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요(1부) 22
우즈마키가 마을에 정착하고 하지메를 포함해 우즈마키 사람 3명이 결계부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지 2개월이 된 9월 초, 시에미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
축 늘어진 어깨를 지닌 붉은 머리 여성에게 하지메는 다가가서는 어깨를 툭 건들였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네."
"하지메?!"
태평스러운 그의 얼굴을 보자 아카네는 이를 갈았다.
"이게 누구 탓인데!!!"
"아, 귀청 떨어지겠다!"
아카네가 빽 소리를 지르자 하지메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녀가 왜 이런지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아카네가 하지메의 멱살을 잡았다.
"무슨 생각이라니."
하지메는 능청스럽게 자신의 멱살에서 아카네의 손을 떼어내며 잡았다.
"일족의 아이를 일족의 당주가 지키는 건 당연한 거야. 우즈마키 일족이 이 마을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런 건 이미 예상했어야지. 얼마 전에 시에미 아가씨가 병원에서 습격을 당했어. 옆에 이타쿠 도련님이 없었다면 시에미 아가씨가 다쳤을 거야. 대체 어떤 미친 놈이 아직 깨어나지도 않는 무방비한 사람을 공격해?! 심지어 마을 사람이라면서! 그 사건이 일어나고 그냥 내버려두라고?"
"그건 아니지만…."
"그러니 시에미 아가씨와 나루토 도련님은 우리 우즈마키가 보호하겠어, 앞으로. 호카게에는 그 둘의 보호자 자격이 없어."
하지메를 비롯한 우즈마키 일족은 그 보호자 자격을 넘겨줄 때까지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리고 보이콧 선언한지 일주일 뒤, 마을을 지키던 결계가 전부 사라져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그게 어제 밤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다고 마을을 지키는 결계를 없애면 어떡해!"
"우즈마키 결계술을 멋대로 쓰고있는 쪽이 잘못 아니야? 보이콧 선언하면 제일 먼저 마을 결계가 사라질 것을 예상했어야지."
"결계부 사람들이 나에게!!"
"아카네, 넌 우리를 못 막아. 넌 배운 결계술이 별로 없으니까."
"윽!"
어린 쿠시나가 인주력 그릇으로 선발되어 나뭇잎 마을로 갔을 때, 갓난아기인 아카네도 함께 이주했다. 그래서 그녀는 배운 결계술은 모두 언니 쿠시나에게 배운 거다.
"우즈마키인데도 우즈마키 결계술을 많이 배우지 못한 넌 결계부를 도울 수 없다는 건 잘 알잖아."
그러면서도 상층부는 그녀가 우즈마키, 그 성을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해보라고 독촉했다. 결계부 사람들이 뒤늦게 결계를 완성해도 우즈마키 일족의 결계술과 비교하면 얼마나 질도 성능도 범위도 떨어지는지 잘 알고 있겠지.
"가자."
"뭐?"
"널 데리러 온 거야. 너도 위에선 쪼이고 타인 눈치를 보는 건 힘들잖아. 우즈치마키 일족으로 가자."
유일하게 의지할 상대인 마사키는 장기 임무 때문에 마을 외부에 있다.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마사키-카카시도 그 장기 임무로 마을 밖에 있었다-가 오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 놓을 생각이다.
"넌 나뭇잎 마을 사람이지만 우즈마키 일족 사람이야. 그런 널 모른 척 할 수는 없어."
"그럼 하지를 말아야지!"
"안 돼. 메이코님이 그랬거든. 지금 나뭇잎 마을은 고인 물처럼 썩어있다고. 변혁에는 어느 정도 피가 흘리는 건 당연하다고. 그러니 우리는 싸울 거야. 그 나루토 도련님의 안위를 위해서 싸워야해."
"……."
"넌 나루토 도련님의 이모잖아?! 왜 안 싸우고 마을에 수긍하는 거지?"
하지메의 질문에 아카네는 답할 수가 없었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나루토 도련님을 사유지 밖으로 보내지 않을 거야."
"뭐?! 나루토는 집에!"
"이미 사유지 안으로 데리고 왔는데. 밖이 얼마나 위험한데 그대로 두는 게 이상하잖아."
"그건 그렇지…."
"참고로 말하는데 너에게 거부권따위 없어. 이미 접수처와 아카데미에 휴가계를 냈으니까."
"뭐?! 어떻게?!"
"우치하의 도움을 받았지."
필적 감정이라도 할 것 같아서 우치하 사륜안으로 카피해달라고 했다.
"자 가자. 너의 휴가가 끝날 쯤에는 우리 우즈마키가 시에미 아가씨와 나루토 도련님의 보호자가 되어 있을 테니까."
"확신하는구나."
"호카게는 마을을 지키는 자. 그럼 마을의 결계랑 마을 꼬마 한 소년의 보호자 어느쪽이 더 중요하지?"
"나루토는 보통 꼬마가 아니라―."
"가자. 가서 지친 몸 좀 녹여."
하지메가 앞장서서 걸어가자 아카네는 포기하듯 그의 손을 잡고 따라갔다. 자신은 지금 너무나 지쳤다. 그래서 현실도피를 선택하기로 했다.
우즈마키 혹은 우치하 사유지가 시끄러웠다.
"행사라도 있어?"
"오늘 중양 절구잖아. 전에 담가뒀던 국화주를 꺼내서 돌렸거든."
"술파티가 되었군."
우치하와 우즈마키 경계선에 있는 큰 나무를 둘러싼 넓은 정자 위에서는 이미 술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어른들은 술파티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고 있었다. 붉은 머리, 검은 머리 섞여서 말이지.
"중양 절구…. 오절구인 그거구나."
오절구(五節句), 역 가운데는 기수가 겹치는 날을 골라서-기수(양)이 겹치면 음이 된다 하여- 제철 식물로부터 생명력을 받아 잡기운을 몰아낸다는 피사(避邪) 행사.
인일(人日) 절구는 음력 1월 7일(1월만이 원단元旦이 아닌 인일, 원단은 그날 자체를 명절로 쇠기 때문). 칠초죽을 먹는 날.
상사(上巳) 절구는 3월 3일. 히나마츠리.
단오(端午) 절구는 5월 5일. 어린이날.
칠석(七夕) 절구는 7월 7일. 오리히메(직녀)와 히코보시(견우)가 한 해에 한 번 만나는 날.
중양(重陽) 절구는 9월 9일. 국화주를 마시는 날.
"9는 양의 숫자, 홀수 중에서 가장 크지. 그러한 9가 겹치는 날이라서 중양이라고 하는 모양이다만 궁극의 홀수 9가 겹치는 날은 양기가 지나치게 강한 탓에 불길하다 여겨져, 그 기운을 몰아내는 행사로써 지내게 된 것이 중양 절구. 그래서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고 장수를 기원하고 국화를 장식하거나 국화 꽃잎을 띄워 술을 마시면서 축하하는 거지."
"역시 아카데미 교사!"
"그건 그냥 핑계고 술을 마시고 싶었던 거 아니야?"
들켰네~라며 하지메는 익살스럽게 웃었다.
"나루토랑 사스케, 이타쿠는 보이지 않는데?"
우치하 일족에서 추방이 되었어도 사유지에 들어 올 수 있는 이타쿠였다. "일족에서 추방이 됬을 뿐이지 사유지로 출입금지당한 적은 없어."라며 억지를 부렸다. 그랬으면서 이타쿠는 절대 우치하 저택 쪽은 가지 않았다. 우즈마키 저택에만 왔다갔다 할 뿐.
"안쪽 별채에 시에미 아가씨에게 가 있어."
"병원에서 그 아이까지 데리고 온 거야?"
"습격받은 곳이 병원이니까 이타쿠 도련님이 바로 데리고 나왔지. 안내해줄까?"
"그래."
달칵- 기왓장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소리에 하지메를 비롯해 귀가 좋은 닌자들의 눈동자가 그쪽으로 향했다. 사유지를 둘러싸고 있는 담벼락에 붉은 여우가 앉아 있었다.
"여우?"
"꼬리가…!"
붉은 눈동자가 요사스럽게 휘어지더니 여우는 9개의 꼬리를 위풍당당히 드러냈다. 갑작스런 구미호의 등장에 닌자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파우치나 다리에 묶은 표창 등을 넣어둔 홀스이터으로 손이 저절로 갔다.
"싸울 거라면 멈춰."
이타쿠가 우즈마키 저택에서 나왔다.
"그 여우는 메이코의 소환수니까."
"메이코님의 소환수는 독수리가 아닌가요?"
"그것도 있지. 하지만 주 수환수는 여우야. 나쯔히, 들어가봐."
이타쿠가 말하자 여우-나쯔히는 우즈마키 별채 안쪽으로 빠른 속도로 움직여 들어갔다. 아카네는 그 여우의 움직임을 한 순간 놓쳤다는 것에 그 소환수의 강함을 알아차렸다.
일부러 문을 열고 나온 이타쿠 덕분에 나쯔히는 쉽게 시에미의 방으로 들어갔다. 사스케와 나루토는 그가 다른 곳으로 보냈는지 내부에는 없었다. 다행이군.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자 나쯔히는 덤블링했다. 그리고 땅에 착지했을 때 나쯔히는 붉은 머리칼을 지닌 어린 소녀로 변해있었다.
"네 영혼을 되찾아왔어. 이제 일어나. 츠쿠하네 메이코=우즈마키 시에미."
나쯔히는 시에미에게 입을 맞춰서 자신의 입 안에 있는 홍옥을 넘겼다. 반요를 노리는 그림자는 이 시대에도 있다는 걸까?
"모두가 행복하는 건 꿈같은 얘기일지도 몰라. 그래도 계속 할 거야?"
"……할, 거야."
시에미가 눈을 천천히 떴다. 드러난 은회색 눈동자는 곧 청록색으로 변했다.
"이젠…… 후회, 하고 싶지 않은걸."
"넌 정말 바보야."
"새삼스럽게… 말하네."
"깨어나줘서 기뻐."
나쯔히가 시에미를 끌어안았다.
"아무리 소환수라도 그녀 옆에 너무 달라붙으면 죽일 거야?"
나쯔히는 독점욕 가득 드러낸 목소리에 쯧 혀를 찼다. 대체 이런 남자를 메이코는 왜 좋아하는 걸까.
"질투하는 남자는 추하다고 했어, 야타가라스."
"괜찮아. 그녀는 내가 추하더라도 사랑해줄 테니까. 것보다 소환수 따위가 지금 주인에게 욕정하는 거야?!"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욕정……. 애정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고 내가 말했잖아."
"아니야. 저 녀석 눈동자를 보면 애정이 아니라 사랑 같은걸."
"역시 너 같은 놈에게 내 주인을 맡길 수 없군."
살기가 피워오르고 있었다.
"설마, 너희!! 잠, 기―!"
기다리라고 외치기도 전에 두 사람의 몸이 움직였다.
쾅! 소리가 울리고, 벽 한쪽이 크게 뚫렸다. 아아!! 새 집에게 대체 무슨 짓을!! 시에미는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왔다가 쿵 엎어졌다.
"아야야……."
오랫동안 잠들어 있어서 굳어진 몸은 제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치렁치렁한 천옷을 입힌 놈은 대체 누구야?! 엎어진 몸을 일으키자 팔이, 다리가 부들부들 갓 태어난 사슴처럼 주체하지 못하고 떨려왔다.
"이쪽에서 큰 소리 났다니깐!"
"알아, 이 우스라톤카치!"
나루토와 사스케의 목소리가 들리고,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 좀 부축해줄래?"
시에미는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그녀가 깨어나서 놀란 두 사람에게 부탁했다.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싸움 말라기라니! 감동스러운 재회는 없는 거냐?!
이타쿠가 붉은머리색 어린 여자애와 죽일 것처럼 싸우는 모습에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바라봤다.
"저 멍청이들 좀 말려봐!!"
사스케와 나루토 부축을 받으며 마루로 나온 시에미가 외쳤다.
"시에미!!"
아카네는 재빨리 그쪽으로 다가갔다.
"몸은 어때? 이제 괜찮은 거야?"
"괜찮은데…."
"으악!"
저 바보들이 진짜!! 타인들에게 피해입히지 말라고! 영물끼리 싸우면 주위에 얼마나 큰 피해가 되는데!
시에미가 인을 맺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황금 사슬이 나타나더니 두 사람을 구속했다.
"얌전히 있어."
"?!!! 시에미!"
"이게 무슨 짓이야!"
"너희야말로 무슨 짓이야. 너희 둘이 싸우면 주위에 얼마나 많은 피해가 나오는데!"
"저것이 먼저!"
"뭐라고? 계속 하겠다는 의미야, 지금."
시에미의 청록색 안광이 형형히 빛났다. 그러자 두 사람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잘, 못했어."라고 말했다. 시에미가 술법을 풀자, 황금빛 사슬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나쯔히, 언제까지 그 모습으로 있을 거야. 원래대로 돌아가."
나쯔히는 시에미의 말에 백덤블링했다. 그리고 바닥에 착지했을 때는 붉은 여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꼬리는 숨겼는지 한 개만 있었다).
"에에엑?!"
나루토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은 사람이 여우로 변하자 놀라워했다.
"저게, 저게 원래 모습이라고?!"
"당연하지. 난 영물이니까."
나쯔히가 엄청 자랑스러워하며 말했다.
"영물?"
"신성스러운 동물. 대략 천 년 넘게 살아온 동물은 영물로 간주해서 사람처럼 지혜가 있다고 하지."
"난 아직 900살이야! 젊다고!"
"900살이면 젊은 건가."
"어느 쪽이든 일단 보통 여우가 아니니까 경칭을 붙이는 것이 좋아. 오래 산 만큼이나 자존심이 높거든."
시에미가 나루토에게 설명했다. 나쯔히가 시에미가 안아들자 고양이처럼 기분 좋다는 고롱고롱 소리를 냈다.
"역시 죽일까."
그런 모습을 보자 이타쿠의 눈빛이 날카롭게 떠졌다.
"그만해."
"쳇."
"네가 그런 태도를 취하니까, 나쯔히도…?!"
"시에미."
이타쿠가 나쯔히를 안아들지 않는 시에미의 또 다른 손을 잡았다. 그가 진지한 얼굴로 빤히 쳐다보자 부끄러워졌다.
"?! 이타쿠!!"
갑자기 앞으로 쓰러지는 이타쿠에 시에미는 그를 붙잡았다. 내팽겨쳐진 나쯔히가 불만스러운 듯 컹 울었다.
"이타쿠! 왜 그래?!"
"쿨―…."
"자는데."
"시에미 아가씨가 다친 이후로는 제대로 잠도 못 주무시는 것 같더니."
"안심했나보네."
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강하게 쥐고 있는 이타쿠 손을 시에미는 떼어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