라면... 만약 자네가 계획을 바뀌지 않았다면... 내게 말도 없이?"
루핀 교수가 눈이 둥그레졌다. 시리우스는 루핀 교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님. 무슨 일...?"
해리가 큰 소리로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말을 잇지 못햇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광경 때문에 너무 놀라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루핀 교수가 시리우스를 뚫어질 듯 바라보며 지팡이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시리우스 쪽으로 걸어가 손을 잡고 형제라도 되는 양 그를 껴안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훈훈한 장면을 방해하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루핀 교수가 시리우스를 놓더니 그녀에게로 돌아섰다. 헤르미온느는 마룻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으로 손가락으로 루핀 교수를 가리켰다.
"교수님이... 교수님이..."
"헤르미온느."
"... 교수님과 저 사람이!"
"헤르미온느. 진정하렴."
"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교수님을 두든해 왔어요."
"헤르미온느, 내 말 좀 들어보거라. 제발!"
루핀 교수가 소리쳤다.
"내가 다 설명해 두마."
"전 교수님을 믿었어요."
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루핀 교수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교수님이 저 사람 친구였다니!"
"그게 아니란다. 나도 한동안 시리우스의 친구가 아니였단다. 하지만 지금은... 설명해 주마."
"필요없어요!"
헤르미온느가 외쳤다.
"해리, 그 사람 말 믿지 마. 블랙이 성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바로 루핀 교수야. 그도 네가 죽기를 바라고 있어... 그는 늑대인간이야!"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졌다. 모두 루핀 교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다소 창백하긴 해도 매우 침착해 보였다.
"그렇지 않단다, 헤르미온느. 그래, 세 가지 중 하나는 맞은 것 같구나. 그렇지만 난 시리우스를 성으로 들어오는 걸 돕지도 않았고, 해리가 죽는 건 더더군다나 바라지 않는단다. 하지만 늑대 인간이라는 건 부인하지 않으마."
용감하게 일어서려던 론이 신음소리를 내며 주춤했다. 루핀 교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나는 그의 팔을 잡았다.
"내게서 떨어져, 늑대인간아!"
"론!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그는 교수님이라고!"
"로라! 어째서 늑대 인간을 두둔하는 거야!"
"믿으니까. 우리 편이라는 것을 나는 믿고 있어, 시리우스 블랙도 루핀 교수도 믿고 있으니까."
로라의 목소리에 루핀과 시리우스 블랙은 그녀의 붉은 머리칼을 바라보았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소용돌이 쳤다. 믿는다는 신뢰를 너무나도 간단히 주고 있는 그녀... 고작 13살 밖에 되지 않는 어린 마녀에 불과한 그녀가 남들은 다 믿지 못하는 살인자와 편견이 심한 늑대 인간을 믿는다고 말하고 있었다.
"교수님?"
루핀은 자신을 바라보는 금안과 녹안의 오드아이에 정신을 퍼뜩 차렸다.
"... 언제부터 알았니?"
그가 헤르미온느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한참 됏어요. 스네이프 교수가 내준 숙제를 한 이후 쭉 알고 있었어요..."
"그가 아주 기뻐하겠구나."
헤르미온느가 작게 말하자 루핀 교수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가 그런 숙제를 내준 건 내 증상이 무얼 의미하는지 누군가가 알게 되길 바랐기 대문이란다.. 그런데 보름달이 뜰 때만 되면 내가 항상 아프다는 걸 알아챈 거니? 아니면 보가트가 날 보았을 때 보름달로 변한 걸로 알아챈 거니?"
"둘 다예요."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말했다. 루핀 교수가 억지로 웃어 보였다.
"정말로 똑똑하구나, 헤르미온느."
"아니에요."
헤르미온느가 냉담하게 말했다.
"조금 더 똑독하게 굴었어야 했어요. 교수님의 정체를 진작에 모두에게 말했어야 했다구요!"
"하지만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단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적어도 교수님들은 말이다."
"그럼 덤블도어 교수님은 당신이 늑대 인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고용했단 말인가요?"
론이 숨이 막혔다.
"정신 나간 거 아네요?"
"그렇게 생각하는 교수도 잇었지. 그분은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교수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굉장히 애쓰셨단다."
"그렇다면 이번엔 덤블도어 교수님이 실수하셨네요! 당신이 저 사람을 쭉 돕고 있었으니까 말에요!"
"해리!"
해리가 소리쳤다. 그가 시리우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시리우스는 갑자기 침대로 가서 맥없이 주정앉더니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자, 나는 그의 등을 약하게 토닥거려주었다. 크룩생크가 그르렁거리며 그의 무릎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론이 겁에 질린 얼굴로 다리를 질질 끌며 옆으로 움직였다.
"난 시리우스를 돕지 않았단. 기회만 된다면 다 설명해 주마. 자."
루핀 교수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의 지팡이를 다시 각 주인에게로 던졌다.
"자. 너희들에겐 지팡이가 있고 우린 없다. 그럼, 이제 내 말을 들어주겠니?"
루핀 교수가 자신의 지팡이를 허리띠 속으로 다시 찔러 넣으며 말했다.
"교수님이 만약 저 사람을 돕고 있지 않는다면."
해리가 시리우스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했다.
"그가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아셧죠?"
"지도를 봤지. 호그와트의 비밀 지도 말이다. 난 내 사무실에서 쭉 그걸 살펴보고 있엇단다..."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세요?"
해리가 수상쩍은 듯 물었다.
"알고 말고."
루핀 교수가 성급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 지도를 만드는 걸 도왔었는데 모를 리가 있겠니. 내가 바로 무니란다... 그건 학창 시절 내 친구들이 붙어 준 별명이었지. 로라는 이미 그걸 알고 있었더구나."
"대모가 알려주었어요. 해리의 아버지의 별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루더즈에 대해서 아주 즐겁게 어릴 때 많이 들려주셨거든요."
나는 쑥쓰럽게 루핀 교수의 시선를 피하면서 말했다.
"교수님이 그 지도를 만들었다구요...?"
"중요한 건 내가 오늘 저녁에 그걸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는 거란다. 왜냐하면 난 너희들이 히포그리프가 처형되기 전에 분명히 성을 몰래 빠져나가 해그리드를 찾아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짐작은 옳았단다, 안 그러니?"
그가 천천히 왔다갔다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발밑에서 먼지가 뿌옇게 피어올랐다.
"넌 네 아버지의 투명 망토를 입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해리..."
"그 망토에 대해 어떻게 아세요?"
"난 제임스가 그걸 쓰고 사라지는 걸 여러 번 봣지.... 요점은 말하자면, 너희들이 투명 망토를 입고 다닌다 해도 비밀 지도에는 너희 모습이 나타난단다. 난 너희들이 정원을 지나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들어가는 걸 쭉 지켜보았단다. 20분쯤 뒤 너희들은 해그리드의 집에서 나와 다시 성을 향해 출발했지. 하지만 그땐 또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지."
"뭐라구요? 아니, 그렇지 않았어요!"
해리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도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단다."
루핀 교수가 해리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계속 왔다갔다하며 말했다.
"난 지도가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단다. 그 자가 어떻게 너희들과 함께 있을 수 있겠니?"
"아무도 저희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니까요!"
해리가 강조하듯 다시 말했다.
"그 뒤 난 시리우스 블랙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또 다른 점이 너희들 쪽으로 급히 움직이고 있는 걸 보앗단다... 난 그가 너희 일행 중 둘과 부딪히는 걸 보았지. 그리고 너희들 가운데 두 명을 커다란 버드나무 속으로 끌어당기는 걸 지켜보았단다."
"우리 중 하나였어요."
론이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다, 론. 둘이야."
루핀 교수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가 걸음을 멈추고 론을 바라보았다.
"그 쥐를 한 번 봐도 되겠니?"
"뭐라구요?"
론이 의심쩍은 눈으로 루핀 교수를 바라보았다.
"스캐버스가 그 일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거죠?"
"아주 깊은 관계가 있지. 녀석을 좀 보여주겠니?"
론은 망설이다가 손을 망토 속으로 집어 넣었다. 스캐버스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나왔다. 론은 녀석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긴 꼬리를 잡고 있어야 했다. 크룩생크가 시리우스의 다리 위에 서서 나지막하게 쉿 소리를 냈다. 루핀 교수가 론에게로 더 가가이 다가가 스캐버스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녀석이 겁을 먹은 듯 꼼짝 않고 가만히 있었다.
"뭐죠?"
론 역시 겁먹은 표정으로 스캐버스를 꼭 끌어안으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제 쥐가 어떤 관계가 잇다는 거죠?"
"그건 쥐가 아니란다."
시리우스가 쉰 목소리로 불쑥 말했다.
"무슨 말이세요... 당연히 쥐죠."
"아니야, 론."
"그는 마법사란다."
"동물로 변신한 거지. 그는 피터 페티그루라는 사람이야."
나와, 루핀 교수와 시리우스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의 말에 셋은 이 터무니 없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한동안 말을 잃었다.
"미쳤군요."
"말도 안 돼요!"
"피터 페티그루는 죽었어요. 저 사람이 12년 전에 그를 죽였단 말예요!"
해리가 손가락으로 시리우스를 가리키자, 그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하려고 했었지."
시리우스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다.
"하지만 피터는 용케 달았났단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안 될 거야!"
"시리우스!"
시리우스가 스캐버스에게로 돌진하자 크룩생크가 마룻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 시리우스의 무게가 론의 부러진 다리를 짓누르자 론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시리우스, 안 돼!"
"안 돼요!"
루핀 교수가 달려가 론에게서 시리우스를 잡아끌었고 난 그의 허리에 매달려서는 그를 말리면서 소리쳤다.
"기다려!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돼. 저 애들도 알 건 알아야 해...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구.."
"설명은 나중에도 할 수 있어."
그가 우리를 뿌리치면서 무서운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새끼 돼지처럼 꽥꽥거리고 있는 스캐버스를 잡으려고 손을 휘젓자 녀석이 달아나려고 발버둥치며 론의 얼굴과 목을 마구 할퀴었다.
"저 애들은- 모든 걸- 알아야 할- 권리가 있어!"
"진정해요, 시리우스!"
루핀 교수와 내가 그를 말리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헐떡거렸다.
"론은 그를 애완동물로 여기고 있어! 심지어 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단 말야! 그리고 해리 말일세... 자네는 해리에게 진실을 알려 줘야 할 의무가 있어, 시리우스!"
그 말에 시리우스가 스캐버스에게 달려드는 걸 멈추었다. 하지만 움푹 들어간 그의 눈은 여전히 쥐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론은 스캐버스에게 물리고 할퀴는 바람에 피가 줄줄 흐르는 손으로 스캐버스를 꽉 쥐고 있었다. 나는 시리우스에게 떨어져서는 흐르는 땀인지 피인지 모를 액체를 손등으로 닦아냈다.
"좋네, 그럼."
시리우스가 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자네가 원하는대로 얘네들에게 말하게, 리무스. 하지만 난 감옥에 다시 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저 자식을 내 손으로 죽이고야 말겠네..."
"두 사람 다, 아니 로라 너까지 미쳤어. 전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전 가겠어요."
그가 성한 다리를 딛고 몸을 일으키려 하자 루핀 교수가 지팡이를 다시 들어 올려 스캐버스에게 갖다댔다.
"내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한다, 론. 그리고 듣는 동안 피터를 꼭 잡고 있어라."
"그는 피터가 아니에요. 스캐버스라구요!"
론이 쥐를 다시 앞 주머니 속으로 쑤셔 넣으려 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스캐버스가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론이 균형을 잃고 흔들거렸으므로 내가 달려가 그를 부축해 다시 침대에 앉혔다. 물론 앉은 다음에 론은 내 손을 쳐냈지만.
"만지지 마."
"... 미안."
론이 사납게 말하자 나는 조용히 사과햇다,
"페티그루가 죽은 걸 본 증인이 있었어요. 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 보앗다구요..."
해리가 말했다.
"그들은 본 게 아니라 보았다고 생각했ㅇ르 뿐이야!"
시리우스가 론의 손아귀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스캐버스를 주시하면서 사납게 말했다.
"모두들 시리우스가 피터를 죽였다고 생각했지."
루핀 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믿었단다... 오늘 밤 그 지도를 볼 때가지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 지도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 피터는 살아있단다. 론이 잡고 있는 게 바로 그 사람이란다, 해리."
"루핀 교수님, 스캐버스는 페티그루일 리가 없어요... 그럴 리가 없어요. 말도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했다.
"왜 말이 안 된다는 거지?"
루핀 교수는 마치 수업 중에 헤르미온느가 그라인딜로우 실험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라도 한 듯 태언하게 말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피터 페티그루가 동물로 변신했다면 사람들이 벌써 알아챘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저흰 맥고나걸 교수의 수업 시간에 동물 변신에 대해 배웠어요. 그리고 숙제를 하면서 알게 된 건데, 마법부는 동물이 될 수 있는 마녀와 마법사들을 감시하고 있대요. 그들이 어떤 동물로 변신했으며 그 특징은 무엇인지 자세히 보여주는 명부가 있어요. 맥고나걸 교수님도 그 명부에 올라 있어요. 금세기에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사람은 딱 일곱 병분이었어요. 하지만 분명히 그 명부에 페티그루의 이름은 없었어요..."
루핀 교수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맞다, 헤르미온느! 하지만 마법부는 등록되지 않은 애니마구스 세 명이 호그와트를 돌아다니곤 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단다."
"애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려거든 얼른 하게, 리무스. 난 12년을 기다렸어.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어."
시리우스가 여전히 스캐버스의 필사적인 동작 하나하나를 똑바로 지켜보며 딱딱거렸다.
"좋네... 하지만 날 좀 도와줘야겠어, 시리우스, 난 그 일이 시작되는 경위만 알 뿐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니까 말일세."
루핀 교수가 말을 멈췄다. 뒤에서 크게 삐걱대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었다. 침실 문이 저절로 열린 것이었다. 문을 빤히 바라보았다. 루핀 교수가 성큼성큼 걸어가 층계참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도 없는데..."
"이곳은 귀신이 붙었어요!"
"아니란다."
론이 말하자 루핀 교수가 여전히 당황한 얼굴로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은 그런 곳이 아니란다... 마을 사람들이 듣곤 하던 비명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는 내가 낸 것이었단다."
그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모든 게 바로 그곳에서 비롯된 거란다... 내가 늑대인간이 되면서 말이다. 내가 물리지만 않아더라면... 그리고 내가 그렇게 무모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게다."
루핀 교수는 진지해 보였지만 동시에 지쳐보였다. 론은 끼어들려고 하자 헤르미온느가 가로막았다. 나는 망토 주머니를 뒤적거려서 안대를 찾고-마법으로 소독하고-는 오른쪽 눈을 감고는 감추어버리듯이 그 위에 안대를 착용했다.
"난 아주 어렸을 때 물렸단다. 우리 부모님은 안 해본 게 없었지만 그 당시에는 전혀 낫지 않았지. 스네이프 교수가 날 위해 만들어 주고 있는 마법의 약은 아주 최근에야 발견된 거란다. 그걸 먹으면 멀쩡하지. 보름달이 되기 일주일 전에 먹기만 한다면 늑대로 변해도 이성을 잃지 않게 된단다... 그저 온순한 늑대가 되어 달이 이지러지길 기다릴 수 있게 되는 것이지. 하지만 투구곷 마법의 약이 발견되지 전까지는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온몸에 털투성이인 괴물로 변했단다. 호그와트에 입학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지. 다른 부모님들은 자기 아이들이 위험해지는 걸 바라지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때 덤블도어 교수가 교장이 되었는데 내 상황을 굉장히 딱하게 여기셨단다. 그분은 어떤 예방 조치만 취한다면, 내가 학교에 입학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여겼지..."
루핀 교수가 한숨을 내쉬며 해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가 몇 달 전에 네게 커다란 버드나무가 내가 호그와트에 입학하는 해에 심어졌다고 말한 적 있겠지. 이 집은 호그와트로 통하는 터널이란다. 내가 이용할 수 있도록 덤블도어 교수님이 특별히 만들어 준 것이지. 난 한 달에 한 번씩 성에서 몰래 빠져나와 이곳으로 들어와 늑대로 변했단다. 터널 입구에 그 나무가 심어진 건 내가 위험한 괴물이 되어 있는 동안 아무도 내게로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단다. 그 당시의 내 변신은.... 끔찍했단다. 늑대로 변하는 건 대단히 고통스럽지. 난 사람을 물지 못하도록 격리되었으므로 대신 내 자신을 물어뜯고 할퀴었단다. 마을 사람들은 그 소리와 비명 소리를 듣고는 아주 난폭한 유령의 소리를 듣고 있는 걸로 착각했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그 소문을 부추겼지... 이 집이 한동안 조용했는데도 마을 사람들이 여전히 이곳에 가까이 다가오길 꺼렸던 건 바로 그 때문이란다.... 하지만 비록 늑대로 변하긴 했지만 난 그 어느 대보다도 행복햇단다. 난생 처음올 친구들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었지. 그것도 세 명의 훌륭한 친구들을 말이다. 시리우스 블랙... 피터 페티그루... 그리고 물론 네 아버지 제임스 포터 이렇게 세 명을 말이다, 해리. 그런데 세 명의 친구들은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사라진다는 걸 알아채고 말았단다. 난 온갖 종류의 이야기를 꾸며 냈지. 난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집에 가야만 한다고 거짓말을 했단다.... 난 친구들이 내 정체를 알아낸 순간 날 버릴까 봐 겁이 났단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헤르미온느와 로라처럼 진실을 알아내고야 말았지... 하지만 그들은 날 버리지 않았단다. 대신 그들은 내가 늑대로 변해 있는 동안이 오히려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해주었단다. 그들 스스로가 애니마구스가 된 것이었지."
"우리 아빠도요?"
"물론이지. 그들은 꼬박 3년 만에 그렇게 하는 방법을 알아냈단다. 네 아버지와 여기에 있는 시리우스는 학교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이었거든. 하지만 운도 좋았단다. 왜냐하면 애니마구스 변신은 자칫하면 지독하게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마법부가 그걸 시도하는 사람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피터는 제임스와 시리우스의 도움을 받아야 하긴 했지만 마침내 5학년이 되자 그들 모두는 그럭저럭 해낼 수 있었단다.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동물로 변할 수 있었어."
"하지만 그게 어떻게 교수님을 도왔다는 거죠?"
헤르미온느가 당황해서는 물었다.
"그들은 인간으로서는 나와 친구가 될 수 없으니까 동물로 변했던 거란다. 늑대인간은 사람들에게만 위험한 존재거든. 그들은 매달 제임스의 투명 망토를 뒤집어쓰고 몰래 성 밖으로 나갔지. 그리고 변신햇단다... 피터는 몸집이 가장 작았으므로 공격하는 버드나무의 나뭇가지 밑으로 살짝 들어가 그 나무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옹이를 건드릴 수 있었지. 그렇게 해서 그들은 터널 밑으로 내려와 나에게로 왔던 거란다. 그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난 점점 덜 위험해지게 되었단다. 비록 몸은 여전히 늑대 모습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있는 동안 난 더없이 온순해지는 걸 느꼈단다."
"서두르게, 리무스."
시리우스는 여전히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스캐버스를 노려보며 딱딱거렸다.
"거의 다 끝나가네, 시리우스. 다 끝나가... 그런데 우리 모두가 동물로 변할 수 있게 되자 우린 재미난 장난을 치고 싶어졌단다. 우리는 곧 밤만 되면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에서 나와 학교와 정원과 마을을 돌아다녔지. 시리우스와 제임스는 커다란 동물로 변신했으므로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늑대인간인 나의 난폭한 행동을 저지할 수 있었단다. 난 호그와트의 학생들이 호그와트의 정원과 호그스미드에 대해 우리보다 더 많이 알아낼 수 있을까 궁금했지... 우리가 비밀 지도를 만들고 우리의 별명을 써 놓은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단다. 시리우스는 패트풋이란다. 피터는 웜테일이고, 제임스는 프롱스였지."
"어떤 동물...?"
해리가 물어보려고 하자, 헤르미온느가 가로막았다.
"그렇다 해도 그건 정말로 위험해요! 어둠 속에서 늑대인간과 돌아다니다니! 교수님이 다른 사람들을 따돌리고 누군가를 물면 어떡해요?"
"물론 그 생각이 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단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많았지. 하지만 우린 나중에 그런 일들을 생각하며 재미있어했단다. 우린 젊었고 생각과 행동이 거침이 없엇단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거지. 난 물론 때로 덤블도어 교수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했단다... 내가 호그와트에 입학할 수 있었던 건 다 그분 덕택이었으니까 말이다. 다른 교장이었다면 어림도 없었겠지. 하지만 그분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정해 놓은 규칙들을 바로 내가 어기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셨단다. 그분은 내가 세 명의 친구들까지 불법으로 애니마구스가 되게 했다는 걸 전혀 몰랐어. 하지만 우리가 둘러앉아서 다음 달의 모험 계획을 짤 때는 난 어리석게도 언제나 그분에 대한 죄책감을 까맣게 잊고 말았지. 그리고 난 전혀 변하지 않았단다."
루핀 교수의 표저이 굳어졌으며 그의 목소리에는 자기 혐오가 배어 있었다.
"난 금년 내내 내 자신과 싸웠단다. 덤블도어 교수에게 시리우스가 애니마구스라는 걸 말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말야.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단다. 왜냐구? 너무 비겁했기 때문이지. 그거 내가 학창 시절에 이미 그분의 신뢰를 저버렸으며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였다는 걸 시인하는 골이 될 테니까... 내게는 덤블도어 교수의 신뢰가 전부나 다름없었거든. 그분은 내가 어렸을 때는 호그와트에 입학시켜주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내 정체 때문에 마땅한 유급 일자리 하나 찾지 못해 고생하고 있던 내게 선뜻 일자리를 주신 은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난 시리우스가 볼드모트에게서 배운 어둠의 마법을 이용해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고만 생각했지. 애니마구스인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확신했단다... 그러니까 어던 면에서는 나에 대한 스네이프 교수의 생각이 옳았던 거지."
"스네이프라니?"
시리우스는 처음으로 잠시 스캐버스에게서 눈을 떼고 루핀교수를 올려다보며 거칠게 말했다.
"스네이프가 그것과 무슨 관계가 있지?"
"그는 여기에 있니, 시리우스. 그도 이곳에서 가르치고 있다네. 스네이프 교수는 우리와 함께 학교에 있었단다. 그는 내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로 임명되는 걸 굉장히 반대했었지. 그는 덤블도어 교수에게 일년 내내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된다고 말했었단다. 하지만 그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단다. 여기에 있는 시리우스가 그에게 장난을 쳐서 하마터면 그를 죽일 뻔했거든. 나도 같이 한 장난이었지 물론..."
시리우스가 코웃음을 쳤다.
"그는 그래도 쌌어. 살금살금 들어와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했잖은가. 우리가 학교에서 쫓겨나길 바라면서 말야...."
"그래도 그런 말은 안 돼요, 시리우스씨."
나는 시리우스의 비웃는 말에 발끈해서는 작게 말했다.
"세베루스는 내가 매달 어디로 가는지 매우 궁금해했단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우린 같은 학년이었지. 그런데 우린... 그러니까... 서로 아주 싫어했단다. 내 생각엔 퀴디치 재능이 있는 제임스를 시기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루핀 교수의 말에 나는 작게 코웃음을 쳤다. 해리에게 아버지의 영웅적인 모습을 지키고 싶은 건가.
"어쨌든 스네이프 교수는 어느 날 저녁 내가 폼프리 부인과 정원을 걸어가는 걸 보게 되었단다. 그녀는 날 커다란 버드나무 쪽으로 데려다주던 길이었단다. 늑대로 변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시리우스는 뭐랄까.... 장난을 치려고 스네이프 교수에게 긴 막대로 나무 몸통에 있는 옹이를 찌르기만 한면 날 따라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주었단다. 물론 스네이프 교수는 그렇게 했지... 이 집으로 들어오기만 했다면 그는 늑대인간을 만났을 게다.... 하지만 시리우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제임스가 듣고는 스네이프 교수를 쫒아가 목숨을 걸고 그를 잡아끌었지.. 스네이프 교수는 터널 끝에서 내 모습을 힐끗 보았단다. 덤블도어 교수가 그에게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고 엄명을 내리긴 했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그는 내 정체를 알게 된 거란다..."
"그래서 스네이프 교수가 교수님을 좋아하지 않는 거로군요. 교수님도 함께 그 장난을 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바로 그거야."
루핀 교수 뒤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비웃듯이 말했다. 세베루스가 투명 망토를 벗으며 지팡이를 루핀 교수에게로 들이댔다.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질렀다. 시리우스가 꼭 강한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것 같이 벌떡 일어섰다.
"커다란 버드나무 밑에서 이걸 발견했지."
그는 지팡이를 루핀 교수의 가슴팍에다 똑바고 갖다댄 채 투명 망토를 옆으로 던지며 말했다.
"매우 유용하더구나, 포터. 고맙다...."
세베루스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었다.
"자네가 여기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겠지?"
그가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방금 전 자네의 사무실에 들렀엇네, 루핀. 자네가 오늘 마법의 약을 먹는 걸 잊어서 내가 한 잔 들고 갔었지. 그런데 운 좋겠도... 정말로 운이 좋앗지. 자네 책상에 어떤 지도가 놓여 있지 뭔가. 흘끗 보니 그 안에 내가 알아야 할 게 있더군. 난 자네가 이 통로로 달려가 사라지는 걸 보았네.
"세베루스...."
루핀 교수가 말하려 했지만 세베루스는 그를 무시했다.
"교장 선생님께 자네가 옛 친구 블랙이 성 안으로 들어오는 걸 도왔을 거라고 누누이 말했었는데 내 직감이 맞군 그래. 여기 그 증거가 있지 않은가. 난 자네가 이런 낡은 곳을 은신처로 이용할 정도로 용감한 줄은 꿈에도 몰랐네..."
"세베루스, 그건 오해야."
루핀 교수가 다급하게 말했다.
"자넨 아무 말도 듣지 못했지 않은가. 내가 설명해 주겠네. 시리우스는 해리를 죽이기 위해 여기에 온 게 아니야..."
"오늘 밤 아즈카반으로 갈 사람이 두 명 더 있겠군. 덤블도어 교수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흥미롭군... 그는 자네가 젆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아주 확신했었거든, 루핀... 유순한 늑대인간이라고 말일세."
"이 어리석은 사람아. 유치한 시샘으로 죄 없는 사람을 아즈카반으로 보내다니 말이 되나?"
부드럽게 말하는 루핀 교수를 햐애헛 세베루스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펑!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별안간 뱀같이 생긴 가느다란 줄이 튀어나와 루핀 교수의 입과 손목과 발목을 칭칭 감았다. 루핀 교수가 균형을 잃고 마룻바닥으로 넘어졌다. 그러자 시리우스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무섭게 고함을 지르며 세베루스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세베루스가 먼저 지팡이를 그의 미간에다 갖다댔다.
"보낼 만하면 당연히 그래야지."
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시리우스는 갑자기 딱 멈춰섰다. 둘 다 증오에 찬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았다. 헤르미온느가 세베루스 쪽으로 한 발짝 내딛더니 기어 들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네이프 교수님... 저희들의... 저분들의 말을 한 번 들어보는 게 어떠세요? 들어본다고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안... 안 그런가요?"
"그레인저, 넌 정학당할 줄 알아. 살인범과 늑대인간과 함께 있었으면서 뭘 잘했다고 입을 놀리는 거냐? 입 닥치고 잠자코 있어."
"하지만 만약... 만약 오해가 있었다면...."
"조용히 하라니까! 모르면 가만히 있으란 말야!"
세베루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시리우스의 얼굴로 향해져 있던 그의 지팡이 끝에서 불꽃이 튀어나왔다. 헤르미온느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복수를 하게 되다니 기분이 아주 좋군."
세베루스가 시리우스에게 격렬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얼마나 자네를 잡고 싶어했는지 모를 걸세...."
"자네가 또 잘못한 거야, 세베루스."
시리우스가 으르렁거렸다.
"이 아이가 쥐를 성으로 데려가기만 한다면 난 조용히 따라가겠네."
그가 고개를 론에게 홱 돌렸다.
"성으로 말인가? 내 생각엔 우리가 굳이 그렇게 멀리 갈 필요가 없을 것 같군. 난 그 저 버드나무에서 나가는 즉시 디멘터를 부르기만 하면 되네. 자네를 보면 그들이 굉장히 기뻐할 걸세, 블랙.... 자네에게 입이라도 맞추려 할걸, 아마."
시리우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자네는... 자네는 내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해. 저 쥐... 저 쥐를 보게..."
시리우스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자, 모두들."
세베루스가 손가락으로 딸깍 소리나게 하자, 루핀 교수를 칭칭 감았던 줄 끝이 그의 손으로 날아갔다.
"늑대인간을 내가 끌고 가지. 디멘터가 그에게도 입을 맞추려할지 모르니까 말야."
나와 해리는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가로막았다.
"비켜 서라, 포터, 에반스. 너흰 네 자신이 얼마나 곤란한 지경에 처해있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구나. 내가 만약 너희 생명을 구하러 오지 않았더라면..."
"루핀 교수님은 마음만 먹었다면 절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을 거예요. 전 그분과 단둘이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디멘터 방어술 수업을 받으면서 말예요. 저분이 만약 블랙을 돕고 있었다면, 왜 그때 절 해치지 않았겠어요?"
"내가 늑대인간의 속마음을 어떻게 알겠니, 비켜 서."
"못 비켜요. 아직 우리는 모든 대화가 끝나지 않았어요."
"로라 에반스."
"교수님은 형편없는 분이군요!"
"해리!"
해리가 나무라듯 큰 소리로 말하자 나는 경악한 얼굴로 해리를 불렀다. 어떻게 그런 말을?!!
"그저 학창시절에 교수님에게 조금 장난을 쳤다고 해서 그들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다니요."
"입 닥쳐!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
세베루스가 더 사나운 얼굴로 날카롭게 말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로구나, 포터! 난 방금 너의 목숨을 구해주었단. 넌 내게 무릎을 꿇고 고맙다고 해야 해!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잇었어. 너도 보나마나 네 아버지처럼 죽었을 게다. 너무 오만해서 블랙을 잘못봤다는 걸 켤코 인정하려 들지 않으면서 말이다... 자, 저리 비켜라. 그렇지 않으면 강제로 밀쳐 버릴 테니까. 비켜 서, 포터!"
눈동자를 굴리면서 해리와 세베루스의 사이에 껴서는 누구의 편을 들어줄지 잔뜩 고민했다. 이건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나는... 그럴 때 해리가 나를 옆으로 밀쳤다.
"미안, 로라..."
"해...?!"
"엑스펠리아르무스!!"
바닥에 넘어졌을 때 주문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강한 돌풍이 몰아치면서 문이 경첩에 매달린 채로 덜컥거렸다. 세베루스의 몸이 붕 들어 올려져 벽으로 내동댕이쳐진 뒤 마룻바닥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렸다. 기절한 그의 머리카락 밑에서 피가 스며 나왔다.
"대부!!"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세베루스에게 달려갔다.
"이게 무슨 짓이야!!!"
해리, 론, 헤르미온느를 보면서 내가 외쳤다. 그리고는 손수건을 꺼내서는 나오고 있는 피를 지혈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내 허벅지에 올려놓았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어떻게!"
"그는 우리의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어. 근데 대부라니...."
해리의 궁금증에 나는 어떤 것도 지금은 말해줄 수가 없었기에 그의 녹안을 피해버렸다. "우리가 교수님을 공격했어... 우리가 교수님을 공격했어... 어쩌면 좋아. 우리는 이제 큰일 났어."라고 중얼거리면서 헤르미온느는 겁에 질린 눈으로 세베루스를 바라보면서 훌쩍거렸다. 그렇게 겁에 질려있거면 시도하지 말았어야지.
"왜 그랬니. 내게 맡겨두지 않고..."
시리우스가 해리를 바라보며 말햇다. 해리는 그의 눈을 피했다. 루핀 교수는 몸을 칭칭 감고 잇는 밧줄을 풀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지팡이를 꺼내고는 한번 휘둘자 밧줄이 풀어졌다. 그러고 다시 지팡이를 망토 속에 집어넣었다.루핀 교수가 똑바로 일어서서 밧줄로 조여 있던 팔을 문질렀다.
"고맙구나. 해리... 그리고 로라."
"아직 교수님을 믿는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렇다면 네게 증거를 보여주어야겠구나."
냉정한 해리의 말에 루핀 교수가 말했다.
"얘야... 피터를 이리 주렴, 어서."
론이 스캐버스를 더 꼭 움켜잡았다.
"허튼소리 마세요."
론이 안간힘을 쓰며 말했다.
"저 사람이 고작 스캐버스를 손에 넣으려고 아즈카반에서 탈옥했다고 말하려는 건가요? 그러니까...."
그가 거들어 주기를 바라기라도 하듯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올려다보았다.
"좋아요, 페티그루가 쥐로 변할 수 있다고 쳐요. 세상엔 수백만 마리의 쥐가 있어요... 그런데 아즈카반에 갇혀 있었던 블랙이 자신이 찾는 게 어느 쥐인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거죠?"
"그거 정말 그럴듯한 질문이로군."
루핀 교수가 시리우스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
"시리우스, 피터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아냈나?"
시리우스가 마르고 긴 한쪽 손을 망토 속으로 넣어 꼬깃꼬깃한 종이쪽지 하나를 꺼내더니 잘펴서 그들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지난 여름 <예언자 일보>에 실렸던 론과 그의 가족 사진이었다. 그 사진 속에는 스캐버스가 론의 어깨에 올라앉아있었다.
"이걸 어디서 구했나?"
루핀 교수가 깜짝 놀라 시리우스에게 물었다.
"퍼지 장관. 그가 작년에 아즈카반 시찰을 나왔을 때, 내게 신문을 주었지. 그런데 그 1면에 피터가 있었네. 이 소년의 어깨 위에 말일세... 난 그를 단번에 알아보았지... 그가 변신하는 걸 내가 얼마나 많이 보았나? 그런데 신문을 읽으니 그 아이가 호그와트로 돌아갈 거라는 거야... 해리가 있는 곳으로 말일세..."
"이럴 수가!"
루핀 교수가 스캐버스와 신문의 사진을 차례로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 쥐의 앞발..."
"그게 어떻다는 거죠?"
론이 시비조로 말했다.
"피터는 발가라가 한 개가 없잖은가."
"물론이지. 너무나 간단하군.... 너무나 기막혀... 자기가 손가락을 직접 잘라 낸 건가?"
"변신하기 직전에 그랬지. 내가 궁지에 몰아넣자, 피터는 거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들리도록, 내가 릴리와 제임스를 배신했다고 큰 소리로 외쳐댔지. 그 뒤 내가 미처 저주의 마법을 걸기도 전에, 그는 등 뒤에 있던 지팡이로 거리를 폭파시켜 5미터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였네... 그리고 다른 쥐들과 함께 하구수 속으로 달아나 버렸어."
"혹시 들은 적 있니, 론?"
루핀 교수가 말했다.
"그들이 산산조각이 된 거리에서 피터의 몸의 일부를 찾아냈는데 가장 큰 게 그의 손가락이었다는 말 말이다."
"이것 보세요. 스캐버스는 다른 쥐와 싸우다가 그렇게 되었을지도 몰라요! 녀석은 저희 가족과 오랫동안 있었다구요. 그러니까...."
"12년 동안이지, 사실. 혹시 그 쥐가 왜 그렇게 오래 사는지 궁금하게 생각해 본 적 없니?"
"저희가... 저희가 잘 돌봐 주었으니까 그렇죠!"
"하지만 지금은 그다지 건강해보이지 않는구나. 그 쥐는 시리우스가 감옥에서 다시 나왔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 쭉 몸무게가 줄었을 게다..."
"녀석은 저 미친 고양이 때문에 겁에 질려 있어서 살이 빠졌던 거예요!"
론이 침대 위에서 그르렁거리고 있는 크룩생크를 노려보며 말햇다. 하지만 그 말은 옳지 않다. 론의 쥐는 이집트에서 돌아온 다음부터 그랬다. 그래서... 다이애건 앨리의 펫샵으로 들어가서는 검사를 받다가 크룩생크를 만나게 된 거지.
"이 고양이는 미친 게 아니란다."
시리우스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뼈만 앙상한 손을 뻗어 크룩생크의 복슬복슬한 머리를 어루만졌다.
"난 이 녀석처럼 영리한 고양이는 처음 보았단다. 그는 피터를 단번에 알아보았으니까. 그리고 날 만났을 때도 내가 개가 아니라는 걸 알더구나. 한참 뒤 녀석은 날 신뢰하게 되었지.... 마침내 난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녀석에게 이럭저럭 말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녀석이 날 돕게 되었던 거란다..."
"그게 무슨 뜻이죠?"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이 고양이는 피터를 내게 데려오려고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단다... 그래서 날 위해 그리핀도르 탑으로 들어가는 암호를 훔쳐주었던 거지... 내가 알기로는 녀석이 어떤 남학생의 옆 탁자에서 가져온 것 같던데. 그러나 피터가 낌새를 알아채고 달아났지... 이 고양이... 크룩생크라고 했던가? 어쨌든 이 녀석이 피터가 침대 시트에 핏자국을 남겼다고 내게 말해 주엇단다... 피터는 자기 자신을 깨물어 피를 낸 게 틀림없다... 죽음을 가장한 건 일단 효과가 있었지..."
"그 쥐가 왜 죽은 체 했을까요? 당신이 우리 부모님을 죽인 것처럼 그를 죽이려고 한다ㄴ 걸 알았기 때문이었겠죠!"
해리가 미친 듯이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란다, 해리..."
루핀 교수가 괴로운 듯 말했다.
"그래서 이제 그를 죽이러 온 거로군요!"
"그래, 그렇단다."
시리우스의 흉악한 얼굴로 스캐버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면 스네이프 교수가 당신을 데려가도록 놔둘 걸 잘못했어요!"
"해리."
루핀 교수가 허둥지둥 말했다.
"모르겠니? 그동안 줄곧 우리는 시리우스가 네 부모를 배신했고, 피터는 그를 뒤쫒아갔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단다. 모르겠니?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배신한 사람은 피터란다. 시리우스는 그를 뒤쫒아갔던 거고 말이다."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저 사람은 제 부모님의 비밀 파수꾼이었어요! 교수님이 오시기 전에 저 사람이 분명히 말했어요. 그가 제 부모님을 죽였다고 했다구요!"
해리가 소리치면서 시리우스를 가리키고 잇었다. 시리우스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움푹 들어간 눈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다.
"해리... 내가 네 부모를 죽인 거나 다름없단다. 난 마지막 순간에 릴리와 제임스에게 피터로 바꾸라고 설득했단다. 나 대신 그를 비밀 파수꾼으로 하라고 말이다... 난 비난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나도 안다. 그들이 죽던 날 밤, 난 피터를 살펴보러 갔었단다. 그가 안전하게 있는지 잘 있는지 확인하려고 말이다. 그런데 그가 숨어 있는 장소에 도착ㅐ 보니 이미 사라지고 없었단다. 하지만 싸움을 벌인 흔적이 전혀 없었지. 느낌이 이상했단다. 난 겁이 났지. 난 곧장 네 부모의 집으로 출발했단다. 그런데 집은 파괴되어 있고 시체가.. 난 그제서야 피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달았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시리우스가 말을 멈추고 얼굴을 돌렸다.
"그만하면 됐네. 정말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입증할 길이 있지. 론, 그 쥐를 이리 내놔."
"녀석을 드리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론이 루핀 교수에게 절박하게 물었다.
"그에게 억지로라도 모습을 드러내도록 해야지. 그가 만약 저암ㄹ로 쥐라면, 전혀 해가 없을 게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론이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결심한 듯 스캐버스를 내밀자 루핀 교수가 그 쥐를 받아들었다. 스캐버스가 미친 듯이 찍직거리며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준비됐나, 시리우스?"
루핀 교수가 물었다. 시리우스는 이미 침대에서 세베루스의 지팡이를 가져와 루핀 교수와 발버둥치는 쥐에게 다가갔다. 그의 젖은 눈이 갑자기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세베루스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그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함께 하겠나?"
"그래야겠지."
루핀 교수가 한 손으로는 스캐버스를 꽉 잡고 다른 손으로는 지팡이를 든 채 말했다.
"셋을 세자마자 하지, 하나- 둘- 셋!"
번쩍하며 두 지팡이에서 모두 하얀 불빛이 튀어나왔다. 스캐버스가 공중에서 잠시 얼어붙은 듯 있더니, 그 작은 회색빛 몸이비틀리기 시작했다. 론이 비명을 질렀다. 쥐가 마룻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눈부신 불빛이 또 한 번 번쩍했다. 마치 자라는 나무의 고속 필름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마룻바다겡서 머리가 생겨나는가 하면 팔 다리가 급속히 자라나고 있었다. 잠시 후 스캐버스가 있던 자리에 어떤 남자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손을 비틀며 서 있었다. 크룩생크가 침대 위에서 털을 곤두세우고 으르렁거렸다.
그는 헤르미온느 정도의 키밖에 되지 않는 땅딸막한 남자였다. 그의 성긴 머리카락은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었고 정수리에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다. 포동포동했다가 단기간에 체중이 많이 줄어서인지 얼굴이 쭈글쭈글했다. 그의 살갗은 꼭 스캐버스의 털처럼 더럽고 구접스러워 보였으며, 뾰족한 코와 작은 엷은 눈에는 여전히 쥐 같은 느낌이 남아 있었다.
"잘 있었나, 피터. 오랜만이군."
루핀 교수는 마치 쥐가 옛 학교 친구로 종종 변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유쾌하게 말했다.
“시, 시리우스.... 리, 리무스...”
페티그루는 목소리조차 찍찍대는 쥐 같았다. 다시 한 번 그의 눈이 문 쪽으로 쏠렸다. 그의 모습에 나는 문 쪽에 가까이 섰다.
“친구들.... 옛 친구들...”
시리우스가 지팡이를 든 손을 들어 올렸지만 루핀 교수가 그의 팔목을 잡고 경고의 눈길을 준 뒤, 다시 페티그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목소리는 밝고 태평했다.
“우린 그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던 참이네, 피터. 릴리와 제임스가 죽던 날 밤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말일세. 자넨 저 침대 위에서 찍찍대느라 세세하게 듣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일세.”
“리무스.”
페티그루는 겁에 질려 말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 구슬 같은 땀이 맺혔다.
“설마 블랙의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그는 날 죽이려고 했네, 리무스....”
“그러니까 우리 말을 들은 게로군.”
루핀 교수는 더욱 냉정하게 말했다.
“난 자네와 한두 가지 문제를 명백하게 하고 싶네, 피터. 자네가 만약 그렇게....”
“그가 또다시 날 죽이러 왔어.”
페티그루는 손가락으로 시리우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검지손가락이 없기 때문에 그의 가운뎃손가락을 사용한 것을 보았다.
“그가 릴리와 제임스를 죽이고 이젠 그것도 모자라 나까지 죽이려고 하는 거야..... 날 도와줘야 해, 리무스...”
시리우스가 페티그루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우리가 몇 가지 진상을 가려낼 때까지는 아무도 자넬 죽이지 않을 걸세.”
루핀 교수가 말했다.
“몇 가지 진상을 가려 낸다구?”
페티그루가 끽끽대며 말했다. 그의 눈이 널빤지가 쳐진 창문과 문 사이를 미친 듯이 왔다갔다했다.
“난 블랙이 날 찾을 거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날 추적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단 말일세! 난 이 순간을 12년 간 기다리고 있었어.”
“그럼 시리우스가 아즈카반에서 탈옥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단 말인가?”
루핀 교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곳을 탈옥한 사람이 과거에 하나도 없었는데도 말인가?”
“블랙에겐 우리들이 꿈도 못 꾸는 어둠의 힘이 있잖은가! 그 방법이 아니었다면 블랙이 어떻게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겠나? 난 그 사람이 블랙에게 몇 가지 마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하네!”
페티그루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시리우스가 웃기 시작했다. 방 전체를 가득 채우는 끔직하고 음울한 웃음소리였다.
“볼드모트가 내게 마법을 가르쳐 주었다구?”
그가 어이없다는 듯 페티그루를 바라보았다. 페티그루는 시리우스가 마치 그에게 책찍을 휘두르기라도 한 듯 움찔했다.
“뭐야, 자네 옛 주인의 이름을 들으니 겁나나? 난 자네를 탓하지는 않네, 피터. 그의 패거리는 자네를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지, 안 그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시리우스.”
페티그루는 투덜거렸지만 숨소리는 점점 더 가빠지고, 그의 얼굴은 이제 온통 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자네는 12년 동안 날 피해서 숨어 있었던 게 아니었어. 볼드모트의 옛 추종자들을 피해 숨어 있었던 게지. 난 아즈카반에서 다 들엇네, 피터... 그들은 모두 자네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잇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네는 그들의 물음에 대답해야 했을 거야... 난 그들이 큰 소리로 잠꼬대하는 소리를 다 들었네... 그들은 자네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고 잇네. 볼드모트는 자네의 보고를 받고 포터 부부의 집으로 갔지... 그런데 볼드모트는 그곳에서 몰락을 맞았네. 그렇지만 볼드모트의 추종자들이 모두 아즈카반에 갇힌 것은 아니었지. 안 그런가? 이 바깥에도 여전히 많이 있지. 인생에서 잠깐 실수를 저지른 척하며 때를 기다리면서 말일세... 그들이 만약 자네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피터..."
“난 자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페티그루가 한층 더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부인했다. 그는 소매로 얼굴을 훔치고 루핀 교수를 올려다보았다.
“자넨 이 말을 믿지 않지? 이 미치광이의 말일세. 리무스.”
“죄 없는 사람이 왜 12년 간을 쥐로서 보내고 싶어했는지 나로선 이해하기가 좀 어렵군, 피터.”
루핀 교수가 차분히 말했다.
“죄가 없었지만 겁을 먹었던 거야!”
페티그루가 우는 소리로 말했다.
“볼드모트의 추종자들이 나를 찾고 있다면, 그건 내가 그들이 찾는 유력자들 가운데 하나를 아즈카반에 집어넣었기 때문이었을 거네.... 첩자, 시리우스 블랙 말일세!”
시리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자네가 어떻게 감히.”
그가 쩔렁쩔렁 울리는 소리로 으르렁댔다.
“내가 볼드모트를 위해 첩자 짓을 했다구? 내가 언제 나보다 더 강하고 힘있는 사람들에게 굽실거린 적이라도 있었나? 하지만 자넨 그랬지, 피터... 자네가 첩자라는 사실을 왜 진작에 알지 못했는지 나 자신도 정말 이해가 가지 않네. 자네는 항상 자네를 돌봐줄 강한 친구들을 따라다녔지, 안 그런가?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였어... 나와 리무스.... 그리고 제임스...”
페티그루가 얼굴을 다시 한 번 훔쳤다. 그는 이제 거의 헐떡거리고 있었다.
“내가 첩자라니.... 자네 정신 나간 게 틀림없군...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정말 몰랐네...”
“릴리와 제임스가 자네를 비밀 파수꾼으로 삼았던 것은 내가 그렇게 하라고 제안했기 때문이었어.”
시리우스가 씩씩거리며 말하자 페티그루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난 그게 완벽한 대책이라고 생각했지. 속임수 말일세. 볼드모트는 아무것도 모르고 날 쫒아올 게 분명하니까 말야. 포터 부부가 자네같이 허약하고 무능한 자를 비밀 파수꾼으로 삼았으리라고 어디 꿈에라도 생각했겠나. 볼드모트에게 포터 부부를 넘겨줄 수 있을 거라고 말할 때가 틀림없이 자네의 비참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거네.”
페트그루가 미친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당치않아’라든가 ‘어리석은 짓’같은 몇몇 단어를 알아듣기는 했지만 중얼거려서 그 소리가 제대로 들려오지 않았다. 그의 얼굴과 눈이 자꾸 창문과 문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신경쓰였다.
“루핀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제가... 말 좀 해도 될까요?”
“물론이란, 헤르미온느.”
루핀 교수가 친절하게 말했다.
“그런데... 스캐버스는... 그러니까 이... 이 사람은 해리의 기숙사 방에서 3년 동안이나 지냈잖아요. 그가 만약 그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지금까지 해리를 가만두었던 거죠?”
“말 한번 잘했다, 얘야. 고맙다! 알겠나, 리무스? 난 해리의 머리털 하나 건드리지 않았네! 내가 왜 그리겠나?”
“그 이유는 내가 말해 주지.”
시리우스가 말했다.
“왜냐하면 자네는 자네에게 돌아올 이익이 전혀 없다면 누구를 위해서든 어떤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지. 볼드모트는 12년 동안 숨어 지내고 있고, 사람들은 그가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들 하지. 자네는 절대 모든 힘을 잃어버린 몰락한 마법사를 위해 알버스 덤블도어의 코앞에서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네, 안 그런가? 자네는 그 사람에게 돌아가기 전에 그가 지상에서 가장 강한 자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겠지, 안 그런가?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자네가 왜 굳이 자네를 거두어 줄 마법사 가족을 찾았겠나? 여론의 동향에 귀를 기울이기 위함이었지. 안 그런가, 피터? 자네의 옛 보호자가 권력을 되찾은 경우를 위해서 말일세. 그때에 그와 재결함해야 안전하니까 말야.”
페티그루는 입을 몇 차례 벌렸다 다물었다 했다. 곡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 같았다.
“저... 블랙씨... 시리우스?”
헤르미온느가 어색한 듯 어렵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시리우스는 이런 호칭을 듣자 소스라치게 놀라서는 마치 그렇게 불러 주는 사람을 처음 만난 것처럼 헤르미온느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즈카반에서 어떻게... 어떻게 나오신 건지 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어둠의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요?”
“고맙다!”
페티그루가 미친 듯이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그거란다! 그게 바로 정확히 내가....”
그는 루핀 교수의 무서운 눈길에 그만 입을 다물었다. 시리우스는 헤르미온느에게 약간 눈살을 찌푸리기는 했지만 그녀에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고, 대답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앗다.
“나도 내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시리우스는 천천히 말했다.
“다만 내가 결코 미치지 않았던 한 가지 이유는 내가 결백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구나. 그건 유쾌한 생각이 아니었으므로 디멘터가 내게서 그걸 빨아 낼 수 없었지... 하지만 내가 결백하다는 생각은 날 계속 제정신으로 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누군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난.... 내 힘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거란다..... 개로 변신해 있었단다. 알겠지만, 디멘터는 보지 못한단다...”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은 그저 사람의 감정을 감지할 수 있을 뿐이지.... 내가 개로 변해 있을 때에는 그들은 내 감정이 점점 짐승처럼 단순해지고 있는 걸로만 여겼단다... 그들은 물론 내가 그곳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미처 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그래서 아무 걱정하지 않았단다. 하지만 내 힘은 약했어. 아주 약했지. 지팡이 없이는 그들을 이겨 낼 희망이 없었단다. 그런데 바로 그 즈음 저 사진에서 피터를 보았단다.... 그리고 그가 호그와트에서 해리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 그곳이야말로 행동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지. 만약 어둠의 세계가 다시 힘을 회복하고 있다는 기미를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페티그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씰룩거리기는 했지만, 마치 최면에 걸리기라도 한 듯 시리우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 피터는 그 사람과 재결합을 확신할 수 있는 순간에 공격해서... 포터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를 그들에게 넘겨줄 준비를 하겠지. 그가 만약 그들에게 해리를 내준다면, 누가 감히 그더러 볼드모트를 배신했다고 하겠니? 그는 대단한 환영을 받으며 다시 돌아갈 수 있겠지... 그래서 난 무언가를 해야만 했단다. 정신이 번적 드는 것 같았단다. 그리고 디멘터는 그 감정을 파괴시킬 수 없었지. 그건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거든... 그건 일종의 강박 관념이었지...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난 강해질 수 있었고 정신마저 맑아졌지. 따라서 어느 날 밤 그들이 음식을 갖다주려고 내 감방 문을 열었을 때 난 개의 모습으로 변신해 그들 옆으로 살짝 빠져나갔단다. 그들은 동물들의 감정을 감지하기가 훨씬 더 어려웠으므로 어리둥절해왔지. 난 굉장히 말라 있었단다. 감방 창살 사이로 충분히 빠져나올 정도였으니까 알 만하겠지. 개로 변한 난 헤엄을 쳐서 다시 본토로 돌아왔단다. 그리고 북쪽으로 와서 개의 모습으로 호그와트 정원에 살짝 들어왔단다. 난 그 이후 쭉 숲속에서 지냈단다. 물론 퀴디치를 보러갈 때는 빼고 말이다. 넌 네 아버지만큼이나 잘 날더구나, 해리.”
시리우스가 해리를 바라보았다. 해리는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날 믿거라. 날 믿거라, 해리. 난 결코 제임스와 릴리를 배신하지 않았단다.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그들을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게야.”
-검은 개는 네 편이야, 해리.
“... 이래서 그런 말을 한 거니, 로라.”
해리는 나만 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더니 시리우스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안 돼!”
페티그루는 마치 해리의 끄덕임이 자신의 사형 선고라도 되는 양 무릎을 꿇었다. 그는 무릎을 끓은 채로 기도하듯 양손을 꼭 쥐고 엉금엉금 앞으로 기어갔다.
“시리우스, 날세, 피터야.... 자네 친구... 설마....”
시리우스가 발로 걷어차자 페티그루가 주춤했다.
“그 더러운 손을 어디다 갖다대려는 건가.”
시리우스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리무스!”
페티그루가 대신 루핀 교수에게로 돌아서더니 그의 앞에서 애원하듯 몸부림쳤다.
“자넨 이걸 믿지 않을 거야.... 계획이 바뀌었다는 말이 시리우스가 자네에게 하지 않았겠지?”
“어쩜 내가 첩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말을 안 했을지도 모르지, 피터. 자네가 내게 말하지 않은 건 바로 그랬기 때문이겠지, 시리우스?‘
“날 용서하게, 리무스.”
“천만에. 패드풋.”
루핀 교수는 이제 소매를 걷어 올리고 있었다.
“그럼 자네도 자네를 첩자라고 생각한 날 용서해 주겠나?”
“물론이지.”
시리우스의 여윈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 역시 소매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우리 이놈을 함께 죽이는 게 어떤가?”
“그래, 그러지.”
루핀 교수가 으스스하게 말했다.
“자네들 설마.... 설마....”
페티그루는 숨이 막히는지 잠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론에게로 기어갔다.
“론.... 나 좋은 친구였지 않았니.... 좋은 애완 동물이지 않았니? 저들이 날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지, 론. 내 편 들어 줄 거지, 안 그래?”
하지만 론은 페티그루를 극도로 혐오스런 표정으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다 당신 같은 자를 내 침대에 재우다니!”
론은 얼이 빠진 듯 중얼거렸다.
“넌 친절한 아이였잖니... 친절한 주인이었잖아...”
페티그루가 계속해서 론에게 기어갔다.
“저들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지.... 난 너의 쥐였어... 난 좋은 애완동물이었어.....”
“자네가 만약 인간으로서보다 쥐로서 더 훌륭했다면, 그건 별로 자랑할 만한 것이 못 되네, 피터.”
시리우스가 말했다. 론은 고통스러운 듯 훨씬 더 창백해져서 페티그루가 잡지 못하도록 부러진 다리를 비틀어 돌렸다. 페티그루는 무릎을 꿇은 채로 비틀거리며 앞으로 기어가서 이번엔 헤르미온느의 망토 자락을 잡았다.
“착하지... 영리한 아이야.... 넌, 넌 설마 저들이 날 죽이는 걸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겟지.... 날 도와줘...”
헤르미온느는 페티그루가 잡고 있던 망토를 빼앗듯 끌어당기고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벽 쪽으로 뒷걸음질 쳤다. 그는 이번엔 나에게 다가왔다.
“넌 나를 저들에게 보내지 않을 거지, 로라.... 자네는 조너선의 딸이잖아. 조너선이라면 나를 도와줄 거란다. 응?”
“... 당신이 평범한 쥐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을 숨기고 있다는 것으로 전 충분히 당신에게 할 베풀 친절은 다한 것 같은데요. 건들리지 마시죠. 그리고 함부로 부모님의 이름을 말하지 마시죠. 제 부모님이 당신 같은 더러운 존재에게 불러지면 더러워집니다. 아주 불쾌하거든요.”
페티그루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지팡이를 겨누면서 뒤로 물러나고 내가 말했다. 페티그루는 절망적으로 사시나무 떨 듯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천천히 해리에게로 돌렸다.
“해리, 해리... 넌 네 아버지 모습과 똑같구나... 똑같아...”
“자네가 어떻게 감히 해리에게 말을 걸 수 있나?”
시리우스가 고함을 질렀다.
“자네가 어떻게 감히 그 애의 얼굴을 똑바로 본단 말인가? 어떻게 감히 그 애 앞에서 제임스를 입에 담을 수 있는가?”
“해리.”
페티그루가 두 손을 앞으로 뻗고 급히 그에게로 가며 속삭였다.
“해리, 제임스라면 날 죽이지 않았을 거다... 제임스라면 이해했을 거야, 해리... 그는 내게 자비를 베풀었을 거야....”
시리우스와 루핀 모두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와 페티그루의 어깨를 잡더니 그를 마룻바닥으로 내던져버렸다. 그는 겁에 질려서 벌벌 떨며 그들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자넨 릴리와 제임스를 볼드모트에게 팔아 넘겼어.”
시리우스가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그도 역시 떨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고는 못하겠지?”
페티그루가 갑자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마치 머리가 다 벗겨진 커다란 아이처럼 마룻바닥에 움츠리고 앉아 있는 꼴이란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 역겨운 감정도 들었지만...
“시리우스, 시리우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었겠나? 어둠의 마왕은... 자네는 전혀 몰라..... 그는 자네가 상상할 수도 없는 무기를 갖고 있다네... 난 두려웠어, 시리우스. 난 자네와 리무스와 제임스처럼 용감하지 않았잖은가. 결코 내가 의도했던 게 아니었네.... 그 사람이 억지로 내게.....”
“거짓말 마!”
시리우스가 고함을 질렀다.
“자넨 릴리와 제임스가 죽기 일 년 전부터 그에게 정보를 흘려 주고 있었어! 자넨 그의 첩자였어!”
“그는... 그는 모든 곳을 점검해 가고 있었네!”
페티그루는 헐떡였다.
“그를... 그를 거역해서 얻는 게 뭐가 있겠나?”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마법사와 싸워서 얻어지는 게 뭐냐구? 무고한 생명들이네, 피터!”
시리우스가 격분해서 말했다.
“자넨 이해하지 못해!”
페티그루가 흐느껴 울며 말했다.
“그는 날 죽였을 거야, 시리우스!”
“그러면 자네가 죽었어야지! 친구를 배신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했어야지. 우리라면 그렇게 했을 거야!”
시리우스와 루핀이 어깨를 맞대고 서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자넨 깨달았어야 해. 볼드모트가 자네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럴 거라는 사실을 말야. 잘 가게, 피터.”
루핀의 말에 헤르미온느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벽 쪽으로 돌아섰다.
“안 돼!”/“안 돼요!”
내가 나서려고 할 때, 해리가 한 발 더 빨랐다. 그는 페티그루 앞으로 달려나가 지팡이를 가로막고 섰다.
“이 자를 죽여선 안 돼요. 그래선 안 돼요.”
“저도 해리의 말에 동의해요.”
해리가 헐떡거리며 말하자 나는 조용히 속삭이듯이 말했다. 시리우스와 루핀 둘 다 깜짝 놀란 것 같았다.
“해리, 이런 인간 쓰레기 같은 놈 때문에 네가 부모를 잃은 거야.”
시리우스가 무서운 어조로 말했다.
“이렇게 굽실거리며 비굴하게 굴지만 네가 죽는 건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보았을 게다. 너도 그가 하는 말 들었잖니. 그에게 너의 가족보다 그 자신의 알량한 생명이 더 소중했을 거야.”
“알아요. 이 사람을 성으로 데려가요. 디멘터에게 넘겨주는 거예요. 이 자는 아즈카반으로 가면 돼요... 죽이진 마세요.”
“응. 그러면 시리우스의 누명이 벗겨날 수 있잖아요.”
“해리! 고, 고맙다.... 그럼, 난 그래도 싸지... 고맙다.”
페티그루가 놀라서 숨이 막혔다. 그는 양팔을 급히 해리의 무릎 쪽으로 뻗었다. 나는 해리의 팔을 잡아당겨서 내 쪽으로 데리고 왔다.
“그 더러운 손으로 어딜 만지는 거예요!”
페티그루의 손이 해리에게 닿지 못하도록 내가 외쳤다.
“괜찮겠어, 해리? 사실 누명을 벗길 증거라면 죽은 시체로도 충분할 텐데.”
“무서운 말 하지 마, 로라. 그를 위해 이렇게 하는 게 아니야.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린 건... 저분들이 살인자가 되는 걸 우리 아버지가 바라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 같은 사람 때문에 말이지.”
누구도 하나 움직이는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가슴을 움켜쥐고 씨근거리는 페티그루의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나는 해리의 말에 눈을 깜박이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시리우스와 루핀이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다가는 지팡이를 내렸다.
“결정은 물론 네가 해야겠지, 해리. 하지만 생각해 보렴... 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렴...”
“이 사람은 아즈카반으로 가면 돼요. 그런 곳엔 바로 이런 사람이 가야 해요....”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잘 알겠다. 비켜 서라, 해리.”
해리가 머뭇거렸다.
“그를 묶으려고 그러는 거란다. 그것 뿐이다, 맹세하마.”
해리가 비켜 서자 루핀 교수의 지팡이에서 가느다란 줄이 나오더니 순식간에 페티그루를 꽁꽁 묶었다. 그는 입에 재갈이 물린 채 마룻바닥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하지만 변신했다가, 피터. 그 자리에서 죽을 줄 알게. 동의 하니, 해리?”
시리우스가 지팡이를 페티그루에게 갖다대며 호통을 쳤다. 해리는 마룻바닥에 누워있는 페티그루가 볼 수 있도록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론, 난 폼프리 부인만큼 뼈를 잘 고치지는 못하지만, 병동에 갈 때까지는 다리를 좀 잡아매 두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루핀 교수가 갑자기 사무적으로 말했다. 그가 론에게로 급히 걸어가더니 론의 다리를 지팡이로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페룰라.” 그러자 붕대가 론의 다리를 둘둘 감으며 부목에 단단히 잡아매 주었다. 루핀 교수가 론이 일어서는 걸 오와주자, 론이 그 다리에 조심스럽게 체중을 실으며 일어섰다.
“좀 났네요. 고맙습니다.”
“스네이프 교수님은 어떡하죠?”
헤르미온느가 기절한 세베루스를 내려다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너희들이 그저.... 조금(“조금이 아니라구요.” 내가 말했다.)... 지나쳤던 것 같구나. 밖은 여전히 추운 것 같으니 저... 어쩌면 우리가 성에 안전하게 돌아갈 때까지 스네이프 교수를 그냥 놔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구나. 이대로 데려가도록 하자.”
루핀 교수가 “모빌리코르푸스.”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마치 보이지 않는 실이 세베루스의 팔목과 목과 무릎을 묶기라도 한 듯, 일그러진 얼굴이 축 늘어뜨린 채 기립 자세가 되었다. 그리고 맥빠진 발을 건들거리며 마룻바닥에서 몇 센티미터 정도 위로 올라갔다. 루핀 교수는 투명 망토를 집어 주머니 속에 잘 밀어 넣었다.
“그리고 우리 둘은 피터에게 수갑을 채우도록 하지. 만일을 위해서 말야.”
“내가 하겠네.”
“저두요.”
시리우스가 발끝으로 페티그루를 쿡 찌르며 말했다. 루핀 교수가 말하자 론이 절뚝거리며 앞으로 걸어오면서 말했다. 시리우스는 마법으로 허공에서 묵직한 수갑을 만들어 냈다. 곧 페티그루의 왼팔은 루핀 교수의 오른팔에 채워지고 오른팔은 론의 왼팔에 채워졌다. 론의 얼굴이 굳어졌다. 스캐버스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자 그는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크룩생크가 침대에서 가볍게 뛰어내리더니 의기양양하게 꼬리를 높이 쳐들고 앞장서서 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