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71

리틀 윙 2017. 3. 17. 13:54

주문을 건 사람이 죽었을 때에만 주문이 저절로 풀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덤블도어가 걸어놓은 동작 그만 주문이 갑작기 풀렸다. 덤블도어는 죽었다... 그것이 머리를 강타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갑자기 누군가 나에게 무장해제 마법을 싸서 거기에 당한, 둔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여길 빠져나가자, 어서."

세베루스가 명령을 내렸다. 그는 말포이의 목덜미를 움켜쥐더니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성 안으로 그를 끌고 들어갔다. 그레이백과 잔뜩 흥분해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아마커스와 알렉토 남매가 그 뒤를 따라갔다. 

바닥에 주저앉았을 때, 해리가 투명 망토를 휙 벗어 던졌다.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험상궂게 생긴 죽음을 먹는 자가 뭔가 단단한 것으로 등을 맞은 것처럼 앞으로 푹 고꾸라지며 밀랍 인형처럼 뻣뻣하게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해리는 그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의 몸을 타 넘어 어두운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가지... 마.... 해리, 가지 마!!!!"


천문탑에서 혼자 남은 내가 두려움에 외치고는 투영 마법을 풀고 투명 망토를 챙겨 들자마자 그가 내려간 계단을 향해서 달렸다. 

나선형 계단 아래, 희미하게 불이 밝혀진 복도는 뾰얀 먼지로 가득했다. 천장이 절반쯤 무너져 내린 것 같았고, 그 앞에서는 싸움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누가 누구와 싸우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해리! 해리!!!"


해리의 이름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그의 이름만 계속 부르면서 달려갔다.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자신의 목덜미를 물으려고 하는 그레이백에게 주문을 명중시킨 해리는 자신의 위로 쓰러지는 늑대인간을 옆으로 밀쳐 냈다. 그 순간, 초록색 불빛이 그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보이자 지팡이를 휘둘렀다. 

방어벽에 맞은 초록색 광선, 하지만 먼저 몸을 숙여 피한 해리가 싸움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한가운데로 돌진했다.


"가지 마, 해리!!! 부탁이야, 가지 말아줘!!!! 가지 마!!!"


나는 목청이 터져라 외치면서 싸움판으로 뛰어들었다. 질퍽하고 미끈거러운 바닥에는 시체 두 구가 피 웅덩이에 얼굴을 처박은 채 쓰러져 있었다. 


"임페디멘타!"


해리는 지니를 공격하려는 아마커스의 가슴에 주문을 명중시켰다(아마커스는 돼지처럼 꽥 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붕 날아가서 맞은편 벽에 쾅 부딪히고 주르르 미끄러졌다). 론과 맥고나걸 교수, 루핀이 제각기 죽음을 먹는 자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통스와 싸우고 있는 금발의 마법사는 사방으로 저주를 날리고 있었는데, 벽에 맞고 이곳저곳으로 튕겨 나온 저주 때문에 돌벽이 가라지고 가까이에 있는 유리창이 박살났다. 


"스투페파이!!!"


금발의 마법사는 내 주문을 맞고는 픽 바닥에 쓰러졌다. 


"저것들을 잡아!!!"


맥고나걸 교수가 고함을 질렀다. 돌아보니 죽음을 먹는 자인 알렉토가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채 복도를 죽어라 달려가고 있었다. 바로 그 뒤를 그의 오빠가 따라가고 있었다. 

쾅쾅 불꽃이 날아오는 것도, 돌아오라는 내 외침도, 바닥에 스러진 채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도 모두 무시한 채 해리는 모퉁이를 돌았다. 세베루스와 말포이를 잡기 위해서 그는 전력으로 달려갔다. 해리를 쫓아서 지름길로 내려가자 고함 소리와 비명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성 안의 사람들.... 복도에는 후플푸프 학생들이 잠옷 바람으로 어쩔 줄 몰라 하며 서성이고 있었다.


"로라,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어! 누군가 어둠의 표식이 어쩌고 저쩌고 떠들던데!"

"비켜!!!"


어니 맥밀란에게 외치고는 그를 쌩 지나쳤다. 

떡갈나무 현관문은 부서진 채 활짝 열려 있었고 바닥 위에는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벽 쪽에는 잔뜩 겁에 질린 몇몇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있었고 거대한 그리핀도르의 유리 시계가 부서져 안에 든 루비들이 요란하게 덜컥덜컥 소리를 내며 바닥 위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해리를 찾아보았다. 그는 순간이동을 하기 위해서 교문으로 넘으려고 달려가는 세베루스와 말포이의 뒤를 쫓아서 운동장을 달려나갔다.


"해리!!!"


그 순간 뒤에서 붉은 광선이 스쳐 지나갔고 나는 몸을 돌렸다. 아마커스와 알렉토 남매가 해리에게 저주를 겨누려고 하고 있었다. 그렇게는 안 되지!


"임페디멘타!!!"


내가 주문을 외치자 아마커스에게 주문이 맞혔다. 아마커스는 비틀거리며 알렉토를 덮쳐 둘 다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천문탑에 시선이 가는 순간, 발이 해리를 쫓을 수가 없었다. 느릿느릿 천문탑 아래로 걸어가는 내 발은 해리를 막아야 하는 의사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천문탑 아래의 땅바닥, 풀숲에 엉망진창이 된 검은 물체가 나동그라져 있는 것이 보였다. 여전히 어둠의 표식은 하늘을 밝히고 있었고..... 그 밑에는 덤블도어의 시신이 있었다. 그는 사지를 쭉 뻗은 채 뼈마디가 으스러져서 쓰러져 있었다. 이상하게 벌어진 팔과 다리의 각도만 아니라면 그의 모습은 꼭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시신 옆에 무릎을 끓고 앉아서는, 구부러진 코에 걸쳐진 반달 모양의 안경을 똑바로 씌어 주었다. 그리고 옷 소매로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주었다.


"....."


옆에 누군가 털썩 주저앉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해리가 주저앉아서 덤블도어가 죽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곧 그는 자신의 무플 아래에 있는 무언가를 깔려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꺼내들었다. 그것은 수시간 전에 가까스로 훔쳐 냈던 로켓이 덤블도어의 호주머니에서 굴러 떨어져 있었다. 땅에 떨어졌을 때 부딪힌 충격때문인지, 로켓의 뚜겅이 활짝 열려 있었다. 이 로켓은 펜시브에서 보았던 그 로켓만큼 크지도 않고, 슬리데린의 표식이라고 추측되는 S자의 문양은 커녕 그 어떤 장식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더구나 사진이 넣은 자리에는 꼬깃꼬깃 접힌 양피지 조각이 쑤셔 넣어져 있을 뿐, 로켓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해리는 양피지 조각을 꺼내어 펼친 다음 등 뒤에 켜진 수많은 지팡이 불빛에 비추어 보았다.


어둠의 마왕에게

자네가 이 글을 읽고 있을 때쯤이면,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이 세상을 떠나겠지. 그렇지만 자네의 비밀을 알아낸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자네에게 꼭 알려 주고 싶었다네. 나는 진짜 호크룩스를 훔쳤고, 가능한 한 빨리 그걸 없애 버릴 작정이네. 자네가 자네의 진정한 상대를 만났을 때, 다시 한 번 죽음과 만나기 바라며 나는 기꺼이 죽음을 맞이할 걸세.

R.A.B.


해리는 손에 든 양피지 조각을 마구 구겨 버렸다. 등 뒤에서 팽이 구슬프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어서, 해리...."

"싫어요."

"여기 이러고 잇으면 안 된다, 해리... 이제 그만 가자꾸나..."

"가기 싫어요."


덤블도어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하는 해리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작정인 것 같았다. 그는 상처투성이었다.


"해리, 가자."


지니가 그의 손을 꼭 잡더니 그를 일으켜 세웠다. 해리는 그 힘에 몸을 맡겨서 넋을 잃고 사람들 사이를 걸어 나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글픈 흐느낌과 울부짖음, 통곡 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지니와 해리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계단을 올라가 현관 복도로 들어갔다.


"지니, 누가 또 죽은 거니?"

"걱정하지 마. 우리들은 다 무사해."

"하지만 그 어둠의 표식은... 말포이 녀석이 누군가를 밟고 지나왓다고 하던데..."

"빌 오빠를 밟고 지나갔던 거야. 하지만 괜찮아. 빌은 살아 있으니까."

"정말이니?"

"물론이지... 그저... 그저 좀 엉망이 되었을 뿐이야. 그레이백의 공격을 받았거든. 폼프리 부인은 빌 오빠가 더 이상...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닐 거라고 하셨어."


지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실은 나중에 어떤 후유증이 생길지 아무도 몰라. 그게... 그레이백은 늑대인간이잖아. 다행히도 그때엔 늑대로 변하지 않았지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 또 있었는데..."

"네빌은 지금 병동에 있는데, 폼프리 부인이 말하기를 완전히 회복될 거래. 플리트윅 교수도 정신을 잃으셨었는데, 약간의 경련을 빼놓고는 괜찮으셔. 래번클로 학생들을 돌보러 가야 한다고 자꾸 우기시지 뭐야. 그리고 죽음을 먹는 자들 중에서 한 명이 죽었어. 그는 덩치 큰 금발 머리 남자가 사방으로 날린 치명적인 저주에 맞고 말았지. 해리 오빠가 준 행운의 마법약이 아니었다면 우리 모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라. 어쨌든 저주들이 우리를 맞히지 못하고 계속해서 빗나갔어."


병동 안으로 들어가는 둘. 하지만 나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커다란 장애 벽이라도 되는 것처럼 병동의 문을 바라보고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늘어나는 귀를 사용해서 그 안에 있는 목소리를 들었다.


"....마법 같은 걸로 상처를 치료할 수는 없나요?"

"이런 상처에는 어떤 마법도 듣질 않는단다."


해리의 질문에 폼프리 부인이 대답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써 보앗지만, 늑대인간에게 물린 상처를 낫게 해주는 치료법은 없었어."

"하지만 보름달이 뜰 때에 물린 건 아니잖아요. 그레이백은 늑대로 변신한 상태가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설마 빌이 그렇게 되지는 않겠죠? 진짜로..."

"그래, 빌은 진짜 늑대인간이 되지 않을 거야."


불안해 하는 론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런 론을 위로해주는 루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다고 전혀 감염이 되지 않았다는 뜻도 아니란다. 이것들은 저주받은 상처야. 절대로 완전히 나을 수는 없단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빌은 얼마간 늑대의 성향을 보이게 될지도 몰라."

"아마 덤블도어 교수님이라면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걸 아실 텐데..."


론이 안타깝게 말하자, 쿵 하고 마음 속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교수님께선 어디에 계시죠? 빌이 이런 미치광이들과 싸운 건 순전히 덤블도어 교수님의 명령 때문이었어요. 덤블도어 교수님 탓이라고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빌을 그냥 모른 척하시다니..."

"론.... 덤블도어 교수님께선 돌아가셨어."


지니가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루핀이 외쳤다.


"... 어떻게 돌아겻지? 어쩌다 그런 일이 생긴 거니?"


통스가 중얼거렸다.


"스네이프가 교수님을 죽였어요."


해리가 말했다. 그 말에 문고리를 잡고 있는 손이 뚝 떨어졌다. 


"제가 바로 그 자리에서 똑똑히 보았어요. 교수님과 저, 로라는 어둠의 표식을 보자마자 천문탑으로 돌아왔어요... 그때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는 힘을 잃고 몹시 허약해지신 상태였죠. 하지만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를 들었을 때, 벌써 그것이 함정이라는 걸 깨달으신 것 같아요. 꼼짝도 하지 못하도록 저희에게 주문을 거셨거든요. 그래서 저흰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전 투명 망토를 쓴 채로 있었고 로라는 투영 마법으로 몸을 감추고 있었는데.... 그때 말포이가 들어와서는 교수님의 지팡이를 빼앗았어요..... 더 많은 죽음을 먹는 자들이 몰려 왔고.... 곧이어 스네이프과.... 스네이프가 쏘았어요.... 아바다 케다브라 저주를....."


그 순간, 불사조의 구슬픈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처절할 정도로 아름답고 구슬픈 노래였다. 

계속 서서 그 노래 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이쪽으로 달려오는 발걸음에 얼른 몸을 피했다. 치열한 싸움을 벌인 흔적를 가진, 얼굴은 여기저기 긁혀 상처투성이였고 망토는 너덜너덜 찢어진 맥고나걸 교수가 병동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늘어난 귀를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다시 문 앞에 섰고 늘어난 귀를 귀에 착용했다.


"몰리와 아서가 지금 오고 있는 중이에요."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해리, 어떻게 된 거냐? 해그리드의 말에 의하면,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네가 덤블도어 교수님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하던데? 스네이프 교수가 이 일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했다면서?"

"스네이프과 덤블도어 교수를 죽였어요."


해리가 내뱉듯이 말했다.


"..... 스네이프가..."


한참 있다가 맥고나걸 교수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우리 모두 의심을 했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항상.. 스네이프를 신뢰해 왔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아...."

"스네이프는 대단히 뛰어난 오클러먼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


루핀이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도 언제나 그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그자가 분명 우리 편이라고 그토록 장담하셨는데!"


통스가 속삭였다.


"그래서 난 덤블도어 교수님이 스네이프에 대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를 알고 계시는 게 틀림없다고 항상 생각했었어..."

"교수님은 언제나 스네이프를 믿을 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곤 하셨어. 사실... 스네이프의 전력을 보면... 모두들 의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어...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나에게 스네이프가 진심으로 뉘우친 것이 분명하다고 너무나 확실하게 말씀하셨어... 그자는 의심하는 말은 단 한 마디도 들으려고 하지 않으셨다니까!"

"도대체 스네이프가 교수님께 무슨 말을 했기에 그걸헤 철석같이 믿게 되셨는지 그걸 좀 알고 싶군."


통스가 한탄했다.


"전 알아요."


해리가 말했다.


"제 어머니와 아버지의 뒤를 쫓도록 볼드모트에게 정보를 흘린 자가 바로 스네이프였어요. 그래 놓고 스네이프는 덤블도어 교수님께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했죠. 두 사람이 죽게 되어서 너무 안타깝고, 자기가 한 짓을 진심으로 후회한다고 말이죠."

".... 그런데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그 말을 믿으셨단 말이니?"


루핀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눈물이 앞을 뿌옇게 만들어 버렸다.


"제임스가 죽은 것에 대해 슬퍼한다는 스네이프의 말을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믿으셨단 말이야? 스네이프가 제임스를 얼마나 증오했는데...."

"그자는 제 어머니의 목숨도 하찮게 여겼어요. 머글 출신이기 때문이죠. 그자는 제 어머니를 더러운 잡종이라고 불렀어요...."


그리고 그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대부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누가 하나 모르면서 어째서 그를 비난하는 거야? 그들의 목소리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이건 다 내 잘못이야."


갑자기 맥고나걸 교수가 입을 열었다. 


"전부 내 탓이야. 오늘 밤에 필리우스를 보내서 스네이프를 불러온 게 바로 나였어. 사실은 우리를 도와달라고 불렀던 건데! 내가 스네이프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리지만 않았더라면, 그자가 죽음을 먹는 자들과 합세하는 일은 절대로 없었을 거야! 필리우스가 알려 주기 전까지는 그자도 죽음을 먹는 자들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야. 그들이 오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을 거라고!"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미네르바."


루핀이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모두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어요. 우리도 스네이프가 도와주러 온다고 생각하면 좋아했었단 말이오..."

"그럼 그자가 여기에 도착해서 죽음을 먹는 자들 편에 가담해서 싸웠나요?"

"나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는 모른단다."


맥고나걸 교수가 심란한 어조로 말했다.


"모든 게 너무나 혼란스러웠어....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우리에게 몇 시간 동안 학교를 비울 테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복도를 순찰하라고 하셨지.... 리무스와 빌, 그리고 님파도라가 우리를 도와주러 왔고... 다 함께 경비를 섰어.... 사방이 고요했단다. 학교 밖으로 나가는 모든 비밀 통로들은 철저하게 감시를 받고 있었어. 우리가 알기로는 아무도 날아서 안으로 들어올 순 없었어. 학교로 들어오는 모든 통로마다 강력한 마법이 걸려 있었거든. 난 아직도 어떻게 죽음을 먹는 자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는지 그걸 모르겠다...."

"전 알아요."


해리는 한 쌍의 사라지는 캐비닛과 그것의 마법 통로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다. 그 순간 어깨에 누군가의 손을 올려지는 감촉에 그쪽을 바라보자 아빌이 나처럼 눈물울 뚝뚝 흘리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가 그자들은 필요의 방을 통해서 학교 안으로 들어왔던 거예요."

"내가 일을 다 망쳐 버렸어, 해리."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아빌의 고개짓에 나는 그저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만 듣고 있었다. 론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우리는 네가 시키는 대로 했어. 호그와트 비밀 지도를 살펴보았는데 지도에서 말포이가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틀림없이 녀석이 필요의 방으로 들어갔을 거라고 짐작했었지. 그래서 나랑 지니랑 네빌이 감시하러 그 방으로 갔는데... 말포이 녀석이 우리를 따돌린 거야."

"우리가 감시를 시작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말포이가 그 방에서 나왔어."


지니가 대신 말을 받았다.


"말포이는 괴상하게 말라 빠진 손을 손에 쥐고서 혼자 나왔어. 영광의 손 말이야."


론이 설명했다.


"오직 그 손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만 길을 밝혀 주는 그 손, 기억나지?"

"어쨌든 말포이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방 밖으로 나오기 전에 주위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러 나왔었던 게 틀림없어."


지니가 계속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를 보자마자 뭔가를 던졌는데, 순식간에 온 세상이 암흑으로 둘러싸였거든."

"페루산 즉석 암흑 가루였어."


론이 침통한 어조 말했다.


"프레드와 조지네 가게에서 팔았던 거지. 그렇지 않아도 형들한테 도대체 자기네 물건을 누구에게 팔았는지 알고나 있느냐고 한마디 따질 작정이야."

"우리는 '루모스' '인센디오'.... 모든 주문을 다 써 봤어."


지니가 말했다.


"하지만 어떤 것도 그 암흑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어. 우린 그저 더듬거리며 그 복도를 다시 빠져나오는 수밖에 없었지. 누군가 우리 곁을 지나서 달려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지. 분명히 그 손 대문에 앞을 볼 수 있었던 말포이가 그자들을 인도했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감히 저주를 쏘거나 마법을 걸 수가 없었어. 혹시라도 우리끼리 맞을 수도 있었으니까. 우리가 겨우 빛이 있는 복도로 나왔을 때, 그자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어."

"다행이 론과 지니, 네빌이 곧바로 우리를 만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려 주었단다."


루핀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잠시 후에 천문탑 쪽으로 가고 있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발견했지. 말포이는 경비를 서는 사람들이 더 있을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게 분명했어. 즉석 암흑 가루를 다 써 버린 것 같았거든. 싸움이 일어나면서 죽음을 먹는 자들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우리는 그들의 뒤를 쫓았지. 그중 한 명인 깁본이 우리의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서 탑으로 가는 계단으로 올라갔단다."

"어둠의 표식을 만들러 갓던 거로군요?"

"틀림없이 그랬겠지. 필요의 방을 나오기 전에 그렇게 하기로 미리 계획을 짰을 거야."


루핀이 대답했다.


"하지만 깁본은 거기에 있다가 자기 혼자 덤블도어를 맞이할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아. 왜냐하면 곧바로 다시 계단을 내려와서는 싸움에 합세했거든. 그러다가 나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간 치명적인 저주에 맞은 거지."

"론과 지니, 네빌과 함께 필요의 방을 감시하고 있었다면 너는...?"

"루나와 함께 스네이프의 사무실 밖을 지키고 있었어."


헤르미온느가 목에 멘 소리로 속삭였다.


"한동안 주변을 맴돌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론이 비밀의 지도를 가지고 갔기 대문에 위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전혀 몰랐고... 거의 자정이 다 되었을 때 플리트윅 교수님이 쏜살같이 지하 교실로 달려 내려오셨어. 교수님은 죽음을 먹는 자들이 성 안으로 들어왔다고 소리치고는 계셨지만, 실제로 루나와 내가 거기 서 있는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았어. 곧장 스네이프의 사무실로 뛰어 들어가시더니 스네이프에게 자기와 함께 어서 가서 좀 도와 달라고 말씀하시는 소리가 들렸지. 곧이어 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스네이프가 방에서 뛰쳐나왔어. 그자가 우리를 보았는데.... 그런데..."

"그런데 뭐?"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다그쳤다.


"내가 너무 멍청했어, 해리!"


헤르미온느가 갈라진 목소리로 한탄을 했다.


"스네이프는 플리트윅 교수님이 쓰러졌다고 하면서 우리더러 어서 가서 교수님을 돌봐 주라고 했어. 그동안 자기는... 자기는 죽음을 먹는 자들과 싸우는 걸 도와주러 가겠다고 하면서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우리는 플리트윅 교수님을 도와드리려고 스네이프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어. 교수님은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계셨어.... 오, 지금 생각하니 스네이프고 플리트윅 교수님께 기절 마법을 걸었던 게 너무나 분명했는데... 그런데도 우리는 전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어. 해리, 우린 그것도 알아치재 못하고 스네이프를 그냥 보내 줬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란다."


루핀이 말했다.


"헤르미온느, 만약 네가 스네이프의 말에 따라 순순히 비켜나지 않았다면, 그자는 아마 너와 루나를 죽였을 게다."

"그렇게 해서 스네이프가 위층으로 올라왔던 거로군요. 그리고 모두들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찾아왔겠지요."

"우린 아주 힘겨운 상황이었단다. 싸움에서 밀리고 있었지."


통스가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깁본이 쓰러졌지만, 나머지 죽음을 먹는 자들은 이대로 싸우다가 죽을 각오라도 한 듯이 사나운 기세였어. 네빌이 부상을 입고, 빌이 그레이백에게 공격을 당했지... 사방이 캄캄했고... 여기저기서 저주가 날아다니고... 그 와중에 말포이 녀석이 모습을 감추었지. 살짝 그 자리를 떠나서 탑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갔던 거야... 죽음을 먹는 자들도 녀석의 뒤를 따라갔지. 하지만 그들 중 함 녕이 그들 뒤로 어떤 저주를 걸어 계단 입구를 막아 놓ㅆ더군... 네빌이 계단을 향해 돌진했지만 허공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말았지."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그 방어를 뚫을 수 없었어. 게다가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가 여전히 사방으로 저주를 쏘아 대고 있었지. 그 저주들은 벽에 맞고 튕겨 나가며 우리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어."


론이 말했다.


"바로 그때 스네이프가 나타났지. 그때는 전혀..."


통스가 말했다.


"나도 스네이프가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걸 보앗어. 하지만 덩치가 큰 죽음을 먹는 자가 쏜 저주가 바로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얼른 몸을 숙여야만 했지. 그래서 더 이상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었어."


지니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루핀이 나섰다.


"나는 스네이프가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계단을 막고 있는 저주를 뚫고 곧장 달려가는 걸 보았단다. 나도 그 뒤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네빌과 함께 마찬가지로 튕겨 나갔지."

"그는 우리가 몰랐던 주문을 알고 있었던 거야. 어쨌거나 스네이프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였으니까... 나는 그자가 탑 위로 도망치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정신없이 쫓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


맥고나걸 교수가 분한 듯이 중얼거렸다.


"물론 그랬죠."


해리가 신랄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자들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와주려고 그랬죠... 틀림없이 그 방어막을 뚫고 지나가려면 어둠의 표식을 갖고 있어야만 했을 거예요. 그래서 그자가 다시 내려왔을 때 어떻게 되었죠?"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가 날ㄹ니 주문에 천장이 절반쯤 무너져 내렸단다. 그리고 계단을 막고 있는 저주도 풀렸지."


루핀이 설명했다.


"우리 모두 달려갔어. 적어도 우리 중에서 여전히 서 있을 기운이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말이다. 그때 스네이프와 말포이 녀석이 자욱한 먼지 속에서 나타났지. 우리는 아무도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단다."

"우린 그들을 그냥 보내 버렸던 거야."


통스가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는 그들이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추격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곧이어 다른 죽음을 먹는 자들과 그레이백이 나타나서 우린 다시 싸움을 벌었단다. 스네이프가 뭐라고 소리 지리는 걸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한데, 그게 무슨 소리였는지 모르겠어."

"스네이프는 '다 끝났다'라고 소리를 질렀던 거예요."


해리가 알려주었다. 


"자신의 임무를 다 끝냈다는 거였지요."


침묵이 잠기자 나는 늘어나는 귀를 빼고는 회수를 한 후에 망토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눈물 자국을 손가락으로 얼굴을 비비면서 없앴다.


"로라.... 나는 세베루스에게 가 봐야 할 것 같아."

"...."

"무슨 일이 있으면 엄마에게 연락을 하렴. 그녀가 널 도와줄 거야."

"... 대모."

"응?"

"몸 조심하세요."

"너도 조심하렴. 그리고 꼭 세베루스를 한 대 때릴게. 너를, 나를 상처입은 값은 주먹 한 대로 모자르겠지만 말이지."


아빌은 광대처럼 눈물이 얼룩진 얼굴에 미소를 피어오르면서 말했다. 나는 그녀가 복도를 걸어가 버리는 뒷모습을 응시했다. 

위즐리 부부와 새파랗게 겁에 질린 플뢰르가 병동으로 허둥지둥 뛰어 들어가자 나도 그들의 뒤를 이어서 들어갔다.


"몰리... 아서..."


의자에 앉아있던 맥고나걸 교수는 일어나서 그들을 맞이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빌...."


위즐리 부인이 엉망으로 짓뭉개진 빌의 얼굴을 보고는, 그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며 맥고나걸 교수의 옆을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빌의 얼굴은 어찌나 심하게 찢기고 뭉개졌는지 괴물처럼 보였다. 독한 냄새가 나는 초록색 연고가 그의 상처 부위에 발라져 있었다.


"오, 빌!"


루핀과 통스가 재빨리 일어나서 위즐리 부부가 병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주었다. 위즐리 부인은 아들의 몸 위로 허리를 숙이고서 피로 얼룩진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레이백에게 공격을 당했다고 했던가요?"


위즐리씨가 맥고나걸 교수에게 정신없이 물었다.


"그런데 늑대로 변하지는 않았었다고요? 도대체 그게 다 무슨 소리죠? 빌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난처한 표정으로 루핀을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감염은 되었을 겁니다, 아서."


루핀이 얼른 나서서 설명했다.


"약간 특이한 경우라서 말이죠. 아주 보기 드문 경우죠... 빌이 깨어났을 때 어떤 행동을할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위즐리 부인은 폼프리 부인에게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연고를 받아서 열심히 빌의 상처에 찍어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위즐리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미네르바, 그게 사실이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정말로....?"


맥고나걸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플뢰르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빌을 정신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다니..."


위즐리씨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위즐리 부인은 맏아들에게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부인이 흐느껴 울기 시작하자, 빌의 망가진 얼굴 위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이 아이의 얼굴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 건 다... 당연히 중요하지 않아요.... 하.... 하지만 얼마나 잘생긴 아.... 아이였는데... 그토록 잘생겼던 아이가... 게다가 곧 겨... 결혼을 할 계획이었는데!"

"어머, 그게 무승 말씀이세요?"


플뢰르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결혼을 할 계획이었다니요? 그게 무승 말씀이싱가요?"


위즐리 부인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었다.


"내 말은.... 단지...."

"빌이 더 이상 저와 결혼하길 웡하지 않을 거란 말씀잉가요?"


플뢰르가 물었다.


"늑대에 물렸기 때뭉에 절 사랑하지 않게 된다능 말씀잉가요?"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빌응 저랑 결혼할 거예요!"


플뢰르가 은빛 나는 긴 머리카락을 뒤로 휙 젖히면서 몸을 꼿꼿이 세웠다.


"늑대인간 따위가 빌의 사랑을 막을 수능 없어요!"

"그래, 그렇고말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위즐리 부인이 달래듯이 말했다.


"난 그저 혹시나 하고 생각했던 거야. 저 아이... 저 아이가 얼마나..."

"혹시 제가 빌과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싱 건가요? 아니면 그러길 바라시능 건 아니구요?"


플뢰르가 뜨거운 콧김을 씩씩 내뿜으며 따졌다.


"빌의 외모에 제가 상관할 거 같은가요? 제가 예쁘게 생긴 겅만으로도 우리 두 사람에겐 충분해요! 이 상처들은 제 남편이 엉마나 용감한지를 보여 주능 증거예요! 전 빌과 결혼할 거예요!"


플뢰르가 사납게 한마디 덧붙이더니, 위즐리 부인을 옆으로 밀치면서 연고를 빼앗아 들었다. 위즐리 부인은 뒤로 물러나 남편에게 몸을 기댄 채, 플뢰르가 빌의 상처를 닦아 주고 잇는 모습을 신기한 듯 지켜보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 뮤리엘 큰이모님께서 아주 아름다운 왕관을 가지고 계신단다. 도깨비가 만든 것이지."


한참 후에 위즐리 부인이 입을 열었다.


"내가 큰이모님께 잘 말씀드리면 분명히 너의 결혼식 때 그 왕관을 네게 빌려 주실 게다. 큰이모님께선 빌을 무척이나 아끼시거든. 그 왕관과 네 머리가 아주 잘 어울릴 거야."

"고맙습니다."


플뢰르가 여전히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분명히 잘 어울링 거예요."


그리고 두 여자가 서로를 껴안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해리와 론은 기가 막혀 죽겠다는 얼굴이었고, 지니와 헤르미온느도 전혀 뜻밖이라는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다.


"당신도 똑똑히 봤죠!"


간신히 분노를 억누르는 듯한 통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스는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루핀을 노려보고 있었다.


"빌이 늑대인간에게 물렸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그와 결혼하길 원하잖아요! 그녀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고요!"

"이 경우는 달라요."


루핀이 몹시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굳어진 입술 사이로 중얼거렸다.


"빌은 완전히 늑대인간이 되지는 않을 거요. 경우가 전혀 다르단 말...."

"하지만 나도 상관하지 않아요! 상관하지 않는다고요!"


통스가 루핀의 망토 앞자락을 움켜쥐고 마구 흔들었다.


"당신에게 수백만 번도 넘게 말했잖아요..."

"나 역시 당신에게 수백만 번도 넘게 말했소."


루핀이 통스의 눈길을 피해서 병실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당신에 비해 난 너무 나이가 많소. 게다가 너무 가난하고... 너무 위험하기도 하고..."

"리무스,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당신은 말도 안 되는 변망만 늘어놓고 있군요."


플뢰르의 등을 토닥이고 잇던 위즐리 부인이 그녀의 어깨 너머로 말했다.


"저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한 적이 없습니다."


루핀이 진지하게 말했다.


"통스는 좀 더 젊고 완전한 남자를 만나야 합니다."

"하지만 통스는 자네를 사랑하지 않나."


위즐리씨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게다가 리무스, 아무리 젊고 완전한 남자라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그러리란 보장은 없다네."


위즐리씨가 두 사람 사이에 누워 있는 자신의 아들을 힘없이 가리켰다.


"어쨌든 지금은.... 이 문제를 따질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루핀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면서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돌아기신 마당에...."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난다면, 덤블도어 교수님이야말로 어느 누구보다도 더 기뻐하셨겠지요."


맥고나걸 교수가 무뚝뚝하게 한 마디 던졌을 때, 병실 문이 다시 열리더니 해그리드가 걸어 들어왔다. 머리카락이나 수염 사이로 드러난 그의 얼굴은 온통 눈물로 얼룩지고 퉁퉁 부어 있었다. 그는 커다란 점 무늬 손수건을 손에 쥐고서 슬픔으로 온몸을 떨고 있었다.


"다... 끝..... 끝났습니다, 교수님."


해그리드가 목에 메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 그분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스프라우트 교수님께서 아이들을 침실로 다시 돌려보내셨고요. 플리트윅 교수님께서는 아직도 누워 계시지만, 곧 괘낞아지실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슬러그혼 교수님께서도 마법부에 연락을 취하셨다고 합니다."

"고마워요, 해그리드."


맥고나걸 교수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빌의 병상을 둘러싸고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는 마법부 사람들이 도착하는 대로 만나러 가야겠군요. 해그리드, 각 기숙사의 사감 선생님들께 지금 당장 제 방에서 뵙고 싶다고 전해 주세요. 슬리데린은 슬러그혼 교수님께서 사감을 맡으시면 될 거예요. 그리고 해그리드도 그 자리에 참석해 주길 발바니다."


해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병실 밖으로 힘없이 걸어나가자, 맥고나걸 교수가 나와 해리를 내려다보았다.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너희와 짧게라도 이야기를 좀 나누었으면 좋겠구나, 해리, 로라. 잠깐 나랑 같이 가 주겠니..?"


해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쿵 쿵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에 가슴에 손을 올려서 손이 새얗게 될 정도로 긁으면서 옷자락을 구겼다. 

심장이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펌플질을 해서 인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가 않았다. 폐는 계속해서 날쉼과 들쉼을 빠른 속도로 반복했지만, 너무 빨라 들어왔다가 빨리 빠져나가서 공기 전달이 제대로 이루워지지 않아.... 머리 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러다가 질식하는 것이 아닐까...? 


"로라?...."

"헉....!!!"

"로라!!!"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뭐라고 답을 하기도 전에 헐떡거리면서 몸에 기운이 빠져나가버렸다. 내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땅에 주저앉았고.... 그리고 내 의식은 어둠 속에 잠겨졌다. 의식이 잠기는 그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오피온.....의 씨앗....'


**

눈을 떴을 때, 폼프리 부인이 나를 살펴보면서 나를 걱정하는 다른 사람들.


"로라, 괜찮니?"

"피로가 누적된 것뿐이야... 아마도."


내가 말하자 모두들 불안한 시선으로 서로와 시선을 교환했다. 그 시선들은 대체 뭔데?


"로라, 놀라지 마."


론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면서 눈쌀을 찌푸리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오, 이걸 너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헤르미온느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지니가 나에게 거울을 넘겨주었다. 어리둥절하면서 그 거울을 받아들었다.


"이게 뭐?"

"지금 네 모습을 봐."

"무슨...?"


지니가 말하자 거울 속에 비추는 내 모습을 응시하는 순간, 눈동자가 부릅 커졌다. 붉은 머리카락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백금발이 차지하고 있었다.


"!!!!"


거울 속의 내 모습에 머리카락 하나를 뽑자 역시나 붉은색이 아니라 백금발을 띄고 있었다. 생기가 사라져 버려 아파보이는 색소 옅은 머리색에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뿐이었다. 앞으로 점점 더 색소가 옅어질 것이다.


".... 로라?"

"어쩔 수 없잖아."


로라는 거울을 손에 쥔 채, 눈물을 흘렀다. 울음 소리 하나도 내지 않고 그저 눈물만 뚝뚝 흘러내렸다. 그런 그녀를 끌어안아서 등을 토닥여주는 헤르미온느, 다른 사람들도 그녀를 걱정했다. 그치만 로라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입을 꺼내지 않았다.

모든 수업이 중단되고 시험도 전부 연기되었다. 몇일 사이에 몇몇 학생들이 부모님들의 손에 이끌려서 황급히 호그와트를 떠났다. 쌍둥이 패틸 자매는 덤블도어가 목숨을 잃은 사건이 일어난 바로 다음 날, 아침도 먹지 않고 가 버렸고, 자카리아스 스미스는 몹시 거만해 보이는 아버지가 성까지 찾아와서 직접 데려갔다. 한편 시무스 피니간은 그를 집으로 데려가겠다는 어머니의 요구에 완강히 버텼다. 시무스와 그의 어머니는 현관 복도에서 한바탕 소리를 지르며 입씨름을 벌였는데, 결국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시무스가 학교에 남아 있는 걸 그의 어머니가 허락하면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시무스가 우리에게 말해준 바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호그스미드에서 잠자리를 구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고 했다. 마법사드로가 마녀들이 덤블도어에게 마지막 조의를 표하기 위해서 그 마을로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례식 전날, 오후 늦게 열두 마리의 날개 달린 거대한 팔로미노가 이끄는 집채만한 담청색 마차가 하늘에서 불쑥 나타나서 숲 가장자리에 내려앉았다. 이런 광경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어린 학생들은 웅성거리며 몹시 신기해왔다. 마차에서는 올리브빛 피부와 검은 머맄락을 지닌 매력적인 거인 여자가 계단을 내려와서, 기다리고 서 있던 해그리드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한편, 마법부 장관을 비롯한 마법부의 파견단 사람들은 성 안으로 머물고 있어서 해리와 나는 그들을 피해 다녔다.


"로라!"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쪽을 보았다. 로우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흠칫 몸을 떨었다.


"슬슬 적응하는 것이 어때?"

"하, 하지만... 왠지 로라 같지 않는 걸."


로우는 내 옆으로 다가와서는 말했다. 그는 말포이와 세베루스가 학교 밖을 벗어난 이후, 그들에 대해서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치만 금발도 잘 어울려."


로우가 내 모습에 칭찬을 했다.

병동을 퇴원할 때-바로 다음날 퇴원했지만(퇴원하자마자 해리에게 투명 망토를 넘겨주었다)- 내 모습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해리, 론, 헤르미온느 그리고 지니는 로우처럼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적응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면 이만 가볼게."


로우가 가려는 내 팔목을 잡았다. 그런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로라..."

"응?"

"어디 안 갈 거지?"

"...."

"지금 네 모습... 잘 어울리는데... 이상하게도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나, 무서워."


로우는 자신의 심정을 내뱉으면서 말했다. 그가 말하는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날씨를 창 밖으로만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와 지니,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나는 하루에 두 번씩 병동으로 찾아갔다. 네빌은 퇴원을 했지만 빌은 아직도 폼프리 부인의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상처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다행이도 두 눈과 다리가 멀쩡하다는 점을 빼면, 솔직히 지금은 어딘지 매드아이 무디와 비슷하게 보였다. 그렇지만 성품만은 전과 다름없는 것 같았다. 굳이 달라졌다고 한다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굉장히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니까 나랑 결혼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지 뭐양."


플뢰르가 빌의 베개를 탁탁 두드려 모양을 바로잡아 주면서 행복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망 영국잉들은 고기를 너무 익혀 먹는다니까."


그 날 저녁에 우리는 휴게실의 열린 창문가에 앉아서 어둑어둑해지는 교정을 내려보고 있었다.


"이제 빌 오빠가 진짜로 그 여자랑 결혼할 거라는 사실을 그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


지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플뢰르도 그다지 나쁘지 않아."


해리가 무심결에 말했다가, 지니의 눈썹을 치켜뜨는 것을 보고 얼른 한 마디 덧붙였다.


"어... 물론 좀 못생기긴 했지만 말이야."


지니는 마지못해 피식 웃었다.


"엄마가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나도 그럴 수 있을 거야."

"우리가 아는 사람이 또 죽기라도 했냐?"


론이 <석간 예언자일보>를 열심히 살펴 보고 있는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괜히 거친 남자처럼 굴려는 론의 어조에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헤르미온느가 신문을 반으로 접으며 못마땅한 어투로 대꾸했다.


"아직도 스네이프의 행방을 찾고 있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어.."

"그거야 당연히 그렇겠지."


해리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볼드모트를 찾기 전까지는 스네이프를 찾기 못할걸.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볼드모트를 찾지 못한 걸 보면..."

"난 그만 자러 가야겠어."


지니가 몹시 졸린 듯이 하품을 했다.


"그때 이후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거든.... 하암.... 이젠 좀 잘 수 있겠지."


지니는 해리에게 살짝 입을 맞춘 후(론은 휙 고개를 돌렸다), 다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여학생 침실로 향했다. 지니가 문을 닫고 들어가자마자 헤르미온느는 그녀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나와 해리 쪽으로 황급히 몸을 기울였다.


"해리, 오늘 아침에 도서관에서 뭔가를 찾아냈어."

"R.A.B.에 대해서?"


해리가 얼른 몸을 똑바로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헤르미온느는 그 이니셜이 자신이 그동안 책에서 읽었던 어느 정체 모를 마법사의 것인지 당장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때부터 해야 할 숙제가 없는 사람치고는 너무나 자주 도서관으로 달려가곤 했다.


"그건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유감스러운 듯이 말했다.


"지금까지 계속 찾아보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가 없었어, 해리.... 로잘린드 안티고네 벙스... 루퍼트 액스뱅어 브룩스탠튼이라고 똑같은 이니셜을 가진 꽤 유명한 마법사들도 두 명 있었지만... 이 마법사들은 아닌 것 같아. 그 쪽지에 적힌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자면, 호크룩스를 훔친 그 사람은 볼드모트를 알고 있었어. 하지만 벙스나 액스뱅어가 볼드모트와 어떤 관련이 있었다는 증거는 하나도 찾지 못했거든... 내가 알아낸 사실은... 그러니까... 스네이프에 관한 거야."


헤르미온느는 그 이름을 또다시 꺼내기가 몹시 불안한 기색이었다.


"스네이프에 대해서 뭘 알아냈는데?"


해리가 다시 의자에 힘없이 등을 기대면서 우울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 그러니까 혼혈 왕자에 대해서 내가 했던 말이 어느 정도 맞았다는 거야."


헤르미온느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너 그 이야기를 자꾸 꺼내야겠니, 헤르미온느? 지금 내가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아니, 아니야, 해리. 내 말은 그런 게 아니야!"


헤르미온느는 얼른 변명을 하면서 혹시 누가 듣고 있지는 않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에일린 프린스가 한때 그 책의 주인이었을 거라고 했던 내 말이 맞다는 거야. 사실은... 그 여자가 스네이프의 어머니였어!"

"어쩐지 별로 안 예쁘다고 생각했지."


론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그 말을 무시했다.


"옛날 <예언자일보>를 계속 조사해 보았는데, 에일린 프린스가-."

"머글 토비아스 스네이프랑 결혼했지."


헤르미온느가 하고자 하는 말을 내가 가로챘다. 그제서야 내가 그의 대녀라는 사실을 기억했는지 셋 명의 얼굴이 내 쪽으로 돌려졌다.


"내 대부에 대해서 너희들이 아는 한쪽 면만 보고 그를 험담하지 말아줄래, 적어도 내 앞에서는!"


내가 없는 곳에서 그를 험담해도....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적어도 내 앞에서는 하지 말아야지! 나에게는 이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가족이란 말이야.


"로라."

"아무것도 모르잖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를 나쁘게 말하지 마...."


울컥한 마음이 눈에서 다시 눈물을 생성했다. 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들과 더 이상 함께 있지 못하고는 기숙사로 올라갔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짐을 쌌다. 장례식이 거행하고 한 시간 후에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출발할 예정이었다. 대연회장은 숙연한 분위기였고 모두들 정장 망토를 갖추어 입고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교직원 테이블의 한가운데에 있는 왕좌 같은 의자를 그대로 비워 놓았다. 해그리드의 자리도한 비어 있었다. 세베루스가 앉았던 자리에는 루퍼스 스크림저가 앉아있었다. 마법부의 파견단 중에는 빨간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퍼시 위즐리도 있었다. 론은 유달리 난폭하게 훈제 청어 조각을 칼로 쿡쿡 찌르는 것 이외에는 퍼시를 의식하는 티를 전혀 내지 않았다. 건너편 슬리데린의 테이블에서 크레이브와 고일이 서로 수군덕거리고 있엇다. 누구보다도 덩치가 크고 힘센 아이들이기는 했지만, 그들 사이에 항상 대장 노릇을 하던 키가 크고 창백한 얼굴의 말포이가 없으니 처량해 보였다.

맥고나걸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지막한 탄식이 가득하던 연회장 안이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이제 시간이 되었습니다."


맥고나걸 교수가 입을 열었다.


"모두들 사감 선생님들의 뒤를 따라서 밖으로 나가 주십시오. 그리핀도르 학생들은 내 뒤를 따르도록."


학생들은 아무 말 없이 의자 뒤에서 줄지어 나왔다. 은색 실로 수를 놓은, 길고 품위 넘치는 에메랄드빛 망토를 걸친 슬러그혼이 슬리데린 학생들을 이끌어 나갔다. 말끔한 차림을 한 스프라우트 교수가 후플푸프 학생들을 이끌었다. 학생들이 현관 입구에 도착했을 때, 오래된 검은 양복에 좀약 냄새가 풀풀 풍기는 넥탁이를 맨 필치 옆에는 무릎까지 오는 두껍고 검은 베일을 쓴 핀스 부인이 서 있었다.

현관문을 지나서 돌계단을 내려갔다. 우리는 호수를 향해 가고 있엇다. 따듯한 햇살 아래, 학생들은 맥고나걸 교수의 뒤를 따라서 수백 개의 의자가 줄지어 놓여 있는 장소를 향해 나아갔다. 그곳에는 가운데에 통로가 하나 마련되어 있었고, 모든 의자들이 향하고 있는 정면에는 대리석 단상이 놓여 있었다.


'숨이 막히게 하는 여름 날씨....'


추레한 사람, 말쑥한 사람,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준비된 좌석의 절반 정도를 이미 메우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몇몇 사람은 알아 볼 수 있었다. 킹슬리 샤클볼트와 매드아이 무디, 머리색깔이 기적처럼 다시 선명한 분홍색으로 돌아온 통스, 그녀와 손을 잡고 있는 듯이 보이는 리무스 루핀, 위즐리 부부, 플뢰르의 부축을 받고 있는 빌, 그리고 검은 용 가죽 재킷을 입고서 그 뒤를 따르는 프레드와 조지가 있었다. 맥심 부인은 혼자서 두 사람 반이 앉을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앉아 있었고, 리키 콜드런의 주인인 톰, 프리벳가의 스큅 아라벨라 피그, 마법사 세계의 인기 가수 '운명의 세 여신' 중 머리카락이 덥수룩한 베이스 연주자, 구조 버스의 운전사 어니 프랭, 다이애건 앨리의 망토 가게 주인인 말칸 부인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호그스 해드의 주인인 애버포스 덤블도어나 엘리하 덤블도어 부부, 호그와트 급행 열차에서 음식 손수레를 끄는 마녀도 있었다. 성의 유령들도 그 자리를 참석했는데, 환한 햇살 때문에 거의 눈에 보이지 않았고 그나마 움직일 때에만 청명한 날씨 속에서 아지랑이처럼 허공에 아른거릴 뿐이었다.

해리, 론, 헤르미온느 그리고 지니와 함께 호숫가 옆 제일 끝 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사람들은 계속 몰려들고 있었다. 부축을 받으며 루나의 옆자리에 앉은 네빌의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옆자리에 누군가 앉는 모습에 그쪽을 바라보았다. 애드밀과 로우, 마리안느였다. 애드밀과 마리안느는 금발로 변한 내 모습을 금방  찾아냈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는 곳에 할아버지, 피브렐 부인, 레나와 레오 남매가 앉아 있었다. 아빌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신 블랙 부인은 검은 베일로 얼굴을 반을 가려서 뒤쪽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루핀과 통스 근처에 아보트씨와 카밀라가 서로의 손을 꽉 잡은 채 걸어가 앉았다.

마침내 교직원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낮선 음악이 들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약간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저기."


애드밀의 손가락이 가르켰다.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깨끗한 초록색 호수 속에 있는 인어들의 모습이 보였다. 인어들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언어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핏기 하나 없는 그들의 얼굴 위로 물결이 일렁거리고 보랏빛의 긴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흐느적거렸다. 그 기괴한 음악 소리는 상실과 슬픔을 내포하고 있었다.

해그리드가 의자들 사이로 난 통로를 천천히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소리 없이 울고 있는 그의 얼굴은 눈물로 번들거렸고, 그의 품 안에느 황금 별이 점점이 박혀 있는 자주색 벨벳에 감싼 무언가가 안겨 있었다. 앞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잘 볼 수는 없었지만 해그리드가 덤블도어의 시신을 단상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이제 통로로 다시 내려온 해그리드는 트림펫을 힘차게 불듯이 요란하게 코를 팽 풀었다. 그리고 그는 제일 뒷줄로 걸어가서 작은 천막만 한 크기의 바지와 재킷을 입은 거인 그롭에게 다가갔다. 그롭은 커다란 바위 덩어리 같은 흉측한 머리를 숙인 채, 마치 인간처럼 유순하게 앉아 있었다. 해그리드가 의붓 동생의 바로 옆에 앉자, 그롭은 해그리드의 머리를 세게 탁탁 쳤다. 그 바람에 그가 앉아 있던 의자 다리가 주저앉고 말았다. 바로 그때 음악 소리가 멈추었고 앞을 바라보았다. 수수한 검은 망토를 입고 머리숱이 많은 자그마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덤블도어의 시신 앞에 서서 추모의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첨벙하는 소리가 들리고 인어들이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고 추도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호수 너머의 숲에는 켄타우로스들도 애도를 표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비록 사람들이 보이는 곳까지나오지 않았지만, 옆구리에 활을 매달고 반쯤 그늘에 몸을 숨긴 채 마법사들을 조용히 지켜보고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검은 망토를 입은 자그마한 남자가 마침내 추도사를 마치고 자기 자리를 돌아갔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그때 서너 명의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덤블도어의 시신이 놓여 있는 단상과 그 둘레에서 눈부시게 하얀 불길이 솟구쳤다. 불길은 점점 더 높이 치솟으면서 시신을 덮어 버렸다. 하얀 연기가 소용돌이치며 피어올랐다. 불길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덤블도어의 시신이 들어 있는 하얀 대리석 무덤만이 남아 있었다. 바로 그때 무수한 화살들이 소나기처럼 허공으로 쏘아 올려지자, 깜짝 놀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화살은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미치지 못하고 땅에 떨어졌다. 그것은 켄타우로스들이 덤블도어의 영전에 바치는 조의였다. 돌아선 켄타우로스들의 꼬리가 그늘진 나무들 사이로 사라지자, 인어들도 천천히 초록색 호수 속으로 들어가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로라."


웅성거리는 사람들은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애드밀이 내 이름을 불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기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끼고 있는 헤르미온느를 품에 안고는 머리를 쓰담아 주는 론, 해리와 지니의 이별 소리를 들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드밀과 마리안느, 로우는 나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덤블도어의 무덤으로부터 돌아섰다.


"이제 정말... 1년도 안 남았구나."


내 금발을 자신의 흰 손가락으로 매만지면서 마리안느가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내 죽음이 그제서야 실감이 되는 건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넌 이제 어떻게 할 거니?"


애드밀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 아마도 해리 포터와 함께 가게 될 거야."

"그건 안 된다."


단호한 목소리의 할아버지가 굳은 결의의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레오는 자신의 엄마를 부축하고 있었다.


"그건 안 된다. 나는 이제 허락할 수가 없구나. 로라, 집으로 들어오렴."

"거절하겠어요."

"로라!"

"싫어요, 할아버지."


내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할아버지는 내 이름을 부르셨다.


".... 나 곧 죽을 테니까요. 죽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면 나 눈 편히 몸 감을 것 같아서 그래요... 그러니까, 가게 해 주세요."


할아버지는 내 말에 담담한 그의 금색 눈동자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 내렸다. 피브렐 부인이 레오의 손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남편의 허리를 감쌌다.


"길, 그냥 보내줘요.... 로라는 영리한 아이잖아요."

"하지만, 나는 내 가족을 또 한 번 잃어야 한다는 건가? 영영 닿지 못하는 곳으로 떠내 보내라는 소리인가?! 오르테즈, 나는 그럴 수가 없네."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 서서 눈물을 흘리면서 울었다. 아아.... 심장이 욱씬거리면서 아파온다. 결국 나는 또다시 이 눈물들을 모른 척 해야 한다. 내 선택으로 울게 되는 사람들을 모른 척하면서 눈을 감아버렸다. 나는 이 선택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비겁한 방법으로 모른 척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