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요(2부) 50
타에는 시에미와 이타쿠와 함께 담당 상닌을 기다릴 때 문이 열렸다.
"콜록콜록."
건강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안색도 창백하고 다크서클에 말라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병자처럼 보였다.
"어라?"
"어라리?"
시에미와 이타쿠는 그 사람을 보고 놀란 눈을 했다.
"하야토?"
"아닙니다."
"혹 형쪽?"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콜록. 여러분들의 담당 상닌이 될 겟코 하야테입니다."
타에는 일순 멍한 표정을 짓엇다.
"콜록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름, 이타쿠. 일족에서 퇴출당한 몸이지만 사륜안은 쓸 수 있어. 근데 이건 우치하 일족에게 개안 사실은 비밀이라서 대부분 인술은 그림자술을 사용할 거야. 내 그림자에 흡수되지 않게 조심해. 내 그림자술은 나라 일족 술법과는 다르거든. 좋아하는 건 시에미. 싫어하는 건 시에미를 아프게 하거나 괴롭히거나 슬프게 만들거나 험담하는 존재들. 꿈은 시에미를 지키고 웃게, 행복하게 만드는 것! 취미는 시에미 관찰."
"엑, 스토커."
이타쿠의 말이 끝나자마자 타에가 경멸했다.
"남이 하면 스토커겠지만 난 약혼자니까!"
"아니 스토커란 행위는 약혼관계에서도 범죄거든!"
"하-. 이래서 연애도 하지 못한 꼬꼬마는 안 된다는 거야."
"누가 꼬꼬마냐?!!!"
"이타쿠."
시에미가 부르자 이타쿠는 타에와 말다툼하는 걸 멈췄다.
"칫, 알았다고. 안 싸우면 되잖아."
"…다음."
"우즈마키 시에미입니다. 좋아하는 것은 사람, 싫어하는 것은 인간쓰레기. 취미는 독서하거나 요리 등등. 목표는 소중한 사람들의 미래를 지키는 것. 꿈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아이를 갖는 것. 그리고 그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늙는 것입니다."
"시에미~! 감동이야!"
시에미의 자기소개에 이타쿠는 두 손을 맞잡고 그녀를 감동어린 시선으로 보았다.
"콜록, 마지막."
"시무라 타에. 좋아하는 건 가족과 소꿉친구. 싫어하는 건 많아서 뭐라 콕 집어 말하기 곤란하네요. 취미는 그림 감상. 꿈이라고 끝낼 수 없는 야망이 있습니다. 어떤 여자를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무리지 않을까?"
"무리지 않아!"
"메이코가 시무라 단조보다 약했다면 그녀의 혁명은 성공하지 않았겠지. 이 말이 무슨 의미인줄 알아, 시무라 타에? 넌 너의 할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소리야."
"그, 그건!"
"넌 네 할아버지를 뛰어넘을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 거야? 되어있지 않으면 그 야망을 입에 담는 것조차 하지마."
하야테는 셋을 보며 이 팀 정말 괜찮은가를 다시 생각했다.
'하야테여, 인주력 가족인 그녀와 우치하 일족에서 퇴출당하고 어릴 때 정신병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 그에게 적의를 갖지 않는 상닌이 많지 않다네. 부탁하네.'
고개까지 숙여가며 말씀하신 호카게님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알겠다고 했지만 정말, 정말 괜찮은건가 걱정이 앞섰다.
'시에미양과 이타쿠군은 사람으로서 괜찮아. 게다가 검술에 재능이 있어. 형이 선발된 건 그때문일 거야.'
두 사람과 1년간 임무를 한 동생의 말에 어느정도 걱정이 가시긴 했지만 그래도……. 하야테는 자신을 빤히 보고 있던 시에미와 눈이 마주쳤다. 시에미는 시선이 마주치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짓어보였다. 그의 생각을 알아차려서 괜찮을 거라고 말한 것처럼 웃는 것 같았다.
"콜록."
"저, 하야테 선생님?"
타에가 기침을 하며 생각에 잠긴 하야테를 불렀다.
"어디 아프신 거 아니죠?"
"…지병입니다. 콜록 그래도 크게 앓아 누운 적도 없고 콜록 임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하야테는 상닌이야. 상닌들은 대게 자기관리 철저히 해."
상닌 정도가 되면 혼자서 임무를 맡는 일도 있지만 동료나 부하가 있다면 그들의 모숨은 상닌의 명령과 판단에 의해 좌우된다. 당연히 철저히 준비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결정을 내려야 위험한 일들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오늘은 서로 반이 된 것을 콜록 확인했으니 내일 하닌이 되기 위한 시험을 칠 겁니다. 콜록콜록 필요하다고 생각한 만큼 준비해서 10시까지 제 5연습장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시험? 타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타쿠와 시에미에 자신만 모르는 게 아닌가 싶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야테가 나가고 타에는 일어섰다.
"타에, 내일 봐."
"으응, 내일 봐…."
시에미의 인사에 화들짝 놀란 타에는 겨우 말을 내뱉고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타에의 실력이 어느 정도는 모르겠지만 실력 이전에 합이 맞을 것 같으니 다행이야."
닌자 졸업 시험에서 최소한의 실력을 보니 하닌 시험 때는 그보다는 팀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년엔 강제적 팀이 만들어져서 그 시험을 치루지 않았지만.
"합격해서 팀이 된다면 말해야지."
"…그래야지. 네 힘에 대해서."
다음날 10시가 되기 전 제 5연습장에는 셋 사람이 모여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시에미는 타에가 긴장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긴장했어?"
"그, 그럴 리가."
"솔직해도 될 텐데."
"지금 떨었어, 타에."
"안 떨었어!"
잔뜩 긴장했으면서 긴장하지 않는 척을 하는 타에가 귀엽다듯 시에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슨 짓이야!"
타에는 놀라서 그녀의 손을 재빨리 쳐냈다.
"귀여워서? 어린애는 솔직한 편이 어린애다운 거야. 애당초 스스로의 감정에 변명을 할 필요 있어? 이곳에 네가 두렵다고 해도 널 무시할 사람은 없은걸."
10시가 되자 하야테가 나타났다.
"10시입니다. 콜록 지금부터 하는 시험 내용은 간단합니다. 콜록 12시까지 저를 5초만 잡아두시면 됩니다."
"잡을 방식은?"
"체술이든 인술이든 환술이든 콜록 그 외의 방법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콜록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이용해서 절 붙잡으시면 됩니다."
하야테가 더 이상 질문이 없냐는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자 근처에 그루터기 위에 시계를 올려놓고 12시에 알람을 맞췄다.
"그럼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합니다."
동시에 하야테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곳에 남은 셋은 아무 말도 없이 침묵을 지켰다.
"이타쿠, 그림자술을 쓸 거지?"
"물론."
"그럼 너와 내가 선생님을 붙잡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하는 거네?"
"역시 차석. 이해가 빠르구나."
"차석이라고 부르지마!"
"머리 좋다는 의미인데."
시에미는 홀스터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이타쿠에게 내밀었다.
"은신 술식?"
"그럼 해볼까, 타에? 그는 내 뒤에서 40m 떨어진 곳에서 약간 오른쪽 방향. 움직임은 없어."
"너, 감지 닌자였어?"
"응."
유도할 방법을 찾던 타에와 시에미가 움직이자 이타쿠는 두루마리를 들고 숨을 곳을 찾았다. 한편 하야테는 셋이서 모의하는 걸 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짓었다.
'!'
타에에게 귓속말로 속삭인 시에미가 망설이지 않고 자신이 있는 쪽으로 덤벼들었다. 다짜고짜? 일반적으로 하닌이 이 시험을 치르면 상닌을 상대할 때 체술보다 인술을 선호한다. 왜냐면 체술로 이기지 못할 걸 아니까 기피하는 거다. 실상 인술도 그게 그거지만 인술은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그로 인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거다.
하야테는 팔을 교차해 시에미의 발차기를 막았다. 여아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묵직한 공격이었다. 실전이 아닌 시험이기에 하야테는 바로 뒤로 물러섰다.
"풍둔, 대돌파."
바로 잇은 타에의 돌풍 공격. 자연스러운 연계에 하야테는 이 연계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약한 쪽을 먼저 공략하려 움직였다. 그가 시에미 쪽으로 표창을 던졌고, 타에 쪽을 향해 공격의사를 펼쳤다.
"타에!!"
사륜안을 발동한 이타쿠가 나타나 은신술을 풀고, 타에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의 그림자가 손 형태로 변해 여러갈래로 허공으로 솟구쳐서 하야테를 구속하려고 움직였다. 그림자가 그를 잡을 수 있도록 타에와 시에미가 수리검 혹은 표창을 던져 움직임을 유도했다. 그리고 그림자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잡혔어, 하야테."
"콜록, 합격입니다."
타에의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그 모습에 이타쿠는 "솔직하지 못하긴."라고 중얼거렸다.
"저, 선생님? 이 시험의 목적은 뭔가요?"
"이 시험은 콜록 처음 보는 닌자들끼리 협동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합니다. 세 분은 훌륭하게 시험을 통과했고 콜록 오늘부터 이 팀은 '하야테 9반'으로 불립니다. 콜록콜록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임무에 들어가게 될 테니 콜록 간단히 준비해서 오전 9시까지 호카게 관저 앞으로 와주세요."
햐야테가 해산 선언을 하자 타에는 시무라 일족 사유지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고 했다.
"잠깐 기다려."
이타쿠가 할말이 있다며 가려는 하야테와 타에를 막았다.
"잘 들어. 나에겐 봉인되어 있는 힘이 있어."
"네?"
"새 나라의 사토리란 병기 들어본 적 있어?"
"!! 분명 극락의 상자란 곳에 봉인되어 있다는 병기 말이죠?"
"그게 뭔데?"
모르는 타에를 위해 시에미가 설명했다.
"극락의 상자. 사토리를 낳고 사토리를 움직여 사토리로 끝난다. 녀석은 적을 포획해 상자에 넣는다. 상자의 꼭두각시를 말이지.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읽어, 극락의 상자는 무슨 술식을 쓰는지 몰라도 안에 들어간 적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 그리고 사토리에 들어간 자는 인간으로 되돌아오지 못해."
"새의 나라는 그 사토리의 힘을 담은 흑단을 만들었지. 그리고 만병통치약 혹은 소원성취단이라고 속여 사람들에게 먹였고, 그걸 먹어 강력한 파워를 가지게 된 병사들을 이용해 전쟁을 일으켰어. 몇 개의 소국이 멸망하고, 새의 나라 역시 자멸했지. 아니 멸망시킬 수밖에 없었어. 그 흑단이 너무나도 위험했기 때문에."
"설마 당신들…."
"응, 했어."
하야테는 너무나도 담담히 설명하는 시에미와 이타쿠를 멍한 표정으로 응시했다.
"상자는 사라졌지만 내 몸에는 그 사토리가 봉인되어 있어. 쓰고 있는 그림자술도 그 능력이지. 만약 폭주하게 되면 망설이지 말고 날 죽여."
"!!"
"너희에게 무거운 짐을 줄 생각은 아니야. 날 죽이는 것도 폭주를 막는 것도 시에미의 역할. 하지만 시에미가 하지 못할 경우에, 우즈마키 일족도 날 막지 못할 경우에 너희가 날 죽여."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두 사람을 동료라고 믿으니까. 팀이라고 믿으니까 말하는 거야."
작년 팀은 팀이라고,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말하지 않았다.
"이타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막을 테니까, 반드시. 두 사람에게 피해주는 일은 절대 없어."
시에미가 확신하며 말했다. 타에는 각오를 한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타에는 사유지로 들어서서는 제일 안쪽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다른 닌자들이 움찔거리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타에!!"
칸나만이 타에를 보자 반갑게 다가왔다.
"잘 했어?"
"고모, 여긴 무슨 일이야?"
"그야 타에를 만나러 왔지. 하닌 시험은 어땠어?"
"고모, 일부러 말 안 했지?"
칸나는 깔깔 웃으며 알려 주면 재미없지 않냐며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었다.
"게다가 알려주는 건 불문율이거든."
"다른 두 명은 별로 동요하지 않았어."
"아, 두 사람은 스스로 알아낸 걸 거야. 아니면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실히 있었던지. 너도 이제 한 명의 닌자니까 필요하다면 스스로 알아내거나 판단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응…."
"앞으로 하닌으로서 열심히 해."
"저기…."
칸나는 타에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 채로 가버렸다. 타에는 몸을 돌려 단조 방문 앞에 섰다.
"할아버님, 들어가겠습니다."
문 앞에서 말을 하고 방문을 열었다. 안쪽 방에서 단조가 다도를 하고 있었다. 타에는 안쪽 방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바깥 방에서 앉았다.
"할아버님, 무사히 하야테 9반 소속이 되었습니다."
"너의 임무를 잊지마라, 타에."
"네. 반드시 시에미가 사용하는 인술을 모두 파악해 메이코를 죽이겠습니다."
"음."
단조는 흡족한 얼굴로 손녀딸을 보고 피곤할 거다, 라고 말하며 그녀를 물렸다. 타에는 토달지 않고 방을 나섰다.
"죽여야 한다…."
저택에서 복도에서 타에는 한 손으로 또 다른 손의 손목을 잡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상하게도 아까 전에 이타쿠가 잡았던 손목이 아직도 옭아메져 있다고 느껴졌다.
"죽여야 해…."
찌릿찌릿한 건 손목, 아니면 심장…?
하닌으로 인정된 금년의 루키 나인은 가이 3반, 마사키 6반, 하야테 9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