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34
밖에서 들려오는 미약한 비명 소리에 눈을 떴다. 반은 악몽 때문이었지만....
캠프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흥겨운 노랫소리는 멈추고 처절한 비명 소리와 몹시 당황한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붉은 원피스형의 잠옷 위에 회색 가디건을 걸치고는 지팡이를 챙겼다.
“아리애나, 지니, 헤르미온느! 일어나!!!”
방에서 자고 있는 여자들을 깨우고는 텐트 밖으로 나왔다.
“이게 뭐야?”
숲을 향해 달아나고 있는 사람들은 이상한 광채와 총성 같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들판을 가로질러 다가오고 있는 무엇인가를 피해 도망치고 있는 중이었다. 누군가를 비웃는 듯한 야유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그리고 술 취한 고함 소리도 들렸다. 갑자기 초록색 불빛이 폭발하면서 주위가 환하게 밝아졌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똑바로 치켜들고 무리를 지어서 캠프장을 가로질러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마법사들 무리들....
“죽음을 먹는 자들...”
그 마법사들의 무리를 보면서 목소리에 혐오감을 가득 담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어째서 이제 와서 볼드모트의 추종자들이 다시 활동하는 거지?! 임페리우스 마법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해서 아즈카반에 가지 않고 살아남았으면 죽은 듯이 있어야지! 이제 와서 움직이는 이유가 뭐냐고! 지금까지 쭉 잠자코 있었으면서!!
신분을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던 마법사들의 머리 위로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네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그들은 마구 버둥거리면서 기괴하게 몸을 비틀고 있었다. 마치 가면을 쓴 마법사들이 그들을 보이지 않는 실로 묶어서 지팡이 끝에 매달고 있는 것 같았다. 마법사들은 꼭두각시 인형을 다루듯이 마음대로 그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네 사람 중에 두 사람은 어린 아이였다. 점점 더 많은 마법사들이 가면을 쓴 마법사 무리에 합세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허공에 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면서 소리를 내어 웃고 있었다. 캠프장에 세워져 있던 텐트들이 마구 짓밟혀서 쓰러졌다. 행진하던 마법사 중 한 명이 길을 방해하는 텐트를 지팡이로 폭파하는 장면까지 목격했다. 몇 채의 텐트에 불이 붙었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었다. 텐트에 붙은 불길로 주위가 환해지자, 허공에 묶여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그 사람은 바로 캠프장 관리인인 로버트씨였다. 다른 세 사람은 그의 아내와 아이들인 것 같았다. 가면을 쓰고 행진하던 마법사 가운데 한 명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로버트 부인이 거꾸로 뒤집혔다. 로버트 부인의 잠옷이 흘러내리면서 헐렁한 속옷이 다 드러났다. 마법사들은 조롱을 하면서 야유를 보냈고, 로버트 부인은 몸을 가리기 위해 버둥거렸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아.”
어느새 밖으로 나온 해리의 옆에 있는 론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로버트씨의 막내 아이는 지상 2미터 높이에서 마치 팽이처럼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축 늘어진 어린 아이의 머리가 힘없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어떻게 저런 짓을...”
잠옷 위에 대충 옷을 걸친 헤르미온느와 지니가 허둥지둥 다가왔다. 곧이어 위즐리씨의 모습이 보였다. 거의 동시에, 옷은 완전히 갈아입은 빌과 찰리와 퍼시와 아리애나가 텐트에서 뛰어나왔다. 소매를 걷어붙인 그들은 벌써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우리는 마법부를 도울 생각이란다.”
위즐리씨가 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은 어서 숲속으로 들어가거라. 서로 꼭 붙어 있어야 한다. 상황이 좀 진정되면 내가 데리러 가마!”
벌서 빌과 찰리와 아리애나와 퍼시는 가까이 다가오는 마법사 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위즐리씨도 황급히 그들을 따라갔다. 마법부 직원들이 사방에서 몰려들고 있었다. 행진하던 마법사 무리들은 이제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서둘러!”
프레드가 지니의 손을 잡고 숲으로 달려가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와 조지도 재빨리 뒤를 따라갔다. 이쪽으로 날아오는 붉은색 섬광을 피하려고 할 때 지팡이가 멋대로 움직여서는 가면을 쓴 마법사들의 무리를 향해서 황금빛 섬광을 쏘아보냈다. 그러자 행진하던 마법사의 무리 중 몇 명이 기절하듯 쓰러진다.
“어째서, 지팡이가 멋대로....?”
지팡이가 기쁘듯이 고동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자 지팡이를 움켜쥐고는 잠옷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악!!!"
그 순간 왼쪽 눈을 노린 빛에 눈이 다쳤다. 나는 한 손으로 왼쪽 눈을 누리면서 서 있었다.
“로라, 뭐하고 있는 거야!!”
"미안..."
"다친 거야?"
"심한 것은 아니야.... 아마도."
해리가 다시 나에게 돌아와서는 내 손을 잡고는 숲으로 달려갔고 나는 그 손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끌려갔다. 설마, 저기 안에 나의 형제 지팡이가 있는 것인가? 하지만 내 형제 지팡이는 애드밀인데.... 애드밀은 지팡이를 한 번 잃어버린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나에게 그런 소리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가능성은 딱 하나뿐인데....
‘티파니 프레웨트가 살아있다.’
그녀가 애드밀의 지팡이를 훔쳐서 사라지고 애드밀이 지금 그녀의 지팡이로 사용하고 있다는 가능성에 거의 치우쳐졌다. 그리고 분명히 애드밀은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그 사실은 믿고 싶지 않다.
숲에 도착해서 캠프장 쪽을 돌아다보니, 로버트 가족은 여전히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마법부 직원들이 행진하는 무리를 헤치고 중앙에 서 있는 가면을 쓴 마법사들을 향해 다가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혹시라도 가면을 쓴 마법사들이 마법을 부려서 로버트씨의 가족을 땅바닥으로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몹시 걱정하는 것 같았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던 형형색색의 등불들은 이미 다 꺼졌다. 거무스름한 형체들이 휘청거리면서 숲속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의 울음 소리와 겁에 질린 사람들의 목소리가 차가운 밤공기를 헤치면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사람들에 치여 이리저리 떠밀렸다. 하지만 주위가 너무나 어두웠기 때문에 아무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아악!”
갑자기 론이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이니?”
헤르미온느가 놀라서 물으며 너무나 갑작스럽게 걸음을 멈추는 바람에 우리는 거의 헤르미온느와 부딪힐 뻔했다.
“론, 어디에 있니? 아참, 지팡이가 있었지! 루모스!”
지팡이 끝에 불을 밝혀지자,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주위를 비추었다. 론이 땅바닥에 벌렁 나자빠져 있었다.
“나무 뿌리에 걸려서 넘어졌어.”
론이 몸을 일으키면서 투덜거렸다.
“당연하지. 넘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야.”
등 뒤에서 누군가 론을 비웃는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얼른 돌아다봤다. 드레이코 말포이와 로우가 팔짱을 낀 채 느긋한 얼굴로, 근처에 있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그들은 나무 사이로 캠프장의 광경을 줄곧 구경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갑자기 론이 말포이를 노려보면서, 자기 엄마 앞이라면 입도 뻥끗 못했을 욕설을 퍼부었다.
“말조심하는 게 좋아, 위즐리.”
“빨리 도망쳐야 하지 않을까? 머글 계집애가 저 사람들의 눈에 띄기를 바라진 않겠지? 안 그래?”
조용히 말하는 로우의 말을 이이서 말하는 말포이는 헤르미온느를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바로 그때 캠프장에서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초록빛 섬광이 순간적으로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그게 무슨 뜻이야?”
헤르미온느가 날카로운 눈길로 말포이를 노려보면서 물었다.
“그레인저, 저들은 지금 머글을 뒤쫓고 있어. 너도 허공에 둥둥 뜬 채, 속옷을 자랑하고 싶니? 만약 그렇다면... 조금만 기다려 봐.... 지금 그들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굉장히 재미있겠는걸.”
말포이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머글이 아니야! 마녀란 말이야!”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건 네 생각이지, 포터. 저들이 잡종을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좋아. 그럼 여기서 가만히 기다려 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말포이가 심술궂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둥이 닥쳐!”
론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저런 녀석은 상대할 가치도 없어, 론.”
론이 말포이에게 덤벼들려고 하자,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론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갑자기 숲 반대쪽에서 요란한 폭발 소리가 들렸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겁쟁이들이군. 이런 일로 깜짝 놀라다니....”
말포이가 빈정거렸다.
“너희 아빠가 너희에게 숨으라고 말했니? 네 아빠는 뭐하러 갔는데? 머글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나 보지?”
“네 엄마 아빠는 어디 계시니? 가면을 쓰고 돌아다니고 있지? 그렇지?”
해리가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글쎄.... 만약 그렇다고 해도 내가 너에게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지. 안 그래, 포터?”
말포이는 여전히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 여기서 싸우지 말고 어서 가자! 무의미할 뿐이야!”
“맞아!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을 찾아보는 게 좋겠어, 어서!”
내 말에 동의한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내가 해리를, 헤르미온느가 론의 팔을 붙잡아 길가로 잡아끌었다.
“가면을 쓴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말포이의 아버지일 거야!”
론이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마법부가 반드시 그 사람을 체포할 거야.”
헤르미온느도 몹시 화가 난 것 같았다.
“어머나! 믿을 수가 없어. 다른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간 거야?”
수많은 사람들이 불안한 눈길로 소동이 일어났던 곳을 쳐다보며 다시 캠프장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조지와 프레드와 지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길을 따라 조금 가니, 잠옷을 입은 여러 명의 십대들이 길가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숱이 많은 곱슬머리 여자아이가 우리를 향해 돌아서더니 입을 열었다.
“우 에 마담 맥심? 누 랑보 페르뒤....”
여자 아이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뭐라구?”
론이 못 알아듣고 반문했다.
“오...”
전혀 말이 통하지 않자, 그 여자아이는 잠시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뒤로 돌아섰다. 우리가 다시 길을 걸어가는데 어깨 너머로 그 여자아이가 ‘오그와트’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보바통이야.”
“응.”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리자 내가 동의했다.
“무슨 말이야?”
“아마도 저 애는 보바통에 다니고 있을 거야. 알잖아.... 보바통 마법 아카데미..... 《유렵 마법 교육의 평가》라는 책에서 그 책에 대해 읽은 적이 있어.”
“보바통은 프랑스에 있는 마법 학교지. 마리안느가 거기 다니잖아.”
“맞아. 그래서 마리는 프랑스에서 혼자 생활해.”
“그녀는 원래 거기가 출생지거든. 영국에서 지냈다고 해도 고향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그래... 그렇구나...”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프레드와 조지 형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그렇게 멀리 가지는 않았을 텐데....”
론은 헤르미온느처럼 지팡이로 불을 켜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도 지팡이에 불을 켰다. 둘보다는 셋이 낫잖아. 지팡이는 아까 전의 일은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다. 착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한...
“어떻게 된 거지? 믿을 수 없어... 지팡이를 잃어버렸어!”
“정말이야?”
해리의 말에 우리는 주위를 더욱 넓게 비추기 위해 지팡이를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해리는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지팡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텐트에 두고 나왔을지도 몰라.”
“혹시 달릴 때 주머니에서 떨어진 게 아닐까?”
“그래, 어쩌면...”
해리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꼬마 집요정 윙키가 덤불 속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윙키의 행동이 아주 이상했다. 윙키는 잔뜩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안간힘을 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윙키의 등을 잡고 있는 것처럼...
“이 근처에 나쁜 마법사들이 있어요!”
꼬마 집요정은 억지로 걸음을 떼어놓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허공에 둥둥 떠 있어요! 윙키는 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비키고 있는 거예요!”
꼬마 집요정은 자신을 방해하는 힘과 싸우느라 숨을 헐떡거리며 길 맞은편에 있는 숲속으로 사라졌다.
“저 요정이 왜 저러지? 왜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는 거야?
론이 윙키가 사라진 곳을 수상쩍게 바라보면서 물었다.
“주인의 허락을 받지 못한 거야. 몸을 숨겨도 좋다는...”
해리가 말했다.
“뭔가 보이지 않니, 로라?”
나를 쳐다보면서 묻는 론의 말에 기가 차듯이 바라보았다.
“내 눈동자는 투시 능력은 없거든!”
“하지만 네 눈동자는 애니마구스와 폴리 주스를 꿰뚫어볼 수 있잖아.”
“거기까지만 볼 수 있는 거야. 사실은 보지 않는 편이 더욱 좋고 말이지. 문제는 지금 그 눈동자가 다쳤지.”
론을 보면서 내가 체념적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꼬마 집요정들은 정말로 푸대접을 받고 있어! 노예와 다를 게 뭐가 있어? 크라우치씨는 그 꼬마 집요정에게 경기장 꼭대기에 올라가라고 명령했어. 하지만 그 꼬마 집요정은 고소 공포증이 있단 말이야! 나쁜 마법사들이 텐트를 짓밟기 시작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숲속으로 달아났어. 그런데 왜 꼬마 집요정은 달아날 수 없다는 거야? 왜 그 일에 대해서 항의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분개했다.
“글쎄... 그래도 그 꼬마 집요정들은 행복할 거야. 안 그래? 아까 경기장에 있을 때, 너도 윙키가 하는 말 들었잖아? ‘꼬마 집요정들은 재미있게 지내면 안 돼요.’ 꼬마 집요정은 그런 생활을 좋아하고 있을 거야. 노예처럼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가는 걸 말야...”
론이 말했다.
“집요정도 다들 너 같은 사람이야, 론. 부패하고 부조리한 체제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게으른...”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가 화를 내면서 말했다. 숲 가장자리에서 또다시 폭발 소리가 들렸다.
“계속 가자. 네 몸부터 챙겨야지.”
말포이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머글 태생 마녀나 마법사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다시 숲을 향해 출발했다. 해리는 지팡이가 없다는 사실을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와 지니를 찾으면서 어두운 길을 따라 숲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그러다가 도깨비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도깨비들은 퀴디치 월드컵에서 내기로 딴 게 분명한 금화 자루를 놓고 낄낄거리고 있을 뿐, 캠프장에서 벌어진 소동에는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계속 걸으니, 이번에는 은백색 불빛이 감도는 숲이 나왔다. 그 불빛은 아름다운 벨라 세 명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벨라들은 아주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젊은 마법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난 1년에 100자루 가량의 갈레온을 벌어. 게다가 위험한 동물 처리 위원회 소속이지. 나는 용을 죽이는 업무를 하고 있어.”
그들 가운데 한 명이 큰 소리로 말했다.
“뭐? 자네가 무슨.... 자네는 리키 콜드런에서 접시 닦는 일을 하고 잇잖아... 나야말로 흡혈귀 사냥꾼이야. 지금까지 아흔 명이나 죽였어.”
다른 마법사가 손을 내저었다.
“나는 역사상 최연소 마법부 장관이 될 거야...”
여드름의 세 번째 젊은 마법사, 구조 버스의 차장인 스텐 션파이크가 끼어들었다.
“나는 목성까지 날아갈 수 잇는 빗자루를 발명했어! 내가 아직 말하지 않았던가?”
다음 순간, 론은 벨라가 충분히 듣고도 남을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왜 이래, 론?”
헤르미온느가 한심스러운 눈길로 론을 흘겨보았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양쪽에서 론의 팔을 힘껏 잡고 벨라를 보지 못하도록 빙글 돌려놓았다. 그제서야 론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벨라와 마법사들이 떠드는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을 정도로 걸어가다 보니, 이제 우리는 숲속 깊은 곳에 와 있었다.
“그냥 여기에서 기다리도록 하자. 만약 누군가가 온다고 하더라고, 금방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야.”
해리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해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로 앞에 있는 나무 뒤에서 루도 베그만이 불숙 나타났다. 세 개의 지팡이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빛이 루도 베그만의 모습을 비추었다. 루도 베그만은 더 이상 활기찬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으며, 몹시 초조해하고 있었다. 용수철이라도 달린 것 같았던 경쾌한 발걸음은 구경조차 할 수가 없었다.
“거기 누구요?”
베그만이 눈을 깜박이면서 우리를 쳐다보았다.
“아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우리와 베그만는 깜짝 놀라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다.
“소동이 벌어지고 있어요.”
론이 말했다.
“뭐라구?”
베그만은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캠프장은 엉망이 되고 말았어요... 가면을 쓴 사람들이 머글 가족을 붙잡아서...”
“나쁜 놈들!”
베그만은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붓더니 순식간에 뿅 하고 사라졌다.
“베그만씨를 퀴디치 월드컵의 책임자로 임명한 건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던 것 같아.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훌륭한 몰이꾼이었어!”
론은 길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공터의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베그만씨가 활약하고 있을 때에는 윔본 와스프 팀의 성적이 정말 대단했어. 퀴디치 리그전에서 연달아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지.”
론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빅터 크룸 인형을 꺼내서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론은 빅터 크룸의 인형이 서성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그 인형은 진짜 빅터 크룸처럼 안짱다리였으며 등도 약간 굽어 있어서 빗자루를 타고 있을 때처럼 멋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잠시 동안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무사할까? 제발 아무런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
헤르미온느가 정적을 깨고 말했다.
“조지 형과 프레드 형과 지니는 다들 무사할 거야.”
론이 말했다.
“혹시 너희 아버지가 루시우스 말포이씨를 체포하지 않을까? 너희 아버지는 항상 말포이씨에 대해서 뭔가를 알아내고 싶다고 말씀하셨잖아.”
해리가 빅터 크룸 인형이 떨어지는 낙엽을 피하기 위해 어깨를 약간 구부리는 걸 보며 말했다.
“제발 그렇게 됐으면.... 그럼 드레이코 녀석의 얼굴에서 저 능글맞은 웃음이 싹 사라질 거야...”
론이 투덜거렸다.
“그런데 저 가엾은 머글들은 어떻게 됐을까? 만약 마법부 사람들이 머글들을 구출 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하지?”
헤르미온느가 초조해하, 론이 헤르미온느를 안심시켰다.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마법부 직원들은 반드시 그들을 구출 할 거야.”
“하지만 그건 정말 미친 짓이야! 마법부 직원들 전체가 이 곳에 있는데, 함부로 그런 짓을 하다니!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혹시 술에 잔뜩 취해있었던 걸까? 그렇지 않으면 그냥...”
“쉿! 조용히 해봐.”
말을 멈추고 어두운 숲속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도 내가 쳐다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떤 사람이 비틀거리면서 우리가 있는 공터로 다가오고 있었다. 불규칙한 발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렀다. 당장이라도 어떤 사람이 어둑어둑한 나무 뒤ㅔ서 불쑥 고개를 내밀 것만 같았다. 그러나... 갑자기 발소리가 뚝 멈췄다.
“누구세요?”
해리가 외쳤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해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조심스럽게 나무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너무나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분명히 저 너머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 누구세요?”
해리는 다시 한 번 소리쳤다.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정적을 깨드렸다. 아주 낮선 목소리... 하지만 그것은 겁에 질린 비명이 아니라, 주문을 외우는 소리였다.
“모스모드레!”
짙은 어둠을 뚫고 커다란 초록빛 물체가 하늘 높이 날아올랏다.
“아니? 저건 도대체...”
깜짝 놀란 론은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 물체가 나타났던 곳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거대한 해골... 섬뜩한 해골이 뱀처럼 가느다란 혓바닥을 쑥 내밀고 초록빛 광채를 뿌리면서 어두운 밤하늘에 둥둥 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쳐다보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오싹 끼칠 정도로 끔찍했다. 갑자기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네온사인처럼 창백하게 빛나는 해골은 이제 숲 전체를 비출 정도로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누구세요?”
해리는 조심스럽게 어둠 속을 둘러보고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던 나무 근처로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해리, 어서 가자.”
내가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헤르미온느는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왜 그래?”
“어둠의 표식이야, 해리! 그 사람의 징조!”
헤르미온느가 나지막이 신음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설마, 볼드모트?”
“해리, 서둘러!”
헤르미온느가 다급한 목소리로 재촉했다. 론도 허둥지둥 빅터 크룸 인형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 걸음일 옮기는 순간, 연달아 뿅뵹 하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나타났다. 스무 명 가량의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들고 우리를 향해 겨냥하고 있었다.
“피해!”
해리가 다급하게 소리치자 우리를 끌어안고 땅바닥으로 급히 몸을 숙였다.
“스투페파이!!”
스무 명의 마법사들이 한꺼번에 큰 소리로 외쳤다. 갑자기 섬광이 번쩍하더니 거센 바람이 불면서 머리카락이 마구 휘날렸다. 마법사들의 지팡이에서 나온 빨깐 불꽃이 우리 쪽으로 날아오다가 서로 엇갈려서 나무에 부딪히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날아가는 게 보였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쟤는 내 아들이오!”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거센 바람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위즐리씨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론! 해리! 로라! 헤르미온느! 괜찮니?”
“비키게, 아서.”
위즐리씨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갑자기 차갑고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법부 직원을 대동한 크라우치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의 얼굴이 분노로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어떤 놈이야?”
크라우치가 사나운 눈길로 우리를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도대체 어떤 놈이 어둠의 표식을 불러냈어?”
“우리가 한 게 아니에요!”
해리가 손가락으로 해골을 가리키면서 대답했다.
“맞아요. 우리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우리를 공격했죠?”
론이 화가 나서 툴툴거리면서 팔꿈치를 문지르고 있었다.
“거짓말하지 마라! 너희들은 현장에서 발각되었다. 그런데도 거짓말을 할 생각이냐?”
크라우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크라우치는 마치 미치광이처럼 두 눈을 부릅뜨고 지팡이로 론을 겨낭하고 있었다.
“바티... 쟤들은 아직 어린 아이들이에요.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수가 없어요.”
잠옷 위에 기다란 모직 가운을 걸친 마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둠의 표식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봤니?”
위즐리씨가 다급하게 물었다.
“저기예요...”
헤르미온느가 조금 전에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던 곳을 가리켰다.
“저 나무 뒤에 누군가가 있었어요.... 그 사람들이 뭐라고 주문을 외웠어요...”
“오, 저기 서 있었단 말이냐, 그들이?”
크라우치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이 두 눈을 부릅뜨면 헤르미온느를 노려보았다. 헤르미온느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 틀림없었다.
“주문을 외웠다는 거냐? 그들이? 그런데 너는... 어둠의 표식을 어떻게 불러내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구나!”
“냉정히 생각하세요, 크라우치씨.”
내가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마법부 직원들은 일제히 헤르미온느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지팡이를 들어올리고 어두운 숲을 힐끗힐끗 곁눈질하고 있었다.
“너무 늦었어요. 그들은 순간이동으로 달아났을 거예요.”
모직 가운 차림의 마녀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수색꾼들이 방금 숲속으로 들어갔으니까, 아직 그들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갈색 턱수염이 난 마법사, 에이머스 디고리가 말했다. 디고리씨는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지팡이를 치켜든 채 공터를 가로질러 달려갔다.
“에이머스, 부디 조심하게!”
다른 마법사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헤르미온느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케드릭의 아버지가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에 에이머스가 소리쳤다.
“잡았어요! 여기에 누군가가 있어요! 의식이 없어요! 그렌데... 그런데... 제기랄!”
“자네가 잡았단 말인가?”
크라우치가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누구야? 그게 누구야?”
나뭇가지가 딱 부러지는 소리,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성큼성큼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마침내 디고리씨가 나타났다. 디고리씨는 꼬마 집요정, 윙키를 안고 있었다. 디고리씨가 윙키를 땅바닥에 내려 놓자, 크라우치씨는 마치 얼어붙은 듯이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른 마법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크라우치씨를 향하고 있었다. 크라우치씨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크라우치씨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크라우치씨는 재빨리 디고리씨를 지나서 우이키를 발견한 장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소용없어요, 크라우치씨.”
디고리씨가 크라우치를 보며 말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크라우치씨는 디고리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이나 크라우치씨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덤불을 헤치는 소리가 들렸다.
“좀 곤란하게 됐군. 하필이면 바티 크라우치씨의 꼬마 집요정이라니...”
디고리씨가 못마땅한 듯이 윙키를 내려다 보았다.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게, 에이머스. 설마 정말로 이 요정이 그런 짓을 했다곤 생각하지 않겠지? 저 어둠의 표식은 어떤 마법사의 상징이네. 그건 반드시 지팡이가 있어야만 해.”
위즐리씨가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이 요정은 지팡이를 갖고 있어.”
디고리씨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구?”
위즐리씨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걸 보게.”
에이머스가 한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위즐리씨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꼬마 집요정은 이걸 들고 있었어. 크라우치씨의 꼬마 집요정은 ‘지팡이 사용 규범’ 세 번째 조항을 어겼어. ‘인간이 아닌 생물은 지팡이를 휴대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라는 좋아 말이야.”
바로 그 순간 뿅 하는 소리가 나더니 베그만의 모습이 불쑥 나타났다. 베그만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허공에 떠 있는 초록색 해골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직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둠의 표식이야!”
베그만이 윙키를 거의 밟다시피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누가 그랬지? 놈을 잡았나? 바티!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크라우치가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돌아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유령처럼 창백하고 손은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어요, 바티? 경기장에는 왜 오지 않았어요? 꼬마 집요정이 자리를 맡아 두고 있는 걸 봤는데... 이런! 이게 뭐야?”
베그만이 바닥에 쓰러져 잇는 윙키를 발견하곤 깜작 놀라서 소리쳤다.
“아니? 꼬마 집요정이 왜 여기에 있는 거죠?”
“좀 바빴네, 루도.”
크라우치의 얼굴은 여전히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요정은 기절한 것이라네.”
“기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누가 꼬마 집요정을 공격했단 말인가요?”
갑자기 베그만의 둥근 얼굴에 무엇인가를 이해한 듯한 기미가 엿보였다. 베그만은 고개를 들고 어두운 밤하늘에 떠 있는 해골을 쳐다보았다. 그런 다음에 다시 잠시 윙키를 바라보다가 다시 크라우치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세상에!”
베그만의 얼굴에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윙키가 어둠의 표식을 불러냈단 말인가? 꼬마 집요정이? 지팡이도 없는데?”
“아니. 꼬마 집요정은 지팡이를 갖고 있었다네, 루도.”
디고리씨가 베그만을 쳐다보았다.
“꼬마 집요정은 분명히 지팡이를 들고 있었어. 내가 직접 발견했다네. 크라우치씨, 죄송하지만 꼬마 집요정이 뭐라고 말하는지 한 번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크라우치는 디고리씨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지만, 디고리씨는 크라우치의 침묵을 무언의 동의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디고리씨는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올리더니 윙키를 겨냥했다.
“에네르바테!”
디고리씨가 주문을 외우자 윙키의 몸이 조금 움찔했다. 커다란 갈색 눈이 몇 번 깜박거렸다. 마법사들은 조용히 윙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꼬마 집요정은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는, 부들부들 떨면서 디고리씨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조금 더 고개를 들더니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흐리멍텅한 갈색 눈동자에 거대한 해골의 영상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갑자기 꼬마 집요정이 울음을 터뜨렸다.
“꼬마 집요정! 내가 누군지 알겠나? 나는 신비한 동물 단속 및 관리부의 직원이야!”
디고리씨가 사납게 말했다. 윙키는 갑자기 숨쉬기가 곤란한지 몸을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누군가가 어둠의 표식을 불러냈다! 네가 본 것처럼... 그런데 네가 바로 그 밑에서 발견됐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디고리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전... 전.... 전... 하지 않았어요! 저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윙키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변명했다.
“너는 이 지팡이를 들고 있었어.”
디고리씨는 윙키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마구 휘두르면서 호통쳤다. 해골에서 흘러나온 초록색 불빛이 은은하게 사방을 비추었다. 단번에 그 지팡이가 누구의 것인지 알아차렸다.
“어? 그건 제 지팡이예요!”
해리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공터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해리를 바라보았다.
“뭐라구?”
디고리씨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제 지팡이에요! 제가 그걸 떨어뜨렸어요!”
“네가 이걸 떨어뜨렸다구? 어둠의 표식을 불러낸 후에 이 지팡이를 던져 버렸니? 지금 네가 한 일을 고백하는 거야?”
디고리씨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물었다.
“에이머스, 제발 이성을 되찾도록 하게! 해리 포터가 어둠의 표식을 불러내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위즐리씨가 버럭 화를 내었다.
“어.... 그야 물론 아니지. 미안하네... 내가 잠시 정신이 어떻게...”
디고리씨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걸 저기에 떨어뜨리지 않았어요.”
해리는 손가락으로 해골이 솟아오른 숲속을 가리켰다.
“숲속으로 들어오자마자 잃어버렸어요.”
“그렇다면....”
디고리씨가 무서운 눈길로 윙키를 노려보았다. 잔득 겁에 질린 윙키는 바들바들 떨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꼬맹이! 네가 이걸 발견했지? 이 지팡이를 가지고 장난칠 생각이었지, 그렇지?”
“저는 절대로 마법을 부리지 않았어요!”
윙키가 울먹이며 말했다. 뜨거운 눈물이 꼬마 집요정의 두 뺨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전.... 전.... 전.... 조금 전에 그 지팡이를 집어 들었어요. 그 지팡이는 숲속에 떨어져 있었어요. 저는.... 어둠의 표식을 만들지 않았어요. 저는... 그런 마법을 몰라요.”
“꼬마 집요정이 그런 게 아니에요!”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나섰다. 마법부 직원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녀에게 향하는 바람에, 그녀는 약간 주눅이 든 것 같았지만 언제나처럼 아주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윙키의 목소리는 아주 높고 가늘어요. 조금 전에 우리는 어떤 사람이 어둠의 표식을 불러내는 주문을 외우는 소리를 들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의 목소리는 훨씬 더 굵고 낮았어요. 윙키의 목소리는 분명히 아니었지? 안 그래?”
“맞아요. 윙키의 목소리는 절대로 아니었어요.”
“글쎄..... 그건 곧 알게 되겠지.”
디고리씨는 우리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제일 마지막으로 지팡이를 사용해서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알아낼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지. 꼬맹이! 그 사실을 알고 있기나 해?”
꼬마 집요정은 부들부들 떨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기다란 윙키의 귀가 깃발처럼 펄럭거리고 있었다. 디고리씨는 자신의 지팡이와 해리의 지팡이를 가슴 높이까지 들어올리더니 끝과 끝을 맞추었다.
“프리오르 인칸타토!”
디고리씨가 큰 소리로 주문을 외우자, 두 개의 지팡이가 맞닿은 지점에서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갑자기 뱀 같은 혓바닥을 가진 해골이 나타났다. 그것은 어두운 밤하늘에 떠 있는 초록빛 해골의 허깨비에 불과했다.
“델레트리우스!”
디고리씨가 다시 주문을 외우자, 해골이 점차 흐릿하게 변하더니 한줌 연기로 사라졌다.
“봤어?”
디고리씨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여전히 발작적으로 떨고 있는 윙키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저는 하지 않았어요!”
꼬마 집요정은 눈알을 굴리면서 황급히 말했다.
“저는 아니에요! 저는 아니에요! 저는 몰라요! 저는 좋은 집요정이에요! 저는 지팡이를 쓰지 않았어요! 저는 몰라요!”
“꼬맹이! 너는 현행범으로 붙잡혔어!”
디고리씨가 고함을 질렀다.
“이 지팡이는 네가 들고 있었어!”
“제발, 에이머스... 그게 아니야... 그 주문은 극소수의 마법사들만 알고 있다네... 꼬마 집요정이 어떻게 그런 마법을 알 수 있겠나?”
위즐리씨가 말했다.
“혹시...”
크라우치가 디고리씨를 노려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에이머스, 자네는 내가 정기적으로 꼬마 집요정에게 어둠의 표식을 불러내는 마법을 가르쳤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잠시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크라우치씨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죠...”
디고리씨가 말꼬리를 흐렸다.
“자네는 지금 엉뚱한 사람을 의심하고 있네! 처음엔 해리 포터! 다음엔 나를.. 자네도 이미 저 애들의 증언을 듣지 않았나, 에이머스?”
크라우치가 고함을 질렀다.
“물론이죠.”
디고리씨는 몹시 당황한 것 같았다.
“게다가 자네는 내 경력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나는 어둠의 마법뿐만 아니라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까지도 경멸하고 혐오한다네.”
크라우치가 또다시 눈을 부릅뜨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크라우치씨, 전... 전 당신이 이 일과 관계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디고리씨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내 집요정을 의심하다는 건, 나를 의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네, 디고리! 그 꼬마 집요정이 어둠의 표식을 불러내는 마법을 나 아니면 어디에서 배울 수 있었겠나?”
크라우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닙니다... 꼬마 집요정이.... 그 지팡이를 주웠을 수도 있죠.”
“그래, 에이머스. 꼬마 집요정은 그 지팡이를 주운 거야... 윙키?”
위즐리씨가 윙키를 향해 돌아서면서 상냥하게 말했다. 하지만 꼬마 집요정은 마치 위즐리씨가 버럭 소리라도 지를 것처럼 몸을 움찔거렸다.
“해리의 지팡이를 어디에서 발견했지?”
윙키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수건을 마구 비틀고 있었다. 어찌나 심하게 비틀었던지 토가처럼 생긴 수건의 가장자리가 거의 해질 지경이었다.
“저는... 그 지팡이를... 숲속에서 발견했어요... 저기에서...”
“들었나, 에이머스? 어둠의 표식을 불러낸 자는 일을 마친 후에 순간이동으로 재빨리 달아났어. 해리의 지팡이만 남기고... 그건 아주 영리한 행동이었지. 자기 지팡이를 사용하면 정체가 탄로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지. 그 후에 공교롭게도 윙키가 우연히 그 지팡이를 발견한 거야.”
위즐리씨가 차분히 설명했다.
“그렇다면 저 꼬마 집요정은 범인 가까이에 있었을 거야!”
디고리씨가 조바심을 내면서 소리쳤다.
“꼬맹이, 누굴 본 거야?”
잔뜩 겁에 질린 윙키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꼬마 집요정은 불안한 듯이 커다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디고리씨와 베그만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꼬마 집요정의 눈길이 다시 크라우치에게 향했다.
“저는 아무도 보지 못했어요.... 아무도....”
꼬마 집요정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에이머스!”
크라우치씨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당연히 자네 부서로 윙키를 데려가서 심문하고 싶겠지. 하지만 그 꼬마 집요정을 다루는 건 내게 맡겨 주었으면 좋겠네.”
디고리씨는 이런 제안이 전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크라우치는 마버부의 요직에 있었기 때문에 디고리씨는 감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윙키는 분명히 무거운 벌을 받게 될 테니 그 점은 걱정하지 말게.”
크라우치가 냉정하게 덧붙였다.
“주... 주... 주인님...”
윙키는 말을 더듬으면서 애처러운 눈길로 크라우치를 올려다보았다.
“주... 주... 주인님, 제... 제... 제발.....”
윙키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윙키! 오늘 밤에 넌 내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했어.”
크라우치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난 분명히 너에게 텐트에 있으라고 명령했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텐트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지. 그런데 넌 내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어. 나는 네게 옷을 줄 수밖에 없다!”
크라우치는 한층 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꼬마 집요정을 노려보았다. 연민의 정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차가운 눈빛이었다.
“안 돼요!”
윙키가 크라우치의 발 밑에 납작 엎드리더니 다급하게 말했다.
“안 돼요! 주인님! 옷은 안 돼요! 옷만은 제발 안 돼요!”
윙키는 수건을 꼭 움켜쥐고 크라우치 발 밑에서 흐느꼈다. 그 모습은 보기만 해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꼬마 집요정은 겁에 질려 있었어요!”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버럭 화를 냈다.
“헤르미온느, 왜 그래?”
나는 당황해서 헤르미온느의 옷길을 잡으면서 작게 속삭였다.
“크라우치씨의 집요정은 고소 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곳을 올라가는 걸 아주 무서워해요. 그런데 가면을 쓴 마법사들이 나타나서 살마들을 마구 허공으로 들어올렸어요. 그들을 피해 달아나려고 한 꼬마 집요정을 탓할 수는 없어요!”
크라우치는 꼬마 집요정을 피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크라우치는 마치 윙키가 반짝거리는 구두를 더럽히는 무슨 불결한 것이라도 되는 양 냉정한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내 말에 복종하지 않는 꼬마 집요정 따윈 필요없다.”
크라우치가 헤르미온느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과 주인의 명예에 해를 입히는 꼬마 집요정 따위는 조금도 필요없단 말이다.”
윙키는 여전히 구슬프게 흐느끼고 있었다. 얼마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저는 이만 아이들을 데리고 텐트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잠시 후에 위즐리씨가 말했다.
“에이머스, 우리는 이미 그 지팡이를... 철저히 조사했네. 이제 그만 해리에게 돌려주는 게....”
디고리씨는 즉시 해리에게 지팡이를 내밀었다. 해리는 그 지팡이를 받아서 재빨리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자, 얘들아.”
위즐리씨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꼼짝하지 않았다. 헤르미온느의 시선은 여전히 꼬마 집요정에게 가 있었다. 가엾은 꼬마 집요정은 어깨를 들썩이며 아직도 울고 있었다.
“헤르미온느!”
위즐리씨가 재촉하자, 헤르미온느는 마지못해 돌아서더니 우리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윙키는 어떻게 될까요?”
공터에서 나오자마자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위즐리씨가 천천히 머리를 흔들었다.
“꼬마 집요정을 함부로 취급하다니...”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내면서 말했다.
“디고리씨는 말끝마다 ‘꼬맹이’라고 불렀어요. 그리고 크라우치씨도 정말 너무해요! 꼬마 집요정은 아무런 죄가 없어요. 크라우치씨는 꼬마 집요정의 짓이 아니라는 걸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해고하려 하잖아요! 크라우치씨는 그 꼬마 집요정이 얼마나 겁에 질려 있었는지, 얼마나 당황했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어요. 꼬마 집요정은 인간 취급도 하지 않았다구요!”
“꼬마 집요정은 인간이 아니잖아.”
론이 말했다.
“하지만 그 꼬마 집요정은 감정을 갖고 있어, 론. 그런 식으로 대한다는 건 말도 안 돼!”
헤르미온느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론을 비난했다.
“헤르미온느, 나도 너와 같은 생각이란다. 하지만 지금은 꼬마 집요정의 권리에 대해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야. 우리는 빨리 텐트로 돌아가야 한단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됐니?”
위즐리씨가 물었다.
“우린 어둠 속에서 그만 헤어지고 말았어요. 그런데 아빠, 왜 사람들이 모두 저 해골을 그토록 불안해하는 거죠?”
“론, 바보.”
론이 묻자, 내가 말했다. 위즐리씨의 얼굴에는 착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일단 텐트로 돌아간 후에 설명해 주마.”
그러나 숲 가장자리에 도착하자,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수많은 마녀와 마법사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모여 있다가, 우리를 보자마자 앞으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누가 그걸 불러냈소?”
“아서, 혹시... 그 사람은 아니겠죠?”
“물론 그 사람은 아닙니다.”
위즐리씨가 조바심을 내면서 말했다.
“우리도 누가 범인인지 몰라요. 그자는 순간이동으로 달아났어요. 자, 실례합니다. 제발... 우리는 잠을 좀 자고 싶어요.”
위즐리씨는 우리를 데리고 다시 캠프장으로 걸어갔다. 캠프장에는 무거운 정적이 감도록 있었다. 가면을 쓴 마법사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불을 잔뜩 그을린 텐트 몇 채에서 여전히 회색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빠, 무슨 일이에요? 프레드와 조지와 지니는 조금 전에 돌아왔어요.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찰리가 텐트 밖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함께 왔단다.”
위즐리씨가 허리를 굽혀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도 재빨리 뒤를 따라 들어갔다. 빌은 작은 식탁에 앉아 있었다. 팔에는 치대 시트를 감고 있었는데, 붉은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찰리의 셔츠는 엉망으로 찢겨 나갔으며, 퍼시는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퍼시는 자랑스러운 듯이 코피를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프레드와 조지와 지니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지만, 굉장히 놀란 것 같았다.
“애드밀, 마리안느?”
마리안느는 지팡이를 들고는 빌의 상처를 보고 있었고, 애드밀은 아리애나와 서로 눈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자마자 내가 작게 물었다.
“왜 네가 여기에 있는 거야, 프레워트.”
“내가 여기에 있는 것에 아무런 문제도 없어요.”
애드밀는 내 질문을 듣지 못했는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리안느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나를 보더니 후다닥 나에게 달려왔다.
"로라, 다쳤어? 이리와."
마리안느는 피가 흐른 자국이 남아 있는 내 왼쪽 눈을 살펴보았다.
"반년, 아니 1년 정도는 눈을 못 사용할 거야."
"아예 잃은 것이 아닌 것이 다행이지. 치료 실력은 낫아졌네."
"치료사가 되기로 했으니까."
마리안느는 내 말에 말하고는 말해주면서 망토 속에서 눈에 지팡이를 겨냥하고는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피가 멈추고 피자국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안대를 소환하더니 내 왼쪽 눈에 착용시켰다.
"1년 동안은 빼지 말고. 약은 부엉이 편으로 보낼게."
마리안느는 말하고는 치료를 끝냈다. 그리고 다시 빌에게 돌아간 마리안느. 나는 그녀를 보면서 안대를 매만졌다.
“어둠의 표식을 쏘아 올린 사람들을 잡았어요, 아빠?”
빌이 급히 물었다.
“아니야. 바티 크라우치씨의 꼬마 집요정이 해리의 지팡이를 들고 있는 걸 발견하긴 했지만, 누가 어둠의 표식을 불러냈는지는 전혀 모른단다.”
“그게 무슨 말이죠?”
빌과 찰리와 퍼시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해리의 지팡이?”
프레드가 놀라서 물었다.
“이 사건에 크라우치씨의 꼬마 집요정이 관련되어 있나요?”
퍼시도 깜짝 놀라면서 소리쳤다. 위즐리씨는 우리의 도움을 받으면서, 어둠의 표식이 나타난 사건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크라우치씨가 그런 요정을 해고하는 건 당연해! 그 꼬마 집요정은 크라우치씨의 어기고 자기 마음대로 달아났잖아.... 크라우치씨의 입장이 얼마나 곤란했을까? 마법부 직원들도 다 지켜보고 있었는데... 만약 그 꼬마 집요정이 신비한 동물 단속 및 관리부로 끌려갔다면...”
퍼시는 잔뜩 화가 난 것 같았다.
“그 요정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그저 우연히 그 장소에 있었던 것뿐이라구!”
헤르미온느가 퍼시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소리치자, 퍼시는 깜짝 놀랐다. 헤르미온느와 퍼시는 그래도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다른 아이들보다는...
“헤르미온느, 크라우치씨 정도의 지위에 있는 마법사는 지팡이를 가지고 미친 듯이 날뛰는 꼬마 집요정에 신경 쓸 틈이 없단 말이야.”
퍼시가 즉시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요정은 미친 듯이 날뛰지 않았어! 그저 우연히 지팡이를 발견했을 뿐이란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거칠게 소리쳤다.
“그런데 그 해골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거야? 그게 아무도 다치게 하지는 않았잖아... 그런데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한 거지?”
론이 물었다.
“이미 말했잖아! 그건 그 사람의 상징이라구, 론! 《어둠의 마법의 번영과 몰락》이라는 책에 나와 있어.”
다른 사람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헤르미온느가 딱 잘라서 말했다.
“그리고 그건 지난 13년 동안 우리의 눈에 띈 적이 없었단다. 사람들이 몹시 걱정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야... 그것은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위즐리씨가 신중하게 말했다.
“하지만 저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건... 그저 하늘에 떠 있는 형상일 뿐이잖아요...”
론이 눈살을 찌푸렸다.
“론, 그 사람과 그의 추종자들은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하늘에 어둠의 표식을 쏘아 올렸단다.”
위즐리씨가 말했다.
“그건 사람들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불러일으켰지... 너는 모른다, 론. 그런 걸 이해하기에는 아직 나이가 너무 어려... 한번 상상해 보렴. 외출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왔는데, 허공에 어둠의 표식이 떠들고 있는 거야. 그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을 때의 기분이란...”
위즐리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었단다... 가장 끔찍한 것이었지....”
잠시 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어쨌거나 그건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어요. 누가 그걸 불러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을 먹는 자들은 그걸 본 순간, 깜짝 놀라서 모두들 뿔뿔이 달아나고 말았어요. 우리는 겨우 그들의 가면을 벗길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까지 접근했지만 죽음의 먹는 자들은 순간이동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어요. 우리는 로버트 가족이 땅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죠. 마법부 직원은 지금 그들에게 기억력 수정 마법을 걸고 있어요.”
마리안느가 상처를 전부 치료하자 빌이 팔을 감싼 시트를 걷어 상처를 살피면서 말했다.
“죽음을 거는 자들이란? 그게 뭐예요?”
해리가 물었다.
“그건 볼드모트의 추종자들을 이야기 하는 거야, 해리 포터. 너는 그 사람와 대적하는 사람이면서 그런 기본적인 상식도 모르는 거야? ‘영웅’이라는 타이틀이 아깝구나.”
애드밀이 잔뜩 비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볼드모트라는 이름에 그 자리에 있던 위즐리 가족과 아리애나, 헤르미온느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더 이상 눈싸움 하는 것은 그만둔 거야?”
“의미없는 짓을 계속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묻자 애드밀이 나를 보고 상냥한 목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는 오늘 밤에 그들 가운데 일부를 본 것 같아요. 용케 마법부의 추적을 피해서 아즈카반에 갇히지 않았던 사람들 말이에요.”
아리애나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죽음을 먹는 자들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단다. 설사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위즐리씨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요. 저도 장담할 수 있어요! 아빠, 우리는 숲속에서 드레이코 말포이를 만났어요. 그 애의 아버지도 가면을 쓰고 있던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말포이가 분명히 자기 입으로 그랬어요. 더구나 말포이 가족이 그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낸다는 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볼드모트의 추종자들이... 미안해요. 그런데 그 사람의 추종자들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죠? 왜 머글들을 묶어 놓은 거죠? 도대체 그들의 목적이 무엇일가요?”
“목적?”
위즐리씨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해리, 그들은 그저 재미로 그런 짓을 한 거란다. 그 사람의 힘이 아주 강력했을 때, 그들은 그저 재미로 수많은 머글들을 살해했단다. 목숨을 빼앗긴 머글의 절반 가량은 그런 식으로 억울하게 죽었지. 오늘 밤에 술이 좀 들어가자, 그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에게 알려 주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던 것 같구나. 그들은 아주 멋진 재회를 즐긴 거야.”
위즐리씨가 분노를 억누르면서 말했다.
“그런데 정말 그들이 죽음을 먹는 자들이었다면, 왜 어둠의 표식을 보자마자 순간이동으로 부리나케 사라진 거죠? 오히려 그들은 어둠의 표식을 보는 순간, 아주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안 그래요?”
론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리를 좀 써라, 론. 그들이 정말로 죽음을 먹는 자들이었다면, 당연히 달아날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 사람이 권력을 잃었을 때, 그들은 아즈카반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줄줄이 거짓말을 늘어 놓았지. 사람이 돌아온 걸 보고 우리보다도 더 잔뜩 겁에 질렸을 거야. 어쨌거나 그 사람이 모든 권력을 잃어버리자, 그들은 그 사람 편에 붙어 있었다는 사실을 철저히 부인하면서 태연하게 일상생활로 돌아갔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 사람이 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너무나 뻔한 사실이야. 안 그래?”
빌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어둠의 표식을 불러낸 사람은... 죽음 먹는 자들을 멀리 쫓아 버리려고 했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건가요?”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바로 그거란다, 헤르미온느.”
위즐리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먼저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둠의 표식을 불러내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오직 죽음을 먹는 자들뿐이란다. 그러니까 어둠의 표식을 쏘아 올린 사람이 지금은 비록 죽음을 먹는 자가 아니라고 하더라고, 과거에는 그 무리 속에 있었던 게 분명하단다. 자, 시간이 너무 늦었구나.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네 엄마가 알면 무척 걱정할 거야. 다들 잠자리에 들거라. 내일 아침 일찍 포트키를 사용해서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옆에 있는 여자들의 텐트로 가기 위해서 밖으로 나왔다. 애드밀과 마리안느도 곧 내 뒤를 따라서 나왔다. 마리안느는 헤르미온느의 뒤를 따라서 여자들의 텐트로 들어간다.
“로라, 목걸이 가지고 있어?”
“목걸이...?”
애드밀의 질문에 내가 목 가까이 손을 올려놓았지만 느껴지지 않는 금속 줄에 의아하게 여기면서 목을 계속해서 만졌지만 목걸이는 안 가지고 있었다.
“잃어버렸나?”
조용히 중얼거리자 애드밀이 큰 한숨을 내쉬었다.
“자, 숲속에서 주웠어.”
애드밀은 망토 속에서 내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고마워.”
애드밀은 내가 그것을 받아들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 손을 보지 못한 척 하고는 내 목걸이를 가지고 내 목에 자신의 손으로 걸어주었다.
“절대로 잃어버리지 마. 이건 너의 것이니까.”
“다음부터는 잃어버리지 않을게.”
“네가 그들의 지배자라는 증표이기도 하잖아.”
애드밀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저기, 애드밀.”
“왜?”
“우리 어머니가 혹시...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뭐야. 궁금하게!”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나는 애드밀에게 말하고는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마리안느는 헤르미온느와 대화를 끝냈는지 텐트 밖으로 나가려고 하던 참이었다.
“잘 자, 로라. 곧 다시 만나겠지. 애드밀과 함께 말이야.”
“무슨 소리야?”
“비밀.”
마리안느는 짖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웃었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가디건을 벗고는, 지팡이를 내려놓고는 이층 침대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어머니는 불사조 기사단-볼드모트에게 대항하는 군대-의 단원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불사조 기사단원이었지만.... 어머니는 중립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꿈때문에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중립이 아니라... 아니라고 말해주면 좋겠는데, 어머니....
위즐리씨가 깨우는 소리가 들리자 눈을 떴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서 텐트 밖으로 나왔다. 아이들이 모두 일어나자, 위즐리씨는 마법을 부려서 텐트를 걷었다. 그리고 가능한 빨리 캠프장을 떠났다.
“메리 크리스마스!”
오두막 현관에서 서 있던 로버트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인사했다. 로버트의 눈은 마치 초점이 없는 것처럼 멍하니 풀려 있었다.
“로버트씨는 괜찮을 거야.”
위즐리씨가 말했다.
“기억력이 수정되면 사람들은 한참 동안 얼이 빠지기 마련이란다... 게다가 저 사람이 당한 일은 너무 엄청난 사건이잖니...”
포트키가 있는 지점에 다가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다급하게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녀와 마법사들이 포트키를 관리하는 베이질에게 빨리 캠프장을 떠나게 해달라고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었다. 위즐리씨는 베이질과 급히 몇 마디 의논을 한 후에, 기다랗게 줄 서 있는 사람들 틈에 끼어 해가 떠오르기 전에 스토우츠헤드 산으로 돌아가는 낡은 고무 타이어를 받을 수가 있었다.
오터리 성 캐치폴 마을을 지나서 버로우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너무나 지쳐서 서로 말을 주고받을 만한 힘조차 없었다. 골목 모퉁이르 돌아서자, 버로우가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안개를 뚫고 반가운 외침 소리가 들렸다.
“아이구! 다행이구나, 정말 다행이야!”
위즐리 부인은 밤새도록 정원에서 밤새도록 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슬리퍼를 신은 채, 황급히 달려오는 위즐리 부인의 손에는 잔뜩 구겨진 <예언자 일보>가 들려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위즐리 부인이 위즐리씨의 목을 덥썩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위즐리 부인의 손에서 <예언자 일보>가 툭 떨어졌다. <예언자 일보>에는 허공에서 번쩍거리는 어둠의 표식을 찍은 흑백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려있었다.
“모두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구나.”
위즐리 부인은 위즐리씨의 목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더니 아이들을 하나씩 둘러보면서 중얼거렸다. 위즐리 부인의 눈은 붉게 충열되어 있었다.
“모두들 살아 있어서... 오, 애들아....”
갑자기 위즐리 부인이 프레드와 조지를 와락 끌어안는 바람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위즐리 부인이 너무나 세게 안아서 프레드와 조지는 그만 머리를 쾅 부딪히고 말았다.
“아야! 엄마... 숨 막혀요!”
“너희들이 떠나기 전에 내가 소리를 질렀지?”
위즐리 부인은 어깨를 들썩이면서 흐느겼다.
“나는 지난 밤에 뜬 눈으로 새우면서 그 생각만 했단다! 만약 너희들이 그 사람에게 잡혔다면... 내가 너희들에게 한 마지막 말이 고작 O.W.L. 점수를 잘 받지 못했다고 야단친 거라면... 오, 프레드... 조지...”
“여보, 이제 그만해요. 우리 모두 무사하지 않소?”
위즐리씨가 쌍둥이 형제를 부인의 품에서 억지로 떼어 놓으면서 부인을 위로했다. 그리고 빌에게 속삭였다.
“빌... 저 신문을 좀 집어다오. 기사가 어떻게 실렸는지 궁금하구나.”
잠시 후에 우리 모두 식당으로 들어갔다. 내가 위즐리 부인에게 진한 홍차 한 잔을 끓여 주었다.
“홍차에 위스키를 조금 타는 게 좋겠구나.”
위즐리씨가 나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빌이 건네준 <예언자 일보>의 제 1면을 훑어보앗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위즐리씨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마법부의 큰 실수... 달아난 범인... 느슨한 보안...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은 어둠의 마법사들... 국가적인 망신... 도대체 이 기사를 누가 쓴 거야? 아 물론.... 리타 스키터!”
“그 여자는 마법부와 무슨 원수가 진 모양이에요!”
어깨 너머로 열심히 신문을 쳐다보고 있었던 퍼시가 버럭 화를 냈다.
“지난 주에는 흡혈귀를 소통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마법부가 고작 냄비 두께 따위를 가지고 헛소리나 늘어놓으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썼어요! <마법사가 아닌 반인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지침서>의 열두 번째 단락에 특별히 흡혈귀에 대해서 언급 했는지도 말이죠!”
“부탁 하나 들어줄래, 퍼시?”
빌이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제발 그 입 좀 다물어.”
“나에 대한 기사도 있군.”
<예언자 일보>의 기사를 읽고 있던 위즐리씨가 안경 너머로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말했다.
“어디 있어요?”
위스키를 넣은 홍차를 마시던 위즐리 부인이 갑자기 사례가 들린 것처럼 캑캑거렸다.
“그 기사를 보았다면 진작 당신이 살아 있다는 걸 알았을 거 아녜요!”
"이름이 실린 게 아니오."
위즐리씨는 조용히 머리를 흔들었다.
"이 기사를 좀 보시오. '숲 근처에서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바법사들이 마법부의 확실한 발표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둠의 표시가 나타나자, 마법부의 직원들은 우왕좌왕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얼마 후에 나타난 마법부의 한 관료는 다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단언했을 뿐, 그 이상의 어떤 정보도 주지 못했다. 불과 한 시간 후에 숲속에서 여러 구의 시체가 치워졌다는 무성한 소문을 이 한 마디 진술로 진정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 이런!"
잔뜩 화가 난 위즐리씨는 <예언자 일보>를 퍼시에게 내밀었다.
"다친 사람은 정말로 아무도 없었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속이 시원했을까? 숲속에서 여러 구의 시체가 치워졌다는 소문이 떠돌았다니... 이제 신문에 실렸으니까 확실히 그런 소문이 나겠군. 여보, 아무래도 사무실에 좀 나가 봐야겠소. 일을 수습해야 할 것 같구려."
위즐리씨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함께 가겠어요, 아빠."
퍼시가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
"크라우치씨는 지금 일손이 달릴 거예요. 냄비에 대한 보고서도 제가 직접 제출하는 게 좋겠어요."
퍼시는 갑작스럽게 수선을 떨더니 이내 식당에서 나가 버렸다.
"아서, 당신은 지금 휴가 중이잖아요! 이건 당신 부서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어요. 당신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지 않겠어요?"
위즐리 부인은 몹시 불안한 것 같았다.
"내가 직접 마법부로 가는 게 좋겠어, 여보. 아무래도 내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 같아. 옷을 갈아입은 후에 곧바로 떠나겠소..."
"아주머니, 혹시 헤드위그가 제 편지를 갖고 오지 않았나요?"
해리는 불쑥 질문을 던졌다.
"헤드위그? 아니... 아니, 우편물은 전혀 없었단다."
위즐리 부인이 어딜둥절해하며 대답했다.
"그만 네 방에 가서 짐을 풀어도 되겠지, 론?"
해리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지면서 말했다.
"응... 나도 방으로 올라가는 게 좋겠어. 헤르미온느, 로라, 너흰?"
론의 눈길이 나와 헤르미온느를 향하고 있었다.
"좋아."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우리는 식당에서 나와 지그재그 모양의 계단을 따라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왜 그래, 해리?"
론이 다락방 문이 닫자마자 물었다.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는 게 있어. 지난 일요일 아침에 다시 이마의 흉터가 아팠어. 잠을 자다가 너무 아파서 깼지."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말에 입을 딱 벌리더니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 먼저 도움이 될 만한 수많은 책들을 늘어놓은 후에 알버스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과 호그와트의 간호 담당인 폼프리 부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줄줄이 언급했다. 론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거기에 없었잖아. 안 그래? 너도 알잖아? 그 사람 말이야. 그러니까 내 말은.... 지난 번에 네 흉터가 계속 아팠을 때에는 그 사람이 호그와트에 있었잖아."
"물론 그가 프리벳 가에 없었던 건 확실해."
해리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꿈을 꾸고 있었어... 그와 피터 꿈을... 너희들도 알지? 생쥐로 변해서 달아난 윔테일...그 꿈의 내용을 전부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분명히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어..."
"해리,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너의 꿈 속에서 웜테일과 그 자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어?"
제발 내 예상이 깨지지 않기를 빌면서 나는 해리에게 질문했다.
"다른 사람이라니...?"
"혹시 소녀.... 없었어? 나와 비슷한 또래거나 아니면 그 연상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 말이야."
"... 있었어. 볼드모트의 애완뱀하고 놀고 있었어... 로라?"
"미안."
해리의 말에 나는 뒤로 주춤거리다가는 후다닥 방을 빠져나갔다. 지니의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는 창문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브라이언을 보고는 바로 내 가방에서 양피지와 깃펜을 찾았다.
애드밀에게.
너와 급하게 만나고 싶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하지만 지금은 만날 수가 없으니까 참을게. 현재 나는 너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 진실을 말해주었으면 좋겠어.
.... 티파니가 살아있지?
편지를 쓰다가 멈칫하자 양피지 위에 뚝뚝 떨어지는 검은 먹물 방울.... 깃펜으로 쓴 부분을 전부 두 줄로 긋어버렸다. 그리고는 깃펜을 내려놓고는 그대로 양피지를 꾸겨놓고는 그 다음에는 불을 붙여버렸다.
"이런 것을 써 봤자 의미 없는데.... 역시 난 행복해져는 안 되니봐, 이브....."
재료 변한 양피지 잔해를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그대로 침대로 들어가버렸다. 티파니가 살아있다... 죽은 줄 알았던 그녀가 살아있다....
**
그 다음 일주일 동안 위즐리씨와 퍼시는 거의 집에 붙어 있을 틈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미처 일어나기 전에 집에서 나갔으며,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완전히 난리가 났어."
우리가 호그와트로 떠나기 전날 일요일 저녁에 퍼시가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
"사람들은 계속 호울러를 보내서 우리는 일주일 내내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었어. 호울러는 금방 열어 보지 않으면 폭발하잖아. 내 책상은 군데군데 불이 그을리고 가장 좋은 깃펜도 새까맣게 타 버렸지."
"사람들이 왜 호울러를 보내는데?"
지니가 거실 벽난로 앞에 깔린 양탄자에 앉아서 마법의 테이프로 《1000가지 마법의 약초와 곰팡이》라는 책을 붙이며 말했다.
"퀴디치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졌던 소동에 대해 불평하고 있는 거야."
퍼시가 어깨를 약간 으쓱거렸다.
"그들은 피해를 입은 재산을 보상해 달래. 플레처는 방이 무려 열두 개나 되는 텐트를 배상해 달라고 청구했어. 그 텐트에는 부글부글 거품이 나오는 목요탕도 달려 있었다고 우기면서... 나는 대뜸 플레처의 속셈을 꿰뚫어봤지. 사실 플레처는 허름한 망토를 막대기로 받쳐 놓고 그 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단 말이야."
위즐리 부인은 초조한 눈으로 구석에 놓여 있는 괘종 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 괘종 시계에는 아홉 개의 황금색 바늘이 있었는데, 각각의 시계 바늘에는 위즐리 가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괘종시계의 숫자판에는 숫자 대신에 '집' '학교' '직장' '행방불명' '병원' '감옥'이라는 글씨가 씌어있었다. 12라는 숫자가 있어야 할 위치에는 '사망'이라는 글씨가 자리를 잡고 있엇다. 여덟 개의 시계 바늘은 '집'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가장 기다린 위즐리씨의 바늘은 여전히 '직장'을 가리키고 있었다. 위즐리 부인은 한숨을 내쉬엇다.
"그 사람이 사라진 이후에는 네 아빠가 주말에 출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단다. 네 아빠가 너무 고생하는 것 같구나. 그런데 왜 이렇게 늦을까? 저녁 식사가 다 식을 텐데..."
"아빠는 퀴디치 월드컵 경기 때 아빠가 저질렀던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렇죠? 솔직히 말하면 아빠가 부서의 책임자와 미리 의논하지 않고 공개적인 발언을 한 것은 분명히 현명하지 못한 처사였어요."
퍼시가 말했다.
"스키터라는 저 비열한 여자가 쓴 기사 따위를 읽고, 감히 네 아빠를 탓할 생각일랑 하지 마라!"
위즐리 부인이 발끈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만약 아빠가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았다면, 교활한 리타 스키터는 마법부에서 한 마디의 논평도 내지 않을 것을 가지고 물고 늘어졌을 거예요. 리타 스키터는 어느 누구도 좋게 보지 않는 여자예요. 언젠가 그 여자가 그린고트 은행 금고를 관리하는 직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어요. 엄마도 아마 그 일을 기억하고 계실 거예요. 그때 스키터는 날 보고 머리만 길고 형편없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론과 체스를 두고 있던 빌이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머리가 좀 길기는 하구나, 얘야. 내게 잠시 맡겨 두면...."
위즐리 부인이 빌의 머리카락에 눈독을 들이면서 말했다.
"싫어요, 엄마."
빗방울이 거실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헤르미온느는 《표준 마법서, 4학년》에 푹 빠져 있었다. 그것은 위즐리 부인이 우리를 위해서 다이애건 앨리에서 사온 책이었다. 찰리와 아리애나는 불에 잘 견디는 발라클라바를 꿰매고 있었다. 해리는 빗자루 수리 장비 세트를 열어놓고 열심히 파이어볼트를 닦고 있었고, 프레드와 조지는 깃펜을 양피지에 대고 끄적이면서 소근거리고 있었다.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위즐리 부인이 한쪽 구석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는 쌍둥이 현제를 눈여겨보며 말했다.
"숙제하고 있어요."
프레드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냐? 아직 개학도 하지 않았는데, 숙제는 무슨 숙제?"
위즐리 부인은 눈을 더욱 가늘게 뜨고 쌍둥이 형제를 노려보았다.
"아니에요. 조금 남은 게 있어요."
조지가 재빨리 손을 흔들면서 변명했다.
"혹시 새로운 상품 주문 용지를 쓰고 있는 건 아니겠지? 위즐리 형제 마법사의 기발한 발명품이 다시 시작하기만 해봐라."
위즐리 부인의 눈빛은 마치 쌍둥이 형제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
프레드는 괴로워 죽겠다는 듯이 위즐리 부인을 보며 말했다.
"만약 내일 호그와트 급행 열차가 충돌해서 조지와 제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래서 엄마가 우리에게 한 마지막 말이 아무런 근거도 없는 트집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기분이 어떻겠어요?"
삽시간에 거실은 더들썩한 웃음 바다가 되었다. 심지어 위즐리 부인까지도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나는 웃을 수가 없어서 그저 책 속에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프레드가 죽는다는 소리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장난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오, 네 아빠가 오시는구나!"
갑자기 위즐리 부인의 괘종 시계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직장'이라는 칸에 있었던 위즐리씨의 시계 바늘이 '이동 중'이라는 칸에 가 잇었다. 잠시 후에 시계 바늘이 바르르 떨리더니 다른 바늘들이 모여 있는 '집'에서 멈추었다.
"애들아!"
위즐리씨가 식당으로 들어오면서 외쳤다.
"어서 오세요, 여보!"
위즐리 부인이 서둘러 달려 나갔다. 잠시 후에 위즐리씨는 저녁 식사가 담긴 쟁반을 들고 따뜻한 거실로 들어왓다. 위즐리시는 완전히 탈진한 것처럼 보였다.
"아주 심각한 문제가 생겼소."
위즐리씨는 벽난로 근처에 놓여 있는 안락의자에 털썩 주저앉더니 식어 빠진 양배추 요리를 툭툭 건들렸다. 위즐리씨는 식욕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리타 스키터가 글쎄, 지금까지 마법부가 저지른 실책을 알아낸답시고 일주일 내낸 들쑤시고 다녔다오. 아마도 그 기사가 내일자 <예언자 일보>에 제 1면 톱 기사로 실릴 거요. 루도 베그만에게 버사를 좀 찾아보라고 그렇게도 충고했건만,..."
"크라우치씨도 항상 그런 말씀을 하셨죠."
퍼시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래도 크라우치씨는 아주 운이 좋은 셈이야. 윙키에 대해서는 리타 스키터도 미처 알아내지 못했으니까... 만약 크라우치의 꼬마 집요정이 어둠의 표식을 불러낸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그 여자는 일주일 동안 <예언자 일보>의 톱 기사로 써먹을 거야."
"그 꼬마 집요정이 무책임했던 건 사실이지만 어둠의 표식을 불러내지는 않았다는 걸 다들 인정한 줄 알았는데요?"
퍼시가 말했다.
"하지만 크라우치씨는 꼬마 집요정을 학대하고 있어. <예언자 일보>의 기자들이 그 사실을 모르는 게 정말 천만다행이지."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냈다.
"잘 들어, 헤르미온느! 크라우치씨 같은 마법부의 고위 간부는 하인들의 철저한 복종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어."
퍼시는 몹시 화가 난 것 같았다.
"하인이 아니라 노예겠지!"
헤르미온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퍼시를 쏘아보았다.
"왜냐하면 크라우치씨는 윙키에게 봉급을 주지 않으니까... 안 그래?"
"너희들 모두 방으로 올라가서 짐을 제대로 챙겼는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구나!"
위즐리 부인이 말다툼을 중단시키면서 말했다.
"어서! 자, 애들아.."
위즐리 부인의 말에 헤르미온느를 데리고는 지니와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헤르미온느는 자신의 침대로 가서는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거기에 신경을 끄고는 짐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미란다 고시오크의 《표준 마법서, 4학년》 이외에도, 깃펜 한 세트와 수십 개의 양피지 두루마리 그리고 마법의 약 조제용 재료들이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대모가 사준 드레스까지 챙겼다.
"어떻게 그 많은 것이 그 트렁크 한 개에 들어갈 수 있는 거지?"
내가 짐을 싸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 지니가 궁금하듯이 질문했다.
"확장 마법이 걸려 있으니까."
나는 지니를 보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는 트렁크의 문을 닫아버렸다.
아침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거의 잠을 설쳐버렸다. 방학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우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잠옷을 벗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폭우는 여전히 창문을 때리고 있었다. 식당에서 위즐리 부인을 도와주고 있을 때, 벽난로의 타오르는 불길 속에 디고리씨의 얼굴이 둥둥 떠서 나타났다. 위즐리 부인은 그와 잠시 대화를 하고는 식당을 나섰다.
"여보! 마법부에서 연락이 왔어요. 급한 전갈이에요!"
위즐리 부인이 외치자, 위즐리씨는 망토를 거꾸로 입은 채 쏜살같이 식당으로 달려갔다. 해리와 프레드와 조지와 론은 그가 빨리 지나갈 수 있도록 벽에 딱 달라붙었다.
"여기 어딘가에 분명히 깃펜을 넣어 두었는데..."
위즐리 부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찬장 서랍을 뒤적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위즐리씨는 벽난로를 향해 디고리씨와 대화하고 있었다.
"이웃과 살고 있던 머글들이 그 소란을 똑똑히 목격했다는 거야. 그래서 머글들은... 그걸 뭐라고 부르지? 소방관? 경찰? 좌우지간 그들에게 신고를 했다네. 아서, 자네가 좀 가야겠네."
불똥이 딱딱 튀어오르고 귓가에서 불꽃이 넘실거렸지만 디고리씨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줄곧 떠들어대고 있었다.
"여기 있어요!"
위즐리 부인이 양피지와 잉크병 그리고 끝이 찌그러진 깃펜을 위즐리씨에게 재빨리 건네주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들은 건 정말 우연이었네."
디고리씨가 말했다.
"그날따라 부엉이 두 마리를 보낼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사무실로 나갔다네. 그러다가 마법 오남용 관리과 직원들이.... 모두 출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 아서. 만약 리타 스키터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매드아이는 뭐라고 하던가?"
위즐리씨는 잉크병 뚜겅을 열더니 깃펜에 잉크를 잔뜩 묻혀서 받아 적을 준비를 하며 물었다.
"매드아이는 어떤 침입자가 자기네 집 마당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어. 그런데 그 침입자들은 매드아이네 집 쓰레기통의 기습 공격을 받았다는 거야."
디고리씨가 디룩디룩 눈알을 굴리면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쓰레기통이라니?"
위즐리씨가 미친 듯이 글씨를 쓰면서 물었다.
"요란한 소음이 들리더니 쓰레기통이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날아가 버렸다고 하더군. 분명히 머글 경찰이 나타났을 때에도... 쓰레기통 가운데 하나가 여전히 날아다니고 있었을 거야."
"침입자는 어떻게 됐나?"
위즐리씨가 끙끙거리면서 물었다.
"아서, 자네도 매드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는가? 한밤중에 누군가가 매드아이의 집 마당으로 몰래 침입핮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감자 껍질을 뒤집었는 채 어슬렁거리면서 주위를 돌아다니는 미친 고양이라면 또 모를까? 어쨌거나 마법 오 남용 관리과 직원들이 매드아이를 잡는다면, 그는 끝장이야. 이미 매드아니는 전과가 많지 않는가? 자네 부서에서 매드아이 건을 처리하게. 가벼운 벌금을 매기는 정도에서 끝나도록 말이야. 쓰레기통을 폭발시키는 범칙 행위를 저지르면, 벌금이 얼마나 나오겠나?"
디고리씨가 말했다.
"아무래도 신중히 행동하는 게 좋겠어. 그런데 매드아이가 지팡이를 사용하지는 않았나? 실제로 공격을 당한 사람은 없었나?"
위즐리씨가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양피지 위에 여전히 뭔가를 부지런히 받아 적으면서 물었다.
"그 사람은 분명히 미친 듯이 침대에서 내려온 후에 창 밖으로 온갖 주문을 닥치는 대로 퍼부었을 거야. 하지만 마법 오 남용 관리관 친구들도 그 사실을 증명하려면 애를 좀 먹을 거야. 일단 사상자가 하나도 없으니까..."
"좋아, 곧 출발하겠네."
위즐리씨가 메모한 양피지를 호주머니 속에 쑤셔 넣더니 서둘러 식당으로 나갔다.
"미안합니다, 몰리."
디고리씨의 머리가 위즐리 부인을 바라보았다.
"아침 일찍부터 성가시게 해서... 하지만 매드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아서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매드아이는 오늘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되어 있거든요. 하필이면 어젯밤에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
디고리씨가 조금 흥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에이머스. 가시기 전에 토스트 좀 드시겠어요?"
"오, 정말 고맙소."
디고리씨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식탁 위에는 버터를 듬뿍 바른 토스트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위즐리 부인은 재빨리 토스트 한 조각을 집게로 집어 디고리씨의 입 속에 넣어 주었다.
"고맙습니다."
디고리씨는 입을 우물거리면서 인사를 한 후에 펑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위즐리씨가 빌과 찰리, 퍼시 그리고 여자 아이들에게 황급히 작별 인사를 하는 소리를 들었다. 5분 후에 위즐리씨가 다시 식당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망토를 제대로 갖추어 입고 머리를 빗질하고 있었다.
"나는 바쁜 일이 있단다. 학기 잘 보내거라, 애들아."
위즐리씨가 해리와 론과 쌍둥이 형제와 나를 쳐다보면서 인사했다. 위즐리씨는 망토를 어깨 위로 끌어올리더니 순간이동으로 막 떠날 준비를 했다.
"여보, 당신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킹스 크로스까지 갈 수 있겠소?"
"물론이지요. 당신은 매드아이나 잘 해결하세요. 우리 염려는 조금도 하지 마시고요."
위즐리씨가 뿅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자 빌과 찰리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지금 매드아이라고 했나요? 매드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요?"
빌이 물었다.
"매드아이 말로는, 어젯밤에 누군가가 자신 집으로 침입했다는 거야. 그래서 마법을 써서 공격했다는구나."
위즐리 부인이 말해주었다.
"매드아이 무디? 그 정도까지 심한 미치광이는 아닌 줄 알았는데..."
조지는 토스트에 마멜레이드 잼을 바르면서 말했다.
"네 아빠는 매드아이 무디를 아주 존경하고 있단다."
위즐리 부인이 엄하게 말했다.
"그래, 그렇지. 아빠는 플러그를 수집하잖아, 안 그래? 끼리끼리 모이는 거지, 뭐..."
위즐리 부인이 식당에서 나가자, 프레드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한창 때에는 무디도 아주 훌륭한 마법사였어."
빌이 말하자, 찰리도 이에 동의했다.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의 친구이기도 하지."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도 사실은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어. 안 그래? 그러니까 내 말은.... 덤블도어가 아주 뛰어난 천재였고,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프레드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매드아이가 누구예요?"
해리가 물었다.
"한때 마법부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사람이야."
찰리가 대답했다.
"아빠가 나를 데리고 사무실에 갔을 때, 그 사람을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어. 그 사람은 오러였어. 그것도 가장 훌륭한 오러였지..."
"오러는 어둠의 마법사들을 잡는 사람 말이야."
어리둥절한 해리의 표정을 보자, 아리애나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즈카반 감옥 절반이 거의 매드아이 덕분에 채워지다시피 했지. 하지만 그 대신에 매드아이는 수많은 적들을 갖게 됐어... 주로 매드아이가 체포한 죄수의 가족들이... 나이가 들면서 매드아이는 점점 더 편집광적인 증세를 보인다고 하더군. 더 이상 아무도 믿지 않는 거야... 도처에서 어둠의 마법사들이 보인다고 하면서 말야."
빌과 찰리와 아리애나는 킹스 크로스 역까지 우리를 배웅하기로 했다. 하지만 퍼시는 호들갑스럽게 사과를 하면서 반드시 직장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근무 시간을 어길 수는 없어. 변명의 여지가 없단 말이야. 크라우치씨는 요즘 들어서 나를 정말로 신뢰하기 시작하셨어."
퍼시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그거 알아, 퍼시형?"
조지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내 생각에도 크라우치씨가 형의 이름을 제대로 알게 될 날이 얼마 남아 않을 것 같아."
위즐리 부인은 용감무쌍하게도 마을 우체국 전화를 이용해서 머글 택시 석 대를 불렀다.
"애들 아빠가 마법부 차를 빌려 주려고 하셨단다."
위즐리 부인은 해리를 쳐다보면서 변명하듯이 말했다.
폭우로 온갖 지저분한 것들이 깨끗하게 씻겨 나간 마당으로 나가서 택시 운전사들이 묵직한 트렁크 일곱 개를 자동차에 싣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남는 차가 한 대도 없다지 뭐니.... 어머, 얘야! 저 사람들은 별로 즐거운 것 같지 않구나. 무슨 일 때문일까?"
위즐리 부인에게 극도로 흥분한 부엉이를 자동차에 태우는 것은 머글 운전사들에게 있어서 극히 드문 일이라는 말을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피그위존은 귀청이 찢어질 듯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프레드의 트렁크가 열리면서 필리버스터 박사의 놀라운 불꽃놀이 폭줄이 마구 터졌다. 그 순간 트렁크를 운반하던 택시 운전사는 두려움과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폭죽 소리가 깜짝 놀란 크룩생크가 택시 운전사의 다리를 발톱으로 할퀴었기 때문이다.여행은 아주 불편했다. 커다란 트렁크 사이에 끼인 채, 택시 뒷좌석에 간신히 앉아 있어야만 했다. 폭죽 소리를 듣고 놀란 크룩생크가 겨우 진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런던에 도착할 무렵이 되었을 때에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의 몸은 온통 크룩생크의 할퀸 자국투성이었다. 마침애 택시가 킹스 크로스 역에 도착하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폭우는 더욱 심해지고 잇었다. 혼잡한 도로를 건너서 역까지 트렁크를 나르는 동안, 모두들 물에 빠진 새앙쥐 꼴이 되고 말았다. 부엉이를 데리고 있는 해리와 나와 론과 크룩생크를 가지고 있는 헤르미온느가 제일 먼저 승강장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태연하게 벽에 등을 기대고 잡담을 나누다가 슬쩍 미끄러지듯이 들어갔다. 그러자 곧 눈앞에 9와 4분이 3번 승강장이 나타났다.
호그와트 급행 열차는 이미 승강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번쩍거리는 자줏빛 증기 기관차가 수증기를 뿜어냈다. 마구 소용돌이치는 증기 구름 때문에 승강장에 서 있는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이 마치 거무스름한 유령처럼 보였다. 뿌연 안개 속에서 부엉부엉 울어대는 수많은 부엉이들에게 일일이 응답하느라 피그위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시끄럽게 굴었다. 우리는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짐을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에 다시 승강장으로 내려가서 위즐리 부인과 빌과 찰리와 아리애나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얼마 후에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몰라. 어쩌면..."
찰리가 지니를 끌어안고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 빙그레 웃었다.
"왜?"
프레드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곧 알게 될 거야... 찰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퍼시에게 말하면 안 돼. 그건 '마법부가 공개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시기까지 기밀 사항'이니까 말이야."
아리애나가 덧붙이면서 말했다.
"그래, 나도 올해에는 다시 한 번 호그와트를 방문해 보고 싶어."
빌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놓은 채, 거의 동경하는 듯한 눈길로 기차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는데?"
조지가 조바심을 내면서 물었다.
"올해는 아주 재미있는 한 해가 될 거야. 어쩌면 잠깐 틈을 내어서 한번 구경하러 갈 수 있을지도 몰라..."
빌이 눈빛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뭘 구경한다는 거야, 형?"
론이 캐물었지만, 바로 그때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위즐리 부인은 우리를 데리고 급행 열차의 출입구로 걸어갔다.
"초대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기차에 올라탄 헤르미온느가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맞아요.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저도 감사드려요."
해리도 꾸벅 인사를 하자 나도 인사했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인데 뭘 그러니, 애들아. 크리스마스에도 너희 셋을 초대하고 싶단다. 하지만... 너희들은 아마.... 호그와트에 머무르고 싶어하지 않을까? 음.... 이런 일 저런 일 때문에 아주 바쁠 테니까..."
위즐리 부인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엄마! 우리가 모르는 무슨 일이 있는 거죠?"
론이 잔뜩 흥분해서 소리쳤다.
"아마도 오늘 저녁이면 너희도 알게 될 거란다. 그 일은 굉장히 재미있을 거야. 엄마는 규칙이 바뀌어서 정말 기쁘단다."
위즐리 부인이 말했다.
"무슨 규칙 말이죠?"
해리와 프레드와 조지가 동시에 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직접 설명하실 거야... 자, 얌전하게 굴어라. 알았니? 알았니, 프레드? 그리고 너, 조지도?"
증기 기관차가 슛슛거리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더니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호그와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잇는지 우리에게 좀 알려 주세요!"
프레드가 창문 밖으로 목을 내밀면서 고함을 질렀다. 위즐리 부인과 빌과 찰리의 모습이 아주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무슨 규칙이 바뀌었다는 거예요?"
위즐리 부인은 단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가만히 손을 흔들 뿐이었다. 기차가 모통이를 돌기도 전에, 위즐리 부인과 빌과 찰리와 아리애나의 모습이 뿅 하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