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요(1부) 43
'시에미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지 벌써 11일째, 이번 정화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어. 보통 5~7일인데…. 찾으러 가볼까.'
이타쿠는 아카네에게 부탁받은 아카데미 도서관 서고 정리를 하면서도 생각은 시에미에게 향하고 있었다.
"카린, 그쪽 두루마기 좀 줘."
"너가 스스로 가져가!"
카린은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고마워."
이타쿠의 말에 카린은 새침하게 고개를 휙 돌렸다.
"여자애는 애교가 있어야지 귀여운 거라고, 카린~! 안녕, 이타쿠군."
서고로 들어온 한 여자아이가 카린을 깎아내리며 인사를 건넸다.
"카린은 충분히 애교가 있어."
이타쿠가 말했다. 시에미와 비교하면 카린 쪽이 애교가 더 많다. 그치만 애교가 있던 말든 별 상관 없지. 시에미는 그 존채 자체만으로 사랑스러우니까.
"그, 그렇구나."
"에헴!"
그 여자애는 충격받은 얼굴이 되었고, 반대로 카린은 득의양양한 표정이 되었다.
"카린, 친구야?"
"아-니!"
"난 사치코! 카린과는 같은 반이야!"
같은 반인데도 친구는 아닌건가. 그 반에 아는 얼굴이 참 많네. 카린, 유키무라, 츠카사, 타마즈사…….
"근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어?"
"이타쿠군은 유명하잖아! 중급반인데도 불구하고 졸업예정자인 천재니까!"
"천재 아니야. 요령이 좋은 것 뿐이니까."
"휴우가 카오리와 시무라 타에를 이긴 수석이기도 하고!"
"카오리와 타에를 이긴 적이 없어. 우리 셋은 공동 수석이니까."
"그리고… 얼마 전에 날 도와줬잖아."
여자애가 볼을 발그레하며 말햇다.
"언제?"
언제를 말하는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이타쿠는 그녀에게 물었다.
"3일 전, 아카데미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굴러떨어지려고 한 날 구해줬잖아."
"그랬던가."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 감사 인사를 하지 못했는데, 나도 같이 정리하는 것 도와줄게!"
"여긴 두 사람으로 충분하거든!"
카린이 사치코에게 말했다.
"한 사람이라도 손을 빌려주면 시간이 절약되겠지. 부탁할게."
"고마워!"
카린이 불퉁한 얼굴이 되었다. 두 여자는 서로를 향해 신경전을 펼치며 이타쿠의 말에 따라 서고 정리를 했다.
서고에 들어온 아카네는 셋 아이들의 모습에 "어머!"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삼각관계?"
이타쿠는 헛소리를 하는 아카네를 한심스럽게 응시했다.
"그런 것 아니야."
"이타쿠는 정말 한결같네. 뭐 그런 점은 믿을 수 있어서 좋지만. 근데 시에미 어디 갔는지 몰라?"
"나라고 시에미의 모든 스케줄을 꿰고 있는 건 아니야. 사실 꿰고 있으면 좋겠지만 그녀는 이래저래 혼자 해결하는 것을 좋아해서…."
"시에미?"
사치코가 누구냐듯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시에미는 이타쿠의 약혼녀야."
"그리고 널 구해준 사람이기도 하지, 카린."
"알고 있어! 멍청아!"
"왜 화를 내?!"
"자자, 세 사람 전원에게 내가 상으로 일락을 쏜다! 가자!"
"오! 멋지다, 아카네!"
"그치!"
아카네가 서고를 나서자 이타쿠가 쫓아고, 카린과 사치코 역시 서고를 나섰다.
"난 된장 라멘 곱베기."
"다 먹을 수 있어?"
"아마도. 나루토가 그렇게 칭찬하는 맛을 먹어보고 싶어서."
"에? 일락 한 번도 안 간 거야?!"
아카네가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그렇게 놀란 일이냐? 댁들(이루카, 나루토, 아카네)처럼 일락 사랑을 외치지 않거든.
"시에미도 카오리들과 가는데?!"
"여자들 수다에 남자 혼자 끼기엔 귀찮- 아니 곤란해서."
"방금 전 귀찮다고 하려고 했지."
일락, 기대되네~ 이타쿠는 아카네를 피해 한발 앞서 일락으로 들어갔다.
"어…! 시에미!!"
은발과 갈색 머리칼의 남자 두 명과 함께 앉아있는 시에미를 발견하자 이타쿠는 냉큼 옆자리에 앉았다.
"언제 돌아온 거야?"
"방금 전에."
"뭐야. 돌아왔으면 진작 나에게 연락해주지."
아카네는 두 남성에게 눈인사를 하고, 카린과 사치코를 챙겨서 앉았다.
"뭐 먹을래?"
"이타쿠는 된장 라멘 곱베기고, 나도 그걸로 할까 그러네. 카린과 사치코는?"
카린과 사치코는 고민을 하다가 이타쿠랑 같은 것(곱베기가 아닌 라멘)을 시켰다.
"시에미, 이번엔 좀 시간이 오래 걸렸네."
"좀… 그런 일이 있었어."
"주문한 라멘 나왔습니다!"
"고맙습니다, 테우치씨."
시에미는 멘마 라멘을 받아들었다.
"그럼 왜 저들과 함께 있던 거야?"
암부잖아, 저 두 사람은. 암부가 시에미랑 왜 같이 있어? 무슨 해코치한 것 아니겠지?
"호카게님의 부탁."
"부탁?"
"거절했어."
"흐음."
이타쿠는 갈색 머리칼의 남자를 살펴보았다. 그 시선은 굉장히 노골적이라서 모른 척하려던 남자가 이타쿠와 눈을 마주치게 만들었다.
"저, 왜 그러니?"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두려고. 시에미를 귀찮게 하면, 하극상이라도 일으키려고."
"하지마."
시에미가 말렸지만 이타쿠의 눈동자는 하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있었다. 라멘이 나오자 남자에게서 이타쿠의 시선은 떨어졌다.
"진심일까요?"
갈색 머리칼의 남자-텐조가 카카시에게 작게 물었다.
"음……, 진심일걸."
"네?!"
카카시는 시에미를 사랑스럽게 응시하는 이타쿠의 검은 동공을 힐끗 보았다. 그 눈동자에는 오직 시에미만 담고 있었다. 사랑치곤 질척하고 집착(광기)치곤 달콤하다. 사랑과 집착(광기) 그 중간쯤 되는 애정을 이타쿠는 시에미에게 계속 보내고 있었다. 눈동자로, 손 끝으로, 몸짓으로, 말로….
"잘 먹었습니다."
시에미와 이타쿠는 동시에 말했다.
"나루토는 잘도 이것을 먹네."
"내 일락에 무슨 불만이라도?!"
"아뇨, 테우치씨. 맛있는데! 맛있긴 한데!!"
이타쿠는 뭔가 형용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이타쿠의 취향은 아니지, 일락은."
"난 단 음식이야, 무조건!"
말은 그렇게 했으면 이타쿠는 국물까지 다 비웠다.
"입가심으로 사탕으로, 마트 좀 들려야지."
"충치생겨."
"괜찮아괜찮아!"
두 사람은 의자에서 내려왔다.
"많이 먹으면 당분중독이야."
계산을 끝낸 아카네는 보았다. 본인의 뒤에서 살금살금 가까이 오던 나루토-아마 놀래킬 생각이였던 것 같다-를 시에미는 보지도 않고 손목을 잡아채서 업어치기했다. 그리고 나루토의 팔을 그의 등 뒤로 꺾어서 구속했다. 그 행동이 매우 자연스럽게, 시에미는 물흐르듯 움직였다.
"아아악! 기브! 기브라니깐!"
구속하고 있던 손목을 놓아주며 시에미가 뒤로 물러섰다.
"어떻게 알아차렸냐니깐?"
"바보 나루토! 시에미에게 그런 장난이 통할 리가 없잖아!"
카린이 외쳤다.
"시에미는 나처럼 감지타입이라고!"
"감지…… 타입?"
"아. 멍청한 얼굴."
전혀 이해하지 못해 멍청한 표정을 짓은 나루토에 이타쿠가 설명했다.
"말 그대로 일정 범위 내부에서 대상의 차크라를 감지하는 술법이야. 뛰어난 감지닌자는 대상의 차크라 넘어서 상대의 기분, 사념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해."
"그럼 누나는 그걸로 알아차린 거야?"
"그래,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루토 기척 숨기는 것이 어설퍼서 금방 알아차렸어."
"엑?!"
"아직 멀었구나."
시에미는 후훗 웃었다.
"시에미, 갈 거야? 마트 같이 안 가?"
"응. 11일만에 돌아와서 피곤해. 가서 쉴래."
"알겠어. 재미있는 사탕 찾아올게!"
"또 신제품을 사서 배탈나지 말고."
"응!"
시에미가 가버리자 이타쿠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그의 팔으로 까마귀가 내려앉았다. 까마귀는 이타쿠의 눈짓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 날개짓을 퍼덕인 후 시에미가 간 방향으로 날았다.
"이걸로 안심."
"이타쿠는 과보호라니깐! 누나가 엄청 강하다는 것 알면서!"
"짐꾼을 하겠다는 의미야, 지금?"
"윽! 절대 아니라니까!"
나루토는 손을 붕붕 젓으며 고개를 휙휙 돌려 완곡한 거부 의사를 보였다.
"그럼! 아카네, 잘 얻어먹었어!"
이타쿠는 아카네, 카린, 나루토에게 인사를 하고 제일 큰 마트 쪽으로 달렸다.
한편 저택으로 돌아온 시에미는 칸나가 내미는 편지를 받아들었다.
"렌카에게 왔다고?"
"네."
"고마워."
"지쳐보이세요."
"조금…. 쉴 테니까 밥은 알아서."
"그 정도는 저희 스스로 할 수 있어요."
방으로 들어온 시에미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편지를 펼쳤다.
'사토와 타카오가 차크라를 발현한 것 같아. 한번 이곳에 들려줘. 진짜면…….'
아주 짧은 글을 읽은 후 시에미는 탁자 위에 엎어져 있는 액자를 들어올렸다. 액자 속에는 남녀 한쌍과 어린아이 3명과 갓난 아기 두 명이 있었다. 어린아이 3명 중 가운데에 자신이 있다. 어색한 미소를 짓은 채 녹색 머리칼 가족에 어울리지 않는 금발머리가 끼어있었다.
"새의 나라, 히노 일족…."
사람의 영혼마저 조종할 수 있는 비전술법을 지닌 인형술사들. 그리고 새의 나라 영주 가문에게 이용당하고 멸망한 불쌍한 일족.
'흑단만 만들지 않았다면…… 너희를 죽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만약에, 라는 가정을 생각만 해도 심장이 아프다는 것 알면서도 만약이란 가정을 꿈꾼다. 만약에, 그것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