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36
부엉이장은 돌로 지어진 동그란 모양의 방이었다. 그러나 창문에는 유리가 한 장도 끼워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바람이 그대로 불어오고 있었다. 부엉이장의 바닥에는 온통 짚과 부엉이 똥과 생쥐나 들쥐의 뼈다귀들로 뒤덮여 있었다. 길게 늘어서 있는 횃대 위에는 수백 마리나 되는 온갖 종류의 부엉이들이 앉아있었다. 대부분의 부엉이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에서 동그란 호박색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로라, 여기서 뭐해?"
해리가 편지를 보내기 위해서 안으로 들어오면서 나에게 말했다.
"브라리언에게 먹이 주려고."
해리를 보면서 내가 말했다. 그리고는 그를 지나쳐서는 부엉이장을 나왔다. 손거울을 꺼내들어서 거울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가는 미약하지만 여전히 남아있엇다.
아침 식사 시간에 해리는 우리에게 시리우스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건 거짓말이야, 해리. 너는 그냥 흉터가 아프다고 상상한 게 아니었잖아."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래서 어쩠다는 거야? 나 하나 때문에 시리우스가 아즈카반에 갇히도록 놔두란 거야?"
해리가 완강하게 말했다.
"그만둬."
헤르미온느가 다시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자, 론이 제지했다. 이번에는 헤르미온느도 론의 경골르 무시하지 않고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 시간은 점점 더 견디기 힘들었다. 그냥 땡땡이치고 싶을 정도다. 그것은 얼마 전부터 시작된 수업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너희들에게 임페리우스 저주를 내리겠다.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나오거라. 과연 그 저주를 막아낼 수 있는 학생이 있을까?"
무디 교수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교수님은 그게 불법이라고 하셨잖아요."
무디 교수가 지팡이로 휘둘러서 책상들을 다 치우고 교실 한가운데에 빈 공간을 만들자 헤르미온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말했다.
"교수님은... 이 저주를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
"덤블도어 교수는 임페리우스 저주를 받으면 어떤 느김이 드는지 너희들이 배우기를 바라고 있다."
무디 교수는 마법의 눈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헤르미온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미 알고 있다고! 그런 무디 교수의 말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누가 너한테 이 저주를 내려서 너를 완전히 조종해도 상관없다면.... 나는 괜찮다. 이걸 배우지 않아도 좋다. 이 교실에서 나가거라."
무디 교수는 굵은 마디가 있는 손가락을 들어올리더니 문을 가리켰다.
"저는.... 교실에서 나가고 싶다는 뜻이 아니에요."
헤르미온느는 얼굴을 붉히면서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해리와 론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씩 웃었다. 무디 교수는 한 명씩 나오게 하더니, 학생들에게 임페리우스 저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 저주를 받은 사람들이 아주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딘은 국가를 부르면서 교실을 세 바퀴나 돌았다. 라벤더는 다람쥐 흉내를 냈다. 네빌은 평상시에는 전혀 할 수 없을 것 같은 아주 어려운 체조를 연속적으로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 저주를 막지 못했다.
"포터."
무디 교수가 무뚝뚝하게 해리를 불렀다.
"네 차례다."
해리는 교실 한가운데의 빈 공간으로 걸어갔다. 무디 교수가 지팡이를 들어올리고 해리를 겨냥했다.
"임페리오."
저 저주에 걸리면 수많은 생각과 걱정이 서서히 사라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행복감이 머리 속을 휘감지. 명령에 복종하면 행복하겠지만 불복종하면 강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해리는 책상 위로 뛰어으로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고분고분 무릎을 굽혔다. 그렇지만 해리는 책상 위로 뛰어오르지 않았다. 책상 모서리에 힘껏 부딪힌 해리는 그만 벌러덩 넘어지고 물었다.
"자, 정말 잘했다."
무디 교수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해리가 싸운 것이다.
"이걸 보거라, 얘들아. 포터가 싸웠다! 포터는 그 저주와 치열하게 싸워서 거의 이길 뻔했다! 다시 한 번 해 보자, 포터!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은 똑독히 주목하거라. 특히 포터의 두 눈을 잘 관찰해야만 한다. 너희들이 봐야할 곳이 바로 눈이니까... 잘했다, 해리! 정말 잘했어! 아무래도 그들이 널 조종하는 건 조금 힘들 거다!"
무디 교수는 해리의 역량을 시험하겠다는 미명하에, 해리가 그 저주를 완전히 물리칠 수 있을 때까지 연달아 네 번이나 공격하겠다고 우겼다.
"무디 교수의 말투 말이야."
한 시간 후에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나오는 해리가 말했다.
"마치 우리 모두가 언제 어느 때라도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잖아."
"그래, 맞아."
론이 맞장구쳤다. 론은 한 발로 번갈아 가면서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 임페리우스 저주로 인해 더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무디 교수는 점심 시간 무렵이 되면 그런 영향이 모두 없어질 거라고 안심시켰다.
"바로 그런 게 편집광적인 증세라는 거야."
론은 무디 교수가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조하게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무디 교수가 은퇴하자, 마법부 사람들이 몹시 기뻐한 것도 아주 당연해. 그런데 해리, 혹시 무디 교수가 시무스에게 말하는 거 들었니? 언젠가 만우절 날 무디 교수의 등 뒤에서 장난으로 우우 하고 소리친 마녀에게 그가 어떻게 했는지? 어쨌거나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도대체 언제 임페리우스 저주를 물리치는 방법을 복습하라는 거야? 로라는 좋겠네, 그 마법이 안 느껴지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 난 필사적으로 저항한 거야."
무디 교수가 그 저주를 나에게 사용했지만 나는 그 저주가 원하는 대로 복종하지 않았다. 덕분에 기진맥진했지만 몸은 아프지 않았다. 과거에 그 저주를 받은 것이 다행일까 아니면 불행일까나? 화재가 있기 전에 나는 그 저주 때문에 나는 내 어머니의 목을 졸랐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이성은 외치고 있는데 몸은 그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 두 번 다시는 그런 끔찍한 일은 겪고 싶지 않아."
작게 중얼거리면서 다른 수업을 들으러 향했다.
4학년생들은 모두 이번 학기에 해야 할 공부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변신술 수업 시간에 맥고나걸 교수가 숙제를 잔뜩 내자, 학생들은 큰 소리로 불평을 터뜨렸다. 맥고나걸 교수는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은 지금 마법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계로 들어가고 있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사각형 모양의 안경 너머로 눈을 번뜩이면서 말했다.
"여러분이 반드시 치러야 할 '표준 마법사 수준' 테스트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건 5학년 때 치르잖아요! 아직 1년이나 남았다구요!"
딘이 입술을 불쑥 내밀고 툴툴거렸다.
"아닐 수도 있단다, 토마스. 그러니까 시험을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해! 내가 만족할 만큼 고슴도치를 바늘방석으로 변신 시킬 수 있는 사람들은 이 학급에서 에반스와 그레인저뿐이야. 너의 바늘방석은 여전히 핀을 가지고 다가가면 깜짝 놀라면서 잔뜩 몸을 웅크린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렴, 토마스!"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다시 발그스름하게 물들였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너무 좋아하는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점술 수업에 참석한 해리와 론은 트릴로니 교수의 칭찬을 받자, 헤벌쭉 입을 벌리면서 굉장히 좋아했다. 트릴로니 교수가 그들이 제출한 숙제에 최고점을 준 것이다. 트릴로니 교수는 그들의 예언 중에서 많은 부분을 큰 소리로 읽으면서, 그들이 가까운 장래에 다가올 공포들을 아주 결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트릴로니 교수가 만족스러운 눈길로 해리와 론을 쳐다보면서 그 다음 달에도 대해서도 똑같이 숙제를 해 오라고 하자, 그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재앙에 대한 아이디어를 거의 다 써먹었기 때문이다. 마법의 역사를 가르치는 빈스 교수는 18세기의 도깨비 반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했으며, 세베루스는 해독제 연구를 강요하고 있었다. 세베루스는 학급 아이들이 만든 해독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알아보기 위해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한 명을 골라서 독약을 먹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잔뜩 겁먹은 학생들은 그 말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또한 플리트윅 교수는 소환 마법 수업을 위해 책을 세 권 더 읽으라고 말했다. 심지어 해그리드까지도 학생들이 공부해야할 양을 더욱 늘리는 데 단단히 한몫하고 있었다. 폭탄 꼬리 스크루트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파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탄 꼬리 스크루트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잇었다. 해그리드는 무척 기뻐하면서 학생들에게 연구 과제를 주었다. 그것은 학생들이 이틀에 한 번씩 저녁 시간에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가서, 폭탄 꼬리 스크루트를 관찰하고 특이한 행동을 적어 내라는 것이다.
"저는 사양하겠어요."
해그리드가 마치 산타크로스가 자루 속에 커다란 장난감을 하나 더 꺼내 주는 듯한 태도로 제안하자 드레이코 말포이가 딱 잘라 거절했다.
"저는 수업 시간에 이 더러운 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 순간 해그리드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시키는 대로 해, 말포이."
해그리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무디 교수가 한 것처럼 할 테니까... 나도 네가 착한 흰 족제비로 변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단다."
그리핀도르 학생들은 떠들썩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말포이의 얼굴이 수치와 분노로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제대로 항변조차 하지 못했다. 무디 교수가 내린 벌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고통스럽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이 끝나자,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성을 향해 걸어갔다. 해그리드가 단번에 말포이를 잠잠하게 만든 것을 보자 우리는 아주 통쾌했다. 현관 안의 넓은 홀에 도착하자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수많은 학생들이 커다란 표지판이 세워진 데리석 계단 밑으로 장시진을 치고 있었다. 세 사람 중에서 가장 키가 큰 론이 발긑을 한껏 치켜들더니 그 표지판에 적혀 있는 내용을 우리에게 큰 소리로 읽어주었다.
트리위저드 시합
보바통과 덤스트랭의 대표단이 10월 30일 금요일 오후 6시에 도착합니다. 수업은 30분 일찍 끝날 예정입니다. 호그와트의 학생들은 가방과 책을 각자 기숙사에 갖다두고 성 앞으로 모이도록 하십시오. 환영 만찬을 열기 전에 손님을 정중하게 맞이할 예정입니다.
"정말 잘 됐네!"
해리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금요일의 마지믹의 수업은 호그와트의 약 시간이야! 스네이프는 우리에게 절대로 독약을 먹이지 못할 거야!"
"일주일 밖에 안 남았어!"
후플푸프의 어니 맥밀란이 눈을 반짝이면서 말했다.
"케드릭이 알고 있을까? 어서 가서 알려줘야지..."
"케드릭이라니?"
어니가 다급하게 달려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론이 물었다.
"디고리 말이야. 케드릭도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할 생각인가 봐."
해리가 대답했다.
"그 멍청이가 호그와트의 챔피언이 된다구?"
떠들썩한 인파를 헤치면서 계단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론은 몹시 불만스러운 듯이 소리쳤다.
"케드릭은 멍청이가 아니야."
"맞아. 너는 그저 케드릭이 퀴디치 경기에서 그리핀도르를 이겼기 때문에 무조건 싫어하는 거잖아."
내가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덧붙이면서 말했다.
"나는 케드릭이 정말로 훌륭한 학생이라고 들었어. 그리고 케드릭은 반장이야."
헤르미온느는 마치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했다.
"너는 그저 케드릭이 잘생겼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뿐이잖아."
론이 가차없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나는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좋아하진 않아!"
헤르미온느가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론은 일부로 헛기침을 했는데, 이상하게 꼭 '록허트'처럼 들렸다. 현관 안의 넓은 홀에 붙은 표지판은 성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눈에 뜨일 정도로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다음 일주일 동안에는 어디를 가든지 온통 트리위저드 시합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누가 호그와트의 챔피언으로 선발될 것인가? 트리위저드 시합 종목은 무엇인가? 보바통과 덤스트랭의 학생은 어떻게 다른가? 무성한 소문들이 마치 전염성이 강한 병균처럼 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옮겨졌다.
날이 갈수록 성은 점점 더 깨끗해졌다. 꼬질꼬질하게 때가 묻어 있던 초상화가 몇 점도 깨끗하게 닦여졌다. 하지만 정작 초상화 속의 당사자들은 별로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굉장히 불쾌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들은 남몰래 투덜거리면서 액자 한쪽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엇다. 분홍빛 속살이 그대로 드러다나 그만 질겁하고 말았던 것이다. 갑옷은 아무 기척도 없이 조용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기름을 잔뜩 치자, 더 이상 끽끽거리는 소음을 내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학교 관리인 아구스 필치는 신발을 닦지 않고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 아주 사납게 화를 냈다. 필치에게 야단을 맞은 1학년 여학생 두 명은 공포에 질려서 벌벌 떨었다. 다른 교직원들도 모두 이상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롱바텀, 부디 덤스트랭 학생들 앞에서는 네가 간단한 전환 마법 하나 제대로 못 한다는 사실을 드러내지 말거라!"
맥고나걸 교수는 특히 어려운 수업 끝에 마구 호통을 쳤다. 그 수업 시간에 네빌은 실수로 자신의 귀를 선인장에 이식시켰던 것이다.
마침내 10월 30일 아침이 밝았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불과 하룻밤 사이에 연회장은 아주 멋지게 장식되어 있었다. 벽에는 제각기 호그와트의 기숙사를 상징하는 커다란 비단 깃발들이 걸려 있었다. 그리핀도르의 깃발은 붉은색 바탕에 황금색 사자가, 래번클로의 깃발은 파랑색 바탕에 청동색 독수리가, 후플푸프의 깃발은 노란색 바탕에 검은 오소리가, 슬리데린의 깃발은 초록색 바탕에 은색 뱀이 그러져 있었다. 가장 큰 깃발은 교수석 뒷벽에 걸려 있엇다. 사자와 독수리와 오소리와 뱀이 커다란 알파벳 문자 'H'를 둘러싸고 있는 호그와트의 방패꼴 문장이 그러져 있는 깃발이었다. 프레드와 조지가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평소와 달리 다른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근거리고 있었다.
"정말 불쾌해. 하지만 만약 그가 우리에게 직접 말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그에게 편지를 보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걸 그의 손에 마구 밀어 넣거나.... 그가 우리의 영원히 피해 다닐 순 없어."
조지가 음산한 목소리로 프레드에게 말하고 있었다.
"누가 형들을 피하는데?"
론이 두 사람 사이에 앉으며 물었다.
"제발 네가 그랬으면 좋겠다."
갑자기 방해를 받게 되자, 프레드가 화난 얼굴로 말했다.
"뭐가 불쾌하다는 거야?"
론이 조지에게 물었다.
"너처럼 함부로 참견하는 녀석이 내 동생인 거..."
조지가 투덜거렸다.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할 수 있는 기발한 생각이라도 있어?"
해리가 물었다.
"맥고나걸 교수에게 챔피언들이 어떤 방식으로 선정되는지 물어봤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가 없었어. 그저 너구리를 변신시키는 거나 잘하라는 충고를 들었을 뿐이야."
조지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 시험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걸까? 우리는 분명히 잘할 수 있을 거야, 해리. 지금가지도 우린 위험한 일을 잘 해 나갔잖아."
론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심판관 앞에서는 해본 적 없잖아. 맥고나걸 교수는 그 임무를 얼마나 잘 해겨하느냐에 따라서 점수를 매겨진다고 했어."
프레드는 조용히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심판관이 누구지?"
해리가 물엇다.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는 학교의 교장들은 모두 심판관 명부에 올라와 있어."
헤르미온느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자, 모두들 깜짝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1792년 열린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한 가지 불상사가 생겼기 대문이야. 챔피언들이 잡기로 되어 있던 카커트리스가 마구 날뛰면서 돌아다니는 바람에 세 명 모두 부상 당했거든."
헤르미온느는 다들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언제나처럼 자신이 읽은 책을 아무도 읽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나참, 그건 《호그와트의 역사》에 다 나와 있는 거야. 물론 그 책이라고 해서 모두 믿을 만한 건 아니지만 말야. 차라리 '수정된 호그와트의 역사'라고 하는 게 더욱 정확한 제목이겠지. 그렇지 않으면 '학교의 추찹한 면에 대해서는 그럴듯한 말로 얼버무린, 굉장히 편파적으로 가려낸 호그와트의 역사'라고 하거나..."
"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론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물었다.
"꼬마 집요정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
"《호그와트의 역사》는 무려 천 쪽에 걸친 그 방대한 내용 어디에도 백 명에 달하는 노예들의 억압에 대해 우리 모두가 결탁하고 있다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어!"
헤르미온느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은 후에 스크램볼드 에그를 먹기 시작했다. 꼬마 집요정들의 권리를 추구하기 위한 헤르미온느의 결심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해리와 론이 배지 값으로 2시클을 내긴 했지만 순순히 돈을 준 것은 오직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들은 공연히 돈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헤르미온느를 자극해서 더욱 시끄럽게 떠들도록 만드는 결과만 초래했다. 왜냐하면 헤르미온느는 처음에는 배지를 달고 다니라고 성화를 부리더니, 그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배지를 사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둥 계속 해리와 론을 괴롭혔기 때문이었다. 또한 헤르미온느는 매일 저녁 마다 그리핀도르 학생 휴게실을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을 구석에 몰아세우고 덜거덕거리는 모금함을 코앞에 불쑥 들이밀었다. 그리고 맹렬한 기세로 소리치곤 했다.
"너희들의 시트를 갈고 너희들의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너희들의 교실을 청소하고 너희들의 음식을 만드는 이런 모든 일들을, 봉급 한 푼 방지 못하는 노예처럼 지내는 신비한 생물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는 알고 있니?"
네빌과 같은 아이들은 그저 헤르미온느의 무서운 눈총을 받지 않기 위해서 억지로 돈 냈다. 극소수의 아이들은 헤르미온느가 하는 말에 약간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캠페인을 벌인다든가 하는 좀더 활동적인 일에 참여하는 것을 극구 사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일을 아주 우스꽝스럽게 여겼다.
"로라도 사!"
"싫어. 난 필을 학대한 적이 없어. 비록 봉급과 휴가는 주지 않더라도 필은 내 곁에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어. 그러니까 다른 집요정이야 내가 알 봐 아니잖아."
조금 이기적일지도 몰라도 나는 그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 존재에게 괜히 신경써봤자 좋은 꼴 보지 못했다.
"그리고 난 내 앞가림으로 바빠.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로라!"
"다른 사람의 일에 끼어들어서 어떤 일을 당했는데, 내가!"
나는 나즈막히 말하고는 책을 펼쳐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해서 알린 값이 어머니의 죽음이다. 좋은 쪽으로 이끌어주려고 한 것뿐인데, 나는 미래를 말한 그 값으로 하나 뿐인 가족을 잃어야 했다.
"헤르미온느, 너 주방에 한 번이라도 내려가 본 적 있니?"
가을 햇빛이 따뜻하게 내리비치는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딴전을 피우는 론과 베이컨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열심히 먹는 프레드와 다릴 조지는 헤르미온느에게 몸을 숙여 말했다.
"아니, 없어. 학생들은 주방에 들어갈 수 없..."
헤르미온느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물론 그렇지. 하지만 우리는 가 봤어."
조지가 프레드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것도 아주 여러 번이나... 물론 음식을 훔치기 위해서 들어갔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만난 적도 있어. 그들은 아주 행복해 보였어. 그들은 자신들이 이 세상에서 최고의 일자리를 얻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건 꼬마 집요정들이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하고 세뇌를 당했기 때문이야."
헤르미온느는 몹시 흥분해서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의 말은 부엉이 집배원들이 마구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아오는 소리 때문에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헤드위그가 해리를 향해 곧장 날아오자 헤르미온느가 말을 멈췄다. 해리는 재빨리 헤드위그의 발에 매달린 시리우스의 답장을 떼어냈다. 해리가 베이컨을 조금 주자, 헤드위그는 약간 고개를 끄덕이더니 와구와구 먹었다. 잠시 후에 프레드와 조지가 다시 트리위저드 시합 얘기에 완전히 몰두하고 있는 걸 본 해리는 우리에게 작은 목소리로 시리우스의 편지를 읽어 주었다.
잘했다, 해리. 나는 다시 이 나라로 돌아와서 잘 숨어 있단다. 나는 네가 호그와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보다 자세히 알려 주었으면 좋겠구나. 나에게 편지를 보낼 때는 더 이상 헤드위그를 이용하지 말거라. 부엉이를 계속 바뀌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내 걱정은 하지 말고, 항상 몸조심하도록 해라. 내가 네 흉터에 대해 한 말을 잊어버리지 말거라.
시리우스
"어째서 부엉이를 게속 바꿔야 하는 거지?"
론이 한껏 목소리를 낮추면서 물었다.
"그건 헤드위그가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기 때문이야. 헤드위그는 눈에 금방 띄잖아. 시리우스의 은신처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눈처럼 새하얀 부엉이가 계속 그곳을 들락거린다면... 그러니까 내 말은... 헤드위그가 주로 그 지방에서 서식하는 새가 아니라는 뜻이야.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헤드위그를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 해리는 재빨리 시리우스의 편지를 둘둘 말아서 망토 속에 밀어 넣엇다.
"고마워, 헤드위그!"
해리는 헤드위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헤드위그는 졸린 듯이 부엉부엉 울더니 부리를 해리의 오렌지 주스 잔에 살짝 담갔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날개를 퍼덕거리더니 휙 날아갔다. 어서 빨리 부엉이장으로 돌아가서 푹 자고 싶은 모양이었다. 오늘은 그날 저녁에 도착할 예정인 보바통과 덤스트랭 사람들에게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기 때문에 수업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다.
마침내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우리는 허둥지둥 그리핀도르 탑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미리 지시받은 대로 가방과 책들을 가지런히 내려놓고 재빨리 학교 망토로 갈아입은 후에 다시 현관 복도로 내려갔다. 기숙사 담당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줄을 서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위즐리, 모자 좀 똑바로 써라."
맥고나걸 교수가 론을 쳐다보면서 날카롭게 말했다.
"패틸 양, 머리에 맨 그 우스꽝스러운 장식 좀 떼어내도록 해라."
패르바티는 못마땅한 얼굴로, 길게 땋아내린 머리에서 커다란 나비 장식을 떼어냈다.
"나를 따라오도록."
맥고나걸 교수가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거기 앞줄에 서 있는 1학년생들은 제발 좀 밀지 마고..."
줄을 맞춰 정문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다들 호그와트 성 앞에 줄을 맞춰 길게 늘어섰다. 약간 쌀쌀한 날씨였지만 하늘은 아주 맑았다. 해가 저물면서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고 금지된 숲 너머에는 희미한 달이 떠올랐다. 앞에서 네번째 줄에 우리가 서 있었다.
"벌써 6시가 거의 다 됐네. 그런데 해리, 다른 학교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도착할 것 같니? 기차로?"
론은 잠시 손목 시계를 확인한 후에 성 입구로 통하는 차도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럴 것 같진 않아."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무슨 수단을 사용할까? 빗자루를 타고 올가?"
해리가 별이 총총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물었다.
"아마 그렇진 않을 거야... 그렇게 먼 곳에서 찾아노는데..."
"포트키? 그렇지 않으면 순간이동을 써서 뿅하고 나타날 수도 있을 거야. 어쩌면 다른 학교에서 열입곱 살 미만도 그걸 하는 게 허용되어 있을지도 모르잖아?"
론은 잔뜩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해리를 쳐다보았다.
"호그와트 교내에서는 순간이동을 사용할 수 업성! 도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니?"
헤르미온느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핀잔을 주었다. 사방이 점점 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기를 쓰고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움직이는 물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게 그저 여느 때처럼 조용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날씨가 점점 더 추워지기 시작했다. 빨리 도착했으면.... 잠시 후에 다른 교수들과 함게 뒤에 서 있던 덤블도어 교수가 소리쳤다.
"아하! 보바통 대표단이 도착하는군!"
"어디요?"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서로 다른 방향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저기 있다!"
6학년생 가운데 한 명이 금지된 숲 저 위쪽을 하늘을 가리키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뭔가 아주 거대한 것이 군청색 하늘을 가로질러 성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용이다!"
1학년생 가운데 한 명이 잔뜩 흥분해서 소리쳤다.
"저런 멍청이... 저건 날아다니는 집이야!"
데니스 크리비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데니스의 추측이 훨씬 더 진실과 가까워싿. 그 거대한 형상은 금지된 숲의 나무 꼭대기를 살짝 스치듯이 날아오고 있었다. 성의 창문에서 흘러나온 불빛이 그 형상을 어렴풋이 비추었다. 코끼리만한 덩치의 팔로미노 수십 마리가 끌고 있는 거대한 담청색 마차를 볼 수 있었다. 거의 집채마한 마차는 호그와트를 향해 똑바로 날아오고 있었다. 마차가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보바통의 마차가 엄청난 속도로 착률하자 앞쪽 세 줄에 서 있는 학생들이 감짝 놀라면서 얼른 뒤로 물러났다. 쾅! 귀청이 찢어질 듯한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와 함께(네빌은 깜짝 놀라서 뒤로 펄쩍 뛰다가 그만 슬리데린 5학년의 발을 발고 말았다.) 대형 접시보다도 더 큰 말발굽들이 지면에 닿았다. 마차가 거대한 바퀴를 굴리며 착륙하는 동안, 황금빛 말들은 커다란 머리를 치켜들고 불길처럼 새빨간 눈알을 디룩디룩 굴렸다. 방패꼴 모양-세 개의 별이 반짝이고 있는 황금빛 지팡이 두 개가 서로 교차되어 있는 모양-의 문장이 그려진 마차였다.
연한 파랑색 망토를 입은 남학생이 마차에서 펄쩍 뛰어내리더니 몸을 앞으로 숙여 마차 바닥에 있는 뭔가를 잠시 만지작거리자, 황금빛 계단을 펼쳐졌다. 보바통의 남학생은 아주 점잖게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에 그 마차 안에서 반작거리는 검은색 하이힐 구두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거대한 몸집의 여자가 나타났다. 거대한 마차의 계단 발치에 서서 눈이 휘둥그레진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는 저 여자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훨씬 더 커다랗게 보였다. 그 여자가 현관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비치는 곳까지 걸어가자, 잘 생긴 올리브 빛 얼굴과 투명하게 보이는 크고 까만 눈, 부리처럼 휘어진 코가 드러났다. 그 여자의 기다란 머리카락은 목 밑에서 반짝거리는 두근 장식으로 묶여 있었다. 검은색 새틴 옷이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목과 굵은 손가락에는 커다란 오팔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가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학생들도 보바통 대표단을 환영하기 위해 박수를 쳤다. 많은 학생들은 그녀를 더 잘 보기 위해 까치발을 하기고 했다. 그 여자는 품위 있는 미소를 지으면서 덤블도어 교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주렁주렁 보석이 달린 손을 내밀었다. 덤블도어 교수도 제법 키가 큰 편이지만, 그 여자의 손에 입을 맞추기 위해서 허리를 굽힐 필요조차 없었다. 그 여자의 키가 워낙 컸기 대문이다.
"맥심 부인, 호그와트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덤블도어가 정중하게 말했다.
"덤블리-도어어르, 안뇽하셨나용?"
맥심이 부인이 굵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잘 지냈습니다. 고맙습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반갑게 대답했다.
"우리 학생들이에용."
맥심 부인의 뒤를 돌아보면서 거대한 손을 흔들었다. 마차에서 내린 수십 명의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맥심 부인의 등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얇은 비단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을 뿐, 망토를 걸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몇 명의 학생들은 스카프나 숄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카르카로프는 도착했나용?"
맥심 부인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물었다.
"금방 도착할 겁니다. 여기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덤스트랭을 맞이하겠습니까? 아니면 안으로 들어가서 몸을 좀 녹이겠습니까?"
덤블도어 교수의 눈길이 맥심 부인을 향하고 있었다.
"몸을 녹이능 게 조을 것 같아용. 그런데 마드른..."
맥심 부인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마차를 끌고 온 말들을 쳐다보았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호그와트의 신비한 동물 돌보기 교수님이 기꺼이 맡아 주실 겁니다. 음... 잠시 후에 다른... 좀 사소한 일을 처리하고 돌아오면 말입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저 말드를 다루려명... 저어... 강한 힘과 뒤어난 솜시가 필요해용. 히미 굉장히 세거등요."
맥심 부인은 마치 호그와트의 신비한 동물 돌보기 교수님이 과연 자신의 말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
"해그리드는 말을 잘 다룰 겁니다. 제가 보증하죠."
덤블도어 교수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조아용. 애그리드를 만나면, 저 말드레게 위스키 딱 항 잔망 주라고 전해 주시게써용?"
맴ㄱ심 부인이 살짝 허리를 굽히면서 부탁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덤블도어 교수도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
"가자."
맥심 부인이 보바통 학생들을 쳐다보면서 거만하게 말했다. 호그와트 학생들은 양쪽으로 갈라져 맥심 부인의 일행이 돌꼐단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었다. 그 보바통 대표단에 마리안느와 레나와 레오 남매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레나는 은빛 도는 머리칼을 가진 소녀와 대화하고 있었다(애드밀과 레나는 호그와트 생으로는 아마 7학년이고 마리안느와 레오는 6학년이다).
약간 후들후들 떨면서 덤스트랭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대에 가득 찬 눈길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은 맥심 부인의 거대한 말들이 콧김을 내뿜으면서 발을 구르는 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었다.
"무슨 소리 들었니?"
갑자기 론이 해리의 어깨를 툭 치면서 물었다. 그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었다. 어둠 속에서 뭔가 소름끼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거대한 진공 청소기가 강바닥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우르릉거리면서 뭔가를 빨아들이는 듯한 소리였다. 운동장이 내려다 보이는 높은 잔디 언덕 위에 서 있었기 때문에 검은 호수의 매끄러운 표면이 한눈에 보였다. 그런데 호수의 표면이 마구 출렁거리더니 깊은 호수 한가운데에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호수의 표면에 커다란 거품이 일어나면서 질퍽한 둑 위로 파도 철썩거렸다. 그리고 호수 한가운데에서 마치 호수 바닥에 있는 거대한 물구멍 마개가 뿁혀져 나가는 것처럼 마구 소용돌이가 일었다. 잠시 후에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장대처럼 보이는 길고 까만 것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돛대야!"
해리가 우리에게 말했다. 거대한 배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면서 서서히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덤스트랭의 배가 은은한 달빛을 받으면서 번쩍거렸다. 그것은 마치 물에서 건져 올린 난파선처럼 이사앟게 뼈대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희미하고 몽롱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둥근 유리창은 마치 유령의 눈처럼 보였다. 마침내 물이 튀기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면서, 거대한 배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한참 동안이나 요동치는 물 위에서 출렁이던 배는 호수의 둑으로 미끄러지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퍽! 닻이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쿵! 이번에는 둑 위로 널빤지를 내리는 소리였다.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고 있었다. 배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통해 그들의 검은 형체가 흐릿하게 보였다. 덤스트랭 학생들이 현관 복도 불빛이 비추는 곳까지 다가오자 그들이 모피를 입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을 성으로 인솔하는 한 남자는 자신의 머리카락처럼 은빛이 감도는 다른 종류의 모피를 입고 있었다.
"덤블도어! 안녕하십니까?"
언덕을 따라 올라오던 남자가 힙차게 외쳤다.
"아주 잘 지냈소. 고맙소, 카르카로프 교수."
덤블도어 교수가 손을 흔들면서 대답했다. 카르카로프 교수의 목소리는 아주 낭랑하고 매끄러웠다. 현관 불빛에 비친 카르카로프의 모습은 덤블도어 교수처럼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느낌을 주었다. 하얀 머리카락은 짧게 잘랐으며 다소 날카로운 인상의 턱에는 끝이 살짝 말려 올라간 염소 수염이 나 있었다. 카르카로프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장 덤블도어에게 걸어갔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덤블도어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운 호그와트."
카르카로프가 성을 올려다보면서 미소 짓자, 약가 누런 이빨이 드러났다. 비록 입술은 상냥하게 웃고 있었지만 눈은 여전히 차갑고 날카롭게 빛났다.
"이곳에 오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군요. 얼마나 좋은지... 빅터! 자, 서둘러라. 따뜻한 곳으로 가자...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덤블도어? 빅터는 지금 가벼운 코감기에 걸려서..."
카르카로프 교수가 덤스트랭 학생들 가운데 한 명에게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그 학생이 옆을 지나가는 순간, 두드러진 매부리코와 짙은 눈썹을 보고 그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해리, 크룸이야!"
론이 해리의 팔을 툭 치면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론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잔뜩 들떠서 소리쳤다. 호그와트의 학생들은 일제히 덤스트랭의 일행의 뒤를 따라 계단으로 몰려들었다.
"크룸이야, 해리! 빅터 크룸!"
"제발, 론... 크룸은 단지 퀴디치 선수일 뿐이야."
헤르미온느가 론을 쳐다보며 면박을 주었다.
"단지 퀴디치 선수일 뿐이라니?"
론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면서 소리쳤다.
"헤르미온느, 크룸은 세계 최고의 수색꾼 가운데 한 명이야! 나는 크룸이 학생인 줄은 꿈에도 몰랐어!"
덤스트랭 일행은 호그와트의 다른 학생들과 함께 현관 안의 넓은 복도를 가로질러서 연회장으로 향했다. 리가 빅터 크룸의 뒷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잘 보려고 발 끝을 세우면서 안간힘을 쓰는 걸 보았다. 6학년 여학생 몇 명은 복도를 걸어가면서 미친 듯이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오, 이럴 수가! 깃펜이 하나도 없어!”
“크룸이 립스틱으로 내 모자에 사인을 해줄까?”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
헤르미온느가 이제 립스틱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여학생들 곁을 지나치면서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할 수만 있으면 크룸의 사인을 받을 거야. 너 혹시 깃펜 가진 것 없니, 해리?”
론은 초조하게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물었다.
“없어. 깃펜은 위층에 있는 내 가방 속에 들어 있는 걸.”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걸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론은 설레는 마음으로 문간이 잘 보이는 쪽에 앉았다. 빅터 크룸과 덤스트랭 학생들이 어디에 앉을지 주저하면서 여전히 그 주위로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약간 뚱한 표정으로 연회장을 둘러보던 보바통 학생들은 래번클로 테이블을 선택했다. 그 중에서 세 명은 연회장으로 들어온 후에도 여전히 스카프나 숄을 두르고 있었다.
“날씩가 그렇게 추운 것도 아닌데... 망토는 왜 안 가지고 온 거야?”
그들을 지켜보던 헤르미온느가 언짢은 듯이 화를 내면서 말했다.
“이쪽으로! 이쪽으로 와서 앉아요! 이쪽으로! 헤르미온느, 조금 더 저리로 가! 자리를 좀 만들어야...”
론이 급히 외쳤다.
“뭐라구?”
“너무 늦었어.”
론이 씁쓸하게 말했다. 빅터 크룸과 덤스트랭 학생들이 슬리데린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말포이는 크룸에게 뭔가 말을 걸기 위해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애드밀은 로우의 앞자리에, 크룸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대화하고 있었다.
“그래, 좋아! 실컷 알랑거려라, 말포이.”
잔뜩 기분이 상한 론이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크룸은 단번에 말포이 녀석의 정체를 꿰뚫어 볼 수 있을 거야.... 크룸의 주위에는 언제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테니까 말이야... 그런데 쟤들이 어디에서 잘 것 같니? 어쩌면 쟤들에게 우리 기숙사 잠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리, 그렇다면 기꺼이 크룸에게 내 침대를 내줄 수 있어.... 나는 그냥 침낭에서 자면 되니까...”
헤르미온느가 콧방귀를 뀌었다.
“어쨌거나 덤스트랭 학생들이 보바통 학생들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아.”
해리는 래번클로 테이블과 슬리데린 테이블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덤스트랭 학생들은 무거운 모피 코트를 벗으면서 흥미로운 얼굴로 별이 총총 빛나는 연회장의 천장을 쳐다보았다. 두어 명은 황금빛 접시와 잔을 집어 들더니 매우 감동을 받은 듯이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호그와트의 학교 관리인 필치가 교직원 테이블에 의자를 더 갖다놓고 있었다. 필치는 이번 행사에서 예의를 차리기 위해 낡은 연미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필치가 덤블도어 교수 자리 양 옆으로 두 개씩 네 개의 의자를 갖다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바통과 덤스트랭 교장 선생님 두 분만 않으면 되는 거 아냐? 그런데 왜 필치가 의자를 네 개씩이나 놓는 거지? 누가 또 오나?”
해리가 물었다.
“어?”
하지만 론은 해리의 말을 전혀 귀를 기울이지 있지 않았다. 론은 여전히 넋이 나간 사람처럼 빅터 크룸만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호그와트 학생들이 모두 연회장으로 들어가서 소속 기숙사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교직원들이 줄지어 상석으로 올라갔다. 제일 마지막으로 덤블도어 교수와 카르카로프 교수와 맥심 부인이 입장했다. 보바통 학생들은 자기네 교장 선생님이 입장하는 걸 보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그와트 학생 몇 명이 웃음을 터뜨렸지만, 보바통 일행은 의연한 표정으로 맥심 부인이 덤블도어 교수의 왼쪽 자리에 앉을 때까지 계속 서 있었다.
좌중이 모두 자리를 잡자, 덤블도어 교수가 일어났다. 일순 떠들썩하던 연회장의 분위기가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안녕하십니까? 신사, 숙녀, 유령, 그리고 특히 내빈 여러분...”
덤블도어 교수는 외국에서 온 학생들을 향해 밝은 미소를 지었다.
“호그와트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 모두 이곳에서 머무르는 동안 편안하고 즐겁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머리에 여전히 머플러를 두르고 있던 보바통의 여학생들 가운데 한 명이 비웃는 듯한 소리로 웃었다.
“마음에 안 들면 가라지. 아무도 안 붙잡아!”
헤르미온느가 버럭 화를 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제 연회가 끝나면 공식적으로 트리위저드 시합이 시작될 겁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좌중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모두들 편히 드시기 바랍니다!”
덤블도어가 자리에 앉자마자, 카르카로프 교수가 뭐라고 말을 걸었다. 잠시 후에 성대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주방에서 일하는 꼬마 집요정들도 전력을 기울인 것 같았다. 다양한 요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외국 요리도 몇 가지 있었다.
“저게 뭐지?”
론이 커다란 스네이크와 콩팥 푸딩 옆에 조개 스튜 같은 것이 잔뜩 담겨 있는 접시를 가리켰다.
“부이야베스야.”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알려 줘서 고마워.”
론은 성대한 만찬을 둘러보면서 군침을 흘렀다.
“저건 프랑스의 요리야. 작년 여름 방학 때 먹어 본 적이 있어. 정말 맛있어.”
헤르미온느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네 말을 한 번 믿어 보지.”
론이 까만 푸딩을 먹으면서 말했다. 겨우 스무 명 정도만 늘어났을 뿐인데, 연회장은 평소보다 훨씬 더 붐비는 것 같았다. 어쩌면 색깔이 다른 그들의 교복이 호그와트의 검은색 교복에 비해 너무 확연히 드러나 보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모피 코트를 벗자 덤스트랭 학생들의 선홍색 교복이 그대로 드러났다. 20분쯤 지나서, 해그리드가 교직원 테이블 뒤에 있는 문을 통해 연회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제일 끝자리로 살금살금 걸어가서 앉더니 우리를 향해 온통 반창고 투성인 손을 흔들었다.
“스크루트는 잘 있어요, 해그리드?”
해리가 해그리드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잘 자라고 있어.”
해그리드가 유쾌한 듯이 외쳤다.
“그럴 거야. 무럭무럭 잘 크고 있었지. 마침내 스크루트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은 것 같구나. 안 그래, 해리? 해그리드의 손가락 말이야.”
론이 해리에게 속삭였다.
“미안하지만, 그 부이야베스 먹을 거니?”
바로 그 순간 독특한 억양의 목소리가 들렸다. 덤블도어 교수가 연설을 하는 동안 내내 비웃었던 보바통의 여학생이었다. 그 여학생은 더 이상 머플러로 머리를 가리고 있지 않았다. 거의 허리까지 흘러내린 기다란 은발 머리가 찰랑거렸다. 그 여학생의 눈동자는 크고 진한 푸른색이었으며, 이빨은 아주 하얗고 가지런했다. 론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론이 마치 넋이 나간 눈빛으로 그 여학생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는 대답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꿀꺽하는 희미한 소리 이외에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론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냐, 가져 가도 좋아.”
해리는 부이야베스가 담긴 접시를 그 여학생에게 내밀었다.
“그거 다 먹을 거니?”
“응, 굉장히 맛있어.”
론은 간신히 입을 열고 대답했다. 그 여학생은 접시를 집어들더니 조심스럽게 래번클로 테이블로 걸어갔다. 론은 마치 여학생이라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처럼, 도저히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와 해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 소리에 론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그래, 저 여학생은 벨라가 분명해!”
론이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씀! 멍청이처럼 입을 헤벌쭉 벌리고 저 애를 쳐다보는 사람은 너 밖에 없어!”
헤르미온느가 톡 쏘아붙였다. 그러나 헤르미온느의 말은 사실과 달렸다. 그 여학생이 연회장을 가로질러 걸어가자 수많은 남학생들의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남학생 몇 명은 꼭 론처럼 말문이 막힌 것처럼 보였다.
“벨라야.”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쪽을 보자 마리안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마리안느는 음식을 가지고 온 사람처럼 보였다.
“플뢰르 델라쿠르라고 나보다 1학년 선배인데, 벨라의 피가 1/4 흐르고 있지.”
“레나와 똑같네.”
“그렇지. 레나 선배와 함께 둘이 벨라 소녀로 단짝이지. 이 음식 먹지 않으면 가져가도 될까?”
“그렇게 해.”
“다음에 또 얘기하자, 로라.”
나를 보면서 눈을 찡긋하고 마리안느는 접시를 챙겨들고는 래번클로 기숙사로 가버린다.
“정말이지, 저 애는 보통 여학생이 아니야! 호그와트에는 왜 저런 여학생이 없는지 몰라!”
론이 그 여학생을 좀더 자세히 바라보려고 몸을 기울이면서 말했다. 왠지 그 말을 화가 나는데!
“호그와트에도 괜찮은 애들이 있어.”
해리는 무심결에 말을 내뱉었다. 해리는 초 챙을 보고 있었다.
“너희 둘 다 눈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헤르미온느가 활발하게 말했다.
“방금 누가 도착햇는지 볼 수 있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손가락으로 상석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비어있는 두 자리 중 루도 베그만은 카르카로프 교수 옆자리에 앉는 중이었고, 퍼시의 상관인 크라우치씨는 맥심 부인 옆자리에 앉았다.
“그들이 왜 여기에 온 거지?”
해리가 전혀 뜻밖이라는 듯이 물었다.
“바로 저 사람들이 트리위저드 시합을 준비했잖아.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상석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미 시작하는 걸 보기 위해 찾아왔을 거야.”
두 번째 코스 요리가 나왔을 때에도 수많은 종류의 생소한 푸딩들이 보였다. 론은 이상한 종류의 희뿌연 블라망주를 열심히 쳐다보더니, 래번클로 테이블에서 똑똑히 보이도록 그것을 조심스럽게 오른쪽 몇 센티미터 옮겼다. 그러나 벨라 여학생은 이제 배가 부른지 더 이상 음식을 가지러 오지 않았다.
황금 접시들이 깨끗하게 비워지자, 덤블도어 교수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은 느긋하면서도 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덤블도어 교수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고대하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트리위저드 시합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습니다. 상자를 갖고 오기 전에, 나는 먼저 몇 마디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고개를 바짝 치켜들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슨 상자?”
해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론도 자기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올해에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을 분명히 밝히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선 국제 마법 협력부의 책임자인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씨와 (예의상 마지못해서 치는 박수 소리가 들렸다) 마법 게임 및 스포츠부의 책임자인 루도 베그만씨를 소개합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루도 베그만을 소개하자, 훌륭한 몰이꾼이었다는 명성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저 루도 베그만이 훨씬 더 호감이 가도록 생겼기 때문인지 크라우치보다 훨씬 더 많은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루도 베그만은 답례를 하기 위해 손을 흔들면서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는 덤블도어가 소개할 때에도 미소를 짓거나 손을 흔들지 않았다.
“베그만씨와 크라우치씨는 트리위저드 시합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몇 달 동안이나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그리고 두 분은 저와 카르카로프 교수, 맥심 부인과 함께 챔피언들의 자질을 평가할 심사위원이십니다.”
덤블도어 교수의 입에서 ‘챔피언’이라는 말이 나오자, 학생들은 더욱 열심히 귀를 기울렸다.
“좋아. 상자를 갖고 오게, 필치.”
갑작스럽게 학생들이 조용해지자, 덤블도어 교수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연회장 한쪽 구석에 서 있던 필치가 커다란 나무 상자를 들고 덤블도어 교수에게 다가갔다. 그 상자는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보석들이 불빛을 받으면서 반짝거렸다. 몹시 흥분한 학생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데니스 크리비는 그 광경을 자세히 보기 위해 의자 위로 올라갔지만 너무 키가 작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머리에 가려서 상석을 볼 수 없었다.
“챔피언들이 금년에 경쟁해야 할 경기 종목에 대해서는 크라우치씨와 베그만씨께서 이미 다 검토하셨습니다.”
필치가 조심스럽게 그 상자를 테이블 위로 올려놓자, 덤블도어 교수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두 분은 각 시험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준비하셨습니다. 내년 6월까지 계속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 가지 시험을 치러질 것입니다. 트리위저드 시합은 다양한 측면들... 그러니까... 마법 실력과 대담성, 추리력 그리고 물론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까지도 시험하게 될 것입니다.”
덤블도어 교수의 말이 떨어지자, 연회장은 온통 무거운 정적으로 휩싸였다. 마치 숨을 쉬고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이미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시합에서는 세 명의 챔피언이 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침착하게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참가하는 학교에서 각각 한 명씩 챔피언이 선발됩니다. 챔피언들은 여러 가지 과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에 따라 적정한 점수를 받게 됩니다. 세 가지 시험을 모두 마친 후에 총점이 가장 높은 챔피언이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챔피언들은 공정한 심판관에 의해 선정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불의 잔’입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지팡이를 들고 상자 위로 탁탁탁 세 번 두드리자, 천천히 뚜껑이 열렸다. 덤블도어 교수는 상자 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도끼로 대충 다듬은 듯한 커다랗고 거친 나무 잔 하나를 꺼냈다. 만약 그 언저리에서 활활 타오르는 청백색의 불길만 없다면, 그 잔은 전혀 눈길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덤블도어 교수는 상자 뚜껑을 닫은 후에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그 잔을 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각 학교를 대표하는 챔피언이 되고자 하는 학생은 누구든지 작은 양피지에 이름과 학교를 정확하게 적어서 이 잔에 넣어야 합니다. 대망을 품고 있는 학생들은 24시간 안에 이름을 제출하도록 하십시오. 내일 밤, 그러니까 할로윈 데이에 불의 잔은 각 소속 학교를 대표할 만한 학생으로 뽑힌 세 사람의 명단을 공개할 것입니다.”
덤블도어 교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한 번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아직 나이가 되지 않은 학생이 그저 챔피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이름을 적어 넣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일단 불의 잔을 현관 복도에 갖다 놓으면 그 주위에 나이 제한선을 그려 놓도록 하겠습니다. 열입곱 살이 채 되지 않은 학생들은 어느 누구도 이 선을 넘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여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이 시합은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할 수 있는 그런 게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분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두기 바랍니다. 일단 불의 잔에 의해 챔피언으로 선정된 학생은 이 시합에 끝까지 참가해야만 하는 의무가 지워집니다. 불의 잔에 이름을 집어넣는 것과 동시에 구속력 있는 마법의 계약이 성립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일단 챔피언으로 선정되면, 결코 이를 취소하거나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불의 잔에 이름을 넣기 전에 여러분이 진심으로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여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자, 이제 취침 시간이 된 것 같군요. 모두들 안녕히 주무십시오.”
“나이 제한선이라니! 나이 먹는 약을 먹으면 감쪽같이 속일 수 있을 거야. 그렇지? 그리고 일단 이름이 불의 잔에 들어가기만 하면, 그걸로 끝나는 거야. 불의 잔이 이름의 주인이 과연 열입곱 살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어?”
연회장에서 나가는 프레드의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하지만... 열일곱 살 미만인 사람은 별로 가망이 없을 것 같아. 우리는 아직 마법을 충분히 배우지도 않았잖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해리,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물론 너도 참가하겠지? 그렇지?”
조지가 해리를 쳐다보면서 무뚝뚝하게 물었다.
“그런데 크룸은 어디 있지?”
론의 정신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대화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던 론이 갑자기 빅터 크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덤스트랭 사람들이 어디서 잘 건지 아직 덤블도어 교수가 말하지 않았지? 안 그래?”
론의 궁금증은 즉시 해결되었다. 슬리데린 테이블을 지나고 있을 때, 카르카로프 교수가 허둥지둥 덤스트랭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어서 배로 돌아가자.”
카르카로프 교수는 덤스트랭 학생들에게 말했다.
“빅터, 너는 좀 어떠니? 많이 먹었니? 주방에 부탁해서 멀드 포도주라고 한 잔 보낼까?”
빅터 크룸이 다시 모피 코트를 입으면서 고개를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가 모피 코트를 걸치던 애드밀이 로우와 대화하는 것을 멈추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어때?”
“잘 어울려. 선홍색은 남자에게 안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봐.”
“내 미모가 워나 뛰어나니까.”
“그래.”
애드밀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내가 웃으면서 긍정했다. 확실히 애드밀은 굉장히 멋진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로우와 애드밀의 얼굴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보면서 질문했다.
“둘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내가 말하자 로우가 내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보니 로우는 첫 만났을 때부터 내 이름을 알고 있었지.
“둘이 이미 알고 있는 사이지?”
“내가 동생으로 여기는 녀석이지. 가끔씩 우리 집으로 놀러오기도 하고 말이지.”
로우의 머리를 쓰담으면서-로우는 하지 말라면서 그의 손을 치우려고 노력했다- 애드밀이 웃으면서 말했다. 진짜인 거야? 가끔 애드밀은 진담인지 장난인지 잘 모를 말을 하니까. 눈동자를 가늘게 떠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교수님, 저도 좀 먹으면 안 될까요?”
덤스트랭의 다른 남학생이 잔뜩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네겐 줄 생각이 없다, 폴리아코프.”
카르카로프 교수는 마치 아버지처럼 자상했던 미소를 싹 거두면서 단호하게 딱 잘라 말했다.
“옷 앞자락에 또 음식을 흘렸구나. 이런 지겨운 녀석....”
“내가 한 번 주방에 말 해볼게, 폴리아코프.”
애드밀이 그 남학생을 쳐다보면서 상냥하게 말했다. 저런 모습은 역시나 정이 많은 아리에티를 닮았네. 애드밀은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의 교장을 바라보았고 카르카로프 교수는 그 시선을 회피했다. 카르카로프 교수가 애드밀을 제외한 다른 덤스트랭 학생들을 인솔하면서 문으로 걸어갔다. 바로 그때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도 그곳에 도착했다. 해리는 카르카로프가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걸음을 멈추었다.
“고맙다.”
카르카로프 교수가 해리를 힐끗 쳐다보며 무심코 말하다가, 갑자기 그 자리에서 딱 멈추어 섰다. 카르카로프 교수는 다시 해리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마치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빤히 바라보았다. 카르카로프 교수의 등 뒤에 서 있던 덤스트랭 학생들도 역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카르카로프 교수의 눈이 해리의 얼굴 위로 천천히 올라가더니 이마에 나 있는 흉터에서 고정되었다. 덤스트랭 학생들도 신기한 듯이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앞자락에 온통 음식을 묻힌 남학생이 옆에 있는 여학생을 팔꿈치로 슬쩍 찌르면서 공공연하게 해리의 이마를 가리켰다.
“그래, 쟤가 바로 해리 포터란다.”
갑자기 호통을 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카르카로프 교수가 얼른 뒤로 돌아섰다. 매드아이 무디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마법의 눈으로 덤스트랭 교장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카르카로프 교수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졌다. 그리고 분노와 공포에 뒤섞인 소름끼치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카르카로프 교수는 마치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무디 교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날세.”
무디 교수가 험악한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그런데 포터에게 할 말이 없다면, 그만 나가 주겠나, 카르카로프? 자네가 문을 가로막고 있다네.”
그것은 사실이었다. 연회장에서 나오던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무엇 때문에 문이 막혀 있는지 알아보려고 앞 사람의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밀면서 웅성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카르카로프 교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덤스트랭 학생들과 함께 휙 지나갔다. 무디 교수는 마법의 눈을 카르카로프 교수의 등에 고종시킨 채, 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은 채 줄곧 지켜보았다.
“근데 로우, 주방이 어디 있냐?”
“따라오세요.”
애드밀이 로우에게 소곤거리면서 말하자 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앞장서서 걸어간다. 무디 교수의 마법의 눈이 카르카로프를 보다가는 애드밀을 바라보았다. 애드밀의 얼굴을 아는 건가? 살짝 놀란 것 같은 표정이었지...
그 다음날이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평소보다 늦은 아침을 먹었다. 그러나 다른 주말보다 훨씬 더 일찍 일어난 사람은 바로 우리만이 아니었다. 현관 복도로 내려가자 벌써 스무 명 정도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불의 잔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었다. 불의 잔은 마법의 모자를 올려놓았던 바로 그 의자 위에 높여있었다. 그런데 복도 바닥에는 불의 잔 주위로 지름이 3미터정도 되는 가느다란 황금빛 원이 그러져 있었다.
“이름을 넣은 사람이 있니?”
론이 어떤 3학년 여학생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모두 덤스트랭 학생들이야. 하지만 호그와트 학생은 아직까지 한 명도 보지 못했어.”
그 여학생의 눈길은 여전히 불의 잔을 향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어젯밤에 우리 모두가 잠을 자러 간 후에 넣었을 거야.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이름을 넣으면 쑥스러울 테니까... 막 뒤로 돌아서는 순간에 그 잔에 탁 침을 뱉으면 어떻게 해?”
해리가 론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그런데 해리의 등 뒤에서 누군가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자 프레드와 조지와 리 조던이 아주 흥분한 얼굴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가 해냈어. 조금 전에 먹었단 말이야.”
프레드가 우리를 쳐다보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뭘?”
론이 물었다.
“나이를 먹는 약 말이야, 이 멍청아.”
프레드가 핀잔을 주었다.
“한 사람이 한 방울씩... 우리는 그저 몇 달만 더 늙으면 돼.”
조지가 기쁜 듯이 두 손을 마주 비비면서 말했다.
“만약 우리 중에 한 명이 우승한다면, 1000갈레온의 상금을 세 명이 똑같이 나눠 가질 거야.”
리 조던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게... 통할까?”
내가 그 셋을 보면서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분명히 그 점을 염두에 두셨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마치 경고하듯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자, 준비되었니? 좋아! 내가 먼저 가겠어...”
프레드가 몹지 흥분한 목소리로 다른 두 사람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프레드는 ‘프레드 위즐리-호그와트’라고 적힌 작은 양피지 조각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는 나이 제한선의 가장 자리로 걸어가더니 마치 15미터 높이에서 다이빙을 준비하는 다이빙 선수처럼 발끝을 들고 섰다. 잠시 후에 프레드는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나이 제한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복도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이 프레드를 지켜보고 있었다.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조지는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면서 프레드의 뒤를 따라 펄쩍 나이 제한선을 뛰어넘었다. 우당탕!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쌍두이 형제는 허공을 가로질러서 3미터 가량 붕 날아가더니 차가운 돌바닥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투포환 선수가 쌍둥이 형제를 황금빛 원 밖으로 집어던진 것 같았다.
“프레드, 조지! 괜찮아?”
내가 놀라서 그들에게 다가가서는 물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 길고 하얀 수염이 난 것이 보이자 순식간에 현관 복도는 온통 웃음 바다가 되었다. 심지어 프레드와 조지조차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상대방의 얼굴에 난 수염을 보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경고했지.”
웃음을 잔뜩 머금고 있는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고개를 돌리자, 덤블도어 교수가 연회장에서 천천히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덤블도어 교수는 눈을 반짝이면서 프레드와 조지를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지금 당장 두 사람 다 폼프리 부인에게 올라가 보는 것이 좋겠다. 폼프리 부인은 이미 래번클로의 포세트양과 후플푸프의 섬머스군을 돌보고 있단다. 그 애들도 역시 나이를 조금 올려 보려고 했지. 하지만 이 점만 분명히 말해 두고 싶구나. 그 애들의 수염은 두 사람의 얼굴에 나 있는 것처럼 그렇게 훌륭하지 않았단다.”
프레드와 조지는 여전히 깔깔 웃고 있는 리 조던의 부축을 받으면서 병동으로 출발했다. 뒤늦게 나도 웃음을 터트렸고 웃고 있는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연회장의 장식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오늘이 할로윈 데이이기 때문일까? 살아있는 박쥐떼들이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마법에 걸린 천장 주위를 구름처럼 몰려다니고 있는가하면, 얼굴 모양이 새겨진 할로윈 호박 수백 개가 곳곳에서 학생들을 흘겨보고 있었다. 딘과 시무스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그들은 열일곱 살 이상이 된 호그와트의 학생 중에서 누가 이름을 넣었는지에 대해 한창 떠들고 있는 중이었다.
“위링턴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름을 넣었다는 소문이 있어. 꼭 나무 늘보처럼 생긴 슬레데린의 덩치 큰 녀석 말이야.”
딘이 우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슬리데린에서 챔피언이 나오게 할 수는 없어!”
“후플푸프 아이들은 모두 디고리에 대해 말하고 있어. 하지만 뺀찔뺀질하기만 한 그 녀석이 과연 그 잘난 얼굴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당하려고 할까?”
“디고리는 괜찮은 학생이야.”
시무스가 경멸하는 투로 소리치자 내가 반박하듯이 말했다.
“저 소리를 좀 들어 봐!”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귀를 기울이면서 말했다. 현관 복도에서 있던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의자에 앉은 채, 일제히 몸을 돌린 우리는 쑥쓰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연회장으로 들어오는 안젤리나 존슨을 바라보았다. 안젤리나는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팀에서 추격꾼을 맡고 있는 키가 큰 흑인 여학생이었다. 안젤리나는 곧장 우리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내가 했어! 막 내 이름을 넣었어!”
안젤리나가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설마!”
론은 몹시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네가 벌서 열입곱 살이란 말이야?”
해리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물론이지. 네 눈에는 안젤리나의 수염이 보이지 않나?”
론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한 마디 거들었다.
“지난 주에 생일이 지났어.”
안젤리나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대답했다.
“어쨌거나 그리핀도르의 학생도 참가한다니까 기뻐. 정말 잘 하길 바래, 안젤리나!”
헤르미온느가 안젤리나를 쳐다보면서 격려했다.
“고마워, 헤르미온느.”
안젤리나가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멋만 잔뜩 부리는 디고리 녀석보다야 네가 훨씬 낫지.”
시무스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하자, 때마침 테이블 옆을 지다가던 후플푸프 학생 몇 명이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그런데 지금부터 뭘 하는 게 좋을까?”
아침 식사가 끝나자, 론이 우리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우린 요새 해그리드를 찾아가지 않았잖아.”
해리가 문득 생각이 나서 말했다.
“좋아, 해그리드가 스크루트에게 우리 손가락 몇 개를 기부하라고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론이 대답했다. 갑자기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맞아! 내가 왜 아직까지 해그리드에게 S.P.E.W.에 가입하라고 하지 않았는지 몰라!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얼른 위층에 올라가서 배지를 갖고 올 테니까... 알았지?”
헤르미온느가 신이 나서 떠들었다.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재빨리 대리석 계단을 올라가는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론이 신경질을 부렸다.
“애, 론. 헤르미온느는 네 친구야...”
해리가 말했다. 바로 그때 보바통에서 온 학생들이 현관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중에는 벨라 소녀도 포함되어 있었다. 불의 잔 쥐위에 모여 있는 아이들은 그들이 지나갈 수 잇도록 뒤로 물러나면서 보바통의 학생들의 행동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잠시 후에 현관으로 들어온 맥심 부인은 보바통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웠다. 보바통 학생들은 차례차례 나이 제한선을 넘어서 양피지 조각을 청백색의 불길 속에 넣었다. 이름이 불의 잔 속으로 들어가 ㄹ때마다, 불길이 잠시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타닥타닥 불꽃을 내뿜엇다.
“선택되지 않은 학생들은 어떻게 될까?”
벨라 소녀, 플뢰릐 델라쿠르-마리안느가 가르쳐주었다-가 불의 잔에 양피지 조각을 넣을 때, 론이 해리를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다시 학교로 돌아갈까? 그렇지 않으면 계속 호그와트에 머물면서 시합을 지켜볼까?”
“그건 나도 몰라.”
“남아있지 않겠어? 맥심 부인이 심사를 하기 위해 머물고 있잖아.”
해리와 내가 대답했다. 보바통 학생들이 모두 이름을 집어넣자, 맥심 부인이 그들을 데리고 다시 정원으로 나갔다. 나가면서까지 나를 노려보는 아쿠아 그레이 눈동자. 그 속에는 깊은 혐오감이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저 애들은 어디서 자지?”
론이 보바통 학생들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물었다.
“마차 아닐까?”
내가 말하자 등 뒤에서 덜거덕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헤르미온느가 S.P.E.W. 배지 상자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서둘러.”
론은 이렇게 말하고는, 맥심 부인과 함께 잔디밭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는 벨라 소녀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면서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금지된 숲 가장자리에 있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가까이 다다랐을 때, 보바통 학생들의 숙소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렸다. 보바통 학생들이 타고 있는 거대한 담청색 마차가 해그리드의 오두막 현관에서 2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었다. 보바통 학생들은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마차를 끌고 온, 코끼리처럼 거대한 말들은 이제 그 옆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마구간이 딸린 작은 목장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해리가 해그리드의 오두막 문을 두드리자, 팽이 벼락같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셨군요! 저는 또 제가 사는 곳을 당신이 잊어버린 줄....”
해그리드는 문을 확 열면서 말했다.
“정말로 바빴어요, 해그...”
헤르미온느가 뭐라고 대답을 하다가, 해그리드의 모습을 보자 그만 할 말을 잊어버렸다. 해그리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좋은(그리고 가장 끔찍한) 털이 달린 갈색 양복에 노란색과 오렌지색 체크 무늬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 건, 윤활유처럼 보이는 것을 듬뿍 발라서 마구 삐치는 머리카락을 얌전하게 누르려고 한 것이다. 게다가 평소엔 마구 헝클어져 있던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곱게 묶였다. 아마도 빌의 머리처럼 가지런히 하나로 묶으려고 시도하다가, 머리숱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으로 나눈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해그리드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음... 스크루트는 어디에 있나요?”
헤르미온느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시 해그리드를 쳐다보았지만, 해그리드의 외모에 대해서는 논평을 하지 않기로 했는지, 그냥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호박밭에 있어. 스크루트들은 아주 빨리 자라고 있어. 이제는 길이가 거의 1미터 정도는 될 거야.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 스크루트가 자기들끼리 서로 죽이기 시작했거든.”
해그리드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그럴 수가... 그게 정말이에요?”
헤르미온느가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으라는 표정으로 재빨리 론을 째려보았다. 해그리드의 이상야릇한 헤어스타일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론이 뭔가 한 마디 하려고 막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래. 하지만 괜찮아. 스크루트를 제각기 다른 상자에 넣어두었거든. 그래서 아주 스무 마리 가량이나 남아 있어.”
해그리드가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참 다행이네요.”
론이 비꼬는 투로 말했다. 마치 스크루트가 몽땅 죽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해그리드는 그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은 방이 하나밖에 없었다.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침대에는 누비 이불이 덮여 있었으며, 벽난로에는 커다란 나무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오두막의 천장에는 훈제 햄들과 죽은 새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해그리드가 차를 끓이는 동안,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와 나는 탁자에 앉아서 트리위저드 시합에 대한 토론을 열중했다. 해그리도 우리만큼이나 흥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만 기다려.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돼.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될 테니까... 첫 번째 시험은... 하지만 난 말하면 안 돼!”
해그리드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어서 말해주세요, 해그리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그들은 잔뜩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해그리드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나도 다르지 않는가. 하지마 해그리드는 그저 씩 웃으면서 고개만 가로저을 뿐이었다.
“나는 너희들 때문에 그 시합을 망치고 싶지 않아!”
해그리드가 너털 웃음을 터뜨리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그게 굉장할 거라는 건 분명히 약속할 수 있어. 챔피언들은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난 살아생전에 트리위저드 시합을 또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우리는 해그리드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하지만 그다지 많이는 먹지는 못했다. 해그리드가 먹음직스러운 쇠고기 캐서롤을 내놓기는 했지만 헤르미온느가 먹던 음식에서 커다란 갈고리 발톱을 발견하자, 그만 식욕을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해그리드에게서 트리위저드 시합의 과제가 어떤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누가 호그와트 챔피언으로 선발될 것인가? 프레드와 조지의 수염이 이제는 없어졌을까?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을 방해하는 노크 소리. 문이 열리고 레나 피브렐이 서 있었다.
“에반스와 대화를 하고 싶은데요. 그녀를 빌려가도 될까요?”
해그리드에게 예의바르게 말을 하는 레나의 모습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문 밖으로 나오자 친절한 미소를 가장한 채 웃는 그녀.
“잠시 걸을까, 우리?”
“그렇게 해요.”
일단 친척이니까 높임말을 썼다. 그녀가 몸을 휙 돌아서 앞장서서 걸어가자 해그리드의 오두막 문을 닫고는 발을 옮겼다. 엄청나게 싫은데 말이지.
호수 근처를 건고 있는 레나가 걸음을 멈추자 그녀의 뒤를 쫓던 내 발도 멈추었다.
"언제까지 그의 곁에 있을 생각이야?"
레나가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조용히 침묵하고 있는 내 모습에 발끈하는 그녀가 분노가 담겨진 청회색 눈동자를 치켜뜨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네가 그의 옆에 있는 것이 싫어!"
"...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 사람의 옆에 있을 수가 있는 거야?!"
"그 대가는 이미 치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말하자 레나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레나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거다. 나는 씁쓸한 마음에 왼쪽 눈을 가리고 있는 안대를 손으로 매만졌다.
“저는 그 대가를 치렀습니다, 레나. 당신이 만든 이 눈동자로 말이죠.”
내가 말하면서 그녀를 쳐다보자 레나는 움찔하고 몸이 떨렸다. 그리고는 내 시선을 피한다.
“그건... 사고였어.”
“저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저를 죽이고 싶은 사람은 ‘그녀’ 한 명이면 충분하니까요. 비록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친척인 당신이 저를 죽이려고 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레나에게 말했다. 여기까지만 할까나? 계속 밀어붙이기만 하면 그녀가 너무 불쌍하니까.
“그리고 애드밀이 제 곁에 있는 것은 저에게 미안하다는 죄책감 때문이에요. 절대로 사랑이 아니니까.”
“.....”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레나 피브렐.”
“그, 그렇게 해...”
더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몸을 돌려서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로라의 뒷모습을 쳐다보고만 있는 레나. 그런 레나의 옆에 다가온 남동생, 레오.
“누나.”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어, 레오?”
피브렐 가문의 제 45대 당주 후계자가 될 남동생을 바라보면서 애써 담담하게 묻는 레나였다. 제 44대 당주이자 자신들의 의붓 언니는 피브렐 가문의 최고의 마녀였다. 미래를 보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는 그녀는 역대 최고의 당주가 될 거라고 아버지는 언제나 말씀하셨다.
“......나는 로라가 너무 부러워서 미치겠어. 하지만 그녀는 별 노력 없이 그것을 얻고 있잖아. 내가 아무리 애써도 가질 수 없는 것을 말이야!”
“누나...”
“그래서! 그래서!”
“그건 누나의 잘못이 아니야. 사고잖아.”
레오가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상냥한 자신의 누나는 과거의 사고로 언제나 상처를 입었다. 차라리 로라가 자신들을 경멸해주면 좋을 텐데... 로라는 절대로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담담히 그저 받아들여서 상처 입히고 상처 받는 쪽으로 오히려 우리였다.
“차라리... 미워하면 나도 마음이 편할 텐데.”
“알아.”
연약한 자신의 누나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으면서 레오는 이해한다고 말했다. 벨라의 피가 1/4정도 흘러서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원하는 상대의 마음만큼은 빼앗을 수 없는 누나는 자신의 조카를 너무나도 부러워했다.
-네가 로라와 약혼한다고?
-응. 이브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
-너는 그녀의 말이면 전부 듣는 거냐고!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어, 레나.
아버지는 그곳에 살고 있는 자신의 딸과 손녀가 걱정되어서 언제나 자신들을 그 교회로 보냈다. 언제나 피브렐 저택으로 돌아오라고 권유해도 루치아는 언제나 거절의 답만 보낼 뿐이었다. 오랜만에 찾아갔을 때에는 청천벽력의 소식을 전해주는 애드밀이었다. 자신의 마을을 모르는 것이 아니면서... 자신이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 어떻게 약혼을 할 수가 있는 거야?
-로라를 좋아하는 거야?
조카의 이름에서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는 이어지지 않지만 예쁜 아이니까 좋아하고 있었다. 로라에게는 처음 보았는데도 호감을 가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근데 ‘약혼’을 계기로 자신은 그 아이가 너무나도 싫어졌다. 싫어하는 것을 너머서 증오하기까지 했다.
-그건 잘 모르겠어...
-로라는 너를 좋아하지 않아. 그래도 괜찮은 거야?
-나는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레나. 내 선택으로 그녀의 옆에 있고 싶으니까.
“그건 죄책감이 아니야... 애드밀은 진짜로 로라를....”
울음을 터트린 레나를 더욱더 끌어안은 레오는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