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머리칼이 된-오터리 성 캐치폴에 사는 빨간 머리 머글 소년, 바니 위즐리가 된-해리와 론, 프레드와 조지는 과수원의 거대한 흰색 천막 밖에서 서서 결혼식 손님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정해진 자리로 인도하기 위해 좌석 배치표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하얀색 망토를 입은 웨이터들과 금색 재킷을 입은 밴드는 이미 한 시간 전에 미리 도착했다. 천막 입구를 통해서 부서지기 쉬운 금빛 의자들이 긴 보라색 카펫의 양쪽에 줄지어 놓여 있었다. 하얀 꽃과 금색 꽃이 천막 지지대를 휘감고 있었다. 프레드와 조지는 빌과 플뢰르가 곧 남편과 아내가 될 자리 바로 위에 엄청난 수의 금색 풍선을 매달아 놓았다. 

마당 울타리 근처에서 밝은색으로 차려 입은 사람들이 어디선가 한 명씩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더니 불과 몇 분 만에 하나의 행렬을 이루어, 정원을 지나 천막 쪽으로 꿈틀거리며 다가왔다. 마녀들의 모자 위에는 이국적인 꽃송이와 마법이 걸린 새들이 팔락거렸고, 많은 마법사들의 넥타이에서는 값비싼 보석이 번쩍거렸다. 


"잘 잤니?"


그런 모습을 창문을 통해서 구경하고 있을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록색의 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윤기가 흐르는 금발을 올려서 흰 목덜미를 드러낸 아리애나가 방 안으로 들어와서는 인사를 건넸다. 상처가 난 어깨 부분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었지만 움직임에는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불사조의 눈물은 효력이 정말 대단하더구나."

"모두... 여기 있나요?"

"너랑 같이 온 남자 두 명이라면 이미 밑의 결혼식에 참석한 것 같구나."

"헤르미온느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멀쩡해. 매드아이는 죽었지만."


아리애나의 말에 침묵을 했다.


"자, 너도 결혼식에 참석을 해야지?"


아리애나의 새로운 화제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맞다, 루핀과 통스가 결혼을 했다더구나."

"그거 축하할 일이네요."


약하게 기침을 하고는 핸드백에서 드레스와 구두, 악세사리를 꺼내 들었다. 피부를 대부분 가려버리는 긴 팔의 연한 노란색과 백색의 그라데이션을 이루는 드레스를 입고는 거기에 맞춘 흰색의 굽 높은 구두를 신었다. 그리고 금발의 전부 올려서 백합 머리핀으로 고정하고 하얀 리본을 그 아래에 묶어서 그 끈을 목 뒤에 늘어뜨렸다. 마지막으로 화장을 하고 눈동자는 오드아이가 아니라 금안으로 맞췄다. 지팡이를 노란 핸드백 속에 집어넣고는 지니의 방에서 나왔다.

나풀거리는 라일락 색깔의 드레스를 입고 거기에 맞춰 굽 높은 구두를 신은, 매끄럽고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한 헤르미온느가 론과 해리에게 다가왔다. 


"와, 정말 멋진데!!"


론이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언제나 아주 놀린 듯한 말투로구나."


헤르미온느가 핀잔을 주었다. 그래도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어렸다.


"하지만 너희 뮤리엘 할머님은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시던걸. 방금 전에 할머니께서 플뢰르에게 왕관을 주실 때 위층에서 뵀거든. 그분은 '오, 얘야, 이 아이는 머글 태생이냐?' 하시더니, '자세도 영 안 좋고 발목도 앙상하구나' 하시던데."

"기분 나빠 하지 마. 할머니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구셔."


론이 변명했다.


"뮤리엘 할머니 말이지?"


프레드와 함께 천막에서 나오던 조지가 물었다.


"정말이야. 늙은 박쥐 같은 할멍구. 빌리우스 삼촌이 아직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을까. 삼촌은 결혼식 분위기를 제대로 띄워주셨는데."

"그분이 혹시 죽음의 개를 보고서 2시간 후에 돌아가신 그분이야?"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래, 맞아. 말년이 되면서 좀 이상해지셨지."


조지가 수긍했다.


"하지만 머리가 좀 이상해지시기 전에는 파티의 주인공이고 왕이셨어."


프레드가 말했다. 


"파이어위스키를 병째로 들이켜고 댄스 플로어로 뛰어올라서는, 망토를 치켜들고 삼촌의 거기서 꽃다발을 꺼냈..."

"그래, 아주 대단한 매력남이셨던 것 같네."


헤르미온느가 재빨리 프레드의 말을 끊었다. 해리는 큰 소리로 웃어댔다.


"무슨 까닭인지, 결혼은 한 번도 안 하셨지."


론이 말했다. 


"참 놀랍기도 하겠다."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다들 하도 정신없이 웃어 대느라, 뒤늦게 도착한 손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흠흠."


보라색 장미로 꾸며진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마라안느가 그들의 대화를 헛기침으로 끊어버렸다. 그리고 론에게 커다란 매부리코에 짙고 까만 눈썹을 지닌 검은 머리의 젊은이, 빅터가 자신의 초대장을 내밀며 헤르미온느에게 눈길을 고정한 채 말했다.


"아주 근사해 보인다."

"빅터!"


헤르미온느가 꺅 소리를 지르면서 구슬 장식이 달린 작은 핸드백을 떨어뜨렸다. 그 핸드백은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쿵 하고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 핸드백을 주우려고 허둥대는 헤르미온느의 손보다 한 발 먼저 그 핸드백을 주운 손길의 주인이 있었다.


"조심해야지, 헤르미온느."


로라가 말을 하자 프레드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핸드백을 헤르미온느에게 주고는 로라가 빅터에게 말을 걸었다.


"세상에, 네가 여기에 오다니....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 잘 지내니?"


론은 귀가 새빨개진 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크룸의 초대장을 훑어보더니, 지나치게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기엔 어쩐 일로 온 거지?"

"플뢰르가 날 초대했다."


크룸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대답했다. 그리고 곧 해리가 그와 반갑게 악수를 하고는 자리를 안내해 주겠다고 나섰다. 

해리가 안으로 들어가자 로라는 눈동자를 굴러서 프레드와 조지, 헤르미온느와 론을 위아래로 스캔하듯이 쳐다보았다. 모두들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고맙다, 로라."


조지가 나에게 말을 했다.


"무슨 소리야?"

"티타니아와 펠릭스 펠리시스 덕분에 큰 부상을 입지 않았어. 왼쪽 귀가 잘라질 뻔 했지만... 불사조의 눈물 덕분에 내 귀는 멀쩡해. 흉터는 남았지만 말이지."


조지가 자신의 양 귀가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나에겐 앞으로 필요 없으니까. 것보다 슬슬 시작할 시간이야, 너희도 들어가야지 않아?"

"맞아. 이제 자리에 앉아야 해."


프레드가 웅얼거리면서 말했다.


"안 그러면 신부에게 밟힐지도 몰라."


사람들이, 특히 벨라 사촌들이 빅터 크룸를 잘 보기 위해서 목을 길게 빼고 있을 때, 우리는 안으로 들어와서는 해리와 함께 뒤쪽인 둘째 줄에 자리를 잡았다. 헤르미온느의 얼굴은 핑크빛으로 상기돼 보였고 론의 귀는 여전히 진홍색이었다.

팽팽한 기대감이 후덥지근한 천막 안을 가득 메웠고, 가끔씩 터져 나오는 흥분한 웃음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을 깨트리곤 하였다. 루핀과 금발인 통스도 보였다. 해그리드도 보였고.... 디고리 가족도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약간 사팔뜨기에, 솜사탕 같은 백발을 어깪지 기르고, 술이 코 앞에서 달랑거리는 모자를 쓴 채, 계란 노란자같이 샛노란 망토를 걸치고 있는 마법사가 삼각형의 눈처럼 생긴 기묘한 상징이 매달린 금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누구야, 저 사람?"


나는 옆에 있는 해리에게 질문을 했다.


"누구?"

"루나의 옆에 앉아 있는 마법사."


머리에 커다란 해바라기 한 송이를 꽂아 포인트를 주고, 샛노란색의 망토를 입고 있는 루나의 옆에 있는 마법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씨야. 루나의 아버지지."

"제노필리우스.... 러브굿...."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그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은 할 수 없는 거야?"

"시끄러워."


내가 말하자 옆에 있던 프레드가 분통을 터트리듯이 말하자, 콧방귀를 뀌고 내가 말했다. 이제 와서 너랑 내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위즐리 부부가 미소 띤 얼굴로 친척들에게 손을 흔들며 통로를 따라 입장했다. 위즐리 부인은 새로 장만한 자수정 빛의 정장을 입고 그에 어울리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잠시 후에 빌과 찰리가 천막 앞쪽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 저장 차림이었고, 단추구멍에 커다란 흰 장미를 달고 있었다. 조지가 휘파람을 불자, 벨라 사촌들 쪽에서 키득거리는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윽고 금색 풍선처럼 보이는 것으로부터 음악이 울려 퍼지자 군중은 조용해졌다.


"우와!"


헤르미온느가 입구 쪽을 보기 위해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며 환호했다.

델라쿠르씨와 플뢰르가 통로를 타라 입장하자(플뢰르는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오고 있었고, 델라쿠르씨는 환하게 웃으며 통통 튀어 오는 듯했다), 모여 앉은 마녀들과 마법사들로부터 일제히 커다란 탄성이 흘러나왔다. 단순한 웨딩 드레스를 입은 플뢰르는 눈부신 은빛 광채를 마구 뿜어 대는 듯했다. 한편 지니와 가브리엘은 모두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평소보다 훨씬 예뻐 보였다. 플뢰르가 빌이 서 있는 곳에 도착하자 빌은 언제 펜리 그레이백을 만난 적이라도 있었느냐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마치 노래라도 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회자가 빌과 플뢰르의 앞에 섰다.


"역시, 내 티아라가 모든 걸 한결 돋보이게 하는구나."


깃털 달린 핑크색 모자를 쓴 성질 못된 홍학 같이 보이는 마녀, 뮤리엘이 남들 귀에 충분히 들릴 만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지만 지네브라의 드레스는 너무 깊게 파였다고밖에...."


지니는 시선을 돌려서 방긋 웃으며 해리에게 윙크를 하더니 다시 앞쪽을 바라보았다. 제일 앞줄에서 위즐리 부인과 델라쿠르 부인은 레이스 조각으로 입을 가린 채,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천막 뒤편에서 팽 하고 들려오는 트럼펫 비슷한 소리에 모두 해그리드가 식탁보만한 손수건을 끄집어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로써 두 사람이 평생토록 결합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사회자인 마법사가 지팡이를 빌과 플뢰르의 머리 위로 높이 휘두르자 수많은 은별이 두 사람 위로 쏟아져 내렸고, 이제 꼭 껴안은 두 사람 주위를 소용돌이쳤다. 프레드와 조지가 박수갈채를 이끌자, 머리 위의 금빛 풍선들이 일제히 터졌다. 그리고 풍선에서 낙원의 새 떼와 작은 황금 종들이 쏟아져 나와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소란한 결혼식장에 노랫소리와 종소리를 더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사회자 마법사가 외쳤다.


"부디 자리에서 일어서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뮤리엘은 주위에 다 들리도록 툴툴거렸다. 진행자가 지팡이를 다시 휘젓자 캔버스 천으로 된 천막의 벽이 사라지고, 하객들이 앉아 있던 의자들이 허공으로 우아하게 떠올랐다. 순식간에 살마들은 햇볕이 내리쬐는 과수원과 주위를 둘러싼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한 채, 금빛 기둥으로 받쳐진 차양 아래 서 있었다. 곧이어 천막의 중앙에서부터 황금 웅덩이가 넓게 퍼지더니 반짝거리는 댄스 플로어를 만들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모든 테이블들이 그 주위로 우아하게 내려앉았고, 둥둥 떠다니는 의자들도 하얀 천을 씌운 작은 테이블 둘레로 모여들었다. 이윽고 황금색 재킷을 입은 밴드가 단상을 향해 무리 지어 등장했다.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군."


론이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사방에서 웨이터들이 뿅뿅 튀어나왔다. 어떤 이는 호박 주스와 버터 맥주, 파이어위스키가 담긴 은 쟁반을 나르고 있었고, 또 다른 이는 파이와 샌드위치 더미를 든 채, 기우뚱거리며 돌아다녔다.


"우리도 가서 축하해 줘야 하는데!"


헤르미온느가 까치발을 하고 선 채, 축복을 빌어 주는 군중들에게 둘러싸여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빌과 플뢰르 쪽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했다.


"나중에 시간이 있을 거야."


론이 지나가는 쟁반에서 버터 맥주 네 잔을 낚아채더니, 나와 해리에게 한 잔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에게 건네주었다.


"헤르미온느, 자 받아, 테이블을 잡자.... 거긴 안 돼! 뮤리엘 할머니 옆에는 절대로...."


뮤리엘 할머니를 피해서, 크룸을 경계한 채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텅 빈 댄스 플로어를 가로질러 앞장 서가는 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결국 우리는 천막의 반대편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테이블 대부분이 꽉 차 있었다. 가장 한산한 테이블은 루나 혼자 앉아 있었다.


"같이 앉아도 될까?"


론이 물었다.


"오, 그럼."


루나가 기쁘게 말했다. 


"아빠는 방금 전에 빌과 플뢰르에게 우리가 가져온 선물을 주러 가셨어."

"선물이 뭔데? 거디루트 평생 제공권?"


론이 물었다. 그리고 나는 론의 옆구리를 꾹 꼬집었다. 


"그런 실례되는 소리는 하는 것이 아니야!"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빌과 플뢰르가 먼저 댄스 플로어에 오르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잠시 후 위즐리씨가 델리쿠르 부인을 무대로 이끌었고, 위즐리 부인과 델라쿠르씨가 뒤를 이었다.


"나, 이 노래 좋아해."


루나가 왈츠풍의 곡조에 박자를 맞춰 몸을 흔들흔들하며 말했다. 그러더니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댄스 플로어를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루나는 혼자 구석에 떨어져서 눈을 꼭 감은 채, 팔을 휘두르며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쟤 대단하다, 안 그래? 항상 저렇다니까."


론이 존경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빅터가 루나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 순간 론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가셨다. 헤르미온느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 되었다.

빅터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


"저기 노란 옷을 입은 남자는 누구지?"

"저분은 제노필리우스 러브굿이야. 우리 친구의 아버님이셔."


론이 말했다.


"자, 춤추러 가자."


론은 불쑥 헤르미온느에게 청했다. 헤르미온느는 몹시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동시에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댄스 플로어 위에 점점 늘어나는 군중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저 두 사람 요즘 사귀냐?"


크룸이 순간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


"어... 말하자면-"

"응, 서로에게 마음이 있지."


해리의 말을 자르면서 내가 말했다.


"너흰 누구냐?"


빅터가 물었다.


"난 로라 에반스야, 빅터. 머리색깔이 이런 것은 마법을 실패했던 걸로 치자."

"로라? 아.... 오, 붉은 머리칼이 아니라서 못 알아 봤다."

"응,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이쪽은 바니 위즐리. 위즐리 쪽의 친척 중 한 명이야."


해리와 빅터는 악수를 했다.


"저 러브굿이란 사람 잘 아나?"

"아니, 오늘 처음 만났어. 왜?"


빅터는 댄스 플로어 반대편에서 몇몇 마법사와 수다를 떨고 있는 제노필리우스를 술잔 너머로 노려보았다.


"왜냐하면 플뢰르의 하객만 아니라면, 지금 당장 저자와 결투를 할 테니까. 저런 더러운 상징을 가슴에 달고 있다니."

"상징? 왜 저게 어때서?"

"역시...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었네."

"저게 뭔데?"

"저 문양은 지금은 피브렐 가문의 문양이지만.... 한때는 그린델왈드의 상징이였어."

"그린델왈드.... 덤블도어가 무찌른 어둠의 마법사 말이야?"

"그렇다."


빅터는 마치 무언가 씹기라도 하는 듯이 씰룩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린델왈드는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내 할아버지도. 물론 그는 이 나라에서는 절대로 강력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가 덤블도어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덤블도어가 그자를 끝장낸 걸 보면 맞는 말이지만. 하지만 저건...."


빅터는 제노필리우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건 그의 상징이다. 난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린델왈드가 학생일 때, 저 상징을 덤스트랭의 벽에 새겨 놓았다. 몇몇 얼간이들이 책이며 옷에 그 상징을 베껴 넣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멋지게 보이려고. 그린델왈드에게 가족을 잃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제대로 손을 봐 주기 전까지는."


빅터는 위협을 하듯이 손가락 관절을 우두둑 꺾으며 제노필리우스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저건 그린델왈드의 상징이기 보다는 죽음의 성물의 상징이라고 말하는 편이 낫지."

"죽음의 성물?"

"너무 화를 내지 마, 빅터."


해리가 묻는 말에 내가 무시를 하며서 빅터에게 말을 걸었다. 


"러브굿 집안 사람들이.... 좀 특이하거든."

"그래. 어디선가 아무 생각 없이 저 상징을 골랐을 수도 있어. 크림플 혼드 스놀캑스의 머리 단면도나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뭐의 단면도라고?"

"실은, 나도 그게 뭔지 몰라. 하지만 분명히 저 아저씨는 딸과 함께 그것을 찾으러 휴가 여행을 떠날 작정이야. 쟤가 딸이야."


마치 작은 날벌레들을 쫓아내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머리 주위로 팔을 마구 휘저으며 여전히 혼자 춤을 추고 있는 루나를 가리키며 해리가 말했다.


"쟤는 왜 저러고 있나?"


빅터가 물었다.


"아마도 렉스퍼트(루나의 설명에 따르면 귀로 들어가서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 생물)를 없애려나 보지."


단번에 증상을 알아본 해리와 나. 하지만 빅터는 해리의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대신 그는 망토 속에서 지팡이를 꺼내더니 자신의 허벅지를 위협적으로 두드렸다. 지팡이 끝에서 파팍 불꽃이 튀었다.


"그레고로비치!"


불현듯 해리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나와 빅터는 화들짝 놀랐다. 


"그 사람이 뭘?"


의심스러운 듯 빅터가 물었다.


"그는 지팡이 제작자였어!"

"나도 안다."


빅터가 말했다.


"그 사람이 네 지팡이를 만들었지! 그래서 내가 퀴디치를 떠올렸던 거야...."


빅터는 점점 더 의심스러운 눈치였다.


"네가 어떻게 아는가? 그레고로비치가 내 지팡이를 만들었다는 걸?"

"아마도 네 팬클럽 잡지에서 읽었을 걸. 바니도 퀴디치를 아주 좋아하거든."


내가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그러자 빅터의 의심이 한결 누그러진 듯했다.


"팬들에게 내 지팡이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는지 나도 몰랐다."


빅터가 말했다.


"어... 그런데... 요즘 그레고리비치는 어디에 있니?"


빅터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사람은 몇 년 전에 은퇴했다. 나늑 그레고로비치의 지팡이를 산 마지막 손님이었다. 그레고로비치의 지팡이는 정말 최고다. 물론 나도 안다. 너희 영국인은 올리밴더를 훨씬 더 쳐준다는 거."

"그치만 올리밴더씨는 현지 그 사람에게 납치당해서 행방을 알 수 없는 걸."


그리고 대화가 끊어지면서 춤추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 여자애 아주 예쁘다."


빅터는 방금 루나와 합세한 지니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저 애도 네 친척인가?"

"그래."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저 앤 만나는 사람이 있어. 질투심이 아주 맣고, 덩치가 어마어마한 놈이야. 넌 그놈이랑 안 마주치는 게 좋을 거야."


빅터가 불평에 찬 신음 소리를 냈다.


"예쁜 여자애들은 죄다 임자가 있으니, 도대체 세계적인 퀴디치 선수가 된들 무슨 소용이 있담?"

"어머, 그럼 나는 안 예쁘다는 거야?"


마리안느가 술잔을 쭉 비우는 빅터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그런 뜻은 아니었다, 마리."


빅터가 황급히 말을 했다.


"정말이지! 이 둔한 남자를 어떻게 해? 아무리 너랑 내가 어릴 때, 만나서 함께 남매처럼 지냈다고 해서 내가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그런 말은 하지 않겠지, 빅터!"

"....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럼, 춤추러 가자! 왜 나에겐 신청을 안 하는 건데! 꼭 내가 먼저 말해야겠니?! 바보!"


마리안느는 빅터의 손에 든 술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불평을 하면서 빅터를 데리고 댄스 플로어로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헤르미온느와 론, 리 조던과 지니가 댄스 플로어 한복판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나랑 해리는 금색 기둥에 기대어서 바라보았다.


"우리 둘만 처량한 신세로구나."

"뭐가?"

"그거야 애인과 헤어진 처량한 신세지."

"나는 너와 다르게-"

"아니, 나랑 같아. 나랑 너, 둘 다 우린 죽을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상대방으로 보낸 거야. 네가 지니랑 헤어진 이유는 그거인 것처럼 나 역시 프레드와 헤어질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거든."

".... 저주 때문에?"

"응."


해리, 너는 정말로 오클러먼시 못 하는구나. 그냥 읽혀진다.


"....오피온이라고 알아?"

"오피온?"

"몸 속에 기생 되는 저주의 일종이야. 내가 현재 걸려 있는 저주지. 뱀에 물리면서 받게 되는 저주야. 티파니가 나에게 걸었고.... 이 저주는 원래 발병이 되기 전에 대부분은 열병으로 죽어.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고 몸 속에 저주를 키우게 되었지. 이 저주는 사랑을 먹으면 자라나. 특별한 감정,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을 먹으면서 성장을 하게 되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심장을 뚫고 꽃을 피워."

"....!!!"

"사랑의 묘약에서 태어난 나에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이렇게나 큰 죄이면서 기적이야...."


로라는 슬픈 눈동자를 하면서 우는 것처럼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하지만 결코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둘은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고 웨딩케이크의 장식으로 올린 두 마리의 모형 불사조가 케이크를 자르는 순간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모습과 샴페인 병이 저 혼자 하객들 사이로 떠돌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춤 추지 않을래, 로라?"


프레드의 제안에 너무 놀라서 머리 속이 새하얗게 되어버렸다. 곧 그는 내 대답도 듣지 않는 채 내 손목을 잡고 잔뜩 굳어진 나를 댄스 플로어를 이끌었다. 끌려가면서 나는 핸드백을 해리에게 맡겼다. 


"자, 기다려! 나는 별로 춤 추고 싶지 않는걸."

"내가 추고 싶은데."

"다른 사람이랑 추면...!"

"자, 어울려 줄 거지?"


장난꾸러기같은 얼굴로 웃는 프레드의 미소에 져버렸다. 그의 손을 잡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고 우리는 주위 사람들처럼 춤을 추기 시작했다. 프레드를 바라보면서 수줍게 미소 짓고 있는 로라를 본 마리안느는 웃었다.


"왜 웃는 거지?"

"역시 여자는 사랑을 하면 예뻐지는 것 같아서...."

"무슨 소리인지..."

"넌 모르는 이야기야."


빅터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리안느는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저녁이 찾아오자, 둥둥 떠 있는 금빛 등잔들로 불을 밝힌 천막 아래로 나방들이 날아들었다. 찰리와 해그리드, 그리고 보라색 펠트 모자를 쓴 마법사는 구석에서 '영웅 오도'를 부르고 있었다. 해리는 머리 위에 좀먹은 터키모자를 쓴, 구름처럼 하얀 머리칼을 가진 테이블에 혼자 앉아있는 늙은 마법사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자 춤을 추는 것을 그만두었다.


"로라?"

"아, 나 그만 출래."


프레드에게 말을 하고는 그가 잡고 있는 손에서 내 손을 빼려고 했지만 프레드는 강하게 내 손을 잡았다.


"프레드? 이거 좀 놓아줄래?"

".... 로라. 오직 나만을 선택해 줄 수 없는 거니?"


애절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른 프레드의 간절한 부탁에 나는 웃었다. 그리고는 빼려고 하는 힘을 풀고는 그의 손을 맞잡았다. 


"나는 널 선택했어, 이미 예전부터....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너를 지키기 위해서 나는 해리를 도울 거야."

"나는 단지 네가 내 옆에 있어주면 좋겠어.... 앞으로도 쭉."

"나도 같은 마음이야..... 하지만 나도 해리처럼 언젠가 살해 당할 거야. 그리니까 그 전이 되기 전이 되기 전에..."


내가 먼저 해치우려고 하는 거다. 


"이해해 줄래, 프레드?"


까치발을 해서 프레드의 입술에 짧은 버드 키스를 했다. 


"로라."

"응?"

"설마 이걸로 만족하라는 것은 아니겠지?"

"하아?"

"찐하게~ 해야하지 않겠어!"


프레드의 눈빛이 싹 달라졌다. 왠지 그 눈동자가 부담스러워서 뒤로 물러나려고 할 때, 프레드가 내 얼굴을 잡고는 그대로 자신의 얼굴을 가깝에 옮기더니.... 입술을 잡아먹을 기세로 입을 맞췄다. 

남의 결혼식장에서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입술은 막혀 있어서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나도 살짝 프레드가 그리웠던 것은 사실이니까.... 눈을 감고는 그의 목에 내 팔을 둘러서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한창 서로에게 열중하고 있을 때, 은빛 나는 커다란 무언가가 천막을 뚫고 댄스 플로어 위로 떨어졌다. 그 은빛 광채에 우리는 서로 떨어졌고 우아하게 반짝거리는 살쾡이 패트로누스를 바라보았다. 한창 춤을 추던 자세 그대로 우스꽝스럽게 얼어붙어 버린 사람들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이윽고 패트로누스가 입을 크게 벌리더니 낮고 우렁차고 느린 킹슬리 샤클볼트의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부가 무너졌다. 스크림저는 죽었다. 그들이 오고 있다."


은빛 살쾡이가 사라지고 난 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살쾡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패트로누스가 내려앉았던 곳에서부터 무거운 침묵이 싸늘한 물결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때 누군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안녕, 프레드."


프레드에게 벗어나서 공포에 휩싸인 군중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해리와 헤르미온느 그리고 론을 찾아야 했다. 하객들은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순간이동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버로우를 둘러싸고 있던 보호 마법이 깨진 것이다.


"해리! 론! 헤르미온느!!"


군중 속에서 망토를 쓰고 복면을 한 사람들이 뿅 나타나자 지팡이를 들고 있던 루핀과 통스가 "프로테고!"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사방에서 되풀이되었다. 


"로라!"

"다른 사람들을 어서 찾자!"


론의 손을 꼭 잡고 나랑 론은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찾았다.


"론! 론!!"


헤르미온느가 거의 흐느끼다시피 하면서 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한 줄기 빛이 머리 위로 휙 지나갔다. 론은 해리가 잡지 않는 헤르미온느의 나머지 한쪽 팔을 잡았고, 헤르미온느가 그 자리에서 몸을 빙그르르 돌리는 것을 느꼈다. 순간 캄캄한 어둠이 업습했고, 모든 광경과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버로우로부터 멀리, 그곳을 덮친 죽음을 먹는 자들로부터 멀리 떨여져서, 시간과 공간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빨려 들어갔다.


"여기가 어디지?"


론이 말했다. 눈을 떴다.


"토트넘 코트 로드(런던 중심가)야."


헤르미온느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내 핸드백! 가지고 와줬구나, 해리! 정말 고마워."


해리의 손에 들려있는 핸드백을 거의 빼앗듯이 가져가서 안에 지팡이가 든 것을 확인했다.


"걸어가, 그냥 걸어. 너희가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해."


우리는 반쯤은 걷고, 반쯤은 뛰다시피 하면서 심야의 술꾼들로 들끓는, 문 닫힌 가게들이 일렬로 늘어선 어두침침한 큰길을 지나갔다. 별이 위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2층버스 한 대가 덜컹거리며 지나갔고, 술집으로 향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해리와 론은 여전히 정장 망토 차람이었다.


"헤르미온느, 우리는 갈아입을 게 아무것도 없어."


웬 젊은 여자가 론을 보고 요란스럽게 웃음을 터트리자,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내가 왜 투명 망토를 확실히 챙겨 두지 않았을까?"


해리가 한탄했다.


"작년에는 그걸 내내 끼고 다녔는데..."

"괜찮아, 내가 투명 망토를 챙겼어. 너희 둘이 갈아입을 옷도 있고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애써 봐. 그럼 잘될 거야."


헤르미온느는 그들을 이끌고 샛길을 따라 내려갔다. 이윽고 어두운 골목길로 숨어 들어갔다.


"너에게 투명 망토랑 옷이 있단 말이지...."


해리는 잔뜩 얼굴을 찡그린 채, 구술 장식이 달린 작은 핸드백말고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는 헤르미온느를 쳐다보았다. 헤르미온느는 핸드백 안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자, 여기 있어."


헤르미온느가 청바지와 스웨터 한 벌, 밤색 양말 몇 컬레, 그리고 마침내 은빛 투명 망토까지 꺼내 놓자, 해리와 론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세상에 어떻게...?"

"탐지 불능 늘이기 마법이야."


내가 설명해주었다.


"꽤 까다롭더라. 그래도 그런대로 잘한 것 같은데. 어쨌든 우리에게 필요한 걸 이 속에 모두 넣어 왔으니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찢어질 듯이 약해 보이는 핸드백을 살ㅉ가 흔들자, 마치 그 안에서 수많은 많은 육중한 물건들이 굴러다니는 것처럼, 화물칸에서나 날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 젠장, 책들일 거야."


헤르미온느가 핸드백 속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주제별로 분류해서 쌓아 놨는데... 자, 해리, 넌 투명 망토를 쓰는 게 좋겠다, 론, 어서 갈아입어..."

"이 많은 걸 언제 다 준비한 거야?"


론이 망토를 벗는 동안 해리가 물었다.


"버로우에서 내가 말했잖아. 며칠 동안 꼭 필요한 것들을 쌌다고. 우리가 황급히 도망쳐야만 하는 경우를 대비해서 말이야. 오늘 아침에 네 배낭도 쌌어, 해리. 넌 옷을 다 갈아입고 나면 그걸 여기 집어넣어... 왠지 낌새가 느껴지더라고..."

"역시 헤르미온느!"

"너 정말 대단하다. 정말이야."


내가 감탄을 했고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돌돌 만 옷가지를 건네주며 말했다.


"고마워."


헤르미온느는 핸드백에 옷가지를 밀어 넣으며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해리, 어서 투명 망토를 써!"


아직도 멍청하게 있는 해리를 보자 내가 말했다. 그러자 해리가 투명 망토를 어깨에 두르고 머리 위까지 끌어당기자, 당장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결혼식에 있던 사람들 모두..."

"우리는 지금 그런 걱정 할 때가 아니야."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그들이 쫓고 있는 건 바로 너라고, 해리. 만약 지금 돌아간다면 우리는 모든 사람들을 훨씬 더 위험에 빠뜨리게 될 거야."


내가 말했다.


"헤르미온느와 로라의 말이 맞아."


론은 해리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그가 계속 따지려고 든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았다.


"대부분의 기사단 사람들이 거기 있잖아.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돌봐 줄 거야."

"그래, 맞아."

"어서! 우리는 계속 움직여야 할 것 같아."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골목을 되돌아 나와서 다시 큰길 위에 섰다. 길 건너편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이 노래를 부르며 보도를 누비고 있었다.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하필 토트넘 코드 로드에 온 거야?"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방금 떠올린 생각인데, 그래도 머글 세계에 나와 있는 게 더 안전할 거 같았어. 그들이 우리가 있을 거라고 예상할 만한 곳은 아지않아."

"맞는 말이야."


론이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어째 조금... 노출된 기분이지 않니?"

"그럼 달리 갈 데라고 있니?"


길 건너편 남자들이 나와 헤르미온느를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그렇다고 리키 콛드런에 방을 예약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리고 스네이프가 그리몰드 광장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곳도 안전하지 못해. 어쩌면 우리 부모님의 집을 시도해 볼 수는 있을 거야. 물론 그들이 그곳을 확인할 가능성도 있지만... 오, 저 사람들 입 좀 닥치게 하면 좋으련만."

"어이, 아가씨들!"


건너편 인도에 있던 남자들 중에서 제일 심하게 술에 취한 사람이 외쳤다.


"술 한잔 어때? 빨강 머리를 버려 두고, 이리 와서 맥주 한잔 하자고!"

"어디 좀 앉자."


론이 길 건너편을 향하여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벌리자, 헤르미온느가 황급히 말했다.


"이곳은 어때?"

"괜찮을 거 같아."


작고 허름한 심야 영업 카페를 가리키면서 내가 말했다. 포마이카 칠을 한 모든 테이블 위에는 얇게 기름때가 끼어 있었지만, 최소한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해리가 먼저 칸막이 자리 안으로 슬그머니 들어가자, 론이 해리의 옆자리에 헤르미온느가 내가 마주 앉았다. 나와 헤르미온느는 입구를 등지고 앉아야만 했다.


"로라, 너 립스틱 번졌어."


헤르미온느가 말을 하자 나는 물컵에 든 물로 휴지를 살짝 묻혔다. 젖힌 휴지로 입술을 문질러서 립스틱을 지워버렸다. 아까 전의 키스때문에 그런 건가? 그건 참 황홀했지... 그 기억으로 최강의 패트로누스를 불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있잖아."


론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 리키 콜드런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어. 거긴 채링 클로스에 있잖아..."

"론, 그래선 안 돼!"


헤르미온느가 즉각 반대했다.


"거기에 머물자는 게 아니야. 단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자고!"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어! 볼드모트가 마법부를 장악했어. 우리가 더 이상 뭘 알아야 하는데?"

"알았어, 알았다고. 그저 잠시 떠오른 생각이었어!"


우리는 다시 어색한 침묵 상태로 돌아갔다. 짝짝 껌을 씹은 여종업원이 발을 질질 끌며 다가왔고, 헤르미온느가 카푸치노 세 잔을 시켰다. 해리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해리를 위해 한 잔 더 주문하는 것은 수상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두 명의 건장한 노동자가 카페에 들어와 바로 옆 칸을 비집고 앉았다. 헤르미온느가 목소리를 낮추며 속삭였다.


"순간이동을 할 만한 조용한 장소를 찾아서 시골로 가는 거야. 일단 거기에 가면, 기사단에 편지를 보낼 수 있을 거야."

"그럼 너는 말하는 패트로누스 마법을 할 줄 안다는 거야?"


론이 물었다.


"그동안 쭉 연습을 해 왔어. 아마도 할 수 있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내일이 되면 나도 추적 마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나는 한탄을 하면서 말했다.


"그래.... 세상에, 이거 아주 역한걸."


론이 거품이 나는 희끄무레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에 말했다. 여종업원이 그 말을 들었는지 새로 온 손님들의 주문을 받기 위해 신발을 질질 끌고 다가와서는 론을 험악한 얼굴로 쏘아보았다. 


"그만 가자. 이 구정물 같은 걸 더는 못 마시겠어."


론이 말했다.


"헤르미온느, 너 혹시 이거 계산할 머글 돈 좀 있니?"


내가 물었다.


"응. 버로우에 오기 전에 주택 마련 저축 통장에 있는 돈을 몽땅 찾았어. 하지만 분명 잔돈은 다 맨 밑에 있을 거야."


구슬 백 안으로 손을 넣으며 헤르미온느가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 순간- 해리가 나를 의자 옆으로 밀쳤고, 떨어지는 순간 론이 헤르미온느를 의자 옆으로 확 밀친 후에 테이블 너머로 돌진했다. 

노동자로 위장한 죽음을 먹는 자가 날린 주문은 방금 전까지 론이 머리를 기대고 있던 타일 벽을 산산조각내 버렸다. 


"스투페파이!"


해리가 소리쳤다. 뿜어져 나온 붉은 광선이 금발에 덩치가 집채만 한 죽음을 먹는 자의 얼굴에 명중했다. 그는 의식을 잃고 옆으로 쿵 쓰러졌다. 그의 동료는 누가 마법을 걸었는지 보지 못한 채, 다시 론을 향해 발사했다. 번쩍이는 검은 밧줄이 지팡이 끝에서 튀어나오더니 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꽁꽁 묶었다. 여종업원은 비명을 지르며 문 쪽으로 달아났다. 론을 포박한, 얼굴이 찌그러진 죽음을 먹는 자를 향해서 해리는 다시 한 번 기절 마법을 쏘았다. 그러나 주문은 빗나갔고, 창문에서 튕겨 나가 여종업원을 맞혔다. 그녀는 문 앞에서 풀썩 쓰러졌다.


"엑스펠소!"


죽음을 먹는 자가 고함을 지르자, 테이블이 폭발했다. 폭발의 위력으로 나와 해리가 벽에 세게 내팽개쳐졌다. 투명 망토가 스르륵 벗겨지며 해리의 모습이 보였다.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헤르미온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쳤다. 죽음을 먹는 자는 우지끈 소리를 내며, 깨진 찻잔과 테이블, 커피가 어질러진 난장판 위로 동상처럼 앞으로 쓰러졌다. 헤르미온느는 의자 밑에서 기어 나오더니 ㅓ리를 흔들어 부서진 유리 재떨이 조각을 털어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디, 디핀도!"


지팡이로 론을 가리키며 헤르미온느가 외쳤다. 그러자 론의 청바지 무릎 부분이 찢어지고 살이 깊이 베였다. 론이 고통으로 울부짖었다.


"오, 미안해, 론. 손이 떨려서! 디핀도!"


밧줄이 잘려 나갔다. 론은 일어서서, 감각이 돌아오도록 팔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해리는 지팡이를 주워 들고 파편 더머 위로 기어올라, 나를 일으켜세우고 의자 위에 널부러진 금발의 덩치 큰 죽음을 먹는 자에게 다가갔다. 


"이놈을 진작 알아봤어야 했는데. 덤블도어 교수님이 돌아가시던 날 밤에도 거기 있었어."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피부색이 좀 더 검은 죽음을 먹는 자를 한 발로 뒤집었다. 그자의 눈이 재빨리 해리와 론, 헤르미온느와 내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이자는 돌로호브야."


론이 말했다.


"옛날 현상수배 전단지에서 본 적이 있어. 저 덩치 큰 놈은 토르핀 라울인 거 같아."

"이놈들 이름 따위는 신경 쓸 것도 없어!"


헤르미온느가 약간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놈들이 어떻게 우리를 찾아냈지? 우리 이제 어쩌면 좋지?"


헤르미온느가 겁에 질려서 말했다.


"문을 잠가."


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말했다.


"론, 너는 불을 꺼."


내가 말을 하면서 헤르미온느와 함께 카페의 문을 자물쇠로 찰칵 소리를 내며 잠갔다. 론은 딜루미네이터를 써서 카페를 어둠으로 몰아넣었다.


"이놈들을 이제 어쩌지?"


론이 어둠 속에서 해리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훨씬 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죽여? 이들은 우리를 죽이려고 했어. 이들은 방금 저에 아주 제대로 공격했다고."

"그렇게 되면 우리도 이 녀석들과 똑같은 놈들이 되는 거야."


헤르미온느는 몸서리를 치며 한 발짝 뒷걸음질 치고 나는 론을 핀잔했다. 


"우리는 이들의 기억을 지우기만 하면 돼."


해리가 말했다. 


"그렇게 하는 편이 나아. 그래야 그들을 따돌릴 수 있어. 우리가 이놈들을 죽인다면, 우리가 여기 있었다는 게 너무 확실히 드러나잖아."

"역시 넌 대장이야."


론이 매우 안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난 한 번도 기억력 마법을 써 본 적이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진짜? 네 부모님들에게 어떻게 했고?"


론이 놀라서 물었다.


"마리가 대신 해주었거든. 하지만 원리는 알아."


헤르미온느가 크게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지팡이를 돌로호브의 이마에 대고는 말했다.


"오블리비아테."


그러자 즉시 돌로호브의 눈이 풀리더니 몽롱해졌다.


"대단해!"


해리가 헤르미온느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론이랑 내가 여길 치우는 동안, 나머지 녀석이랑 여종업원을 처리해 줘."

"치운다고?"


일부가 부서져 내린 카페를 둘러보며 론이 물었다.


"뭐하러?"

"저놈들이 깨어나서 방금 폭탄을 맞은 것 같은 이런 데에 자신들이 있는 걸 보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의심할 거 아냐?"

"하긴 그래..."


론은 지팡이를 주머니에서 끄집어내기 위해 잠시 용을 썼다.


"지팡이가 안 꺼내지는 게 당연하지. 헤르미온느, 네가 싸 온 건 내 옛날 바지야. 너무 꽉 낀다고."

"오, 미안해."


헤르미온느는 창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여종업원을 질질 끌어내면서 헉헉대며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론에게 지팡이를 대신 어디에 찔러 넣으면 되는지 충고했다.

카페를 예전 상태로 회복되자, 우리는 죽음을 먹는 자들을 그들이 앉아 있던 칸막이 자리에 도로 던져 놓고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도록 기대어 앉았다.


"그나저나 이놈들이 우리를 어떻게 찾아낸 거지?"


헤르미온느가 빳빳이 굳어 있는 두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헤르미온느가 나를 바라보았다.


"추적 마법에 걸린 것은 로라뿐인데.... 너 마법을 한번도 안 써잖아."

"물론이야. 어쩌면 이건 내 추측인데, 네가 방금 전에 어둠의 마왕의 이름을 불러서 그런 것이 아닐까? 죽음의 먹는 자들은 그 이름에 위치 추적 마법을 해 놓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거든. 그의 이름을 허물없이 부르는 것은 불사조 기사단의 사람들이라서 그런 거 같아."

"... 오, 이런!"

"우리는 안전하게 숨을 곳이 필요해."


론이 말했다. 


"천천히 생각할 만한 여유가 있는 곳 말이야."

"그리몰드 광장."


해리가 말했다. 우리는 입을 떡 벌렸다.


"농담하지 마, 해리. 스네이프는 거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위즐리 아저씨 말씀으로는, 기사단 사람들이 스네이프를 막는 저주를 걸어 놓았대. 게다가 설사 그 저주들이 효력을 발휘하지 않늗다 해도..."


헤르미온느가 뭔가 반대를 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해리가 서둘러서 말을 막았다.


"그게 뭐 어때서? 난 스네이프를 만날 생각만 하면 아주 좋아 죽겠구먼!"

"그래도..."

"헤르미온느, 거기 말고 또 어디가 있겠어?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최선의 방법이야. 스네이프는 그저 죽음을 먹는 자들 중 한 사람일 뿐이야."

"천천히 생각하고 다시 출발하면 되는 거야."


해리의 말에 내가 동의했다. 헤르미온느의 표정은 아직도 반박하고 싶은 듯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그녀가 잠겨 있던 카페의 문을 열자, 론은 딜루미네이터를 눌러 카페의 불빛을 다시 풀어 놓았다. 그리고 해리가 셋을 세는 것에 맞춰 세 명의 희생자에게 내려진 마법들을 풀었다. 여종업이나 두 명의 죽음을 먹는 자가 졸음에 겨워 움직거리는 것 이상의 행동을 할 수 있게 되기 전에 우리는 제자리에서 빙그르르 몸을 돌렸다. 이윽고 우리는 또다시 몸을 짓누르는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에 우리는 낯익은 작고 초라한 광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높고 황폐한 건물들이 사방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12번지 건물은 곧 우리의 눈에 띄었다. 우리는 몇 미터마다 한 번씩, 혹시 누가 뒤에서 쫓아오거나 감시하고 있지 않는지를 살피면서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단숨에 돌계단을 뛰어 올라갔고, 해리가 지팡이로 현관문을 한 차례 가볍게 두드렸다. 연달아 금속성의 철컥거리는 소리와 쇠사슬이 덜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끽 소리를 내며 활짝 열렸다. 우리는 서둘러서 문턱을 넘었다.

문을 닫고 들어가자 구식 가스등이 일제히 되살아나 길게 뻗은 현관 복도에 일렁이는 불빛을 던졌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다만 트롤의 다리 같은 우산꽂이는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누군가 여기 왔었나 봐."


헤르미온느가 우산꽂이를 가리키며 속삭였다.


"기사단이 떠나면서 그랬을 수도 있어."


론이 웅얼거리며 대꾸했다.


"그런데 그들이 스네이프가 올 것에 대비해서 걸었다는 저주는 어디 걸려 있는 거지?"


해리가 물었다.


"단지 그가 나타날 때에만 작동하는 것 아닐까?"


론이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집 안으로 더 이상 들어가는 것이 두려워, 여전히 등에 문에 댄 채, 현관 매트 위에 꼭 붙어 있었다.


"자, 여기에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어."


해리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말했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그때 어둠 속에서 매드아이 무디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우리는 모두 깜짝 놀라서 뒤로 펄쩍 물러섰다.


"저희는 스네이프가 아니에요!"


해리가 목이 메어서 외쳤지만, 이미 무언가가 찬 공기처럼 우리를 휙 스쳐 지나가더니 혀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미쳐 입 안을 살펴볼 틈도 없이, 그의 혀는 도로 풀려 있었다.

다른 사라들도 나처럼 불쾌한 자극을 느꼈는지 론은 헛구역질 소리를 내고 있었고 헤르미온느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건 부... 분명 매... 매드아이가 스네이프에게 거... 걸어 놓은 혀 묶기 저주였을 거야."


매우 조심스럽게 해리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러자 복도 끝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더니 키가 크고 뿌연 회색 빛깔을 띤 끔찍한 형상이 카펫에서 솟아올랐다. 헤르미온느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고 블랙 부인의 초상화도 마찬가지였다. 뿌연 형상은 우리를 향해 점점 더 빠르게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허리까지 오는 머리털과 턱수염이 마구 휘날리고 있었고, 살점 하나 없는 그곳의 얼굴은 움푹 들어가고 눈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무섭도록 익숙하면서도 끔찍하게 변형된 그것은 죽은 팔을 들어 해리를 가리켰다.


"안 돼!"


해리가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우리가 아니에요! 우리가 당신을 죽인 게 아니..."


그 말이 떨어지지마자, 그 형상은 거대한 먼지구름으로 폭발해 버렸다. 우리는 콜록거리고 눈물을 흘렸다. 손짓을 해서 먼지때문에 흐릿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손바람을 만들었다. 헤르미온느는 팔로 머리를 감싼 채 문 옆 마룻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먼지를 턴 다음, 어색하게 헤르미온느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


푸른 가스등 불에 비춰진 먼지들이 주위에서 안개처럼 소용돌이쳤다. 블랙부인은 계속해서 악을 썼다.


"우리 조상의 집에 이 잡종, 쓰레기, 수치스런 오점, 치욕스런 얼룩이..."

"닥쳐!!"


해리가 버럭 호통을 치며 그녀를 지팡이로 가라켰다. 그러자 펑 소리와 함께 빨간 불꽃이 터져 나왔고, 커튼이 펄럭이며 닫혔다. 비로소 블랙 부인도 조용해졌다.


"저건... 저건..."


헤르미온느가 울먹거렸다. 론은 헤르미온느가 일어설 수 있도록 부축했다.


"그래. 하지만 그건 정말로 그가 아니었어. 단지 스네이프를 겁주려고 한 것에 지나지 않아."


해리가 말했다. 우리는 신경을 바싹 곤두세운채 복도를 걸어갔다. 하지만 벽 모서리를 따라 잽싸게 달아나는 쥐 말고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좀 더 가기 전에 점검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헤르미온느가 속삭이더니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웠다.


"호메눔 레벨리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너 방금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구나."


론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건 뭘 하려던 거였어?"

"내가 의도한 대로 효과가 있었어!"


헤릠온느가 뿌루퉁하게 쏘아붙였다.


"이건 사람이 있는지를 보여 주는 마법이었다고. 그러니 여기엔 우리 말고 아무도 없는 거야."

"그리고 늙은 먼지 인간도 있지."


시체 형상이 튀어나왔던 카펫 쪽을 흘끔거리며 론이 말했다.


"올라가자."


헤르미온느도 똑같은 자리를 겁에 질린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삐거덕거리는 계단을 올라 응접실로 앞장서 갔다. 헤르미온느는 지팡이를 휘둘러 낡은 가스등을 켰다. 바람이 새어드는 방에 들어서자, 그녀는 파르르 떨면서 소파에 자리를 잡고는 양팔로 몸을 꼭 감쌌다. 론은 창문 쪽으로 다가가더니, 무거운 벨벳 커튼을 옆으로 살짝 들어 올렸다.


"밖에는 아무도 안 보여."


론이 보고했다.


"괜찮아. 그들은 이 곳에는 못 들어올 테니까.... 해리?"


세베루스는 이곳으로 죽음을 먹는 자들을 이끌고 들어오지는 않을 거다. 갑자기 해리가 고통에 찬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뭘 본 거야?"


론이 해리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내가 있던 자리에서 그를 본 거야?"

"아니, 그냥 분노를 느꼈어.... 그가 아주 화가 났어..."

"하지만 그게 버로우일 수도 있어."


론이 큰 소리로 말했다.


"다른 건? 뭐 본 거 없어? 그자가 누구에게 저주를 내리고 있었어?"

"아니, 난 그저 분노를 느꼈을 뿐이야.... 나도 모르겠어..."

"네 흉터가 또?"


헤르미온느가 소스라친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두 사람의 연결이 차단된 줄 알았는데!"

"그랬었지. 한동안은."


해리가 중얼거렸다.


"내... 내 생각에 그가 통제력을 잃은 때마다 다시 이어지는 거 같아.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렇다면 네 정신을 차단해야만 해!"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해리, 덤블도어 교수님은 네가 그 연결을 이용하지 않기를 바라셨어. 네가 그걸 차단하길 원하셨다고! 그러니까 너는 오클러머시를 사용해야 해! 안 그러면 볼드모트가 가짜 장면들을 네 머릿속에 심어 넣을 수도 있단 말이야. 기억나..."

"응, 기억하고 있어. 고마워."


해리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 이야기는 왜 한 거야? 헤르미온느를 흘겨보았다. 해리는 아직도 시리우스를 그리워하고 있는데... 

잠시 후에 헤르미온느가 꽥 소리를 질렀다. 은색 패트로누스가 응접실 창문을 통해 흘러 들어오더니 우리 앞의 바닥에 내려앉았다. 그것은 서서히 족제비 모양이 되더니, 위즐리씨의 목소리로 말했다.


"가족은 안전하다. 대답하지 마라. 우리는 감시당하고 있다."


패트로누스는 흔적도 없이 흩어져 버렸다. 론은 울음 섞인 신음 소리를 내뱉고 소파 위로 주저앉았다. 헤르미온느도 론의 팔을 잡으며 옆에 앉았다.


"그분들은 무사해. 무사하다고!"


헤르미온느가 속삭이자, 론은 희미하게 웃으며 그녀를 안았다. 다행이다, 위즐리씨들이 무사해서... 프레드도 무사하다는 소리잖아. 심장이 쿵쿵거렸다. 


"해리... 난...."


론이 헤르미온느의 어깨 너머로 말했다.


"괜찮아. 너희 가족이잖아. 당연히 걱정이 되겠지. 나였더라도 같은 기분이었을 거야."

"우리도 같은 기분이야."


내가 말을 했다. 


"난 혼자 있고 싶지 않아. 내가 가져온 침낭을 사용해서 오늘 밤엔 그냥 여기서 함께 자면 안 될까?"

"그렇게 하자."


헤르미온느가 말하자 론이 그러자고 했다.


"화장실 좀...."


해리는 중얼거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방을 떠났다. 


"나도 옷 좀 갈아입고 올게."


둘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방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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