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요(1부) 02
임무 조사를 하러 암부대기소로 향했다.
"오, 무슨 일이냐."
동물을 형상화한 가면을 쓴 사람들은 료를 발견하고 인사를 건내왔다.
료는 단조의 소개로 암부로 되었지만 닌자는 아니라고 스스로 말했다. 본인이 찾는 것을 위해서 암부로 들어온 특이케이스로, 소중한 사람을 찾으면 암부는 빠져나간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암부는 물론, 상닌들과도 어울렸다(호카게도 그의 존재를 알고 묵인하고 있기도 했다).
"내가 온 이유는 언제나 그렇지."
"또냐."
료는 소문(정보)을 수집하러 대기소에 가끔씩 놀러왔다. 지금처럼 말이다.
"이번엔 뭐냐."
"새의 나라에 대한 아무거나. 그리고 뿌리의 메이코도."
"메이코님?!"
여암부가 끼어들었다.
"메이코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새의 나라에 잠입한 암부와의 연락이 끊어졌다고 해. 단조가 구조해달라는 암부가 메이코였어."
"그거 임무 아니냐? 그걸 주절주절 말해도 되는 거야?"
"메이코님이?!! 그 강하신 분이?!"
"알아?"
"호카게 쪽으로 인사 이동하기 전까지 그 분의 부하였으니까."
료가 호랑이 가면을 쓴 여암부를 보았다. 그리고 보니 요즘 뿌리 쪽 암부들 몇 명이 호카게 쪽 암부로 인사이동해서 반이 재편성되고 있다고….
"그 분은 후계자야. 뿌리의 후계자."
"넌 메이코를 지지하나 보지? '님'자를 붙인 것을 보면 말이지."
"그 분을 보게 되면 매료 안 될 수가 없어. 아름답고 의롭고 강하신 분이지."
"그런 사람이 왜 단조 밑에 있어?"
그런 성격이라면 단조의 밑에서 있는게 힘들 것 같은데.
"그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대. 오직 그곳에서만 있어야지 지킬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 해."
"왜?"
"말씀하지 않으셨어. 분명 맞지 않는데……."
"메이코가 여기로 널 보낸 거야? 메이코에게 그런 권한이 있어?"
"메이코님 뒤에는 츠쿠요 히메가 지지하고 있어."
단조가 왜 구조해오라고 한지 이유를 알겠군. 츠쿠요 히메라면, 단조도 무시하지 못하는 귀족이기도 하지.
"그럼 메이코는 상층부 중 한 명이야?"
"그런 권한을 갖고 있다는 건 알아."
"흠…. 점점 애매모호하네."
그녀가 정말 메이코라면 권력 따위 필요 없을 텐데…….
새의 나라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못 얻었지만 메이코에 대한 것은 얻었다. 그녀는 뿌리와 호카게 암부를 하나로 통합하길 원하고 있었다.
"아무튼 좋은 정보 고마워. 이건 답례야."
료는 호랑이 가면의 여암부의 손 위에 술식이 적힌 종이를 올렸다.
"소환술?"
"호신부(護身符)야. 목숨이 위급할 때 찢도록 해. 내가 소환되어서 도와줄테니까."
"오, 레어템이잖아. 료가 있으면 백만대군을 얻는 것과 같으니까."
"일회용이니까-"
료가 있는 자리에서 펑하고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료?!"
"아, 누군가가 사용했나 보네."
암부 대기소에서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숲인데, 피냄새가 짙게 나고 있었다.
"준 사람은 별로 없는데…. 이번의 사용자는 누굴까나."
료는 자신의 목을 옆으로 기우뚱거리자, 날아오는 수리검들 중 한 개를 잡고 점프해 피했다.
"개인적으로 그 녀석은 도와주고 싶지 않는데. 한계를 알면서도 무모하게 전쟁터를 떠돌아다니는 자살희망자인 은발."
료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숲에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숲이 조용해지자 료는 피가 묻은 수리검을 땅바닥에 버리고 구조를 바라는 사람 쪽으로 걸어갔다.
"싫다, 진짜……."
"그렇게……, 대놓고, 싫다는 건, 상처, 받거든."
복부에 피가 흐른 채 나무에 몸을 기대고 있는 은발 암부를 발견하자마자 료는 한숨을 터트렸다.
"난 분명 너에게 한 번만 주었을 텐데, 너의 얼굴 3번 본 것 같다? 이거 내 착각은 아니겠지?"
료의 말에 은발의 암부는 어색한 웃음소리를 냈다.
"쯧. 나에게 이딴 수고 끼치게 하지 말라고 말한 것 같은데. 저저번이 마지막이라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저번에도 구조해주었-!!"
료의 주먹이 남자의 머리에 내려 떨어졌다.
"야."
료는 그의 은발을 움켜지고 부릅 뜬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난 너 같이 목숨을 함부로 하는 놈이 정말 싫어. 구역질 나거든."
죽으려고 아둥바둥 짓거리를 하는 그가 정말로 싫다. 전에도 그를 걱정하는 주위 사람이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구하러 갈 일이 없었다. 어떤 쓰레기도 자신을 걱정하는 새끼는 한 명은 반드시 있다.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하는 법이니까. 그가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내내 옆에서 걱정하는 사람들 생각은 안 하는 걸까.
"마을로 가도 되지?"
상처를 보니까 어서 귀환하는 것이 좋겠지. 일단 임무 중인지 종료했는지 물었다. 남자는 대답하기도 힘든지 고개를 끄덕였다. 료가 인을 맺자 그의 발밑의 그림자가 나와 두 사람을 돔 형태로 감쌌다.
호카게실에 나타난 검은 돔에 호카게를 그늘에서 보호하는 암부들은 경계 태세를 펼쳤다. 곧 돔이 펼쳐지고 은발의 남성과 료가 모습을 드러냈다.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 역시 데리고 와줬네."
남자가 거친 호흡을 하면서 말을 내뱉자, 료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료의 손목을 잡은 사람 때문에 은발의 남자의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았다.
"마사키!"
단발머리 금발에, 왼쪽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는 푸른 청안을 지닌 여닌자(쿠노이치)를 료는 반가워했다.
나미카제 마사키. 4대 호카게-나미카제 미나토-의 의붓동생으로, 우치하 피가 흘러 사륜안을 발동할 수는 있지만, 제3차 닌자대전 때 휴우가 일족 동술인 백안이 이식된 이후로는 사륜안을 발동된 것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백안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백염(白炎)의 화둔술사로 유명해, 백화요란(百花(白火)燎亂)이란 별칭이 있다.
"환자에게 폭력은 안 돼."
"알았어."
은발의 후배 암부가 그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고, 료는 마사키와 함께 호카게실을 나왔다.
"호카게실에 왜 있었어?"
"시에미의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우즈마키 시에미는 9미 인주력인 우즈마키 나루토의 쌍둥이 누나인데, 마을에서 행방불명되었다. 찾고 있는 사람은 친척인 두 사람과 친구인 우치하 이타쿠뿐,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살아있든 말든 상관 없어 한다. 아니 오히려 죽어 있길 바라는 존재들이 더 많다. 마을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우즈마키 남매니까.
나루토는 죄가 없는데, 단지 구미의 그릇이란 이유로 나뭇잎을 습격한 그 참극의 밤으로부터 계속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인 악의에 노출되어 있다. 더러운 것이라도 보는 것 같은 시선이 향해지고 갈 곳 없는 분노를 나루토에게 던지고, 화풀이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무 죄도 없는 아이를 박해해 고독에 몰어넣을 정도의 악의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조카는 잘 자라고 있어?"
료는 침울해진 마사키의 얼굴에 물었다.
"나루토? 그 애는 아카네가 돌보고 있어. 일단 결혼한 몸이니 자주 나루토는 보러 가지 못하지만 말이야."
우즈마키 아카네. 4대 호카게의 아내-우즈마키 쿠시나의 나이 차 큰 여동생으로 우즈마키 일족답게 붉은 머리칼을 지니고 있다.
우즈마키 일족은 소용돌이 나라의 소용돌이 마을이란 곳의 봉인술사 일족인데, 나라와 마을이 사라지면서 일족은 뿔뿔히 흩어졌다. 쿠시나가 죽은 지금 나뭇잎 마을에 우즈마키는 아카네 혼자만 남아있다.
"결혼이라…. 설마 너가 결혼이라니."
마사키는 우치하 일족의 한 남자와 원치 않는 결혼을 했다(그녀의 동기 중 결혼한 사람은 마사키 혼자뿐이다).
"원한 건 아니야."
"알아."
결연제도. 방년의 남자와 여자를 붙여 결혼시키는 제도로 마을의 닌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제도가 적용되는 것은 명문가의 닌자다. 우수한 닌자의 피를 차세대로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뭐 실제로 그 제도를 내세워 결혼을 시키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녀가 사륜안을 발동할 수 있다는 것에 사륜안에 긍지를 갖고 있는 우치하 일족들이 다른 일족의 피가 섞이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마사키에게 결연제도를 강요하면서 결혼을 시킨 거다.
"충분히 거절할 수 있었잖아. 그런데 넌 그러지 않았지."
"……대체 료는 몇 살이야?"
"말했잖아. 외모는 어린애도 속은 천 살 넘었다고."
"사람이 그렇게 오래 살리가 없어."
"진짠데."
사실을 말했지만 마사키는 전혀 믿는 얼굴이 아니었다.
"마사키."
"응?"
"은발이 걱정되는 건 알겠지만, 너에게만 특별히 주는 나를 소환하는 호신부를 자꾸만 그에게 주지 마. 난 그 녀석이 싫어."
"미안."
역시 우울해진 그녀의 표정은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메이코의 현 그릇인 시에미와 비슷한 금발을 지닌 외모라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