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76

리틀 윙 2017. 3. 29. 03:18

8월이 지나면서, 그리몰드 광장 한가운데에 무성했던 네모난 잔디밭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시들시들하다가 끝내 갈색으로 바싹 말라버렸다. 12번지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12번지 건물 자체나 그 건물에 사는 사람들을 결코 보지 못했다. 그리몰드 광장에 사는 머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13번지 바로 옆에 11번지가 있게 된 것이, 단지 번지를 붙이는 과정에서 터무니 없는 실수를 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 광장에 굉장히 흥미로운 뭔가를 발견한 듯한 방문자들이 드문드문 꼬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매일같이 한두 명씩 그리몰드 광장을 찾아와서는, 별다른 볼일도 없이 11번지와 13번지의 난간에 몸을 기대고 서서 두 건물 사이의 좁은 틈새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 잠복자들은 같은 사람이 연속으로 찾아오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평범한 옷차림을 싫어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들 옆을 지나가는 런던 사람들은 대부분 괴상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에 익숙해져서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대체 이 더운 날에 저렇게 긴 망토를 누가 입는 걸까 의아해하면서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는 행인이 이따금 있었지만 말이다.

이 파수꾼들은 그토록 열심히 보초를 서고도 별로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가끔 그들 중 한 명이 마침내 흥미로운 뭔가를 발견한 듯이 몹시 흥분해서 냅다 달려가곤 했지만, 결국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9월 1일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광장에 잠복하고 있었다. 긴 망토를 입은 여섯 명은 변함없이 11번지와 13번지 집들을 주의깊게 응시하면서 말없이 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기다리고 잇는 것은 여전히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듯 했다. 저녁이 가까워 오면서, 몇 주일 만에 처음으로 예상치 못한 차가운 비가 한바탕 몰아쳤다. 동시에 그 자들이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한 그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또 찾아왔다. 얼굴이 쭈그러진 한 남자가 손가락질을 하자, 바로 옆에 있던 땅딸막하고 얼굴이 창백한 남자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잠시 후 그들은 몹시 실망하고 짜증이 난 표정으로 방금 전과 같이 맥 빠진 상태로 되돌아갔다.


"또 순간이동을 하다가 모습을 보일 뻔 했나 보네."


그리몰드 광장을 감시하고 있는 죽음을 먹는 자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응접실을 나왔다. 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나갔다가 돌아온 우리는 현관문 바깥 계단 꼭대기에서 순간이동으로 나타났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무디가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을 죽인 건 제가 아니에요."


해리에게 걸려 있는 혀 묶는 저주가 풀어졌다. 그런 다음 먼지 형상이 펑 터졌다. 


"어서 와, 해리."


나는 현관복도를 걸어갔고 해리와 함께 부엌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갔다. 


"소식을 가져왔어. 하지만 별로 마음에 들진 않을 거야."


부엌은 너무 달라져서 몰라볼 정도였다. 사방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구리 주전자와 냄비들은 거의 장밋빛 광택이 감돌 정도로 윤이 났고, 반들반들한 나무 식탁 위에는 저녁 식사를 위해 벌써부터 차려진 잔과 접시들이 즐겁게 타오르는 벽난로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리고 벽난로 위에는 커다란 솥이 쉭쉭 소리를 내며 끓고 있었다. 그리고- 해리를 보고 황급히 달려오는 집요정, 크리처.

크리처는 눈처럼 하얀 수건을 집고 잇었는데, 귀에 난 털은 목화솜만큼이나 하얗고 보송보송했으며, 빈약한 가슴에는 레귤러스의 로켓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해리 주인님, 신발을 벗어 주세요. 그리고 저녁 식사 전에 손을 씻어 주세요."


크리처는 꽥꽥거렸다. 그리고 얼른 투명 망토를 받아서 벽의 옷걸이에 걸기 위해 구부정하게 걸어갔다. 옷걸이 옆에는 새로 세탁한 구식 스타일의 망토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무슨 일인데?"


론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휘갈겨 쓴 쪽지들과 손으로 그린 지도 뭉치를 긴 식탁 끝에 흩어 놓은 채 정신없이 살펴보는 중이었다. 해리는 성큼성큼 가서 흩어진 양피지 위에 신문을 탁 던져놓았다.

매부리코에 검은 머리의 낯익은 남자가 커다란 사진 속에서 모두를 빤히 올려보고 있었다. 그 밑에는 다음과 같은 표제가 붙어 있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호그와트 교장으로 임명


"안 돼!"


론과 헤르미온느는 동시에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의 동작이 빨랐다. 재빨리 신문을 낚아챈 그녀는 큰 소리로 밑에 실린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호그와트 마법 학교에서 오랫동안 마법약 교수로 재직했던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오늘 이 유서 깊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몇몇 교수진의 교체와 더불어 교장으로 임명되었다. 이전 머글 연구 과목 교수의 사임에 따라, 알렉토 캐로우가 그 자리를 맡게 되었으며, 그녀의 오빠인 아마커스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직을 맡게 되었다. 가장 훌륭한 마법 세계의 전통과 가치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을 환영한다.' 살인을 저지르고 사람들의 귀를 잘라 버리는 그런 일들 말이겠지! 스네이프가 교장이라니! 스네이프가 덤블도어 교수님의 사무실에! 멀린의 팬티에 맹세코 도대체 이런 일이!"


헤르미온느는 꽥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식탁 앞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금방 돌아올게"하고 소리치고서 부엌을 뛰쳐나가 버렸다.


"멀린의 팬티라고?"


론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말을 따라 했다.


"단단히 화가 났나 봐."


론은 신문을 앞으로 끌어당기더니 세베루스에 관한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다른 교수님들은 여기에 찬성하지 안을 거야. 맥고나걸과 플리트윅, 그리고 스프라우트 교수님 모두 진실을 알고 있잖아. 그분들은 덤블도어 교수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고 있어. 그러니 스네이프를 교장으로 맞을 리가 없지. 그런데 이 캐로우 남매는 누구지?"

"죽음을 먹는 자들이야."


해리가 대답했다.


"거기에 그들의 사진도 실려 있어. 스네이프가 덤블도어 교수님을 죽일 때, 그자들도 탑 꼭대기에 있었어. 그러니 모두 한통속인 거지."

"다른 교수님들은 학교에 그대로 남을 수밖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 같아. 마법부와 볼드모트가 배후에 있기 때문에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맞이한 것이겠지."


뭐 대부는 그런 자리에는 눈꼽만큼도 관심도 없지만.... 그때 크리처가 양손에 커다란 냄비를 들고 분주하게 식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연방 잇새를 휘파람을 불면서 깨끗한 그릇에 수프를 떠 주었다.


"고마워, 크리처."


해리는 인사를 하며 세베루스의 얼굴을 보이지 않도록 <예언자일보>를 휙 덮었다.


"이제 적어도 스네이프가 어디 있는지는 정확히 알게 되었군."


해리는 수프를 떠서 먹기 시작했다.


"아까 전에 응접실의 창문 밖으로 보니까 아직도 죽음을 먹는 자들이 감시를 계속 하고 있더라고."


내가 스프가 담긴 그릇을 받아들면서 말했다.


"평소보다 더 많은걸. 그자들은 우리가 학교 트렁크를 들고 나와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타러 가길 기다리는 모양이야."


해리가 수프를 먹으면서 말했다. 론은 자신 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하루 종일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 열차는 여섯 시간 전쯤에 떠났어. 거기에 타고 있지 않다니, 좀 이상하지? 안 그래?"

"방금 돌아오다가, 하마터면 그들 눈에 뜨일 뻔했어."


해리가 말했다.


"계단 꼭대기에 잘못 내리는 바람에 투명 망토가 약간 벗겨졌거든."

"나는 매번 그러는데. 오, 저기 온다."


론이 자리에서 목을 길게 빼고는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부엌으로 들어오는 헤르미온느를 보았다.


"멀린의 불룩한 Y자 바지 앞자락에 걸고 묻는데, 도대체 그게 뭐야?"

"이제 생각났어."


헤르미온느가 숨을 헉헉거렸다. 그녀는 그림이 든 커다란 액자를 가져와서 마룻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부엌 선반 위에 올려놓은 내 핸드백을 들고 왔다. 


"로라, 네 핸드백에 집어넣어도 되지?"

"물론이야."


헤르미온느의 제안에 나는 흔쾌히 허락했다. 백을 연 헤르미온느는 그림을 그 안을 밀어 넣었다. 그 조그만 백 안에 넣기에는 터무니없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물건들이 그랬듯이, 그림은 순식간에 백의 밑바닥으로 쑥 사라져 버렸다. 


"피니어스 나이젤러스야."


헤르미온느가 백을 부엌 식탁에 두면서 말했다. 백에서는 평소처럼 우당탕하고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라고?"


론이 되물었다. 


"피니어스 나이젤러스, 이 집의 초상화와 호그와트 교장실에 걸려 있는 초상화를 왔다갔다 하는 것이 가능하잖아."

"그래, 스네이프가 피니어스 나이젤러스를 보내서 이 집 안을 염탐할 수도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자리에 다시 앉으며 론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 얼마든지 시켜 보라지. 피니어스 나이젤러스가 볼 수 있는 거라곤 핸드백의 안쪽뿐일 테니까."

"크큭."

"훌륭한 생각이야!"


론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고마워."


헤르미온느는 방긋 미소를 던지고, 수프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


"해리,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있었니?"

"아무 일도 없었어."


해리가 대답했다.


"일곱 시간 동안이나 마법부 입구를 지켜보았지만, 그 여자는 그림자도 안 비치더라. 그리고 론, 너희 아버지를 봤어. 괜찮으신 것 같더라."


론이 이 소식에 고마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즐리씨가 마법부를 걸어 들어가고 나오는 동안 연락을 취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짓이라는 데 우리 모두 동의했다. 왜냐하면 항상 주변에 다른 마법부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위즐리씨의 모습을 슬쩍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위안이 되었다. 비록 몹시 긴장되고 불안해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빠는 대부분의 마법부 사람들이 직장에 나올 때 플루 가루 네트위크를 이용한다고 항상 말씀하셨어."


론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가 엄브릿지를 못 봤던 거야. 그 여자가 절대 걸어 다닐 리가 없지. 자기가 너무 잘났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런데 그 이상한 늙은 마녀와 남색 망토를 입은 조그만 마법사는 어떻게 됐어?"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아, 그래, 마법 관리부에서 나온 그 친구 말이지?"


론이 대답했다.


"그 사람이 마법 관리부 소속이라는 건 어떻게 알아?"


헤르미온느는 수프를 떠먹는 손을 멈춘 채 물었다.


"아빠한테 들었지. 마법 관리부 사람들은 모두 남색 망토를 입는다고 말이야."

"우리에게 그런 말은 한 번도 안 했잖아!"


헤르미온느가 숟가락을 탁 내려놓더니, 수북이 쌓인 쪽지와 지도 뭉치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여기 남색 망토에 대한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어! 없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맹렬한 기세로 종잇장을 넘기며 비난했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고 그래?"

"론, 모든 게 다 중요해! 우리가 마법부 안으로 침투한 후에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전부 중요하다고! 그들은 틀림없이 침입자에 대해서 아주 사소한 것까지 전부 철저히 경계하고 있을 거란 말이야! 우리는 이 일을 몇 번이나 검토해왔어. 그런데 네가 그런 말 한마디 우리에게 해 주는 것도 귀찮아 한다면, 도대체 골백번 정찰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이런 제기랄. 헤르미온느, 난 그저 딱 한 가지 사소한 걸 깜박 잊었을 뿐인데..."

"너도 분명히 알고 있잖아, 안 그래? 아마 이 넓은 세상에서 지금 당장 우리에게 마법부보다 더 위험한 장소는 없을...."

"내 생각에 내일 이 일을 실행해야 할 것 같아."


해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헤르미온느는 말문이 딱 막혀서 입만 쩍 벌렸고, 론은 수프를 먹다 말고 사레가 들려 캑캑거렸다. 나는 먹는 것을 중단하고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내일?"


헤르미온느가 되물었다.


"진심이니, 해리?"

"진심이야."


해리가 대답했다.


"우리가 앞으로 한 달을 더 마법부 출입구를 기웃거린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준비를 잘할 것 같지 않아. 우리가 날짜를 미루면 미룰 수록, 오히려 로켓의 행방만 더 멀어질 수 있어. 벌써 엄브릿지는 그걸 내버렸을지도 몰라. 절대 안 열리니까 말이야."

"아니면 그걸 여는 방법을 알아내서 지금쯤 그 힘에 사로잡혔을지도 몰라."


론이 추측했다.


"어느 쪽이든 그 여자에게는 별반 차이가 없을걸. 그 여자는 원래 지독하게 못됐잖아."


어깨를 으쓱했다. 헤르미온느는 입술을 깨물며 뭔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어."


해리가 헤르미온느를 보며 말을 이었다.


"마법부를 드나드는 순간이동을 금지되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고, 이제는 마법부의 최고 고위직 공무원들만이 자기 집을 플루가루 네트위크에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 왜냐하면 미스터리 부서의 말할 수 없는 자들 두 명이 불평하는 소리를 론이 엿들었거든. 그리고 엄브릿지의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도 대충 알아. 그 수염난 사람이 동료에게 말하는 소리를 로라가 들었으니까."

"난 1층으로 올라갈 걸세. 돌로레스가 나를 좀 보자고 하는군."


나는 즉시 들었던 말을 되풀이했다.


"바로 그거야."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이 웃기는 동전인지 토큰인지 하는 것을 사용한다는 것도 알았어. 왜냐하면 그 마녀가 한 친구에게 그걸 빌리는 걸 내가 보았거든."

"하지만 우리에겐 그게 하나도 없어!"

"우리 계획대로라면, 곧 갖게 될 거야."


해리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모르겠어, 해리, 글쎄... 일이 잘못될 수 있는 점들이 너무 많아. 우연에 의해 달라질 소지들도 너무 많고..."

"설사 이 일을 준비하며 석 달을 더 보낸다고 해도 그건 결국 마찬가지일 거야. 이젠 행동에 나설 때야."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확실히... 해리의 의견에 난 동의해. 시간이 아무리 흐른다고 해도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어. 계획을 꼼꼼히 세운다고 해도 구멍이 너무 많아서... 시간을 얼마나 투자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


교대로 투명 망토를 쓰고 마법부로 들어가는 직원 출입구를 염탐해 왔다. 마법부로 들어가는 직원들의 뒤를 밟으며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도 하고, 주의 깊은 관찰을 통해 누가 날마다 똑같은 시간에 혼자 그것에 나타나는지도 알아냈다. 때로는 누군가의 서류 가방에서 <예언자일보>를 슬쩍 빼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 헤르미온느의 앞에 수북이 쌓여 있는 그림 지도들과 쪽지들이 점차 만들어 갔던 것이다.


"좋아."


론이 천천히 말문을 뗐다.


"내일 실행한다고 하자... 하지만 나랑 해리만 가야 할 것 같아."

"오, 제발! 그 얘기는 다시 하지 말자!"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이미 결정을 내린 걸로 아는데."

"그거야 투명 망토를 입고 출입구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일에 대한 거였지. 이건 달라, 헤르미온느, 로라."


론이 열흘 전 <예언자일보>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서 말했다.


"너는 심문에 응하지 않은 머글 태생들 명단에 올라가 있단 말이야!"

"이상한 기사도 정신 발휘하지 마, 론!"

"그러는 너는 지금 버로우에서 스팻터그로이트 병에 걸려서 죽어 가는 걸로 되어 있잖아! 만약 우리 중에 가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해리야. 그에게는 만 갈레온의 현상금이 붙어 있다고."

"좋아, 그럼 나는 여기 남을게. 너희끼리 볼드모트를 해치운 후에 나에게 연락해 줘, 그럴 거지?"


해리가 농담을 했다. 우리는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바로 그때 해리의 손이 이마에 난 흉터 쪽으로 올라갔다. 


"글쎄, 만약 우리 넷이 다 간다면, 각자 따로 순간이동을 해야 할 거야."


론이 말했다.


"더 이상 투명 망토를 우리 넷이서 함께 쓸 수가 없잖아."


해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자 크리처가 재빨리 다가왔다.


"주인님은 스프를 다 안 드셨네요. 세이보리 스튜나, 아니면 주인님이 그토록 좋아하시는 당밀 타르트를 드시겟어요?"

"고마워, 크리처. 잠깐 나갔다가 올게. 어... 욕실에 좀."


해리는 빠르게 주방을 빠져나갔다. 우리는 일어나서 해리의 뒤를 쫓아갔고 1층 욕실 안에서 큰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해리! 해리!"


문이 잠겨져 있었기에 문을 쾅쾅 두들렀다.


"해리, 문 좀 열어!!"


문이 열리자 나와 헤르미온느는 쓰러질 듯이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몸의 균형을 잡으며 의심스런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론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싸늘한 욕실 구석구석 지팡이로 겨누고 있었다.


"뭘 하고 있었던 거야?"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추궁했다.


"내가 뭘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해리가 반문했다.


"너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어!"


론이 말했다.


"아, 그래... 잠깐 졸았나 봐. 아니면...."

"해리, 우리가 바보 멍청인 줄 아니?"


내가 쏘아붙였다.


"아래층에 있을 때부터 네 흉터가 쑤시기 시작했다는 걸 우리도 알고 있어. 게다가 네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얀걸."


해리는 욕조 가장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맞아. 방금 볼드모트가 어떤 여자를 죽이는 광경을 보았어. 지금쯤이면 그 여자의 가족을 전부 죽였을 거야.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말이지. 그들은 단지 그곳에 있었을 뿐인데...."

"해리,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 돼!"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가 욕실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네가 오클러먼시를 사용하길 원하셨어! 교수님은 이런 연결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셨단 말이야! 볼드모트가 이 점을 이용할 수도 있어, 핼! 그자가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이는 광경을 봐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니? 무슨 도움이 되겠어?"

"왜냐하면 그자가 뭘 하고 있는지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야."


해리가 중얼거렸다. 


"그럼 넌 그가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애쓰지도 않을 거란 말이니?"

"그럴 수가 없어, 헤르미온느. 내가 오클러먼시를 잘 못한다는 걸 너도 알잖아. 그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다고."

"넌 전혀 노력조차 하지 않는구나!"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냈다.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해리. 넌 이 특별한 연결인지 관계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걸 이걸 좋아하는...."


그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그녀를 노려보는 해리의 표정을 보자, 헤르미온느가 슬그머니 말꼬리를 흐렸다.


"좋아한다고?"


해리가 조용하게 말했다.


"너라면 이걸 좋아하겠니?"

"나... 나는 아니야. 미안해, 해리. 그런 뜻은 아니었어..."

"난 이걸 증오해. 그자가 내 머릿속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그놈이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될 때 내가 그걸 지켜봐야만 한다는 사실을 증오한단 말이야! 하지만 난 바로 그 점을 이용할 거야."

"그렇지만 덤블도어 교수님은...."

"덤블도어 교수님은 잊어버려. 이건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선택한 거야. 나는 그자가 왜 그레고로비치를 뒤쫓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누구?"

"외국의 지팡이 제작사."


해리가 설명했다.


"크룸의 지팡이를 만든 사람이지. 크룸 말에 따르면 아주 솜씨가 뛰어나대."

"하지만 네가 그랬잖아. 볼드모트는 어딘가에 올리밴더를 가두어 두었다고 말이야. 이미 지팡이 제작자가 한 명 있는데, 뭐 때문에 또 다른 ㅈ작자를 찾으려고 하지?"


론이 말했다.


"그자도 크룸과 같은 생각인가 보지. 어쩌면 그레고로비치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몰라... 그게 아니면 그자가 나를 추격할 때 내 지팡이가 한 일을 그레고로비치가 설명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도... 왜냐하면 올리밴더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거든."

"형제 지팡이가 서로 적이 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누구도 그 현상에 대해서 설명할 수는 없어."


뽀얗게 먼지가 끼고 금이 간 거울 속의 해리를 보면서 말했다.


"그만해."


론이 끼어들었다. 


"그건 해리가 결정할 일이야. 게다가 우리, 내일 마법부로 들어갈 거면 계획을 검토해야 하지 않니?"


다른 사람 눈에 뻔히 보일 정도로 마지못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헤르미온느가 그 문제를 덮었다. 이럭저럭 우리는 지하 부엌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크리처가 우리 모두에게 스튜와 당밀 타르트를 가져다주었다.

그날 밤 늦게까지 우리는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단어 하나 빼놓지 않고 서로에게 완전히 암송할 수 있을 때까지 계획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느라 몇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새벽, 부엌으로 들어가자 헤르미온느가 크리처가 차려 주는 커피와 뜨거운 롤빵을 먹고 있었다. 핸드백 안에 물건들을 제대로 챙겼는지 살펴보았다. 


"폴리 주스 마법약... 투명 망토... 위장용 폭음탄.... 이것들을 만약을 대비해서 각각 한 쌍씩 가져가도록 하고... 구역질 사탕, 코피 누가, 늘어나는 귀..."


후딱 아침 식사를 끝낸 다음, 위층으로 올라갔다. 크리처는 우리에게 절을 꾸벅하면서 우리가 돌아오면 스테이크와 키드니 파이를 준비해 놓겠다고 약속했다. 


"그에게 축복이 있기를."


론이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한때 저 집요정의 목을 베어서 벽에 걸어 놓고 싶어 했었다니."


우리는 최대한 주의를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며 현관 계단으로 나갔다. 수면 부족으로 눈이 퉁퉁 부은 죽음을 먹는 자들 두 명이 안개 낀 광장 너머에서 이 집을 열심히 감시하고 있는 게 보였다. 헤르미온느가 먼저 론과 함께 순간이동을 했고 나는 해리의 손을 잡고 순간이동을 했다.

계획의 첫 단계를 실행하기로 한 좁은 골목길에 우리는 서 있었다. 아직은 커다란 쓰레기통 두 개만 뒹굴고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대개 최소한 여덟 시는 되어야 가장 먼저 출근하는 마법부 직원들이 나타나곤 했다.


"좋아."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대략 5분 후에는 그 여자가 여기 나타날 거야. 내가 기절 마법을 쏘면..."

"헤르미온느, 우리도 다 알아."


론이 딱딱거렸다.


"그런데 그 여자들이 오기 전에 문부터 열어 놓기로 하지 않았어?"


헤르미온느가 꽥 비명을 질렀다.


"깜박 할 뻔했어! 물러서!"


헤르미온느는 옆에 있는, 자물쇠가 달려 있는 낙서투성이인 방화문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텅 빈 극장으로 통하는 컴컴한 통로가 나타났다. 꼼꼼한 사전 정찰을 통해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헤르미온느가 다시 문을 닫고 원래대로 잠겨 있는 것처럼 해 놓았다.


"자, 이제..."


헤르미온느가 골목길에 있는 우리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우리는 다시 투명 망토를 쓰고..."

"기다린다."


론이 얼른 말을 받았다. 그는 마치 새장 위로 담요를 덮어씌우듯 헤르미온느의 머리 위로 망토를 휙 덮였다. 

불과 몇 분이 지났을까, 살짝 뿅 하는 소리가 나더니 키가 작은 마법부의 마녀 두 명이 나타났다. 회색 머리칼을 바람에 날리며 바로 우리 앞에 스르르 나타났다. 그 마녀들은 갑작스런 빛에 눈이 부신 듯 눈을 깜박거렸다. 방금 전에 태양이 구름 뒤에서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 뜻밖의 햇살을 즐길 틈도 없이, 그 마녀들은 헤르미온느와 나의 소리 없는 기절 마법에 맞고 풀썩 쓰러져 버렸다.


"잘 했어, 헤르미온느, 로라."


해리가 투명 망토를 벗자 론이 극장 문 옆에 있던 쓰레기통 뒤에서 걸어 나오며 칭찬했다. 우리는 다 함께 이 작은 마녀들을 들어서 무대 뒤편으로 통하는 어두운 통로 안으로 옮겼다. 그리고 마녀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뽑고 폴리주스 마법약 병 안에 넣었다. 한편 론과 해리는 각각 마녀들의 핸드백을 뒤지고 있었다.


"이 마녀는 마팔다 홉커크야."

"이 여자는 아리스티아 로비니아야."


신분증을 힐끗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이 희생자들이 마법 오남용 관리과 직원이라고 신분이 밝혀져 있었다. 그리고 지갑에서 작음 금화 몇 개를 꺼내들었다. M.O.M.이라고 적힌 금화였다. 

청록색 빛이 띄는 폴리주스를 마셨고 헤르미온느는 연보라색으로 변한 폴리주스 마법약을 들이켰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는 아리스티아 로비니아로, 헤르미온느는 마팔다 홉커크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우리 앞에 섰다.


"좀 늦었는걸. 이제 금방 마법 관리부 친구가 여기에 나타날 거야."


우리는 서둘러서 진짜 마팔다 홉커크와 아리스티아 로비니아가 쓰러져 있는 곳의 문을 닫았다. 해리와 론은 투명 망토를 뒤집어썼고, 우리는 남아서 기다렸다. 곧이어 또다시 뿅 소리가 나더니 왜소하고 족제비같이 생긴 마법사가 앞에 나타났다.


"오, 안녕하세요, 마팔다, 아리스티아."

"잘 있었나!"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자네, 오늘은 어떤가?"

"뭐, 썩 좋지는 않아요."


왜소한 마법사는 완전히 풀 죽은 얼굴로 대답했다. 


"기분이 별로라니 거참 안 됐구먼."


헤르미온느는 고민거리를 털어놓으려고 하는 왜소한 마법사의 말문을 단호하게 가로막았다. 반드시 이자가 큰길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야만 했던 것이다.


"여기, 사탕 먹게나."

"네에? 오, 고맙지만 됐습니다."

"어서 먹어!"


헤르미온느가 그의 코앞에 대고 사탕 봉지를 흔들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소한 마법사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사탕 하나를 집어들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사탕이 혀에 닿자마자 왜소한 마법사는 웩웩거리며 정신없이 토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의 정수리에서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아도 모를 정도였다.


"아니, 이런!"


마법사가 골목길에 토사물을 내뿜자, 호들갑을 떨었다.


"아무래도 자네, 오늘 하루 쉬는 게 좋겠어!"

"아니.... 아닙니다!"


그는 숨이 막혀 꺽꺽거리더니 헛구역질을 했다. 하지만 똑바로 걸을 수도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길을 가려고 했다.


"가야만 합니다... 오늘은... 꼭 가야 합니다...."

"그건 멍청한 짓이야!"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서 다그쳤다.


"이런 상태로 일을 하러 갈 수는 없어. 내 생각에 자넨 성 뭉고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네. 가서 자네 병을 고쳐 달라고 해!"


마법사는 털썩 쓰러지더니, 몸을 일으켜 기어코 큰길까지 기어서라도 가려고 기를 썼다.


"글쎄, 이런 꼴로 직장에 갈 수는 없다니까!!!"


결국 보다 못한 내가 소리를 빽 질렀다. 이 남자를 어서 돌려보내야 하는데! 자꾸만 여기서 얼쩡거리면 시간이 지체되잖아. 마침내 마법사도 우리의 말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 같았다. 역겨워하는 헤르미온느를 붙잡고 간신히 일어선 그는 그 자리에서 빙그르 돌더니 사라져 버렸다. 뒤에 남은 것이라곤 그가 사라지는 순간 론이 그의 손에서 낚아챈 가방과 토해 낸 음식 찌꺼기뿐이었다.


"이크."


토사물 웅덩이에 닿지 않도록 망토 자락을 재빨리 들어올렸다.


"차라리 그자에게 기절 마법을 쓰는 편이 훨씬 더 간단했을 거야."

"그래."


론이 마법사의 가방을 손에 든 채, 투명 망토 밑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래도 의식을 잃은 사람들을 잔뜩 쌓여 있으면 훨씬 더 주의를 끌었을 거야. 어쨌든 그 친구, 참 자기 직업에 대해 열성이더군, 안 그래? 이제 그 머리카락과 마법약을 우리에게 줘."


2분 후에 론은 그 아픈 마법사와 똑같이 왜소하고 족제비 같은 모습이 되어 그의 가방 안에 접혀 잇던 남색 망토를 입고서 앞에 섰다.


"그 친구가 얼마나 직장에 가려고 기를 썼는지 봤지? 그런데 왜 오늘은 이 옷을 안 입고 있었는지 이상하단 말이야, 안 그래? 어쨌든 이 등에 붙은 이름표에 따르면, 난 레그 캐터몰이야."

"이제 여기서 기다려."


헤르미온느가 투명 망토를 뒤집어 쓰고 있는 해리에게 속삭였다. 우리는 큰 길로 나가서는 코피 누가를 이용해서 남자의 곱슬거리는 검은 머리카락 몇 가닥을 구해냈다(그는 어마어마하게 코피를 쏟아며 집으로 가 버렸다). 


"이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어마어마하게 코피를 쏟으며 집으로 가 버렸어! 여기 있어. 이 사람은 꽤 키가 크던데. 더 큰 옷이 필요할 거야."


헤르미온느는 크리처가 우리를 위해 세탁해 놓은 낡은 망토 한 벌을 꺼냈다. 해리는 뒤로 물러서서 마법약을 마셨고, 곧 모습을 변했다. 그는 180센티미터가 넘는 장신이 되고, 근육이 잘 발달된 팔을 가지게 되었다. 심지어 얼굴에는 턱수염까지 났다.


"어이쿠, 이거 겁나는군."


론이 그의 머리 위로 불쑥 솟은 해리를 보면서 말했다.


"아리스티아의 동전 하나를 가져."


내가 해리에게 말했다.


"그리고 어서 가자. 아홉 시가 다 됐어."


함께 골목길을 나섰다. 사람들로 붐비는 보도를 40~50미터쯤 걸어가자, 쇠창살이 삐죽삐죽하고 검은 난간이 양쪽으로 둘러쳐져 있는 계단 두 개가 나왔다. 한쪽에는 '신사용', 다른 한쪽에는 '숙녀용'이란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그럼 이따가 봐."


헤르미온느와 함께 말하고는 숙녀용 계단으로 내려갔다. 헤르미온느와 함께 다른 마녀들처럼 더러운 검은색과 하얀색 타일이 박힌, 평범한 지하 공중 화장실 같은 곳으로 내려갔다. 남색 망토를 입고 마녀의 뒤를 쫓아서 문에 난 주화 구멍에 황금 동전을 넣고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갔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자 왼쪽과 오른쪽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해??"


칸막기 밑으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몸을 숙이고 마팔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변기 속으로 흘러 내려가야 할 것 같아."


내가 작게 말하고는 몸을 일으키고 변기 안으로 발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서 물 내리는 줄을 잡아당겼다. 다음 순간 슝 하고 짧은 변기관을 따라 내려가더니 마법부와 통하는 벽난로 밖으로 튕겨 나갔다. 

커다란 중앙홀은 기억하는 것보다 더 어두워진 것 같았다. 이전에는 황금 분수가 중앙 홀 가운데를 차지하고선, 반들반들 윤이 나는 나무 마루와 벽 위로 눈부신 광채를 던져 주었는데... 이제는 검은 돌로 만든 거대한 석상 하나가 모든 걸 압도하고 있었다. 마녀 한 명과 마법사 한 명이 화려한 문양을 새긴 왕좌에 앉아 있는 그 거대한 석상은 왠지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마치 벽난로에서 비틀거리며 튀어나오는 마법부 직원들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석상 밑에는 '마법은 힘이다'라는 구호 하나가 도드라지게 새겨져 있었다. 


"여기!"


석상 옆에 있는 헤르미온느와 론의 옆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곧 "미안하네, 런콘."라고 해리에게 사과를 한 머리가 벗겨진 마법사가 허겁지겁 꽁무늬를 빼는 것을 보면서 런콘이라는 마법사가 모두에게 위협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사히 들어온 거지?"


헤르미온느가 우리에게 속삭였다.


"아마도."


주위를 둘러보면서 내가 소근거렸다.


"....저기 너무 끔찍하지 않니?"


헤르미온느가 석상을 올려다보고 있는 해리에게 말했다.


"저 석상이 뭘 깔고 앉았는지 봤니?"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정교한 장식 문장이 새겨진 왕좌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첩첩이 쌓여 있는 인간들을 조각해 놓은 것임을 깨달았다. 수백 명의 벌거벗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한결같이 멍청하고 추한 얼굴을 한 채, 멋지게 차려 입은 마법사들을 다 함께 떠받드느라 심하게 짓눌리고 뒤틀린 자세를 하고 있었다.


"머글들...."

"그래, 저게 머글들에게 걸맞는 자리라는 거지. 자, 어서 가자."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우리는 중앙 홀의 끝에 있는 황금 문을 향해 가고 잇는 마녀와 마법사들 틈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은밀히 주위를 살펴보았는데, 돌로레스 엄브릿지처럼 유별나게 생긴 사람의 모습은 젼혀 보이지 않았다. 문을 지나서 보다 더 작은 홀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스무 대의 승강기를 막고 있는 스무 개의 황금 창살 앞에 길게 줄을 서고 있었다. 

가까운 줄에 끼어들려고 할 때, 누군가 소리쳤다.


"캐터몰!!"


뒤를 돌아보자 죽음을 먹는 자들 중 한 명이 우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옆에 서 있던 마법부 직원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고 눈을 내려깔았다. 그 남자의 못마땅하고 다소 사나운 얼굴은 그가 지금 입고 있는 위퐁당당한 예복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길게 늘어진 그의 망토에는 황금 실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승강기 주변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알랑거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악슬리씨!"


하지만 악슬리는 그들을 무시했다.


"캐터몰, 내 사무실을 좀 손보게 사람을 보내 달라고 마법 관리부에 요청했는데? 거긴 아직도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단 말이야."


론은 마치 누구 다른 사람이 대답하며 나서길 바라는 듯이 주의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비가 온다고요.... 사무실에요? 그... 그럼 별로 안 좋겠네요, 그렇죠?"


론이 초조하게 웃음을 터트리자, 악슬리가 눈을 부릅떴다.


"자넨 그게 재밌나 보지, 캐터몰, 그런 건가?"


론의 줄에서 승강기를 기다리던 마녀 두 명이 줄을 벗어나 허둥지둥 가 버렸다.


"아닙니다. 천만에요."


론이 대답했다.


"내가 지금 자네 아내를 심문하러 아래층으로 가는 길이라는 걸 알고 있지, 캐터몰? 솔직히 자네가 저 밑에 내려가서 부인이 기다리는 동안 손이라도 잡아 주질 않는 걸 보니 꽤 놀랍군. 벌써 부인이 글러 먹었다고 포기했는가 보지? 그런가? 그게 현명한 판단일세. 다음번엔 반드시 순수혈통이랑 결혼하라고."


헤르미온느가 헉하고 공포에 찬 짧은 신음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악슬리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약하게 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저... 저는...."


론이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만약 내 마누라가 머글 태생이라고 고소를 당하고..."


악슬리가 떠들어 댔다.


"물론 내가 결혼한 여자라면 누구든 그런 쓰레기로 오인당할 일이야 절대 없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의 부장님께서 어떤 일을 처리해 줄 일손을 필요로 하신다면, 난 그 일을 더 우선순위에 둘 거란 말이지, 캐터몰. 내 이야기를 알아듣겠나?"

"네."


론이 중얼거렸다. 


"그럼 그 일을 잘 처리하게, 캐터몰. 만약 내 사무실의 날씨가 한 시간 이내에 완전히 개지 않으면, 자네 부인의 혈통 등급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의심스런 지경이 될 테니까."


그때 우리 앞에 있는 황금 창살이 덜커덕하고 열렸다. 악슬리는 해리를 향해 불쾌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하더니, 다른 승강기 쪽으로 휙 가 버렸다. 우리는 승강기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우리가 전염병 환자라도 되는 것 같았다. 덜커덕하고 창살이 닫히자 승강기는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즉시 론은 우리에게 물었다. 그는 다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내 아내는... 그러니까 캐터몰의 아내는..."

"우리도 너와 함께 갈게. 우린 꼭 같이 다녀야 해."


해리가 말을 꺼내자, 론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미친 짓이야.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어. 너희는 엄브릿지를 찾아. 난 어서 가서 악슬리의 사무실을 고칠게. 그런데 비를 어떻게 멈추지?"

"'피니트 인칸타템'을 써 봐."


헤르미온느가 즉시 말을 했다. 


"그 비가 무슨 주문이나 저주라면 그걸로 비를 멈출 수 있을 거야.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기압 조절 마법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데, 그건 고치기가 훨씬 더 어려울 거야. 그러니까 임시방편으로 우선 악슬리의 물건들이 젖이 않도록 임페르비우스 주문을 건 후에...."

"다시 말해 봐, 천천히."


론은 황급히 깃펜을 찾으려고 호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승강기가 흔들리면서 멈춰 섰다. 뒤이어 모습을 보이지 않는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4층, 신비한 동물 단속 및 관리부입니다. 동물, 인류, 영혼 부서와 도깨비 연락 사무소, 해충 대책 사무국이 있습니다."


황금 창살들이 다시 열리면서 마법사 두 사람과 연한 보라색 종이 비행기 대여섯 대가 승강기 안으로 들어왔다. 비행기들은 승강기 천장에 달린 등잔 주의를 팔랑거리며 날아다녔다.


"잘 지냈나, 알버트."


구레나룻을 덥루숙하게 기른 남자가 해리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승강기가 다시 끽 소리를 내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와 헤르미온느는 속닥속닥 론에게 수리 방법을 알려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2층,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입니다. 마법 오남용 관리과, 오러 본부, 위즌가모트 행정 사무국이 함께 있습니다."


창살문이 다시 열리자 모습이 보이지 않는 마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론을 데리고 다른 마법사들의 뒤를 따라서 허둥지둥 승강기에서 내렸다. 닫혀가는 황금 창살문 안에는 해리와 헤르미온느 두 사람만이 남았다.


"가자."


나는 론의 옆에 서서는 작게 속삭여서 말했다. 끔찍한 악슬리의 사무실을 깨끗이 해야 한다니.... 내 손으로 죽음을 먹는 자의 사무실을!!!! 


"끔찍하기도 하지."


나는 말을 하고는 론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정말이지, 짜증이 난다.

악슬리의 사무실을 안내받아서 안으로 들어가자 물바다로 이루고 있는 장관이 보였다. 살짝 문을 열고는 안에 물바다를 보고는 도로 닫아버렸다.


"로라?"


"들어가고 싶지 않아."

"어서 들어가자! 캐터몰의 부인이!!"


론은 허둥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열린 문 사이로 론이 열심히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피니트 인칸디템을 사용했지만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비에 젖으면서 쇼하는 모습을 문 밖에서 지켜보았다.


"도와줘!"


결국 어쩔 수 없이 나도 안으로 들어갔다. 비가 온몸을 젖혔지만 지팡이를 꺼내들어서는 휘둘렀다. 일단 악슬리의 물건들에 방수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는 비를 멈추려고 했지만.... 그냥 하는 척만 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사람을 부르기 위해서 악슬리의 사무실을 벗어났다. 2층에 멈추선 승강기에 올라탄 나와 론.


"조.... 좋은 아침입니다."


승강기가 다시 출발하자, 론은 해리에게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론, 나야, 해리."

"해리! 젠장, 난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까먹었어. 그런데 왜 헤르미온느랑 같이 있지 않는 거야?"

"헤르미온느는 엄브릿지와 함께 법정에 내려가야만 했어. 거절할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해리가 말을 미처 마치기도 전에 승강기가 다시 섰다. 문이 열리자, 위즐리씨가 어느 나이 든 개미탑처럼 보이는 헤어스타일을 한 금발의 마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들어왔다.


".... 저도 당신 말씀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와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저는 거기에 개입할 수..."


위즐리씨가 말을 멈춰었다. 해리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위즐리씨는 혐오에 찬 눈길로 해리를 바라보았고 승강기는 문이 닫히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오, 잘 있었나, 레그, 아리스티아?"


나와 론의 망토에서 줄기차게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에, 위즐리씨가 뒤를 돌아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했다.


"레그, 자네 아내도 오늘 심문을 받으러 와 있지 않나? 어... 자네들, 무슨 일이 있었나? 왜 그리 흠뻑 젖었지?"

"악슬리의 사무실이 물바다가 됐어요."


론은 자신을 알아볼까 두려워해서 위즐리씨의 어깨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멈출 수가 없어서, 버니.... 필스위스를 데려오라고 하더군요. 아마 그들 말로는...."


내가 재빨리 거짓말을 했다.


"그래, 최근 여러 사무실에서 비가 내리고 있지."


위즐리씨가 말했다.


"'기상징크스 레칸토' 주문을 써 봤나? 블레칠리 사무실에서는 효과가 있던데."

"기상징크스 레칸토?"


론이 웅얼거렸다.


"아니, 써 보지 않았어요. 고마워요, 아버... 아니, 아서."


승강기 문이 열렀다. 개미탑 머리를 한 늙은 마녀가 내려버렸다. 그리고 론이 쏜살같이 그녀의 뒤쫓아서 사라졌다. 나는 해리를 흘끗 보고는 론을 따라서 내렸을 때, 내 옆을 지나서 서류에 코를 막고 읽고 있는 퍼시가 승강기에 올라탔다. 

위즐리씨와 해리와 퍼시가 함께 내려가는 것을 보고는 론을 찾기 위해서 3층을 돌아다녔다. 대체 그는 어디로 간 거야? 물에 젖은 몸이 찝찝해 죽겠다. 그, 내가 변신한 모습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겠지?


"로라!"


내 팔을 잡아채는 힘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왜소한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론이었다.


"론...?"

"그래, 빨리 여길 떠나야겠어. 아까 전에 들었는데... 엄브릿지의 사무실 문에 있는 무슨 구멍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침입자가 들어온 것을 알게 되었어."

"이런! 지하 법정으로 가자."


론의 말에 우리는 빈 승강기를 올라타고 재빨리 아래에서 향했다.

승강기가 9층에 멈추었을 때, 맨 처음에 숫사슴과 수달 패트로누스가 보였고... 해리와 헤르미온느 그리고 머글 태생으로 기소된 20여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레그!"


검은 머리칼을 매끄럽게 쪽을 찐 머글 태생으로 기소된 마녀, 캐터몰 부인이 큰 소리로 외치면서 론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런콘이 절 빼내 주었어요. 그리고 엄브릿지와 악슬리를 공격했어요. 우리 모두 다 이 나라를 떠나세요. 제 생각에도 그렇게 하는 편이 나을 거 같아요. 레그, 정말이에요. 어서 집에 가서 애들을 데리고.... 그런데 당신 몸이 왜 이렇게 젖었어요?"

"물 때문에."


론이 몸을 빼내며 중얼거렸다.


"해리, 그들이 마법부에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걸 알고 있어. 뭐라더라, 엄브릿지의 사무실 문에 있는 무슨 구멍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이라던데. 내 생각에, 5분밖에 시간이 없어. 만약...."


헤릠온느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해리를 돌아보는 순간, 그녀의 패트로누스는 펑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해리, 여기서 잡히면 어떻게...!"

"빨리 움직이면 안 잡힐 거야."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뒤에서 하나같이 그를 멍하니 바라보며 조용히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누가 지팡이를 갖고 있죠?"


그들 중 절반 가량이 손을 들었다.


"좋아요. 지팡이를 갖고 있지 않는 분들은 모두 지팡이를 가진 사람 곁에 붙으세요. 그들이 우리를 막기 전에 아주 신속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어서요."


두 대의 승강기에 꼭꼭 끼어 전부 올라탔다. 이윽고 문이 닫히며 승강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8층, 중앙 홀입니다."


중앙 홀은 벽난로를 폐쇄하기 위해서 이쪽저쪽 벽난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해리!"


헤르미온느가 빽 소리를 질렀다.


"이제 우리 어떻게 해...?"

"멈춰요!"


해리가 소리를 지르자, 런콘의 박력 있는 목소리가 중앙 홀 전체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벽난로들을 폐쇄하고 있던 마법사들은 행동을 멈췄다.


"나를 따라와요."


해리는 겁에 질린 머글 태생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나와 헤르미온느, 론의 인도를 받으며 무리 지어 나아갔다.


"무슨 일인가, 알버트?"


대머리 마법사가 물었다. 그는 초조한 기색이었다.


"출구를 폐쇄하기 전에 먼저 이들을 내보내야 하네."


권위 있는 목소리로 해리가 대답했다. 심장이 쿵쾅쿵쾅거렸다. 그의 앞에 서 있는 마법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출구를 폐쇄하고 어느 누구의 출입도 허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

"자네, 나와 맞서려는 것인가?"


해리가 사납게 몰아붙였다.


"내가 자네의 가계도를 검사했으면 좋겠나? 더크 크레스웰에게 그랬던 것처럼?"

"미안하네!"


머리가 벗겨진 마법사가 단번에 꼬리를 내리며 뒤로 물러섰다.


"별 뜻이 없었네, 알버트. 하지만... 저자들은 심문을 받기 위해 와 있는 줄 알았는데...."

"저 사람들의 혈통은 순수하네. 감히 말하건대, 자네들보다도 훨씬 순수하네."


해리가 대꾸했다. 그의 낮고 굵은 음성은 홀 전체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어서 떠나시오."


해리가 머글 태생들에게 외쳤다. 그들은 허둥지둥 앞으로 나와 벽난로 속으로 들어갔고, 짝을 지어 사라져 갔다. 마법부의 마법사들은 어쩔 줄 모르고 머뭇거렸다. 몇몇은 혼란스러운 표정이었고 혹자는 겁에 질리고 분개하는 얼굴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메리1"


캐터몰 부인이 어깨 너머로 돌아보았다. 더 이상 토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얼굴이 창백하고 기진맥진한 진짜 레그 캐터몰이 승강기에서 달려 나왔다.


"레... 레그?"


그녀는 그녀의 남편과 론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론은 큰 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 한편 대머리 마법사는 두 명의 레그 캐터몰을 우스꽝스럽게 번갈아 쳐다보면서 입을 딱 벌렸다.


"이봐... 무슨 일이지? 이게 다 뭔가?"

"출구를 폐쇄해! 폐쇄!"


악슬리가 또 다른 승강기에서 뛰쳐나오더니 벽난로 옆에 서 있는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캐터몰 부인을 제외한 머글 태생들 전부가 벽난로 속으로 막 사라진 뒤였다. 대머리 마법사가 재빨리 지팡이를 들자 해리가 거대한 주먹을 들어 그에게 한 방을 먹였다. 


"저놈이 머글 태생들이 탈출하는 것을 돕고 있었네, 악슬리!!"


해리가 소리쳤다. 단번에 대머리 마법사의 동료들이 시끄럽게 들고 일어났다. 그 틈을 타서 나는 론에게 붙어 있는 캐터몰 부인을 떨어뜨리고 진짜 캐터몰을 벽난로 속에 집어넣고는 근처에 있는 론을 끌여당겨서 그들이 사라지자 마자 바로 벽난로로 마법부를 나왔다. 

몇 초간 빙글빙글 회전을 한 끝에, 우리는 변기 속에서부터 솟아올라 다시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나왔다. 


"당신들은 대체!"

"보면 몰라? 폴리주스잖아! 빨리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으로 가버려!"


내가 세면대에서 어리둥절하게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캐터몰 부부에게 날카롭게 외쳤다. 그리고 론의 손을 잡고는 헤르미온느와 해리가 화장실 칸막이에서 나오자 해리의 손을 잡았다. 


"가자!!!"


칸막이 안에서 소음이 들려오고 악슬리가 나타나는 순간 해리가 소리쳤다. 순간이동을 시도했다. 빙그르르 도는 느낌이 들고 해리의 손을 잡고 있는 쪽이 무겁다고 느껴졌다.

이윽고 뱀 모양의 문고리가 달린 그리몰드 광장 12번지의 문이 보였다. 하지만 날카로운 비명 소리와 함께 보라색 광선이 번쩍했고 모든 것이 캄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