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초월한 기적의 마법, 사랑 83
용은 신선한 공기를 갈망한 채 날고 또 날아올랐다. 태양은 점점 낮아지면서 하늘은 쪽빛으로 변해 갔다. 그래도 용은 여전히 날아갔고, 도시들과 마을들을 휙휙 지나갔다. 추위로 두 손은 감각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손아귀를 펼치지 못하고 여전히 용의 등 뒤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래서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으면서 몸이 쑤시고 아팠다.
"내가 착각하는 건가?"
기나긴 침묵이 이어진 끝에 론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면 우리가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 거 맞아?"
밑을 내려다보았다. 짙은 초록색 산들과 석양을 받아 구릿빛으로 물든 호수들이 보였다. 풍경들이 점점 더 커지고 뚜렷해지는 것 같았다. 용은 커다랗게 나선을 그리며 점점 더 낮게 날았다. 작은 호수들 중 하나를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용이 충분히 낮게 내려가면 뛰어내리라고 내가 말할게!"
해리가 우리에게 소리쳤다.
"용이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채기 전에, 곧장 물속으로 뛰어들어!"
우리는 동의했다.
"지금이야!"
해리가 용의 옆구리를 주르르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리고 호수 수면을 향해 곧장 뛰어들었고 각자 해리의 뒤를 쫓아서 뛰어내렸다. 세차게 물과 충돌했고, 돌멩이처럼 갈대로 가득 찬 초록색의 차가운 세상 속으로 풍덩 빠졌다. 그리고 수면 위로 발길질을 했다.
우리는 용이 내려앉은 강둑 반대편 호숫가를 향해 나갔다. 호수는 깊지 않아서 진흙을 헤치고 나갔다. 물에 흠뻑 젖고 숨을 헐떡이며 기진맥진한 채, 미끈거리는 풀밭 위에 털썩 쓰러졌다. 헤르미온느는 기침을 하고 몸을 덜덜 떨면서 무너져 내렸다. 해리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꺼냈다. 그리고 주위에 일상적인 보호 주문을 걸기 시작했다.
우리는 얼굴과 팔 전체에 빨갛게 성이 난 화상 자국들이 가득했고 옷 여기저기 불에 타 그슬린 흔적이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자신의 구슬 백에서 디터니 원액을 꺼내서는 우리에게 내밀었다. 우리는 각자의 상처에 디터니 원액을 톡톡 두드려 발랐다. 그런 다음에 옷을 갈아입고는 조개껍데기 오두막집에서 가져온 호박 주스 네 병을 꿀꺽꿀꺽 들이켰다.
"그러니까 좋은 일이라고 한다면..."
두 손에 새살이 돋아나는 걸 지켜보며 앉아 있던 론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호크룩스를 손에 넣었다는 거지. 나쁜 일은...."
"칼이 없다는 거지."
내가 말했다.
"칼이 없단 말이지."
론이 되풀이해서 말했다. 해리는 심한 화상을 입은 자리에 디터니 원액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 쥐새끼 같은 배신자 악당 놈."
해리는 방금 벗어 놓은, 물에 젖은 겉옷의 호주머니에서 호크룩스인 후플푸프의 잔을 꺼냈다. 그리고 풀밭 위에 내려놓았다.
"적어도 이번에는 이걸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없어. 목에 걸고 다니면 꽤 이상하게 보일걸."
론이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호수 건너편 저 멀리에 있는 강둑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아직도 용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저 용은 어떻게 될 것 같으니? 무사할 수 있을까?"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너 꼭 해그리드처럼 말하는구나."
론이 말했다.
"저건 용이야, 헤르미온느. 얼마든지 자신을 돌볼 수 있어. 정작 걱정해야 할 건 바로 우리야."
"그게 무슨 소리야?"
"글쎄, 너에게 이걸 어떻게 깨우쳐 줘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그린고트를 침입했다는 걸 저자들이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일제히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일단 웃음보가 터지자 멈출 수가 없었다. 풀밭에 벌렁 누워서 실컷 웃음을 터트린 우리들.
"그런데 이제 우린 뭘 해야 하지?"
마침내 헤르미온느가 딸꾹질을 하며 다시 심각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그자가 알게 될 거야. 안 그래? 우리가 호크룩스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그자도 알게 될 거라고!"
"혹시 그놈들이 너무 무서워서 그에게 알리지 않을 수 있잖아?"
론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그냥 이 사실을 숨기기로..."
"해리?"
론의 말을 잘라버리고는 내가 일어나서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누워있는 해리가 자신의 흉터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는지 인상을 찌프리고 있었다.
해리가 눈을 번쩍 떴고 우리는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가 알았어."
해리가 말했다.
"그가 알았어. 이제 그는 다른 호크룩스들이 있는 곳을 살펴보러 갈 거야. 그리고 마지막 호크룩스는..."
해리가 벌떡 일어났다.
"호그와트에 있어. 난 알았어. 난 알았다고."
"뭐라고?"
론이 그를 보며 입을 딱 벌렸고 헤르미온느는 몹시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똑바로 앉았다.
"하지만 뭘 본 거니? 어떻게 알았어?"
"그자가 이 잔에 대해 알게 되는 장면을 보았어. 난.... 난 그자의 머리속에 있었지. 그는... 그는 굉장히 분노하고, 겁도 났어. 우리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거든. 이제 그자는 다른 호크룩스들이 무사한지 확인하러 갈 거야. 제일 먼저 그 반지부터. 그자는 호그와트에 있는 호크룩스가 가장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왜냐하면 스네이프가 거기 있으니까. 그리고 거긴 눈에 띄지 않고 숨어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우니까 말이야. 그래서 내 생각에는 거기 있는 걸 제일 마지막으로 확인해 볼 것 같아. 하지만 어쩌면 그자가 불과 몇 시간 내로 호그와트를 찾아올 수도 있어."
"호그와트 안 어디에 있는지도 보았니?"
론이 물었다. 이제 그도 급히 일어섰다.
"아니. 그자는 온통 스네이프에게 경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어서 정확히 그게 어디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았어."
"잠깐, 잠깐만 기다려!"
론이 호크룩스를 집어 들고 해리가 다시 투명 망토를 꺼내고, 내가 지팡이를 꺼내들자 헤르미온느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이대로 갈 수는 없어. 아무 계획도 안 세웠잖아."
"하지만 급하잖아."
"먼저 떠나야만 해."
나와 해리가 말했다.
"그자가 반지와 로켓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장 무슨 짓을 할지 짐작이 가니? 만약 그것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판단해서 호그와트에 있는 호크룩스를 옮기기라도 한다면?"
"하지만 어떻게 호그와트 안으로 들어가지?"
"괜찮아. 일단 호그스미드로 가자."
내가 말했다. 애버포스 덤블도어에게 부탁하면 어떻게 될 테니까 말이지.
"그런 다음에 학교 주변에 어떤 보호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지 보고, 뭔가 방법을 궁리해 보자. 헤르미온느, 어서 투명 망토 속으로 들어와. 이번에는 다 같이 쓰고 갈 거야."
"하지만 우리가 다 쓸 수는 없...."
"곧 어두워질 거야. 우리 발 정도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텐데 뭐."
거대한 날개가 펄럭이는 소리가 검은 수면을 가로질러 울려 퍼졌다. 용은 실컷 물을 마시고 이미 하늘로 날아 올라가 있었다. 출발 준비를 하던 우리는 동작을 멈추고 점점 더 높이 솟아오르는 용을 지켜보았다. 이제 빠르게 어두워지는 하늘에 찍힌 까만 점이 된 그것은 근처 산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이윽고 헤르미온느가 앞으로 걸어오더니 투명망토 속으로 들어왔다. 해리는 투명 망토를 최대한 밑으로 끌어당겼다. 다 함께 그 자리에서 빙그르 돌았다.
두 발이 땅에 닿았다. 호그스미드의 하이가가 보였다. 어두운 가게드로가 마을 너머에 어스름한 산 그림자들, 호그와트로 이어진 도로의 모퉁이, 그리고 스리 브룸스틱스의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바라보고 있을 때 경보음이 호그스미드에 가득 울려퍼졌다. 스리 브룸스틱스의 문이 활짝 열리더니 망토를 걸치고 두건을 뒤집었는 열두 명의 죽음을 먹는 자들이 지팡이를 높이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죽음을 먹는 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지팡이를 흔들자 경보음이 멈추었다.
"아씨오 투명 망토!"
죽음을 먹는 가운데 한 명이 외쳤다. 하지만 투명 망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제 망토를 쓰고 있지 않겠지, 포터?"
주문을 쏘았던 죽음을 먹는 자가 소리쳤다. 그리고는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흩어져. 그가 여기 있다."
죽음을 먹는 자들 여섯 명이 우리가 숨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우리는 즉시 샛길로 가능한 한 빨리 후퇴했다. 어둠 속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냥 떠나자!"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순간이동을 해!"
"좋은 생각이야."
론이 말했다. 하지만 해리가 미처 대답할 겨를도 없이 죽음을 먹는 자가 소리쳤다.
"우리는 네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있다, 포터! 도망갈 길은 없어! 우리는 널 찾아낼 거야!"
"저자들은 우리가 올 것을 대비하고 있었어."
해리가 속삭였다.
"우리가 왔다는 것을 알려 줄 주문을 걸어 놓은 거야. 그러니 우리를 여기에 묶어 두기 위한 뭔가를 해 뒀을 것 같아.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말이야..."
"디멘터들은 어때?"
또 다른 죽음을 먹는 자가 소리쳤다.
"그들을 풀어 주면, 순식간에 그 녀석을 찾아낼 거야!"
"어둠의 마왕님께서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의 손으로 포터를 죽이길..."
"디멘터들은 그를 죽이지 않을 거야! 어둠의 마왕님께서는 포터의 목숨을 바라는 것이지, 그놈의 영혼을 바라는 게 아니잖아. 일단 입맞춤을 당하고 나면 그 녀석을 죽이기도 쉬워질걸!"
동의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순간이동을 한번 시도라도 해 봐야겠어."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예사롭지 않은 한기가 거리에 덮쳐왔다. 사방에서 빛이 흡수되고, 별들마저 사라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헤르미온느가 순간이동을 시도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해리의 예상이 맞았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순간이동을 할 수 없는 마법을 걸어둔 거였다. 싸늘한 한기는 점점 더 깊숙이 가까이 다가왔다. 디멘터들이 우리들이 내뿜고 있는 공포의 숨소리를 맛보면서 점점 가까이...
"익스펙토 패트로눔!"
해리의 패트로누스, 은빛 수사슴이 그의 지팡이에서 솟아나와 돌진했다. 디멘터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보이지 않는 어디에선가 득의양양한 외침이 들려왔다.
"그놈이야! 저 아래, 저 아래! 내가 그놈의 패트로누스를 봤어! 수사슴이었다고!"
디멘터들이 후퇴하자 별들이 다시 반짝 튀어나왔다. 죽음을 먹는 자들의 발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근처에서 빗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좁은 거리의 왼쪽 편에서 문이 하나 열리더니, 거친 목소리가 말했다.
"포터, 이 안으로, 어서!"
주저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했다. 열린 현관문을 황급히 통과해 들어갔다.
"위층으로 가! 계속 망토 쓰고, 조용히!"
키가 큰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지나서 거리로 나가더니 등 뒤로 문을 쾅 닫았다.
"어서! 어서 위층으로 가!"
엘리하가 호그스 해드의 카운터에서 서서 말을 했고 우리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카운터를 지나서 두 번째 출입구를 지났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나무 계단을 있는 힘을 다해 잽싸게 뛰어 올라갔다. 나달나달한 카펫이 깔린 계단은 작은 벽난로가 있는 응접실로 통했다. 벽난로 위에는 금발 소녀의 커다란 유화 한 점이 걸려 있었는데, 그 소녀는 약간 얼이 빠진 듯한 다정한 얼굴로 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소녀의 초상화 바로 밑, 벽난로 선반 위에 깨진 거울 조각이 선반 꼭대기에 기대어 세워져 있었다.
밖에서는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투명 망토를 쓴 채 더러운 창문 쪽으로 살금살금 기어가서 밖을 내려다보았다.
"대체 뭐야?"
애버포스는 두건을 쓴 얼굴들 중 하나에다 대고 으르렁거렸다.
"대체 뭐냐고! 자네들이 디멘터들을 내 거리에다 풀어놓으면, 난 거기 맞서서 패트로누스를 보낼 거야! 그놈들이 내 곁에 얼씬도 못하게 할 거라고! 내가 자네들한테 말했지! 난 참지 않겠어!"
"그건 당신 패트로누스가 아니었어!"
죽음을 먹는 자가 대꾸했다.
"그건 수사슴이야! 포터 거라고!"
"수사슴이라고?"
애버포스가 으르렁거리더니 지팡이를 겨누었다.
"수사슴이란 말이지! 이 얼간이 같은 놈... 익스펙토 패트로눔!"
염소가 지팡이에서 솟아 나왔다. 그것은 머리를 숙인 채 하이가를 향해 돌진하더니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저건 내가 본 게 아니야...."
죽음을 먹는 자가 말했다. 하지만 전보다도 자신 없는 목소리였다.
"누군가 통금 시간을 어겼어. 당신도 그 소리 들었잖아."
그의 동료들 중 한 명이 애버포스에게 말했다.
"누군가 거리에 나와 있었다고..."
"고양이를 내보내고 싶으면, 난 그렇게 할 거야! 네놈들의 통금 같은 건 엿이나 먹으라지!"
"그럼 당신이 고양이아우성 주문을 작동시킨 건가?"
"그랬다면 어쩔 건데? 나를 아즈카반으로 끌고 가시려고? 내 집 대문 앞에 코 좀 내민 죄로 나를 죽이시겠다고? 그럼, 해 보시지. 정 원한다면! 하지만 부디 자네가 그를 호출할 요량으로 그 쪼만한 어둠의 표식을 안 눌렀길 바랄 뿐이야. 그자는 지금 이런 시간에 나나 내 늙은 고양이 때문에 호출 받는 걸 썩 달가워하지 않을 테니 말이야, 안 그런가?"
"우리 걱정은 말고."
죽음을 먹는 자 가운데 한 명이 말했다.
"당신 걱정이나 하시지. 통금을 어겼으니!"
"그래, 내 가게가 문을 닫으면 자네 패거리들은 어디서 마법약이랑 독약을 밀거래하려고 그러시나? 그럼 그 쥐꼬리만 한 부업은 어떻게 되고?"
"지금 당신 협박하는 건가...?"
"물론 나는 입을 꼭 다물 걸세. 그게 바로 자네들이 여기에 온 이유니까, 안 그래?"
"다시 말하지만 나는 수사슴 패트로누스를 보았단 말이야!"
죽음을 먹는 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수사슴?"
바덴터가 으르렁거렸다.
"그건 염소라고, 이 얼간아!"
"좋아! 우리가 실수했나 보군."
또 다른 죽음을 먹는 자가 말했다.
"또다시 통금 시간을 어기면, 그때는 이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야!"
죽음을 먹는 자들은 하이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헤르미온느는 안도하며 끙 하고 한숨을 쉬더니 투명 망토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다리가 흔들거리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해리는 커튼을 꼭 닫고 나서 덮고 있던 투명 망토를 벗었다. 아래층에서 바텐더가 다시 술집 문의 빗장을 걸었다.
"괜찮아요?"
엘리하가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하와 애버포스가 방으로 들어왔다.
"이 천하의 멍청이들!"
애버포스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길 온 거야?"
"고맙습니다."
해리가 말했다.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희의 목숨을 구해주셨어요."
애버포스는 툴툴거렸다.
"제가 거울에서 보았던 게 바로 아저씨의 눈이었군요."
방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 해리와 애버포스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도비를 보내셨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하는 지팡이로 등잔마다 불을 밝혔다. 나는 해리의 옆으로 걸어나왔다.
"애버포스씨."
"어떻게 저걸 구하셨나요?"
해리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해리가 가지고 있는 깨진 거울과 한 쌍인 시리우스의 거울 쪽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덩에게서 샀지. 한 1년 전에."
애버포스가 대답했다.
"알버스가 나에게 그게 어떤 물건인지 얘기해 줬어. 그동안 줄곧 너를 지켜보려고 애써 왔단다."
론이 헉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은빛 암사슴! 그것도 당신이었나요?"
그가 흥분해서 말햇다.
"무슨 소리 하는 게냐?"
애버포스가 되물었다.
"누군가 우리에게 암사슴 패트로누스를 보냈어요."
"저렇게 머리가 나빠서야. 애버의 패트로누스는 염소라고."
엘리하가 혀를 쯧 차면서 말했다.
"아아."
론이 수긍했다.
"그렇죠.... 그게 말이죠... 제가 배고파서요!"
뱃속에서 커다랗게 꾸르륵 소리가 나자 론이 변명하듯이 덧붙여 말했다.
"먹을 것을 가지고 올게."
엘리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방에서 나가 내려가더니, 얼마 안 있어 커다란 빵 한 덩어리와 약간의 치즈, 그리고 백랍 주전자에 든 꿀술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벽난로 앞에 있는 작은 탁자 위에 음식을 차려 놓았다. 우리는 게걸스레 먹고 마셨다. 한동나 불이 탁탁거리며 타는 소리와 잔이 땡그랑 부딪히는 소리, 우적우적 씹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제 그러면....."
맘껏 먹고 나자 애버포스가 입을 열었다.
"너희가 여길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 뭔지 생각해 봐야겠구나. 오늘 밤에는 안 된다. 해가 저문 후에 누군가 밖에 나다니기라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너희도 이미 들었지? 고양이아우성 주문이 발동하면, 그놈들은 아마 독시 알을 노리는 보우트러클처럼 너희를 찾아낼 거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두 번이나 수사슴을 염소인 척 속일 수는 없을 것 같구나. 그러니 통금이 풀리는 동틀 녁까지 기다려라. 그때가 되면 다시 투명 망토를 쓰고 걸어갈 수 있을 거야. 곧장 호그스미드를 빠져나가서 산으로 올라가거라. 거기서는 순간이동을 할 수 있을 게다. 어쩌면 해그리드를 만날지도 모르겠구나. 그들이 그를 체포하려고 한 뒤로부터, 해그리드는 그롭과 함께 동굴에서 숨어 지내고 있거든."
"저희는 떠나지 않을 겁니다."
내가 말했다.
"저희는 호그와트로 들어가야 합니다."
해리가 말했다.
"어리석은 소리 마라, 꼬마들아."
애버포스가 말했다.
"반드시 가야만 해요."
내가 말했다.
"너희가 해야 할 일은 여기서 가능한 한 멀리 도망가는 거야."
애버포스가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해요."
해리가 말했다.
"시간이 별로 없어요. 저희는 성안에 들어가야만 해요.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러니까 당신의 형님이 바라셨던 일이에요. 저희가..."
"알버스는 참 바라는 것도 많았지. 그리고 그가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동안, 사람들은 자꾸만 다쳤어. 어서 이 학교에서 달아나라, 포터.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이 나라를 떠나라. 알버스나 그의 영리한 계획 따위는 잊도록 해. 그는 그 무엇도 자신을 해칠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너는 그에게 아무것도 빚진 게 없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세요."
해리가 또다시 말했다.
"오오,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애버포스가 조용히 반문했다.
"내가 내 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냐? 나보다 네가 알버스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해?"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해리가 말했다.
"제 말은.... 그분이 제게 임무를 남겼어요."
"허, 그랬냐? 바라건대, 좋은 일이겠지? 즐겁고 쉬운? 이를테면 자격 미달의 마법사 꼬마가 무리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일인가?"
론이 씁쓸한 웃음을 터트렸고 헤르미온느는 몹시 긴장한 듯한 얼굴로 변했다.
"아니요, 그... 그건 쉽지 않아요."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저는 해야만 해요."
"해야 한다? 왜 해야 한다는 거지? 그는 죽었어, 그렇지 않나?"
애버포스가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내버려 둬. 꼬마 친구. 너도 그의 뒤를 쫓아가지 않으려면 말이야! 네 목숨을 아끼라고!"
"그럴 순 없어요."
"왜 안 된단 말인가?"
"전..."
해리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당신도 역시 싸우고 계시잖아요! 당신은 불사조 기사단이고요..."
"한때는 그랬지."
애버포스가 대꾸했다.
"불사조 기사단은 끝났어. 그 사람이 이겼어. 이제 끝났다고. 그리고 남다른 척 하는 이들은 모조리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거야. 네가 여기 있는 건 절대로 안전하지 못해, 포터. 그 사람은 너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단다. 그러니 외국에 가서 종적을 감추어라. 네 목숨을 구하도록 해. 이 세 사람도 데리고 가는 게 좋겠구나."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나와 론, 헤르미온느를 가리켰다.
"너와 함께 일해 왔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런 세상에 사는 한, 이들은 언제나 위험할 게야."
"전 떠날 수 없어요."
해리가 말했다.
"제게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건 다른 누군가에게 맡겨!"
"그럴 수 없어요. 그건 제게 주어진 일이에요. 덤블도어 교수님은 그 일에 대해 전부 설명해 주셨어요."
"허, 그랬냐? 그렇다면 자네에게 그 모든 걸 얘기해 주었나? 자네에게 정직했단 말이지?"
해리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우리 형을 잘 알아, 포터. 그는 어머니의 무릎 위에서부터 비밀 지키는 법을 배웠지. 비밀과 거짓말, 그게 우리가 성장한 방식이었어. 그리고 알버스는... 알버스는 천부적이었지."
애버포스는 아리애나의 그림 쪽으로 움직였다.
"저 사람이 당신의 여동생인가요? 아리애나?"
헤르미온느가 몹시 머뭇거리며 물었다.
"그렇다."
애버포스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가씨도 리타 스키터의 책을 읽었나 보군, 그렇지?"
벽난로의 불빛 아래서 빨개진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선명히 보였다.
"엘피아스 도지씨가 저희에게 그녀에 대해 얘기해 주셨어요."
해리가 말했다.
"그 늙어빠진 멍청이."
애버포스는 꿀술을 또 한 잔 쭉 들이켜면서 구시렁거렸다.
"우리 형은 마치 뚫린 구멍이란 구멍에서 죄다 햇빛만 쏟아 내는 줄 알지, 그 늙은이는 말이야. 그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어. 보아하니, 너희 넷을 포함해서 말이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해리를 아주 많이 아꼈어요."
헤르미온느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 그랬냐?"
애버포스가 대꾸했다.
"거참 우습지. 형이 몹시 아꼈던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차라리 그가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더 나았을 만큼 안 좋은 결말을 맞았는지 모르거든."
"그게 무슨 뜻이죠?"
"신경 쓰지 말거라."
"아리애나 덤블도어 얘기인가요? 그녀의 비참한 죽음을 말하는 건가요?"
내가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자 애버포스가 나를 쏘아붙았다. 그의 입술은 마치 간신히 참고 있는 말들을 곱씹고 있는 듯이 달싹거렸다. 이윽고 그가 이야기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내 여동생이 여섯 살이었을 때, 세 명의 머글 사내애들이 그 아이를 덮치고 공격을 했지. 그 녀석들은 뒤뜰 울타리 너머로 훔쳐보다가, 그 아이가 마법을 쓰는 것을 목격했던 거야. 아리애나는 아직 어린애였고 마법을 잘 통제할 수 없었어. 사실 어떤 마녀나 마법사도 그 나이에는 그럴 수가 없지. 짐작건대, 그 녀석들이 그걸 보고 겁에 질렸던 것 같아. 그들은 울타리를 뚫고 들어왔어. 그리고 아리애나가 그들에게 그 마법을 보여 주지 못하자, 그 녀석들은 이 어린 괴짜가 그 짓을 못하게 한답시고 하다가 도를 넘어 버린 게야."
애버포스가 우뚝 일어섰다. 그는 분노와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서 갑자기 무시무시하게 변했다.
"그게 그 애를 망쳤어. 그 녀석들이 한 짓이 말이야. 아리애나는 두 번 다시 정상이 되지 못했어. 그 아이는 마법을 사용하려 들지 않았어. 하지만 그 힘을 없앨 수도 없었지. 결국 그 힘은 그 애의 내부로 향했고 그 애를 미치게 만들었어. 그러다가 아리애나가 그 힘을 조절할 수 없을 때면, 밖으로 터져 나오곤 했어. 이따금 그 애는 이상해지고 위험해졌지. 하지만 대개는 다정했고 겁에 질려 있었어.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단다. 아버지는 그런 짓을 한 후레자식 놈들을 쫓아갔지. 그리고 그 녀석들을 공격했지. 그 일 때문에 아버지는 아즈카반에 갇혔단다. 아버지는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절대로 말하지 않았어. 만약 마법부가 아리애나의 상태를 알게 되면, 그 애는 성 뭉고 병원에 영원히 갇히고 말았을 테니까 말이지. 그들은 그 애처럼 그렇게 불안전한 존재를 국제 비밀 법령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했을 거야. 더 이상 힘을 참을 수 없을 때면 마법이 마구 터져 나오곤 했거든. 우리는 언제나 그 아이를 아프다고 소문을 냈단다. 어머니는 그 애를 보살피며 언제나 평온하게 해 주려고 노력했단다. 그 아이가 제일 좋아했던 사람은 나였어."
애버포스가 말했다. 그가 그 말을 할 때, 애버포스의 주름살과 뒤엉킨 콧수염 너머로 칠칠맞지 못한 학생의 모습이 엿보이는 듯 했다.
"알버스가 아니었지. 형은 집에 있을 때면 언제나 자기 침실에 처박혀 있었으니까. 책을 읽거나 자신이 받은 상의 숫자를 헤아려 보거나 '당대에 가장 유명한 마법사들'과 서신을 주고받으시느라 말이지."
애버포스가 코웃음을 쳤다.
"형은 아리애나에 대해서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았어. 그 아이는 나를 제일 좋아했지. 어머니가 그 아이에게 음식을 먹일 수 없을 때에도 나는 먹게 할 수 있었고, 그 애가 흥분했을 때에도 나는 그 애를 진정시킬 수 있었어. 그 아이는 조용할 때면, 내가 염소들에게 먹이 주는 걸 도와주곤 했어. 그런데 그 아이가 열네살이 되었을 때.... 알겠니, 내가 거기에 없었던 거야."
애버포스가 말을 이었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그 아이를 진정시킬 수 있었을 텐데. 아리애나가 또다시 흥분 상태에 빠졌고, 우리 어머니는 예전만큼 젊지 않으셨지. 그리고.... 그건 사고였어. 아리애나는 그걸 다스릴 수가 없었던 거야. 하여간 어머니는 죽음을 당했지. 결국 그 일은 애송이 도지와 함께 떠나려고 했던 알버스의 세계 여행을 망치고 말았지. 그 두 사람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고, 얼마 후 도지는 혼자 떠나 버렸어. 그리고 알버스는 가장으로서 정착했지, 허!"
애버포스는 불 속에 침을 탁 뱉었다.
"난 아리애나를 보살피려고 했어. 난 형에게 그러겠다고 말했지. 나는 학교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고, 그냥 집에서 지내면서 그 아이를 돌보려고 했어. 하지만 형은 내게 학교를 마쳐야 한다고 말했고, 어머니의 일을 인계받았지. 총명 선생의 몰락이라고나 할까. 반미치광이 여동생을 보살피고, 하루 걸러 그 아이가 집을 날려 버리지 못하도록 막는 일을 상을 받을 리는 만무하니까. 그래도 몇 주는 제대로 했지....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노골적으로 무시무시한 표정을 애버포스의 얼굴에 드러났다.
"그린델왈드. 마침내 우리 형은 대등하게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을, 즉 자신만큼이나 총명하고 재능이 있는 상대를 찾은 거야. 그러자 아리애나를 보살피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났지. 그동안 그들은 새로운 마법 세계의 체계를 세운다는 둥, 성물을 찾는다는 둥 하며, 흥미를 느끼는 거라면 뭐든지 온갖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 마법사 인류 전체를 위한 원대한 계획들을 세우는 판국에, 어린 여자 아이 하나쯤 소홀한들 무슨 문제나 됐겠어? 알버스는 '더 커다란 선'을 위해 힘쓰고 있는데? 하지만 그렇게 몇 주가 지나자 내 인내심도 바닥이 나고 말았지. 내가 호그와트로 돌아가야 할 날이 가까워 왔는데, 나는 그들에게, 두 사람 모두에게 얼굴을 맞대고 분명히 말했어. 바로 지금 내가 너를 보고 말하듯이 말이야."
애버포스는 해리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를 보면서 자신의 형과 당당히 맞서는, 강인하고 분노에 찬 십 대의 소년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별로 어렵지 않았다.
"나는 알버스에게 말했어. 이젠 포기하는 게 좋겠다고 말이야. 아리애나를 이동시킬 수는 없다고. 그 아이는 그럴 만한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지. 형이 어디로 갈 계획이든 간에, 언제부터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그 잘난 연설을 할 작정이든 간에, 아리애나를 데리고 다닐 수 없다고 했어. 알버스는 좋아하지 않더군. 그린델왈드는 몹시 못마땅해했어. 화를 냈지. 나더러 멍청한 애송이라고 하면서, 총명한 형과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으려고 한다고 말했어... 일단 그들이 세상을 바꾸어 마법사들을 은신처에서 끌어내고 머글들에게 자신들의 자리를 가르쳐 주면, 내 가엾은 동생도 숨어 있을 필요가 없게 될 텐데,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나? 그리고 언쟁이 벌어졌지.... 나는 내 지팡이를 꺼내 들었어. 그도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더군. 나는 형의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크루시아투스 저주 공격을 당했지. 알버스가 그를 말리려고 하다가, 우리 세 사람은 결투를 벌이게 되었어. 그런데 번쩍거리는 불빛과 굉음이 그 애를 폭발하게 한 거야. 그 애는 그걸 견딜 수 없있지..."
마치 치명상을 입은 것처럼 애버포스의 얼굴에서 서서히 핏기가 가셨다.
".... 내 생각에 아리애나는 돕고 싶어 했던 것 같아. 하지만 그 아이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잘 몰랐어. 우리 주으이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중의 누구든 그럴 수 있었으니까... 결국 그 애는 죽었어."
마지막 말에서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애버포스는 가장 가까이에 놓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정말.... 정말 유감이에요."
눈물로 젖은 얼굴로 헤르미온느가 나지막이 말했다.
"갔어."
애버포스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엘리하는 잠깐 주저하더니 애버포스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 쓰다듬었다.
"영원히 가 버렸어."
그는 소매로 코를 쓱 닦더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물론 그린델왈드는 달아났단다. 그자는 이미 자기 나라에서 한 번 전과가 있었으니, 거기에다가 아리애나의 일까지 더해지기를 원치 않았을 거야. 그리고 알버스는 자유로워졌지, 안 그러냐? 여동생이라는 짐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롭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사가 될 수 있게 된 거..."
"그분은 결코 자유롭지 못했어요."
내가 말했다.
"뭐라고?"
애버포스가 물었다.
"전혀 자유롭지 못했다고요. 당신의 형님이 죽었던 날 밤, 저와 해리가 그분과 함께 있었어요. 그분은 마법약을 마시고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마구 비명을 지르고, 거기 있지도 않는 누군가에게 애원햇어요. '그들을 해치지 마. 부탁이야. 대신 나를 해쳐라.' 교수님은 당신과 그린델왈드와 함께 있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갔던 거예요. 그분은 그린델왈드가 당신과 아리애나를 해치는 장면을 보고 있다고 착각했던 거예요.... 그건 그분에게 엄청난 고문이었어요. 만약 당신이 그때 그 모습을 보셨더라면, 그분이 자유로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린델왈드 역시 누멘가드에 갇혀서는 끝에 가서 뉘우침 기색을 보였다고 했으니까.... 분명히 그도 그녀의 죽음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겠지.
애버포스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마디가 굵고 핏줄이 두드러진 자신의 손을 골똘히 바라보았다. 오랜 침묵 끝에 그가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지? 알버스가 너희보다도 '더 커다란 선'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고 말이다! 어떻게 네가, 너희가, 내 여동생과 마찬가지로, 없어도 그만인 대상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지?"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헤르미온느가 반박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해리에게 숨으라고 말하지 않았지?"
애버포스가 쏘아붙였다.
"어떻게 그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냔 말이냐. '몸 조심해라, 그게 살 길이다'라고!"
"왜냐하면...."
해리가 입을 열었다.
"때때로 사람은 자신의 안전보다 더 커다란 것에 대해 생각해야만 하기 때문이죠! 때때로 사람은 '더 커다란 선'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고요! 이건 전쟁이라고요!"
"넌 열입곱 살이란다, 꼬마야!"
"전 이제 성인이에요. 설령 아저씨가 포기한다고 해도, 저는 싸움을 계속해 나갈 거예요."
"내가 포기했다고 누가 그러던?"
"불사조 기사단은 끝났어. 그 사람이 이겼어. 이제 끝났다고. 그리고 남다른 척 하는 이들은 모조리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거야."
해리가 애버포스가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나도 좋아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야!"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해리가 말했다.
"아저씨의 형님은 그 사람을 어떻게 끝장내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 지식을 저에게 넘겨주었어요. 저는 제가 성공할 때까지 계속할 거예요... 그러지 못하면 전 죽어요. 이 일이 어떻게 끝날지 제가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전 이미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요."
애버포스는 인상을 쓰고 있었다.
"저희는 호그와트로 들어가야 해요."
해리가 다시 말했다.
"저희를 도와주실 수 없다면, 귀찮게 하지 않고 동틀 때까지 기다릴게요. 그리고 저희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보겠어요. 만약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다면.... 그럼, 지금이 그 일을 의논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때겠군요."
애버포스는 의자에 꼼짝 않고 앉아서 덤블도어와 닮은 청안으로 해리와 나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목청을 가다듬고 일어서더니, 작은 탁자 주위를 빙 돌아서 아리애나의 초상화 쪽으로 다가갔다.
"너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지?"
그가 말했다. 아리애나가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돌아섰다. 그리고 초상화 속의 인물들이 대게 그러하듯이 액자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등 뒤로 그러져 있는 긴 터널처럼 보이는 것을 따라 걸어갔다.
"어... 뭐죠?"
아리애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론이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서는 들어갈 방법이 딱 하나밖에 없어."
엘리하가 말했다.
"그자들이 모든 오래된 비밀 통로의 양쪽 끝을 봉쇄해 버렸다는 걸 너희도 알아야만 해."
애버포스가 말했다.
"내 정보원이 알려 준 바에 따르면, 디멘터들이 학교 주분의 모든 담들을 돌고 있고 학교 내부에도 항시 순찰병들이 있다고 하더군. 호그와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경비가 삼엄해졌어. 스네이프가 책임을 맡고 있고 캐로우 남매가 그의 부관으로 있는 판국에, 너희가 일단 그 안에 들어간들 뭘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래, 그건 너희도 예상하고 있지, 안 그래? 네 입으로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하니."
"그런데 제게 뭐..?"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찌푸리고 아리애나의 그림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림 속의 터널 끝에서 조그만 하얀 점이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이제 아리애나는 점점 더 커지면서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옆에 다른 누군가가 함께 있었다. 그 사람은 그녀보다 키가 더 컸고 약간 절뚱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는데, 몹시 흥분한 표정이었다. 그는 얼굴에는 깊은 흉터가 몇 군데나 있는 듯했고, 옷은 갈가리 찢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점점 커져서, 마침내 그들의 머리와 어깨만으로도 초상화를 가득 채울 지경이었다. 곧이어 초상화 전체가 작은 문처럼 벽에서부터 앞으로 활짝 열렸다. 그리고 진짜 터널로 통하는 입구가 드러났다. 그곳에서 머리를 기레 기르고 얼굴에 흉터가 난 진짜 네빌 롱바텀이 너덜너덜한 망토를 걸친 채 기어 내려왔다.
"네가 올 줄 알았다니까! 그럴 줄 알았어, 해리!"
네빌은 기쁨의 함성을 내지르며 벽난로 선반에서 풀쩍 뛰어내리고 소리쳤다.
"네빌.... 대체... 어떻게...?"
하지만 네빌은 우리를 보자마자 곧장 기쁨의 함성을 내지르며 와락 끌어안았다. 보면 볼수록 네빌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한쪽 눈은 노랗고 푸르스름하게 멍이 든 채 잔뜩 부었고, 얼굴에는 여기저기 파인 자국이 나 있었다. 전체적으로 너저분하기 짝이 없는 몰골은 그가 얼마나 힘들게 지내왔는지를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뜩 얻어터진 그의 얼굴은 행복으로 빛이 났다.
"너희가 올 줄 알았어!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시무스에게 줄곧 얘기했지!"
포옹을 푼 네빌이 입을 열었다.
"네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뭐? 이거?"
네빌은 이 정도 부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저 머리를 한 번 흔들 뿐이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시무스는 더 심한데 뭐. 너희도 알게 될 거야. 이제 우리 가 볼까? 참!"
네빌이 애버포스 쪽으로 돌아섰다.
"애버, 두세 명이 더 오고 있는 중이에요."
"두세 명 더?"
애버포스가 험악한 말투로 되풀이했다.
"두세 명이나 더 온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롱바텀? 마을 전체가 통금과 고양이아우성 주문에 걸려 있는데!"
"저도 알아요. 그래서 그들은 곧장 술집 안으로 순간이동을 할 거예요."
네빌이 말했다.
"그들이 도착하면 그냥 통로로 내려 보내 주기만 하세요, 그럴 거죠? 정말 고마워요."
네빌은 헤르미온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녀가 벽난로 선반 위로 기어 올라가서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도와주었다. 론이 뒤를 따랐고 이어서 네빌이 올라갔다.
"로라, 무사해야 해."
엘리하는 나를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 당신도."
"내 걱정은 하지 마."
엘리하와 인사를 하고 선반 위로 기어올라가서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그 반대편에는 매끄러운 돌계단이 이어져 있었다. 마치 몇 년 동안이나 거기에 통로가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놋쇠 등잔들이 벽에 매달려 있었고, 흙바닥은 닳아서 펑평했다. 내 뒤를 쫓아서 들어온 해리.
"이 통로는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 있었던 거야?"
통로를 걸어가면서 론이 물었다.
"호그와트 비밀 지도에는 안 나오잖아. 안 그래, 해리? 난 학교를 들락거릴 수 있는 통로는 딱 일곱 개뿐인 줄 알았는데?"
"그자들이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그 통로들을 모조리 봉쇄햇어."
네빌이 말했다.
"이제 어느 통로로도 들어갈 수 없어. 입구마다 저주가 걸려 있고, 출구에는 죽음을 먹는 자들과 디멘터들이 대기하고 있거든. 그런 건 신경 쓰지 마.... 그런데 그게 사실이니? 너희가 그린고트에 침입했다며? 용을 타고 탈출했어? 사방에서 다들 그 얘기를 하고 있어. 테리 부트는 저녁 시간에 대연회장에서 그 얘기를 큰 소리로 떠들어 대다가 캐로우한테 얻어맞았지!"
"그래, 사실이야."
해리가 대답하자 네빌이 기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용은 어떻게 했어?"
"들판에 자유롭게 놓아주었지."
론이 대답했다.
"헤르미온느는 그걸 애완용으로 키우자고 했지만...."
"허풍 떨지 마, 론!"
"그런데 뭘 하며 지냈어? 사람들은 해리, 네가 도망치는 데 급급한 거라고 말했지만 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네가 무언가를 계획해 왔다고 생각해."
"네 말이 맞아."
해리가 대답했다.
"그보다 우리한테 호그와트 얘기 좀 해 줘, 네빌. 우린 아무 소식도 못 들었어."
내가 말했다.
"학교는.... 그러니까, 더 이상의 예전의 호그와트가 아니야."
네빌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가셨다.
"캐로우 남매에 대해서 알고 있니?"
"여기서 가르친다는 그 죽음을 먹는 자 두 사람 말이야?"
"그들은 그냥 가르치기만 하는 게 아니야. 모든 징계를 도맡고 있어. 캐로우 남매는 벌주기를 좋아해."
"엄브릿지처럼?"
"아이고, 그 작자들에 비하면 엄브릿지는 순해 보일 지경이야. 다른 교수님들은 모두 우리가 무슨 잘못을 하면, 우리를 캐로우 남매에게 보내도록 되어 있어. 그래도 교수님들은 가능하면 그렇게 하지 않아. 교수님들 모두 우리 못지 않게 그 남매를 미워하거든. 아마커스 그 작자는 예전에 어둠의 마법 방어술이었던 수업을 가르치는데, 지금은 그 수업이 곧 어둠의 마버이라는 점이 다르지. 우리는 징계 대상인 학생들에게 크루시아투스 저주 내리는 연습을 해..."
"뭐라고?!"
동시에 터져 나온 우리의 외침 소리가 통로를 쩌렁쩌렁 울렸다.
"사실이야. 이 흉터가 그래서 생긴 거야."
네빌이 뺨에 유독 깊게 파인 자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그걸 거부했거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일에 동참하고 있어. 크레이브와 고일은 그걸 아주 신나서 하지. 그 자식들이 무슨 일에서건 일등이란 걸 해 보기는 처음일 거야, 아마도. 알렉토는 아마커스의 동생인데 머글 연구 과목을 가르쳐. 그건 모든 학생에게 필수 과목이야. 머글들이 얼마나 짐승 같고 어리석고 불결한지, 그리고 머글들이 마법사들에 대해 적대적으로 나옴으로써 어떻게 마법사들이 은둔 생활로 몰고 갔는지, 자연의 질서가 어떻게 재편성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 여자가 설명하는 걸 우리 모두 듣고 앉아 있어야 한다니까."
네빌은 얼굴에 난 또 다른 칼자국 같은 상처를 가리켰다.
"이 상처는 그 남매한테는 머글의 피가 얼마나 섞였느냐고 그 여자한테 물어봤다가 생긴 거야."
"젠장, 네빌, 입바른 소리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론이 말했다.
"넌 그 여자가 하는 말을 못 들어 봐서 그래."
네빌이 말했다.
"너 역시 참지 못했을 거야. 중요한 건, 그런 일이 사람들이 그들에 맞서 대항할 때 도움이 된다는 거야. 그건 모두에게 희망을 줘. 네가 그렇게 했을 때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곤 했어, 해리."
"하지만 그놈들은 너를 마치 칼 가는 숯돌인 양 써먹엇잖아."
등잔 옆을 지날 때 네빌의 부상이 더욱 또렷이 두드러져 보이자, 론이 흠칫 물러서며 말했다. 네빌이 어깨를 으쓱했다.
"상관없어. 그자들은 순수혈통의 피를 지나치게 많이 쏟고 싶지 않아. 우리가 입을 놀리면 약간 고문은 하겠지만, 실제로 우리를 죽이지는 않을 거야. 정말로 위험에 처하는 학생들은, 학교 밖에 있는 친구나 친척들이 무제를 일으키는 경우야. 그런 학생들은 인절로 잡혀가거든. 제노 러브굿 노인네가 <이러쿵저러쿵>에서 좀 지나치다 싶게 노골적인 발언을 하자, 그자들은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내려고 집으로 돌아가는 열차에서 루나와, 죽음을 먹는 자가 되길 거부하는 로우를 끌고 가 버렸어."
"네빌, 루나와 로우는 괜찮아. 우리가 둘을 만났는데...."
"그래, 나도 알아. 용케도 나에게 전갈을 보냈더라고."
그가 주머니에서 금화 하나를 꺼냈다.
"이게 제 역할을 톡톡히 했어."
네빌이 나와 헤르미온느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캐로우 남매는 우리가 어떻게 교신하는지 절대로 알아내지 못했지. 그래서 잔뜩 열을 받았어. 우리는 밤에 몰래 빠져나와서 벽에 낙서를 하곤 했어. '덤블도어의 군대, 여전히 모집 중.' 뭐 이런 것들을 말이야. 스네이프가 치를 떨었지."
"하곤 했다고?"
"저, 그게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지더라고."
네빌이 말했다.
"크리스마스 때에는 루나와 로우를 잃었고, 부활절이 지나자 지니도 돌아오지 않았어. 그런데 우리 네 명이, 말하자면 일종의 지도자였거든. 캐로우 남매는 많은 일들의 배후에 내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았어. 그래서 나를 심하게 벌주기 시작했었지. 그런데 그때 마이클 코너가 그자들이 사슬로 매어 놓은 1학년 학생을 풀어 주려고 하다가 잡혔지. 그자들은 그를 아무 심하게 고문했는데, 그걸 보고 사람들은 완전히 겁을 먹었어."
"설마!"
론이 중얼거렸다. 이제 통로는 오르막에 접어들었다.
"사실이야. 난 사람들에게 마이클이 겪은 일을 똑같이 겪으라고 말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우리는 그런 식으로 위험한 짓들을 관뒀지.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싸웠고 지하 활동을 계속했어. 불과 이삼 주 전까지만 해도 말이야. 그제야 비로소 그자들은 나를 막을 방법이 딱 한 가지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 같아. 할머니를 찾아간 거야."
"그들이 뭘 했다고?"
우리가 일제히 소리쳤다.
"그래."
통로의 경사가 아주 가팔라졌기 때문에, 네빌은 이제 약간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자, 너희도 그자들의 생각을 알겠지? 그건 아주 효과가 만점이었어. 아이들을 납치해서 그들의 가족들에게 고분고분하게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방법 말이야. 그러니 아마도 그자들이 그 반대로 해 보는 건 그저 시간문제였을 거야. 그런데 말이지."
네빌이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자들이 우리 할머니한테 섣불리 덤벼든 거지. 우리 부모님은 불사조 기사단을 일로 잘 도망치고 다니고, 조그맣고 늙은 마녀가 혼자 살고 있으니, 특별히 강한 힘을 지닌 사람을 보낼 필요도 없을 줄 알았겠지. 하여간..."
네빌이 깔깔 웃었다.
"도울리쉬는 아직도 성 뭉고 병원에 입원해 있고, 할머니는 부모님과 함께 도망 중이셔. 그들은 나에게 편지를 보내셨어."
네빌은 한 손으로 망토 가슴팍의 주머니를 탁탁 쳤다.
"내가 무척이나 자랑스럽다고. 나는 틀림없이 우리 부모님의 자식이라면서, 계속 정진하라고 쓰셨어."
"정말 멋지다."
론이 감탄했다.
"그래."
네빌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문제는, 일단 나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그자들이 결국 내가 없어져야 호그와트가 잠잠할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거였어. 그들이 나를 죽일 계획이었는지 아니면 아즈카반으로 보낼 계획이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어느 쪽이 되었든, 나는 이제 종적을 감출 때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하지만 우리는 지금 곧장 호그와트로 들어가고 있는 거 아니야?"
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물린이지."
네빌이 대답했다.
"너도 알게 될 거야. 이제 다 왔어."
"잠깐만, 기다려!"
뒤쳐지고 있던 내가 외쳤다.
"로라, 너무 느리잖아."
네빌은 내 모습에 비웃었다.
"닥쳐."
나는 가슴 부근에 손을 올린 채 씨근거리며 말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는 내 모습에 해리의 표정은 어둡게 변해버렸다.
"난 괜찮아, 해리."
해리의 옆으로 다가오면서 내가 소근거렸다.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돼. 괜찮을 테니까.... 속으로 같은 말을 중얼거리면서 통로 안을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