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빌려서 휴게실로 돌아오자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 가운데 모아 놓고 앉아 있는 프레드와 조지 그리고 리의 모습이 보였다. 곧 프레드가 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종이 봉투에서 뭔가를 꺼내 먹은 신입생들은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몽둥이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차례차례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몇 명은 마룻바닥으로 곧장 미끄러졌고 또 다른 몇 명은 의자 팔걸이 위에 그대로 꼬구라졌다. 모두들 혓바닥이 길게 밖으로 늘어져 있었다. 학생 대부분이 이 광경을 보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프레드와 조지를 향해서 걸어갔다. 프레드와 조지는 필기판을 손에 들고 서서 의식을 잃은 신입생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중이었다. 

헤르미온느는 어깨를 쫙 펴고 프레드와 조지를 향해 당당하게 걸어갔다. 론은 의자에서 엉거주춤 일어나 잠깐 망설이더니 호리호리한 몸을 가능한 깊숙이 의자에 파묻었다. 나는 그들의 옆으로 걸어가서는 책을 든 채로 숙제가 든 가방과 함께 앉았다. 


"이제 그걸로 됐어!"


헤르미온느가 프레드와 조지에게 위협적으로 소리쳤다. 두 사람은 약간 놀랐다는 듯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조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약은 이걸로 충분한 것 같다, 그렇지?"

"내가 오늘 아침에 분명히 말했지! 그 쓰레기들을 학생들에게 실험하지 말라고!"

"우린 이 아이들에게 돈을 지불했어!"


프레드가 화를 냈다.


"그건 상관없어. 위험할 수도 있잖아!"

"쓰레기라니."


프레드가 중얼거렸다.


"헤르미온느, 진정해. 애들은 괜찮아!"


리가 그녀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신입생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보라색 사탕을 입속에 넣어주었다.


"그래, 봐! 이제 정신이 돌아오고 있잖아!"


조지가 말했다. 신입생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몇 명은 마루 위로 쓰러져 있거나 의자 위에 늘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프레드와 조지가 과자의 효과에 대해 아무 경고도 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괜찮니?"


조지는 자기 발밑에 쓰러져 있는 검은 머리의 조그만 여자아이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그- 그런 것 같아요."


그 여자 아이는 몸을 떨며 말했다.


"아주 훌륭해."


프레드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헤르미온느는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필기판과 기절 팬시 봉투를 홱 낚아챘다.


"전혀 훌륭하지 않아!"

"아주 훌륭해. 아이들은 멀쩡하잖아, 안 그래?"


프레드가 골을 내며 물었다.


"너희들은 그런 짓을 하면 안 돼. 그러다가 이 아이들 중에 한 명이라도 정말 탈이 나면 어덯게 하려고 그래?"

"그럴 리가 없어. 이미 우리가 직접 시험을 해봤거든. 이건 그냥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0."

"이 일을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나는-."

"우리에게 나머지 공부라도 시키려고?"


프레드가 어디 한번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이 물었다.


"아니면 베껴 쓰기 벌이라도 줄 건가?"


프레드가 히죽히죽 웃었다. 그러자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 전체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헤르미온느의 목소리는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너희 어머니께 편지를 쓸 거야."

"설마."


조지는 겁에 질려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니, 그럴 거야."


헤르미온느는 단호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그 한심한 발명품들을 먹는 것까지는 내가 말릴 수 없어. 하지만 신입생들에게 먹이는 것은 절대 안 돼."


프레드와 조지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표정이었다. 헤르미온느의 협박이 그들의 급소를 정확히 찌른 것이 분명했다. 헤르미온느는 마지막으로 그들을 한 번 노려보고 나서, 프레드의 필기판과 기절 팬시 봉투를 다시 던져 주었다. 그리고 불가에 있는 자기 자리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제 론은 어찌나 깊숙이 의자에 몸을 파묻었던지, 거의 코가 무릎과 같은 높이에 이를 정도였다.


"도와줘서 고마워, 론."


헤르미온느가 가시 돋친 어조로 말했다.


"너 혼자서도 잘 처리했잖아."


론이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다. 헤르미온느는 잠깐 동안 텅 빈 양피지를 내려다보더니,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오, 안 되겠어. 전혀 집중을 할 수가 없어. 난 그냥 잘래."


헤르미온느는 가방을 열더니 털실로 짠 못생긴 물건 두 개를 꺼내더니 벽난로 옆의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리고 휴지처럼 돌돌 만 양피지 조각들과 부러진 깃펜으로 그 위를 덮고는 조금 뒤로 물러서서 그 모습을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론이 혹시 미친 게 아닌가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지켜보았다.


"집요정들을 위한 모자야."


헤르미온느가 퉁명스럽게 대꾸하더니, 책을 가방 속에 주섬주섬 집어넣기 시작했다.


"방학 내내 이걸 만들었어. 나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뜨개질을 너무 느리게 하거든. 하지만 이제 학교에 돌아왔으니, 훨씬 더 많은 모자를 만들 수 있을 거야."

"네가 집요정을 위한 모자를 만들었단 말이야?"


론이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그리거 저 쓰레기들로 적당히 위장을 할 생각이라고?"

"그래."


헤르미온느가 가방을 메며 당당하게 말햇다.


"그건 아니야."


론이 화를 내며 말했다.


"너는 집요정들을 속여서 저 모자를 집어 들도록 만들 속셈이구나. 집요정들이 해방되기를 원하지 않는데도, 넌 억지로 그들을 해방시킬 생각이야."

"집요정들은 당연히 해방되길 원해!"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런 방법은 좋지 않아, 헤르미온느."

"감히 이 모자에 손댈 생각도 하지 마, 론, 로라!"


헤르미온느는 휙 돌아서서 그곳을 떠났다. 론은 그녀가 여학생 침실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얼른 털모자에서 쓰레기들을 떼어냈다.


"집요정들도 최소한 자기가 뭘 집는지는 알 권리가 있어."


론이 분개했다.


"어쨌든..."


론은 세베루스의 숙제 제목이 적힌 양피지를 돌돌 말아 버렸다.


"지금 이걸 끝내려고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겠군. 난 헤르미온느가 없으면 숙제를 할 수 없거든. 월장석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 안 그래?"


해리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그만 자러 갈래."

"잘 자, 해리, 론."


내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양피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빈슥 교수의 작문 숙제와 세베루스의 월장석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옆에 쌓여진 4권 책도 어서 읽어야 하는데 말이지.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날씨는 어제와 다름없이 흐리고 비가 내렸다. 아침 식사를 하는 교직원 테이블에서 해그리드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오늘은 스네이프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위로가 되는군."


론이 격려하듯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크게 하품을 하면서 자기 잔에 커피를 따랐다. 


"헤르미온느, 나도 커피."

"그래."


헤르미온느는 기분이 좋다는 얼굴로 내 잔에도 커피를 따라주었다. 그녀는 기분이 꽤 좋은 것 같았다. 론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느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대답했다.


"모자들이 없어졌어. 결국 집요정들도 자유를 원하고 있었던 게 분명해."

"꼭 그렇게 단정할 순 없어."


론이 딱 잘라 말했다.


"그걸 옷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 내가 보기에도 전혀 모자처럼 보이지 않던걸. 차라리 털실로 짠 주머니 같앗어."

"... 바보."


론의 말에 내가 말하면서 커피를 마셨다. 헤르미온느는 오전 내내 론과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두 시간짜리 마법 수업 다음에 두 시간자리 변신술 수업이 이어졌다. 플리트윅 교수와 맥고나걸 교수 두 사람 모두, 수업의 처음 십오분 동안 O.W.L.의 중요성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반드시 이 사실을 명심해라."


플리트윅 교수가 끽끽 소리를 내며 말했다. 키가 작달막한 그는 항상 그렇듯이 교탁 너머로 고개를 내밀기 위해서 책 더미 위에 올라서 있었다.


"이 시험이 장차 여러분의 몇 년 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이다! 만약 아직까지 자신의 장래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야말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그러므로 미안하지만 여러분 모두가 스스로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나서 한 시간 동안 소환 마법을 다시 복습했다. 플리트윅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 마법은 반드시 O.W.L.에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많은 분량의 마법 숙제를 내주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햇다. 

변신술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덜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집중하고 연습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O.W.L.에 붙을 수 없어요."


맥고나걸 교수가 엄하게 충고했다. 


"모두 열심히만 공부하면,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전부 O.W.L. 변신술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네빌이 자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처량한 신음 소리를 냈다.


"롱바텀, 너도 마찬가지야."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너는 단지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문제도 없어. 자... 오늘은 소멸 마법부터 시작해 봅시다. N.E.W.T. 수준이 되기 전에는 보통 잘 쓰지 않는 소환 마법보다는 훨씬 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O.W.L.에 나오는 마법들 중에서는 가장 어려운 마법에 속하죠."


소멸 마법은 나와 헤르미온느를 제외하고는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두 시간 수업이 다 끝날 무렵이 되어야 해리나 론은 연습하던 달팽이들을 간신히 사라지게 할 수 있었다). 멋지게 성공한 우리 둘은 맥고나걸 교수로부터 그리핀도르 점수 각각 10점을 받았고, 숙제를 면제 받았다. 그 외에 다른 학생들은 밤새도록 마법을 연습해서 다음날 오후에 다시 달팽이를 사라지게 할 준비를 해 오라는 숙제를 받았다. 

이제 해야 할 숙제가 엄청나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덜컥 겁이 난 해리와 론은 점심 시간 내내 도서관에서 월장석의 사용법을 찾아보았다. 한편 자신의 털모자를 비웃은 론에 대해서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헤르미온느는 그들과 함께 어울리지 않았다. 나 역시 저주에 관한 책만 읽었을 뿐 해리와 론을 도우지 않았다. 


오후가 되어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 시간이 되었을 때 야외로 나왔다. 날씨는 선선하고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금지된 숲의 가장자리에 있는 해그리드의 오두막으로 이어지는 경사진 잔디밭을 걸어가면서, 이따금씩 얼굴에 빗장울이 덜어지는 것을 느꼈다. 해그리드의 오두막에서부터 약 9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그녀 앞에 놓인 긴 탁자 위에는 잔 나뭇가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등 뒤에서 왁자지껄한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뒤를 돌아보니, 말포이가 항상 끌고 다니는 슬리데린의 패거리에게 둘러싸여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방금 그가 굉장히 웃기는 농담이라도 한 모양인지 크레이브와 고일, 팬시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이 연신 킬킬거리며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로우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굉장히 질렸다 듯이 쳐다보았다. 


"다들 모였나요?"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모두 모이자,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럼, 시작해 볼까.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아는 사람?"


헤르미온느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그녀의 등 뒤에서 말포이가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질문에 대답하고 싶어서 펄쩍펄쩍 뛰며 안달하는 헤르미온느를 흉내 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자지러지게 웃던 팬시 파킨슨.


"저 고릴라녀가!"

"진정해, 로라."


내 팔을 단번에 잡아 챈 로우가 수업에 집중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곧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탁자 위에 쌓여 있던 잔가지들이 허공으로 톡톡 튀어오르면서 마치 나무로 만든 작은 픽시 같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옹이 진 갈색 팔 다리와 둘로 갈라진 손가락을 지닌 그 생물은 나무껍질 같은 판판한 얼굴에 딱정벌레처럼 반질반질한 갈색 두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에그머니나!"


패르바티와 라벤더가 시끄럽게 호들갑을 떨었다. 


"여학생들, 목소리 좀 낮춰 주면 고맙겠어요!"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가 날카롭게 소리치면서 막대 생물들에게 갈색 쌀 같은 것을 한 움큼 뿌려 주었다. 그러자 그것들이 재빨리 먹이를 향해 몰려들었다.


"혹시 이 생물의 이름을 아는 사람? 그레인저양?"

"보우트러클입니다."


헤르미온느가 설명했다.


"보통 지팡이 나무에서 사는 나무 수호 정령들입니다."

"그리핀도르 5점 주겠어요."


그루블리 프랭크가 말했다.


"맞아요. 이것은 보우트러클이에요. 그레인저양이 정확하게 말했어요. 대개 지팡이를 만들 수 있는 나무에서 살곤 하죠. 혹시 이것들이 뭘 먹는지 아는 사람?"

"쥐며느리 벌레요."


헤르미온느가 거침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때로는 요정 알도 먹습니다."

"잘했습니다. 또다시 5점을 주겠어요. 그러므로 보우트러클이 살고 있는 나무에서 나뭇가지나 잎을 꺾을 대는 먼저 쥐며느리를 줘서 주의를 딴 데로 돌리거나 마음을 달래 주는 게 좋아요. 보기에는 별로 위험하지 않은 것 같지만 일단 화가 나면 손가락으로 사람의 눈을 찌른답니다. 여러분이 보다시피, 이 손가락은 아주 날카로워서 눈동자에 닿으면 전혀 좋을 게 없어요. 이제 좀 더 가까이 다가와서 쥐며느리와 보우트러클을 조금씩 가져다가 자세히 관찰하도록 하세요. 세 사람에 한 마리씩 돌아갈 거예요. 수업이 끝나기 전까지 여러분 각자 보우트러클의 모든 신체 부위에 명칭을 붙인 스케치를 한 장씩 내도록 하세요."


학생들이 탁자 주위로 몰려들었다. 로우는 보우트러클 한 개를 챙기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팬시가 쏙 나와 로우가 있는 팀에 끼어들었다.


"드레이코는 크레이브와 고일과 함께 해야 해서 말이지, 나도 여기에 끼어도 되지?"

"이미 끼어들었잖아."

"상관없어, 팬시."

"고마워, 로우!"


잔뜩 코에 바람이 든 채 꾸미는 듯한 목소리를 내는 팬시의 목소리에 나는 토할 것 같다는 표정을 짓고는 팬시가 보기 전에 보우트러클이 가만히 있도록 설득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는 양피지를 꺼내서는 보우트러클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니까. 우리 아버지가 바로 이틀 전에 장관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법부는 이곳에서 자격 미달 교수의 교육 행위를 엄하게 단속할 작정인 것 같았어. 그러니 그 덩치 큰 백치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가는 아마 당장 짐을 싸서 쫓겨날 거야."


말포이의 목소리에 눈을 치켜뜨고는 말포이를 노려보고는 다시 깃펜을 움직여서 보우트러클을 그렸다. 멀리 운동장 너머에서 수엄 종이 울렸다. 해리는 헤르미온느의 손수건을 손에 감싸고 있었다.


"해리, 그 상처는 어떻게 된 거야?"

"... 아무것도 아니야."


해리는 나에게 말하고는 약초학 수업을 듣기 위해 온실로 향했다. 딱 봐도 보우트러클에게 찔려진 상처 같은데...


"해그리드를 다시 한 번 백치라고 불렸다간..."


해리가 무섭게 말했다.


"해리, 말포이와 싸움을 해서는 안 돼. 명심해, 말포이는 이제 반장이란 말이야. 너에게 힘든 벌을 줄 수도 있어."

"우와, 도대체 얼마나 힘든 벌을 줄 지 궁금한걸?"


해리가 빈정거렸다. 그 말을 듣자 론은 킬킬거렸지만 헤르미온느와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채소밭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난 그저 해그리드가 하루빨리 돌아와 줬으면 좋겠어. 그게 전부야."


온실 가까이 왔을 때, 해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제발 그루블리 프랭크가 더 훌륭한 교수라는 말을 하지 말아 줘!"


해리가 위협적으로 덧붙였다.


"그런 말 하지 않을게."


헤르미온느가 조용히 말했다.


"그 교수님은 절대로 해그리드만큼 좋을 수 없어."


해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도 방금 전에 모범이 될 만큼 훌륭한 신비한 동물 돌보기 수업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가장 가까운 온실 문이 열리면서, 지니를 포함한 4학년 학생들이 줄지어 나왔다.


"안녕."


지니가 옆을 지나면서 명랑하게 말했다. 곧이어 머리를 하나로 높이 묶은 루나 러브굿이 코에 진흙을 묻힌 채, 다른 학생들 뒤에서 나타났다. 해리를 보자 그녀의 툭 튀어나온 눈이 활기를 띠며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해리를 향해 곧바로 다가왔다. 많은 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루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한마디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난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돌아왔다는 걸 믿어. 난 네가 그 사람과 싸우고 도망쳤다는 것도 믿어."

"어... 그래."


해리가 어색하게 대답했다. 루나는 오렌지색 순무처럼 보이는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패르바티와 라벤더는 이 사실을 눈치챘는지, 자기들끼리 루나의 귓볼을 가리키며 낄낄거리고 난리였다.


"마음대로 웃어."


루나가 목청을 높이며 말했다. 그녀는 패르바티와 라벤더가 그녀의 귀고리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방금 한 말 때문에 웃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한때는 블리버링 험딩어나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 같은 게 없다고 믿은 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게 맞잖아,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블리버링 험딩어나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 같은 것은 없어."

"그건 모르지.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뿐도 있잖아."

"로라, <이러쿵저러쿵>같은 저급한 잡지에서 나오는 그런 있지도 않는 생물이 있다고 믿는다고?"


헤르미온느는 내가 루나의 편을 들자 기겁하면서 말했다.


"고마워, 로라."


루나는 나에게 말하고는 풀 죽은 표정으로 헤르미온느를 바라보더니, 순무 귀고리를 마구 흔들릴 정도로 후다닥 달아나 버렸다. 이제는 패르바티와 라벤더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배곱을 잡고 웃었다. 


"너는 나를 믿어 주는 유일한 사람들을 꼭 그렇게 화나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겠니?"


수업이 들어가면서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제발, 해리, 넌 그 애 없이도 잘할 수 있어."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지니가 그 아이에 대해서 전부 말해 줬어. 그 아이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일들만 믿는대. 아버지가 <이러쿵저러쿵> 잡지를 만든다는 애에게 달리 또 뭘 기대하겠니."

"헤르미온느,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나는 루나가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 해."

"난 아니야."


내가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단호하게 말했다. 


"포터, 너에게 알려 주고 싶어."


어니 맥밀란이 다가와서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했다.


"괴짜들만 너를 지지하는 게 아니야. 난 개인적으로 네 말을 백 퍼센트 믿어. 언제나 우리 집은 확실하게 덤블도어 교수님의 편이었어. 그리고 나도 그래."

"음... 정말 고마워, 어니."


어니의 말을 듣자 라벤더의 얼굴에서 비웃는 듯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리고 시무스가 반항적이면서도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스프라우트 교수가 들어오자 그녀를 바라보았다. 스프라우트 교수 또한 O.W.L.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 마지막에 스프라우트 교수가 또 다른 숙제를 내주었다. 스프라우트 교수가 선호하는 비료의 한 종류인 용의 똥 냄새를 실컷 맡고 지칠 대로 지친 그리핀도르 학생들은 터벅터벅 성으로 돌아갔다. 


"아아, 오늘부터 엄브릿지와 나머지 공부라니."

"쯧쯧."


헤르미온느가 나를 보면서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가방을 내려놓을 틈도 없이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그래야 엄브릿지가 준비해 놓은 벌이 무엇이든 그것과 대면하기 전에, 먹은 것을 소화 시킬 수 있는 시간이 있을 것 같았다. 


**

다섯 시 오 분 전에 세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3층에 있는 엄브릿지 교수의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자, 엄브릿지가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서 들어와요."


속으로 올라오는 무언가를 참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방 전체가 레이스가 달린 천과 덮개로 감싸여 있었다. 말린 풀이 가득 꽂힌 대여섯 개의 꽃병이 놓여 있었고, 꽃병 밑에는 제각기 작은 받침이 깔려 있었다. 한쪽 벽에는 장식용 접시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각 접시마다 서로 다른 색깔의 나비 넥타이를 목에 한 커다란 고양이들이 요란한 색깔로 그려져 있었다. 그것이 어찌나 보기 흉했는지 엄브릿지 교수가 다시 입을 열 때까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서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에반스양, 안녕."


멍하니 뒤를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그녀를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뒤에 놓인 테이블보와 너무나 비슷한 문양의, 요란스런 꽃무늬 망토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엄브릿지 교수님."


딱딱하게 인사를 했다.


"여기 앉아요."


엄브릿지는 레이스 덮개가 드리워진 작은 탁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그 옆으로 등받이가 똑바로 된 의자를 바싹 끌어당겼다. 탁자 위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양피지가 놓여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제가 뭘 하면 되죠?"


내가 그녀를 되도록이면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말했다. 


"날 위해서 베껴 쓰기를 좀 해줘요, 에반스양. 아니, 그 깃펜으로 말고."


가방을 열려고 허리를 숙이자 엄브릿지가 말했다.


"그보다는 나의 특별한 깃펜을 쓰도록 해요. 여기 있어요."


엄브릿지는 나에게 특별히 끝이 뾰족한, 길고 가느다란 검은색 깃펜을 건네주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세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고약하고 질 나쁜 소문을 퍼뜨린 것에 대한 벌이에요."


뭐?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내가 그렇게 할 짓이 없는 여자로 보이는 거야, 뭐야!!


"... 몇 번 이나 쓸까요?"


엄브릿지의 끔찍하게 공손한 태도를 흉내 내어 물었다.


"오, 그 내용이 마음 속에 깊이 아로새겨질 때까지 쓰도록 해요."


엄브릿지가 상냥하게 말했다.


"그럼 시작해요."


엄브릿지는 자기 책상으로 돌아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숙제처럼 보이는 양피지 더미 위로 몸을 숙이고 성적을 매겼다. 그 깃펜을 집어 들자 잉크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잉크를 주지 않으셨는데요."

"오, 잉크는 필요 없어요"


엄브릿지 교수가 억지로 웃음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깃펜을 종이에 대고 쓰기 시작했다. 순간 아픔을 못 이기고 헉 소리를 냈다. 양피지 위에는 피처럼 빨간 잉크로 쓴 글씨가 나타났다. 동시에 오른쪽 손등 위에 똑같은 글씨가 새겨졌던 것이다. 마치 조각칼로 살갗을 파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상처는 쳐다보는 순간, 스르르 사라졌다. 그 자리가 이전보다 약간 더 빨갛게 되었을 뿐,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했다.


"왜 그러니?"


엄브릿지가 묻자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두꺼비 같은 입술을 크게 벌리고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용히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양피지로 시선을 돌리고 깃펜을 들어 올렸다. 천천히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또다시 손등에 칼로 베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살갗에 두 번째로 글씨가 새겨졌다. 하지만 그 상처는 순식간에 나아 버렸다. 

베껴 쓰기를 하는 동안 똑같은 일이 계속 되었다. 양피지 위에 똑같은 글씨를 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빨간 잉크가 진짜 잉크가 아니라 자신의 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피지에 글씨를 쓸 때마다 손등에는 글씨가 새겨졌다가 사라졌다가 또다시 나타나곤 했다. 

엄브릿지 교수의 방 창문 너머로 짙은 어둠이 깔렸다. 하지만 언제까지 써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 시계조차 살펴보지 않았다. 엄브릿지 교수는 내가 기를 꺾이기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약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을 것이다. 설사 밤새도록 이 깃펜으로 자신의 손을 베어 내는 한이 있어도....


"이리 와요."


몇 시간쯤 지났을 때, 엄브릿지 교수가 말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등이 쿡쿡 쑤시고 화끈거렸다. 상처는 흔적도 없이 멀쩡하게 나았지만, 그 자리는 빨갛게 부어 올랐다.


"손을 줘 봐요."


엄브릿지 교수가 말했다. 내가 손을 내밀자, 그녀는 그 손을 잡았다. 보기 흉한 낡은 반지들이 잔뜩 끼고 있는 뭉툭하고 짧은 그녀의 손가락이 와 닿자 기분이 나빴다.


"쯧쯧. 아직 별로 반성을 한 것 같지 않군요."


엄브릿지 교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내일 저녁에 우리 다시 한 번 해보죠. 알았죠? 이제 가 봐요."


한마디 말 없이 엄브릿지의 방을 떠났다. 학교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자정도 이미 지난 것 같았다. 

휴게실은 아무도 없었다. 당연한 것인가.... 그래도 숙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자리에 앉고는 이미 꺼진 불을 키고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절대로 안 꺾일 거야...."


이를 악 물고는 그 욱신거리면서 아픔을 호소하는 손으로 깃펜을 잡고는 트릴로니 교수의 점술 숙제를 했다. 그 여자의 앞에서 절대로 징징 거리는 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다면 엄브릿지는 쾌재를 부르며 좋아할 것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해리가 피곤해 보이는 나를 걱정했다. 또 다시 왼손의 저주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잘 자던 밤 중에 붕대를 한 번 다시 갈아야 했다.


"엄브릿지 그 여자가 뭘 시키던?"

"그저 베껴 쓰기야."


론의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럼 별로 어려운 건 아니겠네?"

"그래."


내가 말했다. 그리고는 커피를 마셨다. 그날 맥고나걸 교수와 그루블리 프랭크 교수, 시니스트라 교수는 또다시 새로운 숙제를 내주었다. 오늘도 늦게 잘 것 같네.... 숙제를 듣는 순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도대체 숙제를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모르겠어."


론이 한숨을 쉬었다.


"어젯밤에 숙제 좀 하지 그랬니?"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어디 갔었던 거야?"


해리가 물었다.


"그냥... 산책 좀 했어."


론이 황급히 대답했다. 론이 지금 무언가를 숨기고 싶다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두 번째 나머지 공부 역시 끔찍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제 손등은 훨씬 더 심하게 아프고 금방 빨개졌다. 상처는 마치 불에 덴 듯이 화끈거렸다. 상처가 저절로 낫는 것도 얼마 가지 않겠구나.... 곧 손등 깊숙이 상처가 남을 것이다... 그리고 엄브릿지는 그걸 보고 만족해 할 것이다. 하지만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정이 지나 방을 나서는 순간까지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단 두 마디 뿐이었다.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돌아오면 피곤해서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잠자리에 들 수가 없었다. 그 대신 가방을 열고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해리가 옆에서 월장석에 대한 보고서를 쓰는 것을 끙끙거리고 있었다. 


"벌써 숙제를 다 끝냈니?"


내가 저주에 관한 책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해리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책에 시선을 돌렸다. 이럴 때만큼은 내 머리가 좋다는 것이 정말로 감사하고 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밥은 조금만 먹고는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 틈틈이 도서관으로 갔다. 


"그러다가 너 진짜 쓰러져, 로라."

"괜찮아...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


교회에서 돌팔매질 당하면서 살아왔는데, 이 정도 굶었다고 죽을 것 같냐? 속으로 생각하고는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론과 함께 수업을 들으려 향했다. 절대로 그들에게 걱정은 끼치고 싶지 않았다. 세 번째 나머지 공부부터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이 손등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핏방울까지 맺히기 시작했다. 


목요일, 네 번째 나머지 공부가 끝이 났다. 뾰족한 깃펜이 양피지를 긁는 소리가 멈추자 엄브릿지 교수가 고개를 들었다.


"아, 좋아요."


책상 앞으로 돌아 나온 엄브릿지가 내 손등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이걸 보면 항상 다시 기억이 나겠군요. 안 그래요? 오늘 밤에는 그만해도 좋아요. 하루 저녁 더 하면, 그 교훈을 좀더 깊이 새길 수 있겠네요."


엄브릿지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속으로 그녀를 욕하면서 방을 빠져나오고는 7층 복도로 향해 올라갔다.


"론, 해리?"


계단 꼭대기에서 해리와 론과 딱 마주쳤다. 그들은 빗자루를 손에 움켜쥐고 홀쭉이 라클란 조각상 뒤에 숨어있었다. 나를 보자 론은 화들짝 놀라면서 새로 산 클린스윕 11를 황급히 등 뒤로 감추려고 했다.


"아하!"


빗자루를 보자 내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요즘 론이 비몽사몽 지냈던 것이었다. 


"뭐 하고 있었어?"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물었다.


"음- 프레드와 조지를 피해 숨어 있었어. 방금 전에 신입생을 한 무리 이끌고 지나갔거든. 틀림없이 다시 그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려는 거야. 휴게실에서 실험을 할 수 없잖아? 게다가 거기 헤르미온느가 있을 때는...."

"너희가 숨어 있는 이유 말고, 빗자루 가지고 뭘 하느냐고."


내가 묻자 해리와 론은 서로의 눈동자를 교환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좋아, 솔직히 말할게. 하지만 웃지 마, 알았지?"


론이 점점 더 얼굴이 붉히면서 변명하듯이 말했다.


"이제 쓸 만한 빗자루가 생겼으니까, 나- 나도 그리핀도르 파수꾼 선발 테스트에 지원해 볼까 해. 어서 마음껏 비웃어. 괜찮아."


아까 전에는 비웃지 말라고 하더니... 


"비웃지 않아."


내가 말했다. 그러자 론이 눈을 끔벅거렸다.


"근데 난 한 번도 론이 파수꾼을 한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찰리 형이나 프레드, 조지 형이 방학 때 퀴디치 연습을 할 때면 항상 론에게 파수꾼을 시켰대. 그래서 화요일부터 매일 밤마다 연습을 했다고 해. 나도 오늘 알았지만...."

"오, 굉장히 멋지다, 론!"

"... 그냥 혼자서 하는 연습이긴 하지만. 퀘이플이 나를 향해 날아오도록 마법을 걸려고 했지만, 쉽지 않더군. 그래서 오늘부터는 해리가 퀘이플을 던져주고 있었어...."


론은 몹시 초조하고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내가 선발 테스트에 나타나면, 프레드와 조지는 비웃느라 난리가 날 거야. 내가 반장이 된 이후로는 항상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니까."

"나도 그 자리에 있으면 좋을 텐데. 퀴디치 팀이 아니면 구경 못 하는 건가? 해리, 나에게 보고 설명해 주는 거 잊지 마."

"그렇게 할게."

"걱정 마, 론. 너는 굉장히 잘 할 테니까."

"로라의 말이 맞아, 친구."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함께 걸어가기 시작했다. 뚱뚱한 여인은 액자에 머리를 기댄 채, 쌔근쌔근 졸고 있었다. 그녀는 졸린 눈을 하고는 휴게실 문을 열어주었다.

지난 며칠과 다름없이 음침하고 흐린 금요일 아침이 밝았다. 호그와트의 첫 주가 이렇게 보내기 힘든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내일이면 주말이니까... 오늘만 참으면 엄브릿지의 나머지 공부는 안 해도 되는 거다. 주말에는 그냥 푹 쉬기만 하자.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살짝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로라, 앞에!"


헤르미온느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곧 나는 누군가와 부딪혀서는 복도 바닥에 나자빠졌다. 엉덩이가 아팠다. 


"아야..."

"괜찮아, 로라?"


신사적으로 물어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케드릭이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미안, 내가 앞을 못 봤네."

"아니야... 나야 말로 미안해, 케드릭."


그 손을 잡고는 몸을 일어나서는 말했다. 케드릭이 내 손등에 시선이 가자 나는 손을 그의 손에서 뺐다.


"그럼, 안녕."


케드릭에게 황급히 인사를 하고는 이쪽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해리들 쪽으로 달려갔다. 뒤에서는 케드릭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지 뒤통수가 따갑게 느껴졌다.

저녁 다섯 시가 되자, 엄브릿지 교수의 방문을 두드렸다. 방으로 들어서니, 레이스 덮개를 씌운 탁자 위에 텅 빈 양피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뾰족한 깃펜은 그 옆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에반스양, 할 일은 잘 알고 있겠지."


엄브릿지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깃펜을 집어 들고 창 밖을 흘끗 쳐다보았다. 보이지 않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오른쪽 손등이 갈라지면서 다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상처가 더 깊어지면서 견딜 수 없이 쓰라리고 아팠다. 이제 붉은 피가 손목까지 타고 흘러내렸다. 

하늘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론은 괜찮을까나? 제발 떨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제 양피지는 손등에서 흘러내린 핏방울로 온통 얼룩져 있었다. 손등은 쑤시고 화끈거렸다. 


"어디, 교훈을 깊이 잘 새겼는지 한번 볼까요?"


엄브릿지 교수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렸다. 엄브릿지 교수는 다가오더니 반지를 낀 뭉툭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내 손을 붙잡고 손등에 새겨진 글씨를 살펴보았다. 축 늘어진 입으로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아프지? 그렇지요?"


엄브릿지가 다정하게 물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에반스양, 이제야 내 의사가 제대로 전달된 것 같군요. 그만 가도 좋아요."


가방을 집어 들고 방을 벗어났다. 


"로라!!"


계단을 올라가려고 할 때 아래층에서 나를 부르는 외침, 그쪽을 보자 케드릭이 서 있었다. 


"뭐야, 케드릭?"


손에서 피가 나는 것을 숨기면서 내가 살짝 퉁명스럽게 말했다. 


"엄브릿지 교수에게 무슨 벌을 받고 있는 거야, 로라?"


케드릭은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 그의 말에 나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베껴.... 쓰기야."

"그냥 베껴 쓰기인데 손에서 피가 흐른다고? 거짓말 하지 마."

"...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을 너에게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냉정하게 내가 말했다. 케드릭은 붕대를 소환하더니 내 손에 천천히 감싸기 시작했다. 


"다 됐어."

"... 고마워..."


케드릭에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서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요란한 함성 소리가 제일 먼저 맞이했다. 론이 얼굴 가득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마구 달려왔다. 해리가 즐거운 표정이었다. 둘의 손에는 버터 맥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해냈어! 붙었단 말이야! 내가 파수꾼이 됐어!"

"훌륭해, 론!"


내가 외쳤다.


"버터 맥주 한 잔 해."

"로라, 어서!"

"헤르미온느는?"


버터 맥주를 들이켜고 있던 프레드가 말했다. 조지가 벽난로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헤르미온느는 거기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맥주잔이 거의 떨어질 듯이 위태롭게 간당간당 걸려 있었다.


"어쨌든 내가 그 이야기를 했을 때, 헤르미온느도 기쁘다고 말했어."


론이 약간 짜증이 나는 듯 이야기했다.


"그냥 자게 내버려 둬."


조지가 황급히 말했다. 그들 주위에 몰려 있는 신입생들 몇 명의 얼굴에 틀림없이 방금 전에 코피를 흘린 듯한 흔적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또 실험을 했구나.... 나는 프레드의 품을 파고 들었다.


"로라?"

"안심이 된다, 남친 품.... 좋네."


프레드가 살짝 당황해서 나를 불렀지만 나는 그의 가슴에 내 얼굴을 묻었다.


"이리 와, 론. 올리버의 옛날 선수복이 너에게 맞는지 보자."


케이티가 론을 불렀다.


"그의 이름표를 떼어 내고 그 자리에 네 이름표를 붙이면 될 거야."


론이 자리를 비우자 해리가 나와 프레드 쪽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의 가슴에서 얼굴을 떼고는 해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의 허리를 두르고 있는 손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사실 론의 성적은 좋지 않아. 하지만 안젤리나가 그랬어. 약간 훈련을 하면 그럭저럭 쓸 만할 것 같다고."

"다른 후보 선수들은?"

"빅키 프로비셔와 제프리 후퍼 두 사람이 잘 날기는 훨씬 더 잘 날았어. 하지만 후퍼는 지독한 엄살쟁이라서 항상 징징거리기만 했고, 빅키는 모임이란 모임에는 안 끼는 데가 없더라고. 우린 내일 두 시에 연습할 거야."

"나도 구경해도 돼?"

"당연히 돼지!"


내가 묻자 프레드가 격하게 동의했다. 그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가슴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로라... 이제 좀 떨어주면 좋겠는데."

"충전 중이니까 얌전히 있어, 프레드."


조금만 더 이렇게 하고 있자... 사랑하는 사람의 품은 너무나 따뜻하고 온기를 품고 있어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내가 폼에서 나오자 프레드는 리와 조지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빈 맥주잔을 공중에 던지며 재주를 부렸다. 그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헤르미온느의 옆에 앉아서 버터 맥주를 마셨다. 


"오, 로라, 너구나. 론은 참 잘됐어, 그렇지?"


헤르미온느가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너- 너무 피곤해서."


헤르미온느가 하품을 했다.


"모자를 만드느라 한 시까지 잠을 못 잤거든. 모자가 미친 듯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어!"


그거.... 다른 사람이 버리고 있는 것이 아니야?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난 "그렇구나."라고 건성으로 맞장구를 쳤다. 

주말 아침은 상쾌한 기분으로, 희미하게 적힌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손등의 붉은 붓은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 소매가 살짝 긴 스웨트를 입고는 연회장으로 내려가자 해리가 명랑하게 나에게 인사를 했다.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거야?"

"음... 조금 있다가 퀴디치를 하잖아."

"진짜 그거 때문이야?"


내가 의심스럽게 해리에게 물었지만 해리는 베이컨과 달걀이 담긴 커다란 접시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길 뿐이었다. 


"해리, 혹시 나랑 조금 일찍 나가지 않을래? 그러니까 훈련이 시작하기 전에 나랑 연습 좀 하면 안 될까? 그럼 거리감을 좀 익힐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아, 물론이지."


해리가 말했다.


"너희는 그러면 안 돼."


헤르미온느가 심각하게 반대했다. 


"너희 두 사람 모두 숙제가 많이 밀렸-."


헤르미온느가 말을 멈추었다. 아침 우편물이 도착한 것이다. 늘 그렇듯이 부엉이 한 마리가 <예언자 일보>를 입에 물고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설탕 그릇 옆에 신문을 툭 떨어뜨리더니, 한쪽 다리를 쑥 내밀었다. 헤르미온느는 가죽 주머니 안에 1크넛을 넣은 다음 신문을 집어 들더니 날카로운 눈으로 1면 기사를 살펴보았다. 부엉이는 다시 날아가버렸다.


"뭐 재미있는 기사라도 있어?"


론이 물었다. 어떻게든 헤르미온느가 다시 숙제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도록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려고 애를 쓰는 론을 보며 씩 웃었다.


"아니."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쉬었다.


"운명의 세 여신 밴드의 베이스 연주자가 결혼을 한다는, 쓸데없는 기사일뿐이야."


헤르미온느는 신문을 펼쳐 들고 얼굴을 파묻었다. 


"잠깐만!"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소리쳤다.


"오, 안 돼... 시리우스!"

"무슨 일이야?"


해리가 황급히 신문을 낚아챘다. 그 바람에 신문 가운데가 찢어져 버렸다. 헤르미온느와 해리는 각각 신문을 절반씩 손에 쥐고 읽어 내려갔다.


"'마법부는 믿을 만한 소식통을 통하여 악명 높은 대량 학살자 시리우스 블랙이... 최근 런던에 숨어 있다는 정부를 입수했다!'"


헤르미온느가 떨리는 목소리로 손에 쥔 반쪽 신문을 읽어 내려갔다.


"틀림없이 루시우스 말포이일 거야."


해리가 치를 떨며 말했다.


"기차역에서 시리우스를 알아보았거든..."

"뭐라고? 넌 그런 말은 하지-."


론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쉿!"


해리와 헤르미온느 두 사람이 동시에 속삭였다.


"나머지는 늘 하는 헛소리야."


헤르미온느가 반으로 찢어진 신문을 내려놓으며 겁에 질린 눈길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이제 시리우스는 절대로 그 집을 떠날 수 없을 거야. 덤블도어 교수님도 그렇게 경고했잖아."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해리는 자기가 들고 있는 <예언자 일보>를 우울하게 내려다보았다. 말킨 부인의 전천후 망토 가게에 대한 광고가 신문 지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세일 중인 것 같았다.


"이봐, 여기 좀 봐!"


해리는 우리가 볼 수 있도록 신문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 


"난 더 이상 옷이 필요 없어."


론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니, 여길 봐. 여기 이 작은 기사 말이야..."


좀더 바싹 몸을 숙이고 자세히 신문을 읽었다. 신문 사설 오른쪽 하단에, 불과 1센티미터도 안 되는 길이의 기사가 실려 있었다.


마법부 침입 사건

클래펌, 래버넘 가든 2번지에 사는 스터지스 포드모어(38세)는 8월 31일 마법부 무단 침입 및 강도 혐의로 위즌가모트에 소환되었다. 포드모어는 마법부의 경비 마법사인 에릭 먼치에 의해 체포당했다. 발견 당시 포드모어는 새벽 한 시에 일급 기밀이 보관되어 있는 방에 강제 침입하려고 시도 중이었다. 자신에 대한 변호를 거부하고 있는 포드모어는 두 가지 죄목으로 기소되어, 아즈카반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스터지스 포드모어?"


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머리가 텁수룩한 그 친구 아니야, 그렇지? 그 친구도 기사-."

"론, 조용!"


걱정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론에게 주의를 주었다.


"아즈카반에서 6개월형이라고!"


해리가 충격을 받은 듯 중얼거렸다.


"그저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을 뿐인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던 게 아니야. 도대체 새벽 한 시에 마법부에서 뭘 한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핀잔을 주었다.


"그럼 기사단을 위해서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을까?"

".....그는 9월 1일에 해리를 경호하기로 되어 있었어. 그런데 스터지스가 나타나지 않아서 무디가 계속 짜증을 냈잖아. 그래서 스터지스가 자기 임무를 수행할 수 없었던 거야."


내가 낮게 말했다.


"맞아, 아마 사람들은 그가 붙잡힌 줄 전혀 몰랐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어쩌면 누명을 쓴 걸지도 몰라!"


론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아니, 내 말 좀 들어 봐!"


론이 위협적인 헤르미온느의 표정을 보자, 갑자기 목소리를 확 낮추며 속삭였다.


"마법부에서는 그가 덤블도어의 사람이 아닌가 의심했을 거야. 그래서 그를 마법부를 불러낸 거지. 스터지스는 문을 열 생각조차 없었어! 어쩌면 마법부에서 그를 체포하려고 모두 꾸며낸 이야기일지 몰라!"


론의 주장은 꽤 일리가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야."


헤르미온느는 반쪽으로 찢어진 신문을 접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맞아. 이제 우리는 스프라우트 교수님이 내주신 스스로 비료를 주는 관목에 대한 작문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운이 좋으면, 점심 먹기 전에 맥고나걸 교수님의 이나니마투스 콘주르스 주문을 시작할 수 있을 거야."


해리와 론은 헤르미온느의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둘은 휴게실로 가자마자 자신들의 빗자루를 챙겨들었다.


"너희들은 숙제를 해야 해!"

"오늘 밤에 다 할 수 있어."

"내 공책 또 베끼고 말이지?"


헤르미온느는 둘의 모습을 비꼬면서 말했다.


"마음대로 해! 난 두 번 다시 내 공책을 빌려주지 않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외치고는 자신의 숙제를 하기 위해서 책을 펼쳐 들었다. 론과 해리는 서로를 보면서 어깨를 으쓱하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헤르미온느의 공책을 베끼지 못하면 대체 공부는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건지? 헤르미온느의 옆에 앉아서는 나도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퀴디치 연습 시간이 되자 나는 양피지를 둘둘 말고는 헤르미온느를 쳐다보았다. 


"같이 구경 갈래?"

"난 됐어."


헤르미온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게실 밖으로 나왔다. 

퀴디치 운동장으로 가자 선수복으로 갈아입은 선수들이 이미 하늘을 날고 있었고, 초대 받지 않는 손님들인 슬리데린 패거리가 관람석에 앉아 있었다. 


"위즐리가 타고 있는 게 뭐지?"


말포이가 특유의 멸시 어린 느린 말투로 소리쳤다.


"도대체 저렇게 케케묵은 낡은 막대기에 하늘을 나는 마법을 왜 걸었을까?"


크레이브와 고일 그리고 팬시 파킨슨이 배꼽이 빠져라 큰 소리로 웃어 댔다. 새로운 주장인 안젤리나는 어떻게 할까나? 


"이봐, 존슨. 도대체 그 머리 스타일은 뭐야?"


팬시 파킨슨이 밑에서 날카롭게 소리쳤다.


"왜 어떤 사람들은 당장에라도 벌레가 기어 나올 것 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다니고 싶어 하는 걸까?"


안젤리나는 길게 닿은 머리를 뒤로 휙 젖히면서 태연하게 연습을 진행시켰다. 론은 반대편 골대로 향했다. 안젤리나는 퀘이플을 높이 쳐들더니 프레드를 향해 힘껏 던졌다. 그는 다시 조지에게 패스를 하고, 조지는 해리에게, 해리는 론에게 패스를 했다. 론은 그만 공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말포이를 선두로, 슬리데린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함성을 지르며 웃음을 터뜨렸다. 퀘이플이 땅에 닿기 전에 붙잡으려고 바닥을 향해서 돌진한 론은 제대로 올라오지 못하고 빗자루에 비스듬히 매달린 채, 얼굴을 붉히며 선수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론, 이쪽으로 패스해!"


안젤리나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큰 소리로 외쳤다. 론은 퀘이플을 앨리샤에게 던졌고 앨리샤는 해리에게, 해리는 조지에게 패스했다.


"포터, 요즘 네 이마의 흉터는 어떠냐?"


말포이는 큰 소리로 외쳤다.


"혹시 누워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병원에 들어갔다가 일주일 만에 나오면 너로서는 신기록 아니니? 안 그래?"


그 말을 무시하고는 연습만 바라보았다. 조지가 안젤리나에게 공을 패스하자, 안젤리나는 뒤쪽의 해리에게 패스했다. 해리는 아슬아슬하게 공을 붙잡아서 재빨리 론에게 패스했다. 론은 얼른 몸을 날렸지만, 몇 센티미터 차이로 공을 놓쳤다.


"론...."


또다시 퀘이플을 쫓아서 바닥으로 내려가는 론을 바라보면서 작게 불렀다. 이제 말포이와 슬리데린들은 운동장이 떠나가라 왁자지껄 웃고 있었다. 세 번째 시도 끝에 론은 간신히 퀘이플을 잡았다. 하지만 안도감 때문인지 너무 힘껏 공을 패스하는 바람에, 공이 케이티의 쭉 뻗은 손을 지나서 그녀의 얼굴을 정통을 맞혔다. 


"미안!"


론은 신음 소리를 내며, 혹시 다치지 않았는지 보려고 황급히 앞으로 날아갔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케이티는 괜찮아!"


안젤리나가 고함을 질렀다. 케이티의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슬리데린들이 발을 구르며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프레드와 조지는 케이티에게 다가가서는 무언가를 먹였다.

블러저와 스니치를 투입 시킬 생각인지 안젤리나가 쌍둥이 형제에게 말했다. 그러자 프레드와 조지와 해리가 공이 담긴 상자에 있는 곳에 착륙해서 상자를 열고 블러저 하나와 스니치를 꺼냈다. 안젤리나가 호루라기를 분 순간, 블러저와 스니치가 풀어졌다. 론은 왼쪽 끝에 있는 골대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퀘이플 세 골을 허용하고 말자 안젤리나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그만- 그만- 그만!!!"


안젤리나가 비명을 지르듯이 고함을 쳤다.


"론, 중간 골대를 막지 않고 있잖아! 추격꾼들은 지켜보면서 계속 골대를 왔다 갔다 해야 해! 골대를 지키거나 골대 주위를 돌아야 할 경우가 아니면, 가운데 위치에 머물러 있어야지. 애매하게 한쪽 골대에서만 서성거리고 있으면 안 된다 말이야! 그것 때문에 네가 이미 세 골이나 허용한 거라고!"


론의 붉은 얼굴을 더 붉게 되었다. 케이티가 소맷자락으로 흐르는 피를 막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케이티, 그 코피 좀 어떻게 멈출 수 없니?"

"점점 더 심해지고 있어!"


프레드는 안절부절 못하면서 호주머니를 살펴보고 있었다. 설마 코피 누가를 준 거야?! 슬리데린은 이제 "그리핀도르 패배자들, 그리핀도르 패배자들"이라고 입을 모아 합창을 하고 있었다. 진짜로 거슬렸다. 

다시 날기 시작한 지 채 3분도 안 되어 안젤리나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프레드와 조지가 동시에 전속력으로 케이티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케이티는 이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분필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가 케이티를 부축하고 성을 향해 날아가자 안렐리나는 연습을 종료했다. 슬리데린은 탈의실로 향하는 그들의 뒤에 대고 계속 노래를 불러댔다.


해리와 론과 함께 그리핀도르 휴게실로 돌아오자 헤르미온느가 쌀쌀맞게 물었다.


"연습은 어땠어?"

"연습은-."


해리가 입을 열자마자, 론이 헤르미온느 옆에 털썩 주저앉으며 힘없이 말을 가로챘다.


"완전히 엉망이었어."


헤르미온느는 론을 한 번 쓱 쳐다보았다. 금방 쌀쌀맞은 태도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너는 훈련이 처음이잖아."


헤르미온느가 그를 위로했다.


"당연히 시간이 걸릴 거야."

"도대체 나 때문에 훈련이 엉망이 되었다고 누가 그래?"


론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아무도 안 그랬어. 하지만 내 생각에-."


헤르미온느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당연히 형편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아니야. 절대 아니야. 이거 봐. 네가 연습이 엉망이었다고 하길래 난 그저-."

"난 그냥 숙제나 할래."


론이 퉁명스럽게 말하더니 남학생 침실을 향해서 쿵쿵거리며 계단을 올라갔다.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헤르미온느는 나와 해리를 돌아보았다.


"론이 형편없었어?"

"아니야."

"형편은 없지는 않았어. 하지만 론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이 발휘되지 않는 것 같아. 부끄러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나는 말하고는 기숙사로 올라가서는 내 가방을 가지고 내려왔다. 그리고는 아까 전에 하다 만 숙제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로라!!!"


휴게실로 급하게 들어온 프레드와 조지의 모습에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대체 뭐야? 그 둘을 보고는 다시 양피지로 시선을 돌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조금만 기다려줄래? 곧 맥고나걸 교수님의 숙제가 거의 끝나거든."


몇 줄만 더 적으면 맥고나걸 교수의 이나니마투스 콘주루스 주문에 대한 기나긴 보고서가 끝난다. 그것이 끝나면 시니스트라 교수의 목성에 있는 수많은 달에 대한 보고서를 시작해야 했지만.... 한 숨 정도는 돌릴 수 있겠지. 

프레드는 성큼성큼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오른쪽 손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무슨 짓?!"


내가 당황해서는 하이톤 목소리로 그에게 외쳤다. 그리고 프레드는 내 손등에 있는 상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게.... 뭐야?"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로라, 이게 어떻게 아무것도 아니야?!"


조지가 화가 나서는 말했다. 


"그 여자가 너에게 베껴 쓰기를 시킨다고 말하지 않았니?"


론이 말하자 나는 눈동자를 굴렀다. 결국 엄브릿지 방에서 겪었던 이들을 프레드와 조지, 해리와 론 그리고 헤르미온느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그 늙은 할멈이!!"


론이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그 여자는 미쳤어! 맥고나걸 교수에게 모두 말씀드려!"

"아니야. 그 여자가 날 이겼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널 이겼다고? 하지만 그 여자가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솔직히 맥고나걸 교수님이라고 해서 그 여자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난 모르겠어."

"나에게라도 진작에 알려줬으면 좋았잖아."

"이건 내 일이야, 프레드. 내가 알아서 할게."

"하지만 로라!"

"난 남친 뒤에 보호 받을 만큼 약한 여자가 아니야. 피곤한데, 먼저 가서 잘게."


그들에게 말하고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짐을 챙겨서는 여자 기숙사로 올라갔다. 

일요일, 늦은 저녁 시간에 침대에서 나와서는 휴게실로 내려갔다. 11시 반이 지났는데... 아직도 숙제를 하고 있는 론과 해리의 모습이 보이고 헤르미온느가 둘의 숙제를 검사 비슷하게 충고하고 있었다.


"잘 잤니, 로라?"

"응...."


헤르미온느가 나를 발견하고는 인사를 건네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푹 수면을 한 것 같았다.


"헤르메스....?"


내가 말하고는 잘생긴 헛간 부엉이 한 마리가 창문틀 위에 앉아 론을 응시하고 있자 그 쪽으로 걸어가서는 문을 열었다. 헤르메스는 안으로 날아 들어오더니 론의 보고서 위에 앉아서 편지가 묶여 있는 한쪽 다리를 내밀었다.


"헤르메스?! 퍼시가 나에게 무슨 편지를 보낸 거지?"


론이 편지를 받자, 부엉이는 양피지 위에 발자국을 남긴 채, 즉시 날아가 버렸다.


"이건 분명 퍼시의 글씨야."


론이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으며 두루마리 겉에 쓰인 글씨를 읽었다. '호그와트, 그리핀도르 기숙사, 로날드 위즐리.' 론은 고개를 들고 우리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얼른 열어 봐!"


헤르미온느가 재촉했다. 해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론은 두루마리를 펼치고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피지를 따라 시선이 내려갈수록, 그의 얼굴도 점점 더 심하게 찌푸려졌다. 마침내 편지를 다 읽었을 때, 론은 거의 토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편지를 내던졌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편지를 읽었다.


친애하는 론.

나는 방금 전에야 네가 호그와트 반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다름 아닌 마법부 장관님의 입을 통해서 말이야. 그분은 너희들이 새로운 교수님이신 엄브릿지 교수님께 들었다고 하시더구나.).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무척 기뻤다. 그리고 먼저 축하 인사를 전하지 않을 수 없구나. 솔직히 나는 네가 나의 뒤를 따라오기 보다는, 행여 프레드와 조지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항상 걱정했었단다. 그러니 네가 권위를 업신여기는 태도를 버리고 진정한 책임을 짊어지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론, 나는 너에게 축하 인사보다도 충고 몇 마디를 해주고 싶구나. 보통 아침 우편 대신 지금 이 밤중에 편지를 보내는 것도 그 때문이란다. 부디 괜히 이상한 질문을 받지 않도록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이 편지를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장관님께서 네가 반장이 되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얼핏 흘리신 몇 가지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너는 아직도 해리 포터를 자주 만나고 있는 모양이더라. 하지만 론, 그 아이와 계속 시시덕거리며 어울리다가는 반장 배지마저 잃을 수도 있다는 걸 꼭 말해 주고 싶다. 물론 이 말을 들으면 넌 무척 놀랄 게다. 그리고 포터는 항상 덤블도어가 가장 총애하는 학생이었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덤블도어는 조만간 호그와트에서 물러나게 될 거야.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포터의 행동에 대해서 아주 다른-그리고 보다 정확한-생각을 가지고 있단다. 여기서 더 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다만, 내일 나오는 <예언자 일보>를 보게 되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너도 정확히 알게 될 게다. 그리고 네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게다! 론, 너도 포터처럼 똑같이 자기 이름에 먹칠을 하고 싶지는 않겠지. 너의 장래에도 아주 커다란 해를 입힐 수 있단다. 나는 학교를 졸업한 뒤의 인생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네가 꼭 알아둬야 하는 것은, 우리 아버지가 그를 법정에까지 데려갔을 때, 포터는 위즌가모트 전원 앞에서 징계 청문회를 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그렇게 보기 좋게 빠져나오지 못했어. 포터는 단지 기술적으로 벗어났을 뿐,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유죄를 확신하고 있어. 어쩌면 너는 포터와 관계를 끊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녀석이 아주 불안정하고 폭력적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혹시라도 그것 때문에 무슨 걱정이 있거나, 포터가 조금라도 너를 괴롭히는 행동을 하거든 즉시 돌로레스 엄브릿지 교수님께 말씀드리렴. 참으로 좋으신 분이니까 너에게 기꺼이 적절한 충고를 해주실 거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다시 너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는구나. 내가 앞에서도 잠깐 말했듯이, 덤블도어 교수는 호그와트에서 곧 물러나게 될 거야. 그러므로 론, 너는 덤블도어 그 사람이 아니라, 학교와 마법부에 충성을 바쳐야 한다. 엄브릿지 교수가 호그와트 내에서 꼭 필요하고 마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변화를 일으키려고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교직원들의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몹시 안타까웠다(하지만  다음 주부터는 모든 일이 훨씬 더 쉬워질 거다. 내일 자<예언자 일보>를 보렴!). 나는 단지 이 말만 해주고 싶다. 지금 엄브릿지 교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학생은 일이 년 안에 학생회장 자리를 차지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 여름 방학 내내 너를 만나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구나. 우리 부모님을 비난하는 것이 무척 괴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분들이 덤블도어 주변의 위험한 무리들과 계속 어울려 지내시는 한, 나는 더 이상 그분들과 한 지붕 밑에서 살 수 없을 것 같다. 언젠가 엄마에게 편지를 쓰게 되면, 덤블도어의 가까운 친구인 스터지스 포드모어가 최근에 마법부를 무단 침입한 죄로 아즈카반에 수감되었다는 사실을 꼭 알려 드리렴. 어쩌면 이 일로 엄마도 최근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그 범죄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깨닫게 되실지도 모르지. 나는 그런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마법부가 나에게 큰 은혜를 베푼 셈이지. 론, 부디 가족이라는 정에 얽매여서 우리 부모님의 그릇된 믿음과 행동까지 분별하지 못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때가 되면, 그분들도 자신들이 얼마나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되겠지. 그날이 오면, 나는 물론 기꺼이 그분들의 사과를 받아들일 생각이다. 부디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을 곰곰이 잘 행각해 보길 바란다. 특히 해리 포터에 대한 충고를 잊지 말거라. 다시 한 번 반장이 된 것을 축하한다. 

사랑하는 형, 퍼시.


해리는 론을 바라보았다.


"걱정 마, 론. 설사 네가- 그러니까- 뭐라고 썼더라?"


해리는 퍼시의 편지를 그저 웃기는 농담처럼 생각한다는 티를 내려고 애를 쓰며 말했다. 그리고 퍼시의 편지를 다시 살펴보는 척했다.


"그래, 바로 여기 있군. 설사 나와의 '관계를 끊는'다고 해도, 난 절대로 폭력적이 되지 않을게. 맹세할 수 있어."

"그만 돌려줘."


론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는 퍼시의 편지를 반으로 쫙 찢었다.


"퍼시는 정말-."


론은 또다시 편지를 반으로 찢었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론은 또다시 편지를 반으로 찢었다.


"멍청이야."


그리고 찢어진 조각을 불 속에 집어던졌다.


"서두르자. 우린 날이 밝기 전에 이 숙제를 끝내야만 해."


론이 시니스트라 교수의 보고서 숙제를 앞으로 끌어당기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거 이리 줘 봐."


헤르미온느가 불쑥 입을 열었다.


"뭐라고?"


론이 말했다.


"그거 나 달라고. 내가 읽어 보고 틀린 걸 고쳐 줄게."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정말이야? 오, 헤르미온느, 넌 생명의 은인이야. 정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도무지-."


론은 고마워서 어쩔 줄 몰랐다.


"그저 '두 번 다시 이렇게 숙제를 미루어 놓지 않겠다고 약속해'라고 말하면 돼."


헤르미온느는 두 사람의 숙제를 양손에 받았다. 그러나 왠지 즐거운 표정이었다.


"너무너무 고마워, 헤르미온느."


해리가 힘없이 숙제를 건네주더니 의자에 툴썩 주저앉아서 졸린 눈을 비볐다. 그 모습을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바라보았다.


"나는 다시 올라가서 잘래."

"이만큼 잤으면서 또 잔다고?"

"응. 내일 보자."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여자 기숙사로 올라갔다. 

퍼시가 편지에서 말한 그 기사를 찾으려면, 다음날 아침 <예언자 일보>를 샅샅이 뒤지다시피 해야 할 거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우편물 배달 부엉이가 우유병 꼭대기로 신문을 떨어뜨리자마자, 헤르미온느는 헉 소리를 내며 신문을 활짝 펼쳤다. 거기에는 활짝 웃으며 천천히 눈을 감박이고 있는 돌로레스 엄브릿지의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었다.


마법부 교육 개혁 단행 

돌로레스 엄브릿지 첫 번째 장학사로 임명되다


"엄브릿지가 장학사라고?"


해리가 반쯤 먹다 남은 토스트를 스르르 떨어뜨리며 절망적으로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야?"


헤르미온느가 큰 소리로 기사를 읽었다.


어젯밤 마법부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대한 유례 없이 강경한 통제권을 마법부에 부여하는 새로운 법안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 "장관님께서는 최근 호그와트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서 점점 더 심려하고 있습니다." 장관의 부보좌관인 퍼시 위즐리씨가 이렇게 말했다. "장관님은 이제 불안에 떠는 학부형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하셨습니다. 학부모님들은 학교가 점차 용납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몇 주일 사이 코넬리우스 퍼지 장관이 머법학교의 개선을 위해서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30일에는 교육 법령 22조가 통과되었는데, 그 법안에는 현 교장이 교사 자리에 적당한 후보자를 구하지 못하면, 마법부에서 적임자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돌로레스 엄브릿지가 호그와트 교수로 임명된 것입니다." 어젯밤 위즐리씨는 이렇게 말했다. "덤블도어가 적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마법부에서 엄브릿지를 임명한 것이죠. 물론 엄브릿지는 그 즉시 성공적으로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 방식을 완전히 개선했습니다. 그리고 마법부에 호그와트의 실제 상황에 대해서 근거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이제 마법부는 호그와트 장학사라는 새로운 직책을 만드는 교욱 법령 23조를 통과시킴으로써 정식으로 이 기능을 공식화했다. "이것은 호그와트의 추락한 교육의 질을 바로잡으려는 장관님의 계획으로, 흥미로운 새로운 정책입니다." 위즐리는 이렇게 말했다. "대심문관은 동료 교육자들을 조사하고 그들이 기죽지 않게 할 것입니다. 엄브릿지 교수는 기존의 교수 자리와 더불어 이 새로운 직책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가 이 제안을 수락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편 마법부의 새로운 움직임은 호그와트 학부모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덤블도어가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되엇다는 사실을 알고 이제 제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루시우스 말포이씨(41세)는 어젯밤 자신의 월셔 저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우리 수많은 학부형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덤블도어가 내린 납득할 수 없는 결정들에 대해서 걱정해 왔습니다. 마법부가 이 상황을 계속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무척 기쁩니다." 지난번 본지에서 지적한 바 있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교수의 임명도 그 납득할 수 없는 결정들 중의 하나다. 늑대인간인 리무스 루핀이나 거인 혼혈인 루베우스 해그리드,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전직 오러 매드아이 무디 등이 바로 그들이다. 물론, 물론 한때 국제 마법사 연맹의 최고 우두머리였고, 위즌가모트의 의장 마법사였던 알버스 덤블도어가 더 이상 최고 명문 학교인 호그와트를 맡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소문 또한 무성하게 떠들고 있다. "저는 장학사의 임명이, 우리가 정말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교장이 호그와트에 있는지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첫 번째 단꼐라고 생각합니다." 어젯밤 마법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위즌가모트의 원로인 그리젤다 마치뱅스와 타이베리어스 오그던은 호그와트에 장학사를 임명하는 것에 항의하여 사임했다. "호그와트는 학교입니다. 코넬리우스 퍼지의 전초 기지가 아니란 말입니다." 마치뱅스 여사는 항의했다. "이것은 알버스 덤블도어의 신망을 떨어뜨리는 추악한 시도입니다." (마치 뱅스 여사와 반동적인 도깨비 무리들의 관계에 관한 상세한 기사가 17페이지에 실려 있습니다.)


헤르미온느는 신문을 덮고 테이블 너머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이제 우리는 결국 엄브릿지가 어떻게 될지 알게 되었어! 퍼지는 교육 법령인지 뭔지를 통과시켜서 엄브릿지를 억지로 이 학교에 집어넣은 거야. 그리고 이제 그 여자에게 다른 교수님들을 감시할 권한까지 주었어!"


헤르미온느는 씩씩거리며 숨을 몰아 쉬었다. 그녀의 두 눈은 분노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이야!"

"나도 알아."


해리가 이렇게 말하며, 불끈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론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왜 그래?"


우리는 그를 바라보며 동시에 물었다.


"맥고나걸 교수가 조사받는 걸 하루빨리 보고 싶어."


론이 신나서 말했다.


"엄브릿지도 그 교수님을 어떻게 공격해야 할지 모를걸."

"일너!"


헤르미온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만 가는 게 좋겠다. 만약 그 여자가 빈스 교수님 수업에 들어온다면, 늦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엄브릿지는 마법의 역사 수업을 참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법약 수업에도 말이다. 세베루스는 월장석에 관한 보고서 제일 꼭대기에 삐죽삐죽한 검은 글씨로 커다랗게 'O'라고 적어서 돌려주었다. 그 모습에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너희들이 O.W.L.에서 이 과목 시험을 치렀을 때 받게 될 성적을 주었다."


학생들 사이를 돌아디니며 숙제를 나누어 주던 세베루스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이걸 보면 앞으로 닥칠 시험에 대해서 보다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세베루스가 교실 앞으로 가더니 학생들을 향해서 돌아섰다.


"너희들이 낸 숙제의 평균 수준은 암담할 정도다. 이 숙제가 진짜 시험이었다면, 대부분 떨어졌을 것이다. 다양한 해독제의 종류에 관한, 이번 주 보고서에는 좀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D를 받는 멍청이들에게 나머지 공부를 시킬 수밖에 없다."

"누가 D를 받았단 말이야? 하!"


말포이가 킬킬거리며 들으라는 듯이 떠들자, 세베루스가 히죽히죽 웃었다. 이번 수업에서 해리는 세베루스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겠다고 다짐했는지 그가 만든 마력 강화제는 나와 헤르미온느가 만든 마력 강화제보다 투명하고 선명한 푸른색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분홍색인 네빌의 약에 비하면 푸른색에 가까웠다. 수업이 끝나자 약이 담긴 플라스크를 세베루스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지난 주처럼 나쁘진 않았지?"


지하 교실의 계단을 걸어 올라오면서,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이제 우리는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서 현관 복도를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었다.


"숙제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어, 안 그래?"


론과 해리 아무 대꾸를 하지 않자 헤르미온느는 말을 이었다.


"좋아. 나도 최고 점수를 기대하진 않았어. 특히 스네이프 교수님이 O.W.L.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말이야. 하지만 이 단계에서 통과만이라도 했다면 훨씬 힘이 나지 않았을가, 그렇지 않니? 물론 지금부터 시험 때까지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실력을 늘릴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해. 지금 우리가 받은 점수는 일종의 출발선 같은 거야. 우린 이걸 기반으로 뭔가를 세울 수 있어."


다 함께 그리핀도르 테이블에 앉았다.


"만약 내가 'O'를 받았다면, 분명히 좋아서 어쩔 줄 몰랐을 거야."

"헤르미온느. 우리 점수가 궁금하다면 그냥 물어봐."


론이 날카롭게 말했다.


"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야. 하지만 네가 말해 주고 싶다면-."

"난 'P'를 받았어."


론이 국자로 그릇을 수프에 떠 담으며 말햇다.


"이제 만족하냐?"

"그건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야."


프레드가 불쑥 끼어들었다. 조지와 리 조던과 함께 방금 테이블에 나타난 프레드는 내 옆 자리에 앉았다.


"건전하고 선량한 'P'를 받은 건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야."

"하지만 P는..."

"Poor, 그러니까 형편없다는 거지."


리 조던이 말했다.


"그래도 D보다는 나아, 안 그래? 'Dreadful, 끔찍하다'는 거 아니야?"


해리는 허리를 숙이고 잔기침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는 국자로 그릇에 수프를 떠담고는 숟가락을 들었다.


"그럼 최고 점수는 '특출한, Outstanding'의 O겠네? 그리고 그 다음이 A이고-."

"아니, E야. 'Exceed Expectation, 즉 기대 이상'이란 말이지."


조지가 헤르미온느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그래서 프레드와 나는 항상 모든 과목에서 'E'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어. 왜냐하면 우리가 시험장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 자체가 기대를 넘어서 일이니까 말이야."


헤르미온느만 빼고 모든 아이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계속햇다.


"그럼 E 다음에 A, 그러니까 'Acceptable, 무난하다'겠네. 그리고 그게 시험에 통과할 수 있는 마지막 점수인 거지?"

"그래."


프레드는 수프 속에 롤빵을 풍덩 집어넣더니 그의 입속에 쑤셔넣고 한 번에 꿀꺽 삼켜 버렸다.


"그럼 형들은 '형편없다'의 P와 '끔찍하다'의 D를 받아겠네."


론이 두 팔을 번쩍 들고 축하한다는 시늉을 했다.


"그 다음에는 'T'가 있어."


조지가 론을 일깨워 주었다.


"T?"


헤르미온느가 질겁을 했다.


"D보다도 더 낮은 점수가 있단 말이야? 세상에, T는 또 뭐야?"

"Troll, 그러니까 트롤이야."


조지가 냉큼 대답했다.


"너희들은 아직 참관 수업을 안 했니?"


프레드가 물었다.


"응. 그럼, 너희들은 참관 수업을 받았단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점심 시간 바로 전에. 마법 수업이었어."


조지가 대답했다.


"어땠어?"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동시에 물었다. 프레드는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별로 나쁘지 않았어. 엄브릿지는 구석에 도사라고 앉아서 열심히 뭔가를 적었어. 너희들도 플리트윅 교수가 어떤지 잘 알잖아. 그 교수님은 엄브릿지를 그저 손님으로 대할 뿐, 전혀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어. 엄브릿지도 별로 말이 없었어. 그저 앨리샤에게 평소에 수업이 어떤 식인지 몇 마디 질문을 했고, 앨리샤는 수업이 아주 훌륭하다고 대답했어. 그게 전부야."

"난 늙은 플리트윅 교수가 낮은 평가를 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 교수님은 항상 모든 학생들을 무사히 시험에 통과하도록 해주시잖아."


내가 커피 쪽으로 손을 뻗으려고 할 때 리가 먼저 알아차리고는 내 컵에 커피를 따라주었다.


"고마워, 리."

"천만에."


컵을 짚으려는 순간, 느껴지는 아픔에 손을 황급히 걷었다. 그리고는 식탁 아래로 팔의 아픔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할 때 왼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옆에서 내 손을 잡고 있는 프레드를 보자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 로라?"


왼손으로 불편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프레드는 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시치미를 떼면서 물었다.


"아니... 맞다, 해리. 엄브릿지 교수에게 성질 내지 말고 착하게 굴어. 네가 퀴디치 연습에 빠지면 안젤리나는 화를 낼 거야."


프레드의 손을 맞잡으면서 오른손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해리에게 말했다. 

꿈 일기장을 꺼내들었다. 바로 그 때 뚜껑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브릿지의 모습이 보였다. 싸분싸분 걸어다니며 《꿈의 신탁》책을 나눠주고 있던 트릴로니 교수는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지자,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렸다.


"안녕하세요, 트릴로니 교수님."


엄브릿지 교수가 입을 쫙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제 전갈을 받으셨지요? 참관 수업의 날짜와 시간을 적어서 보냈는데?"


트릴로니 교수는 퉁명스럽게 고개를 한 번 까닥하더니, 몹시 기분이 상한 듯이 휙 돌아섰다. 그리고 계속해서 책을 나눠 주었다. 엄브릿지 교수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 제일 가까이 있는 의자의 등받이를 붙잡더니 교실 앞쪽으로 끌고 갔다. 트릴로니 교수의 자리와 불과 몇 센티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엄브릿지는 의자에 앉아서 화려한 꽃무늬가 새겨진 가방에서 필기판을 꺼냈다. 그리고 고개를 바싹 쳐들고 수업이 시작되기를 열심히 기다렸다. 트릴로니 교수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숄을 더욱 단단히 여미더니, 거대한 돋보기 안경 너머로 학생들을 쓱 살펴보았다.


"오늘도 꿈 해몽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겠어요."


트릴로니 교수는 배짱 좋게 평소처럼 꿈꾸는 듯이 몽롱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


"두 사람씩 짝을 짓도록 해요. 그런 다음 《꿈의 신탁》을 보면서 지난밤 상대방의 꿈을 서로 해석해보세요."


트릴로니 교수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다가, 바로 그 뒤에 앉아 있는 엄브릿지 교수를 보자 즉시 패르바티와 라벤더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 사람은 이미 패르바티가 최근에 꾼 꿈을 가지고 한창 토론 중이었다. 책을 살피는 척하면서 엄브릿지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녀는 벌써부터 필기판에 열심히 뭔가를 적고 있었다. 몇 분 후에 엄브릿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트릴로니 의 뒤를 따라서 교실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생들과 교수님의 대화를 옆에 서서 듣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런 엄브릿지의 행동에 트릴로니 교수는 머리 끝까지 짜증이 난 것 같았다.


"이 수업을 맡으신 지 얼마나 오래되셨죠? 정확히?"


엄브릿지는 트릴로니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트릴로니 교수는 팔짱을 낀 채, 어깨를 움츠리며 그녀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마치 이 무례한 조사로부터 최대한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트릴로니 교수는 몹시 분개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거의 16년쯤 됐군요."

"상당한 기간이군요."


엄브릿지가 필기판에 다시 적엇다.


"그럼 덤블도어 교수가 당신을 채용했나요?"

"맞아요."


트릴로니 교수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엄브릿지가 또다시 뭔가를 적었다.


"당신이 그 유명한 카산드라 트릴로니 예언자의 손녀의 손녀의 손녀딸인가요?"

"맞아요."


트릴로니 교수가 더욱 고개를 높이 쳐들었다. 엄브릿지는 또다시 적었다.


"제가 잘못 알고 잇는 거라면 부디 고쳐 주세요. 칸산드라가 예언 능력을 가지게 된 이후로, 당신 집안에서 다시 예언자가 나온 건 당신이 처음 아닌가요?"

"그런 건 종종 세대를 건너뛰는 법이죠.... 그러니까 삼 세대쯤."


트릴로니 교수가 대답했다. 엄브릿지 교수의 두꺼비 같은 미소가 더욱 커졌다.


"물론이죠. 그럼 저를 위해서 한 가지만 예언해 주실래요?"


엄브릿지 교수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뭔가 캐묻는 듯한 얼굴로 빤히 바라보았다. 트릴로니 교수는 마치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다는 듯,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트릴로니 교수는 앙상한 목 주위의 숄을 발작적으로 바싹 움켜쥐었다.


"저를 위해서 예언을 해주시면 고맙겠군요."


엄브릿지 교수가 분명하게 말했다. 이제 거의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트릴로니 교수에게 쏠렸다. 그녀는 허리를 쭉 폈다. 구슬 목걸이와 귀고리가 짤랑거렸다.


"마음의 눈은 명령에 따라서 보이는 게 아니에요!"


트릴로니 교수는 분노로 부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요."


엄브릿지 교수는 부드럽게 대꾸하며 또다시 필기판에 글씨를 썼다.


"난- 하지만- 하지만.... 잠깐만요!"


트릴로니 교수가 갑자기 평소와 같은 몽롱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를 쓰며 말했다. 하지만 분노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에 신비한 분위기가 많이 사라지고 말았다.


"나.... 나는 뭔가를 본 것 같아요... 당신에 관한 뭔가를... 그러니까 뭔가를 느껴져요... 어둡고... 아주 위험한..."


트릴로니 교수가 떨리는 손으로 엄브릿지 교수를 가리켰다. 엄브릿지는 눈썹을 추켜올리고 여전히 맥 빠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당신은 아주 심각한 위험에 빠져있어요!"


트릴로니 교수가 극적인 어조로 말을 끝맺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엄브릿지 교수의 눈썹은 여전히 추켜올려진 상태였다.


"알았어요. 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엄브릿지 교수는 가슴을 벌렁거리며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서 있는 트릴로니 교수를 남겨 두고 휙 돌아서 버렸다. 그 후, 엄브릿지는 필기판에 열심히 무언가를 기록했다. 마침내 종이 울리자, 엄브릿지는 제일 먼저 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십 분 후에 이어진 어둠의 마법 방어술 시간에 우리를 맞이했다. 

교실로 들어갔을 때, 엄브릿지는 혼자 싱글벙글 웃으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학생들이 《방어 마법 이론》 책을 꺼내는 동안, 우리는 산술점 수업에 들어갔었던 헤르미온느에게 점술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 해주었다. 하지만 헤르미온느가 미처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전에 엄브릿지 교수가 학생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다. 교실 안은 정적에 휩싸였다.


"지팡이를 치우세요."


엄브릿지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지시를 내렸다.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지팡이를 꺼내 놓았던 학생들은 실망한 얼굴로 다시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지난 시간에 1장을 끝냈으니까, 오늘은 모두 19페이지를 펴도록 하세요. 그리고 2장 '기본 방어술 이론과 파생'에서부터 시작하세요. 말은 필요없겠죠."


엄브릿지는 여전히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교탁 앞에 앉았다. 학생들은 19페이지로 책장을 넘기면서 거의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헤르미온느가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엄브릿지 교수도 그걸 알아차렸다. 그러나 엄브릿지 교수는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경우를 대비해 미리 전략을 세워 놓은 것처럼 보였다. 헤르미온느를 못 본 척 하고 무시하는 대신, 자리에 일어나더니 앞줄 책상을 돌아서 헤르미온느 앞으로 바싹 다가갔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다른 학생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번에는 또 뭐죠, 그레인저양?"

"2장은 벌서 다 읽었어요."

"그럼 3장을 계속 읽도록 하세요."

"3장도 다 읽었어요. 책을 전부 읽었어요."


엄브릿지 교수는 눈을 깜박이더니 즉시 본래 자세로 돌아왔다.


"좋아요. 그럼 슬링크하드가 15장에서 반-저주에 대해서 뭐라고 썼는지 말해 봐요."

"반-저주란 적당한 명칭이 아니라고 썼습니다."


헤르미온느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반-저주란 사람들이 그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 저주에 붙인 명칭이라고 했습니다."


엄브릿지 교수가 눈썹을 움찔했다.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헤르미온느가 계속 말을 이었다. 엄브릿지 교수의 눈썹이 좀더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에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렇습니다"


엄브릿지와는 대조적으로 헤르미온느는 분명하고 뚜렷한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그녀를 주목하고 있었다.


"슬링크하드는 저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주도 방어적으로 사용하면 대단히 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엄브릿지 교수는 속삭이는 것을 잊어버리고 목청을 높였다.


"그레인저양, 미안하지만 이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슬링크하드씨의 견해지 학생의 견해가 아니에요."

"하지만-."


헤르미온느는 입을 열려고 하자, 엄브릿지 교수가 가로막았다.


"그만 해요."


그녀는 교실 앞으로 다시 걸어가서 학생들 앞에 섰다. 수업이 시작되었을 때 보여 주던 의기양양한 태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레인저양, 그리핀도르에 5점 감점하겠어요."


이 말을 듣자,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유가 뭐죠?"


해리가 화를 냈다.


"해리, 너는 끼어들지 마!"


내가 해리에게 속삭였다.


"별다른 이유 없이 수업을 방해했기 때문이에요."


엄브릿지 교수는 거리낌없이 대답했다.


"나는 마법부가 인정한 방식대로 여러분을 가로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는 겁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 제멋대로 의견을 말하는 걸 들으려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 과목을 맡으셨던 예전 교수님들은 여러분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해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마법부가 감사를 했다면 아마 단 한 분도 통과하지 못하셨을 거예요. 단 한 분, 퀴렐 교수님만이 그래도 여러분의 나이에 걸맞은 수업을 하려고 애쓰신 것처럼 보이더군요."

"네. 퀴렐 교수님은 훌륭한 분이었죠."


해리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단 한 가지, 볼드모트가 그의 머리 뒤에 붙어 있었다는 약점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죠."

"해리!"


나는 놀라서 해리를 쳐다보았다. 그의 말이 끝나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침묵이 이어졌다.


"포터군, 일주일 동안 나머지 공부를 하는 것이 좋겠군요. 에반스양도 마찬가지예요."


하아? 나는 왜? 나는 이번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화났지만 해리가 다시 나서려는 것을 막았다. 


"연대 책임이에요!"


엄브릿지는 말했다. 그 뒤로 손등에는 상처가 아물 틈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상처에서 다시 피가 흘렀다. 저녁에 나머지 공부를 하는 동안 단 한 마디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엄브릿지 교수를 기쁘게 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쓰고 또 썼다. 한 글자 한 글자 쓸 때마다 상처는 더욱 깊어졌다.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되자 내가 말한 대로 안젤리나의 반발이 제일 괴로웠다. 화요일이 되자, 안젤리나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그리핀도르 테이블로 내려온 해리를 구석에 몰아세우고서 버럭버럭 고함을 질렀다. 어찌나 그 소리가 요란했던지 교직원 테이블에 앉아 있던 맥고나걸 교수가 황급히 우리에게 쫓아 내려왔다.


"존슨양, 연회장에서 감히 이렇게 소동을 피우다니! 그리핀도르에 5점을 감점이에요!"

"하지만 교수님, 포터가 나머지 공부를 하게 되었단-."

"뭐라고, 포터?"


맥고나걸 교수는 나와 해리를 돌아보며 날카롭게 물었다.


"나머지 공부? 어느 교수님께서?"

"엄브릿지 교수님에요. 저와 로라 둘이서요."


해리가 맥고나걸 교수의 눈동자를 마주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렸다.


"어서 말해 보거라."


맥고나걸 교수는 등 뒤에서 호기심에 가득 찬 눈길로 쳐다보고 있는 래번클로 학생들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지난 월요일에 내가 주의를 주었는데도, 엄브릿지 교수 수업 시간에 성질을 부렸단 말이니?"

"네."


해리는 마루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포터, 참을성이 있어야지! 넌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거야! 그리핀도르에 또다시 감점 5점이다! 포터, 에반스, 너희 각각이다."

"하지만- 왜? 교수님, 안 돼요!"


불평공한 처사에 화가 나서 내가 말했다.


"저희는 벌써 엄브릿지 교수님께 벌을 받았단 말이에요. 그런데 왜 교수님께서 또 감점을 하시는 거죠?"

"왜냐하면 나머지 공부를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는..."


맥고나걸 교수가 쏘아붙였다.


"에반스, 더 이상 불평은 그만둬라! 그리고 존슨양, 앞으로 고함 지르기 대결 같은 것은 퀴디치 운동장에서만 하도록 해요. 그렇지 않으면 주장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어요!"


맥고나걸 교수는 교직원 테이블로 성큼성큼 되돌아갔다. 안젤리나가 증오에 가득 찬 눈길로 해리를 쳐다보더니 휙 돌아서 가버렸다.  


"로라, 우리도..."


미간을 손가락을 꾹 누르는 로라의 모습에 해리는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로라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서 연회장을 나섰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수업은 전혀 나오지 않은 그녀였지만 엄브릿지의 나머지 공부에는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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