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반요(1부) 23

리틀 윙 2019. 6. 19. 19:22

한밤중 마루에 앉아서 달을 보고 있을 때,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어린애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닙니다."


손에 든 술잔을 빼앗은 존재-하지메였다.


"국화주는 괜찮아. 알콜이 별로 없으니까."

"알콜이 별로 없어도 술이라는 건 변함이 없죠. 술은 어린애에게 나쁩니다. 아가씨는 나쁜 아이네요."

"당연하지. 난 못된 아이인걸. 애당초 착했던 적 단 한 번도 없어."

"술은 18세 이후부터예요."

"그때까지 살아있으면 말이지."


반요의 수명은 20대까지니까. 심지어 이 몸은 이미 망가져있다. 오래 살아봤자 10대 중후반일까나.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시에미 아가씨."

"그 호칭부터 그만두면 더 이상 그런 소리는 하지 않을게."

"그래도 은인인데……."

"말했지. 필요했다고. 필요해서 우즈마키 일족을 모았고, 너희가 필요해서 나뭇잎 마을에 정착시켰어. 나루토를 똑바로 봐줄 사람을 원하는 내 욕심 때문에 너희를 이용한 거야. 그러니까 은인이 아니야."

"아가씨 아니…,"


시에미가 노려보자 하지메가 호칭을 정정했다.


"시에미씨의 욕심으로 이뤄졌어도 저희에게 해 되는 건 없었어요. 저희는 당신 덕분에 부흥을 이뤘고, 정착할 곳이 생겼으니까요. 그리고 나루토는 우즈마키 일족의 아이에요. 그러니까 일족이 지켜야줘.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대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일단 들어줄게."

"어째서 시에미씨는 우치하 일족과 손을 잡게 해주신거죠? 우즈마키는 그 방법이 아니라도 이 마을에 흡수할 방법이 있었어요. 그쵸?"

"……그렇지."

"우치하를 지키고 싶었어요? 이타쿠 도련님이 자신의 일족을 증오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일족을 지킨 거에요?"

"…어, 우치하를 지키고 싶었어."

"어째서요?"

"그건 대답할 수 없어."


그건 시에미가 대답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메이코면 몰라도….


"하지메. 호카게를 만나러 갈 때 나도 함께 갈게."

"에?"

"나루토 보호자 권리를 호카게에서 양도받겠다면서."

"이타쿠 도련님에게 들으셨나요?"

"어."

"나루토 도련님 뿐 아니에요. 아가씨도 포함이에요."

"하닌이 된 나에게 호카게가 여전히 내 보호자일 것 같아?! 내가 이 마을에 돌아온 순간부터 그는 내 보호자가 아니야. 그러니 나루토도 그가 보호자로 있어서 안 되겠지."


하지메는 시에미의 말 속에서 억누를 수 없는 증오를 느꼈다. 그녀가 나뭇잎 마을을 싫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시에미씨가 직접 나서려는 겁니까? 왜요?"

"허접한 결계가 계속 유지되면 마을이 공격받을 수도 있잖아. 그런 사태는 피해야지."


시에미의 말에 하지메가 큭 하고 웃음보를 터트렸다. 시에미는 웃음을 터트린 그를 어리둥절하게 보았다.


"마을을 증오하면서도 마을을 지키려고 하는 겁니까? 모순적이네요."

"원래 사람은 모순적인 존재야. 미워했다가 좋아했다가 실증내고 다시 찾는 등 모순적인 행동을 하지. 그러니 나도 다르지 않지."

"마을의 증오 대상인 나루토 도련님에게는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요. 마을을 싫어하는 것 같지 않는데 시에미 아가씨는…."

"그 녀석은…, 나루토는 바보라서 멍청할 정도로 착해빠졌거든."

"착한 바보는 여기 한 명 더 있잖아요."

"그거 내가 바보라는 거야?"

"증오하는 마을을 지키는 바보니까요."

"…지키기로 약속했으니까."


나뭇잎 마을이 세워질 때 지켜봐주기로 약속했다. 지금으로써 그 약속은 저주가 되어버렸지만….

다음날, 호카게에게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근데 왜 내가 꾸임을 받고 있어야지?"

"그야 시에미 아가씨가 당주 보좌로 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왜! 꾸임을! 받는 거냐고!"


연락을 받자마자 하지메의 남녀쌍둥이 동생들이 시에미를 끌고 와서는 각양각색의 옷감과 기모노를 꺼내들었다. 붉은머리 남자-히로시가 색색들이 고운 옷감들을 가지고 시에미에게 이것저것 대조했다.


"얌전히 있으세요! 적진에 가는데 준비를 안 할 수가 없잖아요!"

"그 녀석 말이 맞아요, 시에미 아가씨. 여성에게 드레스와 몸치장은 전투복 같은 거죠. 얌전히 있어주세요."

"그냥 너희들이 좋은 거 아니야?"

"아가씨가 장발이라서 좋네요."


츠쿠하네 상품인 머리장식까지 꺼내놓고 붉은머리 여자-히구시가 시에미의 금발을 빗으로 빗어내려갔다. 


"어머, 어머."


미코토는 방안에 예쁘게 꾸며진 금발 미소녀를 보자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꾸미지 않았을 때도 미소녀인데 꾸미니까 더 빛이 찬란했다. 본인의 눈색과 비슷한 푸른색과 녹색 그라데이션 기모노를 입은 시에미는 예뻤다. 


"시에미, 정말 예쁘네!"

"우치하 당모님?"

"쿠시나가 부러운걸. 나도 딸 갖고 싶었는데."


미코토가 후후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오자 시에미는 무언가를 느꼈는지 뒤로 주춤 물러섰다.


"그러니까 시에미, 다른 옷들도 입어보자. 응?"

"저기."

"응, 응?"

"…마음대로 하시죠."

"고마워!"

"미인에게 약해, 난……."


환호하는 미코토랑 다르게 시에미는 고개를 푹 숙였다. 집에 다녀온 미코토의 손에는 옷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우치하 당모님에게 이런 옷들이 있었네요."

"딸이 있었다면 입어줬으면 했거든!"


즐거워보이는 얼굴인 미코토에 시에미는 질린다듯 인상을 썼다. 그녀가 만족할 때까지 시에미는 몇 번이나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미코토에게 겨우 풀려난 시에미는 정자에 있는 사스케, 나루토, 이타쿠에게 다가갔다. 


"지쳤어."

"수고했어. 몸은 어때?"


가까이 다가온 시에미에게 이타쿠가 물었다. 


"역시 두 달간 잠들어 있어서 그런지 둔해졌어. 그래서 오랜만에 어때, 대련?"


몸에 달라붙은 검은-어깨와 등이 드러난- 탱크탑과 검은 숏팬츠를 입고 있는 시에미가 트윈테일로 머리를 묶으면서 제안했다. 


"어제까지 잠들어 있는 사람과 대련하라고?"

"몸의 감각이 둔해서 싫어. 어서 감각을 되찾아야지."

"확실히 대련 외에는 되찾을 방법이 없지. 뭐 나도 요즘 둔해졌으니까 해줄게."


이타쿠가 일어섰다.


"괜찮은거냐니깐?!"

"뭐가."

"이타쿠 체술 허접하지 않았냐니깐? 항상 체술 수업 때만 휙 사라진다고 들었다니깐."

"안 그런데. 오히려 아카데미생 수준이 아니니까 숨기고 있던건대."

"어째서지?"

"닌자는 은밀함이 생명. 스스로의 정보를 은폐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리고 아카데미생과 대련을 하면 이지메하는 것 같아서 싫어. 이타쿠는 우즈마키 저택 마당에 서 있는 시에미와 마주보고 섰다.


"혹시 모르니까 결계를 칠게."

"응."

"너도 알겠지만 무기 금지, 차크라 사용 금지야."

"알고있는 것을 또 말하지 않아도 돼."


저택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결계를 넓게 쳤다. 시에미가 결계를 치자 이타쿠는 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쥐어들었다. 


"돌멩이가 땅에 떨어지면 시작이야."

"어."


이타쿠가 쥐고 있는 돌멩이를 위로 튕겼다. 돌멩이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두 사람이 움직였다.

사스케와 나루토는 격렬히 대련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멍하니 응시했다. 살기를 내지 않고, 무기도 차크라도 사용하지 않은 채 순수한 체술만으로 두 사람은 격돌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져내리고 스피드 혹은 파워가 점점 떨어져갔다.


"오! 오랜만에 시에미 아가씨와 이타쿠 도련님의 대련인가."


우즈마키 일족 사람들은 두 사람의 대련을 보자 하나둘 모여들었다.

 

"내기할까?"

"또 무승부 아니겠냐."

"우리가 본 횟수만 해도 벌써 80번은 됐냐?"

"아니. 99회 0승 0패 99무."


붉은 테 안경을 쓱 올리며 붉은머리 소녀가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주먹을 내지르고 크로스 카운터로 쓰러졌다.


"또 무승부냐…!"

"그러게… 하아, 하아."


무거운 몸을 일으켰지만 두 사람은 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100회째도 역시 무승부네."


사스케와 나루토가 시에미에게 수건을 가져가자, 붉은머리 여자애는 이타쿠에게 물병을 건넸다.


"고마워, 카린."


이타쿠의 말에 카린은 틱틱거렸다.


"벼, 별로 너를 위해서가 아니거든!!"

"하하, 카린은 츤데레(1ツンデレ)네."

"정말 대단했다니깐!! 막막!"


나루토는 흥분감에 횡설수설 설명하려고 애썼다.


"그래그래. 일단 진정해. 뭐라는지 모르겠다고."

"아무튼 굉장했다니깐!!!"


나루토의 눈동자가 반짝반짝였다. 오랜만의 대련에 힘을 너무 썼던걸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일어설 수 있겠니?"


상태를 안 사람처럼 이타치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고마워."


그의 손을 빌려 지면에서 무릎을 뗐다. 이타치의 손을 잡은 순간 그의 몸에서 무언가 느꼈다. 저번에도 느꼈는데…. 


"이타치씨, 한 번 건강검진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응? 건강하다만?"

"…그냥. 얼굴이 창백해보여서요. 그러니까 한 번 받아보시는 게 어떠세요? 닌자의 재산은 몸이라고 하잖아요."


시에미는 이타치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그가 수락할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이타치씨…."

"알았다."

"정말이세요?"


이타치에게 시에미가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해요."

"약속?"

"네.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해요. 지키지 않으면 바늘 천 개 먹기에요."


이타치는 곤란한 얼굴을 하며 그녀의 새끼 손가락에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이타치. 어물적 넘길 생각하지 마. 시에미가 그렇게 말한다면 분명 네 몸에 이상(異常)이 생겼다는 의미니까."


지켜보던 이타쿠가 말했다.


"건강하다만?"

"아무튼 제대로 된 진찰 좀 받고 와. 혹시 몰라 진짜 병에 걸렸는데 초기에 발견될지."


이타쿠는 시에미를 데리고 우즈마키 저택의 욕실로 가 버렸다. 

  1. 애니메이션과 미소녀 게임 등에서 주로 묘사되는 인물의 성격 유형 가운데 하나를 일컫는 일본어의 인터넷 유행어. 이 말은 ‘새침하고 퉁명스러운 모습’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인 츤츤(つんつん)과 ‘부끄러워하는 것’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 데레데레(でれでれ)의 합성어이다.즉, '츤데레'의 뜻은 처음에는 퉁명스럽고 새침한 모습을 보이지만, 애정을 갖기 시작하면 부끄러워하는 성격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