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해방된 별 43

리틀 윙 2018. 10. 5. 13:21

후시메이나리 신사에서 40리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백귀야행과 음양사들이 순간이동한 것처럼 나타났다. 


"호시가 구해준 건가."


키요가 주위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이런 이동법은 그녀 말고는 할 수 없으니….


"호시, 괜찮을까."


힘을 사용한 호시를 걱정하며 츠키가 흙투성인 몸을 지면에서 일으켰다.

백귀야행에서 호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형…."

"요우타!"


부서진 토리이 더미 밑에서 나오는 요우타는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까와 장소가 다른데요?"

"호시가 우릴 이동시킨 걸 거야. 하늘을 보니, 후시메이나리 신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츠치구모랑 싸워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으니까."

"호시씨는…."

"그녀는 죽을 거야."


슈조가 그늘 속에서 나오며 말했다. 호시와 있을 때와 분위기가 틀렸다.


"헛소리 하지 마, 슈조. 호시는 죽지 않아."


츠키가 말했다.


"과연 그럴까. 9년 전 사노메 아가씨라면 죽지 않을 거야. 근데 힘을 너무 쓰셨거든. 어린 사노메들의 종손들이 백룡 시라누이의 수호를 받는 것은 그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는 힘을 사용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지. 그들의 힘은 수명을 깎는 힘이니까. 근데 아가씨는 수호석도 없는 상태에서 호중천까지 사용했으니까 약속을 지킨 다음 죽는 것은 확실해."

"어이."


리쿠오가 슈조의 목에 네네키리마루를 겨누었다.


"위험한 것을 겨누지 말라고."


슈조가 리쿠오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냐. 호시와 9년 전에 약속을 한 남자가?"

"…아니."

"그럼 넌 누구지?"

"사노메 아가씨의 동료, 일까나."

"헛소리마!"


요우타가 재빨리 외쳤다.


"당신이야말로 누구지? 사노메 아가씨가 자신의 힘을 사용해서까지 구할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는데."


슈조는 리쿠오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 시선, 무례해요!"


츠라라가 불쾌하듯 외치며 나서려고 하자 슈조가 물었다.


"당신, 사노메 아가씨랑 무슨 관계? 애인…은 아니겠고. 그 아가씨가 그런 것을 만들 여유는 없을 테니까. 혼약자인가? 근데 혼약자라도 구할 이유는 없는데. 강아지 부모의 죽음도 묵인한 그녀가 널 왜 구한 거지?"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요우타가 슈조의 말에 반응을 보였다.


"와 그러노, 요우타?"

"호시씨가……. 너 거짓말하는 거지?!!"


요유타의 외침에 슈조는 비소를 짓어보였다. 그 미소는 굉장히 사악해보였다.


"음양사가 요괴를 믿어서 그런 거잖아."

"호시씨는 달라!"

"케이카인 가문의 음양술을 배워 음양사가 된다고 해도 네가 과연 인간일까?"

"닥쳐!"


츠키가 혼란스러워하는 요우타를 보자 나섰다.


"사노메 아가씨의 능력은 피에 의한 요괴의 힘을 없애주거나 증폭시켜주는 거지. 핏줄까지는 바뀌지 못해."

"폭!"


유라가 부적을 던지자 슈조는 "어이쿠야!"라며 피했다.


"무섭네, 요즘 아이들은."

"니 뭐꼬! 뭔데!"

"나? 난 슈조. 하고로모기츠네에게 가담한 '인간'이야."

"뭐?"

"뭐라구?"

"말도, 안 돼."


슈조의 말에 모두들-이미 알고 있는 츠키와 감정이 없는 마미루는 제외- 놀라고 경악했다.


"인간, 이라고 할 수 있나? 경외도 쓸 수 있는데……."

"네가 인간이라고?"

"너랑 다르게 인간이였다가 요괴가 되었지, 사노메 아가씨의 힘으로."

"와 하고로모기츠네의 편을 듣노!"

"…왜? 죽이고 싶은 상대가 교토의 숙원이기 때문이야."


그 상대를 만나려면 사노메 아가씨를 하고로모기츠네에게 제물로 받쳐야 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어디로 간 거냐!!!"


츠치구모가 난동을 부리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슬슬 물러가야겠네."


서서히 츠치구모가 다가오고 있었다.


"목적은 반쯤 이뤘으니까."

"목적?"

"츠치구모의 손에 죽길 바라며, 이만 물러가도록 하죠."

"슈조!!"


츠키는 슈조의 악담에 부적을 던졌다.

슈조는 피하지 않았고, 부적을 맞은 그의 몸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졌다.


"거울…."

"사노메 아가씨가 말한 희망의 힘을 보여주시죠. 츠지구모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말이야!"


바닥에 흩어진 거울 파편에서 비웃는 목소리가 끝으로 슈조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손거울을 품안에 숨기며 슈조는 누에의 못으로 걸어갔다.


"물이 까매."

"어이, 그리 만지지마라. 의미 깊은 검정이야. 봉인으로 풀린 쿄의 원념이 흘러들어 연못을 검게 물들이고 있다."

"여기가…… 누에의 못?"


슈조는 검은 호수 같은 지하 수맥을 바라보았다. 


"슈조!"


쿄코츠가 뒤늦게 합류한 그를 나무라듯 불렀다.


"여기가 하고로모기츠네님께서 처음으로 아이를 낳은 요기 종언의 땅."

"그리워…."


연못으로 들어가있는 하고로모기츠네가 말했다.


"여기에 쌓인 원념이 내게 힘을 주고 있다. 봉인을 풀고 아이를 낳으라고 말해준다."

"오오! 마리아님!"


쇼케라가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드디어 주를 낳으시는 거네요!"

"어이, 야, 쇼케라. 베어죽인다. 누에라고 했잖아. 그리고 하고로모기츠네는 마리아란 이름이 아니야. 이 망할 나르시스트 녀석."

"이 분이야말로 어둠의 성모!"

"이상한 별명 붙이지 마라. 아무런 재미도 없어. 쓰레기 벌레놈."

"나는 진심이다, 이바라키도지. 그때문에 우리는 400년 전부터 섬기고 있는 거겠지."

"정말! 둘 다 그만해!"


한판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쿄코츠가 외쳤다.


"사이가 나쁘네, 저 둘."

"하지만 저분 앞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향한다."

"이바라키도지, 쇼케라."


하고로모기츠네가 두 사람을 불렀다.


"교토를 제압하여 마의 도시가 되었다. 나를 위해 생간을 모아오너라. 알겠지?"

"알겠습니다."

"부하놈들을 총동원해 하룻밤 안에 일만개의 간을 모아오겠습니다."

"히히, 이것이야말로 백귀야행의 모습. 이것이야말로 이매망량의 주인."


하고로모기츠네를 위해 쿄요괴들은 생간을 모우러 나가고 미나고로시지장이 자리를 뜨자 그곳을 지키고 있는 것은 슈조와 하고모로기츠네의 빙대를 닮은 남자 요괴뿐이었다.


"하고로모기츠네님."


슈조가 그녀를 불렀다.


"사노메를 잡아왔습니다."

"오오!"


슈조의 말에 하고로모기츠네의 눈동자가 번득였다.


"니조 성의 한 방에 가둬두거라. 필요할 때까지 말이야."

"네. 감시는 이 녀석에게 맡겨도 되겠습니까?"

"마음대로 하거라."


하고로모기츠네는 웃었다. 슈조는 남성을 데리고 계단을 올라갔다.

한편 츠치구모의 경외에 모두 속절없이 쓰러져갔다. 백귀야행의 파괴, 그게 츠치구모의 경외였다. 

철저하게 대장만을 노리고 공격하면 어떻게 되느냐. 얼마나 강한 놈이 백귀야행에 속해있든 그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츠치구모는 리쿠오에게는 아직 만나서 안되는 요괴였다.


"질렸다. 돌아갈가. 어딘가에 더 먹기 걸맞는 놈은 없느냐."

"…헉, 이딴 곳에서… 질까, 보냐…."


낮의 리쿠오가 칼에 의지한 채 서 있었다.


"대체 뭐냐, 너. 왜 부서지지 않지?"

"도련님……."

"더는, 서지 마세요……."

"안 돼…. 나는, 난… 대장이니까……헉헉."

"너 제법이잖아."


츠치구모가 츠라라를 들어올렸다.


"좋은 시간 죽이기가 될 것 같아."

"네, 네놈, 무슨 짓이냐!"

"나는 소코쿠지란 곳에 있을 거다. 와라. 자랑하는 백귀야행을 데리고."

"야, 기다려…. 까불지 마…! 츠치구모!!!"


츠치구모는 츠라라를 가지고 간다. 

그가 떠난 후 젠은 바쁘게 움직이며 다친 요괴들을 치료했다. 


"젠님, 이쪽입니다!"

"이쪽! 어서 이쪽으로 와주세요!"

"재촉하지 마! 내 몸은 하나뿐이야. 중상인 녀석은 타카라부네로 옮겨. 알겠냐?"

"이상하네. 평소 같으면 더 힘이 낭로 건데."

"왠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어."


작은 요괴들이 떠들었다.


"리쿠오의 상태는 어때?"


젠의 물음에 케조로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침울해진 그들에게 다가오는 존재가 있었다. 규키였다.


"리쿠오. 그래놓고서 네녀석 누라구미의 대장이 될 셈이냐."

"!!"

"너희 대장, 내가 맡겠다."


규키가 리쿠오를 데리고 가 버린다(젠도 따라갔다).


"자자! 자, 봉인하러 가자."


13대 히데모토가 손뼉을 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상황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어! 츠치구모를 만난 것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가자. 어라? 기운이 없네."

"바보 취급하는 건가."

"이런 상태로 같이 싸울 수 있겠냐."

"왜 음양사랑……."

"리쿠오님이 안 계시는데 싸울 이유는 없다고, 우린."

"뭐꼬. 이것들 의욕이라곤 없네."


무기력한 요괴들을 보며 유라가 말했다.


"아니, 이게 요괴란 거지. 백귀야행은 주인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아. 그럭저럭이지만 걔는 이 백귀야행의 주인이었다는 거지."

"누라군……."

"하지만 시간이 없어. 자, 어떻게 할까."

"뭐 하는 거야, 다들! 자!"


케조로가 작은 요괴들의 엉덩이를 발로 뻥 찼다.


"누님!"

"케조로?"

"리쿠오님께서 돌아오셨을 때 슬퍼하게 하고 싶어!? 똑바로 백귀야행을 지켜야만 하잖아!"

"아, 알겠어."

"자, 가자, 모두! 리쿠오님의 백귀는 내가 지킨다는 마음을 보여주렴!"

"오, 저런 애도 있구만."


케조로의 말에 요괴들은 정신을 차려 몸을 일으켰다. 


"자, 토노세력도……."

"우리는 따로 간다."

"미안하지만 별개 행동이다."


토노세력(아와시마, 이타쿠, 키요, 아메조)는 따로 움직이기로 하고 떠났다.


"요우타, 설 수 있겠어?"

"…그럭저럭이요."

"정신 차려. 충격적인 것은 알겠는데."


츠키가 요우타를 부축했다.


"호시씨를, 만나야겠어요……."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무슨 소리에요?"


츠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요우타의 시선을 피했다.


"사형!!"

"호시는, 니조성에 있을 거야. 시간만 늦지 않는다면…… 만날 수도 있을지도 몰라."

"무슨, 뜻입니까?"

"……호시는 하고로모기츠네의 제물이야."

"?!"

"하고로모기츠네가 출산을 낳으려고 할 때 필요한 것은 일만 개 정도 되는 인간의 생간과 사노메 일가의 종손의 핏줄이니까. 알고있니? 사노메 일가의 역대대장들은 비탄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을…."

"…모릅니다."

"저주에 굴복한 사노메의 대장들은 자신의 누이 혹은 딸을 하고로모기츠네에게 제물로 받쳤거든. 그게 마음의 병을 낳았어. 그리고 자살로 이어졌지."

"그게 호시랑 무슨 관계가?"

"호시는 사노메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는 거야. 자신의 목숨까지 걸 정도니까."


그래서 호시는 자신을 죽일 존재를 만든 거다. 저주에 씌여 소중한 사람들을 공격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그것을 막을 존재로 자신과 요우타를 선택했다. 


"가자, 요우타. 지금은 봉인이 우선이니까."


츠키는 일그러진 요우타의 얼굴을 모른 척하며 하시라리궁으로 향했다. 

키요쥬지단은 케이카인 분가에서 지내며, 바깥에 나가지 못한 채 TV로 교토 상황을 보고 있었다. 


"이걸 보십시오. 저건 니조성일가요?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성,"


요기로 둘러싼 성이 화면에 잡혔다.


"온 거리에서 일어나는 괴기현상 그리고 행방불명자…. 대체 교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


연결이 끊어졌는지 화면이 변했다("너희는 뭐냐!" "괴물" 둥 비명 소리가 마지막으로 들렸다). 리오가 텔레비전을 껐다.


"어이어이, 어떻게 된 거야, 교토?"

"지금 방송국, 니조성 근처 아니엇어?"

"여기도 가깝더만……."

"싫어! 있을 수 없어!"

"왜 이런데 왔어!"


마키와 토리이가 부산을 떨었다.


"진정하게, 너희들. 이렇게까지 요괴가 있다는 확증이 있던 여행이 있었나? 요괴 수색은 위험한 것이야. 이건 우리 키요쥬지단을 향한 시련이 아닌가."

"웃기지마, 키요츠구! 그렇게 좋으면 너만 가라고!"

"그러고싶은 건 굴뚝 같지만…."


방문 앞에서 음양사 한 명이 지키고 있었다.


"나가면 안 돼요!"

"하다못해! 하다못해! 니조성 사진만이라도 부탁해요!"

"너 작작 좀 해라!"

"그럴 때가 아니잖아!"

"우릴 집으로 돌려보내줘!"

"하다못해 얌전히 있어!"

"이런데 있을 수 있겠어?!"

"진정해!"


리오는 토리이와 마키를 진정시키려고 할 때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뭐지?!"


케이카인 본가에 쳐들어온 요괴들. 그들은 하늘을 가르며 들어왔다.


"제길, 결국 여기까지!"

"하고로모기츠네님은 생간을 소망하신다. 특히 너희와 같은 능력자의 생간을. 신에게 그 몸을 바칠 수 있는 너희가 얼마나 부러운지…. 바칠 수 없는 내 자신이 저주스럽다. 할 수 있다면 대신하고 싶다. 이윽고 죽으러 가는 자를 향해 신이여, 자애의 빛이 있으리."

"오, 쿄요괴. 용케 들어왔군. 여기 온 걸 보면 나름대로 각오를 한 모양이군."

"27대!"

"대열을 짜라! 성역에 들어온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뻔뻔하게 들어오다니!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


쇼케라의 한 방에 케이카인 음양술이 깨졌다.


'이렇게나 약해져 있었던가, 케이카인 가문은!'


메이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27대!!"


본가에서 치료를 받고 쉬고 있던 아키후사가 요기를 느껴 밖으로 나왔다. 그는 나오자마자 27대를 붙잡고 있는 쇼케라1에게 덤볐다.

건물이 계속 흔들거리다가 정전이 되었다.


"저, 정전?"

"으아악!"

"여기 건물 자체가 위험하지 않나?"

"야, 너희들!"


소파에 누워있던 아오타보가 몸을 일으켰다.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잖아. 참 나."


바깥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변 보고 오지."

"나도."

"에?"

"자, 잠깐! 밖은 지금 위험해! 무슨 일이 있으면…."

"괜찮아."

"갈(喝)!"


아오타보는 키요쥬지단을 잠재웠다.

리오는 호신도를 챙기고 아오타보와 복도를 걸어갔다.


"요괴가 음양사를 도울 줄이야. 살다가 별일도 다 보겠군."


쇼케라의 십자창이 아키후사에게 향하는 것을 아오타보가 막았다.


"이봐, 뭐하는 거냐. 너네들 여기 들어오면 안 되잖아."

"뭐냐, 네놈."

"사람과 요괴에게는 경계라는 게 있지. 무턱대고 함부러 목숨을 빼앗는 거 난 그닥 좋아하지 않아."

"네놈도 요괴인 것 같더만, 무슨 소릴 하냐?"

"너, 나서는 게 아니다!"


아오타보의 주먹에 그에게 덤벼든 요괴의 머리가 찌푸라진다.


"다만 네놈들 같은 건 별개다. 형씨, 미안하지만 나가줘야겠어! 이 녀석들 도울 의리는 없지만 지켜야만 하는 게 있어서 말이지."


아오타보가 요괴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런 말씀이지."


리오가 검을 뽑으며 자세를 잡았다. 


"일어서."


그는 메이에게 말했다.


"…고마워."

"그런 말을 할 시간에 요괴 한 마리 더 쓰러트려줄래?"

"무리야… 나는."

"어이!!"


리오가 요괴에게 당하려던 메이를 감쌌다.


"!!"

"더럽게, 아파!"

"쇼케라님! 건물 안에 이 녀석들…!"

"안 돼!"


요괴들에게 잡혀 나온 카나들에게 리오가 몸을 일으키다가 주저앉았다. 


"큭!"

"아니군. 이 녀석들이 아니다."


쇼케라는 27대에게 창을 겨누웠다.


"묻도록 하지, 27대. 파군을 썼던 소녀는 어디에 있지?"

"유라라면 싸우러 나갔다."

"그럴 리는 없겠지."

"마음대로 조사하고 다녀라.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유라는 발걸음을 옮긴다. 날 죽이려면 죽여라. 우리의 미래는 자아졌다. 반드시 그 아이가 대신…."


쇼케라가 27대를 베어버린다.


"그렇군. 말하지 않겠다면 필요없다."

"27대!"


아키후사와 메이가 외쳤다.


"그럼."

"이봐! 애들은, 상관없잖아… 놔줘라."

"설마 지켜야 할 것이 이녀석들을 말한 거냐. 상관없지는 않지. 모든 인간은 신에게 바칠 공물이다. 신이여, 이 아이들의 죄를 받아 들였나요? 오오! 하늘이여, 주여!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이 아이들을 죽이겠습니다. 하고로모기츠네님에게 생간을 전하지요."


메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켜야 돼…."

"? 요괴가, 지킨다구?"


리오가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리자 메이가 놀랐다.


"요괴는, 지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요괴는 지킬 것이 없다고 생각해?"

"……."

"힘이 있든 없든 소중한 것을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구!!"


리오가 섰다.


"그 녀석들에게 손 떼!"


아오타보는 힘을 개방해서 쇼케라의 머리를 땅에 처박아버린다.


"거기 음양사, 설 수 있냐?"

"너는…?"

"아오타보다. 촌티나는 풋내기다. 여긴 무너뜨려선 안 돼."


메이가 일어섰다.


"요괴에게 충고를 들을 줄은― 몰랐어!"


그녀의 부적에서 전격이 터져나왔다.


"오, 멋진데!"

"고민했던 내가 바보 같아…."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 지킨다는 마음을…. 마미루가 그렇게 된 것은 유라를 지키기 위해서였는데. 그것을 왜 잊어버린 걸까.'


메이는 자신의 음양술로 요괴를 전격으로 불태웠다.


"당신, 강하네."

"너도 그러는데, 요괴."

"아, 말하는 게 늦었네. 난 사람이야."

"뭐어어!!"


리오는 씨익 웃고 요괴를 베어나갔다. 메이는 그 말에 놀랐지만 지금은 케이카인 본가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한 현실에 정신을 빠르게 돌렸다.

날이 밝자 케이카인 본가 잔해를 바라보는 메이였다.


"아침이 됐군."

"그렇군."

"벌레 요괴들은 너의 장권 하나에 물러간 거나 마찬가지야. 미안하다, 감사를 표하마."


아키후사의 무릎에는 간신히 숨만 붙은 27대가 누워있었다.


"이카후사 오빠! 메이!!"


유라가 달려왔다.


"이, 이건… 이 무슨 일이고!"


유라의 말에 두 사람은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할아버지!"

"오오… 유라…. 좀더, 좀 더 가까이…."

"할아버지, 정신 차려!"

"유라… 우보는, 완성했냐?"

"그런 건 몇 년 전부터 식은 죽 먹기다."

"유라…."

"왜, 할아버지?"

"유라는… 결정이다. 네 속에는, 케이카인 가문의 미래가 가득 찼어…. 늙은 내 눈에는 눈부신, 우리의 결정이다…."

"할아버지! 무슨 얘기야?!"

"유라는 씩씩해…. 유라를 보고 있으면… 항상 긍정적이고, 희망이 넘쳐나…. 유라, 좀더 강해져라. 좀더… 좀더 강해져서 우리 대신에… 사람들을 지켜라…."


27대가 눈을 감자 유라는 그를 부르며 울음을 터트렸다.

요우타가 도착했을 때에 유라는 지쳐 잠든 상태였다.


"아키후사씨, 유라는?"

"잠들었어."

"피곤했던거겠지. 무리도 아냐. 일주일동안 일어나 있었으니까."

"이 400년으로 케이카인 가문은 꽤 약체화된 것 같아."

"하고로모기츠네가 부활할 때까지의 사이에는 실질적으로 싸움도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인간은, 조직이라는 것은 위기에 직면해 처음으로 현실을 알아차려. 어리석군."

"알아차려서 다행인 것 아니야? 댁 같은 사람이 있으면 조직도 괜찮겠지. 알 봐는 아니지만. 거, 그 꼬마 아가씨도 검은 옷 2인조도 그 금안 여고생도 있고 하니까."

"류지랑 마미루 그리고 츠키 말인가. 미안하군. 요괴인데 마음쓰게 만들어서."

"흥."

"13대?"


13대 히데모토의 몸이 서서히 희미해졌다.


"음, 어떡한다…. 뭐 너에게 잠깐 맡기겠어, 아키후사군. 너희 누라구미도 쉬어. 츠치구모한테 당해서 엉망이겠지? 무리해서 공격해도 아까와의 결과가 된다고. 유라짱,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또 힘내도록 해."


그가 사라졌다.


"사라졌다."

"정말로 영이였군."


메이는 요우타에게 다가갔다.


"츠키는?"

"헤어졌어요. 해야할 것이 있다면서."

"이제 음양술을 쓸 수 있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거 다행이네요."


전력이 늘어난 것에 요우타는 기뻐하다가 다시 얼굴이 어두워졌다.


"요우타? 얼굴이 이상해. 무슨 일 있었어?"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메이의 걱정에 요우타는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아까 전의 말이 자꾸만 떠올라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거짓말이야…!'


그 사람이 죽는다니….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잔뜩 있는데. 그녀의 입으로 진실을 듣고 싶은데. 


"엉망이군."


츠키가 케이카인 본가로 돌아왔다. 그녀는 아키후사, 류지, 메이를 발견했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심각한 상태네."

"응. 27대뿐아니라 뛰어난 주술사도 수없이…."

"지금 당장 우리끼리 어떻게든 하는 건 무리이려나. 유리 녀석도 저렇고 말이지."

"그렇군….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는 것이지, 류지?"

"훗."

"어딜 돌아다닌 거야?

"이곳저곳으로 수호부적을 붙이고 다녔어."

"왜?"

"혹시나하고 말이야."


츠키는 말하고 요우타의 행방을 물었다. 

메이가 안쪽 방에 있다고 손짓하자 츠키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방 내부에서 떠들석한 목소리가 작게 열린 틈으로 흘러나왔다.


"요괴가 코앞까지 왔는데! 왜 또 잠들고 말았냐! 남이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말이다!"

"야, 키요츠구!"

"너 그거 밖에 없어?!"

"세 사람, 다 조용히! 자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거냐!"


리오가 외쳤다. 

츠키는 틈으로 자고 있는 유라와 요우타를 보고 문을 닫았다. 

  1. 경신일에 사람이 자고 있는 사이 하늘로 올라 사람의 죄를 고한다는 곤충요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