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44
사실 론과 헤르미온느는 학기말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세 번째 시험이 벌어지는 날이 바로 학기말 시험이 끝나는 날이었다. 하지만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리와 나를 돕는 일에만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와 로라는 이제부터 혼자 연습해도 괜찮아. 그러니까 빨리 시험 공부를 하도록 해."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학기말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우리 걱정은 하지 마. 적어도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험에서는 최고의 점수를 받겠지. 사실 수업 시간만으로는 이 모든 주문들을 절대로 다 배우지 못했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했다.
"나중에 우리가 오러가 되엇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좋은 훈련을 하는 셈이잖아."
론이 신이 나서 말했다. 그리고 교실 안으로 날아 들어온 말벌 한 마리에게 장애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말벌은 허공에서 죽은 듯이 딱 멈춰섰다.
6월이 되자, 성의 분위기는 약간 들뜨고 긴장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세 번째 시험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세 번째 시험은 학기가 끝나기 일주일 전에 벌어질 예정이었다. 해리와 나는 틈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주문을 연습했다. 맥고나걸 교수는 우리에게 점심 시간에 변신술 교실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했다. 빈 교실을 찾아 학교 안을 헤매고 다니는 일에 완전히 지쳐버렸던 것이다. 공격을 가해 오는 상대를 저지하고 느리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장애 마법을 터득했고, 앞길을 가로막는 단단한 물체를 폭파시킬 수 있는 진압 마법도 익혔다. 또한 헤르미온느가 발견한 유용한 마법으로, 지팡이 끝을 항상 북쪽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미로 안에서 올바른 방향을 알 있는 나침반 마법도 배웠다. 하지만 해리는 방어벽 마법을 완전히 익히는 일에는 아직까지도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주위에 둘러 쳐서 약한 저주를 막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엿가락 다리 마법을 명중시키서 단번에 해리의 방어벽을 깨뜨려 버렸다. 그 덕분에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엿가락 다리 마법을 푸는 주문을 찾아낼 때까지, 약 10분 동안이나 흐느적거리면서 교실을 돌아다녀만 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아주 잘했어. 이 중에서 몇 개는 반드시 쓸모가 있을 거야."
헤르미온느는 배워야 할 마법이 적힌 목록을 들여다보면서 해리를 격려했다. 그리고 이미 배운 마법에는 X표를 했다.
"이리 와서 저것 좀 봐. 말포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창가에 서서 고개를 내밀고 운동장을 쳐다보던 론이 말했다. 창문으로 다가가서 운동장을 쳐다보았다.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은 나무 그늘 밑에 서 있었다. 크레이브와 고일은 능글맞게 씩 웃으면서 망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말포이는 손에 든 뭔가를 입에 갖다대고 열심히 지껄이고 있었다.
"마치 무전기를 쓰고 있는 것 같은데..."
해리가 호기심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내가 이미 말했잖아? 그런 물건들은 호그와트 안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이리 와, 해리, 로라."
헤르미온느는 퉁명스럽게 한 마디 내뱉더니 창문에서 휙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교실 한 가운데로 걸어갔다.
"다시 한 번 방어벽 마법을 연습하자."
시리우스는 날마다 부엉이를 날려보냈다. 시리우스 역시 헤르미온느처럼, 다른 일들을 걱정하기에 앞서서 우선 해리가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는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길 원하는 것 같았다. 편지를 보낼 때마다 호그와트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은 전혀 해리가 상관할 문제가 아니며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매번 강조했다.
만약 볼드모트가 정말로 다시 강해지고 잇다면, 내가 제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너의 안전이다. 내가 덤블도어의 보호 하에 있는 한, 볼드모트는 절대로 너에게 손을 댈 수가 없어. 그렇지만 위험한 짓은 하지 말거라. 안전하게 미로를 통과하는 일만 생각하도록 해. 그런 다음 다른 문제로 관심을 돌리도록 하자.
6월 24일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세번째 시험을 치르는 날이 되자, 아침 식사를 하는 그리핀도르 테이블은 몹시 시끌벅적했다. 평상시처럼 헤르미온느에게 <예안자 일보>를 갖다 주던 부엉이. 신문을 펼쳐 들고 앞면을 살펴보던 헤르미온느는 갑자기 입 안에 있는 호박 주스를 푸 뿜어내고 말았다.
"무슨 일이야?"
우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신문을 치워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신문을 움켜잡았다. 굵은 활자로 된 제목 밑에 실린 해리의 사진을 발견했다.
정신 이상 징후를 보이는 위험한 해리 포터!
'이름을 말해서 안 되는 자'를 몰락시켰던 소년이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보이는 지경에 이르다.
-리타 스키터 특파원
"이럴 수는 없어! 오늘만은 안 돼! 주책맞는 노파 같으니라구!"
얼른 머릿기사를 훑어본 론이 버럭 화를 내었다.
"왜 그래? 또 리타 스키터야?"
해리가 물었다.
"아니야."
론은 헤르미온느와 똑같이 허둥지둥 신문을 치우려고 했다.
"나에 대한 기사가 실렸구나? 그렇지?"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니야."
론의 목소리는 전혀 자신이 없었다. 말포이가 연회장 저편에 있는 슬리데린 테이블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이봐, 포터! 포터! 네 머리는 어떠냐? 오늘 기분은 괜찮아? 설마 우리에게 미친 듯이 덤벼 드는 건 아니겠지?"
말포이의 손에는 <예언자 일보>가 들려 있었다. 슬리데린의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학생들은 킬킬거리면서 해리의 반응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어디 좀 보여줘. 이리 달란 말이야."
해리가 나에게 손은 내밀면서 말했다. 좀처럼 내키지 않아 망설이다가 신문을 넘겨주었다.
최근에 벌어진 깜짝 놀랄 만한 사건들은 해리 포터의 이상한 행동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포터가 트리위저드 시합과 같은 치열한 경쟁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호그와트 학교에 다니는 것조차 감당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예언자 일보>가 독점으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포터는 정기적으로 학교에서 정신 이상 증후를 보이며, 종종 이마에 난 상처(그 사람이 해리를 죽이려고 했을 때 남긴 저주의 유물)의 통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예언자 일보>의 리포터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지난 월요일, 점술 수업이 진행되던 도중에 포터는 너무나 상처가 쑤신 나머지 수업에 계속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교실을 뛰쳐나갔다는 것이다. 마법 질병과 상해를 위한 성 뭉고 병원의 최고 권위자는 포터의 두뇌가 그 사람이 가한 공격으로 인해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처가 계속 아프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잡은 혼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아픈 척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관심을 호소하는 것이죠."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예언자 일보>는 호그와트의 교장인 알버스 덤블도어가 그동안 조심스럽게 감추고 있었던, 해리 포터에 관한 또다른 불길한 사실을 공개하는 바이다. "포터는 뱀의 말을 할 수 있어요." 호그와트 4학년생인 드레이코 말포이는 이렇게 진실을 밝혔다. "2년 전에 많은 학생들이 공격을 당했죠.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터가 그 이르이 배후에 있다고 생각해요. 결투 클럽에서 몹시 화가 난 포터가 뱀을 조종해서 다른 친구를 공격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모두들 입을 다물어야 했어요. 게다가 포터는 늑대인간이나 거인들과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포터는 힘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거예요." 뱀의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은 뱀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으로, 이 능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어둠의 마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 시대의 가장 유명한 '뱀의 말을 하는 자'는 다름 아닌 그 사람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어둠의 마법 방어 연맹의 한 간부는, 뱀의 말을 할 줄 아는 마법사라면 "누구든지 다 조사 대상에 올려야 하며, 개인적인 견해로는 뱀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모두 의심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종 뱀은 어둠의 마법 중에서도 가장 나쁜 마법에 이용되었으며, 역사적으로도 사악한 행위를 하는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늑대인간이나 거인과 같은 그런 사악한 생물들과 친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예외없이 폭력을 좋아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알버스 덤블도어는 이런 소년을 과연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도록 허락해도 되는지 심각하게 재고해야만 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포터가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필사적으로 승리하려는 욕심 때문에 어둠의 마법을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트리위저드 시합의 세 번째 시험은 바로 오늘 저녁에 치러질 예정이다.
"좀 과장이 심하군. 그렇지?'
해리는 신문을 접으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슬리데린 테이블에서는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기괴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뱀처럼 혓바닥을 날름거리면서 해리를 놀리고 있었다.
"유치하긴."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작게 중얼거렸다.
"점술 수업 시간에 네 상처가 아팠다는 사실을 그 여자가 어떻게 알았을까? 그 여자는 그 자리에 없었잖아. 그러니까... 엿들을 수도 없었을 텐데..."
론이 이상해했다.
"창문이 열려 있었어. 내가 답답해서 조금 열어 두었거든."
해리가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너는 북쪽 탑 꼭대기에 있었잖아! 네 목소리가 저 아래 운동장까지 들릴 수는 없어!"
헤르미온느가 한심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좋아. 그 여자가 사용하는 도청 방법을 대해 조사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너잖아! 그러니까 그 여자가 어떻게 했는지 네가 한번 설명해 봐!"
해리가 짜증스럽게 쏘아붙었다.
"나도 노력하고 있는 중이야!"
헤르미온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둘 다 진정해... 짜쯩내 봤자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나는 둘을 어루만지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갑자기 헤르미온느의 얼굴에 마치 꿈을 꾸듯이 이상한 표정이 떠올랐다. 헤르미온느가 천천히 손을 들더니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
"너 괜찮니?"
론이 걱정스럽게 헤르미온느를 바라보았다.
"그래."
헤르미온느가 숨을 헐떡거리면서 대답했다. 헤르미온느는 다시 머리카락을 헤집더니 손을 입에 갖다대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전기에 대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헤르미온느는 허공을 응시하면서 중얼거렸다.
"이제야 알 것 같아... 왜 아무도 볼 없었는지... 심지어 무디까지도... 어떻게 해서 창문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 하지만 그 여자는 허가를 받지 않았을 거야... 분명히 허가를 받지 안항ㅆ어... 이제 드디어 그 여자를 잡은 것 같아! 잠깐 도서관에 좀 다녀올게! 확인 좀 해야겠어!"
그 말을 남긴 채, 헤르미온느가 가방을 움켜쥐고 쌩 하니 연회장을 나가 버렸다.
"이봐!"
론이 헤르미온느의 등 뒤에 대고 소리쳤다.
"10분 후에는 마법의 역사 시험을 치러야 한단 말이야! 제기랄!"
론이 우리에게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시험에 늦을지도 모르는데 헤르미온느가 저러는 걸 보면, 리타 스키터가 정말 밉긴 미운가 봐. 그런데, 해리, 로라. 너흰 시험 시간에 뭘 할 거니? 다시 책이나 읽을래?"
트리위저드 챔피언인 나와 해리는 모든 학기말 시험을 면제받았다. 그러므로 지금까지는 시험이 있을 때마다 뒷자리에 앉아서 세 번째 시험을 위한 새로운 주문을 찾음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지 뭐."
해리가 론을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맥고나걸 교수가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걸어오고 있었다.
"포터, 에반스, 챔피언들은 아침 식사 후에 옆방에 모이기로 했단다."
"하지만 시험은 오늘 밤이잖아요!"
혹시 시간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슴이 덜컹한 해리는 그만 스크램블드 에그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포터, 나도 잘 알고 있단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우리는 챔피언들 가족이 마지막 시합을 관람할 수 있도록 모두 초대했단다. 그래서 가족을 맞이할 시간을 주는 거야."
그 말을 마친 후에 맥고나걸 교수는 곧 바로 가버렸다.
"교수님은 설마 더즐리 가족이 올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해리는 갑자기 멍해져서 말했다.
"몰라, 해리. 난 서둘러야겠어. 빈스 교수님 시험에 늦겠어. 나중에 보자."
텅 빈 연회장에 덩그러니 남은 우리는 천천히 아침 식사를 끝마쳣다. 래번클로 테이블에서 일어난 플뢰르가 케드릭과 함께 옆방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빅터가 구부정한 걸음걸이로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하지만 해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옆방 문이 열리면서 케드릭이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해리, 로라, 어서 들어와. 다들 너희를 기다리고 있어!"
무슨 영문인지 알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서 연회장을 가로질러 옆방으로 들어갓다. 케드릭과 그의 부모님은 바로 문 근처에 서 있었다. 빅터는 한쪽 구석에서 앉아서 검은 머리의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불가리아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빅터의 구부러진 코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방 맞은 편에서는 플뢰르가 불어로 어머니에게 재잘재잘 떠들어대고 있었다.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플뢰르의 여동생 가브리엘은 우리를 보자 손을 흔들었다. 우리도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벽난로 앞에 서 있는 위즐리 부인과 빌을 발견했다. 위즐리 부인과 빌은 해리에게 활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깜짝 놀랐지!"
위즐리 부인이 잔뜩 흥분해서 말했다. 해리가 환하게 웃으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해리, 우리는 너를 보러 왔단다!"
위즐리 부인이 허리를 숙여 해리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너흰 괜찮니?"
빌은 씩 웃으면서 해리와 악수를 나누었다. 곧 나에게 가까이 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찰리와 아리애나도 오고 싶어했지만 시간을 낼 수가 없대."
플뢰르가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자꾸만 빌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플뢰르는 기다란 머리카락이나 송곳니 귀고리에 전혀 아무런 거부감도 없는 것이 확실했다.
"로라."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그쪽을 보자 블랙 부인이 이리 오라는 듯이 팔을 벌렸다. 나는 그녀에게 뛰듯이 달려가서는 포옹을 했다.
"잘 지내셨어요, 블랙 부인?"
"나야 언제나 잘 지냈단다."
"아빌은요? 아빌과 함께 계신 것이 아니였어요?"
"아빌은 말이지, 지금.... 세베루스를 찾아갔단다. 그 동안 보지 못한 얼굴이라서 이때 잔뜩 보자고 말이지. 적어도 로라에게는 인사를 하러 가라고 내가 말했는데 말이지. 그 아이는 대체 언제쯤이면 철이 들지 모르겠구나."
"대모는 그런 편이 더 좋아요."
나는 블랙 부인의 허리를 끌어안으면서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 해리와 위즐리 부인과 빌은 연회장을 통과하는 문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문을 막 지나치는 순간, 디고리씨가 고개를 돌렸다.
"너로구나."
디고리씨는 해리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우리 케드릭이 네 점수를 따라잡아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겠구나. 그렇지?"
"네?"
해리가 반문했다.
"그냥 못 들은 척해. 우리 아빠는 트리위저드 시합에 대한 리타 스키터의 기사가 나간 후에 잔뜩 화가 나 있었다. 그 여자가 마치 네가 호그와트의 유일한 챔피언인 양 기사를 썼기 때문이지."
케드릭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나지막이 해리에게 속삭였다.
"저 녀석은 기사를 바로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거야. 그렇지?"
디고리씨는 해리의 귀에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떠들었다.
"그래... 저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라, 케드릭. 넌 전에도 저 녀석을 이긴 적이 있잖니?"
"에이머스, 리타 스키터는 말썽을 일으키기 위해 일부러 그런 기사를 쓴 거라구요. 당신은 마법부에서 근무하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위즐리 부인이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디고리씨는 씩씩거리면서 뭔가 한 마디 쏘아붙이려는 듯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디고리 부인이 팔을 붙잡으면서 말리자, 그는 어깨를 약간 으쓱거리더니 다시 뒤로 돌아섰다. 빌과 위즐리 부인과 함께 방을 나서는 해리를 향해 우아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블랙 부인.
"길버트는 곧 도착할 거란다. 일때문에 조금 늦는다고 하더구나."
"굳이 안 오셔서도 되는데."
"그런 말을 하면 섭하구나, 손녀~"
방으로 들어오면서 말을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블랙 부인의 품에서 나왔다.
"잘 지내셨어요?"
"물론이란다."
할아버지와 함께 나는 방을 나섰다. 걸음을 멈추고는 블랙 부인을 쳐다보자 그녀는 자신은 여기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역시 호그와트의 건물은 훌륭하군."
할아버지는 호그와트의 건물과 주위 경치를 바라보면서 감탄을 했다. 블랙 부인도 그리움이라는 감상에 젖혔을까나?
"로라, 트리위저드 시합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자세히 이야기 해보렴."
할아버지에게 나는 내가 그 동안 어떻게 통과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흥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할아버지는 내 손을 강하게 잡으셨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 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로라, 할아비는 이만 가야겠다."
"벌써요?"
"알다시피 이 할아버지는 바쁜 사람이잖니. 로라 덕분에 이 곳을 구경할 수 있어서 즐거웠단다."
할아버지는 무릎을 굽혀서 나와 시선을 맞추면서 말했다.
"어쩔 수 없네요."
"세 번째 시험, 행운을 빈다."
할아버지는 나를 끌어안으시고는 말하셨다. 그리고는 성의 정문 쪽으로 성큼성큼 가버렸다. 그리고 성의 정문을 지나자마자 그는 순간이동으로 사라져버렸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서 연회장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헤르미온느와 만나서 그녀와 함께 들어갔다.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해리와 위즐리 부인과 위즐리 남매가 모여 있었다.
"넌 우리에게 말해 주기로..."
해리가 입을 열자 헤르미온느는 위즐리 부인을 힐끗 쳐다보더니, 해리에게 경고하듯이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잘 있었니, 헤르미온느, 로라?"
위즐리 부인이 평소와 달리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 안녕하세요?"
반가운 미소를 지으려던 나와 헤르미온느는 위즐리 부인의 냉랭한 표정에 그만 멈칫하고 말았다.
"위즐리 아주머니, 설마 리타 스키터가 <마녀 주간지>에 쓴 그 쓰레기 같은 기사를 믿으신 건 아니겠죠? 우린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
해리가 나와 헤르미온느과 위즐리 부인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 물론이지! 당연히 믿지 않았단다!"
위즐리 부인이 황급히 변명했다. 그 후로도 헤르미온느와 나를 대하는 위즐리 부인의 태도도 눈에 뜨일 정도로 다정하게 변했다.
"로라~ 나 좀 위로해줘!"
뒤에서 나를 끌어안고는 내 어깨에 자신의 무거운 머리를 올려놓은 채 어리광을 피우는 아빌.
"아빌?"
"세브에게 퇴짜맞았어!"
아빌은 당당하게 말을 하면서 슬픈 듯이 훌쩍거리면서 몸을 들썩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에는 아빌과 블랙 부인과 함께 산책을 즐겼다. 옆에서 불평하고 있는 아빌을 위로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
저녁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연회장으로 돌아갔다. 상석에는 루도 베그만과 코넬리우스 퍼지가 함께 앉아 있었다. 베그만은 무척 유쾌한 표정이었지만 맥심 부인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코넬리우스 퍼지는 딱딱한 얼굴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맥심 부인은 앞에 놓인 음식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해그리드는 계속 해서 테이블 너머로 맥심 부인을 바라보았다.
마법의 천장이 푸른색에서 짙은 보라색으로 바뀌자, 덤블도어가 교직원 테이블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연회장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신사 숙녀 여러분, 5분 후에 트리위저드 시합의 마지막 시험을 위해 퀴디치 운동장으로 내려가 주시기 바랍니다. 챔피언들은 지금 바로 베그만씨를 따라서 운동장으로 가십시오."
그리핀도르의 모든 학생들이 나와 해리를 위해 박수를 쳤다. 위즐리 가족과 헤르미온느, 블랙 부인과 아빌은 한 마음으로 나와 해리의 행운을 빌어 주었다. 슬리데린에 앉아 있는 애드밀과 미셸, 실비아에게 잠시 시선을 주고는 케드릭과 플뢰르, 빅터와 함께 연회장을 나섰다. 연호장을 나서기 전에 레나와 레오 남매와 마리안느가 앉아 있는 래번클로를 힐끗 바라보았다.
"기분이 괜찮니, 해리? 자신 있니?"
돌계단을 지나서 운동장으로 막 들어섰을 때, 베그만이 물었다.
"전 괜찮아요."
해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잠시 후에 우리는 퀴디치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이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달라졌다. 운동장 가장자리에는 6미터 높이의 산울타리가 빙 둘러져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앞에는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입구 안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틍로는 아주 어둡고 으스스한 느낌을 주었다. 5분 후에 관중석은 수많은 사람들로 빽빽이 들이찼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좌석을 찾아서 우르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학생들의 발소리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소리가 온 사방에 울려 퍼졌다. 이제 하늘은 맑고 짙은 푸른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초저녁 별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리그리와 무디 교수, 맥고나걸 교수, 플리트윅 교수가 퀴디치 경기장으로 들어오더니 베그만과 챔피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모자에 번쩍번쩍 빛나는 커다랗고 붉은 별을 달고 잇었는데, 오직 해그리드만 두더지 가죽 조끼의 등판에 별을 달고 있었다.
"우리는 미로 바깥에서 경비를 서고 있을 거예요."
맥고나걸 교수가 네 명의 챔피언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만약 어려운 일이 생겨서 구조를 받고 싶다면, 하늘로 불꽃을 쏘아 올리도로 ㄱ해요. 그럼 우리 중에 한 사람이 당장 달려가서 구해 줄 테니까.... 알겠어요?"
챔피언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어서 가세요!"
베그만이 네 명의 구조반을 향해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사람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더니 미로 주위에 자리를 잡았다. 베그만은 다시 지팡이를 목에 갖다대고 중얼거렸다.
"소노루스!"
마법으로 증폭된 베그만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신사 숙녀 여러분, 트리위저드 시합의 마지막 시험이 곧 시작됩니다! 먼저 현재까지의 점수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우선 1등은 호그와트의 케드릭 디고리군과 해리 포터군입니다. 두 사람은 85점으로 동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함성과 박수 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와자, 금지된 숲에서 새들이 어두운 밤 하늘로 퍼드득 날아올랐다.
"2등은 83점을 기록하고 있는 호그와트의 로라 에반스양입니다!"
또다시 갈채가 터졌다.
"3등은 80점을 기록하고 있는 덤스트랭의 빅터 크룸군입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4등은 보바통의 플뢰르 델라쿠르양입니다!"
관중석 중간쯤에서 플뢰르에게 박수를 보내고 잇는 위즐리 부인과, 론과 헤르미온느의 모습을 발견했다. 곧 프레드와 조지도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들을 보자 나는 웃었다.
"좋습니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출발합니다. 해리와 케드릭!"
베그만이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셋.... 둘... 하나."
베그만이 짧게 호루라기를 불었다. 해리와 케드릭은 재빨리 미로 속으로 들어갔다.
"아..."
"왜 그러나?"
굵은 목소리에 빅터를 바라보았다.
"걱정해주는 거야?"
"...."
"고마워, 빅터."
그는 내 질문에 입을 다물어버렸다. 나는 작게 웃어버리고는 눈가를 만지작거렸다.
"이제... 겨우 돌아왔다."
눈동자가 이제서야 드디어 회복된 것이었다. 케드릭과 해리가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한 10분가량 흘렀을 때 두 번째 호루라기를 불자 내가 미로 속으로 들어갔다. 하늘 높이 치솟은 산울타리는 통로 위에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산울타리가 너무 높고 뻑뻑하기 때문인지 혹은 어떤 마법의 힘 때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밖에서 들리던 관중들의 요란한 함성 소리는 미로 속으로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싹 사라졌다.
"루모스."
지팡이 불빛에 의존한 채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아무런 장애물도 없이 계속 걸어가고 있을 때,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빅터가 미로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럴 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불빛을 그쪽을 쳐다보자 케드릭이 부들부들 온몸을 떨고 있었다.
"케드릭?"
그가 입고 잇는 옷의 소매단에서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랏다.
"해그리드의 폭탄 꼬리 스크루트야! 정말 엄청나게 커. 간신히 빠져나왔어!"
케드릭이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곧 다른 길로 모습을 감추었다. 스크루트와 멀리 떨어지려는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았다. 베그만이 부는 호루라기 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이제 다섯 명의 챔피언이 모두 미로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방향을 가르쳐다오."
지팡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중얼거렸다. 지팡이는 한 바퀴 빙 돌더니 왼쪽에 있는 단단한 산울타리를 가리켰다. 그 방향이 북쪽이라는 뜻이다. 역시 처음에 왔을 때, 오른쪽으로 오지 말고 왼쪽으로 갈 것을 그랬나? 지팡이를 다시 움켜쥐고는 종종 걸음을 옮겼다.
정적을 깨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플뢰르?"
플뢰르의 목소리에 주위를 돌라보면서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달려갔다.
플뢰르가 있는 곳에는 그녀가 덩쿨 줄기에 묶여져서는 산 울타리의 밑, 어둠 속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잠깐 회피하고 심정인데...
"도와줭!!"
나를 발견하자 그녀가 외쳤다. 덩쿨이 아니라 뱀이었다. 플뢰르는 금방이라도 뱀에거 물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결국 뱀의 아가리가 보이는 순간 혼절을 해버린 플뢰르.
【저리 가! 그 여자 아이를 두고 꺼져!】
내가 파셀통그로 뱀을 노려보면서 말하자 뱀은 내 시선을 받자 움찔하더니 플뢰르를 풀었다. 그리고는 스르륵 뱀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기절했잖아."
기절한 플뢰를 보고는 지팡이를 들어올려서는 불꽃을 쏘아올렸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불꽃은 플뢰르가 있는 곳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패트로누스를 불렀다. 암사슴 패트로누스는 그녀의 옆에 기사처럼 서 있었다.
"이렇게 하면 되겠지."
플뢰르에게 외치고는 다시 걸어가기 시작했다. 옆에 패트로누스를 놔두었으니까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살짝 조바심이 일어나서는 거의 뛰다시피 걸어갔다. 그런데 막다른 골목에 부딪혔다. 다시 몸을 돌려서는 다른 길로 향했다. 그럴 때 하늘에서 불꽃이 쏘아올려졌다. 대체 누구지? 해리는 아니겠지... 걱정되는 발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스핑크스 앞에 있는 해리는 그가 내는 수수께끼를 들었다. 스핑크스가 막고 있는 길이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신분을 위장한 채 살아가는 자를 생각하라. 그는 비밀을 다루고 거짓말 외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두 번째, 고치는 것의 마지막, 중간의 중간, 끝의 끝은 무엇인지 말하라. 마지막으로, 찾기 어려운 말을 찾으려고 할 때 종종 내는 소리를 말하라. 이제 그 답을 다 엮어서 이 질문에 대답하라. 그대가 입을 맞추고 싶지 않은 동물은 과연 무엇인가?"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자 어떤 생물이 길을 막고 있었다. 거대한 사자의 몸뚱이를 가진 스핑크스는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발과 끝에 갈색 털이 나 있는 길고 노란 꼬리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스핑크스의 머리는 여자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스핑크스는 아몬드처럼 생긴 갸름한 눈을 돌리더니 해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들을 수 있을까요? 좀더 천천히요."
스핑크스는 해리의 요청대로 천천히 시를 외우기 시작했다. 신분을 위장하고 살아가는 자, 스파이? 첫번째의 답은 스파이. 두번째, 고치는 것(mend)의 마지막, 중관(middle)과 중간, 끝(end)의 끝은 'D' 세번째, 찾기 어려운 말을 찾으려고 할 때 종종 내는 소리를 말하라. 그건 '어(er)'잖아. 그 글자들을 모두 합치면.... spider... 스파이더...
"거미(spider)!"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해리는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씨익 웃고 있는 로라가 서 있었다. 길 중간에 턱 버티고 앉아 있는 스핑크스가 활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낫다. 그리고 다리를 한 번 쭉 펴더니 해리와 내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비켜주었다.
"가자, 해리."
"왜? 우리는 적이잖아..."
"같이 우승컵을 잡으면 안 된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어. 나는 너랑 공동으로 우승하고 싶어."
어리둥절하고 있는 해리를 쳐다보면서 내가 말했다.
"가자."
"방향을 가르쳐다오."
갈림길에 도착한 우리. 해리는 지팡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지팡이는 한 바퀴 빙글 돌더니 오른쪽 길을 가리켰다. 쏜살같이 뛰어가던 우리의 눈에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트리위저드 우승컵이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럴 때,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
"케드릭!!"
그는 우승컵에 달려가느라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커다란 거미를 보지 못했다.
"케드릭, 옆에!!"
해리가 큰 소리로 외치자 그제서야 케드릭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거미를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나와 해리가 그에게 장애 마법을 걸었고, 간발의 차이로 거미를 피했다. 바닥을 구른 케드릭에게 달려갔다.
"너 괜찮니?"
"로라, 피해!!"
이제 거미는 나와 해리를 알아차리고는 우리에게 덤벼들었다. 집게발을 높이 쳐듣는 것을 보고는 나는 지팡이를 들어올리고는 '엑스펠리아르무스!'라고 외쳤다. 이 주문은 듣는 거냐? 거미가 벌러덩 넘어지는 것을 보고는 우리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달려갔다.
우승컵의 앞에 도착하자 우리는 서로 눈치를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나는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서는 케드릭을 향해서 지팡이를 겨냥했다.
"로라?"
"미안해, 케드릭! 스투페파이!!"
케드릭은 반항도 하지 못하고는 바로 기절을 해버렸다. 나는 구조 불꽃을 쏘아올렸다. 잔뜩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로라.
"로라, 어째서?"
"이 앞으로 케드릭이 가면 그는 죽은 목숨일 테니까... 자, 함께 잡자, 해리. 우리와 함께 공동 우승을 하는 거야."
내가 말을 했다. 해리는 여전히 어왕벙벙한 얼굴이었지만 내가 해리의 손을 잡고는 트리위저드 우승컵 앞으로 걸어갔다.
"준비 됐니, 해리?"
트리위저드 우승컵이 놓여 있는 단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마침내 트리위저드 우승컵 바로 앞에 도착하자 내가 해리를 보면서 물었다.
"셋을 세면 잡는 거야, 알았지?"
번쩍이는 우승컵의 손잡이를 잡기 위해 둘 다 손을 내밀었다. 해리가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나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둘... 셋!"
해리와 나는 동시에 트리위저드 우승컵의 손잡이를 잡았다. 갑자기 몸의 중심이 앞으로 확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발이 땅바닥에서 떨어졌다.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와 함께 우리를 하늘 높이 들어올린 트리위저드 우승컵은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었다. 우승컵이 포트키였던가?!
마침내 발이 땅바닥에 닿는 것을 느꼈다. 우승컵이 손에 떨어졌다.
"여기가 어디지?"
해리가 먼저 입을 열엇다. 호그와트 운동장에서 벗어나 있었다. 몇 킬로미터, 어쩌면 거의 수백 킬로미터나 멀리 떨어진 장소까지 온 것이 분명했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풀이 무성하게 뒤덮인 어두운 공동묘지였다. 오른쪽에는 커다란 주목나무 너머로 교회의 검은 그림자가 뚜렷하게 보였다. 왼쪽에는 나지막한 언덕이 솟아올라 있었다. 그 언덕 위에는 웅장하고 오래된 저택이 한 채 자리잡고 있었다.
"힉!"
오래된 공동 묘지에 있는 머글이 우리를 보자 놀랍듯이 작게 비명을 질렀다. 공포에 물드린 그 노파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필 이동을 해도 머글의 눈에 띄다니.... 해리는 주위를 경계하면서 두리번거렸다.
"누군가 오고 있어."
해리가 초조하게 말하자 나는 짙은 어둠 속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검은 그림자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잇엇다. 그 사람은 공동묘지의 무덤들 사이를 지나서 우리가 있는 곳으로 곧장 걸어어고 잇었다. 비록 그 사라의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걸음걸이와 두 팔의 모양으로 미루어 볼 때, 뭔가를 품에 안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키가 작달만한 그 사람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두건이 달린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자 사이가 더욱 좁혀졌다. 서서히 접근하는 검은 그림자를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그 사람은 커다란 대리석 묘비가 울뚝 솟아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잠시 동안 우리는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바로 그 순간, 해리가 지팡이를 툭 떨어뜨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무릎이 저절로 껶여서 땅바닥에 쓰러진 해리.
"해리!!"
나는 놀라서 그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읏!"
두피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여기에 왜 쓸모없는 머글이 있는 거지?"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돌았다. 내 머리카락을 잡고 있는 여자가 지팡이를 들어올리는 것이 보였다.
"기다, 잠깐!"
내가 외치기도 전에 내 뒤에 있는 여자가 먼저 주문을 외웠다.
"아바다 케다브라!"
초록빛 섬광이 번쩍거리면서 그 머글 노파는 쿵 하고 쓰러졌다. 짧은 몇 초의 순간이, 마치 영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부릅뜨고 있는 눈은 버려진 흉가의 창문처럼 공허하고 생기가 없었다. 절반 가량 벌어진 입은 당장이라도 처절한 비명을 지를 것만 같았다. 해리도 그 노파의 시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 해리의 몸을 잡아 일으켰다.
"우리 오랜만이지?"
귓가에서 속삭이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몸이 잔뜩 경직되었다. 익숙한 목소리... 내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목소리... 부드럽지만 그 안에 한기를 느끼게 만드는 목소리... 마약같은 목소리.... 티파니의 것이었다.
"멍청하게 있지 마, 너의 사촌이 당할 꼴을 똑똑히 지켜보라고."
티파니는 내가 시선을 내려깔았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고는 목을 움켜쥐고는 고개를 올렸다. 목에서 가해지는 압박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아, 미안.... 아직 너를 죽여서는 안 되는데 말이지."
내가 숨을 쉬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가볍게 손을 떼면서 말했다. 망토를 걸친 작달막한 체구의 남자가 품에 안고 있던 것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지팡이로 불을 밝혔다. 그리고 해리를 끌고 대리석 묘비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깜박이는 지팡이의 불빛을 통해, 묘지에 새겨진 이름을 읽을 수 있었다. 톰 리들....? 그 사람이 강제로 해리를 돌아서게 하는 바람에 해리는 그만 묘비에 등을 쾅 부딪히고 말았다. 망토를 입은 사람은 튼튼한 밧줄을 꺼내더니 목부터 발목까지 해리를 묘비에 단단히 묶기 시작했다.
"해리!!"
"어딜 가려고!"
붉은 머리카락을 여전히 잡고 있는 티파니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해리의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당신은!"
자신을 묶은 사람이 누군인지 알아차린 해리는 입을 딱 벌렸다. 하지만 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 버린 웜테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밧줄이 단단하게 묶여 있는지 다시 한 번 분주하게 확인할 뿐이었다. 매듭을 더듬고 있는 웜테일은 해리가 꼼짝도 할 수 없다는 정도로 묘비에 단단히 묶여 있는 걸 확인하자, 망토 안에서 검은 천을 꺼내더니 해리의 입속에 쑤셔넣었다. 그리고 한 마디 말도 없이 휙 돌아서서 허둥지둥 사라지고 말았다.
"무얼... 무얼 할 생각이야?!"
내가 티파니를 올려다보면서 질문했다.
"너흰 축복받은 거야. 어둠의 마왕이 부활하는 그 모습을 직접 목격할 수 있으니까."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있는 손길을 풀면서 내 앞에 나타난 티파니가 무릎을 굽혀서 시선을 맞추고는 광기어린 눈동자로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해리 근처에 옷꾸러미 주위를 빙빙 돌면서 수풀을 헤치는 거대한 뱀. 저 뱀은 볼드모트의 애완뱀....?
"목숨만 붙어있으면 된다고 했으니까.... 조금은 가지고 놀아도 괜찮겠지."
"무슨... 무슨 짓을...?"
내가 뒤로 주춤거리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지팡이를 들어야하는데도 이상하게 몸이 굳어져 버렸다.
"예전의 일이 생각나게 되지 않아? 10년 전의 화재 말이야..... 크루시오!"
티파니는 망설이지 않고는 고문 마법을 나에게 행했다. 그 마법에 맞은 나는 그대로 비명을 질러야 했다. 웜테일이 올 때까지 아무렇지 않게 나를 연속적으로 나를 고문했다.
"느려 터졌어."
그녀가 멈추자 헐떡거리면서 웜테일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웜테일이 돌로 만든 커다란 가마솥을 무던 근처까지 끌고 오고 잇었다. 커다란 가마솥 안에는 물처럼 보이는 것이 가득 들어 있어서 가마솥이 흔들릴 때마다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돌로 만든 그 커다란 가마솥은 어른이 들어가서 앉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
"빨리 빨리 하지 못해!"
티파니가 버럭 외쳤다. 웜테일은 가마솥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지팡이로 정신없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다. 별안간 가마솥 밑에서 거센 불길이 타올랏다. 가마솥에 담긴 액체는 금방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거품을 낼 뿐만 아니라 마치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탁탁 맹렬하게 불꽃을 튀겼다. 자욱한 김이 무럭무럭 피오 오르면서, 불길을 살펴보고 있는 웜테일의 모습을 흐릿하게 가렸다.
"일어나, 너도 봐야지!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함께 한 것을 기뻐하도록 해!"
쓰러져 있는 나를 발로 차면서-올라오는 무언가를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티파니가 말했다. 그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옷꾸러미는 잔뜩 안달이 난 듯이 더욱 초조하게 버둥거렸다.
"서둘러라!"
옷꾸러미 속에서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가마솥 가까이 나를 질질 끌고 갔다.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주인님!"
"자, 어서!"
차가운 목소리가 웜테일을 재촉했다. 웜테일이 땅받겡 놓여 있는 꾸러미를 풀자, 그 속에 싸여 있는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명을 지르려고 하자 단번에 그것을 알아차린 티파니가 내 입을 막았다. 그것은 마치 웜테일이 지옥의 문을 열고 어떤 아주 추악하고 미끌미끌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를 꺼내 보여준 것 같았다. 아니, 그보다 더욱 끔찍했다. 수백 배는 더...웜테일이 꺼낸 그것은 몸을 잔뜩 웅크린 갓난 아기와 같은 현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아기같지 생기지 않았고 오히려 검붉은 살덩어리에 불과햇다. 머리카락은 한 올도 없었으며 온몸에는 오톨도톨한 비늘이 잔뜩 덮여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의 팔과 다리는 가늘고 흐늘흐늘했으며, 마치 납작한 뱀의 머리처럼 생긴 그것의 얼굴에는 번뜩이는 빨간 눈동자가 달려 있었다. 그것은 혼자 힘으로는 거의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것이 가느다란 팔을 내밀어 웜테일의 목에 걸자, 웸터일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들어올렸다. 그 바람에 두건이 뒤로 벗겨지고 말앗다. 역겨워하는 표정이 역력히 드러난 웜테일의 창백한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웜테일은 그것을 안고 가마솥의 가장자리까지 걸어갔다. 웜테일은 품에 안고 있는 그것을 가마솥 안으로 집어넣었다. 쉿 소리와 함게 그것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그 조그마한 몸뚱이가 퉁하고 가마솥 바닥에 부드럽게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자, 자신도 모르게...."
웜테일이 입을 열었다. 웜테일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너무나 겁에 질린 나머지, 웜테일은 지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웜테일은 두 눈을 꼭 감고 천천히 지팡이를 들어올리더니 어둠을 향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바쳐진 아버지의 뼈여, 당신의 아들을 새롭게 하라!"
해리의 발 밑에 있는 무덤이 쩍 갈라졌다. 웜테일이 말이 마치자마자 고운 뼛가루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뼛가루는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더니 가마솥 안으로 사르르 떨어졌다. 타박타박 사방으로 불꽃을 내뿜고 있는 물약....
이제 웜테일은 거의 울먹거리고 있었다. 그는 망토 안에서 길고 가느다란 단검을 꺼냈다. 은으로 만든 단검이 번쩍이는 빛을 뿌렸다. 무슨 일인지 웜테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마구 흐느끼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웜테일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종의... 살을..... 기... 기꺼이.... 바치나니.... 그대의 주인을..... 다시.... 살아나게 하라!"
웜테일은 오른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손가락 한 개가 없는 바로 그 손이었다. 웜테일은 왼손으로 단검을 단단히 움켜쥐고 허공으로 높이 치켜들었다. 그 모습에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깨닫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어둠을 가르는 비명 소리까지는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소리는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웜테일은 비틀거리며 땅바닥으로 쿵 쓰러지고 말았다. 눈을 다시 떠서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에서 고통으로 가득 찬 신음소리가 흘러나왔고 뭔가 가마솥 안으로 풍덩 떨어지는 역겨운 소리가 들렸다. 웜테일은 숨을 헐떡거리면서 극심한 고통을 참기 위해 신음 소리를 내었다. 어느 틈에 웜테일이 해리의 눈앞에 서 있었다.
"강.... 강제로 빼앗은... 원수의 피.... 그대는 그대의 적을.... 부활하게 하리라!"
해리가 마구 발버둥을 쳤지만 웜테일의 행동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웜테일이 든 단검은 해리의 오른팔의 안쪽 부분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찢어진 소맷자락 밑으로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여전히 고통으로 숨을 헐떡거리고 있던 웜테일은 호주머니를 뒤적거려서 유리병을 꺼내더니 해리의 상처를 대고 흘러내리는 피를 받앗다. 웜테일은 해리의 피가 담긴 유리병을 들고 나에게 걸어왔다.
"이제 너 차례구나, 로라."
"... 마법 생물체의 지배자의 피.... 그에게 보다 강한 마법력을 선사하고 그 피의 주인에게는 저주를 선사하리라!"
웜테일이 나에게 다가왔다.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티파니가 내 팔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웜테일이 단검으로 내 왼 손목 위에 엑스(X)로 긋었다. 그리고 그 피를 해리의 피가 담긴 유리병에 담았다. 웜테일은 피가 담긴 유리병을 들고 휘청거리면서 가마솥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가마솥에 붉은 피를 부었다.
"되살아나거라, 어둠의 마왕이여..."
티파니가 서시를 읽듯이 중얼거렸다. 마침내 일을 모두 끝낸 웜테일은 가마솥 옆에 털썩 무릎을 꿇더니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피가 철철 흐르는 잘린 팔뚝을 움켜쥔 채, 숨을 헐떡거리면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가마솥은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불꽃을 온 사방으로 튀기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 빛이 눈부실 정도로 밝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모두 검은색 융단같이 보일 정도였다.
갑자기 사방으로 튀어오르던 불꽃이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 대신에 가마솥에서 하얀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 올랐다. 시야는 수증기로 인해 완전히 가려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허공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중기뿐이었다. 그리고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버릴 정도로 엄청난 공포가 밀려들었다. 키가 훌쭉하고 해골처럼 앙상한 체구의 한 남자가 가마솥에서 천천히 솟아오르고 잇었다.
"나에게 옷을 입혀라."
자욱한 수중기 너머로 날카롭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웜테일은 여전히 잘려 나간 팔뚝을 움켜잡은 채, 애처롭게 흐느끼고 있었다. 웜테일은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더니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으 옷을 집어 들며 가마솥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한 개뿐인 손을 움직여 주인에게 옷을 입혀주었다. 바싹 마른 체구의 남자가 가마솥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크고 번뜩이는 새빨간 눈, 뱀처럼 구멍만 뻥 뚫린 납작한 코, 해골보다 더욱 창백한 얼굴.... 마침내 볼드모트 경이 부활한 것이다.
볼드모트는 천천히 눈길을 돌리더니 자신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볼드모트의 손은 마치 하얗고 커다란 거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볼드모트는 길고 창백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과 팔과 얼굴을 어루만졌다. 고양이 눈처럼 동공이 세로로 쭉 찢어진 새빨간 눈은 어둠 속에서 더욱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볼드모트는 두 손을 들어 올려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구부려 보앗다. 이윽고 볼드모트의 얼굴에 황홀하고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이 떠올랐다. 볼드모트는 땅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줄줄 흘리면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웜테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쉿쉿 소리를 내면서 해리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는 거대한 뱀에게도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볼드모트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기다란 손가락을 호주머니 속에 찔러넣더니, 지팡이를 꺼내들어 잠시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졌다. 갑자기 볼드모트가 지팡이를 들어 올려 웜테일을 겨냥했다. 웜테이르이 몸이 허공으로 붕 뜨더니 해리가 묶여 잇는 비석에 쾅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땅바닥에 쓰러진 웜테일은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울음을 터트렸다. 볼드모트는 다시 새빨간 두 눈으로 해리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날카롭고 차갑고 전혀 유쾌하지 않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제 웜테일의 옷은 온통 붉은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주인님...."
잘린 팔뚝의 끝을 옷자락으로 감싸고 있던 웜테일이 숨막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팔을 내밀어라."
볼드모트가 태연하게 말했다.
"오, 주인님... 감사합니다. 주인님..."
웜테일은 피가 철철 흐르는 팔뚝을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다시 소름끼치는 웃음을 터뜨렸다.
"웜테일, 다른 팔을 내밀어라."
"주인님, 제발... 제발...."
볼드모트는 허리를 숙이더니 웜테일의 왼쪽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웜테일의 소맷자락을 팔굼치까지 말아 올랏다. 웜테일의 팔뚝에 해골 모양의 선홍색 문신이 같은 것이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 해골의 입에는 뱀 한 마리가 마치 혓바닥처럼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볼드모트는 이제 목놓아 통곡하는 웜테일을 완전히 무시한 채, 그 문신만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어둠의 표식이야.... 네 엄마의 왼팔에도 있었던 거지."
"아니, 그럴 리가..."
귓속말로 다정한 목소리로 세상 무너지는 듯한 사실를 전해주는 티파니. 나는 허망하게 그 표식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자리에서 일어난 티파니는 깔깔거리면서 오만한 웃음 소리를 냈다.
"네 엄마는 죽음을 먹는 자였어, 로라! 바보같은 너는 그것도 모른 채 엄마가 천사라고 생각하고 있었겠지!"
티파니는 잔혹하게 웃었다.
"조용히."
"네."
볼드모트가 말하자 티파니는 곧 웃음을 멈추었다. 볼드모트의 추종자답게 그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듣고 있었다.
"다시 돌아왔다."
볼드모트가 나지막이 말했다.
"모두들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곧 알게 될 테니까..."
볼드모트의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웜테일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세게 눌렀다. 그러자 왼 손목의 흉터가 욱씬거리면서 아파왔다. 식은 땀이 흘러내렸고 웜테일은 몹시 고통스러워하면 처절한 비명을 질럿다. 잠시 후에 볼드모트가 웜테일의 문신에서 손가락을 떼었다. 그 문신이 새까맣게 변해 버린 것이 보였다. 볼드모트의 얼굴에 잔인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그는 몸을 똑바로 일으켜 세운 후, 고개를 돌려 어두운 공동 묘지를 빙 둘러 보았다.
"이것을 느끼고 다시 돌아올 만큼 용기 있는 자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볼드모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고개를 들어서 그를 바라보았다. 차갑게 번뜩이는 볼드모트의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것을 모르는 척할 만큼 어리석은 자들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볼드모트는 줄곧 공동묘지를 둘러보면서 이리저리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네가 아리에티의 뒤를 잇은 존재군. 저주때문에 고통스러운가?"
"무슨.... 소리..."
볼드모트가 내 왼손의 손목을 잡았다. 그 순간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 내가 비명을 지르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그는 상처를 꾹꾹 눌렀다.
"놔!!! 놓라고!!! 놔!!!"
그는 내가 외치면서 발버둥을 치자 순수히 팔을 놓아주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볼드모트는 해리를 쳐다보았다. 뱀처럼 차가운 볼드모트의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해리 포터, 지금 너는 죽은 내 아버지의 유골 위에 서 있다."
볼드모트가 목소리를 낮게 깔면서 속삭였다.
"멍청한 머글이었지.... 꼭 네 엄마처럼 말이야. 하지만 두 사람 다 나름대로 쓸모가 있었다. 안 그런가? 네 엄마는 어린 너를 지키려고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나는 내 아버지를 죽였다. 그리고 죽은 그 자의 뼈를 얼마나 유용한지 알았다..."
볼드모트는 다시 냉혹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계속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커다란 뱀은 수풀 속에 빙빙 돌아다니다가 티파니의 옆에 똬리를 틀었다.
"포터, 언덕 위에 있는 저 집이 보이느냐? 리들 하우스... 내 아버지가 살았던 곳이다. 이 마을에서 살았던 내 어머니 마녀는 아버지와 사랑에 빠졌지. 하지만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자신이 마녀라는 사실을 밝히자, 아버지는 그만 어머니를 버리고 말았어... 그는 마법을 좋아하지 않았지. 내 아버지는 말이야..."
볼드뫁는 쩍 갈라진 무덤을 힐끗 쳐다보았다.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의 머글 부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말았지. 나는 머글들의 고아원에서 자라나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아버지를 찾겠다고 맹세했지... 그리고 그 자에게 복수를 했어... 나에게 톰 리들이라는 이름을 물려준 그 멍청이에게..."
볼드모트는 여전히 서성거리면서 새빨간 눈으로 공동묘지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잘 들어라, 나의 가족사를..."
볼드모트가 음산하게 말했다.
"이런! 내가 좀 감상적이 되었군... 하지만 보아라, 해리! 나의 진정한 가족들이 돌아오고 있다..."
갑자기 망토 자락이 펄럭이는 소리가 주위를 가득 채웠다. 무덤들 사이사이, 주목나무 너머 그늘진 곳곳마다 마법사들이 뿅 하고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두건을 눌러쓴 채,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들은 볼드모트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마치 자시느이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볼드모트는 아무 말 없이 그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면서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바로 그때 죽음을 먹는 자들 중에 한 명이 털썩 무릎을 끓더니 볼드모트를 향해 기어오기 시작했다.
"주인님.... 주인님..."
그는 볼드모트의 검은 옷자락에 입을 맞추면서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그의 뒤를 이어서 다른 죽음을 먹는 자들도 똑같이 행동했다. 그들은 차례대로 무릎을 끓고 다가오더니 볼드모트의 옷자락에 입ㅇ르 맞추고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톰 리들의 무덤과 해리, 나와 티파니, 볼드모트, 웜테일을 빙 둘러싼 채, 조용히 서 있었다. 웜테일은 아직가지도 꿈틀꿈틀 경련을 일으키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더욱 많은 동지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지, 드문드문 빈 자리를 남겨 두었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볼드모트가 두건을 쓴 얼굴들을 한 번 빙 둘러보자,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커다란 원을 따라 파르르 동요가 일었다. 마치 원을 그리고 서있던 사람들이 부르르 몸을 떨기라도 한 것처럼...
"잘 왔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여!"
볼드모트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13년... 무려 13년 만에 다시 만나는구나. 하지만 극대들은 마치 어제의 일 양 나의 부름에 즉각 응답해주었다... 우리는 아직까지 어둠의 표식 아래 굳게 결속되어 있구나! 과연 그럴까?"
볼드모트는 그 끔찍한 얼굴을 휙 돌리더니 쭉 찢어진 콧구멍을 벌름거리면서 킁킁 냄새를 맡았다.
"죄악의 냄새가 난다."
볼드모트가 희미하게 중얼거렸다.
"죄악의 더러운 냄새가 진동하는구나."
또 다시 커다란 원을 그리고 있던 죽음을 먹는 자들 사이에서 파르르 동요가 일어났다. 마치 원을 그리고 서 있는 사람들 모두 흠칫 뒤로 물러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서도 감히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신속하게 나탄 걸 보니까, 그대들 모두 건강하고 멀쩡하다는 걸 알겠노라! 마법의 힘도.... 예전 그대로인 것 같구나... 그러므로 나는 ㅅ스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어째서 이 멀쩡한 마법사 무리들이 한 번도 자기들의 주인을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영원한 충성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주인을?"
아무도 입을 연 사람이 없었다. 웜테일 이외에는 감히 몸을 움직이려는 사람조차 없었다. 웜테일은 여전히 땅바닥에 쓰러진 채, 붉은 피가 흘러나오는 팔을 움켜잡고 울먹이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 대답해 보았다."
볼드모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들은 내가 완전히 끝났다고 믿은 거라고,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슬그머니 나의 적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자신이 너무나 무지하고 순진했으며 잠시 나쁜 마법에 걸렸던 거라고 핑계를 대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또다시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어떻게 내가 다시 부활하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오래 전부터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해 내가 어떤 과정을 밟아 왔는지 잘 알고 있는 그들이? 내가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던 그 시절에, 나의 무한한 힘의 증거를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햇던 자들이?"
볼드모트가 잠시 말을 멈추고 죽음을 먹는 자들을 빙 둘러보았다. 죽음을 먹는 자들은 볼드모트의 시선을 느끼자 흠칫 놀라는 것 같았다.
"나는 또다시 스스로에게 대답했다. 아마 그들은 나보다 훨신 더 강력한 힘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라고... 볼드모트 경까지도 없애 버릴 수 있는 힘이.... 이제 그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저면 평민들의 우상이자 더러운 혈통과 머글들의 수호자인 알버스 덤블도어에게?"
덤블도어의 이름이 나오자, 원을 그리고 서 있던 사람들이 움찔 몸을 움츠렸다. 그 중에 몇 명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려기도 했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무척 실망스러운 일이다... 솔직히 실망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구나."
갑자기 원을 그리고 서 있던 무리 속에서 한 사람이 불숙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볼드모트의 발 밑에 털썩 쓰러졌다.
"주인님!"
그가 애타게 부르짖으면서 볼드모트에게 매달렸다.
"주인님,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우리 모두를 용서해주십시오!"
볼드모트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더니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크루시오!"
갑자기 땅바닥에 꿇어 앉아서 애원하던 죽음을 먹는 자가 온몸을 마구 비틀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에 볼드모트는 다시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고문을 받은 죽음을 먹는 자는 땅바닥에 벌렁 쓰러져서 숨을 헐떡이고있었다.
"일어나거라, 애버리."
볼드모트가 그 마법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일어나거라. 나에게 용서를 구했느냐? 나는 용서하지 못한다. 잊지도 못한다. 13년이라는 긴 세월을... 나는 너를 용서하기 전에 그 13년이라는 세월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를 원한다. 여기 있는 웜테일은 이미 그 대가를 치렀다. 그렇지 않느냐, 웜테일?"
볼드모트는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웜테일을 내려다보았다.
"너는 나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너의 옛 친구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 대가로 혹독한 고통을 치렀다. 웜테일, 너는 그걸 알고 있느냐?"
"예, 주인님. 제발, 주인님... 제발..."
웜테일이 울먹이면서 간절하게 애원했다.
"하지만 너는 내가 다시 몸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볼드모트는 땅바닥에 쓰러져서 흐느끼고 있는 웜테일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별로 쓸모동 벗고 믿을 수도 없는 녀석이지만, 너는 나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볼등모트 경은 경을 도와주는 자에게 상을 내린다..."
볼드모트는 다시 자핑이를 들어 올려 허공에 대고 한 바퀴 휘둘렀다.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은을 녹인 반작이는 액체처럼 보이는 것이 한 가닥 흘러나왔다. 아무런 형체도 없었던 그것은 곧 구불구불 휘어지더니 사람의 손 모양이 되었다. 반짝거리는 그 손은 마치 달빛처럼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서는 피가 흐르는 웜테일의 손목에 저절로 찰싹 달라붙었다. 갑자기 웜테일의 흐느끼는 소리가 뚝 그쳤다. 웜테일은 거칠게 숨을 헐떡거리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은빛 손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감족같이 웜테일의 팔뚝에 붙어서, 마치 휘황찬란한 장갑을 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웜테일은 은빛으로 빛나는 손가락으로 살짝 구부려 보았다. 그리고 부르르르 몸을 떨면서 땅바닥에 떨어진 작은 나뭇가지를 집어들었다. 웜테일의 손에서 나뭇가지가 바스러졌다.
"주인님."
웜테일은 몹시 감격스러워하며 중얼거렸다.
"주인님... 정말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웜테일은 무릎으로 엉금엉금 기어와 볼드모트의 옷자락에 입을 맞추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덜덜 떨려오는 다리에는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앗다.
"웜테일, 이제부터 두 번 다시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라."
볼드모트가 차갑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절대로! 나의 주인님...."
웜테일은 벌덕 일어나서 원을 그리고 서 있는 사람들 틈에 가서 섰다. 웜테일의 얼굴은 아직까지도 눈물에 젖어서 번들번들했지만, 그의 눈동자는 새로 생긴 강력한 손을 신기한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볼드모트는 웜테일의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루시우스, 나의 교활한 친구."
볼드모트가 그의 앞에 우뚝 멈춰 서더니 작게 속삭였다.
"그대가 옛날 습성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다. 비록 세상에는 아주 존경할 만한 얼굴을 내비치고 있지만 말이다. 그대는 아직도 머글들을 고문하는 일에 앞장설 준비가 되어 있겠지? 하지만 루시우스, 너는 한 번도 나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퀴디치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너의 활약은 꽤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너의 힘을 차라리 네 주인을 찾아서 돕는 일에 써야 하지 않았을까?"
"주인님, 저는 항상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주인님으로부터 어떤 징표라도 잇었다면, 주인님이 어디에 잇다는 소문이라도 들었다면, 저는 당장 주인님 곁으로 돌아왔을 겁니다. 그 무엇도 저를 막지 못했을 겁니다."
두건 밑에서 루시우스 말포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지난 여름에 나의 충실한 죽음을 먹는 자가 어둠의 표식을 하늘에 쏘아 올렸을 때, 너 또한 도망치지 않았느냐?"
볼드모트가 느릿느릿 중얼거렷다. 루시우스는 갑자기 할 말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 나는 모든 걸 다 알고 잇다, 루시우스.... 너는 나를 실망시켰다... 따라서 앞으로 더욱 큰 충성을 바치기를 기대하겠다."
"물론입니다, 주인님. 물론입니다... 정말 자비로우십니다. 고맙습니다."
볼드모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텅 빈 자리를 보고,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루시우스와 다음 사람 시에 두 명은 충분히 설 수 있을 만한 공간이 남아 있었다.
"여기에는 레스트랭 부부가 서 있어야 한다."
볼드모트가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즈카반에 갇혀 있다. 그들은 나를 부인하느니 차라리 아즈카반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했다... 아즈카반의 문이 활짝 열리는 날, 레스트랭 부부는 상상을 초월한 영광을 누릴 것이다. 디멘터들도 우리 편이 될 것이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우리와 같은 불류인 것이다. 우리는 멀리 추방된 거인들도 다시 부를 것이다.... 나는 나의 충성스러운 모든 종족을 불러 모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마법 생물 군단을..."
볼드모트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 앞을 아무런 말도 없이 휙 지나갔다.
"루치아 피브렐.... 그녀는 이미 죽었다고 했지?"
티파니의 앞에 선 볼드모트가 입을 열었다.
"네, 주인님. 화재로 죽었습니다."
티파니가 조용히 시선을 내려깔면서 말했다. 굉장히 담담하군. 자신의 손으로 내 어머니를 죽였으면서....
"그 자리를 너가 대신하고 있었다고 들었다. 나는 너에게 상을 내릴 것이다. 나를 찾아온 너에게는 큰 상을 내릴 것이야."
"어떤 것도 필요없습니다. 어떤 상을 주지 않아도 저는 주인님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주인님. 저는 단지... 저 아이... 로라 에반스의 목숨만 받고 싶습니다. 그녀만큼은 제 손으로 죽이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나를 쳐다보면서 티파니가 볼드모트에게 말했다. 그러자 볼드모트가 나를 쳐다보았고 다른 죽음을 먹는 자들 역시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안 된다. 아직 쓸모가 있거든."
"... 네."
잔뜩 실망한 채로 고개를 숙이는 티파니. 다시 걸음을 옮긴 볼드모트는 어떤 자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맥네어... 지금은 마법부에서 위험한 생물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웜테일이 말하는데? 머지 않아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제물들을 갖게 될 것이다, 맥네어. 볼드모트 경이 그 제물을 마련해 주겠다...."
"고맙습니다, 주인님... 고맙습니다."
맥네어가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여기는..."
볼드모트가 덩치가 커다란 두 명의 마법사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들도 역시 두건을 눌러쓰고 있었다.
"크레이브로군... 이번에는 더 잘 할 수 있겠지? 안 그런가, 크레이브? 자네, 고일도?"
두 사람은 우물쭈물 대답하면서 엉거주춤하게 절을 했다.
"예, 주인님..."
"물론입니다, 주인님..."
"너도 마찬가지다, 노트."
볼드모트가 고일의 그림자에 가려 구부정하게 서 있는 사람 앞을 지나가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주인님, 당신 앞에 굴복합니다. 저는.. 당신의 가장 충실한...."
"그만! 그만 해라!"
볼드모트는 제일 넓게 비어 있는 자리로 걸음을 옮겻다. 볼드모트는 생기를 찾아볼 수 없는 새빨간 눈으로 그 빈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잇었다.
"이 자리에 죽음을 먹는 자들이 여섯 명이나 비었군. 세 명은 나를 섬기다가 죽었지. 한 명은 너무나 겁이 나서 돌아오지 못했고... 그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녀석은 내 곁을 영원히 떠났지... 그는 당연히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나의 가장 충실한 종으로 남앗던 한 사람... 그는 벌써 돌아와서 나를 섬기고 있다."
갑자기 죽음을 먹는 자들 사이에서 동요를 일어났다.
"그 충실한 종은 지금 호그와트에 있다. 그리고 그의 노력으로 우리의 어린 친구가 오늘밤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
원을 그리면서 서 있던 죽음을 먹는 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해리에게 쏠리자, 볼드모트는 입술이 거의 없는 입을 말아 올리면서 씩 미소를 지었다.
"친절하게도 해리 포터는 나의 부활 파티에 참석해 주었다. 그러므로 포터를 나의 영예로운 손님이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한참 동안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때 루시우스 말포이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왔다.
"주인님, 저희들은 간절히 알고 싶습니다... 부디 말씀해주십시오... 어떻게이런 일이 이루셨는지... 이런 기적으... 어떻게 해서 저희들의 곁으로 다시 돌아오실 수 있었는지..."
"아, 거기에는 참으로 기나긴 사연이 있다, 루시우스. 그 이야기는.... 바로 여기 있는 나의 어린 친구로부터 시작되었다가 이 어린 친구에게서... 끝난다."
볼드모트가 천천히 해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 모습에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다시 엎어져버렸다. 옷이 흙투성이가 되어버리겠군.
"물론 그대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소년이 나를 몰락시켰다고 그들이 말한다는 사실을..."
볼드모트는 나지막이 말했다.
"해리에게 가까이 가지 마!"
볼드모트가 가까이에 있으면 해리가 이마의 흉터때문에 아파서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다. 내가 외치는 소리를 무시한 볼드모트는 해리를 쳐다보았다.
"그대들은 모두 내가 나의 힘과 육체를 잃어버린 그날 밤에 이 소년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소년의 어미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솔직히 나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강력한 보호막을 이 소년에게 씌워주엇던 것이다... 나는 이 녀석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가 없었다."
볼드모트는 길고 하얀 손가락 하나를 해리의 뺨 가까이 들어올렸다.
"이 소년의 어미는 자신을 희생하고, 그 흔적을 이 소년에게 남겼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마법이다. 나는 그 마법을 기억하고 있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어리석게도 나는 그 마법을 간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더 이상 아무런 상관도 없다. 이제는 이 소년을 만질 수 있으니까..."
길고 하얀 손가락 끝이 해리의 뺨에 닿았다.
"해리!!!"
해리를 향해서 손을 뻗으면서 네 발로 기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 볼드모트는 해리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웃더니 손가락을 치우고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연설을 계속했다.
"나의 동지들이여! 그것은 나의 계산 착오였다. 솔직히 나의 실수를 인정하는 바이다. 한 여자의 어리석은 희생 때문에 나의 저주는 반사되고 말았다. 오히려 그 저주는 다시 나에게 되돌아왔던 것이다. 아아... 나의 동지들이여! 그것은 고통을 넘어서는 고통이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내 육체로부터 이탈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영혼보다도, 가장 비천한 유령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살아 있었다.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 나 자신도 알 수가 없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바도 불멸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던 내가.... 너희들은 죽음을 정복하려고 했던 나의 목표를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나는 불멸의 존재가 되기 위해 애를 썼던 그 동안의 노력을 시험해 본 셈이다. 그리고 나의 시도 중에서 한두 가지는 효과가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마땅히 죽었어야 할 저주를 받고도 죽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미미한 존재처럼 아무런 힘도 없게 되었다. 심지어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마땅한 수단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육신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마법은 모두 반드시 지팡이를 사용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잠도 자지 않고 끊임없이, 순간 순간 오직 나 자신을 존재하게 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것만을 기억할 뿐이다. 나는 아주 멀리 떨어진 어느 숲속에 은둔했다. 그리고 끈질기게 기다렸다... 반드시 죽음을 먹는 자들 가운데 한 명이 나를 찾아내어 내가 할 수 없는 마법을 대신 이루어 줄 거라고.... 그리하여 내 몸을 다시 되찾아 줄 거라고... 하지만 나의 기다림은 헛된 것이었다..."
그 말을 듣자, 원을 그리고 서 있던 죽음을 먹는 자들은 또 다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볼드모트는 말을 멈추고 잠시 동안 무시무시한 침묵이 감돌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몸을 일으키자 술 취한 사람처럼 이리저리 멋대로 움직이는 다리...
"나에게 남아 있는 힘은 딱 한 가지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육신에 기생하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나는 감히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오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서 나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때때로 동물의 몸에 기생하기도 했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은 뱀이었지. 하짐나 나의 처지는 순수한 영혼 상태일 대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었다. 동물의 몸으로는 마법을 행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기생하는 동물들은 생명이 단축되었다. 어느 놈도 오랫동안 버티지 못했지..."
볼드므토는 싸늘한 눈빛으로 해리를 노려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4년 전에... 나는 다시 부활할 수 있는 수단을 거의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다. 젊고 멍청하고 잘 속아 넘어가는 한 마법사가 내가 은둔하고 있는 숲속을 돌아다니다가 나와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오! 그는 내가 오랫동안 꿈꾸었던 바로 그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왜냐하면 그는 바로 덤블도어의 학교에 근무하는 교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쉽사리 나의 의자에 따라주었다. 그는 나를 데리고 다시 이 나라로 돌아왔다. 한참 동안이나 나는 그의 몸을 붙어 살면서 그가 나의 명령에 다르는 것을 면밀히 감독했다. 하지만... 하지만 나의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 나는 마법사의 돌을 훔치지 못했다. 나는 영원한 생명을 손에 넣지 못했다. 나는 방해를 받았다. 해리 포터에게 다시 한 번 훼방을 당한 것이다! 해리 포터에게...."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주목나무에 매달린 이파리조차도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그의 몸을 떠나자, 그 종은 이내 죽어 버렸다. 나는 다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허약한 존재가 되었다."
볼드모트는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나는 멀리 떨어진 나의 은신처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대들에게 솔직히 말하겠다. 그 당시에 나는 이제 두 번 다시 나의 힘을 되찾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너무나 두려웠다... 그렇다! 아마도 그 시기에 나에게 있어서 가장 어두운 시기였을 것이다... 나는 또 다른 마법사의 몸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조차 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죽음을 먹는 자들 중에서 나의 안부를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 한두 명 정도는 있을 거라는 희망조차도 완전히 포기하고 말앗다..."
원을 그린 채 서 있던 가면을 쓴 마법사들 가운데 한두 사람은 마음이 찔리는지 몸을 약간 움직였다. 하지만 볼드모트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바로 그때, 불과 몇 달 전에, 내가 거의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있을 무렵, 마침내 그 일이 일어났다.... 한 종이 나에게 돌아온 것이다. 바로 여기 서 잇는 웜테일은 법의 심판을 피해 죽은 척 위장하고 살아가다가, 한때 친구라고 여겼던 자들에게 신분이 들통나자, 자기 주인에게 다시 돌아오기로 결심한 것이다. 웜테일은 오래 전부터 내가 숨어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는 나라로 나를 찾아왔다. 물론 웜테일은 마주치는 쥐들의 도움을 받았지... 웜테일은 아주 흥미롭게도 쥐들과 친화력을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안 그런가, 웜테일? 그 조그맣고 더러운 웜테일의 친구들은 알바니아 숲속 깊숙한 곳에 모두들 무서워서 피하는 장소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곳에서는 쥐들처럼 조그마한 짐승은 갑자기 업슴하는 검은 그림자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고 말이다..."
볼드모트는 힐끗 고개를 돌려 웜테일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나를 찾아오는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렇지 않나, 웜테일? 어느 날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웜테일은 나의 은신처가 있다고 짐작되는 바로 그 숲 근처까지 와서는 그만 어리석게도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어느 여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멉부의 마녀인 버사 조킨스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볼드모트와 눈길이 마주치자, 웜테일은 자랑스러운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다음부터 운명은 볼드모트 경의 편이 되었다. 어쩌면 그 일로 인해 웜테일은 끝장이 날 수도 있었다. 웜테일과 더불어 내가 다시 힘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도.... 하지만 웜테일은, 참으로 그에게서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여, 버사 조킨스에게 함께 밤산책을 나가자고 설득한 다음, 그녀에게 마법을 걸어 버린 것이었다. 웜테일은 버사 조킨스를 끄록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우리의 모든 일을 망쳐 버릴 수도 잇었던 버사 조킨스는 오히려 내가 꿈도 꾸지 못했던 놀라운 선물을 안겨주었다. 왜냐하면 약간의 설득 끝에 버사 조킨스는 나의 충실한 정보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버사 조킨스는 올해 호그와트에서 트리위저드 시합이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나와 연락이 닿기만 하면, 나를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단 한 명의 충실한 죽음을 먹는 자를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 밖에도 버사 조킨스는 많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 당시 버사 조킨스는 기억력 마법이 걸려 있엇지. 나는 버사 조킨스에게 걸려 있는 기억력 마법을 깨뜨리기 위해 아주 강력한 마법을 써야만 했다. 그러므로 버사 조킨스로부터 모든 필요한 정보를 다 빼내고 나자, 그녀의 몸과 정신은 도저히 회복 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고 말았다. 더 이상 써먹을 데도 없었고 그 몸을 차지할 수도 없었으므로, 나는 그 여자를 제거해 버렸지."
볼드모트는 냉혹하고 무자비한 새빨간 눈을 번뜩이면서 무시무시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웜테일의 몸 또한 내가 차지하기에는 부적당했다. 모두들 웜테일이 죽은 줄 알고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누군가의 눈에 발각되면 지나친 관심을 끌게 될 염려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웜테일은 내가 필요로 하는 육신을 가진 종이었다. 비록 웜테일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마법사라고 해도, 내가 내리는 지시에 따라 행동할 수는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다시 일시적으로 육체를 갖게 되었다. 물론 보잘것없는 육체였지만... 진정한 부활을 위해 필수적인 재료들이 마련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내가 잠시 머루를 수 있는 육체를... 내가 직접 고안한 한두 개의 주문과... 나의 사랑스러운 내기니의 도움으로..."
볼드모트의 새빨간 눈길이 커다란 뱀에게 가 닿았다. 그 뱀은 여전히 묘비 주위를 빙빙 돌아다니고 있었다.
"유니콘의 피를 섞어 만든 약과 내기가 제공하는 뱀의 독으로, 곧 나는 거의 인간의 형상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한 힘도 갖게 되엇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마법사의 돌을 훔칠 수는 없엇다. 왜냐하면 덤블도어가 틀림없이 그 돌을 없애 버렸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기꺼이 유한한 생명이나마 다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물론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기 전에 말이다. 나는 눈높이를 낮추었다... 우선 나의 옛 육신과 옛 힘을 다시 되찾기로 결심했다. 이 일을 행햐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강력한 성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늘 밤 나를 되살린 마법의 약은 오래된 어둠의 마법의 일부였다- 그리고 그 중에 하나는 이미 내 수중에 들어와 있었다. 그렇지 않는가, 웜테일? 바로 종이 바친 살 말이다..."
볼드모트는 잠시 웜테일을 쳐다본 후에 말을 이었다.
"내 아버지의 뼈를 구하기 위해 당연히 우리는 그가 묻혀 있는 이곳으로 와야만 했다. 하지만 적의 피는... 웜테일은 나에게 아무 마법사나 이용하자고 졸랐다. 나를 증오했던 마법사 중에 아무나 말이다. 그 중에 많은 자들이 아직까지도 나를 미워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반드시 누구의 피를 사용해야만 하는지 알고 있엇다. 내가 몰락하기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다시 부활하기 위해서는... 나는 바로 해리 포터의 피를 원했다. 13년 전에 나의 모든 힘을 빼앗아 간 포터의 피를 원했다. 왜냐하면 포터의 어미가 그에게 준 보호의 힘이 아직가지도 남아서 내 핏속에 머무르고 있으므로....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해리 포터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해리 포터는 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보호를 받고 있엇다. 오래 전에 덤블도어는 해리 포터의 장래를 계획해서 아주 안전한 방법을 고안해 내었던 것이다. 덤블도어는 고대의 마법을 사용해서 해리 포터가 친척들의 보호하에 있는 한, 그 누구도 포터의 몸에 손을 댈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나조차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친척들과 함께 있는 한, 해리 포터는 절대적으로 안전했다."
피의 보호막이로군. 그래서 프리벳가에 해리를 맡긴건가.... 릴리 포터와 같은 피가 흐르는 페투니아 더즐리가 살고 있는 프리벳가에...
"그리고... 퀴디치 월드컵이 열렸다. 나는 덤블도어나 친척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는 해리 포터를 둘러싼 보호막이 좀 약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법부의 마법사들이 우글거리는 그곳에서 해리 포터를 납치하기에는 난 힘이 아직 부족했다. 얼마 후에 이 소년은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갔다. 그리고 머글을 사랑하는 그 멍청이의 매부리코 앞을 하루 종일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해서 해리 포터를 이곳으로 데려올 수 있었을까?"
볼드모트의 얼굴에서 냉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섬뜩할 정도로 차가웠다.
"물론 나는 버사 조킨스의 정보를 이용했다. 나의 충실한 죽음을 먹는 자를 호그톼으에 침투시킨 것이다. 나의 충실한 종은 이 소년의 이름을 불의 잔에 넣었다. 물론 에반스의 이름도 말이지. 에반스의 마법력이면 나는 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나는 판단했다.... 그리고 이 소년이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확실히 우승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서 제일 먼저 트리위저드 우승컵을 잡도록 조치를 취해 놓았다. 그 우승컵은 이미 죽음을 먹는 자가 포트키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에 덤블도어의 어떤 보호나 조치에도 불구하고 해리 포터는 곧장 내 품으로 오게 할 수 있었다. 나는 해리 포터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지. 그리하여 바로 이 자리에 해리 포터가 있게 된 것이다.. 너희들 모두가 나를 몰락시켰다고 믿었던 바로 그 소년이..."
볼드모트가 천천히 앞으러 걸어와 해리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지팡이를 들어 올리더자 나는 달려갔다. 주문을 외웠다.
"크루시오!"
해리를 대신해서 그 앞에 선 로라가 그 주문에 대신 맞았다. 그녀는 땅바닥으로 쓰러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