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반요(4부) 129

리틀 윙 2019. 10. 8. 00:16

가아라가 마을로 귀환하고 카카시 반과 가이 반에게 각각 한 사람씩 배정하게 해서 쉬도록하게 했다. 퇴원하자마자 복직한 코우시는 밀린 업무들을 해치우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되냐."


가아라 목소리가 들려오자 코우시는 가라앉은 얼굴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늦은 시각인데 아직도 안 잔 거냐. 오늘정도는 쉬어도 될 텐데."

"…너가 할 말은 아니군."


코우시는 연구실 안으로 들어오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술을 마시는 거냐? 아직 18살 안 되었는데."

"마시고 싶을 땐 마시는 게 신조고…, 반요에게 나이는 무가치하다는 건 알잖아. 게다가 오늘 같은 날은 마셔줘야지."


테마리 핀잔에 코우시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듣고 싶은 거라도 있어?"

"그렇다."


코우시는 술잔을 비워냈다. 도수가 강한지 술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속이 홧홧거려왔다. 입안이 쓰고 속이 쓰려도 왠지 모를 개운함이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좋아. 대충 앉아."


나뭇잎 카카시와 가이 그리고 테마리, 칸쿠로, 가아라 삼남매가 연구실에 준비된 소파에 앉았다.


"그래서 뭘 물으러 온 거냐? 사랑하는 약혼녀를 잃은 남자에게 하루 정도 슬퍼할 애도 시간을 주지 않고 말이지."

"아…. 미안하다."

"농담한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지 마."


가아라의 진지한 태도와 사과에 코우시가 뻘쭘해져 말했다.


"사와코의 죽음과 이치카의 소멸에 난 긍지를 갖고 있어.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망 가득한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그거야말로 인간으로서, 닌자로서 최고의 멋진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거짓말이 아니라듯이 코우시 말에는 뿌듯하다는 감정이 확 느껴졌다. 이별은 슬프지만 한편으론 자랑스러웠다. 아마 그 감정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반요들도 동시에 느꼈을 거다.


"게다가 우리는 삶에 집착하지 않는 편이거든."

"무슨 소리인지?"

"각성하면 숙주인 인간 몸은 보옥의 힘을 감당할 수 없어 죽음을 향해 치솟듯이 달려가지. 20년이 한계라서 반요 수명은 20대 초반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25살 이상을 산 반요는 없어."

"20년…."

"나 뿐 아니라 나머지 반요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며 거기에 수긍하고 있어. 그러니 우린 짧은 생에 하늘을 수놓은 폭죽처럼 화려하게 피우고 지길 바란다. 긍지와 신념을 져버리지 않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길 바래."

"각성이란 건 무슨 소리지?"

"반요 힘을 쓰기 위해선 조건이 있어."


코우시는 설명을 바라는 다섯 명 시선에 술잔을 작게 흔들었다. 흔들림에 따라 술역시 찰랑 흔들렸다.


"그 조건이란…, 인간으로서 삶이 한 번 끊어져야 해."

"!!"

"반 년 전에 모래마을에서 열린 중닌시험 때 폭포마을 한 닌자가 나에게 외친 것을 기억해? 머리통이 깨졌는데 어떻게 살아있는 거냐고."

"즉 너는…."

"그래. 어릴 때 난 절벽에 떨어져 즉사했고 7번째 반요로서 선택되어 되살아났지. 내가 이 시대의 7미 인주력의 사촌이었으니까."


되살아났지만 폭포마을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미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을 폭포마을 사람들이 전부 알고 있었기-인주력이 된 후우를 제외하고-에 모래마을로 왔다. 


"사와코가 가아라 네가 폭주하였을 때 사망했지. 그건 너도 알고 있었지?"


가아라가 침묵했다.


"운명처럼 우린 숙주 나이로 4살, 혹은 5살에서 인간으로 죽고 반요로서 다시 태어나지. 아, 근데 착각하지 마라. 강제가 아니라 될지 말지 우리가 선택했고 반요가 된 거야. 그러니 반요와 숙주를 따로 생각하지 마. 별개의 인물이 아니라 동인인물이다."


코우시는 말했다. 단 한 번도 자신들은 별개 인물로 생각한 적이 없는데 어째서 인간들은 우리를 별개 인물로 생각하는 걸까? 


"겉모습으로 너흰 우리 반요와 숙주가 별개 인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우리 반요들은 단 한 번도 별개 인물로 여겨본 적이 없어. 코우시든 아키라든 둘 다 나야!"

"하지만…."

"너희 인간은 반요가 전생의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특이점이 있는 생물체라고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 일을 이리저리 꼬아서 생각하지. 있는 그대로 받아달이지 못하고 의심하는 게 천성이라도 되듯 말이야. 아니지. 그게 천성이겠지. 천성이 아니라면 닌자대전이 3번이나 일어날 리가 없어."


코우시는 술을 마신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가아라. 치요 말에 나도 동의해. 너희 시대는 우리가 사는 시대와는 달라져야 해. 그걸 바랬기에 이치카는 너에게 미래를 맡긴 거다."

"…안다."

"전쟁은 끝났지만 온전히 끝나진 않았지. 상대를 죽어야 살아남는 전쟁은 지금으로선 끝났어. 그럼에도 전쟁의 불씨는 살아있어."


전쟁이 끝나면 항상 가장 무서운 것이 남아 종종 송곳니를 드러내 다시금 세상을 파란 길을 몰아넣고는 했다. 아무도 자각하지 못하고, 알아챘다 한들 떨쳐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 세상은 같은 반복하는 역사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전쟁이란 자고로 많은 이들의 피와 살육을 원하고 많은 이들의 슬픔과 고통을 부르지.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품은 추악한 마음, 증오와 원망이 태어나지."


그 마음들은 남겨진 사람들의 깊은 의식 속에 자리 잡는다. 그 자리 잡은 마음들은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바깥으로 표출되며 그 형태가 어떠냐에 따라 분쟁과 다툼, 싸움에 이어 기어이 전쟁을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 마음들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 평화는 오지 못해. 그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모르지 않음에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용서하기란 자고로 어려운 법이지. 그래서 아카츠키 방식은 찬동 못 해. 난 부정하겠어. 그들이 지향하는 것이 평화라고 해도!"

"평화라고?"

"그래. 몇 시간 전에 정보원인 그녀가 나에게 아카츠키가 미수를 모으는 이유를 말해줬다. 그녀는 아카츠키가 미수를 모으는 이유를 십미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고 했어."

"십미?"

"그 육도선인 전설에 나오는 십미 말이야?"


카카시들은 현실로 와닿지 않는 이유에 당황으로 물들었다. 


"십미라니…."

"정확히는 1미부터 9미까지 모두 합칠 것이기에 십미로 지칭할 뿐, 정확하게 말해서 그들이 만들어내려는 것은 정보에 따르면 모든 미수를 합친 미수병기다. 적어도 한 나라를 단숨에 없앨 수 있을 정도의."


겨우 당황에서 벗어난 이들의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다.


"그건 즉 십미는 그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말이군."

"그래. 그들은 미수 병기를 이용해 전쟁을 컨트롤하려한다."

"전쟁의 컨트롤? 하지만 전쟁을 주도하고자 한다면 다른 방법이나 힘이 있을 텐데 왜 하필이면 수단이 미수인 건지 모르겠군."

"말했잖아. 그들이 지향하는 건 평화라고."

"그건 뭔가 좀."

"이상하지. 하지만 사실이야."

"평화를 원한다면서 전쟁을 근절하는 것이 아니라 일으키고 컨트롤하다는 거야? 그 어디에 평화가 있는데?"


3차 닌계대전을 겪으며 소중한 친우들을 잃었기에 전쟁의 참혹함을 잘 알고 있는 카카시의 목소리가 분기를 참지 못한 듯 차가웠다.


"그들의 평화는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평화랑은 좀 다른 것 같아. 그들은 자신들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든 곳을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에 두겠다고 마음먹고 있으니 따지자면 세계정복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그들은 전쟁을 통해 평화를 확신시키려고 해."

"모순적이군."

"전쟁을 겪은 자는 아픔을 안다. 아픔을 아는 자만이 전쟁의 두려움을 안다. 그렇기에 평화의 소중함을 안다. 그게 그들의 논리다. 전쟁을 겪게 하고 그 두려움을 각인시킴으로서 전쟁을 억제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아픔이 잊혀지고 억제력이 약해지면 다시 전쟁을 일으켜 그로 인한 아픔과 두려움을 모두에게 각인시킨다. 그 뒤 다시 한 때 평화가 찾아온다. 이것이 끝없이 계속 되는 거다. 그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큰 그림이다."

"마치 자기들이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군."


칸쿠로가 기가 찬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보옥의 힘이라면 영생의 삶은 거짓말이 아니야. 되살아난 가아라를 보면 알잖아."

"인간을 영원히 컨트롤하겠다는 걸까?"

"게다가 모든 닌자마을이 그들의 마음대로 휘둘릴 거라고는 생각할 수는 없어. 그것을 알리고 힘을 합치다면…."

"그걸 어떻게 해결할 셈인지는 그들만 알겠지."


분명 달에 봉인되어 있을 외도마상을 꺼내졌다는 건 윤회안 소유자가 있다는 소리고…. 설마 마다라가 진짜 살아있다는 걸까? 코우시는 회의를 하려는 분위기를 깨버렸다.


"너무 늦었군. 가서 쉬도록 해."

"이런 정보를 듣고 잠이 오는게 더 이상하겠지만…. 어쨌든 정보 고맙다."

"천만에. 어차피 다른 타마을에 알려봤자 나뭇잎을 제외하고 못 믿을 걸. 각 마을에 속한 닌자들은 마을에 긍지가 있지. 타 마을은 몰라도 자신의 마을을 침략해 미수를 탈취해 가는 건 불가능할 거다, 라는 자신감이 있어. 그게 방심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르고. 그리고 아카츠키 스파이가 과연 이 마을에만 있을까?"

"…."

"유우라 상닌이, 마을의 중역인 그가 마을 스파이였단 사실이 밝혀졌어. 그렇다면 각 마을 중역쯤 위치하는 자리에 스파이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지."


마을 대소사를 관리하고 결정하며 일반 닌자나 마을에 알려지지 않는 특급 정보에 다가갈 권한을 가지고 마을 미래를 결정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가 중역이다. 


"시에미가 마을을 탈주한 이유는 어쩌면…."

"여기서 회의하지 말고 나가."


카카시와 가이가 생각에 잠기려는 것을 코우시는 끊어냈다. 축객령에 카카시와 가이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사륜안 카카시."

"?"

"9미 인주력에게 전해줘."

"나루토에게?"

"자기 몸 속에 있는 증오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애송이가 남을 구원하겠다는 오만한 발언하지 마라, 고 전해줘."

"에?"

"그 녀석 아까 전에 이렇게 말했지. 너희 모래마을이 가아라한테 '괴물같은 것'을 집어넣었다고. 그 발언으로 그 놈이 구미를 증오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 뭐 봉인된 미수가 자기가 배척받게 된 이유가 되니까. 이해는 하지만…."


미수가 인주력을 증오한 만큼, 인주력도 미수를 증오한다. 


"미수를 친구로 여기는 반요로서 한 대 치고 싶던 발언이었어."

"…."

"아카츠키 행동을 부정한다고 아까 말했지? 어떤 것에 희생이 따르는 건 당연해. 하지만 그게 왜 미수고 반요여야하지? 우린 천 년 가까이 너희 인간들 행동에 상처받고 아파하고 무기(물건) 취급당했는데! 너희는 감정이 있고 인격체가 있고 지성이 있는 미수와 반요를 구속해야하는 동물 취급하는 거냐! 인주력을 배척하는 분위기 역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너희 인간이 만든 건데! 어째서 그걸 미수 탓으로 돌리냐고! 그러니까 똑똑히 전해! 자기 자신 하나 다스리지 못한 녀석이 남을 구하겠다는 허무맹랑한 소리 하지 말고! 스스로부터 구하라고!…라고 전해줘. 미수는 인주력 증오심을 이용해 폭주시켜려고 하니까. 소중한 것을 자기 손으로 파괴하기 전에 그 증오심을 풀어내야 해."

"알았다."


카카시는 훗 웃었다. 이리저리 말을 돌려했지만 결국에는 소중한 것을 스스로 망가뜨리기 전에 자각하라는 걱정이 아닌가.


"이제 정말로 쉬도록 해. 난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 관계로 방해는 더 이상 안 받고 싶어."


코우시는 책상 위에 있는 파일들을 들어올렸다. 


"한 가지 더 질문이 있다."

"?"


가아라 물음에 코우시는 파일을 보던 시선을 그에게 향했다.


"어째서 너흰 그렇게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면 진작 막지 않았지?"

"우리가 어둠의 수호신이라고 불린다고 해도 신은 아냐. 우리에겐 우리 행복이 있어. 반요 힘은 쓰면 쓸 수록 수명이 깎는 리스크가 큰 힘이야. 방금 전 그 말은 가득이나 20년의 짧은 생밖에 없는 우리에게 너희 안전을 위해 죽어달란 이기적인 말이었어. 반요 희생을 너무 당연히 여기지 마라. 너희를 지키는 의무가 있다해도 우린 우리의 행복을 위해 살 권리가 있어."

"…!! 미안하다. 실언했다."

"사과했으면 됐어. 사와코가 교육을 잘 시켰네. 사람은 잘못한 것이 있거나 실수를 했으면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지. 음."


코우시가 흡족한 얼굴을 하자 카카시와 가이는 찔린 사람처럼 움찔했다.

아지트로 돌아온 시에미는 지친 얼굴로 침대에 풀썩 누웠다. 마다라가 말한 그 방식이, 그 계획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숨을 내쉬고 몸을 일으켜서 사스케 방으로 향했다.


"누구…?"

"자지 않았구나."


노크하자 문이 열리고 씻고 나온 사스케가 보였다.


"이번엔 좀 오래 걸렸군."

"좀 일이 생겨서 말야. 자 선물이야."


사스케에게 시에미는 뇌둔에 견딜 수 있는 장도를 선물했다. 방안으로 들어간 사스케는 바로 검을 휘둘러보며 검을 살폈다. 곧 치도리를 검에 흘리기 시작한다. 그 검은 훌륭하게 뇌둔을 버티며 파직거리는 번개를 검 표면에 내보였다.


"뇌둔에 잘 버티는군."

"가르침 받았던 검술은 기억하지?"

"응."

"너라면 금방 손에 익을 거야."

"좋은 검인 것 같군."

"빨리 손에 익을 수 있게 내일부턴 그 검을 가지고 하자."


사스케는 술법을 해제하고 검집에 다시 넣었다. 


"잘 자. 내일 보자."


시에미는 사스케에게 검을 주고 방으로 돌아갔다. 욕실로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피를 토했다. 


"앞으로 얼마 남은 거지…?"


물을 틀자 차가운 물줄기가 머리 위에서 세차게 내려치며 바닥에 묻은 핏자국을 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