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터가 리틀 위닝에 나타난지 사흘째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저녁 시간에 더즐리 가족은 외출을 한 것을 보고는 늦은 저녁, 피그 할머니의 댁을 나왔다.
"어서 빨리.... 겨울이 오면 좋겠다."
망토를 걸치고는 바깥에 서 있었다. 곧 박쥐가 어둠 속을 날아들어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편지를 떨어뜨리고는 날아가버렸다. 주위를 확인하고는 쪽지를 펼쳐보았다.
거인 족은 역시 포섭하기가 너무 힘들어. 차라리 포기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리고 운명론자인 켄타우로스는 어떤 말도 듣지 않아. 용들은 몇 마리정도는 포섭해놓았어. 전부는 아니지만 아리애나 그린델왈드의 통역 덕분에 괜찮을 것 같아.
카밀라
카밀라에게 온 편지를 보면서 혀를 찼다. 그래도 거인족은 포기할 수가 없다. 그들은... 편지를 꾸겨버리고는 라이터로 양피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땅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전부 타버리고 나자 불씨를 발로 밟으면서 꺼버렸다. 프리벳가 4번지에서 나오는 해리와 마법사들을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뭐하...?"
"쉿!"
매드아이 무디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나에게 다가와서는 말했다.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는 루핀이 조용히 하라는 듯이 눈을 찡긋했다.
"로라."
"저 아이가 에반스?"
아빌이 내 이름을 불렀다. 바늘처럼 뾰족쬭한 짧은 머리카락이 분홍색인 마녀가 나를 놀랍듯이 응시했다. 그녀의 하얀 얼굴은 둥근 하트 모양이었고 검은 두 눈은 별처럼 반짝거렸다. 까만 머리에 벗겨진 마법사는 한쪽 귀에는 둥근 금귀고리를 하고 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마법사와 보라색 중산모를 쓴 마법사와 에메랄드빛 초록색 숄을 걸친, 기품이 있는 마녀와 네모난 턱에 짙은 밀짚 색깔의 머리카락을 지닌 마법사와 두 뺨이 발그레한 검은 머리카락의 마녀가 있었다.
"님파도라 통스, 킹슬리 샤클보트, 엘피아스 도지, 데달루스 디글, 에멀린 밴스. 스터지스 포드모어, 헤스티아 존스, 리무스 루핀, 매드 아이 무디 그리고 아빌... 해리의 호위대는 많군요. 총 10명이라니..."
내가 감탄을 하면서 아빌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너도 이리 오너라, 투영 마법을 걸어야겠구나."
매드 아이 무디의 말에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나와 해리에게 투영 마법을 걸었다. 지팡이가 머리 꼭대기를 툭툭 쳤다. 마치 머리 위에서 꼐란을 깨뜨리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지팡이가 닿았던 곳부터 차갑고 끈끈한 액체가 흘러내려 온몸을 뒤덮는 것 같았다.
"멋진 솜씨에요, 매드아이."
통스가 감탄했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주변과 똑같은 색깔과 무늬를 띠게 되었다. 꼭 인간 카멜리온이 된 것 같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밤이군."
마법의 눈으로 하늘을 살펴보던 무디가 투덜거렸다.
"구름이 조금만 가려 주면 좋을 텐데."
"우린 바싹 붙어서 날아갈 거야. 통스가 바로 네 앞에 갈 거다. 그러니 그 뒤를 놓치지 말고 잘 따라가야 한다. 루핀이 밑에서 널 엄호할 거야. 매드아이와 나는 네 뒤에 있을 거야. 나머지 마법사들은 우리 주위를 빙빙 돌며 날아가게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대열을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 알겠지?"
"만약 우리 중에 누가 한 명이 죽기라도 해도 말이지."
아빌의 말에 덧붙는 무디.
"아, 그런데 로라 너 빗자루 있니?"
"없는데요."
아빌이 나를 보자 걱정스럽게 눈동자를 굴렀다.
"걱정마세요. 나랑 함께 타면 되니까."
해리가 아빌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문제는 해결되었고..."
"다른 사람들은 계속 날아가야만 해. 절대 멈춰서는 안 된다. 대열을 무너뜨려면 안 돼. 만약 저들이 우리 모두를 쓰러뜨리고 너와 로라만 살아남는다고 해도, 또 다른 경호대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으니까 개의치말고 계속 날아가렴. 그들이 곧 너와 합세할 게다."
"매드- 아이, 그런 농담은 그만 하세요. 우리가 이 일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어요."
통스가 해리의 짐 가방과 헤드위그의 새장을 자기 빗자루 뒤에 끈으로 매달면서 말했다.
"난 그저 저 녀석들에게 우리 계획을 말해 준 것뿐이야."
무디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 임무는 저 녀석들을 무사히 본부까지 데려다 주는 거라고. 만약 도중에 우리가 죽는다고 해도-."
"아무도 죽지 않을 거예요."
킹슬리 샤클볼트가 굵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빗자루에 올라타요. 첫번째 신호예요!"
루핀이 하늘을 가리키면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머리 위에서 붉게 타오르는 불꽃이 벌들 사이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것이 지팡이에서 나오는 불꽃이라는 걸 즉시 알아차렸다. 해리는 파이어볼트에 오른쪽 다리를 걸치고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보자 나는 그의 등 뒤의 파이어볼트에 올라탔다.
"미안, 해리."
"아니, 괜찮아."
살짝 들뜬 목소리로 해리가 내 사과에 대답했다. 해리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두 번째 신호다! 이제 떠납시다!"
루핀인 큰 소리로 외쳤다. 이번에는 더욱 커다란 초록색 불꽃이 머리 위에서 폭발했다. 해리는 힘차게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시원한 밤공기에 그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왼쪽! 왼쪽으로! 저기 머글 한 명이 위를 쳐다보고 잇다!"
무디가 등 뒤에서 소리치자 통스가 먼저 방향을 바꾸고 해리가 그녀를 보고는 방향을 바뀌었다.
"좀더 높이 올라가야겠어. 4백 미터 더 높이!"
더 높이 솟아오르자 추위가 느껴졌다. 그리고 해리가 웃음을 터트렸다. 즐거운 것 같네.
"남쪽 방향으로! 전방에 마을이 있다!"
매드아이가 소리쳤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남동쪽으로 방향을 돌린 다음, 계속 상승하라. 전방에 낮은 구름에 있다! 구름 속에 몸을 숨겨라!"
"구름 속을 지나갈 순 없어요! 그러다가는 몽땅 젖어버릴 거예요, 매드아이!"
통스가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이따금씩 매드아이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었다. 얼음처럼 차갑고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해리의 뒤에 있으니까 괜찮지만 해리는 정면으로 맞고 있으니 매우 추울텐데... 괜찮을까나? 해리를 둘러싼 호위대들이 마치 거대한 새처럼 끊임없이 주위를 빙빙 맴도는 것을 바라보았다. 대체 얼마동안이나 계속 날아갈 생각이지?
"남서쪽으로 방향을 돌려라! 고속도로는 피해 가는 게 좋겠다!"
무디가 소리쳤다. 그때 킹슬리가 우리쪽으로 와락 다가왔다. 그의 벗겨진 머리와 귀고리가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났다. 해리의 오른쪽에는 에멀린 밴스가 날고 잇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높이 치켜든 채, 열심히 오른쪽,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머리 위를 휙 지나서 스터지스 포드모어와 다시 자리를 바꾸었다.
"잠깐 되돌아가는 척해! 혹시 미행을 당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만 하니까!"
무디가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미쳤어요, 무디?"
앞쪽에 있는 통스가 비명을 질렀다.
"우린 지금 모두 빗자루에 얼어붙어 죽을 지경이라고요! 이대로 계속 길을 벗어난다면 다음 주가 되어도 못할 거예요. 게다가 이제 목적지에 거의 다 왔는데!"
"하강을 시작할 때가 되었어요! 통스의 뒤를 따라가거라, 해리!"
루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는 통스의 뒤를 따라서 급강하했다. 무수한 불빛들이 거대하게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불빛들이 가로 세로로 줄지어 서 있고 점점이 까만 어둠이 박혀 있는 열십(十)자 형의 거대한 집단이었다. 점점 더 밑으로 내려갔다. 자동차 전조등과 가로등, 굴뚝, 텔러비전 안테나까지 하나하나 똑똑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리로!"
통스가 소리쳤다. 그리고 몇 초 후에 그녀는 땅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곧바로 해리도 그녀의 뒤를 이어서 착륙했다. 그리고 작은 광장 한가운데에 있는, 거친 잔디밭 위에 내렸다. 그의 빗자루에서 내려왔다. 누추하고 지저분한 주변의 집들이 있었다. 어떤 집들은 심지어 유리창이 깨진 채, 가로등 불빛 속에 음침하게 서 있었다. 대부분의 현관문은 칠이 벗겨져 있었고, 현관 계단 앞에는 쓰레기 더미가 잔뜩 쌓여 있었다.
"여기가 어디죠?"
해리가 물었다.
"잠깐만 기다려라."
루핀이 조용히 대답했다. 무디는 망토 안을 열심히 뒤적거리고 있었다. 마디진 그의 손은 추위에 얼어붙어서 잘 움직이지 않았다.
"찾았다!"
무디가 중얼거렸다. 그는 은색 라이터처럼 보이는 것을 꺼내 들더니 탁하고 켰다. 그 순간 퍽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가로등이 꺼졌다. 무디가 또다시 그 불 끄는 라이터를 찰칵하고 누르자, 바로 옆에 있던 가로등이 나갔다. 그는 광장 안에 있는 가로등이 모두 꺼질 때까지 계속해서 똑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마침내 남은 것이라곤 커튼이 드리워진 유리창들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머리 위에 떠 있는 초승달 뿐이었다.
"덤블도어에게 빌려지."
무디가 불 끄는 라이터를 다시 호주머니에 넣으면서 말했다.
"이렇게 하면 혹시라도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는 머글이 있어도 문제없겠지? 자, 이제 어서 가자."
무디는 잔디밭 밖으로 해리의 팔을 잡아이끌었다. 아빌이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길을 건너 인도로 올라갔다. 루핀과 통스는 해리의 트렁크를 나란히 들고 그 뒤를 따랐다. 호위를 맡은 다른 마법사들은 저마다 지팡이를 뽑아들고 측면을 엄호했다. 가장 가까운 집의 2층 창문에서는 쿵쿵 울리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부서진 대문 바로 안쪽에는 터질 듯 꽉꽉 채워진 쓰레기봉투가 잔뜩 쌓여 있었고, 쓰레기 썩은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여기 있다."
무디가 투영 마법에 걸린 해리의 손에 양피지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그의 옆으로 걸어가서는 그 양피지에 무디가 불이 켜진 지팡이를 가져다 댔다. 안에 적힌 글씨를 읽었다.
불사조 기사단의 본부는 런더 시 그리몰드 광장 12번지에 있음.
"빨리 외우도록 해라."
"무슨 기사단...?"
"쉿!"
해리가 막 입을 떼자마자 내가 그의 입을 단번에 막아버렸다.
"누가 엿듣고 있을 수도 있어."
무디는 해리의 손에 양피지 두루마리를 빼앗아 지팡이 끝으로 불을 붙였다. 편지가 도르르 말리며 활활 타오르더니 재가 되어 날아갔다. 우리는 11번지 앞에 서 있었다. 왼쪽에는 10번지가, 오른쪽에는 13번지가 있었다. 어디에도 12번지는 없었다.
"네가 방금 외운 것을 떠올려."
내가 말하고는 그의 입을 가리고 있는 손을 풀었다. 머리속으로 종이에 쓰인 주소를 생각하며 그리몰드 광장 12번지 근처로 다가갔다. 바로 그 순간 11번지와 13번지 사이 어디에선가 갑자기 낡은 문이 불쑥 나타났다. 곧이어 지저분한 담과 새까맣게 그을린 앉은 창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양쪽 집을 옆으로 밀치고 새로운 집 한 채가 솟아난 것 같았다. 집 안에 있는 머글들은 아무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어서, 서둘러."
무디가 재촉했다. 오래된 돌계단을 올라갔다. 검은색 대문은 허름하고 여기저기 칠이 벗겨져 있었다. 은으로 된 문손잡이는 비틀린 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열쇠 구멍이나 우편함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루핀은 지팡이를 꺼내더니 문을 한 번 톡 뒤드렸다. 그러자 철커덕하고 요란한 금속성 소리에 뒤이어 쇠사슬이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빨리 들어가라, 해리. 하지만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안 돼. 그리고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루핀이 속삭였다. 문을 지나서 캄캄한 어둠이 깔린 복도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주위는 눅눅하고 먼지 냄새와 달콤하면서도 뭔가 썩은 듯한 냄새가 풍겼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버려진 집 같은 분위기였다. 줄지어 다른 마법사들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계단 꼭대기에 올라선 무디는 불 끄는 라이터 안에 가두어 놓았던 가로등 불빛들을 내보냈다. 불빛들이 전등 안으로 흘러 들어가자, 광장 안은 순식간에 다시 오렌지 빛으로 환하게 밝아졌다. 무디는 절뚝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오더니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복도는 완전히 어둠 속에 잠겨 버렸다.
"그럼 이제."
무디가 지팡이로 우리의 머리를 쳤다. 이번에는 뭔가 뜨거운 것이 등줄기를 간질이며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투영 마법이 풀렸다.
"모두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 내가 불을 켤 테니."
무디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엿다. 다들 숨을 죽이며 소곤거리고 있었다. 나지막이 쉿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을 따라서 구식 가스등이 일제히 켜졌다. 길고 음침한 복도에 깔린 너덜너덜한 양탄자와 벗겨진 벽지 위로 불안하게 일렁거리는 불빛이 드리워졌다. 머리 위에는 거미줄이 잔뜩 낀 샹들리에가 희미하게 빛을 발했고 벽에는 오랜 세월이 흘러 시커멓게 변해버린 초상화들이 삐딱하게 걸려 있었다. 샹들리에와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 같은 탁자 위에 가지 촛대 모두 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 기분 나빠."
그 뱀의 형상들을 보자 내가 작게 중얼거렸다. 위즐리 부인이 복도 저 끝에서 문을 열고 나타났다. 그 모습에 나는 아빌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상냥하게 웃으면서 내 머리칼을 정리해주었다.
"오, 해리. 널 보니 정말 반갑구나!"
위즐리 부인은 해리를 으스러져라 꽉 껴안았다. 그리고는 약간 뒤로 물러서서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얼굴이 뾰족해졋구나. 좀 잘 먹어야 겠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저녁을 먹으려면 좀더 기다려야 하는데..."
위즐리 부인이 해리의 뒤에 서 있는 한 무리의 마법사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가 방금 도착했어요. 곧 회의가 시작될 거예요..."
해리의 등 뒤에서 마법사들이 저마다 흥분과 기대에 가득 찬 탄성을 질렀다. 그러더니 해리의 옆을 지나쳐서 위즐리 부인이 방금 나온 문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건 아빌도 마찬가지였다.
"안 돼, 해리. 오직 기사단 단원들만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어. 그 대신 론과 헤르미온느는 위층에 있단다. 그러니까 너흰 회의가 끝날 때까지 그 애들과 함께 기다리렴. 그런 다음 저녁을 먹을 거야."
루핀의 뒤를 쫓으려던 해리의 모습에 위즐리 부인이 잔뜩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복도에 있을 땐 항상 목소리를 낮춰야만 한다."
"왜요?"
"아무도 깨우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게 무슨?"
"나중에 설명해 주마. 지금은 좀 바쁘구나. 나도 회의에 참석해야만 하거든. 우선 네가 잠잘 곳만 알려 주고 가야겠다."
위즐리 부인은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으며, 여기저기 좀이 슨 커튼 뒤로 안내했다. 트롤의 다리 한 쪽을 잘라 놓은 것처럼 보이는 커다란 우산꽂이를 지나서, 어두운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햇다. 한쪽 벽에는 장식대 위에 쪼글쪼글한 머리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더 집요정들의 머리였는데, 하나 같이 코가 돼지처럼 뭉특했다.
"위즐리 아줌마, 어째서?"
"론과 헤르미온느가 모든 걸 다 설명해 줄 거란다. 난 금방 가야만 해."
위즐리 부인은 뭔가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린 듯 보였다. 두 번째 층계참에 이르자 부인이 말했다.
"자, 여기 오른쪽에 문이 있다. 회의가 끝나면 너흴 부르러 올게."
위즐리 부인은 서둘러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해리는 층계참을 지나서 뱀의 머리처럼 생긴 손잡이 돌려 방문을 열었다. 천장이 높고 어둑어둑한 방에 침대가 두 개 놓여 있었다. 바로 그때 요란한 환호성이 울리고 이어서 귀청이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부스스하게 부푼 머리가 눈앞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헤르미온느가 와락 몸을 날려 나와 해리를 안았다. 그 바람에 거의 쓰러질 뻔했다. 한편 론의 부엉이, 피그위존은 흥분을 못이겨 머리 위를 빙빙 맴돌았다.
"해리! 로라! 론, 해리와 로라가 왔어! 해리와 로라가 왔단 말이야!"
"헤르미온느, 일단 진정해."
"해리! 우린 네가 오는 줄도 몰랐는데! 어떻게 지냈어? 별일 없는 거지? 우리 때문에 화나지 않았니? 틀림없이 그랬을 거야. 우리가 보낸 편지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안 됐을 테니까. 하지만 너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 덤블도어 교수님께 절대 말하지 않겟다고 맹세를 했거든. 오, 너에게 얼마나 할 말이 많은지 몰라. 너도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 디멘터에게 당했다며! 그 이야기랑 마법부의 청문회 소식을 듣고 우리가 얼마나 펄펄 뛰며 분노했다고. 내가 법전을 조사해 봤는데, 마법부는 절대 널 추방할 수 없어. 그렇고 말고. 미성년 마법사의 행동 제한 법령에도 생명이 위급한 순간에는 마법의 사용을 허용한다는 단서가-."
"헤르미온느, 해리에게도 잠시 숨 돌릴 틈을 줘야지."
론은 씩 웃으면서 뒤에서 방문을 닫았다. 헤어져 있는 몇 달 동안, 론은 키가 15센티미더는 더 자란 것 같았다. 헤르미온느가 우리를 놓아주자 눈처럼 하얀 부엉이, 헤드위그가 해리의 어깨 위로 살짝 내려앉았다. 그리고 브라이언역시 내 어깨에 내려앉았다.
"잘 지냈니, 브라이언?"
내가 브라이언을 보면서 인사를 건넸다. 브라이언은 부리를 닥딱 부딪히며 약하게 내 귓볼을 물었다.
"그 녀석은 자기 임무를 다했어."
론이 말했다.
"너의 편지를 우리에게 전해 주더니, 거의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우리를 쪼아 대더군. 이걸 봐."
론은 해리에게 오른쪽 가운뎃 손가락을 보여주었다. 그의 손가락에는 반쯤 아물기는 했지만, 여전히 깊게 파인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래, 그건 미안해. 하지만 난 대답이 듣고 싶어서..."
해리가 말끝을 흐렸다.
"물론 우리도 너에게 답장을 보내고 싶었어."
론이 변명을 했다.
"헤르미온느는 잔뜩 안달이 나서, 이렇게 아무 소식도 없이 널 혼자 내버려 두었다가는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할지도 모른다고 줄곧 걱정을 늘어놓았지. 하지만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너희들에게 맹세를 시켰겠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말이야."
해리가 론의 말을 차갑게 가로챘다.
"그래, 그 이야기는 헤르미온느에게 벌써 들었어."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앗어."
헤르미온느가 마음을 졸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덤블도어 교수님 생각에는 말이야."
"알았어."
헤르미온느의 손가락에도 헤드위그의 부리에 쪼인 상처가 남아 잇다는 걸 알아차렸다.
"덤블도어 교수님은 네가 그 머글들과 있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여기시는 것 같아."
론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해리가 눈썹을 추켜올렸다.
"그럼 너희들 중에 올 여름 동안 디멘터들에게 공격당한 사람 있니?"
"아니, 없었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덤블도어 교수님은 불사조 기사단 사람들을 보내서 온종일 네 뒤를 따라다니게 했던-."
"그래도 별로 소용이 없었군. 안 그래? 결국에는 나 혼자 싸워야 했잖아, 그렇지?"
"노발대발햇지."
헤르미온느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 말이야. 우린 그 모습을 봤어. 먼던구스가 교대 시간 전에 자리를 비운 걸 덤볼도어 교수님이 알았을 때 그 얼굴이 어찌나 무섭던지.""나로서는 그가 자리를 비워서 오히려 다행이군."
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마법을 쓸 일도 없었을 테고, 덤블도어 교수님은 아마도 올여름 내내 날 프리벳 가에 처박아 놓앗을 테니까 말이야."
"넌.... 넌 마법부 청문회가 두렵지 않니?"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해리는 단호하게 거짓말을 했다.
"해리, 그쯤 해둬. 덤블도어 교수님의 생각이니까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화풀이를 해봤자 소용이 없어."
"로라...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 나는 사흘 전에 깨어나서 모르는 것이 아주 많이 있어. 덤블도어 교수님이 어째서 해리를 그렇게 가둬 놓으려고 애를 쓰신 거지? 너희들은 그 이유를 한번 여쭤 보기라도 했니?"
론과 헤르미온느는 재빨리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 것을 보았다. 빨리 말하는 것이 좋을 텐데.... 해리를 더욱 더 화 나게 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덤블도어 교수님께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너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말씀드렸어."
론이 설명했어.
"정말이야. 하지만 요즘은 덤블도어 교수님이 너무 바브셔서 우리도 여기 온 이후로 딱 두 번밖에 뵙지 못했어. 그것도 아주 짧게만. 겨우 너에게 보내는 편지에 중요한 내용을 쓰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도록 하셨을 뿐이야. 도중에 부엉이가 납치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지."
"그래도 교수님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나에게 연락을 하실 수 있었어."
해리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설마 교수님이 부엉이를 통하지 않고 달리 연락할 방법을 모른다고 말하지 않겠지?"
헤르미온느가 론을 한 번 슬쩍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어. 하지만 교수님은 너에게 아무것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으셨어."
"내가 믿을 만하지 않다고 생각하신 모양이군."
"그건 너무 심하다."
론이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내가 자기 몸을 하나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하셨든지."
"물론 그렇게 생각하신 건 절대로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불안한 듯이 소리쳤다.
"그렇다면 너희 두 사람이 여기서 모든 일에 참여하고 있는 동안, 왜 나는 더즐리 식구들과 함께 있어야만 했던 거냐구? 어떻게 너희 두 사람한테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두 다 알려 주면서-."
"그렇지 않아!"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해리의 언성은 점점 더 높아졌다. 론이 해리의 말을 가로막았다.
"엄마는 우리가 회의실 근처에 얼씬거리는 것조차 질색했어. 우린 너무 어리다면서..."
그 순간 해리는 있는 대로 악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회의에는 참석하지 못했단 말이지? 그거 참 대단한 배려였구나! 그래도 너희들은 여기 이곳에 있었잖아, 안 그래? 너희들은 줄곧 둘이 함께 있었잖아! 나는 한 달 동안 더즐리네 집에 처박혀 있어야만 했어. 난 너희 둘이 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했고, 덤블도어 교수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계셔! 마법사의 돌을 구한 게 누구야? 리들을 없앤 게 누구지? 디멘터로부터 너희들의 목숨을 구해 낸 게 누구냔 말이야! 용이니 스피크스니, 그 밖에 온갖 끔찍한 괴물들을 상대했던 게 누구였지? 다시 돌아온 그자를 본 사람은 또 누구였어? 그 자리를 피해 달아나야만 했던 게 누구였냐고? 바로 나야!! 그런데 어째선 내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물어봐야만 하지? 왜 누군가 나에게 일부로 그 사실을 알려 줘야 하는 수고를 끼쳐야 하느냔 말이야!"
"진정해, 해리! 화 난 것은 이해되지만, 헤르미온느와 론은 아무런 잘못이 없어.... 해리."
나는 해리의 손목을 잡으면서 말했다. 지난 한 달 동안 해리의 마음 속에 쌓이고 쌓였던 감정이 지금 폭발한 것이었다. 해리의 고함 소리에 활들짝 놀란 헤드위그와 브라이언은 옷장 위로 다시 올라갔다. 피그위존도 잔뜩 겁을 집어먹고 찍찍거리며 머리 위를 더욱 빠르게 날아다녔다.
"이것 놔, 로라!"
내가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해리는 거칠게 버둥거리면서 빼버린다.
"악!!!"
해리의 손이 왼쪽 손목을 건들자 나는 욱씬거리는 아픔의 통증에 아픔을 호소했다. 그러자 해리가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오른손으로 왼 손목을 감싸는 모습에 화를 내는 것도 잊어버리고는 재빨리 내 앞에 달려온 해리.
"왜 그래? 그때, 입은 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은 거야?"
해리의 피만 아니라 내 피까지 빼앗가던 일이 생각이 나서 해리가 나에게 물었다.
"... 그런가 봐. 괜찮으니까 그런 얼굴은 하지 마."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해리의 표정에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해리, 여긴 불사조 기사단의 본부야."
"무슨 기사단?"
"불사조 기사단. 비밀 결사단이지. 덤블도어 교수님이 처음 만들었고 지금까지 책임을 맡고 있어. 지난 번에 볼드모트와 맞서 싸웠던 마법사들이야."
"누가 속해 있는데?"
"꽤 많지. 루핀과 통스나 킹슬리나... 오늘 너의 호위대들은 모두 속해 있지. 그리고 위즐리 부인과 위즐리씨와... 등등 많은 사람들이 있어."
"그래서?"
해리는 물었다.
"저... 그래서 뭐?"
"볼드모트 말이야!"
해리가 고함을 지르자, 론과 헤르미온느 두 사람 모두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야? 그자는 어떻게 됐지? 지금 어디 있어? 그를 어떻게 막을 생각이지?"
"벌써 말했잖아. 우리는 기사단 회의에 끼워 주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우리도 자세한 건 몰라. 그냥 짐작만 할 뿐이야."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표정을 살피며 황급히 한 마디 덧붙였다.
"프레드와 조지가 늘어나는 귀를 발명했는데, 아주 유용해."
"늘어나는- 뭐?"
"귀 말이야. 하지만 얼마 전부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어. 엄마가 아시고 펄펄 뛰었거든. 프레드와 조지는 엄마가 그것들을 상자에 가둬 놓기 전에 그것들을 몽땅 감춰야만 했어. 하지만 엄마가 눈치채시기 전까지는, 그 늘어나는 귀를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지. 우리는 기사단 단원 중 일부는 죽음을 먹는 자들로 알려진 사람들의 뒤를 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냈어. 계속 그들을 감시하는 거지."
"또 몇 명은 더 많은 사람들을 새로운 기사단원으로 뽑으려고 작업 중이야."
헤르미온느가 말을 이었다.
"어떤 단원들을 뭔가를 지키고 있어. 그들은 항상 경비 임무에 대한 이야기만 하더군."
론이 말했다.
"그들이 지키는 게 나였을 수도 있겠군, 안 그래?"
해리가 비꼬듯이 말했다.
"아, 맞아."
론은 그제서야 뭔가 짐작이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해리는 흥 하고 콧방퀴를 뀌었다. 그리고 론과 헤르미온느를 외면한 채, 방 안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래, 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다면서 너희 두 사람은 뭘 하고 지냈니? 그대로 굉장히 바빴다면서?"
"그랬어."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대답했다.
"우리는 이 집을 깨끗이 청소해야 했지. 꽤 오랫동안 비워 둔 탓에 온갖 것들이 자라고 있었거든. 이제 간신히 부엌을 끝내고 침실 대부분을 청소했어. 그리고 내일은 객실을 청소할 생각- 어머나, 깜짝이야!"
뿅뿅하고 두 번 큰 소리가 나더니, 론의 쌍둥이 형들인 프레드와 조지가 방 한가운데 모습을 나타냈다. 피그위존은 더욱더 미친 듯이 끽끽거리더니 옷장 위에 앉아 있는 헤드위그의 곁으로 휙 날아가 앉았다.
"그런 짓 좀 그만 해!"
헤르미온느가 쌍둥이 형제에게 맥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 해리."
"안녕... 로라..."
"응, 안녕, 프레드, 조지."
조지가 활짝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프레드는 내 시선을 회피하고는 얼굴이 붉어진 채 부끄러워하면서 인사를 했다. 안 어울리는 짓은 안 하는 것이 좋지 않나? 나는 애써 시선을 피해버리면서 담담하가 말했다.
"너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찾아왔지."
"해리, 그렇게 꾹꾹 참지 말고 차라리 화를 내. 80킬로미터 밖에서도 네 목소리가 다 들렸을 거야."
"결국 두 사람 다 순간이동 마법 시험을 통과한 모양이지?"
해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주 훌륭한 성적으로 붙었지."
프레드가 대답했다. 그의 손에는 살구색의 아주 긴 끈 같은 것이 들려 있엇다.
"아래층까지 걸어간다고 해도 겨우 삼십 초밖에 더 안 걸리는 걸 뭘 그래."
론이 핀잔을 주었다.
"철부지 동생이여, 시간은 금이야."
프레드가 말했다.
"어쨌든 해리, 네가 우리의 수신 작업을 방해했어. 늘어나는 귀 말이야."
의아한 듯이 바라보자 프레드가 하 마디 덧붙엿다. 그리고는 계단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끈을 집어들었다.
"우리는 지금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엿듣고 있는 중이었거든."
"둘 다 조심해야 할 거야."
론이 늘어나는 귀를 쳐다보며 경고했다.
"만약 또다시 엄마 눈에 띄었다가는...."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지. 이번에는 아주 중요한 회의라서 말이지."
프레드가 말했다. 그때 문이 삐걱 열리더니 지니가 나타났다.
"안녕, 지니. 더 예뻐졌네."
내가 먼저 지니에게 인사를 하자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안녕, 로라. 안녕, 해리!"
지니는 명랑하게 소리쳤다.
"어쩐지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했어."
지니는 프레드와 조지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늘어나는 귀를 써 봐야 아무 소용 없어. 엄마가 가면서 부엌 문에 접근 불가 마법을 걸었거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조지가 몹시 낙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통스가 가르쳐 주었어. 접근불가 마법이 걸렸는지 알아내는 방법 말이야. 문에다 뭘 던져 봐서 물건이 문에 부딪히지 않으면, 그 문은 접근불가 마법에 걸려 있는 거야. 내가 계단 위에서 똥 폭탄을 던졌느데, 그냥 다시 튀어나오더라고. 그러니까 문 밑으로 늘어나는 귀를 집어넣는 건 불가능해."
프레드가 땅이 꺼져라 한숨이 쉬었다.
"이럴 수가. 늙다리 스네이프가 무슨 짓을 꾸미고 잇는지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고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런 식으로 말....."
"스네이프라고! 스네이프 교수가 여기 있단 말이야?"
내가 입을 열자 해리가 재빨리 소리쳤다.
"그래."
조지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더니 침대 위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프레드와 지니도 그를 따라 옆에 앉았다.
"뭔가 보고를 하고 있어. 극비 사항을 말이야."
"멍청이."
프레드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나는 프레드를 노려보았다.
"그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세베루스는 우리 편이야."
론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멍청한 건 어쩔 수 없어. 우리를 쳐다볼 때 그 표정이 꼭 그런걸."
"빌도 스네이프를 싫어해."
지니는 마치 그걸로 모든 문제의 결로닝 내려졌다는 듯이 말했다. 해리가 반대편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내가 그 옆에 앉았다.
"빌이 여기 있단 말이야? 이집트에서 일을 하고 잇는 줄 알았는데?"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사무직을 지원했어. 지금은 불사조 기사단에서 일하고 있지."
프레드가 설명했다.
"형은 사실 그 무덤들이 그립대. 하지만 그만한 보상이 있었지."
프레드가 능글맞게 웃었다.
"보상이라니?"
내가 궁금해서 물엇다.
"플뢰르 델라쿠르 기억나? 그 여자가 영어 실력을 늘리겠다고 그린고트에 일자리를 얻었거든."
"그리고 빌이 열심히 개인 연습을 해주고 있지."
프레드가 킬킬거렸다.
"찰리와 아리애나도 기사단에 들어오긴 했는데 아직도 루마니아에 있어. 덤블도어 교수님이 가능한 많은 외국 마법사들을 데려오고 싶어하기 때문에, 쉬는 날마다 그쪽 사람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야."
"그런 것은 퍼시가 할 수 있잖아."
"맞아, 퍼시는 마법부의 국제 마법 협력부에 들어갔잖아."
우리의 말을 듣자마자 위즐리 남매들과 헤르미온느는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면서 서로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엄마 아빠 앞에서 퍼시 이야기를 꺼내지 마."
론이 긴장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했다.
"왜 그러는 거야?"
"퍼시 이름이 나올 때마다 아빠는 손에 쥐고 잇는 게 뭐든 다 깨뜨리시고, 엄마는 울기부터 시작하거든."
"너무 안타까운 일이야."
"우리 모두는 퍼시한테 완전히 질렸어."
프레드의 설명에 지니가 서글픈 목소리로 말하고 조지가 그 답지 않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자세히 얘기해 봐."
내가 재촉했다.
"퍼시와 아빠가 한바탕 싸웠어. 아빠가 누구랑 그렇게 크게 싸우는 건 처음 봤다니까. 항상 소리를 지리는 쪽은 엄마였는데."
프레드가 대답했다.
"학기가 끝나고 일주일 지났을 때엿어. 우리는 불사조 기사단과 합세하기 위해서 이리로 오려고 참이엇지. 그런데 퍼시가 집에 오더니 승진을 했다고 하는 거야."
"그게 정말이야?"
해리가 소리쳤다.
"그래, 우리 모두 다 깜짝 놀랐어."
조지가 말했다.
"알다시피 퍼시는 크라우치 사건 때문에 조사를 받느니 마느니 하면서 한 바탕 문제를 일으켰잖아. 마법부에서는 퍼시가, 크라우치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재빨리 상부에 알려야만 했다고 말햇어. 하지만 너도 퍼시가 어떤지 알지? 크라우치가 그에게 업무를 맡겼을 때, 불평조차 하지 않았어."
"그런데 어떻게 그를 승진시킬 수가 있지?"
"우리가 놀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야."
론이 말했다.
"퍼시는 잔뜩 의기양양해서 집으로 왔어. 정말로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기뻐하더군. 그리고 아빠에게 퍼지 장관의 사무실에 자리를 얻었다고 말했지. 호그와트를 졸업한 지 겨우 1년 밖에 안 된 사람으로서는 정말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자리였어. 장관의 부보좌관 자리였으니까 말이야. 퍼시는 아빠가 굉장히 감격하고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기대햇던 것 같아."
"그런데 전혀 아니었지."
"왜 그러셨지?"
해리가 물었다.
"해리가 생각해 봐, 퍼지는 볼드모트가 돌아왔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고 있어. 그리고 덤블도어가 무슨 수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 즉 퍼시는 감시견이야. 퍼지는 퍼시를 이용해서 덤블도어와 위즐리씨를 감시하려고 해. 덤블도어가 마법부를 헤집고 다니지 못하도록..."
"로라의 말이 맞아. 아빠도 그렇게 의심을 하더라고. 요즘 마법부에서 덤블도어 교수의 이름은 욕이나 다름없어. 모두들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 사람이 돌아왔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괜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하시거든."
프레드가 말했다.
"아빠가 그러시는데, 퍼지가 누구든 덤블도어 교수와 연관을 맺는 사람은 자기 책상을 비울 각오를 하라고 큰소리를 쳤대."
조지가 말했다. 해리가 나지막이 휘파람을 불었다.
"퍼시라면 기꺼이 그렇게 하고도 남지."
론이 어색하게 허허 웃었다.
"퍼시는 미친 듯이 펄펄 뛰었어. 그리고 온갖 끔찍한 말을 퍼부었지. 그래, 그랬어. 자기가 마법부에 들어간 이후로 아버지의 형편없는 평판 때문에 온갖 고생을 다해야만 했다는 둥, 아버지는 아무 야심도 없고 그래서 우리 가족이 항상 돈이 없다고 쩔쩔 맨다는 등..."
"믿을 수가 없어..."
"그게 정말이야?"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나와 해리는 깜짝 놀랐다. 옆에 있던 지니도 마치 성난 고양이 같은 소리를 냈다.
"그렇다니까. 그보다 더 심한 말도 했어."
론이 목소리를 낮추면서 말했다.
"아버지에게 덤블도어랑 어울려 다니는 멍청이라고 했어. 덤블도어는 항상 말썽거리만 찾아다니고 잇으며 아버지도 언젠가는 덤블도어와 함께 망하게 될 거라도 했지. 퍼시는 자기가 어디에 충성해야 할지 알고 있는데 그게 바로 마법부라는 거야. 만약 엄마와 아빠가 마법부를 배신한다면, 자기는 당장 우리와 더 이상 한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분명히 보여 줄 거래. 그리고는 바로 그날 밤에 짐을 싸 들고 나가 버렸어. 지금은 여기 런던에서 지내고 있지."
해리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욕을 했다.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짐작할 수 잇겠어? 엉엉 울다가 또 한참 넑두리를 늘어놓다가 제정신이 아니었지. 엄마는 런던에 와서 어떻게든 퍼시와 이야기를 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퍼시는 엄마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 버렸대. 그러다 직장에서 아빠와 부딪히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지 모르겠어. 아마 완전히 모른 척 하겠지."
"하지만 퍼시도 볼드모트가 돌아왔다는 걸 알고 있잖아."
해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퍼시가 설마 그렇게 멍청할까? 너희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쯤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그래, 그러지 않아도 두 사람이 싸우는 중에 네 이름이 여러 차례 오르내렸어. 퍼시의 주장은 증거라는 것이 고작해야 네 말밖에 없지 않느냐는 거였어. 글쎄... 잘 모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퍼시는 <예언자 일보>에 난 기사를 너무 믿어서 탈이야."
헤르미온느가 쏘아붙였다. 그러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해리가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엇다. 그들은 하나같이 조심스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야 해리, 너가 머리에 문제가 있다고 <예언자 일보>에 써나보지. 리타 스키터의 기사에만 의존해서 말이지."
"하지만 리타는 더 이상 <예언자 일보>에 기사를 쓰지 않잖아."
"무슨 소리야?"
"나중에 설명해 줄게, 로라."
리타 스키터가 기사를 쓰지 않는다고? 해리의 말에 호기심이 일어났다. 리타 스키터가 어떻게 도청했는지 찾은 것인가.
"맞아. 리타는 약속을 지켰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하지만 그 여자는 그들이 하려고 하는 일에 발판을 제공햇어. <예언자 일보>에서는 네가 마치 위대한 비극적 영웅이라는 망상에 빠져서 어떻게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어 하는 정신병자라도 되는 것처럼 기사를 썼어."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내가 낮게 으르렁거리면서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딸꾹 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지들이 멋대로 추앙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정신병자 취급을 해?! 지들이 병신인 것을 어떻게 해리의 탓으로 돌릴 수가 있어!"
"지, 진정해, 로라..."
론이 간신히 말을 하면서 버럭 화를 내는 나를 달래려고 했다.
"그래서? 디멘터가 해리를 공격한 사건은 보도로 나갔어?"
나는 크게 숨을 토해내서 애써 침착해지고는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누군가 입 다물고 있으라고 지시를 내렸나 봐. 통제를 잃은 디멘터들이라면 틀림없이 뉴스거리일 텐데 말이야."
"그렇겠지. 그리고 볼드모트가 돌아왔다고 믿을 수 잇는 근거이기도 하지. 디멘터는 어둠의 생물이니까 어둠의 마왕을 따르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이치야."
"심지어 해리가 국제 비밀 법령을 어겻다는 소식조차 싣지 않았어. 우리 생각대로라면 분명히 실어야만 했는데. 이거야말로 자기 과시를 좋아하는 멍청이라는 너의 이미지에 딱 어울리는 사건이잖아. 우린 저자들이 네가 퇴학당할 때까지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네가 퇴학당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나서려고 하는 것 같아. 내 말은 만약 네가 퇴학을 당했더라면 그랫을 거라는 거지."
"하지만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저들이 법을 지킨다면 그렇게 할 수는 없지. 해리에게 불리한 전례는 없었어."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런!"
프레드가 늘어나는 귀를 힘껏 끌어당겼다. 곧이어 뿅 하고 큰 소리가 나더니 프레드와 조지의 모습이 사라졌다. 잠시 후에 위즐리 부인이 침실 문 앞에 나타났다.
"회의가 끝났으니, 이제 와서 저녁을 먹자꾸나. 모두들 너희들을 보고 싶어 안달이란다, 해리, 로라. 그런데 부엌문 앞에 똥 폭탄을 마구 흩어놓은 게 도대체 누구냐?"
"크룩생크예요. 그걸 가지고 노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지니가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그렇구나. 난 또 크리처일 거라고 생각했지. 그 녀석은 항상 그렇게 이상한 짓을 잘해서 말이야. 어쨌든 현관 복도에서는 반드시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는 걸 잊지 마라. 그런데 지니, 네 손이 무척 더럽구나. 대체 뭘 만진 거니? 저녁 먹기 전에 꼭 손을 씻도록 해라."
지니는 다른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엄마 뒤를 따라서 방을 나갔다. 이제 방에는 우리만 남아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걱정스럽게 해리를 쳐다보며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었다. 둘은 해리가 다시 소리를 지르지 않을가 은근히 겁이 나는 눈치였다.
"난 궁금한 것이 있는데. 트리위저드 시합 그 이후는 어떻게 되었니?"
내가 묻자 해리는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거의 두 달 동안 자고 있었거든.
"로라, 너 호그와트에 가면 좀 시선이 집중될 거야."
"어째서?"
"덤블도어 교수님이 너를.... 볼드모트에 의해서 실종되었다고... 전교생에게 말했거든. 학기말 연회에서 말이지... 볼드모트가 돌아왔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그래, 대충 이해는 돼."
그리고 레질러먼시로 해리의 기억을 잠시 보았다. 상금은 프레드와 조지에게 주었구나... 잘 됐었네.
"그런데 크리처가 누구야?"
해리가 물었다.
"이 집에 사는 집요정인데, 완전히 미친놈이야. 나도 그런 녀석은 처음 본다니까."
헤르미온느가 론을 째려보았다.
"크리처는 미치지 않았어, 론!"
"그의 평생 소원이 자기 어머니처럼 자기 머리를 잘라서 진열대 위에 올려놓는 거라고 하잖아. 그런데도 그게 정상이라는 거야, 헤르미온느?"
"글쎄... 설사 좀 이상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야."
"헤르미온느는 아직도 그 '토하다'인지 뭔지-."
"'토하다(spew)'가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벌컥 화를 냈다.
"꼬마 집요정의 복지 향상을 위한 모임(S.P.E.W.)이라고! 그리고 나뿐만 아니야. 덤블도어 교수님도 크리처에게 잘해 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단 말이야."
"알았어, 알았다고. 어서 가자. 나 배고파 죽겟어."
론이 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계단으로 내려갈 때, 어두컴컴한 복도에서 마법사들과 마녀들이 빽빽이 모여 있었다. 그 무리에 있던 세베루스와 눈이 맞주쳤다. 그는 대화를 중단하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가 내 앞에 섰지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바로 그 순간 복도에서 짜악- 하는 소리가 울렸다. 왼쪽 뺨이 화끈거리는 감각에 왼손을 볼에 올리고는 대부를 응시했다.
"세브!"
아빌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세베루스를 불렀다.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있겠지, 로라."
".... 죄송해요."
아빌과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나만 내려다보면서 대부는 느릿하고 차가운 말을 내뱉자 나는 시선을 내려깔고는 말했다. 울음이 나오는 것을 참기 위해서 아래입술을 잘끈잘끈 깨물고 있엇다.
"제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녀석이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믿는 거냐? 그럼 당장 그 멍청한 생각은 버리도록 해라."
세베루스는 말하고는 계단 아래로 내려가더니 곧 현관문이 열렀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빌은 나를 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서 아래로 세베루스의 뒤를 따라서 현관문을 나가버린다. 마법사와 마녀들도 금방 현관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사라져 버렸다.
"너희들 먼저 내려가줄래?"
"아, 으응..."
내가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정신을 빠르게 차리고는 론과 해리를 데리고 아래로 내려갔다. 처음으로 맞은 가족의 매는 너무나 아팠다....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멈추지 않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도 계속 흘러내렸다.
"흐- 윽...."
"그렇게 소리 죽여서 울지 마, 로라."
안타까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곧 누군가의 품에 들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프레드..."
"응.... 울지 마, 로라... 나의 공주님..."
응? 프레드의 말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프레드가 웃으면서 볼을 따라 흘러내린 눈물 자국을 손가락으로 닦아주고는 천천히 얼굴이 가깝게 오더니 내 입술에 뽀뽀를 했다.
"프레드!"
우는 것도 멈추고는 놀라서는 그를 불렀다. 그러자 프레드는 킬킬거리면서 내 손을 잡았다.
"그럼 밥 먹으러 갈까? 울보 공주님?"
"그만둬."
잡은 손에 깍지를 끼자 프레드가 흠칫했다. 손을 잡지 않는 손으로 눈물을 닦고는 프레드를 보면서 웃었다.
"그럼 프레드가 왕자님인 거야?"
"당연하잖아. 로라는 내 여자친구니까."
"언제부터!"
"당연히 지금부터지. 너도 나를 좋아하지? 나도 너가 좋으니까, 우린 서로 사귀는 거야."
"하지만..."
"아. 반론은 듣지 않을 거야. 가자, 로라."
내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고 선언하고는 프레드는 계단 아래로 내려가자 나는 그대로 끌려가야 햇다. 하지만 입꼬리는 올라져갔다.
밑으로 내려갔을 때, 무언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나더니 곧 고막이 찢어질 듯이 무시무시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프레드가 잡고 있는 손을 놓더니 내 귀를 자신의 손으로 감싸면서 그 고함소리를 듣지 못하게 했다(그런 행동은 고마웠지만 전혀 안 들리는 것은 아니었다).
"또 통스가 우산꽂이를 넘어뜨렸나 봐."
프레드는 입모양으로 말했다. 난간 아래를 쳐다보자 좀이 슨 벨벳 커튼이 양쪽으로 쫙 갈라지면서 검은 모자를 쓴 늙은 여자의 실물 크기의 초상화가 비명을 지르고 또 지르고 있었다. 그 순간 복도를 따라 줄지어 걸려 잇던 다른 초상화들이 일제히 깨어나 비명을 지르기 시작햇다. 루핀과 위즐리 부인이 황급히 달려오더니 늙은 여자의 그림 앞에 잇는 커튼을 다시 닫으려고 햇다. 하지만 커튼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늙은 여자는 더욱더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당장에라도 그들의 얼굴을 찢어놓을 듯한 기세로 손톱을 세우고 덤벼들었다.
"쓰레기 같은 녀석들! 더러운 놈들! 후레자식들! 튀기! 돌연변이! 미친 것들! 당장 여기서 꺼져! 감히 우리 조상들 집을 더럽히다니!"
통스는 또다시 거대하고 육중한 트롤의 다리를 쓰러뜨리고 말앗다. 위즐리 부인은 커튼 닫는 것을 그만 단념하고 재빨리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지팡이로 초상화들을 하나씩 기절시켜 버렸다. 그때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한 남자가 문에서 달려 나왔다.
"입 닥치지 못해! 이 추한 늙은 노파야! 입 닥쳐!"
그는 위즐리 부인이 포기한 커튼을 움켜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초상화 속 늙은 여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럿다.
"우우우!"
여자가 울부짖었다. 그를 보자, 늙은 여자의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두 눈을 부릅떴다.
"비열한 배신자, 가증스러운 놈, 내 자식인 게 수치스럽다!"
"입- 다물라고 했지!!"
그는 더욱더 큰 소리로 윽박질렀다. 그리고 루핀과 함께 힘을 합쳐서 억지로 커튼을 닫았다. 늙은 여자의 비명 소리가 사라지고 침묵이 사라졌다. 프레드는 자신의 손을 풀었다.
"괜찮아, 프레드?"
"나를 걱정해주는 거야?"
"물론이지... 너는... 나...... 애인... 이니까."
쑥쓰러워서 내가 시선을 피해서는 작게 소근거리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알아듣고는 프레드는 나를 꼬옥 끌어안았다.
"정말 좋아해, 로라!"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이 포옹 좀 풀어."
내가 프레드의 등을 약하게 치면서 포옹을 풀라고 했다. 남들이 보고 잇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리고는 포웅을 풀자, 시리우스와 해리의 뒤를 쫓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 아래까지 내려가 지하 부엌으로 들어갔다. 울퉁불퉁한 돌 벽으로 둘러싸인 동굴 같은 그 방은 위층 복도만큼이나 어두웠다. 유일하게 빛이 흘러나오는 곳이라고는 방 제일 끝에 있는 커다란 벽난로뿐이었다. 방 안에는 뾰안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그 사이로 시커먼 천장에 매달려 있는 육중한 냄비와 프라이팬의 위협적인 자태가 희미하게 드러났다. 방 안에는 회의를 하느라 의자들이 꽉 차 있었고, 방 한가운데에는 긴 나무 식탁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양피지 두루마리와 빈 포도주병, 걸레 뭉치처럼 보이는 것이 온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위즐리씨와 빌은 식탁 끝에서 머리를 맞대고 뭔가 소근거리고 있었다.
위즐리 부인이 흠흠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가늘고 숱이 적은 빨간 머리카락에 뿔테 안경을 쓴 그의 남편이 뒤를 돌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해리! 로라!"
위즐리씨가 부리나케 앞으로 달려나오더니 그의 손을 접석 잡았다.
"반갑구나!"
"해리, 여행은 잘했니?"
빌은 열두 개의 두루마리를 한꺼번에 말려고 애를 쓰며 소리쳤다.
"매드아이가 그린란드를 지나려고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지?"
"그랬어."
통스는 빌을 도와주려고 성큼성큼 다가갓다. 하지만 곧 마지막 남은 두루마리 위에 촛대를 쓰러뜨리고 말았다.
"오, 이런! 미안해."
"저리 비켜요."
위즐리 부인이 짜쯩스런 목소리고 말했다. 그리고 재빨리 지팡이를 휘둘러 양피지를 원상복구시켰다. 그녀는 식탁 위에 있는 두루마리를 휙 낙아채더니, 양파지 두루마리를 잔뜩 들고 있는 빌의 품 안으로 쑤셔 넣었다.
"이런 건 회의가 끝나자마자 당장 치웠어야지!"
위즐리 부인이 한마디 쏘아붙이고 사락사락 옷자락을 끌며 오래된 찬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저녁 식탁에 쓸 접시를 꺼내기 시작했다.
"에바네스코!"
빌이 지팡이를 꺼내 중얼거리자 양피지 두루마리가 홀연히 사라졌다.
"자리에 앉아라, 해리. 먼던구스는 전에 만난 적이 있지?"
시리우스가 말했다. 순간 걸레뭉치라고 생각했던 것이 길고 요란하게 콧소리를 냇다. 그리고 몸을 꿈틀거리며 깨어났다.
"누가 내 이름을 불럿지? 난 시리우스와 같은 의견이야..."
먼던구스가 잠에 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찬성 표를 던지듯이 몹시 지저분한 한 손을 들었다. 붉게 핏발이 서고 반쯤 감긴 그의 두 눈은 초점을 잃고 흐리멍덩햇다. 지니가 킬킬거리면서 웃었다.
"회의는 끝났어, 덩. 해리가 왔다니까."
모두들 식탁에 둘러앉자, 시리우스가 말했다.
"엉?"
먼던구스가 마구 헝클어진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음울하게 해리를 바라보았다.
"제기랄, 그랫군. 그래... 넌 괜찮냐, 해리?"
"네."
먼던구스는 여전히 해리를 빤히 쳐다보면서 주섬주섬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때 묻은 검은 담배 파이프를 꺼냈다. 파이프를 입에 문 그는 지팡이 끝으로 파이프에 불을 붙인 후에 한 모금 길게 빨아들엇다. 잠시 후에 거대한 초록색 연기 구름이 그를 감쌌다.
"미안하구려."
냄새나는 연기 구름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먼던구스, 마지막 경고하는데, 부엌에서는 그걸 피우지 말아요. 특히 모두들 식사를 하려고 할 때에는 절대 피우지 말아요."
"아, 알았소. 미안해요, 몰리."
먼던구스가 파이프를 다시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자, 연기 구름이 곧 사라졋다. 하지만 신발 가죽 밑창이 타는 듯한 독한 냄새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자정 전에 저녁을 먹고 싶다면, 날 좀 도와줘야 해요."
위즐리 부인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아니, 넌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거라. 해리, 넌 아주 긴 여행을 했잖니. 로라도."
"제가 뭘 도와드릴게요, 몰리?"
"음- 아니, 괜찮아요, 통스. 그냥 쉬어요. 당신은 오늘 할 만큼 했어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꼭 도와드리고 싶어요!"
통스가 쾌활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는 찬장에서 식사용 나이프를 꺼내고 있는 지니를 향해 서둘러 가다가, 그만 의자를 넘어뜨렸다.
"통스는 자주 저래, 해리. 그녀는 오러로서는 최고지만 집안일은 영.... 덜렁이지."
"그런 것 같네."
내가 웃으면서 해리에게 귓속말을 하듯이 말하자 해리가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잠시 후 위즐리 부인의 감독 아래 커다란 칼들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고기와 야채를 다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부인은 화덕 위에 매달려 있는 솥을 휘저었다. 해리, 시리우스, 먼던구스는 식탁에 그대로 앉아있었고 나와 다른 사람들은 접시와 잔을 꺼내고 식품 저장실에서 먹을 것을 꺼내왔다.
"프레드, 조지, 안 돼! 그냥 들고 가!"
식품 저장창고에서 부엌으로 들어갈 때, 위즐리 부인이 소리를 빽 질렀다. 프레드와 조지는 스튜가 담긴 커다란 솥과 버터 맥주가 든 무쇠병 그리고 칼이 꽂혀 있는 육중한 나무 도마에 마법을 걸어서, 해리들이 있는 쪽으로 기세 좋게 날아오도록 했다(시리우스와 해리와 먼던구스는 재빨리 식탁 밑으로 몸을 날렸다). 뜨거운 스튜가 담긴 솥은 탁자 위를 쭉 미끄러지더니,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췄다. 하지만 나무 식탁 위에는 길게 탄 자국이 남아 잇었다. 버터 맥주병은 쨍그랑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져서 안에 든 내용물이 다 쏟아졋다. 도마에서 떨어진 빵 자라는 칼은 불과 일 초 전까지만 해도 시리우스의 오른손이 있었던 자리에 정확히 꽂혀서 부르르 진동햇다.
"제발 부탁이야!"
위즐리 부인이 비명을 질렀다.
"더 이상 도움은 필요 없어. 이제 충분해. 마법을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다고 해서, 사소한 일마다 번번이 지팡이를 휘두르면 어떻게 하니!"
"저희는 그저 시간을 절약하려고 했던 것뿐이에요."
프레드가 황급히 앞으로 달려 나오더니 식탁 위에 꽂힌 빵 자라는 칼을 힘들게 뽑았다.
"미안해요, 시리우스. 고의가 아니엇어요."
해리와 시리우스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려다. 한편 의자에 앉은 채 뒤로 벌렁 나자빠졌던 먼던구스는 툴툴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크룩생크는 성난 울음소리를 내더니 찬장 밑으로 휙 뛰어 들어갔다. 컴컴한 찬장 밑에서 그의 커다랗고 노란 두 눈이 빛을 발했다.
"얘들아, 네 엄마의 말이 맞다."
위즐리씨가 스튜 그릇을 들어서 식탁 가운데 놓으며 말했다.
"이제 너희도 나이를 먹엇으니 책임감 행동을 보여줄 때가 되었어."
"너희 형제들 중에는 아무도 이런 말썽을 부린 사람이 없었다!"
위즐리 부인이 새 버터 맥주병을 식탁 위에 쾅 하고 내려놓으면서 쌍둥이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빌은 몇 발짝 움직일 때마다 순간이동 마법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찰리도 눈에 띄는 것마다 마법을 걸지 않았고, 퍼시는-."
위즐리 부인이 말을 딱 멈추었다. 그리고 겁먹은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빨리 먹죠."
"아주 맛있어 보이는군요, 몰리."
루핀이 접시에 스튜에 덜더니 음식을 돌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각자 자리에 앉는 동안, 침묵이 이어지면서 접시와 나이프, 포크가 부딪히는 소리, 의자를 끄는 소리만 들렸다.
마침내 위즐리 부인이 시리우스를 향해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진작부터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거실에 있는 책상 안에 뭔가가 갇혀 있나 봐요. 계속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책상이 흔ㄷ를려요. 물론 그저 보가트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꺼내 보기 전에, 먼저 앨리스터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부인이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죠."
시리우스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리고 저기 있는 저 커튼에는 독시들이 우글우글해요. 내일은 그 녀석들과 한바탕 씨름을 해야 할 것 같군요."
"무척 기대되는군요."
시리우스의 목소리에서 빈정거리는 어조를 읽을 수가 있었다. 독시라면 해충이잖아. 요정처럼 작은 인간의 형상을 했지만 독이빨을 지닌데다가 팔다리가 여러 개 달렸으며 털이 온몸을 뒤엎고 있다. 거기에 몇 백 개가 나는 알을 낳는다.
해리 맞은편에서는 통스가 음식을 입에 넣는 사이사이에, 코 모양을 계속 바꾸어 헤르미온느와 지니를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눈살을 찌푸릴 때마다, 그녀의 코는 매부리 코가 되기도 하고 양송이 버섯 모양으로 납작하기도 하고 콧구멍에서 무성한 털이 자라나기도 했다. 잠시 후에 헤르미온느와 지니가 제일 마음에 드는 코 모양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한편 위즐리씨와 빌, 루핀은 도깨비들에 대해서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아직도 도깨비들은 아무것도 털어놓지 않고 있어요."
빌이 말했다.
"그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도깨비들이 믿고 있는지 아닌지 여전히 알아낼 수가 없었어요. 물론 도깨비들이야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게 더 좋겠죠. 그 일에 빠지고 싶을 거예요."
"난 절대로 도깨비들이 그 사람 편으로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위즐리씨가 고개를 저었다.
"그들 또한 동족의 죽음으로 고통을 받았어. 지난번에 그자가 죽인 그 도깨비 가족을 생각해 봐. 노팅엄 근처 어디였던 것 같은데?"
"그건 그들이 어떤 제안을 받느냐에 다렬 있겠죠."
루핀이 입을 열었다.
"저는 황금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수세기 동안 우리는 도깨비들에게 자유를 주지 않았어요. 그걸 주겠다는 제안을 받으면, 틀림없이 유혹을 느낄 거예요. 그런데 빌, 아직도 래그녹과는 좋은 일이 없었나?"
"그는 요즘 꽤 심하게 반-마법사 감정을 느끼고-."
그때 식탁 한 가운데에서 한바탕 웃음보가 터지면서 빌의 말은 파묻혀 버렸다. 프레드와 조지, 론, 먼던구스가 자기 자리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웃고 잇었다.
"그래서 말이지..."
먼던구스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목이 메어 말했다.
"그래서, 내 말 좀 들어 봐, 그 녀석이 내게 이렇게 말햇지. 이렇게 말했어. 덩, 이 두꺼비들은 다 어디서 난 거요? 왜냐하면 어떤 놈팽이의 후레자식이 내 걸 모두 훔쳐갔거든! 그래서 내가 말했지. 당신 두꺼비를 다 훔쳐 갔다 말이죠. 그래,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요? 그럼 두꺼비가 더 필요하다는 거요? 그랫더니 얘들아, 믿거나 말거나, 그 열띤 이무기가 처음 가격의 두 배나 되는 돈을 주고 나에게서 자기 두거비들을 몽땅 사 갔단다."
"먼던구스, 고맙지만 당신의 사업적인 거래에 대해서 우리가 더 이상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위즐리 부인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한편 론은 배꼽이 빠져라 웃다가 식탁 위로 쓰러질 지경이었다.
"미안하오, 몰리."
먼던구스가 재빨리 사과를 했다.
"하지만 알잖소. 월이 워티 해리스로부터 먼저 훔쳤으니까 난 사실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요."
"먼던구스, 당신이 어디서 옳고 그른 걸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아주 중요한 교훈을 놓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위즐리 부인이 차갑게 대꾸했다. 프레드와 조지는 버터 맥주가 담긴 술잔 뒤로 황급히 얼굴을 감추었다. 조지는 딸꾹질까지 하고 잇었다. 똑같은 이유 때문에, 위즐리 부인은 못마땅한 얼굴로 시리우스를 한 번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낫다. 그리고 후식으로 커다란 루바브 푸딩을 가지러 갔다.
"몰리는 먼던구스를 인정하지 않아."
시리우스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햇다.
"그런데 어떻게 기사단에 들어왔죠?"
해리도 작은 목소리로 물엇다.
"아주 쓸모가 있거든. 사기꾼이란 사기꾼은 죄다 알아. 사기꾼이 사기군을 알아보는 법이지. 그래도 먼던구스는 덤블도어에게 충성을 다하고 잇어. 언젠가 곤경에 빠진 걸 도와준 적이 있거든. 덩 같은 사람들을 주위에 두는 것도 꽤 유용한 일이야. 우리가 못 듣는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몰리는 먼던구스를 저녁 식사에까지 초대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대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네 뒤를 지켜보고 있어야 할 시간에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 때문에 절대로 그를 용서하지 않아."
후식인 루바브 푸딩을 먹고 나자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즐리씨는 배부르고 만족한 표정으로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통스는 늘어져라 하품을 했다. 그녀의 코는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지니는 찬장 밑에서 크룩생크를 유인해 내려고 마룻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버터 맥주병의 코르크 마개를 굴리고 있었다.
뜨거운 홍차가 담긴 식탁 위에 내려놓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각설탕 두 개를 홍차 속에 집어넣고는 티스푼을 저었다.
"로라의 저런 모습은 귀족 아가씨 같디니까."
"할아버지가 예법에 엄하셨으니까 당연해. 어렸을 때부터 벤 습관이 쉽게 고쳐질리가 없잖아."
조지가 킬킬거리면서 말하고 각설탕이 다 녹자 티스푼을 찻잔에서 꺼내서는 그릇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찻잔을 입가에 가까이 가져가고는 작게 후후 불고는 한 모금 목구멍으로 넘겼다.
"이제 잘 시간이 된 것 같구나."
위즐리 부인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아직 아니오, 몰리."
시리우스가 빈 접시를 옆으로 치우더니 해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솔직히 난 너에게 놀랐다. 네가 이 곳에 오면, 제일 먼저 볼드모트에 대해서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삽시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달칵, 하고 찻잔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불과 몇 분 전만해도 느긋하고 졸린 분위기엿는데 이제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심지어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볼드모트의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식탁 주위에서 전율이 일어난 것 같앗다. 루핀은 막 마시려고 하던 포주잔을 천천히 내려놓고 심각한 표정을 짓었다.
"그랬어요!"
해리는 분개하듯이 소리쳣다.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물어봤어요. 하지만 그들 말이 우리는 기사단에 들어갈 수 없다고, 그래서-."
"그 애들 말이 맞다. 너희는 너무 어려."
위즐리 부인이 침착하게 타일렀다. 이제 부인이 팔짱을 낀 채, 의자에 몸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었다. 졸린 기새라고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위즐리 부인. 해리는 알아야만 해요."
"로라!"
"싸우는 것은 해리 본인이에요. 그때가 되면 누구도 그를 도울 수 없어요...."
내가 홍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찻잔을 식탁 위에 내려놓자, 홍차의 붉은 물에 내 얼굴이 비추어졌다. 마지막 전쟁 때는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의 또래도 있을 수도 있고 어른들도 있겠지. 하지만 볼드모트를 끝장 낼 수 있는 오직 해리일 뿐이었다. 우리가 옆에서 도운다고 해도 실마리를 풀어주거나, 죽음을 먹는 자들과 마법 생물체 군단들을 상대하는 정도일까나?
"로라..."
위즐리 부인이 무언가 물으려고 하자 먼저 선수를 쳐서 입을 열었다.
"확실히 승리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해요. 게다가 해리는 아무것도 몰라요."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야? 불사조 기사단이 아니면, 뭘 물어볼 수 없단 말이야?"
시리우스가 물엇다.
"해리는 한 달 동안이나 머글 집에 갇혀 있었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권리가 있단 말이야."
"잠깐만요!"
조지가 큰 소리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저희가 해리의 질문에 무슨 수로 대답을 해줄 수 있겠어요?"
프레드가 잔뜩 심통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작게 웃어버렸다. 저런 모습이 귀여워 보이다니.... 정말이지... 중증이구나.
"지난 한 달 동안 저희는 어떻게든 뭔가 알아내려고 애를 썼어요. 하지만 어른들은 무조건 감추려고만 하셨잖아요!"
조지가 말을 이었다.
"너희는 너무 어리다. 너희는 기사단이 아니다."
프레드가 위즐리 부인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며 높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게다가 해리는 미성년자잖아요!"
"기사단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너희들에게 알려 주지 않았던 건 내 탓이 아니다."
시리우스가 조용히 말했다.
"그건 네 부모님의 결정이셨어. 하지만 해리는...."
"당신은 해리에게 뭐가 좋은지 결정할 권리가 없어요!"
위즐리 부인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평소에는 상냥하기 짝이 없던 부인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무슨 말 말이죠?"
시리우스는 짐짓 공손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언제든 싸울 듯한 기세였다.
"해리에게 꼭 필요한 것 이상의 이야기를 해주지 말라는 당부말이에요."
위즐리 부인은 '꼭 필요한'이라는 말에 특별히 힘을 주었다. 시리우스와 위즐리 부인이 한 마디씩 주고받을 때마다, 마치 테니스 시합을 지켜보는 사람들처럼 론, 헤르미온느, 프레드, 조지의 머리가 왔다 갔다 했다. 지니는 버려진 버터 맥주병 코르크 마개를 앞에 수북이 쌓아 올린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입을 반쯤 벌리고 두 사람을 지키보았다. 루핀은 단 한순간도 시리우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몰리, 나도 해리에게 필요 이상의 이야기를 해줄 생각은 전혀 없소. 하지만 해리는 다시 돌아온 볼드모트를 직접 눈으로 목격한 사람이오. 그리고 로라도 말이오. 해리와 로라는 어느 누구보다도 알 권리가 있소."
"전 괜찮아요, 시리우스. 정보를 파악하는데 뛰어나니까요. 해리는 아니겠지만...."
내가 작게 말했다. 내 말에 발끈한 해리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사실이잖아.
"해리와 로라는 불사조 기사단 단원이 아니에요! 게다가 겨우 열다섯 살박에 안 됐다고요!"
"그렇지만 기사단 단원들만큼이나 많은 일들을 겪었죠. 어쩌면 어느 누구보다도 훨씬 더 말이오."
"그 아이들이 한 일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에요!"
위즐리 부인이 목청을 높였다. 의자에 팔걸이를 꽉 붙잡고 있는 부인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해리는 아직도-."
"해리는 어린애가 아니란 말이오!"
시리우스가 벌컥 화를 냈다.
"그렇지만 어른도 아니에요!"
위즐리 부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시리우스, 그는 제임스가 아니라고요!"
"나도 그가 누군지 잘 알고 있어요. 어쨌든 고맙소, 몰리."
시리우스가 냉정하게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군요! 가끔씩 당신이 해리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마치 가장 절친했던 친구가 다시 돌아온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문제죠?"
해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 해리, 네가 아무리 네 아빠를 닮았다고 해도, 넌 네 아빠가 아니야."
위즐리 부인이 계속 시리우스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넌 아직도 학교를 다니고 있고, 어르늘이 책임지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돼!"
"그렇다면 내가 무책임한 대부란 말이오?"
시리우스가 한층 목소리를 높였다.
"시리우스, 당신은 경솔하게 행동하기로 유명하다는 뜻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덤블도어 교수도 계속 당신에게 가만히 집에 있으라고 타일렀던 것-."
"미안하지만, 내가 덤블도어 교수에게서 무슨 지시를 받았는지는 이 자리에서 언급하지 말아 주시오!"
시리우스가 소리를 질렀다.
"아서! 아서!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위즐리 부인이 남편을 돌아보며 말했다. 위즐리씨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부인의 시선을 피하면서 안경을 벗어 들고 천천히 닦았다. 그리고 나서 조심스럽게 다시 쓰고는 입을 열었다.
"몰리, 덤블도어도 해리의 처지가 바뀌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제 해리가 본부에서 지내게 된 이상, 어느 정도 알 건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소."
"하지만 그것과 알고 싶은 건 뭐든지 물어보라고 부추기는 거랑은 다르죠!"
"개인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루핀이 마침내 시리우스에게서 시선을 떼면서 조용히 입을 열엇다. 위즐리 부인은 드디어 응원군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재빨리 그를 쳐다보았다.
"난 해리가 진상을 알고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사실을 다 알아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몰리.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잘못된 이야기를 듣느니 차라리 우리들에게 직접 듣는 편이..."
루핀의 표정은 담담했다. 역시 그는.... 위즐리 부인의 숙청 작업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확신이 들었다.
"글쎄..."
위즐리 부인은 한숨을 내쉬며 누군가 도와주기를 바라는 눈길로 식탁을 바라보았다.
"글쎄... 내가 아무리 떠들어도 소용이 없는 것 같군요. 어쨌든 한마디만 하겠어요. 덤블도어 교수가 해리에게 많은 사실을 알려 주고 싶어 하지 않은데에는 틀림없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해리를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해리는 당신의 아들이 아니오."
시리우스가 조용히 말했다.
"아들이나 다름없어요. 해리에게 또 누가 있죠?"
위즐리 부인이 거세게 항의했다.
"해리에게는 내가 있소!"
"그야 그렇죠."
위즐리 부인이 입을 비쭉거리며 빈정거렸다.
"하지만 당신이 아즈카반에 갇혀 있는 동안에는 해리를 돌봐 주기가 어렵지 않았나요? 아니었나요?"
시리우스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려고 했다.
"몰리,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서 당신만 해리를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루핀이 날카롭게 말했다.
"시리우스, 자리에 앉아요."
위즐리 부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시리우스는 핏기가 싹 가신 얼굴로 다시 천천히 자리에 앉앗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해리에게도 한마디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할 만한 나이는 되었으니까요."
"저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해리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리고 위즐리 부인 쪽을 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럼 좋다."
위즐리 부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지니- 론- 헤르미온느- 프레드- 조지- 이제 너희들은 부엌에서 그만 나가거라."
즉시 불평에 찬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는 이제 성년이라고요."
프레드와 조지가 입을 모아 소리쳤다.
"해리와 로라는 들어도 된다면, 왜 나는 안 되는 거죠?"
론이 항의햇다.
"엄마, 나도 듣고 싶어요!"
지니가 떼를 썼다.
"안 돼!"
위즐리 부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의 두 눈은 위협적으로 빛났다.
"난 절대로-."
"몰리, 프레드와 조지까지는 막을 수는 없소. 그 아이들은 이제 성년이오."
위즐리씨가 지친 듯이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를 다니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법적으로는 성년이란 말이오."
위즐리씨는 여전히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위즐리 부인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새빨개졌다.
"난- 아, 그래 좋다. 그렇다면 프레드와 조지는 남아 있어도 좋다. 하지만 론은-."
"어쨌든 결국에는 해리와 로라가 저와 헤르미온느에게 모든 걸 다 말해 줄 텐데 뭔 그래요!"
론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해리, 로라, 그럴거지? 그렇지?"
론은 우리를 쳐다보며 불안한 듯이 덧붙였다.
"물론 말해 줄 거야."
해리의 말을 듣자, 론과 헤르미온느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좋다! 좋아! 지니- 침실로 가거라!"
위즐리 부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 물론 지니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엄마 손에 이끌려 계단 위로 끌려 올라가면서도 내내 징징거리며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지니가 현관 복도에 도달하자, 블랙 부인이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까지 가세했다. 루핀이 초상화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서둘러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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