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42

리틀 윙 2016. 8. 30. 01:32

두 번째 시험이 남긴 여파 중에서 가장 좋은 건, 모든 학생들이 호수 밑에서 벌어졌던 상황에 대해서 상세히 듣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론이 처음으로 해리와 함게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론은 상황 설명이 매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약간씩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에 론은 가장 진실에 가가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쨌거나 그것은 헤르미온느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론은 덤블도어가 맥고나걸 교수의 사무실에서 모든 인질들에게 마버을 걸어서 잠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물론 덤블도어는 인질들에게 절대로 안전할 것이며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물 위로 돌아와 있을 거라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론은 무시무시한 납치극을 떠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무려 50여 명이나 되는 중무장을 한 인어들이 론을 마구 때리면서 밧줄로 묶으려고 하자, 그는 혼자 몸으로 아무런 무기도 없이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소매 맽에 지팡이를 감춰 놓고 있었어."


파드마 패틸을 만나자, 론은 더욱 신나게 떠들었다. 파드마는 이제 론이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되자, 론에게 열렬한 관심을 보이며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말을 걸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저 멍청한 인어들을 잡아올 수 있단 말이야."

"그래서 뭘 할 거데? 코 고는 소리라도 들려주려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론을 흘겨보면서 툭 쏘아붙엿다. 헤르미온느가 비꼬듯이 말하자, 론은 그만 귀까지 붉게 물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마법의 잠에 빠졌다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갔다. 이번 시험으로 인해 빅터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헤르미온느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녀는 계속해서 주위 사람들의 논릶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헤르미온느는 요즘 들어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3월이 되자, 날시가 차츰차츰 건조해졌다. 하지만 잔인한 바람은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나갈 때마다 손과 얼굴을 칼로 에는 듯한 거세게 불어닥쳤다. 우편물이 배달되는 것도 자꾸만 지연되었다. 부엉이들은 세찬 바람에 날려서 진로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해리에게 호그스미드로 가는 날짜를 적어서 시리우스에게 보낸 갈색 부엉이가 깃털이 전부 거꾸로 곤두선 채 금요일 아침 식사 시간에 도착했다. 부엉이는 해리에게 편지를 전달하자마자 서둘러 부엉이장으로 날아갔다. 해리가 또다시 심부름을 시켜서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밖으로 나가게 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 분명했다. 해리는 재빨리 시리우스의 답장을 뜯어보았다.


토요일 오후 2시에 호그스미드 거리 제일 끝쪽(더비스와 뱅스를 지나서)에 있는 계단 울타리로 나오거라. 가능한 한 음식을 많이 가져오렴.


"하지만 시리우스는 호그스미드에 오면 안 되잖아?"


론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꼭 올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니?"


헤르미온느가 걱정하며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 만약 잡히기라도 하면..."


해리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무사했잖아. 게다가 호그스미드는 더 이상 디멘터들이 우글거리는 곳도 아니잖아."


론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날 오후의 마지막 수업인 마법의 약 수업을 듣기 위해서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은 팬시 파킨슨이 이끄는 슬리데린의 여학생 깡패들과 함께 교실로 들어가는 문 밖에서 머리를 맞대고 모여 서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무언가를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큰 소리로 킬킬거렸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고일의 넓적한 등 너머로 잔뜩 흥분한 팬시 파킨슨의 얼굴이 보였다.


"저기 왔다! 저기 왔어!"


팬시가 우리를 쳐다보면서 재미있다는 듯이 낄낄거렸다. 한 곳에 모여 있는 슬리데린의 아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팬시 파킨슨의 손에는 <마녀 주간지>라는 잡지가 들려 있었다. 


"에반스! 그레인저! 여기 너희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사가 실렸어. 아주 흥미로울 거야."


팬시가 큰 소리로 말하면서 들고 있는 잡지를 헤르미온느에게 던졌다. 우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잡지를 받아들었다. 바로 그때 교실 문이 활짝 열리면서 세베루스가 학생들에게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평상시처럼 교실 제일 뒤쪽으로 향했다. 세베루스가 돌아서서 칠판 위에 오늘 만들게 될 마법의 약 성분을 쓰는 틈을 타,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책상 밑에 감춘 잡지를 재빨리 뒤적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가운데 부분에서 찾고 있던 기사를 발견했다.


남몰래 실연당한 해리 포터.


짧은 제목 위에 해리의 컬러 사진이 실려 잇었다. 우리는 헤르미온느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남다른 소년 해리 포터, 그러나 그도 보통의 청춘 남녀가 겪는 고통을 겪고 있다. 

-리타 스키터 기자

부모의 비극적인 사망 이후로 줄곧 사랑에 굶주려 있던 열네 살의 소년 해리 포터는 호그와트에서 만난 여자친구인 피브렐 가문의 피를 잇은 혼혈 마녀인 로라 에반스로부터 참다운 위안을 찾았다고 생각해 왔다. 부모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상실감으로 이미 한 차례 폭풍우를 겪은 해리 포터는 자기 인생에서 머지 않아 또 다른 감정적인 시련을 맞게 될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외모만 아름다운, 성격은 매우 나쁜 에반스양은 더 이상 포터에게 질렸는지 호그와트의 악동 장난꾸러기 프레드 위즐리군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한편, 로라 에반스양의 단짝 친구인 평범하지만 야심 많은 여학생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양은 호그와트에 불가리아의 수색꾼이면 지난 퀴디치 영웅인 빅터 크룸이 도착하자, 그 소년의 애정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교활한 그레인저양에게 홀딱 빠져 버린 빅터 크룸은 여름 방학이 되면 불가리아로 찾아오라고 이미 그녀를 초대해 놓은 상태. 그리고 '다른 어떤 여학생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하지만 이 불행한 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에반스양과 그레인저양의 타고난 매력 때문이 아닌 것 분명하다. "그레인저, 그 애는 정말 못생겻어요. 그리고 에반스는 성격이 엄청 악질적으로 나쁘죠." 아름답고 생기발랄한 4학년 여학생 팬시 파킨슨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사랑의 묘약은 아주 잘 만들 거예요. 머리가 꽤 좋거든요. 바로 그게 그 애들이 쓴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사랑의 묘약은 호그와트에서 금지된 사항이다. 알버스 덤블도어는 틀림없이 이 주장에 대해 조사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해리 포터가 잘 되기를 비는 사람들은 다음 번엔 좀더 가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리타 스키터의 성미를 건드리지 말랐잖아! 그 여자는 너희를 일종의... 홍등가의 여자처럼 그려놨어!"


정신없이 기사를 읽고 있는 나와 헤르미온느에게 론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러자 헤르미온느는 넋이 나간 표정에서 깨어나면서 코웃음을 쳤다.


"홍등가의 여자라구?"


헤르미온느가 론을 쳐다보면서 그의 말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으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


론이 다른 데로 고개를 돌리면서 중얼거렸다. 


"하필이면 피브렐 가문의 피를 잇었다고 다 까발리다니.... 할아버지가 기절하실 거야."

"너희 외가 말이야?"

"그래... 레나가 이 기사를 읽으면 가문에 먹칠했다고 때릴지도 몰라."


나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이런 기사는 별로 상관없는데... 피브렐 가문은 피해주지 말아야 할 텐데. 그러면 나 정말로 리타 스키터를 용서 못할 지도 몰라..."


상냥하신 할아버지.... 이 눈동자가 다치지 전까지만 해도 피브렐 부인은 나에게 부엉이 집배원을 통해서 고급스러운 과자들을 보내오셨다. 그래서 나는 왠만하면 그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데.


"만약 리타가 할 수 있는 짓이 고작해야 이런 것뿐이라면 정말 실망스러워. 낡은 쓰레기야."


헤르미온느가 여전히 킥킥거리면서 <마녀 주간지>를 비어있는 옆자리에 던져 놓았다. 그리고 슬리데린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을 힐끗 넘겨 보았다. 그들은 모두 교실 반대편에서 우리가 그 기사를 보고 잔뜩 약이 오르기를 기대하면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헤르미온느는 그들을 향해 냉소적인 미소를 지음녀서 손은 흔들어주었다. 나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머리를 좋게 하는 마법의 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참 웃기다. 리타 스키터가 어떻게 알았지?"


10분 가량 지난 후에 헤르미온느가 풍뎅이가 담긴 절구 위로 공이를 치켜든 채, 불쑥 말을 꺼냈다.


"도대체 뭘 알았다는 거야? 네가 정말로 사랑의 묘약을 만든 건 아니겠지? 안 그래?"


론이 재빨리 물었다.


"한심한 소리 좀 하지 마. 사랑의 묘약은 내가 제일 증오한 물약이라고. 그런 것을 내가 왜 만들겠어."


내가 풍뎅이를 빻으면서 말했다.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빅터가 나한테 여름 방학때 불가리아로 놀러오라는 말을 한 걸 리타가 어떻게 알았느냐는 거야. 마리안느도 함께 초대했거든."


그 순간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그리고 론의 눈길을 애써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뭐라구?"


론이 쿵 소리를 내면서 공이를 떨어뜨렸다.


"빅터가 호수에서 나를 끌어낸 직후에 나한테 묻더라. 물론 상어 머리를 벗어던진 후에 말이야. 폼프리 부인이 담요를 갖다 준 다음에 크룸이 나를 심판석에서 약간 떨어진 곳을 데리고 가더니 말했어. 여름 방학 동안에 특별히 할 일이 없다면... 한 번 오지 않겠느냐고... 물론 나와 함께 마리안느도 함께 말이야. 마리안느는 매번 여름방학 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빅터의 집에 놀러가거든....."


헤르미온느가 잠시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


다시 공이를 집어든 론이 절구통에서 거의 15센티미터나 떨어진 책상 위를 쿵쿵 내려치면서 물었다. 론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빅터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껴 본 적이 결코 없었다고 말했어. 하지만 리타 스키터가 어떻게 크룸의 말을 들었을까? 리타는 그 자리에 없었는데... 혹시 있었던 게 아닐까? 어쩌면 투명 망토를 입고 나타났었는지도 몰라. 두 번째 시험을 구경하려고 몰래 운동장으로 들어왔을지도..."


말을 이어가는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어찌나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는 헤르미온느에게 열기가 느껴져서는 살짝 멀리 떨어졌다. 그 순간 세베루스가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이자 마법재료를 손질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래서 넌 뭐라고 햇는데?"

"음, 그때 나는 너와 해리가 무사한지 어떤지 알아보느라 너무 정신이 없어서..."

"틀림없이 사교 생활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으시겠지만, 그레인저양."


얼음처럼 차가운 세베루스의 목소리가 바로 등 뒤에서 들리는 바람에 세 명 모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 수업 시간에는 그런 문제를 논의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지 않을 수 없군. 그리핀도르 10점 감점. 에반스양에게 방해가 된다."


대녀라는 것을 해리들에게 들키자 노골적으로 나를 편애하는 모습을 보이는 세베루스. 교실에 있는 학생들이 일제히 그들을 돌아보았다. 


"아하... 책상 밑에 잡지책까지 읽고 계셨군?"

"아...."


세베루스가 <마녀 주간지>를 확 잡아채면서 말을 덧붙였다.


"그리핀도르에게 다시 10점 감점... 하지만 물론..."


리타 스키터의 기사를 발견한 세베루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포터는 자신이 나온 기사를 오려 두고 싶겠지..."


슬리데린의 웃음 소리가 칙칙한 지하 교실을 가득 채웠다. 세베루스의 가느다란 입술에 기분 나쁜 미소가 어렸다. 세베루스는 해리를 자극하기 위해 기사를 큰 소리로 읽어 시작했다.


"남몰래 실연당한 해리 포터... 오! 이런, 이런, 포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남다른 소년 해리 포터, 그러나..."


세베루스는 슬리데린의 학생들이 실컷 비웃을 수 있도록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기다렸다. 주먹을 움켜쥐고는 아무렇지 않게 약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해리 포터가 잘되기를 비는 사람들은, 다음 번엔 좀더 가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런! 너무나 감동적이로군."


세베루스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잡지를 둘둘 말았다. 슬리데린 학생들의 웃음 소리는 도무지 그칠 줄을 몰랐다. 참자. 참아야해. 세베루스의 이런 성격을 모르지는 않았잖아. 


"자, 나는 너희 네 사람을 각자 떼어 놓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너희들이 복잡한 연애 생활보다는 마법의 약에 더욱 신경을 쓸 수 있지 않겠니? 에반스, 너는 이 자리에 그냥 앉거라. 위즐리와 그레인저양은 저쪽으로 가. 위즐리는 말포이의 옆자리로, 그레인저양은 파키슨양 옆자리에... 그리고 포터, 너는 내 책상 앞자리다. 어서 움직여라."


잔뜩 화가 난 해리는 마법의 약 재료와 가방을 큰 냄비 안에 던져 넣은 후에 지하 교실의 제일 앞쪽에 놓여 있는 책상으로 냄비를 끌고 갔다. 그 뒤를 따라온 세베루스는 교탁에 앉아서 해리가 냄비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런 모든 언론의 관심이 이미 지나차게 커져 있는 네 머리통을 더욱 부풀려 놓은 것 같구나."


교실의 학생들이 다시 조용해지자, 세베루스가 냉정하게 말했다. 해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앗다. 세베루스는 차갑게 그에게만 들릴정도로 조용히 말하는 입모양이 보였다. 


"저는 교수님 사무실 근처에도 가지 않았어요!"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짓말 하지 마라! 오소리 가죽과 아가미 풀. 두 가지 모두 내 개인 사무함에 있는 거야. 그리고 나는 누가 그걸 훔쳤는지 알고 있다."

".... 저는 교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군요."


해리와 세베루스의 공방전을 바라보았다. 오소리 가죽? 그건 우리가 아닌데... 안에 이미 칩입한 사람이 있다. 폴리주스 마법의 약을 마신 채로 변장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내 눈동자는 지금.... 


"네가 한밤중에 숙소에서 나와서 내 사무실에 침입했잖아! 난 알고 있어, 포터! 아마 매드아이 무디도 네 팬클럽에 가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절대로 너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겠어! 한 번 더 밤중에 내 사무실에 기어들어 오면, 너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게다."

"알겠어요! 만약 거기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면, 그땐 교수님 말씀을 명심하죠."


해리가 생강부리로 고개를 돌리면서 냉정하게 대답했다. 세베루스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는 검은 옷자락 속에 손을 집어넣고는 투명한 약이 담긴 작은 크르스탈 병을 꺼냈다. 베리타세룸 약? 진실의 마법약을 가지고 협박하는 겁니까!!! 세베루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고는 더 이상 그쪽에 신경쓰지 않고는 약물을 젓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 지하 교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세베루스는 평소와 같이 대답했다. 문이 열리자 학생들이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카르카로프 교수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고 잇었다. 모든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는 가운데, 카르카로프가 세베루스의 책상으로 곧장 걸어갔다. 그는 몹지 불안한 듯이 염소 수염을 손가락으로 비비 꼬고 있었다.


"잠깐 얘기 좀 하지."


카르카로프가 세베루스를 쳐다보면서 불숙 말을 꺼냈다. 그는 마치 자신의 하는 말을 아무도 듣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 입술을 거의 벌리지 않고 중얼거렸다. 마치 형편없는 복화술사가 말하는 것 같았다.


"카르카로프, 수업이 끝난 후에 대화를 나누는 게 좋겠네."


세베루스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카르카로프는 세베루스의 말을 가로막았다.


"나는 지금 이야기를 하고 싶네. 자네가 날 피할 수 없을 때 말이야. 세베루스, 자네는 줄곧 나를 피하고 있지 않은가?"

"수업이 끝난 후에 보자구."


세베루스가 딱 잘라 말했다. 카르카로프는 굉장히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고 세베루스는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이었다. 카르카로프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세베루스의 책상 뒤에서 서성거렸다. 수업이 끝난 후에 세베루스가 살짝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지키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는 느리게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급하다는 거지?"


세베루스가 나지막이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 때문이라네."


카르카로프가 말했다. 떨어진 깃펜을 주우면서 카르카로프의 모습을 살폈다. 그는 왼쪽 옷소매를 걷어올려서 세베수르에게 팔 안쪽을 보여주는 것이 보였다.


"어떤가? 자네도 봤는가? 지금까지 이렇게 선명했던 적은 없었어.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카르카로프는 여전히 입술을 움직이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쓰고 있었다.


"당장 치워!"


세베루스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날카로운 검은 눈으로 황급히 교실을 둘러보았다.


"에반스, 포터!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지금, 막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교수님."


그는 무언가 들킨 얼굴로 나를 쳐다보면서 화를 버럭 냈다. 나는 느긋히 말하고는 해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해리가 서둘러 가방 안에 책과 마법의 약 재료들을 주워담자 우리는 최대한 빨리 교실을 벗어났다. 저 왼쪽 팔은.... 어머니도 가끔씩 숨기던 팔이었다. 절대로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셔서 붕개를 감고 있었지. 대체 무엇이 있길래...

다음날 정오에 성을 떠난 우리는 은빛 햇살이 힘없이 내리비치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날씨는 눈에 뜨일 정도로 따뜻해져서 호그시미드에 도착할 무렵이 되자 망토를 벗어서 어깨에 걸쳐야만 했다. 시리우스가 가져오라고 부탁했던 음식은 해리와 내 가방 안에 잔뜩 들어있었다.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많은 음식과 음료수 두 병을 슬쩍해서 가져온 것이다. 우선 도비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그래드래그스 마법사 옷가게에 들어갔다. 그리고 찾을 수 있는 한, 가장 요란하고 화려한 양말을 고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는 반작이는 금별과 은별 무늬가 박힌 양말과 발냄새가 너무 심하면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는 양말로 있었다. 더비시와 뱅스 가게를 지나서 마을 변두리를 향해 하이 거리를 올라갔다. 꼬불꼬불한 오솔길을 따라서 한참을 걸어가니까 호스미드를 빙 둘러싸고 있는 거친 항야 지대가 나타났다. 이곳에는 아주 넓은 정원이 딸린 집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산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마침내 모퉁이를 돌아서자,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 계단 울타리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계단의 제일 꼭대기에는 몸집이 아주 털이 복실복실한 검은 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리우스, 안녕!"


입에 신문을 몰고 있는 그 개 앞에 도착한 해리가 먼저 인사를 했다. 해리의 가방에 코를 들이대고 킁킁 열심히 냄새를 맡던 검은 개가 꼬리르 살랑거렸다. 그리고 뒤돌아서더니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위가 많은 산 밑까지는 야트막한 관목이 자라는 벌판이 이어지고 있었다. 계단 울타리를 넘어서 검은 개의 뒤를 따라갔다. 시리우스는 바로 산 밑까지 우리를 인도했다. 그곳은 온통 둥근 바위와 자갈들이 깔려 있었다. 네 발로 걸어가는 시리우스는 아주 손쉽게 지나갈 수 있었지만 우리는 이내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시리우스를 따라서 좀더 높은 산 중턱까지 올라갔다. 시리우스의 살랑거리는 꼬리를 쫓아서 그렇게 거의 30분 가량 따가운 햇빛을 받으며, 가파르고 구불구불하고 자갈이 깔린 언덕길을 올라가자,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갑자기 시리우스가 우리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시리우스가 없어진 곳으로 다가가자, 바위 사이로 약간 벌어진 틈이 보였다. 간신히 그 틈ㅇ로 들어가자 서늘하고 어두침침한 동굴을 발견하고는 동굴 깊숙이 들어갓다. 동굴 끝에는 커다란 히포그리프 한 마리가 단단한 바위에 매 놓은 밧줄에 묶여 있었다. 벅빅은 날카로운 오렌지색 눈을 번뜩이자 우리는 일제히 허리를 숙이면서 벅빅에게 인사를 했다. 한참동안이나 거만하게 우리를 쳐다보던 벅벅은 비늘이 덮여 있는 무릎을 굽혔다.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 깃털로 덮여 있는 벅빅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곧이어 검은 개는 해리의 대부로 모습을 바꾸었다. 시리우스는 너덜너덜하고 더러운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아즈카반에서 도망쳤을 때 입고 있던 바로 그 옷이었다. 지난 번에 만났을 때보다 더욱 길게 자란 검은 머리카락은 엉망으로 뒤엉킨 채 산발이 되어 있었으며, 얼굴오 야위어서 아주 훌쭉했다.


"닭고기로구나!"


시리우스는 입에 물고 있던 오래된 <예언자 일보>를 동굴 바닥으로 내던지면서 잔뜩 쉰 목소리로 외쳤다. 나와 해리는 서둘러 가방을 열고 닭다리와 빵이 들어 있는 보따리르 시리우스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


보따리를 풀어헤친 시리우스는 닭다리 하나를 움켜쥐고 동굴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이빨로 커다란 살점을 덥석 물어뜯었다. 


"그 동안 주로 생쥐를 잡아먹고 살았어. 호그스미드에서는 음식을 많이 훔칠 수가 없거든. 다른 사람들의 주위를 끌면 안 되니까 말이야."


시리우스는 해리를 보고 씩 웃었다. 


"여기에서 뭘 하고 계셨어요, 시리우스?"


해리가 물었다.


"대부로서 내 의무를 다하고 있었지."


시리우스가 굶주린 개처럼 닭뼈다귀를 뜯어먹으면서 말했다. 


"내 걱정은 하지 마라. 길을 잃어버린 아주 사랑스러운 개인 척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시리우스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하지만 해리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자, 좀더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나는 너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있고 싶단다. 지난번에 보낸 너의 편지는....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일이 점점 더 수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나는 매번 누군가가 보고 버린 신문을 주워 오곤 하는데,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면 앞날이 걱정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더구나."


시리우스가 동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누렇게 변색된 <예언자 일보>를 턱으로 가리켰다. 론은 그 신문을 집어 들어서 펼쳐보았다. 나 역시 론의 옆으로 걸어갔다. 신문은 두 장 뿐이었다. 한 장에는 '바르테미우스 크라우치, 의문의 병을 앓다'라는 제목이 실려 있었고, 다른 한 장에는 '마법부 소속 마녀 아직도 실종중-현 마법부 장관도 개인적인 관련이 있어' 제목이 실려있었다.


"만약 붙잡히기라도 하면요? 누군가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요?"

"이 근처에서 내가 애니마구스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너희 네 사람과 덤블도어뿐이야."


시리우스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계속해서 닭다리를 뜯어먹었다.  론은 해리를 쿡쿡 찌르더니 신문을 건네주었다. 


"이 기사를 보면, 마치 크라우치가 죽어가고 있는 것 같군요. 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다면 크라우치는 절대로 그 정도는 아니에요."


해리가 말했다.


"저희 형은 크라우치의 개인 보좌관이에요. 그런데 형은 크라우치가 과로 때문에 아픈 거래요."


론이 시리우스에게 알려주었다.


"내가 지난번에 가까운 거리에서 봤을 때에도 크라우치는 정말 아픈 것처럼 보였어요. 내 이름이 불의 잔에서 나왔던 바로 그날 밤에도..."


해리가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말했다.


"윙키를 해고하더니 천발을 받은 거야. 그렇지 않니? 장담하건대 그 사람은 지금쯤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고 있을 거야. 윙키가 곁에서 돌봐 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았겠지."


헤르미온느가 적의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시리우스가 던진 닭뼈다귀를 우두둑 우두둑 씹어먹고 있는 벅빅을 쓰다듬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꼬마 집요정들 문제에 대해 너무 집착하고 있다니까요."


론은 못마땅한 시선을 헤르미온느에게 던지면서 시리우스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헤르미온느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크라우치가 꼬마 집요정을 해고했다구?"

"그래요. 퀴디치 월드컵 때요."

 

해리는 어둠의 표식이 나타났던 것과 해리의 지팡이를 손에 들고 있던 윙키를 발견한 것, 그리고 크라우치가 얼마나 분노했던가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주었다. 

해리가 이야기를 끝내자, 시리웃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동굴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먼저 이 일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도록 하자. 너희들은 제일 처음 일등석에서 그 꼬마 집요정을 보았어. 그 꼬마 집요정은 크라우치의 자리를 지키고 잇었지. 그렇지?"


잠시 후에 시리우스가 새로운 닭다리를 집어들면서 말했다.


"맞아요."


우리가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크라우치는 시합에 나타나지 않았지?"

"그래요, 저는 크라우치가 너무 바쁜 모양이라고 생각했죠."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시리우스는 아무런 말도 없이 동굴 안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해리, 일등석에서 떠나기 전에 네 호주머니 속에 지팡이가 들어 잇는지 살펴봤니?"

"음.... 아니요. 숲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지팡이를 써야할 일이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안에는 만능 망원경박에 들어 있지 않았어요."


해리는 시리우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어둠의 표식을 불러낸 사람이 일등석에서 해리의 지팡이를 훔쳤다는 말씀인가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윙키는 지팡이를 훔치지 않았어요!"


헤르미온느가 반박하면서 소리쳤다.


"그 사람에 있었던 사람은 비단 꼬마 집요정만 아니야. 해리, 네 뒤에 또 누가 앉아 있었지?"


시리우스는 눈썹을 찡그린 채, 계속해서 서성거렸다.


"여러 사람들이 있었어요. 불가리아 장관들과 코네릴우스 퍼지.... 피브렐 가족 그리고 말포이 가족...."

"말포이 가족! 루시우스 말포이가 틀림없어요!"

"하지만 어둠의 표식을 불러낸 남자의 목소리는 루시우스 말포이가 아니었어."


갑자기 론이 소리쳤다. 어찌나 크게 소리를 질렀던지 론의 목소리가 동굴 전체에 울려 퍼졌다. 벅빅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발딱 치켜들었다. 벅빅을 달래주면서 내가 론의 의견에 반박했다.


"또 다른 사람은?'

"없어요."

"아니야. 또 있었어. 루도 베그만씨가 있었잖아."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기억을 일깨워 주었다.


"오, 그래..."

"나는 베그만이 윔본 와스프 팀의 몰이꾼이었다는 사실 이외에는 마우것도 몰라. 그 사람은 어떻지?"


시리우스가 여전히 동굴 안을 걸어다니면서 물었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트리위저드 시합 중에 계속해서 저를 도와주겠다고 했었어요."

"그랬단 말이니?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


시리우스가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


"그저 제가 좋아서 그런다고 했어요."


해리가 대답했다.


"음."


시리우스가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우리는 어둠의 표식이 나타나기 직전에 숲속에서 그 사람을 봤어요."


헤르미온느가 시리우스에게 말하고는 우리를 돌아보았다.


"기억나지 않니?"

"그래, 하지만 베그만은 숲속에 계속 머물러 있지는 않았어. 안 그래? 우리가 소동이 일어났다는 말을 하자마자 당장 캠프장으로 달려갔잖아."


론이 말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 사람이 어디로 순간이동을 했는지 네가 어떻게 알 수 있냐구?"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되물었다.


"헛소리 좀 그만 해. 그렇다면 너는 루도 베그만이 어둠의 표식을 불러냈다고 생각하는 거야?"


론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윙키보다는 오히려 그 사람이 더욱 의심스럽지."


헤르미오느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크라우치 빈 자리에 투명 망토를 쓴 사람이 있었다면?"

".... 뭐?"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잖아."

"또 뭘 본 거냐, 로라?"


시리우스가 나를 향해서 묻자 난 고개를 젓었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진짜냐?"

"물론이죠."


의심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시리우스 모습에 나는 웃었다. 예지몽을 꾸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나에게 오클러먼시와 레질러먼시를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필요한 일이었기에 배워야했다. 그때가 아마 처음보는 어머니의 냉정하고 엄격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이었다. 그 수업이 끝나면 어머니는 냉정한 지도관에서 다시 상냥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완벽하게 그것을 할 수 있을 때 두 번 다시느 그런 엄격한 모습은 보지 않았다.


"어둠의 표식이 나타나고 꼬마 집요정이 해리의 지팡이를 든 채 발견되었을 때, 크라우치는 어떻게 행동했지?"


시리우스는 다시 문제로 돌아갔다.


"덤불 속을 자세히 조사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해리가 말했다. 


"물론 그랬겠지. 그 사람은 자신의 꼬마 집요정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반드시 확인하고 싶었겠지... 그런 다음에 꼬마 집요정을 해고해 버렸니?"

"네. 그 꼬마 집요정을 해고해 버렸어요. 단지 텐트에 남지 않고... 돌아다녔다고 해서..."


헤르미온느가 몹시 흥분해서 말했다.


"헤르미온느, 제발 꼬마 집요정 생각 좀 그만 할 수 없니?"


론이 짜증스러운 듯이 소리를 질렀다.


"론, 헤르미온느는 너보다 크라우치를 더욱 잘 파악하고 있어."


시리우스고 고개를 가로젓었다.


"만약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자신과 동등한 사람이 아닌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잘 살펴보면 된단다."


시리우스는 뭔가 곰곰이 생각하면서 수염이 텁수룩하게 자란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그 동안 줄곧 바티 크라우치는 없었어... 그 사람은 일부러 꼬마 집요정에게 퀴디치 월드컵의 관람석을 지키고 있으라는 명령까지 내려놓고는 경기를 구경하러 나타나지도 않았단 말이야. 또 트리위저드 시합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그토록 애를 쓰더니 갑자기 이 시합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그것도 전혀 크라우치답지 않은 행도잉야. 만약에 단지 몸이 아프다고 해서 그 사람이 한 번이라도 일을 쉰 적이 있다면 나는 벅빅을 잡아먹겠어."

"혹시 크라우치를 잘 아시나요?"


해리가 물었다. 갑자기 시리우스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아주 잘 알고 있지. 나를 아즈카반으로 보내라고 명령을 내린 사람이 바로 크라우치야. 단 한 번의 재판도 없이 말이지."


시리우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뭐라구요?"


론과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소리쳤다.


"농담이겠죠!"

"아니, 정말이란다."

"크라우치는 과거에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 부장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는 '그 잘못'을 저질렀지."


시리우스가 다시 닭다리를 덥석 깨물자 내가 대신 말했다.


"그 잘못?"

"프랭크 롱바텀과 앨리스 롱바텀의 사건 때... 아니다. 먼저, 이 이야기를 해야겠네. 크라우치 그 사람은 차기 마법부 장관으로 첫번째 물망에 올랐었지. 그 사람은 위대한 마법사였어. 아주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갖고 있었고 권력에 굶주려 있었지. 오, 물론 볼드모트의 협력자는 결코 아니었어."


해리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알아차린 내가 재빨리 덧붙였다. 


"바티 크라우치는 항상 어둠의 마법에 대해서 공공연히 반대하고 다녔어. 하지만 그때는 어둠의 마법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으니까... 너희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게다... 너희들은 너무 어리니까..."

"저희 아빠도 퀴디치 월드컵 때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저희를 한 번 믿어보세요. 손해 볼 일은 없잖아요?"


시리우스의 말에 론이 약간 자존심이 상해서 말했다. 시리우스의 야윈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좋다. 너희들을 믿어 보지..."


시리우스는 다시 동굴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입을 다물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볼드모트의 힘이 아주 강력하다고 한번 상상해보거라. 누가 볼드모트의 협력자인지, 누가 그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고 누가 그 사람의 편이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볼도므토가 다른 사람들을 조종해서 본인 스스로도 어쩔 수 없이 끔찍한 짓을 저지르도록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과 친구까지도 모두 두려워하게 될 게다. 매주마다 더 많은 죽음과 더 많은 실종과 더 많은 고문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혼란에 빠진 마법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머글들에게 이 모든 사실들을 숨기는 데에만 급금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머글들도 죽어간다. 온 사방에 공포가 가득차게 되고... 두려움과... 혼란이... 바로 옛날이 그랬단다."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시리우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위졌다.


"그래. 그런 시절이 어떤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기회였고 또한 어떤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시간이었지. 처음에 크라우치의 방침은.... 제법 괜찮았던 모양이야... 나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그 사람은 마법부 내에서 승승장구했어. 그리고 볼드모트의 협력자들에겐 아주 가혹한 처분을 내리라고 명령하기 시작했지. 오러들에게 새로운 권한을 주어졌지. 예를 들자면 싱포하기보다는 죽일 수 있는 권한 같은 것 말이야. 재판도 없이 디멘터들의 손으로 곧장 넘겨진 사람은 비단 한 사람만이 아니었어. 크라우치는 폭력과 싸우기 위해 폭력을 사용했지. 그리고 용의자에게 용서할 수 없는 저주를 내리는 것을 합법화했단다. 크라우치는 서서히 어둠의 마법사만큼이나 잔인하고 무자비한 사람이 되어 갔어. 물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었단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올바르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가 마법부 장관이 되어야만 소리 높여 주장하는 마법사도 많았지. 마침내 볼드모트가 사라졌을 때, 크라우치가 마법부 장관 자리에 오르는 건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였어. 하지만 아주 불행한 일이 벌여졌지..."


오러인 네빌의 부모님이 죽음의 먹는 자들에게 공격을 당한 일이 벌어졌다. 그 사건으로 둘은 자신의 아들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미쳐버려서는 현재 성 뭉고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크라우치의 단 하나뿐인 아들이 죽음의 먹는 자 무리와 함께 붙잡혔던 거야. 그들은 아즈카반에서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었지. 틀림없이 볼드모트를 찾아서 다시 힘을 되찾게 하려고 했었어."

"크라우치의 아들이 붙잡혔단 말인가요?"


헤르미온느가 입을 딱 벌었다.


"그래, 늙은 바티로서는 불쾌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엇지. 사실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좀 있어야 했는데 말이야. 가끔씩이라도 좀 일찍 퇴근해서 자기 아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고 했어야 되는 거 아니야?"


벅빅에게 닭뼈다귀를 휙 던진 시리우스는 이제 턼거 주저앉아서 빵덩어리를 집어들더니 절반을 뚝 떼어 마치 늑대처럼 덥석덥석 뜯어먹기 시작했다.


"크라우치의 아들이 죽음을 먹는 자였나요?"


해리가 물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 그 아이가 아즈카반으로 끌려왔을 때, 나도 그 감옥에 잇었어. 지금까지 내가 한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은 감옥에서 나온 이후에 알게 된 사실이야. 내가 목숨을 걸고 장담하지만, 그 아이와 함께 붙잡힌 사람들은 분명히 죽음을 먹는 자들이었어. 하지만 그 아이는 우연히 때를 잘못 만나서 잘못된 장소에 있었던 건지도 모르지. 윙키라는 그 꼬마 집요정처럼 말이야."

"크라우치는 자기 아들을 구해 내려고 했었나요?"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질문에 나는 미간을 와락 찌푸렸고 시리우스는 마치 개가 짖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크라우치는 자신의 명망에를 해를 입히는 거라면 아들이라도 가차없이 버린 인물이야. 그런 사람이 자기 아들을 구할리가 없잖아."

"헤르미온느, 그래도 너만은 그 사람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은 마법부 장관이 되기 위해 평생을 바쳤어. 너는 그 사람이 단지 어둠의 표식과 자신을 연관시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헌신적인 꼬마 집요정을 해고하는 걸 봣잖니? 그걸 보고도 크라우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니? 크라우치가 갖고 있는 부성애라는 건 고작해야 아들에게 한 번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었어. 결과적으로 그 재판은 크라우치에게 자신이 얼마나 아들을 증오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회만 제공한 셈이 되었지만 말이야. 그 사람은 재판이 끝나자마자 곧장 아들을 아즈카반으로 보냇어?"

"자기 아들을 디멘터에게 보냈단 말인가요?"

"바로 그랬단다."


시리우스는 이제 전혀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나는 디멘터들이 그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을 봤어. 내가 감금되어 잇던 감방의 창살 너머로 그들을 지켜봤지. 그 아이는 겨우 열아홉 살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았어. 그 아이는 내가 있던 감방 근처에 수감되었는데, 밤바다 엄마를 찾으면서 비명을 질렀지. 그리고 며칠 후에는 조용해졌어... 그래, 결국에는 모두들 조용해지기 마련이지... 꿈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만 제외하면..."


잠시 동안 시리우스의 눈빛이 죽은 사람처럼 멍하니 초점을 잃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아직까지도 아즈카반에 있나요?"

"아니야. 아니, 이제는 거기 없어. 감옥으로 끌려온 지 1년만에 죽엇거든."


시리우스는 힘없이 말했다.


"죽었어요?"

"그 아이뿐만이 아니야."


시리우스가 신랄하게 말했다.


"그곳으로 끌려갔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내 미쳐버리거나 혹은 더 이상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되었지. 더 이상 살고 싶은 의지를 잃어버린 거야. 죽음이 다가올 때마다 항상 할 수가 있었어. 왜냐하면 미리 죽음을 감지한 디멘터들이 마구 흥분함녀서 날뛰었거든.... 그 아이는 감옥에 도착했을 때부터 몸비 상당히 아픈 것 같았어. 크라우치는 마법부의 고위 인사였기 때문에 아들의 임종을 지켜볼 수 있도록 아즈카반을 방문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지. 그게 내가 바티 크라우치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었어. 크라우치가 아내를 거의 안고 가다시피 하면서 내 감방 앞을 지나갔거든. 얼마 후에 크라우치의 아내는 자살을 했어. 슬픔을 이기지 못한 거야. 아들처럼 그렇게 기운을 잃어버린 거지. 크라우치는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 오지도 않았어. 디멘터들은 크라우치의 아들을 그냥 숲속에 묻었어. 나는 직접 그 광경을 지켜보았지."


시리우스는 호박 주스 병을 집어들더니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렇게 해서 늙은 크라우치는 모든 걸 잃었어. 마침내 모든 걸 이루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에 말이야."


시리우스는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한 때에는 차기 마법부 장관으로 지목되었던 영웅이... 이제는 아들을 잃고 부인도 잃고 가문의 명예마저도 더럽히게 된 거지. 감옥에서 탈출한 후에 나는 크라우치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일단 아들이 죽자,사람들은 그 아들에 대해서 동정심을 갖게 된 거야. 그리고 왜 그렇게 훌륭한 가문의 촉망받는 젊은이가 그토록 나쁜 길로 빠져들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게 시작했어. 그리고 아버지가 너무 아들을 돌보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지. 결국 코넬리우스 퍼지씨가 마법부 장관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크라우치는 국제 마법 협력부라는 한직으로 밀려났지."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 크라우치가 윙키에게 그렇게 냉혹하게 된 것은 그의 아들과 옛날의 추문과 마법부에서 실추된 자신의 명성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무디는 크라우치가 어둠의 마법사를 붙잡는 일에 집착한다고 말했어요."


해리가 시리우스에게 말했다.


"그래, 그 일에 크라우치가 거의 광적인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말은 나도 들었다. 내 상각에 말하자면, 그 사람은 아직까지도 죽음을 먹는 자들을 더 많이 체포하면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 거야."


시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크라우치는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몰래 침입하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해서 크라우치씨가 세베루스의 몰래 칩입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아. 여전히 말이지."


론은 의기양양하게 바라보자 내가 말했다.


"아니지, 당연한 일이야!"


론이 몹시 흥분하여 떠들었다. 하지만 시리우스는 신중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말을 좀 들어보렴. 만약 크라우치가 스네이프를 조사하고 싶었다면, 왜 트리위저드 시합에 심판을 보러 나오지 않았겠니? 그거야말로 호그와트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스네이프를 감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구실이 될 텐데 말이야."

"그렇다면 아저씨는 스네이프가 이 일에 무슨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해리, 나는 네가 하는 말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덤블도어는 세베루스를 믿고 있어. 덤블도어, 그는 현명한 마법사야. 그 사람의 앞에서 세베루스가 무슨 짓을 할 수 있겠니?!"

"로라, 제발 좀 가만히 있을 수 없니? 너가 그 사람의 대녀라서 두둔하는 것은 알겠지만! 정말로 똑똑한 어둠의 마법사조차도 덤블도어를 속일 수 없다는 건 아냐."

"나는 세베루스가 내 대부라서 두둔하는 것이 아니야!!"


론이 짜증스럽게 말하자 내가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왜 해리가 1학년 때, 세베루스가 해리의 목숨을 구했겠어? 왜 그냥 해리가 죽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느냔 말이야? 해리는 세베루스 자신이 증오하는 제임스 포터의 아들인데 말이지!"

"모르지. 어쩌면 덤블도어가... 당장 스네이프를 내쫓을 거라고 생각해서..."

"시리우스, 어떻게 생각하세요?"


해리가 일부로 큰 소리로 물었다. 론과 나는 시리우스의 대답을 듣기 위해 말다툼을 멈추엇다.


"나는 두 사람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본다. 스네이프가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왜 덤블도어가 그런 사람을 채용했는지 몹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스네이프는 항상 어둠의 마법에 매혹되어 있었거든. 학교 다닐 때부터 그런 일들 때문에 아주 유명했지. 스네이프는 머리카락에 항상 끈적끈적하고 번지르르한 기름이 끼어 있는 소년이었어. 스네이프는 신입생 때부터 7학년생들보다도 더 많은 저주를 알고 있었지. 게다가 슬리데린의 깡패들과 한패가 되었는데, 나중에 그들 대부분이 죽음을 먹는 자가 되었단다."


시리우스는 손가락을 들어서 하나 하나 이름을 꼽기 시작했다.


"로시에르와 윌크스... 그들은 볼드모트가 몰락하기 전해에 오러들에게 죽음을 당했지. 레스트랭 부부, 결혼한 부부였는데 지금은 아즈카반에 있어. 애버리...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애버리는 임페리우스 저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짓을 했다고 변명하면서 교묘히 곤경을 벗어났다고 하더군. 그들을 제외하고도 슬리데린 출신 중에서 죽음을 먹는 자가 된 사람은 아주 많아. 하지만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스네이프는 지금까지 한 번도 죽음을 먹는 자라는 죄목으로 기소를 당한 적이 없어.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아직까지 수많은 죽음을 먹는 자들이 잡히지 않고 있으니까... 게다가 스네이프는 무척 교활하고 영리해서 곤경을 살살 피해다니고도 남을 만한 인간이야."

"스네이프와 카르카로프는 서로 잘 아는 사이 같앗어요. 하지만 스네이프는 그걸 비밀로 하고 싶어하더군요."


론이 말했다.


"그래요. 어제 마법의 약 시간에 카르카로프가 나타났을 때, 스네이프의 표정을 아저씨도 보셨어야 했는데! 카르카로프는 스네이프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했지만, 스네이프가 항상 자기를 피해 다닌다고 말했어요. 카르카로프는 무척 걱정스러운 일이 있는지 자신의 팔뚝에 있는 뭔가를 스네이프에게 보여줬어요. 하지만 전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해리가 재빨리 덧붙였다.


"팔뚝에 있는 뭔가를 스네이프에게 보여주었단 말이냐?"


시리우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는 더러운 머리카락을 벅벅 긁더니 다시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도대체 그게 뭔지 나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카르카로프가 그토록 걱정하면서 스네이프에게 대답을 들으려고 찾아왔다면..."


시리우스는 동굴 천장을 노려보면서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덤블도어가 스네이프를 믿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야. 물론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거나 못 미더워하는 사람들을 덤블도어가 종종 믿고 너그럽게 받아 준다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만약 스네이프가 정말로 볼드모트 편에 가담한 적이 있다면, 아무리 덤블도어라고 해도 그런 자를 호그와트의 교수로까지 채용하지는 않을 거야."

"그렇다면 어째서 무디가 크라우치가 스네이프의 사무실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을 했을까요?"


론이 고집스럽게 주장했다.


"글쎄... 솔직히 매드아이라면 호그와트에 도착하자마자 능히 모든 교수들의 사무실을 샅샅이 뒤지고도 남을 만한 위인이야. 무디 그 사람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지. 이 세상에 무디가 신뢰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사실 무디가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별로 놀랄 만한 것도 아니지. 하지만 이것 하나만 확실히 말할 수 있어. 무디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언제나 사로잡으려고 노력했지. 무디는 좀 거칠기는 해도 절대로 죽음을 먹는 자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타락하지는 않았어. 그러나 크라우치는.... 그 사람은 좀 달라... 과연 정말로 병이 났을까? 만약 그렇다면 왜 병든 몸을 이끌고 굳이 스네이프의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했을까? 만약 병이 난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퀴디치 월드컵이 열렸을 때 일등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만큼,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던 걸까? 트리위저드 시합의 심판을 봐야 할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걸까?"


시리우스는 동굴 천장을 노려보면서 한참동안이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네 형이 크라우치의 개인 보좌관이라고 했지? 혹시 형에게 연락해서 최근에 크라우치를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겠니?"


시리우스가 론에게 물었다.


"한 번 물어볼게요. 하지만 크라우치가 무엇인가 부정한 일에 관련되어 있다는 듯한 인상을 풍기면 안 될 거예요. 퍼시형은 크라우치를 숭배하고 있거든요."


론은 어쩌면 자신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물어보면서 혹시 버사 조킨스에 대해서도 뭔가 알아낸 것이 잇는지 한 번 확인해 보도록 해라."

"베그만은 그 사건에 대해서 아직까지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고 하던데요."


해리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래, 여기에 실린 기사에도 베그만의 말이 인용되어 잇구나."


시리우스가 <예언자 일보>를 훑어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버사의 기억력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해서 시끄럽게 떠들어 놓았군. 글쎄... 어쩌면 버사가 내가 알고 지내던 대와는 많이 달라졌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버사는 전혀 기억력이 나쁘지 않았어. 오히려 그 반대였지. 약간 희미한 구석이 있긴 했지만, 떠도는 소문을 기억하는 일에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어. 그렇기 때문에 말썽을 일으키는 일도 많았지. 그 여자는 언제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지 도무지 그때를 몰랐으니까 말이야. 아마 마법부 내에서도 약간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었을 거야.... 어쩌면 베그만이 이렇게 오랫동안 열심히 버사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 이유도..."


시리우스가 피곤한 눈을 비비면서 땅을 꺼저라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지금이 몇 시지?"

"3시 30분에요."


헤르미온느가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었다.


"너희들은 그만 학교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


시리우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말 잘 들어라... 나는 너희들이 나를 만나기 위해 몰래 학교를 빠져나오거나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일이 생기면 내게 편지를 보내서 즉시 알려 주거라. 하지만 허락없이 호그와트를 빠져나와서는 안 된다. 누군가 너를 공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될 테니까 말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저를 공격하지 않았어요. 불을 내뿜는 용과 그라인딜로우 몇 마리만 제외하면 말이죠."


해리가 농담삼아 말햇지만 시리우스는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어쨌거나 무사히 트리위저드 시합이 끝나야만 다시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구나. 하지만 6월까니느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잊지 말거라. 너희들끼리 내이야기를 할 때에는 나를 '스누플즈'라고 부르거라. 알았지?"


빈 봉지와 병을 해리에게 건네준 시리우스는 벅빅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마을 근처까지 너희들을 데려다 주지. 다른 신문도 좀 뒤져 보는 게 좋을 테니까 말이야."


시리우스는 동굴을 나서기 직전에 다시 커다란 검은 개로 변신했다. 시리우스와 함께 걸어서 산을 내려갔다. 자갈이 깔린 길을 지나 울타리 계단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시리우스는 아이들을 번갈아 가면서 한 번씩 머리를 쓰다듬도록 기다렸다가 다시 몸을 돌려서 마을 변두리로 달려갔다. 고스미드로 돌아온 우리는 다시 호그와트로 향해 출발했다.


"퍼시가 크라우치에 대한 사실을 다 알게 되면 놀랄까? 어쩌면 전혀 개의치 않을지도 몰라. 그 이야기를 듣고 더욱더 크라우칠르 존경하게 될지도 모르지. 그래, 퍼시는 법을 사랑하니까... 퍼시라면 크라우치가 자기 아들을 위해서 법을 어기는 것을 거부했다고 말하겠지."


성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론이 말했다.


"그래도 퍼시는 가족을 절대로 디멘터에게 던져 버리지는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거야 알 수 없지. 만약 우리가 자신의 출세에 지장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너희들도 알다시피 퍼시는 야망으로 가득 차 있거든."


론이 고개를 떨구면서 말했다. 돌꼐단을 지나서 현관 복도로 들어갔다. 이미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는 연회장 쪽에서 구수하고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왔다.


"불쌍한 스누플즈. 나이도 많은데... 해리, 스누플즈는 너를 정말로 좋아하는 게 틀림 없어. 쥐를 잡아먹으며 목숨을 이어 가는 걸 한번 상상해 봐."


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일요일 아침에 식사를 마친 우리는 퍼시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서둘러 부엉이장으로 올라갔다. 시리우스가 시킨 대로 최근에 크라우치를 본 적이 잇는지 물어보려는 것이었다. 우편물을 배달하는 임무를 헤드위그에게 맡기기로 했다. 헤드위그가 너무나 오랫동안 아무런 일거리도 맡지 못했기 때문이다. 헤드위그가 부엉이장 창문 너머로 멀리 사라지자, 도비에게 새로 산 양말을 선물하기 위해 주방으로 내려갔다. 꼬마 집요정들은 아주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꼬마 집요정들은 또다시 굽실굽실 절을 하면서 인사를 나누고 차를 준비하느라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도비는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에 감동받아서 거의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잇었다. 


"해리 포터와 해리 포터의 친구들은 도비에게 너무 잘해 줘요!"


도비는 툭 불거진 눈에서 뚝뚝 떨어지는 커다란 눈물 방울을 닦으면서 꽥꽥거렸다.


"초콜릿을 뿌린 이 슈크림을 좀더 먹으면 안 될까?"


활짝 웃으면서 연신 절을 하는 꼬마 집요정들을 빙 둘러보면서 론이 말했다.


"너 방금 아침 먹었잖아!"


헤르미온느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벌써 네 명의 꼬마 집요정들이 슈크림이 잔뜩 담긴 커다란 음쟁반을 들고 달려오고 잇었다.


"스누플즈에게 보낼 음식도 좀 챙겨 가면 어떨까?"

"그거 좋은 생각이야."


론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장구를 쳤다.


"피그에게도 뭔가 할 일을 주도록 해야지. 혹시 남은 음식이 있으면 우리에게 좀 줄 수 없겠니?"


론이 빙 둘러선 꼬마 집요정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꼬마 집요정들은 아주 신이 나서 꾸벅꾸벅 절을 하더니 재빨리 더욱 많은 음식을 가져오기 위해서 주방으로 달려갔다.


"도비, 그런데 윙키는 지금 어디에 있지?"


헤르미온느가 주위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윙키는 바로 저기 벽난로 근처에 있어요."


도비가 귀를 축 늘어뜨리면서 힘없이 대답했다.


"오, 이런!"


윙키를 발견한 헤르미온느가 가느다란 신음 소리를 냈다. 고개를 돌려서 벽난로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윙키는 지난번에 똑같은 의자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몸이 더럽혀져도 전혀 상관하지 않기 때문인지 연기에 검게 그슬린 벽돌과 잘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윙키의 옷은 너덜너덜하고 때가 잔뜩 끼어 잇었다. 윙키는 버터 맥주병을 손에 든 채, 멍하니 모닥불을 응시하며 의자 위에서 조금씩 몸을 흔들고 있었다. 우리가 지켜보는 동안, 윙키는 큰 소리로 딸꾹질을 했다.


"이제는 하루에 맥주를 여섯 병이나 마시고 있어요."


도비는 조심스럽게 해리에게 속삭였다.


"하지만 저건 별로 독한 술이 아니야."


해리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꼬마 집요정에게는 아주 독한 술이에요."


도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대답했다. 윙키가 또다시 딸꾹질을 했다. 슈크림을 들고 온 꼬마 집요정들은 몹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윙키를 흘겨보더니 다시 일을 하기 위해서 돌아갔다. 


"윙키는 점점 더 야위어 가고 있어요, 해리 포터. 윙키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해요. 윙키는 아직까지도 크라우치씨가 자기 주인이라고 생가갷요. 도비가 아무리 말해도 윙키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새로운 주인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아요."


도비가 걱정스럽게 속삭였다.


"안녕, 윙키. 요즘은 크라우치씨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지? 안 그래? 가끔씩 트리위저드 시합의 심판으로 여기 오던 것도 그만두엇으니깜 ㅏㄹ이야."


해리가 윙키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숙이고 말을 걸었다. 그러자 윙키의 눈이 깜박거렸다. 커다란 눈동자로 해리를 향하고 있었다. 윙키는 다시 약간씩 몸을 흔들면서 입을 열엇다.


"주.... 주인님이... 딸꾹... 그만두셨다구요?"

"그래."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첫 번째 시험 이후로 크라우치씨를 한 번도 보지 못했어. <예언자 일보>에 실린 기사를 보면 몸이 아프다고 하던데..."


윙키는 좀더 몸을 세게 흔들면서 해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주인님이... 딸꾹... 아프시다구요?"


윙키의 아랫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인지는 잘 몰라."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덧붙였다.


"주인님은... 딸꾹... 우이키가 필요하신 거예요!"


꼬마 집요정이 울먹이면서 말했다.


"주인님은.. 딸꾹.... 혼자서 그 모든 일들을.... 딸꾹... 처리할 수가 없어요..."

"윙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혼자서 집안일을 처리해나가고 있어."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반박했다.


"윙키는... 딸꾹... 주인님을 위해서... 딸꾹... 그저 집안 일만 한 게 아니라구요! 주인님은... 딸꾹... 윙키에게... 딸꾹... 제일 중요한 일을 맡겼어요. 가장... 딸꾹... 비밀스러운 일을...."


잔뜩 화가 난 윙키가 꽥꽥거리면서 소리쳤다. 그리고 훨씬 더 몸을 심하게 흔들면서 이미 얼룩이 잔뜩 묻은 브라우스에 또다시 맥주를 흘렀다.


"뭐라구?"


해리가 재빨리 물었지만, 윙키는 정신없이 머리를 흔들면서 버터 맥주를 질질 흘렸다.


"윙키는... 딸꾹... 주인님의 비밀을 지켜야만 해요."


윙키는 반항적인 태도로 말했다. 그리고 몸을 아주 심하게 흔들면서 사팔뜨기가 된 눈으로 해리를 흘겨보았다.


"당신은... 딸꾹... 남의 일을 캐고 다니는군, 그래."

"윙키는 해리 포터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면 못써! 해리 포터는 용감하고 고귀해. 해리 포터는 남의 뒤를 캐지 않아!"


도비가 마구 화를 내면서 윙키를 향해 소리쳤다.


"우리 주인님의.... 딸꾹... 사생활과 비밀을... 딸꾹... 캐묻고 잇잖아! 윙키는 좋은 꼬마 집요정이야. 윙키는.. 딸꾹... 비밀을 지켜. 사람들이... 딸꾹... 아무리 캐묻고... 딸꾹... 알아내려고 해도...."


윙키의 눈이 스르르 감기더니 갑자기 의자 위에서 벽난로 쪽으로 툭 굴러 떨어졌다. 그런 다음에 윙키는 코를 드르렁드를어 골면서 잠이 들었다. 텅 빈 버터 맥주병은 돌바닥 위를 따라서 데구루루 굴러갔다. 그러자 대여섯 명의 꼬마 집요정들이 역겨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황급히 달아 나왔다. 그 중에서 한 명은 얼른 맥주병을 집어 들었으며, 다른 꼬마 집요정들은 밑단에 깔끔하게 주름이 잡힌 체크 무늬의 커다란 식탁보로 윙키를 덮어버렸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윙키의 행동을 보고 저희들 모두를 판단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옆에 서 있던 한 꼬마 집요정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말했다. 꼬마 집요정의 얼굴에는 정말로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윙키는 단지 슬픈 거야! 왜 너희들은 윙키를 위로하려고 하지 않고 감추려고만 하는 거니?”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냈다.

 

“부디 저희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아가씨, 하지만 꼬마 집요정은 해야 할 일이 있고 섬겨야 할 주인이 있는 이상, 슬퍼할 권리가 없습니다.”

 

꼬마 집요정이 다시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이런, 세상에! 너희들 모두 내 말을 좀 들어 봐! 너희들에게도 마법사들만큼이나 불행을 느낄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너희들에게도 임금을 받고 휴일을 갖고 좋은 옷을 입을 수 있는 권리가 잇단 말이야! 너희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시키는 대로 뭐든지 다 할 필요는 없어! 도비를 보란 말이야!”

“헤르미온느, 그만해!”

 

헤르미온느가 꼬마 집요정들을 둘러보면서 소리쳤다. 나는 그녀에게 소리쳤다.

 

“아가씨, 도비는 이 일에서 빼 주세요.”

 

도비가 잔뜩 겁먹은 듯이 중얼거렸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꼬마 집요정들의 얼굴에서 다정한 미소가 일제히 싹 사라졌다. 갑자기 그들은 헤르미온느가 지극히 위험한 정신병자라도 되는 것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여기 음식을 갖고 왔어요!”

 

꼬마 집요정 하나가 해리의 팔꿈치 밑에서 소리치며 해리의 팔에 커다란 햄 덩어리와 열 두 개의 케이크 그리고 약가느이 과일을 안겨주었다.

 

“잘 가세요!”

 

꼬마 집요정들은 우리를 빙 둘러싸더니 수많은 작은 손바닥으로 등을 조금씩 떠밀며 주방에서 몰아내기 시작했다.

 

“양말 고마워요, 해리 포터!”

 

도비가 벽난로 근처에서 서글픈 목소리로 소리쳤다. 도비의 발치에는 식탁보로 뒤덮인 윙키가 드러누워 있었다.

 

“꼬마 집요정들의 가치관은 바꿀 수 없어,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 너는 입을 좀 다물고 있으면 어디가 덧나니? 이제 꼬마 집요정들은 우리가 찾아오는 걸 좋아하지 않을 거야! 윙키에게 크라우치에 대한 걸 더 알아낼 수도 없게 되었잖아!”

 

주방 문이 쾅 닫히자 론이 성질을 부렸다.

 

“그러셔? 너는 마치 그 일에 크게 관심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너는 그저 먹을 것 때문에 주방에 내려가는 거잖아!”

 

헤르미온느가 콧방퀴를 뀌면서 소리쳤다.

그날 오후는 무척 짜증스러웠다. 줄곧 휴게실에서 숙제를 하는 동안 내내 서로 으르렁거리는 론과 헤르미온느 때문에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숙제가 끝나자마자 산책을 명분으로 휴게실 밖으로 나갔다.

 

“로라!”

“아, 애드밀.”

 

나에게 다가오는 애드밀을 보자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애드밀은 쾌활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에게 달려왔다. 괜찮다고 무리하는 것이 보였다.

 

“혹시 예지몽 꾸지 않았니?”

“.... 꿨어.”

 

애드밀에게 말하자 단번에 그의 안색이 굳어져버렸다.

 

“... 어떻게.... 누군가가 죽을 거야....”

“누가?”

“.... 모르겠어.... 하지만 봤어..... 초록빛 섬광에 맞아서 쓰러지는 사람의 그림자를...”

 

내가 이마에 손바닥을 올리면서 말했다.

 

“자세히 보지는 못한 거야?”

“응... 하지만 그건 확실히 예지몽이였어.... 아마도 챔피언 중 한 명이 목숨을 잃을 것 같아.”

“여기에는 다른 교수님들도 있는데 어떻게!”

“호그와트가 꼭 안전한 장소는 아니야. 특히 이번 해는 트리위저드 시합이 열리는 학교니까.”

“뭐 그 말도 일리가 있네. 그래서 넌 어떻게 할 거야?”

“잘 모르겠어. 그냥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거든... 애드밀밖에 없고 말이야. 미안해.”

“아니, 의지가 되어준다는 것은 아주 기뻐.”

 

진심으로 기뻐하는 애드밀의 모습에 나는 걱정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내 시선을 알아차리자 내 머리를 쓰다듬고는 덤스트랭의 배로 가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있을 때, 보바통의 마차에서 맥심 부인이 나오더니 새로운 밭을 만들고 있는 해그리드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맥심 부인은 해그리드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삽에 몸을 기대고 선 해그리드는 별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맥심 부인은 금방 마차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고는 몸을 돌려서는 휴게실로 향했다.

론과 헤르미온느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해리가 자리에 없다는 것이 보이자 방으로 미련없이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식사 시간이 되자, 론과 헤르미온느의 불화도 다소 수그러들었다. 더욱 다행스러운 일은 헤르미온느가 꼬마 집요정들을 모욕했기 때문에 그리핀도르 식탁에는 형편없는 식사가 올라올 거라는 론의 불길한 예언이 어긋났다는 사실이었다. 잠시 후에 우편 배달 부엉이가 도착했다. 그러자 헤르미온느는 잔뜩 기대에 찬 눈길로 부엉이를 바라보았다. 무엇인가를 무척 고대하는 듯한 눈치였다.

 

“퍼시는 아직 답장을 보낸 시간이 없을 거야. 우리가 헤드위드를 보낸 게 바로 어제였잖아.”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아니야. 그걸 기다리는 게 아니야. 사실은 <예언자 일보>를 구독 신청했어.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번번이 슬리데린 아이들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 지긋지긋해서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정말 좋은 생각이야!”

 

이제 해리도 기대에 찬 눈길로 부엉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봐, 헤르미온느. 내 생각에 마침내 너에게 행운을 찾아온 것 같은데.”

 

회색 부엉이가 헤르미온느를 향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저건 신문이 아니야. 저것은...”

 

헤르미온느는 몹시 실망하는 기색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회색 부엉이가 곧장 헤르미온느의 접시 위에 내려앉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네 마리의 외양간 부엉이와 갈색 부엉이 그리고 새끼 부엉이 한 마리가 날개를 접으면서 내려앉았다.

 

“도대체 구독 신청을 얼마나 많이 한 거야?”

 

해리는 부엉이의 발톱에 걸려서 엎질러지기 직전인 헤르미온느의 컵을 재빨리 움켜잡았다. 그 부엉이들은 서로 제일 먼저 편지를 전달하려고 번잡스럽게 몸을 부대끼면서 헤르미온느를 향해서 다가서고 있었다.

 

“세상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헤르미온느는 회색 부엉이가 가지고 온 편지를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오, 이런!”

 

헤르미온느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면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야?”

 

론은 영문인지 몰라 물었다.

 

“세상에! 정말.... 기가 막혀서....”

 

헤르미온느는 듥 있던 편지를 나에게 던졌다. 그 편지는 손에서 쓴 것이 아니라 <예언자 일보>에서 활자를 오려 내어 붙인 것이었다.

 

너희는 사악한 여자들이야. 해리 포터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 당장 너네 머글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왜 나한테 온 거지!? 너한테 와야 하잖아! 다른 편지들도 다 똑같아!”

 

차례차례 편지를 열어 본 헤르미온느가 기가 막히듯이 말했다.

 

‘해리 포터는 너 같은 여자들보다 훨씬 나아...’ ‘너는 개구리 알과 함께 끓는 물 속에 풍덩 들어가야 마땅해...’ 오, 세상에!”

 

헤르미온느는 마지막 편지 봉투를 열자 강한 석유 냄새가 풍기는 연한 초록색 액체가 그녀의 손등 위로 쏟아졌다. 순식간에 헤르미온느의 손등에는 노랗고 커다란 종기가 생기면서 툭툭 불거지기 시작햇다.

 

“부보투버 고름 원액이야!”

 

론이 재빨리 봉투를 집어 들어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아야!”

 

휴지로 손등에 묻은 고름을 닦아 내던 헤르미온느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어서 병동으로 가는 게 좋겠다. 스프라우트 교수님께는 우리가 말씀을 드리도록 할게...”

 

부엉이들이 모두 떠나자, 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뭐라고 했어!”

 

두 손을 싸매고 허둥지둥 연회장에서 달려나가는 헤르미온느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론이 투덜거렸다.

 

“리타 스키터를 화나게 하지 말랬잖아. 이것 좀 봐...”

 

론이 헤르미온느가 두고 간 편지들 중 하나를 집어 들고 큰 소리로 읽었다.

 

‘나는 <마녀 주간지>에서 너희가 어떻게 해리 포터를 가지고 놀았는지 읽었다. 그 소년은 네가 아니더라도 이미 충분히 힘든 시련을 겪었어. 나는 가장 커다란 봉투가 눈에 뜨이는 대로, 당장 다음 우편으로 너희에게 온갖 저주를 다 써서 보낼 작정이다.’ 이런, 세상에! 헤르미온느과 로라는 더 이상 네 걱정은 하지 말고 자기 몸이나 잘 돌보는 게 좋겠어.”

“난 괜찮아. 피브렐 가문이 있으니까. 설사 그들이라고 해서 피브렐 가문을 적으로 돌리지는 않겠지.”

 

피브렐 가문의 손녀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마녀들도 나에게 편지를 보내지 않고 머글 태생인 헤르미온느에게만 편지를 보내서 전해달라는 듯이 편지를 쓴 것이겠지. 근데 이미 적으로 돌려버린 여자가 한 명 있지. 곧 편지가 내 앞으로 도착했다.

 

사랑하는 손녀에게

네가 홍등가의 여자처럼 써진 <예언자 일보>를 비롯해서 <마녀 주간지> 등등 잡지에서 더 이상 너에 관한 어떤 기사를 실을 수 없게 만들었단다. 곧 나는 리타 스키터를 고발할 생각이란다. 피브렐 가문의 적이 된다는 것을 어떤 것인지 세상 전부 사람에게 알려줄 생각이란다.... 사랑하는 손녀, 아무 걱정 하지 말거라. 무사히 호그와트 보내도록 기도하마. 또 편지를 쓰겠다.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똑똑히 알려줘야지. 피브렐 가문의 적이 된다는 것을 말이야....”

 

할아버지에게 받은 편지를 주머니 속에 넣고는 헤르미온느가 받은 편지들을 전부 불태우고 수업을 듣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르미온느는 약초학 수업이 끝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온실에서 나온 후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듣기 위해 걸어가던 우리는 성의 돌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과 맞닥뜨렸다. 팬시는 그들의 등 eln에서 슬리데린의 여학생 깡패들과 뭐라고 속닥거리며 연신 킬킬거리고 있었다.

 

“포터, 네 여자 친구와 헤어졌니? 아침 식사 시간에는 왜 그렇게 소란을 피웠니?”

“조용히 해줄래, 파킨슨.”

 

내가 차갑게 그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좋을 거야, 파킨슨. 피브렐 가문이 과거에 한 가문을 몰락시킨 것처럼 너희 가문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잖아?”

 

내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순식간에 여학생 깡패들과 파킨슨은 입을 다물었다. 해리와 론을 데리고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과거에라니? 몰락?”

“있어. 어머니가 아직 학생 시절 때, 분수도 모르고 한 가문의 청년이 어머니에게 청혼을 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 가문이 좀 악질이라서 할아버지는 노발대발하셨지. 그리고 그 가문을 더 이상 중앙 진출을 막으셨지. 마법부에 완전히 발 들일 수 없게 만들어서 그 가문은 피브렐 가문을 피하듯이 이민을 가게 만들었지.”

 

그 뒤로 피브렐 가문이 유명해졌지. 적이 되면 순수혈통들에게도 가차없이 행동한다는 점에서 말이지.

 

“우리 할아버지는 그런 분이거든. 그리고 난 할아버지가 본인 눈에 넣을 정도로 아프지 않는 손녀인걸.”

“왠지 치사하네...”

“시끄러워. 난 평범히 살려고 했어! 먼저 까발린 것은 리타 스키터야! 그걸 이용하겠다는 것이 뭐가 나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이용해야지.”

“악녀...”

“흥.”

 

론이 투덜거리자 내가 콧방귀를 끼었다.

지난 수업 시간에 유니콘에 관한 공부는 모두 끝났고 말했던 해그리드는 발치에 뚜껑이 열린 나무 상자를 잔득 쌓아 놓고 오두막집 앞에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상자 안을 들여다보자, 주동이가 길고 털이 북실북실한 검은 동물 여러 마리가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앞발은 마치 삽처럼 아주 신기하게 넓적했다. 검은 동물들은 갑자기 모든 시선이 자신들에게 쏠리자, 약간 어리둥절한 듯이 눈을 깜박이면서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이건 니플러야.”

 

그 자리에 빙 둘러 서 있는 학생들이 쳐다보면서 해그리드가 말했다.

 

“대부분 광산 아래에서 발견되곤 하지. 반짝거리는 물건을 좋아하거든... 자, 어서 한 번 살펴보거라.”

 

갑자기 니플러 중에 한 마리가 펄쩍 뛰어오르더니 팬시의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물어뜯으려고 했다(그 모습에 나는 후다닥 왼손에 착용한 반지를 등 뒤로 감추었다). 니플러를 팬시에게서 떨쳐내버린 로우의 신사적인 행동을 바라보았다.

 

“보물을 찾는 데에는 아주 유용한 동물이지.”

 

해그리드가 만족스러운 듯이 말했다.

 

“오늘은 좀 재미있는 일을 해볼 생각이란다. 저기 보이지?”

 

해그리드가 막 갈아엎은 듯한 넓은 공터를 가리켰다.

 

“내가 저곳에 금화를 좀 묻어 놓았단다. 금화를 가장 잘 찾아내는 니플러를 고른 사람에게는 푸짐한 상을 주겠다. 값비싼 장신구들은 모두 풀어 놓고 각자 니플러 한 마리씩 고르거라. 준비를 끝나면 니플러를 풀어 주도록 해.”

 

반지와 시계, 목걸이를 벗고는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니플러 한 마리를 골랐다. 내 귀에 긴 주둥이를 갖다 대고는 열심히 코를 킁킁거렸다. 정말이지 꼭 끌어안고 싶을 만큼 귀여운 동물이었다.

 

“잠깐만 기다려라.”

 

해그리드가 상자 안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여기 니플러 한 마리가 남았는걸... 누가 빠졌지? 헤르미온느는 어디 있나?”

“병동에 갔어요.”

 

론이 대답했다.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해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팬시가 유심히 귀를 기울이면서 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들었던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중에서 이렇게 쉬운 수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니플러들은 마치 강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단단한 땅을 여기저기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잠시 후에 니플러들은 자기를 풀어 준 학생이 기다리는 곳으로 재빨리 다시 돌아오더니 손바닥에 금화를 뱉어 놓았다. 특히 론의 니플러는 재주가 아주 뛰어나서 금방 많은 금화를 모았다.

 

“애완용으로 이 동물을 좀 살 수 있나요, 해그리드?”

 

잔뜩 신이 나서 론이 물었다. 론의 니플러는 옷에 흙을 투기면서 다시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네 엄마는 별로 좋아하시지 않을 게다, 론. 이 니플러들은 집을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야. 이제 거의 다 찾은 것 같구나.”

 

해그리드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해그리드는 니플러들이 계속해서 들락날락한 공터를 한 바퀴 빙 돌았다.

 

“나는 겨우 금화 백 개밖에 안 묻엇거든. 오, 저기 오는군.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가 잔디밭을 지나서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두껍게 붕대를 감고 있는 헤르미온느는 잔뜩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팬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헤르미온느를 지켜보고 있었다.

 

“너희들이 얼마나 잘 찾았는지 한 편 살펴보도록 하자!”

 

해그리드가 학생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지금부터 자기의 동전을 세도록 해! 금화를 슬쩍해 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다, 고일! 이건 레프러칸 요정의 금화야. 몇 시간 후에는 저절로 사라질 게다.”

 

해그리드의 말을 듣자, 고일은 전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호주머니 속의 금화를 꺼내 놓았다. 결국 론의 니플러가 제일 훌륭한 것으로 판정났다. 해그리드는 론에게 커다란 허니듀크 초콜릿을 상으로 주었다. 점심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운동장에 울려 퍼지자 다른 학생들은 모두 성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우리는 뒤에서 남아서 해그리드가 니플러들을 다시 상자 속으로 집어넣는 것을 도와주었다. 맥심 부인이 보바통의 마차 창문 너머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헤르미온느, 네 손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해그리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그날 아침에 받은 그 증오 가득한 편지들과 부보투버 고름이 가득 들어 있는 봉투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아하! 그런 건 조금도 걱정하지 마라. 나도 리타 스키터가 우리 엄마에 대한 기사를 쓴 이후에 그런 편지를 받았었단다. ‘너는 괴물이다. 당장 없어져라. 너의 엄마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 네게 조금이라도 체면이 있다면 당장 호수 속에 빠져버려라’라는 등....”

 

해그리드가 헤르미온느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설마, 그럴 리가!”

 

헤르미온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정말이야. 헤르미온느, 그 사람들은 다 바보 멍청이야. 앞으로 절대로 편지를 열어 보지 말거라. 곧장 불 속에 던져 넣어버려.”

 

해그리드는 니플러가 들어 있는 상자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오두막집 담 옆에 쌓아 놓았다.

 

“너는 정말 재미있는 수업을 놓쳤어.”

 

성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니플러들은 정말 귀엽지? 그렇지 않니, 론?”

 

하지만 론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해그리드가 준 초콜릿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론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왜 그래?”

“맛이 이상하니?”

 

나와 해리가 물었다.

 

“아니야.”

 

론이 짤막하게 말했다.

 

“그런데 너는 왜 나에게 그 황금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니?”

“무슨 황금?”

 

해리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퀴디치 월드컵 때 너한테 주었던 그 황금 말이야. 내가 만능 망원경 값으로 너한테 그 레프러칸 황금을 주었잖아. 일등 관람석에서... 그게 사라졌다고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니?”

 

론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글쎄, 잘 모르겠어.... 그게 없어진 것도 몰랐는걸. 그 당시에 나는 지팡이 때문에 정신이 온통 팔려 있어서 말이야.”

“사실은 확인도 하지 않은 거지, 해리?”

“뭐 그렇지.”

 

현관 복도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간 우리는 점심 식사가 마련되어 있는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너는 참 좋겟구나.”

 

모두들 자리에 앉아서 막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을 먹으려고 하는데, 론이 불쑥 입을 열었다.

 

“후주머니에 잔뜩 들어 있는 갈레온이 몽땅 없어졌는데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부자니까 말이야.”

“이봐, 론! 그날 밤에 나는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우리 모두 그랬잖아, 기억 안 나?”

“나는 레프러칸 황금이 사라지는 것인 줄 몰랐어. 그런 줄도 모르고 너에게 값을 지불했다고 생각했지. 너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 처들러 캐논 팀의 모자를 나한테 주지 말았어야 했어.”

 

론이 조그많게 중얼거렸다.

 

“그만 잊어버려, 알았어?”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가난한 게 싫어.”

 

론은 포크를 들고 구운 감자를 꽉 찍어 올리더니 한참 동안이나 노려보았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았다. 모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건 다 헛소리야. 프레드와 조지 형이 돈을 벌려고 그렇게 애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 나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어. 니플러 한 마리만 가질 수 있다면...”

 

론은 여전히 감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음 크리스마스 때 네가 무슨 선물을 받응ㄹ지 알겠구나.”

 

헤르미온느가 명랑하게 말했다. 하지만 론은 여전히 우울해하자, 헤르미온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봐, 론! 그보다 훨씬 더 나쁜 일도 있어. 적어도 네 손가락에는 종기가 잔뜩 나지는 않았잖아.”

 

사실 헤르미온느의 손가락은 뻣뻣하고 팽팽하게 부어 올랐기 때문에 나이프나 포크를 쥐고 움직이기가 몹시 힘들었다.

 

“내가 먹여줄까?”

“나는 스키터, 그 여자가 싫어! 반드시 이 빚은 갚아 주겠어!”

 

헤르미온느가 버럭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그리고는 얌전히 내 포크에 들린 푸딩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다음 주에도 증오의 편지는 계속해서 헤르미온느 앞으로 배달되었다. 비록 헤르미온느는 해그리드의 충고에 따라 그 편지를 뜯어 보지도 않았지만, 몇 명의 극성스러운 사람들은 호울러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터진 호울러는 연회장에서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소리로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이제 <마녀 주간지>를 읽어 보지 않았던 사람들조차도 상세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해명을 하는 일도 그만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금방 수그러들 거야. 우리가 그냥 무시하기만 하면... 지난번에 리타가 나에 대한 쓴 기사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곧 싫증을 냈잖아.”

 

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헤르미온느를 위로했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 여자가 사적인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지 알고 싶어. 우리 운동장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간에 헤르미온느는 무디 교수에게 무엇인가 물어보기 위해 늦게까지 교실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한시라도 빠릴 교실을 벗어나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무디가 주문 반사라는 아주 거친 시험을 보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던 것이었다. 해리는 귀 비틀기 주문이라는 아주 나쁜 경우에 걸려서 두 손으로 귀를 감싼 채, 교실에서 나가야만 했다.

 

“그래, 리타는 투명 망토를 사용하지 않은 게 분명해!”

 

5분 후에 헤르미온느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현관 복도에 있는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똑똑히 알아들도록, 귀를 감싸고 있는 해리의 손을 끌어내렸다.

 

“무디는 두 번째 시험 때 심판석이나 호수 근처 그 어디에서도 리타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거야!”

“헤르미온느, 이제 그만 그 일을 잊어버리라고 그렇게 충고했는데 아직까지도 그 타령이니?”

 

론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싫어! 나는 어떻게 해서 그 여자가 나와 빅터의 대화를 엿들었는지 알아내고 말겠어! 그리고 해그리드의 엄마에 대해서도 어떻게 알았는지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고집을 부렸다.

 

“어쩌면 너에게 벌레를 붙였는지돔 몰라.”

 

해리가 조용히 말했다.

 

“벌레?”

 

론은 어리둥절했다.

 

“뭐라구? 그렇다면 벼룩이나 뭐 그런 걸 붙였단 말이야?”

 

해리는 머글들이 사용하는 도청 장치나 몰래 카메라 같은 장비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론은 넔을 읽고 그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하만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이야기를 도중에 가로막았다.

 

“그런데 너희들은 《호그와트의 역사》를 끝내 읽어 보지 않을 작정이니?”

“그럴 필요가 뭐가 잇어? 네가 처음부터 끝까지 외우고 있잖아. 우리는 그저 너한테 물어보기만 하면 되는데...”

 

론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머글들이 마법을 대신해서 사용하는 그 모든 대용물... 전기, 컴퓨터, 레이더, 그런 것들은 모두 호그와트 근처에 오면 완전히 망가져 버리고 말아. 공중에 너무나 강력한 마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야. 리타가 마법으로 사용해서 우리의 대화를 엿들을 게 분명해. 아마도 틀림없이.... 그게 어떤 마법인지 알아낼 수만 있다면... 오, 그게 만약 불법적인 거라면, 나는 그 여자를 당장....”

“아직도 우리에게 고민 거리가 부족하단 말이니? 그래서 이제는 리타 스키터를 사앧로 피의 복수까지 시작해야 한다는 거야?”

 

론이 한숨을 내쉬면서 물었다.

 

“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도 하지 않았어! 나는 혼자서 이 일을 해결할 거야!”

 

헤르미온느는 날카롭게 쏘아붙인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리석 계단을 씩씩하게 올라갔다. 아마 도서관으로 갔을 거라고 추정된다.

 

“헤르미온느가 ‘나는 리타 스키터를 증오한다!’라는 글씨가 적힌 배지를 한 상자 가지고 돌아올 거야. 나랑 내기할래?”

 

론이 말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리타 스키터에게 복수하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부활절 휴가 전까지 날마다 숙제가 점점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헤르미온느는 해야 할 일을 다 하면서 도청 마법술에 대한 연구까지 하는 모습을 감탄스럽게 바라보았다(해리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시리우스를 위해 산 속의 동굴로 음식을 보내는 일도 빠뜨리지 않고 있었다).

헤드위그는 부활절 휴가 끝날 갈 때쯤에서야 돌아왔다. 퍼시의 편지는 위즐리 부인이 보낸 부활절 달걀 보따리에 동봉되어 있었다. 해리와 론이 받은 달걀들은 거의 용의 알만큼이나 컸으며 집에서 만든 태피도 잔뜩 들어 있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와 내 달걀은 보통 달걀보다도 훨씬 작았다. 이것을 본 헤르미온느의 안색이 침우랗게 변했다.

 

“론, 혹시 너희 엄마도 <마녀 주간지>를 읽으신 건 아니겠지?”

 

헤르미온느가 힘없이 물었다.

 

“아니, 사실은 읽었어. 요리법 때문에 그 잡지를 보시거든.”

 

입에 태피를 잔뜩 문 채, 론이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시선을 떨구고 자신의 조그마한 달걀을 서글픈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기운 내, 헤르미온느. 나랑 똑같잖아..... 우리 퍼시의 답장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읽어 보지 않을래?”

 

내가 말했다. 퍼시의 편지는 짧고 신경질적이었다.

 

<예언자 일보> 기자에게 항상 말했던 것처럼 크라우치씨는 마땅히 누려야 할 휴식을 취하고 계신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부엉이를 통해 지시 사항을 보내 오고 있어. 물론 직접 그분을 뵌 적은 없지만 설만 내가 직속 상관의 글씨체도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런 식의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가라앉히는 일이 아니더라도 지금 나에게는 해야 할 일들이 무척 많아. 그러니까 제발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두 번 다시 나를 괴롭히지 말아라. 즐거운 부활절이 되기를.

 

퍼시의 편지를 보고는 달걀을 깨서는 입 속에 집어넣었다.

 

“나참 동생에게 괴롭히지 말라니.... 퍼시는 어쩔 수 없네.”

 

계란을 먹으면서 내가 말했다. 눈동자는 순조롭게 회복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