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해방된 별 외전

리틀 윙 2018. 7. 31. 17:53

[케이카인 가문의 문하생들.]


교토를 지키고 있는 음양사 가문, 케이카인 가문.

니시진, 본가의 마당 한 곳에서 술법을 연습을 하고 있는 태양과도 같은 머리카락을 지닌 무녀가 있었다. 


"메이!"


흰 무녀 상의와 검은 교복 치마를 입은, 흑발의 여고생이 여성에게 달려왔다.


"츠키."

"메이, 류지 못 봤어?"

"네가 류지를 찼다니, 별일이네."


무녀, 라이도 메이는 달처럼 반짝이는 금안의 여고생, 미즈다니 츠키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류지라면 히데모토님께 불려갔어."

"27대에게?"

"응."

"쳇!"


츠키는 세게 혀를 찼다.


"또 무슨 일이길래, 그런 표정이야?"

"류지, 이 사기꾼이!! 또 내 물건에다가 장난을 쳤어! 똑같이 해주지 않으면 분이 안 풀려!"

"너흰 사이가 나쁜건지 좋은 건지 모르겠어."

"당연히 나쁘지!"


츠키가 당당히 외쳤다. 


"그렇지만 두 사람, 언제나 같이 등교하잖아."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것이 떠올랐는지 츠키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기상 시간이 비슷해서 그런 거야. 랄까 교내에서 류지 녀석의 안부를 나한테 묻는 것 열받아!"

"하하;;"


혼자 열폭하는 츠키를 메이는 바라보았다.


"아."


메이의 시선을 눈치챈 츠키가 뻘쭘해져서 조용해졌다.


"요즘 음양술은 어때?"

"똑같지. 컨트롤 꽝이야."


메이가 씁쓸하게 말했다.

라이도 메이는 '라이쥬1'의 피를 잇은 케이카인 분가 사람이다. 하지만 요괴의 피가 섞인 것에 케이카인 분가 장로들은 그녀를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치만 그녀가 지니고 있는 번개의 힘은 원했기에 케이카인 문하생으로 만들어 음양사로 키웠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이 강한 음양사를 양성하는 것. 케이카인 가문은 어떤 시대건 간에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움직였다. 그리고 현재, 강한 음양사의 육성은 급선무이자 최대의 중요과제였다. 

이유는 단 하나. 약 4백년 전, 13대 히데모토가 교토 땅에 펼쳐두었던 '케이초의 봉인'이 약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초 봉인은 교토에서 요물을 퇴산시키기 위해 8개의 절과 성-니조성, 소코쿠지, 로쿠킨지, 니시호간지, 세이에이지, 류엔지, 하시라리궁, 후시메이나리 신사-에 펼쳐진 나선형 결계다. 이것이 있었기 때문에 교토 땅은 4백년 동안 요물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영원한 효력을 자랑하는 봉인 따위는 없다. 봉인은 시행되는 그 순간 최강의 힘을 발휘하여, 그 후로는 조금씩 조금씩 효력이 약해져가기 마련이다. 그것은 인간의 육체가 노쇠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런 의미에서 4백년 동안 요물을 봉인해온 케이초의 봉인은 경이적인 수명을 자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봉인을 펼친 술사 13대 히데모토의 영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봉인의 수명이 다하려는 지금, 교토 땅의 수호를 사명으로 삼고 있는 케이카인 가문으로서는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래서 강한 술사가 필요한 것이다. 요물에 대항하려면 반드시 강한 술사가 필요하다. 봉인을 약해진 틈을 노려 교토 시내에 날뛰는 요괴를 다시 물리칠 정도의 힘을 지닌 술사가. 케이카인 가문은 그런 인물을 어느 시대보다 지금,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계속 수행하면 괜찮을 거야."


츠키는 자신없는 투로 메이에게 말했다.


"격려해줘서 고마워."


메이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메이의 컨트롤이 안 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그 애 때문이겠지. 어렸을 때, 메이와 잘 놀던 분가의 다정한 그 애는 메이에게 굉장히 친절히 대해줬다.


'케이카인 마미루.'


상냥하고 다정한 마미루가 재능을 개화하기 위해 금술을 사용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을 듣자마자 메이는 바로 마미루를 만나러 본가로 향했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메이는 굉장히 큰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고……. 그것 때문인지 그 후 그녀는 음양술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았다.

미숙한 유라가 수행을 위해 우키요에 마을로 가야 했을 때, 원래 메이가 동행하기로 했다(류지의 여동생, 유라는 재능있는 자이기에 차기 당주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가문의 일원은 아니지만 재능있는 자로 손꼽히던 츠키와 메이 그리고 요우타….


'어쩔 수 없이 요우타가 동행하게 되었지.'


그때 츠키는 임무 수행 중으로 갈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미숙하면서도 재능있는 자인 요우타가 선발된 거다.


"츠키. 그대의 호부2가 엉망진창 늘어져 있군."


나이는 40대 전반, 광대가 도드라진 얼굴에 안경을 쓰고 3대 7로 머리를 빗어 내린 남자가 다가오면서 손에 든 부적들을 보여줬다.


"류지의 짓이야."

"또 당한 건가."

"당했다니! 갚아줄 생각이거든, 교감!!"

"교감이라 부르지 마라!!"

"하, 하이고씨, 진정하세요!"


제 3봉인, 세이에이지를 수호하는 분가 '이도로' 류의 음양사, 케이카인 하이고-별명, 교감-가 메이가 부르는 목소리에 헛기침을 했다.


"그대와 류지의 음양술은 서로 상극이기 때문에 실제로도 두 사람이 사이가 나쁜 것이라고 난 생각하다만."

"그렇게 말하면 난 유라와 요우타하고도 사이가 나빠야 하거든. 우리 관계는 그렇게 나쁘지 않아."


류지, 유라, 요우타는 '水' 속성을 지니고 있었고, 츠키는 '火'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도 그렇군."

"됐고, 무슨 일인데? 내 호부를 챙겨 주려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유라들한테서 연락은 없나?"


하이고가 말했다.


"유라?"

"그래. 도쿄, 그게 어디더라, 우키요에 마을이라고 했나?"


우키요에 마을…. 츠키는 그 말에 머릿속으로 금발의 여자아이를 떠올렸다. 


"거기서 수행을 한다며? 일부로 전학까지 갔는데. 뭐 재미있는 얘기 들은 거 없어?"

"없어. 재미있는 애기는 커녕, 연락 자체가 없는걸. 뭘 하고 있는 건지…."

"연락이 없다고? 그럼 걱정되지 않나?"


하이고의 말에 츠키의 입가에 매력적인 미소가 띄워졌다.


"우키요에 마을이라면, 그 요괴 소동이 있던 마을이잖아? 유라와 요우타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쩌려고 그래."

"만약 그 소동에 말려들어서 유라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쳐도, 그건 그 녀석들이 혼자 대처할 일이야. 이쪽에서 걱정해 찾아가는 건 경우가 아니지."

"뭐 사저(師姐)인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근데 그 말은 류지와 똑같군."

"뭐?! 그 말 기분 나쁘거든, 교감! 나를, 류지와 동급으로 여기다니!!


갑자기 츠키에게 물벼락이 쏟아져 내렸다.


"츠키!!"


메이는 깜짝 놀랐다.


"…이, 자식!"


츠키는 어딘가를 노려보았다.


"류지."


험상궂게 생긴 눈매를 지닌 남성의 이름을 낮게 읆조렸다.


"무슨 짓이야."

"그거 하나 못 피하는 거냐."

"갑자기 무슨 짓이냐고 물었어."

"실력을 본 거야."

"……."

"허술하면 목숨을 잃는다. 방심하지 마."


류지의 말에 츠키는 아무 말이 없었다.


"…새겨듣지."


그녀는 말하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저택의 마루로 올라섰다.


"다 젖었잖아!"

"아키후사."


색이 옅은 장발의 여성처럼 곱상한 외모를 지닌 선이 가는 미청년이 책을 안고 츠키에게 다가왔다. 

그의 이름은 케이카인 아키후사. 분가, 야소류-요도제작 전문 유파-사람이다.


"이 책들, 다 읽은 거 아니었어? 아키후사라면 다 외울 정도로 읽었잖아."

"좋은 연구서는 몇 번을 읽어도 새로워. 전에 염두에 두지 않았던 부분이 다시 읽었을 때 새롭게 보이기도 하니까."

"역시 아키후사네."


케이초 봉인의 제 1봉인 니조성을 맡는 수호자다워.


"그치만 난 아키후사의 그런 면은 안 좋아해."

"그런 말을 본인 앞에서 하는 거야?"

"깊은 뜻은 없었어, 아키후사!"


실언을 깨닫고 츠키가 외쳤다.


"응, 알고 있어. 그럼 난 공방에 가야 해서."


아키후사는 말을 빨리 해서 가 버렸다.


"츠키, 넌 가끔 말을 필터 거치지 않고 말한다네."

"아, 그래."

"그리고 사람이 말하면 제대로 듣는 거라네, 츠키!!!"


츠키는 하이고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방으로 걸어갔다. 


"집착과도 같은 집념…. 좋지 않아."


방으로 들어가자 눈을 감았다 떴다.

현대 도시의 모습인 교토가 보였다.


"더러워…."


천년 전과 다른 교토를 보며 츠키는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니까. 죽은 자들 빼고….


-시간이 흐르니까 당연한 거야.


호나미님의 말처럼 그것은 당연한 이치겠지만, 그래도…….

츠키는 젖은 옷을 벗고 새옷으로 갈아입으면서 불만스럽게 생각했다.


한편, 술법 연습을 하는 메이에게서 류지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 시선을 알아차리고 메이가 류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할 말이라도 있어?"

"마미루를 만났다."


류지의 말에 메이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한참 후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가로 영입한다는 소문 들었어. 네가 마미루의 실전 데뷔를 도와주게 되었구나."

"27대의 말이니까."


마미루가 어떻게 변했을지 메이는 짐작하고 있었다.


"…마음을 잃었겠지."

"교토를 지키기 위해서니까."

"그렇지."


메이는 류지의 말에 수긍했다.


"그래도…."

"까악!!"


난데없이 비명 소리가 들렸다.


"뭐야?!"


류지와 메이는 비명 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갔다.

츠키가 날아오는 전격을 피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너!!"


츠키가 장신의 남자에게 소리쳤다. 


"갑자기 공격을 하다니!"

"요괴를 멸한다…. 요괴는 절대 악…."


감적이 결여된 얼굴에 억양이 없는 목소리. 몇 마디 안 되는 단어로 대꾸하는 남자는 마치 로봇 같았다. 


'내 몸에 흐르는 요괴의 피를 알고 있는 건가?!'


츠키는 남자를 보면서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그 힘 내가 없애줄게.


힘을 없애도 피는 여전히…!!


"그만둬, 마미루!"


류지가 외쳤다. 


"마미루?"


저 로봇 같은 남자가 마미루?!


"그녀는 우리와 같은 음양사다. 같은 편이다."


류지가 말하자 마미루는 멈추었다.


"세상에…."

"야, 괜찮냐."

"괘, 괜찮아."


츠키는 메이의 부축에 의존해 몸을 일으켰다.


"괜찮지 않는 것 같은데…."

"괜찮아."


내뱉어진 말과 다르게 그녀의 몸이 휘청거렸다.


"고집 피우지 마라."


류지가 밉쌀맞게 말했다.


"저거, 내 시야에서 없애."


츠키는 마미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마미루를 보지 않는 채 말했다.

류지가 마미루를 데리고 갔고, 츠키는 메이의 품에 자신의 얼굴을 숨겼다. 메이는 츠키의 심정을 이해했기에 등을 토닥였다.


"…무섭네. 이럴 때는 요괴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

"어쩔 수 없어."

"교토를 지키기 위해서?"

"응."

"넌 괜찮은 거야? 나보다 네가 마미루랑 더 친했잖아."

"마미루가… 선택했으니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메이가 말했다.


-괜찮은 거지, 마미루.

-응…. 유라가 파군술사라는 걸 알게 됐을 대부터 마음 먹었던 일이니까.

-식신을 내장 하는 건 음양사로서 한 단계 위로 올라가는 것이긴 하지만… 매우 위험해. 뇌가 날아갈 거야.

-그래도 상관 없어. 지금의 나로서는 전력이 안 되니까. 유라는 내가 지켜낼 거야. 그것이 우리 일족의 역할인 파군술사의 수호니까.


"우리 케이카인 음양사잖아. 교토를 지키는 게 우리 사명이니까."

"너도… 그녀와 같구나. 긍지에 목숨을 건 그 아이와 같네."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츠키는 메이의 품에서 나왔다.


케이카인 마미루를 만나고 이틀 뒤, 류지와 마미루와 함께 츠키는 우키요에 마을로 향해 출발했다.

케이초의 봉인 가운데 제 8봉인과 제 7봉인이 풀려서 시급히 새로운 수호자 2명이 필요해 졌기 때문이다. 당주인 히데모토는 마미루를 본가에 양자로 맞아들여 둘 중 하나를 맡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자리에는 유라가 내정되었다.


"너희가 유라를 데리고 와야 한다. 어서 우키요에 마을로 가거라."


본가와 분가 장로들이 모인 자리에서 히데모토가 그런 명령을 내렸을 때, 류지는 혀를 차며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가 가야 해? 진짜 귀찮아 죽겠네."


'케이카인 류지는 뼛속까지 거짓말쟁이다.'


츠키는 류지를 힐끗 보며 생각했다.


'호시…….'


케이초의 봉인이 풀렸다는 것은 관서 요괴가 움직인다는 소리. 즉 하고로모기츠네가 움직인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호시, 네 계획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거겠지.'


츠키는 가슴에 손을 올렸다.

두근 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가 손바닥에서 느껴졌다. 우키요에 마을에, 호시가 있다. (의)여동생인 그녀가…….


"츠키, 가자!"


류지가 말하자 츠키는 결의한 눈빛이 되고 두 사람의 뒤를 따라 걸었다.

  1. 뇌수 [본문으로]
  2. 신불의 힘이 숨어 있어 재액을 면하게 해준다는 부적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