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반요(2부) 63

리틀 윙 2019. 8. 7. 08:52

나뭇잎 마을에서 닌자발로 하루 반각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유리 마을은 이름 그대로 마을 전체가 유리 공예품을 만들어 팔고 있었다. 


"와아!"

"너도 여자애구나."


거기에 눈길이 뺏긴 타에를 보며 이타쿠가 말했다.


"뭐라고?!"

"전해줄 물건도 전해줬으니까 조금 구경해도 괜찮죠, 하야테 선생님?"

"단, 콜록 함께 이동할 겁니다."

"시에미! 저거 보자!"


출발하기 전에 의미심장한 말 때문인지 하야테가 함께 이동하자고 말했다. 하아테의 허락이 떨어지자 타에는 시에미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유리로 전시된 진열장에는 유리세공품들이 뿜내고 있었다. 


"시에미, 뭔가 구매할 거야?"

"글쎄. 뭔가 끌리면 구매하고 없으면 안 사고."

"기분파야?"

"…!!"


시에미는 눈을 돌리다가 무언가에 꽂혔는지 거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시에미?"


시에미가 눈을 떼지 못하는 쪽으로 타에가 고래를 돌렸다. 거기에는 오묘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 검은색 진주를 품에 안은 인어상이 있었다.


"시에미양?"

"저거 판매해서 안 되는데…."

"흑단이잖아."

"뭐!? 저게 흑단이라고! 그, 그, 그걸로 만든?!"

"사토리로 만든 흑단. 저거 질이 엄청 나빠. 멘마가 판매불가품으로 만들었는데. 새의 나라가 멸망하니까 기어나오는구만."

"콜록 호카게님에게 알려야겠군요."


하야테는 호카게에게 서신을 날려보냈다.


"콜록 나쁜 일이 안 생기면 좋겠네요."

"생길 걸. 일단 흑단은 나쁜 것을 몰고 오는 법이니까."

"물건에게 그런 힘이 있어?"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은 누군가를 원망하고 자신처럼 되길 바라는 저주를 하고 있으니까. 흑단은 저주의 물품, 원한이 깃든 물건."


시에미는 흑단을 파는 가게로 향해서 그 인어상을 사왔다.


"사오는 거야?!"

"누군가는 안에 갇힌 영혼을 해방해줘야지."

"그게 꼭 너가 아니어도 되지만 말이지."

"내가 하는 것에 불만이라도 있어?"

"…별로."


이타쿠는 불만이라도 있다는 얼굴로 고개를 홱 돌렸다. 


"아무튼 정보도 몇 개 알아왔는데 이걸 파는 상단이 있다고 해. 아니 정확히는 이거만 정확히 파는 교단이라도 해야 할까."

"사는데 거기까지 알아온 거야?"

"교단이라는 게 마음에 걸려. 대체 뭘 숭배하고 있는 걸까?"

"장소는?"

"거기까지는 모른다고 해. 어떤 교단의 신자인 잘생긴 남자가 와서 주고 사라졌다고 해. 주고 사라졌다는 것도 마음에 걸려."

"조사해보면 콜록 뭔가 나오겠죠."


호카게의 서신이 올 때까지 유리마을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어?"

"어…."


마을 여관에서 하야테 9반은 가이 3반과 마사키 6반과 대면했다.


"시에미씨!!"

"이타쿠씨!!"


모미지와 후유미가 제일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그쪽도 미아 찾기 임무야?"


카오리가 물었다.


"아니, 우린 임무는 이미 끝났어."

"그래? 우리는 3반과 합동임무로 가출한 아이를 찾으러 왔어. 여기서 끊어졌거든."

"확실히 백안은 추적에 좋은 동술이지."

"임무 끝났다면서 왜 아직 여기 있는 거지?"


네지가 물었다. 


"여기서 말할 것이 아니군요. 방을 잡죠."


시에미가 말했다. 


"오! 그게 좋겠군!"


가이가 찬성하자 마사키도 이의를 비추지 않았다. 방 3개를 잡고 3반과 6반은 정보수집을 하러 여관 밖으로 나갔고 셋 명의 담당 상닌들과 하야테 9반만이 방에 남아있었다. 방에서 하야테는 시에미-마을에 또 다른 흑단이 있는지 찾으러 갔다.-가 산 흑단을 보여주며 말했다.


"흑단…. 그게 그렇게 위험한 물건인가?"


가이가 모든 얘기를 듣고 물었다.


"위험해. 흑단을 섭취해서 괴물이 된 녀석들은 다른 인간을 공격함으로서 전염시키거든. 그렇게해서 자기 세력을 점점 불러가면 인간은 멸망해."


이타쿠가 말했다.


"전염성…. 확실히 그건 무서운 성질이지."

"어쩌면 가출한 미아에 흑단이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

"있다고?"

"흑단을 만들기 위해 산제물은 필수니까."

"산제물…."

"아닐 수도 있고."


정보 탐색을 마치고 6명의 아이들이 돌아왔다.


"추적은 어땠냐?

"그게 좀…."


만두머리 소녀 텐텐를 포함해서 6명 아이들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단순한 가출이 아닌 것 같아요."


카오리가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최근 들어 마을에서 사라진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모양이에요."

"실종자 사이에 특별한 연관 지을만한 관계나 접점은 없엇던 듯합니다. 다만 조금 걸리는 것이 있어서."

"걸리는 것?"


차례대로 리, 네지가 대답했다. 


"나이, 성별, 출신. 아무 접점이 없지만…."

"실종자 사진들을 받아왔어요."


모미지와 후유미가 홀스터 속에서 열댓 장 정도 되어 보이는 사진을 꺼내들었다. 상당히 많은 수였다. 가이, 마사키를 포함해서 하야테 9반까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주르륵 펼쳐진 사진들에 이타쿠를 제외하고 그들은 감탄을 내뱉었다.


"누군지 알 것 같은데. 이 짓거리 벌인 사람."


이타쿠가 말했다.


"에?!"

"선남선녀를 좋아하거든, 그 녀석."

"선남선녀…."


이타쿠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사진으로 향했다.


"근데 말이지, 만약 정말 그 녀석이라고 하면 이거 C랭크 임무가 아니라 A, 아니 S급으로 임무가 될 거야. 근데 시에미는?"

"흑단이 마을에 또 있는지 찾으러 갔지…."

"콜록 금방 돌아오겠다고 해서 콜록 보냈는데요."


기묘한 침묵이 방 내부에 감돌았다.


"호카게님께 서신을 다시 보내야겠군요 콜록콜록!"

"하야테, 우리는 대기?"

"네."

"흠…. 빨리 해줘. 시에미가 오늘 돌아오지 않으면 납치로 판단하고 명령불복종이라도 움직일 거야."


이타쿠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시에미씨…."

"시에미도 한 명의 훌륭한 닌자야. 쉽게 당할 리가 없어. 우리는 막 마을에 도착했으니 일단 휴식이 먼저야. 무슨 일을 한다고 해도 컨디션이 좋아야 하니까 조금 진정하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자고."


마사키가 불안해하는 자신의 부하들을 진정시켰고 가이와 하야테와 함께 방을 빠져나갔다. 

호카게의 서신이 도착한 건 그날 늦은 저녁, 밤 10시였다.


"암부와 의료부대 편성 1소대를 지원하겠다고 하더군."

"랭크가 휙 올랐어. A랭크…. 그 정도로 위험하다는건가."

"그리고 1인은 즉시 귀환."


특이하게도 호카게 관저의 전언과도 별도로 정보부에서 따로 보내는 문서가 동봉되어 있었는데 요즘 불의 나라에서도 미성년 실종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 지금까지 정보부에서도 이와 관련된 일로 조사를 하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나뭇잎 마을에 갈게."


마사키가 말했다.


"아뇨, 콜록. 제가 가겠습니다. 자세한 설명 콜록 필요하니 제가 가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하야테의 부하잖아."

"콜록 당신의 조카이기도 합니다, 마사키씨."

"말 전하는 거라면 카이도로 충분해."


문이 열리고 이타쿠가 말했다. 그의 어깨에 소환수 카이도가 앉아있었다.


"너희보다 더 자세히 카이도는 알고 있으니까."

"맡기거라, 주인. 멘마의 정체가 시에미란 사실만 말하면 되지?"

"그래."


히노 일족 몰살은 시에미에겐 너무나 아픈 손가락이니까. 이타쿠의 말을 들은 카이도는 나뭇잎 마을로 날아갔다.

상닌들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상황설명했다.


"아주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단다. 알고 있겠지."

"그 정도는 안다구요."

"그럼 출발하지. 장소는?"

"아, 그게…."

"됐어. 이걸로 하지."


이타쿠는 본인의 귀걸이를 귀에서 뺐다. 그리고 바닥에 피로 술식을 적었다. 이타쿠는 술식 가운데에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올려놓고 인을 맺었다.


"인법, 나비추적술."


술식은 꿈틀꿈틀 움직여 귀걸이를 동그랗게 감쌌다. 그리고 붉은 빛을 내는 한 마리의 나비로 변했다. 


"가지."


나비가 움직이자 이타쿠들이 쫓았다.

한편 시에미는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그리고 정신을 잃기 전의 입을 막던 비현실적으로 새하얀 손을 기억해냈다. 


"아-윽!"


움직이려고 할때 두 다리에서 느껴지는 강한 아픔을 느꼈다. 더듬거리며 다리를 손으로 매만졌다. 다리에 흐르는 차가운 것은, 피인가…? 아니 것보다 다리에 말뚝을 박은 것 같은데. 시에미는 발목에 박힌 말뚝을 뽑아냈다.


"크윽…!! 완전… 뚫어, 놨어."


챙그랑, 던져진 말뚝이 어둠 저편으로 굴러갔다. 반요 자가치유력이 아무리 높아도 이렇게 뚫어놓으면 회복되는데 시간이 걸린다. 걸을 수 없을 테고, 꼼짝없이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심지어 두 손을 묶어놓은 밧줄은 무슨 재질로 만들었는지 차크라를 낼 수가 없었다. 


"깨어났군."


스륵, 기묘한 주황색 가면을 쓴 남자가 공간을 비틀고 나타났다. 


"9미 반요가 이런 어린애라니."

"숙주의 모습만 어린 거야."


검은색과 흰색으로 얼굴이 반반 나눠져있는 알로에가 그 뒤를 잇어 나타났다. 시에미를 신기해하는 흰 제츠에게 검은 제츠가 음산한 목소리로 숙주의 외형이라고 말한다.


"내면은 천 살이나 먹은 할망구라고."

"…나를 납치해서 어쩔 셈이지?"

"계획의 방해꾼은 제일 처리해야지."

"아직도 그딴, 허황된 꿈을, 꾸는 거야? 질린다-."


시에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면을 쓴 이가 퍽 그녀를 걷어찼다.


"컥, 쿨럭!"


단 한 번으로 늑골이 나갔다.


"늙은이답게 말이 많군."

"너, 누구야…."


냉랭한 빛을 띄는 눈동자가 저 남자는 우치하 마다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을 저런 눈빛으로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보니 구미 반요의 핀치라면 구미도 알아차린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일까?"

"…!"

"잘하면 구미를 폭주시킬 수 있을지도 몰라."

"호-오, 흥미로운 사실이군. 환술이 통하지 않으니 육체에 손댈 수밖에 없군."

"인주력을, 우치하를! 건들지, 마."


내가 어떻게 살렸는데! 어떻게 보호하려는 것인데! 너희 따위가 멋대로 망가뜨려도 되는 것이 아니라고! 시에미의 눈동자를 본 남자는 비틀린 웃음소리를 내서 불쾌하다는 감각을 온몸으로 내뿜었고, 동시에 그녀를 향해 움직였다. 

시에미의 위기를 본능적으로 느낀 나루토-정확히는 봉인되어 있는 구미가 분노를 터트리고 있어서-는 아카데미 수업 도중 픽 쓰러졌다.


"!! 나, 나루토!!"


이루카가 깜짝 놀라서 그에게 달려갔다. "아, 윽…!" 나루토는 배를 움켜쥐면서 간혈적으로 숨을 내뱉었다. 그의 정신은 어둠 속으로 이동한다.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 한 쌍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증오한다, 나는!!"

"힉!"

"어린애를 그렇게 쳐다보면 안 되잖아, 구미."

"그딴 걸로 날 부르지마라!"


철장 속에 갇힌 존재가 나루토 뒤에 나타난 존재를 향해 이빨을 드러낸다.


"괜찮단다."


나루토는 자신을 끌어안은 따뜻한 품에 눈동자를 깜박였다.


"자고 있으렴."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루토는 "으응…." 안심하며 눈을 감았다. 


"메이코!! 그놈이다! 내가 당장!"

"안 돼."

"메이코!!"

"안 돼. 그래서 안 돼, 쿠라마."


메이코가 단호한 눈빛으로 구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인간들을 지키겠다는 거냐?!!! 우리를 이렇게 가둔 놈들을, 너를 아프게 한 존재를!!"

"응. 지킬 거야. 그들이 나를 배신해도 난 그들을 사랑하니까, 계속 지킬 거야. 그리고 너희 미수들 역시 소중한 친구니까 지킬 거야."

"고집불통…."

"누구에게 하는 말, 흡!!"


웩-! 메이코는 나루토를 한 손으로 자신의 품 안으로 더욱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핏덩어리는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왔다.


"메이코!!"


쿠라마라는 이름이 있는 구미는 피를 토하는 그녀에게 비명을 질렀다.


"괜찮아. 난 괜찮아, 쿠라마."


메이코는 구미를 향해 안심하라듯 웃어보렸다. 하지만 그게 맘에 들지 않았는지 구미는 본인 꼬리를 움직여 바닥을 팡팡 쳤다. 


'숙주가 공격당하면 심상세계에 있는 나 역시 무사하지 못해……. 서둘러줘, 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