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된 별 23
이틀 뒤, 호시는 어두운 밤에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
"……."
"피를 토해서 놀랐어."
리쿠로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호시는 손을 들어올려 그의 볼을 쓰다듬었다.
"호, 시?"
"…피곤해보여."
"밤순찰을 해서 그런 거야."
"너무 무리는 하지 마. 그러다 몸 상해."
"아! 죽 가져올게! 배고플 것 아니야!"
얼굴이 토마토처럼 변한 리쿠오는 허둥거리며 방을 나섰다. 방을 나갈 때 그는 마루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조심해."
"하하;;"
리쿠오는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열린 문 사이로 느껴지는 여름 밤 공기…. 그 공기를 느끼고 싶어서 아픈 몸을 일으켜, 힘 빠진 몸을 질질 끌어서 마루로 나왔다. 기둥에 머리를 기대고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
시야에 자꾸만 알짱거리며 나타나는 흰색 무언가.
"!!"
백호가 있었다. 굉장히 익숙한 백호가…….
"코타로……?"
설마…….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내가 이름을 부르자, 백호는 나를 보더니 훌쩍 몸을 돌려 가버린다.
"기다려!"
코타로인가? 정말로?
마루에서 내려왔을 때 잠깐 휘청거렸지만 몸을 바로 했다. 그리고 맨발로 백호의 뒤를 쫓아갔다.
"호시, 죽을 가지고 왔는데…. 호시?"
리쿠오는 방에 없는 존재에 어리둥절해졌다.
"화장실… 갔나?"
리쿠오는 방바닥에 트레이를 내려놓았다.
호시는 백호의 뒤를 쫓아 인적 드문 공원에 도착했다.
"!!"
백호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환술…?
'살다살다 환술에 당한 거야? 내가?!'
어이가 없어져서 실소를 터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자신을 향해 찌르듯이 느껴지는 증오와 요기에 더 이상 웃을 수가 없었다.
"하리온나."
눈앞에 나타난 긴 머리카락 끝에 바늘을 달린 여자 요괴를 보자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리온나는 시퍼런 안광을 번뜩이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에게 환술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우가 도와줬나 봐?"
시코쿠의 또 다른 요괴의 이름을 말하며 하리온나와 대화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하리온나는 나와 대화를 하고 싶지 않는지 바로 머리카락을 휘둘러 공격했다.
"코타로의 일은……."
"닥쳐! 죽어!"
"쯧."
혀를 차고 하리온나의 공격을 피했다.
"죽어 줄 수 없어."
코타로의 일은 미안해하고 있어도 하리온나의 손에 죽음을 당해줄 일은 절대 없었다.
호시는 하리온나의 공격만 피하기만 하고 공격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리온나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아니면 그녀가 지칠 때까지 기다리면서 공격을 피했다.
한편 요기를 느낀 요우타가 달렸다.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난 두 명의 사람.
"우리 대화 좀 할까."
"호시…씨?"
요우타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시호를 보자 놀라워했다.
"아니야."
시호의 옆에 있는 갓을 쓴 옛 여행자 복장을 하고 있는 키 작은 존재가 요우타의 말을 부정했다.
"호시씨가 아니라고? 당신들, 누구야."
"저 녀석이 히카미 요우타지? 미우."
"응, 맞아."
시호가 묻자 옆에 있는 여자아이가 끄덕였다.
"나처럼 호시 아가씨에게 선택된 존재지."
"호시씨를 알고 있는 건가."
"호시는 자신의 얘기를 잘 하지 않았나 봐. 난 하나미치 시호. 호시의 쌍둥이 여동생이지."
시호가 요우타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딛었다.
"하나미치…라고?"
요우타는 본능적으로 그녀에게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래. 잊지 않아서 다행이야."
"……."
"우리 아빠를 죽인 반요."
시호는 요우타를 향해 증오의 눈빛을 보였다.
"죽여서는 안 돼. 호시 아가씨에게 필요한 존재니까."
미우가 시호를 말리지 않고 말했다.
"노력은 해 볼게."
시호는 분노를 참지 않았다.
그녀의 손짓으로 나타난 잎사귀들이 요우타를 향해 날아갔다.
"!!"
요우타의 팔을 스치고 지나간 나뭇잎이, 칼에 베인 것 같은 상처를 남겼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뒤를 돌아 도망쳤다.
'호시씨를 쏙 닮지 않았다면!!'
요우타는 이를 악 물고 달렸다.
"으악!"
"요우타?"
요우타가 산책로에서 넘어지면서 나타났다.
"호시씨!!……위험해요!!"
요우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호시는 배후를 보이고 말았다.
"윽!"
호시의 목과 손목에 휘감아지는 머리카락은 어느새 호시의 몸을 칭칭 묶고 있었다.
"호시씨!"
"움직이지 마!"
요우타를 뒤쫓아 온 시호가 칼날 같은 나뭇잎들을 요우타에게 겨누고 있었다.
시호는 그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날카로운 나뭇잎으로 몸을 선인장처럼 만들 생각이었다.
"얌전히 있어."
"?!"
얌전히 있으라고? 지금 저 요괴가 호시씨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 보이는데 얌전히 있으라고?
"호시씨는 당신의 가족이잖아요!!"
요우타는 시호를 향해 소리쳤다.
"상관 없어. 나… 호시를 미워하고 있으니까."
시호의 말에 요우타는 충격받은 표정을 지으며 호시를 보았다. 호시는 체념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하리온나가 중얼거렸다.
"어째서, 코타로씨를 살려주지 않는 거야?! 사노메의 종가라면 구할 수 있었잖아! 되살릴 수 있었잖아!"
그녀는 원망의 말을 쏟아냈다.
"내 힘을 어떻게 사용하든 그건 내 마음, 컥!"
내 말에 화가 났는지 조이는 세기가 더 강력해졌다.
"아, 으윽!"
"죽어라!"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해졌다.
"커,억, 큭!"
이대로라면 진짜 죽는다…!!
"아가씨!"
"방, 해, 하지 마!"
멀리서 카나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기가 느껴서 온 카나메는 공격을 받고 있는 호시를 구하려고 날개를 더 빨리 움직였다.
"비켜!"
자신의 앞에 나타난 시코쿠 새 요괴를 보자 카나메가 버럭 외쳤다.
"이누호오."
미우는 붉은 벼슬을 지닌 괴조를 보자 그 이름을 말했다.
카나메와 이누호오가 공중에서 대치하고 싸운다.
"이 이누호오를 이기려고 들다니! 내 불꽃은 무적! 대항하는 것은 전부 태워버린다! 재가 돼 바람에 날려가라! 이 하늘에서 내게 이기려하디니 백년은 이르다!"
"헛소리!!"
이누호오는 자신의 몸 주위에 불꽃을 휘감아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시행했다.
"그럴 만한 힘이 있었으면서! 살릴 수 있었으면서!"
"…아니…, 없어…."
누군가를 되살릴 수 있는 힘은 오래 전에 사용해버리고 말았으니까, 더 이상 쓸 수 없다.
호시를 구해준 존재가 있었다.
"까악!"
칼날에 의해 머리카락이 잘린 하리온나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호시!!"
호시는 누군가의 품에 안겨졌다는 것을 눈치채고 정신을 놓아버린다.
"다행이다…."
리쿠오의 품에 안겨져 있는 호시를 보자 카나메는 안도했다.
빈틈을 보인 카나메를 향해 이누호오는 입에서 화염을 뿜어냈다.
"위험해, 카나메!"
쿠로우마루가 카나메를 데리고 그 불꽃을 피한다.
"방심은 금물이다."
"알고 있어."
카라스 삼남매가 함께 나타났다.
"…슬슬 물러날 때인가. 시호, 그만 돌아가자."
"…."
"시호."
"…알겠어, 미우."
시호는 수긍하자 미우는 품 안에서 두루마리를 펼쳤다.
두루마리에 그러진 안개가 그림 밖으로 나오면서 공원에 짙은 안개가 만들어졌다. 그 안개를 틈타서 시코쿠 요괴들은 사라졌다.
-죽은 누군가를 되살리는 것은 사노메 종가라도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어요. 아시겠죠?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와 같이 엄청 소중한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엄마도 그 힘을 썼을까?
-쓴 것을 아는데요.
-누구에게?
-첫 번째 남편에게 썼다는 걸로 압니다.
-그렇구나…. 그치만 카케이씨는 엄마와 한 평생을 함께 하지 못했어.
-그렇죠.
나도 그 평생을 함께 할 사람에게 그 능력을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나 역시 그 술법을 사용한 이와 함께 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 힘을 사용한 것을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내 목숨이나 만큼 소중한 사람이니까…."
"호시씨!! 정신 차리세요!!"
요우타가 부르는 목소리에 호시는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고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누라구미와 요우타가 있을 뿐, 시코쿠 요괴는 없었다.
"괜찮아?"
"나…. 고마워, 리쿠오."
리쿠오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하나미치 시호…. 그녀가 당신의 쌍둥이 여동생이라고 하던데. 그거 사실인가요?"
요우타가 물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나이가 맞지 않는데요."
"그건 내가… 3년이나 잠들어 있었으니까."
"잠들어 있었다고?"
"난 요괴잖아. 그래서 3년이 지나고 깨어나서, 시호보다 성장이 느린 거야."
호시히코와 시호가 날이 갈수록 성장해도 나는 잠들어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울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숨만 쉬며 잠들어 있었다고 했다. 3년이 지나고 그제야 울음을 터트리고, 성장을 시작했다….
"요우타, 난 인간이 아니야. 요괴인걸."
요우타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