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해방된 별 32

리틀 윙 2018. 8. 14. 11:24

설거지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 밤의 리쿠오를 만나게 되었다.


"방으로 돌아가는 건가."


리쿠오가 나를 보면서 물었다.


"그래. 넌… 밤산책을 나가는 거야?"


밤이 되면 자유롭게 요괴의 모습이 되어서 밤산책을 나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되었다.

리쿠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다녀오도록 해."

"너도 함께 갈래?"

"어딜?"

"산책."


리쿠오가 손을 내밀었다. 


"같아 가자. 바람도 쐬고 좋잖아."


그가 내민 손을 잠시 바라보고, 그의 손 위에 내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가 웃었고… 잡힌 손에는 온기가 감돌았다. 


리쿠오에게 내 몸을 맡겼고, 헤비뇨로가 하늘로 올라갔다. 


"예쁘네."


위에서 내려다 본 야경의 풍경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흑흑흑."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울고 있는 거지?"


여자 요괴에게 가까이 다가간 리쿠오가 물었다.


"아아, 때마침 와주셔서 다행입니다. 죄송하지만 제 눈알을 찾아주시면 안 될까요?"

"눈알?"

"눈은 2개 다 있잖아."

"아뇨. 전 미츠메 일족입니다."


미츠메…. 세눈박이 요괴를 말하는 건가.


"소중한 세 번째의 눈을 잃어버렸어요. 그래서는 평범한 여자얘나 마찬가지죠. 제발 좀 같이 찾아주세요."

"어떡하지."

"같이 찾아주자."


헤비뇨로에서 내려와 미츠메 요괴의 소중한 세 번째 눈을 찾는 걸 도와주었다.

주위를 살펴보아도 그녀의 눈알로 추정되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찾는다고 해도 단서가 너무 없는걸. 어디서 잃어버렸지?"


리쿠오가 물었다.


"아! 생각났어요!"


그녀는 근처의 한 나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저 나무 틈새를 들여다보고 있었어요."


리쿠오가 그 나무로 가까이 다가갔다.


"맞아요. 이 틈을 봐주세요."


틈새를 리쿠오가 들여다보았다.


"더 깊이, 깊숙이…."

"네 눈알을 먹어주마~!"

"?!"

"무슨 짓이야, 이 자식아!"


리쿠오가 자신의 눈알을 먹으려고 시도한 새 요괴를 발로 걷어찼다.


"히이이익!"

"리쿠오, 괜찮아?"

"리, 리쿠오!? 죄, 죄송합니다!"


두 요괴는 재빨리 사과했다.


"설마 누라구미의 도련님이실 줄은!"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함정이었군. 요괴 눈알을 뽑아먹는 것도 적당히 해."


리쿠오는 그 부부에게 말했다.


'리쿠오가 밤산책을 다니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해끼치는 요괴들을 찾아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것. 정말이지, 그는 낮이든 밤이든 한결같은 사람이네. 


"후훗."


호시는 작게 웃었다.


"왜 그래?"

"아무 것도 아니야."


리쿠오가 갑자기 웃는 그녀를 의아하게 보았지만 호시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만 돌아갈까?"

"어."


호시가 내민 손을 리쿠오는 거절하지 않았다.

다음날 키요츠구는 키요쥬지단을 소환해, 요즘 학교에 나오지 않는 유라와 요우타를 찾으라고 했다.


[어때, 유라군과 히카미군은 찾았나, 제군들!]

[아-!! 우키요에 마을 전체를 뒤지라니, 이 넓은 데서 어떻게 찾아~!]

[그렇지 않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찾을 거야. 빨리 찾지 않으면 여름 방학이 끝나고 만다구!]

"그래도 그렇지…. 어!!"


편의점에서 나오는 요우타를 보자 통신기를 끊고 그쪽으로 달렸다.


"요우타!"

"호시씨?"

"너 요즘 뭐하고 지내는 거야. 학교에도 나오지 않고!"

"찾아 다녔던 겁니까?"

"지금 다른 아이들과 함께 너희를 찾고 있어."

"왜요?"

"연락이 안 된다고 걱정하고 있거든. 또 다 같이 여행을 가자는데 에이스들이 없으면 진행할 수 없다고 말이지."

"에이스? 저희가요?"


요우타는 침울해졌다.


"왜 그래?"

"…한심해서요."

"요우타."


침울해진 그의 얼굴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더 강해지고 싶어요, 호시씨!"

"……."

"그래서 지금 수행을 하고 있어요!"

"유라도 함께?"

"네. 우키요에 마을에 오고나서 도움만 받았으니까요, 요괴한테 말이죠!"


요우타가 분통을 터트렸다.

그와 함께 걸어갔다.


"그 비닐 봉지는 뭐야?"


호시는 요우타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은 비닐 봉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초코바에요."

"에?"

"수행을 하고 있는 유라에게 주려고요. 분명 배가 꼬르륵 할 거에요."

"보모가 되었네."

"아니거든요!"


내 말에 요우타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부끄러워했다.

우키요에 마을 외곽에 위차한 폐건물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 한 발 앞서 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시간을 돌려, 요우타와 호시가 폐건물에 도착하기 전에 한발 앞서 유라를 찾은 사람이 있었다. 

리쿠오와 유라가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드디어 찾았구나, 유라."

"오빠…?"

"식신의 기척을 쫓아 찾아왔어. 본가 쪽에 정기적으로 연락하라고 했을 텐데?"


검은색 인버네스 코르를 겉입고 기모노의 차림에 굽이 하나인 게타를 신은 남자가 주위를 살피고 말을 이었다. 


"그래. 수행 중이었나. 헌데 왜 이런 곳에서 하고 있는 거야? 이 마을은 조금만 돌아다녀도 바로 요괴를 만날 수 있는데."


흑발의 남성은 유라와 함께 있는 리쿠오를 보자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뭐하러 왔노?"

"류지."


같은 검은색 인버네스 코트를 입은 파트너가 남성의 이름을 부르며 뒤에 섰다.


"뭐하러는…. 그야 당연히, 음양사의 기본은 요괴 퇴치 아니겠냐."


류지가 '아랑'이라고 부르는 자신의 식신을 불러내더니 유라 쪽으로 공격했다.


"오빠!"


유라는 그 공격에 맞지 않았다.


"가, 갑자기 무슨 짓이교?!"

"유라, 저 놈은? 저 놈은 뭐냐?"

"와…, 그러는 데…? 그냥 내 친구다, 학교 친구…."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설마… 모르고 있는 건 아닐지 아냐. 저 녀석, 요괴잖아."

"뭐…?"


요우타의 손에서 비닐봉지가 툭 떨어졌다.


"실망이구나, 유라. 넌 정말이지 둔해빠졌다니까. 자, 간다. 요괴는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까? 요괴는 절대 악. 뭘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아랑, 먹어라!"

"오빠!"/"류지씨!"


리쿠오를 공격한 흑발의 남성, 류지의 음양술에 유라와 요우타가 외친다.


"너도 해, 유라. 그렇게 가르쳤잖아? 요괴는 절대 악. 조우하면 바로 없애라고."

"크윽-! 콜록, 콜록!"

"아직도 정체를 드러낼 마음이 없나? 인간으로 변해 사람을 속이는 요괴. 인간의 모습으로 있으니 마음이 아프다만, 절대 악은 없어져야 한다."


거대한 이형 모습의 식신이 리쿠오를 덮쳤다.


"이제 됐다, 유라. 자, 하던 얘기나 마저 할까…?!"


요괴를 멸했다고 생각한 류지는 먼지 바람이 가라앉고 보인 광경에 믿을 수 없다듯이 눈동자가 커졌다. 

유라가 리쿠오의 앞에 서서 부적으로 류지의 공격을 막은 거다.


"이런이런, 뭐 하자는 거냐, 유라."

"유, 라?!"


유라는 리쿠오를 빤히 쳐다보았다.


"누라는…, 누라는 인간이제? 인간 맞제?"


유라는 의심을 하고 있으면서도 리쿠오에게 물었다.


"난… 인간이야!"

"응!"


유라가 류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빠도 들었제? 누라군은 적이 아니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는 있는 거냐. 요괴를 감싸는 건 케이카인 가문의 법도를 어기는 거야. 오빠를 믿을 수 없는 거냐."

"내는 누라군의 말을 믿는다. 누라는 내 친우다. 쓰러트려야 하는 적이 아니다. 그걸 모르겠다면, 오빠라해도 내가 쓰러뜨릴 거다!"

"쓰러뜨리겠다…? 유라, 네가 한 말에 책임을 져라."


유라는 염정이라는 잉어 식신을 불러냈다.

그리고 식신 개조를 해서 자신의 팔에 일체화시키고 물대포를 쐈다.


"황천 보내기 수포총· 유라 MAX!"


류지가 부적으로 자신을 보호했다.


"뭐냐, 그 기술 명은…. 유라, 네가 붙인 이름이냐?"

"시끄러, 내 맘이다!"

"유라, 이름은 중요한 거다. 아랑, 먹어라."


유라는 또 하나의 식신을 불러냈다.


"동시에 복수의 식신을 부리는 네 정신력은 여전히 장난이 아니군. 괜히 마미루 다음으로 재능이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야."

"흥!"

"좋은 일이지, 케이카인 가문에는…. 하지만 넌 너무 어려!"


대나무 통의 마개를 열자, 물로 이루워진 거대한 이형 두 마리가 유라에게 덤벼들었다.


"그건 가짜다. 안 보이냐? 진짜는 오른쪽이다."


류지의 말에 유라는 오른쪽 늑대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것은 허상이었다.


"까아악!"


유라가 류지의 공격에 맞았다.


"왜 그러냐, 유라. 다음은 왼쪽이다."


하지만 공격은 오지 않았다.


"유라, 넌 거짓된 말에 너무 쉽게 휘둘려."


가까이 다가온 류지가 유라에게 가차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유라!"

"너무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넌 케이카인의 오빠잖아!"

"요괴주제에 건방진 소리마라."


에? 오빠? 진짜? 

호시는 혼란스러운 눈동자를 했다.


"괘, 괘찮타. 난 아랑 따위한테… 먹히지 않는다."

"아랑한테 먹혀? 무슨 소리냐? 그 녀석이 그런 재주를 부릴 수 있을 리 없잖아."

"뭐?―콜록!"


유라의 입에서 물이 나왔다.


"뭐-?! 뭐, 뭐꼬, 이건?! 입, 입 안에…! 읍! 푸헉!"


경악한 시선으로 유라를 바라보았다.


"유라. 넌 말 자체에 너무 쉽게 휘둘려. 잘 들어. 난 '아랑' '먹어라' 라는 말 밖에 하지 않았어.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랑을 먹어라'가 맞겠지. 그러나 적은 아랑이라는 말을 듣고 공격형 식신을 상상한다. 적에게 거짓된 말을 주고 그 이미지로 적을 묶어버리는 거야. 그러면 적은 그저 아랑의 공격을 막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술법을 부리지. 그러나 내 목적은 처음부터 그 신신을 몸에 잠입시키는 데 있었다. 참고로 '아랑'도 거짓된 이름. 정식 이름은 '언언'이다. 언언, 날뛰어라."


유라의 몸 안의 체액이 폭포처럼 솟구쳤다.


"크허헉!"


유라는 괴로워하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물의 식신 언언은 온몸의 체액을 자유자재로 날뛰게 할 수 있지. 식신을 부리는 것만이 음양사의 기술이 아니야. 배워라, 유라. 말을 부리는 것도 훌륭한 음양술이다."

"유라!"

"커헉-!"

"넌 몰라도 너무 몰라. 그러니 이런 것한테 휘둘리지. 언언 때문에 괴롭지? 허나 이것도 '사랑'이다. 지금이라면 용서해 줄 수 있어."


류지가 쓰러져 있는 유라의 멱살을 잡아 올리며 말했다.


"이대로 죽고 싶지 않으면 돌아와!"


바로 그 순간 류지의 손에 있는 유라를 빼앗아가는 리쿠오.


"케이카인, 미안…. 참을 수가 없었어."


어느새 해가 졌구나…. 밤의 리쿠오의 출현이다. 


"음양사인지 케이카인인지 모르겠지만 동료에게 손을 대는 자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하…! 그게 네 정체냐, 요괴! 멸해주마. 유라를 속여도 되는 건 나뿐이거든!"

"!!"

"드디어 본성을 드러냈군! 동생을 속이다니, 이 요괴 녀석!"


류지의 옆에 있던 장신의 남성이 앞에 나서려고 했다.


"잠깐, 마미루. 그 놈은 내가 친다."


류지가 막아섰다.


"유라, 괜찮아?"


요우타는 재빨리 유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검은 잉어 쿠로히메를 불러내더니 체내에 있는 류지의 식신을 빼내주었다.


"식신융합, 앙언."


류지가 식신융합을 하자 주위에는 꽃들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뭐, 뭐꼬, 꽃? 물의 꽃?!"

"그냥 물이 아니다. 앙언, 땅에 뿌리를 내려 꽃을 펼쳐보아라."


류지의 말에 물의 꽃이 땅바닥에 닿는 순간, 지면이 녹아내렸다.


"앗! 땅이…!"

"녹았다? 패일 정도로!"

"뭐꼬, 이 식신은!!"

"신신 앙언은 금생수의 꽃."

"금생수?"

"금생수란 금의 표면에 응결하여 생긴 물방울을 모은 것. 그 순도는 99.9999% 가장 맑고 가장 부드러운 물, 그야말로 물 중의 물! 이 세상에서 부식이 가장 빨리 진행시키는 액체는 '산'도 '왕수'도 아닌 순수한 물 그 자체. 식신을 섞은 이 꽃에 닿으면 어떠한 것이든 곧바로 녹지. 요괴일지언정. 지금까지 앙언을 3분간 버터낸 자는 없었다! 이 식신은 그 정도로 강력해."

"…3분."

"그래. 3분이 한계다. 서로에게 말이지."


류지가 자세히 설명해줬다.


"아쉽게도 내게는 유라나 마미루 같은 재능이 없거든. 나 같은 놈이 이런 강력한 식신을 부릴 수 있는 건 3분이 한계라는 거지."

"!!"

"즉 3분 동안 앙언을 견뎌내면 너의 승리다. 못 견디면 나의 승리가 되는 것이고. 버티느냐 못 버티느냐 승부다!!"


언령을 사용하는 류지……. 저 말은 진짜일까?


"내 생애의 최고의 기술, 앙언 금생수의 꽃!"


리쿠오가 금생수의 꽃을 네네키리마루로 막아냇다.


"끈질긴 놈이군. 그거 요도인가? 그게 아니었다면 벌써 저 세상으로 갔을 텐데. 하지만 버티는 것도 슬슬 한계인 것 같군."


허공에 있는 꽃이 줄어들었다.


"간다! 이게 마지막이다!"


리쿠오는 3분을 견뎌냈다.


"3분 동안 수고했다."


리쿠오의 발밑에 방진이 나타났다.


"방진, 어느 틈에?!"

"이형의 존재여, 어둠 속에 사라져라. 앙언, 금생수의 진!"

"리쿠오!!"


리쿠오가…… 녹았다……?


"그럴 수가…."

"난 재능이 없어서 이 녀석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려. 3분 정도."

"그럼 오빠는 처음부터…?!"

"배워, 유라. 힘 기술만으로는 안 돼. 요괴 같은 악에는 이중, 삼중으로 함정을…!"


리쿠오의 요도가 류지의 목에 겨눠졌다.


"살아있었네…."


다행이다. 퇴치당하지 않아서…! 


"이런이런. 카라스텐구들이 밤새워 만들어준 하오리가 엉망이 되었군."

"어떻게 함정을 눈치챘냐."

"네 놈의 말은 거짓말투성이다. 그런 놈이 정정당당한 공격만 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까. 애초에 네놈같은 악인의 얼굴이 말하는 걸 누가 믿지? 저기 여동생 말고는."


류지가 움직이려고 하자 리쿠오가 그를 베어버린다.


"오빠!!"


유라가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