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의 어머니, 천호 쿠루리(九瑜璃)'의 구슬이라 불리는 특급 주물을 몸속에 품고 태어난 반인반주半人半呪, 사카즈키 치세(朔月 智世)에게는 여러 개의 수식어가 붙어있다.
―최연소 특급 주술사.
―죽어가는 사람도 순식간에 치료한다는 인외의 힐러.
―일본 전역에 식신을 퍼트려 자신의 눈과 귀가 전국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주력양 많은 최강자.
―주구 수집가 & 주구사 후원자.
―주술계의 어린 선생님(구원자).
―주술계 명문가 몇 개나 반파시킨 돌아이.
―보수파의 눈엣가시.
―언제 이성을 잃고 폭주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위험물).
―인간인 척하는 괴물 여우 그릇.
―고삼가(고죠, 젠인, 카모)의 비공식적 예비 안주인.
―킬러 천여주박의 제자.
2018년 6월, 새로운 수식어가 하나 더 생겼다.
―'저주의 왕, 양면 스쿠나의 수육체=그릇, 이타도리 유지의 사형집행인.'
성묘하는 이타도리를 멀찍한 거리에서 지켜보면서 삐죽삐죽한 성게 같은 헤어스타일의 흑발 남학생, 후시구로 메구미가 치세에게 물었다.
"괜찮은 겁니까?"
"응? 뭐가?"
"이타도리 말입니다."
"아. 문제없어."
치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잔잔한 그대로였다.
"꽤 아끼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보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아껴. 동생이니까. 그래서 유지의 마지막 숨결은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아."
후시구로는 소유욕이 드러나는 치세에 놀랐는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게 뭐야?! 질투나!"
"그러네. 신기하네."
등 뒤에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이제야 온 건가. 늦었다고.'
몸을 빙글 돌자 새까만 복장의 수상쩍어 보이는 남성 2인조가 있었다.
"꽃다발은? 설마 안 가져온 것은 아니겠지?"
"당연히 가져왔지! 누구의 부탁인데!"
눈가리개를 한 백발의 남성이 말했다.
"어울리는 꽃다발을 고르는데 애 좀 먹었지만."
경단 머리의 장발 남성이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헌화獻花라고 말했을 텐데요."
후시구로는 둘의 손에 들린 꽃다발의 화려함에 질린 얼굴을 했다.
"그것보다, 누구에게 줄 거야?"
"와스케 씨한테."
사카즈키 묘에도 올려놔야지.
"와스케가…… 누구야?"
"유지네 할아버지."
"유지는 또 누구?"
"내 사형수."
"아~ 치세짱이 머리 굳은 노인네들에게서 머리 숙여가며 집행유예를 받게 노력한 아이구나."
경단 머리의 남성, 게토가 말했다. 담담한 어조와 다르게 말에는 짜증이 담겨 있었다.
"상층부에게 머리 숙인 적 없지만……. 대충 의미가 비슷하니, 뭐 됐나."
게토가 비주술사를 싫어하는 걸 알기에 대충 흘러 넘겼다. 덧붙여서 이타도리의 친화력이라면 괜찮을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저기 핑크머리가 양면 스쿠나의 손가락 20개를 먹어야 하는 1학년 편입생, 이타도리 유지야."
"진짜로 섞여있네, 웃겨라."
백발, 고죠는 치세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움직였고 곧 경박하게 웃었다. 하지만 경박한 언동 아래서 날카롭게 주시하고 있을 거다.
"그는 바보 같은 호인에다가 치세 선배처럼 선인입니다. 신체능력은 젠인 선배 같고요."
후시구로가 이타도리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서, 이타도리가 합류할 때까지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누나!"
"성묘는 잘 끝났니?"
"오! 근데…… 누구야?"
이타도리의 눈동자가 새로운 얼굴들 쪽으로 향했다.
"둘은 네가 앞으로 다닐 도쿄 주술전문고등학교의 선생님이야. 백발이 '고죠' 선생님이고 흑발이 '게토' 선생님."
"선생님? 에?"
경악스러운 그 마음 잘 이해된다. 왜냐면 고죠랑 게토는 절대로 선생님으로 보이지 않거든.
"진짜?"
""진짜.""
치세와 후시구로가 합창했다.
"그럼 나도 성묘하고 올 테니까, 잠깐 대화하고 있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도록 해."
화려한 꽃다발을 손에 든 치세는 그 자리에 두 어른과 남학생 둘을 남겨버리고 성묘하러 가 버렸다.
"그니까, 유우지? 난 1학년 담당, 고죠 사토루. 이쪽은 2학년 담당인 게토 스구루."
"이타도리 유지입니다! 이상형은 제니퍼 로렌스! 잘 부탁드립니다!"
이타도리가 두 어른에게 허리 숙여 꾸벅 인사했다.
"음. 인사성이 밝네. 이쪽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성善性이야."
"나랑 잘 맞을 것 같아."
"다행이네."
"그치~? 1학년은 3명밖에 없으니까 한 명이라도 맞는 아이가 있는 편이 좋지."
"겨우 셋?! 한 학년에 3명은 너무 적지 않아?"
"넌 주술을 볼 수 있는 사람을 본 적 있어?"
"……아니."
"그만큼 주술사는 수가 적어."
후시구로가 말했다.
"음, 있지, 선생님들은 강해?"
이타도리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응. 우리들 최강이니까."
"5명밖에 없는 특급이니까 웬만한 주술사보다 강하지."
고죠는 자랑스럽게, 게토는 담담히 말했다.
"그럼 치세 누나보다 더 강해?"
"순수 체술이라면 지겠지만 술식을 사용하면 이기는 것은 나야."
헌화하고 돌아온 치세가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인기척과 귓가 근처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이타도리는 "으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노, 놀랬잖아, 누나!"
"양면 스쿠나와 천호 쿠루리는 불구대천 관계야. 즉 내가 특급이 아니었어도 네 사형집행인은 변함없이 나일 거야. 양면 스쿠나와 천호 쿠루리가 함께 죽는다면 기뻐할 테니까, 윗선들은."
이타도리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 얼굴을 본 치세가 풋 하고 작게 웃었다.
"뭐야, 나랑 함께 하는 지옥은 싫어? 난 유지랑 함께 할 지옥이 무척이나 즐거울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나 누나랑 또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어서 기쁜걸!"
"그럼 됐잖아. 자잘한 건 신경 쓰지 마. 자 가자!!"
치세는 기운차게 외친 후 힘차게 걸어가려 했다. 하지만 바로 휘청거렸다.
후시구로가 빠르게 치세를 부축했다.
"조심하세요."
"아. 쌩큐."
"이에이리 선생님에게……."
"괜찮아. 그 정도까지는 아니니까."
타인을 치료할 수 있는 반전술식을 지닌 여의사, 이에이리 쇼코를 만날 정도까지는 아니다. 단지 피로가 많이 쌓인 것이니까.
"안 됩니다. 츠미키가 걱정합니다."
"맞어. 이러다가 쓰러지면 쌍둥이들이 울지도 몰라."
"응응. 나나미랑 하이바라도 걱정할 거야."
"그거, 치사하지 않아?"
이쪽이 그들에게 약하다는 것을 알면서 말이지.
치세는 남자들의 압력에 져서 주술고전에 도착하면 의무실로 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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