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52

리틀 윙 2016. 9. 26. 02:12

무장해제 마법, 장애마법, 분해 마법을 배운 D.A.의 회원들. 하지만 그 D.A. 모임을 매주 딱 정해진 날로 고정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날씨에 따라서 퀴디치 연습 시간이 종종 바뀌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임 시간을 계속 바꾸는 것이 더 좋을 지도 몰라도 계속 이리저리 말하고 다니는 것은 어려움이 많았기에-서로 다른 기숙사 학생들이 자꾸 대연회장을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면 의심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 모임이 시간과 날짜를 회원들에게 알려주는 훌륭한 방법에 대해서 나와 헤르미온느는 고민했다.


"그럼 이건 어때? 죽음을 먹는 자들의 문신!"

"진짜 살에 문신을 새기자는 거니?"

"아니, 아니! 거기서 방식을 얻어오는 거지. 무언가에 뜨거워지게 하면 날짜와 시간이 변하게 하는 거야."

"음... 그럼 무엇이 좋을까? 가지고 있어도 의심하지 않는 것이 좋을 텐데."


헤르미온느와 나는 열심히 고민을 했다.

D.A. 네 번째 모임을 가졌을 때, 나와 헤르미온느는 회원들에게 가짜 갈레온을 나눠주었다(처음에 론은 금화가 담긴 바구니를 보고 헤르미온느가 진짜 금을 나누어 준다고 믿어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이 금화 가장자리에 숫자가 보이지?"


헤르미온느가 금화 하나를 들어 보이며 말햇다. 금화는 횃불의 빛을 받아서 노랗고 눈부시게 빛났다. 


"진짜 갈레온에는 이 동전을 찍어 낸 도깨비들을 알려 주는 일련 번호가 찍혀 있어. 하지만 이 가짜 그모하에 있는 숫자는 수시로 변하면서 다음번 모임의 시간과 날짜를 알려 줄 거야. 날짜가 변경되면 동전이 뜨겁게 달아오를 테니까 항상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면서 수시로 만져 보도록 해. 우리 모두 하나씩 금화를 가지면, 해리가 다음번 모임의 날짜를 정해서 자기 금화의 숫자를 바꿀 거야. 그러면 다른 금화들도 모두 따라서 숫자가 변할 거야. 내가 여기다가 변화 마법을 걸어 놓았거든."


헤르미온느의 말에 모두들 눈만 끔뻑이며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약간 당황스런 표정으로 자기를 빤히 올려다보는 아이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글쎄, 난 이 방법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헤르미온느가 망설이며 말했다.


"혹시 엄브릿지가 우리 호주머니를 뒤져 보더라도, 갈레온을 가지고 다니는 게 뭐 나쁜 일은 아니잖아? 하지만... 그래도 너희들이 그걸 사용하기 싫다면..."

"네가 변화 마법을 할 수 있단 말이니?"


테리 부트가 물었다.


"그래."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건... 그건 N.E.W.T. 수준 마법이잖아."


테리 부트가 주저하며 말했다.


"아, 그거..."


헤르미온느는 잘난 척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아, 그래... 맞아... 그건 그래..."

"왜 너 같은 애가 래번클로로 오지 않았지?"


테리 부트가 거의 경탄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사실 마법의 모자가 나를 분류할 때, 래번클로에 집어넣을지 심각하게 망설이긴 했어."


헤르미온느가 쾌활하게 말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리핀도르로 결정했지. 어쨌든 이 갈레온을 사용할 거야, 말 거야?"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찬성의 뜻을 표하더니 앞으로 한 명씩 걸어 나와 바구니에 든 금화를 집어 들었다. 


"이걸 보니 무슨 생각이 나는지 아니?"

"아니, 무슨 생각인데?"

"죽음을 먹는 자들의 문신이야. 볼드모트가 그들 중의 한 사람을 만지자, 문신이 뜨겁게 타오르면서 그가 그들을 소집한다는 것을 알았어."

"음... 맞았어. 로라와 나도 거기서 힌트를 얻었어. 하지만 우린 회원들의 살에 새기기보다는 차라리 동전 조각에 날짜를 새길 생각을 했지."

"그래... 나도 너희의 방식이 더 마음에 들어."


해리가 씩 웃으며 갈레온을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이 금화의 간 하나 문제점은 자신도 모르게 써 버릴 위험성이 있다는 거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론은 몹시 유감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가짜 갈레온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난 가짜랑 헷갈릴 진짜 갈레온이 하나도 없는걸."


론의 말에 미셸과 실비아는 쿡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첫 번째 퀴디치 시합이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의 시합 날이 점점 다가오자, D.A. 모임은 당분간 중단되었다. 안젤리나가 거의 날마다 연습을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기 때문이다. 기숙사 간 퀴디치 컵 대회가 너무나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탓에, 다가오는 시합에 대한 관심과 흥분은 더욱더 커졌다. 래번클로와 후플푸프의 학생들은 이 시합의 결과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왜냐하면 다음 해에는 양쪽 팀과 시합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서로 경쟁하는 팀의 기숙사 사감들도 비록 스포츠맨 정신이라는 점잖은 가면으로 본심을 감추려고 애를 쓰기는 했지만, 반드시 자기 팀이 승리하도록 만들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심지어 시합을 바로 앞둔 주일이 되자, 맥고나걸 교수는 평소에 내주던 숙제까지 내주지 않았다. 


"지금도 숙제 말고 너희들이 할 일이 아주 많은 거다. 이제는 내 방에 퀴디치 우승컵이 놓여 있는 게 너무 익숙해졌단다, 얘들아. 난 그걸 스네이프 교수에게 절대로 넘기고 싶지 않아. 그러니 틈틈이 시간을 내서 연습을 하도록, 알았지?"


세베루스 역시 열성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슬리데린 팀의 연습을 위해서 어찌나 자주 퀴디치 경기장을 예약해 놓았던지, 그리핀도르 팀은 연습할 장소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어야만 했다. 세베루스는 슬리데린의 학생들이 복도에서 그리핀도르 선수들에게 못된 주문을 걸려고 한다는 수많은 불평을 못 들은 척 했다. 

론은 우드에 비해서 실력이 좀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걸 따라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의 가장 커다란 단점은 한 번 실수를 저질르면 완전히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 골이라도 빼앗기면, 론은 당황해서 점점 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반면 상태가 좋을 ㄸ에는 정말로 아주 멋진 방어를 하기도 했다. 지금 문제는 경기장에 나서기 전에 론을 바싹 약 올리려고 하는 슬리데린 팀의 교활한 전술에 그가 얼마나 말려들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거였다. 해리는 4년 넘게 그들의 비열한 야유를 참고 들어 왔기 때문에 어떤 소리를 들어도 온몸의 피가 싸늘해지기는커녕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길 수가 있었다.


"이봐, 포터! 워링턴이 지난 토요일에 너를 빗자루에서 떨어뜨렸다고 맹세하는 소리를 들었겠지!"

"그러지 않아도 워링턴의 조준이 얼마나 형편없었던지, 혹시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노린 건 아닌지 오히려 내가 조바심이 나던걸."


해리가 이렇게 맞받아치자 론과 헤르미온느와 나는 배를 움켜쥐고 웃어댔다. 하지만 팬시 파킨슨의 얼굴에서 능글맞은 미소가 싹 사라졌다. 하지만 론은 모욕이나 농담, 빈정거림이 오고 가는 냉혹한 싸움을 견디지 못했다.


"위즐리, 너는 병동에 벌써 예약을 해 놓았다며?"


론은 웃지 않고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또 한 번은 말포이가 퀘이플을 떨어뜨리는 론을 흉내 낸 적이 있었다(말포이는 그들이 눈에 보일 대마다 놀려 대느라 바빴다). 론은 귀까지 새빨갛게 변하면서 어찌나 손을 심하게 떨던지 뭐든 손에 들고 있었다가 금방 떨어뜨릴 것 같았다. 

울부짖는 바람과 몰아치는 폭우 속에 10월이 지나가고, 강철처럼 차가운 11월이 찾아왔다. 아침마다 두꺼운 서리가 내리고, 밖으로 들어난 손과 얼굴은 칼로 에는 듯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대연회장의 천장은 연한 진줏빛이 감도는 회색으로 변했고, 호그와트 주변의 산들은 머리에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성 안의 온도가 너무 빨리 떨어져서 많은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복도로 나올 때에는 두꺼운 용 가죽 장갑을 끼어야만 했다. 


시합 날 아침, 대연회장은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연회장 안은 보통 때보다도 더욱 소란스럽고 시끄러웠다. 해리와 론이 슬리데린 테이블 옆을 지나가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슬리데린이 평소에 늘 쓰던 초록색과 은색의 목도리와 모자 이외에 왕관처럼 보이는 은색 배지-거기에는 '위즐리는 우리의 왕'이라고 적혀있었다.-를 가슴에 달고 잇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 많은 학생들이 왁자지껄 웃음을 터드리며 론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핀도르의 테이블에 도착한 둘을 학생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리핀도르 학생들은 모두 빨간색과 황금색 옷을 입고 있었다. 론은 최후의 만찬이라도 마주한 사람처럼 내 옆의 의자에 무너지듯이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이런 짓을 하다니 미쳤어."


그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완전히 미쳤어."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해리는 시리얼을 론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너 괜찮아. 초초해하는 게 당연해."

"난 쓰레기야."


론이 다시 중얼거렸다.


"난 비열한 놈이야. 칭찬받으려고 퀴디치 시합을 할 순 없어.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진정해."


내가 말했다.


"지난번에 네가 발로 찬 그 멋진 방어를 생각해 봐. 조지와 프레드까지도 정말 굉장하다고 말했잖아."


해리가 단호하게 말하자 론이 괴로운 얼굴로 해리를 돌아보았다.


"그건 우연이었어."


론이 처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의도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고. 그냥 너희들이 아무도 못 본 사이에 빗자루에서 미끄러져서 다시 기어 올라가려고 애를 쓰다가 우연히 발로 퀘이플을 걷어찼을 뿐이야."

"어쨌든 그런 우연을 몇 번만 더 하면 시합에서 이기게 되는 거야, 안 그래?"


그때 헤르미온느와 지니가 빨간색과 황금색의 목도리와 장갑 그리고 장미꽃 장식을 달고 우리의 맞은편에 앉았다.


"기분이 어때?"


지니가 론에게 물었다. 그는 다 먹은 시리얼 그릇 밑바닥에 남은 우유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냥 초조해서 그래."


해리가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그건 좋은 징조야. 긴장을 안 하면, 넌 항상 시험을 망치잖아."


헤르미온느가 진심으로 말했다.


"안녕."


우리의 등 뒤에서 꿈꾸는 듯한 몽롱한 ㅁ고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어느 새 루나 러브굿이 래번크로 테이블에서부터 건너와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고, 몇 명은 공공연히 손가락질을 하며 웃고 있었다. 그녀는 어디서 구했는지 거의 실제 크기만 한 사자 머리 모양의 모자를 당장에라도 벗겨질 듯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에 쓰고 있었다.


"난 그리핀도르 팀을 응원하고 있어."


루나는 보란 듯이 자신의 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 좀 봐."


루나는 손을 올리더니 지팡이로 모자를 툭 쳤다. 그러자 모자가 커다란 입을 딱 벌리면서,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 펄쩍 뛸 정도로 진짜 사자와 똑같은 울음 소리를 내었다.


"멋지지 않니?"


루나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굉장히 멋져."


내가 루나에게 말했다.


"나는 이 녀석에게 슬리데린을 상징하는 뱀을 씹어 먹도록 할 생각이었어.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지. 어쨌든 행운을 빈다, 로날드!"


루나는 다시 훌쩍 떠나 버렸다. 루나가 간 다음에 안젤리나와 앨리샤와 케이티가 둘에게 다가왔다.


"준비되는 대로 당장 경기장으로 나와. 날씨 상태와 변화를 살펴봐야 하니까."

"금방 갈 거야. 하지만 론이 아침 식사 좀 해야 해."


해리가 안젤리나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십 분이 지나도록 론이 단 한 입도 더 먹지 못하자 해리는 론을 데리고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헤르미온느도 얼른 따라서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해리의 팔을 끌고 옆으로 가더니 황급히 속삭였다. 


"론, 행운을 빌어. 그리고 해리, 너도."


헤르미온느가 발뒤꿈치를 들고 론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론은 멍한 표정으로 퀴디치 경기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저런데도 아직도 자각하지 못한 론의 둔함에 웃음이 나왔다.


하늘은 진주처럼 하얗게 빛났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였다. 관중석으로 함께 향했다.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선수들이 나왔다. 선수들이 나오자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와 요란한 박수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슬리데린 쪽에서는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슬리데린의 퀴디치팀의 주장, 몬태큐와 안젤리나가 악수를 하면서 인사를 하고는 곧 후치 부인이 호루라기를 불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존슨, 존슨이 퀘이플을 잡았습니다. 저 선수가 바로 제가 몇 년 동안이나 그토록 매달렸는데 아직도 저와 데이트 한번 해주지 않는 여학생입니다."

"조던!"


맥고나걸 교수가 소리를 지르며 주의를 주었다.


"그저 더 재미있으라고 농담 한 마디 한 겁니다, 교수님. 지금 막 존슨이 워링턴을 따돌리고 몬태규의 곁을 지나서- 아, 이런... 크레이브가 뒤에서 친 블러저에 맞았군요. 몬태규가 퀘이플을 잡았습니다. 몬태규, 경기장으로 막 되돌아가려고 하던 중- 조지 위즐리가 친 멋진 블러저가 날아와서 몬태규의 머리를 쳤습니다. 그가 떨어뜨린 퀘이플을 케이티 벨이 다시 잡았군요. 그리핀도르 케이티 벨, 앨리샤 스피넷에게 역패스를 합니다. 그리고 스피넷은-."


리 조던의 경기 해설이 운동장 안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워링턴을 따돌리고 다시 블러저를 피했습니다. 위기 일발의 순간에, 앨리샤! 관중도 대단히 좋아하고 있습니다. 저 소리를 들어 보십시오. 그런데 이게 무슨 노랫소리일까요?"


리가 잠시 해설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자, 슬리데린 응워단이 앉아있는 초록색과 은색의 바다에서 우렁찬 노랫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위즐리는 단 한 버느이 공격도 막아낼 수 없어. 위즐리는 단 하나의 골대도 지킬 수 없어. 그래서 슬리데린이 다 함께 노래를 부른다네. 위즐리는 우리의 왕. 위즐리는 쓰레기통에서 태어났어. 퀘이플을 놓친다네. 위즐리는 틀림없이 우리를 우리를 이기게 해줄 거야. 위즐리는 우리의 왕."

"그리고 앨리샤가 다시 안젤리나에게 퀘이플을 넘겼습니다."


리가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그는 어떻게든 슬리데린의 노랫소리를 묻어 버리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자, 이제 안젤리나 선수입니다. 그녀가 퀘이플을 넣기 위해 곧장 파수꾼에게 맞설 것처럼 보입니다. 슛- 아아아아... 이런..."


슬리데린의 파수꾼인 블레칠리가 퀘이플을 막아냈다. 재빨리 다가온 워링턴은 공을 넘겨받자마자, 앨리샤와 케이티 사이를 지그재그로 파고들었다. 그가 론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밑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도 점점 더 커졌다.


"위즐리는 우리의 왕. 위즐리는 우리의 왕. 언제나 퀘이플을 놓친다네. 위즐리는 우리의 왕."

"워링턴이 퀘이플을 가지고 골대를 향하고 잇습니다. 블러저의 공격 영역을 벗어난 그는 이제 파수꾼 한 명만 앞에 두고 있습니다."


슬리데린 관중석에서 우렁찬 노랫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위즐리는 단 한 번의 공격도 막아낼 수 없어. 위즐리는 단 하나의 골대도 지킬 수 없어."

"그리핀도르의 파수꾼 위즐리에게는 이번이 첫 번째 시험이 되겠군요. 그는 몰이꾼인 프레드와 조지의 형제이며, 그리핀도르 팀의 전도 유망한 새로운 실력자입니다. 힘을 내요, 론!"


하지만 슬리데린 쪽에서 기쁨에 찬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론이 두 팔을 쫙 벌린 채, 허둥지둥 날아다니는 동안, 퀘이플은 높이 솟아서 론의 중앙 골대 속으로 곧장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슬리데린의 득점입니다."


관중의 환호성과 아유 소리 속에서 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슬리데린이 10점을 얻었습니다. 론, 운이 나쁘군요."


슬리데린 학생들은 더욱더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렀다.


"위즐리는 쓰레기통에서 태어났어. 언제나 퀘이플을 놓친다네."

"그리핀도르 선수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케이티 벨 선수가 탱크처럼 전진하고 있습니다."


리는 기죽지 않고 씩씩하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제 슬리데린의 노랫소리는 거의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리조차도 자신의 말이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위즐리는 틀림없이 우리를 이기게 해줄 거야. 위즐리는 우리의 왕. 위즐리는 우리의 왕. 위즐리는 우리의 왕."


"그리고 다시 위링턴이 잡았습니다. 그는 푸시에게 퀘이플을 넘겼고 푸시는 스피넷을 따돌렸습니다. 힘을 내, 안젤리나. 너는 그 녀석을 따라잡을 수 있어. 아, 안타깝군요. 하지만 프레드 위즐리가 멋지게 블러저를 날렸습니다. 아니 조지 위즐리인가? 지금 이 판국에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어쨌든 두 사람 중 하나겠죠. 워링턴이 퀘이플을 떨어뜨리자, 케이티 벨이- 아, 케이티 벨도 퀘이플을 떨어뜨렸습니다. 결국 몬태규가 차지했군요. 슬리데린의 주장인 몬태규가 퀘이플을 차지하고 경기장 높이 올라갔습니다. 자, 어서, 그리핀도르, 그를 막아요! 푸시는 또다시 앨리샤를 따돌리고 곧장 골대를 향해서 돌진하고 있습니다. 론, 어서 막아!"


슬리데린의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 소리와 환호성과 그리핀도르 쪽에서 흘러나온 비통한 신음 소리에 론이 또다시 막지 못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 후 론은 다시 두 골을 더 허용해서 슬리데린은 40점이 되었다.


"그리핀도르의 케이티 벨 선수, 푸시를 따돌리고 몬태규를 따돌렸습니다. 잘 피하고 있군요, 케이티 선수. 이제 다시 존슨에게 퀘이플을 던졌습니다. 안젤리나 존슨 선수, 퀘이플을 가지고 워링턴 옆을 지나서 골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어서, 안젤리나- 그리핀도르의 득점입니다! 점수는 40대 10입니다. 40대 10. 푸시가 퀘이플을 잡았습니다."


그리핀도르 응원석 한가운데에서 루나의 우스꽝스러운 모자가 우렁차게 으르렁거렸다 


"푸시가 워링턴에게, 워링턴이 몬태규에게, 몬태규가 다시 푸시에게 퀘이플을 넘겼습니다. 이때 존슨이 공을 가로챕니다. 존슨 선수가 다시 벨에게- 아주 멋진 광경, 아니 유감스런 광경입니다. 슬리데린의 고일이 친 블러저에 벨이 맞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푸시가 공을 잡았습니다."


그 순간 해리와 말포이가 스니치를 찾았는지 움직였다. 그리고 해리가 스니치를 잡았다. 그리핀도르 관중은 승리를 확신하고 비명을 질렀다. 


"해리!!"


크레이브가 날린 블러저에 맞은 해리가 빗자루에서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다행히 해리는 스니치를 잡기 위해 바닥까지 바싹 내려와 있었기 때문에 땅에서 겨우 2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얼어붙은 땅바닥에 털썩 나자빠지면서 심하게 뒹글었다. 곧 후치 부인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동시에 관중석에서는 아유와 성난 함성 소리, 휘파람 소리가 뒤섞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프레드! 조지! 해리!'


말포이가 뭐라고 시비를 걸자 프레드를 말린 안젤리나와 앨리샤, 케이티. 그리고 조지와 해리가 말포이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후치 부인이 장애 마법을 해리를 향해서 쏘자 해리는 말포이를 때리는 것을 멈추었다. 

후치 부인에게 성난 목소리를 들은 해리와 조지는 빠르게 경기장을 떠났다. 그 후, 엄브릿지의 교육 법령 25조-"앞으로 장학사는 호그와트의 학생들과 관련된 모든 징벌과 허가, 권리 박탈에 대해서 최고의 권유를 가진다. 또한 다른 교직원에 의해 내려진 모든 징벌과 허가, 권리 박탈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에 의해서 해리와 위즐리 쌍둥이는 출전을 금지당했다.


"출전 금지라니..."


그날 저녁 늦게 휴게실에서는 안젤리나가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출전 금지라니, 수색꾼도 몰이꾼도 없이 도대체 우리더러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도무지 시합에서 이겼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선수들 전원이 벽난로 주위에 축 늘어져 앉아 있었다. 오직 론의 모습만 보이지 않았다. 시합이 끝난 이후로 그는 종적을 감추었던 것이다.


"이건 너무 불공평해."


앨리샤가 맥없이 말했다.


"호루라기를 분 이후에 블러저를 친 크레이브는 어떻게 됐지? 그도 출전 금지를 당했을까?"

"아니야."


지니가 서글픈 어조로 말했다.


"그냥 베껴 쓰기 벌을 받았대. 몬태규가 저녁 식사 때 웃으며서 신나게 떠드는 소리를 들었어."

"게다가 아무 짓도 안 한 프레드까지 출전 금지를 시키다니!"


앨리샤가 주먹으로 무릎을 내려치며 화를 냈다.


"내가 아무것도 못한 건 내 탓이 아니야."


프레드가 잔뜩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너희 세 사람이 날 붙잡지만 않았어도, 난 그 더러운 자식을 납작하게 두들겨 패 주었을 거야."


눈이 내리는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았다. 해리가 잡은 스니치가 휴게실 안을 빙빙 날아다녔다. 크룩생크는 이 의자에서 저 의자로 뛰어다니며 스니치를 잡으려고 애를 썼다. 


"난 그만 자러 갈래."


안젤리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악몽일지도 몰라... 내일 아침에 일어나보면, 우린 아직 시합조차 안 했다는 걸 알게 될지도..."


케이티와 앨리샤도 곧 안젤리나의 뒤를 따라갔다. 잠시 후에 프레드와 조지가 터벅터벅 침실로 올라갔다. 그들은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인상을 쓰며 노려보았다. 지니도 얼마 있지 않아 자리를 떠났다. 결국 벽난로 앞에서는 헤르미온느와 해리 그리고 나만 남았다.


"혹시 론을 봤니?"


헤르미온느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해리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를 피하고 있는 것 같아. 너 혹시 론이 어디 있는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삐거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뚱뚱한 여인의 초상화가 휙 열렸다. 그리고 론이 구멍 속에서 기어 나왔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머리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우리를 발견한 순간, 론은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어디 갔었니?"


헤르미온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산책했어."


론이 중얼거렸다. 그는 아직도 퀴디치 선수복을 입고 있었다.


"몸이 언 것 같다. 어서 이리 와서 앉아!"


헤르미온느가 재촉했다. 비틀거리며 불가로 다가온 론은 해리와 가장 멀리 떨어진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미안해."


론이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


"뭐가?"


해리가 중얼거렸다.


"내가 퀴디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말이야. 난 내일이 되자마자 팀을 그만두겠어."

"네가 팀을 그만두면, 이제 우리 팀에는 선수가 세 명밖에 남지 않게 돼."


해리가 쌀쌀맞게 말했다. 론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해리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난 평생 출전 금지를 당했어. 프레드와 조지도 마찬가지야."

"뭐라고?"


론이 비명을 질렀다. 헤르미온느가 전후사정을 모두 설명해주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론이 더욱더 풀이 죽었다.


"모두 다 내 잘못이야."

"너 때문에 내가 말포이를 때린 건 아니야."


해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형편없지만 않았어도."

"이 일은 그것과 아무 상관 없어."

"그 노래 때문에 내가 긴장했어."

"그런 노래를 들으면 누구라도 긴장할 거야."


입씨름을 하는 두 사람을 피해 헤르미온느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나는 책을 펼쳐들었다.


"이봐, 그만둬!"


해리가 벌컥 화를 냈다.


"네가 그렇게 모든 걸 자기 탓을 돌리지 않아도 이미 상황은 최악이야!"


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축축하게 젖은 망토 자락을 힘없이 내려다보며 앉아 있었다. 잠시 후에 론은 맥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평생 가장 비참한 기분이야."

"모임이라도 만들어야겠군."


해리가 신랄하게 말했다.


"이봐, 너희들의 기운을 복돋아 줄 수 있는 한 가지 일이 생각났어."


헤르미온느가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러셔?"


해리가 빈정거렸다.


"그래."


헤르미온느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눈이 내리는 창가에서 돌아섰다. 그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해그리드가 돌아왔어,"


그 말에 읽던 책을 덮었다. 해리는 쏜살같이 남학생 침실로 달려가서는 투명 망토를 가지고 내려왔다. 

초상화 구멍으로 기어 나간 우리는 재빨리 투명 망토를 뒤집어썼다. 이제 부쩍 키가 큰 론은 발을 감추기 위해서 잔뜩 몸을 웅크려야만 했다. 그리고 이따금씩 걸음을 멈추고 필치나 노리스 부인의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해 가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수많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목이 달랑달랑한 닉 이외에는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현관을 지나서 눈 덮인 고요한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저 앞에서 환하게 빛나는 네모난 창문과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를 보면서 수복이 쌓인 눈을 신나게 우두둑 밟으며 해그리드의 나무 문 앞에 도착했다. 해리는 손을 들어서 세 번 문을 두드렸다. 오두막 안에서는 개가 미친 듯이 짖기 시작했다.


"해그리드, 우리예요!"


해리가 열쇠 구멍에 대고 속삭였다.


"이런, 진작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투명 망토 아래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 해그리드의 목소리에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이었다.


"방금 전에 집에 왔는데... 저리 비켜라, 팽. 저리 비켜, 이 망령 난 개 같으니라고."


자물쇠가 돌아가면서 삐거덕 문이 열렸다. 문틈 사이로 해그리드의 머리가 나타났다.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제발 목소리 좀 낮춰라!"


해그리드가 우리들 머리 위로 두리번거리며 황급히 주위를 주었다.


"망토를 쓰고 있구나, 그렇지? 자, 어서 들어와라, 들어와."

"죄송해요!"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우리는 해그리드를 밀치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투명 망토를 벗자, 비로소 해그리드의 눈앞에 모습이 나타났다.


"전 다만- 오, 해글디ㅡ!"

"아무 일도 아니란다, 아무 일도 아니라니까."


해그리드가 재빨리 문을 닫더니, 허둥지둥 창문의 커튼을 모두 내렸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해그리드의 머리카락은 붉은 피가 엉켜붙어 마구 헝클어져 있었고, 시퍼렇게 멍이 든 왼쪽 눈은 너무 퉁퉁 부어서 제대로 뜨지도 못했다. 얼굴과 손은 상처투성이었고, 아직도 피가 흐르는 데도 있었다. 해그리드는 움직이는 것조차 불편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어쨌든 지금 방금 집으로 돌아온 것이 분명했다. 두툼한 검은 여행용 망토가 의자 등받이에 걸처져 있었고, 커다란 배낭이 문 옆의 벽에 기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는 더 키가 크고 어깨도 세 배쯤 더 넓은 해그리드는 절뚝거리며 벽난로 쪽으로 다가가더니 구리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놓았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해리가 물었다. 그동안에도 팽은 우리의 주위를 신나게 뛰어다니며 얼굴을 핥으려고 펄쩍펄쩍 뛰어올랏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했잖니."


해그리드가 딱 잘라서 말했다.


"차 마실래?"

"괜히 둘러대지 말아요! 그런 몰골을 하고서!"

"난 괜찮다니까."


해그리드는 허리를 펴더니 우리를 바라보며 활짝 웃으려고 하다가 그만 얼굴을 찡그렸다.


"오 세상에, 너희 네 사람을 다시 보니 정말 좋구나. 여름 방학은 잘 보냈니?"

"해그리드, 공격을 당했군요!"


론이 말했다.


"마지막으로 말하지만, 아무 일도 아니란다!"


해그리드가 고집스럽게 말했다.


"우리 중 한 명의 얼굴이 짓이긴 고깃덩어리 같은 꼴을 하고 나타난다면, 그래도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하실 건가요?"


론이 따져서 물었다.


"해그리드, 폼프리 부인을 찾아가야겠어요."


헤르미온느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주 심해 보이는 상처들도 있어요."

"내가 직접 치료할 거다, 알았지?"


해그리드가 우리를 만류했다. 그리고 오두막 한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나무 식탁으로 걸어가더니, 식탁보를 한옆으로 휙 걷었다. 초록 빛깔이 감도는 날고기가 놓여 있었다. 그 고깃덩어리는 보통 자동차 타이어보다도 약간 더 컸다.


"그걸 먹을 생각은 아니죠, 해그리드?"


론이 허리를 숙이며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독이 있는 것 같은데요."

"보기에는 그렇지. 이건 용 고기야. 나도 먹으려는 게 아니야."


해그리드는 고깃덩어리를 집어 들더니 왼쪽 뺨에 철썩 붙였다. 초록색 피가 그의 수염까지 주르르 흘러내리자, 해그리드는 만족스런 신음 소리를 내었다.


"훨씬 낫군. 이건 통증을 덜어 준단다."

"그럼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희에게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해리가 물었다.


"안 된다, 해리. 일급 비밀이야. 너희들에게 말해 주는 건 내 임무에서 벗어나는 일이란다."

"거인에게 맞은 건가요?"


내가 조용히 물었다. 해그리드의 손가락 사이로 용 고기가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고기는 그의 가슴 위로 툭 떨어졌다.


"거인이라고?"


해그리드는 허리띠 아래로 떨어지는 고깃덩어리를 아슬아슬하게 붙잡아서 다시 얼굴에 붙였다.


"누가 거인에 대해 뭐라고 하든? 누가 그런 말을 했지? 누가 너희들에게 내가- 내가 어디 갔었는지-?"

"그냥 우린 추측한 거예요."


내가 변명하듯이 재빨리 말했다.


"오, 그랬단 말이지, 그래?"

"사실 너무... 뻔한 일이잖아요."


론이 말했다. 해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해그리드는 우리를 빤히 쳐다보더니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고깃덩어리를 다시 식탁 위로 휙 던지더니 주전자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제 주전자에서는 물이 끓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너희 네 명처럼, 알 것 모를 다 아는 꼬마들은 생전 처음 본다."


해그리드는 펄펄 끓는 물을 양동이 모양으로 생긴 네 개의 머그잔에 부으면서 중얼거렸다.


"칭찬하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고 너무 시끄럽다고 하고, 주제넘게 간섭한다고 하지."


그의 수염이 씰룩거렸다.


"거인들을 찾아다녔어요?"


해리가 씩 웃으며 식탁 앞에 앉았다. 해그리드는 우리 앞에 찻잔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더니 다시 고깃덩어리를 집어서 얼굴에 붙였다.


"그래, 맞아. 그랬다."


해그리드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서 찾았나요?"


헤르미온느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물었다.


"솔직히 거인들을 찾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야. 덩치가 워낙 크니까."


해그리드가 말했다.


"어디 있었죠?"


론이 물었다.


"산속에."


해그리드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술술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머글들이 그들에게 당하지-?"

"당하고 있어."


해그리드가 우울하게 말햇다.


"다만 머글들의 죽음이 항상 산악 사고인 것처럼 감춰져서 그렇지."


해그리드가 고깃덩어리의 위치를 조금 바꿔서 제일 심한 상처 부위를 덮었다.


"해그리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발 이야기해 주세요!"


론이 졸라 댔다.


"거인들이 공격당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주시면, 해리가 디멘터들에게 공격당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해그리드는 마시던 차를 푹 내뿜는 동시에 들고 있던 고깃덩어리를 놓쳐버렸다. 해그리드가 기침을 켁켁하며 입에 든 것을 탁탁 튀기자, 엄청난 분량의 침과 차, 용의 피가 식탁 위로 쏟아져내렸다. 동시에 고깃덩어리가 미끄러지면서 마룻바닥 위에 털썩 떨어졌다.


"그게 무슨 소리냐, 디멘터들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해그리드가 고함을 질렀다.


"아직 몰랐어요?"


헤르미온느가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내가 떠난 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난 전혀 몰라. 비밀 임무를 맡고 있었거든. 어디를 가든 부엉이들이 내 뒤를 따라다니느 걸 원하지 않았어. 망할 놈의 디멘터들! 설마 농담은 아니겠지?"

"물론이에요. 디멘터들이 리틀 위닝에 나타나서 제 사촌과 저를 공격했어요. 그래서 마법부가 저를 퇴학시키렸죠."

"뭐라고?"

"결국 저는 청문회에 나가서 모든 걸 설명해야만 했어요. 하지만 먼저 거인 이야기부터 해주세요."

"네가 퇴학을 당했다고"

"아저씨 이야기를 해주시면, 저도 제 여름방학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해그리드는 한쪽 눈으로 노려보았다. 해리도 지지 않고 똑바로 마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순진한 결의가 가득했다.


"오, 좋아."


해그리드가 체념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허리를 숙이더니 팽의 입에서 용 고기를 다시 빼앗았다.


"오, 해그리드, 그만둬요. 비위생적이에요."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만류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벌써 고깃덩어리를 퉁퉁 부운 눈에 철썩 붙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꿀꺽 들이켠 후에 입을 열었다.


"그래, 학기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출발했지."

"그러니까 맥심 부인과 함께 갔었군요?"


헤르미온느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래, 맞아."


수염이나 초록색 고깃덩어리에 가려지지 않은, 얼마 안 남은 그의 얼굴 위로 부드러운 표정이 번졌다.


"우리 단둘이서 떠났지. 차차 이야기하겠지만, 올림프는 어떤 어려움도 두려워하지 않았어. 너희들도 알다시피 그녀는 세련되고 화려한 옷을 입는 여자가 아니냐.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과연 그녀가 바위산을 기어오르고 동굴에서 잠을 자는 것에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했단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 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어."

"그럼 아저씨는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었단 말인가요?"


해리가 물었다.


"거인들이 사는 곳을 알고 있었어요?"

"덤블도어 교수님이 알고 계셨지.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해 주셨단다."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거인들은 숨어 사나요? 그들이 어디에 사는지는 비밀인가요?"

"꼭 그렇지 않아."


해그리드가 텁수룩한 머리를 저었다.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거인들이 사는 곳이 어딘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야. 그저 자기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만 하면 상관하지 않았지. 하지만 거인들이 사는 곳은 찾아가기가 아주 어려워. 어쨌든 인간들에게는 힘들지. 그래서 우리는 덤블도어 교수님의 지시를 받아야만 햇단다. 거기까지 가는 데만 한 달이 걸렸어."

"한 달요?"


론이 소리쳤다. 그렇게 터무니 없이 오래 계속되는 여행이 있다는 말은 생전 처음 들어 본 사람 같았다.


"하지만 왜 그냥 포트키 같은 것을 쓰지 않았지요?"


눈을 가늘게 뜨고 론을 바라보는 해그리드의 눈빛에는 너무 한심해서 불쌍하다는 표정이 어려 있었다.


"론, 우리는 감시를 당하고 있어."


해그리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너희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구나."


해그리드가 설명했다.


"저희도 알고 있어요."


해그리가 얼른 대답했다.


"마법부에서 덤블도어 교수님을 감시한다는 건 저희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거기 가는 데 마법을 쓰지 못했단 말이죠?"


론이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줄곧 머글처럼 행동해야만 했나요?"

"꼭 그런 건 아니다."


해그리드가 말했다.


"우린 그저 좀더 조심해야만 했어. 왜냐하면 올림프와 나는 사람들 눈에 좀 띄는 편이니까 말이지."


좀이 아니라 많이겠죠. 론이 코를 킁킁거리는 소리도 아니고 콧방퀴를 뀌는 소리도 아닌 어중간한 소리를 내더니, 얼른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미행을 당하기가 쉽잖아. 그래서 우린 함께 휴가 여행을 떠나는 척했지. 프랑스로 들어가서 올림프의 학교가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처럼 했어. 마법부에서 나온 누군가가 우리의 뒤를 미행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 우린 서두를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사실 나는 마법을 부릴 수 없는 걸로 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마법부에서는 어떻게든 우리를 붙잡을 꼬투리를 찾으려고 노리고 있었지. 디종 근처까지 가서야 간신히 우리 뒤를 따라다니는 그 지긋지긋한 놈을 떨쳐 버릴 수 있었어."

"어머머, 디종이라고요?"


헤르미온느가 흥분해서 떠들었다.


"저도 방학 때 거길 가 본 적이 있어요. 혹시 거기서-."

"헤르미온느."


내가 그녀를 부르자 헤르미온느는 입을 딱 다물었다.


"그 이후로는 더러 마법을 쓸 기회가 있었지. 썩 나쁜 여행은 아니었어. 폴란드 구경을 넘을 때 미친 트롤 한 쌍을 만나기도 하고, 민스크에 있는 한 술집에서 흡혈귀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그 일만 빼면 더할 나위 없이 순조로웠지.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거인들의 흔적을 찾아서 산속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 일단 거인들이 있는 곳 근처에 가자, 다시 마법을 삼가야만 했지. 거인들이 마법사들을 싫어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들의 비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거든. 게다가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우리에게 그 사람도 반드시 거인들을 찾아갈 거라고 경고하셨기 때문이야. 그 사람이 벌써 거인들에게 사람을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씀하셨어. 그러면서 우리더러 거인들에게 가까이 갈수록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도록 더욱더 조심하라고 지시하셨지. 근처에 죽음을 먹는 자들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야."


해그리드는 잠시 말을 멈추고 오랫동안 차를 마셨다.


"계속 해주세요!"


해리가 졸라 댔다.


"마침내 그들을 찾았단다."


해그리드가 노골적으로 말했다.


"밤새도록 산 하나를 넘어가니, 우리들의 발 아래로 그들이 있었어. 거대한 그림자 밑에 작은 모닥불들이 타오르고 있더군. 마치 움직이는 산을 보는 것 같았어."

"거인들은 얼마나 크던가요?"


론이 숨죽인 목소리로 물었다.


"약 6미터 정도 되더군. 어떤 거인은 7.5미터도 넘는 것 같았어."


해그리드가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몇 명이 있던가요?"


해리가 물었다.


"내가 보기에 70명에서 80명 정도 되는 것 같더군."


해그리드가 전부 대답했다.


"그게 전부예요?"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래."


해그리드가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80명만 남았어. 한때는 꽤 많은 거인들이 있었지. 전 세계에 백여 개가 넘는 다양한 거인 종족들이 흩어져 살았거든. 하지만 수백 년 동안 거인들은 죽어 갔지. 물론 일부는 마법사들에게 당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거인들끼리 서로 죽였어. 그리고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급속히 숫자가 줄고 있어. 거인들은 지금처럼 한 곳에 다 모여 살 수 있는 종족이 아니거든. 덤블도어 교수님은 모두 다 마법사들의 잘못이라고 하더군. 마법사들 때문에 거인들은 멀리 도망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함께 모여 사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던 거지."

"그래서, 거인들을 만나서 어떻게 했죠?"


해리가 해그리드를 재촉했다.


"우리는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어. 어둠을 틈타서 물래 숨어들어가고 싶지 않았거든. 우리 안전을 위해서 말이야. 새벽 세 시쯤 되니까, 거인들이 앉은 채로 잠을 들더군. 하지만 우리는 감히 잠을 잘 엄두를 내지 못했어. 거인들 중에 누구라도 잠에서 깨어나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거인들의 코 고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거든. 아침 무렵이 되자, 산사태가 다 일어나더군. 어쨌든 우리는 환하게 날이 밝아서야 거인들을 만나러 내려갓어."

"정말인가요?"


론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거인들의 야영지로 곧장 걸어 들어갔단 말이죠?"

"그래, 덤블도어 교수님이 우리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일러주셨거든. 걸그에게 선물을 바치고 예의를 표하는 거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누구 선물이라고요?"


해리가 물었다.


"오, 걸그-그러니까 족장을 뜻하는 거야."

"누가 걸그인지 어떻게 알죠?"


론이 꼬치꼬치 깨묻자, 해그리드는 장난으로 투덜거리는 시늉을 했다.


"아주 간단해. 제일 덩치가 크고 제일 못생기고 제일 게으른 놈이 족장이지. 다른 거인들은 음식을 가져오기만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거든. 죽음 염소나 뭐 그런 걸 말이지. 이름은 카커스였는데, 키가 대략 6.7미터에서 7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어. 무게는 코끼리 두 마리와 맞먹을 것 같더군. 피부는 마치 코뿔소 가죽처럼 두꺼웠어."

"그런데 그런 거인을 향해서 그냥 걸어갔단 말인가요?"


헤르미온느가 숨을 죽이고 물었다.


"그래.... 그에게로 내려갔지. 계곡 아래에 누워 있었거든. 거인들은 꽤 높은 네 개의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모여 살았어. 한쪽에는 호수가 있었지. 카커스는 바로 그 호숫가에 누워서 다른 거인들에게 자기와 자기 아내에게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호통을 치고 있엇단다. 올림프와 나는 산언덕을 타고 내려갔어."

"하지만 거인들이 아저씨를 보았을 때, 죽이려고 하진 않았나요?"


론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어조로 물었다. 


"분명히 그럴 생각도 있었겠지."


해그리드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어. 가져온 선물을 높이 들고 다른 거인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 오직 걸그만 바라보라고 하셨거든. 우리는 그대로 했지. 그랬더니 다른 거인들은 우리가 카커스의 발밑에 다다를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더군. 우리는 공손히 절을 하고 그의 발 밑에 선물을 내려놓았어."

"거인에게 바칠 선물이 뭐였죠? 먹을 거였어요?"


론이 열심히 물었다.


"아니야. 먹을 거라면 거인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거든. 우리는 마법을 바쳤어. 거인들도 마법을 좋아해. 단지 그 마법을 써서 거인들을 괴롭히는 마법사들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지. 어쨌든 우리가 첫째 날 그에게 바친 선물을 구브라이시안 불의 가지였어."


헤르미온느와 내가 나지막이 '와우!'하고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해리와 론은 둘 다 이마를 찌푸리며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가지라고요?"

"영원히 타오르는 불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답답하다는 듯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지금쯤이면 그 정도는 알아야지. 플리트윅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최소한 두 번은 말씀하셨다고!"

"어쨌든 말이다."


론이 뭐라고 대꾸하기 전에, 해그리드가 재빨리 끼어들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이 나뭇가지에 마법을 걸어서 영원히 타오르도록 만드셨지. 그건 아무 마법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다. 나는 그것을 눈이 쌓인 카커스의 발밑에 내려놓으면서 이렇게 말했어. '알버스 덤블도어가 거인들의 걸그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그리고 정중하게 인사를 드린다고 하셨습니다.'"

"그랬더니 카커스가 뭐라고 그랬나요?"


해리가 흥미진진하게 물었다.


"아무 말도 안 했어. 우리 말을 모르거든."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농담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어."


해그리드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는 미리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주의를 주셨거든. 카커스는 큰 고함을 지르더니 우리 말을 알아 듣고 통역을 해 줄 거인을 불렀어."

"그래서 족장이 선물을 좋아하던가요?"


론이 물었다.


"그럼. 그게 뭔지 알아차리자, 한바탕 폭풍이 일어났지."


해그리드는 용 고기를 반대쪽으로 돌려서 다시 퉁퉁 부운 눈에 갖다 댔다.


"무척 기뻐하더군. 그래서 내가 말했지. '알버스 덤블도어는 그의 사신이 내일 다시 선물을 가지고 찾아왔을 때, 걸그와 그와 이야기를 나누어 주시길 간청합니다.'"

"왜 그날 바로 거인들과 이야기하면 안 되나요?"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는 일이 처넌히 진행하길 원하셨어."


해그리드가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가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는 걸 거인들에게 보여 주라고 하셨지. '또 다른 선물을 가지고 내일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 다음, 다른 선물을 가지고 진짜 다시 찾아가는 거야. 그럼 좋은 인상을 심어 주게 되는 거지, 알겠지? 그리고 거인들에게 첫 번째 선물을 시험해 보고 그것이 얼마나 좋은지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주라고 말씀하셨어. 또 다른 선물을 받고 싶어 하도록 말이야. 어쨌든 카커스 같은 거인들은 일단 너무 많은 걸 알려 주었다 싶으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서 그냥 죽여 버리거든. 그래서 우리는 일단 공손히 절을 하고 돌아왔어. 그리고 작은 동물을 찾아서 그날 밤을 보냈지. 다음 날 아침 우리가 다시 찾아가자, 이번에는 카커스가 자리에 일어나 앉아서 우리를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더군."

"그래서 그와 이야기를 했나요?"

"그럼. 먼저 그에게 멋진 전투 모자를 선물했지. 도깨비들이 만든 건데 절대 부서지지 않는 모자야. 그런 다음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어."

"그가 무슨 말을 하던가요?"

"별다른 말은 안 했어. 주로 듣기만 했지. 하지만 그건 아주 좋은 징조였어. 덤블도어 교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영국에 남은 마지막 거인들을 죽이려는 시도에 맞서자는 주장에 귀를 기울인 거야. 카커스는 덤블도어가 하는 말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어. 몇몇 다른 거인들, 특히 우리 말을 좀 알아듣는 거인들도 빙 둘러앉아서 우리가 하는 말을 들었지. 결국 그날은 잔뜩 희망에 부풀어 그곳을 떠났지. 다음 날 다시 선물을 가지고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날 밤에 모든 일이 어긋나 버렸어."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론이 재빨리 물었다.


"내가 말했듯이, 거인들은 다 함께 살 수 있는 종족이 아니야."


해그리드가 서글프게 말했다.


"더구나 그렇게 큰 무리를 이루고는 살아가지 못해. 그들도 어쩔 수 없어. 거의 몇 주마다 서로 싸우다가 거인들의 절반이 목숨을 잃었지.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싸우고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싸웠지. 옛날 부족의 남은 후예들도 서로 싸웠어. 먹을 것이나 가장 좋은 모닥불이나 잠자리를 둘러싼 사소한 다툼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싸우고 또 싸웠어. 그러다가는 모든 종족이 곧 멸종되리라는 것을 깨닫고, 그들은 서로 구획을 나누었지. 하지만...."


해그리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날 밤 싸움이 일어난 거야. 우리는 동굴 입구에서 서서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고 그 싸움을 지켜보았어. 싸움은 몇 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고, 천지를 진동하는 그 소리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였지. 다시 태양이 떠올랐을 때, 하얀 눈은 피로 물들었고 호수 바닥에는 거이느이 잘란 머리가 뒹굴고 있었어."

"누구의 머리였죠?"


헤르미온느가 입을 딱 벌리며 물었다.


"바로 카커스의 머리였지."


해그리드가 침울하게 말했다.


"그리고 새로운 걸그인 골고마스가 나타났어."


해그리드가 다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첫 번째 걸그와 우호적으로 만난 지 이틀 만에 이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새로운 족장에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 왠지 골고마스가 우리 이야기를 잘 들어 주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노력은 해야만 했어."

"그를 찾아가서 만났단 말인가요?"


론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가 다른 거인의 머리를 자라는 걸 직접 보고도 말이죠?"

"물론이야."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겨우 이틀 만에 포기하려고 그 먼 길을 간 건 아니었으니까! 우리는 카커스에게 바치려던 다음 선물을 가지고 계곡으로 내려갔어. 하지만 입을 여는 순간, 이제 글렀다는 걸 깨달았지. 골고마스는 카커스의 전투 모자를 쓰고 가만히 앉아서 가까이 다가오는 우리를 흘겨보고 있었어. 그는 가장 덩치가 큰 거인들 중의 하나로, 몸집이 어마어미했어. 머리는 검고 이빨 또한 그에 어울릴 정도로 새까맸지. 목에는 뼈로 만든 목걸이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인간의 뼈로 보이는 것도 있었어. 어쨌든 나는 한번 해보기로 했어. 둘둘 만 커다란 용 가죽을 앞으로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지. '거인들의 걸그에게 바치는 선물입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허공에 거꾸로 매달렸지. 두 명의 거인이 나를 움켜잡은 거야."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서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런데 어떻게 빠져나왔어요?"


해리가 물었다. 


"올림프가 거기 없었다면, 빠져나오지 못했을 거야."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올림프는 지팡이를 꺼내더니 마법을 날렸어. 그렇게 재빠른 솜씨는 정말 생전 처음 봤단다. 마치 기적 같았지. 나를 붙잡고 있는 두 거인의 눈을 향해서 결막염 주문을 쏘자, 그들은 즉시 나를 떨어뜨렸어. 하지만 그 다음부터 우리는 곤경에 빠졌지. 거인들에게 마법을 썼기 때문이야. 그게 바로 거인들이 마법사를 싫어하는 이유였는데 말이야. 우리는 도망쳐야만 했어. 그리고 이젠 두 번 다시 거인들의 야영지로 들어가긴 다 틀렸다는 걸 알았지."

"안됐군요, 해그리드."


론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거기에 사흘밖에 안 있었으며, 다시 돌아오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어요?"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우리는 사흘 만에 떠나지 않았어!"


해그리드가 자존심이 상한 듯이 소리쳤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토록 우리를 믿고 계신데!"

"하지만 방금 전에 그렇게 말했잖아요!"

"낮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 그건 불가능했어. 우리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어. 이틀 동안 동굴 안에 납작 엎드려서 그들을 지켜보았지. 하지만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어."

"그가 또 다른 거인 목을 잘랐나요?"


헤르미온느가 당장에라도 토할 것 같은 어조로 말했다.


"차라리 그러길 바랐지만, 그러지 않았어."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골고마스가 모든 마법사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는 거야. 단지 우리를 싫어했던 거야."

"그럼 죽음을 먹는 자들이?"


해리가 재빨리 물었다.


"맞아."


해그리드가 더욱더 침울해졌다.


"죽음을 먹는 자 두 명이 날마다 그를 찾아와서 선물을 바쳤어. 걸그는 그들을 거꾸로 매달지 않았지."

"그들이 죽음을 먹는 자라는 걸 어떻게 알았죠?"


론이 말했다.


"그들 중의 한 명이 내가 아는 녀석이었어."


해그리드가 이를 갈았다.


"맥네어, 기억 나니? 벅빅을 죽이려고 마법부가 보냈던 녀석 말이야. 맥네어, 바로 그 자식이었어. 골고마스만큼이나 죽이는 걸 좋아하는 놈이니, 둘이 죽이 맞는 것도 놀랄 일도 아니지."

"그럼 맥네어가 거인들을 설득해서 그 사람 편에 가담하도록 했단 말인가요?"


헤르미온느가 절망적으로 물었다.


"요 녀석들, 입 좀 닥치고 있어라. 아직 내 이야기가 안 끝났어!"


해그리드가 벌컥 화를 냈다. 처음에는 한 마디도 안 하겠다고 그토록 꽁무니를 빼더니, 이제는 자기 이야기를 거의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와 올림프는 한참 상의한 끝에 결론을 내렸어. 걸그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다른 모든 거인들도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말이야. 우리는 다른 거인들을 설득해야만 했지. 골고마스가 걸그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 거인들을."

"그런데 어느 거인이 그런지 어떻게 알 수가 있죠?"


론이 물었다.


"물론 흠씬 두들겨 맞은 거인들이지, 안 그렇겠니?"


해그리드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거인이라면 골고마스르 피해 다녔지. 우리처럼 골짜기 근처에 있는 동굴에 숨어 있었어. 그래서 우리는 밤마다 동굴을 찾아다니면서 그들 중 몇 명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로 했어."

"거인들을 찾으러 캄캄한 동굴 속에 들어갔단 말인가요?"


론의 목소리는 놀라움과 존경심이 가득했다.


"우리가 제일 걱정했던 건 거인들이 아니었단다."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오히려 죽음을 먹는 자들이 더 걱정이었지. 덤블도어 교수님은, 가능한 절대로 그들과 맞붙지 말라고 말씀하셨어. 하지만 우리가 근처에 있다는 걸 그들이 알고 있다는 게 문제였지. 골고마스가 우리에 대해서 말했을 테니까. 우리는 거인들이 잠든 한밤중에 동굴 속으로 몰래 들어갈 작정이었어. 하지만 맥네어와 또 한 명이 우리를 찾으려고 산속을 돌아다니고 있었지. 나는 당장에라도 그들을 덮치려고 하는 올림프를 말리느라 진땀을 흘렸단다. 올림프는 그 녀석들을 해치우고 싶어서 펄펄 뛰었지. 일단 성질이 나면, 물불을 안 가린다니까. 올림프... 정말 불같은 여자야... 프랑스인의 기질이지."


해그리드는 몽롱한 눈으로 불을 바라보았다. 해리는 그가 달콤한 회상에 잠기도록 내버려 두다가, 삼십 초가 지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헛기침을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났죠? 다른 거인들을 만나기는 했나요?"

"뭐라고? 아, 아... 그래. 만났지. 그래, 카커스가 죽은 지 사흘 째 되던 날 밤에 우리는 숨어 있던 동굴에서 기어 나와 계곡 아래로 내려갔단다. 죽음을 먹는 자들의 흔적을 계속 살피면서 말이지. 몇몇 동굴 안으로 들어갔지만, 말짱 헛수고였지, 그런데 여섯 번째 동굴에서 숨어 있는 세 명의 거인을 발견한 거야."

"동굴 안이 엄청 비좁았겠군."


론이 말했다.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지."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거인들의 눈에 띄었을 때, 공격을 하진 않던가요?"

"그럴 수만 있었다면, 물론 그랫을 거야. 하지만 그들은 심하게 다친 상태였지. 세 명 모두 말이야. 그들은 골고마스의 패거리들에게 두들겨 맞아서 쓰러졌지. 그리고 정신이 들자, 간신히 기어서 제일 가까운 피난처로 숨어든 거였어. 어쨌든 그들 중에 한 명이 우리말을 약간 할 수 있어서 다른 두 거인들에게 통역을 해주었지. 우리가 하는 말이 그런대로 꽤 먹혀 들어가는 것 같았어. 그래서 우리는 계속 부상당한 거인들을 찾아다녔지. 결국 거인들 중에 예닐곱 명 정도는 설득한 것 같았어. 어느 순간에는 말이야."

"예닐곱 명이라고요?"


론이 열광적으로 부르짖었다.


"나쁘지 않은걸요. 그럼, 그 거인들이 이리로 와서 우리와 함께 그 사람에 맞서 싸울 건가요?"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그의 말을 막았다.


"'어느 순간에는'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죠, 해그리드?"


해그리드가 풀이 죽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골고마스의 무리가 동굴을 습격한 거야. 그들 중에 단 한 명만 살아남았는데, 더 이상 우리를 만나려고 하지 않았어."

"그-그럼... 거인은 아무도 오지 않는단 말인가요?"


론이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단 한 명도."


해그리드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더니, 다시 고깃덩어리를 들어 얼굴에 갖다댔다. 


"하지만 우리는 맡은 일을 다 했어. 거인들에게 덤블도어 교수님의 뜻을 전달했고, 그들 중의 몇 명은 그 이야기를 들었어. 그리고 어쩌면 그 말을 기억할지도 몰라. 혹시 골고마스 밑에서 지내기 싫은 거인들이 산에서 내려올지도 모르지. 우연히 덤블도어 교수님의 친절한 제인을 떠올리고... 찾아올지도..."


이제 눈이 거의 창문까지 높이 쌓였다.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잠시 후에 조용히 물었다.


"응?"

"혹시... 거기 갔을 때, 무슨 이야기 듣지 못했어요? 어떤 흔적이라도... 어-어머니에 대해서 말이죠."


해그리드의 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는 약간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깜박... 이-잊었어요."

"죽었단다."


해그리드가 중얼거렸다.


"몇 년 전에 죽었다고 그들이 말해줬어."

"오... 저- 정말 미-미안해요."


헤르미온느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햇다. 해그리드는 거대한 어깨를 으쓱하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다. 별로 기억도 안 나는 걸. 대단한 분도 아니었어."


다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헤르미온느는 불안한 듯이 나와 해리와 론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뭐라고 말 좀 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모습이 됐는지는 아직도 설명하지 않았잖아요, 해그리드."


론이 피로 얼룩진 해그리디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왔는지도 말씀 안 해주셨어요. 시리우스 말에 따르면, 맥심 부인은 벌써 오래 전에 돌아왔다던데."


해리도 한 마디 덧붙였다.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했나요?"


내가 물었다.


"공격 당한 게 아니라니까!"


해그리드가 강렬하게 부인했다.


"나는-."


갑작스럽게 문을 두드려 대는 소리에 그의 나머지 말이 묻혀 버렸다. 헤르미온느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컵이 손에서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떨어져 부서졌다. 팽이 컹컹 짖어댔다. 모두 동시에 문 옆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넓적하고 땅딸막한 누군가의 그림자가 커튼 뒤로 어른거렸다.


"그 여자야!"


론이 속삭였다.


"이 밑으로 숨어!"


해리가 투명망토를 헤르미온느와 자신의 머리 위로 휙 덮어쓰면서 재빨리 말했다. 나와 론은 식탁 주위를 황급히 돌아서 망토 밑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서로 꼭 껴안은 채 한쪽 구석으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팽은 문을 향해 미친 듯이 짖어대고 있었다. 


"해그리드,우리 잔을 숨겨요!"


반쯤 넋이 나간 해그리드는 내가 외치자 우리의 잔을 얼른 집어 들어서 팽이 잠을 자는 바구니의 방석 밑으로 밀어넣었다. 이제 팽은 문을 향해 겅중겅중 뛰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발로 그를 옆으로 밀친 다음, 문을 열었다. 

초록색 망토를 입고 그와 똑같은 색깔의 모자를 귀까지 눌러 쓴 엄브릿지 교수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잔뜩 오므린 채, 해그리드의 얼굴을 제대로 살펴보려는 듯이 몸을 잔뜩 뒤로 젖혔다. 그녀의 키가 해그리드의 배꼽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해그리드군요?"


엄브릿지는 마치 귀가 먼 사람에게 말하는 듯이 큰 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대답을 기다릴 생각도 하지 않고 엄브릿지는 툭 튀어나온 눈을 사방으로 굴리며 집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저리 비켜."


엄브릿지는 팽을 향해 핸드백을 휘두르며 쏘아붙였다. 팽은 그녀를 향해 펄쩍펄쩍 뛰면서 얼굴을 핥으려고 했다.


"저- 무례하게 굴고 싶지는 않지만, 도대체 누구시기에 이렇게 무례하신 건가요?"

"제 이름은 돌로레스 엄브릿지예요."


엄브릿지는 오두막집 안을 한 번 훑어보았다.


"돌로레스 엄브릿지?"


해그리드는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럼 마법부 직원 중의 한 사람이 아닌가요? 퍼지와 함께 일하는?"

"맞아요. 나는 마법부 차관이었죠."


엄브릿지는 오두막집 안을 뚜벅뚜벅 걸어다니면서, 벽에 걸린 배낭에서부터 벗어 놓은 여해용 망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세히 뜯어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이죠."

"오, 용감하시군요. 그 자리를 맡으려고 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는데-."

"그리고 호그와트 장학사이기도 하죠."


엄브릿지는 해그리드의 말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소개를 끝냈다.


"그게 뭐죠?"


해그리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바로 제가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에요."


엄브릿지가 마룻바닥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있는 해그리드의 잔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 그거 말이죠."


해그리드는 우리가 숨어 있는 구석을 연신 힐끗힐끗 쳐다보며 어쩔 줄 몰랐다. 


"그... 그러니까 팽이 그랬어요. 팽이 잔을 깨뜨렸죠. 그래서 다른 잔을 꺼내 쓰고 있는 중이었죠."


해그리드는 자신이 마시고 있는 잔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른 한 손으로는 여전히 용 고기를 눈에 대고 있었다. 엄브릿지는 이제 해그리드를 똑바로 마주 보며 오두막집 대신 그의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보았다.


"무슨 목소리를 들렸는데요."


엄브릿지가 조용히 물었다.


"팽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해그리드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럼 팽이 대답까지 하나요?"

"뭐.... 그냥 말버릇이죠."


해그리드가 불안한 표정이 되었다.


"가끔 팽에게 거의 사람에게 하듯이 말을 걸곤 하죠."

"성문에서부터 당신의 오두막 집 앞까지 네 사람의 발자국이 눈 위에 남아 있더군요."


엄브릿지가 매끄럽게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자신도 모르게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해리가 재빨리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다행이 팽이 큰 소리로 코를 킁킁거리며 엄브릿지의 망토 자락의 냄새 맡고 다니는 통에 엄브릿지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제가 방금 돌아왔거든요."


해그리드가 솥뚜껑만 한 손으로 배낭을 가리켰다.


"아마 누군가 저를 찾아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 모양이군요."

"하지만 오두막집에서 나가는 발자국은 없었어요."

"글쎄요... 왜 그런지 그 이유는 모르겠군요..."


해그리드는 초조하게 수염 끝을 잡아당기더니 마치 도움을 청하는 듯이 또다시 우리가 숨어 있는 구석을 힐끗 쳐다보았다.


"저..."


엄브릿지는 휙 돌아서더니 주위를 꼼꼼하게 둘러보면서 오두막 끝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서 침대 밑을 들여다 본 다음, 해그리드의 찬장까지 열어 보았다. 그녀는 벽에 바싹 몸을 붙이고 서 있는 우리의 코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해그리드가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거대한 솔 안까지 꼼꼼하게 살펴본 후에, 엄브릿지는 다시 휙 돌아서더니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어쩌다 그렇게 부상을 당했죠?"


해그리드가 황급히 용 고기를 얼굴에서 떼어냈다. 하지만 보기에는 오히려 실수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얼굴에 온통 뒤엉킨 핏자국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눈 주위에 검푸른 상처가 오히려 뚜럿하게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저 좀.... 사고를 당했죠."


해그리드가 더듬거렸다.


"무슨 사고였죠?"

"너-넘어졌어요."

"넘어졌단 말이죠."


엄브릿지가 냉정하게 그의 말을 되풀이했다.


"네, 그렇습니다. 치-친구의 빗자루를 타-타다가 말이죠. 전 날지를 못하거든요. 제 몸집을 보세요. 절 태울 수 있는 빗자루가 세상에 있을지 모르겠어요. 제 친구가 아브락산 말을 기르는데요, 혹시 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날개가 달린 커다란 짐승인데... 어쨌든 그중에 한놈을 타고-."

"그래, 어딜 다녀왔죠?"


엄브릿지는 횡설수설 헛소리를 늘어놓는 해그리드의 말을 냉정하게 자르며 물었다.


"어디를...?"

"다녀왔느냐고 물었어요."


엄브릿지가 말했다.


"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이나 지났어요. 그래서 다른 교수님이 당신 수업을 대신 해야만 했죠. 당신 동료들은 아무도 당신이 어디 갔는지 모르더군요. 당신은 행선지도 남기지 않고 떠났어요. 도대체 어디 갔었던 거죠?"


해그리드는 고깃덩어리로 가리지 않은 한쪽 눈을 엄브릿지를 끔벅끔벅 쳐다보았다.


"거-건강 때문에 멀리 가 있었죠."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건강 때문이라고요."


엄브릿지가 말하면서 퉁퉁 붓고 시퍼렇게 멍이 든 해그리드의 얼굴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침묵 속에 용의 피가 해그리드의 조끼 위로 뚝뚝 떨어졌다.


"그렇군요."

"그래요. 저-저 신선한 공기가- 그러니까-."

"사냥터지기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가 그렇게 어렵단 말이죠."


엄브릿지는 상냥한 목소리로 말하자 해그리드의 얼굴 중에서 시퍼렇게 멍이 들지 않고 남아 있는 눈곱만 한 부분이 빨갛게 물이 들었다.


"그저- 약간 경치를 바꿔보는- 뭐 그런 거죠."

"산으로 말인가요?"


엄브릿지가 여전히 부드럽게 물었다. 전부 알고 있는 건가?


"산이라고요?"


해그리드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면서 그녀의 말을 되풀이했다.


"아니요. 남프랑스였어요. 태양과... 바다..."

"그래요? 그런데 별로 타지도 않았군요."

"아...예... 그게 예민한 피부라서."


해그리드가 억지로 아양을 떠는 미소를 지었다. 그때야 비로소 해그리드의 이 두 개가 부러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엄브릿지는 얼음처럼 냉정하게 해그리드를 마주 보았다. 해그리드의 미소가 점차 사라졌다. 엄브릿지는 핸드백을 팔 위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당연히 당신의 뒤늦은 귀환에 대해서 장관님께 보고를 하겠어요."

"좋습니다."


해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실을 꼭 알아 두세요. 유감스럽게도 나의 동료들을 조사하는 것 또한 장학사로서 어쩔 수 없는 나의 임무랍니다. 그러므로 우린 금방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유감스럽기는 개뿔. 아주 즐거워 보이는 걸. 속으로 엄브릿지를 욕하면서 그녀가 문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우리를 조사한다고요?"


해그리드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맞아요."


엄브릿지가 문손잡이를 붙잡은 채, 고개를 돌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마법부에서는 자질이 부족한 교수들을 추려 내기로 결정했죠. 해그리드, 잘 자요."


그녀는 딸깍 하고 문을 닫았다. 해그리드는 방을 가로질러 걸어가더니 커튼을 조금 걷고 밖을 내다보았다.


"성으로 돌아가고 있어. 제기랄.... 사람들을 조사한다고, 그래?"

"맞아요. 트릴로니 교수도 벌써 경고를 받았어요."


해리가 망토를 걷으며 말했다.


"음... 그런데 수업 시간에 뭘 가르치실 계획이에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아주 많은 계획이 있단다."


해그리드가 용 고기를 식탁 위에서 다시 집어 들더니 얼굴에 턱 붙이면서 열의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O.W.L. 학년을 위해서 내가 특별히 몇몇 생물들을 남겨두었지. 기다려 보렴, 정말 특별하단다."

"음... 어떤 식으로 특별하다는 거죠?"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말할 수 없단다. 너희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어."

"이봐요, 해그리드."


헤르미온느는 더 이상 속마음을 감추려 하지 않고 다급하게 말했다.


"해그리드가 너무 위험한 생물을 수업 시간에 가져오면, 엄브릿지 교수가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위험하다고?"


해그리드가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난 위험한 건 절대 너희들에게 주지 않아! 그러니까 그것들은 자기 스스로 돌볼 수 있다는 거야."

"해그리드, 어떻게든 엄브릿지의 조사를 통과해야만 해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폴락을 어떻게 돌보는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걸 보면, 엄브릿지도 훨씬 더 좋아할 거예요. 크날과 고슴도치의 차이점을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든가 뭐 그런 거 말이에요."


헤르미온느가 열심히 말했다.


"하지만 그런 건 별로 재미가 없잖니, 헤르미온느."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난 그보다 더 흥미로운 계획이 잇단다. 벌써 몇 년 동안이나 그걸 길러왔지. 아마 영국 내에서 가축으로 기르는 건 내가 가진 게 유일할 거야."

"해그리드, 제발... 헤르미온느의 말을 들어요."


내가 절박하고 간절히 말했다.


"엄브릿지는 덤블도어 교수님과 친하다고 생각되는 교수님들을 쫓아내기 위해 온갖 구실을 다 찾고 있어요. 해그리드,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에게 O.W.L.에 꼭 나오는, 뭔가 재미없는 걸 가르쳐주세요."


하지만 해그리드는 그저 길게 하품을 하면서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커다란 침대를 간절한 눈빛으로 자꾸만 겉눈질했다.


"얘들아, 오늘은 너무 긴 하루였다. 게다가 너무 늦었구나.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너희들의 수업을 위해서 아주 좋은 걸 준비해 두었단다. 이제 너희들은 그만 성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 그리고 발자국을 지우는 걸 잊지 마라."


해그리드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확인하고, 눈 쌓인 운동장을 지나서 성으로 되돌아가는 중이었다. 헤르미온느와 내가 소멸 마법을 쓴 덕분에 아무런 발자국도 남지 않았다.


"나는 내일 다시 올 거야."

"네가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론이 말했다.


"필요하다면, 내가 해그리드를 위해서 수업 계획서를 짜주겠어. 그 여자가 트릴로니를 내쫓는 건 상관없지만, 해그리드까지 데려갈 수는 없어!"


헤르미온느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일요일 아침이 되자, 헤르미온느는 60센티미터 높이까지 쌓인 눈을 헤치고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을 다시 찾았다. 우리도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산더미처럼 밀린 숙제에 거의 깔려 죽을 지경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휴게실에 남아서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즐거운 함성 소리에 귀를 막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거나 썰매를 타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가장 최악의 순간은 마법에 걸린 눈 뭉치가 그리핀도르 탑까지 날아와서 창문에 탁 부딪힐 때였다.


"이봐!"


마침내 인내심이 잃어버린 론이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고함을 질렀다.


"난 반징이야. 한 번만 더 창문에 눈을 던지면- 어이쿠!"


론이 재빨리 창문 안으로 머리를 숙였다. 그의 얼굴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였어."

"큭!"


론이 창문을 쾅 닫으면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제기랄."


헤르미온느는 점심 시간 직전에 해그리드의 오두막에서 돌아왔다. 그녀는 무릎까지 흠뻑 젖은 채,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어떻게 됐니?"


헤르미온느가 들어오자, 론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해그리드가 수업 계획을 받아들였어?"

"노력은 했어."


헤르미온느가 내 옆에 털썩 주저앉으며 힘없이 말했다. 그러고는 지팡이를 꺼내 약간 복잡하게 이리저리 흔들자, 지팡이 끝에서 뜨거운 바람이 흘러나왔다. 건조 마법이로군. 헤르미온느가 그것을 옷자락에 가까이 댔다. 그러자 김이 나면서 망토가 마르기 시작했다.


"내가 갔을 때는 해그리드가 집에 없었어. 삼십 분 가까이나 문을 두드렸지. 그리고 얼마 지나서야 해그리드가 숲 속에서 걸어 나오더군."

"거기서 뭘 기르고 있대? 해그리드가 뭐라고 말해 줫어?"


해리가 물었다. 


"아니."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저었다.


"해그리드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어 해. 난 엄브릿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려고 애를 썼어. 하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아무도 키메라 대신 크날을 배우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말만 되풀이할 분이었어. 오, 그렇다고 키메라를 가져오진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덧붙였다.


"하지만 키메라 알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고 말하는 걸 봐서, 노력을 안 해본 건 아닌 것 같아. 어쨌든 나는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님의 수업 계획을 그냥 따르는 편이 좋다고 셀 수 없이 여러 번 말해줬어. 그렇지만 내가 하는 말의 절반도 귀 담아 듣지 않더라고. 해그리드는 약간 묘한 상태였어. 게다가 아직도 어떻게 상처를 입게 되었는지 말해주지 않았어."


다음 날 아침 식사 시간에 해그리드가 교직원 테이블에 모습을 나타났을 때, 모든 학생들이 기뻐하며 그를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프레드나 조지, 리 같은 몇몇 학생들은 기쁨의 함성을 지르며 그리핀도르와 후플푸프 테이블 사이를 달려나가서 해그리드의 커다란 손을 덥석 잡기도 했다. 하지만 패르바티와 라벤더 같은 학생들은 실망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수업은 적어도 누군가 그들의 목을 떼어 갈 위험이 있는 수업이 아니었다.

화요일이 되자 우리는 추위를 막기 위해 온 얼굴을 감싼 채, 무거운 마음을 안고 해그리드의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해그리드는 숲 가장자리에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상태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토요일 밤에는 시퍼렇게 멍이 든 들었던 자리가 이제는 초록색과 노란색으로 물들고, 몇몇 상처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해그리드는 그러지 않아도 보기 흉한 몰골에 음산한 분위기를 더하려는 듯이, 어깨 위에 죽은 소를 반으로 잘라 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을 짊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저기서 공부할 거란다!"


해그리드는 등 뒤에 있는 어두운 숲을 향해 고갯짓을 하며, 가까이 다가오는 학생들에게 한껏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좀더 잘 감추기 위해서지! 게다가 어두운 곳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뭐가 어두운 곳을 더 좋아한다는 거야?"


말포이가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약간 공포에 질려 있었다.


"준비 됐니?"


해그리드가 학생들을 둘러보며 신나게 말했다.


"좋아. 나는 5년 동안 숲 속 여행을 아껴 두고 있었지. 숲에 들어가면 자연 상태로 살아가는 생물들을 볼 수 있을 거야. 이제 오늘 우리가 공부할 것은 아주 보기 드문 거란다. 아마 영국에서 이걸 길들이는 게 성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라고-."

"길들인 게 확실한가요?"


말포이가 더욱더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사나운 동물을 수업 시간에 데려오는 게 처음은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슬리데린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웅성거렸다. 그리핀도르 몇몇 학생들까지도 말포이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그건 길들여져 있지."


해그리드가 얼굴을 찌푸리며 어깨에 메고 있던 죽은 소를 좀더 위로 추켜 올렸다.


"그럼 도대체 얼굴이 왜 그렇게 된 거죠?"


말포이가 따져 물었다.


"네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해그리드가 벌컥 화를 냈다.


"자, 이제 그 멍청한 질문이 끝났으면 그만 날 따라와라."


해그리드는 돌아서서 숲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하지만 모두들 썩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한숨을 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학생들보다 앞장서서 해그리드의 뒤를 따라갔다.

약 십 분쯤 따라가니, 나무들이 너무나 빽빽이 들어서서 해 질 때처럼 항상 어둡고 바닥에는 눈 한 점 쌓여 있지 않는 곳에 이르렀다. 해그리드는 짊어지고 온 소를 끙 하고 바닥에 내려놓고 뒤로 물러더니, 다시 학생들을 향해서 돌아섰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당장에라도 뭔가 덮치지 않을까 하는 초조한 눈길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나무 사이에서 기어나오고 있었다.


"이리 모여라. 이리로 모여."


해그리드가 아이들을 격려하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제 그것들이 고기 냄새를 맡고 몰려들 거다. 하지만 어쨌든 나도 그것들을 부를 거야. 그래야 내가 온 줄 알고 좋아할 테니까."


해그리드는 텁수룩한 머리를 흔들며 얼굴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겼다. 그리고 기묘하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는 뭔가 무시무시한 새를 부르는 신호처럼 어두운 숲 전체로 울려 퍼졌다. 해그리드가 또다시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었다. 일 분쯤 지났을까. 학생들은 과연 무엇이 나타날지 불안한 얼굴로 어깨 너머를 힐끔힐끔 돌아보았다. 해그리드가 세 번째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거대한 가슴을 잔뜩 부풀리는 순간, 옹이진 두 그루의 주목나무 사이의 캄캄한 빈자리에서 하얗게 번뜩이는 두 개의 눈이 나타났다. 그 눈은 어둠 속에서 점점 커지더니 순식간에 용처럼 생긴 얼굴과 목이 나타났다. 그리고 비늘로 뒤덮인 날개 달린 거대한 검은 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길고 검은 꼬리를 흔들면서 잠깐 동안 아이들을 둘러본 후, 고개를 숙이고 뾰족한 이빨로 죽은 소의 살점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해그리드는 왜 다시 부르지 않는 거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론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초조하게 뭔가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오, 저기 한 마리가 더 오는구나."


해그리드가 자랑스럽게 소리쳤다. 두 번째 검은 말이 어두운 나무 사이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그 말은 가죽 날개를 몸에 바싹 붙이더니 머리를 숙이고 고기를 뜯어먹었다.


"자, 이제 손을 들어보렴. 저것들이 눈에 보이는 사람?"


나와 해리, 로우와 네빌 그리고 단단한 체격의 슬리데린 학생인 자비니 블레이즈-그는 세스트랄을 징그럽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가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말포이가 잔뜩 비꼬인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우리더러 뭘 보라는 거죠?"


해그리드는 대답 대신 땅 위에 놓인 죽은 소를 가리켰다. 모든 학생들이 고깃덩어리를 숨 죽이고 지켜보았다. 다음 순간 몇몇 아이들은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고 패르바티는 비명을 질렀다. 뼈에 붙은 살점이 저절로 뚝뚝 떨어지면서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정말 기괴해 보였던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패르바티가 제일 가까이 있는 나무 뒤로 몸을 숨기며 겁에 질려 중얼거렸다.


"도대체 뭐가 저걸 먹고 있는 거지?"

"세스트랄이란다."


해그리드가 으스대며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알겠다는 듯이 '아!'하고 나지막이 탄성을 질렀다.


"호그와트에서는 그 무리들을 이 숲 속에서 기르고 있었지. 자, 누가-?"

"하지만 그건 아주, 아주 재수없는 동물이에요!"


패르바티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그 동물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게는 온갖 끔찍한 불행이 닥치다고 트릴로니 교수님이 예전에 말씀해 주셨는데-."

"아니, 아니다. 아니야."


해그리드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건 그저 미신일 뿐이야. 세스트랄은 재수없는 동물이 아니란다. 오히려 아주 똑똑하고 쓸모 있는 놈들이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몰라.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께서 순간이동 마법을 쓰지 않고 긴 여행을 떠나실 때면 저걸 타고 가시지. 그렇지 않을 때에는 주로 학교 마차를 끈단다. 저기 두 마리가 더 오는구나, 봐라."


또 다른 두 마리의 말이 나무 사이에서 소리없이 나타났다. 그 중 한 마리는 패르바티의 옆을 바싹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부르르 몸을 떨더니 나무에 바싹 붙어서 소리쳤다.


"뭔가 느껴졌어. 아마 내 근처에 있나 봐!"

"걱정하지 마라. 널 다치게 하진 않을 테니."


해그리드가 인내심을 가지고 달랬다.


"자, 이제 왜 누구는 저걸 볼 수 있고, 누구는 저걸 볼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


내가 손을 들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도 손을 들었다.


"어서 말해보렴."


해그리드가 흐뭇하게 웃으며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세스트랄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단순히 죽음을 목격한 것만이 아니라 그 죽음을 인식하고 죽음이 무엇인지 인지한 사람입니다. 또한 세스트랄은 길 찾기 능력이 뛰어나 목적지만 알려주면 어지간한 곳은 다 갈 수 있습니다."

"보충 설명까지! 정답이다. 그리핀도르 15점을 주겠다. 세스트랄은-."

"에헴, 에헴."


어느 사이에 엄브릿지 교수가 와 있었다. 그녀는 또다시 초록색 모자와 망토를 입은 채, 손에는 필기판을 들고 서 있었다. 


"에헴, 에헴."

"오, 안녕하세요!"


비로소 소리가 나는 곳을 알아차린 해그리드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오늘 아침에 제가 오두막집으로 보낸 전갈을 받지 못하셨나요?"


엄브릿지는 마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이야기를 하는 듯한 말투로 큰 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오, 받았습니다."


해그리드가 쾌할하게 대답했다.


"어쨌든 이곳을 제대로 찾아오셔서 다행이군요. 보시다시피- 아니, 혹시 보이시나요? 오늘 우리는 세스트랄을 공부하고-."

"뭐라고요?"


엄브릿지가 인상을 쓰면서 귀 뒤로 손을 갖다댔다.


"뭐라고 하셨죠?"


해그리드는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저- 세스트랄요!"


그는 큰 소리로 설명했다.


"커다랗고 날개 달린 말이요!"


해그리드는 거대한 팔을 퍼덕거렸다. 엄브릿지는 눈을 치켜뜨더니 필기판에 뭔가 적으며 중얼거렸다.


"조악한..... 시늉에.... 의지함..."

"그게.... 어쨌든... 음... 내가 어디까지 말했지?"


해그리드는 어쩔 줄 모르고 학생들에게 향해 돌아섰다.


"기억력이... 대단히... 나쁜... 것처럼... 보임."


엄브릿지는 모두에게 다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중얼거렸다. 헤르미온느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느라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 버렸다. 아마도 나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아, 그래."


해그리드는 엄브릿지의 필기판을 향해 불편한 눈초리를 한 번 던지더니 용감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이 무리에서 기르게 되었는지 설명해 줄게. 처음에는 수컷 한 마리와 암컷 다섯 마리로 시작햇단다. 바로 이 녀석이지."


해그리드가 제일 먼저 나타난 말의 머리를 툭툭 쳤다.


"테네브러스라고 하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놈이지. 이 숲 속에서 제일 먼저 태어난 놈이기도 하단다."

"그런데 혹시 이 사실을 알고 있나요?"


엄브릿지가 큰 소리로 불쑥 끼어들었다.


"마법부에서 세스트랄은 '위험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걸?"


해그리드는 그저 킬킬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세스트랄은 위험하지 않아요! 물론 심하게 괴롭히면 약간 깨물 수는 있죠."

"폭력적인.... 생각을... 하며... 즐기는... 경향이... 있음."


엄브릿지는 다시 필기판에 글씨를 휘갈겨 쓰면서 중얼거렸다. 


"그게 아니에요, 이봐요!"


해그리드도 이제는 약간 불안한 표정이 되었다.


"내 말은 개도 미끼를 보면 문다는 뜻이에요. 다만 세스트랄은 죽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편견이 생겼을 뿐이죠. 사람들이 그들을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단지 이해를 못했기 때문에 말이죠, 안 그래요?"


엄브릿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쓰던 것을 미처 다 쓰고 나더니 해그리드를 쳐다보며 다시 큰 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평소처럼 그대로 가르치세요. 전 그냥 좀 돌아다니죠."


엄브릿지는 걷는 시늉을 했다. 말포이와 팬시는 소리를 참으며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유치한 녀석들 같으니."


그들을 보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엄브릿지는 손가락으로 학생들을 하나하나 가리켰다.


"질문을 좀 하겠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자기 입을 가리키며 말을 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해그리드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엄브릿지는 왜 수운 말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하드싱 구는지 영문을 알지 못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헤르미온느는 너무 분해서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고약한 늙은이, 나쁜 할망구 같으니라고!"


엄브릿지가 팬시 파킨슨 쪽으로 걸어가자 헤르미온느가 중얼거렸다.


"무슨 짓을 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고. 이 심술궂고 사악하고 못된-."

"음... 어쨌든- 그러니까 세스트랄에 대해서는 배울 게 아주 많이 있단다."


해그리드가 어떻게든 다시 수업의 흐름을 다시 잡으려고 애를 썼다.


"학생은 해그리드 교수가 말을 할 대, 그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나요?"


팬시는 배를 움켜쥐고 너무 웃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금도 웃음을 참느라 거의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아니요.... 왜냐하면... 대개는... 그냥... 으르릉거리는.... 소리처럼... 들리거든요."


엄브릿지는 필기판에 재빨리 휘갈려 썼다. 해그리드의 얼굴에서 멍이 안 든 부분이 다시 빨갛게 물들였다. 하지만 그는 팬시의 대답을 못 들은 척 했다. 로우는 입을 다물고 얼굴이 굳어졌다.


"음... 그러니까... 세스트랄에 대해선 배울 게 많단다. 세스트랄은 이것들처럼 일단 길이 들면, 결코 길을 잃어버리지 않는단다. 방향 감각이 아주 뛰어나거든. 어디든 가고 싶은 곳만 말하면-."

"물론 그것들이 교수님의 말을 알아듣는다고 가정했을 때 ㅁ라이겠죠."


말포이가 큰 소리로 빈정거렸다. 그러자 팬시 파킨슨이 또다시 배를 움켜쥐고 발작을 일으키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엄브릿지 교수도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네빌을 향해 돌아섰다.


"롱바텀, 세스트랄이 눈에 보인다고? 그러니?"


엄브릿지가 물었다. 네빌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죽는 걸 본 적이 있니?"


엄브릿지가 전혀 다른 어조로 물었다.


"저... 저희 할아버지요."


네빌이 대답했다.


"저것들을 어떻게 생각하니?"


엄브릿지가 뭉툭한 손가락으로 말들을 가리켰다. 이제 세스트랄은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다 뜯어먹고 거의 뼈만 남겨 놓고 있었다.


"전... 괜-괜챃은 것... 같아요.."


네빌이 해그리드를 슬쩍 곁눈질하며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학생들이... 너무... 억눌려서... 자신의 두려움을... 표현하지... 못함."


엄브릿지는 다시 중얼거리며 필기판에 평가 내용을 썼다.


"아니에요!"


네빌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그게 아니에요. 전 저것들이 무섭지 않아요!"

"괜찮다."


엄브릿지가 마치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네빌의 어깨를 툭툭 쳤다. 콰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자 손가락을 살펴보았다. 제어용 반지의 보석에 금이 갔다. 


"그럼 해그리드."


엄브릿지는 해그리드를 올려다보며, 또다시 커다란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저는 이만 그만 가도 될 것 같군요... 열흘 이내에 참관 수업의 결과를 받게 될 겁니다."


엄브릿지는 필기판을 가리키더니 손으로 뭔가를 받아 드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뭉툭하고 짧은 손가락 열 개를 쫙 펼쳐 보였다. 초록색 모자 밑에서 이를 드러내 놓고 웃는 그녀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더 두꺼비처럼 보였다. 엄브릿지는 미친 듯이 웃고 있는 말포이와 팬시를 뒤로 한 채, 분주하게 그곳을 떠났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네빌은 어쩔 줄 모르고 얼떨떨하게 서 있었다.

그로부터 삼십 분 후에 우리는 아침에 만들어 놓은 눈 속 터널을 지나서 성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치사하고 더럽고 비비 꼬인 늙은 이무기 같으니라고!"


헤르미온느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나 있었다. 


"그 여자의 속셈이 뭔지 너희들도 알고 있지? 혼혈에 대한 그 못된 편견이 또 다시 발동하기 시작한 거야. 해그리드를 멍청한 트롤쯤으로 몰아세우려는 거지. 단지 해그리드의 엄마가 거인족이란 이유 때문에 말이야. 이건 너무 부당해. 해그리드의 수업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 또다시 폭탄 꼬리 스크루트였다면, 그건 문제가 있지. 하지만 세스트랄은 괜찮아. 사실 해그리드 기준으로 보자면, 아주 훌륭한 거지!"

"엄브릿지는 세스트랄이 위험하다고 했어."


론이 중얼거렸다.


"그럼 해그리드는 이러헥 말할걸. 그들은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다고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마 그루블리 프랭크 같은 교수님이라면 N.E.W.T. 되기 전에 세스트랄을 우리에게 보여 주는 일은 없었겠지. 하지만 너무 흥미롭지 않니? 어떤 사람 눈에는 보이고 어떤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니! 나도 볼 수 있었다면!"

"정말이지?"


내가 물었다. 그러자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겁먹은 얼굴이 되었다.


"오, 로라- 미안해. 아니, 그렇지 않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어리석었어."

"괜찮아, 걱정하지 마."


해리가 얼른 안심을 시켰다. 어이, 그 말은 내가 해야 하잖아. 하지만 해리도 마찬가지인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있다니 놀랐어. 한 반에 다섯 명씩이나-."


론이 말했다.


"그래, 위즐리. 우리도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갑자기 심술궂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북이 쌓인 눈 때문에 말포이와 크레이브, 고일이 바로 뒤에까지 쫓아오는 걸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혹시 누군가 뒈지는 꼴을 보면, 퀘이플을 더 잘 볼 수 있게 되는 거 아닐까?"

"드레이코!!"


결국 로우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개 자식-."


나는 말포이를 보면서 욕을 내뱉었다. 그러자 말포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드렸다. 론을 데리고는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마법을 걸어서 온실까지 가는 길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눈을 녹이면서 보다 쉽게 걸어갔다.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내 뒤를 재빨리 따라오는 발걸음을 알 수가 있었다.


"신경 쓰지 마, 론."

"로라...."


론에게 말하고는 나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정말이지... 드레이코 말포이는 좋아할 수 없게 만든다. 어떻게든 좋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