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카의 근본의 아이이자 이케부쿠로의 습격사건의 사이카 아이들의 엄마인 니에카와 하루나가 보는 앞에서 앙리는 자신의 팔에서 일본도를, 사이카의 근본를 뽑아들었다. 100명 가까운 사이카들은 시즈오의 너무나도 강한 힘에 일단 뒤로 물러나 연계공격을 가하려고 서로들 눈짓을 하기 시작했지만- 갑자기 모든 이의 움직임이 일치했다. 공원 안에 있던 시즈오와 자신과 세르티를 제외한 모든 이가 어떤 방향으로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마치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처럼 백 명이 완전히 같은 타이밍에 같은 방향을 쳐다보았다. 


"혹시 이 근처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야?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행동에 비해 여전히 냉정한 시즈오의 말을 듣고 세르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 잠시 보고 오는 게 어때? 어쨌거나 넌 지금 암것도 안 하고 있잖아."


세르티를 배려한 한 마디. 세르티는 이별선물이라는 듯 자신의 손에서 그림자를 늘여 한 켤레의 장갑을 만들어냈다.


『낫과 똑같은 '특별성'이다. 칼 정도라면 받아낼 수 있어.


PDA에 재빨리 그 말을 써 넣은 후 세르티는 장갑을 시즈오에게 던졌다. 


"고마워."


시즈오가 히죽 웃으며 장갑을 낀 것을 확인한 후 세르티는 움직임을 멈춘 츠지기리들을 발로 차 쓰러뜨리면서 공원 밖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모습을 감추었다.


"자, 그럼."


시즈오는 질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어 보였다. 실제로 그가 사이카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마리아는 자신의 여동생이 사이카의 근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5년 전 츠지기리 사건의 마지작 사건 때 자신도 앙리도, 그 장소에 있었으니까.


"너 그 칼 사이카!"


니에카와가 경악한 듯 고함을 지르며 앙리의 칼을 세차게 쳐다본다.


"그 칼 틀림없이…! 5년 전에 나를 벤 그 칼이야"


니에카와는 앙리가 가진 사이카의 피해자이며 조금씩 자라던 씨앗이 나스지마에 대한 사랑에서 생겨난 틈을 타고 단번에 성장했겠지. 마리아는 냉정하게 그 모습을 보면서 분석을 내렸을 때, 니에카와는 끔찍하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너! 설마…. 죽었구나! 네 부모를! 그 칼로!"

"그러네요. 제가 죽인 거나 다름없을지도 몰라요."


그녀는 딱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조용히 칼을 들어올렸다. 조용히 들어올렸을 뿐이나 칼등은 정확하게 니에카와의 팔을 급소를 치고 순식간에 나이프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앗."


초조해진 니에카와는 떨어뜨린 나이프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초보들의 전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 결과 니에카와의 목에는 일본도의 긴 도신이 닿았고 그대로 꼼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

"그 아이는 싸우는 방법까지는 가르쳐주지 않는군요. 역시. 목적, 의사는 이어받아도 경험이나 기억은 잇지 못하네요."


담담하게 상대를 분석하며 앙리는 난처한 듯 니에카와에게 물었다.


"저어 부탁인데요. 다른 사이카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말씀해주세요. 부모인 당신이 명령하면 아이들도 알아차릴 테니까. 당신이 사이카에게 홀렸다면 당신의 부모인 내 사이카에게 명령해서라도 막겠지만."

"그럴…, 그럴 리가 없어!"


아무도 다치지 않게끔 부탁한 앙리였으니, 그 말은 니에카와의 자존심을 뭉개져버렸다.


"매일매일 치고 올라와 틈만 나면 내 몸을 빼앗으려는 사이카를 난 뛰어넘었어! 억눌러버렸어! 사랑의 힘으로! 그런데도 사랑을 모르는 너한테, 내가 너 따위에게…!"


그녀는 분한 듯 앙리의 얼굴을 노려보았지만 앙리는 슬퍼 보이는 표정으로 말할 뿐이다.


"니에카와 선배님…. 잠시만 들려드릴게요."

"뭐?"

"제 속에서 언제나 언제나 울리고 있는 사이카의 사랑의 말을――――."


앙리는 검을 니에카와의 목에서 살그머니 떼어내고 칼끝을 1밀리미터 가량 소녀의 팔에 살짝 찔러 넣었다. 마리아는 과거에 '그것'을 처음 손에 집었을 때의, 그리고 지금도 듣고 있는 사이카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사랑해, 좋아해, 좋아】

【까 사랑해】

【무지 사람이 좋아】

【답답한 소리】

【누가 좋으냐는 슬픈 말은 하지】

【야, 아니야! 나는 인간이 전부 전부 전부】

【어디가 좋냐구? 답답한 소리 마! 전부 말야, 전부】

【핏불이 좋아】

【굳뼈가 좋아】

【사랑이야】

【부드러워서, 그걸】

【니까 용서해줄게】

【그러니까 여러분도 날 용서해도 돼】

【용서 못렇게】

【까지 해】

【아】

【절정에 달했을 때. 베어 가른 살의 단면이 무엇보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해서 간단하게 찢어지고 마는 힘줄 불거진 살점이 좋아!】

【그리고 나긋나긋한데도 부러지기 쉽고 날카롭고 까칠까칠한 굳뼈가 좋아!】

【사랑은 사랑은 떨릴 듯이 부드럽고 바슬바슬하고 질척질척하게 달라붙는 달라붙는 달라붙는 달라붙는 달라 마주 다했을 때 너무너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사랑을 읊어대죠? 부러워라 나 사랑을 표현할 말 따윈 없는걸 그러니까 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니까 하지만 그 족하고싶다고 생각해서도 그러니까 있지 좋아해 하지만 당신 한 사람만을 부러워 죽음조차 사랑의 형태이고 성욕도 훌륭한 사랑의 형태야 어머 사랑에 정의를 요구하면 안 돼 그런 것은 마음에 대한 모욕이야 정의 따위는 필요 없어 오직 말 하나만 있으면 돼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니에카와의 마음이 파열되는 순간, 앙리는 조용히 칼날을 뽑아들었다.


"사이카의 말이 들리던가요?"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말이, 니에카와는 자신의 몸 속에 있는 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하나하나의 말을 따로 떼면 사랑을 읊고 있는 것 같지만 하나로 바싹 졸아들어 끈끈해진 사랑의 말 덩어리는 이제 듣는 이에게 원한의 목소리로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니에카와는 생각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런 저주의 말을 견딜 수 있는 거야?"

"저는 여러모로 모자란 인간이거든요."


앙리는 슬픈 눈빛을 띤 채 미소 지으며 자신이 가진 사이카에게 시선을 떨어뜨렸다.


"저에게 부족한 것을 보완해야만 하니까. 다양한 것에 기생해서 사는 거예요."


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걸 듯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는 남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까. 내내 이 목소리를 듣고 있어요. 듣고 있을 수 있어요. 얼마든지 객관적으로."


앙리가 고개를 숙인 순간, 니에카와는 그것을 빈틈으로 판단하고 땅에서 자신의 나이프를 주워들어 앙리에게 있는 힘껏 덤벼들었다. 한번, 두 번, 세 번- 인간의 한계에 가까운 속도로 나이프가 번쩍였고 앙리의 몸에 차례로 상처가 생겨났다. 급소만큼은 피했지만 팔과 다리에는 커다란 상처들이 새겨졌다.


"아하, 아하하하하! 됐어! 그래, 너 따위에게 내가."


니에카와의 홍소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곳에는 냉정함을 전혀 잃지 않은 앙리가 있었고- 그녀의 목에 칼끝이 들이대어져 있었다.


"헉…!"


공포로 신음하는 니에카와. 앙리는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왜 베이는 것을 두려워하세요? 베는 것은 사랑의 결과잖아요?"


빈정거림이라기보다는 정말로 의문스럽게 여기는 듯한 말투. 니에카와는 이를 악물고는 최대한 허세를 쥐어짜 눈앞의 소녀에게 대꾸했다.


"어…, 어떻게, 지금, 일부러 베인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츠지기리에 당한 사람들을 말려주지 않겠다면…. 이제부터 당신에게 잠시 지독한 짓을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것으로 빚은 없는 거예요."

"뭐?"


니에카와의 목젖에 앙리는 칼끝을 천천히 갖다댔다.


"사이카에게 당신의 마음을 조금만 뺏도록 할게요. 괜찮아요. 죽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아 아아아."

"사과는 안 해요. 이렇게까지 사과하면 제 삶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고 마니까. 예, 저는 약았다고 생각해요. 당신에게 지독한 짓을 함으로써 제 평온을 지키려는 거니까요. 하지만 할 수 없잖아요."


자학하듯 미소를 짓는 앙리.


"기생충이니까요."


칼끝이 목에 1밀리미터 가량 박히고, 사랑의 말이 니에카와의 체내에 쏟아져 들어갔다. 


"사이카는 무지무지 외로움쟁이랍니다. 그러니 억누른다느니 이용한다느니 하는 쓸쓸한 말씀은 거둬주세요.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방식은 잘못되었을지도 몰라도. 사이카는 우리들 인간을 너무너무 좋아하니까요. 그린 사랑해주세요. 니에카와 선배님도 사이카를 사랑해주세요. 선배님은 저와는 달라서 남을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방대한 사랑의 저주에 휩쓸린 니에카와는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럼 그게 힘이 되는 구나.

-어?

-마리아는 사이카의 힘을, 충실한 동료들을 가지게 된 거잖아. 왠지 부러워.

-내 힘이 필요하면 당신에게 줄게요. 마사키 덕분에 난 깨달았어요. 내 자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당신이 필요하다면, 이 힘을 당신을 위해서 쓸 게요.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해요, 마사키."


마리아는 허공을 보면서 중얼거리고는 골목으로 들어가서 어둠 속에 몸을 감췄다. 그리고 보라색 장미 핸드폰줄을 응시하고 그녀가 향하는 곳은 메데이파 아와쿠스회.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그곳이니까, 돌아가자.

같은 시각, 살인마에게서 적의가 사라졌다. 전의를 잃은 살인마, 아니 이젠 단순한 일반인을 짓이기려던 주먹은 코끝에 도달하기 직전에 완전히 정지했다.


"하하."


직전에 멈춘 주먹을 쳐다보며 시즈오는 어느 틈엔가 웃고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순수한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광기에 가득한 살인마 같은 웃음 소리를 내는 시즈오. 그의 주위에는 움직이지 못할 만큼 곤죽이 된 사이카들과 그 곁에 나뒹군, 시즈오의 손에 동강동강 난 다양하기 짝이 없는 수많은 무기들. 허나 죽은 이는 한 명도 없다. 


"시즈오 씨!"


마사키가 시즈오에게 달려가 안겼다.


"이미 끝나버린 건가."


뒤늦게 도착한 츠지루는 공원 입구에 서서는 시즈오에게 안겨져 있는 마사키의 모습을 보고는 혀를 차고는 오토바이를 돌려서 가 버렸다. 저런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자신은.

그 후, 이 사건은 리퍼 나이트라는 별칭이 붙어졌다. 하룻밤에 50명 이상의 피해자를 낸 그 사건은 살인마가 잡히지 않고 끝났다. 피해자가 모조리 노란 밴더너를 두른 소년들이기 때문에 거리에 사는 사람들은 컬러 갱이나 폭주족의 항쟁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컬러 갱들의 내부항쟁으로 결론이 났고, 그렇지 않아도 엄계상태였던 거리는 더 지독한 긴장감에 휩싸이고 말았다. 


<채팅방>


-사이카 님이 입실하셨습니다-


사이카: <으음, 저기, 피시방에서 입력하고 있습니다.>

사이카: <지금까지 정말 죄송했습니다.>

사이카: <이제는 오지 않겠습니다.>

사이카: <정말 죄송합니다.>


-사이카 님이 퇴실하셨습니다-

-타나카 타로 님이 입실하셨습니다-


타나카 타로: <어? 어라?>

타나카 타로: <무슨 일이죠?>


-타나카 타로 님이 퇴실하셨습니다-

-세튼 님이 입실하셨습니다-


세튼: <이젠 안 온다니까 괜찮잖아요.>

세튼: <하지만 평범하게 말한다면 환영할게요, 사이카 님.>

세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세튼: <즐쿰-.>


-세튼 님이 퇴실하셨습니다-


이케부쿠로 카와고에 가도변 어느 아파트 최상층에 살고 있는 키시타니 신라는 시즈오의 등에 업혀서 들어오는 여성을 보자 놀랍듯이 응시했다. 하지만 곧 미소로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세르티의 친구 중 한 명이었으니까.


"오랜만이네, 마사키."

"아."

"키시타니 신라다. 무면허 의사지만 실력은 좋아."

"아! 안녕하세요."


시즈오는 신라에 대해서 말해주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를 했다.


"근데 무슨 일이야?"

"마사키가 발목을 삔 것 같아서."

"나에게 보여줘 봐."


소파에 내려놓자 마사키의 푸른 빛으로 멍든 발목을 본 신라는 치료법을 내놨다.


"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붓기가 빠지도록 얼음찜질을 하면 될 거야."

"저보다 시즈오 씨는 괜찮으세요? 칼에 벤 상처가 많은데."

"괜찮아, 이런 것쯤은."

"안 돼요! 작은 상처도 얕보면 안 돼요!"

"그럼 마사키가 소독해주지 그래?"

"네?"


신라의 말에 멍청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구급 상자를 꺼내들어서 내 옆에 내려놓았다.


"시즈오도 기뻐할 거야."

"아 그니까. 제가 해도 될까요?"


시즈오를 쳐다보면서 마사키가 물었다.


"아."


시즈오는 자신의 옆에 앉았다. 그 모습에 구급 상자에 손을 가져다 되었고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서 소독약을 꺼내들었다.

익숙한 동작으로 자신을 치료하는 마사키를 보자 시즈오는 긴장하고 있었다. 가까이에 있는 마사키를 보지 않기 위해서 시선을 회피하고 그의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그런 시즈오의 모습에 신라는 웃음을 참았다. 지금 웃음을 터트리면 시즈오는 자신을 던져버릴 테니까.

그 후, 앙리는 1인실 병원에 입원했고, 그 소식을 들은 미카도와 마사오미는 학교를 빼먹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고 자신도 그녀의 병문안을 갔다.


"앙리 양."

"와주셔서 감사해요, 류가미네 선생님."

"무슨 소리야. 제자가 다쳤으니까 당연한 거야. 그때 내가 너를 집으로 돌려보내야 했어."


마리아에게 정신이 팔려서 그녀를 내버려두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었다.


"미안해."

"아, 아뇨."

"그치만 세르티 씨는 좋은 분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네. 확실히 그랬어요."


앙리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그치? 정말 멋진 분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앙리의 마음에 동감하면서 난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랙 로즈와 회색 여왕 14  (0) 2017.05.13
블랙 로즈와 회색 여왕 13  (0) 2017.05.12
블랙 로즈와 회색 여왕 11  (0) 2017.05.12
블랙 로즈와 회색 여왕 10  (0) 2017.05.11
블랙 로즈와 회색 여왕 09  (0) 2017.05.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