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로즈와 회색 여왕 20
러시아 초밥집으로 들어간 아유미는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에 자연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왜 여기에 이고르, 당신이 있는 거야!"
상처 입고 쓰러진 남자를 보자마자 아유미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이고르!"
"로사…?"
"오, 아유미- 지금은 영업 시간이 아냐."
"응, 그런 것 같지만. 저쪽이 내 관계자의 사람이라고 하면 나도 여기에 있어도 될 것 같은데."
사이먼에게 말한 아유미는 신라에게 치료 받아서 얼굴에 붕대를 감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멀지 않는 곳에서 오리하라 이자야와 오리하라 츠지루의 쌍둥이 여동생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유 언니!"
"아, 쌍둥이들. 오랜만이네.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아유미는 단번에 쌍둥이에게 신경을 끄고 이고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대체 언제 일본으로 들어온 거야? 아니, 그건 안 궁금하고. 볼크도 들어온 거야?"
"아, 그래."
"미쳤어?!!!"
아유미는 이고르의 긍정적인 대답에 격하게 반응했다.
"그 자식을 왜 데리고 들어와! 우리가 일본으로 간 것을 뻔히 안 주제에!!! 볼크가 마사키에게 얼마나 집착하는지 너도 알잖아!"
"로사. 볼크는 절대로 그녀를 다치게 하지 않아."
"알아! 알지만…. 난 걱정이 돼."
볼크에게 마사키가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를 굉장히 바라고 있었다.
"러시아에 있었던 일, 나는 잊지 못 해."
"로사."
"볼크 때문에 마사키는 크게 다쳤어. 게다가 볼크는 청부업자잖아."
그것도 꽤 유명한! 그런 녀석이 마사키의 주위에 얼쩡거리고 있으면 마사키가 위험해 지는 것은 당연하잖아. 어째서 마사키는 그런 괴물들에게 사랑을 받는 걸까?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이지. 죽여버려야 할 것이 늘어났잖아."
마사키를 아프게 하는 존재는 전부- 그녀에게 다가가는 괴물들을 전부 내 힘과 내 권력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하면 되는 거다.
"나 갈래. 그럼 이고르, 나중에라도 만나지 말자. 볼크를 먼저 발견하면 그를 데리고 당장 러시아로 꺼져."
아유미는 이고르에게 자신의 할 말만 남기고는 가게를 나갔다.
"어떻게 할까?"
볼크가 마사키를 먼저 찾아냈다면…. 내가 전화를 해도 그녀는 전화를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럼 역시 그 남자의 정보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건가? 마사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정보상이니까.
"오리하라 이자야의 도움을 받아야 하다니. 끔찍하군."
아유미는 한숨을 내쉬면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날 매스컴은 '하네지마 유헤이와 히지루베 루리의 열애설'로 뜨겁게 달구워졌다(하네지마 유헤이의 아파트 앞에서 목격된 두 사람의 모습에 '심야의 열애 데이트?!'라는 표제가 붙어 큼지막하게 실려 있었다).
아침 일찍 신주쿠의 정보상의 집의 초인종이 울려 퍼졌다. 츠지루는 갓 내린 커피가 담긴 잔은 탁자 위에 내려놓고 손님의 방문에 현관문을 가까이 다가갔다.
"누구…. 아유미?"
현관문을 열자 보이는 사람에 츠지루는 놀란 목소리를 냈다.
"오리하라 이자야… 있어?"
이름도 말하기 싫다는 얼굴로 아유미는 정보상의 이름을 내뱉었다.
"어라? 네가 우리집을 방문해주다니, 드문 일인걸."
"나도 방문하고 싶은 것이 아니야."
츠지루의 뒤에 나타난 아지야를 보고 싶지 않는지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한 아유미는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을 찾아주면 좋겠어."
"마사키의 일이로군."
"……부정은 하지 않아."
"하하하."
이자야가 웃음을 터트리자 아유미는 거슬린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왜 웃는 거지?"
"아니, 천하의 아유미도 내 도움이 필요할 줄 몰라서 말이지."
"그러게. 네 도움을 필요한 내 모습이 한심하군."
이자야의 조롱-혹은 순수한 감탄-적인 어조에 아유미는 작게 뇌까렸다.
"하지만 마사키보다는 못하지만 이자야의 정보는 믿을만하니까."
"칭찬해주는 거야?"
"네 정보력만은 나도 감탄하고 있어. 물론 마사키보다는 아니지만."
"아유미의 사고는 전부 마사키로 돌아가는 구나."
"나에게 돌아갈 마지막 장소니까."
한 번 버림받은 사랑에 자신이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준 그녀(마지막 장소)를 아끼는 것은 당연한 거잖아. 그리고 동시에 자신을 버린 눈앞에 남자를 애증하고 있었고. 뭐 상대방에게는 이미 그런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이상 아무런 감정도 안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응?"
"됐고, 이 남자가 지금 어디서 생활하고 있는지 알아봐 줘."
늑대를 연상시키는 한 남자의 사진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면서 아유미는 이자야에게 말했다.
"누구야?"
"이름은 볼크. 러시아의 살인 청부업자."
"……."
"뭐야? 그 얼굴은. 내가 청부업자랑 아는 것이 그렇게 신기한 것도 아니잖아."
"하긴."
이자야는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얼굴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유미는 그 사이에 자신의 가방에서 정보료에 대한 값을 지불했다.
"마사키가 너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어?"
"이해 못할 소리네. 그녀는 너에게도 꽤 필요한 장기말 중 하나 아니야? 물론 그녀를 장기말로 취급하는 것은 기분나쁘지만. 이자야에게 장기말이 아닌 존재가 있던가."
이자야의 질문에 아유미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이자야는 히죽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대답은?"
"……."
"아유미."
"내 전부라고 하면 될까, 마사키는."
나의 안식처. 나의 피난처. 나를 절대로 버리지 않을 퀸. 내가 사랑해야 하는 존재. 나의 신. 나의 모든 것을 바치는 군주. 그녀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인 거야?"
"이자야. 질문의 의도를 알지 못하겠는데."
"그냥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러는 거야. 중학교 때 나만 바라보던 네가 이렇게 변한 이유가 궁금해서?"
"너의 추종자들과 똑같은 취급하지 말아주지 않을래? 기분이 불쾌하거든, 아주 매우."
"아하하, 미안미안. 조금 그리운 꿈을 꿨거든."
"네가 미친 녀석이라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지만. 아침부터 허튼 소리를 할 정도라면 신라에게 치료 받아보는 것이 어때…. 뭐 내가 신경 쓸 일은아니지만. 것보다 정보나 내놔. 돈을 받고 정보를 주지 않을 것은 아니잖아?"
"곧 네 휴대전화에 전화가 갈 거야."
이자야의 말이 끝나자마자 온 전화에 아유미는 그를 바라보았다.
"아유미, 가는 거야?"
"응. 다음에 봐, 츠지루. 이자야는 두 번 다시 보지 말고."
"그럴 수 있다면 말이지."
츠지루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하고는 신주쿠의 정보상 집을 빠져나가자마자 전화를 받아든 아유미는 발걸음을 옮겼다.
-사랑해줘.
-사랑해줘.
-사랑해줘.
-사랑해줘.
-사랑해줘.
마음 속의 목소리가 속삭인다. 자신은 버림받고 싶지 않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은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자신이 애정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버렸다. 부모님도, 오리하라 이자야도. 그래서야, 그래서 자신의 붉은 장미를 검게 검게 칠해야 했다. 자신이 다치지 않기 위해서, 누구도 자신의 장미를 꺾을 수 없게. 가시를 세우고 아름다운 검은색으로 보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자. 그럼 누구도 자신을 건드리지 않을 거다.
"-듣고 있으니까, 계속 말하세요."
상대방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듣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아유미는 한 마디를 내뱉고는 건너편의 상대가 말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이자야. 아까 전에 대체 무슨 의미로 말한 거야?"
츠지루는 회전 의자에 앉아서 창 밖에 시선을 두고 있는 이자야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무것도 아니야."
"어떤 심심풀이 작용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녀가 가엾다고 생각해. 네 장난에 어울리다가 다쳤잖아."
"난 그녀를 사랑하고 있어, 츠지루."
"그걸 사랑이라고 하는 사람은 과연 누가 있을까? 어차피 너에게 인간이란 존재는 모두 평등하잖아. 특별하는 것 없이."
"후후후."
"정말이지 중2병자식."
츠지루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혼자서 즐거워하는 이자야를 질색한다는 시선으로 보면서 커피를 마셨다. 그에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유미가 조금은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잔뜩 이자야의 앞에 서는 천적 앞에 서 있는 초식동물처럼 경계를 잔뜩 하고 있는 아유미는 태연한 척을 가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에 딱 보이는 걸.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 그것을 알면서도 이자야는 아유미가 긋는 선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애써 만들어진 그녀의 잔잔한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고 싶어했었다.
"가여워라."
이것을 사랑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걸까? 이 삐뚤어지고 안타깝고 어딘가 어긋난 것을. 사랑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
이케쿠로의 거리를 안내 받게 된 쿠로누마 아오바는 집을 나서려고 할 때, 방에서 나온 자신의 누나를 한심스럽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눈깔 돌려."
물론 그 시선을 금방 알아차린 유키코는 남동생에게 곱상한 외모와 다르게 거친 말을 말했다.
"대학생이 이렇게 퍼질러 있어도 되는 거야?"
"그건 네가 신경 쓸 것 아니야. 것보다 너 어디 나가?"
"응."
"조심해라. 잡아먹히지 않도록."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심해에 다가가서 상어 새끼가 수해의 압박에 짓누릴까 걱정하는 마음이거든."
류가미네 마사키를 닮았다면, 그 미카도는 분명히 네가 생각할 정도로 쉽게 이용 당할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아, 아오바. 만약 마사키 선배에게 손을 대면 남동생이라도 용납 못할 거야, 나-."
자신의 남동생을 섬뜩할 만큼이나 무표정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유키코.
"싫다, 누나.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말아줘. 난 류가미네 선생님한테는 아무짓도 하지 않을 거야."
"그래? 그럼 됐어. 네가 블랙 로즈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면 난 네가 무슨 일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아. 그럼 나도 선배를 만나러 가야겠다."
유키코는 무표정한 얼굴을 지워버리고 들뜨고 즐겁다는 표정이 되어서는 치장을 하기 위해서 욕실로 들어가버린다. 이제 돌아온 선배를 놓지 않을 거다. 선배가 있을 곳을 여기니까. 두 번 다시 자신의 곁을 떠날 수 없게 할 거다.
아오바에게 경고를 한 것은 남동생에 대한 걱정이었다(그는 믿지 못하겠지만). 그는 모르겠지만, 그녀를 직접 건드리는 것은 정말로 위험하다. 설사 자신이 움직이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건드리는 존재를 용서할 수 없을 거다. 심해에 가기도 전에, 상어 새끼는 그대로 수면 위로 끌어내서 도륙시킬 테니까. 선배가 움직이지 않아도 아유미 선배는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렌에게도 같이 놀자고 해야겠다."
그녀는 아유미 선배에게 목을 메고 있었다. 자신이 마사키 선배에게 목을 메고 있다면. 아니, 그녀는 조금 순수한 감정이었다. 동경으로 그녀를 존경하고 있었으니까. 자신의 비틀린 감정과는 전혀 달랐다. 그녀의 애정은 순수했다. 그리고 하얗다. 그녀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동경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분수를 알고 그 선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피냄새를 맡으면 분수 알지 못하고 날뛰는 자신을 막아준 역할을 잘 하고 있는 렌은....
"기분, 더러워졌다."
마사키 선배를 생각하면 좋은 기분은, 언제나 렌을 떠올리면 기분이 나빠진다. 가족에 얽매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렌을 떠올리면서 유키코는 샤워 부스에서 나오는 물을 맞으면서 욕실 벽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더 이상 생각을 그만두었다. 이미 꼬여버린 실을 풀어낼 수 없었다. 자신에게 중요한 1순위는 마사키 선배였다. 그녀를 제외하고는 전부 머리 속에서 지웠다.
자신은 선배의 방패이자 검인 번견이니까.
"선배!!!"
자신의 선배에게 향하는 물체가 보이는 순간, 유키코는 마사키를 끌어안고 몸을 피했다. 파열음이 들려오고 거리가 파괴된다.
30분 전 선배를 찾기 위해서 이케부쿠로 거리를 오토바이를 끌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럴 때 토라마루 폭주족과 양아치들이 쫓고 있는 목 없는 라이더와 한 대의, 카도타들이 탄 밴이 옆을 지나갔다.
커다란 소리가 들리는 부분에 시선을 주었을 때, 도망치고 있는 흐트러진 모습의 마사키가 연기 속에서 헤치고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선배!!!"
"유키코!"
자신을 발견한 마사키가 유키코에게 다가왔다.
"나, 좀, 도망치게 해줄래?"
"선배, 대체 무슨 일이에요?"
유키코는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곧 이쪽으로 날아온 날카로운 무기가 마사키의 팔을 스치고 지나간다.
"읏?!"
그 날카로운 무기는 지면에 처박혔다.
"선배!!!"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긴급한 마사키의 말에 유키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자신의 오토바이 뒤에 태웠다. 그리고는 시동을 걸고 오토바이를 출발시켰다. 뭐 나중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면 되니까.
"선배, 무슨 일이에요?"
"간단히 말하면, 치정싸움일까?"
"선배가 그런 것에 얽히기도 하나요?"
"애석하게도 얽히게 되었네."
어색한 웃음 소리를 내는 마사키의 목소리에 유키코는 속도를 높인다. 곧 이리저리 날아오는 거리의 물건들에 유키코는 육교 아래로 몸을 피하려고 했었는데, 그게 잘못되었다. 하필 목 없는 라이더가 막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 반대쪽에서 육교로 들어온 유키코와 마사키.
세르티가 만들어낸 검은 그물에 폭주하는 오토바이를 부드럽게 받아내고 강제로 정차시켜졌다.
"끄아악?! 이게 뭐야-!"
"뭐얌마-!"
차례로 그림자 그물에 걸리는 오토바이들을 보자 유키코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에?"
"막혔네요."
몇 명은 검은 그물을 찢으려고 발버둥쳤고 여러 폭주족이 모여든 탓인지 개중에는 주먹질을 시작한 멤버도 있었다.
"빌어먹으을! 더 데려오라고 했잖아! 나머지 전부 이쪽으로 오라그래!"
"전부는 무리예요! 역 앞에서! 괴물 같은 순찰 오토바이한테 왕창 당하고 있다고…!"
"제기랄! 그게 뭔 소리야아! 총장에게 연락은…."
"전화가 안 돼요! 역시 우리끼리만 맘대로 와서 열 받은 게…."
"카아아악! 이젠 무슨 일이 있어도 저놈의 검은 오토바이를 쳐 죽이고 돈을 받아야겠어!"
달아나려고 뒤를 돌아보자 뒤쪽 길에서 몰려오는 폭주족들의 별동대가 보였다. 그리고 그 오토바이 패거리 뒤에서 한 대의 밴이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선배, 어떻게 하죠?"
"음. 조금 사태가 진정할 때까지 피해있을까."
"그게 좋겠네요."
『마사키?!』
"안녕하세요, 세르티 씨."
PDA를 보여주는 세르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럴 때 휴대전화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어제 볼크가 멋대로 나를 끌고 가는 바람에 휴대전화와 가방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위험해요!"
그물을 통과하기 시작한 폭주족의 모습에 내가 외쳤다. 세르티가 날 없는 거대한 낫을 다시 만들어내어 격퇴하려다가, 그 직전에 기묘한 위화감을 깨달았다. 자신의 오토바이 옆에 처음보는 그림자가 서 있었다. 머뭇머뭇 그쪽으로 의식을 돌리자, 안면에 두껍게 붕대를 감은 미라 같은 사나이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세르티의 사이드카에 텅 비어버린 검은 가방 속에 발을 집어넣은 채 남자는 담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기는 나에게 맡기고… 자네들은 도망치게나."
"이고르?"
목소리에 나는 반응을 했다.
"아, 마사키. 왜 여기 있는 거지? 로사가 많이 너를 찾았다."
"나도 그녀랑 연락하고 싶지만, 휴대전화를 잃어버렸거든. 찾으려고 나왔다가- 필린에게 발견되었어."
"그렇군."
이고르는 매끄럽다는 표현을 아득하게 넘어선 움직임으로 달려드는 폭주족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선배, 누구에요?"
"음, 러시아에서 만난 친구."
"1년 반 개월 전까지 러시아에 있었다고 했죠?"
"응."
"선배!!!"
마사키를 보기 위해서 몸을 돌리고 있던 유키코는 자신들 쪽으로 날아오는 물체를 보자마자 마사키를 끌어안고 몸을 옆으로 피했다. 쾅 하는 파열음과 함께 거리를 파괴시킨 물체, 그것은 쇠파이프였다. 던진 쇠파이프가 도로 바닥에 꽂혔다.
"위험하잖아, 필린!"
다시 한 번 쾅하는 소리가 육교 밑에서 울려 퍼졌다. 세르티가 만들어낸 그물 저편, 수십 대의 오토바이를 버려두고 온 폭주족들이 검은 그물을 돌파하려 애쓰는 뒤에서, 마치 차에 박혀버린 것처럼 해체된 오토바이와 오토바이에서 뜯어낸 엔진을 한 손으로 갖고 노는- 목 윗부분이 존재하지 않는 중세풍 갑주기사의 모습이 나타났다.
"저건 또 뭡니까."
"아….할리우드."
살인마 할리우드, 히지리베 루리. 그녀는 이형의 피를 물려받았다. 카스카가 제대로 치료해주었나 보네.
"도망칠까?"
"오토바이는 망가졌어요."
"음, 아유미가 있으면 좋을 텐데."
"휴대전화,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세요?"
"찾으러 나왔다가……."
정말, 운이 안 좋은 것 같네. 다시 날아온 쇠파이프가 보이자 유키코는 마사키의 손을 잡고는 그물과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유키코!"
"느려요, 선배!"
그거야 나는 원래 운동을 못 하니까.
"마사키!"
아유미의 차가 멈춰섰다.
"찾아 다녔다고!"
"아유미! 감격이야!"
"필린이야?"
"응."
"어서 타. 유키코, 너도."
아유미는 둘을 태우고는 그 장소에서 멀어져갔다.
앙리를 태운 세르티, 미카도를 밴에 태운 카도타는 위험지대를 떠났다. 지켜보고 있던 아오바와 리쿠도, 쿠루리 그리고 마이루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후, 괴인들에게서 거품을 물고 달아난 폭주족 멤버들은 헤이와지마 시즈오를 만나, 그의 옷을 찢게 된다. 시즈오의 분노를 사게 된 그들은 시즈오에 의해서 공중을 날았다(근처에 있던 가로등을 뽑아들고 그것을 야구방망이 삼아 폭주족들을 있는 힘껏 갈겨버린 시즈오). 경찰 개입으로 목 없는 라이더에게 붙은 현상금은 취소되었다. 취소 광고와 각종 사죄 기자회견 등으로 막대한 손해라 해도 될만한 금액을 낭비하고 말았지만 잭 오 랜턴 저팬의 사장은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그 이유는 히지리베 루리의 이직 때문이었다. 요도기리 샤니닝 코퍼레이션의 대표 이사인 요도기리 진나이가 사라지면서 히지리베 루리가 잭 오 랜턴 저팬으로 이직했다.
아유미, 유키코와 함께 렌이 살고 있는 자취방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아유미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아파트 앞에 멈춰서 있는 차에서 내린 카스카와 루리의 모습에 마사키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선배, 여기 가방과 휴대전화요."
"어…. 고마워."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무사히 돌아온 가방과 휴대전화를 소중히 끌어안았다.
"저,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구해준 적 없는데."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루리의 모습에 말을 내뱉었다.
"구해 준 적 없어, 히지리베 루리 씨. 단지 조금 비일상적인 느낌을 나니까 조금 도와주려고 했던 거야. 그러니까 감사 인사를 할 필요는 없어."
"마사키 선배는 여전하네요."
"그런가?"
"네."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하는 카스카. 하지만 어딘가 그립다는 얼굴을 했다.
"그건 그렇고, 둘이 붙어 있으니까 선남선녀네! 예쁘다고 생각해! 그치, 아유미?"
"응. 굉장히 잘 어울려. 사교성 제로인 커플 같아."
"아유미. 그건 칭찬이 아니잖아."
"어서 들어가자. 피곤하잖아."
"그럼, 또 보자, 카스카 군. 그리고 또 봐요, 루리 씨."
카스카와 루리에게 인사를 하고 아유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러시아에서 돌아온 친구(?)의 귀환은 거리의 평화를 부셔버렸다.
"지쳤다."
세르티의 현상금이 없었던 일이 되자 전골 파티에 초대되었다.
"실례합니다."
열 평 가까이 되는 넓은 식당 안은 그럼에도 다소 좁게 느껴질 만큼의 열기로 가득했다. 커다란 테이블 주위에는 열 명 전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두 개가 준비된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는 각자 비슷한 크기의 질그릇이 얹혀 있다. 그 냄비를 둘러싼 것은 교복 차림의 학생부터 바텐더 옷차림의 사내, 백인 여자 등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집단이었다.
"마사키!"
이쪽으로 오라는 아스카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시즈오의 맞은 편에 앉았고, 아유미는 백인 여성의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많이 먹어라."
"네."
시즈오는 나를 보자 한 마디를 했고,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자아, 자, 고기 추가 왔어요-."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대형 쿠션 커버를 가공해 만든 앞치마를 두른 카리사와가 생글거리며 큰 접시를 가져온다. 그에 맞춰 젓가락이 테이블 위로 날면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이어진 공간의 소파에 앉아 식탁의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세르티와 신라.
"왠지 부럽네."
"뭐가?"
"서로 좋아하는 세르티 씨와 신라 씨의 모습이."
마사키는 즐겁다는 표정으로 야채를 먹으면서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채팅방>
타나카 타로: <그리고 보니 오늘 아는 사람과 전골을 먹었어요>
하이바라: <우연이네요. 저도 먹었는데>
세튼: <저도예요>
흑기사: <앗! 저도인데!>
칸라: <예에?! 전골? 이런 계절에요?!>
쿠루: <어머나, 우연이네요! 저도 오늘 샤브사브를 실컷 먹고 오는 길이에요!>
마이: <맛있었어>
마이: <비밀>
타나카 타로: <?>
바큐랴: <나도 여자친구랑 단둘이서 스키야키를 먹으러 갔어요. 혹시 모르세요? 1500엔 정도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스키야키 가게>
타나카 타로: <아~, 체인점 있지요!>
사이카: <전골, 세튼 님과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크롬: <저도 길에서 돌아다니다가 가족을 만나 함께 샤브샤브 먹었습니다(웃음). 굉장히 맛있었어요>
칸라: <으이그, 다들 계절감이 너무 없는 거 아니에욧?>
칸라: <전골 요리 같은 건 겨울에만 먹으면 된다구요!>
거리의 휴식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