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요(1부) 07
밤의 거리를 걷는 검은 베일을 쓴 존재가 경무부대를 보자 발걸음을 멈췄다. 경무부대 소속 두 닌자는 취객 싸움을 말리고 있었다.
"경무부 따위 부르지 말라고!"
"구미 때처럼 찌그러져 있으-!"
"입 조심하세요."
나긋나긋하지만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취객의 입을 봉쇄한다.
"그런 말을 하면 못 씁니다."
메이코가 훈계하듯 말했다.
"경무부대가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민간인들을 지켰기에 당신도, 당신들의 소중한 사람들도 지금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까. 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 증거죠. 치안을 담당하는 경무부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증거. 사람으로써 그걸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죠."
구경꾼들은 어린 아이의 말에 조용해진다.
"너는……."
"업무를 방해해서 미안합니다."
메이코는 미련 없이 후가쿠에게 목례를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깊고 깊은 마을과 우치하 골을 어떻게 메워야 하지? 장로를 압박하려면 증거가 필요한데…….'
권력을 빼앗긴 단조가 자신의 행동을 경계하고 있을 터(애당초 인주력을 무기화 계획을 추진하려는 그 놈이 나쁜 거잖아!! 사람은 무기가 될 수 없는데). 그래도 단조라면 분명 증거를 가지고 있을 거다. 음흉한 너구리니까.
"잠깐!!"
"?"
후가쿠가 달려오자 메이코는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
"너는…."
메이코가 엄지와 검지를 딱 부딪쳐 손가락을 튕겼다.
"위험했네. 설마 알고 있을 줄이야. 감시받는 사람으로써 내 정체를 말하는 건 조금 곤란하거든. 그래서 결계 좀 쳤어."
"결계?"
"그래. 타인의 눈에는 당신이 내가 흘린 물건을 주워준 것으로 보일 거야. 내가 누군지 알아본 거지?"
"메이코."
"어떻게 안 거지?"
"그야 베일을 쓰고 있는 존재라면 눈에 띈다."
"그런가. 그치만 벗을 수는 없어."
"것보다 감시 받고 있다니? 누가…."
"그건 당신이 알 것 없고. 본론부터 얘기하지. 난 우치하 일족과 마을 간 갈등을 없애주고 싶어. 마을은 우치하가 바뀌면 바뀐다고 말하고, 우치하는 마을이 바뀌어야 바뀐다고 했지?"
"……."
"나도 우치하 생각에 동감이야. 우치하 격리 정책은 마을이 먼저 시작한 일, 그럼 시작한 쪽이 바뀌어야지."
강자가 약자를 배려야 해야 하는 거다.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줘."
쓸데 없이 경무부대를 움직여 무기 같은 것을 대량 구입하지 말고. 민간인(약자)들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말이야.
"바뀌는 것이 가능하도 믿는 건가? 이미 갈등은 깊다."
"……깊은 만큼 오래 걸리겠지. 해보지 않고 벌써부터 포기하는 거야? 우치하 후가쿠는 벌써 미래를 포기한 늙은이가 되어버린 건가."
"너가 우치하 일족에 관심이 많은 줄 몰랐군. 수뇌부에서도 참석만 할 뿐,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맞아. 우린 지켜보는 자니까. 일족 문제에 관심 없어. 사람으로써 은혜를 받았으니 갚아야지."
"무슨 소리지?"
"알 것 없어, 후가쿠."
"……."
"난 뿌리를 계승했어도 단조가 아니야."
비정하다고 소문이 나있지만(실제로도 그렇지만), 그렇게 외도는 아니라고.
"아, 후가쿠. 이 말을 하려고 했었는데."
"무슨 말이지?"
"인주력을 맡을 생각 없어?"
메이코가 말하자 후가쿠가 그녀를 놀란 눈으로 보았다.
"맡다니?"
"그럼 3대에게 계속 맡겨? 우즈마키 시에미가 실종되었을 때 3대가 뭘 했지?! 찾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3대에게 보호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우즈마키 시에미의 실종은 3대의 책임이다. 게다가 우즈마키 시에미는 자신이 누구의 자식인지 이미 알아."
"!!"
"4대 호카게와 2대 인주력의 딸인 그녀가 자신의 핏줄의 권리를 되찾으려고 움직이는 순간, 마을은 혼란에 빠지겠지. 그래서 시에미는 그 혼란을 주고 싶지 않으니 침묵한 쪽을 선택했다. 그러니 난 그녀의 선택에 존중해서 '마을에는' 혼란을 주지 않을 거다."
메이코가 씨익 웃었다.
"상층부는 크게 뒤흔들 생각이지만."
아름다운 그 미소는 굉장히 오싹한 감각을 주었다.
"그러니 선택해. 나와 손을 잡아 나뭇잎 마을의 우치하 일족이 될 것인지, 아니면 쿠데타를 일으켜서 우치하 일족을 멸망의 길로 이끌지… 선택해."
"……."
"쿠데타에 성공해도, 실패해도 우치하 일족은 멸족한다."
"무슨…?"
"쿠데타에 성공하면 과연 우치하 일족은 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상층부를 죽인 우치하 일족을 현재 남아 있는 닌자들이 따를까. 그건 결국 또 다른 반란 분자를 만들 뿐이다."
메이코는 후가쿠를 응시했다.
"그럼 결정되면 우치하 이타쿠에게 말하도록."
"? 왜 우치하 이타쿠에게?"
"그는 우즈마키 남매를 차별없이 대해준 나뭇잎 마을의 유일한 사람이자 일족에 억압받지 않는 인물이니까. 자 앞으로 5초 후에 결계를 풀 거다."
5, 4, 3, 2, 1…. 메이코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딱 맞부딪쳤다.
"그럼 또 봐요, 우치하 경무부대 대장님."
메이코는 후가쿠에게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 다시 걸어갔다.
인적이 하나도 없는 어두운 골목으로 돌아온 메이코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까마귀가 날아와 메이코가 내민 팔에 앉았다.
"우치하 이타쿠에게 우즈마키 남매와의 접촉을 금지한다고 전해."
"들을까."
"우치하가 인주력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우치하 일족을 더욱 압박하는 결과만 나올 뿐이야. 조금만 참으라고 해."
카이도는 "알았다."라고 말하고 다시 날아올랐다.
"…쥐새끼가 있었네."
멀어지는 기척에 메이코는 픽 웃었다. 뭐 알고도 보여준 거지만. 메이코가 우치하를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알면 단조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나.
"단조, 너가 나에게 손을 내민 것이 아니야. 내가 너에게 손을 내밀도록 한 거지."
지켜보는 자로써, 나뭇잎 마을에 더 이상 흐린 물은 용납할 수 없다. 위에서 더러운 물이 흐르면 아래가 시궁창물이 되어버린다. 이제 그걸 막아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더 이상 나뭇잎 마을이 쓰레기로 변하는 건 마을을 세운 창립자들의 친구로써도 막아야했다.
메이코는 소매에서 낡은 증서를 종이 봉투에 넣어 밀봉했다.
"이건 최후의, 최후에 사용해야 할 문서니까."
그리고 단조가 본인의 목을 조르게 할 증서이기도 했다.
"이제부터 할 일은 많겠군."
우치하 일족의 명예부터 회복시켜주고, 마사키의 결연제도를 파기시켜야겠고. 마사키가 일족 내에 있으면 움직이기 힘드니까.
"일단 증거다."
증거를 모아야지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
메이코는 어두운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 순간 바람이 불면서 그녀의 베일이 흔들거렸고, 보라색 파문(波紋)무늬 눈동자가 보였다가 베일에 가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