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55

리틀 윙 2016. 11. 10. 00:42

미스터리 부서에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본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대체 이 꿈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식은 땀을 흘리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 정확히 우편 배달 부엉이들이 오는 시간에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서 대연회장으로 들어섰다. <예언자 일보>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은 헤르미온느만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탈옥한 죽음을 먹는 자들에 관한 소식을 듣고 싶어 했다. 여러 차례 목격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직까지 붙잡히지 않고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우편 배달 부엉이에게 1크넛을 주고 황급히 신문을 펼쳐 보았다. 


"넌 누굴 찾아왔니?"


해리의 앞에 쿵 하고 내려앉은 부엉이의 모습에 해리가 부엉이의 주둥이 밑에서 오렌지 주스를 치우면서 맥없이 물었다. 


"해리, 너에게 온 것 같은데?"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편지에 적힌 이름 '해리 포터'를 발견하자 해리에게 말했다. 해리는 이마를 찌푸리며 부엉이의 편지를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미처 그러기도 전에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의 더 많은 부엉이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옆에 내려앉더니, 버터를 짓밟고 소금병을 쓰러뜨리면서 서로 먼저 그에게 편지를 건네주려고 몸싸움을 벌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론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아 있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몸을 앞으로 내밀고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또 다시 일곱 마리의 부엉이가 더 날아오더니 날개를 퍼덕거리고 후후 울음소리를 내면서 처음 도착한 부엉이들 틈에 내려앉았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부엉이 무리 속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통처럼 생긴 긴 소포를 목에 건 헛간 부엉이 한 마리를 집어 들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난 알 것 같아. 먼저 이것부터 열어 봐!"


해리가 갈색 소포를 뜯었다. 돌돌 말린 <이러쿵저러쿵> 3월호가 굴러 나왔다. 해리가 잡지를 펼쳐 들자, 고개를 옆으로 빼서 바라보았다. 표지에 실린 그의 얼굴이 몹시 수줍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진 위에는 커다란 붉은 글씨로 '마침내 해리 포터가 입을 열다: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과 그가 돌아오던 날 밤에 대한 진실'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러쿵저러쿵> 3월 호구나! 드디어 나왔네!"


해리가 인터뷰를 했다는 소리를 듣고 언제 나오는지 궁금했는데!!


"멋지지 않니?"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건너온 루나가 프레드와 조지 사이를 파고들며 말했다. 


"어제 나왔어. 내가 아빠에게 증정본을 하나 보내 달라고 했지. 이것들은 모두..."


루나는 아직도 해리 앞에서 테이블 위를 발톱으로 긁으며 돌아다니고 있는 한 무리의 부엉이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독자들이 보낸 편지들일 거야.'

"내 생각에도 그래. 해리, 혹시 우리가 뜯어도-?"


헤르미온느는 간절하게 물었다.


"마음대로 해."


해리는 약간 어안이 벙벙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편지를 각각 뜯기 시작했다.


"이건 네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어떤 얼간이가 보낸 거야."


론이 편지를 한 번 훑어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이 여자는 너에게 성 뭉고 병원의 충격 치료 마법 코스를 다녀 보라고 충고하고 있어."


헤르미온느는 실망한 표정으로 두 번째 편지를 구겨 버렸다.


"이건 좀 괜찮아 보이는데."


해리가 긴 편지를 천천히 살펴보며 말했다,.


"이것 봐, 이 여자는 나를 믿는다고 썼어!"

"여기 이 사람은 갈피를 못 잡고 있군."


이제 조지와 프레드까지 열성적으로 편지를 뜯어 보는 일에 동참하고 있었다.


"네가 미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 사람이 돌아왔다고는 절대로 믿고 싶지 않다는군.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는데. 제기랄, 이게 무슨 양피지 낭비람."

"해리, 여기 너를 믿는다는 사람이 또 있어!"


헤르미온느가 잔뜩 들떠서 소리쳤다.


"당신의 입장에서 쓰인 기사를 읽고 나서, 나는 <예언자 일보>가 당신을 아주 부당하게 대했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나 역시 이름을 불려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왔다고는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당신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군요... 오, 너무 훌륭해!"

"이건 네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론이 어깨 너머로 편지를 휙 집어던졌다.


"하지만 이 편지에는 네가 자기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으며, 이젠 너를 진짜 영웅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쓰여 있어. 그 여자가 자기 사진까지 넣었어- 우와-."

"여기서 다들 뭘 하는 거죠?"


억지로 꾸민 듯 애교가 넘치고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브릿지는 조지와 프레드와 루나의 등 뒤에 서 있었다. 두꺼비처럼 툭 튀어나온 그녀의 두 눈은 해리 앞에 수북이 쌓인 편지들과 부엉이들을 재빨리 살펴보았다. 그녀의 등 뒤에서는 수많은 학생들이 잔뜩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이런 편지를 받게 된 거죠, 포터군?"


엄브릿지는 느릿느릿 물었다.


"그게 무슨 잘못인가요? 편지를 받는 게?"


프레드가 큰 소리로 따졌다. 


"위즐리군, 조심하도록 해요. 그러지 않으면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될지도 몰라요."


대답한 것조차 나머지 공부라니... 아예 독재 정치를 펼치지 그러냐? 엄브릿지는 안 좋은 시선으로 응시했다.


"자, 포터군?"

"제가 잡지에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에게 편지를 보낸 거예요. 작년 6월에 제가 겪은 일에 대해서 말이죠."

"인터뷰라고?"


엄브릿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늘고 높은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되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기자가 제게 질문을 하고 제가 대답을 하는 거죠. 여기."


해리는 말하면서 <이러쿵저러쿵> 잡지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엄브릿지는 잡지를 손에 들고 표지를 내려다보았다. 허옇고 창백한 그녀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울긋불긋 물들었다.


"언제 이런 짓을 했죠?"


엄브릿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지난 주말 호그스미드 방문일에요."


해리가 말했다. 엄브릿지는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면서 잡지를 쥔 그녀의 뭉툭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포터군, 앞으로 호그스미드 방문은 더 이상 없어요."


엄브릿지는 속삭였다,


"어떻게 감히... 이런 짓을..."


엄브릿지는 깊이 심호흡을 했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그토록 가르치고 또 가르쳤는데. 아직도 그 교훈을 마음 깊이 새기지 못한 게 분명하군요. 그리핀도르에 50점을 감점하고 다시 일주일간 나머지 공부를 하겠어요."


엄브릿지는 <이러쿵저러쿵>을 가슴에 꼭 움켜쥔 채, 으스대며 걸어갔다. 많은 학생들의 시선이 그녀의 뒷모습에 쏠렸다.

오전이 미처 지나가기도 전에 커다란 공고문이 학교 전체를 뒤덮었다. 게시판만이 아니라 복도와 교실에까지도 나붙였다.


호그와트 장학사의 포고령

<이러쿵저러쿵> 잡지를 소유한 학생은 무조건 퇴학을 당할 것임. 위의 명령은 교육 법령 27조에 따른 것임.

장학사, 돌로레스 제인 엄브릿지


나와 헤르미온는 그 공고문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너희는 뭐가 그렇게 좋은 거야?"


해리가 물었다.


"오, 해리, 너 모르겠니?"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호그와트의 학생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네 인터뷰 기사를 읽도록 만들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그걸 금지하는 거야."


우리의 짐작은 맞았다. 저녁 무렵이 되자, 비록 학교 안 어디에서도 <이러쿵저러쿵>은 그 그림자초자 보이지 않았지만, 학교 전체가 인터뷰 내용을 서로 알려 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학생들이 교실 밖에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수군거리거나, 점심 식사 시간에 혹은 교실 뒤에서 이 일에 대해 떠드는 소리가 들었다. 심지어 여학생 화자실 칸막이마다 귓속말을 주고받는 학생들로 꽉꽉 들어차 있었던 거다. 


"그리고 날 보더니, 내가 너흴 잘 안다는 걸 알고는 나에게 정신없이 질문 공세를 퍼붓더라고. 해리, 로라, 그 아이들은 네 말을 믿는 것 같았어. 정말이야. 네가 마침내 아이들의 신뢰를 얻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두 눈을 반짝거리며 해리에게 말했다. 

한편 엄브릿지는 학교를 으스대며 활보하면서 닥치는 대로 학생들을 붙잡아 세워 놓고는 호주머니와 책을 검사했다. 그녀가 <이러쿵저러쿵>을 찾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걸 알았지만, 학생들은 이미 그녀의 머리 꼭대기에 있었다. 해리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부분에 마법을 걸어서, 자기들 이외에 다른 사람이 읽으면 마치 교과서 내용처럼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거나 다시 잡지를 꺼내서 읽고 싶을 때까지 마법으로 내용을 깨끗이 지워 놓기도 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그 기사를 읽은 것 같았다.

교수들은 교육 법령 26조에 의해서 그 인터뷰 기사에 관해서는 아무 언급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 기사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표현했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해리가 그녀에게 물뿌리개를 건네주었다고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20점을 주었다. 싱글벙글 웃던 플리트윅 교수는 마법 시간이 끝날 무렵에 해리에게 찍찍거리는 설탕 쥐 한 상자를 억지로 쥐어 주었다. 그리고 쉿!하고 주의를 주더니 총총히 사라졌다. 그리고 트릴로니 교수는 점술 수업 시간에 발작적으로 울음을 터뜨리고는 깜짝 놀란 학생들에게, 엄브릿지로서는 무척 유감스런 일이겠지만, 해리가 결코 때 이른 죽음을 맞이 하지 않을 것이며 오래오래 살아서 마법부의 장관이 되고 아이들도 열두 명이나 낳을 거라고 공언했다. 


"언니!!! 언니!!"


복도를 걷고 있을 때,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는 그쪽을 쳐다보자 아스토리아를 끌면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슬리데린 학생인 미셸과 실비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둘은 내 옆에 있는 해리를 반짝거리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멋졌어요."

"그런 인터뷰를 하다니, 용감한 일이에요, 포터... 선배."


실비아가 수줍어 하면서 해리의 녹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미셸, 그만 가자."

"응..."


나를 노려보던 미셸이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실비아의 재촉에 어떤 말도 하지 않고는 가버렸다. 대체 왜 온 거야? 후배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이내 변신술 수업이 있는 교실로 향했다. 교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시무스가 줄지어 서 있는 학생들 틈에서 걸어 나와 해리의 앞에 우뚝 섰다.


"그냥 너에게 말해 주고 싶었어."


시무스는 해리의 시선을 피하면서 우물쭈물 말을 걸었다,


"난 네 말을 믿어.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도 그 잡지를 보내 드렸어."


그 후, 오후 늦게 우리는 숙제를 하려고 도서관으로 들어가자, 도서관에 모여 있는 말포이, 크레이브, 고일의 모습을 발견했다. 말포이 패거리는 비실비실해 보이는 어떤 남학생, 시어도르 노트와 함께 모여 있었다. 해리가 그들의 아버지들을 죽음을 먹는 자로 지목했다. 나는 그들을 못 본 척 하고는 맨 위쪽의 책장에 있는 책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책을 빼가는 내 뒤에 선 사람. 그 책을 가져간 손의 주인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몸을 돌리자 후플푸프 망토가 보였다. 


"이거 필요한 거지?"


케드릭이 나에게 책을 내밀었다.


"아... 고마워."

"손에 닿지 않는 것 같아서 말이지."


책을 받아들고는 헤르미온느와 해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말포이 패거리가 도서관을 나가자, 헤르미온느는 고소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제일 신나는 ㄴ일은 그래도 너에게 뭐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거야! 왜냐하면 자기들이 그 기사를 읽었다는 걸 인정할 수는 없잖아!"


저녁 시간에 루나가 <이러쿵저러쿵> 잡지가 이렇게 빨리 동이 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아빠가 재판을 찍기 시작했어! 아빠 말이 도저히 믿을 수가 없대. 사람들이 크롬플 혼드 스놀캑스보다도 이 기사에 더 흥미를 갖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이야!"


잔뜩 흥분한 루나의 두 눈이 당장에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날 밤, 해리는 그리핀도르 휴게실에서 영웅이 되었다. 용감무쌍하게도 프레드와 조지는 <이러쿵저러쿵>의 표지에 확대 마법을 걸어서 휴게실 벽에 걸어 놓았다. 커다랗게 확대된 해리의 머리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내려다보면서 이따금씩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마법부는 멍청이들이다' '엿 먹어라, 엄브릿지'같은 말들을 내뱉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그 장난을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았다. 정신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투덜거리더니 끝내는 짜증을 내며 일찍 침실로 가 버렸다. 그 후 한두 시간이 지나자, 말하는 마법의 효력이 약해지면서 포스터는 그저 '엿'이나 '엄브릿지' 하는 단편적인 단어들만 점점 더 높을 목소리로, 자주 내뱉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와 해리를 둘러싸고 앉아서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 묻는 수 많은 학생들의 말에 일찍 자야겠다고 말하고는 침실로 올라갔다. 


-미스터리 부서에는 수많은 것들 있지. 하지만 당사자가 아니면 만질 수 없는 것도 있어.

-당사자가 아니면 만질 수 없는 거?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엄마? 본인이 아니면 만질 수 없는 물건이라니... 그것을 누가 노린다는 거야?


"엄마..!!"


꿈 속에서 나타난 엄마는 또다시 애매한 말만 전해주었다. 

해리와 론은 나와 헤르미온느를 서늘한 산들바람이 부는 운동장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이 꾼 꿈에 대해서 상세하게 들려주었다. 록우드가 뭔가를 볼드모트에게 말했다고? 그가 이야기를 끝냈을 때, 우리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헤르미온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프레드와 조지를 노려보았다. 머리가 사라진 두 사람은 운동장 반대편에서 망토 밑으로 투명 마법 모자를 팔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그를 죽인 거야."


마침내 헤르미온느가 프레드와 조지로부터 시선을 돌리면서 조용히 말했다.


"보드가 그 무기를 훔치려고 했을 때, 뭔가 이상한 일이 그에게 일어났어. 틀림없이 사람들이 손대지 못하도록 그 무기나 혹은 그 주위에 방어 마법이 걸려 있었을 거야. 보드는 그 때문에 성 뭉고 병원에서 입원한 거지. 머리가 이상해져서 말도 할 수 없게 되고 말이야. 하지만 치료사가 우리에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했어. 그들은 그가 더 나아지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겠지, 안 그래? 보드가 그 무기를 만졌을 때 어떤 일이 있었든, 그 충격으로 인해서 아마도 임페리우스 저주가 사라졌을 테니까 말이야. 일단 목소리가 돌아오면, 보드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설명하겠지. 그럼, 그가 무기를 훔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걸 알게 될 테고. 물론 루시우스 말포이가 그에게 저주를 거는 건 아주 손쉬운 일이었을 거야. 항상 마법부 주위를 맴돌잖아?"

"내 청문회가 열렸던 날에도 그는 마법부를 돌아다녔어."


해리가 천천히 말했다.


"그러니까... 그자는... 그날 미스터리 부서가 있는 층에 있었어! 너희 아버지가 아마 그자가 몰래 밑으로 내려와서 내 청문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염탐하는 중일 거라고 말했지만 만약-."

"스터지스!"


헤르미온느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표정으로 입을 딱 벌렸다.


"뭐라고?"


론이 어리둥절햇다.


"스터지스 포드모어."


헤르미온느가 숨 가쁘게 말했다.


"어느 방에 침입하려다가 체포되었잖아! 루시우스 말포이가 그에게도 저주를 건 것이 틀림없어! 분명히 네가 마법부에서 그를 보았던 그날 그랬잖아, 해리. 스터지스는 무디의 투명 망토를 가지고 있었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만약 그가 투명 망토를 입은 채, 문 옆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면, 그리고 말포이가 뭔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 거기 있다는 걸 짐작했다면? 혹은 혹시나 하고 경비가 서 있을 만한 자리에 임페리우스 저주를 쏘았다면? 그래서 스터지스가 다음 기회를 잡았을 때- 아마도 또 다시 보초가 설 차례가 되었을 때였겠지- 볼드모트를 위해서 그 무기를 훔치려고 미스터리 부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거라면? 론, 가만히 좀 있어 봐. 그렇지만 결국 그는 붙잡혀서 아즈카반으로 보내졌지..."


헤르미온느는 해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록우드가 볼드모트에게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있는지 말했니?"

"그들 대화를 전부 듣진 못했어. 하지만 아마 그런 것 같았어. 록우드는 거기서 일한 적이 있대... 혹시 볼드모트가 록우드를 보내 그 일을 시킬까?"


헤르미온느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불쑥 말을 꺼냈다.


"하지만 넌 그걸 절대 봐서는 안 되는 거였어, 해리."

"뭐라고?"


해리가 뒤로 주춤 물러섰다.


"넌 이런 것이 네 머릿속에 들어오는 걸 막는 방법을 배우고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엄한 어조로 말했다. 


"나도 알아. 하지만-."

"내 생각에 우리는 네가 본 것들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


헤르미온느는 딱 잘라 말했다.


"해리, 넌 지금부터 오클러먼시를 더욱 열심히 배우도록 해."


나도 이번에는 헤르미온느의 생각에 동의한다. 계속해서 볼드모트의 생각을 엿보는 것은 좋지 않아. 볼드모트가 그걸 알아차려서 역으로 이용하면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볼드모트는 레질러먼시와 오클러먼시에 뛰어나지만 해리는 그렇지 않잖아. 


**

도서관에서 저주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을 때,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의아한 채 가방을 빠르게 챙겨서는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달려갔다. 비명 소리는 현관 복도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현관 복도에서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대연회장에서 한창 저녁 식사를 하던 학생들이 무슨 일인가 보려구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왔던 것이다. 대리석 계단 위에도 학생들이 빽빽이 몰려 서 있었다. 키가 큰 학생들 사이를 뚫고 앞으로 나갔다.


"무슨 일이야?"

"트릴로니 교수야."


내가 근처에 유일하게 아는 얼굴들인 케드릭과 볼프람에게 묻자 케드릭이 어딘가를 보면서 말해주었다.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고 볼프람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곳에 있는 어떤 사람들은 충격을 받아 얼이 빠진 표정이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겁에 질린 표정에 현관 복도 한가운데 트릴로니 교수를 응시했다. 그녀는 한 손에는 텅 빈 셰리주 병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든 채, 완전히 넋이 나간 모습으로 서 있었다. 머리카락은 하늘로 뻗어 있었으며, 코에 삐딱하게 걸린 안경 때문에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보다 훨씬 더 크게 보였다. 어깨 위에 치렁치렁 늘어져 잇는 수많은 숄과 스카프는 마치 갈기갈기 찢긴 것 같았다. 바닥에는 커다란 트렁크 두 개가 나뒹굴고 었었는데, 그중 하나는 거꾸로 뒤집혀 있는 꼴이 아무래도 계단에서부터 밑으로 내던져진 것 같았다. 


"안 돼!"


트릴로니 교수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난 절대 이걸 받아들일 수 없어."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몰랐단 말인가요?"


여학생처럼 가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잔인하게도 이 상황을 즐기는 것 같았다. 트릴로니 교수가 잔뜩 겁에 질려서 엄브릿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내일 날씨조차 예언할 능력이 없는 당신이지만, 참관 수업 때 그토록 형편없는 실력을 보여 주고 그 후로도 전혀 나아진 바가 없으면, 당연히 쫓겨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진작 깨달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다- 당신이 뭔데!"


트릴로니 교수가 울부짖었다. 커다란 안경 뒤로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당신이 날 내쫓을 수는 없어! 난 여기서 16년 동안이나 가르쳤단 말이야! 호-호그와트는 내-내 지-집이야!"

"과거에는 당신의 집이었죠."


엄브릿지가 딱 잘라 말했다. 트렁크 위에 털썩 주저앉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는 트릴로니 교수를 지켜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엄브릿지의 두꺼비 같은 얼굴을 보자, 속이 느글거리면서 위장이 꽉 조여지는 기분이었다. 그 기분에 저절로 얼굴이 굳어졌다.


"한 시간 전까지는, 그러니까 마법부 장관님께서 당신의 해직 명령서에 승인을 하시기 전까지는 말이죠. 이제 제발 이 현관에서 나가주세요. 당신 때문에 우리 모두가 난처해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엄브릿지는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트릴로니 교수를 지켜보고 있었다. 넋이 나간 트릴로니 교수는 트렁크 위에 앉아서 몸을 앞뒤로 흔들고, 부들부들 떨며 통곡했다. 학생들 중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라벤더와 패르바티가 서로 어깨를 감싸고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그때 맥고나걸 교수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오더니 트릴로니 교수를 향해서 곧장 걸었다. 그녀는 트릴로니 교수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망토 안에서 커다란 손수건을 꺼냈다.


"자, 자, 사이빌... 진정해요... 이걸로 코를 풀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에요. 당신은 결코 호그와트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

"오, 정말인가요, 맥고나걸 교수님?"


엄브릿지가 앞으로 몇 걸음 걸어 나오면서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무슨 권위로 감히 그런 발언을...?"

"그건 나의 권위로 말한 거요."


굵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떡갈나무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덤블도어가 현관 입구에 모습을 나타내자, 그 옆에 서 있던 학생들이 황급히 길을 비켰다. 안개 낀 어둠을 배경으로 열린 문 앞에 우뚝 서 있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덤블도어는 문을 활짝 열어둔 채, 빙 둘러서 있는 구경꾼들 사이를 지나 트릴로니 교수를 향해서 성큼성큼 다가갔다. 눈물이 얼룩진 얼굴로 트렁크 위에서 떨고 있는 그녀 옆에는 맥고나걸 교수가 나란히 서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 당신의 권위라고요?"


엄브릿지는 대단히 불쾌한 웃음을 잠깐 짓더니 말했다.


"당신이 먼가 잘못 알고 계시는 모양이군요. 여기 마법부의 장관님과 내가 직접 서명한 해직 명령서가 있어요."


엄브릿지는 망토 안에서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냈다. 


"교육 법령 23조에 따라서 호그와트의 장학사는 수업을 참관하고, 그에 보기에,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바로 제가 보기에 마법부가 요구하는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교사는 누구든지 유예 판정을 내리거나 파면 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트릴로니 교수가 자격이 미달된다고 판단해서 그녀를 해고시킨 것입니다."


엄브릿지의 말에 덤블도어는 계속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그는 트렁크 위에 앉아서 여전히 목이 메어 울고 잇는 트릴로니 교수를 내려다보았다.


"엄브릿지 교수님, 당신 말씀이 물론 옳습니다. 장학사로서 당신은 저희 교사들을 파면시킬 권리가 있고말고요. 하지만 죄송하게도 그들을 이 성에서 내쫓을 권리는 없소이다."


덤블도어 교수는 살짝 허리를 숙여 공손히 절을 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권리는 아직까지 교장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트릴로니 교수가 계속 호그와트에서 살기를 희망하는 바입니다."


이 말을 듣자, 트릴로니 교수는 연신 딸꾹질을 하면서도 기가 막힌 듯이 웃었다. 하긴 그런가. 교사가 아니면서 호그와트에서 계속 있다니... 


"아닙니다, 아니에요. 전 떠-떠나겠어요, 덤블도어! 나- 나는 호그와트를 떠날 거예요. 여기 아닌 다른 곳에서 제 운명을 찾아보겠어요."

"아니오. 사이빌, 나는 당신이 여기 남길 바라오."


덤블도어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리고는 맥고나걸 교수를 향해 돌아섰다.


"사이빌을 위층까지 데려다 줄 수 있겠소, 맥고나걸 교수?"

"물론이죠. 그만 일어서요, 사이빌..."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러자 스프라우트 교수가 재빨리 학생들 틈을 비집고 나와서 트릴로니 교수의 다른 쪽 팔을 붙잡았다. 그들은 함께 엄브릿지 앞을 지나서 대리석 계단을 올라갔다. 플리트윅 교수가 지팡이를 꺼내 들고 허둥지둥 달려 나왔다. 그리고 "로코모토르 트렁크!"라고 소리치자, 트릴로니 교수의 트렁크가 허공으로 둥둥 떠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플리트윅 교수는 맨 뒤를 따라갔다. 엄브릿지는 덤블도어를 노려보며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빙그레 웃기만 할 뿐이었다.


"제가 새로운 점술 교수를 임명해서 트릴로니가 쓰고 있는 방을 요구하면, 그때는 저 여자를 어떻게 하실 작정이죠?"

"오,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덤블도어가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벌서 새로운 점술 교수를 구했거든요. 그리고 그분은 1층에서 지내고 싶어 하실 겁니다."

"구했다고요?"


엄브릿지가 날카롭게 말했다.


"벌써 구했단 말인가요? 덤블도어, 다시 한 번 일깨워 드려야 할 것 같군요. 교육 법령 22조에 따르면-."

"마법부는 적당한 후보자를 지명할 권리가 있다. 단지- 단지 교장이 적임자를 찾지 못했을 경우에만."


덤블도어 교수가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수님을 구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씀을 드리게 돼서 무척 기쁘군요. 제가 소개시켜 드릴까요?"


덤블도어 교수는 활짝 열린 현관문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뽀얀 밤안개가 스멀스멀 기어 들어오고 있었다. 말밥굽 소리가 들리더니 현관 주위에서 충격을 받은 사라들의 웅성거림이 일어나더니 문 옆에 가장 가까이 서 잇던 사람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중에 어떤 사람은 새로운 교수를 위해 길을 비켜 주려고 너무 서두르다가,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뿌연 안개를 뚫고 한 남자가 나타났다. 눈부신 금발과 깜짝 놀랄 정도로 새파란 눈동자, 인간의 모습을 한 머리와 상반신, 그리고 말의 형상을 한 하반신... 그는 켄타우로스였다.


"... 피렌체."

"이쪽은 피렌체입니다. 당신도 그가 이 일에 적임자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덤블도어는 벼락을 맞은 듯이 얼이 빠져 서 있는 엄브릿지에게 유쾌한 목소리로 소개했다.

트릴로니교수가 파면 당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 왔다. 이날 오전에 피렌체 교수와의 첫 번째 수업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와서 점술 수업을 포기한 게 후회돼서 죽겠지? 안 그래., 헤르미온느?"


패르바티가 싱글싱글 웃으며 헤르미온느를 약을 올렸다. 아침 식사 시간, 패르바티는 지팡이로 속눈썹을 말아 올리고는 숟가락 뒤에 비친 자기 모습을 한창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었다. 


"전혀 아니야."


<예언자 일보>를 읽고 잇던 헤르미온느는 조금도 흥미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말은 내 취향이 아니거든."


헤르미온느는 계속 신문을 넘기며 기사를 살펴보았다. 


"그는 말이 아니야, 켄타우로스라고!"


헤르미온느의 대답에 라벤더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게다가 너무너무 잘생긴 켄타우로스지..."


패르바티가 탄식했다.


"어쨌든 간에 그 사람은 다리가 네 개잖아.그건 그렇고 너희 두 사람은 트릴로니가 쫓겨나서 굉장히 안타까워하는 줄 알았는데?"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핀잔을 주었다.


"물론이야!"


라벤더가 대답했다.


"우리는 트릴로니 교수님의 방까지 찾아갔었어. 수선화를 좀 가지고 말이야. 물론 스프라우트 교수님이 키우는 그 경적 울리는 수선화 말고 예쁜 걸로."

"좀 어떠셔?"


해리가 물었다.


"별로 좋지 않아, 가엾은 분."


라벤더가 동정하며 말했다.


"계속 우시면서 엄브릿지와 함께 여기서 지내느니 차라리 성을 떠나고 싶다고 말씀하셨어. 그러는 것도 당연해. 엄브릿지가 그녀에게 너무 지독한 짓을 했잖아, 안 그래?"

"내 생각에는 이제 겨우 시작이라고 봐."


헤르미온느가 우울하게 말했다. 호박 주스를 마시면서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불가능해. 어떻게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더 지독한 짓을 할 있단 말이야?"


론이 계란과 베이컨이 담긴 커다란 접시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엄브릿지는 덤블도어 교수님이 자기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새로운 교수를 임명한 것에 대해서 복수를 하려고 할 거야."


헤르미온느가 신문을 탁 덮으며 단언했다.


"게다가 인간이 아닌, 반 인간을 데려왔잖아. 피렌체를 보았을 때, 그 여자 표정이 어땠는지 너도 봤잖아."


아침 식사를 마친 후에 헤르미온느는 산술점 수업을 들으러 갔다. 한편 우리는 점술 수업을 위해 패르바티와 라벤더의 뒤를 따라서 현관 복도로 나갔다.


"북쪽 탑으로 가는 게 아니었어?"


패르바티가 대리석 계단 앞을 그냥 지나치자, 론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패르바티는 어깨 너머로 정말 한심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피렌체가 어떻게 그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겠니? 이제부터는 11호 교실에서 수업을 할 거야. 어제 게시판에 적혀 있었어."


11호 교실은 대연회장과 반대편으로 현관 복도를 따라 가다보면, 1층에 있었다. 그곳은 잘 사용하지 않는 교실이라서 창고나 사물 보관함처럼 약간 소홀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 교실로 들어가자 갑자기 나타난 숲 속의 공터를 보고 잠시 얼이 빠져 멍하니 서 있었다.


"이게 어떻게?"


교실 바닥에는 촉촉한 이끼가 깔려 있었고 사방에 나무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천장과 창문에는 나뭇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로 뒤덮여 있어서. 방 안 가득히 얼룩덜룩한 부드러운 초록색 빛이 비스듬히 스며 들어왔다. 먼저 도착한 학생들은 나무줄기나 바위에 몸을 기댄 채, 두 팔로 무릎을 껴안거나 팔짱을 끼고 흙이 깔린 바닥에 앉아 있었다. 모두들 약간 초조해 보였다. 나무가 없는 공터 한가운데에는 피렌체가 우뚝 서 있었다.


"해리 포터구나."


해리가 교실 안으로 들어서, 피렌체가 손을 내밀었다.


"어- 안녕하세요."


해리는 켄타우로스와 악수를 했다. 그는 미소도 짓지 않고, 푸른 눈으로 해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야."


켄타우로스가 눈부신 금발의 머리를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는 걸 예견했었지. 만나서 반가워, 로라."

"아, 예."


해리와 악수를 한 피렌체는 나와 악수를 했다. 그의 가슴에 말발굽 모양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무리에서 추방되었을 때 다친 건가?

교실 문이 닫히고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온 학생이 쓰레기통 옆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자, 피렌체는 방 안을 손으로 가리켰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친절하게도 우리를 위해 이 교실을 꾸며 주셨습니다. 제가 원래 살았던 곳과 비슷하게 말이죠."


모두들 자리에 앉은 것을 보고 피렌체가 입을 열었다.


"물론 저는 여기보다는 금지된 숲에서 여러분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불과 월요일까지만 해도... 제 집이었던... 그곳에서 말이죠. 하지만 그건 더 이상 불가능할 것 같군요."

"저- 어- 교수님."


패르바티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말했다.


"왜 그러면 안 되죠? 해그리드 교수님과 그곳에 간 적이 있었는데, 전혀 무섭지 않았어요!"

"네가 얼마나 용감한가 하는 문제가 아니란다. 내 처지 때문이지. 난 숲으로 돌아갈 수 없어. 우리 무리들이 나를 쫓아냈거든."

"무리라고요? 오, 이런!"


라벤더가 어리둥절해서 소리쳤다. 


"그럼 교수님 같은 것이 또 있단 말인가요?"


라벤더는 얼이 빠져 물었다.


"해그리드가 교수님을 길렀나요? 세스트랄처럼?"


딘이 진지하게 물었다. 피렌체는 천천히 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딘은 비로소 자기 말이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 제 말은- 죄송해요."


딘이 쉰 목소리로 말을 끝냈다.


"켄타우로스는 인간의 종이나 노리개가 아니란다."


피렌체가 조용히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패르바티가 다시 손을 들었다.


"저, 교수님... 왜 다른 켄타우로스들이 교수님을 추방한 거죠?"

"왜냐하면 내가 덤블도어 교수님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했기 때문이지. 우리 동족은 그걸 배신행위로 보거든."


피렌체가 말했다. 그래서 저 가슴의 말발굽의 상처가 생겼구나.


"그럼 수업을 시작해 봅시다."


피렌체게 말했다. 그는 긴 말 꼬리를 흔들며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 무성한 나뭇가지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천천히 가지를 밑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교실 안의 빛이 희미해지면서 마치 해가 질 무렵의 숲 속 공터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교실 천장에는 하나둘씩 별이 떠올랐다. 아이들 입에서 우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론은 모두에게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럴 수가!"

"바닥에 등을 대고 눕도록 해요."


피렌체가 평온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세요. 거기에 우리 종족의 운명이 쓰여 있습니다. 물론 그걸 볼 수 있는 사람에게 말이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머리 위에서 별이 반짝였다.


"여러분들은 천문학 수업 시간에 별들의 이름과 그 위성에 대해서 배웠을 겁니다."


피렌체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하늘을 지나가는 별들의 경로에 대한 지도도 그려 보아겠죠. 켄타우로스들은 몇 세기 동안이나 별들의 운행이 지닌 신비를 밝혀 왔습니다. 그 발견을 통해서 켄타우로스들은 저 하늘에서 우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답니다."

"트릴로니 교수님이 저희들에게 점성술을 가르쳐 주셨어요!"


패르바티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자세 그대로 손을 번쩍 치켜들며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화성은 사고와 화재, 그와 비슷한 여러 가지 일들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화성이 토성과 직각을 이루면, 이렇게 말이죠-."


패르바티는 허공에 대고 직각을 그려 보았다.


"뜨거운 것을 만질 때 특별히 더 조심을 해야 하고요."

"그건 전부 인간들이 하는 헛소리예요."


피렌체가 조용히 말했다. 순간 패르바티의 손이 맥없이 옆으로 툭 떨어졌다.


"인간들이 겪는 사소한 부상이나 작은 사건들은 이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개미 발자국만큼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별들의 운행에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아요."

"하지만 트릴로니 교수님은-."


패르바티가 자존심이 상하고 분에 찬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한낱 인간일 뿐이지."


피렌체가 딱 잘라 말했다.


"그러므로 너희 같은 인간들의 약점에 얽매여 아무것도 보지 못한단다."


패르바티는 몹시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그녀 주위에 있는 몇몇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이빌 트릴로니가 미래를 볼 수 있는지 없는지, 난 모릅니다."


피렌체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가 왔다 갔다 걸을 때마다, 긴 꼬리가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소위 인간들이 '점'이라고 부르는 자기 기만적인 헛소리에 시간을 낭비해 온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켄타우로스의 지혜를 설명하기 위해서 지금 이 자리에 온 거예요. 그것은 대단히 공평무사하고 합리적이랍니다. 우리는 하늘에서 거대한 악의 흐림이나 혹은 때때로 나타나는 변화를 찾아내지요. 지금도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거의 10년쯤 걸릴지도 모릅니다."


피렌테는 붉은 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난 10년 동안, 저 별은 마법사들이 두 전쟁 사이의 짧은 평화 시기에 살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암시해왔어요. 전쟁의 사령인 화성이 우리의 머리 위에서 밝게 빛나고 있죠? 저것은 머지않아 또다시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는 징조입니다. 얼마나 빨리 일어날지 그 시기에 대해서는, 켄타우로스들이 특별한 약초와 나뭇잎을 태워서 그 불길과 연기를 보고 예측할 수 있죠...."


우리는 교실 바닥에서 정말로 세이지-악용 샐비어- 잎과 약초를 불에 태워 보기도 했다. 피렌체는 매운 연기 속에서 형상과 상징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 중에 아무도 그가 묘사하는 징표를 발견하지 못해도 전혀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인간들은 원래 이런 일에 능숙하지 못한 법이며, 켄타우로스들도 능숙해지려면 몇 년이 걸린다고 말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것에 너무 믿고 의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을 덧붙였다. 왜냐하면 제아무리 켄타우로스라도 징표를 잘못 읽을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피렌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여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우리에게 이 세상 어떤 것도, 켄타우로스의 지식조차도 절대 완벽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심어 주기 위해 애를 썼다.


"결국 구체적인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안 그래?"


론이 약초를 태우던 불을 끄면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내 말은, 나라도 곧 다가올 이 전쟁에 대해서 좀더 자세한 예언을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렇지 않니?"


순간 교실 밖에서 요란하게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여전히 이곳이 성 안이라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고서 정말로 숲에 있는 줄 착각한 거였다. 학생들은 약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줄지어 교실을 나왔다.

해리와 론과 함께 내가 다른 아이들의 뒤를 따라서 막 나가려고 할 때, 피렌체가 해리를 불러 세웠다.


"해리 포터, 잠깐 이야기 좀 하자."


해리는 몸을 돌렸다. 나랑 론이 머뭇거리며 망설였다.


"로라와 너도 남아 있어도 좋다. 하지만 문은 꼭 닫아라."


피렌체게 말했다. 론은 황급히 지시에 따랐다.


"해리 포터, 너는 해그리드의 친구지, 그렇지 않니?"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네."


해리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해그리드에게 나의 경고를 좀 전해 주렴. 그렇게 노력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이다.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해라."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고요?"


해리가 영문을 모르고 그의 말을 따라 했다.


"그리고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이다."


피렌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직접 해그리드에게 경고하고 싶지만, 이제 난 추방된 몸이라서 말이다. 내가 금지된 숲에 너무 가까이 가는 건 별로 현명한 짓이 아니야. 켄타우로와의 전쟁이 아니더라도, 해그리드는 이미 골치 아픈 문제가 너무 많아."

"하지만- 해그리드가 하려고 하는 일이 뭐죠?"


해리가 약간 불안한 듯이 물었다. 피렌체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해그리드는 최근에 나에게 아주 커다란 도움을 주었단다. 게다가 나는 오래 전부터 살아 있는 모든 동물들에게 헌신적인 애정을 보이는 그를 존경해 왔지. 그래서 난 그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해그리드는 이제 그만 정신을 차려야 해.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거야. 해리 포터, 그렇게 전해 다오. 그럼 잘 가거라."


대체 해그리드가 무슨 짓을 하고 있다는 거야?!


구름 낀 3월이 폭풍우 몰아치는 4월로 변하는 동안- 엄브릿지는 계속해서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빠짐없이 참관했다. 그러므로 피렌체의 경고를 해그리드에게 전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어느 날 해리는 《신비한 동물 사전》을 잃어버린 척하면서 수업이 끝난 후에 다시 해그리드를 찾아갔다. 

한편, 교수님들과 헤르미온느가 거듭거듭 일깨워 온 것처럼, O.W.L. 시험이 점점 더 가까워 오고 있었다. 5학년 학생들 전체가 어느 정도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나 아보트는 약초학 수업 시간에 왈칵 눈물을 터뜨리며 자기는 너무 멍청해서 시험을 칠 수 없으니 이제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한바탕 소란을 떤 끝에, 결국 폼프리 부인으로부터 진정 물약을 처방 받는 첫 번째 학생이 되었다. 


D.A. 모임의 회원들은 드디어 패트로누스 마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연습에 지극한 열성을 보였지만, 아무런 위협도 없을 때 환한 교실 한 가운데에서 패트로누스를 불러내는 것과 디멘터와 같은 것을 맞닥뜨렸을 때 불러내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걸 해리는 계속해서 상기시켰다.


"오, 제발 그렇게 흥 좀 깨지 마."


부활절 전의 마지막 연습 시간이었다. 초는 필요의 방 안을 둥둥 떠다니는 자신의 은빛 백조 패트로누스를 바라보며 신이 나서 소리쳤다.


"너무 예쁘다!"

"패트로누스는 보기 예쁘라고 있는 게 아니야. 널 보호하기 위해 있는 거야."


내가 말했다. 초는 나를 흘겨보고는 다시 패트로누스를 응시했다. 로우는 단번에 성공해서 실비아와 미셸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의 패트로누스인 은빛 불사조가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보가트나 그런 게 꼭 필요해. 나도 그렇게 배웠거든. 보가트가 디멘터 모습을 하고 나타났을 때, 나는 패트로누스를 불러내야만 했어."

"하지만 그건 너무 무서울 것 같아!"


라벤더가 말했다. 그녀의 지팡이 끝에서는 은색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난 아직도- 못하겠어!"


라벤더가 짜증스럽게 덧붙였다. 네빌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는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정신을 집중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의 지팡이 끝에서는 한 줄기 은색 연기만 희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뭔가 행복한 기억을 떠올려야 해."


해리가 다시 한 번 네발에게 주의를 주었다.


"노력하고 있어."


네빌이 잔뜩 풀이 죽어서 말했다. 사실 어찌나 열심히 애를 썼는지 그의 동그란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렸다. 


"해리, 나도 해낸 것 같아!"


시무스가 소리쳤다. 그는 딘의 손에 이끌려서 처음 D.A. 모임에 참석햇다.


"이거 봐- 이런- 사라졌네... 하지만 뭔가 털 달린 짐승이었어, 해리!"

"집중력 부족이야, 시무스."


내가 시무스에게 말해주었다. 헤르미온느의 패트로누스는 은빛 수달, 케드릭의 패트로누스는 오소리, 볼프람의 패트로누스의 까마귀가 각자의 주인의 주위를 뛰놀고 있었다. 


"정말 멋지다, 안 그러니?"


헤르미온느는 그것을 애정 어린 눈길로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프레드와 조지는 패트로누스를 불러낼 수 있었지만 형체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옆에서 도와주기 위해서 위즐리 쌍둥이 옆으로 다가갔다. 그때 필요의 방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여덟 개의 털모자를 머리에 쓰고 나타난 도비가 해리의 망토를 잡아당기고는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안녕, 도비! 무슨 일이지? 뭐가 잘못됐니?"


해리가 묻자, 도비의 눈이 두려움으로 휘둥그레지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해리 근처에 서 있는 D.A. 회원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모두들 도비를 쳐다보았다. 몇몇 사람들이 간신히 불러낸 패트로누스들이 희미한 은색 연기가 되어 사라지자, 방 안이 전보다 어두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해리 포터...."


도비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덜덜 떨면서 꽥꽥거렸다.


"해리 포터... 도비는 경고를 해드리려고 왔어요... 하지만 집요정들은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는 주의를 받았어요..."


도비는 머리를 숙이고 벽을 향해서 돌진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벌하는 도비의 모습에 해리는 재빨리 그를 붙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도비는 그저 돌 벽에 부딪혀 다시 튕겨 나올 뿐이었다. 머리에 쓴 여덟 개의 모자 덕분이었다. 헤르미온느와 다른 여학생들은 도비가 가엾고 걱정스러워서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야, 도비?"


해리가 집요정의 가느다란 팔을 붙잡으며 물었다. 


"해리 포터... 그 여자가... 그 여자가..."


도비는 붙잡히지 않는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코를 힘껏 내려쳤다. 해리는 그쪽 팔도 얼른 잡았다. 


"그 여자가 누구지, 도비?... 엄브릿지?"


해리가 묻자 도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해리의 무릎에 머리를 쾅 부딪치려고 했다. 해리는 두 팔을 뻗어 그를 막았다.


"그 여자가 뭘 어쨌다는 거지, 도비? 설마 여길 발견한 건 아니겠지? 우리에 대해서? D.A.에 대해서?"


해리에게 두 팔을 붙잡힌 도비는 자기 발로 자신을 걷어차려고 했다.


"그 여자가 오고 있니?"


도비는 크게 신음 소리를 한 번 내더니 대답했다. 


"그래요, 해리 포터. 맞아요!"


주위를 보자 몸부림치는 집요정을 겁에 질린 얼굴로 꼼짝하지 않고 서서 응시하고 있는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뭘 기다리고 있는 거야? 어서 달려!"


해리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아이들은 일제히 입구를 향해 우르르 달려갔다. 한꺼번에 문쪽으로 몰려든 아이들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해리, 로라! 어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헤르미온느가 소리를 질렀다. 자기 자신을 벌주려고 애를 쓰는 도비를 붙잡았다. 


"도비, 이건 명령이야. 다른 집요정들이 있는 부엌으로 돌아가. 혹시 그 여자가 미리 귀띔을 해주지 않았느냐고 묻거든, 아니라고 거짓말을 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아프게 하는 짓도 그만둬!"


내가 말하고는 해리와 함께 마지막으로 문턱을 넘어서자 방문이 쾅 하고 닫혔다. 그리고 도비를 놓아주었다. 


"고맙습니다, 로라 에반스! 해리 포터!"


도비가 인사를 하고 종종걸음으로 내달았다. 좌우를 재빨리 살펴보자 모두들 어찌나 동작이 빠른지, 양쪽 복도 끝에서 홱 돌아서는 발뒤꿈치만 잠깐 보였다가 곧 사라졌다. 나와 해리도 복도를 달려갔다. 


"그리핀도르 탑으로 가야해."

"하지만..."

"가까운 도서관이나 욕실은 그들도 예상해서 찾으러 올지도 몰라."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달렸다. 해리가 우당탕 요란하게 넘어지면서 앞으로 2미터쯤 멋지게 미끄러졌다. 누군가 뒤에서 깔깔거리며 웃자 뒤를 돌아보자 말포이가 용 모양의 흉측한 꽃병 밑에 숨어 있었다.


"포터, 체포 주문이야! 에반스, 너도 마찬가지고."


말포이가 소리쳤다.


"교수님, 여기요! 교수님! 제가 잡았어요!"


엄브릿지가 복도 저 끝에서 허둥지둥 달려왔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싱글싱글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바닥에 쓰러진 해리와 그런 해리를 부축하려는 내 모습에 엄브릿지가 탄성을 질렀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드레이코! 슬리데린에 50점이다! 이 녀석들은 내가 데려가겠다."


엄브릿지는 범죄자라도 체포한 듯이 나와 해리의 팔을 붙잡고 말포이를 활짝 웃었다.


"너는 얼른 달려가서 혹시 다른 녀석들이 또 없는지 살펴보렴, 드레이코."


엄브릿지가 말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도서관도 한 번 살펴보라고 해라. 혹시 숨이 차서 헉헉대는 녀석들이 없는지. 욕실도 둘러봐. 여학생 욕실은 파킨슨양이 둘러보도록. 어서 가라. 그리고 너희-."


말포이가 쏜살같이 그곳을 떠나자, 엄브릿지는 가장 부드럽고 가장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너흰 나와 함께 교장 선생님 방으로 가자, 포터, 에반스."


몇 분 후에 이무기 석상 앞에 도착했다. 절대로 로우들은 잡혀서 안 된다. 안 잡히기를 기도하면서 이무기 석상을 응시했다.


"피징 위즈비."


엄브릿지가 암호를 대자, 이무기 석상이 펄쩍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벽이 갈라졌다. 움직이는 돌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핀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광택이 나는 문 앞에 도착하자, 엄브릿지는 노크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덤블도어는 손끝을 가지런히 모으고 평온한 얼굴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바로 뒤에서 맥고나걸 교수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난로 옆에서는 마법부 장관인 코넬리우스 퍼지가 앞뒤로 몸을 흔들며 서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무척이나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킹슬리 샤클볼트와, 우락부락한 인상에 머리가 짧고 뻣뻣한 마법사가 보초처럼 문 양쪽을 지키고 서 있었다. 벽 쪽으로는 주근깨가 나고 안경을 쓴 퍼시 위즐리가 신이 나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손에는 깃펜과 묵직한 양피지 두루마리를 든 채, 받아 적을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게 분명했다.


".... 비겁한 녀석."


퍼시 위즐리를 본 순간 욕설을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 밤에는 역대 교장 선생님들의 초상화들도 잠자는 시늉을 하지 않았다. 모두들 바짝 긴장한 얼굴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자, 엄브릿지가 꽉 붙잡고 있는 손을 놓았다. 코넬리우스 퍼지는 사악한 만족감에 가득 찬 얼굴로 나와 해리를 응시했다.


"좋아."


그가 중얼거렸다. 


"그래, 그래."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은 그리핀도르 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어요."


엄브릿지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잔뜩 들떠 있었다. 


"말포이 학생이 붙잡았죠."

"아, 그래요? 그랬단 말이죠."


퍼지가 감탄하듯이 말했다.


"잊지 말고 루시우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줘야겠군요. 자, 포터, 에반스.. 너희가 여기 왜 왔는지 그 이유를 알겠지?"

"아뇨."


해리가 대답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쳐서 대답했다.


"뭐라고?"


퍼지가 물었다.


"모릅니다."


해리가 분명하게 대답했다.


"여기 왜 왔는지 그 이유를 모른단 말이냐?"

"네, 모릅니다"


퍼지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나와 해리와 엄브릿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무 생각이 없단 말이지?"


퍼지가 잔뜩 비꼬는 어조로 말했다.


"엄브릿지 교수가 왜 너흴 이곳까지 데리고 왔는지, 너희가 학교의 규칙을 어기고 있다는 걸 몰랐단 말이냐?"

"학교의 규칙이라고요? 아니요."

"아니면 마법부의 법령도?"


퍼지가 화가 나서 다시 물었다.


"전혀 모르겠는데요."


해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퍼지는 혈압이 올라서 펄펄 뛰는 모습에 속으로 조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이것도 처음 듣는 소식이겠군."


퍼지가 애써 분노를 참느라 목이 메어 말했다.


이 학교 내에서 불법적인 학생 조직이 발견되었다는 소식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장관님, 제 생각에는 우리의 정보 제공자를 이 자리에 데려오는 것이 훨씬 빠를 것 같습니다."


퍼지 옆에 서 있던 엄브릿지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래요."


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엄브릿지가 방을 나가자, 악의에 찬 눈초리로 덤블도어를 노려보았다. 난 망토 속에 손을 집어넣어서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정직한 목격자만큼 확실한 건 없지요, 안 그렇소, 덤블도어?"

"그렇고말고요, 코넬리우스."


덤블도어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진지하게 대답했다.

몇 분이 흐르고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브릿지가 마리에타 에지콤의 어깨를 붙잡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겁낼 것 없다, 얘야. 겁내지 마."


엄브릿지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간드러지게 말했다.


"괜찮다. 넌 옳은 일을 한 거야. 장관님께서도 네가 한 일을 무척 기뻐하고 계신단다. 네 어머니께 네가 얼마나 훌륭한 학생인지 직접 말씀드릴 거야."


썩었군. 지팡이를 소매 속으로 집어넣었다. 엄브릿지는 고개를 들고 퍼지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장관님, 마리에타의 어머니는 마법 교통부의 플루 가루 네트위크 사무국에 있는 에지콤 여사랍니다. 그녀는 우리가 호그와트의 벽난로들을 감시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지요."

"그렇군, 그래!"


퍼지가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 어머니의 그 딸이야. 그래, 이리 와라, 얘야. 고개를 들렴.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디 네 이야기를 좀 들어 볼까- 어이쿠, 이런!"


마리에타가 고개를 드는 순간, 퍼지는 화드짝 놀라며 뒤로 펄쩍 물러났다. 그 바람에 거의 난로 위에 주저앉을 뻔했다. 퍼지는 욕설을 퍼부으며 불이 붙어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망토 자락을 발로 밟았다. 마리에타는 왈칵 울음을 터뜨리며 망토 깃을 눈 밑에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보라색 물집이 마구 돋아서 끔찍하게 변해 버린 그녀의 얼굴을 이미 모든 사람들이 본 이후였다. 그녀의 코와 뺨을 뒤덮은 물집은 '밀고자'란 글씨가 선명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나이스, 헤르미온느!


"그 물집은 신경 쓰지 마라."


엄브릿지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당장 그 망토를 치우고 장관님께 말씀드려라."


하지만 마리에타는 또다시 입을 막고 흐느끼며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좋다, 멍청한 계집애. 내가 직접 말씀드리지."


엄브릿지가 쏘아붙였다. 그리고는 금방 가증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장관님, 오늘 저녁 식사가 끝난 직후에 에지콤양이 제 방으로 찾아왔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저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녀의 말이, 소위 필요의 방이라고 불리는, 7층에 있는 비밀의 방으로 가면 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실을 발견할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좀더 자세히 캐묻자, 그녀는 거기서 일종의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대목에거 바로 이 저주가 (엄브릿지는 짜증스럽게 마리에타의 감추어진 얼굴을 가리켰다) 효력이 발생하는 바람에, 이 여학생이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너무 겁에 질려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자, 얘야."


퍼지는 마치 자신이 자애로운 아버지라도 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마리에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엄브릿지 교수를 찾아가다니 아주 용감하구나. 넌 분명히 올바른 일을 한 거야. 그럼 이제 그 모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주겠니? 목적이 뭐였지? 거기에 누가 있었니?"


하지만 마리에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겁에 질린 두 눈을 크게 뜨며 완강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반대 주문은 없소?"


퍼지가 마리에타의 얼굴을 가리키며 엄브릿지에게 짜증스럽게 물었다.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엄브릿지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이 아이가 대답을 하든 말든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충분히 상황을 설명할 수 있으니까요. 장관님께서도 제가 지난 10월에 보낸 드린 보고서를 기억하실 겁니다. 포터가 호그스미드에 있는 호그스 해드에서 학생들을 만났다는 보고서 말입니다."

"그 일에 대해서는 무슨 증거가 있나요?"


맥고나걸 교수가 날카롭게 말을 잘랐다.


"미네르바, 나는 윌리 위더쉰스의 증언을 들었어요. 그 시간에 우연히 그 술집에 있었다고 하더군요. 비록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고 있기는 햇지만, 그의 청력은 아주 멀쩡했어요."


엄브릿지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그는 포터가 하는 말을 빠짐없이 듣고 곧장 학교에 와서 나에게 보고했죠."

"오, 그래서 그가 화장실들을 몽땅 엉망으로 만들고도 무사할 수 있었던 거로군요!"


맥고나걸 교수가 눈을 치켜뜨며 분개했다.


"우리의 법 체계에 대해서 참으로 흥미로운 생각을 갖게 하는군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부정행위야!"


덤블도어의 책상 뒤에 걸린, 빨간 코의 뚱뚱한 마법사 초상화가 언성을 높였다.


"우리 때는 마법부가 결코 시정잡범들과 협상을 하지 않았소. 그렇고말고, 절대로 안 했지!"

"고맙소, 포테스큐.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덤블도어가 조용히 말했다.


"포터가 학생들을 만난 목적은 그들을 설득해서 불법적인 조직에 가담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엄브릿지가 말을 이었다.


"그 조직의 목표는 마법부에서 학생 시절에는 배우기 부접합하다고 판단한 주문과 저주들을 배우는 것입니다."

"뭔가 잘못 아시는 것 같은데요.... 어, 어, 엄브릿지... 교, 교수님."


이를 으득 갈면서 '교수님'이라는 단어를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발음해서 완성 시킨 로라. 그녀의 금색 눈동자는 분노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으면서 자신의 발톱을 감추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좋아, 어디 포터를 이 곤경에서 구해 내기 위해서 가장 최근에 지어낸 엉터리 같은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지. 어서 계속해보렴, 에반스. 어서. 윌리 위더쉰스가 거짓말을 하는 건가? 아니면 그날 호그스 해드에 포터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 형제라도 있었단 말인가? 아니면 시간이 거꾸로 간다든가 죽은 사람이 다시 되살아난든가, 눈에 안 보이는 두 명의 디멘터가 나타났다는 따위의 평범하고 간단한 해명이 또 있단 말인가?"


퍼시 위즐리가 이 말을 듣자, 껄껄 웃었다.


"아주 훌륭합니다, 장관님. 아주 훌륭하세요!"

"내 말을- 멋대로- 끊지- 마시죠."


로라는 짐승이 우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느릿느릿하게 낮게 말했다. 자신이 화났다는 사실을 그 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킹슬리 샤클볼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날 호그스 해드에 해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요,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모임에 가입할 학생들이 모집하려고 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임이 불법이라고 주장은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다. 모든 학생 모임을 금지하는 마법부의 법령은 해리가 호그스미드 모임을 가진 지 이틀이 지난 후에나 공포되었으니까요. 그날 해리는 호그스 해드에서 어떤 법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퍼시는 마치 누군가에게 세게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이 되고 퍼지는 입을 딱 벌린 채, 동작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었다. 덤블도어를 힐끗 보자 그는 눈을 찡긋하면서 잘 한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그건 다 좋습니다. 하지만 이제 교육 법령 24조가 공포된 지도 거의 6개월이나 지났습니다. 첫 번째 모임이 불법이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그 이후에 일어난 일들은 불법이 확실합니다."


엄브릿지가 미소를 지으며 퍼지에게 말했다.


"그 법령이 공포된 이후에도 계속 모였다면 분명히 그렇겠죠. 하지만 그런 모임이 계속되었다는 어떤 증거라도 있습니까?"


내가 엄브릿지를 보면서 말했다. 말하는 동안, 등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증거라고요?"


엄브릿지가 두꺼비처럼 입을 쫙 벌리며 끔찍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쭉 듣지 않았니? 에지콤양이 여길 왜 왔다고 생각하니?"

"오, 그렇다면 저 학생이 우리에게 지난 6개월 동안 모임이 있었다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요?"


덤블도어가 눈썹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그저 오늘 밤에 무슨 모임이 있었다는 말을 하는 것 같던데요."

"에지콤양."


엄브릿지가 즉시 말햇다.


"이 모임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말해 봐요. 그저 고개를 끄덕이거나 흔들기만 해도 괜찮아요. 그런다고 절대로 물집이 더 심해지지는 않아요. 지난 6개월 동안 그들이 정기적으로 만났었나요? 그냥 고개를 끄덕이거나 흔들기만 해요."


엄브릿지가 마리에타를 살살 달랬다. 하지만 잔뜩 끌어올린 망토 깃과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것이라곤 그녀의 두 눈뿐이었다. 불빛 때문이지는 몰라도 마리에타의 두 눈은 이상하게 텅 빈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던 것이다. 엄브릿지가 재빨리 퍼지 쪽을 한 번 살펴보더니 다시 마리에타를 보았다.


"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요, 그렇죠? 나는 지금 지난 6개월 동안 그 모임에 갔었는지 묻고 있는 거예요. 안 그런가요?"


또다시 마리에타가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젓는 게 무슨 뜻이지?"


엄브릿지가 시험을 하듯이 또다시 물었다.


"마리에타의 뜻은 이제 분명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거세게 나섰다.


"지난 6개월 동안 비밀 모임 같은 건 없었던 거죠? 맞나요, 에지콤양?"


마리에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늘 밤에는 분명 모임이 있었어요!"


엄브릿지가 벌컥 화를 냈다.


"에지콤양, 분명히 필요의 방에서 모임이 있었다고 나에게 말했잖아요! 그리고 포터가 그 모임의 주동자죠? 포터가 그 모임을 만들지 않았나요? 도대체 넌 왜 자꾸 고개만 젓는 거지?"

"대게 사람들은 고개를 저을 때에는 '아니'라는 뜻이죠."


맥고나걸 교수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에지콤양이 혹시 인간에게 아직껏 알려지지 않은 몸짓 몸짓 언어를 쓰는 게 아니라면-."


그 순간 엄브릿지가 마리에타를 꽉 움켜잡더니 자기를 똑바로 마주 보도록 돌려세우고는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덤블도어 교수가 당장 지팡이를 치켜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킹슬리도 동시에 앞으로 걸어 나왔다. 엄브릿지는 얼른 마리에타를 놓더니 마치 불에 덴 사람처럼 두 손을 흔들며 물러났다.


"내 학생들을 함부로 다루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소, 돌로레스."


덤블도어가 이 방으로 들어와서 처음으로 몹시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엄브릿지 여사, 진정하시는 게 좋겠군요."


킹슬리가 굵고 느린 목소리로 말했다.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으시겠죠."

"아니에요."


엄브릿지가 자기 앞에 우뚝 선 킹슬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 말은- 그래요, 당신이 옳아요, 샤클볼트. 잠시 내-내가 자신을 잊고 있었어요."


마리에타는 엄브릿지가 손을 놓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엄브릿지의 갑작스런 공격에 놀라거나, 혹은 그녀의 손아귀에서 풀려나서 안도하는 기색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망토 깃을 몽롱한 눈 밑까지 끌어올린 채, 뚫어져라 앞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돌로레스, 오늘 밤의 그 모임 말이오. 우리는 분명히 있었다고 확신하는데-."

"네."


엄브릿지는 자신을 추스르려고 애를 쓰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에지콤양이 저에게 그 사실을 알려 준 후에 저는 당장 믿을 수 있는 학생들을 데리고 7층으로 향했습니다. 모임 현장에서 그들을 잡으려고 말이죠. 하지만 그들은 제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눈치를 챈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7층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온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제가 여기 그들의 이름을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파킨슨양이 저 대신 필요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혹시 뭔가 남기고 간 게 없을까 찾아보았답니다. 우리는 증거가 필요했는데, 결국 그 방에서 찾았죠. 이 명단에 적혀 있는 포터의 이름을 보는 순간, 이게 무슨 명단인지 알아차렸죠."

"훌륭해요. 아주 훌륭해, 돌로레스."


엄브릿지는 호주머니에서 필요의 방 벽에 꽂혀 있었던 명단을 꺼냈다. 그 모습에 망토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는 뒤에 선 마법사의 사각과 킹슬리의 사각을 이용해서 지팡이를 움켜쥐었다.

퍼지가 만면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명단을 받는 순간 지팡이를 쥔 손을 미약하게 흔들었다. 그러자 화륵- 곧바로 양피지에 불이 붙이고는 불타기 시작했다. 


"어이쿠!"


퍼지는 손에 닿은 뜨거운 화염에 양피지 조각을 바닥에 떨어뜨려서는 어떻게든 불을 끄기 위해서 발로 그 명단을 밟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지팡이를 움켜쥔 손을 다시 망토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오 이런...."


양피지는 반 이상이 불타서 1/3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위층에 적혀진 내 이름과 해리 이름... 그리고 D.A.의 이름은 확실하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로우들의 이름은 지워졌을 거다. 퍼지는 그것을 주워들고는 덤블도어를 노려보았다.


"이 아이들이 뭐라고 모임 이름을 지었는지 보시겠소? 덤블도어의 군대요."


퍼지가 나지막이 말했다. 덤블도어는 손을 내밀더니 퍼지에게서 양피지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몇 달 전에 헤르미온느가 쓴 모임 이름을 보자 잠시 할 말을 잃은 듯이 보였다. 잠시 후에 덤블도어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좋아, 게임은 끝났군."


덤블도어가 순순히 말했다. 


"코넬리우스, 내가 직접 쓴 자필 고백서가 필요하오? 아니면 이 증거물 앞에 있는 진술이면 충분하겠소?"

"교수님!!"


덤블도어의 말에 내가 두려움에 그를 불렀다.


"진술이라고? 난 도무지-?"


영문을 알지 못하는 퍼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덤블도어의 군대 말이오, 코넬리우스."


덤블도어 교수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이름이 적힌 종이를 코넬리우스의 코앞에 대고 흔들었다.


"포터의 군대가 아니라, 덤블도어의 군대 말이오."

"하지만- 하지만-."


갑자기 퍼지의 얼굴에 뭔가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퍼지는 헉 소리를 내며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다가 다시 난로에 엉덩이가 닿자 펄쩍 뛰었다.


"당신이?"


퍼지는 또 연기가 피어오르는 망토를 발로 밟으며 속삭였다.


"그렇소."


덤블도어가 유쾌하게 말했다.


"당신이 이 모임을 조직했단 말인가?"

"맞소."


덤블도어가 대답했다.


"이 학생들은 다- 당신의 군대로 선발했단 말이오?"

"오늘 밤이 첫 번째 모이기로 한 날이었소."


덤블도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저 이 학생들이 내 편에 가담할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엇소. 물론 이제 보니 에지콤양을 초대한 건 실수였소."


마리에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퍼지는 가슴이 벌렁거리며 마리에타와 덤블도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그동안 당신은 나에게 맞설 음모를 꾸며 왔던 거로군!"


퍼지가 고함을 질렀다.


"바로 그렇소."


덤블도어가 씩씩하게 말했다.


"아니에요!!!"


나와 해리가 소리쳤다. 그러자 킹슬리가 얼른 경고하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맥고나걸 교수 또한 조용히 하라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도무지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안 돼요! 덤블도어 교수님!"

"내가 해리를 선동했으니까, 벌을 받을 사람은 나만이면 되잖아요!"

"조용히 해라, 해리, 로라. 그렇지 않으면 내 방에서 그만 내보낼 수밖에 없다."


덤블도어가 침착하게 말했다.


"그래, 입 닥치고 있어라!"


퍼지가 버럭 소리쳤다. 그는 여전히 두려움과 기쁨이 오락가락하는 표정으로 덤블도어를 노려보았다.


"이런, 이런... 나는 포터를 내쫓을 생각으로 오늘 밤 여기 왔는데... 그 대신-."

"그 대신 나를 체호하게 되겠군."


덤블도어가 빙그레 웃었다.


"크넛을 잃고 갈레온을 주운 셈 아닌가?"

"위즐리!"


이제 퍼지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위즐리, 그가 하는 말을 모두 받아 적었나? 한 마디도 빠짐없이, 그의 자백을 모두 적었어?"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장관님."


퍼시가 열성적으로 대답했다. 어찌나 급하게 받아 적었는지 그의 코에까지 잉크가 얼룩져 있었다.


"그가 어떻게 마법부에 대항하여 군대를 조작하려고 했는지, 어떻게 나를 실각시키려고 공작을 벌였는지도 모두 적었지?"

"예, 장관님. 모두 적었습니다."


퍼시가 의기양양하게 자신이 받아 적은 기록을 살펴보며 대답했다.


"아주 잘했네. 그럼 그 기록을 복사해서 지금 당장 <예언자 일보>로 한 부 보내도록 하게나, 위즐리. 속달 부엉이를 보내면, 내일 아침 신문에 실을 수 있을 거야!"


퍼시는 문을 쾅 닫으며 쏜살같이 밖으로 튀어 나갔다. 퍼지는 덤블도어를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이제 당신을 마법부로 데려가겠소. 그곳에서 당신은 공식 기소되어 재판이 열릴 때까지 아즈카반에 수감될 거요!"

"그렇군, 그래. 이제 우리는 작은 난관에 부딪힌 것 같구려."

"난관이라고?"


퍼지의 목소리는 여전히 기쁨으로 떨리고 있었다. 


"난 전혀 모르겠는데, 덤블도어!"

"내 말은 내가 그렇다는 거였소."


덤블도어가 변명하듯이 말했다.


"아, 그렇소?"

"당신은 내가, 뭐라고 할까, 그러니까 순순히 따라갈 거라는 착각 속에 사로잡혀 있는 모양인데, 미안하지만 난 절대로 순순히 따가라 생각이 없소, 코넬리우스. 절대로 아즈카반에 들어갈 의향이 없단 말이오. 물론 일단 들어갔다가 도망쳐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게 무슨 시간 낭비겠소. 솔직히 그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온갖 다른 방법들을 생각해 낼 수 있는데 말이오."


엄브릿지의 얼굴이 점점 더 빨개졌다. 그녀는 마치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물이 넘쳐나는 것처럼 보였다. 한편 퍼지는 완전히 얼빠진 표정으로 덤블도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한 대 얻어맞고서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을 모르는 사람 같앗다. 퍼지는 목이 졸리는 듯한 신음 소리를 내더니 킹슬리와 짧은 회색 머리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 마법사는 퍼지에게 안심하라는 듯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벽에서 떨어져서 앞으로 몇 발짝 걸어 나왔다. 


"어리석은 짓 하지 말게나, 도울리쉬."


덤블도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자네가 아주 뛰어난 오러라는 걸 알고 있네. 자네가 N.E.W.T.에서 모든 분야에 걸쳐 '특출함'을 받았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만약 자네가, 어, 날 강제로 글고 가려고 하면, 다칠지도 모르네."


도울리쉬는 바보처럼 눈만 끔벅끔벅했다. 그리고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다음 지시를 내려달라는 듯이, 다시 퍼지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자네는 혼자서 도울리쉬, 샤클볼트, 돌로레스 그리고 나와 맞서 보겠다는 건가, 덤블도어?"

"멀린의 수염에 맹세코 그건 아닐세."


덤블도어가 싱긋 웃었다.


"자네가 날 억지로 끌고 가려는 어리석은 짓만 하지 않는다면 말일세."

"덤블도어는 혼자가 아닐 겁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망토 안으로 손을 찔러 넣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아니오, 미네르바! 호그와트는 당신이 필오하오!"


덤블도어가 황급히 그녀를 만류했다.


"헛소리 그만 집어치워!"


퍼지는 자신의 지팡이를 얼른 빼 들며 소리쳤다.


"도울리쉬! 샤클볼트! 저자를 잡아!"


그 순간 한 줄기 은색 빛이 방 안을 비추었다. 총을 쏘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마룻바닥이 흔들렸다. 빠르게 몸을 피하고 몸을 납작 엎드려서 몸을 숨겼다. 몇몇 초상화들이 고함을 지르고 퍽스가 날카롭게 울더니 뾰안 먼지구름이 온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먼지 속에서 캑캑 하는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곧 쿵 하고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와 비명 소리, 유리창이 깨지고 정신 없이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 신음 소리가 들리더니.... 침묵이 찾아왔다.

고개를 들자 옆에 마리에타와 해리 그리고 맥고나걸 교수가 있는 것을 확인하자 곧 그림자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모두 괜찮소?"


덤블도어가 물었다.


"네!"


맥고나걸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먼지가 가라앉으면서, 폐허가 되어 버린 방이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덤블도어의 책상은 완전히 뒤집어졌고, 좁고 긴 탁자는 바닥에 부서져 있었다. 은빛 나는 도구들도 산산조각이 났다. 퍼지와 엄브릿지, 킹슬리, 도울리쉬는 마룻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편 불사조 퍽스는 조용히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머리 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킹슬리에게까지 마법을 쏘지 않을 수 없었소. 그러지 않으면 너무 의심스럽게 보일 테니까 말이오."


덤블도어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참으로 놀란 만큼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을 때 에지콤양의 기억을 저렇게 바꿔주었소. 내 대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주겠소, 미네르바? 그리고 저 사람들 모두 금방 깨어날 거요.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걸 저들이 모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소. 그러니 별로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시오. 그냥 잠깐 바닥에 쓰러졌던 것처럼 말이오. 저들은 기억하지 못할 거요."

"어디로 가실 건가요, 덤블도어? 그리몰드 광장?"


맥고나걸 교수가 속삭였다.


"난 어디론가 숨기위해서 떠나는 게 아니오. 퍼지는 마지않아 날 호그와트에 쫓아낸 걸 가슴을 치며 후회하게 될 거요. 내 장담하지."

"덤블도어 교수님..."


해리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덤블도어가 해리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가로막았다.


"내 말 잘 들어라, 해리."


덤블도어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


"너는 최선을 다해서 오클러먼시를 배워야만 한다. 내 말 알겠니? 스네이프 교수가 너에게 지시하는 걸 하나도 빠짐없이 하고, 특히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연습을 해라. 나쁜 꿈이 네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말이다. 너도 곧 그 이유를 알게 될 거야. 어쨌든 꼭 약속해야 한다."


그때 도울리쉬가 몸을 꿈틀했다.덤블도어는 해리의 손목을 꼭 잡았다.


"명심해라. 정신을 방어해야만 한다. 너도 이해하게 될 거다."


덤블도어가 속삭였다. 바로 그때 퍽스가 방 위를 빙빙 돌더니 그의 머리 위로 내려왔다. 바로 그때 퍽스가 방 위를 빙빙 돌더니 그의 머리 위로 내려왔다. 덤블도어는 해리를 붙잡은 손을 놓더니 얼른 팔을 들어서 불사조의 긴 황금 꼬리를 움켜쥐었다. 순간 불길이 확 타오르고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디 있지?"


퍼지가 마루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어디로 간 거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킹슬리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순간이동을 했을 리는 없어요! 이 학교 안에서는 순간이동을 할 수 없단 말이에요."

"계단으로!"


도울리쉬가 문 쪽을 향해 쏜살같이 뛰어가더니 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 뒤를 킹슬리와 엄브릿지가 바로 따라갔다. 잠시 어쩔 줄 모르고 머뭇거리던 퍼지는 천천히 일어서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 냈다.


"미네르바, 이걸로 당신 친구인 덤블도어도 끝장난 것 같소."


퍼지는 찢어진 소맷자락을 똑바로 펴면서 심술궂게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맥고나걸 교수가 경멸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퍼지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엉망이 되어 버린 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몇몇 초상화 속의 인물들이 그를 향해 위협적인 야유를 던졌다. 한두 명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당신은 저 아이들을 그만 침실로 데려가느 ㄴ게 좋겠소."


퍼지가 해리와 나와 마리에타를 향해 고갯짓을 하면서 맥고나걸 교수를 바라보았다. 맥고나걸 교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우리를 데리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곧.... 끝이 오겠지."


내가 걸음을 멈추고는 퍼지를 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곧 당신의 시대는 끝날 거야, 퍼지 장관님. 볼드모트는 돌아올 테니까. 누구도 그의 귀환을 부정하지 않도록 그는 화려한 귀환을 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당신은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거야. 어리석은 사람에게 주는 내 예언이야."


로라는 말하면서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 그리고 곧 그녀가 나가고 교장실의 문이 쾅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