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62

리틀 윙 2016. 12. 10. 00:22

식사가 모두 끝난 후, 학생들은 그 자리에 앉아서 맥고나걸 교수가 교직원 테이블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올해의 수업 시간표를 정하는 일은 평소보다 훨씬 복잡했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각자 선택한 N.E.W.T.를 계속하는 데 필요한 O.W.L. 성적을 받았는지 맥고나걸 교수가 먼저 일일이 확인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헤르미온느는 즉시 마법, 어둠의 마법 방어술, 변신술, 약초학, 산술점, 고대 룬 문자, 마법약 수업을 계속 들을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곧장 학기 첫 수업인 고대 룬 문자를 들으러 횅하니 가 버렸다. 한편 네빌은 수업받을 과목을 고르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맥고나걸 교수가 그의 수업 신청서를 살펴보고 다시 그의 O.W.L. 시험 결과를 살펴보는 동안, 그의 동그란 얼굴은 불안으로 가득했다.


"약초학은 좋아. 스프라우트 교수님은 네가 O.W.L.에서 '특출함'을 받는 걸 아시면 무척 기뻐하실 게다. 그리고 어둠의 마법 방어술에서는 '기대 이상'을 받았으니 그런대로 자격이 되는 셈이야. 하지만 변신술이 문제가 되는구나. 미안하구나, 롱바텀. 하지만 '보통'의 성적을 가지고는 N.E.W.T. 수준의 수업을 계속하기가 사실 좀 힘들단다. 네가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지 않구나."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네빌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맥고나걸 교수는 네모난 안경 너머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네 넌 왜 변신술 수업을 계속 듣고 싶어 하는 거니? 나는 네가 특별히 그 수업을 좋아한다는 인상을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었는데..."


네빌은 우거지상을 하고는 "할머니가 원하세요" 하고 알아들을 수 없게 웅얼거렸다.


"흠..."


맥고나걸 교수가 콧소리를 냈다.


"이제 그만 네 할머니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모습의 손자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손자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것 같구나. 특히 마법부에서 그런 일도 있었으니 말이다."


네빌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눈을 껌벅이며 몸 둘 바를 몰랐다. 지금까지 맥고나걸 교수님은 단 한 번도 그를 칭찬해 준 적이 없었던 것이다.


"미안하다, 롱바텀. 하지만 N.E.W.T. 수업에 들어오게 할 수는 없다. 그런데 너는 마법 과목에서 '기대 이상'을 받았는데, 왜 N.E.W.T. 마법 수업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거니?"

"할머니께서 마법 과목을 너무 시시하다고 생각하세요."


네빌이 중얼거렸다.


"마법 수업을 듣거라."


맥고나걸 교수가 딱 잘라 말했다.


"내가 어거스타에게 전갈을 보내서, 자기가 O.W.L. 마법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그 과목이 가치 없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도록 하마."


맥고나걸 교수는 너무 기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네빌의 얼굴을 보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지팡이 끝으로 비어 있는 수업 시간표를 한 번 탁 치더니, 이제 새로운 수업 과목들이 상세하게 적혀 있는 종이를 네빌에게 건네주었다. 다음에 맥고나걸 교수는 패르바티 패틸에게 몸을 돌렸다. 패르바티는 가장 먼저 그 잘생긴 켄타우로스인 피렌체가 아직도 점술 수업을 가르치는지부터 물었다.


"올해에는 트릴로니 교수님과 나누어서 수업을 하실 거야."


맥고나걸 교수는 못마땅한 기색을 살짝 드러내며 말했다.


"그리고 6학년은 트릴로니 교수님이 담당하실 거란다."


패르바티는 5분 후에 약간 풀 죽은 표정으로 점술 수업을 들으러 떠났다.


"그래, 포터, 포터..."


맥고나걸 교수는 해리의 수업 신청서와 시험 결과 서류를 내려다보며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마법, 어둠의 마법 방어술, 약초학, 변신술.... 모두 다 좋구나. 특히 네 변신술 성적을 보니 무척 기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포터, 아주 잘했어. 그런데 왜 마법약 수업은 계속 하려고 하지 않는 거니? 너는 오러가 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맞아요. 하지만 그러려면 O.W.L.에서 '특출함'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교수님."

"스네이프 교수님께서 그 과목을 가르치실 때에는 그랬지. 하지만 슬러그혼 교수님은 O.W.L.에서 '기대 이상'을 받은 학생이라도 기꺼이 N.E.W.T. 수업에 받아 주실 게다. 그럼 마법약 수업을 계속하고 싶은 거니?"

"네. 하지만 저는 책이랑 재료 같은 걸 아무것도 사 오지 않았는데요..."

"슬러그혼 교수님께서 빌려 주실 수 있을 게다."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자, 포터, 여기 네 시간표를 받아라. 아, 그리고 벌써 스무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에 들어오고 싶다고 이름을 적어 냈단다. 조만간 그 명단을 너에게 넘겨줄 테니 네 시간에 맞추어 선발 테스트 날짜를 정하도록 하라."


몇 분 후에 론도 해리와 똑같은 과목을 듣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난 6과목으로 마법, 어둠의 마법 방어술, 약초학, 천문학, 마법약, 변신술을 듣기로 했다. 맥고나걸 교수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시간표를 나에게 내밀고는 가슴에 달려있는 학생회장 배지를 잠시 응시하고는 다른 학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로라, 너 뭐 듣기로 했어?"


마법부에 다녀온 다음부터 슬리데린에서 겉돌고 있는 로우는 내 쪽으로 자주 다가왔는데, 그래서 그런지 론과 매우 친해진 상태였다.


"나? 마법, 어둠의 마법 방어술, 약초학, 천문학, 마법약, 변신술로 6과목. 넌?"

"나랑 같네. 난 머글연구까지 들어야 해서 7과목이지만. 그럼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간 때 보자."


로우는 나에게 인사를 하고는 머글 연구 수업을 듣기 위해서 가버렸다. 


"이거 봐."


론은 자신의 시간표를 들여다보며 신이 나서 말했다.


"지금 우리는 수업이 없어... 쉬는 시간 후에 또 수업이 없어. 그리고 점심 식사 후에도 또... 정말 굉장하다!"


휴게실로 돌아왔다. 텅 빈 휴게실 안에는 7학년 학생 여섯 명만이 있었다. 그중에는 케이티 벨도 있었는데, 그녀는 해리가 1학년 때부터 함께 뛰었던 그리핀도르 퀴디치 팀 원년 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단 한 사람이었다.


"난 네가 그렇게 될 줄 알았어! 정말 장하다!"


케티니 벨이 해리의 가슴에 달려 있는 주장 배지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선수 선발 테스트를 치를 때 나도 꼭 불러줘!"

"농담하지 마, 케이티. 선발 테스트를 치를 필요는 없어. 경기하는 걸 내가 5년 동안 봐 왔는걸."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돼."


해리의 말에 케이티가 주의를 주었다.


"네가 아무리 잘 알아도, 나보다 훨씬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 주장이 항상 기존의 선수들이나 자기 친구들만 가입시켜서 훌륭한 팀들이 망가지곤 했다는 걸 잊지 마."


그러자 론이 왠지 약간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 헤르미온느가 빼앗은 이빨 달린 프리스비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프리스비는 휴게실 안을 슝 날아다니면서 이빨을 드러내고 벽걸이 양탄자를 물어뜯으려고 했다. 크룩생크는 노란 눈으로 프리스비의 뒤를 열심히 쫓더니, 그것이 가까이 다가오자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그 후,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듣기 위해서 지하 4층에 있는 교실로 향했다. 헤르미온느는 벌써 교실 밖에서 줄을 서고 잇었다.


"고대 룬 문자 수업의 숙제가 장난이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40센티미터 분량의 작문 한 편에다가 번역을 두 가지나 해야 해. 게다가 수요일까지 이 책들을 다 읽어야 하고!"

"끔찍하구나."


론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대꾸했다.


"너도 기다려 봐."


헤르미온느가 잔뜩 약이 올라 말했다.


"스네이프도 만만치 않게 숙제를 내줄 테니까."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교실 문이 열리더니 스네이프가 복도로 걸어 나왔다. 밖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안으로."


세베루스가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커튼으로 창문을 온통 가린 채 촛불을 밝혀 둔 교실이 보였다. 평소보다 훨씬 더 음침해 보였다. 벽에는 새로운 그림들이 붙어 있었는데, 대부분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부상을 당하거나 신체 일부가 이상하게 뒤틀려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그러져 있었다. 자리에 앉은 학생들은 그 음침하고 기괴한 그림들을 쳐다보면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책을 꺼내란 말을 한 적이 없다."


세베루스가 교실 문을 닫고 교탁 앞에 서면서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정체불명인 것들과의 대면》이란 책을 가방 속으로 도로 집어넣고는 가방을 의자 밑에 쑤셔 넣었다.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귀 기울여서 똑똑히 듣기바란다."


세베루스의 까만 눈동자가 고개를 바짝 들고 있는 학생들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보더니 말했다.


"내가 알기론 지금까지 이 과목을 다섯 분의 교수님께서 가르치셨다. 당연히 이 교수님들 모두 각기 다른 방식과 우선시하는 바가 있으셨을 것이다. 그런 혼란스런 상황을 생각하면,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이 과목에서 비록 턱걸이나마 O.W.L.을 통과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게다가 너희들 모두가 훨씬 높은 수준이 될 N.E.W.T. 수업을 간신히 따라온다면 더욱더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세베루스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교실 가장자리를 돌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목을 길게 빼고 그를 주목했다.


"어둠의 마법은 대단히 복잡하고 다양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영원불멸하다. 그것과 싸운다는 것은 수백 개의 머리가 달린 괴물과 싸우는 것과도 같다. 머리 하나를 베어 낼 때마다 전보다 더 강하고 영리한 머리가 솟아나는 것이다. 즉, 너희들은 종잡을 수 없고 변화무쌍하며 파괴할 수 없는 것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의 방어술은 너희들이 없애고자 하는 그 어둠의 마법만큼이나 유연하고 창의적이어야만 한다. 예를 들어 볼까?"


그는 그림 옆을 지나면서 몇 개를 가리켰다.


"이 그림들은 크루시아투스 저루를 받은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세베루스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마녀 한 명을 손짓해서 가리켰다.


"이 사람은 디멘터에게 입맞춤을 당했지."


마법사 한 명이 멍한 눈빛으로 벽에 몸을 기댄 채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혹은 인페리우스 공격을 당했거나..."


피투성이의 살점들이 땅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인페리우스가 목격된 적이 있나요? 그 사람이 인페리우스를 사용한다는 게 확실한 건가요?"


패르바티 패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난날 어둠의 마왕은 인페리우스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


세베루스가 설명했다.


"그러니까 그자가 또다시 인페리우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이제..."


세베루스는 다시 교탁을 향해 교실 반대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시선은 계속해서 그를 쫓았다. 세베루스의 길고 검은 망토가 등 뒤에서 펄럭였다.


"아마 여러분들은 무언 주문에 대해서 전혀 문외한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무언 주문의 좋은 점이 무엇일까?"


헤르미온느의 손이 번쩍 올라갔고 그 뒤를 이어서 로우의 손이 아주 우아하게 올라갔다. 세베루스는 잠깐 교실 안을 둘러보다가, 로우를 지목했다.


"레스트랭군?"

"자신이 어떤 마법을 사용할 것인지, 상대가 미리 짐작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단 0.5초도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슬리데린에 10점을 주도록 하겠다. 주문을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향상된 사람은 기습적으로 주문을 걸 수 있다는 한 가지 이점을 가지게 된다. 물론 모든 마법사들이 무언 주문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신력과 집중력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세베루스의 시선이 또다시 악의적으로 해리에게 잠시 머물렀다.


"그런 자질이 부족하다."


해리도 마찬가지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왠지 금년의 어둠의 마법 방어술은 평탄하지 않을 것 같네...


"이제 두 사람씩 조를 짜도록 해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소리 내지 말고 주문을 걸어 보아라. 그리고 상대방 또한 입을 다문 채, 그 주문을 방어해 보도록. 자, 그럼, 실시!"


세베루스가 말했다.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 중에서 적어도 절반-거의 모두 다- D.A. 회원이어서 지난해에 해리에게서 방어벽 마법을 어떻게 하는지 이미 배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무언 주문은 써 본 적이 없었기에 많은 학생들이 주문을 큰 소리로 외우는 대신 조그맣게 속삭이는 방법을 썼다. 수업 시간이 10분쯤 지나고 나자, 늘 그렇듯이 헤르미온느와 내가 단 한 마리 소리도 내지 않고 무언 주문으로 방어에 성공했다. 

세베루스는 해리에게 마멉을 걸어야 하지만 주문을 중얼거리고 싶은 유혹을 이겨 내기 위해서 입을 꾹 다물고 안간힘을 쓰느라, 얼굴빛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있는 론과 그런 론의 공격을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는 해리를 잠시 지켜보았다. 


"위즐리, 한심하구나."


잠시 후에 세베루스가 말했다.


"자, 내가 시범을 보여 주지."


그리고 세베루스는 숨 돌릴 겨를도 없이 곧장 해리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해리는 소리 내어 주문을 외우면 안 된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본능적으로 방어를 했다.


"프로테고!"


해리의 방어벽 마법이 어찌나 강력했는지, 세베루스는 중심을 잃고 쓰러져 책상 모서리에 몸을 부딪혔다. 그 모습에 내가 얼른 그에게 다가가서는 부축을 하려고 손을 뻗었지만 세베루스는 내 손을 무시하고는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우리가 무언 주문을 연습하고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나, 포터?"

"네."

"네, 교수님!"

"저를 굳이 '교수님'이라고까지 부르실 필요는 없는데요, 교수님."


해리의 말에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론과 딘, 시무스는 세베루스의 등 뒤에서 참 잘했다는 듯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토요일 밤, 내 방에서 징계를 받아라, 포터."


그가 말했다.


"내 앞에서 감히 그런 건방진 말대꾸를 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용납할 수 없다. 설사 '선택받은 자'라 해도 말이다."


잠시 후에 쉬는 시간이 되어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오자 론이 우쭐해서 소리쳤다.


"정말 멋있었어, 해리!"

"그런 말은 정말 하지 말았어야 했어. 도대체 왜 그랬니?"


헤르미온느가 론을 째려보며 말했다.


"너는 못 본 모양인데, 그자가 나에게 저주를 걸려고 했단 말이야!"


해리가 잔뜩 열을 받아 소리쳤다.


"지난번 오클러먼시 수업에서 당한 것만으로도 지긋지긋해. 왜 그자는 다른 실험 대상을 찾지 않는 거지? 도대체 덤블도어 교수님은 어쩌자고 그런 자에게 방어술 수업을 맡은 거야? 그자가 어둠의 마법에 대해서 지껄여 대는 소리를 너희들도 들었지? 그자는 찬양을 하고 있다고! 종잡을 수 없고 파괴할 수 없고 어쩌고저쩌고..."

"글쎄, 나는 세베... 아니 스네이프 교수님이 하는 말이 네가 하는 말과 약간 비슷하게 들렸는데."


내가 말했다.


"나랑 비슷하다고?"

"그래, 네가 우리에게 볼드모트와 맞서 싸우는 기분이 어떤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잖아. 그건 그저 닥치는 대로 주문을 줄줄 외워 대는 거랑은 전혀 다르다고 네가 말했어. 무엇보다 스스로의 생각과 용기를 중요하다고 말이야. 그게 결국 교수님이 말하는 거랑 뭐가 다르니? 결국 용기와 재빠른 두뇌 회전이 중요하다는 거 아니야?"

"해리! 로라!"


등 뒤에서 불러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작년의 그리핀도르의 몰이꾼 중 하나인 잭 슬로퍼가 양피지 두루마리를 손에 쥔 채 우리를 향해 허겁지겁 다가오고 있었다.


"너희들 앞으로 온 거야."


슬로퍼가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해리, 네가 새로운 주장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어 그런데 선발 테스트 날짜는 언제니?"

"아직은 잘 모르겠어. 나중에 알려 줄게."

"응, 알았어. 나는 이번 주말이 좋은데...."


슬러퍼에게 받은 두루마리를 펼쳐보고는 해리에게 넘겨주었다. 그러가 해리는 양피지에 적힌 가느다랗고 비스듬한 글씨체를 알아보자마자 한창 떠들고 있는 슬로퍼를 그대로 세워둔 채 우리와 함께 얼른 자리를 떠났다. 


친애하는 해리와 로라에게, 오늘 토요일에 개인 지도를 시작하고 싶구나. 내 방으로 오후 여덟 시까지 찾아와 주면 고맙겠다. 부디 개학 첫날을 즐겁게 보내기를 바라며. 

알버스 덤블도어

추신 : 나는 신맛 나는 사탕을 좋아한단다.


"신맛 나는 사탕을 좋아한다고?"


해리의 어깨 너머로 편지를 들여다보던 론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교수님의 방 밖에 서 있는 이무기를 지나가기 위한 암호야."


해리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아하! 스네이프가 알면 실망하겠는걸... 이제 난 그에게 징계를 받으러 갈 수가 없게 되었으니 말이야!"


우리는 쉬는 시간 내내 과연 덤블도어가 무엇을 가르칠지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론은 틀림없이 죽음을 먹는 자들이 알지 못하는 특별한 저주나 주문일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그런 건 불법이기 때문에, 아마도 좀 더 높은 수준의 방어 마법을 가르쳐 줄 거시라고 반박했다. 

슬러그혼의 N.E.W.T. 마법약 수업을 계속 듣는 사람은 겨우 열 네 명밖에 안 되었다. 로우와 말포이를 포함한 슬리데린 학생들이 다섯 명이 잇었다. 크레이브와 고일은 O.W.L.에서 요구하는 성적을 따내는 데 실패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래번클로의 학생 네 명과 어니 맥밀란이라고 하는 후플푸프의 학생 한 명이 있었다.

 

해리.”

 

해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어니는 악수를 청하며 엄숙하게 말했다.

 

오늘 아침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 시간에는 이야기를 나눌 틈이 없었네. 괜찮은 수업인 것 같아. 물론 방어벽 마법 같은 거야 우리 옛날 D.A. 동지들에게는 구닥다리 유물이지만 말이야... 그래, 너희들은 어떻게 지냈니, , 로라, 헤르미온느?”

 

우리가 미처 좋아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지하 교실의 문이 스르르 열리고 슬러그혼의 배가 문밖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학생들이 교실로 줄지어 들어가는 동안, 슬러그혼의 활짝 웃는 입술 위로 해마 같은 그의 거대한 콧수염이 높이 말려 올라갔다. 슬러그혼은 특히 해리와 나와 자비니를 열렬히 환영했다. 지하 교실은 평소와는 달리 벌써부터 이상야릇한 냄새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네 명의 슬리데린 학생들은 한 책상에 몰려 앉았고, 네 명의 래번클로 학생들도 그렇게 했다. 그리고 해리, , 헤르미온느 그리고 어니가 한 책상을 차지하면서 나와 로우가 함께 자리에 앉았다. 로우는 나를 보더니 싱긋 웃었고 나 역시 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 이제 그럼, 여기를 봐요, 여기를 봐.”

 

슬러그혼이 말했다. 뿌옇게 피어오르는 연기 너머로 그의 거대한 모습이 어른거렸다.

 

모두들 저울과 약품 통을 꺼내도록 해요. 그리고 상급 마법 약 만들기도 잊지 말도록 하고...”

교수님?”

 

해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왜 그러지, 해리?”

저는 책도 저울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론도 그렇고요. 저희들은 N.E.W.T. 마법약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 그래, 맥고나걸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걱정하지 말거라, 해리야. 걱정할 것 하나도 없어요. 오늘은 이 선반에 있는 재료들을 쓰면 된단다. 그리고 저울도 빌려 줄 수 있을 것 같구나. 여기 어딘가에 옛날에 쓰던 교과서들도 몇 권 있단다. 그러니 네가 플러리시와 블러트 서점에 편지를 보내서 책을 주문할 때까지 그걸 쓰면 될 거야...”

 

슬러그혼 교수는 한쪽 구석에 있는 선반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한동안 뭔가를 뒤적거리다가 다 낡아 빠진 리바티우스 보레이지의 상급 마법약 만들기두 권을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녹슬어 버린 저울 두 개와 함께 그것들을 해리와 론에게 건네주었다.

 

, 이제 그럼...”

 

슬러그혼이 학생들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그리고는 이미 조끼에 달린 단추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배를 불쑥 앞으로 내멸며 말했다.

 

그냥 흥미로울 것 같아서 여러분에게 보여 줄 마법약 몇 개를 한번 준비해 봤어요. 이 마법약들은 여러분들이 N.E.W.T. 수업을 마친 후에는 반드시 만들 줄 알아야 하는 것들이지요. 아직까지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겠지만, 그 이름은 분명히 한 번쯤 들어 봤을 거예요. 혹시 이게 뭔지 아는 사람?”

 

슬러그혼은 슬리데린의 책상 바로 옆에 놓인 냄비를 가리켰다. 냄비 안에서 끓고 있는 그냥 평범한 물처럼 보이는 것을 들여다보았다. 헤르미온느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슬러그혼이 그녀를 지적했다.

 

베리타세룸입니다. 무색무취의 이 마법약은 그걸 마신 사람의 진실을 말하도록 만듭니다.”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아주 잘했어요, 아주 잘했어!”

 

슬러그혼이 흐뭇한 표정으로 칭찬을 했다.

 

, 그럼...”

 

슬러그혼은 이번에는 래번클로의 책상 바로 옆에 놓인 냄비를 가리켰다. 두 번째 냄비 안에서 천천히 끓고 있는 진흙 같은 액체가 들어 있었다.

 

여기 있는 이것은 꽤 잘 알려진 것인데... 마법부에서 나온 전단지에서도 몇 번 언급되었었고... 어느 누가?”

 

헤르미온느의 손이 또다시 제일 빨리 올라갔다.

 

그것은 폴리주스 마법약입니다, 교수님.”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요! , 여기 하나 더 있는데... 뭐지요, 우리 여학생?”

 

헤르미온느의 손이 번쩍 올라가자, 슬러그혼이 이제는 약간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것은 아모텐시아입니다!”

맞았어요. 묻는 내가 바보인 것 같군.”

 

슬러그혼은 몹시 감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이 마법약의 용도 또한 알고 있겠지?”

,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랑의 모약입니다!”

 

헤르미온느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정확히 맞혔어요! 아마 학생은 이 독특한 진주 빛깔의 영롱한 광채를 보고 알아보았겠지?”

그리고 특이하게 나선형으로 피어오르는 증기를 보고 알았습니다.”

 

헤르미온느가 신이 나서 말했다.

 

이 약은 어떤 대상에게 매력을 느끼느냐에 따라서, 각기 다른 냄새를 풍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제 코에는 갓 베어낸 풀 냄새와 빳빳한 새 양피지 냄새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호오, 누군가 떠올라서 그런건가?

 

학생의 이름을 좀 물어봐도 되겠나?”

 

슬러그혼은 헤르미온느의 당황한 기색을 못 본 척하며 물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입니다, 교수님.”

그레인저? 그레인저? 그렇다면 천재 마법 약사 협회를 창립한 헥터 대그위스 그레인저와 친척 간일 수도 있겠군.”

아니요, 그건 아마 아닐 겁니다, 교수님. 저는 머글 태생이거든요.”

 

말포이가 노트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뭐라고 속삭이며 킬킬거렸다. 하지만 슬러그혼은 전혀 실망한 표정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선을 헤르미온느에서 바로 그 옆에 앉아 있는 해리에게로 옮기더니 더욱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오호! ‘제 가장 친한 친구 한 명도 머글 태생이에요. 그리고 그 친구는 로라와 함께 우리 학년에서 최고 우등생인걸요하고 네가 말했던 그 친구가 바로 이 여학생이로구나. 그렇지, 해리?”

, 교수님.”

 

해리가 대답했다.

 

그래, 그래. 그리핀도르에 20점을 주도록 하지, 그레인저양.”

 

슬러그혼이 다정하게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해리와 소곤거리며 대화를 했다.

 

로라, 로라는 아모텐시아에서 무슨 냄새가 느껴져?”

난 그것은 못 맡아. 알다시피, 난 사랑의 묘약에서 태어났잖아.”

 

로우의 질문에 내가 대답을 해주자 로우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리고는 슬러그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아모텐시아가 진짜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에요. 사랑을 만들어 내거나 흉내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이 약은 단지 대단히 강렬한 열정이나 집념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 약이야말로 이 방에서 가장 위험하고 강력한 마법약일 것입니다. , 그렇고말고요.”

 

슬러그혼의 말에 공감이 가기 때문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이 나처럼 인생에서 수많은 일들을 겪고 나면, 강박적인 사랑의 힘은 결코 과소평가하지는 못할 거예요. 그럼 이제 수업을 시작할 시간이군요.”

교수님, 이 안에 든 건 뭔지 말씀해 주시 않으셨는데요?”

 

어니가 슬러그혼의 탁자 바로 옆에 놓인 작고 검은 냄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안에 담긴 마법약은 가볍게 찰랑거리고 있었다. 마치 황금을 녹인 물 같은 색깔이었는데, 수면 위로 금붕어처럼 생긴 커다란 기포들이 퐁퐁 터져 오르고 있었지만 단 한 방울도 밖으로 튀지는 않았다.

 

오호라.”

 

슬러그혼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그 약에 대해서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극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 누군가 물어봐 주기를 기다리고 잇을 거라고 짐작했다.

 

저게 뭐야?”

 

로우가 자세히 보기 위해서 엉덩이를 살짝 의자에서 떼고는 자세히 응시했다.

 

펠릭스 펠리시스.”

펠릭스 펠리시스?”

에반스양, 이게 무슨 약인지 알고 있나 보군요. 이 약에 대해서 효능에 대해서 말해보실까요?”

 

로우에게 속삭이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슬러그혼이 나를 가리켰다.

 

펠릭스 펠리시스는 행운을 가져다줍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교실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갑자기 몸을 똑바로 일으켜 세우는 것 같았다.

 

정확히 맞았어요. 그리핀도르에 10잠을 더 주겠어요. 그래요, 이게 바로 그 흥미롭고 작은 마법약, 펠릭스 펠리시스예요.”

 

슬러그혼이 말했다.

 

만들기가 굉장히 까다롭고 자칫 잘못 만들면 끔찍한 재난을 불러일으키지요. 하지만 여기 보이는 것처럼 제대로 끓이기만 하면 여러분은 무슨 일을 하든지 모두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적어도 그 효과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런데 왜 사람들이 이걸 계속해서 마시지 않는 거죠?”

 

테리 부트가 말했다.

 

왜냐하면.... 에반스양께서 그 이유를 말해보실까요?”

펠릭스 펠리시스를 너무 과용하게 되면 경솔함과 무모함, 그리고 위험할 정도로 지나친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게 되기 때문입니다.”

과연 래번클로 소속인 부모의 뛰어난 머리를 가졌구나, 로라!”

 

슬러그혼은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로라가 말한 것처럼, 여러분도 알다시피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너무 지나치면 치명적인 독이 되는 법이죠. 하지만 아주 이따금씩 조금만 사용하게 되면...”

교수님께선 그걸 써 보신 적이 있나요?”

 

마이클 코너가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내가 이제껏 살아오는 동안 딱 두 번 써 보았어요. 한 번은 스물네 살 때였고, 또 한 번은 쉰일곱 살 때였죠. 아침 식사와 함께 찻숟가락으로 두 번 떠먹었는데... 정말 완벽한 이틀이었어요.”

 

슬러그혼은 꿈을 꾸는 듯한 몽롱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저 약은 이번 수업에서 상으로 줄 거예요.”

 

다시 정신을 차린 슬러그혼이 말했다. 그러자 교실 안이 조용해졌다. 그 바람에 주변에서 들려오던, 마법약들이 펄펄 끓는 소리와 부글거리는 소리가 열 배는 더 크게 들렸다.

 

펠릭스 펠리시스가 담긴 이 작은 병 하나면...”

 

슬러그혼은 호주머니 안에서 코르크 마개로 봉해진 조그마한 유리병 하나를 꺼내서 학생들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열두 시간 동안의 행원은 충분히 보장될 거예요. 해 들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여러분이 하려고 하는 모든 일에 행운이 다르는 거죠. 하지만 공식적인 경쟁들, 예를 들어서 운동 시합이나 시험, 선거 등에서는 펠릭스 펠리시스가 금지된 약물임을 여러분에게 분명히 알려 주겠어요. 그러니 이것을 상으로 받은 우승자는 그냥 평범한 날에 딱 하루만 이 약을 사용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 평범한 날이 어떻게 전혀 평범하지 않은 날이 되는지 지켜보도록!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해야 나의 놀라운 상품을 받을 수 있을까?”

 

갑자기 슬러그혼이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 그럼 상급 마법약 만들기10쪽을 펴도록 해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한 시간이 조금 넘으니까, 그 시간 동안 여러분은 최선을 다해 살아있는 죽음의 약을 만들어 보도록! 물론 나도 이 약이 여러분이 지금까지 만들어 본 그 어떤 마법약보다 훨씬 더 만들기가 까다롭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완벽한 약을 만드는 사람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어쨌든 제일 잘한 사람이 이 작은 펠릭스 펠리시스를 차지하게 될 거예요. , 그럼 시작!”

 

모두들 자기 앞으로 황급히 냄비를 끌어당기는 소리가 나고, 저마다 저울에 재료를 무게를 달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쿵쿵하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하지만 입을 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실 안에는 터질 듯 팽팽한 긴장감만이 감돌았다. , 대부가 말한 대로만 하면 되겠지.

 

-마법약을 잘하고 싶으면 포션 마스터인 세브에게 배우면 되겠다.

-대부가 포션 마스터?

-당연하지. 난 세브말고는 뛰어난 포션 마스터를 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세브에게 부탁해 봐, 대녀의 부탁이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좋아할 테니까.

 

아빌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머리 속은 다른 것이 들었는데 내 손은 저절로 살아있는 죽음의 약재료를 다듬고 있었다. 역시 어릴 때 배운 것은 커서도 계속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니... 잠 오는 콩을 은제 단검의 납작한 옆면으로 짓이겨서 즙을 내고는, 그 즙을 냄비 속에 집어넣었다.

 

교수님, 혹시 제 할아버지이신 아브라삭스 말포이를 아시나요?”

 

슬러그혼이 막 슬리데린의 책상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 말포이가 물었다.

 

그렇다.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유감이었다. 물론 아주 뜻밖의 일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세상에 그 나이에 드래곤 수두에 걸리다니...”

 

슬러그혼은 말포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리고 횅하니 그냥 지나쳐 버렸다. 슬러그혼은 나와 시선이 얽히자 나는 고개를 숙이고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일곱 번 저었고 시계 방향으로 한 번 더 젓자 마법약이 연한 분홍색으로 변했다.

 

역시 로라네. 벌써 거기까지 나간 거야?”

 

로우가 내 냄비의 마법약을 보더니 감탄을 하면서 은제 단검으로 잠 오는 콩을 자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로라의 할머니는 말포이 가문의 마녀였지?”

, . 몸이 약하시던 분이라 어머니를 낳고 바로 돌아가셨지만요.”

 

슬러그혼이 나에게 다가와서는 말을 걸자 나는 마법약을 휘저으면서 대답했다.

 

굉장히 젊은 나이였으니까... 가슴에 달린 은색 배지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구나.”

 

혼잣말을 하던 슬러그혼이 내 가슴에 달려있는 은색 배지를 발견하더니 한 마디를 해주었다. 그러자 마법약을 휘젓는 아이들의 눈길이 잠시 내 쪽에 머물렀다.

 

시간이... 다 됐다! 휘젓는 것을 멈추어라!”

 

슬러그혼이 소리쳤다. 그리고는 천천히 책상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냄비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그저 이따금 액체를 저어 보거나 킁킁 냄새를 맡아 볼 뿐이었다. 그는 나와 해리의 마법약을 보더니 얼굴에서 너무 기뻐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 가득 떠올랐다.

 

확실한 우승자들이 나왔군!”

 

슬러그혼이 지하 교실을 다 울리도록 소리쳤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세상에! 네 어머니인 릴리와 네 아버지인 조너선은 마법약의 달인이었지. 너희가 부모님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게 분명하구나!”

 

슬러그혼은 한 명을 미리 해리에게 주고는 자신의 품 안에 있는 병에 펠릭스 펠리시스를 냄비에서 떠서는 담고는 마개로 막았다. 그리고 그 병을 나에게도 주셨다. 하지만 내 시선은 여전히 해리에게 가 있었다. 마법약을 못 하는 해리가 제일 잘 만들었다고?

 

어떻게 그걸 만들었니?”

 

지하 교실을 나오면서 론이 해리에게 속삭였다.

 

운이 좋았지 뭐.”

 

해리는 적당히 둘러댔다.

그리핀도르의 테이블 앞에 우리만 오붓하게 앉게 되자, 해리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가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헤르미온느의 얼굴은 점점 더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래서 너희들은 내가 커닝이라도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헤르미온느의 표정을 보고 기분이 상한 해리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쨌든 완전히 네 솜씨는 아니었잖아,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딱딱거렸다.

 

해리는 단지 우리와 다른 지시를 따랐을 뿐이야.”

 

론이 해리 대신 변명을 해 주었다.

 

완전히 망쳐 버릴 수도 있었잖아, 안 그래? 하지만 해리는 그 위험을 무릅썼고, 그래서 보상을 받은 거야.”

 

론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슬러그혼 교수님께서 그 책을 나에게 주셨을 수도 있었는데... 하지만 아니었어. 내가 받은 책에는 아무도 뭐라고 적어 놓지 않았어. 52쪽에 누군가가 토해 놓은 자국이 있긴 했지만...”

잠깐만.”

 

지니가 우리 옆에 다가와 있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것 맞아? 누군가 책에 써 넣은 걸 그대로 따라 했단 말이야, 해리?”

 

지니는 몹시 놀라고 화가 난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해리가 목소리를 낮추며 그녀를 달랬다.

 

그러니까 이건 리들의 일기장 같은 게 아니야. 그냥 누군가가 끄적거려 놓은 옛날 교과서일 뿐이야.”

하지만 거기에 적힌 대로 했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가장자리에 적혀 있는 약간의 힌트를 따라 햇을 뿐이야. 지니, 이상한 건 아무것도 없어..”

지니의 말에 일리가 있어.”

 

갑자기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번쩍 들면서 말했다.

 

그 책에 뭔가 이상한 점은 없는지 확인해 봐야 해. 그러니까 이 미심쩍은 지시 사항들 말이야. 또 누가 알겠어?”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그의 가방에서 상급 마법약 만들기를 꺼내더니 지팡이를 높이 쳐들었다.

 

!”

 

해리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스페시얼리스 리벨리오!”

 

헤르미온느가 앞 표지를 탁 두들기며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책은 여전히 낡고 더럽고 모서리가 접힌 그대로, 그 자리에 가만히 놓여 있었다.

 

이제 됐냐?”

 

해리가 짜증을 냈다.

 

아니면 이 책이 공중제비라도 몇 번 도는 걸 볼 때까지 좀 더 기다릴래?”

괜찮은 것 같네.”

 

헤르미온느는 그대로 여전히 의심스런 눈길로 그 책을 바라보았다.

 

내 말은 정말로 그냥... 보통 교과서처럼 보인다는 거야.”

좋아, 그럼 내가 도로 가져간다.”

 

해리가 책상 위에서 책을 확 낚아챘다. 하지만 책은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활짝 펼쳐졌다. 나는 그것을 주워들었다. 책 뒤쪽 표지 아래쪽에 이 책은 혼혈 왕자의 소유임라고 적혀 있었다. 깨알같이 작고 알아보기 힘든 글씨체... 나는 이 글씨체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

 

해리가 내 손에 있는 책을 낚아채 갔다.

 

기묘한 운명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뭐가?”

나 그 책의 주인이 누군지 알 것 같지만 말 하지 않을 거야. 난 그의 명예를 지킬 의무가 있거든. 그리고 리들의 일기장처럼 위험하지는 않아.”

 

해리에게 내가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 주의 나머지 마법약 수업 시간에도, 해리는 리바티우스 보레이지와 혼혈 왕자의 지시가 엇갈릴 때마다 혼혈 왕자의 지시를 따랐다. 그 결과 4번째 시간이 되었을 때, 슬러그혼은 해리의 재능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면서, 자신도 이렇게 뛰어난 학생을 가르쳐 본 적은 좀처럼 없었노라고 선언했다. 이 말을 듣고 론도 헤르미온느도 나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내 표정은 아예 일그러지기까지 해서 로우가 매번 수업이 끝날 때마다 아프면 병동으로 가.’라는 말을 하면서 나를 걱정했다). 비록 해리가 두 사람에게 자기 책을 같이 쓰자고 제안을 하기는 했지만, 론은 해리보다도 그 글씨체를 알아보는 데 훨씬 더 애를 먹었고-그렇다고 해서 해리에게 그 내용을 읽어달라고 부탁하기도 곤란했는데,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수상쩍게 보이게 될 것이다-, 헤르미온느는 굳건하게 소위 공식적인제조법이라고 하는 것에 매달렸지만, 매번 혼혈 왕자의 것보다 형편없는 결과가 나오자 점점 심하게 성질을 부리곤 했다.

 

그 사람은 여자일 수도 있어.”

 

토요일 저녁, 휴게실에서 해리가 혼혈왕자에 대해서 궁금해하며 론에게 말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여학생이 아니라는 법도 없잖아. 내가 보기에 그 글씨체는 남학생보다는 여학생 것에 더 가까워.”

하지만 스스로를 혼혈 왕자라고 했어. 도대체 어떤 여학생이 왕자라는 별명을 쓰겠니?”

 

이 질문에 헤르미온느도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론이 손에 들고 있던 재형상화의 원리들에 대한 그녀의 작문을 휙 낚아챘다. 론은 지금까지 그걸 거꾸로 들고 읽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여덟 시 오 분 전이야. 나는 그만 가 봐야겠어. 덤블도어 교수님 수업에 늦겠어.”

어머머!”

 

해리가 시계를 보고 상급 마법약 만들기책을 가방 속에 집어넣으며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나도 보고 있던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행운을 빌어! 안 자고 기다리고 있을게. 교수님께서 뭘 가르쳐 주셨는지 우리도 듣고 싶어!”

잘 하고 와.”

 

론도 인사를 했다. 우리는 초상화 구멍으로 나와 그리핀도르 탑을 빠져나와서 텅 빈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하지만 트릴로니 교수가 홀로 뭐라고 중얼거리며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것을 보고, 얼른 조각상 뒤로 숨어야 했다. 트릴로니는 손때가 잔뜩 묻은 듯한 카드 한 벌을 이리저리 섞고 패를 읽으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스페이드 2, 갈등이군.”

 

트릴로니는 우리가 몸을 웅크린 채 숨어 있는 곳을 지나가며 중얼거렸다.

 

스페이드 7, 나쁜 징조야. 스페이드 10, 폭력. 스페이드 잭, 검은 젊은 남자.... 아마도 곤란에 빠진 모양이군. 질문하는 자를 싫어하는 사람....”

 

트릴로니는 갑자기 우리가 숨어 있는 조각상 바로 옆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아니, 이럴 리가 없어.”

 

그녀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카드를 섞으며 걸어갔다. 트릴로니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무기 하나가 벽에 붙어 서 있는 7층 복도에 이를 때까지 한 걸음도 쉬지 않고 내달리는 해리의 뒤를 쫓은 나.

 

신맛 나는 사탕.”

 

해리가 암호를 말하자 이무기가 펄쩍 옆으로 비켜섰다. 그러자 이무기 뒤의 벽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움직이는 나선형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에 발을 올려놓자, 계단이 빙글빙글 돌아올라가면서 놋쇠 손잡이가 달린 덤블도어의 방문 앞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똑똑 문을 노크했다.

 

들어와라.”

 

덤블도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교장실 안으로 들어가면서 우리는 인사를 했다.

 

, 잘 지냈느냐, 해리, 로라. 어서 앉거라.”

 

덤블도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개학 첫 주를 잘 보냈는지 모르겠구나.”

잘 보냇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해리가 말했다.

 

벌써 징꼐를 받은 걸 보니 무척 바빴겠구나!”

그게...”

 

해리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덤블도어는 그다지 화난 기색이 아니었다.

 

오늘 대신 다음 주 토요일에 징계를 받도록 내가 스네이프 교수님과 이야기를 해서 조정을 해 놓았다.”

알겠습니다.”

그래, 해리, 로라.”

 

덤블도어가 사무적인 어조로 말을 꺼냈다.

 

틀림없이 이 수업... 그러니까 더 좋은 단어가 생각나질 않는구나... 아무튼 이 수업 시간 동안, 내가 너에게 뭘 가르칠 생각인지 무척이나 궁금했겠지?”

, 교수님.”

볼드모트경이 왜 15년 전에 너를 죽이려고 했는지 그 이유를 네가 알게 된 지금, 나는 이제 너에게 좀 더 확실한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지난 학기가 끝날 무렵에도 저에게 모든 사실을 말씀해 주실 거라고 하셨잖아요, 교수님.”

 

해리는 비난하는 듯한 어조로 감추지 못했다.

 

그래, 그랬었지.”

 

덤블도어는 평온하게 말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너에게 말해 주었단다. 지금 이 순간부터는 분명한 사실의 땅을 떠나서, 너와 나, 그리고 로라와 함께 혼란스런 기억의 늪지대를 여행할 것이다. 그래서 억측이 난무하는 거친 숲 속으로 들어갈 거야. 해리,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치즈 냄비의 시대가 왔다고 험프리 벨처처럼 터무니없이 틀릴 수도 있단다.”

하지만 교수님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시죠?”

 

해리가 물었다.

 

그렇다고 봐야지. 하지만 내가 이미 너에게 증명해 보인 것처럼, 나도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실수를 저지른단다. 사실... 이런 말을 하는 날 용서하렴...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현명한 편인 만큼 실수도 더 크단다.”

교수님.”

 

해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교수님께서 저에게 하시려는 말씀이 그 예언과 무슨 관련이 있나요? 그것이 제가... 살아남는 데 도움을 줄까요?”

예언과 아주 큰 상관이 있단다.”

 

덤블도어는 마치 해리가 내일 날씨라도 물어본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이 네가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기를 나도 간절히 바란단다.”

 

덤블도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책상을 돌아 나와서 우리 옆을 지나갔다. 문가에 서 있는 캐비닛 위로 허리를 숙이고 덤블도어는 무언가를 꺼내고는 허리를 폈다. 그의 손에는 가장자리에 이상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낯익은 얕은 돌 대야가 쥐어져 있었다. 펜시브?

 

걱정스런 표정이구나.”

 

덤블도어는 펜시브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해리를 바라보자 그는 정말로 약간 불안한 시선으로 펜시브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나와 함께 펜시브에 들어갈 거다. 여태까지와는 달리 허락을 받고 가는 거야.”

어디로 갈 건가요, 교수님?”

 

내가 교장실로 들어와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밥 오그든의 기억을 따라 여행해 보자.”

 

덤블도어는 호주머니에서 소용돌이치는 은백색 물질이 담겨 있는 크리스털 병을 꺼냈다.

 

밥 오그든이라면....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의 직원?”

그렇단다, 로라. 얼마 전에 죽었지 하지만 그전에 내가 그 사람을 찾아내서 모든 기억들을 나에게 털어놓도록 설득했단다. 우리는 그가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에 찾아갔던 곳을 함께 따라갈 거란다.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거라, 해리, 로라.”

 

덤블도어는 크리스털 유리병의 마개를 뽑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그의 부상당한 손이 뻣뻣하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제가... 제가 할까요, 교수님?”

괜찮다, 해리....”

 

덤블도어가 지팡이 끝을 마개에 대자, 코르크 마개가 뻥 하고 빠졌다.

 

교수님, 어쩌다가 손을 다치셨어요?”

 

해리가 동정심과 역겨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검게 변한 손가락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거나 만지지 말라고 위즐리씨가 그랬는데요... 저주받은 물건일 수 있으니까요...”

 

내가 덧붙이면서 중얼거렸다.

 

해리, 로라,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구나. 아직은 아니야. 우리는 밥 오그든과 약속이 있단다.”

 

덤블도어는 병을 기울여 안에 담긴 은백색 물질을 펜시브 안에 쏟아 부었다. 액체도 가스도 아닌 그것은 펜시브 안에서 빙빙 소용돌이치며 희미하게 반짝거렸다.

 

너희들이 먼저 가거라.”

 

덤블도어가 대야를 향해 손짓을 했다. 나와 해리는 허리를 숙여서 대야의 은백색 물질 속으로 얼굴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발이 사무실 바닥에서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키 큰 나무가 양옆으로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시골의 오솔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머리 위에는 물망초 꽃처럼 푸르고 눈부신 여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바로 우리 앞으로 3미터쯤 떨어진 곳에 키가 작고 퉁퉁한 남자가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그의 눈은 두더지 눈처럼 단춧구멍만 하게 보였다. 그 남자는 길 왼편 가시나무에 붙어 있는 나무판 이정표를 읽고 있었다. 머글처럼 보이려고 애써 차려입긴 했지만 그는 줄무늬 목욕 가운 위에 프록코트를 걸치고 짧은 각반을 차는 이상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오그든은 올솔길을 따라서 활기차게 걷기 시작했고 우리도 그 뒤를 따라갔다. 오그든이 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의 화상표에는 리틀 행클턴 1.6킬로비터라고 적혀 있었다.

 

리틀 행클턴.... 볼드모트의 부모님이 살았던 곳....”

로라! 빨리 와.”

 

이정표에 발이 묶여있던 나를 발견한 해리가 외치자 정신을 차리고는 줄지어 늘어선 나무들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머리 위로는 푸른 하늘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고, 저 앞에는 프록코트를 입은 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오솔길이 왼쪽으로 휘어지더니 가파르게 경사가 진 내리막길이 나왔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계곡이 눈앞에 펼쳐졌다. 두 개의 가파른 언덕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마을이 리틀 행클턴.... 계곡 너머의 반대편 언덕에는 드넓은 초록색 잔디밭에 둘러싸인 근사한 저택 한 채가 서 있었다. 오그든은 가파른 비탈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종종걸음 치듯 내려가기 시작했고 우리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그든은 리틀 행클턴으로 가지 않았다. 오솔길은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지고 있었고 모퉁이를 따라 돌았을 때 빽빽한 나무들 사이에 난 틈새로 막 빠져나가고 있는 오그든이 프록코트 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뒤를 따라서, 방금 지나온 오솔길보다 더 키가 크고 무성한 나무들이 이어진 좁고 더러운 길을 걸어갔다. 그 길은 구불구불하고 바위투성이였으며, 군데군데 패인 곳도 많았다. 그리고 조금 전에 지나왔던 비탈길처럼 경사가 져 있었다. 그 길은 잠시 후 넓어지면서 작은 관목으로 이루어진 숲으로 이어졌고, 우리는 지팡이를 꺼내든 오그든 뒤에서 잠깐 멈춰 섰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 반쯤 가려져 있는 건물을 발견했다. 집 벽에는 온통 이끼가 끼어 있었고, 지붕을 덮은 타일들이 다 떨어져서 여기저기에 서까래가 드러나 있었다. 집 둘레에는 쐐기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거의 창문 높이까지 닿을 정도였으며, 작은 창문에는 먼지가 잔뜩 끼어 있었다. 창문 하나가 삐기덕거리며 활짝 열렸다. 그리고 가느다란 연기가 김 같은 것이 창밖으로 새어 나왔다. 아마도 누군가가 요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오그든은 조용히 그 집에 다가갔다. 곧 그는 다시 멈추고는 현관문에 못 박혀 있는 죽은 뱀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윽고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누더기를 걸친 남자 하나가 제일 가까운 나무 위에서 뚝 떨어지고 오그든 앞에 탁 버티고 섰다. 오그든은 재빨리 뒤로 물러서다가 코트 끝자락을 밟아서 그만 비틀하고 말았다.

 

썩 물러가라.

 

오그든 앞에 서 잇는 그 남자의 덥수룩한 머리카락은 어찌나 때가 끼었는지 원래 색깔을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게다가 이빨은 대여섯 개쯤 빠져 있었고, 작고 까만 두 눈동자는 제각기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외모에 뭐라고 말도 못하고 대여섯 걸음 더 뒤로 물러난 오그든.

 

.... ... 안녕하십니까? 저는 마법부에서 왔습니다....

썩 물러가.

... 죄송합니다만... 무슨 말씀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남자의 한 손에는 지팡이, 다른 한 손에는 피가 묻은 단검이 들려있었다.

 

넌 저자의 말을 알아듣겠지. 안 그러냐, 해리?”

, 물론이죠.”

 

덤블도어의 질문에 해리가 약간 당혹스러운 듯이 말했다.

 

그런데 왜 오그든은 못 알아듣죠?”

파셀통그로 말하고 있어.”

 

내가 소곤거리며 말했다.

 

훌륭하구나.”

 

덤블도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누더기를 입은 남자는 한쪽 손에는 칼, 다른 한쪽 손에는 지팡이를 든 채 오그든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 이봐요....

 

오그든이 황급히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오그든은 코를 움켜쥐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누렇고 역겨운 점액질이 흘러나왔다.

 

모핀!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이 든 한 남자가 현관문을 쾅 닫으며 오두막집에서 뛰쳐나왔다. 그 바람에 죽은 뱀이 처량하게 흔들거렸다. 이 남자는 누더기를 걸친 남자보다 키가 더 작았으며, 신체 비율이 이상하게 안 맞았다. 어깨가 너무 넓고 팔은 너무 길었다. 게다가 반짝거리는 갈색 눈에 짧게 깎은 빳빳한 머리카락과 쪼글쪼글한 얼굴 때문에 마치 힘이 세고 나이가 많은 원숭이처럼 보였다. 그는 칼을 든 남자 옆에 와서 섰다. 칼을 든 남자는 땅에 쓰러진 오그든을 보고 낄낄거리며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마법부라고?

 

나이가 든 남자가 오그든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래요!

 

오그든은 얼굴을 닦으며 화가 나서 소리쳤다.

 

당신이 곤트씨인가요?

그렇소. 당신 얼굴을 공격했나 보군.

그래요. 저자가 그랬어요!

 

오그든이 쏘아붙였다.

 

당신이야말로 이곳에 왔다는 걸 알렸어야 했소, 안 그렇소?

 

곤트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여긴 개인 소유의 땅이오. 제멋대로 여길 들어와서는, 내 아들이 자기 방어도 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하지 마시오.

도대체 뭘 방어한다는 거죠?

 

오그든이 간신히 두 발로 일어서면서 물었다.

 

중뿔나게 남 참견하는 인간들. 침입자들. 머글들과 인간쓰레기들.

 

오그든이 지팡이로 아직도 누런 고름 같은 것이 줄줄 흘러 내려오고 있는 자기 코를 겨누자, 당장 흐르는 것이 멈추었다. 곤트씨가 모핀에게 중얼거렸다.

 

집으로 들어가. 따지지 말고.

 

쉭쉭거리는 이상한 소리로 곤트씨가 말하자 모핀은 항의를 하려고 했지만, 곤트씨가 위협적인 표정을 짓자 마음을 바꾸고 이상하게 스르르 미끄러지는 듯한 걸음걸이로 오두막집을 향해 뒤뚱거리며 걸어갔다. 그리고 현관문을 쾅 닫아 버렸다. 그 바람에 뱀은 또다시 처량하게 흔들거렸다.

 

제가 온 것은 바로 아드님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곤트씨.

 

오그든은 코트 앞자락에 묻은 고름 자국을 마저 닦아 내며 말했다.

 

방금 들어간 사람이 모핀이었지요, 그렇지 않아요?

그렇소, 저 아이가 모핀이오.

 

노인이 무관심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당신은 순수혈통이오?

 

노인이 갑자기 사나운 어조로 물었다.

 

그건 지금 일과는 아무 상관 없는 문제입니다.

 

오그든은 쌀쌀맞게 딱 잘라 중얼거렸다. 하지만 곤트는 전혀 다르게 생각한 것이 분명했다. 그는 오그든의 얼굴을 노려보더니 기분 나쁜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제 생각난 건데, 당신처럼 뭔가가 질질 흐르는 코를 마을에서도 본 적이 있는 것 같소.

물론 그러시겠죠. 아드님께서 그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했다면 말이죠.

 

오그든이 지지 않고 말했다.

 

그런데 일단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계속하는 게 어떨까요?

안으로 들어가자고?

, 곤트씨. 이미 말씀드렸습니다만, 저는 모핀 때문에 여기에 왔습니다. 미리 부엉이를 보냈습니다만...

난 부엉이 같은 거 취급 안 해. 편지는 뜯어보지도 않는다고!

 

곤트가 투덜거렸다.

 

그러시다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해서 불평하실 이유가 없겠군요.

 

오그든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저는 마법사 법률의 심각한 위반 행위를 추적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늘 이른 아침 바로 이곳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았어! 알았다고! 알았다니까!

 

곤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럼 저 빌어먹을 집으로 들어오게나. 그리고 마음대로 해!

 

그 집에는 작은 방이 세 개 있는 것 같았다. 제일 큰 방은 문 두 개로 다른 방과 연결되어 있었고, 부엌과 거실을 겸해서 쓰고 있었다. 모핀은 연기 나는 벽난로 옆에 놓인 더러운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굵은 손가락으로 살아 있는 독사를 비틀며 파셀통그로 웅얼웅얼 노래를 읊조리고 있었다.

 

, , 작은 뱀, 마루 위를 기어가네. 모핀에게 잘 보여라. 안 그러면 문에다 박아 버린다.

 

그 때 열린 창문 옆의 한쪽 구석에서 뭔가 질질 끄는 소리가 났다. 다 떨어진 회색 드레스를 입은 한 소녀가 똑같은 색깔의 지저분한 돌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녀는 시커먼 난로 위에서 김을 뿜고 있는 단지 옆에 있었는데, 꾀죄죄한 단지와 프라이팬이 놓여 있는 선반 근처를 할 일 없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힘없이 늘어져 있었으며, 평범해 보이는 얼굴은 창백하고 다소 우울해 보였다.

 

내 딸, 메로프요.

 

오그든이 의아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자 곤트가 퉁명스런 어조로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오그든이 인사를 했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잔뜩 겁먹는 눈길로 아버지를 흘끗 보더니, 돌아서서 선반에 놓인 단지들을 이리저리 옮기기 시작했다.

 

곤트씨.

 

오그든이 이야기를 꺼냈다.

 

본론부터 바로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댁의 아드님이신 모핀이 지난밤 늦게 한 머글 앞에서 마법을 사용했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요란하게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났다. 메로프가 단지 하나를 떨어뜨린 것이었다.

 

당장 줍지 못해!

 

곤트가 딸에게 호통을 쳤다.

 

저거 봐라, 천한 머글들처럼 힘들게 마루 위에 엎드려 줍다니... 지팡이는 두었다가 국 끓여 먹을래? 이 천하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계집애야!

곤트씨, 제발!

 

오그든이 충격을 받은 어조로 말했다. 이미 단지를 집어 들었던 메로프는 얼굴이 얼룩덜룩 새빨갛게 붉어지더니 또다시 단지를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호주머니에서 지팡이를 뽑아 들고 단지를 향해 겨누더니, 황급히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중얼거렸다. 그러나 단지는 쓩 날아가서 반대편 벽에 쾅 부딪히고는 반쪽이 나 버렸다. 모핀은 미친 사람처럼 마구 웃어 댔고, 곤트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당장 고쳐 놔! 이 망할 계집애, 고쳐 놓으라고!

 

메로프는 비틀거리며 방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가 지팡이를 들기 전에, 오그든이 자신의 지팡이를 들고 단호하게 주문을 외웠다.

 

레파로.

 

단지는 즉이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잠깐 동안 곤트는 오그든에게 고함을 지를 듯한 기세엿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고 딸을 향해 빈정거렸다.

 

마법부에서 나오신 친절하신 나리 때문에 무사한 줄 알아. 어쩌면 이분이 너를 내 손에서 데려가 주실지도 모르지. 더러운 스큅 계집애라도 괜찮으시다면 말이다.

 

메로프는 오그든에게 고맙다는 말도 없이 시선을 피한 채 떨리는 손으로 단지를 집어 들어 다시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더러운 창문과 난로 사이의 벽에 등을 기댄 채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곤트씨.

 

오그든이 다시 말을 꺼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제가 여기 찾아온 까닭은...

아까 다 들었잖소!

 

곤트가 꽥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요? 모핀이 머글에게 마땅히 해 줄 일을 한 것뿐인데, 그게 무슨 대수요?

모핀은 마법사 법률을 어겼습니다.

 

오그든이 냉정하게 말했다.

 

모핀은 마법사 법률을 어겼습니다.

 

곤트가 잔뜩 으스대는 어조로 가락을 붙여서 오그든의 말을 흉내 내었다. 모핀이 또다시 째지는 웃음 소리를 냈다.

 

저 아이는 더러운 머글 녀석에게 한 수 가르쳐 줬을 뿐이오. 그런데 요즘에는 그게 불법이란 말이오?

, 죄송합니다만 그렇습니다.

 

오그든이 말하고 안쪽 호주머니에서 작은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내어 펼쳤다.

 

그건 뭐요? 판결인가?

 

곤트의 목소리가 점점 분노로 높아졌다.

 

청문회를 열기 위해 마법부로 소환할...

소환? 소환이라고? 감히 내 아들을 소환할 생각을 하다니, 도대체 당신이 누구길래?

저는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 수사대의 대장입니다.

그럼, 우리는 무슨 거지발싸개라도 되는 줄 알아? 그래?

 

곤트가 호통을 치며 오그든을 향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잔뜩 때가 끼고 누런 손톱이 자란 손가락으로 오그든의 가슴을 가리켰다.

 

우리가 마법부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는 그런 인간인 줄 알았어? 도대체 지금 누구를 상대로 떠드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 이 더럽고 쬐그만 머글 놈아!

지금 곤트씨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오그든은 약간 경계하는 표정이었지만,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굳건히 말했다.

 

그렇다!

 

곤트가 으르렁거렸다. 그는 자신의 가운데 손가락에 끼어져 있는, 흉측한 검은 돌이 박힌 반지를 오그든의 눈앞에 흔들면서 보여주었다.

 

이게 보여? 이게 보이느냔 말이다. 이게 뭔 줄 알기나 해? 이게 어디서 났는지 아느냐고! 수백 년 동안 우리 가문에 전해 내려 온 거야. 까마득한 옛날부터 오직 순수혈통만 지키며 이어져 온 우리 가문 말이다! 남들이 이걸 얼마에 사겠다고 했는지 니가 알기나 알아? 이 돌 위에 새겨진 이 피브렐 가문과 더불어 말이야!

제가 알 리가 없지요.

 

오그든은 바로 자기 코앞에서 흔들리는 반지를 껌벅거리며 쳐다보았다.

 

게다가 그건 요점을 벗어난 이야기입니다, 곤트씨. 당신의 아드님이 저지른...

 

그 순간 곤트는 분노로 악을 쓰며 딸을 향해 돌진했다. 잠시 후 곤트는 딸의 목에 걸려 잇는 황금 사슬 목걸이를 홱 잡아당기더니 딸을 오그든에게로 질질 끌고 왔다.

 

이게 보이나?

 

곤트는 목걸이 끝에 달려 있는 묵직한 로켓을 오그든에게 흔들어 보이면서 소리를 질러 댔다. 한편 메로프는 숨통이 막혀 입에서 거품을 내뿜으며 켁켁거리고 있었다.

 

보입니다, 보여요!

 

오그든이 황급히 말했다.

 

슬리데린의 것이란 말이다!

 

곤트가 악을 썼다.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것 말이다! 우리는 그분의 마지막 남은 후손들이야. 그런데 당신은 그런 우리들에게 도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지?

곤트씨, 따님을!

 

오그든은 놀라서 소리쳤다. 하지만 곤트는 이미 메로프를 놓아주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아버지 옆을 피해서 한쪽 구석으로 도망쳤다. 그리고는 목을 문지르며 숨을 쉬느라 헐떡거렸다.

 

그러니까!

 

곤트가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마치 이로써 모든 논쟁을 덮어버릴 만한 대단히 복잡한 사실을 입증해 내기라도 한 듯한 기세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무슨 당신네 발톱에 낀 때라도 되는 듯이 말하지 말란 말이야! 모두가 마법사인 순수혈통의 가문이라고... 자네가 함부로 주둥이를 놀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야!

 

곤트는 오그든의 발 앞에 침을 탁 뱉었다. 모핀은 또다시 미친 듯이 킬킬거렸다. 창문 옆에 웅크리고 앉은 메로프는 윤기 없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모두 가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찍 소리도 하지 않았다.

 

곤트씨. 죄송하지만 곤트씨의 조상도 제 조상도, 지금 저희가 논의하고 있는 이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저는 여기에 모핀 때문에 왔습니다. 지난밤 늦게 모핀이 상대한 머글 때문이지요. 저희 쪽 정보에 따르면...

 

오그든은 끈질기게 말하며 들고 있던 양피지 두루마리를 힐끗 내려다보았다.

 

모핀은 그 문제의 머글에게 저주나 주술 마법을 써서, 대단히 고통스런 두드러기를 유발시켰다고 하더군요.

 

모핀이 키득거렸다.

 

조용히 해라.

 

곤트는 파셀통그로 아들을 윽박질렀다. 그러자 모핀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지?

 

곤트가 당당하게 대들었다.

 

당신들이 그 머글 놈의 더러운 얼굴을 멀끔하게 닥아 주었을 텐데? 그리고 그놈의 기억도 다시...

지금 그 이야기 아니지 않습니까? 이것은 무방비 상태인 상대방에 대한 이유 없는 공격입니다.

아하, 처음 봤을 때부터 네놈이 친-머글주의자라는 걸 진작에 알아봤지.

이런 토론은 아무리 계속해서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오그든이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 아드님의 태도로 보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눈곱만큼도 후회하지 않는 게 분명하군요.

 

오그든은 다시 양피지 두루마리를 내려다보았다.

 

모핀은 914일에 열릴 청문회에 참석하여, 머글 앞에서 마법을 사용한 책임과 동일한 머글에게 상해와 정신적 충격을 입힌 것에 대한 질의에 응답할 것을...

 

오그든이 문득 말을 멈추었다. 짤랑짤랑하는 방울 소리, 따가닥따가닥하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왁자지껄 한바탕 웃어 대는 소리가 열린 창문을 타고 흘러 들어왔던 것이다. 곤트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였다. 모핀은 쉭쉭거리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당장이라도 덤벼들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메로프도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얼굴이 깜짝 놀랄 정도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세상에, 저런 흉측한 것이!

 

한 아가씨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렸다. 열린 창문을 통해 들려오고 있었다.

 

당신 아버님께서는 왜 저 오두막집을 깨끗이 없애 버리지 않는 거죠, ?

우리 소유가 아니랍니다.

 

젋은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 계곡의 반대편에 있는 것들은 모두 다 우리 집안의 소유지지만, 저 오두막집만은 곤트라고 하는 늙은 비렁뱅이와 그의 자식들 것이죠. 그의 아들은 완전히 돌았어요. 당신도 마을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들어 봤어야 했는데...

 

아가씨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방울 소리와 말발굽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모핀은 당장이라도 안락의자를 박차고 뛰어나갈 기세였다.

 

앉아 있어!

 

곤트가 파셀통그로 경고하듯이 말했다.

 

그런데 톰...

 

또다시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깝게 들리는 것을 봐서 그들이 집 바로 옆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제가 잘못 봤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저 문에다 뱀을 못질해 놓은 것 아닌가요?

하느님 맙소사, 당신 말이 맞군요! 이 집 아들이 그랬을 겁니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했지요? 사랑스런 세실리아, 그쪽은 쳐다보지 말아요.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다시 점차 희미하게 멀어져 갔다.

 

사랑스런 세실리아라....

 

모핀이 여동생을 바라보며 파셀통그로 속삭였다.

 

그 자식은 저 여자를 사랑스런 세실리아라고 부르는군. 그러니 그놈이 널 데려가긴 틀렸구나.

 

순간 메로프의 얼굴이 송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그게 무슨 소리냐?

 

곤트가 딸과 아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파셀통그로 매섭게 물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모핀?

쟤는 그 머글을 쳐다보는 데 넋이 팔렸어요.

 

모핀은 악의에 가득 찬 표정으로 여동생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겁에 질려 죽을 것만 같았다.

 

그 녀석이 지나갈 때마다 항상 마당에 나가서 울타리 틈새로 엿보았어요. 지난밤에도...

 

메로프는 제발 부탁이라는 듯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모핀은 사정없이 지껄여 댔다.

 

창문에 매달려서 집으로 들어가는 그놈을 기다렸어요.

창문에 매달려서 머글 놈을 쳐다봤다고?

 

곤트가 조용히 이를 갈며 말했다. 이제 곤트 가족은 오그든의 존재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 오그든은 무슨 뜻인지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쉭쉭 소리와 끽끽거리는 소리가 난무하는 이 새로운 사태 앞에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게 사실이냐?

 

곤트는 살의가 가득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으며, 잔뜩 겁에 질린 딸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

 

내 딸이...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순수한 혈통을 물려받은 아이가... 그 더럽고 추잡한 피를 가진 머글 놈을 좋아한단 말이냐?

 

메로프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으며 자꾸만 벽 쪽으로 몸을 바싹 붙였다. 너무 겁에 질려 입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하지만 제가 그 녀석을 혼내 주었어요, 아버지!

 

모핀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그 녀석이 지나가는 걸 제가 혼내주었죠. 온통 두드러기투성이가 된 녀석의 꼴이 별로 보기 좋지는 않았죠. 안 그래, 메로프?

이 쥐방울만 한 역겨운 스큅 계집애! 이 더러운 가문의 배신자 같으니라고!

 

곤트가 그만 이성을 잃고 으르렁거리면서 두 손으로 딸의 목을 졸랐다. 그 순간 해리와 오그든이 동시에 안 돼!”하고 고함을 질렀다.

 

리라시오!

 

오그든은 지팡이를 들어 올리더니 외쳤다. 그러자 곤트는 딸의 몸에서부터 휙 떨어져 나와 의자에 걸려 넘어져 바닥에 벌렁 나자빠졌다. 분노에 찬 고함 소리와 함께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모핀은 한 손으로는 피 묻은 칼을 휘두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팡이로 닥치는 대로 저주를 퍼부으며 오그든을 향해 돌진했다. 오그든은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쳤다.

덤블도어가 얼른 뒤를 쫓아가자는 몸짓을 했고, 귓전에 울리는 메로프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들으며 그 지시에 따랐다. 죽음힘을 다해 정신없이 도망치던 오그든은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채 오솔길로 달려 나가다가, 잘생긴 검은 머리카락의 청년이 타고 가던 반들반들한 밤색 말과 쾅 부딪히고 말았다. 청년과, 그 옆에서 나란히 회색 말을 타고 가고 있던 아름다운 아가씨는 오그든의 모습을 보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말의 옆구리에 부딪혀 퉁 튕겨져 나간 오그든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긴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곧 다시 허둥지둥 오솔길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해도 될 것 같구나, 해리, 로라.”

 

덤블도어가 이렇게 말하고는 우리의 팔꿈치를 잡아당겼다. 다음 순간 우리는 캄캄한 어둠 속을 가볍게 슝 떠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단단히 바닥 위에 발을 디디며 이제는 어둑어둑해진 사무실로 돌아왔다.

 

오두막집에 있던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나요?”

 

덤블도어가 지팡이를 휘둘려서 램프에 불을 붙이고 있을 때, 해리는 당장 그것부터 물어보았다.

 

메로프던가, 아무튼 이름이 뭐든지 간에, 그 여자 말이에요.”

그 여자는 살아남았어.”

 

덤블도어가 책상 뒤에 가서 앉으면서 우리에게도 자리에 앉으라는 손짓을 하자 내가 해리를 진정시키듯이 말했다.

 

오그든은 순간이동으로 마법부에 돌아가서, 15분 만에 지원 병력을 이끌고서 다시 나타났지. 모핀과 그의 아버지는 끝까지 저항을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제압을 당하고 오두막집에서 끌려 나가서 위즌가모트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단다. 이미 그전에도 머글을 공격한 전력이 있는 모핀은 아즈카반에서의 3년 형을 선고받았고, 오그든을 포함해서 서너 명의 마법부 직원들에게 상해를 입힌 마볼로는 6개월 형을 받았지.”

마볼로라고요?”

 

해리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다시 물었다.

 

눈치챘겠지만, 그 남자가 볼드모트의 외할아버지가 되는 거지.”

 

내가 말하자 덤블도어는 기특하다는 듯이 빙그레 미로를 지었다.

 

마볼로와 그의 아들 모핀, 그리고 그의 딸 메로프는 집안의 사촌들끼리 결혼을 하는 관습 때문에 몇 세기 동안 점점 더 커져 온 폭력성과 정신불안 증세로 악명 높은, 아주 오래된 마법사 가문인 곤트 가()의 마지막 후손들이었다. 합리적인 이성의 결여와 화려한 것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낭비벽이 합쳐진 결과, 마볼로가 태어나기 몇 세기 전에 이미 집안의 황금을 다 탕진되어 버렸지. 그래서 그자는 너희가 본 것처럼 고약한 성질 머리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정도의 도도한 자만심과 거만함에다가, 자기 아들만큼이나 아끼고 자기 딸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여기는 집안의 유물 한두 개만 지닌 채 가난과 비참 속에 버려졌던 것이란다.”

그렇다면 메로프가... 메로프가...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은 그 여자가... 볼드모트의 어머니란 말인가요?”

그렇지. 그리고 우리는 볼드모트의 아버지도 잠깐 보았는데, 혹시 너희가 알아차렸는지 모르겠구나.”

모핀이 공격했다는 그 머글 말인가요?”

말을 타고 있던 그 잘생긴 남자를 말하는 거죠?”

그래, 아주 훌륭하구나.”

 

덤블도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사람이 바로 톰 리들 1세란다. 말을 타고서 곤트의 오두막집 옆을 지나다니곤 했던 그 잘생긴 머글 남자, 그래서 메로프 곤트가 남몰래 애정을 품고 뜨거운 열정을 키워 갔던 사람이지.”

그렇다면 두 사람이 결국 결혼을 했단 말인가요?”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해리가 의아해하며 소리쳤다.

 

네가 한 가지 잊고 있는 사실이 있는 것 같구나. 메로프가 마녀란 사실 말이다. 아버지 때문에 겁에 질려 있을 때에는 아마도 메로프의 마력이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마볼로와 모핀이 안전하게 아즈카반에 갇혀 있게 되자, 메로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게 되었지. 그리고 틀림없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회복해서, 그녀가 18년 동안이나 겪어 왔던 그 끔찍한 삶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계획을 짤 수 있었을 거야. 너희는 메로프가 무슨 수로 톰 리들이 그의 머글 여자친구를 잊어버리고 대신 자신을 좋아하도록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임페리우스 저주? 아니면 사랑의 묘약?”

 

덤블도어의 질문에 해리가 추측했다.

 

사랑의 묘약이 더 정확하지 않겠어요? 그편이 여자가 보기에 훨씬 더 낭만적으로 여겨졌을 테니까 말이죠.”

잘했다. 나도 사랑의 묘약을 썼을 거라고 생각한단다. 아마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게다. 아주 무더운 날에 리들이 혼자 말을 타고 지나갈 때, 잠깐 들어와서 물이나 한 잔 마시고 가라고 청하는 것은 말이다. 어쨌든 우리가 방금 목격한 그런 일이 벌어진 지 몇 달 후에, 리틀 행글턴 마을은 엄청난 스캔들로 한바탕 뒤집어지게 된단다. 지주의 아들이 한낱 비렁뱅이의 딸인 메로프와 눈이 맞아 달아나버렸을 때, 얼마나 엄청난 소문과 추측이 난무했을지 너도 충분히 침작이 갈 게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충격은 마볼로가 받은 충격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었지. 딸이 식탁 위에 따끈한 식사를 차려놓고 자신이 돌아오기를 충실하게 기다리고 잇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아즈카반에서 돌아온 마볼로는, 그 대신 두텁게 내려앉은 먼지와 자신의 행동을 해명하는 딸아이의 작별 편지만을 발견했지. 내가 알아낸 바에 의하면, 마볼로는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딸아이에 대해 언급하거나 이름을 부르는 일이 없었단다. 하지만 딸아이의 도망으로 인한 충격이 아마도 그의 때 일은 죽음의 한 원인이 되었을 게다. 아니면 그저 자기 손으로 음식을 해 먹는 법을 결코 배우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몰라. 아즈카반에 있는 동안 몸이 많이 허약해진 마볼로는 모핀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어.”

그럼 메로프는요? 그 여자는... 그 여자는 죽었잖아요, 아닌가요? 볼드모트는 고아원에서 자라지 않았나요?”

그래, 그랬지.”

 

덤블도어가 말했다.


우리는 이제부터 많은 부분을 추측해 의존해야만 한단다. 물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는 게 별로 어렵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두 사람이 몰래 도망쳐서 결혼을 한 지 몇 달도 채 안 돼서 톰 리들은 리틀 행글턴의 저택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단다. 아내도 없이 혼자 몸으로 말이야.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톰 리들이 꼬임에 빠졌었다느니 사기에 당했다느니 하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퍼졌지.”

“....마법에 걸렸다가 드디어 깨어났다는 소리군요.”

 

내가 말하자 덤블도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물론 그자는 정신 나갔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두려워서 정확히 그런 표현까지는 쓰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가 하는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메로프가 톰 리들에게 속임수를 써서 마치 그의 아이를 가진 척했고, 그 때문에 그가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게 된 모양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메로프는 진짜로 그의 아기를 가졌잖아요.”

하지만 그건 두 사람이 결혼을 한 지 1년 뒤의 일이란다. 톰 리들은 그녀가 아직 뱃속에 아기를 갖고 있을 때 떠났거든.”

뭐가 잘못되었을까요? 어째서 사랑의 묘약이 계속해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을까요?”

그 사랑의 묘약을 쓴 여자들의 착각에 의해서 일이 그르치게 된 거지.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메로프가 마법의 힘으로 남편을 계속해서 속이는 건 견딜 수 없었던 거나, 아니면 이제는 톰 리들이 자신을 진정하게 사랑하고 있어서 떠나지 않을 거라고 착각에 빠진 거겠지. 그래서 사랑의 묘약을 더 이상 남편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메로프의 생각과 정반대로 남자는 그녀를 떠났고, 두 번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어. 그리고... 자기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어.”

 

나는 신랄하게 비난하는 어조로 말했다.

 

정말 바보 같아.”

 

작게 중얼거렸다. 방 밖의 하늘은 잉크처럼 새까매졌고, 덤블도어의 방을 밝히는 등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밝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잠시 후에 덤블도어가 말했다.

 

오늘 저녁에는 이걸로 충분한 것 같구나.”

, 교수님.”

 

나와 해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리가 좀처럼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모습을 문가에 서서는 응시했다.

 

교수님... 볼드모트의 과거에 대해서 이런 걸 모두 다 아는 게 과연 중요할까요?”

아주 중요하지. 내 생각엔 그렇단다.”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게... 이게 예언과 무슨 관계가 있나요?”

모두 다 예언과 관계가 있단다.”

알겠습니다.”

 

해리는 떠나려고 하는 순간 다시 돌아섰다.

 

교수님, 교수님께서 제게 하신 말씀을 모두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말해 줘도 될까요?”

 

덤블도어는 잠깐 동안 생각을 하더니 대답했다.

 

그래. 위즐리군과 그레인저양이 충분히 믿을 만한 친구들이라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해리, 두 사람에게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단단히 부탁해 주기를 바란다. 혹시라도 내가 볼드모트의 비밀에 대해서 알고 있거나, 혹은 짐작하는 바가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면 결코 좋을 게 없을 테니까 말이다.”

알겠습니다, 교수님.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꼭 다짐을 받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나는 다리가 가느다란 탁자들 옆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탁자 위에 부서질 것 같은 은제 기구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금이 간 커다란 검은 돌이 박힌 흉측한 금반지를 손가락으로 툭 건들렸다.

 

저주로군.”

교수님, 이 반지는...?”

 

해리가 눈을 크게 뜨고 그 반지를 보며 물었다.

 

왜 그러니?”

저희가 교수님과 함께 슬러그혼 교수님을 찾아갔던 그날 밤에 교수님께서 이 반지를 끼고 계셨어요.”

그랬었지.”

 

덤블도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것은... 이것은...”

마볼로 곤트가 오그든에게 보여준 바로 그 반지... 곤트 가의 반지지.”

 

해리가 하고 싶은 말을 내가 가로채서 말을 했다.

 

바로 그것이란다.”

하지만 어떻게...? 그럼 지금까지 줄곧 이 반지를 가지고 계셨던 건가요?”

아니란다. 아주 최근에 이 반지를 얻게 되었지.”

 

덤블도어가 대답했다.

 

내가 버로우로 가기 며칠 전에 말이다.”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손을 다치신 그때쯤이겠군요?”

그래, 바로 그때쯤이지, 해리.”

 

해리는 머뭇거렸다. 덤블도어는 말없이 웃고만 있었다.

 

교수님, 정확히 어쩌다가?”

너무 늦었구나, 해리! 그 이야기는 다음번에 듣게 될 게다, 잘 자거라.”

안녕히 주무세요, 교수님.”

 

덤블도어 교수에게 인사를 하고는 해리와 함께 교장실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