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요(1부) 18
여름 축제 당일, 시에미는 여자들을 꾸미는데 온 시간을 쏟았다. 축제에 가지 못한 나루토-시에미가 격한 반대를 했다-는 뚱한 표정으로 그 모습들을 바라보다가 쿵쾅쿵쾅 발소리를 내며 거실을 빠져나갔다.
"마사키! 마사키의 것은 이걸로 준비해봤어."
시에미는 마사키에게 어울리는 흰꽃이 그려진 푸른색 유카타를 보여줬다.
"꼭 입어야 하는 거야?"
"나한테 실언해서 뭐든 들어주겠다고 한 사람이 어디 사는 누구였지~?"
"끙…."
모미지, 후유미, 카오리, 아카네를 꾸며주는 것을 끝내주자, 그녀들은 자신들의 변한 모습을 보면서 수다를 떨었다.
"이런 기모노는 어디서 구한 거야?"
아카네가 물었다.
"선물로 줬어. 어른이 되면 입으라고 말이지."
"누가?"
"글쎄."
시에미가 얼버무리며 기모노로 갈아입은 마사키에게 다가갔다.
시에미가 자신의 머리를 만져주고 있을 때-앞의 사람들을 꾸며준 것을 보면 기술이 있는 것 같다- 마사키는 옅은 화장을 했다.
"안대는 그대로 착용할 거야?"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콘텍트 렌즈는 안 낄 생각이야?"
"그건 너무 비싸잖아."
"예쁜데 아깝네."
푸른 장미 머리장식 핀을 꽂은 것으로 끝낸 시에미가 마사키의 앞에 서서는 그녀의 왼손목에 이상한 그림을 그렸다. 그런 다음에 인을 맺고, 마사키의 안대를 풀어냈다.
"이건 오늘 하루동안 내가 보관할게, 마사키."
"돌려줘!"
"밖에 아카네가 기다리겠다. 슬슬 약속 시간이니 어서 나가야지."
돌려달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시에미는 후후후 웃으며 마사키의 등을 떠밀었다.
"올 때 맛있는 것 잔뜩 사와."
시에미는 마사키를 집 밖으로 보냈다.
"저렇게 예쁜 얼굴인데 안대로 가리다니, 아까워. 난 아름다운 것이 좋으니까."
후훗 웃는 시에미는 축제에 가지 못해서 잔뜩 토라진 나루토를 달려주기 위해 복도로 나왔다.
나온 마사키를 보자 아카네는 깜짝 놀랐다.
"마사키, 눈!"
"왜 그래?"
"이식하기 전의 눈동자야! 봐봐!"
손가방에서 거울을 꺼내든 아카네는 마사키에게 내밀었다. 거울을 본 마사키는 두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자신의 눈동자가, 백안이 아니라 푸른색을 띄고 있었다. 전쟁으로 눈동자를 잃어버리고, 팀원의 백안을 이식받기 전의 그 눈동자였다.
"어떻게 한 거야?"
"이거 때문인가?"
손목에 새겨져 있는 문양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안대를 착용할 필요는 없겠다!"
"응……."
"아카네 선생님! 빨리!"
모미지, 후유미, 카오리가 아카네를 불렀다. 데이트도 중요했지만 아카데미 학생들 역시 중요했기 때문에 장소까지 아카네가 그녀들과 함께 가기로 한 거였다. 어린아이가 밤중에 돌아다니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서.
"마사키, 가자!"
아카네가 마사키를 재촉하고 셋 아이들의 뒤를 따라 축제장으로 향했다. 마사키는 손목의 문양이 지워지지 않게 가지고 있던 손수건으로 가리고 걸어갔다.
"왔다!"
"마사키!!"
마사키의 동기들이 그녀를 반겼다.
"마사키, 재밌게 놀아! 이루카!!"
아카네는 이루카를 보자 그쪽으로 총총 뛰어갔다. 이루카는 갑자기 자신의 팔에 매달리는 아카네에 깜짝 놀라워했지만 떼어내지 않았다.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두 사람 모습을 눈에 담은 마사키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앞에서 어색히 섰다.
"와! 예쁘다! 유카타 입고 올 줄 알았으면 나도 그렇게 입을걸!"
츠라라가 유카타를 입은 마사키의 모습에 감탄했다.
"시에미에게 실언을 한 죄로 오늘 이런 모습으로 축제에 참석하라고 했거든."
"시에미가 꾸며준 거야?"
"응."
"이런 재주가 있었네, 시에미는."
레이가 비꼬듯이 말했다.
"레이!"
옆에 있던 이타쿠가 바로 그녀를 노려봤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마."
"이타쿠!!"
"있었구나. 시에미랑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도 그럴려고 했는데. 시에미가 다녀오라고 했으니까. 사스케랑 함께 왔어."
"이타치는?"
마사키가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스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형은…. 형은…."
"그만 징징대, 사스케. 약속이 있다고 했어."
"약속?"
"아마 시스이랑 이타치는 아카코랑 이즈미랑 더블 데이트 하러 가지 않았을까."
"뭐시라!!"
레이가 버럭 외쳤다. 아, 여기에도 브라콤이 있었지. 형바라기, 사스케랑 동생바라기, 레이는 우치하 일족에서 꽤 알려진 브라콤 콤비였지.
"시스이가 사루토비 쇼우카 동생이랑 사귀고 있는 거야?!!!"
"혀, 형이 당고가게 누나랑?! 그리고 보니, 요즘 유난히 당고가게를 자주 가던데!"
"당고는 이타치가 좋아하는 음식이잖아."
"단골 가게에서 싹트는 로맨스?!!! 꺅! 연애소설에서 나오는 만남 이벤트 같아!"
"츠라라, 이상한 소리 하지 마!"
"하지만 거기 당고는 맛있다고 레이, 너도 그랬잖아."
"분하지만 그 집은 마을에서 파는 당고보다 맛있다구!"
굳이 OTL 자세로 분하다는 목소리를 낼 필요까지야, 사스케…….
"시스이랑 이타치다."
"사스케!"/"레이 누나!"
이타쿠가 시스이와 이타치를 포함한 4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발견하자 사스케이와 레이가 동시에 서로를 불렀다. 그리고 움직였다.
"스토커가 둘…."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 막아야지."
"내버려둬. 자신이 벌인 일의 책임은 스스로가 지는 거야."
따라가려는 마사키를 이타쿠가 말렸다.
"그치만!"
"마사키, 당신은 시에미가 축제를 즐기라고 부탁을 한 것 같은데? 레이와 사스케의 뒤꽁무늬를 줄줄 따라다니며 축제를 즐기지 못했다는 소리가 나오면 시에미가 참~ 좋아하겠어."
"윽!"
고모와 이모로 인정하지 않아도 시에미는 두 사람을 많이 아끼고 있다(그 증거로 메이코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우치하 미쿠오와 마사키의 결혼 파기시켰다). 마사키와 아카네도 염치가 있는지 차마 고모와 이모로 불러달라고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불러달라고 장난이라도 말 꺼내는 순간 시에미의 싸늘한 시선이 돌아오니까 못하게 된 거겠지만. 그 싸늘한 시선을 당한 이후 두 사람은 그녀의 싸늘한 모습을 굉장히 어려워하고 있다. 얼음의 왕녀처럼 고귀한데 말이지…….
"아무튼 사스케와 레이는 나에게 맡겨."
"에?"
"우치하 일족은 싫지만, 이래봐도 아직 난 '우치하'야. 일족의 얼굴에 먹칠하는 짓거리는 하지 않아. 그리고 일족 사람은 일족 사람이 뒤처리해야지. 넌 이제 우치하가 아니야, 나미카제 마사키. 이혼하고 일족에서 나간 너가 자꾸 일족 문제에 끼어드는 거 아니야. 주제 파악해."
"!!"
이타쿠는 재빨리 브라콤 콤비 뒤를 쫓아갔다. 우치하 녀석들은 지금 메이코와 협력 관계니까, 쓸데없이 메이코의 명예에 해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마사키?"
"괜찮아?"
"말이 심한 것 아니야?!"
시카코, 쵸네, 쿠레나이가 멍하니 있는 마사키를 걱정했다.
"아니. 이타쿠는 지금 걱정해 준 거야."
"저게 어딜 봐서 걱정이야?"
"이타쿠식 걱정이야. 말을 조금 부드럽게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난 이혼한 몸이야, 그런 주제에 우치하 일족 문제에 끼어들면 불순한 소문이 돌겠지. 이타쿠는 그걸 걱정하는 거야. 우치하 일족에 더 이상 내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는 걸 말해준 거야. 응, 덕분에 정신 차렸어."
우리도 축제를 즐기자! 마사키가 말하자 그녀의 친구들이 움직였다.
'그 말은 더 이상 우치하 미쿠오와는 얽히지 말라는 경고…….'
쓰리맨셀 팀원, 두 사람은 여자인 자신보다 실력이 약했지만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언제나 자신을 제일 먼저 지켰다. 휴우가 분가 천애고아인 휴우가 세이지와 고압적인 아버지의 밑에서 유일하게 가족으로 생각하는 남동생을 지키고 싶어한 우치하 미카도. 소중한 동료들을 대신 지키고 싶어서 결연제도를 수락한 거다. 어떤 오명도 뒤집어쓸 각오를 하고 우치하 일족의 볼모가 된 건데……. 이타쿠가 해방시켜줬다. 평생 불행해도 좋았을 텐데. 행복해져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어라…?"
모두와 떨어지고 말았다.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었으니까. 마사키는 잠시 인파 속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생각에 있을 시간도 주지 않고 인파에 떠밀려 몸의 균형이 어긋났다.
"조심해."
마사키는 앞에 있는 사람 덕분에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감사합……?!!!!"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자 마사키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마사키? 왜 멍하니 있어?"
"네가, 왜…. 아니, 네가 이런 곳에 있을 줄 몰라서 놀랐어, 카카시."
"가끔은 좋을 것 같아서."
"쿠레나이가 알려줬니?"
카카시가 시선을 피했다.
"넘어지려는 것을 잡아줘서 고마워."
결정했다, 친구들을 찾아야겠다. 마사키가 가려하자 카카시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돌렸다.
"카카시?"
"눈동자가……."
"아, 시에미가 무슨 술법을 걸더니 푸른색으로 보이게 하더라고."
"시에미가?"
"응. 카카시."
"응?"
"좀 놔라.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야?"
마사키는 잡고 있는 카카시의 손을 풀어내려고 했지만 카카시가 오히려 힘을 줬다.
"으, 아프다고! 멍청아!"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마사키의 또 다른 손이 움직였다. 있는 힘껏 카카시의 머리를 한대 갈겼다. 빠악하고 울리는 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춰서서 선남선녀 커플을 힐끗힐끗 보았다.
"아파…."
은발 남성가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쭈그리며 앉아있었고, 금발 여성은 흥, 하며 콧방귀를 끼었다.
"그러게 사람이 말할 때 놓으라고 했잖아."
"아파."
"때린 것은 미안해. 내 손목을 부러뜨릴 생각인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폭력을 써버려고 말았어. 정말 미안해."
"지금 있는 힘껏 때린 거지?"
"아하하;; 다른 애들을 찾으러 가봐야 해서."
호호 웃음을 터트린 마사키는 쌩하니 도망쳤다.
"저게 대체 뭐야!!"
지켜보고 있던 쿠레나이는 버럭 화를 냈다. 기껏 둘이서만 만나게 했거만!
"그러게 쓸데없는 짓이라고 했잖아."
시카코가 한심스러운 계획을 세운 쿠레나이에게 혀를 쯧 찼다.
"다음은 카키고리(빙수)다."
"언제까지 먹을 셈이야."
쵸네가 노점상으로 걸어가자 시카코가 단짝친구를 따라갔다.
"잠, 이대로 끝낼 생각이야?!"
"어쩔 수 없잖아. 마사키도 카카시도 가버렸는걸."
"칫!"
이미 사라져 버린 금발과 은발에 쿠레나이가 세차게 혀를 찼다.
"마사키는 너무 둔한 거 아니야?"
푸른색 시럽이 뿌려진 빙수를 받아든 쿠레나이가 시카코와 쵸네에게 물었다.
"그렇게 둔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하야테랑 유가오의 결실을 맺게 해준 것은 마사키잖아."
"맞아. 마사키가 없었으면 하야테랑 유가오는 지금도 삽질 중일걸~!"
"그럼 왜 본인 문제에대해서만 그렇게 둔한데?"
"자신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거 아니야? 마사키는 오비토랑도 린하고도 친했으니까, 카카시와 대면하기엔 조금 껄끄러워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그래? 전혀 안 그러는 것 같은데. 둘 다 쓰리맨셀 동료를 모두 잃어서 함께 있으면 편해보였는걸."
"찾았다!"
마사키가 그녀들에게 달려왔다.
"너희 어디에 있던 거야?!"
"마사키가 멍하니 있어서 미아가 된 것 아니고?"
"멍하니 있던 것은 맞지만."
"마사키, 찾았어?"
"고마워, 겐마, 라이도!"
자신과 함께 찾아준 두건을 쓴 남성, 시라누이 겐마와 얼굴 왼쪽에 흉터가 있는 남성, 나미아시 라이도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응! 고마워."
겐마와 라이도는 남자들끼리 즐기기로 했다면서 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