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반요(3부) 88

리틀 윙 2019. 9. 3. 18:48

당고를 먹는 쌍둥이들 옆에서 시에미가 그들을 흐믓한 얼굴로 지켜봤다.


"누나, 그러다가 채할 것 같아."

"미안미안. 너무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서."

"오랜만은 무슨. 2주일 밖에 안 지났어."

"삐진 거야, 타카오? 풀으렴."


타카오는 쳇, 하고 당고를 입안 가득히 집어넣었다.


"많이 바빴어?"

"조금."


시에미는 두 사람에게 애써 시선을 떼어내고 차를 마셨다.


"이제 안 바쁜 거야?"

"뒷처리가 남아있긴 하지만 쌍둥이들과 식사 정도는 할 수 있어."

"어이! 시에미!!"


키바가 큰 소리로 시에미를 부르며 팀원들과 함께 걸어왔다.


"8반이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은 너한테 생긴 거 아니냐? 약 2주동안 얼굴을 보이지 않았잖아."

"후유미랑 모미지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쯤 두 사람이면 훈련장에서 수행을 하고 있지 않을까."


곧 중닌 선발 시험이기도 하고(유키무라와 츠카사는 팀원 1명을 구하지 못해 이번 중닌 시험에는 불참)…. 담당 상닌인 마사키가 여전히 고양이 상태라서 자연스럽게 6반은 스스로 수행에 들어갔다


"저, 괜찮은 거야?"


히나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괜찮아. 골치아팠던 일도 대충 끝났거든."


그 골치 아픈 일 때문에 9반도 각자 수행시간을 가졌다.


"골치아픈 일…?"

"누나!!!"


7반도 임무가 끝났는지 시에미를 발견한 나루토가 달려왔다. 그러자 히나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보는 것만으로 그렇게 빨개질 일이야? 키바와 시노가 기절할 것 같은 히나타를 부축하며 가버렸다.


"그럼 누나, 우린 가볼게."

"그래."


8반이 떠나자 쌍둥이들은 친구들(새로 사귄 모에기랑 우돈+코노하마루)과 놀 시간이 되었다면서 가버렸다. 시에미는 쌍둥이들 등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누나!!"

"귀 안 먹었으니까 가까이서 소리지를 필요 없어. 근데 카카시 선생님은?"


7반만 있고 카카시는 없었다.


"집에 갔다."

"집에?"

"응. 집에 뭐 중요한 거라고 숨겨두셨는지 요즘은 일찍 집으로 가셔."

"…애묘가인 줄 몰랐는걸."


카카시는 개파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면 내용물은 마사키라서 그런 건가.


"저기, 보고 싶지 않냐니깐?"


나루토가 속삭였다. 아, 못된 장난을 꾸밀 때의 얼굴이다. 이번엔 대체 뭐가 나루토의 장난끼 센서를 건들었을까?


"뭘."

"뭐라니! 뻔하잖니깐! 카카시 선생님의 맨얼굴!"

"시시하군. 난 흥미없어. 오늘 임무도 끝났겠다. 난 돌아가겠어."

"붕어 입술."


나루토의 그 한 마디에 가려던 사스케의 발걸음이 멈췄다.


"아니면 뼈드랑니?"

"!!"


걸어갔던 사스케가 휙 돌아서 돌아왔다. 흥미를 가져버린 건가? 카카시의 맨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진지하게 궁리하는 셋 아이들을 보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함께 온천이라도 가던가. 설마 탕 안에서까지 쓰고 있을까."

"그거다!! 고맙다니깐, 누나! 당장 시행해보겠다니깐! 카카시 선생님, 집 아는 사람?!"


당연히 셋 아이들은 몰랐다.


"내가 알고 있어. 나노카도 데려가야하니까 같이 갈래?"

"나노카?"

"고양이 이름이야."

"고양이, 키우는 거야?"

"임보 중인 고양이야."

"임보?"

"임시보호의 준말. 잠깐 맡았어."


나루토들에게 애써 말할 필요는 없겠지. 계산을 끝내고 셋 아이들과 함께 카카시 집 초인종을 눌렀다. 


"없는 건가."

"집으로 간 게 아니었어?"

"문은 열려있는데?"

"실례하겠다니깐요!!!"

"나루토!"


문이 열려있다고 남의 집에 벌컥 열고 들어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 시에미는 재빨리 들어가려는 나루토를 목덜미를 잡았다.


"악! 무슨 짓이냐니깐, 누나!"

"너야말로 예의 없게 집주인이 나오지 않는데 어딜 들어가려는 거야!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니?!"

"자, 잘못했다니깐!"


그때 문이 열렸다. 


"마사키?/마사키 선생님?/고모?"


마사키가 헐렁거린 닌복을 입은 채 서 있었다. 딱 봐도 본인의 것이 아닌 닌복….


"돌아왔네?"

"방금 전에."

"아쉽네."

"진심으로 아쉬워하지마."

"너희, 무슨 일이야?"


카카시가 마사키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선생님! 온천 가자니깐요!"


나루토가 외쳤다.


"온천은 갑자기 왜?"

"아, 그게! 치-친목회에요!"


사쿠라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온천…. 시에미도 가는 거야?"

"그럴 리가. 난 나노카를 찾으러 왔을 뿐이야. 없으면 집에 가야지."


가려는 시에미를 마사키가 잡았다. 팔이 잡힌 시에미는 그녀를 올려다봤다.


"마사키?"

"시에미도 같이 가자. 온천, 가본 적 없지?"

"가본적은 없지만. 너도 가려고?"

"나도 갈 거야!"

"나 돼, 됐……."


마사키가 시에미를 향해 미인계를 사용했다. 촉촉하게 젖어든 푸른 두 눈에 시에미는 "윽!"하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며 도망치려했지만, 마사키에게 팔이 잡혀 있어서 멀리 도망칠 수 없었다.


"갈게…."


그녀가 항복하듯이 선언하자 마사키는 언제 울었냐듯이 싱글벙글 웃었다.


"앗싸! 시에미랑 첫 온천! 아카네에게 자랑해야지!"

"미인계는 치사하다니까."

"시에미가 미인에게 약하니까."

"헤-에, 처음 듣는데."

"미코토씨에게 들었어."

"가줄 테니까…. 마사키, 네가 전부 내는 거야."

"좋아좋아."

"친목다짐에 온천이라니, 나쁘지 않네."


싱글벙글 웃는 마사키의 얼굴에 카카시도 가겠다며 아이 4명에 어른 둘이 함께 나뭇잎 마을에 있는 온천가로 향했다.  

여탕으로 들어가서 몸을 씻고 온천으로 들어간 마사키, 시에미 그리고 사쿠라. 사쿠라는 두 사람의 몸매, 특히 가슴에 저절로 쭈그러져서 얼굴만 온천물 위로 내놓고 있었다.


"사쿠라, 그렇게 있으면 안 답답하니?"


탕에서 내뿜어지는 연기에 마사키가 물었다.


"괘, 괜찮아요! 하하."


사쿠라는 어색한 웃음을 터트리며 두 사람의 가슴을 힐끗 보고 제 납작한 가슴을 내려다봤다.


"아직 어리니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지 않을까."

"으응?!!"


속마음을 꿰뚫은 것처럼 들려온 시에미 목소리에 사쿠라는 깜짝 놀랐다. 시에미는 눈가에 수건을 올리고 50대 아저씨처럼 양 팔을 난간에 기대고 있었다.


"시, 시에미는 몸에 상처가 많구나! 마사키 선생님은 상닌이라서 단련되어 몸에 상처가 있는 건 당연하지만."

"뭐 이리저리 진창 굴렀으니까. 마을 밖에 있을 때도, 마을 내부에 있을 때도 말이지."


담담히 말하는 과거의 상처에 사쿠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마사키가 화제를 돌리듯 시에미에게 물었다.


"목걸이는 풀지 않아도 돼?"

"물에 젖어도 되는 천이니까, 문제없어."

"귀걸이는?"

"다이아몬드니까 온천 유황에도 녹스는 일은 없어."

"가슴에 그건 뭐니? 문신?"


마사키가 시에미 왼쪽 가슴에 그려진 문신에 대해 물었다. 검은 다이아몬드 테두리 안에 '九'라고 적혀 있었다.


"시에미?"

"-카카시 선생님, 아직이냐니깐!!!"


남탕에서 나루토가 버럭 소리질렀다. 그 목소리에 사쿠라의 정신이 그쪽으로 쏠렸다.


"지금 간다."


카카시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타올을 몸에 감싼 사쿠라가 남탕과 여탕을 구분하는 울타리로 가까이 갔다. "전혀, 안 보여…."라고 중얼거리는 사쿠라는 마사키는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보았다.

온천에서까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카카시였기에 맨얼굴 보기 작전은 실패했다. 온천을 나설 때 하늘 위에서 날아다니는 까마귀가 "바보, 바보."라고 우는 것 같았다.


"마사키, 그 옷 너무 헐렁거리지 않아?"

"이, 이건!!"

"아 됐어. 남친 옷이라면 별로 듣고 싶지 않거든."


시에미가 잽싸게 얘기하지말라고 했다.


"그, 그런 것 아냐! 애초에 나는!"

"결혼했어도 지금은 이혼했지, 자식은 없지. 남친이 있어도 딱히 이상할 일은 아니잖아."

"그, 그렇지만."

"한 번 결혼한 여자는 남편이 죽고도 과부로 살아가야 한다는 건 언제적 시대적 사고지? 고리타분해."

"재혼해도 반대하지 않겠네…."

"그건 네 자유. 재혼을 해도 되고, 하룻밤 유희를 즐겨도 되고. 마음대로 해. 마사키는 아직 젊고 예쁘니까. 타인 눈을 살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건 미련한 짓이야."


시에미는 손에 든 바나나 우유를 원샷했다.


"유채꽃 유래에 대해서 알아? 난 마사키가 유채꽃과 닮았다고 생각했어."

"난데없이…?"

"그 유래가 마음에 들어서 난 그때 너에게 '나노카'라고 이름을 짓었거든. 바다 건너 유래인데, 꽤나 교훈이 담긴 내용이라 기억하고 있어. 들려줄까?"


시에미는 마사키 대답을 듣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옛날에 부자 목동이 있었다고 해. 어느 저녁 그는 네마리 양이 모자라 찾으러 나섰다가, 죽은 양 한 마리 옆에서 울고 있는 볼품없이 마른 소녀를 보았지. 가난하고 굶고 있던 그 소녀는 길 잃은 네 마리 양을 보고 양털을 훔칠 생각으로 가위로 양털을 잘랐는데 한 마리가 크게 날뛰어 죽어버려 두려움에 앉아서 울고 있었다고 목동에게 잘못을 구했지. 그러자 목동은 양털과 고기를 그 소녀에게 주러 여섯 날마다 방문했지. 건강을 되찾은 소녀는 아주 예뻐졌고, 목동은 그녀에게 사랑에 빠졌지만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어. 그래서 소녀는 목동 마음을 알지 못하고 자신에게 청혼한 기름 상인과 결혼했지. 소녀의 결혼 소식에 크게 충격 받은 목동은 죽었고, 그 시체에선 꽃이 태어났는데…, 그게 유채꽃이라고 해."

"…그래서?"


이미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차렸으면서 묻는 건가. 


"사랑하고 있다면 지금 표현해. 내일이면 그 사랑이 남이 되어버릴지도 모르잖아. 사람은 누구나 상처입는 것을 두려워해. 하지만 두려워해선 스스로 간절히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없어. 그렇지, 마사키(眞咲)?"


진실이 피어나다라는 뜻을 지닌 이름의 그녀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