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쿠레나이와 카에데는 바쁘게 돌아다녔다.


"셋짱! 내 악보 못 봤어?"

"그거라면 그랜드 피아노 위에 놓여 있었어요."

"셋짱! 메이크업 상자 못 봤어?"

"붉은 장미가 새겨진 검은색 상자 말인가요?"

"응. 그거."

"그거면 다지인실 왼쪽에서부터 3번째 수랍장 3번째 서랍에 넣어두셨어요."


셋짱-!! 잠시 후에 또 다시 부르는 목소리에 세츠카는 거실의 소파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났다. 


"바쁘네. 아침부터."

"그러게 말야."


히마와리가 만든 샌드위치를 입에 문 하루토는 세츠카가 2층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 약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하루! 문화예술회관에서 봐!"

"우리 먼저 출발할게!"

 

쿠레나이와 카에데는 대기실에 먼저 가 있어야 했기에 미리 준비된 차에 올라탔다. 하루토, 히마와리, 세츠카는 멀어져가는 차를 배웅했다.

 

*

 

콩쿨가 유명해봤자 참가자 지인 혹은 업계 사람 외에는 그리 많이 오지 않는다. 

 

"한산하네요."

"이 정도면 많은 거야."

 

히마와리가 킨다이치에게 팜플렛을 넘겨줬다.

 

"벨라의 이름 덕에 이 정도면 꽤 많은 거야."

 

킨다이치 손에 들린 팜플렛을 가져간 하루토가 어마무시한 광고에 얼굴을 찌푸렸다. 

 

"천재의 일본 상륙이라니…."

"하루토 선배?"

"노력을 천재라는 이유만으로 딱 압축시켜버리면 뭔가 화나지 않아? 사람마다 재능의 차이는 당연한 거지만, 그 재능도 노력을 하지 않으면 썩히게 되는 건데 말이지. 쯧."

 

하루토가 세차게 혀를 차자 옆에 서 있는 후배들이 움찔했다.

 

"하루, 대기실 갈 건가요?"

"그곳엔 캇짱이 있을 테고. 원래 대기실은 대기자와 메이크업아티스트 외에는 못 들어가니까. 회장으로 들어가자."

"쿠짱의 차례가 몇 번이야?"

"5번째."

"지루하지 않으면 좋겠네."

하루토는 시작된다는 안내 소리에 회장 의자에 앉았다. 

"선배의 부모님은 어디계세요?"

"쿠레나이 씨가 콩쿨에 나간다는 것을 아시니 오시겠죠?"

"안 오는데."

"네?"

"정확히는 못 와."

"에?"

"두 분 다 타계했거든."

"!!"

"아. 시작한다. 쉿-해야지."


첫 번째 연주자가 무대 위로 올라오자 하루토가 조용히 하라듯 검지 손가락을 입쪽으로 가져갔다.
어깨와 팔을 드러낸 네크라인 붉은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은 쿠레나이에 카에데는 곱실거리는 곱실거린 흑갈색 머리칼을 전부 올린 후 붉은 꽃비녀를 꽂았다.

"아름답다, 내 뮤즈."


눈앞의 그녀는 '紅'
이라는 단어가 실체화한 것 같았다. 붉은색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뮤즈를 보며 카에데는 웃었다.

 

"벨라 씨, 준비해야 해요."

"벨라가 아니에요. 하네 쿠레나이죠."

 

안내원이 대기실 문을 열고 말하자 쿠레나이가 답했다.

 

"넌 잘 할 거야."

"물론. 내가 누군데."

 

카에데와 포옹을 한 쿠레나이는 자신의 차례를 위해 무대 아래로 걸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죽고나서 유명해지겠다고, 이름을 날려야 한다고 다짐했다. 유명해지지 않으면 남매가 자신을 못 찾을까 걱정이 되서, 영영 만나지 못할까 두려워서, 부모의 부재라는 슬픔에 잠식될까봐 무서워서 피아노(재능)에 더욱더 매달렸다. 

 

"할 수 있어…."

 

쿠레나이는 환한 빛이 쏟아지는 무대에 올라섰다. 어두운 관중석 어딘가에 자신의 연주를 들어주는 가족이 있다. 그것만으로 자신은 천하무적이 된다. 

 

"할 수 있어."

 

앞 사람들과 전혀 다른 선율에 반쯤 졸고 있던 하루토는 정신을 차렸다. 무대 위에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미녀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굉장히 매력적인 연주에 하루토처럼 거의 자고 있던 세이죠 사람들의 이미 졸린 눈은 온데간데 없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쿠레나이만을 눈에 담아내고 있었다. 쿠레나이가 연주한 곡은 그렇게 짧은 곡은 아니었지만 끝이 나니 아쉬울 정도로 짧게 느껴졌다. 

 

"와아아아아아!!"

"진짜 대단하네요! 쿠레나이 씨!"

"아름다웠어!!"

 

연주가 끝나자 홀을 가득 채우는 박수 갈채와 환호성. 그 후 당연히 1등은 쿠레나이가 차지했다. 관계자들도, 관객들도,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녀가 우승한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음악에 잘 모르는 자신들도 쿠레나이의 피아노 연주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매력적이고 매혹적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잘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잘 알까 싶었다.

 

[하루토 : 바로 사복 차림으로 로비로 쌍둥이 둘이 함께 오도록 해. 바로 합숙으로 갈 거니까.]

 

로비에는 쿠레나이에 대한 얘기로 떠들썩했다. 그리고 소문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루토는 그쪽으로 달렸다.

 

"팬 서비스할 시간 없어. 가자."

 

하루토는 인파 속으로 사라지려는 쿠레나이를 구출(?)한 후 문화예술회관을 벗어났다. 카에데가 쿠레나이를 뒤따랐다.

 

"히짱과 셋짱은?"

"버스에 진작 올라탔지. 다음 일정이 촉박하니까."

 

세 사람은 바로 합숙 장소로 갈 수 있도록 대여해놓은 버스에 올라탔다. 

 

"감독님. 하루의 고집을 허락해줘서 감사드립니다."

"고집 아니거든. 오빠니까 동생을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골든 위크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쿠레나이와 카에데가 이리하타와 미조구치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한 후 버스 좌석에 앉았다.

 

"쿠짱, 우승 축하해."

 

쿠레나이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은 오이카와를 시작으로 다들 축하의 말을 전달했다.

 

"쿠레나이 씨, 축하드립니다!"

"쿠레나이, 축하한다."

"고마워요. 기분 전환이 되셨다면 다행이네요."

 

버스는 도쿄 합숙 장소로 향했다. 신젠 고교으로 두 대의 버스가 들어섰다. 새까만 져지와 민트 줄이 들어간 새하얀 져지를 입은 사람들을 마중하러 나온 붉은 져지와 노란 줄의 흰 져지의 사람들.

 

"헉!!"

 

세이죠의 세츠카와 카라스노에서 내린 시미즈를 보자 네코마 고교의 2학년 야마모토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미, 미인 매니저!"

"앗싸! 하겐다즈 겟!"

"히마와리 씨~!!!!"

 

네코마 고교만 여자 매니저가 없다는 것에 좌절한 야마모토는 전학 간 매니저를 애타게 울부짖었다.

 

"왜."

"네? 에?"

 

야마모토는 눈앞에 나타난 히마와리가 멍청한 표정을 짓었다. 

 

"사람 이름을 왜 그렇게 크게 불러. 창피하게시리."

"히, 히, 히마와리 씨?!"

 

야마모토는 눈앞에 나타난 히마와리에 눈물을 글썽였다. 

 

"진짜 히마와리 씨?"

"그럼 가짜도 있어, 토라?"

"히마와리!!"

"모두들 잘 지냈어?"

 

붉은 네코마 부원들을 알아본 히마와리는 환하게 웃었다.

 

"크흡! 히마와리 씨! 보고 싶었어요!"

 

눈물을 훔치는 야마모토에 히마와리는 푸홧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익숙한 히마와리의 안내를 받아 매니저들의 숙소에 짐을 내려놓은 쿠레나이와 카에데는 세이죠 팀 컬러에 맞춘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히마와리는 네코마 져지로 갈아입고 흰 상자를 챙겼다.


"켄마! 애플 파이 구워왔어!"

 

체육관으로 돌아온 히마와리는 자연스럽게 네코마 쪽으로 합류했다. 푸딩머리 소년 코즈메 켄마는 히마와리가 내민 상자를 받아들고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주변에 꽃이 날아다니듯한 환상이 보였다.

 

"저거 뭐야? 히마와리가 왜 저쪽 붉은 져지를 입고 있는 거야?"

"그게 조건이니까. 히짱은 매니저가 없는 네코마를 케어할 거야."

 

하나마키가 투덜거리자 하루토는 워밍업을 하면서 설명한 후, 감독 혹은 코치들이 모여 있었는 곳에 시선을 주었다. 그러다가 카라스노 새로운 지도자에게 시선을 주고는, 카라스노 부원들을 살펴봤다.

 

"새로운 얼굴들이 있네."

"누구, 카라스노?"

"응. 뭔가 듬직한 형씨가 있잖아. 그리고 작은 애도. 리베로일까?"

 

아즈마네 아사히와 니시노야 유를 가리키는 하루토였다. 

 

"감독님!"

 

대화가 끝났는지 이리하타와 미조구치가 걸어갔다. 말에 따르면 1세트마다 패배한 쪽이 벌칙으로 코트를 플라잉 리시브를 한 바퀴 돈다고 한다. 

 

"그래서 세이죠의 첫 번째 상대는?"

"우부가와 고교란다."

"명란젓이 있는…."

 

이리하타가 말했고, 하루토는 네코마 쪽에서 키가 제일 작은 갈색 머리칼 남학생인 리베로 야쿠 모리스케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쉽네. 나의 호적수가 있는 학교가 아니라."

"하루짱의 호적수?"

"그래. 네코마 고교 3학년 야쿠 모리스케. 내가 인정한 최고의 리베로지."

 

야쿠도 대전 상대를 들었는지 하루토에게 시선을 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호승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삐익."

 

호루라기가 불고, 골든 위크 합숙이 시작된다.  카라스노는 네코마와 시합이 붙었는데…,

 

"헤에~, 괴짜 속공말고 일반 속공도 가능하게 되었네."

 

히나타가 시합 도중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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