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요(1부) 17
휴우가 코토네 밑에서 약을 배우는 시에미-대외적으로도 그녀가 시무라 칸나에게 의료술을 배운다는 걸 모르는 닌자는 없었다-는 카오리, 모미지, 후유미와 함께 마을을 걷는 날이 많아졌다.
카오리가 자신들을 괴롭히는 주모자을 날려보낸 다음부터("내 친구들을 괴롭히지 마!!") 모미지와 후유미는 그녀와 더 친하게 지냈다.
"시에미는 멍청이야!!!!!"
여름이면 축제시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나뭇잎 마을도 예외가 아니란 것도 알고 있었다. 그치만 그 축제에 참석할 수 없었던 우즈마키 남매였기에 카오리의 권유를 항상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거절했더니 그 동안 서러움이 폭발했는지 카오리는 버럭 외치고 달려나갔다.
"어린애냐."
아니, 것보다 여기는 서점이라고! 그렇게 소리 지르고 떠나면 어쩌자는 거야?!
"시에미?"
"마사키."
서점에 있었는지 마사키가 다가왔다.
"왜 그래? 친구가 그렇게 떠났는데 괜찮아?"
"괜찮아."
달래줄 녀석들이 있으니까. 내일은 모미지와 후유미를 위해 그녀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도시락에 담자.
"마사키. 그 책장의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책 좀 꺼내줘. 상급 약 제조법이야."
"의료술을 배운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벌써 상급을 읽는 거야?"
"뭐 그렇지."
"시에미는 천재구나~!"
"딱히.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지. 근데 받침대 가져올까?"
"괜찮아!"
마사키는 닿을락말락하는 책에 오기가 생겼는지 받침대를 거절했다. 그냥 가져오라고 시키면 될 것을.
"이거야?"
낑낑거리는 마사키 등 뒤에서 기척없이 나타난 카카시가 쓱 책을 빼냈다. 마사키와 다르게 너무나도 간단히 말이다.
"자. 필요한 것 아니야?"
카카시가 내미는 책을 보던 마사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고, 고마워."
책을 받아든 마시키는 계산대로 향했다. "꺼내주지 못했으니까 고모가 사줄게."라고 말한 그녀는 재빨리 카카시에게 멀어졌다.
"멍청하게 있다가 다시 놓치는 수가 있어요, 하타케 상닌."
"어…?"
"원하는 건 쟁취하는 법이에요, 특히 마음은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말이죠."
시에미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기고 마사키의 옆으로 쪼르르 가버렸다.
계산을 끝내자 서점 밖으로 나왔다.
"저렇게 놔두고 와도 돼?"
"알아서 하겠지. 냅둬도 돼."
전혀 냅두라는 얼굴이 아닌데. 다 큰 어른이 자신의 연애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마사키!"
흑발의 요염하게 생긴 미녀가 마사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쿠레나이."
"시에미와 함께 있네. 멀리서 보면 딸인줄 알겠어."
"그럼 앞으로 시에미는 내 딸 할까?"
"자리 피해줄까, 마사키?"
"농담도 안 받아주는구나, 내 조카는. 괜찮아. 어차피 축제에 갈 것인지 아닌지 물어보려 온 걸테니까. 그치?"
쿠레나이는 싱긋 웃었다. 요염한 미녀가 웃으니 예쁘네.
"맞아. 이번에도 불참?"
"연인들의 이벤트는 나에게 너무 눈부시는걸."
"너도 충분히 젊거든!"
"이혼한 아줌마인데?!"
"무슨 소리야? 네가 이혼했다는 소식에 다른 사람들이 널 노리는 것 몰라? 방패가 있지 않았으면 벌써 고백은 수십번 받았을 거야. 마사키는 인기가 많거든~!"
"엑?!
마사키는 놀라워했다. 왜 놀라는 건데?!! 당신, 아직도 젊은 나이거든! 상닌이면서 연애감정에는 둔한건가. 아니면 감당할 수 없어 모른 척하는 건가.
"마사키."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밑으로 꾹꾹 내렸다. 그러자 마사키가 시에미를 내려다보았다.
"왜 그래, 시에미?"
"마사키는 축제 안 가? 아카네는 간다고 하던데. 가서 무슨 사냥을 하겠다고 하던데."
"사냥…. 나는 별로. 같이 가겠다고 하는 사람도 없고, 상닌이 되면 임무가 들어올지 모르니까. 대기하고 있어야지."
"그럼 임무가 없으면 부탁을 들어줄래?"
"시에미가 나에게?! 뭐든 들어줄게!"
뭐든 들어주겠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닌데. 무슨 부탁을 할 줄 알고 그렇게 쉽게 말하는 것인지. 아무리 신뢰한다고 해도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 나 대신 축제에 참가해주지 않을래?"
"에? 그, 그건…."
"뭐든지 들어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상닌이 되서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는 거야?"
"상닌이 되서 한 입 가지고 두 말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임무가 아니거든!"
"아, 응."
"반드시 들어줘. 휴우가 카오리가 나에게 축제에 같이 가자고 며칠동안 권유하고 졸랐는데, 난 항상 거절하니까 카오리가 삐졌거든. 아까 전 서점에서 카오리가 튀쳐나간 것이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마사키가 내 대신 참석해줘."
"그런 건 시에미가 해야지…. 아."
마사키는 실언을 깨달았다.
"…이제 혼자 돌아갈 수 있어. 부탁할게, 마사키."
상처입은 얼굴을 애써 감추면서 시에미는 몸을 휙 돌리고 달렸다.
"상처입혔다…."
우즈마키 남매는 축제 같은 수많은 인파가 모이는 장소에 암묵적으로 가지 않았다. 배척받은 두 사람이 그곳에 나타나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몰랐기에 암묵적으로 두 사람은 그런 장소는 가지 않고 자신들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어쩔려고?"
"시에미의 부탁이니까 들어줘야지. 들어주겠다고 말했으니까."
"그럼 가는 거야?"
"그래야겠지."
"알았어. 그럼 동기들에게 간다고 말해둘게! 오랜만에 얘기 좀 하자고!"
"응."
쿠레나이가 가자 마사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저택으로 가서 시에미에게 사과를 해야겠다.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하는 것이 먼저에요!'
얼마 전에 아카데미에서 나루토가 도둑으로 몰린 사건이 떠올랐다. 이타쿠에게 연락받은 시에미가 바로 아카데미로 달려와서는 범인을 찾아냇다. 그리고 나루토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범인으로 단정짓은 아카데미 교사에게 버럭 외치며 꾸짖었다.
'나루토가 공부는 못해도 바보는 아니에요! 어떤 멍청이가 자신의 사물함에 도둑질한 물건을 숨겨요?! 그럼 자신이 도둑으로 몰아갈 것을 뻔히 아는데!!'
범인을 찾아낸 시에미는 나루토에게 사과하라고 시켰다. 하지만 교사가 우물쭈물거리며 변명을 하자 시에미가 폭발했다.
'변명이 아니라 사과를 하라고! 나이가 어린 상대에게도 실언을 했거나 실수를 했거나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먼저 하라고! 교사가 그딴 것도 몰라?!!!! 그리고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단정 짓으면 어떻게 해?! 그러고도 닌자 아카데미 교사야?!'
시에미는 모친-우즈마키 쿠시나보다 부친-나미카제 미나토를 더 많이 닮아서, 아니 아예 미나토 여체화 모습이라서, 쿠시나의 요소는 없을 줄 알았는데. 기껏해야 생머리정도 닮았을까. 근데 자신보다 큰 어른에게 꾸짖는 그 모습은 완전히 쿠시나였다. 정의감이 넘치고 불의를 참지 못했던 언니를 쏙 닮았다고 아카네가 말했다.
'진짜 꼭 나루토의 엄마 같았다니깐. 시에미는 이미 어른이구나라고 생각했어. 시에미는 여기 있으니까 이제부터 아껴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보니까 우린 이미 시에미를 돌봐야 할 자격을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걸 깨달았어. 마사키, 정말 사람 연은 한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구나.'
그러게, 아카네. 정말 사람의 연은 한 번 잃으면 그때로 되돌아갈 수 없어.
"후회가 돼……."
마사키는 먼 허공을 응시한 후,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식에 호출에 응했다.
집으로 돌아온 시에미를 이타쿠가 반겨줬다.
"어서와, 시에미!"
"다녀왔어."
"응? 시에미!"
시에미를 부른 이타쿠가 팔을 좌우로 쭈욱 펼쳤다.
"이타쿠?"
"기분 안 좋아 보이는데, 내 품에 안겨서 기분 풀어. 달링! 어서, 허니~!"
"됐고 베이커리에 들린 조각 케이크나 꺼내. 먹고 싶네."
"시에미는 너무 눈치가 빨라. 조각 케이크 사온 것을 어떻게 알고…."
그가 포옹을 기다리는 것을 알았지만 해주지 않았다. 추욱 늘어진 이타쿠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어떻게 알긴? 그 천남매 베이커리 단골손님이 된 이타쿠를 모를까봐. 치히로(千尋), 치구사(千草) 남매라서 천남매 베이커리라고 짓었다고 했다.
"이번엔 뭘로 사왔어?"
"뭘로 사왔을 것 같아? 여러 개를 사왔는데. 무슨 케이크가 좋아?"
"이타쿠의 안목을 믿으니까, 상관없어."
"레몬치즈로 할래? 시에미랑 쏙 닮았거든."
"어떤 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다는 점에서!"
"그래도 케이크보다 내가 1위지?"
"당연하지. 시에미가 언제나 1순위야. 절대로 변하지 않아."
"기쁘네."
"아내님을 기쁘게 만든 남편님을 위한 상은 없나요?"
거실에 있는 탁상 위에 여러 색의 케이크를 내려놓고, 이타쿠가 내 앞에 섰다. 기대로 가득 찬 새까만 눈동자는 은하수를 품고 있는 우주 같았다. 사람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검은색, 그의 매력요소 중 하나였다. 시에미는 이타쿠의 입술에 중요한 서류에 지장을 찍듯이 입술을 꾸욱 찍고 떨어졌다.
"이정도면 돼?"
"부족하지만, 손님들이 있으니까 넘어갈게."
"손님?"
"무무무, 뭐, 뭐하는 것이냐니깐!!!!"
나루토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아까 전 상황을 봤다는 걸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새빨개진 얼굴을 지닌 아이들이 정원에 서있었다.
"애정표현."
이타쿠는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뻔뻔한 얼굴로 말했다. 이타쿠의 옆에 있는 시에미도 얼굴빛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저 싱긋 웃으며 "어서와."라고 그들을 반겨줄 뿐이었다.
"숙제를 하러 온 거야?"
"어."
사스케가 떨떠름하게 반응했다.
"미안. 책상 치워줄게."
약초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책상은 무언가 적힌 종이들과 의료 서책, 약초 제조법이 적혀 있는 책으로 엉망진창이었다. 이타쿠가 옆에서 정리하는 것을 도와줬다.
"진척은 있어?"
"아니. 그래도 하면서 신약을 개발하지 않을까 기대중이야."
의료에 관한 책과 약초들은 모두 연구실로 가져다놓았다. 연구실은 거실과 제일 떨어져 있는 방으로 정했고, 폭발을 대비해서 결계부적이 붙어져 있다. 그리고 나루토를 비롯해 다른 사람은 출입금지 부적을 붙었다.
"도와줄까?"
시카마루가 물었다.
"그래줄래? 책이 좀 무겁거든. 연구실은 나 혼자만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 복도앞까지만 가져다놔주면 돼."
도와주는 손길을 거절하지 않았더니 나루토들이-나루토는 여전히 씩씩거렸지만- 책을 옮겨줬다. 제일 앞에서 나루토와 이타쿠가 투닥이고 있었다.
"종이는 건들지 마. 순서대로 적어나서 헤집어지면 나중에 찾기 힘드니까."
"의료닌자는 힘들구나."
"원래 약 제조법은 신중 또 신중을 기울여야 하는 법이야."
제조법과 해독법이 적힌 종이를 순서대로 정리하며 키바에게 말했다. 의료서책들이 사라지자 책상 위에 아카데미 교과서들이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