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57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 운동장은 새로 페인트칠 한 것처럼 빛이 났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반짝이는 잔잔한 호수 속에 비친 자신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비단 같은 초록색 잔디밭을 어지럽히고 지나갔다.
6월이 찾아왔다. 이제 O.W.L.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교수님들은 이제 더 이상 5학년에게 숙제를 내주지 않았다. 수업은 주로 시험에 가장 잘 나올 것 같은 내용을 다시 복습하는 식을 이루어졌다. 목적 의식과 열의에 가득 찬 분위기는 학생들을 다른 사람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헤르미온느는 온종일 혼자 중얼거리며 다녔고 며칠째 집요정의 모자도 뜨지 않고 있었다. O.W.L.이 가까워 올수록 이상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헤르미온느만이 아니었다. 어니 맥밀란은 사람들에게 공부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고 다니는 짜증스런 습관이 생겼다.
"넌 하루에 몇 시간이나 공부를 하는 것 같니?"
온실 밖에 줄지어 서 있을 때, 어니 맥밀란이 미친 사람처럼 눈을 희번덕거리며 물었다.
"잘 모르겠어. 몇 시간 안 돼..."
론이 말했다.
"여덟 시간 정도?"
"아마 그거보단 적을걸."
론이 약간 놀란 듯이 말했다.
"나는 여덟 시간 공부하고 있어."
어니가 가슴을 들썩이며 말했다.
"여덟, 아홉 시간 정도. 날마다 아침 시간 전에 한 시간씩 공부를 하고 있어. 월요일에는 아홉 시간 반이나 했으니까. 하지만 화요일에는 별로 못했어. 겨우 일곱 시간 십오 분이었지. 수요일에는-."
때마침 스프라우트 교수가 온실 속으로 몰아넣어 주어서 어니느 자신의 장황한 연설을 그만둬야만 했다. 한편 드레이코 말포이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네가 뭘 아는가 하는 건 문제가 아니야."
시험이 시작되기 며칠 전에 마법 약 교실 밖에서 말포이는 크게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큰 소리로 떠들었다. 로우는 이제 그들과 함께 다니지 않고 혼자 다니고 있었다.
"네가 누굴 아는가가 중요한 거지. 우리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마법사 시험 관리국 국장과 친하게 지내 오셨어. 그리젤다 마치뱅스라는 노인인데 우린 그 여자와 저녁도 함께 먹고 모든 걸..."
"저 말이 사실일까?"
헤르미온느가 놀란 목소리로 우리에게 속삭였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론이 우울하게 말했다.
"사실이 아닐 거야."
네빌이 우리 등 뒤에서 조용히 말했다.
"왜냐하면 그리젤다 마치뱅스는 우리 할머니의 친구 분이신데, 한 번도 말포이 집안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거든."
"그분은 어떤 분이지? 강직하신 분인가?"
헤르미온느가 즉시 물었다.
"우리 할머니와 비슷해."
네빌이 한풀 꺾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을 안다고 해서 너에게 손해될 건 없잖아, 안 그래?"
론이 그를 격려하듯이 말했다.
"오, 나도 그 때문에 무슨 차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네빌이 더욱 더 힘없이 말했다.
"할머니는 항상 마치뱅스 교수님께 내가 우리 아빠만 못하다고 말해서... 너희들도 성 뭉고 병원에서 우리 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봤지?"
네빌은 복도를 뚫어져라 내려다보았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기만 할 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마법사 병원인 성 뭉고 병원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네빌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편 5학년과 7학년들 사이에서는 집중력을 높이고 머리 회전을 빠르게 하는 보조 약물이나 각성제 따위를 거래하는 암시장이 성행했다. 래번클로의 6학년 학생인 에디 카마이클-그는 지난 여름에 O.W.L.에서 아홉 개의 '특출함'을 받을 수 있는 건 순전히 이 약 덕분이라고 큰 소리를 쳤다-이 권하는 바루피오의 머리 좋아지는 약을 단돈 12갈레온에 0.57리터를 주겠다고 제안하자 론은 해리에게 호그와트를 졸업하고 직장을 잡게 되면 그때 자신 몫의 약값을 갚겠다고 약속하게 돈을 빌렸다. 하지만 그 거래가 끝나기도 전에 헤르미온느가 카마이클의 손에서 약병을 낚아채서 화장실에 몽땅 쏟아 버렸다.
"헤르미온느, 우린 그걸 사고 싶었단 말이야!"
론이 고함을 질렀다.
"바보같이 굴지 마!"
헤르미온느가 호토을 쳤다.
"차라리 해롤드 딩글의 용 발톱 가루를 먹는 게 나을 거야."
"딩글의 용 발톱 가루?"
론이 열렬하게 물었다.
"이젠 더 없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내가 그것도 빼앗앗거든. 그런 건 하나도 효과가 없어. 너도 알잖아."
"용 발톱은 효과가 있어!"
론이 소리쳤다.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래. 두뇌에 활기를 불어넣어서 몇 시간 동안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고 했어. 헤르미온느, 한 번만 먹자, 어서. 문제 될 거 없잖아."
"문제가 돼."
헤르미온느가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성분을 살펴봤는데, 말린 독시 똥이었어."
그 말을 듣자, 해리와 론의 표정은 단번에 질색한 표정을 변했다. 그 모습에 내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다음 변신술 수업 시간에 시험 시간표와 시험 진행에 관한 자세한 설명서를 받았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O.W.L.은 이 주일 동안 계속됩니다."
학생들이 칠판에 적힌 시험 시간과 날짜를 받아 적고 있을 때, 맥고나걸 교수가 입을 열었다.
"오전에는 필기 시험을 치르고 오후에는 실기 시험을 치르게 될 겁니다. 물론 천문한 실기 시험은 밤에 실시될 겁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시험지에는 가장 엄격한 커닝 방지 주문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줘야겠군요. 자동 해답 깃펜은 시험장 안에 가지고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리멤브럴이나 떼어낼 수 있는 커닝용 단추, 자동 수정 잉크도 물론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해마다 자신이 마법사 시험 관리국의 규율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최소한 한 명 이상 나오는 것 같더군요. 나는 부디 그리핀도르에는 그런 학생이 없기만 바랄 뿐입니다. 우리의 새로운 교장 선생님께서는-."
이 이름을 부를 때 맥고나걸 교수의 얼굴에는, 마치 더러운 것을 보았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각 기숙사 사감들에게 부정행위는 심한 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왜나하면 여러분들의 시험 결과가 교장 선생님의 새로운 임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지요."
맥고나걸 교수는 자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장래를 생각해야 하니까요."
"저,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손을 번쩍 들었다.
"결과는 언제 알게 되지요?"
"7월 중에 부엉이가 갈 겁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대답했다.
"신난다. 방학 때까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네."
딘 토마스가 모두에게 들릴 정도의 소리로 속삭였다.
첫 번째 시험인 마법 필기 시험은 월요일 아침에 실시될 예정이었다. 일요일 점심 식사 이후에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게 질문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헤르미온느는 어찌나 안달인지, 한 번 대답을 할 때마다 번번이 그의 손에서 책을 뺏어서는 답이 맞는가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다가 마침내 《마법의 업적》의 날카로운 모서리로 해리의 콧잔등을 세게 치고 말았다.
"차라리 너 혼자서 하지 그래?"
해리는 화를 내며 헤르미온느에게 책을 돌려주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론은 손가락으로 귀를 막은 채, 소리 없이 입술을 달싹이며 거의 2년 분량은 될 법한 마법 수업 노트를 읽고 있었다. 한편 시무스는 마루에 등을 대고 누워서 실체 마법의 정의를 암송하고 있는 동안, 딘은 《표준 마법서(5학년)》를 보고 틀린 곳을 표시해주었다. 기본 이동 마법을 연습하고 있는 패르바티와 라벤더는 책상 가장자리에서 각자 자기 필통으로 경주를 하고 있었다.
그날 밤 저녁 식사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하루 종일 공부를 한 우리는 말없이 왕성하게 먹기만 했다. 한편 헤르미온느는 연신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테이블 밑으로 고개를 숙이고서 책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리곤 책을 꺼내어 숫자나 인물, 사실들을 확인하곤 했다. 론이 그녀에게 충분히 잘 먹어 두지 않으면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할 거라고 충고를 하는 순간, 그녀의 손에서 포크가 맥없이 빠져나와 접시 위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오, 이런 세상에."
헤르미온느가 연회장 입구 쪽을 빤히 쳐다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저 사람들 아니야? 저들이 시험관들이야?"
고개를 들고 그쪽을 쳐다보았다. 대연회장으로 들어오는 문 앞에 엄브릿지가 상당히 늙어 보이는 마녀와 마법사들을 데리고 서 있는 광경이 보였다. 엄브릿지는 상당히 초조해보였다.
"가서 좀더 자세히 볼까?"
론이 말하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연회장으로 들어오는 문을 향해 재빨리 다가갔다. 하지만 일단 문턱을 넘어서자, 태연하게 시험관 옆을 지나가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늦추었다.
"누가 마치뱅스 교수일까?"
"저 마녀 아니야?"
내가 질문을 던지자 해리가 대답했다. 몸집이 자그마하고 등이 굽은 마녀, 마치뱅스 교수의 얼굴은 어찌나 쪼글조글하던지 마치 거미줄로 뒤덮인 것 같았다. 엄브릿지는 그녀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말을 걸고 있었다. 마치뱅스 교수는 약간 귀가 먹은 것 같았다. 겨우 한 걸음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는데도 엄브릿지에게 큰 소리로 대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은 괜찮았습니다, 괜찮아요. 전에도 이런 여행은 많이 했거든요!"
마치뱅스는 약간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덤블도어에게서 소식을 듣지 못했어요!"
마치뱅스는 마치 덤블도어가 당장에라도 빗자루 벽장에서 튀어나오기를 바라는 듯이, 복도를 돌아보았다.
"그가 어디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전혀 모릅니다."
엄브릿지는 계단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는 우리를 사납게 째려보았다. 론은 신발끈을 다시 묶는 척했다.
"하지만 마법부에서 곧 그를 추적해 낼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몸집이 자그마한 마치뱅스 교수가 큰 소리로 말했다.
"덤블도어가 원하지 않는 한 절대로 못 찾을 겁니다! 그가 N.E.W.T. 시험을 치를 때, 내가 직접 변신술과 마버 ㅂ시험을 감옥했지요... 그는 지팡이로 내가 생전 보지도 못한 마법을 부렸답니다."
"네... 그렇군요...."
엄브릿지가 말했다. 한편 우리는 최대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대리석 계단을 올라갔다.
"그럼 여러분을 교직원 숙소로 안내하겠습니다. 긴 여행을 하셨으니 차라도 한 잔 하셔야겠죠."
뒤숭숭한 저녁이었다. 모두들 한 글자라도 더 보려고 기를 쓰고 있었지만, 아무도 열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식사 시간에도 5학년 학생들은 하나같이 별로 말이 없었다. 패르바티는 중얼중얼 주문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 앞에 놓인 소금통이 계속 들썩거렸다. 헤르미온느는 《마법의 업적》을 다시 읽고 있었는데, 어찌나 빨리 읽던지 눈알이 팽팽 돌아가는 것 같았다. 네빌은 계속해서 나이프와 포크를 떨어뜨리거나 마멀레이드 병을 쓰러뜨렸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다른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가는 동안 5학년과 7학년 학생들은 현관 복도로 나갔다. 그리고 아홉 시 삼십 분이 되자, 반별로 차례차례 호명을 받으며 대연회장에 다시 들어갔다. 대연회장은 네 개의 기숙사 테이블은 어디론가 치워지고, 그 자리에는 수많은 개인용 책상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그 책상들은 한결같이 연회장 제일 끝에 있는 교직원 테이블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맥고나걸 교수가 앉아 있었다. 모두들 자리에 앉고 조용해지자, 맥고나걸 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제 시작해도 좋아요."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커다란 모래 시계를 올려놓았다. 테이블 위에는 여분의 깃펜과 잉크병, 그리고 양피지 두루마리가 있었다. 시험지를 넘기고는 깃펜에 잉크를 묻혀서는 적기 시작했다.
두 시간 후에 시험이 끝나자 모두들 연회장을 나왔다.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
헤르미온느가 현관 복도로 나오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녀의 손에는 아직도 시험지가 꼭 쥐어져 있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법에 대해서 제대로 다 썼는지 잘 모르겠어. 시간이 좀 모자랐거든. 너희는 딸꾹질을 멈추게 하는 주문에 대해서 썼니? 너무 많아서 다 쓸 수나 있을지 모르겠더라. 그런데 23번 문제는..."
"헤르미온느, 우리는 전에도 그랬지만 시험이 끝나고 나면 다신 생각 안 할 거야. 시험은 한 번 치르는 것으로 충분해."
론이 단호하게 말했다.
5학년 학생들은 다른 학년 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점심 시간이 되자, 네 개의 테이블이 다시 나타났다). 그런 다음 대연회장 옆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실기 시험을 치르기 위해 자기 이름이 불릴 때까지 기다렸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서 몇몇 학생들이 불려 나가는 동안, 뒤에 남은 학새을은 주문을 외우고 지팡이 동작을 연습했다. 그러다가 이따금 실수로 서로의 눈이나 등을 찌르기고 했다.
"- 에반스, 로라."
플리트윅 교수가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대연회장으로 들어갔다. 마치뱅스 교수가 시키는 공중 부양과 회전, 색깔 바뀌기 마법을 해냈다. 그러자 마치뱅스 교수는 기록장으로 보이는 종이에 깃펜로 쓰는 것을 보고는 대연회장을 나왔다. 현관 복도로 나오자 내일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리핀도르 탑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은 후에 곧장 휴게실로 돌아와서 변신술 시험 공부에 열중했다.
다음날 화요일에는 변신술 필기와 실기 시험을 봤다. 수요일에는 약초학 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험이 있었다. D.A. 회원으로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번 시험은 자신만만하게 시험을 치렀다(뛰어난 실력으로 시험을 치르고 대연회장을 나오자 같이 시험을 보았던 밀리센트 벌스트로드는 툴툴거렸다). 금요일에는 고대 룬 문자 시험이 치렀다.
"어떻게.... 망했어."
헤르미온느는 침울한 표정으로 울적한 모습으로 휴게실로 걸어가는 모습을 응시했다(엄브릿지 사무실을 지나갈 때,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는 엄브릿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휴게실로 들어가자 론과 해리가 마법사 체스 게임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룬 시험은 어땠어?"
론이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나는 'ehwaz'를 잘못 해석했어."
헤르미온느가 투덜거렸다.
"그건 '방어'가 아니라 '협력'이라는 뜻인데, 'eihwaz'와 헷갈렸어."
"그럼 그거 하나만 틀렸겠구나. 그래도 넌 여전히-."
론이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다.
"입 닥쳐!"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당락이 결정 나는 거야. 게다가 누군가 또 다시 엄브릿지의 방에 니플러를 집어넣었어. 도대체 어떻게 새로 만든 문을 뚫고 그걸 거기에 집어넣는지 모르겠어. 방금 그 앞을 지나왔는데, 엄브릿지가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 그 소리를 봐서는 니플러가 그녀의 다리라도 물어뜯으려고 했나 봐."
"잘됐네."
해리와 론이 동시에 말했다.
“잘된 게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냈다.
“엄브릿지는 해그리드가 그런 줄 생각한다고. 기억나? 우린 해그리드가 쫓겨나길 원하지 않잖아!”
“해그리드는 지금 수업을 하고 있단 말이야. 엄브릿지도 그를 범인으로 몰 수는 없어.”
해리가 창밖을 가리켰다.
“오, 넌 정말 가끔씩 너무 순진하구나, 해리. 넌 엄브릿지가 정말로 증거가 나오기를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니?”
헤르미온느는 마음껏 성질을 부리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말하고는 여학생 침실로 달려 올라가더니 쾅 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저 아가씨, 참 착하고 상냥하기도 하지!”
론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자신의 여왕을 앞으로 움직여서 해리의 나이트를 잡았다.
헤르미온느의 저기압은 주말 내내 계속되었다. 하지만 월요일에 있을 마법 약 시험공부를 해야 했기에 우리는 신경쓰지 않았다. 마법 약 시험도 자신만만하게 적은 것 같았다. 필기시험도 문제없고 말이지. 세베루스가 없어서인지 네빌과 해리는 마음 편안히 마법 약을 만드는 것을 바라보고는 곧 내 냄비를 쳐다보았다.
“이제 겨우 네 과목만 남았구나.”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돌아가면서 패르바티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겨우 네 과목이라고!”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난 산술점 시험도 쳐야 해. 그리고 아마 그건 가장 어려운 과목일 거야!”
그녀의 말에 대꾸를 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었다. 결국 헤르미온느는 어느 누구에게도 화풀이를 하지 못한 채, 1학년 학생에게 휴게실에서 너무 크게 웃었다고 잔소리를 퍼붓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화요일에는 신비한 동물 돌보기 시험을 쳤다. 실기 시험은 그날 오후에 금지된 숲 근처 잔디밭에서 치러졌다. 학생들은 열두 마리의 고슴도치들 사이에 숨어 있는 크날을 정확하게 구별해 내야 했다(요령은 그들에게 차례로 우유를 주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마법 효능이 있는 털을 지닌 크날은 대단히 의심이 많아서 자신들에게 독약을 먹이려는 듯한 시도를 하는 것 같으면 대개 난폭해졌던 것이다). 보우트러클을 다루는 정확한 방법을 시연하라는 것과 파이어 크랩을 심각한 화상을 입지 않고 먹이고 씻기는 법, 그리고 여러 가지 먹이 중에서 아픈 유니콘에게 줄 수 있는 먹이를 선택하라는 문제가 이어졌다. 해그리드가 걱정스런 얼굴로 오두막집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안심하라는 듯이 그쪽을 향해 웃고는 시험관이 ‘가라’는 말에 성으로 몸을 돌렸다.
수요일 오전에는 천문학 필기 시험을 치르고 실기 시험은 밤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대신 오후에는 점술 시험을 쳤다.
“우린 평생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거야.”
대리석 계단을 내려오며 론이 우울하게 말했다.
“우리는 이런 한심한 과목을 듣지 말았어야 했어.”
해리가 말했다.
“지금이라도 포기할 수는 있어.”
“그래, 더 이상 목성과 천왕성이 너무 가까워졌을 떼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 관심 있는 척이라도 말자.”
“이제부터는 내 찻임 점이 죽는다, 론, 죽는다라고 나와도 상관하지 않을래. 나는 찻잎이 들어 있는 통을 내버릴 거야.”
해리가 큰 소리로 깔깔 웃고 있을 때, 헤르미온느가 우리의 뒤를 쫓아서 달려왔다. 해리는 얼른 웃음을 멈추었다. 혹시 헤르미온느가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산술점 시험은 무사히 잘 칠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우리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을 먹기 전에 별자리표를 잠깐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 그런 다음에.....”
11시가 되어 천문탑 꼭대기에 올라갔을 때, 구름 한 점 없는 고요한 밤하늘은 별을 관측하기에 완벽한 상태였다. 대지는 은색 달빛에 잠겨 있었고 공기는 약간 쌀쌀했다. 학생들은 제각기 망원경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마치뱅스 교수가 지시를 내리면, 텅 빈 별자리표를 채워 넣었다. 마치뱅스 교수와 머리가 벗겨진 시험관-그가 토프티 교수라고 해리가 알려주었다-는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이 관측한 별들과 위성들의 정확한 위치를 기입했는지 살펴보았다. 양피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깃펜 긁적거리는 소리, 이따금씩 망원경의 위치를 바로잡기 위해 삐걱거리는 소리 이외에는 온 사방이 조용했다. 성의 창문을 밝히던 불빛이 하눋ㄹ씩 꺼지며 운동장 위에 반사되어 깜빡이던 네모난 황금빛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망원경으로 금성을 살펴보고 있을 때,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불빛이 흘러나와 대리석 계단과 잔디밭 위를 비추었다. 망원경의 위치를 조금 바꾸면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대여섯 개쯤 되는 긴 그림자가 불빛을 받아 빛나는 잔디밭 위로 어른거리더니 곧 문이 닫히고 또다시 주위가 온통 깜깜해졌다. 그 그림자들은 잔디밭 위를 걷고 있었다. 다섯 명의 그림자 중 제일 땅딸막한 사람이 제일 앞장서서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텅 빈 운동장에 쿵쿵 하고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곧바로 커다란 개가 짖는 소리가 약하게 들려왔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창문 쪽으로 망원경을 돌렸다. 오두막집 문이 열리고 다섯 명이 문턱을 넘어가고 정적이 찾아들었다.
저 멀리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어둠 속을 울려 퍼져서 천문탑 꼭대기까지 들렸다. 주위에 있는 몇몇 아이들이 망원경 뒤에서 목을 길게 빼고 해그리드의 오두막 쪽을 살펴보았다.
“시험에 집중하도록 하세요, 여러분.”
시험관이 마른기침을 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시 망원경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쪽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에헴- 이십 분 남았습니다.”
바로 그때 운동장에서 쾅 하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몇몇 사람들이 “어이쿠.”하고 소리를 질렀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문이 활짝 열려 있고 환한 불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해그리드의 모습을 똑독히 볼 수 있었다.
“해그리드!”
해그리드는 다섯 사람에게 둘러싸인 채,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가느다란 붉은 불빛들이 그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다섯 사람 모두 그에게 기절 마법을 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안 돼!”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학생!”
시험관이 황당하고 기가 막힌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은 시험 시간이에요!”
하지만 더 이상 아무도 별자리표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붉은 불빛은 여전히 해그리드의 오두막 주변에서 어른거리고 있었지만, 주문이 다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해그리드는 여전히 멀쩡하게 서서 싸우고 잇었다. 고함 소리와 함성이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한 남자가 소리쳤다.
“해그리드, 진정하게!”
“진정은 무슨 빌어먹을 진정!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도울리쉬!”
해그리드가 고함을 질렀다. 해그리드를 지키려고 애를 쓰는 팽의 작은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팽은 해그리드를 둘러싼 마법사들을 향해 끊임없이 덤벼들다가 기절 주문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해그리드는 분노에 찬 고함을 한 번 내지르더니 범인을 번쩍 들어서 내던져 버렸다. 그 사람은 3미터쯤 나가떨어져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헤르미온느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고 론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저것 봐!”
패르바티가 난간 위로 몸을 숙이고 성 밑을 가리켰다. 또다시 성문이 열리더니 어두운 잔디밭 위로 더 많은 불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길고 검은 그림자가 잔디밭 위에 어른거렸다.
“이제 겨우 16분밖에 남지 않았어요!”
시험관이 걱정스럽게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집 옆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는 누군가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짓을!”
그 그림자는 소리치며 달려갔다.
“어떻게 이런 짓을!”
“맥고나걸 교수야!”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둬! 내버려 두라고!”
맥고나걸 교수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 울려 퍼졌다.
“무슨 이유로 그를 공격하는 거지? 그는 아무 짓도 안 했어, 아무 짓도 안 했다고!”
그 순간 헤르미온느와 패르바티, 라벤더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오두막집 근처에 잇던 네 사람이 한꺼번에 맥고나걸 교수를 향해 기절 마법을 쏜 것이다. 오두막집과 성의 중간 지점에서 붉은 광선이 그녀와 충돌했다. 잠깐 동안 그녀는 번쩍 빛을 발하며 붉은 섬광처럼 타오르는 것 같았다. 잠시 후 허공에 붕 뜨더니 털썩 땅에 떨어져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세상에 이럴 수가!”
시험관이 소리쳤다. 그마저도 시험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경고도 없이! 부당한 짓이야!”
“비겁한 놈들!”
해그리드가 울부짖었다. 그의 목소리는 탑 꼭대기까지 똑똑히 들렸다. 성 안에서도 다시 여기저기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비겁하고 못된 놈들! 어떻게 저런- 저런-.”
“오, 안 돼-.”
헤르미온느가 입을 딱 벌렸다. 해그리드가 제일 가까이 서 있는 공격자들에게 힘껏 주먹을 두 방 날린 것이다. 단박에 쓰러진 골을 보아서 정통으로 얻어맞은 모양이었다. 해그리드가 허리를 숙이고는 어깨에 뭔가를 짊어지고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어깨에 축 늘어진 것이 팽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 놈을 잡아, 잡아!”
엄브릿지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남은 한 명도 해그리드의 주먹이 닿을 거리까지 다가기기가 몹시 꺼려지는 것처럼 보였다. 황급히 뒤로 물러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동료들 중의 한 명에게 발이 걸려 넘어져 버렸다. 해그리드는 팽을 짊어진 채, 달리기 시작햇다. 엄브릿지는 그를 향해 최후의 기절 마법을 쏘았지만 빗나가고 말았다. 해그리드는 저 멀리 떨어진 정문을 향해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곧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모든 사람들이 입을 딱 벌린 채, 멍하니 운동장을 지켜보는 동안, 토프티 교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음.... 오 분 남았어요, 여러분.”
별자리표를 빠르게 채워놓고 시험 시간이 끝나자 허둥지둥 망원경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나선형 계단을 쏜살같이 내려왔다. 곧장 자러 가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 모두 계단 밑에 모여서 방금 목격한 일들을 큰 소리로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정말 사악한 여자야!”
헤르미온느는 너무 화가 나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밤중에 해그리드를 몰래 급습하려고 하다니!”
“트릴로니 때처럼 또 다른 소동이 일어나는 걸 피하려고 했던 게 분명해.”
어니가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면서 아는 척을 했다.
“해그리드 정말 잘 싸우더라, 안 그래?”
론은 감탄했기보다는 오히려 굉장히 놀란 것 같앗다.
“어떻게 주문이 그렇게 튕겨 나올 수가 있지?”
“거인의 피가 흘러서 그럴 거야. 거인에게 기절 주문을 걸기란 아주 어려워. 거인은 트롤과 같아서 정말 억세거든.”
내가 말했다.
“가엾은 맥고나걸 교수님, 기절 주문을 가슴에 네 방이나 맞았으니... 이제 교수님은 그렇게 젊지도 않은데,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서운 일이야, 무서워.”
어니가 머리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난 그만 자러 갈래. 모두 잘 자.”
주위에 서 있던 사람들은 방금 본 일에 대해서 요란하게 떠들면서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어쨌든 그들은 해그리드를 아즈카반으로 데려가지는 못했어.”
론이 말했다.
“해그리드는 덤블도어 교수님과 합세했을 거야, 안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헤르미온느는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 너무 끔찍해. 난 정말로 덤블도어 교수님이 금방 돌아오실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제는 해그리드까지 떠나 버렸으니...”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터벅터벅 걸어 돌아갔다. 휴게실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운동장에서 벌어진 소동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다른 친구들을 황급히 깨운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휴게실로 돌아온 시무스와 딘이 천문탑 꼭대기에서 보고 들은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런데 해그리드가 왜 쫓겨난 거야?”
안젤리나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물었다.
“트릴로니와는 다르잖아. 올해 들어 해그리드는 평소보다 훨씬 더 잘 가르쳤는데!”
“엄브릿지는 혼혈 인간을 증오해.”
헤르미온느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신랄하게 말했다.
“그 여자는 언제든 해그리드를 쫓아내려고 했었어.”
“그리고 자기 방에 니플러들을 넣은 것이 해그리드라고 생각했어.”
케이티가 목청을 높였다.
“오, 제기랄.”
리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탄식했다.
“방에 니플러를 집어넣은 건 나야. 프레드와 조지가 나에게 두 마리를 남겨 주고 갔거든. 내가 그걸 공중 부양시켜서 창문으로 집어넣은 건데....”
“어쨌거나 엄브릿지는 해그리드를 내쫓았을 거야. 덤블도어와 너무 가까웠으니까.”
딘이 말했다.
“그건 사실이야.”
해리가 내 맞은편, 헤르미온느의 옆 자리에 앉았다.
“맥고나걸 교수님이 무사하셔야 할 텐데.”
라벤더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들이 교수님을 다시 성으로 데려갔어. 우리가 기숙사 창문을 통해 봤는데, 굉장히 안 좋아 보였어.”
콜린이 말했다.
“폼프리 부인이 고쳐 주실 거야. 아직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잖아.”
앨리샤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휴게실 안이 조용해졌다. 마지막 시험인 마법의 역사를 그날 오후에 치를 예정이었기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야했다. 잠을 자도 세 시간 후에 다시 일어나야 했었으므로 매우 졸렸다. 아침을 먹고 잠자리에 들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마법의 역사 책을 살펴보았다(졸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말이다).
오후 두 시에 5학년들은 대연회장으로 들어가서 시험지를 앞에 놓고 자리에 앉았다.
“시험지를 펼치세요.”
연회장 앞에 선 마치뱅스 교수가 커다란 모래시계를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제 시작해도 좋아요.”
몰려오는 잠을 쫓으면서 눈을 부릅 뜨고는 문제를 읽고는 깃펜을 움직였다.
시험이 거의 끝날 갈 때, 누군가 크게 고함을 질렀다. 그 고함 소리가 대연회장에 가득 울려 퍼졌고 곧 누군가 차가운 대리석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쪽을 보자 해리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해리!”
나를 포함해서 대연회장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토프티 교수가 해리를 부축하고 현관 복도로 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응시했다. 해리는 늙은 마법사에게 뭐라고 말을 하자 늙은 마법사가 대연회장으로 돌아왔고 문이 닫혔다. 시험지를 집중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종이 울리자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대러석 계단을 올라가려고 할 때, 해리가 대리석 계단 꼭대기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허둥지둥 그에게 다가갔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그를 보자마자 몹시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소리질렀다.
“무슨 일이야? 괜찮니? 어디 아픈 거야?”
“어디 갔었어?”
론이 물었다.
“나를 따라와, 어서.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
해리가 재빨리 말했다. 해리는 우리를 이끌고 1층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여기저기 교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빈 교실을 발견하자 얼른 뛰어 들어갔다. 그는 우리가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황급히 문을 닫더니, 문에 등을 기댄 채 마주 보고 말했다.
“볼드모트가 시리우스를 붙잡았어.”
“뭐라고?”
“그걸 네가 어떻게-?”
“봤어, 방금. 시험 도중에 잠이 들었거든.”
“하지만-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헤르미온느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어딘지는 정확히 알고 있어. 그곳은 미스터리 부서에 있는 어느 방이야. 그 방은 작은 유리 구슬들이 놓여 있는 진열장들로 가득 차 있어. 그리고 그들은 97번째 줄 끝에 있어.... 그는 그곳에서 자기가 원하는 무언가를 시리우스가 가져오도록 시키려고 하고 있어... 고문을 하고 있는 중이야... 결국에는 그를 죽일 거라고 말했어!”
해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책상 앞으로 걸어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가 거기에 어떻게 갈 수 있지?”
해리가 묻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침묵 끝에 론이 입을 열었다.
“거- 거기를 간다고?”
“미스터리 부서로 가야 시리우스를 구해 낼 수가 있지!”
해리가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해리....”
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 왜?”
해리가 재촉했다.
“해리...”
헤르미온느는 다소 겁먹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 볼드모트가 어떻게...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마법부로 들어갈 수 있겠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거기에 가느냐 하는 거야!”
“하지만... 해리, 한번 생각해 봐.”
헤르미온느가 그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며 말했다.
“지금은 오후 다섯 시야... 마법부는 틀림없이 직원들로 가득 차 있을 거라고. 그런데 어떻게 볼드모트와 시리우스가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고 거기까지 들어갈 수가 있겠어? 해리... 그 두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현상금이 많이 걸린 마법사들일 거야... 그런데 오러들이 잔뜩 있는 건물에 두 사람이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도 모르겠어. 볼드모트가 투명 망토나 뭐 그런 걸 사용했겠지!”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어쨌든 내가 갔을 때마다 미스터리 부서는 항상 텅 비어 있었어.”
“해리, 넌 한 번도 거기에 가 본 적이 없잖아.”
헤르미온느가 침착하게 말했다.
“넌 그 장소에 대해서 꿈을 꾸었을 뿐이야. 그게 다야.”
“그건 보통 꿈이 아니었어.”
“그게 함정이면 어떻게 할래?”
쭉 가만히 있었던 내가 해리를 향해서 질문을 던졌다.
“너만 볼드모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 사실을 볼드모트가 알아차려서 그 생각을 일부로 너 쪽으로 흘러 넘기고 있다면? 그게 함정이면 어떻게 할 거야? 게다가 시리우스는 그리몰드 광장에 갇혀 있어. 볼드모트는 그를 잡을 수가 없어.”
내가 말했다.
“시리우스가 잠깐 바람을 쐬고 싶어서 밖으로 뛰쳐나왔을지도 몰라.”
론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오랫동안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었으니까 말이야.”
“그건 덤블도어의 명령에 위반하는 행동이야! 난 그가 그런 경솔한 행동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그 무기라는 것을 왜 시리우스를 통해서 손에 넣으려고 하는 거지?”
“나도 몰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볼드모트가 보기에 시리우스라면 다쳐도 상관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
“얘들아, 지금 방금 생각난 게 있는데-.”
론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시리우스의 동생은 죽음을 먹는 자였잖아, 안 그래? 어쩌면 시리우스에게 그 무기를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 주었을지 몰라!”
“그래. 그래서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토록 시리우스를 항상 가두어 놓으려고 했던 건지도 몰라!”
해리가 말했다.
“이봐, 미안하지만 너희 두 사람 다 말이 안 돼. 우리에겐 아직 어떤 증거도 없어. 볼드모트와 시리우스가 정말로 거기에 있었다는 증거조차 없단 말이야.”
“헤르미온느, 해리가 그들을 봤다고 하잖아!”
론이 헤르미온느를 돌아보며 말했다.
“.... 그건 확증할 수 없어. 볼드모트는 널 잘 알아, 해리. 그는 너를 유혹하기 위해서 지니를 비밀의 방까지 데리고 갔어. 그게 볼드모트의 방식이지. 그 작자는 네가 틀림없이 시리우스를 도와주기 위해 찾아갈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거야. 만약 널 미스터리 부서로 끌어들이기 위한 술수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로라, 그자가 날 그곳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맥고나걸 교수님은 성 뭉고 병원으로 실려 가셨어. 이제 호그와트에는 우리가 이 사실을 말할 수 있는 기사단 단원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아. 우리가 가지 않으면, 시리우스가 죽는단 말이야!”
해리는 짜증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헤르미온느는 깜짝 놀라서 그만 뒤로 물러섰다.
“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
해리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내가 이해를 하지 못한다고? 해리의 말에 기가 차서는 눈물이 그렁그렁 나올 것을 참아냈다.
“난 악몽을 꾼 게 아니야. 단순한 꿈을 꾼 게 아니라고! 넌 이런 오클러먼시를 왜 배운다고 생각하니?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무엇 때문에 내가 그런 걸 보지 않기를 원하신다고 생각하지? 그건 그 꿈이 진짜이기 때문이야. 시리우스는 덫에 걸렸어. 나는 그의 모습을 보았어. 볼드모트에게 붙잡혔고 이 일은 아무도 몰라. 즉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는 거야.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알아, 그래도 난 갈 거야.”
“... 영웅 콤플렉스니? 아니면 구원자 콤플렉스라고 있는 거야? 왜-.”
나는 말을 하다가 교실 문이 열리자 입을 다물었다. 우리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나는 빠르게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쳤다). 지니가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고, 바로 그 뒤를 이어서 루나가 나타났다. 그녀는 늘 그렇듯이 그저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처럼 무심한 얼굴이었다.
“안녕.”
지니가 머뭇거리며 인사를 했다.
“해리의 목소리를 들었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소리를 질렀니?”
“상관할 것 없어.”
해리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지니가 눈썹을 추켜올렸다.
“그런 식으로 말할 것까지는 없잖아.”
지니가 쌀쌀맞게 쏘아붙였다.
“난 그저 혹시 도와줄 일이 없을까 생각했을 뿐이야.”
“없어.”
해리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우리에게 좀 무례한 거 아니니?”
루나가 태평스럽게 말했다. 해리는 욕을 하며 휙 돌아섰다.
“기다려.”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해리... 기다려. 얘들이 도움이 될 거야. 내 말 좀 들어 봐. 해리, 우린 시리우스가 정말로 기사단 본부를 떠났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야만 해.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설명했다.
“내가 말했잖아. 내 눈으로 똑똑히-.”
“해리, 제발 부탁이야.”
헤르미온느가 간절하게 말했다.
“런던으로 떠나기 전에 시리우스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 그것만 확인해 보도록 하자. 만약 그가 집에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우리도 더 이상 널 말리려고 하지 않을게. 약속해. 그리고 우리가 같이 갈 거야. 시리우스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어.”
“지금 시리우스는 고문을 당하고 있어! 우린 지금 낭비할 시간이-.”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만약 이게 보-볼드모트의 술수라면? 해리, 우린 먼저 확인을 해야 해. 확인을 해야-.”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확인을 할 수 있단 말이야?”
해리가 따져 물었다. 그 말에 심호흡을 해서 치밀러 오르는 화를 진정시켰다.
“엄브릿지의 벽난로를 이용해서 그와 접촉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헤릠온느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우리가 다시 한 번 엄브릿지를 밖으로 유인해 낼게. 하지만 망을 볼 사람이 필요해. 지니와 루나의 도움을 받아야겠어.”
“그래, 우리가 망을 볼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영문인지 알 수 없어서 어리둥절하면서도 지니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너희들이 말하는 시리우스가 스터비 보드맨이니?”
루나가 불쑥 딴소리를 했다. 하지만 모두들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좋아. 네가 그 일을 재빨리 해치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낸 다면, 나도 네 의견을 따르겠어. 그렇지 않으면 난 지금 당장 미스터리 부서로 갈 거야.”
해리가 도전적으로 말했다.
“미스터리 부서라고?”
루나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거길 어떻게 가려고 하니?”
또다시 해리는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좋아.”
헤르미온느는 두 손을 비비 꼬면서 책상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좋아... 그러니까... 우리 중의 한 사람이 엄브릿지를 찾아가는 거야. 그리고-, 그리고 그녀를 엉뚱한 방향으로 유인하는 거지. 방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말이야. 뭐라고 말할까- 잘 모르겠지만- 피브스가 또 뭔가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든가 뭐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건 내가 할게.”
론이 재빨리 나섰다.
“피브스가 변신술 교실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할 거야. 그곳은 엄브릿지의 방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잇잖아. 혹시 가다가 피브스를 만나면 진짜로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좋아.”
헤르미온느는 이마를 잔뜩 찌푸린 채, 계속 왔다 갔다 했다.
“그 다음에는 우리가 방에 들어가는 동안, 학생들이 근처에 오지 못하도록 막아야만 해. 혹시 슬리데린 아이들이 보면 틀림없이 엄브릿지에게 달려가서 고자질을 할 테니까.”
“루나와 내가 복도 양쪽 끝에 서 있을게.”
지니가 얼른 제안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이쪽으로 내려오지 말라고 경고하지 뭐. 누군가가 질식 가스를 잔뜩 발사해 놓았다고 말이지.”
헤르미온느는 지니가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거짓말을 술술 꾸며 대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지니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변명하듯이 말했다.
“사실은 프레드와 조지가 떠나기 전에 그런 장난을 칠 계획을 세웠었어.”
“좋아. 그럼 해리, 너와 나 그리고 로라는 투명 망토를 쓰고 방에 몰래 들어가도록 하자. 너는 시리우스와 이야기를 하고-.”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헤르미온느, 시리우스는 거기 없다니까!”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로라와 내가 망을 보는 동안 시리우스가 거기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라는 거야. 너 혼자 방에 들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아. 니플러 사건을 통해서 창문이 허점이라는 사실을 리가 이미 증명했잖아.”
“어... 고마워.”
해리가 중얼거렸다.
“좋아. 모든 일이 계획대로 잘 된다고 해도, 오 분 이상 엄브릿지를 막을 수는 없을 거야.”
헤르미온느는 해리가 이 계획을 받아들여서 정말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필치와 그 망할 놈의 감사 위원회가 얼씬거리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이야.”
“오 분이면 충분해. 자, 어서 가자.”
해리가 재촉했다.
“지금 당장?”
헤르미온느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물론 지금 당장 가야지!”
해리가 화를 냈다.
“그럼 우리가 저녁 식사 후나 뭐 그때까지 기다릴 거라고 생각한 거야? 헤르미온느, 시리우스는 지금 고문을 당하고 있단 말이야!”
“나- 나는... 좋아.”
헤르미온느가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럼 너는 가서 투명 망토를 가지고 와. 우리 모두 엄브릿지의 방 복도 끝에서 만나는 거야, 알았지?”
해리는 대답 대신 번개처럼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괜찮을 거야, 로라.”
불안한 내 마음을 알아차린 헤르미온느가 말해주었다.
“... 그래주면 좋겠어. 그의 큰 개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그냥 개꿈이면 좋겠어.”
나는 말하고는 엄브릿지의 사무실이 있는 복도로 향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해리가 계단을 훌쩍 뛰어내려서 우리에게 달려왔다. 우리는 엄브릿지의 방이 있는 복도 끝에 둥글게 모여 있었다.
“다 됐어, 그럼 시작할 준비가 된 거지?”
해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좋아.”
6학년 학생들 한 무리가 시끄럽게 떠들며 옆을 지나가자, 헤르미온느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럼 론, 너는 어서 가서 엄브릿지를 밖으로 불러내도록 해. 지니, 루나, 너희들은 사람들이 복도를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시작하고... 해리와 나와 로라는 망토를 쓴 채, 주위가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릴게.”
론이 먼저 씩씩하게 걸어갔다. 잠시 후에 그의 빨간 머리카락이 복도 끝 오른쪽에서 보였다. 한편 반대 방향에서는 똑같이 붉게 타오르는 지니의 머리가 모여든 학생들 틈에서 어른거렸다. 그리고 루나의 금발이 바로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쪽으로 와.”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손목을 잡아끌고 못생긴 중세 마법사의 두상이 세워져 있는 벽의 후미진 곳으로 들어갔다. 마법사 석상은 기둥 받침대 위에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해리, 너 괜찮니? 아직도 얼굴이 창백해 보여.”
“난 괜찮아.”
해리는 가방에서 투명 망토를 꺼냈다.
“이리 와.”
해리는 머리 위로 투명 망토를 덮어씌웠다. 그리고 연신 라틴어를 중얼거리고 있는 석상 너머로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며 서 있었다.
“이쪽으로 오면 안 돼!”
지니가 학생들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회전 계단을 통해서 돌아가도록 해. 누군가 여기에 질식 가스를 발사했어.”
학생들이 불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명은 부루퉁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가스 같은 건 보이지도 않는데.”
“그건 색깔이 없는 가스라서 그래.”
지니가 짜증스럽고 신경질적인 어조로 말했다.
“네가 정 그렇게 여기를 지나고 싶다면, 어디 한번 지나가 봐. 그럼 우리 말을 믿지 못하는 또 다른 멍청이에게 네 몸을 증거로 보일 테니까.”
모여 있던 사람들이 차츰 사라졌다. 잠시 후에는 질식 가스에 대한 소문이 사방에 퍼졌는지, 더 이상 사람들이 이 길로 오지 않았다. 마침내 주위가 완전히 조용해지자,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해리, 이제 가는 게 좋겠어. 어서, 빨리 하자.”
투명 망토를 뒤집어쓴 채, 앞으로 걸어갔다. 루나는 복도 저쪽 끝에 돌아서 있었다. 지니의 옆을 지날 때,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잘해... 신호 보내는 거 잊지 마.”
“무슨 신호인데?”
엄브릿지의 방문 앞으로 다가가면서 해리가 물엇다.
“엄브릿지가 돌아오는 걸 보면, ‘위즐리는 우리의 왕’이란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기로 했어.”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해리는 시리우스의 주머니칼을 문과 벽 사이의 틈으로 밀어 넣었다. 딸깍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잔뜩 구민 고양이들이 그들의 접시를 따끈하게 해주고 있는 늦은 오후의 햇살 속에서 일과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것 이외에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헤르미온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번째 니플러 침입 사건 이후로 엄브릿지가 혹시 또 다른 보안 장치를 해 놓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투명 망토를 벗고 우리는 지팡이를 뽑아서 경계를 했다. 해리는 쏜살같이 벽난로로 달려가서 플루 가루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가루를 벽난로 안으로 뿌렸다. 반짝이는 초록색 불꽃이 확 피어올랐다. 해리는 재빨리 무릎을 꿇고 앉아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그리몰드 광장 12번지!”
그가 소리를 질렀다.
해리가 벽난로를 통해서 시리우스와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엄브릿지와 감사 위원회 위원들이 벌컥 들어왔다. 감사 위원회 중 덩치가 큰 밀리센트 벌스트로드가 빠르게 다가와 헤르미온느를 벽에 밀어붙였다.
“엑스펠리아르무스!”
팬시가 주문을 외치고는 내 지팡이를 빼앗아서 갔다. 엄브릿지는 해리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벽난로 밖으로 끌어냈다.
“벌써 두 번이나 니플러에게 당했는데, 내가 또다시 더럽고 지저분한 동물들이 내 방에 몰래 들어오도록 내버려 둘 것 같더냐?”
엄브릿지느 ㄴ해리의 목을 더욱더 뒤르 젖히며 속삭였다.
“지난번 니플러가 들어온 뒤로 나는 문 주위에 보안 경보 마법을 걸어 놓았지, 이 멍청한 꼬마야. 그의 지팡이를 집어.”
엄브릿지가 말포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말포이는 해리의 가슴 주머니 속을 파고들더니 지팡이를 꺼내 갔다.
“저 애 것도....”
말포이는 헤르미온느의 지팡이를 빼앗아갔다. 나는 그 모습에 혀를 찼다.
“너희들이 왜 내 방에 들어왔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엄브릿지는 그의 머리를 마구 쥐고 흔들었다. 해리는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파-파이어볼트를 가지러 왔어요!”
해리가 소리 높여 외쳤다.
“거짓말.”
엄브릿지는 또다시 해리의 머리를 흔들었다.
“너도 잘 알다시피, 네 파이어볼트는 엄격한 감시 하에 지하 감옥에 보관되어 있다, 포터. 그런데 넌 내 벽난로에 머리를 박고 있었잖아. 도대체 누구랑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거지?”
“아무도-.”
해리는 어떻게든 엄브릿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거짓말!”
엄브릿지가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는 그를 옆으로 휙 떠밀었다. 해리는 책상에 쿵 하고 부딪혔다. 말포이는 창틀에 기대서서 이죽이죽 웃으며 해리의 지팡이를 한 손으로 높이 던졋다가 다시 받곤 했다.
밖에서 잠시 소란스런 소리가 들리더니, 덩치 큰 슬리데린 학생들 몇 명이 론과 지니, 루나 그리고 네빌, 로우를 끌고 들어왔다. 크레이브에게 목이 졸린 네빌은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로우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 모두 입에 재갈이 물려 있었다.
“모두 잡아 왔습니다.”
워링턴이 론을 방 안으로 거칠게 떠밀며 말했다.
“이 녀석들은(그는 뭉특한 손가락으로 네빌과 로우를 가리켰다) 제가 저 아이를(그는 지니를 가리켰다) 잡으려고 할 때 방해했습니다.”
지니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덩치 큰 슬리데린 여학생의 정강이를 걷어차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데리고 왔습니다.”
“잘했다, 잘했어.”
엄브릿지는 몸부림을 치는 지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조만간 호그와트에서 위즐리네 씨가 마르겠군.”
말포이가 아첨하듯이 큰 소리로 웃어 댔다. 엄브릿지는 만면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무명천이 덧씌워진 안락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꽃밭에 앉은 두꺼비처럼 자신의 포로들을 껌벅껌벅 쳐다보았다.
“레스트랭, 넌 잘못된 선택을 한 거다.”
로우를 보면서 워링턴이 말했다.
“난 너희처럼 비열하고 비겁하고 다른 사람의 권력에 아첨하는 놈이 아니거든. 그래서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든 말든 너랑 뭔 상관인데. 그리고 난 내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로우는 같은 슬리데린 기숙사인 그에게 차갑게 말했다. 엄브릿지가 헛기침을 하자 워링턴이 입을 다물었다.
“포터, 넌 내 방 주위에 망을 서게 하고 이 허풍선이를 보내서-.”
엄브릿지는 론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말포이는 더욱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나에게 피비스가 변신술 교실에서 한바탕 소동을 부리고 있다고 말하게 했지. 그때 피브스는 학교에 있는 모든 망원경 렌즈에 잉크를 칠하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는 걸 내가 뻔히 알고 있는데, 필치씨가 나에게 그 사실을 보고해 준 바로 다음 순간에 말이지. 분명히 누군가와 꼭 이야기할 일이 있었겠지? 알버스 덤블도어냐? 아니면 그 잡종 해그리드냐? 미네르바 맥고나걸은 아니겠지, 아직도 병세가 나빠서 어느 누구와도 전혀 이야기를 못한다고 하던데.”
이 말을 듣자, 말포이와 다른 몇몇 감사 위원회 위원들이 더욱더 큰소리로 웃었다. 해리는 증오심과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누구랑 이야기를 하든 상관하지 마세요.”
해리가 이를 갈며 말했다. 축 늘어졌던 엄브릿지의 얼굴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좋아.”
엄브릿지는 소름 끼치게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좋아, 포터군... 나는 자네에게 자진해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 하지만 자네는 거절했지. 이제 강제로 자백을 받아내는 수박에 없겠군. 드레이코, 스네이프 교수를 모셔 와라.”
말포이는 해리의 지팡이를 자신의 옷 속에 집어넣고 이죽이죽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론과 다른 아이들은 붙잡고 있기 위해서 슬리데린 학생들이 버둥거리며 몸싸움을 벌이는 소리 이외에는 침묵만 이어졌다. 목 조르기를 하려는 워링턴에게 반항하던 론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려 엄브릿지의 방 양탄자 위로 떨어졌다. 지니는 아직도 자신의 팔뚝을 꽉 움켜쥐고 있는 6학년 여학생의 발을 밟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크레이브에게 목이 졸려 버둥거리는 네빌의 얼굴은 점점 더 보라색으로 변해다. 헤르미온느는 밀리센트 벌스트로드를 밀쳐 내려고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오직 루나와 로우만이 자신을 붙잡고 있는 학생 옆에 서서 멍하니 창 밖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마치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더 이상 흥미를 잃었다는 표정이었다. 해리와 엄브릿지는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바깥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고 말포이가 세베루스의 뒤를 바싹 쫓아서 방으로 들어왔다.
“교장 선생님, 저를 부르셨나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그는 짝을 지어 몸싸움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 스네이프 교수님.”
엄브릿지는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리타셀룸이 한 병 더 필요해서 말이죠. 가능한 빨리 구해주시면 좋겠군요.”
“지난번에 포터를 심문한다면서 제게 마지막 남은 한 병을 가져가셨습니다.”
세베루스는 기름이 잔뜩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로 그걸 다 써 버리신 건 아니겠죠? 세 방울이면 충분할 거라고 미리 말씀드렸는데요.”
엄브릿지의 얼굴이 빨개졌다.
“좀더 만들 수 있겠죠, 그렇죠?”
화가 낫을 때에는 늘 그렇듯이, 엄브릿지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간드러졌다.
“물론이죠.”
스네이프는 입술을 말며 대답했다.
“하지만 오나전히 숙성하려면 꼬박 한 달이 걸립니다. 그러므로 약 한 달 뒤에는 준비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한 달이라고요?”
엄브릿지가 두꺼비처럼 몸을 잔뜩 부풀리며 소리쳤다.
“한 달이라니요? 난 오늘 저녁에 필요해요, 스네이프! 방금 포터가 내 벽난로를 통해서 누군가와 연락을 하는 걸 붙잡았단 말입니다!”
“정말요?”
스네이프가 처음으로 관심을 나타내며 해리를 돌아보았다.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군요. 포터는 학교 규칙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인 적이 없으니까요.”
“난 그를 심문하고 싶단 말이오!”
엄브릿지가 화를 나서 다시 한 번 되풀이했다.
“저 녀석이 나에게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당신이 마법 약을 주길 원해요!”
“이미 말씀드렸듯이, 저에게는 더 이상의 베리타셀룸이 없습니다.”
세베루스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 모습에 나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정말이지, 능구렁이라니까...
“혹시 포터에게 독약을 먹이실 생각이 아니시라면 저는 교장 선생님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신다면 저도 교장 선생님의 결정에 십분 동의하겠지만, 단 한 가지 문제는, 대부분의 독약은 효력이 너무 빨리 나타나서 자백을 받아 낼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자격 유예 처분감이오!”
엄브릿지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세베루스는 눈썹을 살짝 추켜올리며 다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일부로 날 돕지 않았어! 루시우스 말포이가 항상 당신 칭찬을 했기 때문에 난 좀더 많은 걸 기대했지! 이제 당장 내 방에서 나가시오!”
세베루스는 빈정대듯이 공손하게 절을 하고 돌아섰다.
“그자가 패드풋을 데려갔어요!”
해리가 소리쳤다. 그 말에 나는 놀라서 해리를 응시했다.
“그것이 숨겨진 곳으로 패트풋을 데려갔어요!”
세베루스는 엄브릿지의 방 문손잡이에 손을 올려놓은 채, 우뚝 섰다.
“패드풋?”
엄브릿지가 해리와 세베루스를 열심히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패드풋이 누구지? 그것이 숨겨진 곳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죠, 스네이프?”
세베루스는 고개를 돌리고 해리를 쳐다보았다. 표정만 봐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체 짐작하기 어려웠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가 냉정하게 말했다.
“포터, 혹시 헛소리를 하고 싶으면, 너에게 수다떨기 음료를 주도록 하겠다. 그리고 크레이브, 네 팔을 좀 풀도록 해라. 만약 롱바텀이 질식이라도 하게 되면, 넌 지긋지긋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서류를 작성해야 할 거다. 게다가 취업이라도 하게 되면, 난 네 추천서에 그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다.”
세베루스는 고개를 까닥하더니 문을 닫고 나갔다.
“좋아.”
엄브릿지는 지팡이를 뽑아 들었다.
“좋아... 이젠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지... 이건 교칙보다 더 중요한 문제야. 마법부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고... 그래... 맞아...”
엄브릿지는 혼자 뭐라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거친 숨을 내쉬고는 초조한 듯 이쪽저쪽 양발을 번갈아 들어 올리고 지팡이르 손바닥을 탁탁 내려치면서 해리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포터,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 난 하고 싶지 않았어.”
엄브릿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대로는 상황에 따라서 그것의 사용이 용납되기도 하지... 장관님께서도 내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걸 이해하실 거야...”
말포이는 거의 굶주린 사람 가은 표정으로 엄브릿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크루시아투스 저주라면 네 입을 열게 만들 거다.”
엄브릿지가 조용히 말했다.
“안 돼요!”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질렀다.
“엄브릿지 교수님, 그건 불법이에요.”
하지만 엄브릿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적의와 흥분으로 가득 찬 들뜬 표정이 떠올랐다. 엄브릿지는 천천히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장관님도 법을 어기는 건 원하지 않으실 거예요, 엄브릿지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그리고 로라는 벽에 가까이 바싹 붙어서 꼼지락거렸다.
“코넬리우스가 모르게 하면 아무 문제 없어.”
엄브릿지는 조금씩 씩씩거리며 해리의 몸 여기저리를 지팡이로 겨누고 있었다.
“그는 지난여름에 내가 디멘터들을 시켜서 포터의 뒤를 쫓게 했다는 것도 몰랐어. 그래도 포터를 내쫓을 기회가 생겼다고 마냥 기뻐했지.”
“그게 당신이었나요? 당신이 디멘터를 보냈단 말이죠?”
해리가 너무 놀라 입을 딱 벌렸다.
“누군가 해야만 할 일이었지.”
엄브릿지는 지팡이 끝을 정확히 해리의 이마를 향해 겨누며 말했다.
“모두들 네 입을 다물게 해야 한다, 사람들이 너를 못 믿게 만들어야 한다며 찧고 까불었지. 하지만 실제로 어던 종류의 행동이라도 취한 것은 나 한 사람뿐이엇어... 비록 넌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말았지만, 안 그러냐, 포터? 하지만 오늘은 안 되지. 지금은 도망치지 못해.”
엄브릿지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소리쳤다.
“크루시-!”
“안 돼!”
로라가 팬시의 옆에서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안 돼.... 말할게... 그만 우리 털어놓자...”
“그럴 수는 없어!”
해리는 로라의 말에 최대한 그녀 쪽을 돌아보려고 애쓰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해리, 그래야만 해. 교장... 선생님은 어떻게든 너에게서 자백을 받아 낼 거야... 그럼... 무슨 소용이 있니?”
눈물을 보이면서 훌쩍거리면서 로라가 말했다. 곧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좋아, 좋아, 좋아!”
엄브릿지는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우리의 꼬마양께서 이번에는 우리에게 해답을 주실 모양이군. 자, 어서 말해 보렴, 어서!”
“로-라- 안 돼!”
론이 재갈이 물린 상태에서 간신히 소리쳤다. 로우와 지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처럼 그녀를 쳐다보고 잇엇다. 여전히 목이 졸려 있던 네빌도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순간 헤르미온느와 해리는 뭔가 알아차렸다.
“모- 모두들... 미- 미안해... 하지만-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그녀는 울먹거렸다.
“괜찮다, 괜찮다, 얘야.”
엄브릿지는 로라의 어깨를 붙잡더니 비어 있던 의자로 와락 떠밀었다. 그리고 몸을 숙이며 말했다.
“자, 그러면... 포터가 방금 연락한 사람이 누구였지?”
“그건....”
로라는 꿀꺽 침을 삼켰다.
“해리는 덤블도어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론은 눈을 부릅뜬 채,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니도 자기를 붙잡고 있는 슬리데린 학생의 발등을 밟으려던 동작을 그만 멈추었다. 루나조차도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로우는 그런 로라의 모습에 희미하게 웃다가 그 미소를 엄브릿지와 그 심복들이 볼까봐 어서 지워버렸다. 엄브릿지와 그 심복들의 관심은 온통 로라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의심스런 표정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덤블도어라고?”
엄브릿지가 열심히 캐물었다.
“그럼 넌 덤블도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단 말이냐?”
“그건... 아니에요! 우리는 다이애건 앨리에 있는 리키 콜드런과 스리 브룸스틱스, 심지어 호그스 해드까지 다 뒤져 보았지만-.”
“멍청한 것, 지금 마법부 전체가 그를 찾느라고 난리인데, 덤블도어가 술집에 앉아 있을 리가 없지!”
엄브릿지는 축 늘어진 얼굴 전체에 실망한 기색을 완연히 드러내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하지만 우린 꼭 해야 할 말이 있었어요!”
로라는 눈물을 닦으면서 울부짖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눈물은 그녀의 볼을 타고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그래?”
엄브릿지가 갑자기 다시 활기를 띠었다.
“너희가 그와 이야기하려던 게 뭐였지?”
“우리는.... 덤블도어 교수님께... 주, 준비되었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로라가 목이 메어 말했다.
“뭐가 준비되었다는 거지?”
엄브릿지는 또다시 로라의 어깨를 움켜잡으며 흔들었다.
“뭐가 준비되었다는 거야?”
엄브릿지의 재촉에 로라는 훌쩍이기만 했다.
“그... 그 무기요.”
헤르미온느가 대답하자 엄브릿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기? 무기라고?”
엄브릿지의 눈알이 흥분으로 툭 튀어나올 것 같았다.
“너희들이 저항할 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단 말이냐? 마법부에 맞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물론 덤블도어 교수의 지시를 위해서겠지?”
“마, 맞아요.”
헤르미온느가 간신히 대답했다.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그 일이 끝나기 전에 떠나시게 되어서 우리가 대신 끝낸 거예요. 그런데 교수님을 차- 찾지 못해서 마- 말씀드릴 수가 없었어요!”
“무슨 종류의 무기지?”
로라에게 멀어진 엄브릿지는 헤르미온느의 어깨를 꽉 움켜쥐고 거칠게 말했다.
“우, 우리는 자, 잘 몰라요.”
헤르미온느가 겁 먹었다는 듯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 우리는 그저... 덤블도어 교수님이, 하라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엄브릿지는 기쁨에 들떠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 무기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라.”
엄브릿지가 말했다.
“저 아이들에게는... 보여 줄 수 없어요.”
헤르미온느가 슬리데린 아이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비명을 지르듯이 말했다.
“그건 네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엄브릿지가 거칠게 말했다.
“좋아요. 좋아요... 저 애들에게도 보여 주도록 하죠. 그래서 교수님께 써먹으면 정말 좋겠군요! 차라리 사람들더러 다 와서 보라고 하세요! 그- 그럼 교수님도 만족하겠죠. 오, 학교 전체가 그 무기가 있는 곳을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 사용법을 알게 된다면- 그럼 교수님이 그들 중 누군가를 괴롭히면 당장 교수님을 혼내 줄 수 있을 텐데!”
이 말은 엄브릿지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의심스런 눈길로 재빨리 감사 위원회 위원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툭 튀어나온 그녀의 눈이 말포이에게 잠깐 머물렀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나타난 갈망과 탐욕을 미처 감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브릿지는 한동안 헤르미온느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어머니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꾸며 내며 말했다.
“좋다, 얘야. 너와 나, 에반스양만 가도록 하자... 그리고 포터를 데려가도 되겠지? 자, 일어나라, 에반스.”
“교수님, 엄브릿지 교수님.”
말포이가 간곡하게 말했다.
“제 생각에는 저희들 중의 몇 명이 함께 가는 것이-.”
“말포이, 난 충분한 자격을 갖춘 마법부의 공직자예요. 설마 내가 지팡이도 없는 아이들 셋 명을 혼자 상대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엄브릿지가 날카롭게 물었다.
“어쨌든 이 무기는 학생들이 보아서는 안 될 것처럼 들리는군요. 그러니 여러분들은 내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 남아 있도록 해요. 그리고-.”
엄브릿지는 론과 지니, 네빌, 루나, 로우를 손으로 가리켰다.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말포이는 낙심하고 심통 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너희 셋 사람은 내 앞에 서서 나에게 길을 안내하도록. 앞장서라.”
엄브릿지느 지팡이로 해리와 헤르미온느과 로라를 가리켰다.
헤르미온느는 방을 나와서 복도를 걷고 연회장 입구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들어섰다. 이중문으로 닫힌 대연회장 안에서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나이프와 스푼이 접시에 부딪히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떡갈나무 현관문을 곧장 나가서 돌계단을 내려갓다. 저녁 바람에 실려 온 향긋한 냄새가 코 끝에 와 닿았다. 잔디밭을 성큼성큼 걸어가는 헤르미온느의 뒤를 뒤처지지 않으려고 뜀박질을 하는 엄브릿지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해그리드의 오두막에 숨겨져 있지, 그렇지, 응?”
엄브릿지가 애가 타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에요.”
헤르미온느가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해그리드라면 실수로 작동시켯을지도 몰라요.”
“맞아.”
엄브릿지가 말했다. 그녀는 점점 더 흥분되어 가는 목소리였다.
“맞아. 그리고도 남을 놈이지. 세상에 둘도 없는 멍청이 잡종이니까.”
엄브릿지가 깔깔 웃었다.
“그럼... 그것이 지금 어디 있지?”
엄브릿지가 물었다. 헤르미온느가 계속 숲을 향해서 걸어가자 엄브릿지는 조금 미심쩍어하는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가 시커먼 숲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어디긴 어디에요? 저 안이죠? 우연히라도 학생들한테 발각되지 않은 곳에 숨겨 둬야 하지 않겠어요, 안 그래요?”
“물론이지.”
엄브릿지가 말했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목소리에 아주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맞아... 그래야겠지... 그럼... 너희 셋이 앞장서.”
“우리가 먼저 들어가라고요? 그럼 지팡이를 빌려 주실 거예요?”
해리가 말했다.
“안 돼. 그건 안 돼, 포터군.”
엄브릿지가 지팡이로 해리의 등을 콕콕 찌르면서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우리 마법부에서는 자네들보다는 내 목숨을 훨씬 더 귀하게 생각하거든.”
눈물이 멈춘 로라는 엄브릿지를 징그럽다는 듯이 한 번 쏘아보고는 곧장 헤르미온느와 함께 숲 속으로 빨리 걸어 들어갔다. 엄브릿지가 그 짜리몽땅한 다리로 뒤따라오려면 아주 애를 먹게 하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다.
“깊이 들어가야 하는 거니?”
찔레 덤불에 걸린 옷자락을 떼기 위해 걸음을 멈추면서 엄브릿지가 물었다.
“그럼요. 아주 꼭꼭 숨겨 놓았거든요.”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길로 걸어갔다.
“어... 이쪽으로 가는 거 맞아?”
“맞아.”
헤르미온느가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헤르미온느는 아까부터 공연히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덤불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잇었다. 뒤에서 엄브릿지가 땅바닥에 쓰러진 어린 나무에 발이 걸려서 넘어졌다. 그러나 헤르미온느도 해리도 로라도 걸음을 멈추고 되돌아가서 그 여자를 일으켜 주지 않았다. 헤르미온느는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걷다가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리고 소리쳤다.
“조금만 더 가면 돼요!”
“헤르미온느, 제발 목소리 좀 낮춰, 응?”
해리가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들으라고 그러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엄브릿지가 요란하게 발소리를 내며 뛰어오고 있었다.
“로라, 해리, 모른 척 하고 있어.”
한참 더 들어가자 나무들이 하늘을 다 가려버렸다.
“아직 멀었어?”
엄브릿지가 성난 목소리로 물었다.
"거의 다 왓어요!"
어둠침침하고 축축한 빈 터로 들어서면서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조금만 더 가면-."
"위험해, 헤르미온느!"
화살 한 대가 피융 하고 날아와서 헤르미온느의 머리가 있었던 자리의 나무에 섬뜩한 소리를 내며 꽂혔다. 헤르미온느를 피하게 해준 후에 볼에서는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다. 갑자기 숲이 떠나갈 정도로 요란한 말바굽 소리가 울렸다. 엄브릿지가 낮게 비명을 지르더니 해리의 등을 떠밀면서 마치 방패인 양 자기 앞을 가렸다. 해리는 그 손을 떨쳐 버리고 휙 돌아섰다. 오십 마리쯤 될 것 같은 켄타우로스들이 사방에서 나타났다. 모두들 화살을 메운 활을 치켜들고 우리를 똑바로 겨누고 있었다. 그 모습에 우리는 빈 터의 한가운데로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겁에 질린 엄브릿지가 꼭 칭얼거리는 것처럼 이상야릇한 신음 소리를 내었다.
"의도한 거지?"
가까이에 있는 헤르미오는에게 작게 묻자, 그녀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 하는 인간들이냐?”
마고리안이 앞으로 걸어 나와 말했다. 그 모습에 목걸이의 보석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엄브릿지가 아직도 칭얼거리는 듯한 신음 소리를 내면서 지팡이로 마고리안을 똑바로 겨누고 잇었다. 팔이 와들와들 떨리는 바람에 지팡이도 함께 와들와들 떨렸다.
“무엇 하는 인간들이냐고 물었다.”
마고리안이 거칠게 말했다.
“난 돌로레스 엄브릿지다! 마법부 차관님이시고, 호그와트 마법 학교 여교장님이자 장학사님이시다!”
엄브릿지가 말했다.
“마법부 인간이라고?”
마고리안이 말했다. 빈 터를 에워싼 켄타우로스들 중에서 여럿이 조금 불안한 듯이 몸을 뒤척였다.
“그렇다!”
엄브릿지가 이번에는 아주 목청을 높였다.
“그러니까 알아서 모시란 말이야! 신비한 동물 단속 및 관리부가 정한 법령에 의할 것 같으면, 너희 같은 바종들이 인간을 공격했을 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베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방에서 켄타우로스들이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는 소리가 들렸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마세요!”
내가 빽 외쳤다. 그러나 엄브릿지에겐 전혀 들리는 것 같지 않았다. 아직도 부르르 떨리는 지팡이로 마고리안을 똑바로 겨눈 채 엄브릿지가 다시 말했다.
“그 법령 15조 B항에 명백히 이르기를, ‘인간에 가까운 지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자신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마땅할 마법 생물의 공격에 대해서는-.’”
“인간에 가까운 지능?”
마고리안이 말을 되받았다. 베인과 몇몇 켄타우로스들이 분해서 고함을 지르고 발굽으로 땅을 찧었다.
“이봐, 그건 우릴 모욕하는 말이야! 미안하지만 우리의 지능은 너희를 능가한단 말이야.”
“우리 숲에 뭣 하러 왔어?”
얼굴이 몹시 딱딱하게 굳은 회색 켄타우로스가 버럭 소리쳤다.
“왜 여기 있는 거지?”
“뭐라고? 이 숲이 너희들 것이라고?”
엄브릿지가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그녀는 몹시 분개하고 있었다.
“그새 잊어버렸는가 본데, 우리 마법부가 이 숲의 일부를 너희들에게-.”
화살 한 대가 또 날아와서 쥐털 같은 엄브릿지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갓다. 엄브릿지는 고함이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을 지르면서 두 손을 위로 쳐들고 얼굴을 가슴에 푹 파묻었다. 켄타우로스들이 신이 나서 고함을 지르고 이상야릇한 소리로 시끄럽게 웃어댔다. 어둠침침한 숲 속의 작은 빈 터에 울려 퍼지는 야릇한 웃음소리와 수많은 발굽들이 땅바닥에 굴러 대는 광경이 너무나도 섬뜩했다.
“이 숲이 누구 것인지, 다시 말해 보실까?”
베인이 고함을 질렀다.
“더러운 잡종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엄브릿지가 빽빽 소리를 질렀다.
“짐승들! 막돼먹은 놈들!”
“조용히 하세요!”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때가 늦은 뒤였다. 어느 새 정신을 차린 엄브릿지가 다시 지팡이를 마고리안에게 겨누고 외쳤다.
“인카서러스!”
굵은 뱀 같은 밧줄들이 허공에서 떨어지더니 마고리안의 상체를 칭칭 얽어매고 두 팔을 휘감았다. 그가 분노의 고함을 지르며 뒷발을 짚고 윗몸을 쳐들어 버둥거리자, 다른 켄타우로스들이 일제히 앞으로 튀어나왔다.
해리는 헤르미온느를 덥석 끌어안고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나도 엎드려서 몸을 피했다. 땅바닥에 얼굴을 대고 엎드린 채 발굽들이 요란하게 땅을 찧어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켄타우로스들은 고함과 비명을 지르며 우리를 뛰어넘고 주위를 맴돌기만 했다.
“안 돼애!”
엄브릿지의 비명 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안 돼애... 난 마법부 차관이야... 이러지 마... 놔, 이놈들... 안 돼!”
엄브릿지가 기절 마법을 시도하려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지금 목이 찢어져러 비명을 질렀다. 베인이 엄브릿지의 드응ㄹ 움켜잡은 채 공중에 쳐들고 있고, 엄브릿지는 겁에 질려서 몸부림을 치며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엄브릿지의 지팡이가 그녀의 손에서 떨어지자 해리가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을 때 켄타우로스의 발굽이 먼저 그걸 밟았다. 그러자 지팡이는 두 동강 말았다.
“일어나!”
한 목소리가 울렸다. 털이 무성한 굵은 팔이 내려와서 나와 해리, 헤르미온느를 잡아 일으켰다. 마구 춤을 추는 온갖 색깔의 켄타우로스들의 뒷모습과 머리 너머로, 엄브릿지가 베인에게 잡혀서 나무 사이로 끌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잠시도 끊이지 않는 엄브릿지의 비명 소리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이윽고 요란하게 땅을 구르는 발굽 소리만이 남았다.
“이것들은 어쩌지?”
헤르미온느를 붙들고 있던,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회색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아직 어린 것들이야.”
해리를 붙잡고 있는 켄타우로스 등 뒤에 있는 로넌이 느리고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어린 것들을 손대지 않아.”
“이것들이 저 여자를 데리고 왔어, 로넌.”
해리를 억세게 움켜잡고 잇는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별로 어리지도 않아... 이놈은 벌써 어른 티가 나는걸, 이 녀석 말이야.”
그는 해리의 목덜미를 쥐고 흔들었다.
“제발, 제발 좀 봐주세요. 우린 저 여자하고 생각이 달라요. 우린 마법부 직원이 아니에요! 우린 단지 여기 오면 당신들이 저 여자를 혼내 줄 거라고 생각하고-.”
헤르미온느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회색 켄타우로스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두 뒷자리로 땅바닥을 쿵쿵 찧으면서 고함을 버럭버럭 질렀다.
“봤지, 로넌! 이 어린 것들이 벌써 인간들의 교만을 다 알고 있단 말이야! 요 계집애야, 그러니까 우리더러 너희들의 더러운 일을 대신 해달라는 거지? 너희들의 종이 되라는 거지? 말 잘 듣는 사냥개처럼 너희들의 적을 없애 달라는 거지?”
“아녜요!”
헤르미온느가 이제 정말로 공포에 질려서 꽥 소리를 질렀다.
“아녜요-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었어요. 난 그저 당신들이 우리를- 당신들이 우리를 도와줄 거라고-.”
그러나 헤르미온느는 스스로를 훠신 더 나쁜 상황으로 몰아 가고 있을 뿐이었다.
“우린 인간들을 돕지 않아!”
내 목덜미를 움켜잡은 켄타우로스가 으르렁거렸다. 그가 손아귀에 더욱 힘을 쥐고 윗몸을 뒤로 젖혀 대자 두 발이 땅에서 잠깐잠깐씩 떨어졌다.
“우린 인간들과는 다른 종족이고,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해. 그래서... 우린 너희들이 이 숲에서 제발로 걸어나가게 하지 않을 거야. 그랬다간 우리가 너희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떠벌릴 테니까.”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잖아요!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당신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해리가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듣는 것 같지 않았다. 뒤쪽에 서 있던 턱수염 난 켄타우로스가 소리쳤다.
“저희들 맘대로 여기 들어왔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 해!”
그 말이 옳다고 질러 대는 고함 소리가 가라앉자, 몸이 온통 암갈색인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아까 그 늙은 여자처럼 해 버려!”
“죄 없는 인간은 해치지 않는다고 햇잖아요!”
헤르미온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소리쳤다.
“우린 당신들을 해칠 짓을 하지 않았어요. 우린 지팡이로 당신들을 협박하지도 않았어요. 우린 그냥 학교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에ㅛ. 제발 보내주세요-.”
“이봐, 우린 배신자 피렌체하곤 달라!”
회색 켄타우로스가 소리쳤다. 그러자 또 그 말이 옳다고들 고함이 터졌다. 목덜미를 움켜잡고 있는 손아귀에 목걸이가 조이는 것 같다.
“넌 우리가 고분고분한 말이라 생각했겠지? 아니야! 우리는 마법사들이 쳐들어와서 못된 짓을 하는 걸 눈 뜨고는 못 보는 아주 구식 종족들이야. 우린 인간들의 법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어. 우린 인간들이 우리보다 우수하다는 걸 절대 인정하지 않아. 우린-.”
그러나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켄타우로스 종족이 또 어떤 훌륭한 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더 이상의 설명을 듣지 못했다. 곧 로라를 잡고 있는 켄타우로스가 비명을 지르면서 그녀를 거칠게 밀쳐버렸다.
“악!... 콜록.”
바닥에 부딪히면서 피부가 쓸린 로라가 비명을 지른 후에 기침을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야?”
암갈색 켄타우로스가 그에게 물었다.
“화상 입었어! 저 꼬마 계집을 만지더니, 화상을 입었어!”
로라를 붙잡고 있는 켄타우로스가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면서 외쳤다. 분위기는 더욱더 험악해졌다. 로라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곧 그녀의 목걸이가 황금색 빛을 내뿜으면서 빛났다.
“어이, 저거...”
“설마...”
“마법 생물체의 지배자...”
켄타우로스들은 그 빛을 보자마자 수근수근거렸다.
“그 두 사람을 놓아주시겠습니까?”
내가 묻자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붙잡고 있는 켄타우로스는 불만스러운 얼굴이 되고는 그들을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켄타우로스들은 말밥굽소리를 내면서 멀어져갔다. 팔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아까 전에 땅바닥을 넘어질 때 긁혔나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