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가 안간힘을 쓰며 버둥거리자 루핀이 그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해리.”
“저기 들어가서 데리고 나오면 되잖아요!”
“늦었어, 해리.”
“아니야, 내가 들어가서-.”
“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해리... 아무것도... 시리우스는 죽었어.”
“죽지 않았어!”
해리가 고함을 질렀다. 그는 루핀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발버둥 쳤다.
“시리우스! 시리우스!”
“돌아올 수 없어, 해리.”
루핀이 말했다. 발버둥 치는 해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그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돌아 올 수 없어, 시리우스는 죽-.”
“죽-지-않-았-어!”
주위가 다시 어수선해졌다. 정신없이 떠들썩하고, 훨씬 더 많은 주문들이 번쩍번쩍 날아다녔다. 덤블도어는 그 방에 남아 있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거의 다 잡아 방 한가운데에 몰아 놓고 있었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밧줄로 묶인 듯이 꼼짝도 못했다. 매드아이 무디가 엉금엉금 가로질러 가 쓰러져 있는 통스의 의식을 깨우려 노력했다.
“아... 아...”
“에반스 녀석 또 폭주하는 거 아니야?”
가슴을 움켜잡으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로라의 모습에 티파니가 ‘푸하하!’ 웃으면서 비소를 지었다.
“어째서... 넌.... 항상...!! 왜?!”
“이런...”
애드밀은 로라의 몸을 만지려다가 뒤로 주춤거리면서 물러났다. 그리고 괴로운 비명 소리가 방 안에 가득 울려 퍼졌다.
“로라!!”
“가면 안 돼, 로우! 위험하다고!”
그녀에게 달려가려던 로우를 말린 애드밀. 그리고는 그를 자신의 뒤로 물러나게 했다.
로라의 발밑의 계단이 금이 가면서 부셔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로라를 휘감는 불꽃 벽. 그 불은 짐승처럼 움직여서 티파니를 향해서 서서히 달려갔다. 티파니는 더 이상 생각하는 것도 멈춘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서 그 불을 피해서 도망쳤다.
“벨라트릭스! 도망가야해요!”
“뭐?!”
“어서요! 여기 있다가는 불타 죽어요!”
킹슬리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땅바닥에 쓰러졌다. 티파니는 벨라트릭스에게 외치고는 죽음을 먹는 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팡이를 휘둘러서 그들을 구해주고 도망쳤다. 그녀의 뒤를 쫓는 불꽃 화살들. 그 화살들은 사방으로 날아갔고 바닥과 벽과 천장을 파괴한다. 그 불을 피하려고 하는 죽음을 먹는 자와 불사조 기사단.
도망치는 벨라트릭스의 뒤를 쫓는 해리.
“해리, 안 돼!”
“위허해요, 루핀 교수니미-.”
네빌이 외쳤다.
“저거 말릴 수 없는 거야?”
“.... 생각 중이니까 말 걸지 마라.”
로우가 ‘아구아멘티’ 주문을 외쳐서 불을 물로 끄기 시작했다. 소화되는 연기가 시야를 방해했다.
“분명히 루치아가 막을 수 있는 주문을 알려준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이봐!”
애드밀의 말에 로우는 그를 황당하게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했더라? 아...! 로우, 로라에게 가는 길을 뚫어줘!”
“무슨 묘책이라도 있는 거야?!”
“있어.”
-나 때문이야... 내가 모든 것을... 초래한 거야...
만약 ‘그때’랑 똑같이 죄책감을 갖고 있다면 이 말은 무적의 주문이 될 테니까. 애드밀은 자신만만하게 아구아멘티로 불러낸 물줄기로 뚫어진 불꽃 벽 속으로 달려갔다. 연기가 시야를 방해했지만 애드밀은 망설이지 않고 달렸다.
애드밀은 불꽃 벽 안에서는 가만히 있는, 울고 있는 그녀의 귓가에 무슨 말을 해주었다. 그러자 흐리멍텅한 그녀의 눈빛에 빛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비틀거리면서 쓰러지자 애드밀이 그녀를 받아주었고 불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치문이 있는 그 방의 바닥 여기저기서 탁탁 불이 타고 있었다.
“미안, 조금 더 일찍 올 걸 그랬나 봐...”
애드밀은 울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괴로운 얼굴을 했다. 그리고는 볼을 따라 흐르는 눈물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덤블도어의 반-순간이동 주문에 걸린 죽음을 먹는 자들은 그곳에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티파니는 덤블도어의 주문을 깨뜨릴 수가 없었다).
“로우...”
로우는 죽음을 먹는 자들 중 루시우스 말포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호그와트로 돌아가고 싶어.”
애드밀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그가 피곤하다는 얼굴을 하면서 말했다.
“애드밀, 너 집에 빈 방 많지?”
“그런데.”
“며칠 신세 좀 지자.”
“뭐?!.... 어쩔 수 없네.”
로우의 사정을 한눈에 파악하고는 애드밀은 말했다.
다른 불사조 기사단의 단원들은 뇌의 방에 있는 론들을 살피러 떠났다. 곧 그 방으로 오러들이 내려왔고 덤블도어가 만든 포트키로 로라들은 호그와트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들은 호그와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병동으로 가게 되었고 다친 불사조 기사단의 단원들도 성 뭉고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돌아오다금요일 밤에 발표한 성명에서 마법부 장관 코넬리우스 퍼지는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돌아와서 다시 활동을 시작햇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무슨 무슨 경이라고 떠드는 마법사가-여러분은 지금 제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지 잘 아시겠지만-하여간에 그자가 아직 살아 있고,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여러분들에게 알리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피곤에 지친 퍼지 장관이 기자들 앞에서 몹시 난감해 하며 말했다. “또한 그동안 우리 마법부에 고용된 것에 대해서 반감을 보여 왔던 아즈카반의 디멘터들이 집단 봉기를 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된 점 역시 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는 그자들이 필시 그 흉물스런 자의 사주를 받은 게 틀림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마법사들에게 잠시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현재 마법부는 각 가정읠 위한 안내문을 제작 중이며, 마법 세계의 모든 가정에 무료로 보내 드릴 방어 지침은 다음 달까지 도착할 것입니다.” 마법부의 성명을 전해 들은 마법 세계는 실망과 경악에 빠졌다. 지난 수요일까지만 해도 마법부로부터 ‘그 사람이 또다시 우리 사회를 휘젓고 다닌다고 하는 항간의 뜬 소문을 전혀 신빈성이 없다.’는 확증을 왔기 때문이었다. 마법부의 태도를 이렇듯 돌변하게 만든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다만 그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과 (죽음을 먹는 자라는 이름으로 알려진)한 무리의 추종자들이 목요일 밤에 마법부에 난입했던 것은 확실한 사실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최근 호그와트 마법 학교의 교장직에 복직함과 동시에 국제 마법사 연맹의 위원직과 위즌가모트의 마법사장에 복직한 알버스 덤블도어 교수는, 지금까지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년동안, 우리 모두가 바라고 믿었던 바와는 달리, 그 사람이 죽지 않았으며, 다시 권력을 장학하기 위한 새로운 음모를 꾸미기 위해 그의 추종자들은 불러모으고 있다고 주장해 왔었다. 한편 ‘살아 돌아온 그 소년’은-.
“해리, 여기 네 이야기가 나왔어. 난 이 작자들이 어떻게든 네 이야기를 언급할 줄 알았어.”
신문 너머로 해리를 쳐다보면서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지금 현재 그들은 병실에 있었다. 해리는 론의 침대 발치에 걸터앉아 있었고, 헤르미온느가 친구들에게 일요판 <예언자 일보>의 1면을 읽어주고 있었다. 삔 발목을 폼프리 부인이 한 번 세게 비틀어서 멀쩡하게 고쳐 놓은 지니는 헤르미온느의 침대 발치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지니에게 한 것과 거의 비슷한 방법으로 깨진 코가 모양도 크기도 원래대로 되돌려진 네빌은 두 침대 사이의 의자에 앉아 있었고, 병문안하기 위해 잠깐 들린 루나는 헤르미온느가 읽어 주는 신문 기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이러쿵저러쿵>의 최신파를 거꾸로 들고 읽고 있었다. 삔 발목을 고치고 계속 울고만 있는 그녀에게 진정의 물약을 먹은 후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는 로라. 그녀의 병문안을 온 로우가 그녀가 앉아 있는 침대 발치에 걸터앉아 있었다.
“어쨌거나 해리는 다시 ‘살아 돌아온 그 소년’이 되었잖아?”
론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젠 무턱대고 잘난 척 떠벌리는 정신 나간 녀석은 아니야, 그지?”
그가 침대 곁의 캐비닛에 수북하게 쌓인 개구리 초콜릿을 한 웅큼 집어서 해리와 지니, 네빌에게 몇 개씩 던져 주고, 마지막으로 로우에게도 던져 주었다.
“아... 고맙다, 위즐리. 넌 슬리데린은 싫어하잖아.”
“넌 다르잖아, 로우 레스트랭.”
“로우라고 불러. 레스트랭 성은 싫거든.”
“나도 론이라고 불러.”
론은 말하고 자기 것 포장지를 이로 물어뜯었다. 그의 두 팔에는 아직도 깊이 파인 상처들이 나 있었다. 뇌의 촉수가 휘감았던 자국이었다. 폼프리 부인의 말에 따르면, 생각의 촉수들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사람의 몸에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데, 어블리 박사가 개발한 무감각 연고를 듬뿍 바른 뒤부터는 눈에 띄게 나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온통 너를 칭찬하는 얘기야.”
헤르미온느가 다른 기사들을 휙휙 읽어 내려갔다.
“... 진실의 고독한 목소리...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받아들여졌으나, 그 자신의 이야기는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턱없는 조롱과 비방을 감당해 왔다....”
헤릠온느가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흥, 정작 자기들이 턱없이 조롱하고 비방했었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군.”
헤르미온느가 얼굴을 조금 찡그리면서 한 손을 옆구리에 갖다대었다. 돌로호브가 헤르미온느한테 썼던 그 마법은, 다행이 그자가 입으로 주문까지 외치지는 못했기 때문에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쉽게 아물지 않을 상처를 초래한 것만은 틀림없다”고 폼프리 부인이 설명했었다. 헤르미온느는 매일 열 가지나 되는 약을 써 왔기 때문에 상태가 크게 좋아지고는 있었지만, 벌서부터 병실에 누워 지내는 것을 몹시 지루하고 답답해왔다.
“2페이지부터 4페이지까지, 다시 권력을 장악하려는 그 사람의 최후의 시도.... 5페이지, 마법부가 숨기고 있는 것들... 6페이지에서 8페이지까지, 알버스 덤블도어의 주장을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았던 이유... 9페이지, 해리 포터와의 독점 인터뷰...”
헤르미온느가 신문을 접어서 옆에 던지며 말했다.
“흥, 기삿거리가 많아서 좋겠군. 그렇지만 해리의 인터뷰 기사는 독점이 아니야. 몇 달 전에 <이러쿵저러쿵>에 실렸던 걸 그대로 옮겨났어.”
“우리 아빠가 그 사람들한테 그 기사를 팔았어.”
루나가 <이러쿵저러쿵>의 책장을 넘기며 흐리멍덩하게 말했다.
“돈을 아주 많이 받았나 보더라구. 그 돈으로 우리 식구는 이번 여름에 스웨던에 갈 건데 크럼플 혼드 스놀캑스를 탈 수 있는지 알아볼 거야.”
헤르미온느가 잠시 뭔가 하고 싶은 말을 간신히 참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그거 참 좋겠다.”
지니가 해리와 눈길이 마주치자 빙긋 웃으며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학교에서는 그새 별일 없었어?”
헤르미온느가 도 얼굴을 찡그리면서 윗몸을 조금 일으켜 세우고 말했다.
“플리트윅 교수님이 프레드와 조지의 늪을 없애 줬어. 딱 삼 초 만에 끝냈지. 하지만 창문 밑에 작은 웅덩이를 남기시고 밧줄로 둘러 놓으셨어.”
지니가 말했다.
“왜?”
헤르미온느가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아, 교수님은 그게 정말로 뛰어난 마법이라고 말했어.”
지니가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면서 말했다.
“프레드와 조지를 영원히 기념하려고 그랬을 거야.”
론이 초콜릿을 한 입 가득 우적우적 씹으면서 말했다.
“저게 다 그들이 보내 준 거야.”
론이 옆에 수북이 쌓인 초콜릿을 가리키면서 해리에게 말했다.
“장난감 가게가 진짜 잘되나 봐, 안 그래?”
헤르미온느가 못마땅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덤블도어 교수님이 돌아왔으니까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었겠구나?”
“응, 모든 게 다 제대로 된 거 같아.”
네빌이 대답했다.
“필치가 아주 신나하겠다, 안 그래?”
론이 덤블도어 교수가 그의 물병에 기대 서 있는 모습이 찍힌 개구리 초콜릿 카드를 세워 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 마음이 몹시 착잡한 것 같았어. 실은...”
지니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호그와트에서 가르쳤던 교수님들 중에서 엄브릿지가 최고였다는 말을 계속하고 있어...”
그들 모두가 일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엄브릿지가 그들 맞은편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덤블도어 교수가 혼자 숲으로 들어가서 그 여자를 켄타우로스들로부터 구해 왔던 것이다. 그가 어떻게 그 여자를 구출했는지, 엄브릿지를 부축해서 나무들 사이를 걸어 나오면서도 어떻게 몸에 긁힌 자국이 몇 군데 밖에 없었는지, 아무도 그 사연을 알 수 없었다. 물론 엄브릿지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 여자는 성으로 돌아온 이후, 아직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그 여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르 ㄹ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엄브릿지는 평소에 단정했던 겉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아주 형편없이 헝클어진 쥐색 머리에 나뭇가지와 나뭇잎 부스러기가 군데군데 붙어 있기는 하지만, 그 밖에 달리 몸이 상한 곳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폼프리 부인이 그러던데, 단지 충격을 받은 것뿐이래.”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내가 볼 땐 기분이 언짢은 것 같은데?”
지니가 말햇다.
“맞아. 이렇게 하면 금방 기운이 차릴 거야.”
론이 이렇게 말하고는 입 안에서 혀를 구부려 작은 말발굽 소리를 내었다. 엄브릿지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몹시 허둥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디 편찮으세요, 교수님?”
폼프리 부인이 병실 문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말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엄브릿지가 다시 누우며 말했다.
“아니에요, 내가 잠깐 꿈을 꿨나 봐요.”
헤르미온느와 지니가 이불을 당겨서 입을 가리고 킥킥 웃엇다.
“지금 누가 점술을 가리치지? 피렌체가 아직 있나?”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렇겠지. 다른 켄타우로스들이 그를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
지니가 말했다.
“덤블도어 교수님도 분명히 그 여자를 내보내고 싶을 거야.”
열네 개째 초콜릿을 우적우적 씹어 먹으면서 론이 말했다.
“난 그 과목이 있으나 마나 하다고 생각해. 피렌체도 별 볼일 없는 교수-.”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진짜 예언들이 있었다는 게 밝혀졌잖아?”
헤르미온느가 따지는 것처럼 말했다.
“그게 깨져 버린 건 유감이야.”
“로라의 예언은 빼앗겨서 유감이야.”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살살 흔들면서 나지막하게 말하자 로우가 로라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손이 잡혀도 로라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
“보통 유감이 아니지. 하지만 그 사람도 그 내용을 모른다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봐야겠-, 너 어디 가?”
해리가 벌떡 일어서자 론이 놀라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해그리드한테 갈 거야. 그가 돌아왔대. 내가 거기 가서 너희들 소식을 전해 주기로 약속했거든.”
해리가 말했다.
“그래, 알았어.”
론이 창 밖의 파란 하늘을 내다보면서 심술궂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다 같이 못 가는 게...”
“안부나 전해 줘!”
문을 나서는 해리의 등을 대고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 친구 말야... 그 꼬마 친구는 어떻게 됐는지도 물어봐 주고..”
해리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이 손을 한 번 흔들어주고 밖으로 나갔다. 마지막까지 로라는 해리를 쳐다보지 않았다. 해리는 자신은 안중에 없는 로라의 시선에 작게 한숨을 쉬었다.
“로라...”
로우는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로라를 바라보았다. 죽어버린 것 같은 눈동자에 로우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입을 손으로 막은 로라.
“왜 그래, 로라?”
“....”
어깨를 들썩이면서 기침을 하는 로라, 하지만 막고 있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 핏방울이 하얀 시트를 더럽힌다.
“부, 부, 부인!!!”
피를 토하는 로라의 모습에 로우가 허둥거리면서 외쳤다. 그 외침에 폼프리 부인은 나왔다가 피를 토하는 로라의 모습에 경악하면서 로우를 뒤로 밀치고는 로라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학기가 끝나기 사흘 전에 완전히 나아서 퇴원한 론과 헤르미온느와 로라. 헤르미온느가 이따금 시리우스에 관한 얘기를 꺼내려는 기미를 보였으나, 그럴 때마다 론이 “쉿!” 소리를 내며 얼른 가로막았다. 로라는 여전히 멍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응시했지만 그런 행동은 점점 짧아졌다. 그녀는 서서히 제정신을 차려가고 있었다.
“로라, 안녕?”
“... 안녕, 로우.”
수업이 끝나자 복도에서 만난 로우는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한참 후에 인사가 돌아오자 로우는 함박 미소를 지었다.
“이제 괜찮은 거야? 갑자기 피를 토해서 놀라워했다고.”
“... 어릴 때부터 있는 지병이라서 말이지.”
“또 도서관 가는 거야?”
로우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책 반납을 하지 못해서 말이지.”
“나도 함께 갈게.”
“... 마음대로 해.”
도서관으로 갈 때,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 로우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로우는 그들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고는 그냥 지나쳐서 가버렸다.
“넌... 괜찮은 거야?”
로우를 보면서 내가 질문을 던졌다.
“괜찮아질 거야. 이건 내가 결정한 거니까, 후회하지는 않아.”
로우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 저주는 너의 사랑을 먹으면서 자라고 너의 목숨을 갉아 먹을 거야.
‘이제 멈추지 않아....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엄브릿지는 학기가 끝나기 바로 전날 호그와트를 떠났다. 그녀는 아마도 그날 저녁 식사 시간에 병동을 빠져나간 것 같았다. 아무도 모르게 떠나고 싶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복도에서 피브스와 맞닥뜨렸다. 피브스는 프레드가 알려 준 대로 시행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난데없이 복도에 나타난 피비스가 히죽히죽 웃으며 엄브릿지의 뒤를 졸졸 따라가면서 한 손에 쥔 지팡이와 다른 한 손에 쥔 분필 가루를 가득 넣은 양말 한짝으로 번갈아 가며 그녀의 엉덩이를 쿡쿡 찌르고 때렸다. 학생들이 허둥지둥 달아다는 엄브릿지의 뒷모습을 보려고 우르르 현관 복도에 몰려나왔고 반장들은 그저 건성으로 학생들을 제지하는 척했다. 맥고나걸 교수는 학생들이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밖으로 몰려나가자 벌떡 일어나 훈계조로 몇 마디 하고는 도로 자리에 앉아 버렸고, 피브스가 지팡이를 빌려 가는 바람에 자기는 엄브릿지의 모습을 보러 가지 못한 게 정말 유감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걸 분명히 들은 사람도 있었다.
학교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전부 이미 짐을 다 꾸려 놓았지만 종강 파티에는 가고 싶지 않아서 침대에 앉아 있었다. 종강 파티에는 꼭 참석을 해야 하는 건가?
산보라도 하자는 마음에 밖으로 나왔을 때, 게시판에 누군가가 무언가를 붙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해리가 루나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연회에 안 가고 거기서 뭐해?”
“음, 소지품을 거의 다 잃어버렸어.”
해리의 질문에 루나가 차분하게 말했다.
“어떠 냉들이 장난으로 감췄을 거야. 오늘 밤이 마지막 밤이니까 더 기다릴 수도 없고 해서, 돌려달라고 저걸 붙였어.”
루나는 게시판을 가리켰다. 제발 돌려달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잃어버린 책과 옷가지의 목록을 적은 족지가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애들이 왜 네 물건을 감추지?”
“아... 그건...”
루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남들이 날 좀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나 봐. 나를 ‘루우니’ 러브굿이라고 부르는 애들도 있어.”
“애들이 네 물건을 가지고 간 건 별다른 이유가 없을 거야. 내가 도와줄까?”
“아, 아니야.”
루나가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곧 되돌아올 거야. 마지막엔 꼭 돌아오게 돼 있어. 짐을 싸 두고 싶어서 오늘 밤에 찾으려는 거야. 그건 그렇고... 넌 왜 연회에 안 갔니?”
“별로 가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어.”
해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겠지.”
루나가 해리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가고 싶지 않을 거야. 죽음을 먹는 자들이 죽인 그 남자가 네 대부지, 그렇지? 지니한테 들었어.”
해리는 멍청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넌... 너도 가까운 사람을 잃어 봤니?”
해리가 말했다.
“응, 그래.”
루나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우리 엄마였어. 엄마는 정말 유별난 마법사였어. 뭐든지 실험해 보는 걸 너무 좋아했는데, 어느 날 어떤 새로운 마법을 실험하다가 그만 뭐가 잘못되어 버렸어. 내가 아홉 살 때였어.”
“안됐구나.”
해리가 우물우물 말했다.
“응, 그땐 정말 끔찍했어.”
루나가 여전히 스스럼없이 말했다.
“가끔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슬퍼져. 그렇지만 나한텐 아직 아빠가 계셔. 또... 앞으로 엄마를 영영 못 만나게 되는 게도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니?”
“어- 무슨 말이지?”
해리가 어리벙벙하게 말했다. 루나는 잊을 수 없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왜 그래? 너도 들었잖아. 그 베일 뒤에서 말이야, 응?”
“뭘...”
“아치문이 있는 그 방 말이야. 사람들이 그 뒤에 숨어 있었어. 그래서 보이지 않았을 뿐이야. 너도 목소리를 들었잖아.”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정말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어? 잃어버린 것들을 찾으려면...”
“괜찮아. 이젠 연회장에 가서 먹고 놀면서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돼... 마지막에는 꼭 돌아오게 되어 있어... 휴가 잘 보내, 해리.”
“응... 그래, 너도.”
루나가 돌아섰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는 호그와트 급행열차 안에서는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진 덕분에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첫째, 교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리를 공격하려고 일주일 내내 기회를 노려 왔던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이 해리가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매복하고 있었다. 매복 장소가 우연찮게도 D.A. 회원들이 가득 찬 객실 바깥만 아니었더라면 그들의 작전은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복도에서 벌어지는 일을 때마침 발견한 그들이 모두 우르르 몰려나와서 해리를 도왔다. 어니 맥밀란, 한나 아보트, 수잔 본즈, 저스틴 핀치 플레츨리, 안토니 골드스틴, 테리 부트 들이 그동안 해리한테 배웠던 온갖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다 사용했을 때, 말포이와 크레이브와 고일은 호그와트 마법 학교 교복 속으로 잔뜩 움츠러든 세 마리의 거대한 민달팽이 같은 몰골이 되어 있었다. 해리와 어니와 저스틴은 눈물, 콧물, 침 할 것 없이 질질 흘리는 그들을 하나씩 어깨에 들어 올려서 짐칸에 갖다 버렸다.
“흥, 이따 차에서 내렸을 때 마중 나온 말포이 어머니 얼굴이 어떨지 벌서부터 궁금해지는걸.”
꿈틀거리는 말포이를 바라보며 어니가 몹시 만족스러운 듯이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 그는 잠깐 동안 말포이가 감사 위원회의 위원이었을 적에 후플푸프 점수에서 10점을 빼앗겼던 치욕을 아직 완전히 씻어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이르이 어머니는 오히려 아주 기뻐할 거야.”
소동의 원인을 조사하러 온 론이 말했다. 나도 뒤쫓아와서 그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지금이 훨씬 잘생겨 보이거든... 그건 그렇고, 해리, 먹을 거 파는 수레가 지금 와 있어. 빨리 가서....”
해리는 다른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말해 주고 론의 뒤를 따라 객실로 갔다. 큰 냄비 모양의 케이크와 호박 파이를 듬뿍 샀다. 헤르미온느는 또 <예언자 일보>를 읽고 있고, 지니는 <이러쿵저러쿵>의 퀴즈를 풀고 있고, 네빌은 1년 새에 부쩍 자라서 이제는 손을 대면 꼭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는 그의 밈뷸러스 밈블토니아를 슬슬 쓰다듬고 있었다. 해리와 론은 줄곧 마법사 체스 게임을 하고 있었고, 헤르미온느가 그들에게 <예언자 일보>의 기사들을 읽어 주었다. 그리고 로우와 나는 해리와 론이 하는 마법사 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로우는 슬리데린 학생보다는 그리핀도르 학생 더 같았다.
“아직 시작한 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머지않아서...”
헤르미온느가 신문을 접으면서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해리. 저것 봐.”
론이 복도 쪽의 유리창 밖을 턱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어깨까지 덮는 두툼한 양모 털모자를 쓴 마리에타 에지콤의 뒤를 따라서 초가 열차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초는 객실 안에 해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얼굴을 붉히고 얼른 지나가 버렸다.
“쟤하고 잘돼 가는 거야?”
론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아무 일도 없어.”
해리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난... 어... 쟤가 요새 딴 애하고 만난다던데?”
헤르미온느가 쭈뼛거리면서 끼어들었다.
“잘됐어, 해리.”
론이 힘차게 말했다.
“걔는 얼굴은 제법 예쁘지만, 봐줄 만한 건 그것뿐이야. 너한텐 좀더 명랑한 여자 친구가 나을 거야.”
“그 애도 다른 남자를 만나면 명랑해질 거야.”
해리가 말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초가 요새 누굴 만나는데?”
론이 헤르미온느한테 물었다. 그러나 대답은 지니가 했다.
“마이클 코너야.”
“뭐, 마이클?”
론이 지니의 좌석 쪽으로 고개를 길게 빼고는 말했다.
“그 자식은 너하고 만나잖아!”
“벌써 끝났어.”
지니가 단호하게 말했다.
“퀴디치 시합에서 그리핀도르가 래번클로를 이기니까 그 녀석이 아주 토라져 버리더라고. 그래서 내가 따돌렸더니, 초를 위로한답시고 쪼르르 가 버렸어.”
지니는 깃펜 끝으로 코를 살살 긁다가 <이러쿵저러쿵>을 거꾸로 돌려 잡고 퀴즈란에 답을 적기 시작했다. 론은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흥, 내가 보기에 그 자식은 항상 바보 같았어.”
론이 자기의 여왕을 해리의 떨고 있는 나이트를 향해 진격시키면서 말했다.
“잘됐어. 다른 애를 골라 봐. 다음엔 좀 괜찮은 녀석을 찾아보란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론은 해리의 눈치를 힐끔 살폈다.
“음, 난 딘 토마스를 찍었어. 어떻게 생각해?”
지니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뭐어?!”
론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서다가 체스판을 엎었다. 크룩생크가 또르르 굴러가는 체스 말들을 쫓아가고, 머리 위에서는 헤드위그와 피그위존과 브라이언이 켁켁거리고 부엉부엉 울었다. 나와 로우는 그런 론의 모습에 킥 웃어버렸다.
열차가 천천히 킹스 크로스 역으로 들어갈 때, 서서히 내릴 준비를 했다. 이윽고 열차가 김을 뿜으면서 멈추자 트렁크와 브라이언의 우리를 잡으면서 기차에서 내렸다. 차장이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을 나가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밖으로 나가자 매드아이 무디, 통스, 루핀, 위즐리 부부, 애드밀, 프레드와 조지가 서 있었다.
매드아이 무디는 마법의 눈동자를 가리려고 중산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이 무척 불량스러워보였다. 그는 뼈마디가 다 드러난 두 손으로 기다란 지팡이를 움켜잡고, 몸에는 두툼한 여행용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그의 뒤에 선 사람은 통스였다. 먼지가 잔뜩 낀 유리 천장으로 비쳐 들어온 햇빛 속에서 분홍색 풍선껌처럼 부푼 그녀의 머리가 훤히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에 ‘운명의 세 여신’이라고 쓴 밝은 자주색 티셔츠와 헝겊 조각들을 덕지덕지 붙인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통스의 곁에는 얼굴이 몹시 창백하고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헙수룩한 점퍼와 바지 위에 올이 다 드러난 기다란 코트를 입은 루핀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자신들의 최고의 머글 복장을 차려입은 위즐리 부부가 서 있고, 그 옆에 프레드와 조지가 서 있었다. 그들은 무슨 짐승의 가죽인 것 같은, 비늘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몹시 섬뜩한 초록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애드밀은 단정하게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론, 지니!”
위즐리 부인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와서 그들을 차례로 끌어안았다.
“로라!”
내 이름을 부르면서 다가온 프레드가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그의 품에서 얌전히 안겨져 있었다. 론이 눈알을 부라리고 그 쌍둥이 형제들이 옷을 들여다보는 것이 보였다.
“옷이 대체 그게 뭐야?”
론이 그들의 재킷을 가리키면서 물었다.
“제일 좋은 용가죽이야.”
조지가 지퍼를 조금 내리면서 말했다.
“요새 장사가 잘 돼서 새 옷 좀 사 입었지.”
진짜 장사가 잘 되나 보네. 프레드와 조지의 가게 가보고 싶은걸. 애드밀은 로우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럼 우린 그만 가볼게, 로라.”
“여름 방학 잘 지내.”
애드밀과 로우가 프레드가 포옹을 풀어주자 한 번씩 안아주었다. 애드밀의 팔을 잡은 로우, 둘은 곧 걸어가면서 인파 속에서 순간 이동으로 머글들이 알지 못하게 가버렸다.
위즐리 부인이 해리를 놓아주자 헤르미온느에게로 돌아서자 루핀이 다가와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해리가 말했다.
“나오실 줄은... 이렇게 다들 나오실 줄은 몰랐어요.”
루핀이 한 번 슬쩍 미소를 짓고 말했다.
“음, 널 네 이모네 집에 보내기 전에 네 이모 부부하고 애기를 좀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
해리가 얼른 말했다.
“아, 아니야. 난 좋은 생각이라고 여겨.”
무디가 절룩거리며 다가와서 말했다.
“저 인간들이겠지, 응, 포터?”
무디가 자기의 어깨 너머로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리고 거기에는 세 사람의 더즐리 가족이 서 있었다. 그들은 해리를 환영하러 나온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 걸 보고 질려 버린 기색이 완연했다.
“아, 해리!”
위즐리씨가 헤르미온느의 부모님과 얘기를 하다가 해리를 꼭 안아 준 뒤 이어서 헤르미온느를 안아 주었다.
“음-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요?”
“예, 그럽시다, 아서.”
무디가 대답했다. 무디와 위즐리씨가 더즐리 가족이 마치 그 자리에 박혀 버린 것처럼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뒤를 따라갔다. 프레드는 내 어깨에 손을 올려서 걷자 나도 그쪽으로 향했다. 헤르미온느도 엄마하고 얘기를 하다 말고 슬그머니 그 쪽으로 갔다.
“안녕하시오.”
위즐리씨가 버논 더즐리씨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말을 걸었다.
“나를 기억하시겠죠? 난 아서 위즐리라는 사람입니다만.”
위즈릴씨는 2년 전에 더즐리 집 안에 쳐들어가서 거실을 아주 박살을 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즐리씨는 그를 보자마자 안색이 대번에 시커먼 흙빛으로 변했다. 그는 위즐리씨를 사납게 노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즐리 부인은 겁을 먹은 것도 같고 너무도 창피해하는 것도 같았다. 그녀는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두들리는 어리고 나약한 아이인 것처럼 보이려고 무척 애를 쓰는 것 같았지만, 전혀 성공적이지 못했다.
“해리에 관해서 당신하고 할 얘기가 좀 있소.”
위즈릴씨가 아직도 빙긋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소.”
무디가 대답했다.
“당신네 집구석에서 그동안 해리가 어떤 대접을 받고 지냈는지 좀 따져 봐야겠어.”
더즐리씨의 콧수염이 분노로 쭈뼛 곤두서는 것 같았다.
“내 집에서 내가 지지든지 볶든지 당신들이 왜 상관하는지 난 모르겠소-.”
“당신이 모르는 걸 다 글로 쓰면 책이 여러 권 될 거야, 더즐리.”
무디가 으르렁거렸다.
“어쨌거나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통스가 끼어들었다. 그녀의 분홍색 머리는 지금 그곳에 있는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도 더 더즐리 부인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주는지 그 꼴만은 차마 눈 뜨고 못 보겠다는 듯이 그녀는 아까부터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만약 앞으로도 당신들이 해리를 학대한다면, 우린-.”
“실수하지 마시오. 우리가 다 들을 테니까.”
루핀이 히죽거리며 한마디 거들었다. 역시 루핀도 마루더즈의 멤버였어.
“맞아. 해리가 점화를 쓰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전화예요.”
위즐리씨가 말하자 헤르미온느가 작게 정정해주었다.
“어쨌거나 포터가 또 당신들한테 되잖은 짓을 당하는 날엔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알아서들 하시오.”
무디가 말했다.
“당신들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더즐리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들 그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협박이지.”
무디가 말했다. 그는 더즐리씨가 그 사실을 순식간에 알아차려 줘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당신들 협박에 넘어갈 사람으로 보인다는 거요?”
더즐리씨가 짖어 대듯이 말했다.
“음...”
무디가 중산모자를 뒤를 젖혔다. 뱅글뱅글 도는 너무도 섬뜩한 마법의 눈이 드러났다. 더즐리씨가 자지러지게 놀라서 뒤로 펄쩍 뛰었다가 때마침 거기 있던 짐수레에 등을 찧었다.
“물론이야, 내 눈엔 그렇게밖에 안 보이는걸, 더즐리.”
그가 더즐리씨에게서 고개를 돌려서 해리를 바라보았다.
“포터... 우리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소리를 질러. 만약에 사흘이 지나도 네가 우릴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그땐 우리 중에서 누군가가 그 집으로 쳐들어갈 거야...”
더즐리 부인은 애처롭게 훌쩍거리고 있었다.
“잘 가, 포터.‘
뼈마디가 앙상하게 드러난 두 손으로 해리의 어깨를 덥석 잡고 무디가 말했다.
“잘 지내, 해리.”
“연락하고.”
“해리, 우린 어떻게든 빨리 너 ㄹ그 집에서 데리고 나올 거야.”
위즐리 부인이 작은 소리로 말하고 해리를 한 번 더 끌어안아 주었다.
“우린 금방 보게 될 거야.”
론이 해리와 악수를 하면서 말했다.
“정말 곧 볼 거야.”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말했다.
“약속할게.”
내가 프레드의 손에서 나와서 론과 악수를 끝낸 해리와 포옹하면서 말했다. 해리는 고개를 끄덕여주면서 나를 보면서 웃어주자 나도 미소를 지었다.
“기운차려서 다행이야.”
“너도.”
악수를 하고 해리가 돌아서서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곧 블랙 부인과 아빌의 모습이 보이자 나는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레이첼의 품에 안겨들었다.
"여전히 격한 인사 반응이구나, 로라."
"로라, 대모는 이쪽이야! 그쪽이 아니라고!"
아빌이 자신이 아니라 블랙 부인의 품에 안긴 내 행동에 질투를 하면서 외쳤다.
"어서 집에 가잖구나. 아빌."
"네네, 저는 언제나 덤이죠."
"미안해요, 대모."
위즐리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블랙 부인과 아빌과 함께 킹스 크로스역을 빠져나갔다.
7월 중순, 머글 세계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10년도 되지 않는 다리가 반으로 뚝 잘려 나가 열 두 대의 자동차가 깊은 강물 속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지고, 서부 지역에 갑작스런 태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머글들은 그게 마법사의 짓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머글 세계가 난리가 난 만큼 마법 세계도 난리가 났다. 원인도 모를 살인 사건과 행방불명 사건들이 배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니, 원인은 마법 세계 전부다 알고 있다. 볼드모트와 그의 추종자들의 짓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들을 잡지 못하고 있는 무능한 마법부...
해리 포터, 선택받은 자인가?
최근 마법부에서 벌어진 원인 모를 사건을 둘러싸고 갖가지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으며, 그동안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이 또다시 목격되었다. “우리는 이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묻지 마십시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망각본부의 마법사 한 명은 몹시 흥분한 표정으로 지난밤 마법부를 떠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부 내부의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은 그 전설적인 예언의 방을 중심으로 일어났다고 한다. 비록 마법부의 대변인 마법사들은 지금까지 그런 방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 주는 것조차 거부해 왔지만, 점점 더 많은 마법사들이 현재 무단 침입과 절도 미수로 아즈카반에서 복역 중인 죽음을 먹는 자들이 예언을 훔치려고 했다고 믿고 있다. 예언의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치명적인 주를 당하고도 살아남았다고 알려진 단 한 사람, 해리 포터와 관련이 있다는 추측들이 무성하다. 해리 포터는 문제의 그날 밤에도 마법부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예언이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될 그 사람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그를 지적했다며 포터를 두고 ‘선택받은 자’라고까지 부르고 잇다. 현재 예언의 소재-만약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비록.... (기사는 2면 5단에서 계속 이어짐)
“뭐가 재미있는 거라고 있니?”
“아뇨, 아무것도 없어요.”
피그 할머니-한 5년간 여행을 하라고 보냈다-의 집에서 그녀 대신 지내고 있는 블랙 부인과 아빌. <예언자 일보>를 보고 있는 그녀가 내가 보고 있는 신문을 보면서 물었다.
“아멜리아 본즈가 살해당하고 디멘터들이 곳곳에서 날뛰고 있데요...”
“오, 아멜리아 본즈가... 그 뛰어난 마녀가... 결국에는...”
블랙 부인은 비통한 목소리를 내면서 슬퍼했다. 그녀의 모습에 나는 새로운 신문을 펼쳐들었다.
스크림저, 퍼지의 후임이 되다
신문 1면을 대문짝만 하게 장식한 커다란 흑백 사진 속에는 사자의 갈기처럼 길고 숱이 많은 머리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듯한 인상을 풍기는 남자가 있었다. 그 움직이는 사진 속의 남자는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의 오러 사무국 국장이었던 루퍼스 스크림저가 코넬리우스 퍼지의 뒤를 이어서 마법부 장관의 자리에 올랐다. 마법사 대다수는 이번 장관의 임명을 열렬히 환영했다. 하지만 새 장관과 최근 위즌가모트 국제 마법사 연맹 회장으로 복직된 알버스 덤블도어 사이에 마찰이 있다는 소문이 스크림저가 자리에 오르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스크림저의 대변인은 그가 장관 직에 취임하자마자 즉시 덤블도어를 만났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어떤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알버스 덤블도어는....(기사는 3면 2단에서 계속 이어짐)
“결국 퍼지는 해임되었고 새로운 마법부 장관이...”
“누군데?”
“루퍼스 스크림저라고 하는데, 아세요?”
“스크림저? 아, 한번 적이 있어. 오러야. 오러 사무국 국장인데, 결국 마법부 장관이 되었군. 꼭 늙은 사자처럼 생겼어.”
아빌이 나에게 그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기다란 황갈색 머리털과 텁수룩한 눈썹에는 회색 줄무늬가 나 있었고, 철 테 안경 뒤로는 누런빛을 띤 날카로운 눈동자를 가진 마법사라고 말이다.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장이 살해당했으니까, 로라의 할아버지가 그 자리에 올라가겠네. 그 사람은 부부장이니까.”
“편지를 보니까 거절하신 것 같아요. 왠지 모르게 지금 마법부는 믿을 수가 없어서 깊이 들어갈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새로운 사람이 온데요.”
“확실히... 길버트의 생각이 옳아. 지금은 마법부가 위태로우니까 쉽게 발을 뺏을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할지도 몰라.”
레이첼 블랙 부인이 동의하면서 커피를 마셨다.
“.... 대부는요?”
내가 아빌을 보면서 묻자 아빌을 비통한 얼굴이 되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스피너즈 엔즈로 못 가는 이유는 거기에 쥐새끼가 있어서 그래. 그래서 지금 연락이 끊어졌어.”
“거기에... 피터 페티그루가 있다고요?!”
“그래... 어둠의 마왕이 맡겼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학기가 끝나기 전에 나를 만나러 왔어, 멍청한 남편님께서 말이지...”
아빌이 말했다. 그리고는 필이 가져온 찻잔을 받아들고는 마셨다.
“그래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차가운 안개가 감겨져 있는 거리를 창밖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대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나?
마법부,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다
새로 임명된 마법부 장관 루퍼스 스크림저는 이번 가을에 호그와트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정부가 새로 마련한 강력한 조처들을 발표했다. “마법부에서는 이번에 철통같은 새 보안 계획을 마련했지만, 몇 가지 명백한 이유로 인해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장관은 말했다. 하지만 측근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번 조처에는 방어 주문과 마법, 복잡한 구성의 반대 주문, 그리고 호그와트의 보안을 전담하는 소규모 오러 기동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새로운 마법부의 강도 높은 조처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심한 분위기이다. 어거스타 롱바텀 부인은 “손자인 네빌이 해리 포터의 친한 친구이며, 지난 6월에 마법부에서 해리 포터와 함께 죽음을 먹는 자들과 싸웠다”며....
내가 보고 있는 기사를 힐끗 거리면서 아빌이 질문을 했다.
“그거 보자 생각이 났거든. 그 소식 들었니?”
“뭐가요?”
“프랭크 롱바텀과 앨리스 롱바텀이 정신을 차렸대. 그래서 현재 둘은 오러로 복직할 준비를 하나봐.”
“바로 정신을 차렸는데, 바로 복직할 준비를 하는 건가요?”
“시기가 시기니까, 어서 돌아 와달라는 거지.”
결국 그 마법 물약은 성공적이었군. 다음 신문 장을 넘기자 끼어져 있던 전단지, ‘마법부에서 알립니다’라는 글씨가 화려하게 새겨진 자주색 전단지가 한 장 떨어졌다. 마룻바닥에 떨어진 그것을 주워들고는 읽어가기 시작했다.
당신의 가정과 가족들을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법
최근 마법사 사회는 자칭 ‘죽음을 먹는 자들’이라는 한 조직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간단한 안전 규칙을 준수하신다면, 당신과 당신의 가정을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혼자 집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하십시오.
2. 해가 진 이후에는 특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가능하면 저녁이 되기 전에 외출을 끝낼 수 있도록 스케줄을 조정하십시오.
3. 집 주변의 안전 설비들을 점검하시고, 가족들 모두가 방어벽 마법과 투영 마법, 그리고 미성년자를 위한 동반 순간이동 마법과 같은 비상 대처법을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4. 가까운 친구들과 가족들 사이에 보안 암호를 정해서, 죽음을 먹는 자들이 폴리주스 마법약(2페이지 볼 것)을 사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는 것을 막도록 하십시오.
5. 가족이나 동료, 친구 혹은 이웃들이 낯선 행동을 한다고 느껴지면, 즉시 마법사 법률 강제 집행부 수사대로 연락하십시오. 임페리우스 저주(4페이지를 볼 것)에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6. 어떤 거주지 혹은 건물 위로 어둠의 표식이 나타날 경우, 절대 들어가지 말고 즉시 오러 사무국으로 연락하십시오.
7. 확인되지 않은 목격에 의하면, 죽음을 먹는 자들이 현재 인페리우스들(10페이지를 볼 것)을 이용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인페리우스를 목격하거나, 그와 유사하는 것과 마주쳤을 경우에는 즉시 마법부에 보고하십시오.
“이렇게 한다고 해도 막을 수...?”
곧 부엉이 한 마리가 날아와서는 내가 보고 있는 전단지 위에 편지를 떨어뜨리고 떠났다.
“위험한 것은 아니지?”
“덤블도어가 보냈어요.”
“덤블도어가 왜?”
두루마리 편지를 펼쳐보았다. 그리곤 눈동자를 굴러서 읽었다.
“해리를 버러우로 데리고 가기 전에 한번 들리시겠데요. 저도 같이 버로우로 가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언제?”
“프리벳가 4번지에 금요일 오후 11시쯤 오셔서 하실 일이 있다고 하시니... 그 일이 끝나면 오시겠죠.”
나는 태평하게 대답하면서 편지를 탁자 위에 놓았다. 프리벳가에 온지 2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지...
"그 노인네는 사람을 놀리는 재주가 있어. 그래서 톰이 그를 싫어하는 거겠지만. 속이 꿍꿍이로 가득하니까."
레이첼 블랙 부인이 편지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 그녀는 경악한 자신의 딸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는 커피를 우아하게 마신다.
금요일 오후 11시 30분이 되어갈 때 초인종이 울렸다. 아래층에서 꽥꽥 울리는 집요정 필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가씨, 손님들이 찾아오셨어요!”
"금방 내려갈게!"
"어서 와, 해리 포터. 그리고 어서오세요, 덤블도어 교수님."
"잘 지냈나, 블랙양? 아니, 이젠 스네이프 부인이라고 불러야 하겠지?"
트렁크와 브라이언을 챙기고 밑으로 내려가자 서로 응시하고 있는 블랙 부인과 덤블도어의 모습이 보였다.
"그만 가잖구나, 로라."
덤블도어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말을 했고 나는 현관문에 짐을 내려놓았다.
"너의 짐들도 버로우로 먼저 보내서 그곳에서 대기하도록 해야겠구나."
덤블도어가 지팡이를 흔들자 가방과 새장, 브라이언이 사라졌다.
"자, 가잖구나."
"그럼 다녀올게요, 아빌, 레이첼 부인."
"다녀오렴."
아빌은 나를 한번 끌어안자 블랙 부인이 내 양볼에 입맞춰서 배웅했다. 해리와 덤블도어의 뒤를 따라서 싸늘하고 축축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덤블도어 교수님.”
“왜 그러니, 로라?”
“어디로 가시는 거죠? 아니, 제가 함께 가도 될까요?”
해리를 가운데 끼고 내가 덤블도어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러자 덤블도어는 빙그레 웃었다.
“물론이란다, 로라.”
그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는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이 없다. 프리벳가의 끝에 이르자 덤블도어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물론 아직 순간이동 마법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겠지?”
“네. 그건 열입곱 살이 되어야 가능한 거 아닌가요?”
“그렇지.”
덤블도어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내 팔을 아주 꼭 잡고 있어야겠구나. 괜찮다면 내 왼쪽 팔을 잡거라. 너도 벌써 눈치 챘겠지만, 지팡이를 잡는 족 팔이 지금 약간 아프단다.”
해리는 덤블도어가 내미는 팔뚝을 꽉 잡았다.
“아주 좋아.”
“어디로 가시는데요?”
“버드레이 바베르톤이라는 아름다운 마을이란다. 자, 이제 간다.”
덤블도어가 해리와 함께 동반 순간이동을 하자 나도 버드레이 바베르톤 마을을 생각하고는 순간이동을 했다.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 불쾌하게 느껴졌을 때, 도착했다. 맨 처음 보이는 것은 인적이 끊긴 마을 광장이었다. 광장 중앙에는 오래된 전쟁 기념비가 우뚝 서 있었고, 벤치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제대로 도착했구나. 어린 나이의 순간 이동은 불법인데 말이지.”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해서 어머니가 이것저것 배우게 했거든요. 그녀에겐 불법이라든가 법에 대해서 신경 쓸 여유가 없었으니까요.”
덤블도어가 말하자 나는 망토를 여미면서 대답했다.
“이쪽이다.”
덤블도어는 씩씩한 걸음으로 텅 빈 여관과 몇 채의 집들을 지나갔다. 근처의 교회의 시계를 보니, 거의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
“말해 보렴, 해리.”
덤블도어가 말을 꺼냈다.
“그동안 네 상처가 아팠던 적이 전혀 없었니?”
해리는 한 손을 들어 이마로 가져가 번갯불 모양의 흉터를 쓰다듬었다.
“아니요. 저도 그게 이상해요. 이제 볼드모트가 다시 강해졌으니, 계속해서 상처가 화끈거릴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덤블도어는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오히려 그와 정반대로 생각했단다. 볼드모트경이 마침내 그동안 네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생각들과 감정들을 감지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야. 그는 이제 너를 막는 오클러먼시를 쓰고 있는 듯하구나.”
“전 아무 불만 없어요.”
해리가 말했다. 모퉁이를 돌아서 공중전화 박스와 버스 정류장을 지났다.
“교수님?”
“왜 그러냐, 해리?”
“여기서 뭘 하실 건가요?”
“아 그래, 너희에게 아직 말하지 않았지. 도대체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이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또다시 교수님 한 분이 부족하게 되었구나. 우리가 여기 온 것은, 내 옛날 동료에게 은퇴 생활을 그만두고 호그와트로 돌아와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란다.”
“그런데 저와 로라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오, 나는 너희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덤블도어가 모호하게 말했다.
“왼쪽이다.”
집들이 줄지어 서 있는 좁고 비탈진 길을 계속해서 올라갔다. 창문들은 모두 불이 꺼져 있어 캄캄했다.
“교수님, 그렇다면 왜 교수님의 옛 동료 분 댁으로 곧장 순간이동을 하지 않으신 거죠?”
“왜냐하면 그것은 현관문을 발로 걷어차 쓰러뜨리는 것만큼이나 무례한 짓이거든.”
덤블도어가 설명했다.
“동료 마법사에게 누가 집 안에 들어오는 걸 거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예의란다. 게다가 대부분의 마법사들 집에는 청하지 않은 순간이동자들을 막기 위해 마법의 보호막이 설치되어 있지. 예를 들면 호그와트에서는...”
“건물 안에서나 운동장 어디에서도 순간이동을 할 수 없지요.”
해리가 재빨리 말을 이었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말해 주었어요.”
“헤르미온느의 말이 맞단다. 여기서 다시 왼쪽 길로 돌거라.”
등 뒤로 자정을 알리는 교회의 시계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수님, <예언자일보>에서 퍼지가 물러났다는 기사를 읽었는데요...”
“그렇단다.”
덤블도어는 이제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너도 이미 기사를 읽었겠지만, 오러 사무국의 국장이었던 루퍼스 스크림저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단다.”
“그분은... 그분은 괜찮은 사람인가요?”
해리가 물었다.
“그거 참 흥미로운 질문이구나.”
덤블도어가 대답했다.
“분명히 아주 능력 있는 사람이다. 코넬리우스보다는 더 단호하고 강한 성품을 가지고 있지.”
“그래요, 하지만 제 말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단다. 루퍼스는 행동하는 사람이야. 오러로 근무하는 동안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어둠의 마법사들과 싸우며 지냈지. 볼드모트경을 우습게 여기지도 않는단다.”
“그리고... 교수님... 본즈 부인에 대한 기사도 보았어요.”
“그래.”
덤블도어가 조용히 말했다.
“엄청난 손실이야. 위대한 마녀였는데. 바로 이 길인 것 같군. 아이쿠!”
덤블도어가 부상당한 손으로 길을 가리켰다. 그의 손은 시커멓게 변해 오그라들었다. 마치 그의 살이 불에 데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덤블도어의 손이 저렇게 된 거지?
“교수님, 도대체 무슨 일이...”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단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지. 그러니 제대로 말해 주고 싶구나.”
덤블도어는 나와 해리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교수님, 그리고 부엉이 편으로 마법부의 전단지를 받았어요. 죽음을 먹는 자들에 대한 안전 조치에 관한 것이에요.”
“그래, 나도 받았단다.”
덤블도어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도움이 될 것 같더냐?”
“별로요.”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예를 들어서, 너도 내가 가짜가 아니라 진짜 덤블도어 교수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잼이 뭔지 물어보지 않았잖니.”
“그러네요...”
“하지만 교수님, 진짜 죽음을 먹는 자가 위장했다면 이미 그 사실정도는 전부 조사를 끝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말도 맞구나, 로라. 참고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잼은 라즈베리 잼이란다.”
“그런데 전단지에 보면 인페리우스들이라는 말이 적혀 있던데, 그게 정확히 뭔가요?”
“그건 시체야.”
“시체?”
내가 질색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법에 걸려 어둠의 마법사의 명령을 따라는 시체들.”
“하지만 볼드모트가 힘을 잃은 뒤로는 오랫동안 인페리우스들이 목격되지 않았단다. 그자는 시체들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지. 여기가 바로 그곳이란다, 바로 여기야...”
정원 한가운데 서 있는 아담하고 깨끗한 석조 주택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대문 앞에 이르러 덤블도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해리는 계속 걷다가 덤블도어에게 부딪히고 말았다).
“오, 이런.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정성스럽게 가꾸어 놓은 현관 앞길을 쭉 살펴보았다. 현관문이 떨어져 나가 경첩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덤블도어가 거리를 쭉 둘러보았다. 완전히 인적이 끊긴 것 같았다.
“지팡이를 꺼내 들고 내 뒤를 따라오거라, 해리, 로라.”
덤블도어가 조용히 말했다. 그는 대문을 열더니 날쌔고 조용하게 정원 사이로 난 길을 걸어갔다. 해리와 나는 그의 뒤를 바싹 따라갔다. 덤블도어는 지팡이를 치켜들고 만반의 태세를 갖춘 채, 천천히 현관문을 밀어 열었다.
“루모스.”
덤블도어의 지팡이 끝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좁은 현관 복도를 비추었다. 왼쪽으로 또 다른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덤블도어는 빛을 내는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고 응접실로 들어갔다.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린 방 안이 눈에 들어왔다. 산산조각이 난 괘종시계가 발밑에 놓여 있었는데, 시계 판에는 금기 가 있었고 시계추는 마치 떨어진 칼처럼 저만큼 떨어진 곳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쓰러진 피아노의 건반들이 마루 위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 근처에는 천장에서 떨어진 샹들리에의 부서진 파편들이 반짝거렸다. 옆구리의 찢어진 틈새 사이로 깃털이 다 빠져나와 납작해진 방석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유리잔과 도자기의 부서진 조각들이 가루처럼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다. 덤블도어가 지팡이를 좀 더 높이 치켜들자, 불빛이 벽 위를 비추었다. 뭔가 검붉고 끈끈한 것이 벽지에 튄 자국이 보였다. 해리가 헉하고 조그맣게 숨을 들이쉬었다.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구나.”
덤블도어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뭔가 아주 끔찍한 일이 여기서 벌어졌던 모양이야.”
덤블도어는 방 한가운데로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가면서, 발밑에 흩어져 있는 잔해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시체의 흔적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싸움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그들이 그를 끌고 갔을까요, 교수님?”
해리는 덤블도어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내 생각은 다르구나.”
덤블도어는 나지막이 말하면서, 한쪽 옆으로 쓰러져 있는, 빵빵하게 부푼 안락의자 뒤를 살짝 넘겨다보았다.
“그렇다면 교수님은 그분이...”
“아직도 여기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 하냐고? 그래.”
그 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덤블도어는 몸을 숙여 안락의자에 덤벼들더니, 지나치게 빵빵해 보이는 안락의자의 좌석을 지팡이 끝으로 쿡쿡 찔렀다. 그러자 비명 소리가 났다.
“아이쿠!”
“좋은 저녁일세, 호레이스.”
덤블도어가 다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방금 전까지 안락의자가 놓여 있던 그곳에, 엄청나게 뚱뚱하고 머리가 벗겨진 노인이 웅크리고 앉아서 축 처진 배를 살살 문지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원망스럽게 덤블도어를 째려보고 있었다.
“지팡이로 그렇게 세게 찌를 필요는 없었잖아.”
노인은 버둥버둥 힘들게 몸을 일으키며 투덜거렸다.
“아프단 말일세.”
반들거리는 그의 정수리와 툭 튀어나온 두 눈, 해마처럼 생긴 거대한 은빛 콧수염, 그리고 라일락 색깔의 비단 잠옷 위에 걸친 밤색 벨벳 윗도리에서는 반짝반짝 윤을 낸 단추가 지팡이 불빛을 받아 눈부시게 번쩍거렸다. 그의 키는 머리끝이 덤블도어의 턱에 닿을까 말까 한 정도였다.
“어쩌다 들통이 났지?”
그는 비틀비틀 일어서서 여전히 아랫배를 살살 문지르며 툴툴거렸다. 안락의자 행세를 하다가 방금 들통이 난 사람치고는 아주 뻔뻔해 보였다.
“친애하는 호레이스.”
덤블도어가 몹시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죽음을 먹는 자들이 정말로 찾아왔었다면, 어둠의 표식이 집 위에 드리워져 있었을 걸세.”
그 말을 들은 마법사는 포동포동한 손바닥으로 자신의 넓은 이마를 탁 쳤다.
“어둠의 표식...”
그가 중얼거렸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맞아. 어쨌든 그럴 시간이 없었네. 자네가 막 방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간신히 가구들에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던 참이었거든.”
그가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자 수염의 끝자락이 펄럭거렸다.
“내가 청소하는 걸 좀 도와줘도 되겠나?”
덤블도어가 공손하게 말했다.
“부탁하네.”
상대방이 대답했다. 훌쭉한 키다리 마법사와 키 작은 뚱뚱이 마법사,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맞대고 서더니, 각자 똑같이 청소하는 동작을 따라서 지팡이를 흔들었다. 그러자 가구들이 각자 원래 있던 자리로 슝하고 날아갔다. 부서진 장식품들은 허공에서 다시 맞붙었고, 깃털들은 방석 속으로 날아 들어갔다. 찢어진 책들도 저절로 고쳐져서 선반 위에 놓였다. 등잔은 보조 탁자위로 둥둥 떠가더니 다시 불을 밝혔다. 산산이 부서진 은제 사진틀의 조각들도 반짝반짝 빛을 내며 방 안 여기저기서 날아오르더니, 멀쩡하게 윤이 나는 모습으로 책상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여기저기에 널려 있던 찢어진 것, 갈라진 것, 구멍 뚫린 것들이 모두 원상복구가 되었고, 벽도 저절로 깨끗하게 닦였다.
“그런데 저건 도대체 무슨 피인가?”
덤블도어가 다시 고쳐진 괘종시계의 요란한 종소리보다 더 큰 소리로 물었다.
“벽에 묻은 것 말인가? 용일세.”
호레이스라고 하는 마법사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샹들리에가 천장으로 다시 가서 박히며 삐걱삐걱 딸랑딸랑 하고 귀를 멀게 할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피아노가 쿵 하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비로소 방 안이 고요해졌다.
“그래, 용이야.”
마법사가 되풀이해서 말했다.
“마지막으로 닥 한 병이 남았지. 지금은 그 가격이 하늘을 찌를 듯 높다네. 아직도 다시 쓸 수 있을 거야.”
호레이스는 찬장 꼭대기에 놓인 작은 크리스털 병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더니, 병을 높이 쳐들고 안에 든 진득한 액체를 불빛에 비추어 보았다.
“흠, 약간 더러워졌군.”
그는 병을 다시 찬장 선반 위에 올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때 그의 시선이 해리에게 미쳤다. 그의 커다랗고 둥근 눈이 해리의 이마와 이마에 난 번갯불 모양의 흉터로 향했다.
“오호!”
“이쪽은...”
덤블도어가 소개를 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해리 포터와 로라 에반스라네. 해리, 로라, 이쪽은 내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호레이스 슬러그혼이란다.”
슬러그혼이 덤블도어를 향해 휙 돌아서며 예리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이게 자네가 날 설득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란 말인가/ 그래? 그렇다면 대답은 ‘안 돼’일세, 알버스.”
그는 마치 유혹을 이기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단호하게 얼굴을 돌린 채 해리를 밀치며 지나갔다.
“그래도 술 한 잔 정도는 함께 할 수 있지 않겠나?”
덤블도어가 물었다.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그럼 좋아. 딱 한 잔일세.”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해리를 방금 전에 슬러그혼이 변신했던 것과 다를 바 없는 의자 하나에 밀어넣었다. 그 의자는 다시 활활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와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등잔 바로 옆에 놓여 있었다. 나는 조금 어두운 곳에 앉았다. 한동안 유리병과 유리잔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던 슬러그혼이 다시 방 안을 향해 돌아섰을 때, 그의 시선은 곧장 해리를 향했다.
“흠.”
그는 혹시 눈이라도 찔릴까 봐 두려워하듯이 재빨리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여기 있네.”
그는 주인이 앉으란 말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자리에 앉아 있는 덤블도어에게 마실 것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해리에게 쟁반을 휙 안기더니, 말끔하게 수선된 소파의 방석 위로 무너지듯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뿌루퉁하게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그의 다리는 너무 짧아서 바닥에 닿지도 않았다.
“그래, 어떻게 지냈나, 호레이스?”
덤블도어가 물었다.
“별로 좋지 않아.”
슬러그혼이 대뜸 말했다.
“심장도 약하고 숨도 가쁜 데다가 관절염까지 있다네. 옛날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뭐, 예상했던 일이지. 나이도 들고 지쳤으니.”
“하지만 자네는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우리를 그토록 기민하게 몸을 움직여 맞이하지 않았나. 기껏해야 3분 전쯤에나 알았을 텐데 말이야.”
덤블도어가 말했다. 슬러그혼이 반쯤은 화가 나고 반쯤은 자랑스러운 어조로 덤블도어에게 말했다.
“2분이라네. 한창 목욕을 하는 중이라서 나의 침입자 마법이 작동되는 소리를 못 들었거든. 그래도...”
그는 다시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이 닥딱한 어조로 덧붙였다.
“내가 늙은이란 사실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네, 알버스. 마침내 조용한 인생과 얼마 되지 안 되는 위안거리에 대한 권리를 얻은 지친 노인네 말일세.”
“호레이스, 자네는 아직 나만큼 늙지 않았어.”
“글쎄, 어쩌면 자네도 은퇴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할 걸세.”
슬러그혼이 투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그때 연한 구스베리 색깔을 띤 그의 눈이 덤블도어의 부상 입은 손을 발견했다.
“자네의 재생력이 옛날 같지 않군.”
“자네 말이 맞아.‘
덤블도어가 평온한 어조로 말을 할 때, 팔을 움직이며 옷소매 안쪽으로 불에 데어 검게 변한 손가락 끝이 드러났다.
“난 분명히 예전보다 느리다네. 하지만 반면에...”
그는 마치 나이가 들면 그만큼 얻는 것도 있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양손을 활짝 폈다. 부상을 입지 않은 덤블도어의 손에서 반지가 끼어져 있었다. 금 같은 것으로 볼품없이 만들어진 커다란 반지였는데, 한가운데엔 금이 간 묵직한 검은 돌이 박혀있었다.
“호레이스, 침입자들에 대한 이 모든 경계들은... 죽음을 먹는 자들 때문인가 아니면 나 때문인가?”
덤블도어가 물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나같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엾은 늙은이에게 무슨 볼일이 있단 말인가?”
슬러그혼이 반문했다.
“그자들이 자네의 그 놀라운 재능들을 강압과 고문과 살인에 이용하려고 들지도 모르지.”
덤블도어가 말했다.
“그자들이 아직까지 자네를 데려가려고 한 적이 없다고, 자네 입으로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겠나?”
슬러그혼이 잠깐 동안 서글픈 눈빛으로 덤블도어를 바라보면서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럴 기회가 없었을 거야. 지난 1년 동안 나는 계속해서 이사를 다녔지. 한곳에서 일주일 이상 머문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이 머글 집에서 또 다른 머글 집으로 옮겨 다녔지. 이 집의 주인은 지금 카나리아 제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네. 이 집은 아주 쉬운 일이라네. 머글들이 스니코스코프 대신 사용하는 이 괴상한 도난 경보기란 물건에다가 간단한 동작정지 마법만 걸면 되거든. 그리고 피아노를 들여오는 것만 이웃들 눈에 안 뜨이게 조심하면 돼.”
“천재적이군.”
덤블도어가 말했다.
“하지만 조용한 인생을 찾고 있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엾은 늙은이가 감당하기엔 다소 피곤한 생존 방법인 듯하구먼. 그러니까 만약 자네가 호그와트로 돌아오게 된다면...”
“만약 자네가 그 말썽 많은 학교에서 내 인생이 훨씬 평화로울 거라고 말할 작정이라면, 굳이 입 아프게 떠들 거 없네, 알버스! 비록 숨어서 지내기는 하지만, 돌로레스 엄브릿지가 학교를 떠난 이후레 이런저런 이상한 소문들이 내 귀에까지 들려왔다네! 자네가 요즘 교수들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그렇다면...”
“엄브릿지 교수는 켄타우로스 무리들과 충돌을 빚었다네.”
덤블도어가 설명했다.
“호레이스, 자네 같으면 괜히 숲 속을 활보하다가 성난 켄타우로스 무리들을 ‘더러운 잡종들’이라고 부르는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멍청한 여자 같으니라고. 정말 좋아할 수가 없는 여자라니까.”
해리가 키득키득 웃음 소리를 내자, 우리는 동시에 그를 돌아보았다.
“죄송합니다.”
해리가 황급히 사과했다.
“그냥... 저도 그 교수님을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이때 덤블도어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 그만 가려고?”
슬러그혼은 그러기 바라는 표정으로 즉시 물었다.
“아닐세. 자네 화장실을 좀 쓸까 하는데.”
덤블도어가 말했다.
“오!”
슬러그혼은 몹시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현관 복도를 따라가서, 왼쪽에서 두 번째 문이라네.”
“그럼 저도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잠시 정원에 가 있을게요. 순간이동 후유증이 뒤늦게 나타난 것 같아서 말이죠.”
덤블도어와 함께 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현관문을 나갔다. 아까 전의 덤블도어가 끼고 있는 반지는 분명히.... 그 반지였어.
정원을 바라보고 있을 때 현관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나오는 건가. 곧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좋아, 좋다고. 그 일을 하겠네!”
“은퇴 생활은 그만두겠다는 건가?”
“그래, 그렇다니까. 내가 정신이 나갔지. 하지만 그렇게 하겠네.”
“잘됐어. 그럼 호레이스, 9월 1일에 다시 보기로 하세.”
“그래, 그렇게 함세.”
슬러그혼이 툴툴거렷다. 그리고 다시 두 사람이 정원의 오솔길로 내려왔을 때, 슬러그혼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덤블도어, 월급 올려 줘야 해!”
덤블도어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등 뒤에서 대문이 쾅 닫혔고, 우리는 어둠과 소용돌이치는 안개를 뚫고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잘했다, 해리.”
덤블도어가 입을 열었다.
“전 아무것도 안 했어요.”
해리가 깜짝 놀랐다.
“오, 아니다. 네가 한 거야. 넌 호레이스에게 호그와트로 다시 돌아가면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일러 주었어. 그래, 그가 마음에 드니?‘
“어...”
덤블도어는 자기가 던진 질문에 대해서 뭔가 대답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 주려는 듯,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호레이스는 편안한 것을 좋아한단다. 게다가 유명인이나 성공한 사람, 세력가와 친구로 지내고 싶어 하지. 호레이스는 자신이 이런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걸 즐긴단다. 절대로 자기가 왕좌에 직접 오르기를 원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야. 대신 뒷자리에 앉는 걸 더 좋아하지. 그래야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잇으니까. 그 친구는 호그와트에서 자기가 총애하는 제자들을 그때그때마다 선정했단다. 어떤 때는 야심을 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머리를 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매력이나 재능을 보기도 했어. 그에게는 장차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될 인재들을 골라내는 참으로 비상한 재주가 있었거든. 그렇게 해서 호레이스는 자기를 중심으로 일종의 총애하는 제자 모임 같은 것을, 로라라면 그게 무엇인지 알겠지만, 만들었지. 서로 소개도 해 주고, 그리고는 항상 그 대가로 뭔가를 얻어 냈지. 그가 제일 좋아하는 파인애플 설탕 절임 한 상자라든가, 도깨비 연락 사무소의 차기 하급 직원을 추천할 수 있는 기회라든가 하는 것을 말이다.”
덤블도어의 말에 아빌과 어머니가 들어갔던 모임에 대해서 생각이 났다. 분명히... 민달팽이 클럽이었던가?
“내가 이런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는 것은..”
덤블도어가 말을 이었다.
“호레이스, 아니, 이제부터는 당연히 슬러그혼 교수라고 불러야겠구나. 그분에게 반감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라, 항상 조심을 하라는 거다. 슬러그혼 교수는 틀림없이 너희를 끌어들이려고 할 거야. 해리, 그가 끌어들인 제자들 중에 너는 가장 귀중한 보석이 될 테니까. 너는 살아남은 아이 혹은 사람들이 요즘 부르는 대로 선택받은 자니까 말이다. 그리고 로라에게는 피브렐 가문이라는 배경이 있고 호그와트에서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지위가 생길 테니까 말이지.”
대체 무슨 꿍꿍이지? 덤블도어를 바라보았다. 내 배경이라면... 역시 피브렐 가문인가. 쉽게 이용하게 만들어 주지 않겠지만 말이지.
이전에 지나쳤던 교회 앞에 이르자, 덤블도어가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됐어, 해리, 내 팔을 잡아라. 버로우로 갈 거란다.”
해리가 단단히 자세를 취하고 순간이동을 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덤블도어와 내가 순간이동을 했다.
우리는 어느 변두리 골목에 서 있었다. 버로우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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