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해방된 별 09

리틀 윙 2018. 4. 17. 13:49

가고제 사건이 있고 난 후, 카라스텐구는 리쿠오의 호위를 정하려고 했다.

 

- 그리하여 리쿠오님의 초등학교 동행의 누가 할지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할래!”

내가 갈래!”

아니, 내가!”

 

카라스텐구의 말에 요괴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알았다, 알았어. 도련님에 대한 너희들의 충성심은 잘~ 알겠어.”

 

카라스텐구는 너도나도 하겠다는 요괴들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생각을 해봐라! 초등학교에 잠입하는 거다!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자가 아니면 안 돼! 너희가 할 수 있겠느냐!”

 

그의 말에 인간으로 변신할 수 없는 요괴들은 침묵했다.

 

지금부터 여기서 변신능력을 체크해보겠다!”

오오!”

저요! 저 해 볼래요. 케조로가 인간으로 변해 보이겠어요!”

오오! 해봐!”

 

즐거워 보이는 요괴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케조로는 자신의 기모노를 벗고 의사의 하얀 가운을 걸치며 매혹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여의사로 변장했다.

 

어때? 여의사야. 이거면 양호실에 잠입할 수 있겠지?”

! 좋다, 케조로!! 그럼 여자는 결정!”

……그렇게 쉽게 결정해도 되는 거야?”

섹시한 여의사라…… 도련님도 좋아하시겠지.”

나도 갈아입었어.”

 

유키온나도 갈아입었나 보네. 그쪽을 보자 귀여운 미소녀의 초등학생이 있었다.

 

에헷! 이 가방 귀엽다! 어때?”

역시 같은 반에 들어가는 게 낫지!”

양호실에 몇 번이나 간다고!”

 

유키온나의 변신을 보자 그쪽으로 온 마음이 쏠린 요괴들.

 

, 너희들……!!”

바로 이름을 정하자! 후리가와, 이가와…….”

어른의 매력을 모르는 멍청한 요괴들! 거기 서! 이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으아아아아!!”

 

케조로가 버럭 외쳤다. 머리를 휘날리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요녀(妖女)였다.

 

그럼 남자는 나, 쿠비나시지! 머플러를 하면 문제없으니까!”

아니, 갓파에게 맡기시죠.”

잠깐!”

아오타보?!”

도련님의 측근은 누가 뭐라 해도 바로 나! 난 어려서부터 쭉 도련님만을 모셔왔다.”

, 알았어……. 체육 선생님이라도…….”

 

탈의실에서 나오는 아오타보의 모습은 우람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초등학생 가방을 맺고 있었다.

 

친구는…… 무리지 않을까나.”

저런 것을 뭐 하러 보는 겁니까. 눈 버립니다, 호시님.”

 

내 뒤에 나타난 하쿠는 날뛰고 있는 케조로와 초등학생의 모습을 취한 아오타보의 모습에 내 눈을 가려버렸다. 그 순간, 실내 내부는 조용해졌다.

조용한 내부에 어리둥절하며 하쿠가 가리고 있는 눈가에 있는 그의 손을 치우자 우리 쪽으로 시선이 쏠려 있었다.

 

왜 그래?”

 

하쿠는 자신에게 쏠린 시선에 당혹스러워했다. 고개를 돌려 하쿠를 보자, 그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쿠가 귀여워서 그래.”

, 귀여워요?”

.”

 

내가 말하자 하쿠의 볼에는 홍조를 띄었다.

 

근데 왜 그런 모습이야?”

그야, 호시님이 초등학교에 가신다면서요. 그럼 수호용인 저도 가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리고 청년인 모습은 초등학교에 잠입하기 힘들어서요. 어린 아이의 모습이 좋잖아요.”

 

하쿠가 당연한 것을 얘기하듯 말했다.

 

하쿠랑 눈높이가 같아졌네.”

기쁘신가요?”

기뻐.”

그렇습니까.”

 

하쿠는 기뻐하는 내 모습에 웃었다.

 

두 사람 그렇게 보니까 서로 닮았네. 친척 같아.”

 

리오가 뜬금없이 말했다.

 

, 같은 시조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그렇죠.”

 

리오의 말에 나랑 하쿠가 떨떠름하게 반응했다.

 

뭐야? 서로 다른 요괴면서 어떻게 시조의 피가 같아?”

 

우리 두 사람의 묘호한 반응에 리오가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 다른 요괴들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우리 사노메 일가의 2대째의 아버지가 하쿠의 아버지이기도 해.”

?”

그 분은 사노메를 본처를 두셨고, 두 명의 첩인 백룡 시라누이와 인어 진나자키를 두었다고 해. 그래서…… 대충 그렇게 돼.”

 

호시는 하쿠의 눈치를 보며 짧게 설명을 끝냈다.

 

진나자키…….”

 

그 이름에 반응을 보인 것은 남빛이 감도는 흑발을 지닌 녹안의 여자아이였다.

 

미도리, 나 학교 갈 준비를 도와주지 않을래?”

?”

 

내가 여자아이에게 말하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호시님, 그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같은 동성이 도와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하쿠.”

, 그렇습니까. 어쩔 수 없네요. 알겠습니다.”

 

하쿠는 내 말에 물러났고 나는 녹안의 여자아이와 함께 방을 나섰다.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미도리.”

아가씨…….”

너도 알지 못했던 일이었으니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진나자키 인어 일족과도 사노메 일가가 연관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먼 방계 일족이지. 그래서 너희 야오비쿠니가 우리 사노메 일가로 돌아온 것은 운명이지 않을까 싶어.”

 

인어1를 잡는 사람에게는 폭풍과 재앙을 불러온다고 여겨져 인어를 잡은 어부는 도로 바다에 놓아 주는 게 바다의 법칙인데도 불구하고, 그 두 사람이 살았던 어촌의 어른들은 잡은 인어를 죽이고 고기를 취했다.

야오비쿠니, 카와스미 미도리는 어릴 때 자신의 언니인 아오이와 함께 인어의 고기를 먹고, 그 후로는 나이를 먹지 않는 불로불사가 되어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었다.

 

입에 맞지도 않는 고기를 인간이 취했으니까 그 고기는 독이 되어버린 거야.”

 

자매를 제외하고 어촌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피를 토하며 죽었다.

 

하지만 운이 좋게 그 고기를 먹는 인간의 몸에 맞으면 죽지 않고 살아남게 된다고 해. 그게 야오비쿠니의 시작이지.”

 

카와스미 자매는 인어 고기를 먹고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살아남은 대가로 그녀들의 성장과 시간은 멈췄다. 영원히 자라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살아가게 되었다. 인간도 요괴도 될 수 없는…….

 

아가씨…….”

후회해? 그 때 죽지 못한 것을.”

, 아뇨. 후회는 하지 않아요.”

그럼 됐잖아. 어울리지 않게 침울한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아.”

 

미도리에게 말했다.

 

, 역시 준비는 나 혼자 할게. 꿀꿀한 미도리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까 나까지 불행 질 것 같아. 저리 가도록 해.”

아가씨!!”

 

내가 그녀를 놀리자, 미도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다음날, 유키온나, 오이카와 츠라라와 아오타보-너무 강한 힘을 해골 염주에 봉인하고 나니까 그나마 인간으로 보였다-, 쿠라타와 함께 나와 하쿠는 전학생으로 우키요에 초등학교에 오게 된다.

 

사노메 호시입니다.”

시라누이 코하쿠입니다.”

 

누라 형제와 카나라고 불리는 인간 소녀가 있는 반으로 전학을 오게 되었다.

학교에 있어서인지 리쿠오의 변화를 잘 볼 수 있었다. 그는 훌륭한 요괴보다는 훌륭한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한심하지?”

 

내가 리쿠오의 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리오가 내 곁으로 다가와 한 마디 내뱉었다. 그는 자신의 남동생을 한심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그러네.”

그치?”

그래도 난 리쿠오가 3대째의 자리를 올라갈 거라고 믿고 있어.”

아니, 저 녀석 밖에 없어. 올라갈 사람은……. 누라구미를 잇을 사람은 누라 리쿠오 밖에 없어. 억울하지만 말이야.”

 

리오가 불평했다.

 

, 얼마 전에 카야씨가 다녀갔어.”

 

카야는 전 사노메 일가 소속(현 다루미회 소속), 요괴 도공으로 쇠를 먹으며 재화를 일으키는 요괴, 와자와이. 본인은 돼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괴수인 요괴의 모습을 싫어해 인간으로 변해 지내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이면 쇠를 먹는 것이 줄어들게 되거든. 인간의 위장을 닮아서 그런가.

 

인간의 모습이 왜 좋다고 물어봤을 때, 카야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네가 불렀다고 했는데. 나에게 요도를 선물하고 싶다니, 무슨 생각이야?”

 

리오의 질문에 난 그를 바라보았다.

 

네게 필요할 것 같아서.”

나에게 요도가 왜 필요해?”

내가 너에게 선물 주고 싶어서.”

아니 그러니까, ?”

너는 인간이라도 요괴 세계를 떠날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까. 요도는 자신과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에는 필수 아이템이잖아.”

, 그러네.”

 

내가 말하자 리오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그 미소를 짓는 리오는 자신의 부친을 쏙 빼닮아있었다.


**

시간은 멈추지 않고 겨울이 왔다.

 

이런 날씨라면 첫 눈이 오는 것은 멀지 않겠는걸.”

그럴지도 모르겠네.”

표정이 왜 그래? 겨울이 오는 게 싫은 거야?”

아니…… 딱히.”

 

리쿠오의 질문에 작게 부정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소로반보에게 옷을 맡기려고 나가려면 춥잖아. 난 추운 것은 질색이거든.”

그거 힘들겠네. 하지만 호시가 만든 십자수는 인기가 많다고 형이 그러던걸. 대단하잖아, 그건!”

 

리쿠오가 감탄했다.

 

소로반보를 만나러 갈 때 눈이 안 내리는 편이 더 낫을 지도 모르겠네.”

 

쌀쌀한 바깥의 온도를 느끼며 중얼거렸다.

 

호시는 겨울을 싫어하는구나.”

, 싫어할 거야. 겨울은 식물들이 모두 잠에 빠져들어서 조용하거든.”

그치만 호시, 눈 오는 것을 기대하고 있잖아.”

 

그걸 어떻게 안 거지?

 

그렇게 얼굴에 티가 났어?”

역시 기대했구나!”

 

리쿠오는 활짝 웃었다. 혹시 그냥 한 말에 내가 걸려든 것인가? 리쿠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호시?”

 

내가 의심스럽게 쳐다보자 리쿠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니, 아무것도…….”

 

그냥 말을 한 건가? 아니면…….

 

어서 눈 내리면 좋겠다!”

 

리쿠오의 천진난만한 말에 설마…….”라고 중얼거리며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밀어냈다. 그리고 이 이상 창문을 열어두면 방의 온도가 점점 내려가서 창문을 닫았다.

 

벌써 문을 닫는 거야?”

춥잖아.”

 

창문을 닫자 리쿠오가 물었고, 난 리쿠오를 쳐다보지 않는 채 대답해주었다.

창문을 닫고 자리에 앉고 밀어둔 천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때까지 리쿠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눈동자를 돌리지 않고 바늘구멍에 실을 집어넣었다. 실의 끝을 묶고……. 이제 일을 할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뭘 만들 거야?”

손수건.”

왜 만드는 거야? 호시는 그런 것을 만들 필요가 있는 거야?”

 

리쿠오의 질문에 흰 천에 꽃을 그리려는 생각이 물러갔고 난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내가 자신을 쳐다보자 리쿠오는 탄성을 작게 질렀다.

 

드디어 나를 봐줬네.”

 

도수 없는 안경을 쓴 리쿠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인간이라고 주장하며 3대째의 자리에 올라가는 것을 연기하고 있는 리쿠오를 본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곧 이번 겨울이 지나가면, 우리는 초등학교를 졸업해 중학교에 들어간다.

 

예전에도 말했잖아.”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그래.”

하지만 호시는…….”

나는 단지 식객일 뿐이야, 리쿠오. 그래서 당연한 것을 하는 거야.”

그건 알지만…….”

리쿠오!”

 

문이 드르륵 열리고 리오가 자신의 남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문이 벌컥 열려졌다는 게 불쾌감을 느낀 내가 미간을 찌푸리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리오를 노려보았다.

 

숙녀의 방에 들어올 때 노크도 모르는 거니?”

미안해, 호시.”

 

내가 까칠하게 말하자 리오는 빠르게 사과했다.

 

리쿠오,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밤의 수업을 시작할 시간이라고. 네가 없으니까 카라스텐구가 나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잖아. 귀찮게~!”

 

리오는 자신의 머리를 헤집으며 말했다.

 

밤의 수업은 중요해, 리쿠오. 그건 네가 3대째에 올라갈 때 다 필요한 거라고.”

그러니까 난 안 올라간다니까!”

 

리쿠오가 버럭 외쳤다.

 

아무튼, 지금은 밤의 수업이 시작할 시간이야. 이것도 엄연히 약속이기에 넌 들어야 해.”

 

리오는 리쿠오의 말을 한 귀로 흘러 넘겨들었다.

 

, 호시. 소로반보가 좋은 천이 들어왔대. 나중에 그에게 가봐. 분명 너에게 조금 싼 값으로 그 천을 사게 해 줄 거야.”

고마워.”

별 말씀을.”

 

리오는 나에게 말하고 리쿠오를 데리고 나가버렸다. 문이 탁하고 닫혔다.

 

좋은 천이라…….’

 

빠른 시일 안에 그에게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첫 눈은 갑자기 내렸다. 거래를 끝내고 소로반보의 소개를 받은 포목점에서 질 좋은 천을 구했는데…… 나왔을 때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함박눈이라면 쉽게 그치지 않을 테니까 소중한 천을 품에 안고 처마 아래에서 흩날리고 있는 눈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더 흩날리고 있는 눈발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푸드덕하는 소리와 함께 내 앞으로 내려온 하얀 날개를 가진 흑발의 여성.

 

시로텐구…….”


자신의 힘에 취한 인간이 텐구당에 떨어지면 날개가 새하얀 텐구가 된다고 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호시 아가씨.”

 

새하얀 날개가 흩날리고 있는 눈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카나메라고 합니다.”

 

사노메 일가를 뒷받침하고 있는 세력 중 하나인 시로텐구 일족에서 온 여성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앞으로 호시 아가씨를 보필할 종자인 시로텐구입니다.”

 

카나메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그녀는 자신의 겉옷을 벗더니 내 어깨에 둘러줬다.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더 따뜻하게 입으셔야 줘. 사노메는 식물 요괴니까, 겨울은 항상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도련님도 항상, 아니 이제 그렇게 부르면 안 되겠죠. 8대째도 겨울 감기는 연중행사로 꼭 걸리셨죠.”

“8대째…….”

호시히코님이 13살의 나이가 되셨습니다.”

!!”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구나. 호시히코가 13살의 나이가 되었구나. 그가 어른이 되었다는 거다. 그리고 아직 정식은 아니라도 8대째의 자리에 올라가서 대장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게 되었다(물론 붕괴된 일가를 먼저 세우지 않는 한 내세울 권력은 없지만 말이다).

 

모르셨습니까?”

 

충격에 빠진 나에게 카나메가 질문을 던졌다.

 

아니…… 알았어. 가족의 생일을 어떻게 모를 리가 있겠어.”

 

고개를 내저으며 카나메의 말을 부정했다.

 

왠지 사노메 일가 소속의 요괴에게 들으니까 그가 성인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나. 전에는 실감이 되지 않았거든.”

제가 여기에 온 것도 8대째의 명입니다.”

그래, 그렇구나. 호시히코 오빠는 잘 지내?”

일가를 다시 세우려고 동서분주하지만요. 수호용이 있어도 아가씨에겐 여성 종자가 필요할 거라고 해서 무예도 지니고 있는 제가 오게 된 거에요. 과거엔 인간이라도 전 텐구! 무, 문을 둘 다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필요 없는 걱정인데……. 그렇다는 것은 너도 누라구미에서 지내야 한다는 거잖아.”

물론이죠. 이래봬도 대인관계는 좋으니까 걱정 마세요.”

 

아니,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게 아닌데.

 

세상에, 너무 오랜 시간동안 이곳에 있었네요. 그만 누라구미의 저택으로 돌아가도록 하죠.”

 

내 몸이 차갑다는 것을 알아차린 카나메는 나를 안아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새하얀 날개가 움직이자, 푸드덕 소리가 함께 새하얀 깃털 몇 개가 눈처럼 흩날렸다.

그녀는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누라구미 본가 저택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익숙하게 날아서 도착했다.

 

호시님!!”

 

하쿠가 카나메와 함께 온 나를 발견하자 마루에서 뛰어내려 다가왔다.

 

누굽니까, 그녀는.”

 

하쿠는 카나메를 보자마자 경계했다.

 

시로텐구인 카나메라고 합니다, 시라누이 코하쿠누시씨. 앞으로 당신과 함께 호시 아가씨의 시종을 들 겁니다.”

누구 멋대로!!”

사노메 8대째, 호시히코님의 명으로요.”

 

카나메의 말에 하쿠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오래 살았다고 해도 하쿠는 사노메 일가에 충성을 맹세한 존재로, 자신의 주인이 아니라도 대장의 명은 거역할 수 없었다.

새로운 요괴의 등장에 누라구미 요괴들은 그녀를 경계하면서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누라구미의 대장을 만나고 싶은 데요. 안내해주세요.”

 

카나메는 자신을 보고 있는 요괴들의 시선에 주눅 들지 않고 말했다.

 

오오, 일찍 왔구나. 편지를 받은 게 오늘 아침이었는데 말이지.”

“?!”

 

누라리횬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카나메의 존재에 크게 놀라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놀란 것은 그의 태평한 반응을 지켜보던 나였다.

 

앞으로 여기서 신세지게 될 카나메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누라구미 1대째.”

 

그 말에 수군거리는 요괴들.

 

?”

 

소란을 느끼고 다가온 리오가 카나메에게 질문을 던졌다. 리쿠오가 그의 등 뒤에 서 있었다.

 

호시 아가씨를 보필하라는 사노메 8대째의 명입니다.”

사노메 8대째? 사노메 일가는 7대째에서 붕괴했잖아.”

호시 아가씨의 오빠인 호시히코 도련님이 얼마 전에 13살이 지나 성인이 되셨기에 8대째의 자리에 오르셨습니다. 사노메 일가는 아직 불안정하지만 다시 일어나고 있는 중이고요. 그래서 누라구미 초대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사노메 일가가 안정이 될 때까지 호시 아가씨를 누라구미에게 맡기겠다고요.”

 

누라 형제를 보면서 카나메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설명했다.

 

, 그리고 보니 호시 아가씨의 약혼자에게 선물이 있습니다.”

 

카나메는 앞으로 걸어가, 리쿠오의 앞에 섰다. 그리고 그녀는 소매를 뒤적거려서 작은 상자를 꺼내 리쿠오에게 내밀었다.

 

받으시죠. 사노메 8대째가 당신과 호시 아가씨의 늦은 약혼 축하 선물이라고 하였습니다.”

리쿠오, 뭐야?”

 

리오는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리쿠오에게 어서 열어보라고 재촉했다. 나도 호기심에 그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열어 봐, 리쿠오.”

 

내가 말하자 리쿠오는 나를 한 번 보더니 상자를 열었

  1. 몸에서 금빛 비늘을 지닌 물고기의 모습을 한 요괴의 일종으로 목소리는 종달새와 같다고 여겨지며 육질은 부드러운 맛을 내며 장수에 도움이 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