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쓸거리는 흑발을 지니고 안경을 쓴 여교사가 아카데미 여자애들만 데리고 야외 수업을 시작했다.
"쿠노이치는 인술만이 아니라, 여성으로써의 폭넓은 지식과 교양을 몸에 지니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적지에 숨어들어 평범한 여성으로써 행동할 수 없다면 잠입 활동을 할 때에도 고생을 하니까 말이죠. 오늘의 수업은 꽃꽂이입니다. 그럼 여러분, 각자 마음에 드는 꽃을 모으세요."
"네!"
여자아이들이 흩어졌다.
"나, 이런 건 못하겠어."
"이노짱은?"
"넌 이름이 사쿠라(벚꽃)인만큼 그래서 안 되지. 알았어? 이런 건 포인트가 있는 거야. 꽃꽂이란 건 메인이 될 꽃을 정했으면 그걸 장식하듯이 다른 꽃들을 곁들여 주는 거야. 꽃을 예쁜 것만 모아놔선 안 된다구. 예를 들면…… 자, 저기 보이지? 코스모스 꽃. 예를 들면 저 코스모스가 메인이라면 사쿠라가 꺾은 등골 나물은 덤! 코스모스는 봄의 벚꽃에 비해 가을의 벚꽃이란 이름이 있을 만큼 가을에서 제일 예쁜 꽃이라구. 게다가 조화란 꽃말도 있으니 어떤 가을꽃이라도 딱 어울린다구."
"♩ ♪ ♬"
이노와 사쿠라는 어디선간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황금빛 도는 금발을 길게 늘어뜨리고, 어딘가 귀족 자제처럼 고급천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있는 소녀를 보자 이노와 사쿠라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안녕."
인기척을 느낀 시에미는 멍하니 있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냈다.
"아! 난 야마나카 이노! 이쪽은 하루노 사쿠라야."
백금발의 여자아이-이노가 재빨리 자기소개를 하며 옆에 있는 분홍머리 여자애도 소개시켰다.
"잘 부탁해, 난 시에미야."
"사쿠라."
"으응, 자, 잘 부탁해…."
시에미가 인사를 건네자 이노가 사쿠라를 불렀다. 그러자 사쿠라는 수줍어하며 인사를 받아줬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가씨네.
"저기, 아까 전에 시에미가 노래 부른 거야?"
"응. 혼자 있을 때 자주 불러."
주위의 적막함이 너무나도 싫어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 적막함을 잊고자고 했다.
"혹시 들었니?"
"잘 부르던데!"
"응, 예뻤어."
두 사람의 칭찬에 쑥쓰러워서 미소를 짓었다.
"오늘은 한층 더 즐거워 보이네~ 앞짱구머리!"
여자아이 셋 명이 나타나서 사쿠라에게 시비를 걸었다.
"너 최근 들어 제법 계집 티가 나는데? 너무 우쭐해 하지 말라고!"
가운데 있는 여자애가 나와서 사쿠라의 이마에 딱밤을 먹이며 말했다. 우와, 저렇게 이지메하는 녀석들이 있구나. 감탄하는 사이에 이노가 수리검을 던지듯 무언가를 여자애에게 던졌다. 이노가 꺾은 꽃이 수리검처럼 여자애의 입안을 투척되었다.
"미안~! 너무 예뻐보이는 통이 있길래 꽃병으로 착각해서 꽃을 꽂아버렸네~!"
"이노!!"
"닌화 토리카부토."
이노가 여자애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보라빛 꽃잎을 지닌 꽃을 손에 들었다.
"독성은 약하지만 유독이니까 얼른 뱉어내는 것이 좋다구."
까아아아악! 스즈메 선생님!! 그녀들은 비명을 지르며 쌩하니 도망쳤다.
"후, 하하하하하!"
여자애들이 사라지자 이노와 시에미가 웃음을 터트렸다.
"독이 있는 건 뿌리지만 말야~!"
"재치있네, 이노. 그리고 유식하구나."
"헤헤! 나 꽃집의 딸이거든!"
"가업이 꽃집이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거잖아. 대단하구나."
이노가 쑥쓰러운 웃음을 헤헤 웃었다.
"근데 지금 몇 시지?"
"오전 9시 좀 넘엇을 거야."
"이런! 그만 돌아가야겠다. 잘 있어, 이노, 사쿠라."
시에미는 두 소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호카게 관저로 향했다.
관저 앞에서 하지메가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부터 어딜 다녀오신 겁니까."
"약초 좀 캐고 왔어."
"기껏 꾸며놨더니!"
두 사람은 호카게 관저 안으로 들어섰다. 관저에서 일하는 닌자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지만, 하지메와 시에미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정면만 보고 걸어갔다.
"원래는 아쉬운 쪽이 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시에미 아가씨?"
"그렇게 따지면 우리 쪽이 더 아쉬운 거 아니야?"
"그런가요. 어쨌든 도착했네요."
호카게실 앞에 도착하자 하지메는 익숙하게 시에미를 위해 문을 열었다. 시에미는 위선자 같은 3대를 보자 인사를 꾸벅했다.
"왜 시에미, 네가…? 깨어났던 거냐?"
"나루토의 문제인데 누나인 제가 안 올 수는 없죠."
"허나…."
"나루토의 몸에 무엇이 봉인되어 있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
3대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모른 척 하며 자리에 앉았다. 시에미 옆에 하지메가 앉았다.
그 다음은 어떠냐하면… 개판이다.
"그러니까 우즈마키 나루토는 저희 우즈마키 일족이 보호하는 게 맞습니다."
"안 된다고 하지 않았냐. 그 애는-!"
"인주력이라고 해도 그 아인 우즈마키입니다. 우즈마키 성을 달고 있는 이상, 우즈마키 일족이 부활한 이상 그 아인 우즈마키가 보호하는 게 도리입니다."
호카게와 하지메의 말다툼은 뫼비우스 꼬리처럼 같은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럼 그 애가 인주력이 아니면 되겠습니까."
"?!"
쭉 가만히 있던 시에미가 입을 열었다. 그 말이 가져온 파장은 컸다.
"무슨 소리를…?"
"정신 나간 소리로 들리십니까? 유감이지만 진심입니다. 아무나 상관없습니다. 새 인주력을 만들면 그쪽은 인주력을 갖고 우리는 나루토를 데려올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득이지 않습니까. 우즈마키 일족이 원하는 건 일족의 아이지, 구미가 아니야."
"미수가 뽑힌 인주력은 죽는다."
사루토비 히루젠이 말했다.
"그 아이를 죽일 생각이냐?"
시에미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은 굉장히 차갑고 이질적인 기운이 가득했다.
"후후후, 설마 하나뿐인 가족을 죽이겠습니까."
"시에미."
"또 변명이십니까."
위선자 같으니……. 차라리 단조처럼 미워할 거면 철저히 증오하고 괴물을 가진 인간을 도구로 사용해주겠다는데 감사하라며 이용했다면 좋았을 텐데. 어줍잖은 마음 씀씀이가 더 나쁘다. 시에미는 3대 호카게를 노려봤다.
"마을을 위해서 인주력이 있어야 했다. 미수 밸런스를 위해, 불의 나라 닌자 마을 나뭇잎 마을의 국력을 위해서. 그것을 위한 거면 마을 사람 누구든 상관없잖아. 초대 인주력이 우즈마키 일족에서 배출되었다고 해서 우즈마키가 나뭇잎 마을을 위해 희생되어야 합니까? 나뭇잎 마을을 세운 센쥬 일족과 우호 관계인 우즈마키 일족은 나뭇잎 마을 일족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우즈마키에게 인주력이란 희생을 강요하십니까?"
"그건……."
"어느 쪽이든 위선자 같은 당신 입에서 나온 말은 전부 변명입니다."
아픈 곳을 사정없이 찌르는 시에미 말에 호카게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마을을 위해 인주력은 있어야 했다. 마을을 위해 구미 사변의 증오를 인주력에게 쏟게 했다. 마을을 위해 우치하가 구미 사변을 책임지게 했다. 마을을 위해 우치하가 고립되어 가는 걸 모른 척 했다. 좀 더 성의 있는 변명은 없습니까?"
"……."
"그래서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습니까? 우치하 일족을, 인주력 나루토를 외면해서 더 좋게 되었습니까? 아니요. 더 엉망이 되면 되었지. 절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팔과 다리를 잘라서 보존된 몸통따위 어디에 쓸모가 있다고! 그저 숨만 쉬고 살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몸뚱아리라면 죽여버리시죠. 거짓과 위선이 가득한 마을이라면 무너뜨리세요. 마을이란 울타리가,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습니까? 그 안에 사람이 없으면 마을 역시 의미 없는 것을……."
이딴 위선 가득한 마을을 위해 4대 호카게와 전대 인주력이 죽은 것도, 희생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진심으로 마을을 사랑했기에 자신의 아들에게 구미를 봉인해서 인주력으로 만들었습니다. 남아있는 당신들을 믿었기에 자신의 아들을 맡기고 떠난거다. 시에미는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나루토를…, 이따위로 취급하는 마을이 정상적이라고 여기시는 겁니까!! 3대, 당신에게는 나루토의 보호자를 자처할 권리가 없습니다. 이미 제가 돌아오고, 우즈마키 일족이 마을로 이주한 이상 절대로!! 그 애는 우즈마키 일족이 보호합니다."
가자, 하지메. 시에미는 더 이상 대면하기도 싫은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에미!!"
"대답은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새로운 인주력을 만든다. 과연 제 자식을 얌전히 내놓을 부모가 있을지 궁금하군요. 둘째, 우즈마키 일족에게 나루토 보호자 권리를 준다. 셋째, 나루토를 제외하고 모든 우즈마키 일족을 몰살시킨다. 세 번째 방법은 그렇게 추천하고 싶지 않군요. 그렇게 되면 내란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하지메가 문을 열었다.
"정말 마을을 위하다면 아무리 지쳤어도 외면하지 말았어야 했어…. 더러운 구정물을 흰 천으로 덮어놓은다고 해서 더러운 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언젠가 흰 천마저 더럽히고 썪어 악취마저 풍기겠죠. 정말로 마을을 위했다면 모른 척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문은 쾅하고 닫혔다.
"괜찮으십니까?"
"……조금 피곤해."
"바바에게 죽을 만들라고 하겠습니다."
"난 병자가 아니야."
"깨어난 순간부터 아무것도 안 먹지 않으셨습니까. 죽 외에 먹으면 속을 버립니다."
시에미는 관저를 빠져나가는 계단 앞에 멈췄다.
"아가씨?"
"고작 이딴 마을을 위해…!"
평화로워보이는 풍경이 보이자 그녀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주륵주륵 흘렀다. 고작 이런 마을을 위해 4대 부부는 죽어야했던 건가! 구미가 봉인되었다는 이유로 이유 모를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워하지…. 원망하지…. 화내도 되는데. 화낼 권리가, 자격이 충분히 있는데…. 미안해…."
이런 건 자기만족일 뿐이다. 구미 인주력에게 행하는 행동들 전부 과거의 잘못을 수습하려는 행위니까.
"그때, 그때 모른 척하지 말 것을…!"
반요를 죽인 마다라가 미워서 증오스러워서 하시라마가 미수가 위험하다고 정의내릴 때 그저 모른 척 했다. 호카게에게 했던 말들이 비수가 되어 스스로의 심장을 찔렀다.
"아가씨. 뭔지 모르지만 후회하고 있는 거죠?"
하지메가 시에미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시선을 맞게 무릎을 꿇었다.
"후회해도 됩니다. 사람은, 인간은 모든 걸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모든 게 아가씨 탓이 아닙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모든 걸 짊어지려고 하지 마. 그렇게 하면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하지메의 말에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그러네. 고마워, 하지메."
눈물을 닦았다. 이타쿠가 있고, 반요들이 있다. 혼자서 해결하려고만 하면 안 된다. 그게 독재의 첫 걸음이니까.
사유지로 돌아가자 우즈마키와 우치하 경계선에 있는 정자에는 이타치와 나루토가 있었다. 들어오는 시에미를 보자 그는 재빨리 달려왔다.
"누나! 어디 갔냐니깐?! 나, 이거 모르겠다니깐!"
"나루토, 그건 아까 전부터 형이 잘 설명하지 않았니."
"이타치 형 말은 너무 어렵다니깐!"
나루토는 시에미에게 앵겼다.
"보자. 누나가 아는 거라면 가르쳐줄게!"
나루토는 시에미에게 책을 넘겨줬다.
"이게 뭐야? 호카게가 되기 위해서 인의예지 충신효제(仁義禮智 忠信孝悌)의 이치를 알고 천 개 이상의 술법을 쓸 줄 알아야만……. 이런 것을 왜 읽는 거야, 나루토?"
"나, 나! 호카게가 될 거라니깐!"
"…그렇다면 이런 책은 쓸모없어."
"에?"
"호카게가 된 자가 모두에게 인정 받는 게 아니라, 모두에게 인정받는 자가 호카게가 되는 거야, 나루토."
"무슨 뜻이냐니깐?"
"그건 나루토가 생각해야지. 아무튼 나루토,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마. 어떤 것이든 지름길 따위 없으니까 네가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거야."
시에미는 나루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루토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을 했다.
"나루토, 일단 넌 호카게가 되려면 아카데미 졸업부터 해야하지 않을까!? 차크라 컨트롤이 엉성해 분신술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녀석은 졸업시켜주지 않겠다고 아카네가 그러던데."
"그건 안 된다니깐!!! 수, 수련할 거야!!"
"그럼 제가 수련장으로 안내해드리죠, 나루토…군."
시에미의 째림에 하지메는 도련님이라고 말을 하려다 바꿨다.
"고맙다니깐, 하지메 삼촌!"
"나루토."
하지메를 따라 수련장으로 가려는 나루토를 불러세운 시에미.
"나뭇잎 마을을 좋아하니?"
"응! 내가 태어난 마을이잖아!"
"!!"
"하지메 삼촌, 나 어서 수련장으로 안내해달라니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할 수 있는 거야? 마을이 너에게 뭘 해줬다고…….