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81
다음 날 아침 우리는 텐트를 접고 무섭게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이동했다. 폭우는 그날 밤에 우리가 텐트를 친 해안까지 뒤쫒아 왓다. 그리고 모든 걸 흠뻑 적시며 일주일 내내 쏟아졌다.
해리는 죽음의 성물에 대한 믿음과 갈망에 어찌나 깊이 사로잡혀 있던지, 우리가 호크룩스를 찾아야 한다는 것에 강한 집착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집착이라고?"
해리가 무심코 그 말을 내뱉자 헤르미온느는 낮고 사나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이미 해리에게 또 다른 호크룩스의 위치를 찾는 일에 관심이 부족하다며 이미 한바탕 잔소리를 한 상태였다.
"집착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야, 해리! 우린 단지 덤블도어 교수님이 우리에게 시키는 일을 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이라고!"
"'파괴되어야 할 최후의 적은 죽음이다.'"
해리가 말했다.
"난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가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쏘아붙였고, 해리는 그만 설득을 단념했다.
헤르미온느와 론은 끈질기게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은빛 암사슴의 수수께끼조차 해리는 관심 없다는 얼굴을 했다. 나는 이미 누가 보냈는지 대충 눈치채고 있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몇 주일이 흐르면서, 론은 우리를 두고 혼자 떠났던 일을 보상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은 탓인지, 아니면 해리가 무기력한 상태로 빠져든 것에 잠재되어 있던 그의 지도자적 자질을 일깨운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고 행동을 촉구하면서 책임을 맡았다.
"아직 세 개의 호크룩스가 남았어."
론은 끊임없이 떠들었다.
"우린 행동 계획을 짜야만 해, 어서! 우리가 찾아보지 않는 데가 어디지?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자. 고아원..."
론과 헤르미온느는 다이앤건 앨리, 호그와트, 리들 하우스, 보진과 버크 가게, 알바니아 등 톰 리들이 한때 살았거나 근무했거나 방문했거나, 혹은 살인을 저질렀다고 알고 있는 모든 장소를 또 한 번 샅샅이 흩어보았다. 거기에다가 론은 점점 더 가당치도 않는 장소로 계속 이동을 하자고 주장했다. 그건 단지 우리를 계속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결코 모르는 일이야. 어퍼 플래즐리는 마법사의 마을이라고. 그자가 거기서 살고 싶어 했을지도 모르지. 그냥 가서 한번 둘러보기나 하자."
이렇게 자주 마법사들의 영역에 출몰하다 보니, 이따금 인간 사냥꾼들이 눈에 뜨기도 했다.
"저자들 중 일부는 죽음을 먹는 자들만큼이나 지독한 것 같아."
론이 말했다.
"나를 붙잡았던 놈은 약간 불쌍했어. 하지만 빌이 그러는데 어떤 놈들은 진짜로 위험하대. <포터워치>에서 말하기를..."
"뭐라고?"
"<포터워치>말이야. 그게 뭔지 너희에게 얘기 안 했니? 내가 라디오에서 들으려고 계속 애를 쓰는 프로그램인데, 요즘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유일하게 진실을 전해 주는 프로그램이야! <포터워치>만 빼고 모든 프로그램들이 그 사람의 노선을 따르고 있거든. 너희에게도 꼭 한 번 들려주고 싶어. 하지만 주파수를 맞추기가 너무 까다로워서..."
론은 저녁마다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동시에 온갖 다양한 리듬에 맞춰 지팡이로 라디오 위를 두들기고 있었다. 그는 지팡이를 톡톡 두드리는 한편, 입으로는 온갖 단어들을 연달아 중얼중얼 외우면서 정확한 암호를 맞히려고 노력했다.
"암호들은 대개 기사단과 관련된 것들이야."
론이 말했다.
"빌은 암호 맞히는 재주가 정말 비상했는데. 나도 결국에는 하나쯤 맞히게 되겠지."
3월이 되어서야 마침내 론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해리는 보초 설 차례가 되어서 천막 입구로 나가버렸다.
"맞혔어, 내가 맞혔다고! '알버스'가 암호였어! 어서 들어와, 해리!"
론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치자 해리가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는 작은 라디오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소일거리 삼아 그리핀도르의 칼을 닦고 있던 헤르미온느는 입을 딱 벌린 채, 조그만 스피커를 열심히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무척이나 친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일시적으로 방송이 중단된 것을 사과드립니다. 저 멋진 죽음을 먹는 자들이 저희 지역에 있는 여러 집들을 방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리 조던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나도 알아!"
론이 환하게 웃었다.
"멋지지, 그치?"
"저희는 이제 또 다른 안전한 장소를 찾았습니다."
리가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분께 오늘 저녁 이 자리에 우리의 고정 출연자 두 분이 함께 자리하셨음을 알리게 되어서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두 분!"
"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리버."
"'리버'가 바로 리야."
론이 설명을 해 주었다.
"모두 가명을 갖고 있거든. 하지만 대개는 너희도 알아차릴 수 있을..."
"쉬잇!"
내가 입을 다물게 했다.
"하지만 로열과 로물루스로부터 소식을 듣기 전에, 잠시 <마법 라디오 네트위크 뉴스>와 <예언자 일보>에서 전혀 연급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망 기사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 테드 통스와 더크 크레스웰의 죽음을 알리게 되어 참으로 유감입니다. 고르눅이라는 이름의 도깨비 역시 살해됐습니다. 통스와 크리스웰, 고르눅과 함께 다녔던 것으로 추정되는 머글 태생의 딘 토마스와 또 다른 도깨비는 간신히 도망쳤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만약 딘이 이 방송을 듣고 있거나, 혹은 그의 소재를 알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그의 부모님과 누이들이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편 가들리에서는 다섯 명의 머글 가족이 자택에서 변산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머글 당국에서는 이 죽음이 가스 누출 때문인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불사조 기사단 단원들이 저희에게 알려온 바에 따르면 살인 저주에 당한 거라고 합니다. 이 사건은 새로운 정권하에서 머글 살육이 단순한 유흥처럼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또 다른 증거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청취자 분께 바틸다 백셧의 유해가 고드릭 골짜기에서 발견되었음을 알리게 되어 유감입니다. 그녀는 이미 몇 달 전에 죽은 것이 분명합니다. 불사조 기사단에서 저희에게 알려 온 바에 따르면, 그녀의 시신에는 어둠의 마법에 의한 것이 분명한 상해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이제부터 테드 통스와 더크 크레스웰, 바틸다 백셧, 고르눅 그리고 비록 이름은 모르지만 역시 안타깝기 짝이 없는,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살해당한 머글들을 위해서 1분간의 묵념에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침묵이 이어졌다.
"감사합니다."
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제 고정 출연자 로열에게 마이크를 넘겨서, 새로운 마법 세계의 질서가 머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 최근 소식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리버."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깊고 신중하고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킹슬리야!"
론이 소리쳤다.
"우리도 알아!"
헤르미온느가 론을 조용히 시켰다.
"머글들을 계속해서 심각한 재앙을 겪고 있으면서도, 이 재앙의 원인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킹슬리가 말했다.
"하지만 머글 친구들과 이웃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종종 머글들도 모르게 위험을 무릅쓰는 마녀와 마법사들의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모드 청취자 여러분께 부디 그분들을 본받자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거리에 있는 머글들의 집에 보호 마법을 걸어 주거나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간단한 조치만 취해도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위험한 시기에 '마법사가 위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청취자 분들에게는 뭐라고 말씀하실 건가요, 로열?"
리가 물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마법사 우선'은 '순수혈통 우선' 그리고 그 다음에는 '죽음을 먹는 자'로 향하는 지름길이라고 말입니다."
킹슬리가 대답했다.
"우린 모두 같은 인간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모든 인간의 생명은 똑같이 고귀한 것이며 구해 줄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대단히 훌륭한 지적입니다, 로열. 만약 언젠가 우리가 이 혼란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면, 전 당신을 마법부 장관으로 찍겠습니다."
리가 말했다.
"이제 우리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인 '포터의 친구들'을 위해서 로물루스에게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리버."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론이 얼른 입을 열었지만, 헤르미온느가 먼저 선수를 치고 속삭였다.
"우리도 안다니까. 루핀이잖아!"
"로물루스, 당신은 우리 프로그램에 나올 때마다 해리 포터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주장해 오셨지요?"
"그렇습니다."
루핀이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죽음을 먹는 자들이 최대한 대대적으로 그의 죽음을 선전하고 다녔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그 소식이 이 새로운 정권에 저항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테니까요. '살아남은 아이'는 선의 승리, 순수의 힘, 저항을 계속하려는 요구 등 우리가 싸워 지켜고자 하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상징입니다."
"만약 해리가 이 방송을 듣고 있다면, 그에게 무슨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로물루스?"
"우리 모두의 마음은 그와 함께 있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루핀이 말했다. 그리고 약간 망설이더니 다시 덧붙였다.
"그리고 저는 그에게 자신의 본능을 따라가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선하며 거의 언제나 옳다고 말입니다."
"거의 언제나 옳지."
눈에 눈물로 가득한 헤르미온느가 루핀의 말을 되풀이했다.
"오, 내가 너희한테 말 안 했니?"
론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빌이 그러는데, 루핀이 다시 통스와 살고 있대! 그리고 이제 통스는 상당히 배가 불렀나 봐...."
"... 그리고 우리의 고정 코너인, 해리 포터에 대한 시느이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그의 친구들의 최근 소식도 전해 주실까요?"
"고정 청취자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좀 더 공공연히 해리 포터를 지지한 사람들 중 몇 명이 현재 감옥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중에는 <이러쿵저러쿵>의 전 편집자인 제노필리우스 러브굿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쨌든 아직 살아 있긴 하구나!"
론이 중얼거렸다.
"또한 불과 몇 시간 전에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호그와트의 유명한 사냥터지기인 루베우스 해그리드가 호그와트 운동장에서 체포될 뻔했으나 아슬아슬하게 도망쳤다고 합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집에서 '해리 포터 지지자' 모임을 열어 왔다는 소문입니다. 하지만 해그리드는 붙잡히지 않았고, 우리는 그가 현재 도망 중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키가 5미터나 되는 형제가 있다면, 아무래도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서 도망칠 때 도움이 되겠죠?"
리가 물었다.
"유리한 점은 있을 겁니다."
루핀이 진지하게 동의했다.
"제가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우리 <포터워치>는 해그리드의 용기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지만, 동시에 아무리 헌신적인 해리 포터의 지지자들이라고 할지라도 해그리드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강력히 충고 드리고 싶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해리 포터 지지자' 모임은 별로 현명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로물루스."
리가 동의했다.
"저희는 여러분께 <포터워치>를 청취함으로써 번개 모양 흉터를 가진 그 소년에 대한 헌신을 계속 보여 주시길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자, 이제 해리 포터만큼이나 교묘히 잘 피해 다닌다는 게 입증되고 있는 그 마법사에 관한 소식으로 옮겨 가도록 하지요. 저희는 그자를 죽음을 먹는 자들의 두목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여기 그자가 둘러싼 온갖 정신 나간 소문들에 대해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 위해 나오신 새로운 통신원을 소개하겠습니다. 로던트."
"로던트라고요?"
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반문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는 동시에 소리쳤다.
"프레드야!"
"아니, 조지인가?"
"아니, 프레드야."
내가 어리둥절하는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같은 쌍둥이라도 프레드는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지만 조지는 그렇게 하지 않거든.
"내 생각에 프레드인 것 같아."
론이 말하며 더욱 바싹 귀를 기울였다.
"전 로던트로 불리지는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저를 레이피어로 불러 달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오, 그럼 좋아요. 레이피어, 그렇다면 죽음을 먹는 자들의 두목에 관한 들려오는 갖가지 소문들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들려주시겠어요?"
"네, 리버. 그러지요."
프레드가 말했다.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서 앞으로 아시게 되겠지만, 가령 그자들이 정원 연못 바닥이나 어디 비슷한 곳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면, 계속 그늘에 숨어 있으려는 그 사람의 전략은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려는 것입니다. 명심하십시오. 만약 그자를 보았다고 하는 주장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우리 주위에는 지금 분명 열아홉명은 족히 되는 '그 사람들'이 날뛰고 있는 겁니다."
"물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킹슬리가 말했다.
"자기 모습을 실제로 드러내기보다는 신비감을 갖게 하는 편이 훨씬 더 공포심을 자아낼 테니까요."
"맞습니다."
프레드가 말했다.
"그러므로 여러분, 조금만 마음을 진정하도록 합시다. 굳이 허튼 소문을 꾸며 내지 않아도 이미 나쁜 일들이 차고 넘칩니다. 예를 들어서, 그 사람이 한 번 노려보기만 해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새로운 소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바실리스크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간단히 확인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을 노려보고 있는 그것이 다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만약 다리가 있다면, 그것의 눈을 쳐다보는 건 안전합니다. 설령 그것이 진짜 그 사람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물론 그런 일은 여전히 거의 없을 것 같지만요."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그의 농담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고 해리도 큰 소리로 깔깔 웃었다.
"그자가 해외에서 계속 목격되고 있다는 소문들이 있던데요?"
리가 물었다.
"글쎄요, 그자처럼 그토록 힘든 일을 하고 난 후에, 누구들 잠깐 동안 멋진 휴가를 보내고 싶지 않겠습니까?"
프레드가 되물었다.
"하지만 여러분, 중요한 건 바로 이겁니다. 그자가 해외에 나갔다고 생각하고, 이제 안전할 거라고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어쩌면 그자는 여기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세베루스 스네이프가 드디어 마음이 내켜서 삼푸 병을 집어 드는 것보다 더 빨리 그 사람은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혹시 어떤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그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도 제 입으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안전이 첫째입니다!"
"현명한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레이피어."
리가 말했다.
"청취자 여러분, 이것으로 <포터워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언제 다시 방송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다이얼을 계속 돌려 주십시오. 다음번 암호는 '매드아이'가 될 것입니다. 서로서로 안전을 지켜 줍시다, 신의를 지킵시다. 좋은 밤 되십시오."
라디오의 다이얼이 빙그르 돌더니 주파수 계기판의 불이 꺼져 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낯익고 반가운 목소리들은 아주 특별한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훌륭하지, 응?"
론이 행복한 목소리로 말했다.
"굉장해."
해리가 말했다.
"이 사람들은 너무나 용감하구나."
헤르미온느가 감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저러다 발각이라도 되는 날이면...."
"하지만 계속 옮겨 다니잖아, 안 그래?"
론이 말했다.
"우리처럼 말이야."
"하지만 프레드가 하는 말 너도 들었지?"
해리가 흥분에 들떠서 물었다.
"그자가 외국에 있어! 그자가 아직도 그 지팡이를 찾고 있는 거야! 그럴 줄 알았어!"
"해리."
"이봐, 헤르미온느. 도대체 너는 왜 그렇게 완강하게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지? 볼-"
"해리, 안 돼!!"
"-드모트는 딱총나무 지팡이를 쫓고 있다고!"
"그 이름은 금기란 말이야!"
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때 텐트 바깥에서 요란하게 딱 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방어 마법이 깨졌어!"
내가 다급하게 외쳤다.
"내가 말했잖아, 해리! 더 이상 그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야. 어서 주위에 보호막을 다시 쳐야 해. 서둘러. 그자들은 이렇게 해서 찾아내는 데..."
론이 갑자기 말을 딱 멈추었다. 탁자 위에 놓인 스니코스코프가 빛을 발하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거칠고 몹시 흥분한 목소리였다. 론은 호주머니에서 딜루미네이터를 꺼내어 찰칵 켰다. 등잔불이 꺼졌다.
"두 손 들고 당장 거기서 나와!"
어둠 속에서 쉰 목소리가 외쳤다.
"너희가 거기 잇다는 걸 다 알고 있다! 여섯 개의 지팡이가 너희를 겨냥하고 있다. 우린 너희가 누구든 상관없이 저주를 쏠 것이다!"
그때 펑 소리와 함께 하얀 불꽃이 터졌다. 윤곽으로 보이는 헤르미온느가 해리를 향해서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온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우리를 거칠게 잡아끌었다. 그리고 누군가 주머니들을 샅샅이 뒤지더니 내 지팡이를 가져가 버렸다. 몸싸움을 벌이던 론이 인간 사냥꾼의 주먹이 맞아서 고통스럽게 신음했고, 헤르미온느가 비명을 질렀다.
"먹음직스러운 계집들이로군... 이게 웬 잔칫상이야... 나는 정말이지 부드러운 살이 좋단 말이야."
섬뜩할 만큼 친숙하고,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 펜리 그레이백이 말했다.
"텐트를 수색해!"
또 다른 목소리가 외쳤다. 그들은 텐트 안을 수색하면서 의자들을 밀어 넘어뜨리고 있었다.
"자, 어떤 놈이 잡혔는지 한 번 볼까?"
펜리 그레이백이 우리에게 다가오면서 흡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팡이 불빛을 해리의 얼굴에 비추었다. 해리의 얼굴이 심하게 붓어있었다. 그러자 그레이백이 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이 녀석을 꿀꺽 삼키려면 버터 맥주가 필요하겠는걸. 무슨 일을 당한 거냐, 이 못생긴 놈아?"
해리는 즉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가 물었잖아."
그레이백이 다시 한 번 물으면서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있는 해리의 옆구리를 한 방 걷어찼다. 해리는 고통을 못 이기고 몸을 잔뜩 구부렸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쏘였어요."
해리가 웅얼거렸다.
"벌에 쏘였어요."
"그래, 그런 것 같군."
두 번째 목소리가 말했다.
"이름은 뭐냐?"
그레이백이 으르렁거렸다.
"버논."
해리가 대답했다.
"성은?"
"저... 두들리. 버논 두들리."
"명단을 체크해 봐, 스캐비어."
그레이백이 명령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가 론을 내려다보기 위해 옆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네놈은, 빨간 머리?"
"스탠 션파이크."
론이 대답했다.
"개수작 부르지 마."
스캐비어라고 불리는 남자가 말했다.
"우리는 스탠 션파이크를 알아. 우리 편에서 일을 좀 봐 주고 잇거든."
또 한 번 퍽하고 내리치는 소리가 났다.
"난 바디예요. 바디 위즐리."
론이 대답했다. 그의 입속이 피로 가득 고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즐리라고?"
그레이백이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렇다면 네놈은 비록 잡종은 아니더라도, 동족의 배신자들과 친척 사이로군. 마지막으로 네놈의 어여쁜 꼬마 친구와 탐스럽게 생긴 꼬마..."
입맛을 다시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 소름이 끼쳤다.
"진정해, 그레이백."
다른 자들이 조롱하며 야유를 던지는 와중에 스캐비어가 말했다.
"오오, 아직은 물지 않을 거야. 어디 이 계집애들이 바니보다 좀 더 빨리 자기 이름을 기억하는지 한 번 볼까? 이름이 뭐지?"
"페넬로페 클리어워터."
헤르미온느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비록 검에 질려 있었지만, 당당했다.
"루치아 트랜시."
피브렐 부인의 처녀적 성으로, 프랑스 쪽에는 순수혈통 가문이지만 영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혈통 등급은?"
"혼혈."
나와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말했다.
"확인하기 아주 쉽군."
스캐비어가 말했다.
"하지만 이 녀석들 죄다 아직 호그와트에 다닐 나이처럼 보인다 말이야."
"우린 간더써요."
론이 대답했다.
"관뒀다고? 그 말인가, 빨간 머리?"
스캐비어가 말했다.
"그리고 야영을 가기로 했단 말이지? 그리고 농담 삼아 어둠의 마왕님의 존함을 불렀고?"
"논담은 아니고... 싯수로."
"실수라고?"
한바탕 비웃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네놈은 어떤 녀석들이 어둠의 마왕님의 존함을 부르기를 즐겼었는지 알고 있나, 위즐리?"
그레이백이 으르렁거렸다.
"불사조 기사단 놈들이라고. 무슨 뜻인지 알겠어?"
"모라."
"그러니까 그놈들은 어둠의 마왕님께 정중한 예의를 갖추지 않는단 말이야. 그래서 그 존함에 금기를 걸어 놓았지. 그런 식으로 해서 몇몇 기사단원 놈들이 추적을 당했어. 어디 두고 보자고. 다른 두 명의 포로와 함께 이놈들을 묶어라."
우리를 조금 끌어진 곳으로 끌고 가서는 억지로 주저앉힌 다음, 다른 사람들과 등을 맞댄 자세로 묶었다. 우리를 포박하던 남자가 떠나자, 해리가 다른 포로들에게 속삭였다.
"아직 지팡이 갖고 있는 사람?"
"없어."
우리가 동시에 대답했다.
"이건 순전히 내 잘못이야. 내가 그 이름을 말했어. 미안해."
"해리?"
새로운,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딘?"
"정말 너로구나! 만약 저자들이 지금 누굴 잡았는지 안다면...! 저들은 인간 사냥꾼이야. 단지 금화를 받고 팔아먹으려고 무단 결석생들을 찾고 있어."
"하룻밤치곤 벌이가 나쁘지 않군."
그레이백이 부츠 소리를 내며 해리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텐트 안에서는 쿵쾅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잡종 하나, 도망 중인 도깨비 하나, 무단 결석생 넷이라. 아직도 명단에서 이놈들 이름을 찾고 있나, 스캐비어?"
"그래. 버논 두들리는 명단에 없군, 그레이백."
"재미있구먼."
그레이백이 말했다.
"그거 재밌어."
그가 해리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러면 네 녀석은 수배자가 아니로군, 버논? 아니면 다른 이름으로 명단으로 올라가 있는 거냐? 네놈은 호그와트의 어느 기숙사 소식이었지?"
"슬리데린."
"우습게도 이놈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꼭 그 대답을 듣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한단 말이야."
스캐비어가 그림자 속에서 나오며 빈정거렸다.
"하지만 그런 놈들 중에 학생 휴게실이 어디 있는지 제대로 대답하는 놈은 하나도 없었어."
"그건 지하 감옥에 있어요."
해리가 또박또박 말했다.
"벽을 통고해서 들어가요. 거긴 해골이랑 뭐 그런 것들이 가득하고 호수 밑에 있어요. 불빛은 온통 초록색이구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2학년 때, 폴리주스로 마시고 들어간 적이 있던 경험이 이때 써먹히는구나.
"이런, 이런. 이번에는 정말로 슬리데린 꼬마 한 놈을 잡은 것 같군."
스캐비어가 말했다.
"다행인 줄 알아, 버논. 잡종 슬리데린은 많지 않으니까. 아버지는 누구지?"
"마법부에서 일해요."
해리가 거짓말을 했다.
"마법 사고와 재난부요."
"자네 그거 아나, 그레이백?"
스캐비어가 말했다.
"거기에는 정말로 두들리가 한 명 있는 것 같네."
"그래, 그렇군."
그레이백이 말했다.
"네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 못생긴 놈아, 설령 마법부에 간단고 해도 전혀 무서울 게 없겠구나. 내 생각에, 널 데려다 주면 너희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그만한 보답을 해 줄 것 같은데."
"하지만.... 그냥 우리를 풀어 주시면..."
"이봐!"
그때 텐트 안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이것 봐, 그레이백!"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우리 쪽으로 부산스레 달려왔다. 그리핀도르의 칼을 발견한 거다.
"아... 주 좋아."
동료로부터 그것을 받아 들고, 그레이백이 감탄하며 말했다.
"오오, 아주 훌륭하군. 도깨비가 만든 것 같은데... 이런 게 어디서 났지?"
"그건 저희 아버지 거예요. 장작을 패는 데 쓰려고 좀 빌렸던 거..."
"잠깐 기다려, 그레이백! 이것 봐, <예언자 일보>에 말이야!"
스캐비어가 말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스캐비어가 말했다.
"'해리 포터와 함께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잡종.'"
심장이 벌렁거리고 있었다. 그레이백은 헤르미온느 앞에 쭈그리고 앉자 그의 부츠가 삐걱삐걱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거 알아, 꼬마 아가씨? 이 사진은 네년이랑 아주 닮았는걸!"
"그건 제가 아니에요! 제가 아니에요!"
하지만 헤르미온느의 겁에 질린 발악은 자백이나 다름없었다.
"'.... 해리 포터와 함께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레이백이 조용히 되뇌었다. 한순간 그곳에 정적이 감돌았다.
"자, 그럼 얘기가 달라지는군, 안 그래?"
그레이백이 속삭였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인간 사냥꾼 일당은 꼼짝하지 않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레이백이 해리가 있는 곳으로 몇 발짝 다가와 다시 쭈그리고 앉더니 그의 흉측한 얼굴을 면밀히 관찰했다.
"네 이마에 그건 뭐지, 버논?"
그레이백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더러운 손가락으로 흉터를 만졌다.
"만지지 마!"
해리가 소리쳤다.
"난 네놈이 안경을 끼는 줄 알았는데, 포터?"
그레이백이 말했다.
"내가 안경을 찾았어요!"
뒤쪽에 슬그머니 숨어 있던 인간 사냥꾼 중 하나가 소리쳤다.
"텐트 안에 안경이 있었어요, 그레이백. 잠깐만요..."
잠시 후, 해리의 얼굴에 억지로 안경을 씌운 인간 사냥꾼들은 그를 에워싼 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입술을 잘끈잘끈 깨물었다.
"맞아! 우리가 해리를 잡았다!"
그레이백이 소리쳤다. 모두 자신이 한 일에 놀라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 마법부로?"
"그 망할 놈의 마법부에?"
그레이백이 으르렁거렸다.
"그놈들은 우리의 공로를 가로챌 거야. 그리고 우리는 거들떠도 안 볼걸. 이봐, 저놈을 곧장 그분에게 데리고 가자고."
"여기로 그분을 불러온다고?"
스캐비어가 공포와 경외심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레이백이 으르렁거렸다.
"나한텐 그게 없어. 그자들 말이, 그분이 말포이의 집을 본부로 쓰고 있다는군. 우린 저 애를 거기로 데리고 가는 거야."
이 늑대인간은 그자들이 이용하고 싶을 경우에 한해 죽음을 먹는 자들의 망토를 입는 것은 허락받았을지 몰라도, 어둠의 표식만큼은 오직 볼드모트의 측근들에게만 새겨 준 것으로, 그레이백은 그러한 최고의 영예를 하사받지 못했던 것이다.
"정말로 그놈이라는 게 확실한가? 만약 아니라면, 그레이백, 우린 죽음 목숨이야."
"여기 책임자가 누구지?"
자신의 무능함이 드러나려는 순간을 무마하기 위해 그레이백은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내가 말했지. 저 녀석은 포터라고. 포터와 그의 지팡이, 그거라면 당장 그 자리에서 20만 갈레온을 받는다고! 하지만 너희 중 누구라도 날 따라올 만큼 배짱이 두둑치 못하다면, 그건 다 내 거야. 게다가 운이 좋으면 덤으로 저 계집애들까지 갖게 되겠지!"
"좋아."
스캐비어가 말했다.
"좋아, 우리는 찬성일네! 그러면 나머지 녀석들은 어떻게 하지? 그레이백, 그들을 어쩔 셈인가?"
"저놈들도 데려가는 게 좋겠어. 잡종 두 명을 잡았으니, 10갈레온을 더 받겠지. 그 칼도 나한테 줘. 이게 다 루비라면 그것 또한 얼마간 돈이 되겠군."
그들은 포로들을 일으켜 세워 질질 끌고 갔다.
"단단히 붙들어라. 내가 포터를 맡겠다!"
그레이백이 해리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며 외쳤다.
"셋에 출발한다! 하나... 둘... 셋...."
그들은 포로들을 붙든 채로 순간이동을 했다.
그들이 시골길을 내려서는 순간, 포로들은 서로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긴 차도처럼 보이는 길 끝에 장식이 된 철 대문이 보였다. 인간 사냥꾼 한 명이 대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그것을 흔들었다.
"어떻게 들어가지? 잠겼어요, 그레이백. 문을 열 수가 없.... 젠장!"
그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휙 치웠다. 기묘한 모양으로 돌돌 말려 있는 철 대문의 모양이 몸을 비비 꼬며 구부러졌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얼굴 형상으로 바뀌더니, 뗑그렁거리며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온 목적을 말하시오!"
"포터를 잡았다!"
그레이백이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우리는 해리 포터를 잡아 왔다!"
문이 활짝 열렀다.
"가자!"
그레이백이 부하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포로들은 그들 손에 끌려서 대문을 지나 진입로에 들어섰다. 양옆으로 산울타리가 있어 그들의 발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았다. 정원을 지나서 현관문이 열렸다.
"무슨 일이냐?"
한 여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는 여기에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분을 만나러 왔다!"
그레이백이 쉰 목소리로 대꾸했다.
"넌 누구냐?"
"날 알 텐데!"
늑대인간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펜리 그레이백이다! 우리는 해리 포터를 잡았다!"
그레이백이 해리를 움켜쥐더니 불빛 앞으로 끌고 갔다. 그 바람에 나머지 포로들도 덩달아 질질 끌려갔다.
"잔뜩 부어오르긴 했지만, 그놈입니다, 부인!"
스캐비어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더 가까이 오시면, 흉터가 보이실 겁니다. 그리고 여기 이 여자애 보이시죠? 그와 함께 도망 다니던 잡종입니다, 부인. 확실히 그가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지팡이도 찾았습니다! 여기요, 부인...."
말포이 부인, 나시사가 부어오른 해리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보이자 나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스캐비어는 블랙손 지팡이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떴다.
"저들을 데리고 들어오너라."
말포이 부인이 말했다. 포로들은 마구 떠밀리고 걷어차이며, 널찍한 돌계단을 올라가서 초상화들이 줄지어 걸린 현관 복도로 들어갔다.
"따라와."
복도를 가로질러 앞장서 가며, 말포이 부인이 말했다.
"내 아들 드레이코가 부활절 방학을 맞아 집에 와 있다. 만약 저 아이가 해리 포터라면 그 애가 알아볼 것이다."
캄캄한 바깥에 있다가 들어온 응접실은 너무 환해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천장에는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고, 짙은 자주색 벽에는 더 많은 초상화들이 걸려 있었다. 인간 사냥꾼들 손에 떠밀린 포로들이 방으로 들어가자, 화려하게 장식된 대리석 벽난로 앞에 있는 의자에서 두 사람이 일어섰다.
"무슨 일이오?"
루시우스 말포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자들 말로는 해리 포터를 잡았다는군요."
말포이 부인이 냉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레이코, 이리 오렴."
예전보다 키가 큰 드레이코 말포이가 안락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레이백은 포로들을 다시 강제로 돌려서, 해리를 샹들리에에 바로 밑에 세워놓았다. 그는 해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다가 나를 보고 내 눈동자를 피했다.
"자, 드레이코?"
루시우스 말포이가 탐욕스럽게 물었다.
"맞니? 이놈이 해리 포터니?"
"저... 저는 장담을 못하겠어요."
드레이코가 대답했다. 그는 그레이백과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해리를 보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잘 들여다보렴, 봐! 가까이 오너라!"
흥분한 루시우스 말포이가 말했다.
"드레이코, 만약 우리가 어둠의 마왕님께 포터를 넘겨주게 된다면, 모든 것이 용서..."
"실제로 그를 잡은 게 누구인지 잊지 않으셨겠지, 말포이씨?"
그레이백이 위협적인 말투로 쏘아붙였다.
"물론 잊지 않았지, 물론이야!"
루시우스 말포이가 성마르게 대답했다. 그러더니 직접 해리에게 다가왔다.
"그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루시우스 말포이가 그레이백에게 물었다.
"어쩌다 그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
"우리가 그런 게 아니오."
"내 눈에는 아무래도 쏘기 주문에 맞은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에 뭔가 있군. 어쩌면 흉터일지도 몰라. 팽팽히 펴져서 그렇지... 드레이코, 이리 오렴. 제대로 봐! 네 생각은 어떠냐?"
루시우스 말포이는 잔뜩 흥분한 표정인 반면에 드레이코는 내키지 않아 할 뿐만 아니라 두려워하는 기색까지 보였다.
"전 모르겠어요."
드레이코는 재빨리 대답하고는, 어머니가 서서 지켜보고 있는 벽난로 쪽으로 가 버렸다.
"확실히 하는 편이 좋겠어요, 루시우스."
나시사 말포이 부인이 냉정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말했다.
"어둠의 마왕님을 부르기 전에, 저놈이 포터라는 것을 확실히 확인해야 해요... 그들은 이 지팡이가 그의 것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블랙손 지팡이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이건 올리밴더의 설명과는 다른 것 같아요... 만약 우리가 착각한 거라면, 만약 아무 일도 아닌 걸로 어둠의 마왕님을 이곳으로 부른다면... 그분이 라울과 돌로호브에게 어떻게 하셨는지 기억하시죠?"
"그러면 이 잡종은 어떻소?"
그레이백이 으르렁거렸다.
"잠깐."
나시사 말포이 부인이 말했다.
"그래... 그래, 이 애는 말칸 부인의 망토 가게에서 포터와 함께 있었어! 나는 이 계집의 사진을 <예언자일보>에서 봤어! 자, 보렴, 드레이코. 그레인저란 여자가 아니니?"
"아마....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저 애가 위즐리네 아들이군!"
포박된 포로들 주위를 돌고 있던 루시우스 말포이가 론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놈들이 맞아, 포터의 친구들 말이야.... 드레이코, 저놈을 봐라. 아서 위즐리의 아들 맞지? 이름이 뭐였더라...?"
"예, 그런 것 같아요."
드레이코가 포로들에게서 등을 돌리며 다시 대답했다. 응접실 문이 열렸다. 뒤이어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어, 씨시?"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이 포로들 주위를 천천히 돌았다. 그리고 걸음을 딱 멈추고 헤르미온느의 앞에 서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데 확실한 거야? 이 애가 그 잡종 계집이란 말이지? 그레인저라고?"
벨라트릭스가 조용히 말했다.
"그래, 그렇소. 이 애가 그레인저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놈은 포터인 것 같소! 포터와 그의 친구 녀석들이 결국엔 잡힌 거요!"
루시우스가 외쳤다.
"헤에, 포터와 그 친구들이 말이죠?"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같은 어조에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의 뒤를 쫓아서 들어온 티파니 프레웨트가 우아한 발걸음으로 응접실로 들어왔다.
"오랜만이네, 로라."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고 오직 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에반스의 지팡이는 어디 있죠?"
인간 사냥꾼들에게 티파니가 물었다. 인간사냥꾼들은 자신들이 훔친 지팡이들을 보여주었고 티파니는 내 지팡이를 단번에 들었다.
"더러운 손으로 내 지팡이를 만지지 마, 티파니 프레웨트!!"
내가 성난 소처럼 외쳤다. 묶여있지만 않으면 당장이라도 그녀의 손에 들린 내 지팡이를!!!
"전 로라 에반스를 데리고 갈 게요."
벨라트릭스에게서 은 단도를 받아 든 티파니가 다른 포로들에서 나를 풀어 주더니 내 멱살을 잡고 끌고 가려고 했다.
"뭐 하세요? 어서 그분을 불러야줘."
루시우스 말포이와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에게 말했다.
"네가 말 안 해도 그러려고 했어!"
벨라트릭스가 왼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녀의 팔에 빨갛게 달아오른 어둠의 표식을 보고서, 그녀가 사랑하는 주인님을 부르기 위해 그 표식을 막 만지려고 하는 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분을 부르려던 참이었소!"
루시우스 말포이가 외쳤다. 실제로 그의 손은 벨라트릭스의 손목을 단단히 쥐고서 그녀가 표식을 만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내가 그분을 불러야 하오, 벨라. 포터는 내 집에 끌려온 거라고. 그러니까 그건 내 권한..."
"당신 권한이라고!"
벨라트릭스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쓰며 빈정거렸다.
"당신은 지팡이를 잃어버리는 순간 권한을 잃었어, 루시우스! 어디 감히! 내 몸에서 손 떼!"
"이건 당신이랑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오. 당신이 그 아이를 잡은 것도 아니잖소..."
"방금 뭐라고 했소, 말포이씨?"
그레이백이 끼어들었다.
"포터를 잡은 건 바로 우리요. 그리고 금화를 가질 사람도 바로 우리...."
"금화라!"
벨라트릭스가 비웃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여전히 루시우스 말포이를 뿌리치려고 애쓰는 한편, 자유로운 다른 손으로는 주머니에서 지팡이를 더듬어 찾고 있었다.
"네 금화를 가져가라, 이 더러운 버러지 같은 놈. 내가 금화 따위를 바랄 성싶으냐? 난 오직 그분의 영예만을...."
그때 벨라트릭스가 용쓰는 것을 멈췄다.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는 인간 사냥꾼에게 들려있는 그리핀도르의 검에 가 있었다. 루시우스 말포이는 마침내 그녀가 항복한 것을 기뻐하며 그녀의 손을 얼른 놓았고 자신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멈춰!"
벨라트릭스가 악을 썼다.
"만지지 마! 어둠의 마왕님께서 지금 오시면, 우리 모두 끝장난단 말이야!"
루시우스가 집게손가락을 자신의 표식 위로 향한 채, 행동을 멈췄다. 벨라트릭스는 한 인간 사냥꾼으로 걸어갔다.
"그게 뭐지?"
"칼이오."
인간 사냥꾼이 불평스레 대답했다.
"이리 줘."
"이건 댁의 것이 아니지. 내 거라고. 내가 찾았어."
쾅 소리와 함께 붉은 광선이 뿜어 나왔다. 한 인간 사냥꾼이 기절 마법에 맞자, 그의 동료로부터 분노의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스캐비어는 자신의 지팡이를 뽑아들었다.
"무슨 장난을 치고 있는 줄 아나, 이 여자가?"
"스투페파이!"
벨라트릭스가 소리쳤다.
"스투페파이!"
혼자서 네 명을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녀의 맞수가 되지 못했다. 역시 벨라트릭스는 솜씨가 비상하고 일말의 양심도 없는 마녀이다. 그레이백을 제외한 인간 사냥꾼 모두가 서 있던 자리에 쓰러졌다. 그레이백은 양팔을 쭉 뻗은 채, 억지로 무릎을 꿇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그리핀도르의 칼은 그녀의 손에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그걸 대체 어떻게 얻은 거지?"
티파니는 밀랍처럼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칼을 어디서 찾았지?"
벨라트릭스가 늑대인간 쪽으로 몸을 숙이고 저항할 수 없는 그의 손에서 지팡이를 빼내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감히 네가 이런 짓을?"
그레이백이 마법의 힘에 의해 강제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으르렁거렸다. 그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다.
"당장 풀어 줘, 이 여자야!"
"어디서 이 칼을 찾았느냐니까?"
벨라트릭스가 칼을 그의 면전에 대고 휘두르며 다시 물었다.
"스네이프가 이 칼을 그린고트에 있는 내 금고로 보냈는데!"
"그들의 텐트 속에 있었다!"
그레이백이 소리쳤다.
"분명히 말하지만, 당장 풀어 줘!"
벨라트릭스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늑대인간은 펄쩍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몹시 경계를 한 나머지 그녀에게 다가갈 엄주조차 내지 못하는 듯했다. 그레이백은 안락의자 뒤로 어슬렁거리며 물러나더니 구부러진 더러운 손톱으로 의자의 등받이를 꽉 움켜쥐었다.
"드레이코, 이 더러운 놈들을 밖으로 옮겨라."
벨라트릭스가 의식을 잃은 인간 사냥꾼들을 가리키며 명령했다.
"네가 이놈들을 끝장낼 배짱이 없다면, 내가 할 테니 마당에 그냥 내버려 둬."
"드레이코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나시사 말포이가 미친 듯이 노하며 쏘아붙이자 벨라트릭스가 버럭 악을 썼다.
"조용히 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대한 상황이라고, 씨시! 아주 심각한 문제가 있단 말이야!"
벨라트릭스가 숨을 헐떡거리며 칼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칼자루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잠시 후 그녀는 돌아서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는 포로들을 바라보았다.
"만약 이놈이 진짜 포터라면, 상처를 입혀서는 안 돼."
벨라트릭스는 딱히 누구에게라도 할 것 없이 중얼거렸다.
"어둠의 마왕님께서는 손수 포터를 처리하고 싶어 하시니까... 하지만 만약 그분이 발견하신다면... 나는 반드시... 나는 반드시 알아야..."
벨라트릭스는 다시 동생 쪽을 돌아봤다.
"내가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동안, 포로들을 지하실에 가둬야겠어!"
"여기는 우리 집이야, 벨라. 언니는 우리 집에서 명령을 내릴 수..."
"어서 해! 너는 우리가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잖아!"
벨라트릭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이 마치 미친 사람처럼 너무나도 무시무시해 보였다. 그녀의 지팡이에서 가느다란 불꽃이 발사되어 카펫에 구멍을 냈다.
나시사 말포이 부인은 잠시 망설이더니 늑대인간에게 말했다.
"이 포로들을 지하실로 끌고 가시오, 그레이백."
"잠깐만."
벨라트릭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 데려가... 이 잡종만 빼고."
그레이백이 기뻐서 그르렁댔다.
"안 돼!"
론이 소리쳤다.
"차라리 날 잡고 있어! 날 데리고 있으라고!"
티파니가 론의 얼굴을 후려쳤다. 철썩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심문을 받다가 이 계집이 죽으면, 그 다음엔 널 데려오지."
그녀가 말했다.
"내 사전에 잡종 다음이 바로 동족의 배신자 놈이니까. 이놈들을 아래층으로 끌고 가라. 그레이백. 확실히 가둬놓도록 해. 하지만 아직 그놈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마라... 아직은."
벨라트릭스는 그레이백에게 지팡이를 돌려준 후에, 티파니의 손에 들린 은 단도를 가져가더니 헤르미온느를 다른 포로들로부터 풀어 주더니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방 한복판으로 끌고 갔다.
티파니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저항할 수 없는 마력을 써서 나를 그 방에서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그레이백이 그 마법을 써서 다른 포로들과 함께 나왔다.
"저 여자가 저 계집애와 볼일을 끝난 다음에는, 내게도 맛을 좀 보게 해 줄 것 같지?"
그레이백은 복도를 따라 그들을 끌고 가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나는 티파니에게 함께 그 포로들 정 반대로 가야했다. 응접실 옆의 방으로 나를 끌고 들어간 티파니는 벽난로 쪽에 나를 던지듯이 놓아주자 바닥을 굴렀다. 그 순간, 헤르미온느의 끔찍하고 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저 잡종은 죽어도 되지만, 너는 안 되니까... 최대한 조절을 해주마. 크루시오!"
티파니가 나를 향해서 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끔찍한 고문 타임이 시작되었다. 내 비명이 터져 나왔고- 옆 방에서 벨라트릭스가 그리핀도르의 칼이 어디서 얻었는지 헤르미온느에게서 정보를 뽑아내려고 악을 쓰는 소리와 헤르미온느의 비명 소리가 온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들려왔다.
"넌 거짓말을 하고 있어, 이 더러운 잡종. 난 알고 있다고! 그린고트에 있는 내 금고 속에 들어갔었지? 사실대로 말해, 사실대로 말하라고!"
벨라트릭스의 고함 소리에 티파니를 노려보았다.
"레스트랭- 금고에, 중요한, 거라도 있나 보네."
"닥쳐!"
티파니가 내가 몇 글자씩 띄어서 말하자 발로 내 몸을 쳤다. 그 아픔에 나는 몸을 비틀었다.
"너 따위가 그런 것을 알아서 뭐하려고!"
"하, 콜록! 내가 그걸 너에게 설명할, 이유는 없잖아."
"이게!"
내 멱살을 잡아 올린 그녀가 손을 들어올리더니 찰싹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내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뺨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리는 열기. 얼마나 세게 쳤는지 입 안이 터졌는지 비릿한 피맛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애드밀이 네 사랑을 받지 않는 거야!"
"너!!!"
"애드밀을 사랑하고 있었잖아, 티파니? 친 오빠이면서 불구하고 그를 사랑했지?"
"그 입 다물어!"
티파니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주먹과 발을 이용해서 내 몸을 때렸다. 아팠지만 신음 소리를 참아냈다.
"둔한, 나도 알- 정도니까(퍽)- 애드밀은 진작, 눈치채고 있었겠지!"
"닥치라고!!!"
누군가 안으로 조용히 들어오더니 티파니를 향해서 붉은 광선이 꽂혔다. 해리와 론이 닫힌 문 쪽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난 쓰러진 그녀의 몸에서 내 지팡이를 되찾고 그녀의 지팡이를 찾아서 움켜쥐었다. 그녀의 지팡이는 내 지팡이처럼 또 다른 온기를 주웠다. 역시 애드밀의 지팡이라서 그런 건가?
"로라, 어서!"
해리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재촉했다. 나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고는 기절한 티파니를 무시한 채 살짝 열려 있는 응접실 문의 틈새로 내부를 살펴보았다. 도깨비에게 흡족한 대답을 들었는지 벨라트릭스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스치면서 모든 긴장이 싹 사라졌다. 헤르미온느는 벨라트릭스의 발치에 쓰러진 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좋아."
벨라트릭스는 지팡이를 아무렇게 않게 휙휙 휘둘러서 도깨비의 얼굴을 또 한 번 깊게 베어 버렸다. 도깨비는 비명을 지르며 그녀의 발밑으로 푹 쓰러졌다. 그녀는 그를 옆으로 가차없이 걷어찼다.
"그러면 이제..."
벨라트릭스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둠의 마왕님을 부르겠다!"
벨라트릭스는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검지로 어둠의 표식을 만졌다.
"그러면 내 생각엔 저 잡종은 그만 처분해도 될 것 같군. 그레이백, 원한다면 저 계집을 가져가도 좋아."
"안~~~~ 돼!"
갑자기 론이 응접실로 다짜고짜 뛰어들었다. 벨라트릭스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론을 향해 정면으로 지팡이를 겨누었다.
"엑스펠리아르무스!"
론은 벨라트릭스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녀의 지팡이가 공중으로 날아가더니, 론을 쫓아 뛰어 들어온 해리의 손에 잡혔다. 루시우스 말포이, 나시사 말포이 부인, 드레이코 그리고 그레이백은 우왕좌왕하며 날뛰었다. 해리가 "스투페파이!"하고 외치자, 루시우스 말포이가 벽난로 위로 쓰러졌다. 동시에 드레이코, 나시사 말포이, 그레이백의 지팡이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멈추지 않으면 이 계집은 끝장이야!"
벨라트릭스가 의식불명인 듯한 헤르미온느를 일으켜 세운 채, 은 단도를 헤르미온느의 목에 들이대고 있었다.
"네놈들의 지팡이를 내려놔."
벨라트릭스가 속삭였다.
"내려놔! 그러지 않으면 이 계집의 피가 얼마나 더러운지 똑똑히 보게 될 거다!"
우리는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서 있었다.
"말했지, 내려놓으라고!"
벨라트릭스가 칼끝으로 헤르미온느의 목을 누르며 소리쳤다. 그녀의 목에 핏방울이 맺히는 것이 보였다.
"좋다!"
해리가 외쳤다. 그리고 벨라트릭스의 지팡이를 발밑의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론과 나도 지팡이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우리 모두 어깨 높이로 양손을 들었다.
"좋아!"
벨라트릭스가 곁눈질을 했다.
"드레이코, 저것들을 주워 와! 어둠의 마왕님이 오고 계신다, 해리 포터! 네놈이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
드레이코가 황급히 지팡이들을 챙겨서 돌아오자 벨라트릭스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씨시, 그레이백이 잡종 계집을 처리하는 동안 우리는 이 꼬마 영웅들을 다시 묶어야만 하겠어. 장담하건대 오늘 밤 당신이 한 일이 있으니, 어둠의 마왕님께서도 그 계집애를 당신에게 주는 걸 아까워하지 않을 거야, 그레이백."
그녀의 마지막 말이 떨어진 순간, 머리 위에서 기묘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모두 위를 올려다보았고 크리스털 상들리에가 마구 떨리는 것을 발견했다. 곧이어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하게 절그렁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샹들리에가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벨라트릭스는 바로 그 밑에 있었다. 그녀는 헤르미온느를 내던지고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샹들리에가 바닥에 부딪히며 폭발하듯 튀어 오르더니, 헤르미온느와 아직도 그리핀도르의 칼을 꼭 쥐고 있는 도깨비 위로 쏟아져 내렸다. 반짝거리는 크리스털 조각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론과 내가 헤르미온느와 도깨비를 그 잔해 속에서 끌어내리는 동안 해리가 재빨리 안락 의자를 뛰어넘어 드레이코의 손아귀에서 네 개의 지팡이를 강제로 빼앗았다. 해리는 네 개의 지팡이를 그레이백에게 겨누었다.
"스투페파이!"
늑대인간은 네 개의 지팡이에서 발사된 주문에 맞아 발이 들린 채 붕 떠서 천장까지 날아오르더니 바닥에 털썩 떨어졌다.
".... 넘어갔어."
드레이코 말포이의 지팡이가 지금 해리의 손에 빼앗겼다. 그것은 지팡이가 새로운 주인을 섬긴다는 소리였다. 지금 여기서 세 가지의 성물을 모두 가진 죽음의 지배자가 탄생한다.
"도비!"
나시사 말포이 부인이 지팡이로 문가를 겨누고 소리를 질렀고, 벨라트릭스는 동작을 멈췄다.
"너! 네 녀석이 샹들리에를 떨어뜨렸....?"
조그만 집요정, 도비가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의 옛날 여주인을 가리키며 방 안으로 종종 들어왔다.
"당신은 해리 포터를 해쳐서는 안 돼요."
도비는 꽥꽥거리며 말했다.
"그놈을 죽여 버려, 씨시!"
벨라트릭스가 악을 썼다. 하지만 또다시 요란하게 펑 소리가 나더니 나시사의 지팡이 역시 허공으로 날아가 방의 반대편으로 떨어졌다.
"이 더러운 새끼 원숭이 놈이! 네가 감히 마녀의 지팡이를 가져가? 네놈이 감히 네 주인들을 무시해?"
벨라트릭스가 소리쳤다.
"도비에겐 주인이 없어요!"
집요정이 꽥꽥거렸다.
"도비는 자유로운 집요정이에요. 그리고 도비는 해리 포터와 그의 친구들을 구하러 온 거에요!"
"탄생했어...."
"로라?"
로라의 목걸이가 빛을 내뿜었다. 너무나 강렬한 빛이라서 저절로 눈을 감아야 할 수밖에 없는 빛이, 그녀의 목걸이에서 방출되었다. 시야가 빼앗겼을 때, 해리는 누군가 자신을 이끌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고 순간이동을 하는 감각이 닥쳐왔다. 로라는 도비, 헤르미온느, 론, 해리 그리고 도깨비를 데리고 그 빛 속에서 순간이동을 했다.
별이 총총한 드넓은 하늘 아래로 멀지 않는 곳에 오두막집 한 채의 근처에 태양처럼 강렬한 노란 빛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빛은 서서히 잦아졌고 해리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게 조개껍데기 오두막집?"
해리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로라의 몸, 도비는 해리에게 인사를 하고 뿅 하고 다시 사라졌다.
"로라!!! 도와줘요!!"
해리는 바닥에 쓰러지는, 서서히 차가워지는 그녀의 몸을 끌어안아서 오두막집을 향해 외쳤다.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한 것이 맞는 건지 빌과 플뢰르, 딘과 루나 그리고 로우가 오두막집에서 나왔고 론이 헤르미온느를 부축해 안으로 데리고 갔고, 딘이 부상 당한 그립훅을 챙겨서 그 뒤를 쫓아갔다.
"로라! 죽지 마!"
해리는 그녀를 업어서는 안으로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플뢰르가 부상당한 사람들을 위해서 약을 챙겨주었다. 하지만 로라를 위한 약은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몸의 체온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담요를 여러 개 가져와 덮어주었다.
환한 색깔의 거실을 예쁘게 꾸며져 있었고, 벽난로에서는 바닷가에서 흘러온 나무토막들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해리는 위층에 있다가 내려왔다.
"... 다행이 그때 지니는 방학 중이었어. 만약 호그와트에 있었다면, 우리가 지니를 찾기 전에 그자들이 먼저 데려가 버렸을 거야. 하지만 이제 지니도 안전해."
빌이 문가에 서 있는 해리를 발견했다.
"나는 식구들을 모두 버로우 밖으로 피신시키고 있는 중이었어."
빌이 설명했다.
"식구들은 뮤리엘 할머니 댁으로 옮겼어. 이젠 죽음을 먹는 자들도 론이 너와 함께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당연히 우리 가족을 노릴 거야. 하지만 미안해하지는 마."
빌이 해리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고, 황급히 덧붙였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 단지 시간문제였으니까. 아버지는 몇 달 동안 줄곧 그런 말씀을 해 오셨어. 우린 가장 악명 높은 동족의 배신자 가족이잖아."
"그럼 그들은 어떻게 보호를 받죠?"
해리가 물었다.
"피델리우스 마법이야. 아빠가 비밀의 파수꾼이지. 이 오두막집에도 똑같은 마법을 걸어 놓았어. 이곳은 내가 비밀 파수꾼이야. 우리 가족은 아무도 직장에 나갈 수 없게 되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올리밴더씨와 그립훅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우리는 그들도 뮤리엘 할머니 댁으로 옮길 생각이야. 여긴 방이 몇 개 없지만, 할머니 댁에는 많거든. 그립훅의 다리는 낫는 중이야. 플뢰르가 그에게 스켈레 그로를 주었거든. 아마 한 시간 이내에 그들을 이동시킬 수 있을 거야."
"안 돼요."
해리가 반대했다.
"둘 다 여기 있어야 해요. 그들에게 할 말이 있어요.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곧장 그들을 만나 봐야겠어요."
"안 돼."
플뢰르가 입을 열었다.
"너능 기다려야 해, 아리. 두 사람 다 아프고 피곤해..."
"미안해요."
해리가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기다릴 수가 없어요. 지금 당장 그들과 이야기를 해야만 해요. 개인적으로, 따로따로 말이죠. 아주 급한 일이에요."
"해리,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니?"
빌이 따져 물었다.
"넌 별안간 반쯤 의식을 잃은 도깨비를 데리고 나타나질 않나, 로라와 헤르미온느는 마치 고문이라도 당한 꼴이고, 론 녀석은 나에게 단 한 마디도 하질 않으려고 하니...."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형에게 말해 줄 수가 없어요."
해리가 딱 잘라 말했다.
"형은 기사단 사람이잖아요. 그러니 덤블도어 교수님이 우리에게 임무를 남기셨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우린 어느 누구에게도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요."
플뢰르가 짜증스러운 듯 신경질적인 소리를 냈다. 하지만 빌은 그녀를 무시한 채 해리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깊은 흉터로 일그러진 빌의 얼굴은 표정을 읽기가 어려웠다. 마침내 빌이 입을 열었다.
"좋아, 누구랑 먼저 이야기하고 싶니?"
해리는 잠시 망설였다.
"그립훅이요."
해리가 말했다.
"그립훅과 먼저 이야기하고 싶어요."
해리는 호크룩스를 먼저 해치우기로 결심했다.
"그럼 위로 올라가자."
빌이 앞장을 서며 말했다.
"너희 둘도 함께 가야 해!"
해리는 몇 계단을 올라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거실로 들어가는 입구에 반쯤 몸을 숨긴 채 잠복해 있던 론과 헤르미온느를 불렀다. 두 사람 모두 묘하게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불빛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작은 층계참에 도달한 세 사람은 도깨비를 만나기 위해서 방으로 들어갔다. 한편 로라는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