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화제의 하네가 10

리틀 윙 2019. 11. 26. 00:33

아침 훈련 때, 도망가거나 시선을 피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주전 부원들 모습을 떠올린 세츠카는 어리둥절해 언니들에게 상담했다.


"건강을 관리 못하다니, 곤란합니다."


쿠레나이와 카에데는 세츠카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뭔지 알 거 같은데.


"힐링 테라피에 당한 거야."


히마와리가 덧붙이자 두 사람은 서로의 손뼉을 짜악 친 후,


""그거네!""


동시에 외쳤다.


"네?! 뭔가 잘못된 걸까요?!"

"아니. 일단 내버려두는 게 답이야."

"그럴까요?"

"셋짱, 언니들 감이 틀린 적 있어?"

"없습니다."

"없지?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

"알아서 컨디션 조절 할 테고…. 여차하면 하루가 있잖아."


계속 이상 현상이 지속하면 어떻게든 하루가 되돌려놓을 거다. 교실로 오자마자 책상에 엎어진 이와이즈미에 하루토는 보고 있는 핸드폰에서 시선을 뗐다.


"아침부터 이상하네, 너희."

"네 동생 때문이잖아."

"그게 셋짱의 잘못이야? 충고(?)는데 오이카와가 불을 지핀 거지."

"죽인다, 쿠소카와……."

"뭐 빨리 돌아와라. 셋짱이 잔뜩 걱정하고 있다고 쌍둥이들에게 연락 왔으니까. 그리고 방과후에 깜짝 소식이 있을 거다."

"깜짝 소식?"


하루토는 싱긋 웃었다.


"뭘 꾸미고 있는 거냐."

"나쁜 거 아니야."


지금쯤 감독에게 연락이 갔을 테니까. 쿠레나이의 콩쿨도 도쿄에서 열려니까 합숙도 도쿄에서 하면 동생들 걱정할 일은 없다. 이제 여동생들을 합숙소에 지내게 할 수 있게 설득시키면 된다.


"나 좀 천재인듯."

"뭐?"


아 입 밖으로 내보렸다. 이와이즈미의 시선를 피하며 하루토는 아무것도 아냐, 라고 덧붙이려다가 말을 멈췄다. 잠깐 그 많은 멤버가 가는 건 아니겠지? 퍼뜩 든 생각에 하루토는 부주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와이즈미. 골든위크 합숙말이야, 주전과 벤치 멤버가 하는 거지?"

"그렇지. 인원 수가 많으니까. 무슨 문제라도?"

"아니. 없어. 없는데. 너에게만 미리 말해줄까?"

"뭔데."

"골든위크 합숙, 잘 되면 도쿄에서 하게 될지 몰라."

"!! 어떻게?"


이와이즈미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전학오기 전에 히짱이 네코마 소속이었거든. 그리고 카라스노랑 네코마는 인연이 깊은 학교거든. 그걸로 연줄 잡았어. 그러니 카라스노, 세이죠가 후쿠로다니 학원 그룹 합숙에 참여하게 될 거야. 크게 변동 상황이 없다면 말이지."

"이 복덩이 자식!!!"


이와이즈미는 현 밖의 학교와 연습시합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호승심이 생겨났는지 하루토의 머리를 세차게 헤집었다.


"잠-!! 그만둬!"

"장하다!!"


이와이즈미의 행동은 1교시 수업 교사가 들어올 때까지 계속 되었다.


*


골든 위크때 후쿠로다니 학원 그룹과 합숙한다는 소식에 미야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세이죠 부원들은 들떴다. 미야기를 제외한 외부와의 연이 넓지는 않아서 현 내 연습은 꽤 있었지만 타지역 고교와의 합숙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네 남매에게 감사하도록."


감독의 말에 부원 일동이 "감사합니다!"라고 크게 외쳤다.


"아뇨. 정확히는 히짱의 연이니 감사하려면 제 동생에게 감사도록 하세요."


하루토가 이어 말했다.


"그리고 합숙에 제 동생들 전원이 임시 매니저로 따라갑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오오!"

"야하바, 너무 기뻐한다? 나랑 리시브 훈련 할까?"

"아닙니다!"


기뻐하는 반응을 오버스럽게 보인 야하바는 하루토의 시스콤 레이더망에 걸리자 사색이 돼어 필사적으로 손을 내저었다. 와타리는 안쓰러운 눈길로 동급생을 보았다.

연습 시작하라는 감독의 말에 쿄타니가 하루토에게 다가왔다.


"하루토 선배. 리시브."

"좋아! 같이 하자!"


그 말에 몇 명 부원들이 흠칫 놀랐다.


"저 모습, 봐도봐도 적응이 안 되네."

"그러게."


이와이즈미와 하루토를 제외하고 쿄타니는 누구도 선배 취급하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는 아예 경악했었지.


'광견짱을 길들이다니!!'

'이상한 소리를 하지 마!'

'악! 아파! 못생긴 이와짱이 잘생긴 오이카와 상을 때린다! 살려줘!'

'언제나 생각하는데 오이카와는 쓸데없이 매를 잘 벌어.'

'동감.'

'쿄타니, 오이카와가 괴롭히면 바로 나에게 말해.'

'(끄덕)'

'잠깐! 하루짱! 오이카와 상은 괴롭힌 적이 없어! 오히려 반대로 광견짱이 오이카와 상을 괴롭힌다구!'

'…….'

'말하면 들으라구!'


쿄타니가 하루토를 선배로 대하자 오이카와는 오두방정을 떨었다. 물론 이와이즈미에게 맞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사람은 적응의 생물이라고 했던가. 하루토 뒤를 따라다니며 배우려는 쿄타니를 흠칫 놀라긴 했어도 경악할 정도는 아니게 되었다. 

문이 열리고 세츠카가 뒤늦게 체육관으로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늦었구나!"

"고양이를 뒤쫒다가요."


고양이? 세츠카는 미조구치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한 것을 보지 못하고 매니저 일을 위해 움직였다. 

세 개의 방음 연습실을 마주하고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는 음악실에 셋 쌍둥이들이 있었다. 음악 교사의 허락을 맡은 후 쿠레나이는 하루토의 연습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콩쿨 준비했다.


"배구부 골든 위크 합숙 후쿠로다니 학원과 함께 한다고 해. 도쿄로 세이죠가 올라간대. 카라스노와 함께."

"정말 하루는 끈질기네."


히마와리가 네코마타 감독에게 들은 소식을 전하자 청아한 피아노 선율 사이로 쿠레나이는 말했다. 


"그건 끈질긴 것보다 계획적인 거야."


카에데가 덧붙였다.


"우리 끼리 있을 수 있다니까. 하루는 셋짱만 지켜주면 되는데."

"과보호 심한 고집쟁이는 절대로 혼자 둘 수 없다면서 결사 반대를 외쳤지."

"그래서 일부로 그 기간에 도쿄에서 열린 콩쿨로 신청했는데 말이야."

"완전 도쿄까지 따라올 기세였지."

"결국 하루가 원하는대로 합숙소에서 우린 지내게 되는 걸까?"

"아마도 그렇겠지."

"히짱은 좋겠네~!"


쿠레나이가 히죽히죽 웃자 히마와리는 헛기침을 커흠 했다.


"네코마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기간 한정이지만."


러시아에서 스토커 사건을 겪은 후 타인을 기피하는 성향이 생긴 히마와리는 정서안정을 위해 일본으로 귀국했고, 당시 하루의 (같은 중학교) 친구인 그를 만났다. 늘 무슨 일이 있으면 발 벗고 나서주는 쿠로오였기 때문에 어쩌면 친 오빠보다 더 의지가 된 존재였다. 선두에 서서 허리를 잡고 자랑스럽게 웃는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귀여운 모습이지만, 그땐 정말 오빠의 모습이었다. 


"그래도 쿠로오에겐 감사하고 있어. 히짱의 상처를 무뎌지게 했으니까."

"응. 물론 자만할 것 같으니 그에게 말하지 않을 거지만."


고양이처럼 다가와 일부러 건드려 익숙하게 만든 후, 고양이처럼 휙 가버린 남자. 상처를 아물게 하면서 히마와리 마음 조각까지 가져가버리고 만 남자. 


"외형만 고양이 같은 것이 아니라 진짜 고양이 같은 남자였어…."


좋아하는 것을 인식한 후로 쿠로오가 하는 한 마디, 혹은 행동 하나하나에 매번 휘둘리면서도 휘둘리지 말아야지 다짐하다가도 결국 시선은 언제나 쿠로오를 향해 있었다. 상처를 받게 된 날이면 애플 파이를 들고 켄마를 찾아갔다. 눈치 빠른 켄마는 다 안다는 듯 달래주는 일이 많았다. 


"뭐 첫 사랑은 안 이뤄진다고 하잖아. 게다가 어쩌면 동경도 섞이기도 했고."


열병 같은 마음은 가라앉아 흉터를 남기고 사그라들었다. 흉터는 지워지지 않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었다. 단지 전하지 못했고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미련이 강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감사는 하지만 난 그가 싫어."


카에데가 중얼거렸다. 눈치 빠른 쿠로오가 히마와리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눈치채고도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은 히마와리를 위해 한결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좋은 배려라는 것을 알지만…, 가재는 게 편이라고 했다. 가족을 거절한 남자를 좋아할 리가 없지 않는가. 애당초 그가 히마와리에게 이성으로서 감정이 있었다면 그녀가 고백을 했을 거다. 하지만 쿠로오는 히마와리를 좋은 동생으로만 여겼다.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아."

"그러니 괜찮다니까."


더 이상 쿠로오의 뒤를 쫓는, 쿠오로를 닮으려고 하는 어린 아이가 아니다. 이제 괜찮다. 아무렇지 않았다.


"쿠짱, 슬슬 현관으로 나가있어야 하는 것 아니야?"

"아. 한 곡만 더 치고."


쿠레나이가 연주하자 카에데는 홀리듯 그녀의 연주에 빠져들었다. 


"캇짱은 쿠짱의 연주를 들을 때면 사랑에 빠진 표정을 해."

"그야 난 쿠짱의 첫 번째 팬이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내 첫 번째는 쿠짱이야."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


부정할 수가 없어서 카에데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 이런 나까지 사랑해줄 남자를 원해. 싫은 괴력도, 뚜껑 열리면 바로 폭력을 사용하는 더러운 성질머리도, 겉멋의 허용심도, 쿠레나이의 매니저이자 팬을 포기할 수 없는 열정도 사랑해줄 사람."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다고 네가 말했잖아."

"응…. 그러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 좋겠다."


피아노 연주가 끝나자 쌍둥이들은 하루토와 세츠카와 합류해 집으로 향했다. 다섯 남매의 옆에는 세이죠 배구부 선수들이 있었어 북적거렸고 소란스러웠지만 싫은 느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