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아니 전학 서류를 챙기고 나루코의 학생정보를 수정하려고 그의 담임을 만났다. 


"나루코의 담임이…, 텐겐…. 너였냐? 에휴~!"

"여! 대놓고 한숨을 쉬면 화려하게 상처받는다구~!"


우즈이 텐겐이 나루코의 담임이라니……. 랄까, 이 녀석이 교사라니. 진짜 괜찮은 거냐?


"그 시선, 진짜로 상처받는다고~!"

"됐고 어서 끝나자. 시오리코랑 함께 돌아가고 싶거든."

"시스콤."

"그 말은 나에게 칭찬이야."


학생 생활기록부의 정보를 수정했다.


"나루코(成子)가 나루코(鳴子)로 바뀐 거냐."

"응."

"바꿀 필요가 있어?"

"있어. 술사에게 생일과 진명은 알려져서 안 되는 것이니까."

"뭐?"


이해하지 못하는 우즈이에게 쿄코가 설명했다.


"이름을 가르쳐준다는 건 상대에게 영혼의 끝자락에 붙잡히는 것과 같고, 태어난 날을 가르쳐주는 건 살아온 길과 살아갈 길의 개략을 붙잡히는 것과 같으니까. 붙잡히는 건 위험해."

"또 의미모를 말을."

"몰라도 돼. 모든 것을 아는 것이 능사는 아니니까. 차라리 몰랐던 편이 더 좋을 때도 있고…."


쿄코는 과거를 떠올렸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일그러진 얼굴을 짓은 전생의 동료를 보고 싶지 않는지 우즈이는 말을 돌렸다.


"근데 나루코는 술사가 아니잖아."

"얼마 전에 눈을 다쳤으니까 자기 몸을 지킬 술법을 가르쳐줄까 해서. 큰 범위에서 말하면 술법을 쓸 수 있으면 전부 술사야."


쿄코는 담뱃통을 꺼내다가 장소를 생각해서 멈칫하고, 다시 통을 연보라색 양복 자켓 안쪽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행동을 본 우즈이가 말했다.


"여전히 꼴초구나."

"그렇지 뭐. 애연가이고 애주가였잖아."

"그때도 동생들이 있었냐?"


속삭임에 가까운 말에 쿄코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다들 빠른 퇴근을 하고 싶은지 이쪽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옛 동료들 제외하면.


"쌍둥이 언니 한 명에 쌍둥이 동생들이 있었지. 어라, 말 안했어?"

"못 들었어. 애당초 나리를 제외하고 네 과거를 아는 사람은 없다고. 14살에 입대하자마자 하현2를 쓰러트려 15살에 기둥이 된 귀살대 최강의 술사이자 식귀 여검사라는 정보뿐이니까."

"미스테리한 사람 같아서 멋지네."


정확히는 혈귀의 시조의 피를 짙게 받은 십이귀월이라고 불리는 12명의 강자 혈귀-상현 1부터 6까지, 하현 1부터 6까지 구성되어있다- 하현 2를 쓰러트린 후에 입대하고, 꿈의 호흡을 만들고, 기둥의 자리에 오른거지만.


"어이어이. 난 처음으로 정보수집 실패에 자존심에 스크래치 당했거든."

"아니, 완벽하게 조사했잖아. 쿄코는 일족이 멸하고 미케츠카미 가문에 입양된 13살 이후부터 사용한 이름이니까."

"…진짜냐."

"말했잖아. 술사는 진명을 숨겨야 한다고."


쿄코는 후훗 웃었다. 앳된 외모에서 요염한 분위기가 풀풀 풍겼다.


"다 되었어?"

"그래. 한 잔 하러 갈래? 오랜만에 재회잖아."

"무리. 여동생이 기다리고 있어서 안 돼."


쿄코는 단호히 거절하고 교무실을 나가, 기다리고 있는 시오리코에게 달려갔다.


"시오리코!"

"언니!"

"많이 기다렸어?"

"아니."

"그 아이랑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치카네 말이지? 집에 급한 일이 있다고 먼저 돌아갔어."


다행이네. 쉽게 얽히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치카네도 보기 껄끄럽지만 쿄카는 더 껄끄러우니까.


"우리도 돌아갈까?"

"응!"


쿄코는 시오리코의 손을 잡고 차에 올라탔다. 두 사람이 올라타자 준코는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켜 키메츠 학원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언니?"

"왜?"

"집으로 가는 거 아니지?"

"집으로 가는 거 아니야. 놀러 가는 거란다."

"놀러?"

"그래. 아까 전에 물벼락을 맞았으니까 일단 뷰티샵부터 갈까. 아니 일단 간단히 쇼핑부터 할까. 물에 젖고 마른 옷은 찝찝하고."

"네."


준코는 쿄코의 말에 핸들을 꺾었다. 그 사이에서 시오리코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청히 눈만 껌벅였다.


"저기, 언니?"

"…나루코에게 술법을 가르쳐주기로 했어."

"에?"

"저번에 다쳐서 나루코의 영안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늙은이들이 그러더라고. 분명 내 동생 일에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는데!"

"언니…."


본가와 사이가 좋지 않는 건지 쿄코는 일족 어른들을 싫어했다. 아니 유카리코(紫子)에게 벌어진 사고 이후 거의 증오하는 편이었다. 시오리코는 쿄코의 이가는 소리에 삔질 땀을 흘렀다.


"그래서?"

"늙은이들이 보디가드 한 명을 붙이겠다고 하네. 아마 빠르면 오늘, 늦어도 이번 주 안에 또래의 일족 아이가 집에 올 거야. 그 정도면 많이 양보해준거라고 뭐라고 했던가. 이쪽도 참고 있다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는데. 으득."

"……나루코도 후계자 중 한 명이니까?"

"서운하니?"

"재능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추욱 쳐진 시오리코의 목소리에 쿄코는 여동생을 끌어안았다.


"게다가 재능없는 자가 술법을 억지로 사용하면 유카리코 언니처럼 될 테니까."

"…그래. 그러니 시오리코는 평범하게 자라줘."


사실 나루코도 시오리코처럼 평범하게 자라주길 바라는데…. 아야카시에게 사랑받는 체질이라서 그건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도착했습니다."

"그럼 갈까?"


차가 멈추자 쿄코는 시오리코를 데리고 대충 옷가게로 들어갔다. 다행이도 그 물벼락, 냄새나는 물은 아니라서 다행이네. 


"언니, 여기 비싸지 않아?"

"걱정 마. 한 벌만 살 거니까. 시오리코, 추천해줄래? 알다시피 언니는 그런 쪽으로 영 아니잖아. 게다가 준코는 섹시함을 강조하니까."

"그러네. 내가 해도 될까?"

"시오리코의 안목을 믿어. 그러니 제 나이 때처럼 보이게 코디해줄래?"

"응!!"


믿는다는 말과 부탁하는 언니의 모습에 시오리코는 기뻐하며 비싸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가게 내부를 돌아다녔다. 

어른스러운 양복을 벗고 제 나이때처럼 코디복을 입고 시오리코와 함께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즐거워하던 중에 쿄코는 기묘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홱 돌렸다.


"쿄코 언니?"


시오리코는 쿄코가 고개를 돌린 쪽을 살폈다.


"익숙한 기운을 느꼈는데."

"무슨 기운?"

"오사키의 기운…. 근처에 있는 걸까?"

"누가?"

"쿄야(恭弥)."

"그게 누구야?"


때마침 초등학생 아이들이 게임센터장에서 우루루 나온다. 저 아이에 그 아이가 있는 걸까? 쿄야도 친구들이라고 부를 존재가 생길 걸까? 아쉽게도 전생의 동료는 만났지만 쿄야는 아직 못 만났네.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은 아이, 랄까."

"언니는 아이는 싫어하지 않았어?"

"싫기보다는 좋아하지 않을 뿐이야. 다만 그 아이는 특별해."

"언젠가 만나게 해줘! 언니의 마음에 든 아이라니! 만나고 싶어!!"

"응, 그럴게. 만나게 되면…."


아직 만나지 못했다. 어서 만나야 하는데…. 쿄코는 전생의 아들을 아직도 만나지 못한 초조감을 시오리코에게 들키지 않게 갈무리했다.


*


키메츠 학원 교문 앞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백금발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학교 교내 안쪽을 힐끗힐끗거렸다.


"애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거니?"


텐구가면을 쓴 교무원이 남자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러자 남자아이가 고개를 들어올려 남자를 보았다. 남자아이는 하얀 뽀얀 피부와 연 보라색 눈동자, 긴 속눈썹에 찢어진 눈매로 인해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미소년이었다.


"부모님을 만나러 왔어요! 우로코다키 씨!"

"부모님?"

"응. 여기에 있는 걸 봤으니까."

"이름은?"

"호즈미 쿄야! 8월 1일생이야!"

"호즈미…?"

"응!! 여기에서 있는 걸 봤어!"


교무원 아이 중 한 명일까? 우로코다키는 고개를 기우뚱했다.


"그리고 이번 생에서야말로 반드시 구할 거야."


소년은 아이답지 않은 진지한 얼굴로, 각오어린 눈빛으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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