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블랙 로즈와 회색 여왕 19

리틀 윙 2017. 6. 4. 19:41

"오늘은 정말로 심한 꼴을 당했어."


마사키는 얼마 전에 자신이 맡은 1학년 B반을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미카도와 앙리가 2학년으로 올라가고, 나는 이제 담임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역시 입학식 때 만난 사람들 때문인가? 미카도와 앙리가 같은 반이 되었다는 소리에 웃으면서 입학식을 하는 체육관을 나섰다. 게다가 오늘은 실수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고작 쌍둥이 여동생의 입학식에 어째서 내가 참석해야 하는 거야? 이자 형도 참석 안 하는데."

"오늘은 츠지 오빠가 전부 쏘기로 했잖아!"

"同(맞아)"

"아, 알았으니까 떨어져. 마사키!!"


소란스러워 보이는 가족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외모를 보이고 있는 이자야를 닮은 츠지루. 


"안녕, 츠지루. 그 쪽은 여동생?"

"아, 응. 쌍둥이들이야. 금년에 입학했지."


치즈루의 몸에 매달려 있는 두 여자애를 바라보았다. 쌍둥이들을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양호 교사를 맡고 있는 류가미네 마사키라고 해. 그니까."

"쿠루리랑 마이루야. 쿠루리가 언니고 마이루가 동생이야."

 

안경을 쓰지 않는 쪽이 쿠루리라고 가르키고 안경을 쓴 쪽이 마이루라고 가리킨 츠지루. 


"저기, 입학식 끝나고 마사키도 함께 식사-."

"선배!!"


츠지루의 말을 잘라버리고 외쳐지는 목소리. 유키코가 손을 흔들면서 나를 불렀다. 그녀의 옆에는 곱상한 얼굴에다가 키도 작아서 언뜻 보면 중학생, 잘못 보면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입학생이 서 있었다. 자신의 남동생도 동안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눈앞의 소년은 미카도보다 한층 더 앳된 인상을 흩뿌리고 있었다. 


"선배선배선배선배선배선배!"


대체 그 선배라는 소리를 대체 몇 번이나 부르는 거야?!

유키코는 자신의 남동생을 두고는 내 옆으로 달려와서는 내 팔에 매달려 팔짱을 낀다.


"남동생의 입학식을 온 거 아니야?"

"그건 핑계예요. 저 녀석이 어린애도 아니고 제가 직접 올 필요가 있나요?"

"그럼 왜 여기에 있는 건데?"

"그야 당연히 선배를 만나러 왔죠. 어때요? 저랑 같이 식사 하러 가죠! 네?"


왠지 꼬시고 있는 말투로 들리고 있는데. 착각인가.


"어이, 쿠로유키. 내가 먼저 신청했거든."

"그건 저와 마사키 선배의 즐거운 식사를 방해하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아요, 오리하라 선배. 그리고 제 이름은 쿠로누마 유키코죠. 쿠로유키가 아니거든요."


유키코는 눈동자를 차갑게 빛내면서 말하자 츠지루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소매에 감추고 있던 접이식 나이프를 꺼내들려는 것을 그의 팔을 잡는 것으로 막아냈다.


"여긴 다른 사람도 있는데, 뭐 하려는 거야."

"마사키."

"그리고 아직 입학식은 완전히 안 끝났어."

"그런 쿨한 선배도 좋아요!"


뒤에서 유키코가 말했지만 무시하고는 양호실로 향했다. 

그 후, 갑자기 B반 담임이 되었다. 원래 나는 어떤 반도 맡지 않았는데, 갑자기 맡게 되었다(입학식 당일, B반 담임이 쓰러져서 양호실로 실려와서는 그 후로 내가 그 맡을 잠깐 맡기로 한 거였는데). 어쩔 수 없이 B반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러자 오리하라 마이루라는 쌍둥이 중 한 명이 『물에 젖은 칠판지우기! 거리를 캠퍼스로 삼은 방과 후의 과외수업은 멈출 줄은 모른다! 샤이닝 로즈의 향기가 감도는 됴코 데인저러스 호라이즌, 이케부쿠로-. 재로 더러워진 정욕을 달래고자 방황하는 고고하고 고귀한 이글, 여고생! 정열과 파괴의 보더라인을 애무하는 그녀들 사이에서 특파원은 전설의 올드 페어리를 보았다!』라는 표제가 당당히 장식된 어덜트 매거진을 읽고 있었다. 


"헤에. 흐응. 호오. 야하네-. 좋다-. 정말 이런 몸이 되고 싶다니까."


의자와 몸을 뒤로 한껏 젖힌 채 홀로 히죽거리는, 라이라 학원 교복과는 달리 검정을 기조로 한 세일러복을 입고 있었다. 안경과 화장기 없는 청초한 미소. 아무리 봐도 도서실 구석에서 나츠메 소세키나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읽는 편이 어울릴 법한 문학 소녀의 타입이다.


"우와-, 좋겠다-, 어떻게하면 가슴이 이리 커진담? 우유? 우유려냐? 우유를 직접 가슴에 붓고 문지르면 약간은 커지려나? 어떻게 생각해?"


청초한 미소 그대로 옆자리 남학생에게 묻는 안경 소녀. 질문을 받은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눈까지 앞머리를 기른 흑발의 더벅머리인 남학생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어떻게 아냐."


그는 그러면서 하얀 장미의 핸드폰줄이 달린 휴대전화의 번호판을 눌렀다.


"잠깐! 뭘 읽고 있는 거야!!"


마이루의 손에서 아가씨의 클럽이라는 매거진을 빼앗았다. 표지에서 선정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는 아무리 봐도 스무살이 넘었지만 세일러복을 입었고 치마 밑의 다리에는 부적이 몇 장이나 붙어 있다. 얼굴이 화르륵 불타오르는 것 같다. 


"마사키 쌤!"

"부탁이니까, 이런 것은 가져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죠, 오리하라 양."

"그럼 마사키 선생님의 가슴을 만지게 해주면 그만둘게요."

"거절하겠어요."

"차가워라~ 하지만 그런 선생님도 좋아요! 물론 제일 좋은 것은 쿠루 언니지만!"


안 돼. 이 소녀는 정말로 안 돼. 우주로 나가려는 멘탈을 억지로 잡았다. 보이는 외모는 안 그러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검고 긴 치마에 공부벌레를 연상시키는 안경, 도저히 야한 책을 읽을 만한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 인상은 각기 자기소개할 때 깨져버렸지만.


-오리하라 마이루입니다! 종이로 접은 들판을 춤추며 떠돌아서 '마이루'이지요. 잘 부탁해요! 좋아하는 책은 백과사전이랑 만화랑 야한 책입니다! 기본적으로 연애랑 성욕은 둘 다 자신 있어요! 하지만 남자의 베드 포지션은 깔리는 쪽이니까 단념해요! 여자라면 얼마든지 사귈 수 있으니 그 사실을 유념하고도 고백해줘요!


모두가 그녀의 자기소개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할 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그가 박수를 치고 일어났다.


-후지모토 리쿠도입니다. 좋아하는 이상형은 마이루처럼 초 솔직하고 담백한 예쁜 여성입니다. 그런 의미로 사귀지 않을래? 나도 연애랑 성적이랑 둘 다 좋아하거든. 아, 하지만 깔리는 베드 포지션은 싫은 걸. 사귀는 것은 나중에 하자. 일단 고백한 거다. 하하하하. 아, 리쿠도라고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제가 허락할 수 있는 사람만 부를 수 있으니까 후지모토라고 불러주세요. 마사키 선생님은 리쿠도라고 불러도 돼요. 그리고 얼굴을 가리고 있는 머리를 건드리면 바로 주먹 날아가니까 유념해주세요. 하하하하.


얼어붙은 교실 분위기에서 그만이 웃음 소리를 내며 즐거워했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세요, 마사키 선생님."

"후지모토 군."


다른 사람도 앉지 않는 쿠루리의 옆에 언제나 앉아 있는 리쿠도가 나에게 말했다. 그치만 리쿠도가 말해도 기쁘지 않는 걸. 똑같은 유유상종이거든요.


"리쿠도라고 부르시라니까요."

"하아…. 어쨌든 압수할 테니까 방과 후에 찾으러 와요, 오리하라 양."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야한 책을 빼앗고 조례를 시작했다. 

조례가 끝나자마자 바로 양호실로 가서는 츠지루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야, 마사키?

"저기. 나 궁금해서 그런데. 질문해도 될까?"

[뭔데 그래? 마사키가 궁금해 하는 것은 언제나 괜찮아.

"여동생들 왜 그래?"

[마이루의 담임이 되었다면서? 마이루가 무슨 짓을 했어?

"한 것은 아니지만. 야한 책을 당당하게 읽는 것은 참아주면 좋겠어. 내가 얼굴을 들 수가 없어!"

[아. 이자야의 영향을 받아서 말이지. 그냥 중2병이라고 생각하면 맘 편해.

"하나도 안 편해!"

[그치만 쌍둥이는 네가 마음에 드는 것 같더라.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잖아!"


츠지루는 내가 외치는 소리에 웃음 소리를 낼 뿐이었다.


[아, 손님이 왔다. 다음에 또 통화하자.]


전화가 끊어졌다. 

방과후 시간, 마이루와 함께 양호실로 들어온 어둡고 생기 없는 표정의 쿠루리. 라이라 학원에서는 언제나 복장이 자유지만 대개는 분위기에 따라 지정된 교복을 입는다. 그럼에도 쿠루리가 고른 옷은 체육복. 얇은 천이 그녀의 가슴을 강조하고 있는데, 늘씬한 팔다리와 대조적인 그 몸 선은 단지 그것만으로도 주변 남학생들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마이루랑 다르게 쿠루리는 굉장히 조용했다. 그녀와는 대화를 많이 해 본 적이 없지만.


"마사키 선생님!!"

"先(선생님)."


마이루는 빠르게 내 품으로 뛰어 들어왔다. 쿠루리는 조용하게 걸어와서는 마이루처럼 내 품에 안겨 들었다.


"언제나 말하지만, 이런 행동은 자제했으면 좋겠어."


야한 책을 그녀에게 돌려주면서 나는 마이루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쿠루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귀여운데 말이지.


"있지, 선생님 가슴 만지고 싶지 않아? 쿠루 언니? 크잖아. 나도 이런 몸매 갖고 싶다라니까!"

"同(맞아)."

"그런 말은 내가 안 듣는 곳에서 해 주지 않을래?"


듣고 있으면 내가 너무 부끄럽거든.


"그런 의미로 만지게 해주세요!"

"屆(해주세요)"

"거절하겠어. 어쨌든 너무 늦었으니까 돌아가."


두 사람이 내 몸을 만지려는 것을 피하고는 그녀들을 양호실 밖으로 내보냈다. 어째서 내 몸을 만지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네. 그 후, 갑자기 우리 반과 C반의 여학생- 츠쿠야마 패거리의 가방 속에서 시너 병이 발견되었다는 것이 생활지도 교사에게 걸렸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퇴원이 유난히 늦어진 거였다.


"시즈오 씨라도 만나고 싶은데."


이 근처에는 없는 걸까? 

철푸덕-하는 소리에 소리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스팔트에 쓰러져 있는 그것은 단 한 순간 꿈틀거리고는, 실이 끊긴 인형처럼 움직임을 멈추었다.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잇는 부분은 전체의 실루엣뿐이고, 그 실루엣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차의 라이트에 드러난 것은 녹색 피부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영화나 게임에 나오는 좀비 같은 괴물이었다. 피는 나오지 않은 모양이지만 꿈쩍도 않는 것을 보면 심각한 증상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이 사람이 살인마 할리우드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고,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다가, 좀비의 얼굴이 거의 벗겨진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리얼한 그 얼굴은 정말로 썩어가는 피부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허나 근육과 피의 색깔이 아니라 핏기를 잃은 피부색을 발견했다. 마스크로 손을 뻗었고, 그것을 벗기자 드러난 얼굴.


"…."


히지리베 루리. 그녀는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여자 아이돌 중 한 명이며, 몇 년 전에 혜성처럼 나타나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 중인 미소녀(원래는 특수 메이크업 아티스트 '자쿠로야 텐진'의 제자였으나 요도기리 샤이닝 코퍼레이션에 스카우트되면서 모델로 데뷔했다). 약간 소심하고 온순한 타입이라는 것을 장사 밑천으로 삼고 있으며, 얼굴에 관해서는 일본인이면서도 사극적인 분위기를 겸비한 관계로, 여자인 자신이 봐도 귀엽다라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었다(창백한 피부와 그늘을 가진 고운 얼굴이 초월적인 매력을 자아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무 살을 넘었다고는 하지만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타입이었다. 또한 본인은 찰영이 끝나도 변함없이 소심하고 얌전한 타입의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람이 대하기가 어려워서 친구나 애인도 없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마사키 선배."


옆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지금 비추어지고 있는 라이트 빛의 차 주인이 서 있었다. 

미목수려나 명모호치 같은 말이 잘 어울리는 남자-명주실 같은 한 올 한 올이 무수히 합쳐져 물의 흐름처럼 매끈함을 만들어내는 머리카락은 삼단 같은 머리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언뜻 보기에는 순정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게 아닐까 싶은 외모였지만, 몸에 두른 어딘지 모를 차가운 느낌 때문에 쉬이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하네지마 유헤이?!"


몇 군데 잡지 모델을 거친 후 데뷔작인 비디오용 영화 「흡혈닌자 카밀라 사이조」에서 주역인 카밀라 사이조를 연기한다. 그 수려한 이목구비와 신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연기력이 일부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인터넷 등에서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듬 해, 다이오TV의 간판 프로그램 「동전 게이머」의 「한 달 만에 100만 엔을 어디까지 불리나!」라는 기획에서 다양한 농간을 부려 자금을 12억 엔까지 불림으로써 프로그램 방영 전에 전국 뉴스에서 언급되는 해프닝을 낳았다. 이익을 플러스로 만든 경우의 몫은 그대로 본인의 상금이 된다는 규칙이므로, 그는 한 달 만에 11억 9900만 엔을 번 러키 보이로 세간에 인식되었다. 단순한 졸부 미남이라는 평가가 180도 바뀐 것은 그후에 연속으로 나온 드라마에서 보여준 연기력이었다. 어떠한 타입의 역할이든 빈틈없이 해내는데다 용모까지 한몫하여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연기뿐 아니라 노래와 운동도 잘 해서, 극중 가수 역에서 청부업자 역, 여장과 베드신까지 폭넓게 해내는 만능 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기를 할 때 외에는완전할 정도로 감정을 지워 로봇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한 대화만 나눈다. 그 때문에 토크 쇼 등과는 맞지 않는 존재지만, 그런 부분이 멋져서 좋다는 팬도 많아 자연히 그러한 무표정 캐릭터를 고수하게 되었다. 


"기억을 잃었다고 아스카 누나에게 들었는데. 진짜였군요."

"응? 에?"

"헤이와지마 카스카입니다."

"그럼 아스카의 남동생?"

"네."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는 남자, 하네지마 유헤이, 아니 헤이와지마 카스카. 


"확실히 시즈오 씨랑 아스카랑 닮았구나."


외모는 시즈오를 닮았고, 무표정한 얼굴은 아스카를 닮았네. 그럴 때 시야 구석에서 쓰러져 있는 살인마 할리우드가 생각이 났다.


"아, 이럴 때가 아니라 신라 씨를 불러야겠다."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는 순간, 시야가 점멸되었다. 

바닥에 떨어지는 마사키의 폰이 소리를 내고- 쓰러지는 마사키를 받아준 야생 늑대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외국인. 


"누구시죠?"

"볼크."

"마사키 선배를 놓아주시죠."

"안 돼. 만나고 싶은 사람이거든."


남자는 마사키를 안아들고는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남아 있는 것은 신라에게 전화를 건 그녀의 휴대전화와 가방. 하네지마 유헤이는 휴대전화를 들어올리고는 담담한 말투로 치료해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그녀의 가방과 폰 그리고 살인마 할리우드를 조수석에 태우고는 그곳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